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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양대 지침’ 발표 강행…노정 관계 파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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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양대 지침’ 발표 강행…노정 관계 파국으로

익명 (미확인) | 금, 2016/01/22- 18:26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후 세종시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양대 지침’으로 불리는 일반해고(통상해고)와 취업규칙 지침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일반해고 지침이라는 표현 대신 ‘공정인사 지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장관은 당초 이날 울산에서 양대 지침 관련 노사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급히 일정을 변경했다. 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합의 파기를 공식 선언한 지 3일 만에 고용노동부가 예상보다 빨리 지침 발표를 강행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변 동료에게 부담되면 ‘엄격한 절차’에 따라 해고하라?

이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에는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고용노동부는 해고의 유형을 징계해고, 정리해고, 통상해고로 나눈 후 “대다수 성실한 근로자는 통상해고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도 “각 사업장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해 주변 동료 근로자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 통상해고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에도 해고가 정당하려면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통상해고를 둘러싼 해석이다. 고용노동부는 업무능력 결여나 근무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한 해고를 통상해고로 봤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단순히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해고할 수 없고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그 여부는 법원에서 사건 별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강문대 변호사는 “현재 법원은 ‘저성과자 해고’를 일관되게 정당하다고 판결하고 있지도 않고, 이런 유형의 해고를 명시적으로 정당하다고 판결하고 있지도 않다”며 “저성과가 다른 징계 사유와 함께 제기됐거나 저성과에 이른 과정(불성실, 태만)과 함께 제기됐을 때 저성과도 해고 사유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현재 판례상으로도 저성과자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를 사전에 판단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저성과자 해고를 통상해고의 하나로 유형화해버린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이 이뤄지면 기업이 정규직 인력 채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반대로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정규직에 대해 사전적,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부가 생각하기에 꼭 필요한 내용이면 입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공정인사 지침’과 함께 발표된 취업규칙 지침은 기존의 취업규칙 지침을 개정한 것이다.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는 노동자 집단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동의를 구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효력이 인정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성과연봉제 도입 등 임금체계를 변경해 임금 및 근로조건이 저하될 경우에도 근로자 과반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용자 일방시행이 가능한 방안을 안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연공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고, 당장 공공부문과 금융부문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계 반대 속 서두른 배경은?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노사정 합의에서 양대 지침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날 지침 발표를 강행한 것은 국회에서 노동 5법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속해서 ‘노동개혁’을 강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고용노동부 등 4개 부처로부터 합동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노동개혁’ 관련 “지금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시간을 끌고 가기에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어렵다”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1일 서울 중구 (주)한화를 방문해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쉬운 해고, 일방적 임금삭감은 결코 사실이 아니며 전체 근로자의 10%에 불과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특정노조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양대 지침과 관련해 한국노총에 논의를 시작하자고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정부가 노사정이 합의하지도 않은 내용을 새누리당과 함께 입법 발의한 것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지침 관련 논의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기권 장관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한국노총이 대타협을 파기한 지 3일 만에 지침을 발표했는데 지침 내에 노동계 의견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평가하느냐”고 질문하자 “19일(한국노총 노사정 합의 파기 당일) 이후 금속, 화학, 공공, 정보통신 등 개별 기업에서 노사 간담회를 했는데 어느 기업에 가서 얘기를 해도 현장 근로자들이나 기업에는 정확한 지침의 내용이 안 알려져 있었다”며 “더 많은 얘기를 듣는 것도 주요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전체 내용을 발표하고 현장에서 교육하고 홍보하는 게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사가 지침의 내용을 모르고 있으니 얼른 발표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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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11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린 서울고용노동청 앞.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경찰이 막아선 토론회장으로 출입하지 못하고 입구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지난해 12월 11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린 서울고용노동청 앞.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경찰이 막아선 토론회장으로 출입하지 못하고 입구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청회 한 번 안 열고 밀실 간담회

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노사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도 보도자료에서 2대 지침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 5회, 전문가 TF 운영, 토론회 및 간담회 등을 총 45회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반해고 지침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처음 초안이 공개됐을 뿐이고, 간담회에는 기자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역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노동부 관계자가 기자들의 신분증까지 일일이 확인하며 출입을 시켰을 정도였다.

1월 1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환노위 소속 의원실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주최측이 고용노동부에 2대 지침 관련 발제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고용노동부에서 거부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발제자 없이 토론자들의 토론만 이뤄졌다.

이날 고용노동부의 갑작스런 지침 발표에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두 가지 지침은 정부가 법률적 근거도 없이 기업주들에게 해고 면허증을 쥐어주고 임금 근로조건을 개악할 수 있는 자격증을 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25일 회원조합대표자회의 등을 열어 향후 투쟁계획을 논의하고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2대 지침 폐기와 노동시장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단위노조 대표자 및 상근간부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노총도 입장을 내고 “정부의 노동개악 행정지침 발표는 일방적 행정독재”라며 “총파업 등 즉각적인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3일 ‘노동개악 법안 저지, 정부지침 분쇄’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기로 하고 이기권 장관에 대해서는 고발과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 한국노총 “노사정 합의 파탄” 선언 … 노동 5법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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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노동할 권리를 가진다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한창이다. 국가정보원 주도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는 한마디로 꼴불견이다. 반정부 성향 인물을 찍어 내고, 친정부 성향 인물을 지원하는 차별리스트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의 권리와 차별을 금지한 헌법 조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되돌아보면 이명박 정부만큼 헌법을 경시하고 훼손했던 정부는 없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박기성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아예 “노동 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것이 소신”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박 전 원장은 2009년 9월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노동 3권 발언’과 관련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다른 나라는 (노동권을) 법률로서 보장하고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데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노동연구기관인 노동연구원장의 발언치곤 상식 이하다. 그야말로 궤변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책연구기관장이 이 정도였으니 헌법의 위상은 말할 것도 없다.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 조항은 그들의 머릿속엔 없었다.

박근혜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겨울 1천600만명의 촛불은 과거 정권의 헌법 부정에 철퇴를 내렸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2항이 광장에서 메아리쳤다. 노동을 존중하는 헌법을 만들자는 염원으로 이어졌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동시에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는 권력구조 재편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중심으로 노동헌법 33조 위원회가 구성돼 노동을 존중하는 헌법을 만들자는 운동이 가시화했다. 학계와 노동계에서도 노동헌법을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이런 가운데 1948년 제헌의회가 제정한 헌법의 노동권 조항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제헌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17조). 근로자의 단결과 단체교섭권·단체행동의 자유는 법률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 분배를 균점할 권리가 있다(18조).

제헌의회가 이익균점권을 포함한 노동 4권을 제정한 셈이다. 이익균점권이란 노동자가 기업 활동 성과를 사용자와 나눠 가질 권리를 가진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제안된 ‘이익공유제’의 원형에 해당한다. 이익균점권은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 설립에 기여했고, 초대 사회부 장관을 지낸 전진한씨가 제안했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 정부는 62년 헌법을 개정해 제헌헌법을 훼손했다. 헌법에 있던 노동권 중에서 이익균점권을 삭제했다.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라는 노동 3권 목적에 해당하는 문구도 삽입했다.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에서 인정한 이들 외에 노동 3권을 부정당했다. 이를테면 철도·체신 등 기능직 공무원을 제외한 일반직 공무원은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헌법에 명시했다. 4·19 혁명 이후 교사노조가 설립된 것에 대응해 박정희 정부는 헌법에서 공무원노조 설립의 싹을 잘라 냈다.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마련해 노동 3권을 더욱 제한했다. 노동 3권 행사와 관련해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보장된다"는 내용을 넣었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영기업체 또는 공익사업체에 속하는 노동자의 노동 3권도 제한했다. 전두환 정권은 헌법을 개정했지만 이러한 기조를 유지했다.

87년 이후 민주화운동과 노동자 대투쟁 영향으로 헌법이 개정됐다. 문제가 된 개별 법률로 단체행동권을 제한(또는 유보)하는 문구가 삭제됐다. 고용·임금·노동조건에서 차별금지와 최저임금제 시행 등의 조항을 신설한 것은 그나마 진전이다. 그럼에도 헌법은 여전히 일을 하는 사람(노동자)을 부지런히 일을 하는 사람(근로자)으로 규정했다.

제헌헌법 이후 헌법 개정을 보면 이익균점권을 삭제하고, 노동 3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문구를 헌법에 삽입하는 식이었다. 87년 이후 이것을 개정하려 했지만 사실상 미완에 그쳤다. 제헌헌법에 비하면 못 미치거나 훨씬 후퇴한 셈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적어도 제헌의회가 노동권 조항을 신설할 당시의 문제의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헌법은 노동헌법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촛불이 불붙인 헌법개정 정신에 부합한다.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는 모든 국민에서 모든 ‘사람’으로, 근로는 ‘노동’으로 바꿔야 한다. 개정된 헌법에 모든 ‘사람’이 노동할 권리를 가지며, ‘노동자’는 노동 3권을 가진다고 명시해야 한다.

박성국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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