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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울진 핵발전소 용역 직원은 한수원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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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울진 핵발전소 용역 직원은 한수원 직원”

익명 (미확인) | 목, 2015/12/03- 13:11

2010년 울진 핵발전소 발전보조 용역 업체 직원 8명이 자신들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한수원의 불법 파견이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 11월 26일 “원고들은 근무기간 동안 업무와 관련해 한수원의 지시나 감독을 받았을 뿐 용역업체로부터는 어떠한 지시나 감독을 받은 바 없다”며 “원고들은 용역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한수원으로부터 직접 지휘, 감독을 받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 울진 핵발전소

▲ 울진 핵발전소

이들은 울진 핵발전소에서 발전보조원, 화학시료 채취원, 변전소 보조원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이다. 대법원은 △한수원 정규직원이 원고들에게 업무 교육을 실시한 점 △정규직원과 혼재되어 근무하면서 각종 지시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 점 △야간 또는 휴일 근무 시 출근 확인을 용역업체가 아닌 한수원 정규직원이 한 점 △업무 결과물을 정규직원이 확인하고 결재란에 서명한 점 △업무 장비와 물품을 한수원이 제공한 점 등을 들어 이들이 한수원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울진에 이어 영광 핵발전소도…불법 파견 소지 더 높아

이번 판결은 2013년부터 진행 중인 영광 핵발전소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광 핵발전소 용역 직원들의 경우도 울진 핵발전소와 사정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영광 핵발전소에서 방사선안전관리 업무를 했던 전용조 씨는 울진 핵발전소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소식을 듣고 지난 2013년 10월 한수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전 씨는 지난해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13년 동안 일하면서 용역업체가 5번 바뀌었지만 용역업체 사장 얼굴을 본 적도 없다”며 “매일 한수원 정규직의 직접 지시와 감독을 받았다”고 말했다. 같은 소송에 참가하고 있는 13명의 다른 용역 직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난해 뉴스타파 취재 결과 영광 핵발전소의 경우 한수원 직원과 용역 업체 직원이 핵발전소 전산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용역 업체 직원이 한수원 직원 대신 결재도 대리로 했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것을 감안했을 때 영광 핵발전소는 울진 핵발전소보다 더 불법파견 소지가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관련기사
핵발전소 컴퓨터 망 ‘비번’ 공유…용역업체 대리결재 횡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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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내부 작성 보고서에서도 불법 파견 인정

또한 뉴스타파는 한수원에서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를 입수했는데, 이 내부 보고서에는 한수원도 영광 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 용역이 불법 파견임을 인정하는 대목을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전용조 씨가 영광 핵발전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2013년 8월에 조사를 시작해 10월에 작성된 것이다.

▲ 한수원 방사선안전팀이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

▲ 한수원 방사선안전팀이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

이 보고서는 울진 핵발전소 용역 직원이 대법원에서 승소할 것이 예상된다며 유사소송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

▲ 한수원 방사선안전팀이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

▲ 한수원 방사선안전팀이 작성한 한수원 내부 위장도급 여부 진단결과 보고서

진단 결과를 보면 보건물리실 근무자의 경우 정직원과 용업업체 직원이 같은 업무를 담당해왔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업무를 구분하도록 했고 근무장소도 피폭관리업무의 경우 용역업체 직원이 ‘한수원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을 ‘용역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는 사실상 불법 파견을 인정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용역 직원들의 변호를 맡은 류하경 변호사는 “이 보고서를 보면 한수원 정직원 관리자와 간접 고용된 용역 직원들하고 1:1로 지휘, 명령, 감독, 보고 체계에 놓여있었다는 것을 한수원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용역 업체 소속 간접 고용자들에 대한 불법 파견이 이뤄졌단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조 씨를 비롯한 용역 업체 직원 6명은 2013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듬해 용역 업체가 바뀌면서 고용 승계가 안 돼 해고됐다. 이들은 “자신들이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 씨는 매주 수요일 영광 핵발전소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영광 핵발전소 용역 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 선고는 내년 2월 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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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공정한 노동]
⑬ 비영리 분야 ‘좋은 일’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비영리 종사자의 임금은 낮은 것이 당연합니까?”
“사회적 가치를 위해 일할수록, 일하는 사람들끼리의 연대가 더 필요한 것 아닐까요?”
“이 분야에서 함께 성장하면서 ‘좋은 일’을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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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가 2016년 7~12월 총 5회에 걸쳐 진행하는 ‘좋은 일 기준 찾기 릴레이 워크숍-나의 일 이야기’의 네 번째 행사 ‘비영리 종사자 워크숍’이 11월 3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NPO지원센터 대강당에서 열렸다.

비영리 활동가 30여명이 참여한 이 행사는 각자가 추구하는 ‘좋은 일’의 기준을 알아보기 위한 보드게임, 공인노무사와 함께 비영리 조직에서의 노동권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 Q&A 세션, 그리고 참여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해보고 비영리 섹터 노동환경을 개선할 방법을 함께 모색한 그룹대화 등으로 진행됐다. ☞ 공인노무사와 함께한 비영리 노동권 Q&A 보기

행사의 마지막 순서였던 그룹대화를 시작하기 전, 세 명의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는 순서가 있었다. 그룹대화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마련한 순서로, 이 세 발언자에게는 “총대를 메고 먼저 용기 있게 말해달라”는 뜻으로 ‘총대 발언자’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이들은 각기 5~6분 동안 비영리 활동가로서의 경험, 그리고 이 분야의 일이 ‘좋은 일’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비영리 섹터의 문제는 낮은 임금”

첫 ‘총대 발언자’는 재단법인 시민방송(RTV)의 김현익 사무국장이었다. 대학 졸업 후 중소 IT 기업에서 4년간 개발자로 일하다가 2008년 촛불집회 참석 후 생각의 변화로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에서 일해 온 6년차 활동가라고 이력을 소개한 김 사무국장은 “비영리 섹터의 심각한 문제는 급여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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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노동시간, 비전이 보이지 않고 성장하기 어려워서 소진(burn-out)되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영리기업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문제라고 한다면, 비영리만의 심각한 문제는 아무래도 낮은 급여수준입니다.”

얼마나 낮은지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친분이 있는 다른 단체 선배가 한 말을 전하며 설명했다. “10년차 활동가인 내 월급이 150만원이 안 되는데, 내년에 시청에서 파견 받을 청년 인턴의 월급이(생활임금 기준에 따라) 150만원이 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씁쓸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물론, 시민단체 활동가들 중에는 ‘나는 적게 받아도 괜찮다’, ‘돈 많이 벌려고 이쪽 온 건 아니니까 이 정도면 만족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면서 “저는 그런 말을 들으면 몇 년 전 어느 정당 국회의원이 최저임금을 하루 체험하고 와서 ‘황제의 식사 부럽지 않게 했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고 했다.

“최저임금 하루 체험하면 ‘이 정도면 괜찮네’ 할 수 있죠. 그렇지만 하루 이틀이 아니라 1년, 2년, 10년도 그렇게 살 수 있느냐가 문제 아니겠습니까? 하고 싶었던 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1~2년 정도 낮은 임금 받으면서도 만족하고 살 수 있습니다. 신생 단체, 스타트업 같은 곳이라면 밤새서 일하면서도 보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5년 정도 된 단체에서 계속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준다면 문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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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무국장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 데는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 최근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치료를 받았는데 병원비가 100만원이 나온 것이다. 또 11개월 된 아기 아빠라 갑자기 돈 들어갈 일이 왕왕 생긴다면서 김 사무국장은 “아무리 적게 벌어서 적게 쓰고 살겠다고 계획해도 살다보면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여기 오신 분들, 아마 대기업 마트보다는 전통시장 상인이나 중소상공인 보호하자는 입장이실 거예요. GMO 농산물보다는 유기농, 무농약 농산물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실 거고요. 그렇지만 활동가 임금으로 그런 소비를 할 수 있습니까? 저임금은 신념도 지킬 수 없게 합니다.”

이런 문제제기를 할 때 “그러면 왜 비영리 쪽에 왔느냐, 영리 기업으로 가지”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면서 김 사무국장은 “돈 있는 집 사람들만 비영리에서 일하라는 말인데,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했다.

“선배 세대는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습니다. 10~15년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살 수 있었어요. 지금은 아닙니다. 비영리 조직들, 시민단체들이 발전하려면 적어도 중소기업 임금 평균에 상응하는 정도로는 급여를 올려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여하는 일, 사회를 혁신시키기 위한 일이라면 대기업 정도 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야 좋은 인재들이 더 많이 와서 일하려고 할 테니까요.”

“비영리여서 노동조합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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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무국장의 이야기는 그룹대화에서 이어진다. 다음으로 발언한 사람은 함께일하는재단 노동조합의 김당환 사무장이다. 함께일하는재단은 비영리 분야에서 드물게 노동조합이 설립돼 있고, 노사 간의 임금단체협상도 이뤄지는 곳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들이 있었다. 여러 건의 조합원 부당해고 및 부당징계에 대해 소송이 진행돼 왔으며, 워크숍이 열린 날로부터 일주일 후인 10일 대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는 비정규직 근로자여도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면 이유 없이 계약 갱신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첫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사무장은 전체 50여명 직원 중 조합원은 6명이라고 소개하면서 “한때 조합원이 30명까지도 됐었지만 이런 저런 과정을 겪으면서 조직을 떠나기도 했고 불가피하게 탈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얻은 것도 많다면서 “지금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과도 모두 연결돼 있고, 서로 걱정해 주는 ‘식구’들이다”라고 했다.

“비영리 분야에서 일할수록 이런 유대감, 관계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조차 서로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없다면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많아지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또 다른 ‘노동조합이 있어야 하는 이유’로 김 사무장은 “오늘 오신 분들께서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노동조건 때문에 고민하시는 내용들을 들었는데, 노동조합이 있으면 근로기준법 적용만큼은 다 된다”고 했다. 현재 함께일하는재단 노사 간에는 단체교섭이 진행 중이고, 교섭안 하나 관철시키기도 쉽지는 않지만, 최소한 근로기준법 준수조차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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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일하는재단 노동조합은 공익재단인 저희 조직이 공익성을 강화하고, 구성원들과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고,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 전환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10일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조합원 한 명이 곧 돌아올 텐데, ‘우리 노동조합이 여기 있다, 이렇게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성장 없는 소진, 함께 풀어갈 방법은?

마지막 발언자는 우성희 희망제작소 전 연구원이다. 이전에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고 현재는 농부이자 개인 연구자로 일하고 있다. 우 전 연구원은 “비영리 활동가들이 조직 안에서도 밖에서도 ‘좋은 일’을 하기 위한 요건에 대해 말하겠다”고 했다.

비영리 조직의 직원들은 비슷한 성격의 다른 조직으로 이직하는 일이 잦고, 그 사이에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거나, 지역 활동가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한 조직 안에서의 근로조건, 민주주의 등에 대한 논의만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일 고민’들이 존재한다.

우 연구원은 비영리 섹터의 20~30대들과 나눠 온 이야기, 공유한 경험을 토대로 ‘비영리 활동가들이 일하기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성장 없이 소진하는 것 같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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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조직 규모가 작은 만큼 교육이나 연수, 선배의 지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일을 시작하곤 해요. 선배들은 ‘우리도 다 그랬다’면서 알아서 배우라고 하는데, 왜 이런 일이 반복돼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요? 성장도 알아서 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성장을 해야 할까요? 알아서 대학원 다니면서 공부하고 학위 따면 될까요? 그보다, 비영리에서 ‘성장’은 뭘까요? 조직에서 승진하고 기관장 되면 성장일까요? 이런 의구심과 갈증이 생길 때 한계가 느껴지는 거죠.”

두 번째는 ‘롤 모델을 찾을 수 없을 때’다. “같은 조직의 열 살 많은 선배, 스무 살 많은 조직장을 롤모델로 삼아야 하나 생각하면 회의가 들었다”면서 우 전 연구원은 “그 선배들도 다음이 안 보이니까 후배들 임금 올려주거나 근로조건을 개선해 주는 데도 인색한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가장 지치게 하는 것은 함께 일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각개전투’, ‘독자생존’ 한다는 기분이 들 때였다고. 우 전 연구원은 “비영리 섹터로 온 사람들은 관계, 연대, 협력 등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큰 사람들”이라면서 “권한은 거의 없는데 책임은 크고,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는데 문제가 생기면 다 내 몫이라고 느껴질 때, 나를 보호해 줄 동료도 선배도 조직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 그래서 더 실망하게 된다”고 했다.

“안타까운 건, 내 또래에 새로운 비영리 조직이나 스타트업을 세워서 운영하는 친구들은 다른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오히려 사회혁신, 스타트업이라는 반짝반짝하는 이름하에 더 안 좋은 노동조건을 만들어 놓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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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인 네 번째는 ‘보람’에 대한 것이다. “과연 내가 하는 일이 사회를 위한 게 맞나? 아니면 조직의 외형적 성장, 혹은 조직 리더의 성장을 위해 하는 일인가?”하는 혼란이 오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 전 연구원은 “나도 개인이 프리랜서가 돼서 잘 살 수 있도록 전문성 쌓는 것만을 목적으로 두고 일할 수는 없더라”고 했다.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관계를 쌓아 나가는 것도 ‘보람’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 함께일하는재단 노조 사무장님이 말씀하셨듯이, 제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지금 다른 조직, 지역에 가 있지만 서로 연결돼 있어요. ‘이 바닥’에서 계속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이죠. 여전히 ‘이 바닥’에 대한 애정들이 있어요. 여기에 우리를 이만큼 키워준 자양분도 분명 있었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성장하고, 우리 뒤에 올 사람들을 끌어줄 수 있는 것은 뭘까 하는 고민이 됩니다.”

우 전 연구원은 “비영리 종사자들을 위한 노동조합이 생긴다면 독립 연구자이긴 해도 가입하고 싶다”면서 “함께 ‘좋은 일’을 할 방법을 찾을 실마리를 같이 찾고 싶다”고 했다.

이상과 같은 ‘총대 발언’이 있은 후 발언자들은 각 테이블로 흩어져서 그룹대화에 참여했다. 그룹대화를 통해 나온 비영리 종사자들의 일 경험, ‘좋은 일’이 많아지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한 의견들은 다음 연재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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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단의 ‘좋은 일 기준 찾기’ 온라인 설문조사는 워크숍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비슷한 흐름에 따라 좋은 일의 기준과 이를 위한 사회의 변화 방향을 생각해 보도록 구성됐다. 오는 12월까지 진행될 이 설문조사 결과는 좋은 일이 많은 사회를 위한 정책 제안을 만드는 데 반영된다.

글 : 황세원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수, 2016/11/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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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 S6. 언론들은 S6를 ‘이재용폰’이라고 이름붙였고, 삼성도 굳이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갤럭시 S6는 잘 팔리지 않았다. 지난해 판매된 갤럭시 S6는 5천만 대에서 6천만 대 수준으로, 목표였던 7천만 대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자 ‘이재용 폰’이라는 말은 사라졌고, 언론은 전문 경영인이었던 신종균 삼성전자 인터넷 모바일 부문장의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결국, 연말 인사에서 겸직하던 모바일 사업부 사장 자리를 내놓는 것으로 책임을 떠안았다.

지난 8월 출시된 갤럭시 노트7 역시 잘 나갈 때는 ‘이재용 폰’이었다. 홍채 인식, 고속 충전 등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된 갤럭시 노트7이 출시되자 언론들은 또다시 이재용 찬가를 불렀다.

▲ 갤럭시 노트7 출시 이후, 언론들의 관련 보도 헤드라인

▲ 갤럭시 노트7 출시 이후, 언론들의 관련 보도 헤드라인

하지만 갑자기 세계 각국에서 갤럭시 노트7의 폭발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삼성은 일부 제조사의 배터리가 원인이라며 발빠르게 리콜을 선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반전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는지, 대다수 언론은 다시 이재용의 ‘통큰 결단’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리콜로 교환된 갤럭시 노트7이 또 폭발하고, 삼성은 결국 이 제품의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만다. ’이재용 실용 리더십’의 첫 결실이라던 갤럭시 노트7은 결국 삼성 스마트폰 역사의 최대 오점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번 일로 삼성이 입게 될 손실은 무려 7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언론은 이재용 책임론 대신, 모두의 잘못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 조선일보 2016년 10월 13일자

▲ 조선일보 2016년 10월 13일자

취재진은 최근 삼성의 위기의 원인에 관해 박상인 서울대 교수(시장과 정부 연구센터 소장)를 인터뷰했다.

그는 “눈에 띄는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도한 목표 설정과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하는 조직 내의 의사소통 구조”를 주된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특히 극심한 경쟁 상황에서 발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IT업계의 특성 상 삼성전자가 지금같은 일방적 상명하복의 불통 문화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급격히 쇠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박 교수는 현재 삼성이 처한 불통의 구조적 원인 가운데 하나가 삼성의 황제식 경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 박상인 서울대 교수

▲ 박상인 서울대 교수

기자 : 갤럭시 노트7 생산 중단으로 인해 삼성이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이번 사태 사이에 관계가 있을까?

박상인 교수(이하 박) : 이재용 부회장 승계에 맞춰서 업적이 좀 필요하잖아요. 지금까지 뚜렷하게 업적을 보여준 것이 없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더 혁신적인 것을 내놔야 한다는 압력이 훨씬 컸을 것이고 그런 압력이 크면 클수록 CEO부터 중간관리자, 기술자까지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어요. ‘노’라고 하기가 힘든 거죠. 못하겠다고 하면 무능해보이고 잘릴 수 있는데 일단은 해야하는 거죠. 그런 과정을 거쳤을 거라고 봅니다.

기자 :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 선상에서 벗어나 있는 느낌이다. 외국에서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 때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게 정상일까?

박 : 이 정도 문제가 벌어졌다면 당연히 어떤 의사 결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를 내부적으로 진상조사를 하겠죠. 진상조사를 해서 거기서 실무적인 잘못을 한 사람들은 책임을 질겁니다. 이에 더해서, 손실이 이 정도로 커졌으면 이사회나 주주 총회에서 현 경영진들도 책임을 추궁당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절차들이 외국 기업에서는 당연히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자 : 이른바 삼성의 ‘황제 경영’이 이번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고 봐야 할까?

박 : 황제 경영이라는 게 그런 거죠. 옛날에 황제가 그렇잖아요. 잘되면 다 황제 덕이고 못되면 다 신하 탓이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거예요. 게다가 신하들은 황제가 무리한 걸 이야기해도 거기에 대해서 무리하다는 말을 잘 못해요. 그리고 황제는 무리한 명령을 쉽게 내리게 돼요. 왜? 책임을 안 지니까. 안 되면 밑에 책임지고 나가라고 하면 되니까. 그게 의사소통의 문제가 더 악화되는 이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문제는,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권한을 행사하는 ‘황제’가 형식적으로는 결정 라인에 없으니 법적 책임을 회피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겁니다. 여기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기자 : 향후 전망은?

박 : 일단은 갤럭시 노트7 자체에서 지금까지 판매하고 보상하는 비용, 그 다음에 향후 예상됐던 판매가 안 되서 생기는 비용, 이것들을 합하면 7조 원 정도가 예상됩니다. 그런데 이건 삼성전자만 두고 하는 추정치에요. 밑에 하청업체들이 갤럭시 노트7 때문에 이미 투자해 놓은 비용에서 오는 손해까지 합하면 훨씬 더 큰 액수가 될 겁니다.

그 다음에 더 큰 이슈는 소비자 신뢰의 상실에 관한 겁니다. 그리고 소비자들로부터 잃은 신뢰를 되찾으려는 삼성전자의 조급함, 이런 것들이 앞으로 삼성전자에 더 큰 도전이 될 거라고 봅니다. 후속 갤럭시 에스8이 어떤 시점에 어떤 사양을 가지고 등장하고, 그게 결함이 없을 것인지,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이걸 봐야한다는 거죠. 앞으로 향후 한 1년 정도 지켜봐야하는데,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삼성은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이재용 씨는 그 비대한 조직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상태에서 삼성을 승계받고 있다. 정부, 국회, 주류 언론 어디도 지금으로선 삼성을 제대로 견제하거나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 노트7의 리콜과 생산 중단 사태는 그동안 감시와 견제 없이 성장해온 삼성과 그 지배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중대한 신호일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다음 주 목요일(10월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직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언론은 또 어떤 구실로든 이재용 찬가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취재 : 정재원
촬영 : 김수영
편집 : 정지성

목, 2016/10/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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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 때 이와 관련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반응을 정리해 최순실 씨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2013년 5월 초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서 박근혜 정부는 큰 위기를 맞았다. 비난 여론에 화들짝 놀란 박 대통령은 윤 대변인을 귀국시키고 경질했다.

5월10일 밤에는 이남기 홍보수석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여러분과 대통령께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셀프사과’라는 논란이 일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허태열 비서실장이 12일 오후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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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실장의 기자회견 후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청와대 출입 언론사 반장들의 의견을 담은 문건을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이 문건에는 “결론적으로 나쁘지 않다” , “끊어야 할 때 잘 끊었다”,  “투트랙으로 가라” 등 청와대 출입 언론사 반장들의 다양한 의견이 담겨 있었다.

▲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청와대 출입 언론사 반장들 의견 문서. 작성 당일 최순실에게 전달됐다.

▲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청와대 출입 언론사 반장들 의견 문서. 작성 당일 최순실에게 전달됐다.

청와대가 악화된 여론을 호전시키기에 갖은 노력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이날 밤 10시 반쯤 최순실에게 보내졌다는 사실이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수사자료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에게 “참고하라고 보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은 최 씨에게 이 문건이 전달된 바로 다음날인 13일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민과 피해 학생에게 사과를 표명하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최순실 씨에게 비서실장 사과에 대한 언론사 반응을 보낸 것이 최 씨에게서 위기타개책을 얻기 위한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취재: 최기훈 송원근
편집: 박서영

화, 2017/01/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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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함으로써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 그룹의 3대 세습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삼성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 일가에 수백억 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은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에 뇌물을 제공한 것일까?

뉴스타파는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으며(※ 관련 기사 : 법은 항상 이재용 편이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에는 그 과정을 더욱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그리고 취재 결과,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여러 정황들이 드러났다.

1.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배제.. 삼성의 결정인가?

국민연금은 주식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의 지분을 소유한 대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국민연금은 대주주로서 의결권을 가지게 되며 국민연금이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가는 때로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된다. 여기서 비롯될 수 있는 많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찬성하는 주주들과 반대하는 주주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 사안이었다. 삼성물산의 지분을 11%나 갖고 있던 국민연금의 결정이 곧 합병이 되느냐 마느냐를 곧바로 결정짓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이 결정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의결권 행사 자문위원회’에 맡기는 것은 당연한 ‘순리’로 보였다. 실제로 홍완선 기금운용 본부장은 지난해 6월 9일 열린 기금운용회의에서 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 전문위에서 결정을 한다면 그것으로 최종 결정 권한이 있다” 라고 말했다.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권을 위임할 것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그러자 삼성은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접촉을 시작한다. 뉴스타파는 삼성이 복수의 위원들에게 접촉과 로비를 시도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로비의 결과가 영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반수에 가까운 위원들이 아예 삼성을 만나주지 않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아니 이재용 일가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 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홍완선 기금운영본부장이 자신의 당초 말을 뒤집고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대신 국민연금 내부의 임직원으로 이루어진 ‘투자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완선 본부장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직 간부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맡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 12명 중에 5명이 홍완선과 삼성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배제하고 투자위원회에서 합병안을 결정하기로 한 뒤, 홍완선 본부장은 투자위원회를 ‘꼼꼼하게’ 준비하기 시작한다.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9일 전인 7월 1일, 홍완선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의 대체투자실장을 교체한다. 정기인사 발령도 아니었고, 미리 예고된 인사도 아니었다. 대체투자실장은 투자위원회 위원 12명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인사로 투자위원회에서 배제된 윤 모 실장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요, 굉장히 급작스러운 인사였습니다. 실무자도 아니고 실장은 간부급인데 간부급 인사발령을 낼때는 그래도 하루 이틀 전에라도 인사권자가 불러서 여차여차하니 가서 수고를 하라든지… 그렇게 얘기를 할 수가 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발령을 받았어요. 전혀 생각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미련은 (그때) 많이 버렸어요.

윤 실장은 그러나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자신의 태도 때문에 인사 발령이 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평소 자신의 소신이나 업무 스타일로 미루어 합병 건에 대해 반대하리라는 것을 감안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결론이야 찬성 혹은 반대가 날 수가 있는데, 과정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요.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한달 전에 있었던 SK와 SK C&C는 전문위에서 결정을 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것은 투자위에서 결정을 합니까. 오히려 내용 면에 있어서는 훨씬 더 중요성이 있는 안건이었는데, 일관성은 없었습니다.

그의 후임으로 대체투자실장이 된 유 모 실장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발령이 아니라 홍완선 본부장의 지명을 통해서 기존 투자위원이 갑자기 교체된 사실도 드러났다. 원래 투자위원회 위원 12명 가운데 9명은 실장이나 센터장급이 당연직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3명은 팀장급 가운데 본부장이 지명을 하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팀장들이 정해져있다시피 한데,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투자위원회를 앞두고 홍완선 본부장은 이 3명 가운데 2명을 교체한다. 이 두 팀장은 투자위원회에서 한 마디 발언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찬성표를 던졌다.

홍완선 본부장은 투자위원회를 사흘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을 은밀히 만났고, 그 사실이 드러나 의혹을 샀다. 그런데 이재용과의 비밀 회동에 동행했던 인물이 국민연금 내부에 3명 더 있었다. 한 모 주식운용실장이 그 중에 한 사람인데 그 역시 투자위원회의 위원이었다. 한 모 실장도 당시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리해보면, 이미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전 12명 위원가운데 5명이 홍완선 본부장이나 삼성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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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투자 위원회 위원은 아니지만 배석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채모 리서치 팀장은 시종 일관 삼성의 입장을 대변하며 홍완선 본부장과 함께 찬성 쪽으로 분위기를 주도해가는데, 채 팀장 역시 이재용과의 비밀 회동에 동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왼쪽)과 채 모 리서치 팀장(오른쪽) 삽화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왼쪽)과 채 모 리서치 팀장(오른쪽) 삽화

채 모 리서치팀장 : 양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한 경우에는 합병 비율만으로 찬반을 결정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합병의 시너지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홍완선 본부장 : 리서치팀의 의견은 합병으로 인해 주주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인가요?

채 모 리서치팀장 : 그렇습니다.

홍완선 본부장 : 그렇다면 기금의 이익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군요?

채 모 리서치팀장 : 그렇습니다.

3. 보고서 오류마저 이재용 일가에 유리

투자 위원회 회의에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제출됐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오류가 발견됐다. 보고서 11페이지를 보면 합병전 삼성물산의 영업이익 그래프가 나오는데, 2014년 영업이익이 2천7백억 원으로 나와있다. 그러나 2014년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은 5천 2백억원이 넘는다. 이 그래프를 보면 삼성물산은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들어 그만큼 기업 가치가 낮은 회사로 보인다. 이는 제일모직의 가치는 높게,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게 평가해야 하는 이재용 일가의 이해관계에 정확히 부합하는 오류다. 이재용은 제일모직의 주식은 많이 갖고 있었지만 (이 마저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탈법적으로 헐값에 사들인 것이다.) 삼성 물산의 주식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투자가도 저지르지 않을 법한 오류가 버젓이 보고서 안에 들어있는데도, 이날 회의에서 이런 오류를 지적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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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왜 손해를 무릅쓰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했을까,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 이토록 무리수를 두었을까, 그리고 그 결정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는 영향을 미쳤을까,그것은 삼성이 이들에게 제공한 수백억 원의 대가였을까?

검찰은 지난 23일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 홍완선 본부장의 직장인 한양대학교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단서를 통해 이같은 국민적 의혹을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취재 : 심인보, 이유정
촬영 : 정형민, 김수영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목, 2016/11/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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