건강보험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 포함은 불법적 시도

 

정형준 l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들어가며

정부가 2016년 3월 29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주재로 7대 사회보험(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우선 기재부가 사회보장제도인 사회보험의 수장들을 모두 불러 모은 것 자체가 심각한 권한 남용이다.
사회보험은 각기 자신의 목적에 따른 ‘목적성 기금(보험)’의 형태를 띄고 있다. 기재부가 이들 공단 이사장을 모두 불러 모으려면, 최소한 국고지원비중(조세지원비중)이 일정수준을 넘어서 가입자(수익자) 권리를 일반회계를 관리하는 기재부가 직접 행사할 자격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실제 대부분의 연금과 사회보험은 거의 전적으로 가입자(국민들)의 직접 기여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의 일방적인 ‘재정건전화 추진방안’ 그리고 ‘재정추정’ 모두 월권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은 독립된 ‘건강보험법’의 규정을 받는 ‘사회보험’으로, 주요 핵심 정책은 사회적 합의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여기에 이번에 확정한 ‘7대 사회보험 재정 건전화 추진 방안’(이하 추진방안)<그림 2-1>에 포함된 내용도 심각한 문제다. 건강보험에 대해서 자산운용 결과를 설명하며, ‘단기간에 적립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기관’으로 묘사하고, ‘해외, 대체 투자’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은 탈법적, 비합리적 처사다.

사실 건강보험의 경우에는 개념상 투자 수익률 같은 용어가 존재할 수 없다.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단기보험이기 때문이다. 이를 타 기금과 평행선상에서 밝히며, 여타 사회보험 중 가장 수익률이 낮다(2.2%)고 밝히는 것은 국민건강보험의 기본 원리와 근간을 송두리째 포기하는 행위로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건강보험 누적금(흑자)은 잘못된 의료정책의 산물

우선 투자 및 운용자금으로 묘사되는 막대한 건강보험 흑자가 박근혜 정부 의료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이는 투자수단으로 인식되기 이전에, 현물서비스(의료서비스)로 국민들이 즉각 돌려받아야 온당하다.
현재 17조 원의 막대한 건강보험 누적금은 명백하게도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행실패, 공공의료포기, 낮은 보장성강화안 때문이다. 현 정부가 약속했던 ‘4대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과 같은 자신의 공약조차 간병, 차등병실료, 선택진료비를 부분적으로만 급여화하여 공약이행은 커녕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보장성강화를 추진했다. 공약은 100% 국가책임이었는데, 막상 기존의 본인부담금에서 경감되는 수준이 15-20%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내부적으로 보면 법정본인부담금조차 기존부담을 전혀 경감하지 못한데 기인했다. 도리어 초음파시술 같은 경우는 기존계획(이명박 정부의 보장성강화안)의 적용인구를 4대중증질환으로 축소하여 약 200만 명의 보장성 강화도 축소했다.
여기에 2015년에는 공공부조인 의료급여 환자의 보장성을 축소하고, 일반 국민들의 장기입원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1달 이상 입원하면 법정본인부담금을 기존의 20%에서 30%까지 올리는 안을 여론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에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건강보험 흑자국면에 명백히 역행하는 보장성 악화 정책들이었다.
이런 정부의 건강보험 긴축정책들로 인해, 국민들은 낸 보험료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은 지금 심각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부유한 계층은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에도 경제적 여력이 있어 실손보험같은 민간보험을 가입하거나 직접 부담을 감수하면서, 병원 이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서민들은 높은 본인부담금으로 아파도 병원 이용을 자제해 건강보험 흑자가 매년 수조 원씩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아픈 사람들과 그 가족까지 빈곤층으로 추락하게 되는 ‘재난적의료비’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누적금(흑자)에 대한 올바른 접근은 잘못된 의료정책을 교정하고, 국민들의 의료비를 인하하여,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 이용을 자제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된 정책의 산물인 건강보험 흑자로 금용상품 등에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후안무치한 발상이다. 건강보험 누적금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개선하여 국민들의 실질적인 의료비 인하를 하도록 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 국민건강보험의 특징

재정의 대부분을 가입자가 내는 구조

국민건강보험은 공보험임에도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가입자의존성(수익자부담원칙)을 고수한다. 2014년 기준으로 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 비율은 87%이고, 정부는 국고에서 고작 13%만을 부담했다. 그나마 정부가 법에 명시된 국고지원금을 제대로 지원한다면 정확하게 16.6%가 되어야 하지만, 예상금액을 낮게 산출하여 막대한 금액을 매년 누락해왔다. 그 결과 한국은 OECD 국가에서 국고지원을 가장 낮게 하는 공보험 보유 국가이다.

여기다 정부가 사후정산을 하지 않아 계속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2012년 14.8% --> 2014년 13.7%). 10여년 전부터 예측치의 20%가 아닌 사후정산을 통해 실질적인 20%를 지원하라는 요구가 계속 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여기다 건강보험 정책은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결정하는 방식도 가입자, 공급자, 정부가 합의를 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결정한다. 이것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건정심은 건강보험 적자 때문에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기구였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건강정책을 형식상은 논의한다. 해외의 경우를 볼 때, 가입자의 보험요율을 결정하는데에도 공급자가 참여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이다. 물론 건정심도 실제 가입자를 대표하는 사람이 극소수에 지나지 않아, 그 동안 흑자를 쌓아두고도 국민의료비 인하에 쓸 수 없었다. 또한 낮은 가입자 대표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의료 정책은 정부가 원하는 데로 흘러간다.
이렇게 허수아비 기구처럼 운영되는 사회적 합의기구라도 존재하지만, 이번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계획은 아예 형식적인 가입자들과의 논의도 일체 없다. 또한 이를 상의하려는 계획도 없는 단순한 정부의 일방적인 투자운용계획만 통보되고 있다. 사실 계속되고 있는 일방적인 계획발표 과정만 본다면, 건강보험재정이 거의 전적으로 국고지원으로 운영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정도다.
따라서 이번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계획은 낮은 국고지원에도 모자라, 건강보험의 주인인 국민들을 객체화 시키고 기존의 형식적 절차조차 무시하는 탈법적 행위이다.

 

현물서비스만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보험

한국의 건강보험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현물서비스에만 의존한다. 우선 상병수당 이 없다. 사실 중요한 의료보장인 상병수당이 없어 수많은 국민들이 아파도 소득이 없어져 일터에 나가거나 조기에 퇴원하는 나라로, 시민사회단체들은 그 동안 일관되게 상병수당의 도입  상병수당의 도입은 그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서도 계속 주장되어 왔으나, 아직까지 도입 시범사업조차 요원하다.
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매번 이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현금급여가 없다는 점은 건강보험 재원이 그 해 이용 가능한 의료서비스라는 제한된 형태로만 제공된다는 점으로, 의료공급 및 수요에 특별한 요소가 없는 이상 적립자체가 필요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때문에 누적 적립금 자체가 잘못된 단기재정추계를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그 다음연도에 보장성 강화나 보험료 인하로 해소되었다. 대표적으로 2005년 1조5천억의 흑자가 발생하여 암등 중증질환의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방식의 보장성 강화가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들어 그간의 흑자를 적립만 하고 보장성강화나 보험료 인하에 투입하지 않은 점은 여러 가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첫째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축소하려는 시도 ‘적자 엄살’ 건강보험 5년 연속 흑자, 매일경제, 2015년 4월 12일 – 이 기사에서 기재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올해 세입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33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에서 단기 상품 운용만 하는 12조 원대 건보 재정을 그냥 두는 것은 재정효율성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며 "국가 재정과 건보 재정을 감안해서 건보 지원액을 결정해야지, 지금처럼 경직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재고해야 한다" 가 나와 있다.
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두 번째는 건강보험을 기금화하여 누적금을 합법적으로 금융시장등에 투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었다. 무엇이 되었건 연금처럼 미래 특정 시기에 현금으로 제공되는 현금서비스가 부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의 경우는 적립금의 존재자체가 논리적 법리적 문제점을 가진다.

 

건강보험은 누적된 자금이 필요 없는 1년 단기 재정운영 계획

여기다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1년 단기 재정운영계획을 가진 사회보험이다. 단기계획을 중장기계획으로 바꾸려면, 최소한의 중장기 재정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건강보험의 재정악화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면서 핵심변수인 의료공급개혁(공공병원설립, 의료전달체계, 지불제도등)에 대해서는 로드맵조차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작년에 기재부가 발표한 ‘2060 장기재정전망’에서도 건강보험을 끼워넣어 ‘재정수지’의 전망을 1925년에는 적자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재정전망의 전제조건에 무려 건강보험의 보험료율은 현재보다 33%나 인상되는 상한까지 올리는 걸 전제했다. 이 재정전망에서 의료공급쪽 변수에 대해서는 공공의료지출을 70%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요소에 대한 설명이 없다. 특히 재정고려사항의 핵심인 의료공급구조에 대해서는 전망도, 분석도 언급도 없다.
그렇다면 현재의 공급구조와 의료이용행태가 유지된다는 전망하에 재정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현재의 건강보험재정결정구조에서는 정상적이라면, 적립금만큼 국민들의 보험료를 당장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 된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보험료는 요율까지 매년 인상된 바 있다. 물론 지난 5년간 보험요율 인상의 근거인 재정자료에서는 무려 17조의 누적흑자를 예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는 무려 연말에 한해 4조 8천억의 흑자를 발생했던 2014년의 경우 그해 6월까지도 마찬가지였다<표 2-2>.

따라서 단기재정의 수입지출도 맞추지 못하는 현 정부의 재정전망을 무려 20년에서 40년까지 믿으란 것은 전혀 믿지 못할 일이 된다. 무엇보다 그간 단기 재정운영체계에 대한 평가와 심판도 없는 상황이 더 이상하다. 잘못된 건강보험재정전망을 제시한 누군가가 우선 책임이라도 져야 ‘장기재정전망’을 일부라도 신뢰하던지, 누적금을 사용하던지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현재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재정전망은 단순히 정권의 입맛에 맞춘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

 

국고지원 축소시도와 긴축의 모순

결론적으로 정부가 이러한 장기재정전망의 암울함을 이야기하면서도 국고지원을 확대하려고 하기는 커녕 국고지원을 축소하려는 시도는 논리모순이다.
실제로 기재부는 장기적인 재정안정성을 위해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추어 일반소비세에 일정수준의 ‘건강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또한 현재 논의만 무성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방안도 사실 건강보험 재정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으로도 볼 수 있다. 중장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안을 무려 1년이 지나서 발표한 점 박근혜 정부는 2014-2018년 중기보장성 강화계획을 무려 1년이나 지난 2015년 2월에 발표한 바 있다.
, 당시 발표된 보장성 강화계획 조차 매우 선별적이고, 실제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 앞서 보았듯이 의료급여환자의 비용절감, 입원비 본인부담인상 등이 추진되었다는 점을 모두 종합해보면,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현 정부의 노선은 명확한 ‘긴축노선’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지 않고, 돈을 계속 적립한 이유를 여러가지로 유추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우선 건강보험에 그나마 13% 가량을 차지하는 국고지원 축소 시도가 배경으로 충분히 의심된다. 실제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추어 기재부에서는 일반소비세에 일정수준의 ‘건강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런 논의는 대부분 국고지원금의 축소이후를 대비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술 더 떠 이를 투자해서 적립금을 더욱 늘리겠다는 것도 기존의 국고지원 축소계획을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의심될 만하다.

 

법리적인 문제

건강보험 누적금의 전용은 법률로 금지되어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 38조에 보면, 준비금(누적흑자)은 ‘부족한 보험급여 비용에 충당하거나 지출할 현금이 부족할 때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질의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14조제2항에 의거하여 자산의 관리‧운영 및 증식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상 누적금은 준비금이지, 자산이 아니다. 여기서 이야기 하는 자산은 국민건강보험이 소유한 부동산 및 공단운영자산을 뜻한다. 이를 교묘히 누적금을 자산으로 왜곡 표현해서는 곤란하다. 국민들이 낸 보험금은 법률상 자산이 될 수 없다.
보건복지부조차 답변에서 투자방침이 ‘현행 법령의 범위 내에서 준비금의 수익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임’이라고 답변하여, 준비금을 투자금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는 앞서 보았듯이 준비금은 보험급여 및 지출할 현금 부족 이외에 사용할 수 없다는 법률위반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막대한 흑자조차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부끄러운 일이건만, 아예 법률까지 어겨가며 이를 투자운용 운운한 것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는 법률조차 확인하지 않는 무지의 산물이거나, 법률은 가볍게 어기겠다는 막가파식 발상으로 그간 박근혜 정부가 수많은 법률의 위임 범위조차 어겨가며, 하위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등으로 각종 의료 영리화, 민영화 정책을 강행하였다. 결론적으로 법률의 허용된 범위를 넘는 건강보험에 대한 투자운용은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소결

한국의 건강보험은 상병수당 등의 현금급여가 없는 것은 물론, 보험자가 직영하는 의료기관도 없고(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유일한 예외), 여기에 심사평가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독립적인 공적기구로 편성되어 있어, 그간 건강보험공단이 징수기관일 뿐이란 비판이 있어왔다. 아무리 그간 건강보험정책을 정부가 임의로 정했다고 해도, 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나 보험요율 결정 문제가 아닌 투자운용은 일방적인 진행이 불가능하다.
건강보험 흑자는 현 정부의 건강보험정책 전반의 실패를 반증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우선적인 재정학적 판단과 반성, 그리고 시정이 요구된다.
현재 정부는 민간보험의 심사평가기능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허용하려는 시도와 병원에서 직접 민간보험에 의료비를 청구하도록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을 민간보험처럼 금융상품화 하려는 시도다. 여기에 자산운용까지 가능한 ‘단기상품’으로 건강보험을 둔갑시키는 것은 이념상으로 볼 때 공보험을 ‘민영화’하는 효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민간보험과 경쟁하는 공기업이 운영하는 ‘보험상품’으로 사회보험을 전락시키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향은 목적과 방향성, 그리고 그 의도 모두 매우 위험하다.
이번 협의체는 송언석 기획재정부 제2차관 주재로 7대 사회보험 이사장이 모두 모인 구조로, 기재부가 사회보장제도를 좌지우지하려는 월권행위인 것은 물론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작은 예시로 보인다.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는 기재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을 비롯한 장관들(교육부, 문화관광부 등)에게 ‘서비스산업발전기본계획’을 고지하는 구조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기재부독재법’이라고 불리게 만든 핵심조항이다. 기재부의 경제논리가 실질적인 복지제도 운영에 대한 침해로 나가서는 결코 안되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예이다.
기재부가 개입하는 사회보장제도와 보건의료정책은 모조리 돈벌이 수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부자들은 투자금을 확보해 기쁨의 비명을 지를 테지만, 서민들은 불필요한 비용 부담과 위험 부담을 안게 되고, 결국 사회보장제도가 민간보험 수준으로 전락하며 최종적으로는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피폐화를 만들어 낸다. 특히 건강보험은 국민들이 재정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구조다.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를 투자금으로 사용하는데에는 절차적으로도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정책 실패의 근거인 흑자를 빌미로 국고지원 축소를 획책해서는 안된다. 특히 자산운용을 잘해서 비용의 일부를 책임지라는 논리는 매우 천박하다. 해외의 경우처럼 건강보험에 대해서 국고지원을 체계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