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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다큐]국제시장과 베테랑 혹은 덕수와 배 기사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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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다큐]국제시장과 베테랑 혹은 덕수와 배 기사의 차이점

익명 (미확인) | 수, 2015/12/02- 17:17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수저 계급론’이라는 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자녀들의 계급 역시 결정된다는 걸 ‘금수저’부터 ‘흙수저’까지로 나눠 풍자하는 내용입니다. 그러자 일부 언론들은 청년들이 ‘노력’은 하지 않고 ‘부모 탓’을 한다고 핀잔을 줍니다. 정말 청년들이 부모 탓을 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상속이나 증여가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율을 살펴보면 1980년대엔 27%에 불과하던 것이 2000년대엔 무려 42%로 치솟습니다. 계층 상향 이동성의 경우도 24개국 중 20위를 기록하여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개인적 노력을 통해 계층 상승일 이루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처럼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의 재력이 성공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사회라는 게 객관적 수치로 증명됩니다. 수저계급론은 부모 탓이 아니라 이러한 사회구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반응입니다. 객관적 수치를 제시해도 청년들의 노력부족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현 기성세대, 특히 장노년층이 젊은 시절의 경제 현실과 지금의 경제 현실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과거 경제가 고속성장을 하던 시절엔 가난한 이들에게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비록 절대적 빈곤 상태였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게층 상승을 이룰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런 시대를 살았던 기성세대에겐 당연히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노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저성장이 고착화된 현재엔 성공의 기회는커녕 일자리 자체가 부족합니다. 애초부터 ‘기회’ 자체가 제한되어 노력 여부와 상관 없이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의 수도 극도로 제한됩니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의 청년들에겐 ‘노력’의 의미가 기성세대의 그것과 같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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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상속세를 깎아주려 지속적으로 애를 쓰고 있습니다. 소위 ‘효도법’과 ‘명문장수기업’에 대한 기업상속 공제가 그것입니다.

먼저 효도법은 10년 이상 부모와 함께 살면 5억 이하의 주택 상속세를 면제해준다는 게 골자입니다. 얼핏 들으면 정말 ‘효도’를 위한 법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좀 더 살펴보면 문제가 많습니다. 우선 이 법을 현행법과 함께 적용하면 최대 15억 주택까지 면제가 가능합니다. 15억 짜리 주택을 소유한 이들이라면 최소한 ‘중상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5억에서 10억 미만 주택의 73.9%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6억 초과 20억 이하 주택의 53%는 강남 3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즉, 전체 국민중 상위 2%에게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법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명문장수기업’ 세액 공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명분이야 오랜 가업을 이어온 명문장수기업을 육성해주는 거라 하지만 법 개정의 주요 골자는 세액 공제 한도를 현행 최대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상속세가 상당히 줄어들어 부의 대물림이 보다 강화됩니다.

부모의 재력이 과거에 비해 자녀의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세태는 영화 속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고속성장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와 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베테랑의 ‘배 기사’는 모두 가난한 처지이지만 덕수는 노력을 통해 자수성가를 하고 ‘배 기사’는 정당한 임금을 요구하다 살해당하고 맙니다. 국제시장이 가난했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베테랑이 경제가 더 성장한 현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재벌을 응징하며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은 이러한 시대 변화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2013년 KDI ‘행복연구 조사’의 결과를 소개합니다. ‘수저 계급론’에 대한 이견은 표면적으로 들어나는 ‘세대 갈등’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악화된 ‘시대 갈등’이 본질이라는 걸 세대를 넘어서 공감했으면 합니다.

‘성공은 운이나 연줄보다는 노력이다.’
75.5%
(60대 응답자)

‘성공은 운이나 연줄보다는 노력이다.’
51.2%
(20대 응답자)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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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플레인(mansplain)이란 말을 들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최근에 등장한 용어로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의 합성어입니다. 남성이 여성을 기본적으로 뭔가 모르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말을 일방적으로 쏟아 붓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맨스플레인을 주제로 한 대회(?)가 열렸는데요? 이름하여 ‘천하제일 맨스플레인 대회’입니다. 약 일주일간 접수된 글 중 1위를 차지한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자) 여자애들 00이 싫어하는 거, 예쁘고 인기 많아서잖아

(여자) 아니, 걔가 동기들 간에 이간질을 해서 평판이 좀 그래

(남자) 에이, 아니잖아. 인기 많으니까 질투하는 거잖아.
여자애들은 자기보다 예쁘고 인기 많으면 다 질투하잖아

(여자) 내가 여잔데, 여자라고 다 그러는 거 아니거든

(남자) 네가 그 심리를 어떻게 아냐. 여자들 심리는 다 그래

공감이 가는 면도 있고, 순위를 가리는 대회이다 보니 다소 과장된 면도 있어 보입니다. 특히 남자들 입장에선 뭐 그 정도 가지고 까칠하게 그러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가볍게 웃고 넘기기엔 여자들 입장에선 무척이나 자주 경험하는 짜증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특히 맨스플레인을 하는 남성이 여성에 대해 갖는 기본적인 인식을 살펴보면 그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습니다.

우선 이 말이 처음 나오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죠. 2008년 미국의 웹사이트 ‘톰 디스패치’엔 한 편의 기고문이 실립니다. 제목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인데요. 여성인 필자가 파티에서 만난 한 남자에게 자신이 작가라고 밝히자, 남자는 최근 자신이 본 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시종일관 여성 필자의 말을 끊으며 계속해서 늘어놓았다는 경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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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고문은 그동안 남자들에게 가르침당하고, 무시당하고, 말을 가로채인 경험을 한 수 백 명의 여자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 됩니다. 이를 계기로 ‘맨스플레인’이란 말은 2010년 뉴욕타임즈 올해의 단어에 선정되고, 2014년엔 옥스퍼드 온라인 영어사전에 수록되기까지 합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맨스플레인의 문제에 대해 살펴볼까요? 기고문의 필자인 리베카 솔닛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어느 분야에서든 종종 괴로움을 겪는다.

따라서 여자들은 나서서 말하기를 주저하고,
용감하게 나서서 말하더라도 경청되지 않는다.

이에 여자들은
자기불신과 자기절제를 익히게 되는 데 비해
남자들은 근거 없는 과잉 확신을 키운다.

–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중 –

솔닛의 설명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맨스플레인은 일상적인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1세대 페미니즘을 여성 참정권 추구로, 2세대 페미니즘을 제도적,문화적 평등 추구로 구분할 경우 후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솔닛은 페미니즘이 이미 완료된 사업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고 주장합니다.

여성들이 맨스플레인이라는 신조어와 페미니즘이라는 되찾은 용어로 조명하고자 하는 현실은 페미니즘이 이미 완료된 사업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여성은 아직 평등한 세상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페미니즘의 투쟁에서 핵심 과제는 우선 여성을 신뢰할 만하고 경청할 만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 리베카 솔닛,『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중 –

솔닛의 말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신뢰할 만하고 경청할 만한 존재’라는 표현입니다. 맨스플레인, 즉 남자가 여자를 가르치려 드는 태도를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자를 ‘지적으로 부족하고 잘 모르는 존재’라고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성적인 특성을 지적인 특성으로 일반화시키는 문제가 있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맨스플레인과 관련된 논란이 있었습니다. UN여성 친선 대사로 임명된 영화배우 엠마 왓슨에게 한국의 한 칼럼니스트가 쓴 글 때문인데요. 칼럼의 주된 내용이 ‘페미니스트’인 엠마 왓슨에게 진정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형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논객들이 해당 칼럼에 대한 반박글을 내놓으며 뒤늦은(?) 맨스플레인 논란이 불붙게 됩니다. 반박글의 주된 내용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우선 칼럼에서 소개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설명에 오류가 많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르고 아는 체를 했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당신은 잘 모를 것이다’라고 전제한 후 페미니즘에 대해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분노를 한 것이죠.

그 중 논란이 됐던 표현 하나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말랄라의 페미니즘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온 경험의 소산입니다. 당신이 연설에서 술회한 당신 성장기의 ‘여성스럽지 않음’에 사람들이 별난 눈길을 보낸 것과는 경험의 질이 다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았던) 말랄라라는 페미니스트에 비해 (좋은 환경에서 곱게 잘 자란)엠마 왓슨은 ‘경험의 질’이란 면에서 ‘페미니스트’로서는 충분치 않다는 의미인데요, 거칠게 말하면 ‘고생도 별로 해 보지 못한 네가 진정한 페미니즘이 뭔지 잘 알겠어?’라는 뉘앙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필자는 바로 다음 문장에서 두 사람을 비교하려 드는 건 아니라고 말하지만, 글의 전체적인 구조가 일단 주장하고 바로 뒤에 ‘꼭 그런 건 아니다…’라는 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진정성에 의심을 살만 합니다.

더구나 칼럼의 필자는 ‘남성’입니다. 정말 ‘경험의 질’이 진정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를 가를 요체라면 평생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남자로만 살아 온 필자가 ‘여자’인 엠마 왓슨의 경험에 질을 논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되고 맙니다.

어떻게 단 한 순간도 여자였던 경험이 없었던 그 사람은 평생을 여자로 살아온 엠마 왓슨에게 “경험의 질이 다릅니다”라고 평가하듯 말할 수 있었을까.
도대체 뭘 근거로 본인이 UN홍보대사인 엠마 왓슨보다 인권에 대해 더 잘 안다고 판단하는 걸까.

– 허핑턴포스트, <엠마왓슨 보기 부끄럽다> 중 –

차라리 애초에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를 가지고 최근의 페미니즘에서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자기 나름의 비판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다면 자연스러운 페미니즘 논쟁이 됐을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상대방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내가 가르쳐 주마’라는 틀에 굳이 스스로를 밀어 넣음으로 인해서 주장하는 모든 바가 ‘맨스플레인’이란 함정에 갇혀 버리고 만 것이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맨스플레인’이 꼭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니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라고 시작하는 말은 여자들만이 아니라 남자들, 특히 어린 남자들의 경우 매우 자주 듣게 되니까요. 그런 말을 자꾸 듣다 보면 남자들 역시 주눅이 들어 말을 못하게 되죠.

한편 파티에서 레베카 솔닛에게 자신이 본 책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솔닛의 말을 계속 잘라 먹던 한 남자는 솔닛의 친구가 내뱉은 한 마디에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게 바로 이 친구(솔닛) 책이라니까요.

수, 2015/10/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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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가 전성기였던 1989년, 한 명의 신인가수가 등장합니다. 스물다섯 어린 나이에 모범생 같은 앳된 외모. 하지만 그가 들고 나온 감미로운 발라드 ‘텅 빈 마음’은 변진섭과 이문세 같은 쟁쟁한 발라드 가수의 히트곡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합니다.

이에 기세를 몰아 1집은 물론 2집과 3집까지 차례로 대히트를 기록하며 당당히 유명 발라드 가수 대열에 오르게 됩니다. 수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가 된 것이죠. 하지만 그는 기존 스타들과는 좀 다른 길을 선택 합니다. 가수들에게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방송국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고사하고, 당시만 해도 척박하기 그지없던 ‘공연장’으로 향한 것이죠.

“방송국 앞에는 팬들이 두 줄로 서 있고,
그 앞으로 차가 들어와 가수들을 모셔갔다.
거기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우쭐거리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 선택이 현재 가수 이승환의 진짜 시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TV 스타’라는 편안한 길을 버리고 다른 길을 선택한 이승환은 공연 위주의 활동을 하게 됩니다. 나아가 직접 제작사를 만들어 음반을 제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은 남김없이 다시 음악에 투자합니다.

음악에 집중하고 더 좋은 품질의 음악을 만든다는 면에서는 매우 이상적인 활동이지만 ‘마케팅’이란 측면에선 충분한 수익이 보장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실제로 그가 차린 회사는 파산 직전의 상황에 반복적으로 직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방식을 고집스럽게 고수합니다.

“누군가는 그것이 무리다,
장사가 안 된다고 해도

마치 ‘독짓는 늙은이’처럼
그렇게 만들어 왔고,

그는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믿는 것입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명석-

그렇게 무려 26년이란 긴 시간이 흐릅니다. 그 사이 그는 11장의 정규앨범과 무려 1,000회 이상의 단독 공연을 하면서 자신의 방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냅니다. 특히 그의 공연은 음악을 선보이는 일반적인 콘서트를 넘어서서 하나의 ‘잘 짜여진 드라마’같다는 극찬을 받게 됩니다. 그로 인해 데뷔 초기 붙여졌던 ‘어린 왕자’라는 별명은 어느덧 ‘공연의 신’이라는 새로운 별명으로 바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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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체를 하나의 잘 짜여진 드라마로 끌어올린 음악인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성환-

이젠 누가 봐도 자신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그였지만, 그의 마음 속은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마음 속에 언젠가부터 일과처럼 생긴 ‘분노’를 인식했고 그걸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자신들도 더 잘 살게 될 줄 알고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찍어주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가수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 누구라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 느낌을 모든 가수가 음악 활동으로 표현하는 건 아닙니다. 자칫 자신의 음악 활동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음악인’으로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합니다. 그가 26년간 늘 서 있었던 ‘무대’ 위에서 말이죠.

실제로 그는 2009년 용산 참사 유가족을 위한 콘서트, 2012년 방송3사 공동 파업 집회 등 여러 집회 공연 무대에 오릅니다. 더불어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자 그를 아끼던 주변 사람들은 그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혹시라도 그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그런 말들을 들으며 오히려 왜 이런 걸 겁내야 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몇 번 이런 자리에 섰었어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다 말렸어요. 이상하게.. ‘그거 하면 너 이상해질지도 몰라’하면서.. 그러면서 사실 저도 많이 겁났습니다. 무서웠고. 그런데 순간 생각해 보니까 왜 내가 겁나야 하고, 무서워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박수치시지 마시고… 왜냐하면 지금도 무서워요.”
-2012년 방송3사 공동 파업 집회 발언 중-

어쩌면 그는 정말 무서워해야 하는 것에 무서워하려 애쓴 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는 알아채게 됩니다. 300여명의 국민들을 구하지 않은, 그리고 그에 대해 책임도 지려하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자신이, 그리고 국민들이 살고 있다는 진짜 무서운 현실을 알아채게 됩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참 불쌍한 국민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국가가 우릴 지켜주지 못하는
혹은 지켜주지 않는

어떤 일에도 국가는
책임을 지지 않는
그리고 국민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하지 않으려는

그런 의지를 갖고 있는 이상한 곳임을 알아채버렸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 집회 발언 중-

늘 그러하듯 그는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의 무대에 오르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합니다. 나아가 단식에까지 동참합니다. 하지만 1년여의 시간이 지나도록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월호 참사는 사람들에게 점점 잊히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그는 ‘면목 없는 어른’으로서의 자괴감을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먹먹한 마음입니다. 우리 정말 가만히 있었구나, 가만히 있지 않았는데 가만히 있는 사람이 돼 버렸구나 라는 생각 때문에 유가족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특히 여기 와 있는 많은 어린 친구들, 학생 여러분께 면목 없는 어른이 된 것 같아서
더 이상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행사에서 이승환-

하지만 그는 자괴감에 매몰되지 않고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곡을 직접 만듭니다. 더불어 해당 곡을 다른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하기를 바란다며 해당 곡에 대한 저작권 포기를 선언합니다. 신곡과 그 곡의 저작권이면 가수가 가진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을 그리고
또 기리는 마음에
<가만히 있으라>를 만들었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는데,
세월호의 슬픔을 공감하는데
뜻을 같이 하는 분에게는

이 곡의 지적재산권을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이런 그를 모두가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특히 그를 발라드 가수로만 알고 있는 분들의 경우 다소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비록 일부지만 혹시 정치를 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의심어린 눈초리도 존재하고요.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시선에 문제를 제기 합니다.

“상식에 어긋나는 일에 대해 제 상식을 얘기하면 정치인 하려고 그러는 거란
편협하고 조잡한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겁니까?

연예인 이야기는 시시콜콜 그렇게들 하시면서 왜 정작 먹고 사는
아니 죽고 사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하는 겁니까?”
-이승환 페이스북-

더불어 자신을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과 팬들에게도 걱정하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남깁니다.

“이 자리에 선다고 하니까 주위 분들,
특히 팬분들이 걱정을 많이 하더라.

왜 걱정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유치하거나
경직된 나라가 아니다.(관객들 웃음)

어릴 때부터 배워온 사람의 도리,
가수의 도리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거니 팬분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용산 참사 유가족 자선 콘서트 중-

‘도리’라는 말은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이란 의미입니다. 오래전 가수로서 마땅히 해야 할 바른길을 위해 방송국 대신 TV를 택했던 그가, 어릴 때부터 배워온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길을 위해 지금의 선택들을 해 나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두 가지가 26년간의 시간 동안 조금씩 좁혀져 이제 하나의 길로 합쳐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악하는 사람, 이승환’ 안에서 말이죠.

‘음악 하는 사람은 세상과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가수 이승환-

수, 2015/10/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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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수의 국민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러한 무리수를 왜 두는지에 대해 궁금하신 분이 많으실텐데요, 그 답은 일본 우익의 역사 왜곡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보여주는 태도가 역사 교과서 왜곡에 앞장섰던 일본의 우익들의 모습과 ‘샴쌍둥이처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일본 정부가 침략 전쟁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하자 일본의 우익들은 격렬하게 반발합니다. 한마디로 ‘일본이 뭐 그리 잘못을 했냐’는 것이죠. 식민지 덕에 오히려 더 잘 살게 되지 않았느냐며 잘못된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오히려 ‘자학’으로 매도합니다. 그와 함께 ‘침략 전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긍정 사관’이 필요하다고 우기기 시작합니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억지 주장이지만 이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1997년에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을 결성하고 역사 왜곡 교과서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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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과서 집필진 중 역사전공자는 단 한 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작가, 평론가, 기업인, 변호인, 정치인들과 같은 역사와 상관없는 이들로 구성됩니다. 최근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한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죠? 비슷한 건 이것만이 아닙니다. 아베 신조가 주도적 역할을 한 보수 우파 자민당과 미쓰비시, 캐논, 도시바 등 100여 개의 일본기업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합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전경련 산하 단체인 자유경제원이 국정교과서를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교과서 채택율은 형편이 없습니다. 전국 중학교 중 겨우 0.039%만이 새역모의 교과서를 채택합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슈 띄우기’에는 성공을 했기 때문에 새역모의 교과서는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발간 두 달 만에 무려 58만 부 이상이 팔리며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일본의 우경화가 진행되면서 처음엔 머뭇거렸던 다른 역사 교과서들 역시 새역모의 교과서 내용을 조금씩 따라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종군 위안부’에 대한 기술이 삭제되는 등 침략전쟁이 점차 긍정적으로 묘사됩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왜 이처럼 막무가내로 강행하는지, 강행 후 어떠한 효과를 기대하는지 예상해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닙니다. 자신들의 경제 실패로 인해 생긴 일본 청년들의 국가에 대한 불만까지도 ‘자학 사관’ 때문이라고 우기는 것이죠. 경제 실패 문제까지 교과서 탓으로 돌리는 교활함을 보여줍니다.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근현대교과서는
새로운 세대로부터 일본인의 긍지를 탈취하고
동시에 일본을 싫어하고 혐오하게 만드는
반일사관, 자학사관, 암흑사관, 사죄사관에 근거하여 기술되었다.”
-후지오카 노부카스 교수 /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부회장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지 않으신가요? 맞습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최근 들어 갑자기 그리고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말과 그 맥락이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요즘 청년들은 학교 졸업해서 잘 안되면
나라, 사회, 부모 탓하고 심지어
헬조선, 지옥조선이라고 ‘자학’하고 있다.

이렇게 젊은 청년들이 자학적이고
패배주의 생각을 어디서 배웠느냐.
이것은 바로 학교에서 배운 것이다.

(중략)
대한민국이 못난 나라, 문제 많은 나라라는 식의 부정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역사관이 아이들에게 주입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 김무성 대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위한 국회 세미나 (10월 26일)

 

김무성 대표는 심지어 그 해법으로 일본 우익의 주장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긍정 사관’을 제시합니다.

“긍정의 역사관이 중요하다. 자학의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은 절대 피해야 한다.
우리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고 억지를 부리는 주장은 이 땅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김무성 대표, 국회 최고 중진 연석회의 (10월 7일)

 

박근혜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역사 교과서에 담긴 친일과 독재에 대한 비판 의식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이라고 호도하고, 소위 긍정 사관을 통해(자긍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국정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로 서술돼 있다.

복잡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미래세대가 혼란을 겪지 않고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역사교육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5자 회동(2015년 10월 22일)

 

‘올바른 교과서’라는 표현이 인상적인데요, 일본 우익이 자신들의 교과서를 ‘새로운 교과서’라고 부른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과 ‘새로운’을 붙이게 되면 기존의 역사교과서들은 자동으로 ‘올바르지 않은’ ‘구태의연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매우 교활한 언어 혼란 전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국정교과서는 일본의 경우처럼 역사 왜곡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요? 아직 그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한 건 집필진 구성을 비롯하여 앞으로도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이고, 그 과정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 정부와 새누리당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국정교과서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분간은 끝없는 여론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가지 긍정적인 건 국정교과서 반대에 기성세대만이 아니라 젊은 세대, 특히 현행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이 대거 가담했다는 점입니다. 역사 교과서의 실질적인 이용층이 학생들이라는 면에서 이들의 높은 반대 여론은 교육 현장에서 국정교과서가 어떠한 취급을 받게 될지를 예상해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척도입니다. 수용자가 외면하는 상품은 그것이 무엇이든 존재의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수용자의 요구에 충실한 대안 상품이 나오는 게 이치겠지요. 마지막으로 교육부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긴 한 고등학생의 의견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 학생은 박근혜 대통령의 우려와 달리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이 충만하다고 하네요.

“나는 부패한 정권들을 직접 갈아치운
우리 민중들의 역사가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서 그동안 역사수업을 받으며 실망했던 대상은
부정한 정권이었지 우리나라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웠습니다.

무엇이 두려워서 역사를 바꾸려 하시나요.
과거가 부끄럽고 더럽다 해서
무작정 덮어놓고 숨겨버리면 되는 건가요?

그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
저희 학생들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게 ‘진짜 자긍심’이 아닐까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총재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수, 2015/11/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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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언론에서 오바마의 노조지지 발언이 여러차례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9월 8일 노동절 연설에서는 매우 노골적으로 노조 가입을 권하기까지 했습니다.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

-2015년 9월 8일 노동절, 오바마 연설-

발언 내용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한 나라의 대통령, 그것도 미국의 대통령 발언치고는 낯선 느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쏟아져 나오는 느낌도 들고요. 하지만 오바마가 노조 지지를 부르짖는 데는 오래된 이유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미국의 ‘노조 역사’가 그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노조의 역사는 미국 ‘중산층’의 역사와 일치합니다. 노조가 흥하면 중산층도 흥했고, 반대로 노조가 쇠락하면 중산층도 쇠락의 길을 걸었죠.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노조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향상시키는데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노조의 임금인상 노력을 통해 중산층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더불어 흔히 ‘사내 복지’라고 불리는 주택, 대중교통, 의료시설 확충 등에 애쓰는 노조의 활동 역시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에 도움을 주게 되죠.

하지만 1981년 이러한 노조 활동에 강력한 제동이 걸리게 됩니다. 미국항공관제사 노조(PATCO)의 파업에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레이건이 ‘참가자 전원 해고’라는 초강수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레이건은 불과 파업 4시간 만에 레이건은 다음과 같은 경고 메시지를 보냅니다.

48시간 내로 돌아오라.
그렇지 않은 관제사는 모두 해고되며,
재고용은 없다.

그리고 정확히 48시간 뒤 복귀하지 않은 관제사 11,345명은 전원 해고 처리 되고 그들이 일하던 자리엔 대체인력이 투입 됩니다. 미국 노조사에 그야말로 획을 그은(?) 사건이었죠. 특히 미국항공관제사 노조는 과거 대선에서 레이건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그 충격 여파는 미국 모든 노조에 급속하게 전파 됩니다.

이후 미국 노조는 자연스레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동시에 미국의 중산층 역시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노조 가입률은 떨어지고 중산층 비율도 함께 떨어지는 것이죠. 반면 상위 10% 소득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일반 근로자 대비 대기업 총수들의 수익이 1965년 20배에서 2013년엔 무려 296배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빈부 격차’와 ‘양극화’가 심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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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바로 이 ‘쇠락한 중산층’의 회복을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대통령입니다. 당연히 중산층 쇠락의 주요 원인인 쇠락한 노조의 회복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노조의 쇠락을 그대로 둔 채로 중산층 회복을 이룰 수는 없음을 미국의 역사가 증명하고 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우리사회가 처한 빈부 격차 증가와 양극화 그리고 중산층의 몰락은 노조의 쇠락과 맥을 함께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언론들은 노조 부흥을 이야기하기는커녕 노조를 여전히 경제 성장의 걸림돌인 것처럼 묘사합니다. 심지어 여당의 대표는 노조가 쇠파이프만 휘두르지 않았다면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되었을거라며 노조 혐오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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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하고 이는 OECD 최하위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언론은 드뭅니다. 그래서일까요? 마치 노조가 없어지면 행복해질 것처럼 생각하는 ‘노동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마도 노조가 없으면 파업도 없을 것이고, 파업이 없으면 대기업이 성장할 것이고, 대기업이 성장하면 국가 경제도 성장해서 그 덕에 자신도 부를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일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렇게만 되면 하늘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부가 뚝 하고 떨어질까요? 그에 대한 답은 오바마의 발언으로 대신해 봅니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에서는,
이 나라를 성장시키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은
백만장자, 억만장자의 세금을 깎아주고
금융기관과 오염원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그러고 하늘만 올려다보면서 어딘가에서
번영이 뚝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식이다.

-2015년 9월 8일 노동절, 오바마 연설-

수, 2015/11/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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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승무원 채용 공고.
‘1년 계약, 향후 정규직 전환’
‘현 공무원급 후생, 복지 제공’
– 당시 고속철도 준비사업단장 –

이는 ‘준 공무원’에 해당하는 굉장히 좋은 조건. 당연히 대부분 여승무원들은 이 말을 믿고 KTX 승무원 시험에 응시한다. 이로 인해 당시 경쟁률이 무려 13:1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입사 2년이 지나도록 정규직 전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비정규직이란 불안한 신분 속에서 부당한 대우와 열악한 처우를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 만이 지속된다. 결국 2006년 3월 KTX 승무원들은 애초의 약속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280명 전원에 대한 정리해고 통보. 바로 그 때부터 평범했던 20대 중반 승무원들의 삶은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라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전에는 비정규직이 뭔지 알려고 들지 않았던,
아니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단정해버렸는데
마치 이전의 나를 비웃듯 나의 일이 되어버렸다.
파업을 통해서 사회를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나와 상관없는 일들에는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적당주의자였던 내가
이제는 정당한 일에 대해서는 소리내어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이 투쟁이 승리할 거라고 확신한다.
– 해고승무원 최소영

하지만 세상의 시선은 차가웠다. 억지로 떼를 쓴다거나, 더 열악한 비정규직도 많다거나, 심지어 공사 정직원이 되고 싶으면 공부해서 시험을 보라는 말까지 응원의 말 못지않게 마음을 할퀴는 말들을 듣게 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이 또렷이 시선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다름 아닌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이었다. 기륭전자, 이랜드, 코스콤 등의…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극한의 방법을 통해 호소해도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토록 처절하게 저항해도 잘 굴러가는 이 사회에 절망한다.
– 서울역 고공농성에 들어가며, ktx 승무원

파업을 시작하고 3년이 지나자 300명이 넘던 인원이 34명으로 줄게 된다. 그 34명이 시작한 법정 싸움. 천만 다행히도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2년 만에 승소한다. 비록 30대로 접어든 나이였지만 복직을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복직을 기다리며 그동안 미뤄두었던 연애, 결혼, 출산 등 일상의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무려 4년이 지나서야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다. 심지어 1,2심을 뒤집는 패소 판결. 더구나 2심 승소로 4년간 받은 1인당 8,640만원의 임금을 반환하라는 판결까지 내려진다. 10년을 길거리에서 투쟁하던 이들에게 1억에 가까운 돈을 다시 토해낼 여력은 없었다. 결국 한달 뒤 이를 비관한 동료 한명이 세 살배기 아이를 남겨 둔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스물다섯에 KTX 승무원이 되어
스물일곱에 해고돼
서른여섯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녀를
우리는 가슴에 묻었다.

하지만 33명의 KTX 승무원들은 10년을 섰던 그 자리에 여전히 서 있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서울역과 부산역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비록 패소했지만 싸워야 할 이유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저희가 돌아서고 만다면 우리는 하나의 선례가 되거든요.
‘쟤네들 봐라. 10년이나 싸웠는데도 결국에는 다 뿔뿔이 흩어지고 지지 않았냐?
너희들도 저거 보고서 입 다물고 그냥 시키는 대로 일이나 해라, 주는 돈 받고.’
이런 선례가 되고 싶지는 솔직히 않았습니다.
– 김승하, KTX 승무지부 지부장

우리 새로미에게 차별 없는 세상을 보여주려
지난 10년 간 열심히 노력한다고 했지만,
앞으로 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너에게 보여주게 될까봐 걱정이 앞선단다.
하지만 새롬아.
엄마와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33명의 이모들이
우리 새로미와 형, 누나들이 차별 없는 세상을
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는 거 알고 있지?
엄마에게 힘을 주렴.
– 2015년 여름. 해고승무원 김영선 씨가 태어난 딸에게 쓴 편지 중에서

수, 2015/12/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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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과 달리 과거엔 정치를 소재로 한 ‘정치 풍자’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 시작은 87년 민주화 항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전국민적인 민주화 열기 속에서 여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후보조차 자신을 코미디의 소재로 삼아도 좋다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오랫동안 억눌렸던 민심이 민주화 열기와 함께 폭발하면서 권력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정치 풍자 프로그램도 가능해 진 것입니다.

이후 각 방송사들은 앞 다투어 정치 풍자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가상의 대기업 비룡그룹이 등장해 인사비리, 불법선거자금 등을 비꼰 KBS <유머 1번지>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공자’ 대신 ‘탱자’를 등장시켜 세상의 어리석음을 꾸짖던 KBS <유머 1번지> ‘탱자 가라사대’ 등 그야말로 정치 풍자 프로그램의 전성시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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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리 잡은 정치 풍자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서 점점 더 과감해지고 세련되어지게 됩니다. 정치인의 성대 모사가 붐을 이루었던 1990년대를 거쳐, 대통령을 비롯해 각종 정치 사건까지 다루는 2000년대까지 정권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꾸준히 발전을 거듭합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치 풍자 프로그램은 서서히 퇴조하기 시작합니다. 소위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이후 언론이 친 정부적 성향을 띄게 되면서 현 정부를 포함한 권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조는 박근혜 정권 들어서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최근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인 ‘민상토론’이 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게 단적인 예입니다. 프로그램에서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대응을 풍자한 것을 두고 ‘품위 유지’ 조항을 위반했다며 징계 조치를 한 것입니다. 하지만 민상토론에서 표현한 풍자의 수준은 이미 모든 언론, 심지어 친 정부적 성향의 언론들에서조차 정부를 비판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과도한 징계 조치였던 셈이죠.

국민 예능이라고 하는 무한도전 역시 징계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무한도전의 징계 사유는 좀 더 황당한데요, 메르스 감염예방 기본수칙을 말하면서 ‘낙타’ 앞에 ‘중동지역’이란 표현을 빼먹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심의규정 14조인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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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코미디와 예능 프로그램이 각각 ‘품위 유지’와 ‘객관성’이란 이유로 징계를 받은 셈입니다. 품위 유지와 객관성이 과연 코미디와 예능 프로그램에 이토록 엄격하게 적용되어질 잣대일까 의문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이 두 가지 잣대를 가장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엔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요즘 시사 프로그램에선 패널들의 ‘막말’이 그야말로 대유행입니다. 특히 종편에서 제작하는 수많은 시사 프로그램들엔 신뢰도가 낮은 패널들이 등장해서 출처가 불분명한 말들을 격한 표현을 섞어 이야기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당연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징계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패널들이 징계 기간이 지난 이후 다시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막말을 이어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얼마 전 한 패널은 연합뉴스 TV의 뉴스에 등장해서 박원순 시장의 메르스 대응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막말을 합니다.

쿠데타고 내란음모다.
옛날 같으면 삼족을 멸하는 그건데,
뭘 믿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연합뉴스TV, 6월 28일-

이 패널은 지난해 모 종편에서의 막말로 이미 한 차례 징계를 받았던 인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종편들은 자사 시사프로그램에 그를 계속 출연시켰고, 그는 계속해서 막말을 하게 됩니다. 결국 종편들은 해당 인사의 막말 사고를 방치 내지 조장한 셈입니다. 민언련에서 해당 방송 내용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요청을 했다고 하니, 과연 방심위가 코미디와 에능 프로그램 이상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 <권력과 풍자>에 등장하는 한 구절로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자유롭게 막말이 오가고, 코미디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풍자조차 금지되는 이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더불어 풍자를 금지했을 때 우리가 무엇을 놓치게 되는지에 대해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풍자가 기승하는 시대는
탄원도, 읍소도 무력한 소통 불가능의
역행적이고 퇴행적인 시대와 겹친다.

몸이 아픈 것이
몸의 이상 현상을 알리는 신호이듯,
풍자는 사회의 이상 현상을 알리는
경계 신호이다.

음란하고 음험한 비속어와 풍자가 팽배한 시대는
그만큼 많이 ‘아픈’ 시대이다.
– 『권력과 풍자』中 –

수, 2015/07/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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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집회에 나와 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향은 대한민국의 어느 곳이 맞지만, 그 분들이 실제로 터를 이루고 산 곳은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정착하게 된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타국입니다.

대부분 10대 중반에 끌려갔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가 60대 후반이니, 할머니들의 타국 생활은 50년이 훌쩍 넘습니다. 채 20년도 안 되는 한국 생활과 비교가 안 되는 긴 기간입니다. 타국이라기보다는 그곳이 할머니들에겐 사실상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곳엔 50여 년을 함께 한 가족들이 있습니다. 정든 이웃들도 많습니다. 할머니들은 그런 가족들, 이웃들을 뒤로 하고 한국에 홀로 귀국을 한 것입니다. 말이 귀국이지 할머니들 입장에서 보면 ‘정든 고향’을 남겨두고 ‘낯선 고국’으로 떠난 셈입니다. 더구나 귀국의 이유도 평생을 상처로 가슴에 품고 살았던 이야기를 만천하에 공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이번 편의 제목은 ‘할머니들의 용감한 귀국’입니다.

저번 때 중국에 가니까 이웃들이
할머니, 한국에 가지 말라니까, 자꾸 가더만 테레비 보니까
할머니 이렇게 이렇게 (주먹을 들고 구호 외치는 흉내를 내고 웃으며) 하더만
그 주먹질 하자고 갔느냐고 하잖아.
– 이옥선 할머니(88) –

이 정부를 위해서 아들 딸 놔두고
나도 여기 나와서 있어.
그렇지만은 이거는 내 쪼끄만 가정이고 나라가 없으면 나도 없다.
나라가 없으면 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슨 재미가 있나.
– 강일출 할머니 –

수, 2016/01/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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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선 총리에 오른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는 주류 언론을 완전히 장악한 후, 이를 바탕으로 기득권 보수 우파의 장기 집권을 착실하게 마련해 나갑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무슨 대단한 비책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저 정부의 실정에 대해 언론이 철저하게 침묵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더불어 국민들의 관심을 비정치적 영역으로 돌려놓는 것을 병행합니다. 반민주적인 정권이 늘 사용하는 익숙한 방식입니다. 효과적인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 때 국민들의 분노를 신랄한 정치 풍자로 해소해 준 한 명의 코미디언이 있었으니, 그가 다름 아닌 ‘베페 그릴로’입니다. 과거 TV에서 전 총리를 비판했다가 퇴출을 당했던 사람이죠. 그는 이후 TV 밖에서 공연 등을 통해 시민들을 직접 만나며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언론에 불만을 품은 국민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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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0년 블로그 개설을 기점으로, 베페 그릴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 때부터 베페 그릴로와 그의 블로그는 단순히 팬덤 성격을 넘어 기성정치에 분노한 시민들이 모이는 포스트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죠.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에서 서로를 알게 된 사람들은 어느덧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고, 각 지역별 단위 모임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2005년에는 전국적 그룹 활동으로 급성장을 합니다. 급기야 2년 뒤인 2007년엔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며 그릴로와 함께 무려 200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2008년 총선에서 베를루스 코니에게 3선 총리의 자리를 내어주고 맙니다.

결국 베페 그릴로와 그의 친구들은 기성 정치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서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새로운 정치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데요, 그것이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이탈리아의 ‘오성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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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치는 거칠게 요약하면 대의민주주의와 미디어 정치로 대변될 수 있습니다. 이는 거꾸로 말해 대의된 체제 상층부와 언론을 장악하면 민의를 좌지우지 하거나, 심지어 민의에 반하고도 권력을 장악 및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변화시키려면 이미 장악된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으론 부족하고,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거나 제도권 언론의 힘을 빌지 않고도 공론의 장을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이와 같은 정치 운동이 시도되었었는데요, 오성운동 역시 그러한 맥락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단 1부에서는 오성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까지의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현실과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흥미로우실 겁니다.

수, 2016/05/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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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와 좌절감은 대개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시작된 오성운동은 오히려 적극적인 정치참여로 나아가게 됩니다. 여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인터넷과 베페 그릴로라는 유명 인사였습니다.

베페 그릴로의 블로그는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불만을 인터넷으로 모아내는 구심점 역할을 합니다. 그렇게 블로그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이더니 2009년 10월엔 급기야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정당을 만듭니다.

정당 ‘오성운동’은 기성 정치권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국민들, 즉 자신들에게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새로운 목표 다섯 가지를 제시합니다.

1. 공공수도
2. 인터넷 접속권리
3.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4. 지속가능한 개발
5. 생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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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는데, 역시 이데올로기를 떠나 일상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제도권 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도 다수입니다.

‘국회의원 임금을 일반 노동자 임금 수준으로 삭감’
‘국회의원 2선까지만 허용’
‘국회의원들에게 헌법교육 및 시험 의무화’
‘전 국민 인터넷 무료 사용’
‘전 국민 기본소득 보장’
‘근로시간 20시간으로 단축’

당연히 기성 정치권은 좌우 가릴 것 없이 오성운동의 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물론 정책들이 일부 어설픈 지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정책들은 인터넷을 통해 3년간 이어진 토론과 투표, 나아가 전국 1,000여 개의 지역 모임 50만 명의 참여자들이 토론과 투표의 결과입니다. 기성 정치권이 흔히 이야기하는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정책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정책들을 만든 오성운동 당원들은 2013년 총선 정당 후보로 직접 나섭니다. 인터넷을 통해 입후보한 예비 후보들은 역시 인터넷을 통한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이 됩니다. 그리고 선거 결과 놀랍게도 870만 표(전체 유권자의 1/4)를 획득합니다. 무려 163명이 국회의원에 당선이 됩니다. 스튜어디스, 싱글맘, 남자 간호사, IT 기술자 등 정치 경험이 없는 30~40대 국회의원들이 무더기로 당선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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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치경험이 없다 보니 기성 정치 안에서 미숙한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됩니다. 총선 이후 언론으로부터 모호함, 부적절함, 무능력함 등에 대해 지적도 받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성운동은 대의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직접 민주주의’라는 방식을 동원해 성공을 이뤄낸 대표적인 운동임에는 분명합니다.

기득권 정치세력이 거대 미디어를 장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민 여론을 호도하여 장기집권을 도모하는 방식은 이탈리아만의 사례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08년 소위 ‘미디어 악법’을 통과시켜 유사한 방식의 전략을 구사했던 사례가 존재합니다.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기도 합니다.

이 때 인터넷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유통시켜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 됩니다. 이 속에서 시민들은 자신과 같은 의견을 지닌 이들이 적지 않음을 확인하고 용기를 내게 됩니다. 오성운동은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까지 나아갔습니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보완은 다름 아닌 ‘직접 민주주의’ 강화라는, 사실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해답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참여다.
대표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터넷 댓글 중에서

수, 2016/06/0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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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 수호를 위해 MB정권의 낙하산 사장 선임에 맞서 싸우다 해고됐던 YTN 기자들이 해직 3천일을 맞았습니다. YTN과 MBC 등 해직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진혁 감독의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은 1월 12일 개봉합니다.

금, 2016/12/2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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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웅, 권성민, 박성제, 박성호, 이근행, 이상호, 이채훈, 정대균, 정영하, 최승호(이상 MBC), 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이상 YTN), 조상운, 황일송(이상 국민일보), 이정호(부산일보), 정찬흥(인천일보), 이은용(전자신문).

이들은 이명박근혜 정부 기간동안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다 부당하게 해고된 언론인들이다. 일부는 지리한 법정 다툼 끝에 승소해 복직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많은 언론인들이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김진혁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은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정부의 언론 장악 과정과 이로 인해 붕괴된 저널리즘을 담았다. 특히 공영방송 MBC와 YTN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이 벌인 투쟁의 역사가 반영됐다.

지난 2012년 KBS·MBC·YTN·연합뉴스·국민일보의 연대파업은 그동안 권력과 자본 앞에 고개를 숙였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었다. 파업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고, 이명박근혜 정부 7년간 한국의 언론자유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해고자 21명을 포함해 정직, 감봉, 대기발령 등 모두 470여명의 언론인이 징계를 받았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6 언론자유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33점으로, 조사 대상 199개 국가 가운데 66위를 기록했다.

 4일 현재 해고 3013일째를 맞은 현덕수 기자는 지난 3일 서울 CGV 왕십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YTN의 파업 투쟁은 우리가 공정한 보도를 계속 할 수 없다는 부끄러움에서 시작됐다”며 “해고된 지 8년 3개월이 지나도록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제가 이 직업을 택한 업보라고 생각하고 파업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은 “요즘 MBC를 향한 국민들의 비난이 아주 거세다. 거셀수록 꼭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며 “MBC와 YTN이 마봉춘, 윤택남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언론인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주문했다.


 

취재 : 황일송, 김도희(연수생), 유승현(연수생)

촬영 : 정용훈

편집 : 박서영

 

수, 2017/01/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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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너의 죄를 또 사하노라?

“경제사범을 풀어줘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발상은 언제나 새롭다. 성범죄자들을 풀어줘서 여성들이 안심하는 나라를 만들자.” -트위터리안 ID ‘leejaehun80′

경제사범 특별사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타파스극장 : 국정원 해킹대작전

올 여름을 강타할 SF 스릴러
“우리는 네가 올 여름 할 일까지 알고 있다” ★★★★★
“카카오톡의 강렬한 쓴맛!” ★★★★☆

3.타파스클립 : 검열의 시대

“왜 안돼? 이번엔 내가 고른 영화 보자며.”
“상영하는 곳이 없는데 어떡해 그럼.”
“…….”

무슨 영화를 볼지 고민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아니라 배급사가 고릅니다.

금, 2015/07/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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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맷값 폭행의 현실적인 결말

영화 ‘베테랑’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알려진 2010년 ‘맷값 폭행 사건’.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 최철원 씨가 SK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2천만 원을 건넸습니다. 영화의 통쾌한 결말에 비해 현실은 과연 얼마나 달랐을까요?

2.관절기의 고수

자해공갈ㄷ…아니 피해 주장 경찰관은, 매달 평균 6, 7명의 시민을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한 전력이 있습니다. 이어 검찰은, 부부 각각을 위증으로 기소하여, 부인은 교사직을 박탈당하고 화장품 공장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3.전교 3등이라고? 노오력이 부족하다

하루에 열두시간을 공부하고도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잠시 쉴 때면 불안+ 초조함에 시달린다면?? 당신은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학생입니다ㅠㅠ

금, 2015/09/0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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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일베'와는 다르다

한국 사회 변화의 새로운 에너지

 

정태석 전북대학교 교수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헬조선, 헬조선 연구소, 헬조선 뉴스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들이 생겨나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의, 공정성, 합리성, 공존의 가치가 외면받고 있는 답답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고, 조롱하고 냉소하는 글들과 기사들이 가득하다.

 

헬조선은 지옥을 의미하는 '헬(hell)'과 전근대 왕조 사회인 '조선'의 합성어이다. 한국 사회가 지옥 같기도 하고 조선 시대처럼 전통적 신분 사회처럼 꽉 막혀있기도 하다는 말이다. 한국 사회가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런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없는 암울한 사회를 만들어 놓았으니 기성세대가 크게 반성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기성세대가 돼버린 40대 후반, 50대 초반 세대는 소위 '민주화 세대'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 세대 역시 지옥 같은 암울한 사회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1980년 '서울의 봄'을 군사 쿠데타로 무참히 짓밟아버린 전두환 군부 세력의 독재 하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던 많은 젊은이들은, 민주주의의 새벽이 올 것 같지 않은 현실에서 울분을 터트리며 분노하고 또 좌절했다. 비록 젊음을 무기로 민주주의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았지만 그 시절은 그렇게 정치적으로는 암울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경제적으로는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에 취직하거나 먹고살 걱정을 크게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 세대는 정치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민주화된 사회에 살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얻기가 어렵고 소득이 낮아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는 암울한 현실에 놓여있다. 게다가 민주주의가 발달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온갖 불법과 부정행위가 판치고 있고 비합리적인 관행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문화적으로도 권위주의적, 위계적, 차별적이며 세속적 이익에 몰두하는,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가치와 태도가 지배적이다. 그러니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해 수평적, 다원적, 합리적인 가치를 익힌 젊은이들에게 한국 사회가 어찌 '헬조선'이라 불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젊은 세대의 좌절은 당장 좋은 일자리를 얻기 힘들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사교육이다 보충 수업이다 하면서 치열한 성적 경쟁, 입시 경쟁 속에서 힘들게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또 대학까지 졸업을 했지만, 고생한 만큼의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또 미래도 없어 보이는 것이다.

 

부자들이 사는 아파트의 용역 경비 업체 소속 경비원이 아파트 주민에게 인격 모독을 당하고, 복지 사각지대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등 차별과 무시와 무관심이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사회, 그리고 경찰, 검찰, 사법부가 여당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를 회피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도 야당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사소한 범법 행위에 대해서조차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등, 권력에 의해 법의 공정성이 무너져버린 사회, 나라에 충성한 사람보다 정권에 충성한 사람들이 더 떵떵거리며 대접받는 사회, 재벌가 자녀들이나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직원들, 승무원들에게 온갖 권세를 부리며 갑질을 해대는 사회, 권력가의 자녀들이 군 복무, 취업 등에서 특혜를 받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쟁이 판치는 사회, 이런 사회가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민주화를 성취했던 기성세대는 민주화 이후 사회를 돌보려고 하기보다는 부동산 투기 등 불로소득 추구, 자녀 사교육 투자, 성적 및 취업 경쟁 등 세속적 성취와 성공을 위한 이기적 경쟁에 몰두했고 점점 스스로 기득권 세력이 돼갔다. 그렇게 미래를 외면하는 동안 한국 사회는 재벌 중심, 고용 불안정, 불공정한 분배, 비정규직 증가, 소득 양극화 등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사회 문제들을 안고 있는 사회가 됐다. 경쟁에 내몰리는 사회, 약자들을 짓밟는 사회, 신뢰 없는 사회, 결국 젊은이들이 좌절하도록 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권위주의적, 위계적, 보수적 태도를 보이면서 젊은이들을 비난하는 '꼰대'가 됐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개인주의, 나약함, 예의 없음을 탓하지만, 알고 보면 이들은 기성세대를 보고 배운 것이니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나무라기 전에 스스로 젊은이들에게 어떤 본보기가 됐고 어떤 미래를 걱정했는지를 반성해보아야 한다. 정의도, 공정함도, 합리성도, 인권도, 복지도, 공동체적 가치도 사라져버린 사회, 미래 세대를 걱정하고 배려하지 않는 사회가 바로 젊은이들 눈에 비친 현재의 한국사회인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불만과 좌절이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터져 나왔던 사례를 알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일베 현상'이다. 일베에 가담했던 젊은이들은 온라인상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기도 했고, 세월호 관련 농성 현장에 나타나 농성하는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며 집단 행동을 하기도 했다. 철없는 젊은이들, 고등학생들의 감정적 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극단적이고 조직적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은 사실 젊은 세대의 좌절과 욕구불만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신성한 것, 고귀한 것의 권위를 무너뜨림으로써 좌절된 욕구와 불만에 대한 대리만족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그 밑에는 '민주화 세대'를 비난하고 조롱하려는 정서가 깔려있었다. 기성세대는 민주화 이후 좋은 시절을 맞아 존중받고 또 대접받으며 살고 있지만, 정작 그들의 자녀인 자신들은 더 심한 입시 경쟁, 일자리 경쟁에 내몰리며 무시당하고 비교당하면서 심적인 불안과 좌절과 무기력 속에 살고 있으니 기성세대가 좋게 보일 리가 없다. 말하자면 잘난 척하는 꼰대의 모습이 보기 싫은 것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헬조선' 현상도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절망스러운 현실에 대한 젊은 세대의 좌절과 분노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일베' 현상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헬조선'은 나름대로 냉정한 현실 분석에 기초해 조롱하고 냉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베'와 다르다. 일베가 보수적, 공격적 논리 속에서 기성의 도덕적 권위에 대한 감정적 공격과 비윤리적 자기 정당화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고자 한 것이라면, 헬조선은 나름대로 합리성과 공정성의 잣대를 가지고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사회에 대한 사회 구조적 분석을 하면서 자신들의 불만과 좌절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정치적으로 더 진보적이다.

 

겉으로는 성장했지만 재벌 중심의 부의 편중과 양극화로 경제적 기회가 제한돼 있는 한국 사회에서 다수의 젊은이들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안정된 직장과 경제적 여유가 없다 보니 미래를 계획하기가 어려워 결혼도 출산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그래서 이들은 '삼포 세대'나 '오포 세대'로 불린다. 그런데 이것은 저항의 몸짓이기도 하다. 미래가 없는 현실에서 자신의 아이들도 좋은 일자리를 가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에 아이를 낳아서 자본가들, 부자들 등 기득권자의 노예로 살도록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좋은 일자리도 없는 데 아이를 낳으라고 하니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그래서 심지어 한국을 떠나는 것이 꿈이 됐다.

 

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 살아온 이들에게는 기성세대처럼 민주화라는 고상한 이상도 없고, 불합리한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힘을 합칠 수 있는 조직적 기반도 없다. 그저 예능과 소비로 즐거움을 얻고, 결혼 기피, 출산 거부 등으로 개인적인 저항을 하며 사회를 경멸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고 현실을 개혁할 힘도 없는 젊은이들로서는 그저 '헬조선'으로 사회를 냉소하면서 좌절감을 표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헬조선에서 벗어나려면 기성세대가 미래를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도 공범이라는 성찰적 태도를 지녀야 하는 것이다. 헬조선에서 벗어나려면 비판적 젊은 세대와 성찰적 기성세대의 공감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성세대가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책임 있는 개혁 주도 세력으로 나설 때 사회도 좀 더 살만하게 될 것이고 젊은이들도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헬조선'을 말하는 젊은이들은 분노하고 조롱하고 좌절하고 냉소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정의와 공정성, 합리성의 잣대를 가지고 냉철하게 사회 부조리를 분석해내고 있어서 공감의 여지는 크다. 기성세대가 이들의 분노와 좌절에 공감하고 자기성찰을 통해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젊은 세대의 불만과 증오의 감정은 새로운 변화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경제 개혁, 노동 개혁, 규제 개혁, 교육 개혁 등 온통 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기득권의 유지에 혈안이 돼있다. 우리는 개혁이라는 말에 현혹돼서는 안 되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어떤 개혁인지를 따져야 한다. 개혁으로 부의 분배를 공정하게 하는 것인지, 시장 경쟁이 시장권력의 통제를 통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인지, 노동의 대가를 공정하게 지불하도록 하는 것인지, 일자리가 세대별로 적절하게 배분되도록 하는 것인지, 복지 제도가 누구든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의 정치적 선택이 헬조선을 유지할 것인가 변화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주기 때문이다. 기득권자들, 부자들을 더 배부르게 하는 정치 세력을 교체할 때 헬조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지금 젊은 시민들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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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수, 2015/09/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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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노사정 야합은 노동의 지옥문을 열었다.


이미 한국사회는 밀림이다. 고통의 등급을 매기는 사회의 안전망은 부재하다. 노동권이 생존의 밧줄이다. 그런데 노동자로 살아가기 척박하다. 일자리는 부족하고 좋은 일자리는 천운이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권리를 유보한지 오래되었다. 자본은 순응하는 노동자만을 선호한다. 권리 요구는 이미 조직된 노동조합 구성원들에게도 위태롭다. 더 어디로 내 몰릴 곳도 없다. 이런 마당에 노사정이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의 노동 지옥문을 열었다.

 

무권리 상태로의 역행, 9.13 노사정 야합

9.13 노사정 야합은 무권리 상태로의 역행이다. 임금 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자유로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일반해고 확대 제도화, 비정규직 법 개악을 통한 비정규직 확대. 노동시간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임금 피크제 도입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노동자의 단결할 권리, 안정된 삶을 살 권리의 박탈이다. 또한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는 해고 조건이 완화 뿐 아니라 기업에 기준에 맞춰 노동자를 경쟁시키고,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9.13 야합은 스스로 뭉치고, 연대하지 못하게 파편화 시키고, 기업에 맞게 노동자를 길들이려는 자본과 정부의 꼼수이다. 이에 발맞춰 새누리당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 근로자법, 파견 근로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여, 따뜻한 근로환경을 만들어 주는 노동시장 선진화법이라 스스로 자화자찬 하지만, 저임금과 고용의 불안정성을 더욱 확대시키는 법안일 뿐이다. 더 쉽게, 더 많은 노동자들을 무권리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노사정 야합의 핵심이다. 국가와 자본이 함께 나누고 책임져야 할 사안을 노동자 개별의 문제로 떠넘기며, 기업과 정권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본질이다.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화려한 포장지 안에는 권리가 박탈당한 노동자들의 삶이 존재할 뿐이다.

 

노사정 야합은 폐기 되어야 한다.

노동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노동하려면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 현실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왜 삶을 포기하는지, 왜 행복하기를 포기하는지, 왜 권리를 포기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노예가 되지 않았기`때문이라며 정권과 자본은 답한다. 9.13 노사정 야합은 이제 더 이상 `희망`을 갖지 말라 선언한다.

 

노사정 야합은 그야말로 `헬조선`에 진정한 `헬게이트`가 열리는 길이다. 지금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권리의 박탈이 아니라 권리의 확대이다. 노동권에 대한 고려 없는 노사정 야합은 당장 폐기 되어야 한다.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서는 달라지지 않는다. 진정한 노동개혁은 자본과 정권의 체질 개선 및 욕심 줄이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9.13 이후 각계각층에서 노사정 야합/노동개혁의 문제점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9.23일 총파업을 준비중이다. 노사정 야합/노동개혁을 규탄하는 움직임에 지지를 보내며, 인권단체 역시도 노사정 야합 폐기를 위해 함께 할 것이다.

 

2015922

인권단체연석회의(*), 국제민주연대, 광주인권운동센터,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상행동장애와여성마실, SOGI법정책연구회, 연분홍치마, 유엔인권정책센터,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교육 온다, 인권운동공간’,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사람, 장애여성공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인권단체연석회의 참여단체는 아래와 같음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광주인권운동센터,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새사회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안산노동인권센터,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인권연대, 인권교육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DPI,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K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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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5/10/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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