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및 여당의 국민연금 관리, 운용체계 개편방향의 문제점

 

이 찬 진ㅣ변호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용체계 개편 논의 경과 및 현황

 

정부는 2007년 및 2009년 비전문가로 구성된 비상설 기금운용위원회와 공단 산하의 제한된 기금운용본부 체제로는 전문성, 수익성 있는 기금관리운용이 어렵다고 주장하며, 기금운용위원회를 기금운용전문가로 구성하고, 독립된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여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입법 시도는 연금의 주인인 가입자 대표들을 기금운용위원회의 지배구조에서 배제하고 연금전문가들로만 기금운용을 하겠다는 것으로 많은 비판을 받은 끝에 폐기되었다. 또한 금융전문가 중심의 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이 실패한 결정적 요인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상황에서 금융전문가들 중심으로 운용된 미국 등 각국의 공적 연금에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데 비하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운용실적이 월등하게 높은 결과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18대 국회 회기 중에도 이와 유사한 법안 내용의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그 역시 폐기되었다.

 

그런데 최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각각 경쟁적으로 과거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금융전문가 중심의 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을 각기 들고 나와서 국회 토론회 및 공청회를 실시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5.7.27.자 정희수 의원을 대표로 발의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과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사실상 기획재정부의 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그 요지는 과거 정부안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금운용본부를 대체한 기금운용공사를 설립, 운용하고, 중앙행정기관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설립하여 금융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하는 내용의 법률안이다. 이렇게 되면,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국민연금제도’와 ‘기금운용’이 완전히 분리되는 구조가 된다.

 

2015.8.17.자 박윤옥 의원을 대표로 발의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금융전문가들로 기금운용위원회를 개편하되 현재와 같은 비상설기구로 두고, 현재의 기금운용본부를 대체하여 독립한 기금운용공사를 두되, 보건복지부 산하의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의 기능을 확대하여 국민연금정책위원회로 변경하고 재정계산에 따라 기금의 수익률로 달성하고자 하는 기금의 장기재정목표를 설정하는 권한을 새로이 수여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장기재정목표에 구속되어 목표수익율과 허용위험을 정하게 됨으로써 권한이 축소되는 결과가 되며, 공사는 기금을 투자금융상품처럼 운용하게 된다. 이 안은 사실상 보건복지부의 개정안으로, 제도와 기금을 모두 보건복지부 관장 하에 두는 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 현재 2012년 김성주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있는데 이는 현재의 기금운용본부 체계를 강화하되,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 상설화하며, 사무국을 둬서 위원회의 전문성을 대폭 강화하고, 기금운용본부 및 실제 기금운용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이미 국내 금융시장의 채권, 주식과 관련하여 가격결정자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한계를 정부 및 관계자 모두 인정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4-5년 간 기금운용 관련 자산배분에 있어서 국내 주식 비중을 20% 한도로 제한하고, 채권 비중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며, 결국 해외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금운용의 기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 동안 기금운용체계 개선에 대한 사회적 논의 방향은 크게 수익성 vs. 안정성·공공성, 전문성 vs. 대표성, 독립성 vs. 책임성 측면에서 논쟁되어 왔다. 2008년 이하 정부, 여당이 제안한 입법안들의 기조는 기금운용은 제도와 별도로 자산운용의 문제이며, 수익성을 최대한 제고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며, 이해당사자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금운용위원회를 금융전문가 중심으로 상설화하고, 별도의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되며 이는 여당과 정부(특히 경제부처), 금융자본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정부·여당안을 중심으로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의 문제점을 살펴 보고 바람직한 운용체계 개편방향과 기금운용방향을 검토하기로 한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원칙과 투자자산 비중의 관계

 

국민연금기금은 연금급여의 책임준비금으로서 기금 고갈시까지 전 국민을 위한 신탁기금적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한편으로 국민연금기금은 단지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안정성의 기본 하에 국가 거시경제 및 산업발전, 일자리 창출 등 국민들의 공공적 이익에 부합되는 공공성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운용됨으로써 연금 가입자 및 수급자의 삶에 공적 편익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운용되어야 할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국민연금기금은 ‘사회투자자본’으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음을 유념하여야 한다.

 

신탁적 기금이라는 관점에서의 기금운용에서도 위험과 한계는 검토되어야 한다. 국내 자본 시장의 규모상의 한계로 인한 연금의 가격 왜곡, 2030년대 연금 성숙기의 자산 매각이 예정된 상태에서의 시장 위험, 유동성 위험 문제 등으로 인하여 국내금융시장 지배력 완화, 수익성 제고와 위험분산 차원에서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 현재의 기금운용 기조의 특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투자를 증가시킬 경우 환율리스크에 노출되는 기금의 크기가 커지며, 환 관리비용도 크게 증가한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소비억제 및 강제저축으로 조성된 기금을 국내에 투자하지 아니하고 해외 중심으로 운용할 경우 국내자본의 해외 유출과 성장잠재력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며, 고용창출력 약화와 이로 인한 연금재정의 불안정 등 또 다른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키게 된다.

 

위 표를 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미국 등 주요국가의 금리인하 및 통화 팽창으로 인한 금융위기 이후의 해외 주식 시장을 비롯한 자산 시장의 수익률 증대로 인하여, 주요국가의 공적연금의 수익률이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상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4년간의 평균수익율을 보면 국민연금이 제일 높은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을 보이며, 이에 반하여 주식 등 위험 자산의 투자비중이 높은 다른 국가들의 연·기금의 경우 변동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기금운용의 원칙 중 안정성과 수익성 중 어느 것을 우선으로 할 것인가에 따라 투자 자산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으며,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을수록 안정성은 낮아지고 변동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중, 장기적인 통계에 의하면 수익률의 차이는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5년 현재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어 해외 자본 시장의 수익률은 침체되고 있는 상황이며, 2015년도 연간 수익률은 매우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식 시장의 경우 (-)수익율을 기록할 것으로 일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만큼 국내외 주식은 경기변동 등 제반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현실적인 재정목표를 설정하고서 이에 맞춘 고수익 추구를 위해 국내외 주식시장의 투자 비중을 높일 경우 연금자산의 불안정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재정구조의 이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법률 제정시부터 완전 적립방식이 아닌 부분 적립방식, 즉 기금고갈을 전제로 하여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예정한 제도로 입법되었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은 아무리 수익을 높인다 하더라도 소진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국민연금제도는 부분적립방식으로, 보험료 대비 급여가 높게 설계되어 있고,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는 기금의 소진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에 따르면, 2032년부터 보험료 수입보다 급여지출이 많아져 기금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고, 2043년부터 보험료와 기금수익을 합한 수입보다 급여지출이 더 많아져 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경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금 재정은 기본적으로 보험급여액와 보험료 수입, 이와 관련한 가입자 인구구조 변화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이며, 기금수익은 연금 성숙기에 이르기까지 일시적으로 연금급여보다 연금보험료가 많아서 기금이 적립되는 과도기적 기간의 책임준비금을 어떻게 관리·운용할 것인가에 관한 것으로서 연금 재정에 부수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단순히 기금운용 성과로 재정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식의 논리는 고수익 추구에 따른 고위험을 야기하고, 급여를 받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기금고갈론’을 확산시켜 세대간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연금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불신을 강화할 것이다. 요컨대 제도발전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국민연금 장기재정목표가 설정될 수 있고, 이에 근거하여 제도와 기금운용이 담당할 부담률을 명확하게 확정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적절한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기금 운용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며 향후 기금 유지를 위해 제도를 조정하자는 본말이 전도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은 향후 기금소진에 따라 국민연금제도를 부과방식으로 전환할지, 국가 재정을 추가로 투입할지, 반복적인 제도 조정(보험료와 급여)을 통해 기금소진을 연장할지, 즉 장기적으로 특정 시점에 어느 정도 기금적립금을 유지할 지, 이런 제도 발전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나 합의를 시작하여야 할 단계이지, 비현실적인 재정목표를 설정하여 맹목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고, 이에 장애가 되는 가입자 대표들을 지배구조에서 배제하는 방향의 제도 개악을 할 상황이 아니다.

 

기금운용의 수익률을 현재보다 대폭 증대시킬 수 있는가?

 

현 정부 들어서 국민연금기금의 수익성을 강조하면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수익률을 1%p 올리면 연금 보험료율 2%p 인상과 동일하고, 기금소진 시기를 9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장기간 매년 꾸준하게 1%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목표 수익율을 높일 경우 그 위험과 변동성도 급격하게 증가한다.

 

국민연금 재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보험료율과 급여율이며, 인구학적으로 보면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가 있다. 보험료와 급여율에 대한 조정,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책이 아닌 기금 수익으로 재정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고위험 추구로 국민연금 장기 재정 안정에 더 위협이 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국민연금기금의 위험수준 4%를 고정시켰을 때, 40년간 시장수익률을 1%씩 넘는 초과수익율 실현의 확률은 0.000001% 정도이다. 미국시장에서의 active manager들의 1985-2014년 30년간 미국의 뮤추얼펀드 월별 수익률을 조사,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2004-2014년 10년간 시장 수익률 대비 1%를 초과한 펀드의 비율이 1%, 2% 초과는 0.1%에 불과하며, 20년간 1%를 초과한 비율은 0.6%, 2%초과는 없으며, 30년간 1% 초과 비율은 0.4%, 2% 초과는 없음이 확인된다. 즉, 고위험 고수익 추구형 투자를 한다고 하여, 기금운용전문가들로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하고,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한다고 하여도 장기적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상회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현재의 정부·여당의 2개의 기금운용체계 개편 법률안들은 한마디로 이와 같은 실증적, 통계적으로 실현불가능한 장기적인 시장수익율 초과의 목표수익율에 따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로 하여금 전략적 자산배분을 하라는 것이며, 이는 위험자산군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허용위험수준을 높여서 이러한 자산배분에 터잡아 공사로 하여금 전술적 자산운용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박윤옥 의원의 개정법률안은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대체한 정책위원회를 신설하고 장기 재정목표 설정권한 수여를 함으로써 아예 고위험 고수익 추구, 기금운용전문가들에 대한 전적인 기금운용 위탁 및 책임 면책을 제도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더욱 위험성이 가중된다. 기금운용공사의 사장은 물론 주요 임원의 인사권조차 없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공사를 견제할 수 있을런지도 의문이며, 현재의 안대로 법률이 통과된다면 아직 성숙기에 이르지 않은 적립시기의 기금인 국민연금의 미래 책임재산을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즉 현재의 정부·여당의  개정안들은 노골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종전에 폐기된 정부안보다 훨씬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폐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해야 수익성이 높아지는가?

 

현재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형식적으로 가입자 대표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금융관계 전문가들 상당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 중 가입자 대표의 전문성이 결여돼 수익성 제고에 걸림돌이 되며, 이들을 대체해 금융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금운용위원회를 금융전문가로 구성한다고 해서 수익성이 현재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운용임원들이 모두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한국투자공사(KIC)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투자공사의 경우 미국 등 주요 해외 자본시장의 수익률이 높은 최근 년도의 경우 외화 기준 수익률은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사회하고 투자가 개시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누적수익률은 외화를 기준으로 할 경우 양호한 편이나, 투자 자산 전액을 미 달러화 등 주요 통화로 전액 운용하고 있어 국민연금기금과 그대로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국민연금기금은 연금급여의 책임준비금이므로 최종 지불 화폐인 원화를 기준으로 KIC의 2007~2013년 중의 원화 환산 수익률을 산출할 경우 4.02%로,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 6.33%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KIC의 수익률은 -13.71%이며, 또한 전문성이 높다는 세계 주요 연기금도 금융위기 당시 -20% 안팎에 가까운 손실 기록하였다. 요컨대 해외투자가 국내투자에 비해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전혀 검증되지 않았으며, 금융위기나, 세계경제불황에는 전문가라도 속수무책이고 투자 자산 중 고위험 자산의 비중이 클수록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기금운용위원을 전문가로 구성하고, 기금운용공사도 전문가가 모두 지배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단기성과나 고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고수익의 추구는 고위험을 동반하는데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현재 있는 지 의문이다. 큰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노후불안과 제도불신으로 직결되는데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나 위원들이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국민연금기금은 가입자의 보험료로 조성된 기금이므로 기금운용에서 가입자의 대표성과 책임성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해외사례에서도 가입자 대표가 배제된 경우는 거의 없다. 캐나다 CPPIB가 예외적이나 보험료와 급여의 수지균형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여유자산을 운용하는 개념으로 국민들의 합의와 수용성을 확보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자산군의 다변화 필요성

 

부분적립방식에서 수익률 위주 투자가 기금고갈시점을 몇 년 연기시키는 효과(이것도 그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와 수익률 위주의 투자가 발생시키는 여러 가지 경제사회적 문제점을 비교형량하여 볼 때 어떤 것에 더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것인지 역시 사회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부문 중 99%이상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금융부문의 투자군은 국내 주식·채권, 해외 주식·채권, 대체투자 5개 항목으로 분류된다. 그 중 국내 채권이 가정 안정적 자산이고 그 뒤를 따라 해외 채권을 들 수 있으며, 국내·외 주식은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투자에는 국내외 부동산, 사모투자 등 다양한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다. 목표 수익률이 설정되면 결국 이와 같은 자산 군 중 통계적으로 검증된 시장 지표에 따라 투자 자산군별로 비중을 설정하게 되는데 이것을 실무적으로 ‘전략적 자산배분’이라고 한다. 기금 운용수익율은 자산군별 투자 비중 결정에 의하여 99% 정도 결정되고, 실제 운용을 통한 수익률 증감은 1% 내외에 불과한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금융부문 투자 기조는 과거 “홈 바이어서”에서 중장기적으로 “해외 바이어스”로 점진적인 변화 과정에 있다. 이와 같은 배경은 국내 투자 자산시장이 국민연금 기금에 비하여 턱없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결과 채권 가격, 주식가격 결정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심지어 가격의 왜곡 현상까지 초래한다는 비판까지 직면하고 있다.  결국 국내의 주식,채권 시장 투자가 조만간 한계상황에 직면한다는 점에서 ‘해외 바이어스’ 방향 선회는 일정 부분 타당성을 인정할 여지도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 기금은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 중 일정액을 강제로 적립하여 미래를 위하여 소비를 유보시켜서 형성되는 것이고, 연금 성숙기에 이르기까지 적립되는 기금의 대부분이 국내 생산 및 일자리를 유발하는 소비를 억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의 경제발전을 위한 자원을 미래를 위하여 유보·적립하는 과정에서 연금급여가 보편화되는 성숙기가 되기 전까지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조성된 책임준비금이 우리나라 사회경제적 투자에 선순환되고, 이를 통하여 청년 일자리 창출, 청년 주거 투자 등을 통한 혼인율, 출산율 제고를 유발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될 수 있다면(이 글에서는 편의상 이와 같은 투자를 ‘사회투자’로 칭하기로 한다.) 이것이야말로 장래의 국민연금 가입자수를 증대시킴으로써 저출산 고령화라는 위험에 직면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직접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회투자’는  과거 기금이 공공부문투자의 제도 운용을 하였고, 그 항목으로 상당 기간 국채 매입을 한 사례에서 보듯이, 법제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며, 국채 매입보다 더 적극적인 공공 투자가 될 수 있다. ‘사회투자’는 기금 운용의 수익률에 더하여 기금의 존립목적에 가장 부합되는 투자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에도 거대기금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서의 국민연금기금의 여유자금 운용 항목에서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더욱 중요성이 큰 투자 부문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

 

흔히 수익률 위주의 투자는 후세대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의미로도 정당화되지만,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 보육시설, 노인요양시설, 공공주택, 그리고 사회적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사회적 균형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어 후세대에게 불리한 투자가 아니며, 중장기적으로 고용의 증대 등을 통해 연금재정의 기반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박윤옥 의원의 개정법률안에서  국민연금정책위원회에서  복지투자의 규모, 사업내용 심의·의결 사항을 새로이 정하도록 하고, 공단 산하에 복지투자본부를 신설하는 안을 제안한 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을 전제로 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기금관리운용체계 개편을 검토함에 있어서는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사회투자가 기금운용에 있어서 중요한 한 축으로 설계될 수 있도록 정부 측에서 보다 진전된 안을 제안하여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맺음말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기금운용체계 개편방향은 국민연금기금의 수익을 높여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인데, 이는 실현가능성도 없이 위험만 가중시키며, 연금기금의 지배구조에서 주인인 가입자들만 배제하는 반민주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임은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다.  특히, 우리 국민연금기금과 비교되는 다른 나라들의 공적연금기금은 모두 제도가 이미 성숙기가 되어 몇 세대를 지속한 상황에서 몇 개월에서 최장 2년 남짓의 책임준비금인 완충기금으로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기금은 성숙기에 이를 때까지 기금을 안정적으로 관리, 운용하여야 하는 현세대 입장에서의 ‘제도의 미래’ 그 자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더 안정성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기금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미국 연기금(OASDI)은 국채에 전액을 투자하고 있고, 일본 연기금(GPIF)은 안정 자산이 채권에 약 66%를 투자하고 있다. 특히 제도에 대한 불신이 크고, 국내 자산시장이 취약한 국민연금의 경우 안정적인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연금지배구조에서 가입자 대표들이 과반수가 되어 의사결정권을 갖도록 한 현행 지배구조상의 민주적 대표성은 현재까지의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자 제도의 본질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가입자 대표들의 전문성은 이를 보좌하는 사무국 및 전문가들의 충원으로 위원들을 보좌, 지원하는 방식으로 위원들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어서 현 제도 상으로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현 제도상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연금 지배구조를 대표성이 없는 금융전문가들에게 일임하고 고위험 고수익 기조로 운용하기 위한 법률개정을 한다는 것은 가입자 및 수급자들 입장에서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기금운용의 원칙은 안정성의 대전제 하에서의 수익성과 공공책임성이고, 기금의 주인인 가입자 대표성은 포기할 수 없는 최고의 원칙이다. 이 점에서 현재의 정부·여당의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 방향은 매우 잘못된 것이며, 폐기되어야 마땅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