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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반복’ 복지시설 비리…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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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반복’ 복지시설 비리…해법은 없나?

익명 (미확인) | 수, 2016/01/27- 19:51

복지시설의 비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 최초, 최대 장애인 복지법인 한국소아마비협회가 운영하는 직업재활시설 정립전자에서 348억 원의 사기와 20여억 원의 개인 횡령까지 벌어져 검찰이 시설 대표(원장)와 본부장을 구속하고 관련 12명을 불구속기소한 지 두 달이 넘었으나 관할 행정기관인 서울시와 광진구청은 행정조치를 미루고 있다.

‘정립전자’는 한국소아마비협회(정립회관)가 운영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중증장애인 120명과 노숙인 출신 등 모두 160명이 발광다이오드와 CCTV 카메라, 지폐 계수기 등을 만들고 있다. 정립전자는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사회적기업’이다. 투명 경영을 하고 수익금 전부는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1월 8일 정립전자가 다른 회사에 명의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고, 유령 직원과 출근부 조작 등으로 정부보조금 등을 가로채는 등 모두 348억 원을 사기 및 횡령한 혐의로 정립전자 김현국(44)대표(원장)과 박모(49)판매본부장을 구속하고 또 다른 정립전자 간부 신모(56)씨 등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멀리는 1980년대 형제복지원을 시작으로 1996~2002년 에바다 농아원, 2004년 성람재단 인권침해, 2005년 청암재단 인권유린, 2005~2006년 성람재단 2008년 석암재단 재정비리, 2014년 인강재단 인권유린, 2015년 인천 해바라기 장애인주거시설 사망 사건 등 수많은 복지시설이 각종 비리로 물의를 빚었지만, 시설 민주화와 투명 운영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요원하다.

최초, 최대 장애인 기관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전자를 운영하는 한국소아마비협회 역사를 통해 복지시설 비리가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을 찾아본다. 이 협회가 다른 시설보다 더 비리가 많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소아마비협회는 다른 곳보다는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협회의 심장인 정립회관에선 1990년, 1993년, 2004~2005년 시설 민주화를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농성이 3차례나 연이어 벌어졌다. 장애인들은 2005년엔 정립회관 관할 행정기관인 광진구청 농성까지 벌였고, 구청은 100여 명의 직원을 동원해 농성 장애인을 끌어냈다.

한 시설에서 비슷한 문제로 3번의 농성이 벌어졌는데도 최근에는 또 350억 원에 달하는 사기와 횡령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의 각별한 지원

서울 광진구 아차산 자락에 있는 한국소아마비협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육영수 여사 집안엔 소아마비를 앓던 친조카가 3명이나 있었다. 이 때문에 육 여사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육 여사는 1965년 소아마비 장애인인 황연대 씨(의사, 당시 27)를 청와대로 불러 하사금 20만 원을 건넸다. 황 씨는 이 돈으로 아차산 자락에 정립회관 터를 계약했다.

한국소아마비협회는 1966년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저명인사 10여 명이 소아마비아동특수보육협회(1977년 명칭 변경)로 설립허가를 받은 한국 최초 장애인단체다. 황연대 씨가 의사 이수길, 판사 김용준, 변호사 송영욱, 동양화가 이완수 등과 함께 설립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지명자 김용준 판사도 이사 지내

1966년 협회 창립 정관을 만들고 1980년까지 이사를 맡은 김용준 판사는 정립회관을 계기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딸 근혜 양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13년 초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명됐다가 부동산 투기와 자녀 병역 기피 의혹 때문에 낙마했다. 1966년 협회 초대 대표는 소설가 김팔봉(본명 김기진)이었다. 1977년 소아마비협회로 이름을 바꾼 뒤 첫 이사장은 ‘불도저 시장’으로 불렸던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 맡았다. 현재 이완수 이사장 역시 1966년 협회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50년 동안 이사다.

소아마비협회는 1970년부터 장애인이 이용할 정립회관을 짓기 시작했지만, 자금난에 시달렸다. 육 여사는 영화관 입장료의 일부를 떼어내 모은 돈을 정립회관 건립에 사용하도록 도움을 줬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4년 12월 공사중단 위기를 맞은 정립회관에 2억 원의 하사금을 내렸다. 이 돈은 당시 대통령의 공식 하사금 가운데 최대였다.

협회는 1975년 10월 30일 5년 공사 끝에 정립회관을 개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준공식에 참석해 황연대 초대 관장과 나란히 서서 테이프를 끊었다.(영상 참고) 두 사람의 인연은 2014년 음주운전 때문에 사퇴한 현정화 마사회 탁구감독 대신 여든을 앞둔 황연대 씨를 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촌장으로 임명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 정립회관 개관 테이프를 끊은 박근혜 대통령과 황연대 초대 관장 (경향 75년 10월 31일 7면)

▲ 정립회관 개관 테이프를 끊은 박근혜 대통령과 황연대 초대 관장 (경향 75년 10월 31일 7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립회관 현판을 직접 썼다. 경향신문은 1975년 10월 28일 자 기사에서 “정립회관이 세워지기까지 평소 소아마비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도 깊었던 고 육영수 여사의 특별한 배려와 소아마비협회 상임이사인 황연대 씨의 끈질긴 집념이 점철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황 씨는 1993년 장애인들의 2차 농성으로 사실상 불명예퇴진했다.

▲ 정립회관 건립 과정을 소개한 경향신문 75년 10월 28일자 7면 기사

▲ 정립회관 건립 과정을 소개한 경향신문 75년 10월 28일 자 7면 기사

장애인운동 개척자 황연대 전 정립회관 관장

1938년생인 황연대 씨는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았지만 1963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한 의사다. 황 씨는 정립회관 초대 관장으로 초중고교에 다니는 장애인에게 특수체육을 실시해 그 점수를 체육점수에 반영시켜 장애인 학생의 체육성적 차별을 개선했다. 또 당시 큰 사회문제였던 장애인의 대학입시 불이익을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황 씨는 1982년 법관 임용에서 탈락한 장애인 구제에도 앞장서 장애인들의 대모(代母)로 자리 잡았다. 황 씨는 60~80년대 척박한 장애인 운동의 한 시대를 대변하는 상징이었다. 많은 장애인들이 황 씨의 눈물 어린 호소로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

황 씨와 정립회관의 역사는 곧 장애인 복지의 역사다. 정립회관은 장애인 자립에 꼭 필요한 ‘활동보조인 제도’를 법보다 훨씬 앞서 운영했다. ‘활동보조인 제도’는 2000년대 초 장애인이동권 운동을 벌이던 장애인에게 유용한 무기가 됐다. 장애인들이 지하철 선로점거나 집단으로 버스 타기 운동으로 이동할 권리를 알릴 때 정립회관이 지원한 활동보조인은 늘 장애인들과 함께했다.

최초 장애인 재활시설 ‘정립전자’

1975년 장애인 이용시설로 출발한 정립회관은 1989년 장애인을 사원으로 채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정립전자를 회관 부지 안에 설립했다. 88 장애인올림픽이 끝나자 수요가 많았던 체육사업을 대체할 새 사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정립회관은 일본 장애인작업장 ‘태양의 집’을 벤치마킹한 장애인작업장을 계획했다. 때마침 기업 이미지를 고려한 삼성전자가 이에 호응했다. 회관은 처음에 1개 생산라인에 직원 40명 규모를 계획했다. 그러나 삼성과 협의하면서 3개 라인 130명으로 커졌다. 삼성전자는 기계 시설 설치와 기술자 4명, 일할 물량 공급만 지원했다. 이 때문에 정립전자는 초기엔 달마다 몇백만 원씩 적자를 냈다.

1990년 들어서야 월 5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겨우 현상 유지에 들어섰다. 그러나 당시 장애인 노동자는 일당 4,300원, 월 14만 원을 받는데 그쳤다.

▲ 서울시 사회적기업 전용쇼핑몰 ‘함께누리’에 소개된 정립전자 작업장 모습

▲ 서울시 사회적기업 전용쇼핑몰 ‘함께누리’에 소개된 정립전자 작업장 모습

1990년 관장 퇴진 요구 46일 점거농성

서울장애인운동청년연합(서장청련) 소속 장애인 30여 명은 1990년 6월 8일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의 황연대(당시 53) 관장과 남편 정은배(53) 상임이사 부부의 퇴진과 비리의혹을 국정조사하라며 한 달 반 동안 회관을 점거해 농성에 들어갔다. 당시 정립회관은 32명의 직원으로 연간 6억여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은 1975년 개관 이후 지체장애인의 요구를 가장 앞장서 해결해온 단체라 당시 점거농성은 충격이었다. 1990년 초 정립회관 상담교사 김 모 씨 등 3명이 퇴직하면서 공금유용 시비가 드러났다. 3명이 퇴직금을 받지 못하자 직원들이 자체 조사해 퇴직적립금과 직원 상조회 기금, 재형저축기금이 유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퇴직적립금이 2년간 적립되지 않았고, 직원 상조회 기금도 유용됐다. 직원들은 급여에서 공제된 재형저축기금도 은행에 제대로 적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이 사실을 이사장에게 알리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농성에 들어간 서장청련은 정립회관과 황 관장의 남편인 정은배 상임이사의 재정 운영 관련 비리 의혹 10여 건을 담은 백서를 공개했다. 서장청련은 정립회관이 1987년 토지 매매 과정에서 평당 25만 원 가량을 빼돌리고, 직원들의 재형저축기금과 퇴직적립금을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루 평균 10만 원 이상인 판공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보사부가 정립전자에 일일 1인당 급식비 300원과 문화생활비 200원씩을 지원했는데 장애인 당사자들이 받지 못한 점 등도 거론했다. 서장청련은 “황연대 관장이 대외적으로 장애인 처우개선에 노력한 점은 인정하지만, 정립회관 관장으로 남편 정 이사의 비리와 회관의 파행운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황 관장 부부는 비리 백서의 상당 부분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립회관 측은 서장청련의 주장을 “복지시설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운동권 장애인들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농성이 계속되자 소아마비협회(정립회관)는 황 관장의 남편 정은배 이사의 사표를 수리하고, 김원기 소아마비협회 이사장이 퇴진하면서 황연대 관장은 유임시켰다. 장애인들의 정립회관 점거는 농성 46일째인 7월 23일 정립회관 발전 특별위원회 설치와 특별감사 실시에 합의하면서 겨우 봉합됐다.

93년 두 번째 농성…전 상임이사(관장 남편) 구속

황연대 관장은 1993년 4월 공기업인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까지 겸직하게 됐다. 그러나 봉합된 정립회관 의혹은 3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장애인복지신문은 1993년 4월 16일 자 머리기사에서 ‘황연대 전 관장이 윤상장학금을 횡령했다’고 폭로했다.

정립회관 직원과 이용 장애인들은 4월 21일 ‘정립회관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정립 공대위)를 구성하고, 4월 23일부터 “정립회관 정상화와 비리주범 황연대 전 관장의 구속”을 요구하며 김응준 이사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한 기관에서 같은 내용으로 두 번이나 점거농성이 일어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정립 공대위’는 90년 제기된 의혹 외에도 “1991년 4월 18일 소아마비협회 기본자산 2,200만 원을 무단 인출, 횡령하는 회계비리가 계속 자행됐다”고 폭로했다. 정립 공대위는 황 관장의 수영장 수입금 횡령 의혹도 새로 제기했다. 황 관장은 해명자료를 내고 “윤상장학금은 기탁자인 이정식씨가 회관 운영 여건상 여의치 못하면 협회나 회관이 임의로 전용해도 이의가 없다는 전제하에 기탁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학금 중단은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관은 장학사업을 하지 말라는 지자체의 방침 때문이라고 밝혔다.

협회(정립회관)은 1993년 4월 26일 긴급이사회에서 황 관장의 관장직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관장에 백일영 전 서울시 법률과장을 임명했다. 농성자들은 황 관장 사임이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겸직 금지를 해소하기 위함일 뿐 비리에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며 반발했다. 4월 30일 김응준 이사장이 전격 사퇴하고 백일영 씨 관장 임명도 취소했다. 농성자들은 이사회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황 전 관장의 이사직 사퇴와 사법처리, 재산환수와 함께 회관이 정상화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정립회관 사태는 임시국회에서 정식 거론돼 새로운 양상으로 번졌다.

신계륜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은 1993년 5월 12일 국회 노동위원회에서 “황연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이 1975~1992년까지 17년 동안 정립회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최소 20억 원 이상의 공금을 횡령하고 임야 5천여 평을 사들이는 대규모 부동산투기까지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황연대 이사장이 정립회관 상임이사였던 남편 정은배 씨와 함께 영수증과 지출결의서, 물품대금을 허위로 조작하고 수영장 운영수익과 장학금 횡령을 포함해 해마다 회관 예산 중 1억 원 이상 모두 20여억 원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횡령의 증거로 동일필체의 가짜영수증 사본과 백지영수증 다발, 직원들의 허위가불 지출결의서, 허위출장 지출결의서, 물품대금 계약서, 정립협회 통장 등을 공개했다. 황 이사장은 1983년 안성군 공도면과 원곡면 땅을 집중적으로 사 부동산 투기 의혹도 받았다.

신 의원은 “황 이사장이 정립회관 감독관청인 서울시와 보사부의 공무원에게 기관운영 판공비 명목으로 수시로 20~50만 원씩 제공한 증거도 입수했다”고 밝혔다. 당시 신 의원이 밝힌 정립회관 날짜별 지출내역에 따르면 ‘1월 10일 보사부 재활과 식사 50만 원(식사비 18만 원), 1월 30일 서울시청 시회과 박 계장 노씨 봉투전달’ 등의 내용이 적혀 있어 감독관청 공무원과 유착 의혹을 낳았다.

신 의원의 의혹 제기에 답변에 나선 이인제 당시 노동부장관은 “수사를 의뢰해 흑백을 가리겠다”고 밝혔다. 정립회관은 “회관 주도권을 둘러싼 반대파들의 음해”라고 설명했다. 황 관장은 농성자들의 배후에 협회 이사인 송영욱 변호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송 변호사는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특별수사부(정진규 부장검사)는 수사에 나서 1993년 7월 9일 황 씨의 남편 정은배 전 정립회관 이사를 물품구입 명목으로 2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하고 부인 황 씨의 공모 여부를 조사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은배 이사가 협회와 정립회관의 모든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면서 허위 차용 뒤 변제 명목으로 회관 수익금을 인출해 유용하고, 물품대금을 부풀리고, 허위 영수증을 만들어 횡령한 2억여 원을 유흥비와 생활비로 썼다고 밝혔다. 검찰은 93년 6월 22일 정립회관 수영강습비 4,800여만 원을 횡령한 총무과 회계담당자 이강택씨도 구속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서울 동부지청 김홍섭 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공금횡령 공소시효가 7년이라 86년 이전 범죄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또 “(불과 3년 전) 회계서류도 없어서 복지시설 운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물의를 빚은 황연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사실상 불명예퇴진이었다. 황 씨는 검찰 수사에서 남편의 횡령을 전혀 아는 바 없다며 여전히 “협회 이사인 송영욱 변호사와 이완수 신임 관장 등이 짜고 자신을 음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1년여 수사 끝에 황 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의혹은 다시 잠복했다.

93년 6월 이완수 이사, 정립회관장 취임

이완수 신임 관장은 1993년 6월 말 검찰 수사와 성동구청의 감사를 받는 어수선한 가운데 취임했다. 그는 협회 창립 때부터 이사를 지냈고 1993년 6월 정립회관장을 시작해 2005년부터 지금까지 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관장은 취임 직후 장애계 전문지 <함께걸음>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불투명한 회계처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정립회관 이사진들의 내부갈등설을 질문받자 “나는 내일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자리를 비울 생각”이라며 “서울증권의 고문을 겸직하고 있는데 정립회관 일이 자리가 잡히면 다른 분이 일을 맡아서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완수 관장은 2004년 정년까지 12년간 재임한 후 정년 이후에도 관장직을 유지하려다가 장애인들의 3차 농성 사태를 불러왔다.

2004~05년 관장 변칙 연임 반대 231일 농성

2004년 6월 정립회관을 이용하는 중증 장애인 30여 명과 활동보조인 10여 명, 노조원 10여 명 등 50여 명이 다시 회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한국소아마비협회가 6월 말 65세 정년을 앞둔 이완수 관장을 2년 촉탁직으로 바꿔 연임시켰기 때문이다. 농성자들은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정립 공대위)를 구성하고 2004년 6월 22일부터 231일의 장기농성을 이어갔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 잇따르는 복지시설 비리 때문에 지침으로 시설장의 정년을 65살로 정해 장기집권을 막았다. 정립회관 운영규정도 관장 정년이 만 65살이었다. 정립회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정립회관 노조는 그해 2월부터 관장 정년 이후 대안 마련을 이사회에 요구했지만, 정립회관은 노조원 11명을 징계했다.

2004년 9월 8일 새벽 검은 복면을 쓴 괴한 30여 명이 쇠파이프를 들고 정립회관 농성장에 난입해 농성하던 장애인을 끌어낸 뒤 비장애인 남성 농성자 9명의 웃옷을 벗기고 머리를 땅에 박게 한 채 쇠파이프로 폭행했다. 이들은 농성 집기를 모두 밖으로 집어 던진 뒤 30분만에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농성자 2명 등 모두 11명이 다쳤다.

정립 공대위는 “이날 폭행이 농성 시작 이후 4번째”라며 “회관이 11년을 재직한 이완수 관장의 연임을 위해 용역깡패를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회관은 “회관 정상화를 원하는 곰두리 봉사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농성하는 공대위와 곰두리 봉사회의 충돌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 2004년 12월 23일 정립 공대위 농성자들이 곰두리 봉사회와 충돌하고 있다.

▲ 2004년 12월 23일 정립 공대위 농성자들이 곰두리 봉사회와 충돌하고 있다.

정립 공대위는 해를 넘겨 2005년 2월 5일 이완수 관장 퇴진과 노조원 징계 완화, 고소고발 철회에 합의하고 231일 만에 농성을 풀었다. 때마침 7년을 끌어온 에바다 복지회 사태가 장기집권해온 비리 이사진을 몰아내면서 마무리된 게 도움이 됐다. 그러나 해결의 기쁨도 잠시였다.

2005년 6월 퇴진한 관장, 이사장 승진

정년을 맞은 이완수 정립회관장을 변칙 연임시키려다 8개월가량 시설 운영에 파행을 불러온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가 장기농성 8개월 만에 겨우 이룬 합의를 무시하고 2005년 6월에 물러나는 이 관장을 협회 이사장으로 오히려 더 높은 자리로 추대했다.

이 관장을 이사장으로 임명하자 정립 공대위는 “이완수 관장이 합의를 파기하고 넉 달 뒤 더 높은 자리인 이사장으로 옮겼는데도 농성 해결을 중재했던 광진구청이 방관하고 있다”며 7월 4일부터 광진구청 앞에서 1인 시위와 함께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공대위는 해마다 10억 원 이상의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립회관의 비민주적 의사결정에 항의했다. 공대위는 “10여 명의 소아마비협회 이사 중 몇몇은 길게는 30여 년을 연임하면서 장애인보다는 자리 나눠 먹기에 혈안”이라고 했다.

광진구청은 구청 앞 노숙농성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자 2005년 8월 23일 오전 직원 100여 명을 동원해 천막을 뜯어내고 농성하던 장애인과 비장애인 10여 명을 정문 밖으로 밀어냈다. 밀려났던 정립 공대위는 이날 오후 3시께 구청에 재진입해 종합민원실을 점거했지만 3시간 만에 경찰과 구청 직원에게 강제해산 당했다. 공대위는 해산 과정에 구청이 여성장애인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며 국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농성 장애인과 정립회관의 갈등이 깊어지자 1966년 협회 설립에 참여했던 이수길 박사까지 나서 “협회 창립이사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소아마비협회 이완수 새 이사장은 2006년 9월 231일 장기농성 때 농성장에 난입해 쇠파이프를 휘두른 곰두리 봉사회 사무총장을 정립회관의 새 관장으로 임명했다.

2007년 CCTV로 직원 감시 논란

이완수 이사장 체계가 굳어져 가던 2007년 8월 정립 공대위는 “정립회관이 CCTV와 몰래카메라로 비판적인 직원을 감시해왔다”며 회견을 열었다. 정립회관이 회관 운영을 비판하는 직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그 증거자료로 CCTV 촬영 영상을 내놓은 게 화근이었다. 정립 공대위는 정립회관이 CCTV 8대와 몰래카메라 1대를 설치해 직원들을 감시했다며 국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회관 측은 이완수 이사장 퇴진을 요구해온 직원을 징계하고 2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회관은 “건물이 낡아 승강기에 물이 차는 등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정립회관 민주화를 요구하다 해고된 김재원 노조조지부장 등 3명은 3년 넘는 법정투쟁 끝에 2010년 9월 고등법원에서 승소하고 복직했다.

2015년 348억 원 비리 정립전자 대표 구속

정립회관엔 지난 2005년 3차 농성 사태 이후 10년 만에 다시 대규모 비리 사건이 터졌다. 회관이 운영하는 정립전자 김현국(44)대표(원장)와 박 모(49)판매본부장 등 2명이 348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고 또 다른 정립전자 간부 신 모(56)씨 등 12명이 불구속 기소된 것이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르면 장애인 업체가 직접 생산하는 제품은 공공기관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우선구매해야 한다. 모든 공공기관은 총 구매액의 1% 이상을 장애인 업체에서 구매해야 한다.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와 박 본부장은 공공기관과 제품 납품을 수의계약하고서 실제 생산은 비장애인 회사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계약금액의 10%를 챙기는 방법으로 3년간 모두 348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립전자는 연 200여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직접 생산한 비율은 1/3 이하였다. 정부가 중증장애인 생산시설 지정 때만 현장 심사를 하고 이후엔 현장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허점을 노렸다.

김 대표와 박 본부장은 최근 2년 동안 있지도 않은 장애인 직원을 내세워 지원 급여 20여억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불구속 기소된 신 씨는 출근부를 조작해 장애인 노숙인을 위한 도우미를 고용한 것처럼 속여 서울시로부터 보조금 2천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김 대표가 공공기관 납품 계약을 따내려고 김모(57) 전 광진구의원에게 모두 1,600여만 원을 준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도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은 지난달 14일 정립전자를 운영하는 소아마비협회 이사진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 장차연은 “25년 동안 소아마비협회 법인과 산하 정립회관의 비리 의혹 제기했는데도 서울시와 광진구는 땜질식 처방만 일삼았다”며 “서울시에 이사장 해임과 공익이사 파견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소아마비협회는 사건이 터지자 박춘우 상임이사를 정립전자 대표(원장)로 내정하고 광진구에 승인을 요청했다. 서울 장차연은 “책임을 져야 할 상임이사를 대표로 임명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고 반발했다.

“근본 해결책은 ‘탈시설’뿐”

서울 장차연은 이날 회견 뒤 서울시 장애인정책과장을 만나 상임이사의 정립전자 대표 임명을 불승인할 것과 법인 이사진 전원을 해임할 것을 촉구했다. 사건이 터지자 서울시와 광진구는 공동으로 시설 감사를 벌였다.

수용 장애인을 상습 폭행하고 이사장 일가의 김장과 벌초에 직원을 동원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장애인주거시설 인강원의 비리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조아라 씨는 “한 곳에 대규모로 장애인 등을 몰아넣어 수용하는 집단 시설은 결국 비리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에 장애인 자립생활주택 등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립전자 대표(원장) 구속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관할 행정기관인 서울시 장애인정책과에 후속 조치를 묻기 위해 4차례 전화를 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답만 돌아왔다. 서울시와 광진구청은 사건이 터지자 시설 감사에 나섰지만 이후 두 달째 행정처리를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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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의 민주노총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격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지난 2일 새벽 정기국회 주요 쟁점에 합의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노동 법안에 대해서는 “양당이 제출한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 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그날 아침 김무성 대표는 노동 법안을 반드시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하며 “투쟁과 분개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데 민주노총만 오로지 변화를 외면하고 시대착오적인 투쟁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11월 30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민주노총을 ‘전문시위꾼 집단’이라며 명예훼손적인 발언을 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최근 8년간 반정부 성향의 5개 대형집회 모두 민주노총이 주도했다고 한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행태는 사실상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에서 무단이탈해서 정치적 목적을 꾀하는 정치집단이자 사회를 무질서와 무법천지로 만드는 시위를 주도하는 전문시위꾼 집단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 11.30

정부의 민주노총 압박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경찰은 1차 민중총궐기 대회 일주일 후인 11월 21일 전격적으로 민주노총 본부와 산하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불법’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흘 뒤 박근혜 대통령은 민중총궐기 대회를 ‘불법 폭력사태’로 규정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불법 폭력행위는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이번에야말로 배후에서 불법을 조종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해서 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 국무회의 / 11/24

집시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검거에는 경찰이 1계급 특진까지 내걸었다.

 

 

 

정부·여당, 민주노총을 ‘불법·폭력 집단’으로 매도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민주노총을 압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밀어붙이는 이른바 ‘노동시장 구조개선’ 때문이다.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13만여 명 중 노동자는 8만여 명이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대가 거세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의 노동정책을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는 단체가 민주노총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더불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정부의 노동정책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비정규직을 늘리고 사용자로 하여금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민주노총을 과격한 폭력집단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을 완수해야 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데 더욱더 유연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튼튼한 노조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존재일 수 있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내 뒤를 든든히 봐주는 존재”이다.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십니까?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랍니까?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습니다.
– 오바마 대통령, 노동절 연설 / 9.7

지난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KT노조 사례는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할 때 노동자가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KT는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2009년 12월, 5천992명을 명예퇴직으로 퇴출시킨다. 2013년에는 저성과자 퇴출제도가 도입됐고 지난해에는 단일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8천304명이 퇴출됐다.

특히 지난해 KT노조는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특별명예퇴직, 임금피크제, 지사 통폐합, 자녀 학자금 지원 폐지 등에 합의했다가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까지 받았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요구하는 소위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핵심 부분을 다 도입한 KT에서는 오히려 대규모 인력퇴출만 있었다”며 “청년 일자리 창출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을들의 국민투표’ 결과 96%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 반대

박근혜 정부의 노동 정책은 민주노총만 찍어 누른다고 강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최근 한 달 동안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전국적으로 진행한 ‘을들의 국민투표’에는 시민 14만 8천989명이 투표에 참가해 96%(14만3천81명)가 정부 정책에 반대표를 던졌다. 전국 169개 시군구 1천5개 투표소에 설치된 2천347개 투표함은 시민단체나 노조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들이 2만 원씩 주고 구입해 설치한 것으로 일반 시민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합의 처리한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노동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해 노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없다.

김영주 국회 환노위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일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상임위원장은 원래 결론을 먼저 내리면 안 되지만 5대 노동법만큼은 제가 먼저 결론을 냈다”며 “노동조합 출신으로서 내 영혼을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 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 출신이다.

 

▲ 지난 2일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관계자들에게 ‘을들의 국민투표’ 결과를 전달받는 자리에서 노동 법안 처리와 관련해 “노동조합 출신으로서 영혼을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 지난 2일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관계자들에게 ‘을들의 국민투표’ 결과를 전달받는 자리에서 노동 법안 처리와 관련해 “노동조합 출신으로서 영혼을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만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개악 5법 저지를 분명한 당론으로 하고 있다”며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노동개악 5법 저지 입장을 견지할 것이며 이는 내년 총선까지 변함없는 입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목, 2015/12/0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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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모색 폰세카의 유출 문서에서 발견된 한국인들 54명의 명단을 추가 공개한다. 새롭게 공개되는 이 명단에는 대기업 회장 및 임원부터 중견 기업과 중소기업의 대표, 박물관 관장과 교회 목사까지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망라되어 있다.

1. 조세도피처로 간 IT 업계 유명인들

조세 도피처에 세워진 페이퍼 컴퍼니에 이사 또는 주주로 이름을 올린 기업인 중에는 IT 업계 의 유명인들도 있었다.

(1) 형원준 SAP 코리아 대표

대표적인 사람이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다. SAP는 ‘ERP’로 잘 알려진 기업용 자원 관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글로벌 회사다.

▲형원준 SAP 코리아 대표. 형 대표는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 두 곳에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형원준 SAP 코리아 대표. 형 대표는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 두 곳에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형 대표가 주주 겸 이사로 이름을 올린 회사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세워진 Venno Trading Limited와 Canda Group Ltd., 두 곳이다. 주주 겸 이사로 이름을 올린 시점은 모두 2003년 6월 5일. 당시는 형 대표가 공급망관리(SCM) 업체인 i2테크놀로지코리아에서 사장을 지내고 있을 때였다.

Venno Trading Limited의 주소지는 버진 아일랜드의 아카라 빌딩으로 모색 폰세카 버진 아일랜드 지점이 위치한 건물이다. 이 곳에는 수천 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등록돼 있다. 다만 이 두 회사를 설립한 사람은 형 대표가 아닌 Ye Lan이라는 중국 국적인이었다. Ye Lan은 2001년 6월 4일 Canda Group Ltd를, 일주일 후인 2001년 6월 11일 Venno Trading Limited를 설립했다.

모색 폰세카 유출 자료에 따르면 형원준 대표는 Canda Group Ltd.의 주식 5만 주를 갖고 있다가 2006년 9월 25일 Yao Ying이라는 중국 국적인에게 양도하고 이사직을 사임한 것으로 나온다. Venno Trading Limited의 경우 주식을 1주만 발행하는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였는데 형 대표가 주주 겸 이사직을 사임했는지 여부는 서류상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형 대표는 본인의 이름이 이사 겸 주주로 올라가 있는 페이퍼 컴퍼니의 존재에 대해 처음에는 회사 홍보팀을 통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취재진이 형 대표의 개인 이메일로 재차 확인을 요청하자 “잠시 사외이사로 ERP, SCM 관련 자문 역할을 했던 중국 고객 회사”라며 “솔루션 영업을 위해 일부 자문 지도만 하고 이사직을 사임했을 뿐 재무적 관계나 거래는 없었다”고 밝혔다.

▲ 조세도피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Venno Trading ltd. 이사 명부. 형원준 대표는 2003년 6월 5일 이사로 선임됐다.

▲ 조세도피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Venno Trading ltd. 이사 명부. 형원준 대표는 2003년 6월 5일 이사로 선임됐다.

단지 ‘사외이사’였다는 주장에 대해 취재진은 서류상으로 형 대표가 ‘1인’ 주주 겸 이사였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재차 확인을 요청했다. 형 대표는 중국의 Ye Lan 대표와 통화를 했다며 “당시 현금 출자 없이 주식은 발행했었지만 회사의 가치는 사실상 ‘zero’였고 아무런 매출, 거래도 없었으며, 주식은 주고 받았어도 가치는 없었다”며 “Ye Lan이 경쟁사와 민사소송이 발생해 만일을 위한 경영권 보호를 위해 잠시 기간 동안 회사를 믿을 수 있는 본인(형 대표) 명의로 해 두겠다고 부탁했었다”고 밝혔다.

형 대표는 “당시 회사가 가치도 없는 시작 단계라 모양새를 만들려고 신뢰할 만한 인물을 이사 등재하는 서명 정도로만 이해했었다”며 “다국적 활동을 하고 싶은 회사들이 버진 아일랜드에 지주회사를 등록하는 일은 흔한 일이었고 제 입장에서는 등록처가 어딘지는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2) 장병규 본엔젤스 파트너스 대표, 안승해 중국 LetYo 대표

지난 2008년 4월 11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TECHRACT INC.라는 이름의 페이퍼 컴퍼니 관련 자료에서 한국인 2명의 이름이 발견됐다. 설립 당시 1달러 짜리 주식 4만 5천 주를 가진 단독 주주로 등재된 안승해 씨, 그리고 같은 해 11월 24일 5천 주를 신규 매입해 2대 주주로 등재된 장병규 씨가 그들이다.

▲ 조세도피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Techract Inc.의 주주 명부. 이 회사는 중국 소셜커머스 포털사이트인 YetYo의 지주회사로 확인됐다. 안승해 대표가 4만 5천 주, 장병규 대표가 5천 주를 소유하고 있다.

▲ 조세도피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Techract Inc.의 주주 명부. 이 회사는 중국 소셜커머스 포털사이트인 YetYo의 지주회사로 확인됐다. 안승해 대표가 4만 5천 주, 장병규 대표가 5천 주를 소유하고 있다.

안승해 씨는 현재 중국에서 LetYo(来优网)라는 유명 소셜커머스(공동구매) 포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다. LetYo는 지난 2010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11년 일일 평균 방문자 20만 명 이상으로 중국 메타소셜커머스 사이트 순위에서 전체 2위에 오르며 그해 1분기에만 영업수익 102만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진 TECRACT INC.가 바로 이 YetYo의 지주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 안승해 Techract 대표. 안 대표는 외국인 사업자에 대한 중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조세도피처에 회사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 안승해 Techract 대표. 안 대표는 외국인 사업자에 대한 중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조세도피처에 회사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 안대표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소셜 커머스 포털 LetYo의 홈페이지

▲ 안대표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소셜 커머스 포털 LetYo의 홈페이지

안승해 대표는 이에 대해 “2008년 당시 중국에서는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한 모든 사업이 ‘미디어 사업’으로 분류돼 외국자본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었으며, 이에 따라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IT업체와 해외 자본들이 중국의 법규 틀 내에서 사업이 가능한 투자 방식을 고안한 결과, VIE(Variable Interest Entity)라는 구조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즉 “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지주회사로 두고 이곳에서 100% 출자한 중국 현지 법인을 만든 뒤, 중국 현지인의 이름을 빌려 또 다른 회사와 계약관계를 맺고 실제 사업을 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해외 지주회사를 조세도피처 지역에 만들어야만 했는지를 묻자 안 대표는 “당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중국 청화대 박사과정 재학 시 인연을 맺은 중국인 친구들과 함께 고민을 했다. 즉 중국인들과 함께 중국 내에서 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지주회사를 한국에 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또한 당시 중국 현지 변호사가 버진아일랜드가 케이먼제도나 홍콩 등지보다는 페이퍼 컴퍼니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각종 비용이 가장 저렴하고, 향후 사업이 잘 됐을 때 나스닥 등에 상장을 하게 될 경우에도 유리한 점이 많다고 조언함에 따라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TECHRACT INC.의 2대 주주인 장병규 씨는 현재 벤처 창업에 대한 컨설팅과 투자를 자문하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의 대표이다. 뉴스타파는 장 대표 측에 조세도피처에 설립된 TECHRACT INC.의 주식 5천 주를 보유하게 된 경위를 물었다.

▲ 조세 도피처 회사 설립 서류 가운데서 발견된 장병규 대표의 여권

▲ 조세 도피처 회사 설립 서류 가운데서 발견된 장병규 대표의 여권

장 대표는 “안승해 대표와는 90년대 말 국내에서 IT 벤처 사업을 하던 당시 선후배로 친분이 있던 사이로, 안 대표가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고 하자 ‘엔젤투자’(창업하는 벤처기업에 필요하는 자금을 대고 주식으로 그 대가를 받는 투자 형태로, 투자한 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해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실패할 경우 투자액의 대부분이 손실로 확정됨) 형식으로 주주로 참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08년 첫 투자 당시 관련 법규에 따라 ‘해외직접투자신고서’를 제출했으며 “이 신고서에 따라 매년 종합소득세 산정 기간이 되면 국세청이 주식변동분을 반영한 세액을 매기고 있다”면서 해당 투자가 탈세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2. 자원개발 공시로 주가 폭등.. 부장판사 출신 수퍼 개미 배후에 조세 도피처?

2007년 4월 말 코스닥 상장업체인 대한뉴팜이 카자흐스탄의 유전을 개발한다는 소문이 퍼진다. 주가는 불과 10여일 만에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그리고 5월 8일, 대한뉴팜은 카자흐스탄의 유전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를 공시한다. 이 유상증자에서 가장 큰 지분을 확보한 사람은 조연호 씨, 조 씨는 특수 관계인 1명과 함께 무려 126억 원을 투자해 13.22%의 지분을 확보한다. 주당 인수금액은 8,100원, 유상 증자 이후 주가는 2만원을 돌파한다. 조연호 씨는 부장 판사 출신의 변호사로 당시 개인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일종의 ‘수퍼 개미’인 셈이다.

▲ 2007년 5월, 대한뉴팜의 유전개발과 관련한 급등소식과 유상증자를 전한 기사의 헤드라인. 유상증자에는 개인 투자가였던 부장판사 출신 조연호 변호사가 참여했다. 모색 폰세카의 유출문서에서는 조 변호사와 카자흐스탄이 연관된 페이퍼 컴퍼니가 발견됐다.

▲ 2007년 5월, 대한뉴팜의 유전개발과 관련한 급등소식과 유상증자를 전한 기사의 헤드라인. 유상증자에는 개인 투자가였던 부장판사 출신 조연호 변호사가 참여했다. 모색 폰세카의 유출문서에서는 조 변호사와 카자흐스탄이 연관된 페이퍼 컴퍼니가 발견됐다.

그런데 모색 폰세카의 유출 문서에서 조연호 변호사와 관련된 페이퍼 컴퍼니가 세 곳이나 발견됐다. 이 세 회사들의 다른 주주는 주소지가 카자흐스탄으로 되어 있다. 세 곳 가운데 두 곳은 대한뉴팜의 카자흐스탄 유전 개발설이 돌기 직전에, 그리고 한 곳은 유상증자 직후에 설립된 회사다.

첫 번째 회사는 Cody Star Investment Ltd.이다. 이 회사는 2007년 1월 2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됐다. 이 회사의 주주는 조연호 변호사와 장민석 씨, 전광수씨, 라혜정씨다. 장민석 씨와 전광수 씨는 주소가 카자흐스탄으로 되어 있다. 라혜정 씨의 경우 주소는 한국으로 되어있지만 장민석 씨의 아내인 것으로 확인됐다. 라혜정 씨 역시 2007년 5월 8일 있었던 대한뉴팜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두 번째 회사는 Galaxy Pearl Inestment Ltd.이다. 2007년 3월 13일 역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됐다. 주주는 조연호 변호사와 장민석 씨다.

세 번째 회사는 Crown Rise Investment Ltd.이다. 이 회사는 유상증자 두 달 뒤인 2007년 7월 13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됐다. 이 회사의 주주 역시 조연호 변호사와 장민석 씨로 되어 있다.  2012년에는 윤순석이라는 사람이 새로운 주주로 등장해 장민석 씨와 50대 50으로 주식을 소유하게 된다.

▲ 2007년 5월 대한뉴팜 유상증자에 참여한 조연호 변호사와 카자흐스탄에 있던 그의 지인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의 설립 확인증. 당시 카자흐스탄 유전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한뉴팜의 주가는 급등했다.

▲ 2007년 5월 대한뉴팜 유상증자에 참여한 조연호 변호사와 카자흐스탄에 있던 그의 지인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의 설립 확인증. 당시 카자흐스탄 유전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한뉴팜의 주가는 급등했다.

카자흐스탄의 유전개발로 주가가 급등한 회사의 유상증자에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조연호 변호사가 유전개발설이 나돌기 몇 달 전에 카자흐스탄에 있는 사람과 함께 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대한뉴팜의 유전 개발 소식을 미리 입수하고 투자하기 전 자금 은닉이나 탈세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이 페이퍼 컴퍼니는  대한뉴팜과는 무관한 것일까?

조연호 변호사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카자흐스탄에 있던 지인 장민석 씨의 제안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조세 도피처에 법인을 설립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실제로 사용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한뉴팜의 카자흐스탄 유전 개발이나 유상 증자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시된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조 변호사는 대한뉴팜의 주가가 떨어진 뒤에야 지분을 매각해 시세 차익을 올리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3. 자원개발하겠다면서 왜 페이퍼 컴퍼니?

코스닥 상장업체인 아큐픽스의 최대주주 이상엽 씨는 호주 국적의 한국인 허재원 씨와 함께 2010년 7월 29일 Openblue co.,Ltd.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등록됐고 설립 시점에서 주식 5천 주를 발행해 이 씨가 2,500주, 또 다른 주주 유순열 씨가 나머지 2,500주를 갖게 됐다.

이들 세 사람은 원래 자원개발 사업에 종사하던 인물들이다. 세 사람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는 유순열 씨가 2008년경 한국에 설립한 원자재 수출입 업체 ‘오픈블루’에서 발견됐다. 세 사람이 설립에 관여한 페이퍼 컴퍼니와 이름이 같은 이 회사에는 설립 시점부터 이상엽 씨가 감사로, 허재원 씨가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세 사람이 조세도피처에 만든 Openblue co.,Ltd.가 수천 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등록된 ‘아카라 빌딩’에 주소를 둔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임을 고려해 볼 때, 세 사람은 이 회사를 자원 사업 과정에서 세금 회피 등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 Openblue co.,Ltd.의 회사 설립 증명서. 설립 시점부터 세 사람의 이름이 이사와 주주로 등재되어 있다.

▲ Openblue co.,Ltd.의 회사 설립 증명서. 설립 시점부터 세 사람의 이름이 이사와 주주로 등재되어 있다.

이상엽 씨는 2015년 7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아큐픽스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 최대주주이자 경영지배인이 됐다. 원래 세화엠피에서 자원사업본부장을 지내는 등 이 분야 잔뼈가 굵은 이 씨는 유순열 씨를 사내이사로 불러들였다.  본업이 통신 장비 및 영상기기 제조업이었던  아큐픽스는 이 시점을 전후해  자원 수출입 업체로 주력 업종을 바꿨고, 올해 1월에는 인도네시아 유연탄을 중국에 공급하는 3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공시했다.

이상엽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MB 정부 당시 자원 사업 붐이 일었을 때 해외 자원 사업을 잘 아는 동료들의 제안으로 회사를 만들었다”며, “이 회사를 이용해 특별히 진행한 사업은 없었고, 중간에 조세도피처 회사에 이사로 이름을 올려두고 있는 것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유 씨와 함께 2012년 이름을 뺐다”고 설명했다.

4. 조세 도피처로 간 중소기업들

모색 폰세카 유출 문서에 등장하는 한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기업인들이었다. 뉴스타파가 앞서 보도한 아모레 퍼시픽과 포스코, 진로, 대우 등 대기업 뿐 아니라 직원 수가 수십 명 단위이거나 10명 이내인 중소기업의 대표들도 많았다.

(1) 이앤텍은 전자 부품 제조 업체로 한때 코스닥 상장 업체였다. 이앤텍 홍상민 대표의 아들 홍재찬 씨는 2005년 3월 30일 버진 아일랜드에 Stanwell Capital Ltd.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발행 주식은 단 2주였으며 홍재찬 씨와 그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홍진이 씨가 1주씩 소유했다. 홍재찬 씨는 또 2005년 5월 15일 Zephus Global Ltd.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의 주주로 앞서 만든 페이퍼 컴퍼니 Stanwell Capital Ltd.를 등록했다. 한 명 뿐인 이사는 홍재찬 씨였다. 이앤텍은 2005년 4월 14일 유상 증자를 했으며, 2008년 6월에는 홍상민 회장 일가의 지분 전량을 매도하고 경영권을 넘기게 된다. 이후 이앤텍은 본업과 무관한 금광 개발 이슈로 주가가 폭등했다가 2010년 상장이 폐지됐다. 버진 아일랜드의 페이퍼 컴퍼니가 유상 증자와 연관이 있는지, 혹은 이후 진행된 회사의 부실화 과정과 연관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 제지 원료 공급 업체인 에너셀의 박영욱 대표는 1998년 1월 2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Westwood Rich Finance Ltd.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뉴스타파는 에너셀 사무실에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으나 박 대표를 만나지 못했고, 추후 연락을 부탁했으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3) 의약품 수입 업체인 홍성 파마캠 송재현 대표는 2006년 6월 21일 조세도피처인 세이쉘에 Shin Hwa International co., Ltd.를 설립했다. 뉴스타파는 두 차례에 걸쳐 홍성 파마캠에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4) 완구 제작업체인 블리츠웨이의 최승원 대표는 2011년 6월 2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Welltech Link Ltd.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최 대표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중국 회사와의 거래를 위해 홍콩에 회사를 설립하려고 했지만 버진 아일랜드에 회사를 만드는 게 세금 관계상 더 유리하다는 컨설턴트의 조언에 따라 버진 아일랜드에 회사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회사의 계좌로는 1년에 한 두 차례 밖에 거래를 하지 않았고 2013년 뉴스타파 보도 이후 회사를 폐쇄했다고 덧붙였다.

(5) 앨범 제작 업체인 산수실업 김희원 대표는 2008년 1월 2일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Fame Plus Trading Ltd.라는 페이퍼 컴퍼니의 이사와 주주로 등재돼 있다. 김 대표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는데, 바이어 요청에 따라 홍콩에 회사를 설립하면서 페이퍼 컴퍼니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앨범이 사양 산업이다 보니 주문이 없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거래는 없었다고 밝혔다.

(6) 액세서리 수출 업체인 금보무역과 그 중국 현지 법인인 미보공예품유한공사의 전완식 대표는 2007년 11월 16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Mibo Industrial co., Ltd.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전 대표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7) 카지노 게임기 제작업체인 윈드폴스의 심보현 대표는 2007년 9월 5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Karry Sign Ltd.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2007년 11월 21일에는 회사 이름을 Redbox Holdings (HK) co., Ltd.로 변경했으며 본인과 미국 국적으로 보이는 김훈 다니엘,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Tsang Yan, 이렇게 세 사람을 이사로 올렸다. 이 회사는 320만 주의 주식을 발행한 것으로 나온다. 뉴스타파는 윈드폴스에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심 대표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8) 대구에 위치한 철강 수입업체 세한상사의 박희민 대표는 2009년 5월 13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Waywide Industrial co., Ltd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주식 5만 주를 발행했으며 박 대표가 100%를 소유하고 있었다. 박 대표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시 및 행사 대행업체인 씨웨이브의 김남훈 대표는  조세도피처 세이셸(Seychelles)에 설립된 Kinlogy Trading  Ltd.라는 회사의 지분을 49%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2012년 9월 27일 Hui Keen Hoe라는 싱가폴인이 설립했으며, 김 대표는 2013년 6월 27일부터 지분을 소유한 이사로 등록됐다. 김 대표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9) 해운업체 예담해운의 대표 인후기 씨는 2010년 7월 5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Supergold Shipping limited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인후기 씨는 “외국 선주들과 용선 계약을 할 때 조세도피처에 등록된 법인을 이용해줄 것을 상대 선주들이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만든 것”이라며 “이후 여러 상황들로 인해 그 회사를 통한 용선 계약은 한 건도 하지 않았고, 결국 등록 갱신을 하지 않아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15년 5월 4일 등록 해지됐다.

(10) 전남 나주 소재 오리가공품 생산업체 신촌자연오리의 지배인 강우식 씨는 2012년 8월 9일 Shinny Ocean Ltd.라는 회사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한 뒤 단독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의 주식 5만 주 중 2만 9천 주를 가지고 있었던 대주주는 신촌자연오리의 대표이사 곽재운 씨였고, 나머지 7천 주씩을 한국인 임부택, 이호인, 김광일 세 사람이 나누어 가졌다. 이듬해 4월 10일, 한국의 소규모 투자업체 KCB 인베스트먼트의 이민희 씨가 이 회사의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이 페이퍼 컴퍼니는 2013년 11월 25일 해산됐다. KCB 인베스트먼트도 2014년 초 폐업했다. 취재진은 페이퍼 컴퍼니 설립 이유를 듣기 위해 신촌자연오리 관계자에게 연락해 곽재운 대표의 회신을 약속받았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11)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자동차 부품회사 대산이엔씨의 4대 주주였던 구종엽 씨는 2008년 7월 29일, 두 명의 중국인과 함께 조세도피처 세이셸에 GMC International Inc.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구 씨는 주식을 3주 발행해 중국인 공동 이사들과 한 주씩 나눠가졌다. 구 씨가 대산 이엔씨의 주식을 매각한 시점과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시점이 일치했다. GMC International Inc.는 2015년 초 청산됐다. 취재진은 구 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소재를 찾을 수 없었다.

(12) 중견 해운중개업체 네오스타 코퍼레이션 박수열 사장은 2002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Neostar Shipping Company Limited를 만들었다. 주식은 1주 발행한 것으로 나온다. 또 2006년 역시 버진 아일랜드에 World Tankers Co., Ltd.를 설립했다. 발행 주식은 10,000주. 두 회사 모두 수천 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등록돼 있는 BVI 아카라 빌딩을 주소지로 하고 있다. 두 페이퍼 컴퍼니의 단일 주주와 이사이던 박 사장은 이사직을 2010년 모두 캐나다 국적의 부인 박정아 씨에게 넘긴다. 또 두 회사의 주주 자리는 딸로 보이는 캐나다 국적의 90년 생 세리아 박(Seria Bag)에게 2011년 6월 동시에 양도한 것으로 나온다. 박 사장이 Neostar Shipping Company Limited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한 2002년은 박 사장의 부인과 딸이 캐나다에 이민을 간 해로 알려졌다.

5. 그 밖의 개인들 : 박물관 관장과 목사, 전직 금융인

한혜주 화정 박물관 관장은 2008년 9월 5일 파나마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 Lenord Global Inc.의 대리인(Attorney-in-fact)으로 나타난다. 한 관장은 제약업체인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창립자인 고 한광호 회장의 딸이다. 한 관장은 대리인으로서 Lenord Global Inc.의 자산 취득, 처분 및 거래 활동 등에 대한 권한을 위임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 페이퍼 컴퍼니 운용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미술 거래상들의 은밀한 거래에 조세 도피처가 이용됐다고 폭로했다. 부유층들이 유명 작가들의 고가 작품을 구매하는데 모색 폰세카를 통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내에서도 대기업 일가의 불법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미술품이 비자금 은닉이나 탈세 등의 용도로 악용된 사례가 드러난 바 있다. 취재진은 한 관장과 연관된  페이퍼 컴퍼니가 혹시 이런 용도로 쓰인 건 아닌지에 대한 의혹에 대해 설명을 듣기 위해 한 관장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비서로부터 내용을 전달했다는 소식만 듣고 이후 답변은 받지 못 했다.

추상현 울산중부교회 목사는 2008년 6월 3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Titus-Justus Ltd.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주주는 추 목사를 포함해  권대윤 씨, 김광일 씨 등 세 명이다. 이 회사가 발행한 주식 1만 주 가운데 추 목사가 7,500주를, 권대윤 씨가 2,500주를, 그리고 김광일 씨가 500주를 소유하고 있다. 추 목사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해당 회사는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라 실제로 IT 분야의 사업을 하는 회사이며, 교회 신자가 회사의 수익금을 노인 사역에 기부한다고 해서 회사 설립에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추 목사는 회사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왜 회사를 조세 도피처에 설립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캐나다로얄은행 한국 본부장을 지낸 김창남 씨는 2009년 5월 7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Ultra Goal International Ltd.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2주의 주식을 발행했는데 김 씨와 김혜경이라는 인물이 각각 한 주씩을 나눠 가졌다. 주소지가 같고 연령대가 비슷한 두 사람은 부부 사이로 추정되나, 김혜경 씨의 국적은 캐나다로 되어 있다. 취재진은 두 사람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소재를 찾을 수 없었다. Ultra Goal International Ltd.는 모색 폰세카 자료가 유출된 2015년까지 살아있는 것으로 나왔다.

뉴스타파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6차 명단 공개 대상자

 

이름

신원

관련 조세도피처 회사 이름

1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Topson Mark, Super Ray International holdings (버진 아일랜드)

2

김수인

전) 진로 인더스트리 부사장

Topson Mark, Super Ray International holdings, Felliscon Investment (버진 아일랜드)

3

현명철

전) 진로 모스크바 지사장, 20대 총선 새누리당 예비후보

Topson Mark (버진 아일랜드)

4

김태섭

전) 진로 임직원

Topson Mark (버진 아일랜드)

5

송시한

전) 진로 인터내셔널 부사장

Topson Mark (버진 아일랜드)

6

장민호

 

Topson Mark (버진 아일랜드)

7

김윤기

전)진로 인더스트리 상무

Super Ray International holdings (버진 아일랜드)

8

이문성

 

Super Ray International holdings (버진 아일랜드)

9

민병성

전)대우 파나마 지사장

Deawoo(Latin America) Ltd (버진 아일랜드)

10

권용구

전)대우그룹 부사장

Deawoo(Latin America) Ltd (버진 아일랜드)

11

서재경

전) 대우증권 사장

Deawoo(Latin America) Ltd (버진 아일랜드)

12

김영중

전) 대우 파나마 지사장

Deawoo(Latin America) Ltd (버진 아일랜드)

13

유영진

전) 대우 파나마 지사장

Deawoo(Latin America) Ltd (버진 아일랜드)

14

서병화

전) 대우 인터내셔널 수단 법인장

Deawoo(Latin America) Ltd (버진 아일랜드)

15

YBM

어학 교육 전문 기업

The Training Company Limited(버진 아일랜드)

16

위상식

보루네오 가구 창업자

Mobila Engineering Service Co (버진 아일랜드)

16

위준용

보루네오 가구 창업자 아들

Hyesung Asia Company, Mobila Engineering Service Co., Water Rich Development, Nice Red (버진 아일랜드)

17

김진철

혜성산업 대표

Hyesung Asia Company (버진 아일랜드)

18

형원준

SAP 코리아 대표

Venno Trading , Canda Group (버진 아일랜드)

19

장병규

20

안승해

21

조연호

변호사, 개인투자자

Cody Star Investment, Galaxy Pearl Ivestment, Crown Rise Investment (버진 아일랜드)

22

장민석

카자흐스탄 거주자

Cody Star Investment, Galaxy Pearl Ivestment, Crown Rise Investment (버진 아일랜드)

23

라혜정

카자흐스탄 거주자

Cody Star Investment (버진 아일랜드)

24

전광수

카자흐스탄 거주자

Cody Star Investment (버진 아일랜드)

25

윤순석

 

Crown Rise Investment (버진 아일랜드)

26

홍재찬

전) 이엔택 대표 아들

Stanwell Capital, Zephus Global (버진 아일랜드)

27

홍진이

 

Stanwell Capital (버진 아일랜드)

28

박영욱

에너셀 대표

Westwood Rich Finance (버진 아일랜드)

29

송재현

홍성파마캠 대표

Shin Hwa International Co. (세이쉘)

30

최승원

블리츠웨이 대표

Welltech Link (버진 아일랜드)

31

김희원

산수실업 대표

Fame Plus Trading Ltd (버진 아일랜드)

32

전완식

금보무역 대표

Mibo Industrial co (버진 아일랜드)

33

심보현

윈드폴스 대표

Karry Sign, Redbox Holdings (HK) co. (버진 아일랜드)

34

박희민

세한상사 대표

Waywide Industrial.co. (버진 아일랜드)

35

김남훈

씨웨이브 대표

Kinlogy Trading (버진 아일랜드)

36

이상엽

아큐픽스 최대주주, 전 경영지배인

Openblue co.,Ltd, NEnT Co., Ltd. (버진 아일랜드)

37

유순열

아큐픽스 사내이사

Openblue co.,Ltd, NEnT Co., Ltd. (버진 아일랜드)

38

허재원

전) 오픈블루 이사

Openblue co.,Ltd, NEnT Co., Ltd. (버진 아일랜드)

39

구종엽

전) 대산이엔씨 4대 주주

GMC international Inc. (세이셸)

40

김창남

전) 캐나다로열은행 한국본부장

Ultra goal international Ltd. (버진 아일랜드)

41

김혜경

김창남 씨 부인 (추정)

Ultra Goal international Ltd. (버진 아일랜드)

42

한혜주

화정박물관 관장

Lenord Global Inc (파나마)

43

추상현

울산 중부교회 목사

Titius-Justus Ltd (버진 아일랜드)

44

권대윤

 

Titius-Justus Ltd (버진 아일랜드)

45

김광일A

 

Titius-Justus Ltd (버진 아일랜드)

46

강우식

신촌자연오리 지배인, 전) KCB 인베스트먼트 사내이사

Shinny Ocean Ltd. (버진 아일랜드)

47

곽재운

신촌자연오리 대표이사

Shinny Ocean Ltd. (버진 아일랜드)

48

이민희

전) KC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Shinny Ocean Ltd. (버진 아일랜드)

49

임부택

 

Shinny Ocean Ltd. (버진 아일랜드)

50

이호인

 

Shinny Ocean Ltd. (버진 아일랜드)

51

김광일B

 

Shinny Ocean Ltd. (버진 아일랜드)

52

박수열

네오스타 코퍼레이션 대표

Neostar Shipping Company Limited, World Tankers Co., Ltd.(버진 아일랜드)

53

박정아

박수열 대표의 부인

Neostar Shipping Company Limited, World Tankers Co., Ltd.(버진 아일랜드)

54

세리아 박

박수열의 대표의 딸(추정)

Neostar Shipping Company Limited, World Tankers Co., Ltd.(버진 아일랜드)


취재: 김성수, 심인보, 조현미, 이유정, 정재원

월, 2016/05/0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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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광복 70주년 기념 8·15 특별사면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필요한 범위와 대상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제한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2014년 1월 29일 딱 한 차례 특별사면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그 때도 기업인과 정치인 등은 배제했습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번 광복절 특사의 규모와 대상에 대해 정치권과 대기업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사 로비 의혹이 불거진 지난 4월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특히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13일 회의에서 내수 진작과 수출 활성화 등을 언급함에 따라 재계 인사에 대한 대규모 사면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법무무로부터 건국이후 사면 내역 전체를 입수했습니다. 이 자료를 살펴보니 정부수립 이후 지난 65년 간 총 98회에 걸쳐 638만여 명이 사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광복절 특사는 총 26번 이루어졌습니다.

형을 선고받은 특정인을 지정한 특별사면은 지금까지 94회에 걸쳐 31만1천여 명이 받았는데 김대중 정부때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윤보선,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순이었습니다. 윤보선 대통령 때 사면자가 많은 것은 학생사범을 대거 특사로 사면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일정한 형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집행을 면해주는 일반사면의 경우 역시 김대중 정부(547만여 명)에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이명박(32만여 명), 노무현(12만여 명), 전두환(13만여 명), 김영삼(1만여 명) 정부 순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일반사면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81만여 명에 대해 운전면허벌점 등에 대한 대규모 감면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역대 정권별 특별사면 횟수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특별사면과 동시에 복권된 사람은 특별사면에 포함했고 두 번 이상 특별사면 받은 사람은 중복해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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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에 표시된 숫자 중 괄호 안의 것은 일반 및 징계사면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정부수립 이후 사면에 관한 전체 자료를 보시려면 위 그래프를 클릭해 링크로 이동하면 됩니다.

역대 정부는 그동안 특별사면을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 ‘국민대통합’이나 ‘경제활성화’와 같은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유력 정치인, 대통령 측근, 대기업 간부 같은 특정 계층만 혜택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래서 특사가 단행될 때마다 거기에 포함된 정계와 재계 주요 인물들이 화제가 됐습니다. 특히 수천억 원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혐의로 구속된 대기업 총수들이 빨리 특사를 받고 경영에 복귀하는 일이 반복돼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2002년 이후 특별사면된 기업인 수입니다. 이는 법무부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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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별로 살펴보면 노무현 정권에서 121명으로 가장 많은 기업인 특사가 있었고, 이명박 정권에서도 107명의 기업인이 특사를 받았습니다.

한꺼번에 가장 많은 기업인이 특별사면된 것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광복절 특사 때로 74명이었습니다.

다음은 2002년 이후 특별사면 주요 인물을 정리한 표입니다. 이는 법무부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표입니다.

2002. 12. 31 연말 사면 (김대중 대통령)

김선홍(전 기아그룹 회장), 박영하(전 대우 국제금융팀 과장), 박창병(전 대우전자 이사), 서형석(전 대우 기조실장), 신영균(전 대우조선 대표 이사), 양재열(전 대우전자 대표이사), 유기범 (전 대우통신 대표이사), 유현근(전 대우건설 이사), 전주범(전 대우전자 대표이사), 정태수(전 한보그룹 회장), 조수호(전 한진해운 사장), 조양호(전 대한항공 회장), 조욱래(전 효성기계그룹 회장), 추호석(전 대우중공업 대표이사)

2005. 5. 15 석가탄신일 사면 (노무현 대통령)

김동진(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이성원(전 대우 전무), 김석환(전 대우자동차 부사장), 김근호(전 대우자동차 상무), 조만성(전 대우중공업 전무) 노춘호(전 새한미디어 상무), 유홍근(전 동아건설 이사) 김재환(전 새롬기술 이사), 김용국(전 스텐더드텔레콤 대표) 우달원 (전 성우전자 사장), 안병철(전 고려석유화학 사장), 이종훈(전 대한통운 부회장)백성기(전 동국합섬 대표), 강세규(전 동국합섬 대표) 박성석(전 한라그룹 부회장), 정수웅(전 동양철관 대표) 박억재(전 동양철관 이사), 이유재(전 니트젠 전략경영실장), 이학수(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서철교(전 니트젠 전무), 남관영(전 니트젠 재무회계팀장), 강유식(엘지그룹 부회장), 신동인(롯데쇼핑 사장), 임승남(전 롯데건설 사장), 박찬법(아시아나항공 사장), 오남수(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 이성원(전 대우 전무), 박성석(전 한라그룹 부회장), 성완종(경남기업 회장), 이청희(컨설팅업), 박문수(하이테크 하우징 회장), 김영춘(서해종건 회장), 강금원(창신섬유 회장)

2005. 8. 15 광복절 기념 사면 (노무현 대통령)

김연배(한화그룹 부회장)

2007. 2. 12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 사면 (노무현 대통령)

고병우(전 동아건설산업 회장), 김석원(전 쌍용그룹 회장), 박용만(전 두산그룹 후뵈장), 박용성(전 두산그룹 회장), 임창욱(대상그룹 명예회장), 장세주(전 동국제강 회장), 김연배(한화그룹 부회장), 김태구(전 대우자동차 총괄사장), 명호근(전 쌍용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석준(쌍용건설 대표이사), 박영일(전 대농그룹 회장), 박창호(전 갑을그룹 회장), 백영기(전 동국무역그룹 회장), 김근무(전 한솔텔레콤 대표이사), 윤재철(전 한솔텔레콤 대표이사), 김태형(전 한신공영 회장), 최용선(전 한신공영 회장), 이수만(에스엠엔터프라이즈 운영자), 정몽훈(전 성우전자 회장), 홍원식(남양유업 회장)

2008. 1. 1 신년 기념 사면 (노무현 대통령)

김우중(전 대우그룹 회장), 강병호(전 대우자동차 사장), 장병주(전 대우 사장), 김영구(전 대우 부사장), 이동원(전 대우 영국법인장), 성기동(전 대우 이사), 이상훈(전 대우 전무), 김용길(전 대우 전무), 김경엽(전 삼신올스테이트 생명보험 대표), 정몽원(전 한라그룹 회장), 장충구(전 한라그룹 기획경영실장), 문정식(전 RH시멘트 대표), 장흥순(전 터보테크 대표), 성완종(경남기업 회장)

2008. 8. 15 광복절 기념 사면 (이명박 대통령)

정몽구(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승년(현대자동차그룹 구매총괄본부장), 이주은(글로비스 대표이사), 이정대(현대자동차그룹 재경본부장), 최태원(SK그룹 회장), 손길승(전 SK그룹 및 전경련 회장), 김승정(SK글로벌 대표이사), 김창근(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문덕규(SK글로벌 재무지원실장), 민충식(SK그룹 구조조정본부 전무), 박주철(SK글로벌 대표이사), 유승렬(전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승연(한화그룹 회장), 김철훈(한화그룹 전략기획팀장), 김충범(한화그룹 비서실장), 김욱기(전 한화리조트 감사), 김윤규(전 현대건설 대표이사), 이내흔(전 현대건설 대표이사), 김재수(전 현대건설 부사장), 최원석(전 동아그룹 회장), 조원규(전 동아건설산업 부사장), 장치혁(전 고합그룹 회장), 이수강(전 고합그룹 회장), 양갑석(전 고합그룹 사장), 서호석(전 고합그룹 부사장), 김영환(전 현대전자 사장), 김주용(전 현대전자 사장), 장동국(전 현대전자 경영지원본부장), 최순영(전 신동아그룹 회장), 이동보(전 코오롱TNS 회장), 이남형(부영건설 사장), 이중근(부영건설 회장), 나승렬(전 거평그룹 회장, 이재관(전 새한그룹 부회장), 안병균(전 나산그룹 회장), 엄상호(전 건영그룹 회장), 정상진(전 고려산업개발 부사장), 조동만(전 한솔 부회장), 강희운(성원건설 대표), 김영진(전 진도 회장), 이진방(대한해운 공동대표), 김창식(대한해운 부사장), 안계혁(대한해운 상무), 신윤식(전 하나로텔레콤 회장), 김관종(전 동서증권 사장), 김영기(전 세림이동통신 회장), 임종인(전 한보가스 기획부장), 고대수(전 KDS 대표), 김덕우(전 우리기술 대표), 김병희(전 한국종합건설 회장), 김춘환(신한 대표), 김형순(전 로커스 대표), 박보희(금강산그룹 회장), 안문환(전 화인에이엠 대표), 윤영달(크라운제과 회장), 차준영(전 씨아이티랜드 대표), 황보명진(선진금속 대표), 김을태(전 두레그룹 회장), 박남성(전 도레미미디어 대표), 박갑두(신명그룹 회장), 박진우(전 신협중앙회 회장), 성덕수(전 신광그룹 대표), 손정수(전 흥창 회장), 오상수(새롬기술 대표이사), 유광윤(전 한국코아 대표), 유한수(전 한국상호저축은행 회장), 이광호(전 충남방적 전무), 이홍선(전 두루넷 대표이사), 정영호(한림병원 이사장), 허태유(통일준비운동본부 이사장), 홍기훈(한국넬슨제약 회장)

2009. 12. 31 이건희 IOC 위원 특별 사면 (이명박 대통령)

이건희(삼성그룹 회장)

2010. 8. 15 광복절 기념 사면 (이명박 대통령)

김준기(동부그룹 회장), 김인주(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 박건배(전 해태그룹 회장), 유상부(전 포스코 회장), 이익치(전 현대증권 대표), 이학수(전 삼성그룹 부회장), 조욱래(디에스디엘 회장), 채형석(애경그룹 부회장), 조기행(SK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 윤석경(SK C&C 대표이사)

2013. 1. 31 신년 기념 사면 (이명박 대통령)

권혁홍(신대양제지 대표이사), 김길출(한국주철관공업 회장), 김영치(남성해운 회장), 김용문(전 현대다이모스 부회장), 김유진(휴니드테크놀로지스 회장), 남중수(전 KT 사장), 박주탁(전 수산그룹 회장), 신종전(한호건설 회장), 오공균(사단법인 한국선급 회장), 정종승(리트코 회장), 조현준(효성 섬유 PG장), 천신일(전 세중나모여행 회장), 한형석(전 마니커 대표이사)

목, 2015/07/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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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취재진은 서울 홍대 앞, 상암동, 망원시장, 공항시장 등에서 작은 가게를 열어 장사하는 12명의 ‘사장님’들을 만나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로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그들은 높은 임대료와 침체된 경기에 힘들어 했고 특히 자신들의 상권을 순식간에 잡아먹어 버리는 대기업들의 행태에 좌절하고 있었다.한국의 중소상인들은 대기업들과 ‘한 마디로 게임이 안 되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으로 기사를 썼다.)

“치킨까지 배달하는 롯데리아하고 어떻게 싸웁니까”
난지도 옆 자장면집 25년… 상암동 <북경> 운영하는 정광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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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상암동 들어온 게 1987년이에요. 난지도에 쓰레기 매립하고 있을 때부터 여기서 장사를 했으니까. 지금이랑은 완전히 달랐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그땐 주변이 다 논밭이었고 여기서 1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쓰레기 매립하는 난지도가 있었죠. 아직도 그 때 풍경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장사가 아주 잘 될 때였거든요. 매립일 하는 사람들한테 배달 많이 갔어요. 그 때는 지금처럼 랩도 없어서 비닐로 대강 덮어가면 파리 떼가 까맣게 몰려들어서 휘휘 쫓아가며 먹고 그랬어요.

그러고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정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이 동네가 많이 변했죠. 쓰레기더미가 공원으로 바꿔고, 월드컵 경기장 짓고 아파트 들어오고, 이제는 방송국들까지 들어와서 예전 풍경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예요. 손님 좀 늘지 않았냐구요? 저도 개발 소식 들었을 땐 기대 좀 했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요 앞에 큰 길이 나면서 원래 이 앞에 다니던 마을버스도 노선이 바뀌고 오히려 오가는 사람은 줄었어요. 그래도 부부가 같이 운영하고 저 포함해서 둘이 같이 배달도 나가면서 근근이 가게 운영해 왔죠. 그런데 요즘에는 가게 문 열러 나올 때 마다 숨이 콱 막힙니다. 내년 4월부터 착공한다는 요 앞 롯데복합쇼핑몰 터를 볼 때마다 그래요.

▲ 정광욱 씨가 상암DMC 롯데복합쇼핑몰 예정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광욱 씨가 상암DMC 롯데복합쇼핑몰 예정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일 큰 피해가 음식점이라고 해요. 얼마 전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봤습니다. 영등포에 유명한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가 들어오고 나서 주변에 음식업종 상인들 매출이 평균적으로 점포당 79% 가까지 줄었다고 합니다. 당연한 얘기에요. 저런 복합쇼핑몰에는 푸드코트나 프랜차이즈 식당가가 무조건 들어가잖아요. 거기서 공연보고 쇼핑하고 밥 먹고 모든 게 해결되는 데 뭐하러 굳이 여기 까지 나오겠어요. 여기 오던 사람들도 선택항이 많고 가격도 싼 복합쇼핑몰로 가겠죠. 차 가지고 아침에 들어갔다가 저녁에 나오는 곳이 저런 곳입니다.

우리가 무조건 롯데가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롯데몰이 들어와서 주변에 유동인구도 많아지고 상권도 같이 살아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니까 소상공인들이 잘 다루지 않는 고급품목 취급하는 백화점이나 관광객 상대로 소비를 나눠가질 수 있는 호텔 같은 걸 지으면 어떻겠냐는 거예요. 주변에 큰 회사들도 많으니 수요가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롯데 측은 이런 제안에 대해서는 거부하고 있습니다.

롯데 생각을 하면 분통이 터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배달 문화를 만들어온 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자장면집 아닙니까. 그런데 롯데에서 이제 햄버거로도 모자라 치킨까지 배달을 하고 있어요. 이건 서민들이 장사해먹을 수 있는 업종들을 다 자기들이 빼앗아간다는 거거든요. 치킨까지 배달하는 롯데리아하고 어떻게 싸우라는 겁니까.

이번 국감보니 국회에서도 기껏해야 롯데리아 사장 앉혀놓고 약속 받아낸 게 치킨 배달 ‘광고’ 안하겠다는 거예요. 그러고서 여야가 짝짜꿍이 맞아서 서로 잘 했다고 칭찬을 하더라고요. 저는 전 재산 투자해서 가족들이 다 여기서 먹고 살고 있어요. 자영업자들이야 다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가다가 몇 천개의 음식점 상점들 무너지면 그거 정부에서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대형복합쇼핑몰이 주변 자영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작년 11월, 소상공인진흥공단의 노화봉 조사연구실장은 서울 중서부지역의 대표적 복합쇼핑몰 영등포 타임스퀘어와 파주의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이 입점 후 주변 중소 자영업자들의 상권에 미친 영향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도심지인 서울 타임스퀘어 인근 영등포 상권의 상인들의 경우 출점 3년 후 평균 36.5%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이 위치한 파주시 내의 금촌동 문화의 거리 상인들은 평균 29.8%의 매출 감소를, 인근의 고양시 덕이동 로데오타운 상인들은 평균 54.1%의 매출 감소를 겪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세 지역에서 기타음식점업의 경우 매출 감소 규모가 79.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뉴발 자리에서 장사하다 밀려나서 여기 죽은 골목으로 왔어”
삼성, 이랜드 틈에 낀 두 평 신발가게 사장… 김명원(가명) 씨

6년쯤 전에 처음 홍대에 들어왔거든.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비싸지 않았어. 기왕 할 거면 목 좋은 곳에서 시작하자 싶어서 홍대 정문 앞에 홍익로하고 ‘걷고 싶은 거리’가 만나는 코너 건물에 조그마하게 자리를 잡았지. 그 때만 해도 같은 건물에 안경점, 중국집, 노래방, DVD방 같은 가게들이 크고 작게 여러 개 있었어. 이 사장님들이 다들 한 몫 잡을 생각으로 들어온 건 아니어도 젊은 사람들 많이 오가는 홍대 상권에 들어와서 장사한다는 자부심도 나름 있었지.

나도 그 전부터 알던 삼촌이 안정적으로 물건 대주고, 나름 품질 좋은 물건들 마진 많이 안 붙이고 파니까 단골들도 생기고 장사하는 재미가 있더라구. 그런데 계약 기간 한 번 끝나고 재계약 할 때가 됐는데, 건물주가 임대료를 너무 높게 부르는 거야. 장사가 좀 됐다고 해도 우리 같은 조그만 신발 가게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월세였지. 결국 조건이 안 맞아서 근처에 들어갈 만한 데를 찾다가 지금 여기로 들어온 거야. 근데 그 자리에 얼마 있다가 대기업이 수입해다 파는 뉴발란스가 크게 들어오더라구. 건물 전체를 임대해서 리모델링 했는데, 보증금 20억에 월세만 1억2천이라고 들었어.

▲ 김명원(가명)씨 가게와 대기업 계열 대형 신발 매장 위치

▲ 김명원(가명)씨 가게와 대기업 계열 대형 신발 매장 위치

장사 힘들어. 우리 같은 작은 가게가 살아남기가 어려운 세상이 됐어. 요 옆에 뉴발란스도 그렇고, H&M에도 신발 팔잖아. 홍대입구 역 바로 앞에 슈펜이나 폴더 같은 대형 신발매장까지 있으니 외국 관광객들은 아예 여기로 안 와. 거기로 다 들어가서 열 개씩 한꺼번에 사가고 그러더라고. 우리 가게도 원래 매출 절반은 외국 관광객들한테 나오거든. 장사 다 한 거지 뭐. 대기업들이 하는 저런 신발 매장들 들어오고 나서 매출 절반 정도는 족히 떨어졌어.

오는 길에 봤겠지만 이 근처에서 여기는 이제 죽은 골목으로 통해. 상권이 안 살아나. 들어오는 길에 옆에 MCM 매장 크게 있는 거 봤지? 저거 들어오면 골목 살아날까 싶어서 이 옆 가게 사장들하고 나하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어림도 없더라구.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 인테리어나 바꿀까 생각 중이야. 바꿔서 좀 새롭게 분위기 전환이라도 좀 하려구. 그렇게라도 안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


* 뉴스타파는 김명원씨(가명)가 장사를 하고 있는 홍대 상권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해 보기로 했다. 김씨처럼 대기업때문에 못 살겠다고 주장하는 상인들의 말이 과장된 것이 아닌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홍대 상권은 서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 가운데 하나다.

▲ 홍대 걷고싶은 거리의 상점들

▲ 홍대 걷고싶은 거리의 상점들

<홍대 상권 전수 조사> 홍대 핵심 업종 대부분 진출한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도대체 얼마나 많은 대기업이 지역상권에 침투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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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홍대 상권의 주요 업종은 ① 의류, 신발, 화장품 등 소매업, ②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 ③ 유흥주점업, ④ 제과, 음료점업, ⑤ 음식업 등 다섯 가지로 조사됐다. 이들 업종은 전체 매장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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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상권에 진출한 대기업 매장은 총 164개였다. 대기업 계열 매장들은 유흥주점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들어와 있었다.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대기업은 롯데였다. 롯데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커피전문점 엔젤리너스커피, 패스트푸드 판매점 롯데리아, 화장품 및 건강관련용품 소매점 롭스, 패밀리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 가전 유통업체 롯데하이마트, 아이스크림 판매점 나뚜루, 영화관 롯데시네마 등 8개 업종에 걸쳐 36개 매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밖에 신세계(스타벅스, 위드미), CJ(올리브영, 빕스, CGV, 투썸플레이스, 뚜레쥬르), 이랜드(로이드, 버터, 로운샤브샤브, 자연별곡, 피자몰, 슈펜, 폴더, 뉴발란스, 미쏘, SPAO), 아모레퍼시픽(오설록, 에뛰드하우스,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등도 다수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기업들이 진출한 업종의 경우 영화관을 제외하고는 (홍대 앞에는 영업중인 소규모 영화관이 없다) 모든 부분이 중소 자영업자들의 사업영역과 겹쳤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매장들의 밀집된 분포를 통해 중소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경쟁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홍대 졸업하고 30년 넘게 이 동네 지켜봤지만 지금이 제일 어렵습니다”
김형길 홍대 <나루수산> 사장

▲ 김형길 홍대 걷고싶은거리 상인회장

▲ 김형길 홍대 걷고싶은거리 상인회장

나는 홍대 77학번이에요. 여기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황량한 벌판이었을 때부터 이 동네를 오갔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건설회사를 20년 넘게 다니다가 퇴직하고 여기 익숙한 동네에다가 평소 좋아하는 횟집을 하나 차렸지요. 그게 한 8년 됐을 겁니다.

홍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요? 예술가들이 많은 거리라고들 하는데 원래 그랬던 곳이 아니에요. 원래 음악하고 글쓰고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신촌에 많았어요. 그런데 그 쪽에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임대료가 들썩들썩 하니까 그 사람들이 90년대 중후반부터 가까운 여기에다가 터를 잡았던 거에요. 이대에는 원래 보세옷 가게나 웨딩샵이 많았는데, 그쪽도 마찬가지로 월세가 올라가면서 보세옷 가게는 홍대로 들어오고 웨딩샵은 청담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예술가들과 작고 특색있는 옷가게, 신발가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곳이 홍대 상권이에요. 거기 놀러온 젊은이들한테 먹을 거 팔면서 우리 자영업자들이 함께 여기 터를 잡았던 거지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예술가들하고 작은 가게 상인들이 같이 만들어놓은 문화가 재미있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던 건데, 그렇게 장사가 좀 된다 싶으니까 한 십년 전부터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그 다음이 대기업 매장들이었습니다. 건물을 통째로 사서 자기들 매장으로 바꿔버리죠. 그러면 임대료가 엄청 올라요. 건물 하나 임대료가 오르면 무슨 전염병처럼 주변 건물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다가 더 버틸 수 없을 만큼 월세가 오르니까 홍대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연남동으로 문래동으로 혹은 다른 변두리로 떠나게 된 거지요.

여기 들어와 있는 대기업 매장들은 대부분 ‘안테나 매장’들이에요. 안테나 매장은 일종의 홍보팀, 혹은 척후병 같은 역할입니다.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이런 매장에 한번 내 보고 팔리나 안 팔리나 봐요. 또 사람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 자기들 매장을 내 놓음으로써 홍보 효과를 보는 부분도 있지요. 무슨 말인가 하면, 그 사람들은 그 가게에 생계를 걸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기업이야 홍대에 내 놓은 가게가 손해를 봐도 회계처리하면 그만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 가게 하나가 망하면 가족들 대여섯 사람이 같이 벼랑에 서게 되는 거예요. 상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여기 자영업자들 다 죽으면 떼어놓고 다들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닐거예요. 같이 다 죽게 됩니다. 이제 정말 대기업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 홍대 앞 거리

▲ 홍대 앞 거리

대기업의 중소업종 잠식 막기 어려운 동반성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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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때 대기업의 업종 잠식으로부터 중소 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출범 5년차, 동반성장위원회는 제 역할을 해내고 있을까.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적합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이 중소 상공인의 장사 영역에서 발을 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뉴스타파>가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총 107개 품목이 중소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대표적인 중소 적합업종과 권고대상 대기업을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품목 권고대상 대기업
단무지 CJ제일제당, 사조대림, 풀무원, 대상FNF
도시락 신세계푸드, 한화호텔앤리조트, 롯데푸드, 후레쉬서브, BGF푸드, 풀무원
떡국 및 떡볶이 떡 신세계푸드, 아워홈, 오뚜기, 대상FNF, 풀무원
김치 CJ제일제당, 대상FNF, 동원F&B, 풀무원
순대 아워홈, 진주햄
전통떡 삼립식품
막걸리 CJ제일제당, 롯데주류, 하이트진로
관성어 및 관련용품 소매업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음식점업 7개
(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외국식, 분식 및 김밥, 그 외 기타 음식점업)
CJ푸드빌, 농협중앙회(목우촌), 롯데리아, 대성산업, 신세계푸드, 이랜드파크, SK네트웍스 등

위 표에서 보듯 대기업들은 순대, 김치, 떡볶이 떡 같은 분야에까지 진출해 있다. 동반성장위는 위 분야에서 해당 대기업들에게 사업철수, 사업축소, 확장자제, 진입자제 등을 권고했다. 권고 수준은 동반위가 독자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사업자들과 대기업이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이미 동반성장위가 ‘권고’ 의견으로 내는 조정 수준에 대기업의 입장이 반영돼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적합업종 지정 외에도 동반성장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동반성장 협약 이행실적평가’ 결과와 자체적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중소기업 체감도조사’ 점수를 토대로 ‘동반성장지수’를 산출한다. 동반성장지수는 참여 대기업들의 상생 의지를 계량화해 평가한 자료로 활용된다.

▲ 2014년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 대기업 중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처분을 받은 기업들

▲ 2014년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 대기업 중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처분을 받은 기업들

동반성장지수는 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등 4가지 등급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에는 우수, 양호, 보통, 개선 등 4가지 등급이었지만 2013년 등급 산정시 ‘개선’을 없애고 최하 등급의 명칭을 ‘보통’으로 바꾸었다.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뉴스타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를 통해 분석해본 결과, 2014년 ‘최우수’로 평가된 LG유플러스, LG전자, KT, ‘우수’로 평가된 아모레퍼시픽, 현대모비스, ‘양호’로 평가된 농심 등이 2014년 이후 지위남용 혐의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참여 대기업이 적은 것도 문제다. 2015년 기준으로 동반성장지수 산정에 참여하는 대기업은 137개사다. 이는 2014년 기준 대기업집단에 속한 1696사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참여가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고 자율적이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이 면피성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이런 평가 기준 상의 문제에 대해 부족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참여 대기업이 적은 문제에 대해서는 “자율로 운영하다보니 한계가 있지만 2011년 처음 시작했을 때에 비해 참여 대기업이 조금씩이나마 늘어가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목, 2015/10/0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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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대선이 끝난 지 2년 반이 흘렀지만 당시 개표 과정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불신은 지금까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에도 대선 개표와 관련해 각종 제보와 취재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개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논란의 근거는 무엇일까? 개표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뉴스타파는 이와 같은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지난 18대 대선 때 전국 252개 개표소 중 28곳의 현장 영상을 입수해 분석했다. 영상은 개표장에 설치된 CCTV와 선관위 직원이 직접 촬영한 것이다. 이 영상은 ‘18대 대선부정 진상규명 목회자 모임’에서 활동하는 정병진 목사가 선관위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았다. 영상 파일은 모두 275개로 파일 하나에 길게는 3시간이 넘는 분량이다.

뉴스파타 취재진은 이 영상들을 분석한 결과, 개표 과정 전반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검표부터, 선관위원 검열, 개표상황표 작성, 그리고 최종적인 봉인에 이르기까지 개표 과정 전반에 걸쳐 선관위의 ‘개표 매뉴얼’을 위반한 사례가 수없이 발견됐다. 선관위도 개표가 부실하게 관리됐고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실수가 있었을 뿐 의도적인 ‘부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투표지 100매 확인에 5초…형식적인 수검표

개표가 시작되면 투표지 분류기가 일차로 후보자별 투표지를 분류한다. 이렇게 분류된 후보자별 유효표와 기계가 판독하지 못 한 미분류표를 다음 단계인 심사집계부에서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확인한다. 18대 대선 개표 매뉴얼에는 투표지 분류기가 분류한 표를 심사집계부에서 “전량 육안으로 심사, 확인하고 2, 3번 번갈아가며 정확하게 재확인, 심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경기도 군포시 대선 개표 영상

▲ 경기도 군포시 대선 개표 영상

 

위 사진은 경기도 군포시 개표소에서 심사집계부에 있는 한 개표사무원이 투표지를 수작업으로 확인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100매 묶음의 후보별 유효 투표지를 한 장씩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고 ‘휘리릭’ 빠르게 넘기며 눈대중으로 훑어보고 있다. 100매를 확인하는데 5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 대구시 서구 대선 개표 영상

▲ 대구시 서구 대선 개표 영상

 

대구시 서구의 개표소에서는 후보별 유효표를 심사집계부에서 수작업 확인 과정 없이 계수기(은행에서 돈을 세는 기계)로 숫자만 확인하는 화면이다. 투표지 분류기가 분류한 결과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사실상 최종 개표 결과가 되는 셈이다.

선관위원 최종 검열, 위원장 봉인도 대리로

수검표 작업과 집계 결과가 정확한지 다시 심사하는 개표 최종 확인 과정인 선관위원들의 검열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개표 영상에서 대다수 위원들은 투표지를 재확인하기는커녕 만져보지도 않고 개표상황표에 서명을 하거나 도장을 찍었다.

 

▲ 창원시 마산 합포구 개표 영상

▲ 창원시 마산 합포구 개표 영상

 

창원시 마산 합포구 개표소 화면에서는 최종검열을 해야 할 선관위원들이 아예 자리를 비운 모습이 포착됐다. 한 여성 위원이 5-6명의 다른 위원들 도장을 들고 개표상황표에 대리 날인을 하기도 했다.

개표가 끝난 뒤 투표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개표가 끝나면 투표지를 상자에 넣고 봉인 작업을 하는데 개표 매뉴얼에는 위원장이 사인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개표 영상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위원장 도장을 대리 날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서산시 개표 영상

▲ 서산시 개표 영상

 

서산시 개표 영상에는 한 개표사무원이 위원장 확인이 이뤄지기 전에 도장을 미리 찍어 놓으라고 지시까지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다른 사무원이 위원장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잠시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투표지 보관 상자에 위원장의 확인 없이 다른 사무원이 대신 도장을 찍었다.

선관위, “투표지 분류기 100% 정확”…하지만 실제 오류 발생

이렇게 수검표부터 최종 검열과 봉인까지 선관위가 스스로 정한 규정을 어긴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됐지만 해당 선관위 관계자들은 투표지 분류기가 분류한 결과가 100% 정확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기계가 정확하기 때문에 사람이 하는 수검표는 부실하게 이뤄져도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선관위 관계자는 여러차례 수검표를 하도록 규정돼 있는 매뉴얼을 개표현장에서 제대로 지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투표지 분류기가) 100% 확실하기 때문에 이른바 법령이나 개표 매뉴얼을 무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라며, “절차를 지키고 법령을 준수한다고 하는 것은 결과에 있어서 차이가 있느냐 여부를 떠나서 그 자체가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투표지 분류기를 100% 신뢰한다고 하는 선관위도 ‘사람’이 실수할 가능성은 인정한다. 선관위는 투표지 분류 과정에서 기계에 종이가 걸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손으로 투표지를 빼서 재분류 하는 상황에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수작업 확인 과정인 ‘심사집계부’와 ‘위원 검열’을 거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실제 개표 집계가 오류가 생겨 사후에 수정한 사례도 발생했다. 서울 양천구 목3동 제4투표구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의 득표수가 실제보다 86표 많게 집계된 것으로 최종 개표 이후에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선관위는 수작업 과정에서 집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납득하기 힘든 개표상황표…선관위, “실수”

18대 대선 때는 수검표와 최종 검열 등에서 벌어진 ‘부실 개표’ 외에도 ‘엉터리 개표상황표’ 때문에 수없이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개표상황표를 보면 투표지 분류기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개표 결과에 대한 위원장 공표가 이뤄지고, 심지어 분류기 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위원장 공표가 이뤄지기도 했다. 문제의 개표상황표들은 각종 ‘의혹’과 ‘음모론’의 주된 근거가 됐다.

 

▲ 동대문구 청량리동 제5투표구 개표상황표

▲ 동대문구 청량리동 제5투표구 개표상황표

 

위 개표상황표를 보면 투표지 분류기를 통한 분류 종료 시각은 22시 04분인데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한 시각은 이보다 앞선 20시 21분으로 나타난다. 개표가 종료되기도 전에 위원장이 결과를 발표했다고 여겨지는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 부산시 영도구 청학2동 제4투표구

▲ 부산시 영도구 청학2동 제4투표구

 

위 개표상황표에는 투표지 분류기를 개시한 시각이 20시 49분인데 위원장이 결과를 공표한 시각은 19시 20분으로 적혀있다. 개표도 시작 안했는데 결과가 나왔다는 말이 된다.

개표상황표는 개표와 관련된 각종 시각 등을 개표사무원이 기록한 것이다. 선관위는 위원장의 개표 결과 공표 시각을 사무원이 기록하는 과정에서 생긴 착오라고 말했다. 투표지 분류기 제어용 PC 시각이 현재 시각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아서 개표상황표에 잘못된 시각이 출력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수는 있었지만 집계된 표의 수와는 관련이 없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이다.

개표가 종료 전에 언론과 포털로 개표 결과 전송

중앙선관위는 전국 개표소로부터 보고받은 투표구별 개표자료를 언론사와 포털사에 1분 단위로 제공한다. 그런데 대선 이후 선관위가 공개한 1분 단위 개표자료와 실제 개표소에서 작성된 개표상황표를 비교해 보면, 개표소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하기 전에 개표 결과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모순된 상황이 발견됐다.

 

▲ 서울 영등포구 대림3동 제7투표구 개표상황표와 1분 데이터 비교

▲ 서울 영등포구 대림3동 제7투표구 개표상황표와 1분 데이터 비교

 

위 개표상황표를 보면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한 시각이 밤 12시 16분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1분 데이터를 보면 해당 투표구의 개표 결과가 언론사와 포털에 제공된 시각은 밤 10시 35분으로 나타난다. 개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결과가 언론사에 제공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선관위가 개표 결과를 미리 만들어 놨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선관위는 이 역시 개표소에서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한 뒤 보조사무원이 시각을 기록하도록 되어 있는데 실수로 기록을 누락한 경우라고 해명했다. 위원장이 공표를 마친 개표 결과를 중앙선관위로 실시간으로 보고한 뒤 시각 기록이 누락된 걸 발견하고 뒤늦게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라는 것이다.

유령표와 실종표

각 투표구에서 교부한 투표용지보다 개표 때 표가 더 나오는 ‘유령표’ 현상과 표가 덜 나오는 ‘실종표’ 현상도 전국적으로 수백에서 수천 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어떤 투표구에서는 유령표 현상이 벌어지고 어떤 투표구에서는 실종표 현상이 벌어진다. 전국적으로 집계하면 교부된 투표용지보다 2,456표가 적게 개표됐다.

선관위는 대선 뿐 아니라 매 선거 때마다 투표용지 교부수보다 개표할 때 투표수가 더 많거나 적은 경우는 늘 발생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유령표’의 경우 투표소에서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 교부수를 기재할 때 계산 착오로 잘못된 교부수를 적는 경우들이 종종 생긴다고 주장했다. 또 교부수보다 개표 때 표가 적게 나오는 ‘실종표’는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고 갖고 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소모적인 개표 논란….선관위가 자초

지난 18대 대선 개표 영상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개표 논란의 가장 큰 원인은 선관위의 부실한 개표 관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검표부터 최종 검열과 봉인까지 매뉴얼대로 이뤄지는 것은 없었다. 선관위가 이른바 ‘대선 부정 음모론’에 단초를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다만 ‘기획된 부정 선거’라고 규정하기에는 근거가 미약한 것도 사실이다.

정태호 경희대 교수는 “(선거의) 마지막 단계인 개표가 정확하고 신뢰성 있게 이뤄지는 것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앞의 선행 과정에서 아무리 공정하게 선거 과정이 진행됐다 하더라도 선거는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선관위가 스스로 정한 개표 규정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부실을 반복한다면 개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소모전을 끝내기 위해서 선관위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화, 2015/09/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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