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악법처리 압박 등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규탄 범 청년·노동·인권·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
익명 (미확인) 님|목, 2016/01/14- 13:47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무시 담화, 짜고치는 기자회견은 국민들에겐 큰 고통”
“극심한 양극화·민생고에 꼭 필요한 정책은 거부하고 노동·민생 파탄책 강요”
북핵위기 빌미로 국회에 악법처리 압박·정책실패와 무능력에 대해 성찰 없는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규탄 범 청년·노동·인권·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
기자회견 일시·장소 : 1.14(목) 오전 11:00 청운동주민센터 앞(청와대 부근)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국정방향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담화문의 내용도 이전부터 했던 내용들의 재탕일 뿐 특별한 내용은 담고 있지 못하였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삶의 질 개선과는 전혀 동떨어진, 오직 재벌·대기업특혜만을 위한 경제, 민생, 노동정책을 강요하고, 핵실험과 제재 그리고 군사적 긴장 조성이라는 악순환 밖에 없는 외교·남북 정책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의 무능에 대한 반성과 사과도 없이 북핵위기를 빌미로 북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테러방지법을 또 강요하였습니다. 또한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를 바꿔달라며,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고 나서는 등 사실상의 선거개입에 해당하는 행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 모두가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청년팔이’를 반복했습니다. “우리 청년들이 일자리 비상상황에 처해 있다.”“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35만명에 이르고,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까지 합치면 100만 명이 넘는 상황이다.”“일자리를 달라는 우리 청년들의 간절한 목소리도 정쟁 속에 파묻혀 버렸다”등등... 박근혜대통령은 작년 8월에 발표한 담화문과 같이 청년들이 일자리를 위한다며, 역시 또 “청년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악용하여” 노동개악법안들의 통과를 촉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요구하는 법안과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지침은 모두가 재벌·대기업들의 민원에 불과한 것으로 “쉬운 해고, 비정규직 기간연장, 실업급여 수급조건 악화, 간접고용 파견직의 전면화”등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우리 국민들과 비정규직·청년들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노동악법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노동악법과 노동지침은 양보하거나 분리해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노동악법과 정부지침은 폐기되어야 할 사안인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규직·청년 당사자들이 왜 박근혜표 노동개악안을 거부하는 지 한 번이라도 귀를 기울여 본 적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청년·비정규직들과 우리 국민들을 두 번 죽이는 노동개악이 아닙니다. 정말 청년과 비정규직들이 걱정이라면 청년의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뽑게 하거나 즉시 전환하게 하는 좋은 정책들이 이미 다 제시되어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는 이를 한사코 거부만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가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지 않자, 서울시와 성남시에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원해주고, 모든 청년들이 누릴 수 있도록 확대해도 모자를 판에‘청년의 건강한 정신을 파괴하는 아편’‘범죄행위’‘표를 매수하는 행위’‘악마’등 막말을 일삼고 있는 것이 현 집권세력의 실정입니다. 일방적인 담화도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질문 순서와 내용까지 고스란이 사전에 공개된 짜고치는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머리가 좋다고 역대급 저질 연기를 한’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한나라당의 비대위원장 할 때 청년 취업활동수당을 월 30만원씩 지급하자고 주장했던 것만큼은 기억을 아예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실업률과 고용률이 모두 낮은 것은 비경제활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월급 빼고 안 오르는 것이 없으며, 20대도 명예퇴직을 강요받을 정도로 고용불안이 만연한 조건 속에서, 많은 청년들이 보다 좋은 일자리,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줘야 합니다.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용여력이 있는 정부와 대기업의 청년고용할당제를 확대하여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OECD 최하위권의 공공서비스를 대폭 확충해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야 합니다. 또 동시에 구직촉진수당도입(청년 실업부조 또는 청년수당), 자발적 이직자 실업급여 도입 등의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도 시급히 도입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는 오로지 거부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청년을 위한다’ 운운할 수 있는 것인지, 그 검은 양심과 후안무치함에 절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 노동개악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법안의 기본 구조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의 적용대상이 명확하지 않으며, 기획재정부에 과도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의료민영화를 우회하는 정책일 뿐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축소하여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는 법안입니다. 대통령은 중요 공공서비스의 민영화·영리화를 추진하기 위해 근거도 없는 69만개 일자리 창출을 운운하며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 법안이 70만개 가까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거짓말을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게 거듭하는 것인지,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부디 간담회라도 열어서 제대로 토론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역시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대기업 총수들은 자주 만나면서도 평범한 우리 국민들은 아예 만나지를 않습니다. 국민과의 대화나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는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인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짓말은 그것으로 머물지 않았습니다. “G20회원 국가 중 테러방지법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 4개국에 불과하다.”며 테러방지법 처리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테러방지’와 관련하여 G20 소속 어느 국가보다 더 강력한 ‘대테러’기구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계류 중인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여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조사와 수사, 시민사찰과 정치개입을 더욱 강화하도록 고안된 법안입니다. 대통령은 국제적인 차원에서의 테러 위협을 빌미로,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악법을 강요하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이야기하였지만, 보통 기업의 구조조정은 정리해고를 수반하여 일자리 창출보다, 일자리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 특혜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재벌·대기업이 이 법을 경영권승계의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이해관계자 간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는 의사결정구조를 합법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같은 우려는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는 도대체 재벌·대기업을 위하는 일이라면 왜 이렇게 강력하게 관철시키려는 것이냐는 범국민적 의문부터 해소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한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핵실험을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는 대북 제재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의 현실은 위협과 제재 그리고 군사적 긴장 조성의 무한반복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식의 대응으로는 현재의 상황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짜고 치는 기자회견에서 ‘머리가 좋아서 기억을 잘 한다’고 자화자찬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내세웠던 각종 경제민주화 공약, 서민 경제 살리기 공약, 노동을 존중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 국민 복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전혀 기억을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디,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과의 약속을 기억해내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의 북핵위기를 빌미로, 삼권분립의 원칙도 무시한 채 악법처리 강행을 요구하는 모습이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오늘 모인 청년·노동·인권·시민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라도 악법처리를 중단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한편, 청년광장과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등의 청년·민생·경제민주화단체들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중단(행정지침 철회)과 진짜 청년을 위한 정책을 촉구하기 위하여 정부종합청사 앞 1인 시위, 시민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1월 27일 노사정위원회 회의 결과 후, 추후 행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자회견 개요]
○ 제목 : 북핵위기 빌미로 악법처리 강행 요구 규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아마도 일부 한국 외교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즐거운 회담을 한 것에 대해 자축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했고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상 회담이 심각한 지정학적 갈등으로 이어졌던 트럼프 대통령과 안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 비해 훨씬 더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사실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적표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쪽이다. 그는 지금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고, 시민사회에서 탄핵 움직임이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원하는 지도자가 트럼프 대통령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말하지 않았던 이슈들
분명 필자의 미국인 친구들 중 대부분은 트럼프를 최악의 미국 대통령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저명한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 중 상당수가 기후변화의 존재 부인, 과학에 대한 비난, 공교육의 파괴 개시, 인종 차별적 이민 정책의 명시적 추진, 트위터를 통한 구조적인 법치주의 훼손, 중국,이란, 북한 및 러시아에 대한 전쟁 요구 및 행정 명령 등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과 어떠한 협력 관계도 맺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만약 도날드 트럼프가 한국 대통령이었다면 부정 부패로 인해 사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필자는 어떤 수준의 정치적 마법을 사용한다 해도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잠재적으로는 중국으로도 이를 확장하려는 트럼프의 정책이 평양 정권과의 협력을 추구하는 문 대통령의 계획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이견을 회피하려 하다가는 향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나쁜 소식을 전하려면 한번에 모두 전하라”는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문 대통령은 논리적이고 정중한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자신의 관점을 조기에 명백하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조금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거 같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하고, 막가파식 태도에 대응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 말콤 턴불 호주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등이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무역이슈, 군비분담, 북한정책 등이 모두 난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의바른 행동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그의 무례함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던 것으로 느껴진다.
지난달 30일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양국 정상간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촛불시민혁명,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력 높여
문재인 대통령은 갓 취임했다.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 정책, 인사, 메시지를 혼자 관리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함께 일할 좋은 팀이 필요했다.
아마 이번 정상회담도 미리 준비됐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것이 끝나서 기쁘겠지만, 21세기에 한국을 통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문재인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했고, 까다로운 이슈를 잘 처리했다고 자평할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정책 이슈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국의 민주주의체제, 촛불시민혁명 등은 문재인 대통령을 매우 빛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더욱 그럴 것이다.
반면 미국의 정치체제는 선거, 건강보험, 사회간접자본 등 모든 면에서 엉망이다. 심지어 트럼프는 300만표나 적게 득표하고도 대통령이 됐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고위관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투명하고, 잘 규율된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를 칭송했던 것이다. 한국에게 이것은 굉장한 협상카드이다.
정책과 관련해서는 처리할 것이 많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대화를 통해 미국 측의 전술과 목표, 비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냈다.
한미 공동성명에서는 북한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전략협의체회의를 운영하고, 정책조율을 위해 기존의 다양한 채널을 활용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채널이 있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목표실현을 위해 어떻게 미국과 한국의 목표와 전략을 바꿀 것인지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를 확신시키지 못했다면, 정상회담의 성과는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 정부가 한국이 주도하는 변화를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역할에 동의했다는 것을 확신시켜줄 만한 것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것을 어떻게 얻을 것인지, 이를 위해 얼마나 걸린 것인지 등에 대해 매우 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하는 북한의 내적 동기와 북한을 둘러싼 현실 등은 과거 수 십년동안 보수파들이 주장했던 잘못된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클린턴 시대의 대북정책을 줄곧 반대했었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구체적 실행 계획, 비전 밝혀야
이번 정상회담의 많은 것들이 향후 정책개발, 정책조율, 그리고 공공외교와 관련된 것이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문재인 행정부가 자리를 잡게 되면 정리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 다른 인사들은 교체될 것이다.
특히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이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전략에 부합하는지 검증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한반도 지역의 불안정성은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때문인가, 아니면 북한의 고립과 그에 따른 안보불안, 개발정체때문인가?
사드 배치는 성주주민들을 달래고, 중국에 세부사항을 설명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가? 아니면 한국의 안보와 외교적 이익에 근본적으로 해로운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예상과 달리 사드 배치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사전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측과 사전조율을 마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이번달 독일에서 열리는 G20회담에서 예상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평화와 개발 사이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 고민하는가? 아니면 체제불안 때문에 한국, 미국과의 상호호혜적 대화로 복귀하기를 바라는가?
중국은 미국-일본-한국 주도의 대북압박에 동참하기를 고민하는가? 아니면 그러한 대북압박이 중국의 경제 및 안보이익에 해롭다고 생각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대선 캠페인과정에서 그는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입장을 보여줬다.
특히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이런 이슈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지식을 갖고 있었고, 미국 전문가들을 상대로 변화를 요구했다. 그래서 그는 워싱턴 D.C.의 주류파로부터 심한 공격을 당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사람들은 이런 주류파들보다 북한을 더 모르고, 더 극단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다. 럼스펠트 전 국방장관이 말했듯이,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한다.
한국 측은 시간을 갖고 새로 조직하고, 사안을 명료히 해야 한다. 이것을 미국 측에서 해줄 수는 없다.
정상회담 전부터, 한국이 사려깊게 변화를 준비하고, 미국을 끌어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지금 미국은 그러한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면 분명히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빠른 시간 내에 무엇을 할 것이고, 이를 위해 미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묵인도 곧 끝날 것이다. 그래서 서둘러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관여정책과 충돌한다. 사드배치는 한중관계의 전진을 막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그 관계를 꼬이게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한반도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방해하는 요소이며, 한미관계의 재조정을 방해한다. 그동안 미국은 오랫동안 한국정책에 별다른 고민을 해오지 않았다.
미셀 오바마는 최근 대통령직을 맡아도 사람은 바뀌지 않으며, 그가 누구인지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는 지금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 미국의 친한파들, 예컨대 윌리암 페리 전 국방장관,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 등이 한목소리로 미국의 한반도정책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에 발탁된 정의용 실장의 어깨가 무겁다. 군 출신이 독점해온 안보실장 자리에 외교관 출신의 통상ㆍ다자외교 전문가 앉았다는 것부터가 의미가 상당하다.
새 정부가 안보를 국방이 아닌 외교의 관점에서도 보겠다는 변화의 신호탄이자, 강경 일색의 대북 기조에서 벗어나 북핵 문제의 외교적ㆍ평화적 해결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뜻을 읽히기 때문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문재인정부 외교안보 콘트롤타워
당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부터 풀어내야 한다.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실시라는 제3의 해법을 찾긴 했지만, 한ㆍ미, 한ㆍ중, 미ㆍ중간 얽히고설킨 고차방정식에도 적용하는 길이 만만치만은 않다.
미국 역대 어느 정부와 비교해도 예측 불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 것만해도 곤혹스럽기 그지 없다.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의 해법과 관련한 대북 기조 변화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우려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기도 하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는 정책실장이 부활하면서 이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등 3두 체제로 재편됐다. 기존에는 외교안보수석이 비서실장 직속이었지만,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는 그 역할을 2차장이 맡아 안보실장 소속으로 바뀜으로써 지휘계통의 혼선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지 출처: 국민일보)
정 안보실장의 막후 조정 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정 실장은 국내ㆍ외적 반발과 이해충돌을 조율해야 했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과정에 주역으로 참여했다. 대표적 북미통으로 미국을 움직이게 하는 실력을 가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참여정부 당시 북한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을 사전 조율한 경험도 있다.
문재인 정부 외교ㆍ안보라인의 컨트롤타워를 맡게 된 정 실장의 데뷔 무대가 머지 않았다. 29, 30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본격적인 첫 시험대다.
외교관 33년…북미통, 다자ㆍ통상외교 전문가
정 안보실장은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이종사촌이다. 이른바 ‘강남 8학군’인 서울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대선 캠프 때부터 문재인 정부 외교ㆍ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함께 그린 서훈 국정원장이 아홉살 아래의 고교ㆍ대학 후배다.
장 안보실장은 외교관으로 잔뼈가 굵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세계 청소년 토론대회에 참가하면서 미국 시카고에서 한 달여 동안 머문 이후 외교관의 꿈을 품게 됐다고 한다.
1971년 제5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2004년까지 33년간 외교부에 몸을 담으며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74년 주캐나다 대사관 3등서기관을 시작으로, 1986년 주미국 대사관 참사관, 1995년 주미국 대사관 경제통상담당 공사 등을 지냈다.
덕분에 북미통으로 꼽힌다. 2005년 ‘안기부(지금의 국가정보원) 삼성 X파일 사건’ 파문으로 홍석현 당시 주미대사 직에서 물러나자,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 등과 함께 후임 주미 대사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을 정도다.
다른 일화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7대 국회 당시 현역 국회의원 신분임에도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를 이유로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이 거부되자 정 실장이 미 대사관과 싸우다시피 해 비자를 받아낸 인연이 회자된다.
정 실장이 상대한 미국 대사관 측 인사는 바로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트럼프 행정부 국무부 부차관보(대북정책 특별대표) 조셉 윤이라고 한다.
다자외교, 통상외교 전문가라는 평가도 받는다. 2001년부터 국제기구가 몰려 있는 스위스 제네바 주재 한국대사를 지내며 세계무역기구(WTO) 지적재산권협상그룹 의장, 군축회의(CD) 특별조정관, 국제노동기구(ILO) 집행이사회 부의장ㆍ의장을 잇따라 맡아 경험을 쌓으면서 다자외교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993년 외무부 통상국장, 1998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등을 맡아 통상외교 전문가로도 불린다.
“국익 위해 불가피 하다면 이라크 파병도…”
외교관으로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던 정 안보실장은 2004년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후보 10번으로 당선 돼 17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하면서다.
정통 외교관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추천에 힘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 외교부 공보관(대변인)과 출입기자로 쌓은 친분이 이어졌다.
정 실장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앞둔 2004년 열린우리당 내 이견이 좀처럼 가시지 않자 전면에 나섰다.
당시 임종인 의원 등 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의원들이 열린우리당 당론 확정을 위한 끝장 의원총회에서 “아무런 명분도 실익도 없는 이라크전에 파병하는 이유는 오로지 한미동맹에 대한 고려 때문”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2004년 6월,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당시 정의용 의원의 모습.
정 실장이 전면에 나서 “국제사회에서의 우리 역할과 실익을 확보하는 쪽으로 당론을 모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도 파병에 반대했지만, 과정과 결론을 모두 지켜본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진보ㆍ개혁진영은 노무현 정부가 잘못한 일 가운데 대표 사례로 파병을 꼽는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 그것이 국가경영이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고통스런 결정이었지만 파병을 계기로 북핵 문제는 바라는 대로 갔다. 미국의 협조를 얻어 6자회담이라는 다자외교 틀을 만들었다”며 “북한 폭격까지 주장했던 네오콘의 강경론을 누그러뜨리면서 위기관리를 해 나갈 수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 해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한 김선일씨 납치피살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정 실장이 나섰다.
그는 정부와 여당을 설득해 국가 정책집행 과정에서 피해를 본 재외국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재외국민보호법 제정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하는 성과를 냈다.
중도ㆍ실용주의자로 노무현 대통령과 반대편에 서기도
정 실장은 대체로 실용주의의 길을 따랐다. 17대 국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공언하면서 열린우리당 내 노선투쟁이 벌어지자, 정 실장은 중도ㆍ실용파 의원 10여명과 함께 ‘안정적인 국가보안법 개정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을 꾸리며 노 전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다.
안개모는 이후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으로 이름을 바꾸며 중도파 의원 30여명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외연을 확대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정 등 ‘4대 개혁입법’과 관련해 우원식ㆍ유시민 의원 등 당내 개혁파와 정치적 색깔을 달리하며 맞섰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으로 노 대통령의 외교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정 실장은 2006년 6월 국회 통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적어도 일본이 우리나라를 도발하지 못할 정도의 국방력을 갖고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반기문 장관을 상대로 “그런 언급이 과연 상대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겠느냐 하는 데 대한 깊은 생각이 좀 뒤따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북핵이나 미사일 개발을 북한이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도 우리가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도 “우리의 아주 기본적인 원칙에 일관성이 결여된 듯한 인상을 주고 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지만, 사실상 노 대통령의 보좌하는 외교ㆍ안보라인의 보이지 않는 실책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정 실장은 2007년 3월 노 대통령의 정무특보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평양을 방문하며 이어진 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산파 역할도 한다.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위원장 자격이었지만, 당시 정치권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대북특사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때도 조언자 역할을 했다.
“온화하지만, 담판을 지을 땐 공격적 승부사”
정 실장은 2008년 의원 임기를 마친 뒤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의원연맹 회장에 선출되면서 국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 외교관 출신 원로로 구성된 문재인 캠프의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단장을 맡으며 새 정부에서 중용이 예상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인선을 발표하며 “지금처럼 북핵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ㆍ자유무역협정(FTA) 등 안보ㆍ외교ㆍ경제가 얽힌 숙제를 풀려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필요한 덕목은 확고한 안보정신과 함께 외교적 능력”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정 실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온화한 성품이지만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에 핵심 역할을 하는 등 담판을 지어야 할 때는 공격적인 승부사 기질도 발휘한다”고 평했다.
공교롭게도 정 실장 임명 직후 확인된 ‘사드 4기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사건은 국방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해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나 한미정상회담 시기와 의제 등을 조율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정 실장의 막후조정능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받고 있다.
정 실장은 6월 초 미국을 방문해 한ㆍ미 정상회담 사전 조율에 나서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 실장은 지난 3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을 설명했고, 충분히 이해 한다는 반응이었다”며 “북한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민간교류 원칙에 대해서도 미 측에서 충분히 이해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한 전직 주미대사는 26일 한미 정상회담 출국을 앞둔 문 대통령 초청으로 열린 전직 주미대사 간담회에 참석한 뒤 “한미간 사전 조율이 큰 문제 없이 된 것 같다. 우려할 일은 별로 없는 게 아닌가 한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정 실장이 주축이 된 물밑 조율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로 드러날지 기대를 키우게 하는 반응이다.
뉴욕타임스, 북핵 해체 위해 한국전쟁 종식 이뤄내야 – 평화협정 가능성 타진해 온 북한 지도자들 – 주권국가로 합법적 권력임을 인정받으려는 것 – 동독 인정하고 대사관 연 독일 사례 참고해야 미국의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가 한국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것이 전쟁 없이 북핵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이라는 내용의 전문가 칼럼을 실었다. 전직 외교관인 제임스 도빈스는 6월 8일자 인터넷 판에 “한국 ...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1950년 11월30일 “핵무기 사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마 이 협박이 북핵 개발의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1956년 2월23일 북한이 소련의 드브나 핵연구소에 30여명의 연구원을 파견한 것이 핵개발의 기원일 수도 있다.
그 기원이 무엇이든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한 지 올해 60년이 넘는다. 이 60여년은 한마디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친, 핵 대장정의 시기였다.
때로는 경제붕괴 상황에 직면하고, 때로는 선제공격의 위험이 닥쳐도 중단 없이 행진한 시간이었다. 오랜 고립과 제재를 견디고, 온갖 난관을 헤쳐온 끝에 드디어 핵 보유국을 눈앞에 두고 있는 북한이다. 제재를 더 강화하거나 추가한다고 핵 국가의 꿈을 포기할 리 없다.
지층처럼 켜켜이 쌓인 핵 문제들을 풀려면 단계적 접근법이 합리적이다. 북한과 외부세계가 상호 조치로 신뢰를 쌓아가며 원인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는 방법이다. 과거 핵 합의 때 많이 해본 것이다.
그러나 순서대로 풀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고 그만큼 인내심을 요한다. 최근 평양에서 이런 통첩이 날아왔다. “주체 조선이 대륙간탄도로켓(ICBM)을 시험 발사할 시각이 결코 머지않았다.” 그런데도 남북, 미국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며 사돈 남 말 하듯 하고 있다.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북핵 상황을 악화시켰던 오바마와 달리 트럼프가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를 천명했을 때만 해도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지금 압박뿐 관여는 없다. 누구보다 상대가 그 의미를 본능적으로 느낀다. 북한은 “최대의 압박과 제재로 누구를 굴복시킨 다음 대화 탁에 끌어내어 항복서를 받아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이 말해주듯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벌써 실패했다.
한국과 미국의 정권교체와 대북정책 전환도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라는 말일까?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60여년 수없이 제재도 하고, 경제지원도 하고 타협도 해봤지만, 사실 모두 변죽을 울리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초기 실패를 거울 삼아 관여의 수준을 높인다 해도 북핵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 있는 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압박 수위를 올려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핵항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를 동원하면 할수록 핵에 대한 북한의 물리적, 심리적 의존도는 높아진다. 위기 고조는 북한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위기 조성으로 보상의 크기를 키운 뒤 미국이 제시하는 카드가 마음에 들 때 적당히 물러서면 그만이다. 북한은 현 국면에서 아쉬울 게 별로 없다.
과거의 게임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지긋지긋한 핵 현상 유지를 깰 방법이 하나 있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것, 핵 문제의 본질로 파고들어가는 것이다.
북한은 평화의 부재 상태, 즉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정치·군사적 환경 때문에 핵을 선택했다. 한반도 평화 체제의 대안으로 핵을 손에 쥔 것이다.
그렇다면 평화를 주고 핵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사리에 맞다. 그러나 한·미는 반공주의 이념과 제도, 주한미군, 군사력 우위를 기반으로 한 기득권 체제인 정전체제의 수혜자였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핵과 ICBM을 품은 정전체제는 이제 더이상 쓸모없게 됐다. 대전환의 시간이 온 것이다.
북한이 60년간 요구했지만 한·미가 외면하던 것, 평화체제를 준비해야 한다. 그걸 위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지 말고, 선제적으로 평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 첫 신호로는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중지, 한·미 연합훈련 유보가 적당하다.
그건 북한이 바라던 바이므로 호응할 것이다. 그럼 북한과 탁자에서 마주 앉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 이게 진정 대화의 시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말 트럼프를 만날 때 양국의 북핵 문제 원칙을 확인하는 것에 만족하기보다 핵 문제 돌파구를 열 과감한 구상을 던져야 한다. 북핵 개발 60년사를 전해주며 지난 20년간의 협상에도 왜 비핵화에 실패했는지 이해시키면 어떨까.
트럼프가 믿고 있듯이 김정은은 미치지 않았다. 할아버지·아버지로부터 계승되고 학습된 생존법칙을 따를 뿐이다.
트럼프는 기성 논리, 기존 경로에 집착하지 않는다. 창의적 해법을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좀 터프해야 한다. 오마바가 취임 초 의기양양하게 말했던 터프한 외교(tough diplomacy)를 상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 북핵 해체 위해 한국전쟁 종식 이뤄내야 – 평화협정 가능성 타진해 온 북한 지도자들 – 주권국가로 합법적 권력임을 인정받으려는 것 – 동독 인정하고 대사관 연 독일 사례 참고해야 미국의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가 한국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것이 전쟁 없이 북핵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이라는 내용의 전문가 칼럼을 실었다. 전직 외교관인 제임스 도빈스는 6월 8일자 인터넷 판에 “한국 ...
2015년은 해방과 한반도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는 여전히 요원해 보입니다. 70년 전,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비극은 핵무기가 인류에 미치는 재앙적인 영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지만 갈등과 대결, 군비경쟁의 악순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 그에 따른 미국 핵 자산의 한반도 진입과 일본의 재무장, 그리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군사력 확충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군비 경쟁은 70년이 지난 지금 당시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불안하고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그냥 두어야 할까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이 악순환의 출발 지점인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하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2015, 이제는 평화' 연재를 기획했습니다.
지난 4월 23일부터 5월 8일까지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과 평화국제팀 이미현 팀장, 백가윤 간사가 2015년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 검토회의 참관 차 미국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앞으로 세 편의 연재를 통해 NPT 검토회의 결과와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중동 비핵지대 회의 개최에 일방적인 기한을 두고 있어 (중략) 우리는 최종 문서 안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5월 22일 저녁 미국이 발표한 성명의 내용이다. 이어 영국과 캐나다 역시 같은 이유로 2015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 검토회의 최종문서 채택을 거절했다. 의장이 제시한 최종문서안(Draft Final Document)에 "중동비핵지대를 위한 회의를 2016년 3월 1일까지 개최하겠다"고 명시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 달여 기간 이뤄진 NPT 검토회의 논의 결과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올해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된 지 70년이 된다. 그만큼 국제사회가 올해 NPT 검토회의에 거는 기대가 컸다. 보다 원대하고 강력한 핵 군축 약속이 합의될 수 있을 것인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3국이 NPT 당사국도 아닌 이스라엘의 이해를 반영해 2015 NPT 검토회의 전체에 제동을 걸면서 이런 기대는 좌절됐다.
애초에 중동 비핵지대 회의 개최는 1995년 핵확산금지조약을 무기 연기하기로 합의하면서 국제사회가 결의한 공동의 약속이었다.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의 역내 실험, 제조, 보유, 반입 등을 금지하는 중동 비핵지대 설립은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여겨졌다. 팔레스타인과 분쟁 중인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가 중동의 맹주로 떠오른 이란이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으면서 비핵지대 설립은 더욱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지난 2010년 NPT 검토회의는 64개 항 행동계획을 채택하면서 각국의 핵 군축에 대한 다짐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된다. 이는 당시 미국 오바마 정부의 '핵무기 없는 세계' 주창(2009)과 전차(2005) 회의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국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2012년까지 중동 비핵지대에 관한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로 한 조항은 유일하게 목표 시점이 설정된 항목으로 당사국들의 구체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2012년 중동 비핵지대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12월로 예정된 회의를 얼마 앞두고 미국은 당사국들이 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조건에 합의하지 못했다며 회의를 연기했다. 중동 비핵지대 회의는 러시아, 영국, 미국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이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되어 있었다. 결국 새로운 일정을 합의하지 못한 채 회의는 연기됐고 당사국들은 2015년 NPT 검토회의가 개최될 때까지 새로운 날짜를 정하는데 실패했다. 중동 비핵지대 회의를 개최할 새로운 목표 시점이 합의될 것인가가 2015년 NPT 검토회의의 성패를 가르는 척도로 떠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위에서 밝혔듯 결과적으로 중동 비핵지대 회의 개최 일정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2015 NPT 검토회의 ⓒ참여연대
이번 NPT 검토회의가 실패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 군축 이행 여부다. 많은 비핵국가들은 핵보유국들의 핵 군축 약속 이행이 느린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은 핵무기 보유국들(그리고 그 동맹국들)과 다른 대다수에 해당하는 비핵국가들 사이에 의견이 충돌하는 지점이 되어 왔다.
특히 핵무기 보유국과 비핵국가 사이에 핵 군축에 대한 해석 차이와 대립은 해묵은 과제다. 이는 NPT라는 국제협약이 다른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조약들, 예를 들어 '화학무기금지협약', '생물무기금지협약', '대인지뢰금지협약' 등과 달리 핵무기의 폐기나 사용금지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모순과 한계에 기인한다.
핵보유국들은 핵 군축을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 수량 감소로 이해하는 반면, 비핵국가들은 핵 보유국들이 핵무기 현대화(modernization)를 추진하는 것을 문제 삼아 '핵 군축의 장기적 이행'은 진정한 의미의 핵 군축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일반적으로 핵무기 현대화는 노후 핵무기를 개선 또는 발전시켜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여겨져 핵 군축에 역행하는 활동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프랑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 5개국은 지난 2월 6일 영국 런던에서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2010년 채택된 64개 행동계획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행동을 위한 로드맵"이며 "핵 군축을 위한 단계적 접근법만이 현실적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성취하기 위한 길"이라고 못 박아 다시금 비핵국가들의 빈축을 샀다.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등 관계 악화로 2011년 2월 신전략핵무기감축협정 발효에도 더 이상의 핵 감축을 추진하지 않았고 일부 국가들만이 핵탄두와 발사체 감축에 진척을 보였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과 무기용핵분열물질의생산금지에관한조약(FMCT) 비준 역시 진전된 바가 거의 없었다.
미국은 공화당의 반대로 CTBT 비준이 국회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며 이를 이유로 중국 역시 비준을 보류하고 있다. 게다가 핵무기 보유 5개국 모두는 자국의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있으며 여전히 핵무기에 외교·군사전략을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제 시민사회의 평가 역시 핵보유국가들의 핵 군축 의무이행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반핵평화 시민단체인 WILPF(Reaching Critical Will)의 '2015 NPT 행동계획 모니터링 보고서'(2015 NPT Action Plan Monitoring report)는 핵 군축 관련 22개 항 중 5개 항목에서만 진척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 군축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2015년 NPT 검토회의 최종 결과 문서 안은 지난 2010년 최종 문서에 비해 후퇴한 내용으로 비핵국가들의 우려를 샀다. 어떤 이들은 핵무기 보유국가들의 '언어'로 도배된 문서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NPT 검토회의가 끝난 시점에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49개국은 공동으로 발행한 성명에서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핵무기 보유국과 비핵국 사이에 핵 군축에 대한 "큰 격차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 격차란 "현실상의 격차, 진실성에서의 격차, 신뢰에서의 격차, 도덕적 격차(a reality gap, a credibility gap, a confidence gap, and a moral gap)"라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최종문서 채택 실패가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후퇴한 계획을 받아들이느니 적어도 향후 5년 간 지난 2010년의 행동계획과 약속사항을 기준삼아 각국의 핵 군축 노력을 촉구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핵 군축 약속을 자의적으로 축소 해석하고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다수가 합의한 사항을 뒤집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국제 사회가 언제까지나 용납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미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보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핵무기 보유국들에게 더 이상은 핵 군축의 약속을 미룰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해야 한다.
2010년 핵무기 보유국과 비핵국은 만장일치로 군사 및 안보 영역에서 핵무기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 약속은 지금 이 순간도 유효하다. 핵에 대한 집착과 핵우산에 의존적인 정책을 버리지 않고는 '핵무기 없는 세계'는 실현될 수 없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들이 한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것이야 말로 다음 2020년을 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15 NPT 검토회의는 끝났다. 그러나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운동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는 의혹, 불법, 매국 그리고 국민과 국가의 자존심을 깡그리 짓밟는 폭거 속에 이루어졌다. 대부분 국민들로 하여금 한국은 아직 독립된 주권국가가 아니라 미군부가 마치 일제의 총독부처럼 한국을 지배하는, 군사적 종속 국가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일대의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이러한 치욕적 사건에 대하여 필자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결론부터 시작하고 차분히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사드 시스템은 한반도를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방어의 무기 체계가 아니라, 북중의 핵 대응전력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미군의 전략적 미사일 방어체계의 일환이다.
따라서 사드는 한반도에 안전과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불러들이는 재앙의 시작이다.”
북핵은 자위수단
북한을 포함하여, 주요 국가들의 핵전략은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의 균형을 이루어 상대방의 공격을 일차적으로 억제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결사적으로 개발하려는 배경은 1990년 이래 북한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평화협정과 국교 정상화를 미국이 끝까지 무시하는 상황, 이와 동시에, 오히려 전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엄청난 규모의 한미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자신의 안보를 지켜내려는 치열한 노력의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미국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리비아와 이라크에 대하여, 그리고 최근에는 시리아까지 불시에 공격을 감행하였다. 지난 오랜 기간 미국과의 합의와 협상에 실패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믿을 수 없게 된 북한은 필사적으로 핵무기 전략에 자신의 생존을 기대하는 모험 전략을 택했다.
자위적 핵무기가 없으면 리비아 또는 이라크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11월, 미국이 주도한 서방연합국은 리비아 내 반군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리비아에 폭격을 감행, 카다피를 권좌에서 몰아냈다. 이를 지켜본 북한은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북미협정과 6자회담의 경험에서 평화협정을 향한 노력이 미국과 한국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시되고 파기되었다고 판단한 북한의 입장에서, 태평양에 위치한 미군의 전략적 기지와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더 나가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위협적인 핵무기를 갖추는 것이 군사전략적 균형을 이루는 방법이라고 느낄 만 하다.
그 때가 돼야 비로소 미군의 불법적 선제공격을 봉쇄하고 더 나아가 정치적으로는 동등하고 정상적인 조건에서 미국 측과 평화협정과 국교정상화를 다루는 테이블에 임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정상적인 것이다. 이 지점은 지난 해에 <뉴욕타임스>도 정확히 지적하고 동의한 바 있다.
일본이 사드 배치를 포기한 이유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체제에 핵무기 탑재능력을 갖추면 누가 가장 두려워할 것인가? 필자의 눈에는 당연히 일본이다.
제2차세계대전 말, 두 기의 핵폭탄의 위력을 직접 체험한 그들이기에 핵무기의 공격을 다시 당한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공포와 경기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처지의 일본이 사드를 배치하려고 검토를 하다가 계획을 포기했다. 다만 고성능 탐지기인 X-band 레이더를 몇 곳에 설치했을 뿐이다. 대신하여 이지스 함에 있는 해상의 요격미시일 성능을 현대화하고, 미사일 공격에 대한 사전 탐지능력을 제고하면서 기존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을 한층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예상되는 핵 공격에 대해 사드 시스템이 방어무기체계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과, 투입 비용에 대비하여 사드 배치보다는 기존의 이지스 해상요격미사일과 고도화된 패트리어트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갖추고 있는 영악하고 치밀한 국가 안보의 분석 역량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도 당연히 일본이 사드 배치를 포기한 배경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되풀이하자면, 일본에서 결론을 내렸듯이 사드 시스템은 미사일 방어체계로 신뢰할 수 없고 실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권한도 없는 브룩스 주한 미군사령관을 비롯하여 한국 군부내 무지한 인사들은 고고도 요격 체계인 사드의 배치를 주장하는 근거로써, 최근 북한이 노동과 무수단급 미사일을 대기권밖으로 발사하여 실험한 것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마치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기 위해 일부러 고고도 실험을 한 것으로 견강부회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금치 못할 해석이다.
북한이 고고도로 발사하여 실험하는 명명백백한 까닭은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가야 미국 본토를 공격할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 경우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속도와 압력과 발열을 견디어내는 탄두 소재의 개발을 위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운반수단으로서 장거리 미사일은 진작에 개발하였으나, 두 가지의 기술적으로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는 핵탄두의 중량과 위력에 관한 것이고, 더욱 어렵고 힘든 것은 마하 24가 넘는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할 경우 이를 견디어 내는 소재를 개발하지 못한 점이다. 최근 북한이 빈번하게 고고도 대기권 밖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여 실험하는 이유는 오로지 이것뿐이다.
북핵으로 남한 공격…”소설같은 이야기”
사드의 도입을 억지로 정당화하기 위하여 위의 설명처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거짓말까지 만들어 내는 인사들이야말로 현대판 매국노라고 지칭하여 부당함이 없을 것이다. 혹 이들의 배후에 죽음의 상인인 무기산업체들의 검은 돈이 개입한 것이 아닐까 의심을 해 볼 만하다.
한걸음 더 들어가서 생각해 본다. 북한이 한국을 타격하기 위해서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SF에서 나오는 환타지적 망상에 속한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목적이었다면, 굳이 핵무기가 아니라 재래식 무기만으로 충분하다. 이는 북핵 개발의 목적이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사진은 2016년 3월 북한이 공개한 장사정포 사격훈련 모습. (사진출처: http://historywar.net/)
남북한간의 군사 긴장과 균형은 재래식무기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사실에 기초하여 이미 노태우 시절 한국 정부가 스스로 인정하고 한반도내의 비핵화를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이 한국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기 위해서는 비무장에 설치되어 있는 수천 문의 방사포와 이미 개발해 놓은 스커드 및 노동미사일 수십 발의 공격으로도 충분하다. 이에 더하여 일부에서는 화생류의 대량살상무기를 언급하기도 한다.
북한이 남한 땅에 핵무기를 사용하여 공격하면 북한 땅이라고 무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리상 1000킬로미터(km)가 넘고 편서풍의 안전지대라 여겨진 곳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문제만로도 우리 사회가 벌벌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같은 육지로 연결되어 수백 킬로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같은 한반도 땅에, 더구나 한국이 북한을 선제 공격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무슨 까닭으로 자신에게 자해를 가하듯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한단 말인가? 오로지 전쟁을 위하여 존재하는 전쟁광들과 위기를 조장해야만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내는 극우적 집단들이 조작하고 떠들어 대는 새빨간 거짓말들이다.
동시에 북한이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는 순간, 한미일의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정권은 곧바로 수 일내, 아니 수시간 내에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
꿀벌이 상대방에게 침을 쏘는 순간 자신의 생명도 끝이 나는 것처럼, 북한의 핵무기 체계 역시 상대방에게 공격을 당할 경우 이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의 목숨과 바꾸어야 할 만큼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사용을 제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군은, 재래적 무기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해 전략적 균형과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예컨대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일년 방위 예산이 40조원인데 반하여 북한은 약 2조원이 안 된다고 한다. 20배가 넘는 수치다. 물론 국방력을 단순히 투입된 비용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세계 군사력평가전문기관의 입장도 한국이 재래 전략에서는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하여 노무현 정부시절에 전작권(전시작전지휘권) 반환이 기본적으로 결정되면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가 구상되고 추진된 바 있다. KAMD의 기본적 구성 요소는 앞에서 언급한 일본의 방위 시스템과 내용을 같이한다.
그린파인 등 정밀한 레이더 탐사 기능을 배치하여, 이지스급 세종대왕함 등을 통해 해상에서 선제요격기능을 일차적으로 구비하고, 2차적으로 패트리어트 등 지상 미사일 요격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비록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주국방의 관점에서 상당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시절에 걸쳐 전작권이 무기 연기되면서 자주국방 개념이 포기되고 KAMD 계획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대신 이후부터 미국의 MD 편입과 사드배치가 검토되었다 한다. 누가 이 모든 매국 행위에 배후인가?
북한이 먼저 선제적으로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까닭이 없고, 설령 만에 하나 공격이 있다고 해도 자주국방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포기하면서까지 실효성과 기능이 의문시되는 사드 시스템을 누가 왜 불법적이고 무모한 과정을 통하여 성주에 배치하려 했는지를 적폐청산과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원칙에서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밝혀내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소문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박근혜 정권은 미국 측에 전작권반환을 무기 연기하자고 제안하였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하도록 종용했으며, 이미 2014년경에 MD편입에 대한 양해각서 서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일단은 소문이라 하겠다. 미국의 MD체계에 편입된다는 것은 한국이 자주국방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이명박 정권조차 이에 동의하는 것을 차일피일 연기하고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면서 회피하여 왔던 사안이었다.
이 소문이 조금 더 발전하고 있다. 죽음의 댓가로 이익을 내는 무기산업체의 선봉격인 록히드마틴은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로비를 시작하였고, 한국 측에서는 기존의 로비스트였던 린다 김을 위시하여 정윤회, 최순실 부부가 함께 동조하여 정부결정에 개입하였다는 의혹이다.
군 내부에서는 김관진 등이 이를 강력하게 밀었다고 한다는 이야기도 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대체 왜 이런 이야기들이 시중에 나도는 것일까.
무기산업체와 로비스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하자. 그런 부분을 감안한다고 해도, 한반도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무기체계로 효능이 충분히 검증되지도 않았고 실용적이지도 않은 사드 시스템을 미군, 특히 태평양 사령부가 중심이 되어 이토록 강력하게 추진했던 배경은 정말로 궁금하다.
군사 기밀 등에 해당하는 사항인 관계로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아래의 글은 필자가 풍문으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픽션으로 이해하여 주시길 바란다.
누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원하나
첫 번째는 아베 일본의 우익 정권이 배후이다.
최근 사드 배치를 검토하다가 포기했다고 하지만, 일본 아베 정권은 북한의 일취월장하는 핵무기 기술과 미사일 발사 실력에 안절부절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비록 미국과 공동으로 해상 및 육상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었고, 공중조기경보체계와 이지스함 요격시스템, 현대적 레이더 탐지 및 페트리어트 기능 향상 등 다양한 방어망을 갖춰가고 있었지만, 더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
한국 내에 X-band 레이더를 설치하면 더욱 신속하고 정밀하게 사전탐색이 가능할 것이며, 3중적 방어망을 갖추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금상첨화 격으로 북한의 보복공격을 일차적으로 한반도 상공에서 사드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한반도 상공에서 요격이 이루어지면 한국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가 돌아갈 것이 뻔한 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면서 사드의 한국 내 배치를 쌍수 들어 환영하고 워싱턴 정가를 움직였을 것이다.
지난 5월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해리 해리스 미군 태평양 사령관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번째는 미국 펜타곤과 태평양 사령관 해리 해리스가 행한 주도적인 역할이다.
펜타곤은 전쟁을 직업으로 하는 집단이고, 초강국 미국의 힘은 군사력에서 나온다고 믿는 패권 집단이다. 이들은 당연히 방위산업체들과 이해의 궤적을 같이 하며 국방 예산의 증액이 가능하다면 상대방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이해와 주변적 배경의 고려 없이 언제 어디라도 국지전과 제한된 선제타격을 마다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것을 수 십년 간 기록을 통해서 익히 알 수 있다.
이에 더하여 별명이 전쟁광으로 불리는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은 모친이 일본인으로 일본을 제2의 조국으로 삼고 살아온 인물이다.
자연스레 일본 정부가 배경의 힘이 되어 오늘의 자리에 오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아베와 해리스의 고리는 군사 문제에 어두운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워싱턴 정치를 압박하여 군사기술적 주제로서 사드 배치에 대해 묵인적 승인을 능히 받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미국의 패권적 보수 정치와 부화뇌동한 한국의 수구 정권의 문제이다.
이미 언급했지만, 1990년대 제네바에서 이룬 합의의 이행을 파기로 유도한 것도, 이후 6~7년간 긴 시간을 협상하여 이룬 소중한 9.19 협정(AF : Agreement Frame)을 델타방코아시아 사건으로 하루 아침에 쓸데없는 휴짓장으로 만든 것도 대체로 미국이다.
북한 역시 사소한 것에 부주의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실책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큰 흐름을 역류시킨 것은 명백하게 북한을 ‘악의 축’으로 선언하고 일방적으로 무모하게 몰아친 부시 정권었다. 이후 문제를 회피하는 듯 불간섭으로 일관한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은 최악의 실책이었다.
중재에 나서야 했던 이명박 정권은 오히려 불난 곳에 부채질하듯 선제적 비핵화를 조건으로 북한과 일체의 대화 채널을 닫아버렸고, 정확한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일방적으로 몰아 부치는 무모함을 드러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급기야는 마지막 협력과 평화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조차 폐쇄함으로써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최악의 선택지로 다가섰다.
자연스레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존을 위하여 핵무장에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에 처하도록 몰아간 것이다.
사드는 한반도 재앙의 시작
미국이 일부러 무리에 무리를 더하면서 북핵의 문제를 키운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봉쇄 전략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급속한 경제의 성공과 국력의 확장으로 구 소련을 대신하여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를 위태롭게 하는 굴기의 중국을 여전히 미국의 외교적 영향권 아래에 두고, 군사적 우위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라는 직접적인 상대가 아닌 간접적인 구실, 즉 북핵이라는 핑계가 필요했던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측의 입장이자 전략이었다는 말이다. 부시의 악의 축과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및 아시아로의 회귀 모두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봉쇄라는 문제에만 집중했던 미국이 한가지 크게 간과한 것이 있었다. 북한이 이토록 신속하게 미사일 기술과 핵무장 기술을 진전시킬 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북한은 이미 60년대에 핵무장을 위한 로드맵과 기본 설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후 꾸준히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조건과 실력을 보완하여 왔다고 한다. 결정적인 것은 김일성이 미국에게 주한미군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평화협상과 국가수교를 요청했으나 아버지 부시가 이를 야멸치게 거절한 장면이다. 그래서 1990년 초부터 핵무기의 실제적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몇 번의 중재와 합의를 통해 중단했던 핵무기 개발의 진행은 미국 행정부의 일방적 무시와 한국 수구정권의 무지한 실책으로 이제는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북한은 수년 안에 미국 본토를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과거에 이룬 합의와 협상의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서 평등한 상대로 평화협상을 맺고 국가간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상황의 전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말 김관진과 미태평양 사령부가 주축이 되여 불법적으로 무리하게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었다. 동아시아는 앞을 볼 수 없는 위험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단계에서 사드를 한반도에 설치한다는 행위에는, 북한 그리고 중국의 핵전력을 무력화시키면서 필요하면 언제라도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그러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선제공격을 가하면 곧바로 미공군 전략기지인 괌과 오키나와, 항공모함, 그리고 일본열도를 핵무기로 공격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꿀벌의 침과 같은 개념처럼, 비록 북한은 멸망하여 사라져도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억제와 협박의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 그리고 중국의 보복공격 능력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는 미군 MD 무기체계의 첨병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드인 셈이다. 미군의 MD 전략이 무서운 이유이다. 필자는 글머리에서 언급한 내용을 되풀이하여 선언하고자 한다.
‘사드는 한반도에 안전과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불러들이는 재앙의 시작이다.’
6월 한미정상회담, 결정적 분수령 될 것
혹자들은 이미 한국에 배치한 사드는 판에 던져진 바둑돌처럼 물릴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정상회담이 오는 6월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위협,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내의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드의 성주 배치는 단순한 군사적 기술 문제이고 배치의 과정일 뿐이다. 군사력은 정치라는 주인의 상위적 결정을 따라야만 하는 종속적인 하인과 같은 존재이다. 바둑으로 말하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돌과 같은 것이다.
다만 철수하는 과정에 능수능란하게 상대방의 체면과 명분을 제공해줄 구실이 필요할 뿐이다. 청와대와 백악관이 상호양해와 합의를 이루어 내면 언제든지 멋진 새로운 수를 구상할 수 있는 것이다.
6월말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 정치의 수구 집단과 미 군부 세력들은 사드를 핑계로 한국의 새로운 정부를 길들이려고 벼르고 있다(Put Moon Box-in). 그러나 세계사의 흐름에 무지한 그들에게 사드배치는 우연한 군사적 게임의 심심풀이가 될지언정, 한국 국민들에게는 주권과 생존과 후손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역사적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젖 먹던 힘을 다해서 온갖 지혜와 명분으로 미국 정치권을 설득시켜야 한다. 또다시 노무현정부의 실책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가 해내지 못하면,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민이 중심이 되어 반정부와 반트럼프의 촛불운동이 다시 무섭게 타오를 것이다.
미국 신문에서 ‘한국의 안보는 사드 또는 한미FTA를 통해 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싱크탱크 연구자의 글을 볼 때마다, 나는 그들이 다른 별나라에서 사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곤 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 새정부의 동아시아정책방향과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의 사회자로 참석했을 때, 나는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이 방향을 틀어 새로운 물길을 내는 것을 느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필자(왼쪽)와 코스텔로(가운데, 오른쪽은 통역).
이 세미나는 문재인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회에서 가진 대북관계에 관한 첫 세미나로서,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세미나는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연구회, 김근태재단, 그리고 코리아컨센서스 연구원, 그리고 인재근, 강창일, 홍익표, 이인영 의원들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대북정책의 새로운 물결
발제와 토론의 내용은 흔히 한국의 세미나에서 보는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내용을 넘어서서 매우 솔직하고 대범했다. 세미나 내용은 전문적 수준의 깊이를 담아내면서 한국의 근현대사의 맥락 속에서 얽혀진 사회문화적 관점을 담아 서울과 워싱턴의 새로운 정치적 전개를 암시했다.
이 자리를 빛내준 사람은 스테판 코스텔로였다. 그는 코리아타임즈에 고정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한국문제 전문가이자 ProGlobal Consulting 대표이다. 그는 지난 15년 간 한국문제를 다루는 한미 간의 주요 자리에 초대조차 받지 못했고, 워싱턴의 싱크탱크들도 외면해왔던 인물이다.
그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재야시절 워싱턴에 머물 때 인연을 맺어, 그를 위한 재단에서 일하면서 김 전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노력을 전세계의 지도자들과 연대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또 김 전 대통령의 국제적인 비젼을 견지하면서 함께하는 진보적인 인사들과 더불어 이를 세계의 지성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해 왔다.
1994년 포린어페어에서 벌어진 김대중과 이광요의 논쟁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그리고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를 둘러싼 논쟁으로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쟁에서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양립 가능성을 주장했다. 사진은 포린어페어에 실린 김대중의 논문.
코스텔로 씨는 1994년 싱카포르 이광요 수상이 ‘민주주의는 아시아의 가치가 아니다’ 라고 주장했을 때, 김 전대통령의 이를 반박하는 성명을 영어권에 알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 정치권에는 세계적 수준의 논쟁과 주목을 받을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그는 워싱턴이 한반도에 대해 매우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을 때에도 변함없이 포용정책을 주장해 왔으며, 사드배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의 진보인사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번 세미나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견해를 밝힐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그가 무시당했다는 사실보다는 긴 세월 동안 미국의 북한에 대한 대립적 구도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한다.
이번 세미나는 중국 전문가인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와 러시아 전문가인 백준기 교수의 진보적인 견해를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두 분은 그동안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가 추구한 군사대결전략이 매우 위험한 것이었음을 솔직하게 밝혔다.
이 교수는 중국이 그간 한반도에 취했던 조정자의 역할에서 앞으로는 개입정책을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 교수는 한미일을 함께 묶어 군사전략을 취하는 것은 지역의 개별국가마다 지정학적 역사와 지향점이 다르다는 점을 무시한 사려없는, 매우 위험한 게임임을 지적했다. 16세기이후 일본은 군사적 팽창을 추구해 온 반면에 한국은 항상 균형적 입장을 취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들은 미국이 평양에 취하는 비합법적인 위협이 마치 정상적 과정이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결함에서 벗어나, 서울의 핵심 인사들이 독자적인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줬다.
북한에 대한 4가지 거짓말
코스텔로는 한국의 새정부는 그간의 ‘고래 사이에 낀 새우’라는 입장에서 벗어나 외교와 안보의 새로운 아젠다를 주도할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러시아의 푸틴, 미국의 트럼프 그리고 중국의 시진핑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도덕적 권위와 민주적 명성을 부러워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가서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된 탄핵과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돋보인 그의 주장은 수 십년간 북핵 문제 해법의 주류로 대접받으며, 공론을 호도했던 4가지 거짓말(myths)을 폭로하고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거짓말은 북한의 비이성적 지도자는 지역의 집단적 안보와 경제적 협력 가능성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핵무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은 합의를 만들고자 노력해왔고, 합의 내용을 이행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매번 실패를 되풀이 한 제재와 봉쇄정책만이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두 번째 거짓말은 북한은 합의내용을 존중하지 않았고,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매우 신중한 협상을 통해 쌍방의 협정이 이루어졌지만, 부시 행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했다는 것이 진실이다.
세 번째 거짓말은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방법은 ‘최대한의 협박과 봉쇄’ 외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거 한미 양국(클린턴과 김대중 시절)이 취한 포용정책은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북한은 협박을 당했을 때만 위협적 방식으로 대응했을 뿐이다. 북한에 압력을 가했을 때만 지역의 안보가 실제적으로 위험해졌다
네 번째 거짓말은 1990년대의 포용정책은 한국과 미국은 전혀 얻은 것이 없는 일방적 북한 퍼주기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했다는 점은 한미 양국의 대단한 성과였다. 평양은 2000년, 고위급 인사를 워싱턴에 파견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떨쳐내고, 신뢰를 얻으려고 했다.
이 모든 사태를 거꾸로 돌린 것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이었다. 공들여 협정한 제네바 합의를 저버리는 것은 부당한 처사인데도, 당시 체니 부통령은 “악마와의 협상은 필요없어. 그냥 굴복시켜”라고 말했다.
한국이 주도하는 대북정책
또 다른 토론자였던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 Asia Insitute 소장은 한국에서 오래 산 지한파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수구 정권에서 지내오면서 우리는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고 군사적 증강과 감성적 대립만이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잘못된 보도에 익숙해져 있다.
또한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무기 확산을 제한하겠다는 기본 약속을 어기고, 국제 법규를 위반해 가면서 오로지 군사적 방식으로만 지역 안전과 발전을 추구했는데, 그로부터도 16년이 지났다.
더 멀리 돌아보면, 러시아와 중국 등과 함께 만들었던 유엔의 원칙을 파기하고, 유엔헌장의 이행약속을 어긴 1951년으로부터 66년이 지났다”
사회자로서 감회를 말하자면, 미국 내에도 평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따라서 당사자인 한국은 이제부터라도 강력한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상황을 주도해가야 한다.
앞으로 이와 같은 대담한 세미나를 더욱 자주 열면서 대북 포용정책에 기반한 실천가능한 기획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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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 개월간 파키스탄과 인도, 중국, 미국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를 평가한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도발 행위로 해석된 경우도 있지만, 시험 발사의 의도를 신중히 점검하는 와중에도 대부분은 연구개발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북한이 한국과 일본, 태평양 주둔 미군을 향해 자살행위나 다름 없는 공격을 자행할 가능성 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를 향해 핵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불한당’ 같은 트럼프의 대북정책
북한을 둘러싼 현재 ‘위기’는 고립되어 피해망상증에 빠진 북한을 향해 미국이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공격무기를 과시하면서도 대화는 계속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책임을 다하겠다’는 증거를 한국이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도 미국과 한국 국회가 외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 중요성을 간과하며, 최근의 외교 역사와 압박 효과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수용 가능한 합의안을 협상하는 정부 능력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미군의 잘못은 아니다. 이들은 사령관의 지시를 따라 전문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잔혹한 독재 정권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무모함은 빠르게 불한당의 수준으로 나아갔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에게 한국 및 동북아시아 관련 미국의 국익과 전략을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노출됐다.
미국의 체제는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4년 단위로 이어지는 대통령 임기가 5번 이어질 때까지 미국 대통령들은 동북아시아 위협을 해결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미국과 동맹국, 기타 국가의 이익을 증진하는데 있어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는 지난 일주일 간 이어진 대통령과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을 통해 이들 중 누구도 임무를 해낼 만한 경험을 갖추지 못했음을 고통스럽게 느꼈다. 이건 결코 좋지 않다.
새로운 미국발 ‘북풍’…대선후보들의 선택은?
그렇다면 한국의 대선후보들은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최근 한국 신문은 “제 2차 한국전쟁 발발?”, “한반도 긴장 고조” 등의 헤드라인을 달고 있었다.
그러나 고(故) 마가렛 대처 영국 전 총리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은 “흔들거릴 때가 아니다.” 여기서 ‘흔들거린다’는 건 반민주적 보수세력이 지난 수 십 년간 아주 효과적으로 이용한 악명 높은 ‘북풍(North Wind)’의 최신 버전에 피상적 반응을 보이는 걸 의미한다.
이번 상황은 ‘북풍’ 대신 ‘위기풍(Crisis Wind)’, ‘사드풍(THAAD Wind)’, ‘트럼프풍(Trump Wind)’으로 부를 수 있겠다. 혹은 그냥 ‘북풍 2.0’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 북풍이 노태우 정부나 김영삼 정부 때 북풍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바람을 일으킨 쪽이 미국이라는 사실이다.
대선 후보를 점검할 때에는 이들의 실제 성향과 2주 뒤 취임해서 보여줄 진지한 정책 방향을 대선 공약과 구분해서 생각하는 관대함이 필요할 지 모른다.
우리보다 유권자 마음을 잘 아는 후보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 가능성을 사드 배치와 서둘러 연결하는 전략을 택한 걸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트럼프의 트윗과 혼란스러운 공식 발언, 항공모함 항로를 근거로 미국의 전략을 성급히 해석한 것 또한 전술적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기를 바래야 한다. 사실 이들 요소들은 실제로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은 미국과 한국이 대화를 거부하며 대북 압박정책을 쓰는 와중에 김일성 생일을 맞아 이루어졌다.
북한은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열병식에서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선보였다. 그리고 다음날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대표들의 신뢰가 가지 않는 모순적 발언에는 일관된 전략이 없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보는 이런 상황을 재빨리 이해해야 한다.
그보다는 대선후보들이 미-북-중의 얽히고 설킨 요구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들어보는 게 더 중요하다.
한국은 어떤 역할을 전개해야 하는가? 모두의 상황을 개선해줄 선택안이 한국에게 있는가, 아님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가?
지금 가장 확실한 건 중국과 미국이 한국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건 맞는 전략일까? 한국은 둘 중에 선택을 해야만 할까?
북핵문제 해결, 정파와 이념을 넘어 협력해야
차기 대통령은 초인에 가까운 자신감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다. 최대 난제에 직면해서도 강인함과 현명함을 잃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충분한 지식을 갖춘 사람은 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된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성공한 대통령은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더불어 자신이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큰 업적을 이루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역사를 바꾼 대통령들은 그릇이 크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기용해 그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반면, 경험보다 자신에 대한 충성을 중요시 하고 자신이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며, 큰 인물과 함께 일하는 걸 두려워한 대통령은 별다른 업적을 이루지 못한다. 이런 대통령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다음 달 청와대에 들어가고 싶다면, 동맹국∙조력국∙적국의 강점과 약점, 이해관계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능력은 흔히들 말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중국의 리더십과 이해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부시와 오바마 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와 관련된 미국의 이해관계를 잘못 파악했다.
중국의 현 지도층 또한 한국에 대한 자국의 강점을 잘못 진단했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할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싶다면, 우선 정부 내부 고문과 대학 및 NGO 등의 외부기관, 곳곳에 있는 연락책과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누가 당선되든, 북핵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이념과 정파를 떠나 넓게 의견을 구하고, 국내외의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새 정부 앞에 펼쳐진 전략 및 안보 상황은 아주 험난하다는 게 다수 학자 및 관측자의 예상이다.
하지만,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사용하지 못한 방안을 택하거나 지금까지 행사하지 못했거나 안 했던 유연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 유엔을 좀더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그 중 하나다.
중간국인 일본과 호주, 한국의 힘을 합해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한미 동맹의 추락을 멈추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할 수도 있다.
핵심 원칙만 수용한다면, 모든 국민이 각자의 ‘색깔’에 상관 없이 새로운 정부에 기여를 하도록 과정에 참여시키는 건 물론이다. 차기 정부가 할 일을 설명할 때 ‘나’ 대신 ‘우리’라고 말한다면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한반도에 봄이 왔고 벚꽃과 함께 위기도 다시 왔다. 사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4월 위기는 연례행사가 됐다.
통상 한미 양국은 3월부터 4월까지 키 리졸브, 독수리 등 한미합동군사연습을 벌인다. 이 훈련에는 미군이 보유한 항공모함, 핵잠수함, 각종 전투기와 전폭기 등 전략자산이 동원된다.
매년 3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될 때마다 북한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한반도의 평화는 칼 끝 위에 선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위기의 4월’
식사시간마다 울리는 종소리에 침을 흘리는 길들여진 파블로프의 개처럼 북한은 반발한다. 통상 북한의 동계훈련 1∼4월까지 치러진다는 점에서 군사적 반발은 거칠어진다.
이 사이 미국의 의사당에서는 예산안이 논의된다. 미국의 군인들은 국방비 삭감을 막기 위해 청문회에 왜 막강한 군사력이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그 설명에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성은 단골메뉴이고, 마침 위기를 맞이한 한반도는 눈에 보이는 실체적 위험으로 작동한다.
해마다 반복되어온 위기설이지만 유독 올해 한반도의 ‘4월 위기설’은 파장이 크고 쉽게 수그러들지도 않는다.
위기설의 시작은 미국 언론이다. NBC 메인 뉴스 ‘나이틀리 뉴스'(Nightly News)의 간판 앵커 레스터 홀트는 4월 1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생방송 뉴스를 진행했다. 오산 미군기지와 비무장지대(DMZ),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등 북한과 분단과 관련한 내용이 취재대상이었다.
NBC 방송의 서울 현지 생방송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맞물리면서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에 불을 붙였다.
항로 돌린 칼빈슨호…위기를 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이 계획된 경로가 아닌 한반도로 기수를 돌리면서 한반도 위기설은 증폭됐다.
데이비드 벤험 미국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4월 9일 “북한이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안정을 해치는 미사일 시험과 핵무기 개발 때문에 이 지역의 최고의 위협”이이라며 항모의 기수 변경의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한미 합동훈련에서도 칼빈슨호가 참여했듯이 미국 항모전단이 한반도에 접근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결정이 전격적이라는 사실이 주목되고 있다. 칼빈슨 항모전단은 싱가포르에 있다가 호주로 갈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경로를 한반도 쪽으로 변경했다.
벤험 대변인은 “서태평양(동해)에서 존재감과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칼빈슨 항모전단을 북쪽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호주로 향하던 칼빈슨호가 갑자기 항로를 한반도로 바꾸면서 오는 15일쯤 한반도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북한의 태양절을 앞둔 이번 이상 조치에 대해 미국측은 ‘통상적인 작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이 같은 조치가 최근 고조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미국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일본의 요코스카항에 배치된 사실까지 감안하면 한반도 주변에는 두 척의 항모 전단이 진을 친 셈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가짜뉴스’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체감하는 위기인식은 커져만 갔다.
‘달이 뜨지 않는 27일께 북한을 선제타격한다’, ‘중국이 김정은한테 망명을 강권하고 있다’, ‘한국 내 일본인들을 대피시키려고 일본 대사가 귀임했다’, ‘외국계 기업들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가짜뉴스다.
실제로 4월 위기설이 절정에 달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7원 급등한 1,142.2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41포인트(0.86%) 내린 2,133.32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130선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15일(2,133.00) 이후 18거래일 만이다.
이처럼 한반도 위기설에 힘이 실린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날로 험악해지는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이뤄진 것도 원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파이낸셜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졌고 우리를 도와 북한 문제를 다룰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6일에는 정상회담을 위해 플로리다로 이동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독자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11일에는 미중정상회담 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은 문젯거리를 찾고 있다”며 “만약 중국이 돕기로 한다면 정말 훌륭한 일이 될 것이며, 만약 돕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도 했다.
시리아 공습…다음은 북한?
잇달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독자행동 발언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중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중해 동부해상에 있는 미국의 해군 구축함 포터함과 로스함에서는 시리아의 공군 비행장을 향해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알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은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시리아 전투기들이 이륙한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 중에 토마호크 미사일로 시리아에 융단폭격을 했다. 그리고 지난 13일에는 아프카니스탄 IS지역에 폭탄을 쏟아부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무력을 과시하면서 북한 폭격설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YTN)
트럼프의 대북발언과 시리아 공습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이라는 상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미중정상회담은 이같은 끔찍한 상상을 지워줄 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 역시 어긋나 버렸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첫 ‘대좌’는 미국의 대대적이고 전격적인 시리아 공습에 묻혀 상대적으로 맥이 빠졌고 결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
두 정상의 공동 성명도, 공동 기자회견도 없었으며 회담 결과는 미 국무·재무·상무장관이 결과를 간략히 설명하는 식으로 발표됐다.
북핵 문제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개발)의 진전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핵 억제를 위한 중국과의 협력에 관해 “우리는 중국과 기꺼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그것(미중협력)이 중국에 특별한 문제와 도전들을 야기하는 것을 이해한다. 이 사안(북한문제)이 중국이 우리와 조율할수 없는 어떤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마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연례적으로 3∼4월이면 등장해 온 한반도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과 시리아 공습으로 증폭되고 미중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실망감이 겹쳐지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된 셈이다.
위기 부추긴 무능한 정부
그러나 사실 이번 위기설 확산의 가장 큰 주역은 탄핵된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팀이다. 이들은 위기를 방치하거나 증폭시키는 발언만 내놓았을 뿐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이 오늘부터 시작되는 최고인민회의 등 여러 기념일에 즈음해 추가 핵실험 등 보다 중대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 모습.
이에 앞서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칼빈슨호 전개의 의미에 관한 질문에 “(미국이)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도발, 특히 핵실험이라든가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칼빈슨호가 한반도에서 어떤 활동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했다.
문 대변인은 칼빈슨호의 움직임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4월 김일성 생일, 북한군 창건일 등 여러 정치 일정이 있다는 점과 북한의 추가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각종 기념일을 거론하며 도발 가능성을 제기하고 이를 위한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를 설명함으로써 한반도 상황이 마치 일촉즉발의 상황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설명이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긴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물론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국민들이 불안하자 국방부, 외교부 등이 나서 불안감 해소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나버린 뒤였다.
칼날 위의 한반도…”평화가 밥이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더해 이 정부가 만들어 놓은 황폐화된 남북관계도 위기설을 증폭시켰다.
작년 2월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해 연락채널을 끊으면서 남북간에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소멸됐다.
동해에서 표류중 구조된 북한 선원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판문점에서 확성기 방송을 해야만 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생기고 있는 것에서도 최악의 남북관계를 볼 수 있다.
사실 남북관계는 이처럼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안심을 제공할 수 있는 마지막 저지선이기도 하다. 남북관계가 괜찮으면 국민들은 이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을 가진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완전히 차단돼 역대 최악이다. 전쟁은 상대방에 대한 오해와 예측불허의 우연에 의해 벌어진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소통통로마저 막힌 것은 위험천만하다. 사진은 개성공단에 들어가기 전에 거쳐야 하는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의 모습.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서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큰 불안감을 가지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가 범퍼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반도에서 평화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대한민국이 누리는 모든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의 밑에는 평화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눈에 보이는 전쟁이 없더라도 국민들이 불안해한다면 이미 평화는 깨진 것이고 국민들의 모든 활동에는 제약이 생긴다.
그래서 대북정책이 중요하다. 대북정책을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정하는 정책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누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분단구조 속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정책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대북정책 공약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다.
앞에서 살펴본 트럼프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반도 정세는 안갯속이다.
미국의 대북압박은 세지기만 하고 북한의 반발은 더 거칠어진다. 중국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한반도 운명의 주도권은 우리가 쥐어야 한다. 우리의 평화, 우리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6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 주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주 앉아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YTN)
북한 문제를 악화시킨 미국의 정책
첫째, 인정하기 싫지만 분명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난 2001년, 미국은 북한, 중국, 한국, 미국 등이 지난 8년 동안 추진해왔던 복잡한 협상을 깨뜨렸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는 많은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미사일협정(ABM)을 파기한 뒤 새로운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당사자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이 사실은 분명하다.
9·11사태 이후 두드러진 이런 정책은 동북아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했다. 그 이후로 미국은 그런 정책이 실수라는 점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고, 북한과 협상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북한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미국도 절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언론, 학자, 의원들은 잘 모르는 이런 역사를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불안 속에 고립시켰고,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해왔다.
니키 헤일리 UN주재 미국대사는 김정은은 비정상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미국이 기존 정책을 뒤집음으로써 동북아의 안보와 발전, 그리고 핵무기 비확산을 위태롭게 했다는 점을 감추는 것이다.
한국을 소외시킨 미중 대화
둘째, 지난주 트럼프와 시진핑의 협상은 한국을 소외시켰다. 한국의 전문가들 사이에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퍼져있다. 부시 행정부의 합의된 틀(Agreed Framwork)이란 개념 역시 이런 생각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중국의 민족주의자와 미국 대통령이 공유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지난 6일 트럼프와 시진핑 회담 중 이뤄진 미국의 시리아공습으로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시리아 공습이 김정은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지난 수 개월 동안 NSC는 무엇때문에 북한 정책에 대한 재평가를 했단 말인가.
트럼프, 북한과 대화에 나서라
트럼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 현실적인 행동은 새로운 북미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안은 아직 테이블에도 올라오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미사일과 현금뭉치를 말로 내세워 한국 지도 위에서 게임하는 모습을 그린 뉴욕타임즈의 만평.
트럼프와 시진핑은 한국을 소외시킴으로써 손실을 입었다. 한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조만간 새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것은 진실이지만, 워싱턴D.C.에 퍼진 ‘북한위기’설은 진실이 아니다.
몇 달 전 유명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에 근거한 분석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차원의 평가“라고 말했다. 만약 다른 나라가 그랬다면, 연구와 개발로 평가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발하는 다단계 ICBM이 실전배치되려면 아직도 몇 년을 더 걸릴 것이다.
중국의 경우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하면서 미국과만 협상하는 것은 한중 간 전략적 관계에 부정적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을 연구한 입장에서 보자면, 한중 간 전략적 관계는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시진핑은 그런 장기적 관점에서 행동하는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한국과 중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이 동맹국인 자신을 소외시킨 것은 충격적이다. 이것은 과거 열강들이 한국의 이익을 침해했던 일들과 비슷하다.
또한 이번 일은 16년 전,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점진적 통합에 대한 희망이 무르익을 때, 미국이 이를 망쳤던 일을 연상시킨다.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됨으로써 어떤 의미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지금 한국과 미국은 좀 더 중도적이고, 뛰어난 정치력을 가진 대통령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당시의 일로 미국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다.
트럼프의 유일한 길은 에드 마키 상원의원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다. 그는 시진핑이 충고한대로,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대통령의 탄핵 파면으로 정부가 기능정지 상태인데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중이다. 이 소용돌이 속에 미국은 일방적으로 사드(THAAD, 종말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를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성주에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주도하고 있고 전시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한국 국민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한민구 국방장관의 국회 답변에 나타났듯이 한미 양 당국 사이에 어떤 계약이나 합의서도 없이 미국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집행하는 사태는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처사다.
2016년 10월 이래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드러낸 남북관계-외교안보위기 경제위기 정경유착 등 국정전반의 난맥상에 분노한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의 탄핵을 요구하면서 광장에 촛불을 켜고 나왔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여야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권의 개혁보다는 시민들의 광장민주주의운동으로 전진해왔다. 2016년 촛불시민운동으로 이름 붙여진 이 운동은 20여 차례에 걸쳐 1,6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했지만 비폭력 평화운동으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사법처리하도록 만들었다.
한국 사회에게 희망이 있는 까닭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정치-경제의 기득권 세력을 가끔 청소해내기 때문이다. 민주시민들의 힘을 기득권 세력이 두려워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들 깨어있는 시민들이 2016~17년 촛불시민혁명에서 비폭력평화운동으로 그 과업을 성공시키고 있는 사실은 우리 역사의 경이적인 진화라고 하겠다.
한국의 평화사상가 함석헌 선생이 60년 전인 1958년 월간 <사상계>에 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는 시론에서 처음으로 비폭력평화주의로 이승만의 독재정권에 대항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그러나 1960년의 4월혁명,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 그리고 숱하게 이어진 민주화운동에서 가혹한 탄압에 맞서 전개된 민주화와 통일운동에서 격렬한 저항과 투쟁이 잇따를 수밖에 없었다. 많은 시민 청년학생 노동자들이 사형으로, 고문으로, 분신자살로, 의문의 시신으로 죽어갔다.
촛불시민혁명에서 비폭력평화운동으로
2016년 10월 하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에서 처음에는 청와대로 전진하는 시위대를 막아선 경찰 차벽 위로 뛰어올라가 경찰과 육탄전을 벌이는 젊은이들도 있었고 경찰방패를 빼앗아 공방을 벌이는 시위대도 있었다.
그러나 뒤에 있던 시민들이 버스 위에 올라가 공방을 벌이는 젊은이들에게 “내려와! 내려와!“를 외쳐 불러 내렸고 방패를 빼앗아 밀고 당기는 시위대에게 ”돌려줘! 돌려줘!“를 외쳐 싸움을 말렸다. 진압 경찰도 자제했고 시위대들도 신중했다.
1,600여만 시민들이 참여한 촛불시위운동에 부상자 한 명, 구속자 한 명도 없었고 부모와 함께 나왔던 어린이들 가운데 부모를 잃은 어린이 한 명 없었다. 집회에서는 시민들이 목청 높이는 연설보다는 그들이 즐기는 노래와 춤으로 문화축제를 선물했다. 백만 시민들이 한마음 되어 한 밤에 벌이는 촛불 파도타기는 현란한 빛의 파노라마였다.
동아시아의 분단된 한반도 한쪽에서는 핵무기로 세계 최강의 미국과 대결하겠노라고 선언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비폭력평화운동으로 최고 권력자를 끌어내리고 감옥에 보내고 있다.
인류사의 비극 중의 비극인 한반도의 분단과 독재에 대해서 남북한은 비폭력과 핵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두 대응 가운데 어느 쪽이 인류의 양식에 큰 울림으로 다가갈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한반도 남과 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극명한 전쟁과 평화의 대위법(對位法)은 인류의 해묵은 숙제를 끌어안고 씨름하고 있다.
세계가 한편으로는 놀라움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으로 이 실험을 바라보는 이유다. 중국과 북한의 언론매체는 평화촛불시위의 보도를 통제하기 시작했고 미국 언론은 새 행정부의 독단을 바로잡기 위한 대통령 탄핵을 한국에서 배우자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시기에 일어났던 몇 차례 한국 민주주의 운동과는 결을 달리하는 숙성도 높은 집단지성형 민주주의 운동인 이번 평화촛불시민운동이 미국의 일방적인 사드 한국배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 몇 달 동안 박근혜 탄핵사태에 매달리느라고 평화촛불시민들이 성주 사드배치에 제대로 관심을 기우리지 못해 안타까워했으나 이제 박근혜 탄핵이 확정되어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사드배치 저지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한미 당국이 사드배치를 공식화한지 한 해가 흐른 지금 성주의 사드배치는 점점 굳어지고 있다.
다음달, 미중정상회담…촛불 목소리 전해야
오는 4월 6~7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첫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사드배치 문제를 비롯해서 북핵협상 여부, 한반도 운명이 그들의 회담에서 요리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사드배치가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주장이 관철되어 북핵을 협상으로 타결하도록 합의되면 사드는 배치되지 않아도 될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가 되면 사드배치 결정은 관철될 것으로 보인다.
그 만큼 이번 미중정상회담 결과는 한국 운명에 치명적이다. 한국의 대통령은 탄핵당해 식물이 되어있고 다음 집권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가 진행 중이어서 행정부도 국회도 우리 운명을 결정하는 미-중 정상회담에 관심을 기우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목소리는 반영될 길이 없다. 촛불시민들이라도 평화촛불시위를 통해 그들 미국과 중국 집권자들에게 우리 목소리가 들리도록 해야겠다.
2014년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 사드배치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을 때만 해도 한국정부의 입장은 꼭 배치한다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방어에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 방어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북한 미사일 요격용이기보다는 중국 등의 핵미사일 기지의 움직임을 탐지하고 조기대응하자는 데 사드배치의 목적이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 중국은 사드 한국배치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격앙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면 성주 기지는 유사시 선제타격대상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근 러시아도 성주 사드배치는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력균형을 깨뜨리는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 역시 성주 사드기지를 선제타격목표로 지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개했다.
그동안 우물쭈물하던 박근혜 정권의 모호한 태도가 미국과 일본의 강경한 태도에 밀려 사드를 불러들였다. 사드를 끌어들임으로써 한국안보를 미국과 중국의 싸움판에 밀어 넣은 꼴이었다.
사드배치를 단호히 반대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을 대화로 이끌 생각은 하지 않고 미국 뒤만 따라온 결과가 이렇게 되고 말았다.
물론 봉쇄와 제재를 벗어나려는 수단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매달려온 북한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30년 만에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경제병진 정책을 통해 강성대국을 지향한다는 국가시책을 채택함으로써 핵보유를 불변의 국가 최우선정책으로 확정했다. 그동안 몇 차례 표명되었던 협상을 통한 핵폐기 가능성은 위장전술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북한은 지금까지 거둔 핵과 미사일 성과만으로도 자신의 체제안보를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더 이상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시도는 북한체제 파탄과 한반도 파멸의 구실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민사회, 미국과 중국에 단호한 목소리 내야
미국에도 도날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섰고 한국에도 5월이면 새 정권이 탄생한다. 대화와 타협을 만들어낼 새로운 분위기와 조건이 조성되고 있다.
왕이 중국외상이 제기한 ‘북한의 핵활동 동결과 한미 군사연습의 중단’을 주고받음으로써 오랫동안 중단되어온 북핵 협상을 다시 열어야 하겠다. 부질없이 흡수통일론과 통일대박론에 사로잡혀 허송세월한 이명박-박근혜 정권들과는 달리 새로 등장하는 한국 정부는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 핵위기를 풀도록 미국과 일본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한국에게는 2005년 북핵협상의 모범답안으로 꼽히는 9.19선언을 이끌어냈던 경험이 있다. 미국과 북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한자리에 이끌어냈던 노하우를 지닌 외교 전문가들도 대기하고 있다.
한국의 촛불시민들은 지난 5개월 동안 비폭력 평화운동으로 경제를 거덜 내고 안보를 위기에 빠뜨린 무능 부패 무책임한 박근혜 정권을 탄핵받아 물러나게 만들었다.
지난 18일, 경북 성주에서 열린 사드반대 집회에서 연설하는 필자의 모습(왼쪽). 사드기지 예정지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성주 소성리마을 주민들의 모습.
한국의 촛불시민들은 미국에게 정중하게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속되어야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탄핵당해 파면되었고 대통령선거가 진행 중인 지금, 한국의 주권을 무시한 채 사드를 졸속으로 배치하려는 미국 정부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 사드배치를 협의해야한다. 만약 한국 국민들의 동의 없이 한국 국민들의 운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드배치를 강행할 경우 한국 국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또한 사드배치를 빙자하여 한국에게 경제재제를 무차별적으로 가하는 중국의 처사도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이 사드를 배치한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에게 무역 경제 문화 관광 등 전방위적 제재를 가하는 처사는 중국의 국격을 의심하게 만든다.
중국 정부는 평정심을 되찾기 바란다. 한국에게 가하는 중국의 비이성적 목조르기가 세계의 다른 여러 나라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겠는가. 중국이 그동안 비판해온 구미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자세와 무엇이 다른가.
이제 필자는 위에서 말한 것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한국 어디에도 사드는 필요 없다. 사드배치 철회하라.
중국은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철회하라.
북한은 더 이상의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왕이 외상이 제안한 ‘북핵활동 동결과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서로 받아들이고 즉시 북핵을 협상으로 해결하라.
한국의 촛불민주시민들은 비폭력평화집회를 통해 성주 사드배치를 저지하자.
(※ 이 글은 필자가 쓴 <씨알의 소리> 3, 4월호 권두언 ‘南의 비폭력평화운동–北의 핵무장, 이 대위법은 무슨 화음을 빚어낼까’와 지난 18일 ‘성주 소성리 범국민평화행동’ 집회 연설문 ‘사드는 한국 어디에도 필요 없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를 중심으로 다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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