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민주적 통제를 시도한 시민운동들이 제기해온 이슈와 그것이 미친 영향들을 검토하고 있다.
9/11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민주주의와 안보, 전쟁과 평화에 관한 다양한 논쟁들이 있어 왔다. 이 글의 의도는 미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나 개인들이 테러와의 전쟁이나 이라크 침공에 대해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에서 과연 어떤 법적인, 혹은 기타 제도적인 수단들을 사용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글은 몇몇의 특징적인 단체들, 주로 부시 행정부의 전쟁권한 남용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왔거나 행정부가 벌인 전쟁의 잘잘못을 따지려 했던 단체들의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시민단체들은 일반적으로 정부의 정책집행에 개입하기 위해서 사용가능한 모든 제도적 수단을 찾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그들의 노력을 추적함으로써 미국의 다양한 제도와 법 조문들 속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하지 않는 정부 행위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통제수단들의 실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Ⅰ. 서문
Ⅱ. 개괄: 테러와의 전쟁과 민주주의를 둘러싼 논쟁들
1. 이른바 ‘적전투원’에 대한 무기한 구금과 고문
2. 시민자유의 제한
3. 대통령 군사력 사용권한의 남용
Ⅲ. 미국 시민운동의 대응
1. 테러와의 전쟁에 맞선 미국 시민운동들
2. 법률적 수단 사용사례 1: 관타나모 수감자 권리운동 및 전쟁범죄 고발운동
3. 법률적 수단 사용 사례2: 불법 사찰과 국가기밀 지정 남용에 대한 도전
4. 대의제 수단에 호소한 사례1 : 대통령 탄핵운동
5. 대의제 수단에 호소한 사례 2: 국방예산 삭감 및 이라크 철군운동 Ⅳ. 약평: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시민의 자구적 대응수단과 제도권의 반응
1. 시민의 사법적 자구수단들과 그 효과
2. 시민의 정치적(대의제적) 자구수단들과 그 효과 Ⅴ. 오바마 행정부와 대테러 전쟁의 전망
1. 오바마 집권 이후 시민사회운동이 제기한 이슈들
2. 오바마 행정부와 새 의회에서의 논의들
3. 약평과 전망
2016. 05. 26. 오바마 미 대통령 히로시마 방문 즈음 한국인 원폭 피해자·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한국인 원폭 피해자·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사죄하라
한국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인정, 조사, 배상에 나서라
2016/05/26(목) 오전 10시, 주한 미국대사관 앞 (광화문 KT 앞)
오바마 미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즈음하여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대표들, 환우 2세 대표, 피폭자 지원단체로 구성된 일본 방문단이 출국에 앞서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원폭 1세, 2세 등 피해 당사자들과 지원단체들은 출국 기자회견을 통해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과 요구 사항, 한국 원폭피해자와 시민사회단체 공동 입장, 히로시마 현지 활동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원폭피해자들과 시민사회 대표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사죄할 것 ▶ 한국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인정, 조사, 배상 등 모든 피폭자에게 정의와 인권을 되돌려주기 위한 행보에 나설 것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또한 참가자들은 ‘핵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동북아 비핵지대 건설 ▶ 일본이 보유한 막대한 양의 플루토늄 제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자회견에는 심진태(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한정순(한국원폭2세환우회 명예회장, 차무남(한국 원폭피해자협회 대경지부 사무장), 고일국(한국 원폭피해자협회 전 서울지부장), 심명자(대의원) 등 원폭 피해 당사자들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합천평화의집 등 30여명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활동가들이 참가했습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및 시민사회 공동 입장>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사죄하라!
미국은 한국인 피폭자의 공식 인정과 진상조사와 배상에 나서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찾는다. 우리는 우선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크게 환영한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최초의 핵폭탄 투하라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미국의 대통령이 이제야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것에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인 원폭) 피해자에게 사죄할 뜻이 없다"고 밝혔으며, 히로시마 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방문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우리는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매우 실망스럽게 생각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한국과 일본의 원폭 피해자들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원폭 희생자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미국은 엄청난 반인륜적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개발, 투하하였다. 그것도 군인이나 군사시설도 아닌 출근길 민간인들을 겨냥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무차별적인 대량 살상을 자행하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지금도 미국의 반인도적 행위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일제 침략과 식민 지배로 인한 강제 징용과 이주 등으로 일본에 머물다 피폭을 당했고, 피폭 후에도 한미일 당국의 외면과 무시 속에서 2중, 3중의 고통을 당하며 살아온 역사의 최대 피해자들이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는 그 수가 무려 7만 명~10만 명으로 일본인 피폭자의 1/10이 넘으며, 사망자는 4만여 명으로 일본인 사망자의 1/6에 달한다.
살아남은 한국인 피폭자 5만여 명 중 4만 3,000명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이들과 그 후손들은 가난과 주위의 냉대, 국제적, 국가적 무관심 속에서 원폭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하나, 둘 죽어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희생자들의 병마가 대를 이어 후세들에게 유전되고 있지만, 그들은 원폭 피해의 유전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무서운 병마와 싸우면서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피폭된 지 71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한국인 피폭자들의 피해에 대한 조사도, 한미일 당국의 사죄와 배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외교적 무능에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과 이를 비호하며 원폭 투하의 원죄적 책임을 회피해 온 미국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미국 정부가 나서 한국인 원폭 희생자에 대한 공식 인정과 진상조사와 배상을 하는 것은 원폭 투하의 원죄적 책임을 지고 있는 미국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인도적 도리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방문과 사죄는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방문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면담 요구조차 거절하였다.
이에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이 원폭 투하에 대한 진정어린 반성과 희생자들에 대한 심심한 사죄와 위로에 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임기말 공적 세우기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나아가 가해자로서의 일본의 멍에를 벗겨주고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적 행보를 정당화하려는 데 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하자마자 ‘핵 없는 세계’ 실현을 주창했으나 이후 행보는 핵무기를 현대화하는 등 실망 그 자체였다. 이에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진정으로 ‘핵 없는 세계’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핵무기 불법화 및 핵군축과 전면 폐기를 통해‘핵 없는 세계’라는 인류의 지향을 실현하는데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한다.‘핵 없는 세계’는 한반도 평화협정과 연동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이를 도약대로 삼아 동북아비핵지대 건설로 나아간다면 그 실현 가능성이 훨씬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일본이 보유한 막대한 플루토늄을 폐기하는 일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일본은 원폭 피해자임을 부각시키면서도 미국과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의 수천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사실에 일본의 원폭 피해를 알고 있는 모든 인류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에서 반인륜적인 핵폭탄 투하가 두 번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미일 양국 국민과 전 인류에게 경종을 울리는 최소한의 의미라도 찾아볼 수 있기 위해서는 모든 원폭 희생자들에게 인권과 정의를 되돌려 주는 것이 그 전제로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귀하가 히로시마를 방문하면 먼저 아무런 죄도 없이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인한 강제징용과 피폭이라는 이중, 3중의 고통 속에서 죽어간 한국인 원폭피해자 위령비를 찾아 사죄할 것을 요구합니다.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피폭을 당한 원폭 피해국입니다. 한국인 피폭자는 그 수가 무려 7만 명~10만 명으로 일본인 피폭자의 1/10이 넘으며, 사망자는 약 5만여 명으로 일본인 사망자의 1/6에 달합니다. 살아남은 한국인 피폭자 5만여 명 중 4만 3,000명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이들과 그 후손들은 가난과 냉대, 국제·국가적 무관심 속에서 원폭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하나, 둘 죽어갔습니다. 더욱 쓰라린 것은 우리 후세들이 원폭피해의 유전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지금도 무서운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피폭 7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인 피폭자들의 피해 전모에 대한 조사도, 사죄와 배상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외교적 무능에도 그 책임이 있지만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과 이를 비호하며 원폭 투하의 원죄적 책임을 회피하는 미국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엄청난 반인륜적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개발, 투하했습니다. 그것도 군인이나 군사시설도 아닌 출근길 민간인들을 겨냥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무차별적인 살상이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지금도 미국의 반인도적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귀하가 2009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한 것은 핵무기의 이러한 가공할만한 위력과 이것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과 자연환경에 끼칠 파괴적이고 참담한 결과를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핵 없는 세계’는 피폭자들에게 인권과 정의를 되돌려주는 것으로부터, 한국인 피폭자들을 비롯한 33개국의 피폭자들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마땅한 것입니다. 그러나 역대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핵 없는 세계’를 주창한 귀하마저도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한국인 피폭자 관련 정보와 자료를 공개하고 한국인 피폭자 실태에 대한 전 방위적인 진상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을 귀하에게 요구합니다. 현재 한국원폭피해자 협회의 등록된 피폭자들은 2,584명 (2015년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기준)에 불과합니다. 핵의 참상을 존재 자체로 증명하는 이들의 평균 연령은 80세입니다. 몇 년이 지나면 우리는 다 죽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혹시 미국이 피폭자들이 다 죽기만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피폭 증거가 말살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미국이 핵무기 사용과 그 피해에 대한 책임을 인정·조사하고 사죄와 배상에 나설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또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을 요구합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 다수는 일본의 식민지배로 강제로 징용된 노동자들입니다. 우리는 아무런 죄도 없이 일본에 끌려가서 고통을 겪었지만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외면했고 일본인 원폭 피해를 위한 ‘원호법’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배제하고 차별했습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 및 그 후손은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의 증인이자 전쟁과 핵 피해의 산 증인 입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고통이 개인적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식민지배와 강점과 미국의 원폭 투하에서 비롯된 것을 생각할 때, 미국과 함께 일본 정부의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한 인정, 조사, 사죄와 배상은 당연한 소임이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귀하의 히로시마 방문이 피해자로서의 일본을 부각시키고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아베 정권의 의도에 이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귀하의 히로시마 방문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피폭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로 이어져 반인륜적인 핵폭탄 투하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미국민과 인류에게 경종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핵무기의 현대화를 중단하고 핵무기 불법화와 핵군축과 전면 폐기를 통해 ‘핵 없는 세계’라는 인류의 지향을 실현하는데 앞장서 줄 것을 모든 피폭자의 이름으로 간절히 촉구합니다.
"어느 누구도 집에 월급을 가져가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아야 한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2013년 4월, 백악관에서 성명이 발표 됩니다. 4월 28일 노동자 추모의 날을 기리는 추모 성명에는 유독 새겨들을 만한 말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재능있고, 역동적이고, 효율적인 노동력을 자랑합니다. 노동자들은 우리의 가정에 전기를 들어오게 하며 우리의 가족이 먹을 식량을 생산합니다. 그들은 고층빌딩을 세우고, 상품을 시장에 수송하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품들을 만들어 냅니다. 아울러, 그들은 우리 경제의 중추를 형성합니다. 국가로서, 우리는 이러한 핵심적인 일을 수행하는 남성과 여성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매년 200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나라, 대한민국을 사는 노동자들은 어떨까요? 쉴 새 없이 고층 빌딩을 쌓아올리고, 수많은 가전제품과 신선한 먹거리를 생산합니다. 그런 그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고, 그러게 조심하지 그랬어."
우리는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합니다. 사용자와 노동계약을 맺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 노동계약의 숨겨진 의무가 하나 더 있는데 혹시 아시나요? 노동자에게 성실하게 노동할 의무를 부여하는 동시에 사업주에게는 안전배려의 의무가 부여됩니다. 들어보셨나요?
우리는 일을 하다가 다치면 스스로 잘못 여부를 따지면서 주눅이 듭니다. 혹시 병원에 다니게 되어 보상을 받고 싶어도 회사에 누가 될까봐 산재보험 신청을 꺼립니다. 신청을 하고 싶어도 회사에서 회유를 합니다.
"그냥 공상(회사가 치료비를 내는 방식) 처리 해줄게."
산재보험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일을 하다가 다치면 무조건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사고나 질병은 산재 통계에서 자취를 감추고, 산재보험 통계는 마치 한국이 매우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인 것처럼 보여주는 근거가 됩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숨겨진 사고와 질병들은 더 큰 사건을 만들어냅니다. 바로 죽음이죠. 하루에 5~6명이 일을 하다가 죽습니다. 이번 4월도 그랬습니다.
지난 4월 11일 45세의 노동자가 컨테이너 스툴과 고소차 사이에 협착돼 사망했습니다. 이어 4월 18일, 37세의 노동자가 굴착기 엔진덮개와 붐대 사이에 협착돼 사망합니다. 4월 19일 54세의 노동자가 지게차 앞바퀴에 깔려 사망합니다. 모두 한 회사입니다. 올해 3월과 2월에도 사망사고가 1건씩 있어 올해 총 5명의 노동자가 한 사업장에서 사망했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사망 1위에 빛납니다. 아무리 그런 '노동안전 후진국'이래도 이건 심하지 않나요? 위의 5명이 사망한 기업, 현대중공업은 2015년 3명, 2014년 9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일을 하는 건가요? 아니면 죽음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건가요?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일하다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 숫자가 약간씩 줄기는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OECD 1등 국가죠. 10년 전에 비해 경제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져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지만, 후진적인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정규직 노동자를 새로 뽑지 않고 그 자리를 하청노동자로 채웠기 때문입니다. 원청 노동자들이 꺼려하는 위험 작업을 하청노동자는 묵묵히 할 수밖에 없었고, 외주화된 위험은 하청노동자의 사망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를 제일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2013년 여수 대림산업 폭발사고입니다. 이 사고로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현대중공업도, 전체 노동자의 60%가 하청업체 소속이며 올해 사망한 5명의 노동자 중에 3명이 하청소속입니다.
치명적인 노동 현장 사고를 줄이려는 방안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첫째, 노동자 사망이나 사망에 준하는 사고가 빈발하는 사업장은 하청을 금지하고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게 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기업(대부분은 원청)에서 예방에 관한 책임을 지라는 것입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안전경영을 하겠다며 3000억 원을 투입하고 협력사 안전요원을 2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냈습니다. 회장을 포함하여 임직원 4000명이 모여 '안전결의대회'도 열었습니다.(물론 올해도 비슷한 걸 했죠)
그렇게 했는데도 올해 오히려 사고 사망자수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 현재와 같은 원·하청 구조에서는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소설 <성채>의 주인공 앤드루 맨슨은 장티푸스의 원인을 하수도로 지목하고 이를 개선하려고 하지만 실패합니다. 결국, 하수도를 폭파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하수구가 건설되면서 그 마을의 장티푸스를 해결합니다. 이처럼 도저히 해결책이 없다면 기존의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이 즈음에서 다시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를 생각합니다.
둘째, 기존의 원·하청 구조를 도저히 바꿀 수가 없다면 정부가 원청의 하청에 대한 산업안전책임을 강화시키고 이를 감독해야 합니다.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고용노동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자료를 보면 2014년 6월 기준으로 산업안전 근로감독관 실무인력은 972명이고, 근로감독관 1인이 담당하는 사업장 수가 1736개입니다. 하루 1개의 회사만 감독한대도 4년이 넘어야 다 돌아볼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사업장 위험 불시점검, 내부고발(신고자 철저한 보호) 등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고, 궁극적으로 근로감독관의 수도 늘려야 합니다.
동시에 중요한 법이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기업살인법이 있습니다.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죽는 일은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고 보는 거죠. 당연히 기업에 중한 책임을 물립니다. 실제 그 법이 효과를 발휘하여, 한국에서 노동자 10명이 죽을 때, 이 법이 있는 영국에선 1명의 노동자가 죽습니다. 한국에선 현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이름으로 입법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의 예를 다시 들겠습니다. 2014년 4월에도 노동자가 연달아 3명이 죽었습니다. 노동건강연대는 현대중공업의 대표이사를 고발했죠. 그 뒤에도 사망이 이어져, 그 해에만 9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고발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무죄, 현대중공업 기업 벌금 1500만 원. 이정도 처벌이면 하루에 몇 억씩 버는 기업에서 위험을 제거할 이유가 있을까요? 하루빨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기를 빕니다.
마지막으로 원·하청 구조도 바꿀 수 없고, 노동부 기업 감독 활동도 늘릴 수 없고, 기업의 보상책임도 강화할 수 없다면, 차라리 노동자에게 다 맡기면 어떨까요. 노동자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먼저 중‧고등학교 때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중요과목으로 채택해 공부하게 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사협의회에 미리 참가해보는 실습을 하며 MSDS(물질안전보건자료)와 보호구 산업안전보건규칙을 알 수 있는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취직하면 '유니언숍'에 의해 100% 노동조합 조합원이 되게 하는 겁니다. 이건 대안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일을 하다가 죽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진지한 질문입니다.
1970년 전태일이 분신하자, 그의 친구가 되지 못했던 대학생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공장으로 가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조건 개선에 헌신했습니다. 1988년 열다섯 살 문송면 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하자 우리 사회의 전문가, 노동운동이 연대하여 노동자건강권 운동을 펼쳤습니다. 원진레이온이라는 섬유회사의 대규모 직업병의 비극(반드시 한번 검색해 보시길)을 거치며 원진전문병원이 건립됐고, MSDS(물질안전보건자료)가 도입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백혈병 싸움을 시작으로 하는 싸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일을 하다가 죽임을 당한 노동자와 직업병에 신음하는 노동자들을 잊지 않았고, 그들과 함께 투쟁했으며 한 걸음씩 나아간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6년 4월 28일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에, 아직도 1년에 2000명이 일을 하다가 죽는 대한민국의 막막한 현실 속에서 우리 시대의 과제를 떠올려 봅니다. 세월호 사건 2년, 일터 안에서 밖으로 뻗어가는 위험에 속수무책인 대한민국을 봅니다. 그 큰 사건의 진실조차 오리무중인 여기에서, 사회를 구하려는 방법, 노동자를 구하려는 방법, 우리를 구하려는 방법, 당신은 무어라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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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지크프리드 해커 명예 소장 “미, 직접 대화로 북한 핵 문제 풀어라” – 미 NYT 기고문 통해 다자간 대화 기조 폐기 지적 – ‘미국 우선’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 대외 정책 시험대 미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있음에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에 관한 한, 그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
세계사적으로 좌파가 몰락하고 있으며, 우리를 둘러싼 4강 모두 극우 성향 지도자가 정권을 잡고 있다. 한국만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4강 지도자와 대화할 수 없고 고립무원에 빠지게 된다. 3.13 경남도청 출입기자 간담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4강의 지도자들. 말하자면 거구들입니다. 거구 국수주의자들. 트럼프나 시진핑이나 푸틴, 전부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국수주의자들. 그런데 이 틈에서 대한민국만 좌파정권이 탄생한다면 대한민국이 살 길이 없죠. 3.16 jtbc 뉴스현장
유럽과 남미에서 좌파가 몰락했어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도자들은 전부 스트롱맨이죠. 이 틈 속에서 대한민국에 좌파 정부가 탄생하면 대한민국의 생존의 길이 열립니까. 대한민국은 고립무원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19 동아일보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지도자는 국수주의자이자 ‘스트롱맨’입니다.
소통으로 치장한 유약한 좌파정부가 들어서면 이들은 모두 우리를 외면할 것입니다. 3.18 홍준표 대선출마 선언
19대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각종 인터뷰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주장이다.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고립무원에 빠지게 된다”거나 “대한민국이 살 길이 없다”는 극단적인 표현도 쓴다. 홍 지사는 보수와 진보라는 표현 대신 유럽식 개념이라며 우파와 좌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과연 주변 4강과 다른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 홍 지사의 말처럼 대한민국이 살 길이 없어질까? 국익이나 안보에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될까?
1.2002년 주변 4강은 2017년과 비슷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어떤 기준에서 좌파 우파로 나눌 것이냐에 있어서는 단정짓기 쉽지 않지만 2002년 대선 당시 주변 4강 지도부의 정치적 성향은 현재와 비슷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2001-2009 집권),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2001-2005 집권), 중국은 장쩌민 국가 주석,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었다. 현재의 트럼프와 아베, 시진핑, 푸틴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와 일본의 아베 총리가 강경 극우로 평가받고 있지만 당시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도 만만치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핑계로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으며 일본 고이즈미 총리도 신사참배와 막말로 재임 당시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던 정치인이다.
2. ‘좌파 정권’ 노무현 정부와 주변 4강과의 관계
그렇다면 홍 지사의 기준대로 봤을 때 ‘좌파정권’이었던 노무현 정부는 4강 사이에서 고립무원에 빠져 살 길을 찾지 못했을까?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에 파병도 했다. 미국과의 협의 속에 전시작전권 환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동아태 선임보좌관은 “한미동맹에 대한 그의 기여는 (친미 대통령이었던) 전두환·노태우 이상이다. 그가 퇴임하는 2008년 2월 현재 한미 동맹은 훨씬 강하고 좋아졌다.”라고 평가했다.
부시 정부는 초기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며 강경책을 썼지만 결국 북한과 대화에 나섰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수교협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좌파 정권’ 노무현 정부는 내부적으로는 노 전 대통령 스스로 인정했듯이 부동산 가격 폭등과 양극화 심화의 문제를 낳기도 했지만 경제성장률만 놓고 보면 5년간 평균 4.3%로 OECD 평균을 상회했다.
3. ‘우파’ MB와 ‘좌파’ 오바마, 긴밀한 관계 유지
홍 지사의 기준대로라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파,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좌파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임기간(2008-2013)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기간(2009-2017)과 상당 기간 겹쳤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의 차이로 인해 양국 사이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외국 정상 5명 가운데 1명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꼽을 정도로 임기 내내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렇다면 홍준표 지사의 말대로 우파 스트롱맨이라는 트럼프의 미국과 아베의 일본은 현재 잘 지내고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공을 들인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를 탈퇴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환율조작국이란 막말까지 했다. “미국을 뺀 TPP는 의미가 없다”고 했던 일본은 충격에 빠졌다. 아베 총리는 미국을 방문했고 트럼프와 골프를 치며 70억 달러 대미 투자와 미국내 7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돌아왔다. 일본에서는 굴종외교라는 비난이 거셌다.
이렇듯 주변국과의 외교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자기 나라의 국익을 얼마나 관철시킬 수 있는가 하는 협상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건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주변 4강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은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라고 볼 수 있는데 노무현 정부 당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전개한 것이나 일본이 북한에 수교협상을 제안한 것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스트롱맨’이어서가 아니라 주변국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설득할 것은 설득해서 한반도 평화라는 국익을 지키려는 지극히 정상적인 외교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스트롱맨’이라는 아베가 트럼프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도 국익을 위해서 냉철한 판단을 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지난주에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간에 오간 말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두 나라에서 ‘정치’가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절감했다.
자신이 소유한 고급 골프코스와 사치스런 요리에 대해 말하는 트럼프의 말에선 한국과 미국의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와 실업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듯했다. 그의 말은 단지 ‘미국 퍼스트’를 넘어서 ‘트럼프 퍼스트’를 떠들어대는 것으로 들렸다.
그런 트럼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전혀 이의를 달거나 꾸짖지 못했다. 그의 인종주의적인 발언이나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적 정책, 북한에 대한 무분별한 위협에 대해 제동을 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한국의 언론들은 모든 미국인들, 그리고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트럼프의 우스꽝스럽고 위험한 정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나는 트럼프와 문재인 두 사람의 발언들을 보면서 ‘정치’는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되돌아보았다.
정치란 무엇인가?
우리는 정치 문화를 개혁하고, 정책과 함께 지역사회와 도시, 그리고 국가 전체의 장기적 발전을 활발히 논의해야 한다.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담화, 정책을 입안, 이행, 해석하는 이들이 바로 반영할 수 있는 담화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발전한 사회구조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미국에서 발전한 사회구조도 면밀히 살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 정치 지도자들이 진보적 외양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더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은 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지금의 노력이 끝나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를 교육지원하는 데에도 이와 비슷하게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정치는 평범한 시민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요식적 공간이 되어 버렸다. 의미가 없고, 접근이 가능하지도 않다. 정치인은 자기들끼리 만나 외부인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방식으로 자신의 필요와 관심에 대해서만 논한다. 시민 앞에서 연설을 하고 정기적으로 공식만남을 가지는 등 형식적 행동은 한다. 그러나 이는 자신에게 권한이 있으며, 권력자로서 지역사회를 향해 선의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질문을 받고 미리 준비한 답변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민과 만나 이야기를 하는 건 지역사회 상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들어 정책으로 만들고자 함이 아니다. 대중 홍보용 이미지를 다듬고 언론의 조명을 받기 위해서다.
이는 하나의 형식으로 굳어진 요식 행위일 뿐이며, ‘정치’의 원래 의미와도 맞지 않는다. 시민과 정치인의 우선순위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며, 이를 줄이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들이 더 잘 알지만, 지난 50년간 소비문화가 맹위를 떨치면서 시민들은 수동적 자세가 몸에 배었다. 정치인은 그저 고를 수 있는 상품이고, 기대했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 때 폐기하면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해결책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정치인은 펩시콜라나 코카콜라처럼 광고를 통해 접하고 구매한 다음 소비해 버리는 상품이 아니라, 책임의식을 가진 시민과 끊임 없이 소통하고 압박을 받으면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격려하고 이끌어야 할, 강점과 약점을 가진 사람이다.
‘시민과의 만남’은 정치인의 권위를 돋보이게 하거나 언론에 좋은 모습으로 나오기 위한 기회가 아니다. 정책을 제안하고 논의하는 입안과정에서 뺄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 치열한 논의와 정책 입안을 위한 의사결정은 특정 위원회 안에서 비밀스럽게 내려지거나 정치인, 기업인, 고위 관료가 특권계층을 위한 클럽에서 만나 술을 마시며 내려져서는 안 된다. 시민 또한 이 과정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참여해야 하고, 도로 건설이나 교육예산 삭감 계획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치 참여야말로 시민의 책임이라는 의식과 열의가 있다면, 정치를 개혁할 수 있다. 아무리 재능 있는 정치인이라도 혼자 힘으로 혁신을 이뤄낼 수는 없다. (먹방 동영상이나 프로그램을 보는 대신) 국회에서 논의되는 이슈가 무엇인지 시민이 알고,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과 예산이 무엇인지 신문기사를 만들 만큼 일상에서 잘 따라가고 있다면,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한국 문화, 특히 정치 문화가 변할 때에만 가능하다.
시민과 정치인의 관계는 환자와 의사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받는 치료에 대해 상세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수동적 태도는 많은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환자가 자신이 받는 치료의 원리와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의사도 환자를 위해 치료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치료 결과는 훨씬 좋아진다. 환자가 유의미한 반응을 보이고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이며, 의사와 환자간 신뢰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의사 또한 환자가 해당 분야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의사의 전문성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자세를 고맙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정치위기 극복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바마 미 대통령의 실수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이 의회에서 다수당 자리를 확보하고 변화를 위한 강한 열망이 있을 때 변화를 이끌라는 임무와 함께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쉬운 일에 집중했다. 정치적 이미지와 입지를 구축하는 데에는 놀라운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투자은행이 행정부 정책입안 과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바꾸기 위한 노력은 별로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부시 행정부 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금융전문가 일부를 그대로 데려와 경제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물론, 오바마는 자신이 영리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굳이 갈등과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고, 공화당에 손을 내밀어 무리 없이 정책을 처리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했다. 그러나 중요 문제에 있어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인기가 떨어지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 그 결과 월스트리트는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키웠고, 오바마는 금융자본의 정부 장악을 숨기기 위해 시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진보정치의 마스코트로 전락했다. 결과는 재난에 가까웠다. 민주당의 정치 임무가 흐려지면서 결국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미국 시민은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점차 느꼈다. 민주당이 더 이상 평범한 서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걸 유권자가 깨달았기 때문에 미국 우선주의로 강렬한 감정을 일깨운 트럼프의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 민주당의 역사를 보면 현재 한국 정치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1980년대 미국 민주당은 시민과 (힘 잃은) 노조, 청년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동시대 유권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인식하지 못했고, 시민의 불안과 우려를 알지 못했다. 공화당에서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민주당은 표를 받지 못했다. 민주당이 더 이상 서민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함께 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 빌 클린턴이 등장했다. ‘새로운 민주당’을 표방한 그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연설문에 민주적 개념과 원칙을 넣긴 했지만, 시민단체와 노조의 지지가 예전처럼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공화당이 그 동안 무시했던 산업에 손을 내밀어 그들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공화당이 석유기업이나 방산업체를 보호했다면, 민주당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IT 기업을 위해 나선 것이다. 전략은 효과적이었고, 클린턴은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이 평범한 시민을 대변하지 않고 공화당과 영역이 다른 재계를 대변한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점차 투자은행으로 옮겨갔고, 기존 지지층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이제는 많은 시민이 정치에서 소외되어 있다. 이들은 어떤 후보에도 표를 줄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어떤 정당에도 당원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민주당 등의 정당은 시민이 원하는 바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선거철이 되면 표를 얻으려고 능력 있는 연설문 작가를 고용해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연설문에만 집중한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들은 기업 고객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자취를 감출 것이다. 정책입안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없다. 서민을 위한 자리도 없다.
그러나 정치가 항상 이랬던 건 아니다. 민주당이 처음부터 진보당이었던 것도 아니다. 민주당이 정치인을 돕는 조직 이상의 정당이 된 시기는 1920년대 말이다. 당시 민주당은 지역사회의 일부가 되어 국민이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정치 조직으로 성장했다. 선거철에만 나서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국민을 한 자리에 모으는 협력적 형태의 조직이었다. 완벽한 정당은 아니었지만, 사회에서 분명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시민에게 의미 있는 정당이 된 민주당은 보수 공화당이 소유한 부와 이것이 만들어낸 권력에 맞설 수 있었다. 서민의 상호 지원을 돕는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강력한 조직을 기반으로 권력을 가진 기업에 성공적으로 맞서며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정당은 이제 미국과 한국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주류 정당은 있지만, 우리 일상과 관계가 없고 국민 대부분이 깊이 신뢰하지도 않는다. 특정 이슈 때문에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참여가 제한될 것이다. 진보 정당조차도 돈 쪽으로 기우는 결과가 발생했다.
정당의 기능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때다. 정책입안 과정을 정당과 컨설턴트, 기타 이들과 관련된 기업이 장악하면, 헌법에 반하는 정치 환경이 만들어진다. 정책입안과 정책이행은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충분한 자원을 갖추고 정책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역량 있는 인재를 고용해야 한다. 정책입안은 정부와 국민이 해야 한다. 정당은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역할만 할 뿐이다. 정당이 거대 관료조직처럼 되어 정책을 입안한다면, 정책입안 시스템을 통해 책임을 지우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시대의 이슈
해결할 이슈의 범위는 엄청나게 넓지만, 대부분 무시받고 있다. 문제 일부는 정책을 통해 해결 가능하지만, 다른 해결 방식을 필요로 하는 문제도 있다. 어떤 경우든, 시민의 앞에 놓인 복잡한 문제를 역시 복잡한 방식으로 해결 가능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현재 우리에겐 금리 인상 혹은 인하, 정부조직 예산 증액 혹은 감액이라는 선택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정부 조직은 그 특성상 지역사회와 유리되어 있어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예산을 집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잠재적 해결책과 논의 주제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성공을 위해 필수다.
예를 들어 보자. 계급 문제는 한국 사회의 중심 이슈지만, 정치인은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는다. 소수 특권계층에 부가 집중되고, 이들은 엘리트 계층이 되어 법을 무시하고 가족을 위한 특권을 돈으로 산다. 한국민은 이런 사회문제에 관해 잘 알고 있지만, 계급 격차를 불러온 경제구조의 왜곡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부의 집중은 계급 격차를 가져왔고, 부유층이 자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하대하며 ‘갑질’을 하는지 우리는 많은 사례를 보아왔다. 그렇게 하대를 받는 하위 계급이 증가하고 있다.
부유층 자녀는 가족의 끈을 이용해 인턴이나 일자리를 쉽게 얻는다. 대학 입학 또한 학생 각자의 능력보다 자녀를 엘리트 학교로 보내는 부모의 재력이 좌우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결국 사회 구조를 파괴할 것이다.
경제학적 문제 또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GNP’나 ‘수출’만이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 유일, 혹은 최선의 기준이 아니다. 요즘 이들 수치는 소수에게 집중된 부의 정도만을 보여주고 있다. 안타깝게도 서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금융기관이 이끄는 경제를 지칭할 때 이들 수치를 인용한다.
이들 정치인은 서민의 상황을 공감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서민의 삶을 도울 정책은 만들지 못한다. 이들은 자금의 상당 부분이 결국 대기업으로 향하는데도 낙수효과를 통해 서민에게도 조금은 돌아간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해도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제한된 선택안 사이에서 억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치는 아니다. 이 틀을 벗어나야 한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사항을 결정하고 서민의 필요에 집중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 정치가 되어야 한다. 로봇이나 공장, 기업 채권과 파생상품 등 각종 금융상품이 아니라 사람, 그것도 모든 사람을 향한 투자가 우리의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무역이 증대된다고 반드시 서민의 부가 증가하는 건 아니다. 은행은 단기 수익에 매몰되지 말고 장기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은행이 주식채권과 연관된 어떤 투기행위도 못 하도록 금지하고, 국가 중요 프로젝트에 관해 뻔하지만 체계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업무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가 프로젝트의 경우 규모가 크고 기간이 10~40년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재생 가능한 경제 참여에 기여해서 지역사회에 협동조합을 만들고 가차 없는 경쟁을 지양하면서 일자리를 주도적으로 창출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런데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경제를 새롭게 조직하거나 제도적 변화를 통한 해결책을 제안하지 않고 있다. 탐욕을 부리는 ‘악당’을 공격하려는 경향은 있지만,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피해자 다수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정치인은 빈곤층이나 노동계층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 중산층도 무시하기 일쑤다. 사회 최상위층에 속한 경제 엘리트나 기업의 편의를 먼저 봐주고 그 다음에야 서민으로 눈을 돌린다. 그러나 이 순서는 반대로 바뀌어야 한다.
게다가 기후변화의 위협도 있다. 이제 과학계는 기후변화가 인류 최대의 위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다수의 생물종이 멸종하고 어쩌면 인간도 멸종할지 모른다. 농업을 완전히 혁신하고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고 사막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수조 달러의 돈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기후변화를 우선 과제로 삼거나 심각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국내 정치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하나의 요소로 확실히 고려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위해 가능성이 낮은 북한을 넘어서는 요소로서 안보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결론
뛰어난 교육을 받은 유능한 인재가 정부에 필요하다. 사회계급이나 기후변화 등의 난제를 피하지 않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추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산업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업은 이들 위협이 실재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출했다. 그 결과 북한 핵무기만이 최대 위협이며, 계급격차와 기후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존재한다. 한국의 정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육과 정치 행동, 구체적 제안을 통해 이들 문제가 실재함을 인식해야 한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정부 혹은 각종 조직과 힘을 합치거나 이들의 목표를 알리거나 교육하는 과정에 폭넓게 참여하는 모습이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참여가 가능하며, 그것이 도덕적 의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시험 점수가 목적이 아니라 시민 역량을 부여하기 위한 교육, 다른 사람의 이익을 갈취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보다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교육을 맛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민과 함께 일하는 걸 당연시 여기는 정부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노력은 하루아침에 결실을 이룰 수 없지만, 조금씩 시험적 노력을 하다 보면 다른 이에게 영감을 주어 진전이 일어날 것이다.
정당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한국 사회가 진화함에 따라 정당의 역할도 변화한다는 걸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야 한다. 서민의 필요에 집중하는,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치 문화 및 경제가 최종 목표다. 가는 길에는 고통스럽고 많은 좌절과 희생이 따르겠지만, 목적을 이루고자 노력한다면 일상의 행동은 새로운 의미를 가질 것이고, 우리가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이라크·아프간 전쟁과 파병에 대한 평가 없이 IS 문제 근본적 해결 불가
국정원의 초법적 지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또 다시 테러방지법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민간인에 대한 무장공격행위를 계기로 대테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이미 각종 대테러 법령과 수단이 존재하는 가운데 테러방지법을 별도로 제정한다는 것은 이미 초법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국정원에 무소불위의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며, 이로 인한 인권침해와 민주주의 훼손 우려를 가중시킬 뿐이다.
문제 해결책의 도출은 원인 진단에서 시작한다. 이슬람국가(IS) 문제도 마찬가지다. IS의 발생 배경과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근본적 해결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 그러자면 ‘테러와의 전쟁’ 14년에 대한 평가야말로 우선시되어야 한다. IS는 미국 주도의 대테러 전쟁이 낳은 괴물이다. 이라크, 아프간 전쟁에 파병한 한국 역시 IS 문제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라크, 아프간 파병의 참혹한 결과를 성찰적으로 평가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다. 시리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무장개입 정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무턱대고 테러방지법부터 들이밀고 있다.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전 세계 각국이 테러방지법이 없어서 이들 나라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한 IS의 공격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엔 이미 국가보안법, 통합방위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기타 유엔이 정한 특정 공중협박행위에 대한 제재법령 등 관련 법령이 넘칠 정도로 존재한다. 국정원도 이미 소위 ‘테러’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대테러전담부대도 있다. 특정범죄수익은닉처벌법, 금융정보분석원(FIU)법, 외환거래법 등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다. 테러방지법이 없어서 IS의 공격 위협이 증대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테러방지 관련 법안들은 감독과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국가정보원에게 과도하게 권한을 집중시키고 있어 우려스럽다. 법안대로라면 국정원은 테러방지 업무 전체를 조정․기획하고 구체적인 활동을 실행하는 것에도 관여하게 된다. 대테러 정책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대통령 소속 ‘국가테러대책회의’의 부의장직 또는 산하 ‘테러대책상임위원회’의 위원장직을 국정원장이 맡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테러 활동을 맡는 ‘테러통합센터’ 또는 ‘대테러센터’(이하 ‘센터’) 역시 국정원장 아래에 두도록 했다. 현장에서의 활동을 지휘․조정하기 위해 설치하는 ‘테러사건대책본부’의 경우에도 국정원 산하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이 ‘센터'의 활동에 대한 감독과 통제는 어려울 듯하다. 국정원 활동 대부분은 기밀사항으로 다루어져 국회에서조차 사전․사후 보고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지금도 국정원은 자신들이 공개하고 싶은 자료만 정보위에 선택적으로 제공한다. 게다가 국정원은 대선에 개입하고, 간첩 조작사건을 벌이는 등 초법적 행태를 보여 왔다. 그럼에도 국정원의 수사권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정치개입을 막기 위한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으며, 국회와 국민에 의한 통제권도 확보되지 못했다. 아무런 개혁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회 내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제거하고 제도적 예방책을 구축하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외부세력에 의한 테러 공포를 명목으로 공동체 내부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향한 요구를 억압하거나 부당하게 통제하는 것을 정당화해서는 안된다. 최근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이유로 난민 전체를 잠재적 무장세력으로 간주해 입국을 불허하거나 난민 및 외국인의 지위를 위협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레바논 베이루트,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IS의 무장공격이 발생한 원인과 조건을 성찰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이야말로 지금 국제사회가 그리고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11/24) 열린 국무회의에서 “테러방지법, 통신비밀보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국회에 계류된 테러방지법안들을 국회가 처리하지 않고 잠재우고 있는데 정작 사고가 터지면 정부를 비난한다”며 관련법의 국회처리를 압박했다. 과연 그동안 국회가 법을 처리하지 않아 정부가 ‘사고’에 대응하지 못했고 국민안전이 위협받아 왔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 전후 정부의 대응을 보면 법이 없어서 사고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 세월호는 국가비상사태를 대비하여 국정원이 관리하던 배였다. 이 선박의 갑작스런 침몰이 무리한 과적 때문인지, 무장공격에 의한 것인지, 좌초에 의한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던 초기 상황에서 정부가 취한 대응은 무책임하고 안이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자신들은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발뺌했었고, 국정원은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대통령은 정부가 가진 정보자산과 초동대응체계를 효과적으로 발동하지 못했다. 심지어 대통령의 당일 행적마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비단 세월호 참사만이 아니다.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사건, 그리고 최근의 DMZ 지뢰사건과 포격사건에 이르기까지 국민안전과 직결된 ‘사고’ 당시 정보기관과 군이 과연 법이 없어서 초동대응에 실패했고, 심지어 사후 보고와 조사에서도 실패했는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한국도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감을 불러 일으켜 정부의 실패를 국민의 안전불감증 탓으로 어물쩍 떠넘기고, 정부의 시민통제수단을 강화할 테러방지법, 통신비밀보호법, 사이버테러방지법과 같은 악법의 처리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분석하거나 식별하여 이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사후에 신속히 수습할 매우 촘촘한 제도적 장치들을 이미 가지고 있다. 국정원이나 군경이 정권안보를 위해 국민을 사찰하고 국민을 상대로 정치공작을 벌이는데 불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국정원이나 군, 그리고 정부기관들이 국민이 제공한 권력을 정권안보와 국민통제에 남용하는 것을 통제하고 자신의 임무와 기능에 충실하도록 하는 일이다.
지난 11월 13일에 있었던 파리 테러 발생후, 국회에서 다시금 '테러방지법' 제정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느닷없이 "복면 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IS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라는 발언으로 마스크와 후드가 복면으로, 시위참가자를 IS에 비유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러다가는 '집시법'에 '얼굴을 가리고 참가하면 안된다'는 웃지 못할 조항까지 들어갈 수도 있겠습니다.
'테러방지법' 제정안이 담고 있는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본질적으로 들여다 보면 '테러의 규정에 대한 자의적 해석', '국정원의 권한 강화', '쉽게 국민 감찰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사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로 인해 테러 대상국이 될수 있다고 해도 국정원의 주된 활동방향은 내국인 사찰이 아니라 해외 정보 수집입니다. 쓸데 없이 선거 개입, 정치 사찰, 국민 사찰 하는 인력을 그들이 말하는 '대테러 정보' 수집에 쏟는다면 충분히 지금의 국정원으로도 테러방지가 가능 할 것입니다.
테러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미국과 유럽의 서방 국가들이 '법'이 없어서 테러를 막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그렇게 국민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쓸데 없는 비밀주의에 묻혀서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국정원을 제 위치로 돌리는 일 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누구를 위한 법인가? 국회는 테러방지법 제정을 중단하라
일시 및 장소 : 11월 30일(월)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
1. 취지와 목적
-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민간인에 대한 무장공격행위를 계기로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을 비롯해 특정금융거래정보법, 통신비밀보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제․개정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음. 지난 27일 국회 정보위는 테러방지법 관련 법안심사에 돌입했으며 30일에도 심사를 계속할 예정임.
- 테러방지법은 이미 초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더 강화하는 ‘국정원 날개법’에 불과하며 최근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 간첩 조작사건 등을 상기할 때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높음.
- 이에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자 함.
2. 개요
○ 제목 :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
○ 일시와 장소 : 2015년 11월 30일(월)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
○ 발언자 (당일 사정에 따라 일부 변경될 수 있습니다)
-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 문의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02-723 4250 [email protected]
어제 (11/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정보위원회에 전달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의견서에서 현재 심사 중인 테러방지법은 ‘테러위협’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현재의 예방 및 대응 체계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미 국가안보와 공중안전을 이유로 수많은 법과 제도가 제정, 시행되고 있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안과 사이버테러방지법안은 국정원과 검경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불필요하게 이양하고 있어 인권 침해와 민주주의 훼손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 및 여야가 테러방지법 제정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음. 그러나 테러방지법 제정만을 이야기하기 전에 현재의 예방 및 대응 체계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우선시 되어야 함. 테러방지법을 제정한다고 테러를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테러방지법 없이 테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도 아님. 오히려 테러방지법은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
테러방지법은 테러와 관련한 국가기구의 설치와 권한의 배분 및 조정 등 조직법적 수준에서 중대한 변경을 담고 있음. 일종의 위기정부로서의 테러방지 기구를 설치하는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1) 우리나라에 테러의 위협이 존재하거나 2)테러가 사회질서 혹은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거나 3)테러가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거나 4)기존의 국가조직 및 치안기구 만으로 이러한 테러 감당이 불가능하거나 비효율적이어야 함. 그러나 테러방지법안은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새로운 기구의 창설 혹은 조직의 개편에 반드시 뒤따라야 할 합리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음.
테러방지법안의 테러 개념은 기존 국내법상의 범죄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 ‘테러’를 특정하지 못한 채 단순히 국제법상에서 특별히 규제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하고자 하고 있음. 그러나 실제 항공기납치, 민간항공에 대한 불법적 행위, 국제적 보호인물에 대한 범죄, 인질, 핵물질, 항해 및 해상플랫폼의 안전, 폭탄테러행위 등은 모두가 이미 존재하는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임. 국제조약이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행위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아니라, 현행 우리 법제와 같이 국내법으로 그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둘 것을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임. 명확하지 않은 테러의 개념은 국가권력의 입맛에 따라 무한 확장할 수 있는 위험한 개념임.
대테러대책기구의 기능범위에 대한 규정도 부재함. 국가대테러대책회의, 대테러센터 등을 가동시키게 되는 테러의 범주가 확정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결정하는 과정과 절차에 대한 규정 또한 존재하지 않음. 테러방지법안에서는 실질적 포괄적인 대테러대책기관이 되는 대테러센터를 국가정보원장 소속 하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어 테러 방지를 빌미로 이미 초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더 강화시킴. 또한 경우에 따라서 대책회의의 장이 대통령을 경유하여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냄.
한국사회의 실정을 고려한다면 테러방지법 제정보다는 광범위한 재난예방 및 재난구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할 것으로 보임.
1. 법으로 테러를 방지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테러방지법 제정에 나섰다. 11월 24일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긴급히 소집하여 주재하면서 “각국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책들을 세우고 있는 반면에 현재 우리나라는 테러 관련 입법이 14년간이나 지연이 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왜 14년 동안 시민사회에서 테러방지법을 반대했는지에 대한 성찰은 없었다. 지금 테러 방지 및 대응 체계는 어떠한지, 정부는 속수무책 상태라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오로지 “현재 테러방지법, 통신비밀보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국회에 계류된 테러 관련 법안들의 처리에 국회에 나서지 않고 잠재우고 있는데 정작 사고가 터지면 정부에 대한 비난과 성토가 극심하다”는 변명만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원인도 테러 관련법을 제정하지 않아서였는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왜 진상 조사와 관련 입법 등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해가면서 국회를 질타하지 않았는지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여야는 11월 17일 테러방지법 관련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안전행정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정무위 등에서 테러방지법 논의를 시작해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합의안을 처리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동시다발 인명살상 사건으로 인해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미 테러방지법안은 2015년 들어 다시 등장한 바 있다.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이노근의원 등 10인, 2015. 3. 12)(아래 “이노근법안”)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병석의원등 73인, 2015. 2. 16)(아래 “이병석법안”)이 그것이다. 두 개의 법안은 이전의 법안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으면서도 인권침해적 요소가 가중되어 있다.
두 법안의 등장은 한 고등학생의 IS 가입 추정 사건과 주한미국대사의 피습 사건을 빌미 삼았다. 직접적인 사건이 아님에도 결론은 테러방지법이다. 현재의 예방 및 대응 체계에 대한 진단과 평가는 없다. 결국 국가정보원을 강화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테러방지법을 제정한다고 테러를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테러방지법 없이 테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요소만이 가득하다. 테러방지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른 곳에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까닭이다.
2. 테러방지법의 현실적 근거 부재
테러방지법은 테러와 관련한 국가기구의 설치와 권한의 배분 및 조정 등 조직법적 수준에서 중대한 변경을 담고 있다. 특히 그 변화의 핵심에 국가정보원을 두는 한편 이를 통하여 국가권력의 실질적 통합가능성을 안고 있는 등 국가조직의 일반원칙과 권력분립을 지향하는 헌법질서의 기본구도를 벗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안은 이러한 구조변화의 필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가적 위기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모든 법안에 이러한 전제조건을 요청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위기정부로서의 테러방지 기구를 설치하는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먼저 충족되거나 또는 입증되어야 한다.
첫째, 우리나라에 테러의 위협이 존재한다.
둘째, 테러는 사회질서 혹은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테러는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기존의 국가조직 혹은 치안기구만으로 이러한 테러를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다섯째, 이상의 명제는 상당한 개연성으로써 예측가능하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수많은 테러방지법안은 이러한 조건에 대하여 아무런 설득력 있는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새로운 기구의 창설 혹은 조직의 개편에 반드시 뒤따라야 할 합리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것은 설명도 없이 초간단한 입법의 취지나 이유에서는 물론 테러의 개념규정이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든지, 테러대응기구의 설계가 단지 지휘체계의 통합에만 집중되어 있다든지 하는 등의 규정방식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테러의 위협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증명할 수 있는 인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응에서도 날림식의 대안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3. 테러 개념의 문제
테러방지법안의 테러 개념은 기존 국내법상의 범죄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 ‘테러’를 특정하지 못한 채 단순히 국제법상에서 특별히 규제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우를 범했다.
실제 항공기납치, 민간항공에 대한 불법적 행위, 국제적 보호인물에 대한 범죄, 인질, 핵물질, 항해 및 해상플랫폼의 안전, 폭탄테러행위 등은 모두가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이다. 국제조약이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행위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아니라, 현행 우리 법제와 같이 국내법으로 그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둘 것을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범죄들은 별도의 취급을 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미 국내법으로 처벌하고 있으며, 국제범죄조직이나 외국인에 의한 범법에 대비하여 경찰이나 검찰 등 이에 상응하는 국가기구가 가동 중에 있다.
그렇다면 법안에서 새로운 대테러대책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국내법과 구별되는 별도의 테러 유형, 그 행위태양의 특수성, 범죄 결과의 중대성, 대응방식의 전문성 등이 최소한 일반적 수준에서라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러한 테러방지법안은 없었다.
설령 테러방지법안이 기존의 범죄 중 특별히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테러로 규정하고자 한 의도에서 입안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경우 법안이 필수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은 국제적 관심과 더불어 그 국제적 우려가 우리나라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인식과 그 중대성, 지속·반복성에 대한 입증이다. 국제적 우려의 존재와 국내적 위험의 존재는 문언 그대로 상호 다른 영역에 존재한다. 국내법의 제정에 필요한 조건은 국제적 우려가 아니라 바로 국내적 위험의 존재이다.
또한 테러방지법안은 테러를 규정하면서도 그것을 내국인 범죄/외국인 범죄의 구분은 물론 개인적·개별적 수준의 범죄/조직적·집단적 범죄의 구분조차도 제대로 행하지 않았다. 예컨대 인질억류는 제3자 즉 국가, 정부 간 국제기구, 자연인, 법인 또는 집단에 대해 인질석방을 위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조건으로서 어떠한 작위 또는 부작위를 강요할 목적으로 타인을 억류 또는 감금하여 살해, 상해 또는 계속 감금하겠다고 협박하는 행위이다. 이 경우 그 반인륜적 해악을 별론으로 하면 그것이 개인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경우와 조직적·집단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분명 사회질서와 국가안보의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가진다. 핵물질의 절도, 민간항공의 안전에 대한 불법적 행위(예컨대 국제민간항공에 사용되는 공항에 소재한 자에 대하여 중대한 상해나 사망을 야기하거나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폭력행위를 행한 경우), 항해의 안전에 대한 불법행위 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테러방지법안은 개인적인 수준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범죄와 조직적 차원에서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범죄의 차이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즉 관련국제협약이 관심을 가지는 범죄의 특성이나 행위태양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가안보 또는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는 규정으로 처리하고자 하나, 여기서 “공공의 안전”이라는 개념은 모든 범죄의 무가치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존재하는 것인 만큼 별다른 제약규정이 되지 못한다. 그것 자체가 추상적인 것이다. 공공의 안전은 모든 형법규정의 궁극목적일 뿐이다. 그것으로부터 법규정의 적용범위를 구체화하기는 힘들다.
이병석 의원 등 73인이 제안한 법안은 대테러활동의 개념을 테러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하여 필요한 제반 활동으로 정의하고 테러의 개념을 국내 관련법에서 범죄로 규정한 행위를 중심으로 국가안보 또는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적시하고 있을 뿐이다(안 제2조). 이노근 의원 등 10인이 제안한 법안은 미 대사의 피습 사건을 고려한 듯 외국인을 테러대상에 포함했다. 동시에 형법상 범죄행위를 되풀이하고 있다. 즉 제2조제1호의 개념 정의에서 “국가안보 및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공중(외국인을 포함한다)을 협박할 목적” 으로 행하는 행위를 전제한 다음, 가목에서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 또는 사람을 체포·감금·약취·유인하거나 인질로 삼는 행위”, 나목에서 “「외교관 등 국제적 보호인물에 대한 범죄의 예방 및 처벌에 관한 협약」에서 정의한 국제적 보호인물을 살해·납치 또는 신체나 자유를 위태롭게 하거나 그러한 행위에 가담·지원·기도하는 행위(공관·사저·교통수단에 대한 가해행위를 포함한다)”를 테러 개념에 포함하고 있다. 테러 개념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국가권력의 입맛에 따라 무한 확장할 수 있는 위험한 개념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4. 대테러기구의 본질은 국가정보원의 권력 장악
테러개념의 추상성·모호성은 곧장 대테러대책기구의 기능범위에 대한 규정부재에서도 나타난다. 국가대테러대책회의, 대테러센터 등을 가동시키게 되는 테러의 범주가 확정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결정하는 과정과 절차에 대한 규정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테러개념이 모호하고 추상적임에 덧붙여 대테러대책기구의 작용대상도 특정되지 않았다.
법안에 예정한 범죄들은 개인적/집단적, 우발적/계획적, 내국인/외국인, 정치적/비정치적, 소규모/대규모, 일시적/반복가능 등 다양한 층위에서 각각 나름의 스펙트럼을 구성하고 있으며, 그 각각의 경우에 따른 각각의 대응이 필요하다. 여기서 법안은 어느 경우에 즉, ‘테러’의 강도와 밀도가 어느 정도에 이를 때 대테러기구의 권한이 발동되며 이 권한발동의 절차와 그에 대한 국민적 감시·감독의 가능성은 어떻게 확보되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오히려 이 모든 것들을 ‘테러’라는 이름으로 통칭하고 그때그때 자의적 판단에 따라 ‘대테러대책’이라는 명분하에 국가권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위험만을 예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테러방지법안들은 테러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가대테러대책회의’, ‘대테러센터’, 그리고 ‘대테러대책본부’ 등을 설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과연 기존의 국가기구-행정안전부 및 경찰청, 법무부, 검찰 등과 더불어 국가정보원 그 자체-가 법안이 예정하고 있는 테러에 대응할 능력이 없는가?
둘째, 만일 그런 능력이 없다면 당해 기구의 권한과 조직을 변화시킴으로써 그것을 감당할 수는 없는가?
셋째, 그래도 불가능하다면, 국무총리의 국정조정권을 보다 강화시킴으로써(이를 위해서는 국가정보원이 국무총리 산하로 편입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행정에 관한 통할권을 가지는 국무총리가 정규적인 대테러기구를 설치할 필요는 없는가? 혹은 대테러기구의 주무기관을 국가정보원으로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
넷째, 이상의 기구설계의 법적 정당성은 확보되었는가? 이 부분에서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국가정보원은 현재 대통령 직속의 기관으로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정상적인 행정각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그것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되는 국무총리의 행정통할권이 복종하지 않으며, 또한 국가정보원장은 국무위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회의 해임건의 등 국회가 직접 그 책임을 추궁할 장치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물론, 권력분립에 의한 통제조차도 적절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오로지 대통령에 대하여서만 책임을 지며 다른 어떤 기관에 의한 통제도 불가능한 국가정보원장에게 국가대테러대책회의와 대테러센터를 실질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관할하게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달리 보면, 국가정보원장이 대테러 기능을 매개로 하여 여타의 국가행정각부를 사실상 통할하는, 권력분립의 예외적 현상을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테러방지법안에서 예정하고 있는 대테러기구의 전체적인 구조는, ① 실질적, 포괄적인 대테러대책기관이 되는 대테러센터를 국가정보원장 소속하에 설치하며, ② 대테러센터가 주요 행정각부의 장 및 국무조정실장으로 구성되는 국가대테러대책회의를 실질적으로 관할, 행정각부의 권한·업무·기능을 조정, 통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병석 의원 등 73인이 제안한 법안의 경우 테러통합대응센터의 장은 테러단체 구성원 또는 테러기도ㆍ지원자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하여 정보수집ㆍ조사 및 테러우려인물에 대한 출입국 규제ㆍ외국환거래 정지 요청 및 통신이용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안 제16조). 심지어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테러를 선전ㆍ선동하는 글 또는 그림, 상징적 표현이나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폭발물 등 위험물 제조법이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될 경우 관계기관의 장에 긴급 삭제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안 제23조). 또한 테러통합대응센터의 장은 외국인테러전투원으로 출국하려한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내·외국인에 대하여 일시 출국금지를 법무부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안 제26조). 국가정보원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요컨대, 국가정보원에 구성되는 대테러센터를 중심으로 위로는 행정각부의 장에 대한 조정·통할기능과 아래로는 대테러대책기구에 대한 조정·통할의 기능이라는 이중적인 수준에서 대테러센터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한다. 테러방지법안은 테러 방지를 빌미로 하여 국가정보원이 국가권력의 중심부에 똬리를 틀고자 하는 목적만이 존재한다.
다른 한편 그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국가정보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테러방지법안은 경우에 따라서 대책회의의 장이 대통령을 경유하여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제12조)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군 병력의 동원체제는 헌법위반의 혐의가 있을 뿐 아니라, 조직법상으로도 이중적 낭비에 해당한다. 헌법에 의하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한하여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헌법 제77조). 즉 계엄이 선포된 경우에 한해서만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 물론 재해 또는 비상사태의 경우에 있어 위수령과 같이 일정한 지역의 경비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요청에 의하여 병력이 출동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위수 즉 소극적인 경비목적의 군 병력 출동이라는 점에서, 테러진압을 위한 특수부대를 설치하고 이를 대테러센터의 장의 관여 아래 처리하는 법안의 내용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5. 결론
각국에서 반테러법은 비밀정보기관을 비밀경찰로 바꾸는 데 일조하는 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이미 비밀경찰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테러방지법 제정은 무수히 많은 인권침해사건을 일으킨 국가정보원이 권력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프로젝트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의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범죄행위를 막고자 한다면, 기존의 범죄대응 체계를 점검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 가능성을 줄이려면, 무엇보다도 국가정보원의 수사권한을 제거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을 순수 정보수집기관으로 바꾸는 것을 전제로 해야, ‘테러’를 방지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다시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
만약 현재 시스템에서 제대로 ‘테러’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경찰과 검찰 등 관련 기관들의 책임을 묻는 국정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대통령은 테러 관련 법 제정을 요청하기 이전에 정부의 수반으로서 현재의 대테러 체계가 부실한 까닭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미 1994년에 유엔은 ‘인간안보’(human security)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세계화와 공공재의 민영화로 인해 점증하는 사회적, 개인적 삶에서의 불안정에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테러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따라서 이제는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에서 인간안보로 정책의 초점을 옮겨야한다는 주장에 공감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조그마한 사건으로도 큰 재앙에 직면할 수 있는 고도기술사회에서 살고 있다. 대도시들은 ‘테러’와 그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테러방지법에 반대한다고 해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절대 아니다. 테러방지법과 같은 방식의 대처에 반대한다는 뜻이지 만약의 위험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그 어떠한 테러방지법을 동원하더라도 ‘자살테러’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9․11 테러는 현대와 같은 고도의 발전된 위험사회가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어떤 사회도 위험과 폭력으로부터 100% 안전할 수는 없다. 절대적 안전을 내세우면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의 권한확대를 시도한다면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자 국민과 인권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실정을 고려한다면 광범위한 재난예방 및 재난구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고도기술사회가 갖고 있는 그 자체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의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부분은 매우 중요한 정책적인 판단이다. 시간과 돈과 인력을 적절하고 필요한 부분에 균형 있게 투입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어제 (12/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테러방지법안과 사이버테러방지법안 쟁점 분석자료를 국회 정보위원회를 비롯해 19대 국회 전체에 제출했다.
목차
1.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
2. 사이버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
3. '테러'관련 자금조달을 금지하는 현행법제
테러방지법안과 사이버테러방지법안 쟁점 분석
1.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
전반적인 의견 : 국정원의 권한 남용과 관련하여 우려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상임위원회 대테러센터 등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보다 더 불투명하고 더 남용될 소지가 큼.
테러의 정의
- ‘테러 행위’의 정의와 관련하여 권한행사 방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함 등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자의적인 집행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음.
- 사람을 살해, 상해, 신체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등의 행위의 경우, 공무집행방해, 공무집행방해치상 등과 구분이 되지 않을 수 있음. 그렇다면 공무원에 대한 공무집행방해행위의 상당부분이 테러로 규정될 수 있음.
- 이병석 의원안의 라목에서 열거되고 있는 각 시설유형들은 그것이 폭발물 등에 의해 폭발되는 것으로 테러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폭발에 의해 공중의 생명, 신체 안전 등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되었을 때 테러가 되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음. 예컨대, 공중이 이용하는 버스나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바람막이 또는 전기·가스시설 등을 단순히 폭발시키는 것에 그치는 경우 그 행위는 테러가 되는지, 아니면 그러한 폭발행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혹은 다칠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만 테러가 되는지를 분명히 하여야 할 것임.
- 이병석 의원안의 라목 (2)에서의 “시설”은 차량정비시설과 같은 공중이 이용하지 않는 시설도 포함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며, “또는 도로, 공원, 역, 그 밖에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은 차량의 운행과 관련된 것을 말하는지 아니면 일반적인 도로 등을 말하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음.
- 이병석 의원안의 라목 (3)은 “전기나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 역시 일반가정집에 들어가는 분전판같은 소규모의 시설도 포함하는지 불분명함. 4)의 연료 수송·저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임. 요컨대, 라목의 경우 보호대상이 단순한 시설 그 자체인지 아니면 시설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공중의 안전인지가 명확하지 않음.
- 이병석 의원안의 마목 (2)에서의 “부당”의 개념은 불명확하거나 부적절함. 부당이란 이치에 맞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이때 이치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임.
테러위험인물의 정의
- ‘테러위험인물’의 경우 테러를 선전, 선동한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만 있어도 테러위험인물이 될 수 있는데, 선전, 선동의 의미가 매우 불확정적이고 추상적임.
- 또한 테러위험인물을 지정하고 해제하는 절차와 주체도 없어서 결국 국정원의 판단만으로 테러위험인물로 분류될 수 있음.
외국인테러전투원의 정의
- ‘외국인테러전투원’의 개념 또한 “이동 또는 이동을 시도하는 내외국인”으로 규정하는데, 이 때 “이동을 시도”한다는 것의 의미가 불명확함. 이동의 예비·음모까지 처벌하고자 한다면 지나치게 광범위한 규율임.
대테러조사의 문제점
- “대테러조사”에서는 현장조사·문서열람·시료채취등의 증거수집행위와 조사대상자에게 자료제출 및 진술을 “요구”하는 행위를 포함함. 이는 단순한 비구속적 행정조사의 수준을 넘어서는 거의 강제적·구속적인 행정조사의 수준에 들어가는 것임.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이러한 대테러조사는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규정을 정면에서 위반하는 것이 됨.
점검 및 보고
- 막강한 권한집중이 이뤄지는 대테러 계획에 대해 정보위 보고 외에 국회의 수정요구권과 동의권 등 보다 강력한 견제장치가 장치가 없음.
국가테러대책회의
- 국가테러대책회의의 경우 위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는데, 이렇게 법률에서 직접 위원들을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포괄위임하는 것은 헌법상의 정부조직법률주의와 포괄위임(백지위임)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임.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정보수집
-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통신비밀보호법」의 경우 “각 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정보를 수집한다”는 의미가 매우 불명확함. 각 법에 따른다면 굳이 테러방지법에 이를 조항으로 명시할 필요가 전혀 없음.
-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해서는 어떠한 절차적 통제를 가하고 있지 않음. 단순히 “요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함으로써 영장주의 혹은 그에 준하는 절차통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로 방치하고 있음. 또한 ‘추적’이라는 개념도 모호함.
테러취약요인 사전제거
- 이병석 의원안 제2항에서 “제1항의 사업을 수행하는”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제1항에는 사업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음. 오로지 테러대상시설 및 테러이용수단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라는 개념만이 존재함. 이는 입법상의 개념불합치임.
테러선동, 선전물 긴급 삭제
- 테러선동, 선전물의 경우 테러를 선동, 선전한다는 것의 개념이 불명확하므로 기본권침해를 유발할 것임
외국인테러전투원에 대한 규제
- 외국인테러전투원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는 90일로 제한되어 있으나 제2항 단서에 의해 이를 연장할 수 있게 하고는 그 연장횟수를 전혀 제한하지 않고 있음.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법원의 판결도 없이 영구히 출국금지조치가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
테러단체 구성죄 등
- 테러단체가입“권유 또는 선동”의 개념이 불분명함. 권유라는 개념은 그 의미가 모호하여 무한 확장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선동의 개념은 ‘가입을 촉발시킨다’는 것이 되어 그 의미가 불명확하게 됨. 촉발의 대상은 행동인 것이지 가입이라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임.
부칙 제2조 1항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
- 일부 테러방지법안은 부칙을 통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7조 1항)을 개정하여 금융정보분석원장으로 하여금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조사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금융정보”를 국정원에 제공하도록 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음.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7조 1항에 이미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와 관련된 형사사건의 수사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검찰총장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음. 또한 같은 법 7조 2항은 “테러자금조달행위와 관련된 형사사건의 수사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를 국민안전처장과 경찰청장에게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음. 따라서 국정원이 이 정보를 별도로 받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임. 게다가 국정원이 요구하는 정보는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조사업무”라는 것인데, 이는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임. 결과적으로 국정원의 제안은 수용하기 힘듦.
- ` 시행령 제11조의2는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에 따라 제공하는 정보가 특정되어 있으나 국정원에 제공하는 정보는 특정이 되어 있지 않음. 따라서 국정원은 굉장히 광범위한(테러와 전혀 상관없는 정보도 포함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임
부칙 제2조 3항
- 통신비밀보호법 제7조가 개정되면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성될 정도가 아닌 테러위험의 경우에도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게 됨. 현재도 통비법상 국가안정보장에의 위험이 광범위하게 해석되는데 이 수준에 이르지 않은 테러위험에 대해서도 통신제한조치가 허용된다면 이는 통신제한조치의 지나친 확대가 이루어질 것임.
2. 사이버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
국가사이버안전센터 설치
- 사이버테러방지법안에 따르면 국정원이 공공-민간의 '사이버테러 예방·대응'을 상설적으로 담당하며 민-관-군을 지휘하게 됨.
- 이 조항으로 인하여 본래 '기획조정기능'을 가지고 있는 국정원은 미래부, 방통위 등 그간 민간 인터넷을 관리해온 모든 '관'의 수장이 되며, 지휘를 받게 되는 '민'에는 통신사, 포털, 쇼핑몰 등 '주요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포함됨. ('사이버테러 방지 및 위기관리 책임기관' 정의 참조). 이는 사이버 계엄과 다를 바가 없음.
- 지금까지 국정원은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에 따라 국가차원의 사이버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해 왔음. 그럼에도 사이버테러법이 필요한 이유는 국정원이 민간의 인터넷망까지 관리하기 위해서임. 예컨대 사이버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모든 민간 IP주소('사이버테러정보' 정의 참조)에 대한 실시간 추적시스템도 국정원에 둘지 모호함.
사이버테러의 정의
- 이 법에서 '사이버테러'는 '해킹' '바이러스'를 다 포함하고 있음. 또 사이버테러로부터 '사이버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사실상 모든 활동을 허용하고 있음. 즉, 인터넷에 바이러스가 퍼지거나 해킹사고만 일어나도 사이버테러를 주무하는 국정원이 '조사'하겠다며 나설 수 있음. ('사고조사' 조항 참조).
- 심지어 아무일이 없어도 '방지'하고 '탐지'하겠다며 인터넷도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음. 민간 인터넷망, 소프트웨어의 '취약점' 또한 국정원에 모두 공유하여야 하게 되어 있음. (보안관제센터 등의 설치)
- 국내정치에도 개입하고 선거개입도 하고 해킹도 하는 국정원이 이 정보들을 이용해서 카톡을 해킹할 수도 있음. 국정원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사라질 수 있을 만한 제도개선은 그간 전혀 없었음. 국정원 개혁특위가 열리는 동안에도 국정원은 국회도 법원도 모르는새 해킹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함.
국정원 직무 확대에 대한 우려
- 이 법은 기본적으로 국정원의 직무 확대임. 해킹사건이 일어날때마다 그 권한이 계속 강화될 수도 있음. 이는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국내정치개입을 겪어온 국민들이 바라는 바가 결코 아님. 국회가 국정원의 직무를 제한하기는 커녕 이것을 확대하는 것은 임무방기임.
- 이 법이 통과되면 어떠한 기구도 국정원이 사이버 공간에서 그 권한을 오남용하는 것을 통제할 수 없음. 이미 국정원은 한 몸에 수사기능 등 집행기능, 정보수집 기능, 그리고 모든 정부기관에 대한 기획조정기능까지 다 가지고 있음.
- 이런 만능 정보기관은 사이버테러를 대응하겠다는 다른 어떤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음. 한쪽에서는 수사를 위해 법원의 영장을 받아 패킷감청을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국가안보를 위해 영장 없이도 패킷감청을 할 수 있는게 우리나라 국정원임.
결론적으로, 아무리 부분적인 조항을 손본다 하더라도 일단 '사이버테러'에 대해 법정화하는 법이 제정되면 국정원에서 주무하는 국가사이버안전센터에서 구체적인 시행령을 통해 인터넷을 장악할 것임.
우리나라의 민간 사이버 안전은 이미 다른 나라보다 강한 법제도와 규제가 부족함이 없음. 그간 계속 발생해 온 디도스 공격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KISA 등의 대응 경험과 노하우도 축적되어 있음.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그 위에 군림하여 민간 인터넷망에 상시적으로 개입하도록 하는 것은 사이버 계엄임.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인터넷 이용자인 국민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와 사찰을 불러오고 인터넷 기술 발달의 위축을 가져올 것임. 이 법이 통과되면 사이버 공간에서 국정원은 국민 위에 군림할 것이며 정치와 선거는 국정원 공작에 늘 유린될 것임. 이에 어떠한 형태의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입법도 반대하는 바임.
3.“테러” 관련 자금 조달을 금지하는 현행법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테러범죄 관련 금융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금융정보분석기구(FIU)가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법에 따라 수사가 필요한 정보는 국민안전처장관과 경찰청장에게 제공하도록 하고있음. (제7조 2항)
또한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테러자금’과 관련하여 테러 자금 조달 행위가 의심되는 개인과 단체에 대해서 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임의로 지정고시하여 금융거래를 동결할 수 있고, 심지어 금융거래제한대상자에게 자금․재산을 모집․제공하는 행위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음.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테러 자금에 은닉과 관련하여 예비자, 미수범 등도 모두 처벌하도록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음.
또 외국환 관리법은 우리“정부가 체결한 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성실한 이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뿐만 아니라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특히 필요한 경우”테러 관련자로 의심되는 특정 개인과 단체에 대해 금융제재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 이는 유엔 뿐만 아니라 우방국(미국) 등의 요청에 따라 테러 관련자로 의심되는 개인과 단체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것임.
외국환관리법의 하위지침인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 허가지침”역시 유엔 결의에 의한 테러 관련 개인과 단체 외에도 미국 대통령령(Executive Order), 유럽연합이사회(The Council of the European Union)가 지명한 개인 및 단체에 대해서 금융제제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음. 또한 이란의 경우, 이란에 거주하는 개인, 또는 이란에 소재하는 단체에 대해서도 금융제제를 할 수 있음. 우려하고 있는 IS에 대해서도 이미 지난 3월, 기획재정부는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 허가지침”에 따라 IS 대원 27명을 포함해 669명을 금융제재 대상자에 포함시켰음. 이는 수시로 업데이트 되고 있음. (관련 기사 : http://news.joins.com/article/17418410)
위와 같은 현행법을 바탕으로 ‘테러’로 의심되는 행위에 대한 자금 조달이나 금융 거래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나치게 포괄적인 제재로 인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음.
국정원은 이들 테러자금 규제관련 기관들의 활동내용에 대해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소통할 수 있음. 국정원이 직접 금융거래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테러방지법 제정 및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은 필요하지 않음.
파리테러 사건을 빌미로 한 중동에 대한 군사적 개입강화와 테러방지법 도입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
- 일시 : 2015년 12월 1일 오전 11시
- 장소 :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지난 11월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끔찍한 무장공격 사건 이후 국제사회의는 '테러' 근절을 내세우면서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확대하고 있다. 파리 사건은 결코 급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레바논과 터키에서 큰 규모의 희생이 있었고 파리 사건 전까지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들이 계속 공습에 가담하고 한 달 동안 해당 지역에 8천 번 이르는 융단폭격을 하고 있다.
군사적 개입은 결코 IS의 준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군사적 개입으로 이라크 북서부와 시리아 남동부를 장악하고 있던 IS의 세력은 결코 위축되지 않았다.군사적 개입은 ISIS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ISIS의 세력을 키울 뿐이다.
이번 기회에 국제사회가 IS라는 괴물의 탄생의 원인을 제대로 짚을 수 있어야 한다. 이 '테러' 사태의 씨앗은 이라크 전쟁이었고 근본적으로 중동 지역에 대한 제국주의 부당한 개입에 의한 것이다. 이미 반전평화를 요구하는 국제시민사회에서는 이 점을 준엄하게 지적하고 있다. 지난 11월 28일영국에서는 시리아 공습을 규탄하는 수천 명 규모의 반전집회가 열렸다.
[기자회견문]
시리아에 대한 공습은 해결책이 아니다
‘대테러방지법’ 제정 시도를 중단하라!
공습으로 ‘테러’를 근절할 수 없다! / 강대국의 시리아·이라크 군사적 개입에 반대한다! / 파리 테러를 빌미로 공안탄압 강화하는 대테러방지법과 이주민 차별에 반대한다!
지난 11월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민간인에 대한 끔찍한 공격이 발생했다. 이에 프랑스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 러시아 역시 ‘테러를 뿌리뽑아야 한다’며 시리아 폭격을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가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이 바로 ‘테러’의 원인임을, 그들은 망각하고 있다.
우리는 파리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가 탄생한 원인을 알고 있다. 미국은 2003년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고 종파 간 분열 정책으로 점령에 대한 저항을 무력화하고자 하였다. 수니파 주민들이 해고되고 공직에서 추방되는 동안 미국은 시아파 세력들을 군과 정부 요직에 앉혔다. 수니파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고, 미국이 후원한 이라크 정부의 종파주의적 정책 때문에 종파 갈등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화했다. 이라크인들은 2012년 말 ‘이라크의 봄’ 등의 운동을 통해 거듭 종파적 갈등을 극복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이라크 정부의 가혹한 탄압이었다. 이런 불만 속에 생겨난 것이 바로 수니파 이슬람주의 조직, IS다.
시리아 내전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45년간 독재를 해온 아사드 정권과 2011년 민중봉기 때부터 아사드에 맞서 온 반군 세력이 있다. 여기에 IS가 세력을 넓힌 상황이다. 복잡한 갈등선과 이에 따른 상호간의 증오, 테러 행위를 외세의 군사적 개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이라크에서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대체 어디에 있는가?
오바마 미 대통령은 자신만만하게도 이라크전쟁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고, 시리아에는 절대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미특수부대파견을결정하는등자신의말을뒤집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의 폭격은 IS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언론의 인터뷰에서도 국내 거주 시리아인이 “땅에서는 IS가 괴롭히지만, 정부군과 미국과 러시아의 비행기 폭격까지 받아서 불안한 상황”이라 증언하기도 했다. 폭격은 ‘외부 세력은 시리아 사람들을 죽이러 왔고, 당신들을 지켜줄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고 선전하는 IS의 세력을 키워주고 있다.
지상군 투입 역시 대안은 아니다. 많은 군사 전략가들이 ‘IS는 시리아 내전의 효과’일 뿐이라며 좀 더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봤듯이 지상군 투입은 해당 지역을 안정시키지는커녕 현지인들의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다. 심지어 내전을 더욱 확장시킬 위험도 있다.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법을 내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미국과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의 존치 문제로 대립하기 때문이다. 11월 14일 파리 테러 직후 각국 외무장관들이 모인 ‘시리아 국제회의’에서 내년 1월까지 내전 당사자들이 정전협약을 맺게 하고 과도정부 구성 및 UN 주관 하의 선거를 실시한다고 합의했지만, 그 과정에서 평범한 시리아인들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현지인들의 바램과 의견을 무시한 채 총칼로는 질서를 세울 수 없다는, 지난 15년 간 미국의 ‘대테러전쟁’이 남긴 교훈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시리아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사회를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 능력과 권리가 있다.
한편,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테러리즘은 암적 존재’라며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역량’을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이미 한국은 파병으로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지원했고, 1년여 전부터 미국의 시리아·이라크 개입을 재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IS가 지목한 ‘십자군 동맹’의 일원으로 언급되고 있다. 한국인들의 안전보다 전쟁 지원을 더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국군 동명부대는 IS의 활동 반경에 포함되는 레바논에 주둔 중이라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더 많은 파병을 부추길 국군해외파병법을 정부와 여당이 계속해서 조금씩 밀어붙이는 것도 불길하다.
또한 시리아 난민 사태에 대해서는 ‘국제 인도주의 체제 전반에 심각한 도전’이고 ‘부담과 책임을 국제사회가 함께 공유’해야 하며 한국은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해결책은 테러방지법으로 시민사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었다.
파리 테러를 빌미로 대테러방지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미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국정원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테러방지법 제정을 시도해 왔다. 이번에 논의되는 테러방지법도 대테러활동 실무를 집행하는 대테러센터를 국가정보원장 소속으로 설치하고 각종 금융거래 및 통신정보를 수집하고 위험인물을 추적할 수 있게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 대선 개입 의혹, 개인정보 감청 의혹조차 해소하지 못한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나선 시민들을 IS에 빗대며 이들을 마치 잠재적인 테러리스트인 것처럼 취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테러방지법과 정부여당이 준비 중인 관련 법안들이 통과된다면 시민사회에 대한 무제한적인 감시와 탄압이 자행될 공산이 크다. 집회 및 시위, 정치적 행동에 대한 최소한의 민주적 권리조차 없애려는 이러한 시도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우리는 테러 위험에서 벗어나는 진정한 방법은 테러방지법 제정이 아니라 정부가 중동 등지의 전쟁을 지원하는 정책을 포기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11월 18일, 이병호 국정원장은 ‘시리아 난민 200명이 왔고 65명은 공항에서 대기 중인데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슬람 노동자 중에서 IS에 호감이 있는 사람이 발견되고 있다’며 마치 시리아 국적자와 무슬림 모두를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을 하는 발언을 했는데, 심지어 법무부가 오보 취지로 별도의 설명자료를 내야 할 만큼 사실관계조차 허점이 많았다. 또한 같은 날 알 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인 ‘알 누스라 전선’을 추종했다며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를 체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증거는 고작 알 누스라 전선의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과 집에서 발견된 장난감 BB탄 총 뿐이었다. 테러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이주민을 마녀사냥하는 것은 정부의 진정한 목적이 따로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는 파리 테러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프랑스 민중들을 애도한다. 동시에, 그 전날 일어난 레바논 베이루트에서의 테러로 목숨을 잃은 이들도, 한 달 전 이집트에서 항공기 추락으로 목숨을 잃은 러시아 민중들에게도 애도의 뜻을 전한다. 우리는 이들 모두가, 그리고 이전부터 테러와 내전에 시달렸던 수많은 시리아, 이라크 민중들도 세계의 지배자들이 펼친 그들의 전쟁에 희생된 사람들임을 기억하고자 한다. 그들의 억울한 죽음, 희생을 기억하는 길은 바로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일이다. 강대국들의 군사적 개입은 더 많은 죽음만을 낳을 뿐이다.
-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의 테러와의 전쟁은 실패할 것이다. 시리아를 향한 군사적 개입을 반대한다!
- 한국 정부는 일체의 전쟁 지원을 즉각 중단하라. 또한 더 많은 파병으로 이어질 국군해외파병법 제정 시도를 중단하라.
- 파리 참사를 빌미로 시민사회, 이주민을 억압하는 박근혜 정권의 테러방지법, 이주민 차별에 반대한다!
2015년 12월 1일
경계를 넘어, 노동자연대, 민주노총, 반전평화연대(준), 사회진보연대, 인권연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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