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위한 「상가임대차법」 개정하라

– 계약갱신 요구기간 최소 10년으로 확대,
철거∙재건축 시 퇴거보상과 우선입주권 지급 의무화,
임대료 인상률 상한 5% 법에 명시 –

경실련은 어제(4.3)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및 임차상인의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 개정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TF」를 구성해 대안을 마련할 예정인데, 정부안 마련 시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실련을 비롯한 중소상인단체 및 시민단체는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상가임대차법 개정 공동의견서를 전달하고, 중소상인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부의 법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장관면담도 요청할 계획이다.

현행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상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으나, 임차인의 투자금을 회수하기에는 짧은 계약갱신요구기간과 계약갱신 거절 시 보상규정 미비로 임차인의 권익 보호에는 미흡하다. 지난 19대 국회부터 20대까지 임차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다수의 법안이 발의되고 개정 논의가 있어왔으나, 사유재산권 제약이라는 반대에 막혀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로소득 성격이 강한 임대인의 재산권보다는 생산 활동에 기여한 임차인의 영업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공정하고 타당하다. 일본, 프랑스, 독일에서도 임차인의 영업권을 사회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만큼 지체 없이 임차인의 영업권을 기본적 권리로 인정하여 계약갱신기간을 확대하고 보상방안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매년 10조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을 5년간 500개 추진할 계획이다. 도시재생사업이나 개발사업은 지역을 활성화시킨다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소유권 변경과 건물 신축을 유발해 상인의 영업환경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정부는 사업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상가임대차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상가임대료 실거래가격을 공개해 상가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자체 등 공공에서 개발계획 및 관련 정책 수립 시 반영하도록 하여 젠트리피케이션을 사전에 방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에 대한 경실련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최소 10년으로 늘려야 한다.
현행 기준은 임차인에게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는 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5년간 계약을 지속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5년간 임대료는 법정 인상 상한률(현행 5%) 내에서 가능하므로 변동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나 5년이 지나면 법적 제한 없이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어 인상된 임대료를 부담할 수 없는 임차인은 비자발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지역활성화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홍대지역의 2000년 이후 폐업한 식당과 카페 등의 평균 영업기간은 5.02년으로 법정 계약갱신기간이 영업기간과 일치했다. 5년이라는 기간은 임차인의 투자금과 노력 등 유무형 자산을 회수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잦은 업종변경과 개폐로 인한 비용은 임차인의 경제적 부담 뿐 만 아니라 사회적 자원낭비다. 불안정한 임차인의 영업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의 특성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기간을 최소 10년으로 확대해야 한다.

둘째, 철거•재건축 시 퇴거보상 및 우선입주권을 보장해야 한다
임대인의 안정적인 영업권 확보를 위해 계약갱신기간 보장은 중요하며, 갱신 거절 시에는 그 사유가 정당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아닌 철거•재건축 시에도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하고 있고 별도 보상규정도 없다. 영국, 일본, 프랑스 법제에서는 상가임대차 계약이 대부분 무기한으로 규정되어 있고,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명확하고 금전적 보상을 전제로 하여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건물에 대한 관리의무는 임대인에게 있으므로 철거•재건축의 경우에 계약갱신 거절 사유에서 제외해야 한다. 다만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임차인에게 적절한 퇴거보상 및 우선입주권을 보장해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일본은 임대인이 일정한 사유로 갱신거절을 하는 경우에도 갱신거절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금전보상 또는 상환하는 경우에만 갱신거절의 정당성이 인정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의 임대차 기간은 9년을 최단기간으로 보장하여 안정적인 영업을 보호하면서 임차인은 3년 기간 단위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임대인은 계약갱신 거절을 용이하게 할 수 있으나 영업소유권을 침해하면 높은 퇴거보상료를 지불하게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임대인이 임대차 해지통지를 하거나 계약갱신을 거절하고자 할 때에는 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재건축과 임대인 본인 사용 시에는 고액의 금전보상을 해야 한다.

세째,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5%로 법제화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월 임대료 인상률 상한기준을 5%로 낮추고, 환산보증금을 인상하는 상가임대차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임차인의 영업권 보장을 위해서는 계약갱신요구기간 확대와 함께 임대료 인상률 기준을 현실화하여 급격한 임대료 인상을 방지해야 한다. 정부가 우선 시행령개정을 통해 임대료 인상률 상한 기준을 기존 연 9%에서 5%로 조정한 것은 신속한 시장 적용을 위한 적절한 조치이다. 그러나 임대료 기준 설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에 규정한 임대료 인상률 상한기준을 법률로 격상하는 내용을 정부 법개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별첨.180404_보도자료_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위한 「상가임대차법」 개정하라

문의.경실련 도시개혁센터 02 3673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