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해고’ 지침 추진, 즉각 중단하라
사용자가 더 쉽게 노동자 해고하고 기존 불·편법 해고 정당화해
정부가 지침으로 법률 무력화시키고 노동자 생존권 박탈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더 쉬운 해고’의 실체가 드러났다. 오늘 발표된 내용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전문가 논의를 위한 검토 자료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정부지침을 공표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 영향력이 심대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오늘 간담회에 참여한 전문가가 누구인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사실상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어떠한 수사를 동원하여 미화하여도 박근혜 정부는 사용자가 더 쉽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다.
오늘 발표된 정부지침은 해고를 제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23조를 회피하려는 재벌·대기업과 사용자의 민원에 따라 정부가 나서서 더 쉽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요건과 그 절차이다. 헌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을 법률로서 보장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법률이 아닌 행정부의 지침으로 노동자 전체의 생존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 불·편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무분별하게 노동자를 내쫓고 있는 사용자의 행태를 엄격하게 규제하기는커녕 이에 대해 정부가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근로계약을 “근로자의 근로의 제공과 사용자의 임금 지급을 목적으로”한다고 단순하게 도식화했다. 이는 근로계약이 마치 노동자와 사용자가 평등하고 대등한 위치에 체결되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구조 상 노동자는 생존을 위해 일자리가 필요하고 일자리가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사용자가 노동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관은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노동자는 사회구조적으로 ‘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헌법은 노동3권을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하고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는 여느 개인들 간의 관계와 다르게 민법이 아닌 노동관계법을 통해 규율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의 경우는 근로제공 의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고 해고의 정당한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불완전 이행’의 의미를 차치하고서라도 업무능력과 근무성적을 오로지 노동자의 능력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경영자가 기업·경영 전반의 성과와 노동자의 업무 수행에 미치는 악영향을 배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충분한 인력의 확보, 적절한 업무량의 배치, 근로조건 등과 노동자의 업무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사용자의 책임과 의무, 역할을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정부지침은 노동자를 소위, 저성과자로 판단하여 해고하기에 앞서 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전환배치를 진행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면 공정한 해고 절차를 밟은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업무성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오로지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20대 신입사원이 희망퇴직 대상자가 되고 있다. 희망퇴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징계해고 등 이미 온갖 형태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저성과자라는 낙인, 해고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인권침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영권, 경제발전 등의 논리를 앞세워 이러한 상황을 방관하고 고용노동부가 전면에서 기존의 불·편법적인 관행을 정당화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정부가 이런 부당한 상황을 동조하고 심지어 고용안정의 파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해고, 일반해고라며, 사안의 본질을 은폐하는 조어를 통해 여론을 호도하고 새로운 유형의 해고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쉬운 해고’를 위한 지침을 관철시키려는 시도, 즉각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