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의 역할 방기하고 떠넘기는 국가재정전략 유감
낮은 조세부담, 저복지는 외면하고 재정건전성만 강조하는 재정준칙
누리과정 해결위한 재원 확대는 커녕 칸막이 특별회계 도입하려 해
사회보험의 본래 역할은 몰각하는 통합관리 방안도 문제
정부는 지난 금요일(4/22) ‘2016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하고, 「(가칭) 재정건전화특별법」제정을 통한 재정준칙 도입,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정 등 지방재정 책임성 강화, 사회보험 통합관리 등을 포함한 국가재정전략 및 재정개혁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방안은 낮은 조세부담률과 낮은 복지수준이라는 국가적 문제를 외면하고 재정건전성만 강조한 것으로 정부지출억제 및 복지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소극적이고 시대착오적 방안이며, 지방교육재정과 지방재정에 책임을 전가하는 땜질식 처방이다.
먼저 재정준칙 도입과 관련하여 정부는 「(가칭) 재정건전화특별법」을 제정하여 중장기적 재정 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국가재정을 함부로 쓸 수 없도록 하는 ‘재정준칙’을 명문화하고, ‘중앙정부의 채무한도 설정(채무준칙)’과 ‘총수입 증가율을 넘지 않는 총지출 증가율 관리 원칙(지출준칙)’을 도입하며, 돈이 필요한 법률에 대해서는 재정마련 방안을 반드시 담도록 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최근 경기회복을 위하여 내년 예산도 확장 기조로 하겠다고 하며 양적 완화를 언급하는 등 확대재정정책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과 모순적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도 현재의 낮은 조세부담율을 올릴 가능성을 배제한 채,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준칙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결국 복지지출 억제 및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저성장,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복지지출을 억제한다면 성장과 분배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지방재정 책임성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교육세 재원을 분리하여 누리과정 및 초등돌봄교실에 우선지원토록 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누리과정 중단위기의 근본원인을 외면한 대책이다. 누리과정 사태의 근본원인은 재원을 확보하지 않고 무상보육을 교육자치단체에 떠넘긴 중앙정부에 있는 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올리지 않고 특별회계를 도입하여 누리과정에만 쓰게 하겠다는 것은 예산에 칸막이만 치는 것으로 가뜩이나 위기에 몰린 교육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학생수가 감소하므로 교육교부금도 감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학생 당 교사 수 등 한국의 교육현실은 여전히 OECD 국가에 비해 열악한 상태이며 내국세의 20.27%를 주된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이미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재정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으로 각 지방교육자치단체의 경직성 예산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교육에 필요한 기준재정수요액을 부족한 예산에 맞추기 위하여 교육환경 개선비 등을 일부 누락시키는 방식으로 축소하여 왔다는 점까지 드러났다. 이에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기는커녕 부족한 돈에 칸막이를 쳐서 누리과정에만 쓰도록 하는 정부의 방안은 책임회피일 뿐 아니라 교육재정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뻔하다.
나아가 정부는 조정교부금 배분기준에서 재정력 비중을 확대하고, 법인지방소득세 일부를 도세로 전환하여 이를 재정력 기준으로 교부케 하는 방안도 내놓았는데, 이것이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격차의 완화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이 방안이 좀 더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원조정과 교부세율 조정 등 지방재정조정제도의 전반적인 개혁의 틀과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재정력 기준에 의한 교부를 빌미로 일부 지자체의 재량예산을 삭감하고 지방자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는 사회보험 통합관리체계 도입과 관련하여, 현 제도 유지시 사회보험은 지속불가능하다며 ‘적정부담-적정급여’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회구성원을 보호하고 사회연대를 이루기 위한 사회보험제도의 목적을 몰각하고 사회보험의 역할을 축소할 우려가 있는 방안이다.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추세인바, 사회보험의 본질적 목적을 살려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기는커녕 사회보험을 축소하는 것은 재정건전성 잣대에 사회보험을 맞추어 목적과 수단을 뒤바꿈으로써 사회보험의 존립근거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그동안 북유럽모형에 대해서는 한사코 반대하던 정부가 이번 재정개혁방안을 추진하면서는 스웨덴 모델을 들면서 가족・일자리 친화적 복지의 일환으로 근로시간단축제 추진도 내세웠는데 이런 근로시간단축제 추진을 위해서라도 사회보험은 확대되어야 한다. 사회보험의 축소를 추진하면서 여성들에게 근로시간단축제를 통한 시간제일자리 취업을 종용하여 저출산을 극복하겠다는 것은 반쪽자리 대책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주요 내용만 보아도 정부의 국가재정전략은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의 문제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 대한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국가재정전략은 경기조절과 성장 및 분배의 역할을 담당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에 걸맞게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