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대법원의 정치적 판결
- 정권 눈치 보기, 상고법원 통과를 위한 대법원의 꼼수 -
대법원이 국가정보원의 2012년 대선개입 사건을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항고심에서 인정한 핵심 증거들의 증거 능력 부족을 이유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경실련>은 이번 판결이 정권의 눈치를 본 전형적인 정치적 판결이며, 현재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야당의 반발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규정한다. 이에 대법원의 역행을 비판하며, 서울 고등법원이 법과 원칙에 입각한 판결을 내리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첫째, 대법원은 결정적 증거인 첨부파일의 실질적 증거능력을 외면했다.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파일인 ‘425지논’, ‘시큐리티’의 증거능력은 충분하다. 형사소송법 315조는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는 증거로 인정된다고 규정했다. 해당 첨부파일은 ‘업무일지’의 성격이 명백하다. 결정적 증거인 첨부파일은 당사자가 필요한 내용을 계속 추가, 보충했다. 또한 국정원 직원들의 활동내역과 실적을 반복적으로 기재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개인의 사생활이 일부 담긴 점과 작성자가 법정에서 해당 파일 작성 부인을 근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업무일지’의 성격을 협소하게 바라보고 결정적 증거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대법원이 다시 고등법원에 공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소극적 판결이다.
둘째, ‘425지논’, ‘시큐리티’ 뿐만 아니라 최소 11만개의 증거들도 대선개입을 드러내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개입 트윗들은 1심에서는 11만개, 2심에서는 27만개가 인정되었다. 또한 검찰 측에서는 아직도 80만개를 주장한다. 이 정도의 증거들이 충분히 있는 경우에는 대법원이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대법관들은 나머지 증거들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대법원은 자신들의 직무를 유기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원 전 국정원장에게 유리한 판단을 하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다. 이는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지 않기 위한 권력 눈치 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판결을 유보하고, 핵심 증거를 배제함으로서 원 전 국정원장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었다. 또한 대법관들은 국정원의 선거법 위반을 애써 외면하여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동시에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야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하급심에 부담을 떠넘겨, 1심에서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국정원법은 위반하였으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관들은 대법원이 법치의 마지막 보루의 소임을 망각했고, 사법정의를 포기했다.
사법부는 더 이상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우리 사회의 정의와 진실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국정원의 정치개입에 대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해야한다. 검찰도 ‘성완종 리스트’에서 보여준 정치검찰의 모습이 아닌 진실을 좇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경실련>은 서울 고등법원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리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사법부가 이번에도 독립성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