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표의 ‘대통령 모욕 금지령’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
추미애 대표의 ‘문재앙’ 비난 엄정대응 발언을 규탄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을 재앙으로 부르고, 지지자를 농락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 “인신공격을 추적해 단호히 고발조치하겠다”, “이를 방기하는 포털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네이버는 이런 행위가 범람하고 있지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묵인과 방조도 공범”, “가짜뉴스 삭제 조치, 악성 댓글 관리 강화 등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을 금지하겠다는 국민의 대한 엄포이자 인터넷 기업에 대하여 정부 여당의 입맛에 맞도록 여론을 통제하라고 압박하는 것으로써,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표현의 자유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언이다.

정부 혹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반감을 표현할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며, 이러한 원칙은 어떤 정권이든지 대통령이 누구인지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쥐박이’와 ‘닭근혜’를 말할 자유가 있다면 ‘문재앙’을 말할 자유도 있어야 한다. 최고 권력자에 대한 이 정도의 표현이 ‘범죄행위’가 되어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한다면 우리사회에서 누구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특히 국가의 고위공직자나 공적 인물을 향한 표현은 국가 정책이나 공적 사안에 대한 지지·반대의 의사, 즉, 여론이 함축되어 있다.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함부로 ‘범죄행위’로 규정하며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정권에 대한 반대의 의사표현을 듣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적 표현을 문제삼으면서, 포털을 ‘공범’이라 지적하며 “삭제 조치, 댓글 관리를 강화하라”고 발언한 것은 포털로 하여금 정부친화적으로 여론을 통제하라는 주문으로 읽힐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이러한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정보의 매개자인 포털에게 국민의 표현물을 검열하고 차단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포털과 같은 정보매개자에게 게시물에 대한 관리 의무와 책임을 부담시키면 정보매개자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표현물을 삭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명예훼손글이 넘쳐난다는 이유로 도입된 ‘임시조치(게시중단)’ 제도 역시 대부분 소비자불만글이나 공인을 향한 비판글을 무분별하게 차단시키는 데에 남용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 역시 함부로 논하여서는 안 된다. ‘진실’과 ‘허위’를 구분하는 일은 손쉽고 간단한 것이 아니며, 이에 대한 규제는 자유로운 의혹 제기와 검증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음을 상기하여야 한다. 2007년 대선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자의 최태민-최순실 유착 문제를 제기했다가 허위사실공표로 처벌된 김해호 목사의 사례가 그 위험성을 말해준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로써 당시 박근혜를 공격하는 표현에 대한 전방위적인 감시와 검열이 시작된 바 있다. 문재인 정권은 이러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의 행태를 포함한 전 정권의 적폐 청산을 약속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아 출범한 정권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인터넷 실명제 완전폐지 △정보통신망법상의 사업자의 일방적 임시조치 개선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위법성 조각사유 대폭 확대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물 자율규제 전환 등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강화하는 정책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여당이자 “더민주당”의 대표가 전 정부와 다를 바 없이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욕할 자유가 있는 나라를 만들 때,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촛불이 세운 나라라는 의미가 빛나는 것이다.

 

2018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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