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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연말정산으로 세금 12만원 늘었다? 이것 참 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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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연말정산으로 세금 12만원 늘었다? 이것 참 멋지네!”

익명 (미확인) | 수, 2016/03/09- 10:23

희망제작소‧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시대정신을 묻는다④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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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파행의 궁극적 목적은 무상급식 정당성 훼손이다.”

복지정책 전문가인 오건호(52)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과의 인터뷰 중 이 말이 귀를 확 잡아끌었다.

누리과정 파행 사태는 볼수록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못 주겠다고 하고, 교육청은 어서 내놓으라고 하는 사이에 어린이집은 교사 월급을 못 준다 하고, 학부모들은 가계 부담이 늘게 됐다고 아우성친다. 국가 예산이라는 게 실시간으로 증감하는 것도 아닐진대, 왜 이런 파행이 벌어지고 장기간 공방만 오가는지 시민들로서는 알 수가 없다.

오 위원장은 “무상급식의 정당성, 즉 보편복지의 방향을 훼손해서 기존의 선택적 복지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도가 정부에 있다”고 분석했다.

“공방을 계속하다가 불가피하게 서로 타협한다고 가정해보죠, 정부가 누리과정 어린이집 몫 필요 예산의 절반, 약 1조원만 교육청에 떠넘겨도 자체 수입이 거의 없는 교육청은 아주 힘듭니다. 다른 사업을 먼저 줄이더라도 결국은 무상급식을 선별지원 방식으로 바꾸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겁니다.”

학부모들도 “정부가 돈이 없다는데 어쩌겠나, 여유 있는 집에서 급식비 조금씩 내는 게 학교 시설 못 고치고 기본 교육 사업들이 파행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하고 현실적 판단을 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경상남도 무상급식 중단 국면의 여론조사에서 학부모들이 그런 반응을 보였다.

또한 오 위원장은 “이렇게 무상급식 정당성을 훼손하면 진보 교육감들이 가져간 교육 현장의 행정 권력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보수 진영의 노림수도 엿보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복지 없는 증세’는 사실과 다르다

애초에 이날 인터뷰의 초점이 여기 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 분석은 핵심적인 문제의식과 이어진다. “진보 세력은 뭘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2010년 무상급식 논쟁으로 보편복지 의제가 다소 갑작스럽게 대두된 이래, 이 의제를 내실화하는 데 무슨 노력을 했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 위원장은 “이제부터라도 아래로부터 벽돌 쌓듯 복지 의제를 만들고, 복지 세력을 형성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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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 기획한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를 위해 오건호 위원장이 희망제작소를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3일이었다. 인터뷰는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이 진행했다.

사회학 박사인 오 위원장은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냈고 2012년부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 바로 전날(2월 2일) 출범한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이하 어린이병원비연대)의 공동대표직도 맡고 있다.

이렇게 직함만 보고 무슨 일을 해왔는지 분명히 알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오 위원장의 모든 활동의 지향점은 ‘복지국가'(welfare state)에 있다. 복지국가는 복지 수준이 높은 국가 정도로 이해해도 틀리지는 않지만 사회보장제도와 최저임금, 고용 제도 등이 잘 갖춰진 서구권, 특히 북유럽과 같은 국가를 일컫는 용어이기도 하다. 오 위원장은 이 복지국가의 관점에서 정부의 정책, 선거 공약 등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자임해 왔다.

그런 오 위원장이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 대해 ‘증세 없는 복지가 아니라 복지 없는 증세’라는 야권의 비판은 동의할 줄 알았다. 반대로 그는 “책임 있는 위치라면 그런 부정확한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요 몇 년 사이 대한민국 복지 시스템은 상당히 나아졌고 수혜자도 꽤 늘었다고 했다.

중간계층 불안 원인은 ‘사회안전망 부재’

그 자세한 설명을 듣기 전에, 그럼 우리가 왜 복지가 늘어났다고 느끼지 못 하는지를 들어보자. 이 답은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의 첫 질문인 “대한민국 현실에 진단을 내려 본다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의 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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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를 사로잡고 있는 건 불안입니다. 어느 계층에나 불안은 늘 있지만 시대적 징후로써 강하게 느껴지는 건 중간계층의 불안입니다. 특히 현재에 대한 불안보다는 미래 불안이 큽니다. 앞으로 자신이 하향 이동하리라는 불안, 노후가 위태롭고 자식세대의 앞날도 깜깜하다는 불안입니다.”

중간계층이 불안을 느끼는 건 시스템이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1980~1990년대 초반만 해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게 봤으니 계층 상향의 꿈이 있었고,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자기 삶도 나아지리라 여겼는데, “기업이 언제든지 나를 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 믿음이 깨졌다는 것이다.

‘중간계층의 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이중화‧극화가 심해지면서 서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도 공통으로 겪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불안이 더 큰 이유가 바로 ‘복지’에 있다.

오 위원장은 “40~50대가 힘든 이유가 우리 사회에서는 한 번 삐끗하면 미끄럼틀을 탄 듯이 내려가고, 다시 오를 계단은 없기 때문”이라면서 “거기다 사회에는 받아줄 최소한의 안전판이 없다보니 계층 변화를 극도로 두려워하게 된다”고 했다.

사람들이 사회의 안전판, 즉 복지 시스템 강화를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오 위원장은 “실제로 2010~2014년 우리나라의 복지 확대 과정은 서구 복지국가 형성과정과 비교해도 굉장히 빨랐다”고 했다.

무상급식이 시작된 지 3~4년 만에 전국으로 확대됐고, 무상보육도 논의가 시작된 지 2~3년 만에 전면화됐다. 기초노령연금이 2008년 도입된 뒤 7년 만에 두 배인 20만원으로 올랐다. 국민연금과 연계되는 방향으로 차등은 생겼지만 말이다. 대학 등록금도 애초에 과도하게 높은 것이 문제였고, 계층별 차등 지원 방식이지만 총액으로 보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오 위원장은 이런 내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지난 4~5년 간 복지의 양적 확대는 대단했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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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자리를 잃더라도, 잠시 사정이 나빠져도 복지가 있으니까 괜찮겠구나” 하는 안정감은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위원장은 그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사회보험 복지의 취약입니다. 최근 보육과 기초연금 영역에서 복지가 확대됐지만 우리나라 복지체계의 근간은 질병‧노후‧실업 등에 대비하는 사회보험입니다. 아직 이 영역에선 복지가 제자리걸음이고 사각지대도 심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복지가 빠르게 늘어도 생활에 안정감을 줄 정도에는 이르지 못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복지 확대과정에서 형성돼야 할 사회적 연대와 협동이 빈약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오 위원장은 “복지는 단순히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종합적 안전망”이라며 “사회적 문화적 정신적 안전망까지 돼 줘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복지가 안전망이 되지 못 하는 것은, 지극히 물량주의적으로 정치권에 의해 위에서부터 선사되는 방식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2010~2014년 복지 확대는 정치권에 의해 ‘포퓰리즘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복지 확대를 요구해 온 쪽에서 가장 불편해 할 말이 ‘포퓰리즘’일 것 같은데, 오 위원장은 거리낌이 없었다. “복지는 선물처럼 받는 것, 주면 좋고 안 주면 아쉬운 것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는 선물이 아니라 연대해서 만드는 것”

복지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일까? 복지와 연대‧협동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오 위원장은 어린이병원비연대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어린이병원비연대는 “어린이 병원비를 국가가 전액 보장하라”는 운동을 펼치기 위한 단체다. 오 위원장은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누적흑자가 17조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어린이 병원비 전액 보장에 필요한 연간 5,000억 원은 큰 부담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만 이뤄지면 당장이라도 ‘어린이 무상의료’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위’에서 결정해서 도입하는 방식이라면 그 다음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오위원장은 어린이병원비연대 운동에 기대가 컸다. 이 조직은 기존의 사회운동단체보다는 복지시설‧사회복지사‧어린이지원기관 등 일반 시민조직을 주축으로 한다. 이후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지역조직 등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아래로부터 함께 실천하는 경험을 통해 어린이 병원비 해결을 넘어서 공공의료를 향한 시민주체도 형성하겠다는 포부다.

물론 공공의료, 무상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원이 필요하다. 오 위원장은 “우리부터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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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가 하늘에서 떨어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특히 직장 건강보험은 노사가 5대 5로 내는데, 사측은 보험 수혜자가 아니다보니 이 비용이 커지는 데 강력히 저항합니다. 그럴 때 노동자부터 ‘우리도 더 낼 테니 기업도 더 내자’고 할 수 있어야 건강 보험 보장성을 올리는 데 대한 합의가 가능해집니다.”

그러지 않고 건강보험료 인상을 다 같이 반대만 한 결과가 사보험 시장 성장이다. 어린이 대상 사보험만 해도 4조원 규모다. 오 위원장은 “무상의료는 좋을 것 같긴 하지만 경로가 보이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사보험을 선택하게 된다”면서 “공적 건강보험으로도 무상의료가 가능한 경로를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그 힘을 키우자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정산으로 자녀공제 축소? 한 번 더 하자!”

‘건강보험료를 더 내자’는 것은 ‘세금을 더 내자’는 주장과 같은 방향이다. 오 위원장은 증세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무상의료‧무상보육과 같은 보편복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선별복지는 재정을 따지지 않아요. 정해진 재정을 놓고서 선별된 대상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겁니다. 보편복지는 모두에게 가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재원이 늘어야 합니다. 세입과 세출의 두 바퀴가 같이 가야 하는 것이죠. 무상급식 국면에서 서구에서 보편복지 담론을 급히 들여오긴 했지만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보니 세출 바퀴만 돌고 세입 바퀴는 제자리인, 제자리에서 맴돌면서 땅을 파고 들어가는 수레가 된 겁니다. 이대로는 복지가 더 확대되지 못하고 피로감을 주는 논란만 되풀이될 우려가 큽니다.”

보편복지가 북유럽 등에서 성공한 것은, 중상위 계층 이상에게까지 복지를 제공하고, 그 이점을 체험한 사람들이 증세에 합의하고, 이를 통해 재정이 확대되니 전체 복지 수준을 다시 올릴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이를 “코르피라는 학자가 말한 ‘재분배의 역설’, 즉 부자에게 복지를 주는 것이 재분배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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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증세를 거부하는 데는 보수‧진보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연말정산에서 일부 계층에서 세금이 늘어난 사태를 ‘세금폭탄’이라고 공격한 야당과 진보 언론들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말정산 사태에서 논란이 된 건 자녀 관련 공제였어요. 출산을 했거나 6세 이하 자녀가 2명 이상 있을 때 세금이 늘어난 것으로 나왔지요. 제가 마침 여기에 해당되는데 두 아이가 6세 이하여서 12만원이 늘었습니다. 물론 ‘안 그래도 양육비 많이 드는데 이게 웬 세금폭탄이냐’하고 화 낼 수 있지요. 하지만 ‘이거 멋지다! 한 번 더 하자’라고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오 위원장은 “자녀 관련 세금 혜택을 왜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양육비가 많이 드는데 그에 대한 사회보장이 빈약하니까 세금으로나마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2013년부터 전 계층에 무상보육이 시행됐으니 이를 감안해서 세금혜택을 줄인 것이다. 오 위원장은 “저로서는 두 아이로 인해 연간 500만~600만 원의 무상보육 혜택을 받고 세금은 12만원 늘었으므로 반가운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이거 멋지네!’ 한다면 다른 것도 시도해 보자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세액공제로 전환된 의료비‧교육비 지출 항목들을 무상의료‧무상교육을 조건으로 아예 없앨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현재 상당 규모로 존재하는 근로소득공제‧인적공제 항목 등으로 이야기를 발전시킬 수 있다. 아동수당 도입‧기초연금 인상‧주거복지 등 다수 서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복지와 연동해 이러한 공제까지 단계적으로 손보자고 말이다.

오 위원장은 “세금을 더 낸 대신 복지로 돌려받는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줄 수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다. 그 혜택을 각자의 이득으로만 해석해서는 한계가 있다. 무상급식이 처음 화두가 되었을 때 “가난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듯이 ‘함께 잘 살자’는 생각, 공동체 중심의 관점에서 복지 확대와 증세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복지 성과가 ‘한여름 밤 꿈’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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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증세에 저항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다. ‘직장인만 유리지갑’이라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탈세를 일삼는데 직장인들만 꼼짝없이 세금을 다 낸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제 어느 사업장이나 신용카드 사용 비율이 무척 높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정도까지 불합리하지는 않다”고 했다.

불요불급한 정부 지출을 줄이면 되지 왜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느냐는 논리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오 위원장은 “제일 답답한 게 증세 얘기만 하면 ‘4대강 사업 안 하면 되지’라는 반응”이라면서 “4대강 사업은 이미 끝났는데 지금 그 얘기만 해서 어떻게 진지한 논의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지출 구조조정으로 조성할 수 있는 재원은 한정적이라는 게 오위원장의 판단이다. 이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덜 알려진 정보가 세금에 대한 것”이라면서 “강의 등으로 정확한 정보를 접하고 나면 증세 동의로 생각을 바꾸는 시민들이 많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정리하면, 오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불안, 특히 중간계층이 무너진다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복지를 통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하며, 이는 정치권에 요구해서 선물 받듯이 받을 것이 아니라 어떤 복지를 원하는지 뜻을 모아서 요구하고, 그에 필요한 증세에도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서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지 못 하면 앞으로 한국 사회는 어떻게 될까? “2010~2014년 사이 잠깐 경험한 복지국가의 비전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 당장 해 나가야 하 것은 ‘복지국가’를 위해 진지하게 의제를 기획하고 전략을 짜고 확산시킬 ‘복지세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안타깝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복지세력이라고 부를 만한 주체는 미약하다”고 했다. 야권 정치인들이 2010~2012년 정치적 국면에서 무상급식 정당성을 주장하고 지켜 오기는 했지만 위에서 말한 연대와 협동, 함께 만드는 복지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박근혜 정부가 막 던져 놓은 복지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고, 축소 방침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시민의 힘 믿고 복지의제 과감하게 기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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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부정적이지는 않다. 오 위원장은 “우리에게는 복지국가 세력의 씨앗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했다. 2008년 촛불 시위 때 조직되지 않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왔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이때 외쳤던 ‘함께 살자 대한민국’의 구호에서부터 경쟁보다 협동‧연대를 지향하는 시민성이 새롭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지금까지 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기업 등이 확산돼 온 것도 새롭게 발견된 시민성이 바탕이 된 것으로 오 위원장은 해석했다. 물론 2010년 이후 확대된 복지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도 소중한 밑거름이다.

또 다른 근거도 있다. 지난해 연말정산 이전까지 여러 여론조사나 학계 조사 결과를 보면 “복지가 늘어난다면 세금을 덜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찬반 응답이 절반씩 나왔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단순히 세금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저 조사에서 ‘있다’고 답한 50%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원하는 복지 수준이 가능하려면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한 사람들이 ‘우리 자식 세대가 살아가는 사회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승자독식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비참한 나락에 빠지지 않는 대한민국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복지국가 세력’의 씨앗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정치권도 보다 과감하게 복지 의제를 기획하고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오 위원장은 강조했다.
“이전까지 복지 정책에서 관전자‧수혜자였던 사람들이 이제 직접 토론하고 참여하며 의제를 쌓아 간다면 더 이상 정부도 정치권도 정책이나 공약을 막 던지고 ‘안 되면 말지’식으로는 하지 못 합니다. 더 이상 시민들이 그냥 보아 넘기지 않을 것이니까요. 그렇게 하나 둘 쌓아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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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두 시간 남짓으로 그리 길지 않았지만 분량은 상당했다. 말투가 온화해서 잘 느껴지지 않을 뿐 말이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최대한 쉽게 말하려 했고 사안마다 배경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야만 상대의 공감을 구할 수 있는 분야에서 오래 일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오 위원장은 다음 회의 일정을 위해 바삐 희망제작소를 떠났다. 듣는 내내 생소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었지만 지나고 돌아보니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였다. 세금을 내는 사람과 세금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결국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정리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권하형 | 사진작가
영상 : 이윤섭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비디오에디터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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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3/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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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가 집중되는 시기입니다. 쉼과 휴식도 어느샌가 일처럼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멈춰 돌아봅니다.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쉼을 얻는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맞는 쉼 법을 찾으며 삶을 다독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홀로있기

 

어긋난 균형을 조용히 바로잡는 시간

허정우 실무자의 나홀로 쉼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저는 언젠가부터 인공적인 생활환경에 갇힌 채 빠른 속도를 ‘견디며’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백패킹과 프리다이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7년째 하고 있는 백패킹은 혼자 조용한 산이나 바닷가, 계곡에 가만히 앉아 주어진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자연 속에서 먹고 자는 것이 주된 행위이기 때문에 준비와 요령이 적잖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도구들을 넣을 수 있는 배낭 하나만 있으면 원하는 곳으로 단출하게 갈 수 있습니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는 사색을 해도 좋고,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어도 만족감이 큽니다. 흔히 말하는 ‘멍 때리기’만 해도 좋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그때의 감정들을 곱씹어 보고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됩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서 감수성을 깨우고 싶으면 ‘굳이’ 배낭을 짊어지고 자연 속으로 들어갑니다.

원시시대부터 자연 속에서 살아가던 경험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인지 요즘 백패킹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좋지 않은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마치 포장마차에 온 것인 양 술판을 벌이며 고성방가를 하고, 온갖 종류의 오물을 곳곳에 투기하고, 나무를 끌어 모아 캠프파이어를 하고, 자연을 헤집고 망가뜨린 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돌아갑니다. 백패킹을 하는 사람으로서 반면교사로 삼고 있습니다.

백패킹의 제1원칙은 ‘흔적 없이’입니다. 다녀갔던 흔적이 없으려면 자연히 준비물도 간소해집니다.
세상과 단절되어 쉼을 찾고자 하면서 세상을 싸 들고 오는 행위는 하지 않습니다.
먹을거리는 가급적 불을 사용하지 않는 비화식(非火食)으로 준비하고, 되가져올 것을 감안해 식품 포장도 최대한 줄여서 챙깁니다.
되도록 휴대폰도 멀리합니다. 이동은 등산로를 이용하고, 다른 등산객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쉰다면서 힘들게 배낭 메고 산에 올라가서 자는 이유를 많이 묻는데, 그때마다 ‘기운이 생긴다’고 답합니다. 백패킹은 참 좋은 쉼입니다.
빠르게 흐르는 도시 삶의 메마른 일상과 생각을 다시 채우고 균형을 맞춰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주말에도 맑은 새소리와 향긋한 커피향, 기분 좋은 산들바람을 느끼러 다녀올 예정입니다.
바쁜 도시 생활로 머릿속이 건조해지셨다면 배낭을 둘러메고 자연 속에서 자연처럼 시간을 보내는 백패킹을 권하고 싶습니다.

 

허정우 한살림연합 실무자

 

 

2. 관계맺기

 

함께라서 쉴 수 있어요

<숲육아> 소모임의 더불어 쉼

 

 

아이는 선물처럼 이 세상에 옵니다.
하지만 탄생의 기쁨과 함께 부모는 곧 잠이 부족해지고, 잠시도 아이에게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할 즈음이 되면 아이들의 지치지 않는 체력을 따라가기가 벅찹니다.
아이는 존재 자체로 행복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기쁨과 걱정, 행복과 수면 부족이 교차하는 육아의 순간순간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면 어떨까요?

한살림성남용인의 육아 소모임 <숲육아>는 3년 전 비슷한 또래의 엄마 조합원들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미세먼지가 많지 않은 날에 <숲육아> 단체 채팅방에 공지를 띄웁니다.
‘오늘 4시, 분당중앙공원으로 모이세요.’ 모임에 참여하는 조합원 11명 중에서 시간이 되는 사람은 아이와 함께 나옵니다. 오랜 시간 가족처럼 정이 들어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도 계속 놀러오는 분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퀵보드를 한쪽에 세워놓고 나뭇가지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잔디밭에서 나무 밑동을 한참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엄마들은 돗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가 잘 있는지 수시로 고개를 돌려봅니다.
혼자라면 눈코 뜰 새 없겠지만 여러 명이 함께 신경 쓰니 앉아서 대화를 나눌 여유가 생깁니다.

“모임에 나오기 전에는 아이랑 하루 세 번씩 산책을 나갔어요.
이젠 아이들끼리 자연에서 에너지를 쏟을 수 있으니까 엄마몸도 편하고 아이도 하루를 알차게 보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 같아요.” 신지윤 조합원은 <숲육아>에 함께 하면서 좋은 점을 설명했습니다.
7개월 된 아들을 둔 <숲육아>의 막내, 강찬미 조합원은 <숲육아>에 함께하면서 힘든 시간을 함께 나누고, 언제든지 도움을 구하기도 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족처럼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말에는 다 같이 “맞아! 맞아!” 하면서 공감을 합니다. <숲육아>에 참여하는 엄마들끼리 아이를 같이 돌보기도 하지만, 아예 본인 집에서 모임을 열어 집까지 맡겨 놓고 따로 시간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 쉰다고 하면 혼자 보내는 시간을 생각하지만 때론 함께라서 더 좋은 쉼이 되기도 합니다.
한살림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쉼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3. 나만나기

 

최은승 조합원의 명상을 통한 쉼

고요하게 머물며 나를 만납니다

 

집 근처에 삼일공원이라고 있습니다.
쉬는 날이면 휴대폰과 손수건만 챙겨 들고 경쾌한 걸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나무 아래 손수건을 깔고 누워 눈을 감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나를 느낍니다. 종종 반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차분하게 명상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갖고 돌아오는 길은 더없이 상쾌하고 즐겁습니다.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삶의 때를 한 겹 벗기고, 새롭게 에너지를 충전하는 듯합니다.

명상의 즐거움을 모르는 가족들은 가끔 이해를 못하겠다고 얘기하지만, 제가 이런 쉼에서 얻은 에너지로 다시 가족들에게 기운을 북돋을 때는 명상의 효력(?)을 어렴풋이 느끼는 듯합니다. 특히 딸이 회사 생활의 고단함을 저에게 토로할 때 진심으로 들어주고 긍정의 기운을 보내면 딸도 지친 마음에 위로를 받습니다.
예전에는 옳게 처신하는 방법을 알려줘야한다는 사명감에 내 말을 하기 바빴는데, 이젠 명상을 통해 넓어지고 환해진 마음 덕분에 온전히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하고 있는 명상은 한살림연수원에서 배운 ‘한밝음명상’입니다.
호흡을 편안하게 하며 마음속에 어떤상을 그리며 집중합니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이나 아름다운 풍경, 좋아하는 영화의 장면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계속 그 상을 생각하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봅니다.
감각이 섬세해지고 현재의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며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도 차분하고 고요하게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됩니다.
명상의 기쁨을 안 뒤로 시간이 나면 조용한 곳에 가서 명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저에게는 명상이 곧 휴식이자 저를 돌보는 일인 것 같습니다. 고요하게 머물며 나 자신을 성찰하고 내 마음의 그릇을 커지게 하는 일입니다.
때로는 여행길에서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앉아 명상을 하다보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된 듯 한 기분입니다. 나이를 잊고, 처지를 잊고, 걱정을 잊고, 대신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편안함, 평화로움, 생명력을 얻기 때문입니다.

 

최은승 한살림서울 조합원

 

 

4. 땀흘리기

 

김기중 조합원의 몸을 움직이는 쉼

몸을 움직이고 땀 흘리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쉬게 해요

 

체온이 상승하면 우리 몸은 땀을 냅니다.
더운 여름 불청객 같은 땀이지만, 우리 몸은 땀을 통해 몸 속 노폐물을 배출하고 피부 표면을 식혀 체온을 떨어뜨립니다.
이렇게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땀과 함께 쉼을 얻는 사람 이야기입니다.

한살림고양파주 김기중 조합원은 텃밭을 가꾸고, 한살림 생산지에 방문해 땀 흘리고 일하며 쉼을 누립니다.
지난 6월 7일, 괴산에 있는 우리씨앗농장 손모내기 행사에 참여한 김기중 조합원을 만났습니다.
땀 흘리기는 적극적인 쉼의 방법 김기중 조합원은 한살림에서 활동가로 있으면서 텃밭 소모임을 꾸렸습니다.

혼자서는 망설였던 일을 활동가가 되고 나니, 한살림에 이런 활동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렇게 7년 전 처음으로 조합원들과 텃밭을 일구었습니다. 활동가를 그만둔 지금도 여전히 텃밭을 가꿉니다. 주말이면 10평 남짓한 텃밭에서 몸을 움직이며 땀을 흘립니다.
그는 땀 흘리는 쉼이 ‘적극적인 쉼’의 방법이라 이야기합니다. 몸이 가는대로 두지 않고, 쉼을 찾아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인다는 의미입니다.

다 한살림 덕분이에요 김기중 조합원은 한살림이 아니었다면 이런 쉼을 누리지 못했을 거라 합니다.
한살림 활동가로 한살림을 시작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났고, 그 기운으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강의에서 사람은 ‘머리와 몸, 마음이 균형을 이루며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쓰면 그만큼 몸도 움직이고,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리를 많이 쓰게 되는데, 그만큼 몸이 움직이는 시간을 마련해야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에게는 텃밭 가꾸기만큼 생산지 일손돕기 역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생산자 이야기를 들으며 땀 흘리는 삶에 대한 확신과 존경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화, 2018/07/0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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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최근 대서양을 마주한 미국과 영국의 정치판에 새로운 사회주의 그룹이 강력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Financial Times 의 경제해설가인 Mr. Martin Sandbu 는 북유럽의 사회주의정책에 대한 매우 신선한 시선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는 양국의 사회주의 그룹에게 독선적이고 교조적 입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미래를 열어가도록 몇 가지 조언을 던지고 있다. 우선 북유럽국가들은 세계화에 친화적인 높은 개방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개별 기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외부환경을 국가단위의 강력한 사회안전망으로 유연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역동적 복지국가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부실한 실업복지 탓에 실업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현실에서 격렬한 노조의 저항으로 산업의 구조조정이 심히 어려운 한국의 현실에 매우 소중한 이야기이다. 또한 북유럽이 복지라는 주제를 넘어 혁신과 성장 영역에서 가장 모범적 국가로 성장한 원동력은 노동시장의 강력한 사회연대임금(compressed wage), 즉 임금간 격차를 축소시킨 것이 혁신기제로 작동하여 산업구조의 전환과 신규 투자를 강력히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의 현재적 어려움을 모두 최저임금 탓이라고 몰아가고 있는 기득권 세력과 보수언론들이 반드시 귀를 기울어야 할 대목이다. 다른백년은 ‘최저임금의 적정인상’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혁신정책 임을 다시 천명하는 바이다.


 

때로는 가장 예측 가능한 일이 가장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되는 ‘사회주의’ 를 보라. 이들 국가에서 사회주의가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로 재탄생하고 있다.

10 여 년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자본주의의 실패한 민낯을 드러냈고, 덕분에 좌파 정치인들에게도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선진국의 기존 좌파 정당 중 대다수가 기득권과 타협하면서 정치세력을 키우지 못하고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렸다. 재기가 아니라 후퇴를 하는 듯 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아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좌파 정치인들은 1990년대 소위 “제3의 길”을 거부한 이들이다.

영국에서는 제러미 코빈(Jeremy Corbyn)이 당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최근 당원수가 급증한 노동당의 당수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2016년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의 사회주의운동이 경선에서 인기를 끌며,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이 위협을 느끼며 기부금 모금을 위해 뛰도록 만들기도 했다. 최근 미국의 정가에서는 샌더스와 뜻을 같이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그리고 라시다-틀라입(Rashida Tlaib) 등이 민주당의 당선이 확실한 주요 지역구 연방의회의 경선에서 승리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젊은 미국인의 약 절반 가량이 “자본주의”보다 새로이 등장하는 “사회주의”를 선호한다.

그 결과 이 새로운 사회주의자들이 말하는 “사회주의”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사회주의는 보편적 의료서비스나 근로조건의 개선과 같은 정책이 작동하는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사회적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표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의 반대개념이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지지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코리 로빈(Corey Robin)은 대립적 정치이론으로 “사회주의”를 옹호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자유를 박탈하는 반면 사회주의는 노동자를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들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경쟁 내지는 양립이 불가능한 제도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개념적 차이는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냉전시대라면 이런 생각이 힘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적 이분법이 가능했을 때에도 북유럽은 분명 자본주의의 경계 안에 속해 있었다. 그저 “자본주의”에 반대되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찬성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회주의자들의 이상에 가장 근접한 북유럽 사회의 경험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그 동안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구성요소, 즉 생산수단의 국유와 사유, 공적 규제와 시장 경쟁, 세금에 의한 재분배와 고용주와 노동자가 결정하는 임금 등을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혼합경제-mixed economy”라는 말로 표현되어 왔다.

칼럼_180921
사회주의 국가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정책이 바로 보편적 복지라고 불리는 평등한 복지 정책이다.

만약 오늘의 사회주의자들이 이 혼합체에서 자본주의가 하는 역할을 무시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리더를 따를 수조차 없게 된다. “사회주의자” 라고 부르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은 북유럽에서 다음의 세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첫째, 북유럽은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포용한다. 이들의 혼합경제 모델은 국제무역 노출도가 높은 국가라는 점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이는 우연이 아니다. 시민들은 무역이 부를 창출한다는 것과, 그러나 급작스러운 글로벌 변동성의 위험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이해했고, 그 결과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보험적 요소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다.

즉 “사회주의”를 표방하려고 한다면, 경제적 개방성만은 확실한 사회주의적 요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미국 좌파는 오히려 무역 자체를 반대해 자신들과 북유럽 모델을 연계하려는 노력을 무력화한다. 영국의 사회주의자들이 들고나온 “Lexit”, 즉 유럽 국가 간 원활한 무역을 가능케하는 규칙을 벗어나자는 유혹 역시 마찬가지다.

둘째, 북유럽의 경제평등주의는 개괄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상세내용까지 알려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상세내용이다. 북유럽 모델의 성공은 고도로 압축된 (조세 및 이전지출 전) 시장임금의 분배 등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달리, 부와 자본소득의 분배, 정책을 통한 사회임금 이전 등은 다른 국가들도 시행하는 일반적 내용이다. 북유럽의 성공은 재분배의 극대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재분배적 권한에 과도하게 의존할 필요가 없는 산업영역의 효율적 경제를 구축함으로써 가능했다.

이는 세번째 교훈과 맞닿아 있다. 북유럽 모델의 성공은 대부분 국가들처럼 직접적 개입이 아니라, 특별히 노동시장 내 사회조직 간의 균형잡힌 상호작용에서 기인한다. 사회주의 옹호자들은 북유럽 경제 내 노동조합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 이들은 경영주들의 합리적 구성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세상을 그저 노동자 대 자본가로만 보면 경영주들이 더 합리적으로 구성될수록 노동자의 권리에는 손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북유럽의 사례를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합리적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개별 기업에게 부담인 듯 보이는 사실(예건데 노동조합과 연대임금)이 경영주에게 오히려 전체 비즈니스에 이득을 가져오는지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는 압축된 임금구조(평균적 사회연대임금)가 생산성을 증진시켜왔다. 경쟁력이 없는 산업분야에 노동력을 비생산적으로 사용하기엔 대가가 너무 크고, 차라리 숙련된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면 기업은 혁신적 산업 분야에 투자를 가속화하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일 것이다. 같은 논리로써 능숙한 기업 경영인은 기술진보로 인한 혼란을 겪는 노동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간의 적응과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영미에서 이야기하는 새로운 사회주의라면,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를 더욱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며, 북유럽인들은 세계 1,2차 대전 사이에 형성한 자유/중도주의의 위대한 통찰, 즉 지혜로운 정부의 개입은 자본주의를 발전시키고, 노동자들에게 더욱 좋은 경제 시스템을 만든다는 주장을 옹호하는 것이다. 기득권과 타협적인 사회주의 중도파는 금융위기 전과 후의 과정에서 나쁜 평판을 얻었을 수 있다. 그러나 새로이 시작하는 사회주의자가 결벽증 때문에 북유럽의 유연하고 역동적인 사회주의를 거부한다면 그들의 목표 역시 좌절되고 말 것이다.

 

Financial Times

마틴 샌드부(Martin Sandbu)

 

 

 

금, 2018/09/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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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몬산토반대시민행진 한살림과 함께 해요

 

몬산토반대시민행진(March Against Monsanto)은 2013년 5월 25일을 첫 시작으로올해 4회를 맞는 국제규모 행사입니다. 몬산토와 GMO에 반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행사로 한 날 한 시,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왔습니다.

 

5월 21일(토) 오후 2시 광화문 6번 출구 앞에서 함께 만나 외쳐요!

“노노 GMO! 밥상살림 한살림!” / “노노 GMO! 농업살림 한살림!” / “노노 GMO! 생명살림 한살림!”

2016몬산토반대시민행진 바로가기

 

 

2016 몬산토반대시민행진의 날_0521

 

화, 2016/05/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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