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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문형표 전 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메르스 감사결과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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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문형표 전 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메르스 감사결과 유감

익명 (미확인) | 목, 2016/01/14- 15:39

문형표 전 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메르스 감사결과 유감

초동대응 부실, 정보비공개 등 정부와 삼성서울병원 책임 인정하고도

정보비공개 책임자 문형표 전 장관은 징계대상에서 제외

메르스에 대한 책임, 꼬리자르기로 끝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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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오늘(1/14) 「메르스 예방 및 대응 실태」에 대해 메르스의 초동대응 실패, 병원명 비공개 등으로 인한 메르스 확산, 삼성서울병원의 정보은폐 등 문제점을 골자로 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보건복지부의 책임자였으며 병원비공개를 결정하였다고 스스로 시인하였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책임은 전혀 묻지 않아 면죄부를 주었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 이찬진 변호사)는 38명의 환자가 사망한 메르스 비극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문형표 전 장관을 징계대상에서 제외한 감사원 감사결과에 유감을 표하며, 나아가 감사결과에서 드러난 정부 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의 잘못에 대하여 꼬리자르기로 끝내지 말고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는 초기 방역조치가 실패했음을 알고 병원명 공개 여부가 공식적으로 제기되었는데도 정보 공개를 검토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병원명을 공개한 사실이 메르스를 대규모 확산시켰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서는 접촉자 파악 및 후속조치를 지시하였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하며 메르스 사태 책임을 실무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문형표 전 장관은 메르스 확산과정에서 수 차례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사회적으로 불안이 형성됨에도 해당병원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며 특정병원을 가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하며 병원 비공개 원칙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이후 국회 대정부 질문(6/23)에서도 메르스 사태 초기 병원 비공개에 대한 결정은 자신이 내렸다는 점을 시인한 바 있다. 이처럼 문형표 전 장관이 병원명 비공개로 인한 메르스 확산에 대하여 책임이 명백함에도 면죄부를 준 감사원의 결과에 신뢰를 가질 수 없다.

 

또한 감사원 감사결과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환자 경유 사실을 알면서도 의료진에게 공유하지 않는 등 잘못된 조치로 대규모의 메르스 감염자를 발생시켰으며, 대책본부에 파악한 접촉자 명단 중 일부만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의료법 위반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이처럼 메르스 사태 확산에 큰 책임이 있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향후 엄격한 책임추궁 및 제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총 38명이 사망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번 감사결과는 정부 당국와 삼성서울병원의 명백한 과실을 일부 인정하고 있으나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이 명백한 문형표 전 장관에 대해 면죄부를 준 점은 유감이며, 향후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문형표 전 장관은 이러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되었는바, 문형표 전 장관에게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사장직을 당장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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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메르스 등의 여파로 내수경기가 최악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부와 재계가 내수 살리기에 나섰다고 한다. 신문의 헤드라인들을 잠시 보자.

“정-재계 내수살리기 총력전-메르스 직격탄 이대론 파국…재계,경제회생 긴급소방수로”(헤럴드경제 / 7.2)
“메르스 극복에 기업들 나섰다…헌혈,기부 행렬로 내수살리기 총력”(뉴스1 / 6.25)

정부와 재계가 내수 살리기 총력전에 나선 상황에서 총파업하겠다는 민주노총을 꾸짖는 사설도 등장했다.

“<사설>메르스까지 겹친 이 판국에 총파업하겠다는 민노총”(서울경제 / 6.22)

반면 대기업을 주축으로 한 재계는 내수 살리기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애국적인 모습으로 부각된다. 신문들에 따르면 특히 현대차가 앞장서고 있다.

“4대그룹, 메르스 타격 내수경기 살리기 나섰다”(머니투데이 / 7.2)
“현대차그룹, 대규모행사 개최-국내휴가 독려…2단계 내수 살리기”(아시아경제 / 7.7)
“<내수 살리기 총력전> 현대차, 소상공인 할부금 3개월 유예”(파이낸셜뉴스 / 7.2)
“현대차그룹, 내수 살리기 나선다”(헤럴드경제 / 7.7)

과연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재벌들의 ‘내수 살리기’는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까? 밖으로는 언론을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속으로는 자신들의 잇속 차리기에 몰두해 왔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3일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기존에 보유 중이던 지분 20만 주(9.68%)를 전량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오토에버 지분 중 정몽구 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지분 19.46%만 남는다.

정몽구 회장은 자신의 지분 9.68%를 왜 팔았을까?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0% 이상(비상장회사는 20%)인 경우 상장사와 계열사가 부당한 내부거래를 하고 이를 대주주가 지시했거나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면 대주주를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지난 2월, 1년간의 유예기간 끝에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 37조의 2 제2항은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동일인의 친족과 합하여 발행주식 총수의 30% 이상(비상장사의 경우 20%)을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에는 내부 거래를 통해 부당한 이익제공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고질적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정부의 새로운 법적 규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정몽구 회장의 현대오토에버 지분 매각으로 사실상 이 조항에서 자유롭게 됐다. 지난해 8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이 새로운 공정거래법 조항에 해당하는 기업은 현대글로비스 등 모두 12개였다.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하로 맞춰

뉴스타파 분석결과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 매각으로 당초 지분이 43.49%에서 29.99%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장회사인 현대오토에버와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20% 이하로 낮췄다. 또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위스코와 현대위아는 합병을 통해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떨어뜨렸다. 곧 상장예정인 이노션 역시 상장되면 정몽구 회장의 첫째 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분은 29.99%로 맞춰진다(관련 기사 : ‘29.99%’..이노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벗어난다[비즈니스워치 / 2015.6.2])

이 밖에 종로학평은 하늘교육에게 매각됐고, 사돈 기업이었던 삼우는 정몽구 회장의 셋째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리조드 전무가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과 이혼한 뒤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현대커머셜, 입시연구사, 서림개발 등은 내부 거래를 통한 매출액이 연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에 불과해 원래 큰 의미가 없었다.

현대차그룹 12개 계열사 매출 및 내부거래

회사명 상장여부 매출액(백만원) 내부거래금액(백만원)
현대글로비스(주) 상장 10,174,668 2,966,527
(주)이노션 상장 예정(7월) 356,158 137,682
현대엠코(주) 비상장 2,874,244 1,758,778
현대위스코(주) 비상장 613,567 405,064
현대오토에버(주) 비상장 930,854 760,017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주) 비상장 65,366 22,364
현대머티리얼(주) 비상장 142,108 45,984
(주)삼우 비상장 906,309 791,969
(주)종로학평 비상장 10,100 1,984
현대커머셜(주) 비상장 346,231 5,247
서림개발(주) 비상장 202 80
(주)입시연구사 비상장 28,558 3


현대차 총수일가 지분변동 현황

회사명 조치 내역 총수일가 지분율 변화(%) 지분율 변화 상세 내역
현대글로비스(주) 지분율 낮춤 43.39 → 29.99 정몽구 회장 6.71%, 아들 정의선 23.28%
(주)이노션 기업 공개하며 지분 정리 80 → 29.99
(상장법인)
아들 정의선 2%, 딸 정성이 27.99%
현대엠코(주) 피합병(현대엔지니어링) 35.06 → 16.4
(합병법인)
정몽구
회장 4.68%, 아들 정의선 11.72%
현대위스코(주) 피합병(현대위아) 57.87 → 1.95
(합병법인)
아들
정의선 1.95%
현대오토에버(주) 지분율
낮춤
30.1 → 19.46 아들
정의선 19.46%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주) 지분율 낮춤 28 → 16.26 정몽구 회장 4.65%, 딸 정성이 3.87%, 정명이 3.87%, 정윤이 3.87%
현대머티리얼(주) 정몽구 회장 조카인 정일선 회사. 최근 내부거래 비중 낮추며 현대비앤지스틸로 사업 집중 100 → 100 조카 정일선 100%
(주)삼우 계열사 제외 39.47 → 0  
(주)종로학평 계열사 제외(하늘교육에 매각) 78.33 → 0  
현대커머셜(주) 거래 규모 작음 40 → 40 딸 정명이 26.67%, 사위 정태영 13.33%
서림개발(주) 거래 규모 작음 100 → 100 아들 정의선 100%
(주)입시연구사 거래 규모 작음 73.04 → 73.04 사위 정태영 73.04%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2014년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부거래현황 공개'(2014.8.21)
※매출액 및 내부거래금액은 2013년 기준. 단, 현대엠코(주)는 합병으로 2013년 내부거래금액이 공시되지 않았으므로 2012년 기준임.

결국, 정몽구 회장은 자신과 아들, 딸들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합병이나 매각 등을 통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하로 완벽히 맞춰 놓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정부의 눈치를 크게 보지 않고도 주요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를 꾸준히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정부의 규제를 적법하게 피하면서도 불공정한 내부거래를 통해 대주주의 사익을 계속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재벌의 사업 영역에 외부 경쟁자가 여전히 쉽게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한 시장경쟁은 힘들어지고, 사회적 공생은 멀어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 등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 12개 계열사의 내부거래규모는 연 6조 8,956억 원(2013년 기준)에 달한다.

받아쓰기에 익숙한 한국언론을 통해 ‘내수 살리기’에 나선다는 홍보에 열을 올린 현대차그룹. 하지만 속으로는 계열사들끼리 일감을 나눠 먹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왔다. 현대차그룹이 진정으로 국가 경제를 위해 내수를 살리고 싶다면 계열사들이 주로 차지해 온 일감을 시장에 내놓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의 장을 열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내수 살리기’다.

수, 2015/07/0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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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병원의 사과만으로 메르스 확산책임 덮지 못해 메르스 방역에 실패한 정부도 책임을 인정해야

 

 

오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하여 대국민사과를 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이찬진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사과에 대하여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며, 더 나아가 메르스 방역에 실패한 정부도 하루빨리 책임을 인정하고 대국민사과를 할 것을 요구한다.

 

메르스 확산과 관련하여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대국민사과를 하였다는 점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동안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지적되어 온 응급실 환경개선, 음압병실 확보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의심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였을 때 메르스 발병 병원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환자를 응급실에 2박 3일간 입원시키는 등 감염병 방역관리를 소홀히 하여 감염병 치료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고, 그 결과 80명 이상의 확진자를 포함한 수많은 격리치료자들을 양산한 책임이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죄송하고”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

 

더 나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달 말에 삼성서울병원을 소유한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하였을 뿐 그 이전까지 삼성서울병원의 운영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는바, 이번 대국민사과에서 삼성서울병원을 대표하는 인사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오히려 여러 편법의 과정을 거쳐 경영권 승계를 완성해가고 있는 이 부회장이 이 국가적 재난을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공식화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법 하다.

 

또한 민간병원조차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일찍 제공하지 않고 방역 범위를 좁혀 메르스 확산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는 정부가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에게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대국민사과와 더불어 공공병원 확충, 의료민영화 정책 중단, 시민들에 대한 위험정보 즉각 공개 등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화, 2015/06/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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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한국판 조지오웰

 

 

『댓글부대』 저자, 소설가 장강명

 

 

글. 박상규 
얼마 전까지 오마이뉴스 기자였다. 회사를 그만둔 지금은 지리산 자락에서 사는 백수지만, 여전히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다. 
사진. 박영록

 

솔직히, 장강명의 말은 그의 소설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추위에 몸을 웅크린 채 집으로 가며 걱정했다. ‘이 인터뷰 기사를 어떻게 정리하나...’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소설가는 작품으로 말하면 된다. 소설가가 말까지 재밌게 할 필요는 없다. 그에게서 재밌는 말을 끌어내지 못한 기자가 문제라면 문제일 터. 

그는 결코 걸려들지(?) 않았다. 누군가를 강하게 비판하거나 전선이 명확한 의견, 또는 선악이 뚜렷하고, 진보와 보수의 색깔이 분명한 말을 선호하지 않았다. 재미로만 따진다면 그런 자극적인 표현들이 딱인데, 장강명은 오히려 그런 문화와 분위기를 경계했다. “가끔씩 울컥하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그는 인터뷰 내내 평온했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뷰가 담긴 음성 파일을 녹취록으로 만들면서 ‘재미없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나는 그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쳤고, 소설만큼 흥미롭게 그의 말을 읽었다.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만큼 괜찮은 르포집이 한국에서 나오겠군. 그걸 장강명이 곧 쓰겠군.’

세상을 보고 대하는 장강명의 시각이 이런 기대를 품게 했다. 누군가는 ‘<동아일보> 출신 기자가, 그것도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는 장강명이 그렇게 될 수 있겠어?’라고 말할 것 같다. 나와 독자 모두 섣부른 판단과 예측은 금물. 

 

참여사회 2016년 1월호

 

기자에서 소설가로

장강명은 <동아일보> 기자로 약 11년을 살았다. ‘조중동을 박멸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게 가진 사람들에겐, <동아일보> 기자가 <한겨레> 문학상으로 등단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충격이자 뉴스였다. 
등단 이후 장강명 작가는 『한국이 싫어서』나 『댓글부대』처럼 직설적인 제목의 사회 비판적인 작품을 썼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장 작가가 순식간에 <동아일보> 색깔을 지우고 있다’ ‘금방 이쪽 세계로 넘어 오네’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편 가르식 시선은 오해를 낳고, 무엇보다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한다. 편견과 편 가르기, 당위와 규범에서 벗어나야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그래야만 장강명이 보인다. 

 

‘소설가 장강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른 여러 ‘소설가의 탄생’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대학에서 SF 관련 글을 쓰다가 소설가를 꿈꿨다. 소설가가 되려면 등단을 해야할 것 같아서 여러 언론사의 신춘문예 공모에 응모했다. 모두 낙방해 언론계로 눈을 돌렸지만 역시 모두 낙방. 일단 먹고 살아야 했다. 
“먼저 건설회사 취업을 했어요. 그러다가 ‘언론사 공채 시험 한 번만 더 쳐보자’는 마음으로 사표를 냈죠. 밤에는 고시원에서 자고, 낮에는 영어교재 만드는 알바 하면서 공부했어요.”

 

장강명은 2002년 <동아일보> 공채에 합격했다. 기자 생활은 적성에 맞았으나, 소설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기자 5년차가 됐을 때 “기사쓰기가 재미없어지는” 위기가 찾아왔다. 자신을 위한 글을 쓰고 싶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소설을 썼다. 주인공은 신문기자였다. 
“이걸 한 3년 썼어요. 아내에게 보여주니까, ‘논의할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상심했다가 며칠 뒤에 보니까, 정말 제가 봐도 좀 그렇더라고요.”

 

마음을 잡고 다시 소설을 썼다. 아침 일찍 출근해 모든 조간 신문을 훑으며 ‘물 먹은 건 없나’를 챙기고, 오후에는 피 말리는 마감을 하고, 저녁에는 취재원과 술 마시는 신문기자 생활을 이어갔다. 글은 주로 주말이나 휴가 때 썼다. 『표백』을 쓰는 데 3년이 걸렸다. 이 작품으로 <한겨레> 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밥 벌이의 무서움’ 때문에 기자직을 한동안 유지했다. 작품 2~3편 더 써서 대박을 터트리면 쿨하게 사표를 던지고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했으나, 그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아내에게 “1년 3개월만 전업 작가로 살고, 성과가 나지 않으면 재취업 하겠다”고 약속하고 기자직을 버렸다. 
“집에서 전화기 끄고 최소 하루 8시간씩 소설을 썼어요. 초조하니까 정말 미친듯이 썼죠. 소설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재취업하기로 했거든요.”

 

<한겨레> 문학상 출신 작가여도 ‘수입 견적’이 나오지 않았다. 기자로 일하면서 받은 연봉의 반도 안 되는 금액이 목표였지만, 고지는 늘 저 멀리 있었다. 다행히 상복이 터졌다. 장 작가는 올해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 작가상,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댓글부대』로 제주 4·3평화문학상을 받았다. 덕분에 한동안 재취업 걱정을 안 해도 된다. 
그의 작품에는 기자 생활로 다져진 내공이 많이 보인다. 취재 아이템처럼 소재는 사회성이 있으며, 문장은 간결하다. 소설을 쓰면서도 발품을 많이 팔아 취재하는지 상황 묘사가 생생하다. 특히 국정원 ‘댓글부대’를 연상케 하는 『댓글부대』는 ‘이게 소설인지, 르포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그만큼 흡입력이 강하다. 

 

참여사회 2016년 1월호참여사회 2016년 1월호참여사회 2016년 1월호

 

한국판 조지오웰을 꿈꾸다

어쩌면 이 작품 때문인지도 모른다. 꽤 유명한 저명인사가 “장강명이 르포를 쓰면 정말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논픽션으로 ‘월담’ 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제가 조지 오웰이 쓴 『위건 부두로 가는 길』 같은 르포를 참 좋아합니다. 그의 글쓰는 자세도 좋아하고요. 저도 지금 르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뭘 준비하고 있을까.
“문학 공모전에 대한 르포를 준비하고 있어요. 공모전을 운영하는 출판사 대표, 운영하지 않는 출판사 대표, 공모전을 하다가 접은 대표를 이미 인터뷰했어요. 작가 지망생 합평회 하는 모임도 가봤고, 공모전 폐지를 주장하는 소설가도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출신답게 그는 자신이 취재한 사람들을 길게 열거했다. 그런데 왜 하필 장강명은 공모전에 꽂혔을까.
“문학 공모전도 한국의 특이한 문화로 자리잡은 공채 제도 중 하나예요. 한국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문제를 내고, 그걸 풀게 해서 순위 매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요. 대기업 입사 시험, 대입, 문학공모전…. 다 동일한 시험이라고 봐요. 점수로 합격·불합격을 나누는데, 합격한 순간 ‘이너 써클’의 구성원이 됩니다. 합격한 사람은 우월감을 느끼고, 불합격한 사람은 열등감을 느끼죠. 대기업 시험 떨어지면, 중소기업에서 실력 키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지방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는, 중앙지 신춘문예에 다시 도전해요. 시험의 권위가 사람을 압도하고 있어요. 
심지어 자녀 배우자를 볼 때, 학력을 따지는 어른들이 많잖아요. 아니 자녀 배우자를 판단하는 데 19살 때 본 수능시험 성적이 왜 중요하죠? 회사에는 사람 뽑는 조직인 인사팀이 따로 있잖아요. 이들이 사람을 뽑아서 “얘 써봐”하면서 자리에 꽂아요.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 의견도 묻지 않고. 물론 공채 제도에 좋은 점도 있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가 노력하면 판·검사도 될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르포를 통해 공채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잘 보여주고 싶어요.” 

 

2015년 노벨 문학상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받았다. 그녀는 시, 소설을 쓰는 작가보다는 현장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사람에 가깝다. 그녀가 쓴 『체르노빌의 목소리』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오랜 시간 현장을 취재하면서 사람들을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스베틀라나, 조지 오웰이 아니어도 해외 여러 나라에는 좋은 르포작가와 작품이 많다. 그에 비하면 아직 한국의 르포는 규모와 질에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제가 그런 걸 하고 싶어요. 한국 논픽션 시장은 에세이 위주예요. 좋은 르포를 쓰는 저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언론사에서 일하는) 후배들을 만나면 말해요. 르포 쓰는 거 한 번 생각해 보라고요. 한쪽에선 기자가 할 일 없어서 울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자들이 해야 할 일이 비어 있어요.
사실 닥치는 대로 사람 많이 만나서 이야기 엮는다고 다 책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야마(주제, 핵심)’를 잡고, 취재를 하는 게 생각보다 초심자들이 하기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하루짜리 기사로 소비돼서는 안 될, 기자들이 오래 취재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면 좋은 현장과 주제가 정말 세상에는 수두룩합니다.”

 

참여사회 2016년 1월호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이야기 ‘댓글부대’

장강명은 “기자는 이래야 한다”, “정치인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당위론을 불편해한다. 당연히 후배 기자에게 ‘훈수’ 두는 걸 싫어한다. 생활인으로서의 기자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쉽게 말하는 걸 스스로 경계한다. 그가 『댓글부대』에 쓴대로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자는 이래야 한다, 책 만드는 출판사는 이래야 한다, 기업은 이래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걸 싫어합니다. 밥벌이, 돈벌이 이거 엄청 치열한 싸움입니다. 이런 현실에 앞서 내가 생각하는 당위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건 무리라고 봐요. 기자 후배들에게 ‘댓글 달듯이’ 쉽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게 제가 보수주의자가 된 바탕이 아닐까 싶어요. 현실의 무거움을 크게 받아들이는 것”


『댓글부대』는 여론 조작 댓글팀 ‘팀알렙’이 진보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그야말로 박살내는 작업이다. 소설은 여론 조작을 의뢰하고 이를 실행하는 사람들의 문제만 부각하지 않는다. 진보의 폐쇄성 혹은 세상이 쉽게 바뀔 것이라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순진함(?)도 서늘하게 지적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진보의 폐쇄성은 일부 있다고 봐요. 자기의 뜨거운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그룹들이 있거든요. 어려움에 처한 현실도 도덕적 우월성으로 돌파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요. 상대를 악마화하면서 나의 우월성을 강조하면, 대화·토론·협상이 불가능합니다.
진보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지금 ‘너는 악마’ ‘너는 빨갱이’ 이런 식의 문화가 넓게 퍼져 있어요. 정치권도 마찬가지고요. 2015년 한국의 불행이죠. 신앙인들끼리 서로 ‘종교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아요.”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자신이 믿는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성향도 있다. 편 가르기를 하고, 사회의 여러 현상을 ‘좌우 이념’으로만 보면 결국 한쪽의 진실만 보인다. ‘너는 이래야만 한다’는 당위론과 ‘저 사람은 분명히 그럴 거야’라는 짐작에서 벗어나야 진실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진정한 사회주의자가 되고 싶었던 조지 오웰이 그랬다. 그는 자신이 사회주의자라고, 또는 좌파라고 자기 진영의 사람을 편들고 무조건 아름다운 희생자로 그리지 않았다. 그는 현장의 구체성과 목소리를 택했다.
조지 오웰은 영국 북부 탄광으로 직접 들어가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을 기록하면서도 그들이 얼마나 모순적이고도 다양한 인격을 가졌는지 생생하게 표현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다. 

 

당위론에 빠지지 않으려 애쓰고, 도덕적 우월감을 경계하는 작가, 장강명. 현장 취재도 열심히 하니, 전형적이고 정답이 정해져 있는 지금까지의 ‘한국형 르포’를 벗어나 꽤 괜찮은 작품을 쓸 것 같다. 
보수주의자가 기록한 생생한 르포, 나는 장강명의 소설보다 이게 더 기대된다. 

월, 2015/12/2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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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의 숫자가 4일 35명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4일 이 35명 확진자의 의료 기간, 접촉 기간, 발병일 현황을 그림으로 만들어 공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병원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면서 해당 병원의 이름은 의미 없는 영어 대문자로 처리했다.

<프레시안>은 앞서 첫 번째 환자를 통해서 28명의 감염 환자가 나온 평택성모병원(의료 기관 B), 죽고 나서야 메르스 환자로 판정받은 '25번' 환자가 사망한 동탄성심병원, 14번 환자를 통해서 38세 현직 의사가 3차 감염된 삼성서울병원(의료 기관 D)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다른 의료 기관의 실명도 공개한다.

금, 2015/06/0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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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16기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2015년 7월 6일(월)부터 8월 6일(목)까지 5주 동안 진행하게 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26명의 10~20대 청년친구들이 함께 참여하는데, 이 5주 동안 우리 청년공익활동가학교 친구들은 인권과 참여민주주의, 청년문제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직접행동을 기획하고 진행함으로써 미래의 청년시민운동가로 커나가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청년공익활동가학교란?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그 동안 방중마다 실시되었던 참여연대 인턴프로그램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청년들의 공익활동을 위한 시민교육과 청년문제 해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공부하는 배움 공동체 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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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이라 모두들 서로 어색하기에 우선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을 진행하였습니다. ABC초콜릿 8개씩을 각자 가지고 서로에게 인사하며 가위바위보를 하여 이긴 사람이 진 사람에게 초콜릿 1개를 주는 형식의 게임이었는데, 10분 동안 가장 많은 수의 초콜릿을 얻은 사람이 16기의 장이 되는 것이었죠. 물론 기장이 된다는 사실은 게임 종료 후에 이정민간사가 알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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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는 두 명의 사람이 짝지어서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근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MERS) 때문에 의회인턴이 취소되어 다른 의미있는 활동을 찾다가 ‘예기치 않게’ 이곳으로 오시게 되었다는 변현지님, 다양한 청년들과 건강한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서 오셨다는 장유리님, 시민단체 활동과 주택문제에 관심이 많아 오셨다는 강성준님, 참여연대 회원이신 부친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오셨다는 문동욱님 등 다양한 사연과 목적을 가지고 참여연대에 모인 26명의 청년들을 보니 아직 한국사회는 밝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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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주동안 진행되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은 활동가학교 친구들이 직접 후기를 작성하여 앞으로 계속 소개될 예정입니다. 참여연대 활동가학교 16기의 멋진 활동을 기대합니다! 많은 응원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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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5/07/1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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