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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통신심의를 통한 웹드라마 심의를 우려한다 –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의 동성간 키스장면에 대한 시정요구 결정,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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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의 통신심의를 통한 웹드라마 심의를 우려한다 –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의 동성간 키스장면에 대한 시정요구 결정,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익명 (미확인) | 금, 2016/03/25- 11:09

방심위의 통신심의를 통한 웹드라마 심의를 우려한다.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의 동성간 키스장면에 대한 시정요구 결정,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3월 22일 열린 통신소위(제21차, 2016. 3. 22.)에서, 네이버 tvcast에서 제공되고 있는 ‘대세는 백합’ 웹드라마에 방송된 동성(여성)간 키스 장면 등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로 ‘그 밖의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자율규제 권고)’으로 시정요구 결정하였다.

그러나 방심위의 이러한 심의는 ‘선암여고 탐정단’ 심의 때와 같이 동성애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차별적 인식에 기초한 것이며, 위반 규정의 명확한 적시 없이 추상적인 시정요구 권한을 이용하여 사업자나 콘텐츠 제작자에게 일정한 규율을 압박하는 것으로서 문제가 있다.

이번 심의 건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동성간 키스 장면 등이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이 있음을 전제로 ‘그 밖에 필요한 결정’의 시정요구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이성간 키스 장면과 달리 동성간 키스 장면에 대하여 청소년 유해성 등의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조영기 위원은 ‘우리가 이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를 조장하고 인정해주는 형식이 되어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고려해서 개인적으로 강한 규제를 적용하였으면 좋겠다. (동성애는)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행위이며 청소년에게 확산이 되었을 때 어떤 문제로 발전할 것인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하였다. ‘동성애’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개별 심의기준으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2003년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삭제된 바 있다. 방심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한편 이번 심의는 최초로 방심위가 웹드라마 콘텐츠를 심의한 것이다. 방송 사업자가 아닌 포털이 서비스하고 있는 웹드라마의 경우 현행법상 방송심의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정보로서 ‘통신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방송 심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다행스러우나, 딱히 위반되는 통신심의 규정이나 청소년유해물로서의 근거 규정을 명확히 적시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만으로 웹드라마 플랫폼 사업자에게 시정요구를 결정한 것은 결국 방송과 같은 기준과 시각에서 이를 규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방심위가 지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해 여고생 간 키스 장면 등을 방송한 이유로 ’경고’ 징계를 내린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또한 방심위가 시정요구 규정상 ‘그 밖에 필요한 결정’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이용하여 ‘자율규제 권고’ 등의 이름으로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내용 규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방심위는 자의적이고 인권 침해적인 기준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문화 콘텐츠들의 내용을 검열하여 사업자나 콘텐츠 제작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이번 시정요구 결정을 재고하여야 한다.

 

2016년 3월 25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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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12월 9일 이동통신 3사(SKT, KT, LGU+)를 자사 및 계열사 콘텐츠에 대해서만 배타적이고 차별적으로 소위 “제로레이팅”을 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리고 유선인터넷사업자 3사(KT, SKT와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하는 ‘SK그룹’, LGU+)가 과도한 가격의 전용회선료와 상호접속료를 부과하는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로 신고했다.  

SKT, KT, LGU+등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자사 또는 계열사의 콘텐츠에 대해서만 “제로레이팅”을 제공하여 자신들의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지위를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 전이시켜 <11번가>와 같은 자사 또는 계열사 콘텐츠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비계열사 콘텐츠 회사를 경쟁에서 부당하게 배제하여 왔다. 2018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SKT, KT, LGU+는 2017년말 기준 각각 42.4%, 25.9%, 19.8%의 이동통신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총 88.1%의 합계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각각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된다.

국내 이동통신 소비자 2명 중 1명은 다른 이통사에서 동영상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통사를 바꿀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4월 5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2017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타 통신사에서 동영상 데이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기존 콘텐츠를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5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의 경우도 36.4%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성향이 각 이동통신사의 시장지배력과 합쳐질 경우 콘텐츠시장에서의 경쟁에서 비계열사 콘텐츠사들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의 3호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또 KT, SK그룹(SK브로드밴드, SKT), LGU+는 유선인터넷시장에서 과도한 인터넷접속료, 더욱 정확히는 과도한 전용회선료와 과도한 상호접속료를 받고 있다. 기업들에게 제공되는 전용회선료는 매우 높다. KT는 1 Mbps 월 85만원, SK브로드밴드는 10 Mbps 월 363만원, LGU+는 10 Mbps 월 419만원으로 약관상 나타나고 있는데(권오상 외, 인터넷전용회선 및 IDC 요금에 대한 사후규제 방안 연구, (사)미래연구소 수행, 방송통신위원회 발주 연구보고서, 2018년 12월) AT&T가 100 Mbps 전용회선을 월 1,195불에 제공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금액이다.

상호접속의 경우 중계접속료는 평균 미화 월 9.22달러/Mbps으로서 미국과 유럽의 각각 4.3배, 7.2배에 달한다(Telegeography 자료 2018년 6월 30일 기준). 아시아 내에서도 비교대상으로 볼 수 있는 싱가포르($1.79), 홍콩($1.83), 동경($2.24)에 비해서도 중간값을 비교해볼 경우 1.5배 내지 2배 이상 차이(서울 $3.77)가 난다(Telegeography 자료 2017년 Q2).

전용회선과 상호접속에 있어서 이와 같이 과도한 가격은 독점규제법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의 1호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각국의 통신사 경쟁상황과 GDP대비 상호접속료 가격의 상관관계는 이미 잘 밝혀진 바 있다(2013년 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 보고서). 결국 우리나라의 높은 인터넷접속료는 우리나라의 시장독점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위와 같은 독점가격은 중소콘텐츠제공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며 또 이들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힘없는 개인들도 매스커뮤니케이션에 포용하고자 하는 인터넷이라는 기획이 훼손되어 망중립성이 보호하려는 가치도 손실된다. 오픈넷은 공정위에 이동통신사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

2019년 12월 1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19/12/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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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통신비밀보호법 대안(이하 “법사위 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하지만 법사위 대안은 사단법인 오픈넷이 비판했던 정부 발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아래 세 가지 흠결을 보완한 개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과도하게 긴 통신제한조치 연장기간 단축

법사위 대안은 통신제한조치(감청)를 연장하는 경우 총 연장기간은 1년을 초과할 수 없고, 내란·외환의 죄 등의 일부 범죄에 대하여는 3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는데, 감청의 연장기간을 원칙적 1년, 예외적 3년으로 규정한 것은 근거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긴 기간이라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인권위의 의견이다. 감청의 총 연장기간을 보다 짧은 기간으로 정하고 연장의 횟수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 위치추적과 기지국 수사를 포함한 모든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건 강화

법사위 대안은 정부안과 마찬가지로 통신사실확인자료 중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자료’와  ‘기지국 수사’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기 어렵거나 범인의 발견·확보 또는 증거의 수집·보전이 어려운 경우”에만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하여 보충성의 요건을 추가하였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관련 결정을 반영한 것이다(헌재 2018.6.28. 2012헌마191·550, 2014헌마357(병합), 헌재 2018.6.28. 2012헌마538). 

헌법재판소는 현행법과 같이 ‘수사의 필요성’만을 이유로 국가기관이 위의 두 가지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1) 실시간 위치추적의 경우, 혐의가 있는 사람에 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위치정보는 통신의 내용만큼이나 “사적 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고, (2) 기지국수사의 경우, 수사 편의를 위해 “범죄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의 정보를 대량으로 제공받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사위 대안의 내용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최소한의 요구만을 반영한 것이며 위 두 가지 통신사실 확인자료뿐만 아니라 모든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의 요건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일반적인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에 있어서도 미국의 기준(‘관련성을 보여주는 구체적이고 명시가능한 사실의 증명’)이나 독일의 기준(‘통신데이터의 수집이 사건의 죄질에 비추어 적절한 관련성이 있는 때에 한하여’)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수사의 필요성’은 터무니없이 낮은 요건이기 때문이다.

감청 통지 절차 개선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의 대상자에 대한 사후통지만 규정하고 있고 사전통지는 규정하고 있지 않아, 정보주체로서는 그 사실을 통보받기 전까지는 자신이 어떤 절차와 내용으로 감청당했는지 알 수 없는 구조이다. 사후통지의 경우에도 감청의 집행 종료일이 아닌 감청을 집행한 사건에 관한 처분을 한 날을 기준으로 통지를 하고 있으며, 또한 그 사유에 대해서는 통지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보주체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사후통지를 받더라도 자신이 어떠한 사유로 감청당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 또한 통지유예 제도에서 유예 기간을 한정하고 있지 않고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 등 수사기관의 승인으로 유예를 할 수 있어 사실상 무기한 통지유예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법사위 대안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통지 절차만 개선할 뿐 감청 통지 절차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결국,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해서는 비교적 빨리 통지를 받게 되는 반면, 사생활의 비밀을 더욱 크게 침해하는 감청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의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 피감시자는 자신이 감청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할 수 없다는 큰 모순이 존재한다. 감청에 대해서도 사후통지 기간을 ‘집행 종료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또는 가능하면 더 단기로 개선해야 한다. 또한 법사위 대안의 통지 조항에 의하면 여전히 수사기관의 승인으로 통지유예를 할 수 있게 되어 무기한 통지유예가 이루어질 수 있다. 통지유예에 대해서도 적정한 통지유예 기간을 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게 하며, 통지유예 결정 자체도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국회는 법사위 대안의 흠결을 보완하여 국민의 통신 비밀을 더욱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2020년 1월 2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논평] 정부는 헌재 결정 취지에 충실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새로 마련하라 (2019.05.09.)
[의견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정부안)에 대한 오픈넷 의견서 (2019.05.10.)
통보되지 않는 감청·메일수색 (한겨레 2009.07.10.)
목, 2020/01/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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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제출 의무는 예단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필수적이며 

이번 사건은 성격상 대중에게도 공개되어야 할 사안 

법무부는 지난 2020. 2. 4.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소장 제출 요청에 대해 공소사실의 요지만 전달하고 공소장 원문 제출을 거부했다. 공소장 전문을 제출할 경우 사건 관계인의 사생활·명예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무죄추정 원칙 등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국회의 국정감시 기능과 국민의 알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정으로 철회되어야 한다. 

공소장은 검찰의 공소권 행사를 의미하는 공공문서이자 그 근거를 설명하고 있는 공공정보로서의 성격도 가진다.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공소장 공개는 더 근본적으로는 국민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검찰의 공소권 행사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이는 공소장의 국회 제출 관행이 2005년 참여정부 때 검찰의 기소기밀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법무부의 공소장 제출 거부는 이렇듯 국회에 국정감시 권한을 부여한 헌법에 위배된다. 뿐만 아니라 사법활동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행사해 줄 국회의 권한을 규정한 법률에도 정면으로 위반된다. 국회법 제128조에 따르면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명백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한, 행정부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법무부가 근거로 든 ‘형사사건 공개 금지에 관한 규정’은 내부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여 이를 이유로 한 거부는 상위법에 위반된다. 형사소송법 제47조는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 조항의 입법취지는 ‘여론재판’의 우려 때문에 일반에게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국회에의 자료제출 거부를 정당화하는 근거조항이 될 수는 없다. 일부 학자들이 법무부를 옹호하는 근거로 삼고 있는 독일형법 353d조 역시 ‘여론재판’을 막기 위한 것으로서 일반에 대한 공개만을 범죄시하고 있을 뿐이다. ‘국회에 제출되면 일반에게 공개될 것 아니냐’는 주장은 법무부가 우선 국회법상의 의무를 이행한 후에 할 수 있는 말이며, 국회가 합법적으로 취득한 문서를 어느 시점과 기준에서 일반에게 공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이다. 이번 사건의 공소장은 현 정부가 임명한 검사들이 청와대 간부들의 선거개입을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문서이자, 이들 확신의 근거가 되는 공소사실을 열거하고 있는 문서라는 점에서, 이는 국회 제출을 넘어 일반 대중의 정당한 알 권리의 대상으로 마땅히 공개되어야 하는 문서다. 이러한 중요한 문서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다는 결정은 오히려 민주주의 기능에 심대한 해악을 불러올 수 있는 결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편 최근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 등을 통해 형사사건 정보를 독점·통제하려는 방향도 언론의 자유와 알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위 훈령은 형사사건 공개의 금지를 원칙으로 천명하며 예외적 공개의 요건, 범위, 방식도 기존보다 엄격히 한정하고 있다. 특히 검사와 수사관에 대한 개별 접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였는데, 부당한 외압이나 내부적 문제도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검찰 등 중앙 권력의 정보 통제가 강화될수록 검찰 권력에 대한 언론·국민의 견제와 감시는 어려워지고 밀실수사나 독선적 공소권 행사 관행은 공고해질 위험이 높다.

사회의 커다란 문제를 드러내는 사건·사고들은 보통 형사사건이며,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예외적으로 순수한 사인으로서의 사생활이나 기밀로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되어 사건의 실체나 검찰의 공권력 행사에 대하여 국민이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간 수사·재판 전후를 불문하고 공개된 형사사건 정보를 바탕으로, 대중의 문제제기와 토론이 활성화되어 사건의 다양한 측면이 파악되거나 더 심층적인 수사와 엄단이 가능해진 사례들, 혹은 검찰의 인권침해적 수사나 무리한 법적용, 봐주기식 수사 등의 문제가 드러난 순기능적 사례가 매우 많다는 것을 상기하여야 한다.

법무부는 ‘공소장에 적힌 공소사실이 기정사실화되어 형사피고인의 명예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 공소장 공개를 거부하였다. 그러나 이는 공소장이 형사절차에서 공방의 주체 중 하나인 검사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점을 대중에게 강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부당한 여론몰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휩쓸리지 않고 무죄추정 원칙이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재판을 담당하는 사법부의 몫인데, 이를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에 문제된 사건은 전직 청와대 수석과 현직 울산시장 등 고위공직자 13명이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서 중요한 공적 사안이다. 그런데 이 사건마저 관련자의 명예와 권리 보장이 국민의 알 권리보다 우선시되는 것으로 판단한다면, 앞으로 모든 형사사건 정보가 비공개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법무부가 더 이상 국회나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겠다고 정치적으로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공소장의 공개를 결정함에 있어서 공소장의 공개가 초래하는 피고인 1인에 대한 예단의 위험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형사사건 정보나 재판의 공개는 단순히 형사피고인 개인이 부당한 재판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재판은 그 피고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판례 및 사법관행의 성립에 영향을 주어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주게 되어 있다. 법치주의 하에서 국민이 국가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려면 자신의 재판뿐만 아니라 타인들의 재판에 대해서도 알 권리가 있으며 공소장은 알 권리 행사에 있어서 핵심문서가 된다.  

‘공판이 시작되면 어차피 공소장이 어차피 공개될 것이니 이번 사안이 공소장 공개 시점에 대한 것이지 공개 여부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알 권리에 대한 침해가 심하지 않다’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형사든 민사든 재판기록을 일반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공판 개시 이후에도 재판기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피고인 측 뿐이다. ‘공판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읽지 않느냐’는 반론 역시 공소장을 그대로 읽지 않을 수도 있고 축약해서 읽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문서 원문을 보는 것과 낭독을 듣는 것은 차이가 있다.  

국민의 알 권리는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공론장을 형성할 수 있는 토대다. 국가는 공공정보의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여 진정한 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법무부가 공소장 등 형사사건 정보에 대한 과도한 비공개 방침을 철회하고 비례 원칙에 맞는 형사정보 공개 방침을 수립하기를 바란다.

2020년 2월 1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20/02/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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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감염자의 과거 위치정보를 국가기관이 강제적으로 수집함은 물론 장래의 위치를 감시하기 위해 손목밴드 등의 기기착용을 강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미 시민단체들은 이렇게 수집된 정보가 과도하게 일반에게 공개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와 별도로 국가기관이 이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 대해서도 프라이버시 보호의 대원칙을 위배할 우려에 주목한다.  

감염자 및 감염의심자의 위치 확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으로 강제수사와 비슷한 수준의 프라이버시권 제한이 이루어지고 있다. 감염병예방및관리법 제76의2조 제1항과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감염자나 감염의심자의 인적사항, 진료기록, 출입국 기록, 신용카드 및 교통카드의 사용명세 및 CCTV 내역을 제3자에게 요청하여 수집할 수 있고, 동조 제2항에서는 이중 위치정보에 대해서는 보건당국뿐만 아니라 기초 및 광역지자체장도 경찰을 통해 전기통신사업자 및 위치정보사업자로부터 수집할 수 있다. 본인이 감시대상이 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닌 행적이 고스란히 국가에 의해 취득된다. 

국가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 위한 원칙을 따르자면, 사생활의 비밀이라는 기본권도 법률에 의해 강력한 공익적 목표를 위해 제한될 수는 있다.  압수수색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범죄수사라는 공익적 목표 때문 정당화된다. 하지만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과 같은 요건이 충족될 때만 가능하며 그 판단 역시 수사의 진전에 이해관계가 없는 공직자, 즉 판사에 의해 영장이라는 사전서면승인절차를 거쳐야만 이루어진다. 

그런데 감염병예방및관리법 하에서 강제적인 정보수집은 정보수집에 이해관계를 가진 보건당국 스스로의 판단 하에 이루어지며, 심지어 위치정보에 대해서는 선출직인 기초지자체장의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판단이 자의적으로 내려지지 않도록 통제할 안전장치가 없다. 국가기관이 정보주체의 의사에 반하게 영장없이 강제적으로 과거의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상시적 법제를 갖춘 나라는 거의 없어 싱가폴 외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시대응에 준하는 한시적 입법으로 비슷한 정보수집을 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의회에서는 비슷한 조항을 논의하다가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폐기된 바 있고, 정보의 중앙수집 없이 감염자의 폰에 근접한 폰들에 자동으로 경고신호를 보내주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유럽의 국가들은 궁극적으로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감염자를 상대로 세밀히 감시하는 것을 인권침해로 간주하여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첫째, 신용카드 사용명세, 진료기록부, 상세 위치정보(기지국위치정보뿐 아니라 GPS정보까지)에 이를 정도로 세세한 사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둘째, 심지어 감염자가 아닌 감염의심자까지 감시대상에 포함하고 있는데 감염의심자에는 접촉자가 아닌 “접촉의심자”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셋째, 정보수집을 온갖 범죄에 대한 수사 즉 별건수사를 할 수 있는 경찰을 통해 하고 있어 문제이다. 다만 우리나라법의 해당 조항에서 정보수집·제공 사실을 정보주체에게 통지할 의무, 감염병 예방 및 전파 차단의 목표로만 정보가 이용되어야 한다는 목적 제한, 업무 종료시 지체 없이 파기할 의무를 규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과 같은 전 지구적 위기는 모두에게 처음이며 특히 범죄수사 외의 목적으로 위치정보를 강제수집하는 것이 타당한지, 타당하다면 어떤 기준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국제인권기준은 명백하지 않으며 위와 같은 정보수집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검사를 자신있게 많이 할 수 있었던 것도 위와 같은 제도를 통해 접촉자나 접촉의심자를 다수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법이 국제적 지평 내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의식하면서 위 법을 집행하고, 위기상황을 벗어나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자가격리대상자의 위치감시

정부는 격리대상자의 위치감시를 위해 손목밴드 착용의 강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자가격리앱은 격리자의 동의에 의해서만 설치되어 설치율이 낮고 폰을 두고 다니거나 위치추적기능을 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질문에 답이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자가격리 명령은 감염병예방및관리법 제42조에 따라 이루어지고 이를 어기면 처벌도 된다. 이와 같은 준법의무 외에 자가격리앱이든 위치추적 기기이든 특정 기기나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국민의 신체에 강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만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하물며 자동차 안전벨트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이 있기 때문에 강제될 수 있는 것이다. 과속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조항 만을 근거로 속도감시앱을 국민의 자동차에 설치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법률의 준수는 국민의 윤리적인 책임으로 맡겨져야지 물리적으로 강제한다는 것은 고도의 사회적 동의를 필요로 한다.  

결국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자가격리앱의 설치를 격리대상자에게 강제할 수 없었던 것인데 방법이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즉 손목밴드로 바뀐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또 설치율 제고가 아니라 탈착방지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손목밴드든 뭐든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어차피 그런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고 그런 처벌규정이 없다면 자가격리앱과 똑같은 실효성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감염자가 아닌 사람에게 접촉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자가격리 명령이 내려지는 경우 더욱 더 비례성에 어긋난다. 

선거운동기간인 현재 국회를 통해 이와 같은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손목밴드 착용의 강제가 불가능한 이상 정부는 손목밴드 착용 강제 계획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 때문인지 강제가 아니라 동의를 얻어서 시행하겠다는 말도 들리는데 그러면 설치율 제고를 어차피 할 수 없고 탈착이 불가한다면 더욱 설치율은 낮아질 것이다. 

방역격리 명령의 준수를 물리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특정기기의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타당한지 국제적인 인권기준 역시 아직 불분명하다. 대한민국은 입국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국경통제를 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국가이며 입국자 격리에 대한 감시욕구가 더 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권 제한의 대원칙은 지켜져야만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을 통해 지키려는 우리 사회의 가치들이 온전히 보호될 것이다. 

2020년 4월 1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20/04/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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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터진 대규모의 디지털 성폭력 사건은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유난히 관대했던 우리 사회가 치르는 아주 가슴 아픈 대가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이 대가는 우리 사회가 아니라 날이 갈수록 그 수법이 잔인해지는 성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왔던 여성들이 치르고 있다. 수법이 점점 잔인해지고 대범해지는 디지털 성폭력을 포함한 성폭력에 제동을 걸고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이나 규제가 성범죄를 해결하는 만능의 열쇠는 결코 될 수 없다.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4월 6일 강력한 처벌을 위해서 성범죄와 음란물을 명백히 구분하는 법제 변경을 요구하는 한편 부작용을 막기 위해 플랫폼에 책임을 과도하게 지우는 규제에 반대하는 논평을 낸 바 있다. 이어 오픈넷은 디지털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1) 성범죄 촬영촬영물 소지죄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시작할 것과, (2) 이른 시기부터 포괄적인 성교육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성인 대상 성범죄 촬영물 소지죄에 대한 신중한 논의 필요

지난 국회에서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발의되었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개정안 중 일부는 성인(주로 여성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대상 불법 촬영물과 복제물 소지죄를 신설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것을 여성계에서 꾸준히 요구하였으나 우리 사회는 무심하게 대처해왔다. 성폭력 전반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무관심은 남성들이 강간문화로 연대한다는 표현까지 만들어냈으며, 가해자들이 더욱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끔 유도한 토대가 되었다.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성범죄를 어떻게든 빨리 위축시킬 필요가 있다. 성범죄 촬영물 소지죄의 도입은 현 상황을 진정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현행법상 성범죄 촬영물의 소지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소지만 처벌하는데, 그 이유는 아동의 성행위 촬영은 그 아동에게 항구적인 정신적 피해를 남기며 그 촬영물에 대한 소지 욕구가 촬영행위를 촉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성범죄도 다르지 않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과 청소년과 아동의 섹슈얼리티는 남성들의 그것과 달리 취약해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 간주한다. 강간 장면의 촬영 또는 n번방과 같은 강요와 협박에 의한 성행위 장면 촬영 역시 피사체인 여성에게 비슷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소지와 촬영 사이에 비슷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성범죄 촬영물 소지죄 도입을 우리 사회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섣부르게 소지죄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도입 방식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성폭력처벌법상 불법 촬영물 소지죄가 도입된다면  한국은 성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성범죄 장면을 촬영한 영상물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처벌받는 첫 국가가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심지어 실제 살인행위나 강간행위를 촬영한 영상물인 소위 스너프 필름에 대해서도, 살인행위나 강간행위 등 실제로 이루어진 범죄행위는 처벌되지만 영상을 소지했다고 처벌받는 소지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죄가 남용되어 왔던 과거 역시 소지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우리나라 현행법상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결과물을 의미하는 불법 촬영물의 개념이 촬영과 배포의 전후 정황을 모르고 범하게 되는 소지행위에 적용될 경우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연출된 영상과 진짜 범죄영상을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성행위와 촬영이 모두 합의 하에 이루어진 후 유출만 의사에 반하게 된 경우에도 소지죄가 적용되어야 하는지도 세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따라서 소지의 처벌은 촬영된 행위가 범죄행위인 경우로 한정되어야 함은 물론 그 사정을 소지자가 알고 있는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 또 고발 및 수사목적의 소지는 일반인에 대해서도 허용되어야 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촬영물 소지죄의 형량은 아동 성착취물 소지죄보다 높아서도 안 된다.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성교육의 지향점과 교육안 재설계해야

성폭력과 같은 범죄를 강력한 처벌과 규제 만능주의로 억누르면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결과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과 규제가 성폭력 범죄를 없애지는 못한다. 모욕죄로 성희롱을 고소하고 처벌할 수 있으나 모욕죄의 존치로 성희롱을 뿌리뽑지는 못하듯이 말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섹슈얼리티의 취약성이 오히려 비례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처벌과 규제는 사회적 약자들의 섹슈얼리티가 취약하다는 것을 인정할 뿐 왜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 섹슈얼리티의 취약성과 이를 이용한 낙인찍기와 혐오 조장이 왜 남성들의 경우에는 해당되기 어려운지, 이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이러한 영상물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행위가 왜 범죄인지, 피해자의 위치에 결박당한 사회적 약자가 위치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등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성범죄 촬영물”과 “야동”을 혼동하는 일부 남성들의 그릇된 인식과 피해자들이 성적 낙인이 두려워 피해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이번 사건의 피해규모를 키운 요인이었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처벌보다 시급하다. 형식상으로만 존재하고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는 초중고등학교 성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실시하고 성교육의 지향점과 교육안을 재설계해야 한다. 

유네스코는 2017년 성교육을 생물학적 특징이나 생식기와 연관된 개념으로 한정하지 않고 인간의 생애에서 성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교육이라는 의미에서 포괄적 성교육이라 규정하고 <성교육 국제 실무 안내서> 개정판을 출간했다. 전 세계의 청소년들이 후천면역결핍증과 성병, 예상치 못한 임신, 젠더 기반 폭력, 젠더 불평등이 만연한 곳에서 안전하게, 자신의 삶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적인 성관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포괄적인 성교육의 핵심 역할로 설정하였고, 청소년이 향후 타인과 원만하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위한 지식, 기술, 태도, 가치를 갖추도록 하는 데 포괄적 성교육의 목표를 두었다. 또한 다섯 살 때부터 성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는 성에 관한 이야기로 넘쳐나지만 정작 성을 매개로 한 건강하고 안전하고 즐거운 관계 맺기의 방법과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 그 정보에 접근하고 취득할 수 있는 경로에 관한 논의는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다. 성에 관한 논의의 초점이 성관계와 사회 구성원 재생산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성은 성교를 포함한 성행위, 성별, 성역할 등 성에 관한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생물학적 조건에서부터 경제적, 사회적 조건 등에까지 영향을 광범위하게 미치는 요인이다. 성에 관한 협소한 초점은 사회적 구성원들이 성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다. 이와 같은 지점을 고려해 재설계한 내용으로 이른 나이부터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강간 장면이나 성을 매개로 사회적 약자를 겁박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은 “야동”이 아니라 그 배포나 소지가 범죄일 정도로 위험한 물건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신체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범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과 아동청소년들이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변화는 현장의 교사들이 성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전환을 전제로 한 성교육의 필요성과 적극적인 교육 실행에 공감하고 실천해야 가능하다. 여성주의에 공감하는 개개인들의 실천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변화

법적 처벌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변화이다. 강한 처벌은 인식변화를 앞당기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단기간 동안은 강한 처벌로 다스리되 처벌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성범죄 촬영물이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성교육을 생물학적 특징이나 생식기와 연관된 것이 아닌 성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교육으로 재정의하고 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사회구성원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0년 4월 16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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