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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정규직이란 게 뭔지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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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정규직이란 게 뭔지 알고 계신가요?

익명 (미확인) | 수, 2015/12/02- 16:14

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기획연재]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② 정규직이란 게 뭔지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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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친구들하고는 연락이 잘 안 돼요.”

경영학을 전공하고 서울의 한 공공기관 총무팀에서 일하는 20대 중반 남성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반 년 넘는 인턴 기간을 거쳐 어렵사리 정규직 자리에 채용돼 2년째 일하고 있는 그에게 “대학 친구들 중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경우도 많은가?”하고 물었을 때, 그는 “그럼요.”라고 바로 답했다.

“요즘은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업 자체가 드물어요. 일단은 계약직으로 시작해야 하는 데가 워낙 많다보니까 그 전까지는 ‘비정규직 취업’을 생각도 안 했더라도 일단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문제는 언제 정규직으로 전환될지 기약이 없다는 거예요.”

그렇게 취업한 친구들이 직장에 만족하고 있는지를 묻자 그는 “솔직히 그런 것 묻기도 껄끄럽고 해서 잘 안 만나게 된다.”고 했다. 정규직‧비정규직이 하나의 사회 계층이 된 것 같은 풍경이다.

“기업 규모보다 정규직을 원한다”는 구직자들

취업 포털 ‘커리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구직자들은 기업 규모보다 정규직 여부를 더 중요시한다. 2010년 1,200여명의 구직자에게 “대기업‧공기업 비정규직과 중소기업‧벤처기업 정규직에 모두 합격했다면 어느 쪽으로 취업하겠는가?”를 묻자 77.4%가 중소‧벤처기업 정규직을 택한 것이다. 그 이유(복수응답)는 ‘고용 안정이 중요해서'(64.4%), ’정규직의 대우가 좋아서‘(38.1%), ’발전 가능성이 커서‘(22.5%) 등이었다. 이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이 어떤 의미인지를 유추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규직’이라는 건 법적인 개념이 아니다. 언론에도, 정부 정책에도, 대통령 후보 공약에도 늘 등장하기 때문에 실체가 분명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정규직’이라고 명실상부하게 알려진 곳조차 일자리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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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제대로 해 보기 위해 세 명을 만났다. 드라마 ‘송곳’, 영화 ‘카트’의 실제 배경인 2007년 홈에버 대량 해고 사태 때 노조 사무국장이었던 홍윤경 영등포산업선교회 비정규직선교센터 사무국장,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청년 일자리 실태를 알기 위해 지난 6~8월 20~30대 여성 20명을 집중 인터뷰 한 한국여성민우회 류형림 활동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규직‧비정규직의 구분으로 고용 현실을 바라봐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정규직을 달라면 ‘무기계약직’을 받는다

“2007년 파업 당시에 홈에버 정규직 초임 연봉은 1,500만원, 비정규직 연봉은 1,000만원이었어요. 8년 전이긴 하지만, 업무 강도에 비해 분명히 낮은 수준이죠. ‘비정규직 해고하지 말고 정규직 전환하라’고 512일 파업한 끝에 전환이 되긴 됐는데 ‘무기계약직’이었어요. 연봉은 100만원 올라서 1,100만원이 됐죠.”

2007년 7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2년 이상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서 기존 비정규직 계산원들을 대거 해고하려던 홈에버는 결국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긴 했지만 ‘그대로’ 들어준 것은 아니었다. ‘무기계약직’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전환해줬을 뿐이다. 그렇지만 “정규직 전환이 안 됐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무기계약직’을 발명한 건 은행권이었다. 우리나라 은행 직제에는 ‘창구직’이라고도 불리는 직군이 있어왔다. 97%가 여성이었고, 종합직 행원과는 승진‧임금 등에서 분명한 차별이 있었다. 이에 대해 2004년 서울지방노동청 고용평등위원회가 남녀평등고용법에 저촉된다고 판정했다. 그러자 우리은행에서 제일 먼저 ‘무기계약직’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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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에 ‘무기계약직’을 들이밀 수 있는 이유는, 정규직은 법적으로 ‘기간에 정함이 없는 고용 계약’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기계약직’은 법적으로는 ‘정규직’과 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무기계약직은 분명 정규직과 다르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서, 말하자면 부서 통폐합과 같은 이유로도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기존 정규직에 비하면 분명 고용안정성이 떨어진다. 은행 창구직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경우 임금‧복지혜택‧승진 등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비정규직에 더 높은 임금을 준다면?

홍 사무국장은 “기업에 필요한 지속적인 업무에는 정규직을 고용하는 게 맞다”는 기본 입장 만큼은 한결같지만, 여러 사업장의 고용 현실을 접한 뒤로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가 핵심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노동자를 쉽게 쓰고 쉽게 버리겠다는 기업의 입장이 근본적인 문제죠. ‘고용안정’이 그렇게 부담스럽다면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을 채용하면서 임금을 더 주거나, 최소한 정규직과 동등하게 주면 됩니다. 그 정도 비용을 들인 만큼 ‘고용안정’을 줄인 효과를 거두면 되니까요. 그런데 기업은 부담도 줄이면서 임금 비용도 아끼고 싶어 해요. 그게 문제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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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대비되는 이유는 고용불안만이 아니라 임금과 복지혜택 차등, 그리고 마치 낮은 신분 계층인 것과 같은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 사무국장은 “만일 정규직이 아닌 경우에 임금을 더 준다고 하면 모든 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고 했다. 임금은 ‘노동력의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업은 그렇게 하지 않죠. 여러 직군으로 분리하면 통제하기가 더 쉬우니까요.”

홍 사무국장이 ‘정규직’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 건, 하청업체와 영세 사업장들의 상황을 알게 되면서다. 하청업체는 납품 물량이 없으면 일을 쉬면서 기다려야 하고, 물량이 몰리면 철야도 해야 한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도 안 된다. 회사가 4대 보험을 들여 주려고 해도 노동자가 마다하는 경우도 많다. 임금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사실이다.

“정규직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중요”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의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정규직‧비정규직에 과도한 의미가 부여된 것이 맞다”고 했다.

“노동권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 운동이 10여 년 이어지다 보니 ‘정규직은 괜찮은 일자리고 비정규직은 그렇지 못한 일자리’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임금과 고용안정의 측면에서 보면 정규직 여부보다는 기업의 규모가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청년유니온은 그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라고 할 만한 대기업‧금융기업‧공기업 등 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런 자리조차도 빠르게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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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이 지난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2015 청년착취대상’을 수여한 롯데그룹 사례를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엿볼 수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207개의 온라인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평균 시급이 최저임금(2015년 기준 5,580원)에 근접한 5,907원이었고, 평균 월급은 103만원에 불과했다.

“기업을 쪼개고 사업장을 쪼개서 직원을 각각 채용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임금 수준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엄연히 ‘롯데그룹’에 돈을 벌어주는 사업장인데도 직원들은 10개월 단위 고용으로 퇴직금을 못 받거나,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받거나, 심지어 주 40시간 근무를 하면서도 일용직 노동자처럼 매일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모두 기업이 노동력을 ‘비용’으로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죠.”

SC은행은 최근 전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000명 규모의 희망퇴직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신입사원을 뽑겠다지만 정규직이 아니다. 완전연봉제를 적용받고 기존 정규직과는 승급‧권한에 차등이 있는 ‘전문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이 선망하는 몇 안 되는 안정된 직장인 은행마저도 이렇게 ‘정규직’과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뒤 여간해서는 정규직을 뽑지 않는다. 평균 연령이 40대가 넘어간 곳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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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미 정규직이라는 예전 기준 그대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면서 “그러나 좋은 일자리의 기준은 분명히 존재하고, 필요하다”고 했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고용안정성과 임금, 존중이 있는 문화, 성장 가능성 등을 갖춰야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 정책이 나온다면 ”몇 개를 만드느냐?“고만 묻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어떤 일자리냐?’고 물어야 합니다.”

“대기업 정규직도 좋은 직장 아니다”

한국여성민우회 류형림 화동가는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해도 배겨내지 못 하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청년 일자리 실태 파악을 위해 20명을 집중 인터뷰 한 뒤 류 활동가는 “대기업 정규직도 좋은 일자리는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여성에게는 말이다.

“인터뷰 대상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한 것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일자리’였어요. 일단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도 생활할 수준이 돼야 하겠지만, 업무가 명확하지 않거나, 보조적인 업무만 맡기거나,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차별을 당해야 한다면 일자리에 만족할 수가 없는 거죠.”

호봉제가 없어지고 완전연봉제가 보편화되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연봉이 어떤 수준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점도 문제였다. 인터뷰 대상 중에서 기업 인사팀에 근무했던 여성은 “본인들은 모르고 있지만 같은 경력에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여성들이 연봉 200~300만원, 심하게는 500만원을 적게 받는다”면서 “연봉 테이블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회사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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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활동가는 “임신‧출산‧육아에 따른 불이익은 물론이고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뒤에 도리어 더 불이익을 받은 경우들도 있지만 사내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을 길이 없다”면서 “이런 직장에서 단순히 대기업 정규직이라고 만족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에 직면한 사람들은 더 많다. “대기업‧정규직이면 됐지, 뭘 더 바라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긴 하다. 이에 대해 류 활동가는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좋은 학교를 나왔고, 외국어 능력 등이 있는 청년에게 대기업‧정규직으로 가는 좋은 길이 열려 있을 뿐인데, 그마저도 좋은 직장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여당이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서 추진하는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에 대해서 류 활동가는 “저와 상담했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저 같은 사람은 바로 잘리겠네요”라고 하더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저성과자‘라는 낙인 하에 잘려 나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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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노동법 개정과 ‘좋은 일자리’의 관계

위에 언급한 SC은행 희망퇴직에는 꽤 많은 신청자가 몰려서 경쟁률이 높다고 한다. 최대 60개월분까지 특별퇴직금을 주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또 다른 사정도 작용한다. ‘일반해고’가 도입되면 명예퇴직‧희망퇴직 제도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기업이 정규직 직원을 해고하고 싶을 때, 명백한 징계 사유가 없다면 목돈을 일시에 주는 명예퇴직‧희망퇴직으로 유도하는 방법을 썼지만,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가능해지면 그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한 은행원은 “예전에는 명예퇴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면 ‘다른 꿈이 있어서 그만뒀다’고라도 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저성과자로 찍혀서 쫓겨난’ 사람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했다.

이밖에도 지금의 5대 노동법 개정 현안에는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결부돼 있다. 취업규칙 변경이 쉬워지면 직원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수 있고, 통상임금 범위가 좁혀지면 연장근로수당도 줄고, 퇴직금도 줄어든다. 연장수당이 줄어든다는 것은 노동시간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일이 회사를 고발하지 않는 이상 노동시간을 줄이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은 수당으로 나가는 비용의 압박뿐이기 때문이다.

취업규칙 변경 기준 완화로 호봉제는 더 빨리 사라지고 완전연봉제는 더 빨리 정착될 것이다. 노조 조직률이 낮은 우리 환경에서 완전연봉제가 확산되면 개인이 임금인상을 위한 협상력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임금근로자의 소득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월급 200만원이 안 되는 근로자가 48.3%에 달했는데, 여기서 더 정체된다면 우리 삶은 어떤 모습이 되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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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자리냐?”고 물을 준비 됐을까?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정규직 고용보호지수는 22위로 OECD 34개국 중 하위권이다. 2015년 온라인 취업정보업체인 잡코리아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정규직 직원 중 82.2%가 고용 불안을 느낀다고 했는데 이는 2006년 45.2%에서 대폭 높아진 것이었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늘 ‘정규직 과보호가 문제’라는 말이 들려온다. SC은행에서는 “당신이 나가야 청년을 (계약직으로나마) 고용한다”는 사내 방송이 나온다고 한다. 나름대로 노력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사회의 죄인이 된 분위기다.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에 매달려 온,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갖은 스펙을 쌓아 온 많은 젊은이들은 그나마도 좋은 직장이 뭔지 경험해 볼 수조차 없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고용에 대한 정책은 계속 나온다. 선거철이 되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김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어떤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냐?”고 물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희망제작소는 이 연재 시리즈와 설문조사를 통해서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찾아 가려고 한다. 다음 회부터는 노동시간‧임금‧삶과의 균형‧존중 등 세분화해서 ‘좋은 일자리’ 기준을 탐색하려고 한다. 그리고 설문조사 결과와 종합해서 ‘좋은 일자리’의 상(像)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래야 “이런 일자리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_황세원(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이우기(사진작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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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지역차별언어는 무엇일까?”

지역차별언어바꾸기 프로젝트 ‘어디사람’의 시작점이다. 주변에서 지역차별언어는 이미 사라진 개념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선행연구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반면 인터넷상에는 기사 댓글마다 ‘지역혐오’가 가득했지만 설전을 벌일 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대응하지 않았다. 멀고도 가까운 지역차별언어의 민낯은 시민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에게 지역차별언어와 관련된 경험을 묻는 작업을 두 갈래로 진행했다. 지난 6월 4일부터 30일까지 약 한 달간 온라인 설문을 통해 시민 307명의 의견을 들었고, 사전 설문 기획을 위해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121명의 응답을 받았다. 보이지 않는 맥락을 읽기 위한 사전 개별 인터뷰를 22명 진행해 총 450명의 응답을 받았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 및 지역차별언어 사례를 추려서 전한다.

넓은 스펙트럼의 지역차별

인터뷰 및 설문 결과를 봤을 때 첫인상은 지역차별언어의 스펙트럼이 무척 넓다는 점이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지역을 낮춰보는 서울 중심주의 언어부터 시작해 해묵은 지역 고정관념, 인터넷 내 혐오 표현까지. 딱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웠다. 지역차별언어는 누군가에겐 일상 속 먼지 같은 차별이고 인터넷에서 날카로운 칼처럼 휘둘러지기도 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400여 명의 답변이 우리 사회를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마치 케익의 작은 한 조각처럼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라 확인하는 정도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이 모은 지역차별언어를 발화의 맥락을 고려해 유형화하되, 언어를 유형화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 이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생활 속 실천방안 측면으로 지역차별언어 설문 결과를 살펴본다.

먼저 지역차별언어는 보편적인 경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차별을 경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설문조사 참여자의 92%(403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경험 정도의 경우 ‘가끔 경험'(2점)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는데(35%), 이는 상대적으로 지역차별이슈가 주목받지 못하는 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추측할 수 있다.

설문 참여자의 연령을 보면 20~30대가 40%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들의 응답은 전체 참여자와 비교했을 때 다른 성향을 보였다. ‘차별 경험 정도’를 묻는 질문에 전체적인 경험 정도는 평균 3점으로 큰 차이가 없어도 ‘자주 경험'(4점)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는 앞서 ‘가끔 경험'(2점)의 응답이 가장 많았던 내용과 대비되는 것이다.

20~30대는 차별 종류 역시 전체 참여자와 다른 경향을 보였다. ‘지역에 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낮게 나타난 것과 다르게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섞인 ‘중복차별’ 언어를 꼽은 게 두드러진 차이다. 단정 지을 수 없으나 세대에 따라 지역차별언어는 변화했으며, 좀 더 복합적 형태로 한국 사회에 존재한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지역차별언어의 유형화

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지역차별언어를 유형화했다. 우리 사회에 발생하고 있는 지역차별의 단면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지역차별언어를 유형화할 때 고민이 많았다. 지역 ‘차이’를 ‘차별’로 치환한 게 아닌지, 차별 혐오 표현으로서 충분한 고민이 있었는지 여전히 마음속 묵직함이 남아있다. 더욱이 일상에서 묻어나는 차별 중 지역차별과 관련한 내용이 따로 다뤄진 적이 없어 고심했다.

그럼에도 최근 차별금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고 있고, 시민이 지역차별언어에 관해 의견을 표현했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소개한다. 지역차별언어의 유형화는 여전히 좀 더 면밀한 검토가 과제로 남아있으나 지역차별언어의 맥락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역차별언어의 유형화는 맥락과 어휘에 따라 4개 분류로 나눴다. ⓛ지역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②사투리 ③서울중심주의 ④중복차별이다. 설문 답변이 명확하게 1~3번 분류에 포함하기 애매한 경우 차별이 중첩된 ④중복차별로 분류했다. 유형별로 설문 중 일부 답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소개한다.

1) 지역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충청도는 답답하지 않아? 충청도 화법 엄청 속 터지던데 너는 말 좀 빠르네?”
“춘천에 살게 됐는데 강원도 감자는 잘 먹고 있냐며…. 춘천이라는 지역명이 있는데 굳이 강원도라 칭하며 멀어서 어떡하냐며”
“전라도를 비하하는 표현이 고정된 다양한 말로 댓글에 여전히 올라와요. 타지역은 볼 수가 없는데.”

지역에 대한 차이가 실재하며 이는 차별이 아니라는 반론이 많았다. 실제로 고정관념이란 틀을 활용해 우리 뇌는 세상을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설문조사 응답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역 고정관념’의 표현을 문제 언어로 지적하였다. 우리는 왜 이 언어를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의 차별 언어>를 쓴 이정복 교수는 차별언어를 “사람들의 다양한 차이를 바탕으로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편을 나누고, 다른 편에게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드러내거나 다른 편을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언어 표현”이라고 말했다.

2) 사투리

“‘말을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충격적이었어요. 서울말로 친절히 얘기하려고 노력했었던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부산 사람인데 사투리 안 쓰네? 부산 애들은 사투리 못 고쳐. 블루베리스무디 해봐. 2의 e승 해봐.”
“최근에 일 관련으로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우연히 동향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회사 동료가 이제부터 둘이서 고향 사투리 좀 이야기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고, 일 관련으로 만난 분도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억양으로 인해 출신이 노출된다. 그래서 쉽게 타인에게 사투리와 관련한 말을 듣는다. 사투리가 매력적이라거나 서울말로 고치지 말아 달라는 등 친근하고 호의적인 태도부터 공적인 곳에서는 자제해달라거나 고쳐 달라는 등의 노골적 표현도 듣는다.

기저를 살펴보면, ‘서울말=표준어’라는 관계에서 서울이 가진 힘은 언어에도 같은 힘을 준다. 서울이기에 서울말을 써야 한다거나, 못 알아듣겠으니 고치라는 것은 그 대상을 부산이나 다른 지역으로만 바꿔도 부당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서울중심주의

“‘여기는 이것도 없네’. ‘아직도 그대로네’, ‘갈 데도 없고 심심해’, ‘심심해서 시골에서 어떻게 살아?'”
“‘경상도 사람인데, 서울사람 다 됐네요’를 칭찬 뉘앙스로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단 제가 사는 지역에 없는 인프라가 많아서 불편한 점도 많고(거기엔 그것도 없니?라는 말도 여러 번 들어 봤음) 서울에 가지 않고 시골에 사는 것에 대해 불쌍하다고 여겨지는 경험도 자주 있어요. 시골에 있으니 넓은 세상을 접하지 못해 딱하다는 시선들…? 서울에 살면서도 편협된 세상 속에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물론 서울에 가면 더 쉽고 편하게 여러 컨텐츠들과 소위 말하는 넓은 세상을 접할 수 있겠지만, 시골에 산다고 그 컨텐츠들에 접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이런 정보화의 시대에 서울이 아닌 지역에 산다고 멍청해지거나 바보 같은 선택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는 우리나라 인구 절반 이상이 산다. 경제·사회·문화적 자본도 집중돼 있다. 우리가 서울을 지리적으로 인지하기 전부터 수도이자 중앙의 역할을 해왔다. 의료, 교통, 다양한 문화적 혜택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의 경우 자연스레 지닌 특권을 깨닫기 어렵다.

이처럼 서울과 지역의 평등하지 않은 관계를 인지할 때, 우리는 그간 보이지 않던 차별언어를 발견할 수 있다. “서울 사람 다 됐네요”라거나 “너네 지역에 이거 없으니, 잘 보고 가!”라는 등 선의의 말이 누군가에게 차별의 언어로 들릴 수 있다.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낮게 보는 무의식적인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4) 중복차별

“전라도 출신이라구요? 지방대 출신이잖아요. 시골 사람이라서 등등”
“부산 살면서 먹고 살게 있나? 지방에서 일하면 월급(액수)은 제대로 받나? 지방대 나와서 먹고 살겠나? 부산사람은 무조건 ○○당 아닌가?(정치적으로…)”
“전주사람이면 비빔밥 맨날 먹겠네. 사투리 안 쓰셔서 서울사람인 줄 알았어요. 제가 사투리를 쓰니 서울분께서 제 입을 막으시며 너무 거칠다고 그런 말 쓰지 말라고 했어요.”
“서울이 아닌 지역은 ‘지방’이라고 퉁 치는 것, 미디어에 노출되는 지역의 특징으로 개인의 성격을 구분 짓는 것(충청도는 느려~ 와 같은 것?) ‘청주에도 ○○○ 있나?’ ‘사투리 안 쓰네.'”
“횡성 출신임을 얘기하면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며 어떻게 고쳤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네요. 횡성, 원주의 억양은 수도권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도시전설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강원도에선 감자가 화폐라며?’라고 말 붙이는 사람이 있었어요.”

차별언어는 차별적 현실을 반영하기에 존재하는 언어다. 중복차별로 구분한 언어가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 차별이 중첩되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무 자르듯이 나누어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방대 출신을 무시하는 언어는 학력과 지역차별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여자는 예쁜 서울말을 써야 한다는 표현은 성과 지역차별을 동시에 보여준다. 한 사람으로서 겪는 다양한 차별에 우리 사회는 경각심을 갖고 언어가 가진 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차별언어바꾸기 프로젝트 ‘어디사람’ 반환점을 돌며

‘어디사람’은 그간 진행한 시민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모아 <어디사람 워크북>(가칭)을 오는 9월 출간할 예정이다. 앞서 소개한 사례를 ‘먼지 차별’과 ‘혐오표현’ 등 크게 분류해 좀 더 쉽고, 실천적인 방안 중심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또 시민이 모은 사례를 바탕으로 미디어와 우리 현실에서 지역차별언어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무엇보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지역평등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대응언어를 직접 적어보거나,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스스로 고민과 실천할 수 있는 워크숍 형태로 구성된다.

‘어디사람’이 반환점을 돌았다. 지역차별언어에 관한 시민의 목소리는 기대 이상으로 높았고, 지역차별이라고 느끼는 발화의 시작점도 다양했다. ‘어디사람’이 지역차별을 덜어내는 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향후 미디어,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에 지역차별금지강령이나 규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방안도 좀 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글: 유다인 이음팀 연구원 [email protected]

월, 2021/08/0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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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8월 12일은 UN이 제정한 국제 청소년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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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청소년의 날은 청소년에게 문화·법적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재정된 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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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청소년이 진로를 정말 찾기 어려울까요?
희망제작소는 지역 청소년을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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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직업 체험을 탈피해 나의 가능성을 엿보는 청소년진로탐색지원 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
상상학교-내일생각워크숍-내일찾기프로젝트 등으로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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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청소년이 기획부터 참여까지 이끈 작은 실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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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의 숨은 자원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사람책
[기획①] 진로 사람책, 교실로 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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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진주 지역 파트너인 길잡이 교사 인터뷰 시리즈
[기획②] 자유학년제X내일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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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청소년 진로탐색이 궁금하다면
희망제작소 홈페이지를 찾아주세요.

수, 2021/08/1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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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역 일자리가 주목받고 있다.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도권으로 향한다. 지역에 남고 싶어도 생애 경로에 따라 나만의 커리어를 쌓기란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3일 양승훈 교수(경남대 사회학)와 줌(zoom) 인터뷰를 통해 ‘지방소멸과 청년 일자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양 교수는 저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에서 지역사회와 산업의 관계. 산업의 흥망성쇠에 주목했고, <추월의 시대>에서 80년대 시각으로 한국 사회의 성장기를 들여다보고 재해석한 바 있다.

Q. 지난 10여 년 동안 청년들의 취업 절벽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요인이 영향을 끼치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어떤 일자리를 공급했는지 살펴야 한다. ‘중위계층 청년이 취업하기 좋은 환경이었나’를 따져봐야 한다. 대개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제조업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제조업 일자리도 1990년대 이후로 비정규직화되었다. 정규직 채용도 줄어들면서 누적된 게 청년 취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학생이 늘었난 점도 들 수 있다. 2000년대쯤부터 대학진학률이 70%까지 높아졌다. 대졸 청년들은 ‘화이트칼라’인 사무직이나 엔지니어직 혹은 연구직으로 가고 싶어 하는데 이러한 대졸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졌다. 비정규직화 등 제조업 일자리의 질도 많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

Q. 실제 정부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일자리 정책을 펴고 있지만 산발적이고, 임시적이라 ‘좋은 일자리’는 아닙니다. 이에 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만들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공무원과 공기업밖에 없다고 본다. 청년취업 시장의 압박이 커지면서 공공부문에서 직접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허들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다수의 청년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두고 ‘나하고는 먼 일자리’라고 여길 정도로 장벽이 높다.
또 다른 축으로는 정부가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며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 간접 일자리다. 대표적으로 고용노동부의 디지털 일자리 사업(개발자, 빅데이터 분석가, 유튜브 제작자)을 들 수 있다. 해당 사업은 정부가 기업에 인건비 제공 및 최소 6개월 고용을 보장하는 등 기업과 대학 간 이해가 맞물려 나름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당사자인 청년이 볼 때 근무형태, 근무조건, 처우의 질이 떨어지는 간접 일자리가 많았다.
일자리 사업이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이 되는 동시에 청년은 커리어 패스를 만들 수 있는 구조여야 하는데 미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독일 사례처럼 중소기업의 현황과 기술, 직무 등을 표준화해 업데이트하며 관리‧평가한다면 학교나 지자체에서 연결하는 간접 일자리의 질도 표준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부산, 울산, 경남(이하 부울경)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제조업의 중심축입니다. 어찌 보면 청년일자리가 풍부할 것처럼 보입니다.

부울경 중 부산과 울산‧경남은 다른 양상이다. 부산은 영세기업과 중소규모 이상의 서비스업 위주의 일자리가 있지만, 임금이 열악하다. 부울경 청년 중 화이트칼라로 일하고 싶은데 수도권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아 부산으로 취직해 박봉으로 일을 시작한다.
노동시장의 공급은 많고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반면 울산‧경남은 전체 일자리를 보면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다. 들여다보면 생산직 일자리가 많고 전문직, 사무관리직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 양승훈 교수(좌)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우)

Q. 실제 현황은 어떤가요. 부울경의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일자리의 질적 전환 측면에서 보면, 생산직 일자리가 많아도 일자리의 질은 다른 문제다. 자동차 기업이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는 추세다. 생산직 인력이 필요함에도 정규직이 아닌 원하청 도급 형태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구직자가 ‘n차 하청’에 일할수록 일자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열악해지고 있는 셈이다. 주로 생산직에 취업하는 남성 청년은 ‘하청 일자리’를 아르바이트처럼 경험할 수 있어도 ‘직업’으로 삼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성 청년은 서비스업이 많은 부산에서 일하는데 박봉이기 때문에 이직을 원한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울산‧경남의 사무보조직으로 이직하고 싶어도 단기‧무기계약 형태가 많다. 만약 결혼하거나 출산하는 등 생애 경로 변화를 감안하면 일자리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규직으로 자신만의 커리어 패스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 일자리와 구인‧구직 간 구조적 미스매칭이 벌어지고 있다.

Q. 청년이 지방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지방소멸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청년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또 이런 흐름을 바꾸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청년이 지방을 떠나는 요인은 복합적이지만 일자리 문제가 크다. 현재 일자리가 열악하더라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면 지역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다. 용접을 배워 생산직으로 일하다가 ‘이직 사다리’를 타고 커리어패스를 만들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일자리의 상향 이동이 어렵다. 대졸 사무직은 근속이 쌓여도 초봉 언저리를 맴돌고, 기술이 있는 생산직도 연봉 형편이 조금 나아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밖에 지역에서는 대기업의 스핀오프로 생긴 중소기업이나 지자체의 사업이나 정부의 보조금으로 인건비만 유지하는 정도의 기업이 많아서 청년들이 지방에 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자리 관점에서 보면 이 중 하나는 보장돼야 한다. 진급 혹은 이직을 통해 더 나은 임금을 받을 수 있거나 처우나 인정 등 대우를 잘 받을 수 있어야 한다.

Q. 지방소멸의 이슈와 연결되는데 지방대학의 위기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대학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지방사립대 중 올해 25%가 신입생을 뽑지 못한 곳이 다수다. 내년에는 지방대학의 위기가 전면화될 것이다. 지역에서 청년을 머금은 곳이 ‘일터’와 ‘대학’이다. 대학이 없어지면 지역에 청년이 없어지는 것이다. 현재 지방사립대에서는 정원 미달한 학과를 폐과하고 있는데 향후 지역의 전문가가 사라지는 동시에 물리치료, 사회복지, 다문화 전공 위주로 남는 상황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들 전공은 유연화된 일자리가 대부분이고, 직업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국립대 네트워크, 공영형 사립대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즉, 지방국립대는 대학원 중심으로, 지방사립대는 학부 내실화 및 직업교육‧연계 전공 등으로 기초소양 역량을 보강하는 쪽으로 역할을 분담하면 어떨까 싶다.

Q. 지방정부들이 청년조례를 만들거나 다양한 청년정책을 벌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 지역의 청년정책과 관련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지방정부가 다양한 청년 정책 및 조례 제정 등을 펼쳤지만 청년 맞춤형으로 다원화된 모델을 개발한 경험이 미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마다 ‘베스트 프렉티스’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으로 ‘청년몰’ 사업이 아닐까. 청년몰은 ‘먹거리’, ‘미술’, ‘수공예’ 등으로 꾸려지지만 막상 사업을 들여다보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어렵다. 이처럼 ‘청년’의 이름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신화에 갇힌 정책들이 있다.
만약 해당 지역이 제조역량을 지녔다면, 이에 걸맞은 청년 정책을 발굴해야 하는데 오히려 관광산업으로 돌리는 등 선례를 따르고 있다. 지역의 전적인 잘못이기보다 다양한 청년 정책 및 사업의 개발이 더디고, 성공사례를 조직하지 못한 탓이다. 다만, 정책을 개발하는 더딘 속도보다 지방소멸 속도가 빠르다는 게 고민이다.

Q. 교수님께서는 지방소멸, 청년정책 등과 관련해, 여러 칼럼을 통해 청년의 언어가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데요. 이에 대한 조금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나 ‘의대생 국시 거부 사태’ 등으로 ‘청년’과 ‘공정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 사태는 엘리트 게임으로 노동시장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데 주목하고, 대다수 청년이 처한 현실은 다뤄지지 않았다. 대기업 일자리를 늘린다고 해도 일부 청년만 누릴 수밖에 없다.
청년으로 호명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봤을 때 다수 청년의 목소리는 투영되지 않고 있다. 고졸 남성과 여성, 전문대, 지방사립대 등 다양하게 구직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대표해야 한다. 오히려 지방의 기업에 청년이 일할 만한 환경을 만드는 표준 체제를 어떻게 도입할지 논의하는 게 건전하지 않을까. 청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논의에서 평범한 청년의 목소리가 자꾸만 소거되는데, 이러한 지점에서 청년의 언어가 필요하다.

Q. 우리나라에서는 산업구조의 전환도 함께 요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에너지전환, 전기차, 스마트팩토리 등). 청년 정책과 산업구조의 전환이 함께 결합될 수 있을까요.

자동차 산업이 수소차‧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전기 계통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수도권에, 내연기관 클러스터는 대구‧경북‧울산 반경으로 있다. 산업 전환 관련한 연구의 원천 기술은 수도권에서 개발하지만, 실제 기술로 구현하려면 동남권의 현장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지역에서만 궁리할 수 있는 일자리와 작업이 있다는 것을 좀 더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대개 ‘회사의 다각화’라는 측면으로만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지역의 ‘장소성’을 부각하고, 산업의 전환을 꾀한다면 역설적으로 지역에, 그리고 구직하는 청년에게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최근 희망제작소에서는 ‘지역차별언어 바꾸기’ 캠페인 설문조사(440명 응답)를 벌인 결과 40~50대 응답이 높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20대 청년의 응답이 높았고, 지역차별에 관한 체감도 높았습니다. ‘지역 격차’와 ‘차별’이 가까이에 존재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한 의견 있으신가요.

대학의 서열화가 심해진 측면이 있다. 과거부터 대학의 서열화가 존재했고, 차별의 언어도 있었지만 갈수록 그러한 언어를 일상적인 언어로 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고졸자’를 향해 ‘고졸 인성’이라는 둥 학력을 인성과 연결 짓기도 한다. 또 젊은층 사이에서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가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이라면 지역 격차나 지역 차별도 덩달아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 인터뷰 진행: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
–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email protected]

수, 2021/08/1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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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의 2명 중 1명은 수도권에 거주 중이고, 5명 중 1명은 서울특별시 사람, 4명 중 1명은 경기도 사람이다. 가장 최신 자료인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 2021년 6월 기준, 전국 인구는 약 5,167만 명인데, 서울시 인구는 약 957만 명, 경기도 인구는 약 1,350만 명이다.

반면, 매년 대구·경북은 약 2만 명, 전북·전남은 약 1만 5천 명, 경남은 약 1~2만 명, 광주는 약 3~4천 명, 대전·울산은 약 1만 명 정도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의 전입·전출의 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시군 지역에서 교육 및 취업을 목적으로, 도 소재 대도시 및 광역시(또 이들 지역서 서울로) 및 서울로 이동, 서울에서는 집값을 이유로 경기도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 흐름은 사실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중소도시는 인구감소 및 지역쇠퇴를 겪고 있고 농어촌 군 단위 지역은 지역소멸을 겪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급속한 저출생 고령화의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19.6.27.)」로 확인되는데, 2020년 현재, 전국 고령인구 비중은 15.7%로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강원·전북·전남·경북은 20%를 넘어 이미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2047년에는 수도권·충청권 제외 대부분 지역이 생산연령인구 50%미만, 경제활동인구 23%미만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농어촌 및 중소도시의 인구감소 및 활력감소, 일부지역 소멸위기의 확산 경향은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청년 인구가 도시에 집중해 있을 뿐 아니라 농촌 및 지방소도시로부터 청년층의 이탈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청년층 이탈은 가장 핵심적 이유는 역시 전문대졸·대졸 이상의 젊은 층들에 양질의 일자리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 및 수도권에 과도하게 인력 및 자원이 집중된 탓에 지방은 혁신을 위한 인재나 자원이 유출되고 부족하게 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된다. 배규식 경제사회노동위회 상임위원(2021)은 이러한 ‘지역산업과 청년일자리의 악순환 구조’를 [지역산업 활력감소→양질의 일자리 부족→청년들의 출신지역 이탈→청년인력(인적자원) 부족→지역산업 정체/쇠퇴→지역 쇠퇴/소멸] 순으로 표현했다.

지역소멸 위기 속 거창군의 선택

지역소멸의 위기 속 나름 군 단위 농촌지역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대응을 하는 곳을 소개한다. 거창군의 승강기밸리로 거창군민·거창군청·중소기업 주도 산학연관 지향형 모델로 승강기 제조업을 기반산업화 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창군 인구는 6만 1,555명(2021년 6월 기준)으로 지난 10년 사이 약 1500명 감소에 그쳤다. 인접 인구 유사지역인 함안군은 경우 지난 10년 간 3배 가까운 약 4,300명이 감소했다.

거창 승강기밸리의 성공요인을 찾자면 무엇보다 초기 거창군민들이 ‘교육도시’로 유명한 거창에서 폐교 위기에 몰린 거창기능대(한국폴리텍대Ⅶ 거창캠퍼스)를 어떻게든 존속시켜보자는 열망과 노력 끝에 한국승강기대학을 특성화 설립하면서 거창 승강기밸리의 시작 배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거창기능대는 지난 2005년 노동부 전국기능대 정비계획에 따라 폐교 위기에 놓이자 거창군민과 거창군이 합심해 시민대책위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을 벌였다.

더 나아가 지방의회인 거창군의회 건의문 채택을 이끌고 경남도·노동부·국회 방문 탄원까지 진행했다. 광역지자체, 중앙정부, 입법부 등 상위 정책결정 단위 모두에 거창군민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끝에 거창군이 노동부로부터 거창기능대를 무상 양수·양도 받게 되고 한국승강기대학을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함께 설립했다.

둘째, 거창군의 적극적 중소 승강기기업 유치 및 중소기업 주도 성장 모델이라는 점이다. 거창군과 경남도는 전국 최초로 승강기 밸리(산업)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초기에 분양가 90% 입지보조금 및 금융지원, 시제품제작비·승강기안전인증비용 지원, 직원사택 월세지원 등 파격적 지원을 약속하며 초기 22개 기업을 유치했다.

현재 37개 중소기업이 들어와 7백여개 일자리 창출, 연매출 2천억원 달성 등 거창군의 전략산업으로 거듭났다. 입주기업 중 코리아엘텍은 인력 12~14명에서 35명, 연매출 40~50억원에서 135억원으로, 누리엔지니어링(주)은 인력 12명에서 58명, 연 매출 2.8억원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셋째, 산학연관의 외형적 기반을 마련하고 (사)승강기밸리기업협의회를 조직했다. 구체적으로 산(승강기밸리기업-기반산업화·지역고용)·학(한국승강기대학-실무전문인력배출)·연(승강기안전기술원(승강기 R&D센터)-성능·시험인증,시제품제작지원)·관(거창군-지원조례제정) 클러스터의 외형적 틀을 갖추고, 승강기밸리기업협의회를 통해 정기적 만남 및 정보교류, 의견 조율 및 국제승강기엑스포 참가, 신기술공동개발 기획 등을 하고 있다.

넷째, 승강기 제조업이라는 산업 선택이다. 승강기 산업의 신규설치 세계 시장규모는 ‘18년 기준(출처: 국제표준화기구) 92.2대인데, 한국이 약 5만대로 세계 3위다. 한국은 국토 면접이 좁고, 수도권 및 지역거점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되어 승강기가 구조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노후건축물 리모델링 및 고속엘레베이터 수요가 확대 되고 있다.

또한 기 설치된(우리나라 현재 약 75만대) 모든 엘리베이터에 대한 유지관리 보수도 법적으로 의무화 되어 있어 그 시장도 만만치 않아 인력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결국 거창군의 승강기전문인력 공급처인 승강기대학과 승강기제조업은 승강기 기술역량을 갖추고 집적효과를 보일 만한 클러스터를 가질 경우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갖게 되는 장점이 큰 산업이다.

하지만 한계 지점도 분명하다. 우선 승강기대 졸업생들이 주로 취업선호도가 높은 대기업과 공기업, 수도권 소재 기업에 취업하면서 거창관내 기업고용에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승강기밸리 기업들은 직원들의 잦은 이직, 고급 숙련인력 확보 어려움 등을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승강기대학의 숙련인력 배출, 적정처우 바탕 지역고용 확대가 시급한 과제다.

또한 산학연관의 외형적 기반은 있으나 활성화돼 있지 않다. 승강기밸리기업협의회 활성화 및 승강기안전기술원의 역할 확대로 현재 중단된 G엘레베이터 사업(협업생산·브랜딩) 재개, 스마트기반구축사업 및 신기술개발 협업체계 구축 등 기업간 협업 및 산학연관 네트워크 강화에 더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주택·병원·문화시설 등 입주기업 노동자들의 정주 여건 강화도 중장기 과제다.

거창 승강기밸리가 지역소멸 대응의 완전한 성공사례가 부르긴 어렵다. 하지만 거창군민과 거창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특성화 대학인 한국승강기대학을 유치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승강기 제조업을 기반산업화 해 37개 승강기기업 입주, 7백여개 일자리 창출, 연매출 2천억원 달성이라는 농촌 군 단위에서 보기 드문 성과를 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인구감소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거창군민의 지역고용, 거창군 외 지역 출신 노동자의 거창 정착이 좀 더 많아지고, 지속 가능하다면, 거창 승강기밸리가 지멸소멸 대응의 완전한 성공 사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며 그 점에서 거창은 현재 7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평가할 만 하다.

-글: 고광용 연구사업본부 연구원 [email protected]

화, 2021/08/1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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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대응을 위한 지역고용 확대 및 지역경제 회복 전략 선택 및 성공지역 벤치마킹은 지역의 인구 및 자원, 산업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도시/농촌/도농복합지역으로 나누고, 산업 유형 별로 유형화한 지역고용 및 지역경제를 활성화한 성공 사례를 제시한다.

우선 도시지역은 크게 ▲제조업 혁신 ▲서비스업 혁신 ▲재생에너지혁신 등 3가지 모델, 농촌/도농복합지역은 ▲특정산업유치형 ▲혁신도시(이전기관)연계 산업유치형 ▲농업혁신형 ▲재생에너지산업유치형 등 4가지 모델로 유형화 해 소개한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읽고 싶다면 ▶지역특성에 맞춘 고용 활성화 전략은?

금, 2021/08/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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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을 겪고 있는 도시에서 청년들이 다채로운 실험을 벌이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8년부터 매해 1개 마을 1개 청년 그룹을 공모해 진행하는 ‘청년마을’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12개 마을, 12개 그룹(강원 강릉, 경북 상주·영덕, 경남 거제, 부산, 울산 울주, 인천 강화, 전남 신안, 전북 완주, 충남 공주·청양, 충북 괴산)이 도전에 나섰다.
‘청년마을’에 참여하는 청년은 지역의 유휴공간을 커뮤니티 공간, 창업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키고 지역 특산물과 전통사업을 연계하는 등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탐색한다. 청년 다섯이 뭉친 스픽스(SPIX)의 ‘주섬주섬 마을’도 ‘청년마을’ 사업의 일환이다. 전남 신안군 안좌도에서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박현정 매니저를 지난달 25일 줌 인터뷰로 만났다.

⛵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곳, ‘불모지’가 ‘기회의 땅’으로

Q. ‘주섬주섬 마을’의 근황을 전해주세요.

박현정: 저희는 신안군 ‘청년마을’에 오신 분들을 ‘플레이어’라고 부르거든요. 상상하긴 쉬운데 상상을 깨고 현실로 옮기긴 어렵잖아요. 게임처럼 거침없이 도전하면 좋을 것 같아 ‘플레이어’라고 부르는데 현재 각자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실행 중이고요. 1기수는 15명이 모집되었는데, 미국, 서울, 목포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오셨습니다. 이밖에 네트워킹을 하는 ‘주섬주섬 필요회’, 루프탑을 조성하는 주민회의 ‘비행청년’, 공간리노베이션 프로젝트 ‘무단점거’, ‘브랜드 탄생기록 피칭데이’ 등을 열고 있습니다.

Q.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데 소개해주세요. 

박현정: 간판 프로그램은 ‘주섬주섬 한 달 살기‘입니다. 안좌도에서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이뤄나가는 건데요. 플레이어인 사진작가는 현재 저희가 머무는 ‘와우마을’(지명)의 주민 분들 얼굴을 찍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얼굴에 담긴 빛을 담아서요. 플레이어 한 분 한 분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는 게 핵심이죠.
또 주민과 네트워킹도 해요. ‘주섬주섬 필요회’와 ‘무단점거’를 들 수 있는데요. 안좌도는 인적 드물고,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요. 돈도 벌어야 하고, 주민과 친해져야 하고, 스스로 행복을 얻어야 하잖아요. ‘주섬주섬 필요회’는 청년들이 일거리, 먹거리, 놀거리, 도울거리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해결하는 모임이죠.
마지막으로 ‘무단점거’는 4년째 방치된 폐교에 들어가서 일종의 청년을 위한 ‘메이커스 공간’을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공간에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분도 계시고, 내부 소음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차음벽을 설치해 랩메이킹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분도 계시고요.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실크스크린 공간, 영화관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주섬주섬마을 멤버들과 박현정 매니저(사진 맨 오른쪽) ⓒ스픽스

⛵ 목포에서 신안으로, 안좌도로, 지역을 떠나지 않는 이유

Q. 신안에 연고가 있었나요.

박현정: 스픽스가 신안에서 활동한 지 3년 정도 됐어요. 목포를 주 무대로 활동하다가 신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동물 매개 교육’을 했거든요. 방과후교실에 앵무새와 파충류를 직접 가져가서 준비해두면 아이들이 어깨 위에 앵무새를 얹어보고 경험하는 고정이죠. 이렇게 신안에서 자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이들과 부모님과도 친해졌어요. 목포에서 신안을 왔다갔다가 이렇게 안좌도로 들어와 ‘주섬주섬 마을’을 하게 된 거죠.

Q. 수도권보다 신안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현정: 예전부터 지역에 애착이 강했어요. 스픽스는 대학 졸업하고, 남들처럼 취업하는 회사라기보다,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거든요. 신안군이 위치한 전라남도 서남권이 지역소멸이 심한 지역 중 한 곳이잖아요. 저희가 이곳에 남아서 지역을 존속하면서, 앞으로도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었어요.

Q. 안좌도에 막상 살아보니 어떤 변화가 느껴지나요.

박현정: 프로그램을 꾸리는 저희나 플레이어나 ‘안좌도는 생존의 영역’이에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더라도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 어렵고요. 택시도 없어요. 자연 그 자체의 환경이니까 지네에 물리기도 하고요. 도시에 비하면 확실히 많은 불편함이 뒤따르죠. 이러한 애로사항은 ‘주섬주섬 필요회’에서 서로 도와주고 토로하니까 많이 해결되고요. 무엇보다 안좌도에 온 플레이 분들이 도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 신기하고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죠.

Q. 안좌도에서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게 어땠나요.

박현정: 외지인이니까 당연히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도 목포에서 신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안면은 튼 학부모님도 계셨고, 아이들도 저희를 좋아하니까 조금씩 풀어갈 수 있었어요. 전보다 학부모님을 자주 찾아가서 만나고, 마을 어르신도 찾아뵙고요. 어르신께 “언제 밭 나가는 날이에요?”라고 여쭤봐요. 누구나 처음부터 마음을 확 여는 건 어렵잖아요. 자주 얼굴 보고, 일손을 보태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중이에요.


▲ 주섬주섬마을 멤버들과 박현정 매니저(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스픽스

⛵ 작은 섬마을, 작은 도시에서 청년이 삶을 꾸린다는 것

Q. 지역에서 청년은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나요.

박현정: 대개 수도권을 두고 기회의 땅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지역이 더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에는 발굴되지 않은 여러 재미있는 문화와 이야깃거리가 많거든요. 발굴되지 않은 지역자원을 청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게 지역을 존속시킬 수 있고, 청년이 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봐요. 일종의 ‘청년의 방식’으로 지역을 이어가는 거죠.

Q. 지역에서 살아보니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자원은 무엇인가요.

박현정: 지역에서 청년이 원하는 건 정말 다양해요. 다만 원하는 걸 모두 누리긴 힘든 현실이죠. 단번에 모든 불편함을 해결할 순 없어도 지역에서 청년들이 모여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좋겠다 싶었어요. 청년운영협의회가 있다든지, 지역에서 청년 초기 정착할 때 서로 나눌 수 있는 자리요.

Q. ‘주섬주섬 마을’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박현정: 주섬주섬 마을이 청년이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상상하는 것이 이상한 사회에서 상상하기 위해 모인 이상한 마을이라고 소개하거든요. 저희 마을에 처음 플레이어 중 독특한 청년들이 많아요. 요새 ‘N포세대’라서 상상하는 걸 당연히 포기하는 게 당연시하잖아요. ‘주섬주섬 마을’은 상상을 실현하고, 즐거운 소통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박현정: 저희가 청년마을을 준비할 때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전라남도의 섬의 섬의 섬에 들어와서 꿈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봐요. 다사다난하고 무엇 하나 쉽게 얻는 게 없지만, 손때 묻은 공간과 이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청년마을 ‘주섬주섬 마을’ (홈페이지 / 인스타그램 )
전남 신안군 안좌면에 위치한 와우마을. 청년 다섯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이라는 기대를 품고 ‘주섬주섬 마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안좌도는 청년이 200명도 채 되지 않는 곳이다. 소멸, 멸종에 관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확산하여 사라져가는 것에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찾기 위해 모인 청년들. 흔한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 하나 없는 ‘불모지’이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만큼 ‘기회의 땅’에서 전국 각지에서 ‘플레이어’로 모인 청년이 섬살이를 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email protected]

목, 2021/09/0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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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안다. 단명한 예로 피타고라스부터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이르는 학자들이 진실을 탐구하는 거듭된 노력 끝에 ‘지구는 둥글다.’라는 명제가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청년정책 역시, 청년을 국가 경제발전의 도구로 인식하던「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의 시대를 지나, 청년이 권리의 주체임을 천명한 「청년기본법」의 시대를 맞이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왔다. 청년당사자가 먼저 움직이고,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호응하며,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였고, 일자리 일변도 정책을 사회정책으로 전환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말이 가히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시민’인 청년, 사회정책의 권리를 찾다

원가족과 교육제도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으로 이행하는 시기에 취업, 독립 등 생애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청년은 ‘경제활동이 가능한 자’로 분류되어 사회정책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어왔다.

대표적으로 ‘국가건강검진’ 관련해 2019년 이전만 하더라도 직장 가입자거나, 혹은 지역 가입자의 세대주가 대상이었기 때문에 미취업 청년은 무료 국가건강검진 대상이 될 수 없었다. 2016년 전주에서 ‘청년의 건강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며, 청년 무료건강검진 사업이 최초로 시작되었다.

뒤이어 시흥에서는 <청년 빈곤·건강 분야에 대한 실태조사>를 근거로 청년들이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무료 청년건강검진 사업’을 제안하였고, 주민투표로 채택되어 시행한 바 있다. 이후 <광화문 1번가>에 한 청년활동가가 ‘청년 국가건강검진 지원 확대’를 제안하였고, 2019년에 이르러서야 20~30대 피부양자와 지역가입자 세대원으로 대상이 확대되어 학생, 취업준비생 등도 무료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다. 또한, 40세에서 70세에만 각 1회 우울증 검사를 시행했던 부분도 확대되어, 20세, 30세가 포함되었다.

이처럼 사회보장정책에서 ‘보이지 않는 시민’이었던 청년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청년들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일자리 일변도 정책을 넘어 ‘사회정책’으로 확대하는 과정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국가건강검진 외에도 부모에게 지급되는 주거급여와 별도로 20대 미혼자녀가 학업이나 구직 등의 목적으로 부모와 따로 거주하는 경우, 주거급여를 분리 신청할 수 있도록 ‘청년 주거급여 분리지급’ 올해부터 시행되었는데, 이 역시 청년시민사회 진영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을 제안한 결과이다.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지역에서부터 청년들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조례를 만들고 청년정책을 추진한 경험들이 쌓여, 「청년기본법」이 작년 2월에 제정되고, 8월에 이르러 시행된다. 「청년기본법」이라는 법제도 기반이 갖춰진 뒤, 곧바로 법을 근거로 한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기본계획에는 “원하는 삶을 사는 청년, 청년이 만들어 가는 미래”라는 비전과 △참여와 주도 △격차 해소 △지속가능성이라는 3대 원칙이 담겼으며, 참여·권리, 교육, 일자리, 주거, 복지·문화 등 5대 분야의 정책 방향과 20대 중점과제, 270개 세부과제가 포함되었다.

기본계획 수립과 발표 이후, 올해 「청년 고용 활성화 대책」을 정부합동 계획으로 발표함은 물론, 기획재정부가 「2021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튼튼한 청년 희망사다리 구축’에 관한 과제를 담았고 연달아 「자립준비청년 지원강화 방안」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제4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 개최를 통해 18개 부처합동으로 반값 등록금의 실현과 주거취약청년 대상 월세 특별 한시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청년세대 격차해소와 미래도약 지원을 위한 청년특별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제 막 시작한 ‘형성기 청년정책’ 남은 과제는?

이처럼 발 빠르게 중앙정부가 ‘청년정책’을 합동계획으로 발표하고, ‘청년정책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변화를 가져오기까지 ‘끝까지 끈질기게 안녕, 거버넌스야 하자!’는 말을 청년 당사자 그룹과 수없이 주고받았던 것 같다. 과정은 지난했지만 여전히 청년정책은 이제 막 시작한 ‘형성기 정책’이라는 점에서 갈 길은 멀다.

다만, 청년정책이 ‘형성기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제 분야가 총 망라해 있다 보니, 작년 기준으로만 볼 때, 전국에서 시행된 청년정책은 총 2,930개(중앙정부 239개, 지방자치단체 2,691개)에 이른다.

정책은 많지만, 청년정책 평가 및 수요조사(2019, 변금선)에 따르면, 청년 당사자들의 정책 인지율은 평균 38.3%, 수혜율 평균 7.2%로 매우 낮은 수준이였으며, 필요수준 평균 85.9% 대비 도움 정도 73.4%로 더 낮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정책을 필요로 하는 청년에게 ‘청년정책’을 어떻게 가닿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집중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작년 연말 기준 전국 청년센터는 171개에 이르지만, 지역별 역량에 따른 격차가 크고, 예산 규모의 한계, 센터 인력의 고용불안정 및 전문성 확보 문제 등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정책 전달체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발전시켜나갈 것이며, 자원·역량·인력·예산 등 지역별 청년센터의 격차 해소를 위해 ‘중앙-광역-기초’ 단위의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교통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청년참여보장 시즌1)에서는 주요한 청년과 관련된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 시, 당사자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 등 기반을 구성하는 시기였다면, 청년참여보장 시즌2 에서는 사회와의 연결과 참여의 권한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 청년들이 미래인지적 관점에서 주요한 결정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국가재정법」 제16조 예산 원칙에 대한 내용 중, ‘미래인지적 관점’을 추가하여, 미래 세대에게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예산 결정에 있어서, 반드시 ‘청소년·청년’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참여 권한을 강화하고 효능감을 재고하는 수준까지 검토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사회·경제적 대전환의 시기에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중요한 삶의 과제를 청년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힘을 ‘일상의 결핍과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경험’을 통해 쌓아갈 수 있도록 청년 능력개발 정책의 새로운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전통적 노동시장에서는 해석되지 않지만, 새로운 일자리 전환기를 맞이한 변곡점에서 청년들의 다양한 사회활동 지원을 통해 ‘업(業)’으로 전환 가능성을 타진하고, 사회적 실험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청년활동계좌제’, ‘청년참여소득’ 등의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청년과 관련된 조례 제정 현황 중 한 흐름을 보면 청년들의 다양한 혁신 활동과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에서 ‘청년발전기금’, ‘청년미래기금’ 등의 이름으로 기금에 대한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국 최초로 청년발전기금 100억원 조성을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영광군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청년 지원 사업 추진을 위해 <청년발전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2017년 제정하고, △청년 희망 플러스 통장 운영, △청년 취업 활동 수당 지원, △청년 프리마켓 운영 지원, △청년학교 및 청년동아리 활동 지원, △청년센터 운영 등에 사용하기 위한 기금을 확보하기 위한 연차별 재원 확보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뒤이어 충남 서천군, 서울 금천구, 부산 진구, 부산 남구, 광주 남구, 제주도가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한 상태이다.

청년의 삶을 둘러싼 과제는 앞에 열거한 내용 이외에도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삶의 위기 앞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그동안 사회정책에 소외되거나 배제되어왔던 청년들을 위해 사회보장 범위를 넓히고, 사회적 안전망 보다 더 촘촘히 만드는 일이다.

청년정책이 형성기를 넘어 ‘제도가 안착하는 성숙기’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언제나 그래왔듯 우리는 ‘끝까지 끈질기게 안녕, 거버넌스야!’라고 외치며, 더디 가더라도 올바른 방향을 함께 설정하고, 변화를 모색하며 삶과 현장을 지키는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글: 조은주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목, 2021/09/0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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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시평 315]

 

20대 최저 임금이 평생 임금이라면?

청년은 왜 최저임금에 주목했는가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최저 임금은 국민 임금, 평생 임금

 

2016년도 최저 임금이 6030원으로 결정됐다. 곧이어 최저임금위원회가 '평균적인 인상률보다 많이 올랐다', '8년 동안 제일 높다', '6000원 대를 돌파했다'는 식으로 보도 자료를 뿌렸다. 최저 임금의 결정 과정에 참여한 노동자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몹시 불쾌한 논조였다.

 

올해 최저 임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 돈을 받고 당신이 한번 살아보라'고 역정을 냈던 오바마의 명연설과 국제적인 추세, 최경환 부총리의 최저 임금 인상 발언, 소득 주도 성장론의 대두와 내수 경제 활성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 그리고 최저 임금 이슈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동계의 노력 등 다양한 요인으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 된 신자유주의적 고용 정책으로 저임금 노동이 일반화됨에 따라 한국 사회에서 최저 임금이 가지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월 150만 원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최저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규모는 450만 명에 달한다. 전체 임금 노동자 1800만 명에서 4명 중 1명꼴이다. 비정규직에 한정하면 2명 중 1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저임금 노동의 비중이 가장 높다. 저임금 노동자의 규모와 이들이 부양해야 할 가족들의 생계를 생각해보면 최저 임금은 이제 사실상 국민 임금이 됐다.

 

최저임금은 바로 윗단의 임금 수준을 받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5월 최저임금위 공식 현장 방문 일정으로 한 중소 IT 업체에서 일하는 20대 노동자를 만난 일이 있었다. 일주일에 50시간 수준으로 일하고 18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고 했다. 그에게 지금의 임금 수준이 최저 임금보다는 높은 편인데, 최저 임금 인상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느끼는지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최저 임금 인상률이 자신의 연봉 협상 과정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최저 임금은 노동조합을 가지지 못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기제로 작동한다. '최저 임금이 사실상 최고 임금이 된 것 같다'는 많은 사람들의 호소는 단순한 감정의 표출이 아니다. 근속 기간과 숙련 등을 보상하는 임금 체계가 중소사업장과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짐에 따라 최저 임금은 평생에 걸쳐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는 '평생 임금'이 됐다.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에 종사하고 있었다 할지라도 정리 해고‧권고 사직‧육아와 같은 경력단절 등으로 이어질 경우, 다시 말해 한순간 삐끗하면 최저 임금 수준의 주변부 노동으로 밀려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최저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최저 임금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청년은 왜 최저 임금에 주목했는가

 

2010년 3월 출범한 청년유니온이 처음으로 선정한 의제는 다름 아닌 최저 임금이었다. 당시 청년유니온은 시간당 4110원의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하며 일하는 편의점 청년 노동자의 실태를 알림으로써 세상에 자기 존재를 드러냈다. 그 이후로도 최저임금위 당사자 대표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최저 임금 인상 운동을 중심으로 대학생·청년단체의 힘을 모아 나가며 매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가 2015년에 이르러서는 민주노총의 결단으로 (가맹·산하 조직이 아님에도) 청년 당사자 자격으로 최저 임금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

 

최저 임금은 젊은 노동자에게 참으로 고약한 현실이다. 이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고용 정책으로 말미암아 중심부와 주변부로 끊임없이 분절된 한국 노동 시장의 특성과 연관돼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이 최저 임금과 무관한 대기업·공공 부문 같은 중심부 노동 시장에 진입하길 희망한다. 그러나 이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 등으로 표현되는 특별한 행운을 간직한 소수에게만 허락된다. 대다수는 저임금·장시간·불안정 노동으로 점철된 주변부 노동 시장으로 진입한다. 그리고 이 주변부 노동 시장의 삶은 최저 임금에 영향을 받는다.

 

중심부와 주변부라는 극단으로 분절돼 대다수 노동자를 무한한 생존경쟁으로 내몰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를 박탈하는 지금의 노동 체제(Labor-regime)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주변부의 노동 조건을 끌어올려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를 늘리고, 땀 흘려 일한 이들이 정당한 대가를 누리고 삶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중간지대'를 튼튼히 세워야 한다.

 

최저 임금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뼈저리게 느낀 바가 있다. 최저 임금 결정은 노사 중 누가 더 합리적이고 구체적 통계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를 둘러싼 싸움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최저 임금이 가지는 의미를 둘러싼 헤게모니 투쟁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 임금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협소하게 다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청년유니온의 조합원과 나의 동료 시민들이 수행하는 노동을 두고 '용돈 벌이' 라든지 '부차적인 노동'으로 취급하며 이들의 삶을 모욕하고, 최저 임금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야 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앞으로도 펼쳐질 최저 임금 인상 운동은 경영계로부터 받은 모멸감을 되갚아 주는 과정이 돼야 한다. 땀 흘려 일하는 애씀과 숙련을 갈고 닦기 위한 노력, 자신과 가족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절박함을 '감성팔이' 취급하는 몰지각함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사업장에서 경영진과 갈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도 갖기 어려운 약자들에게 법과 제도의 변화는 스스로의 삶을 쇄신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오늘날 주변부 노동자들은 사업장 수준의 집단적 노사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어도 법과 제도의 영역에서 만큼은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 그 한복판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http://www.pressian.com/ '시민정치시평' 검색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수, 2015/07/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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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대학청소노동자 고용문제해법을 찾는 사다리포럼

■ 지음

연구조정실

■ 소개

2015년 10월 5일 진행된 사다리포럼의 자료집이다.
이 자료집은 청소노동자 고용구조 개선방안와 정규직화 된 청소노동자들의 사례,
대안적 고용모델이라 할 수 있는 대학 소셜벤처 형태의 경희모델의 가능성에 대한
발제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 목차

발제 1. 청소노동자 고용구조 개선방안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제 2. 정규직화 이후 청소노동자의 삶
– (주)서울메트로환경 사례
(조진원 (주)서울메트로환경 대표)

발제 3. 대학 소셜벤처와 경희모델의 가능성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내용

발제 1. 청소노동자 고용구조 개선방안

본 발제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및 임금현황,고용조건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직접고용, 자회사,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의 대안적 고용모델의 특성에 대해 검토해본다.

발제 2. 정규직화 이후 청소노동자의 삶

본 발제에서는 서울시 비정규직 고용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서울메트로의 청소 자회사로 설립된 (주)서울메트로환경의 사례를 살펴본다.
(주)서울메트로환경이 노동자들이 자존감을 찾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고,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볼 수 있다.

발제 3. 대학 소셜벤처와 경희모델의 가능성

본 발제에서는 4가지 대안적 고용모델 중 경희대가 도입하게 될 자회사 방식이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통한 공공성 제고와 어떻게 결합하여 청소자회사 이상의
소셜벤처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경희모델’을 통해 그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다.

■ 펴낸 날

2015.10.5.

월, 2015/10/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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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어둡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고용불안의 현장 바로 우리 아파트일지 모릅니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웃음 짓는 아파트, 입주민들에게도 웃음이 번지는 아파트가 될 수는 없을까요?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고용문제 해법을 찾는 사다리포럼에 참석하셔서 함께 공론의 장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수, 2016/03/23- 10:00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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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목적 및 배경

–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의한 지속적인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발생 → 현재 청소노동시장의 대다수인 용역시스템에서 기인
–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에 도입된 고용유연화 정책이 비용절감의 방식으로 간접고용시장에서 악용
– 간접고용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이로 말미암아 직접 사용자가 더 나은 이익을 볼 수 없고 비용만 발생한다면
  한층 더 나온 고용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됨
– 이에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고용안정과 임금 상승, 더 나은 노동환경을 제공하고 청소서비스의 질 또한
  높일 수 있는 대안고용모델의 도입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본 연구를 통해 보이고자 함
– 본 연구는 문헌 연구 및 통계 분석, 사례 분석, SWOT 분석 및 정책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실행 가능한 대안고용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직접 실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실행연구(action research)의 형태를 띠고 있음

목차

연구요약

Ⅰ. 서론
1. 연구목적 및 배경
2. 연구방법

Ⅱ. 청소노동자 고용실태 분석
1.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현황
2. 청소노동자들의 임금 현황
3.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형태와 문제점

Ⅲ. 대안 고용 모델 적용사례 분석 및 SWOT 분석
1. 대안 고용 모델 적용사례 분석
2. 각 대안 모델에 대한 SWOT 분석

Ⅳ. 대안 고용 모델 도입에 대한 정책네트워크 분석
1. 사다리포럼
2. 정책네트워크 분석
3. 정책행위자 간 상호작용 방식
4. 정책 산출

Ⅴ. 고용 모델 전환을 위한 Road map 도출
1. 문제해결 접근법
2. 사다리포럼의 전개 과정
3. 변화 가능한 현장 발굴
4. 경희 모델과 소셜 벤처의 실험
5. 그동안 축적된 경험의 활용
6. 전환 프로세스에 대한 제언: 사회적 대화와 사회혁신

Ⅵ.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참고문헌

월, 2016/03/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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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19대 대선 복지‧노동 공약 평가」 발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오늘(4/21) 「19대 대선 복지‧노동 공약 평가」를 발표했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면, 심상정 후보의 복지‧노동 공약 중 최근까지 대외적으로 발표된 내용에 한해 반영하였다. 기초보장, 보육‧아동, 노인, 노후소득보장, 보건의료, 고용‧노동 총 7가지 분야를 평가하였다. 

 

각 분야 공약 평가는 다음과 같다.

 

1) 기초보장 분야

부양의무자기준을 주요 후보들이 잇달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 하다. 아쉬운 것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구체적 실행계획, 필요한 재원의 규모 및 재원조달방안 등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행방안과 관련하여 문재인 후보는 인구집단별, 급여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인구집단별 우선순위를 둘 경우 자칫 생존권이 문제되는 사안임에도 ‘더 필요한 사람’과 ‘덜 필요한 사람’으로 구분하는 인식이 굳어질 우려가 있고, 급여별 단계적 시행은 임기 중 완전폐지를 전제로 한다면 예산부담 및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바람직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2) 보육·아동 분야

전체적으로 대다수의 후보가 누리과정예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임성 강화에 동의하는 점, 아동수당의 도입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점, 보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고 있는 점, 육아휴직 실질화를 위해 육아휴직 급여 수준 상향조정의 계획을 제시한 점 등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아동수당의 경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한 명의 후보만 매우 제한적인 차원에서 공약했던 데 반해, 이번 대선의 경우 심상정, 문재인, 유승민 후보가 연령대상에 차이가 있으나 보편적 아동수당의 도입을 약속했으며, 안철수 후보, 홍준표 후보도 선별적이나마 아동수당 도입을 약속하고 있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보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을 모든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였으나 그 수준에 있어서 상당한 편차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유승민 후보의 경우 공공보육시설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활용하여 보육공공성 강화와 관련하여 다른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비슷한 공약들이 제시되었으나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 규모가 여전히 제한적이었던 경험을 고려하면 이들 공약의 실현가능성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강도 높은 문제제기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3) 노인 분야

19대 대선후보들의 노인복지 공약은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를 대처하기에는 전반적으로 미흡하고 관련 분야의 제도를 혁신하거나 제도의 큰 들을 새롭게 짜기보다는 관련 공약을 단순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음이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공약화하기보다는 기존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확대하는 수준에 그치는 공약도 다수 발견됨으로써 정책개발이 ‘정체’된 인상도 주며, 예산소요계획에 대한 부분도 거의 부재한다. 문재인 후보의 치매국가책임제는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명시한 점은 긍정적이나 치매노인으로 한정함으로써 선별적 접근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국공립요양시설 확대, 사회서비스 공단 설치 등의 공공성 강화방안은 공약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구체적인 정책적 목표수치도 제시하였는데 다만 노인일자리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도 대동소이 하나 대한노인회와 주로 관련이 있는 공약을 내세움으로써 특정 집단의 이해를 반영한 정책이라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확대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나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유승민 후보는 돌봄, 건강, 주거교통 공약만 선별하여 제시하였고 홍준표 후보는 주로 독거노인에 한정하였다는 점에서 선별적 접근방식을 취했다는 특징이 있으며 공약 중 상당수가 기존 정부정책으로 실행, 추진되고 있어(특히 독거노인 관련 공약의 대부분) 공약의 새로움 측면에서 미흡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심상정 후보는 국공립시설 확대와 사회서비스공단은 공공성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공약 중 상당수는 기존 정부정책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4) 노후소득보장 분야

한국의 심각한 노인빈곤 현실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이 기초연금 인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사각지대 개선, 국민연금기금의 민주적 운영과 사회인프라 투자와 같은 노후소득보장 제도 관련 공약들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심상정 후보가 가장 구체적이고 폭넓은 노후소득보장 제도 개선안을 제시하였으며, 문재인 후보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유승민 후보는 국민연금 최저연금액 보장과 같은 참신한 공약을 제시하였으나, 구체적 실현계획이 부족하여 평가가 쉽지 않고, 안철수 후보는 기초연금 선별적 인상,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인프라 투자 유보 등 기존 입장보다 후퇴한 태도를 보여 아쉽다. 홍준표 후보는 기초연금 인상을 제외하고는 국민연금 개선방안에 대하여 아무런 공약도 내놓지 않아, 주요 정당의 후보로 아쉬운 대목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5) 보건의료 분야

보건의료 분야 공약은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기존 전략을 답습한 정도 일뿐 선제적 공약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2012년 출마했던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보건복지공약이 2012년에 비해서도 많이 후퇴하였다. 특히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공공병원에 대한 확충을 약속했지만, 반면 공공의료가 아니라 규제프리존법을 지지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목표 건강보험 보장률이나 목표 공공병상률 등의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고 있고, 보편적인 보장성 강화방식인 본인부담상한제, 입원, 외래 등의 목표 보장성설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심상정 후보만이 공약으로 제시했을 뿐이다. 치매국가책임제, 아동치료비 국가책임제, 노인외래 진료비 정액제 등 선별적인 공약들이 전면에 배치되었다. 

 

6) 고용·노동 분야

고용·노동정책에 있어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후보는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에 있어서 의견이 수렴되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내용들이 공약에 상당부분 반영 되었다. 심상정 후보가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승민 후보도 일정 부문에서는 전향적인 정책대안을 내놓다 보니 차이점 보다는 공통점이 부각되는 모양새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심상정, 유승민 후보의 공약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을 명시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나 불법파견 고용의제 등이 전향적으로 제안되었다. 근로시간 단축도 누가 대선에서 당선되든지 간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역시 모든 후보가 임기 내에 1만 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실업안전망으로서 고용보험은 현행보다 관대하게 운영한다는 공약이 모든 후보에게서 발견되나, 이것은 추가적인 재원마련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는 공약인데, 이에 대한 계획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빈곤층 구직자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실업부조 도입을 제안하는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7) 청년 분야

모든 후보들이 하나같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재원 마련의 구체성이 부족했으며 대부분의 정책이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일자리 지원금을 보조하는 정책이라는 한계를 보인다. 다만 18대 대선의 공약들과 비교하였을 때, 일자리에만 집중했던 청년정책에서 다소 벗어나 청년문제에 나름 다각도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일자리 정책 중 심상정, 문재인 후보가 공약한 청년고용할당제는 청년 취업률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정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많은 공공기관에서 기존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지키고 있지 않은 만큼 이행방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대선 주자들은 입학금 폐지를 비롯한 대학교육비를 낮춰야 한다는 데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모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심상정, 문재인 후보 외에 교육비에서 가장 비중이 큰 ‘등록금 인하’ 공약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존 주거정책이 사실상 1인가구는 배제해왔던 만큼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네 명의 대선주자들이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주거 공약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집중하고 입주조건, 임대료 완화와 같이 주거빈곤 청년층을 위한 정책이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금, 2017/04/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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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19대 대선 복지‧노동 공약 평가」 발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오늘(4/21) 「19대 대선 복지‧노동 공약 평가」를 발표했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면, 심상정 후보의 복지‧노동 공약 중 최근까지 대외적으로 발표된 내용에 한해 반영하였다. 기초보장, 보육‧아동, 노인, 노후소득보장, 보건의료, 고용‧노동 총 7가지 분야를 평가하였다. 

 

각 분야 공약 평가는 다음과 같다.

 

1) 기초보장 분야

부양의무자기준을 주요 후보들이 잇달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 하다. 아쉬운 것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구체적 실행계획, 필요한 재원의 규모 및 재원조달방안 등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행방안과 관련하여 문재인 후보는 인구집단별, 급여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인구집단별 우선순위를 둘 경우 자칫 생존권이 문제되는 사안임에도 ‘더 필요한 사람’과 ‘덜 필요한 사람’으로 구분하는 인식이 굳어질 우려가 있고, 급여별 단계적 시행은 임기 중 완전폐지를 전제로 한다면 예산부담 및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바람직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2) 보육·아동 분야

전체적으로 대다수의 후보가 누리과정예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임성 강화에 동의하는 점, 아동수당의 도입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점, 보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고 있는 점, 육아휴직 실질화를 위해 육아휴직 급여 수준 상향조정의 계획을 제시한 점 등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아동수당의 경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한 명의 후보만 매우 제한적인 차원에서 공약했던 데 반해, 이번 대선의 경우 심상정, 문재인, 유승민 후보가 연령대상에 차이가 있으나 보편적 아동수당의 도입을 약속했으며, 안철수 후보, 홍준표 후보도 선별적이나마 아동수당 도입을 약속하고 있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보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을 모든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였으나 그 수준에 있어서 상당한 편차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유승민 후보의 경우 공공보육시설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활용하여 보육공공성 강화와 관련하여 다른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비슷한 공약들이 제시되었으나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 규모가 여전히 제한적이었던 경험을 고려하면 이들 공약의 실현가능성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강도 높은 문제제기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3) 노인 분야

19대 대선후보들의 노인복지 공약은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를 대처하기에는 전반적으로 미흡하고 관련 분야의 제도를 혁신하거나 제도의 큰 들을 새롭게 짜기보다는 관련 공약을 단순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음이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공약화하기보다는 기존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확대하는 수준에 그치는 공약도 다수 발견됨으로써 정책개발이 ‘정체’된 인상도 주며, 예산소요계획에 대한 부분도 거의 부재한다. 문재인 후보의 치매국가책임제는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명시한 점은 긍정적이나 치매노인으로 한정함으로써 선별적 접근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국공립요양시설 확대, 사회서비스 공단 설치 등의 공공성 강화방안은 공약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구체적인 정책적 목표수치도 제시하였는데 다만 노인일자리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도 대동소이 하나 대한노인회와 주로 관련이 있는 공약을 내세움으로써 특정 집단의 이해를 반영한 정책이라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확대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나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유승민 후보는 돌봄, 건강, 주거교통 공약만 선별하여 제시하였고 홍준표 후보는 주로 독거노인에 한정하였다는 점에서 선별적 접근방식을 취했다는 특징이 있으며 공약 중 상당수가 기존 정부정책으로 실행, 추진되고 있어(특히 독거노인 관련 공약의 대부분) 공약의 새로움 측면에서 미흡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심상정 후보는 국공립시설 확대와 사회서비스공단은 공공성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공약 중 상당수는 기존 정부정책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4) 노후소득보장 분야

한국의 심각한 노인빈곤 현실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이 기초연금 인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사각지대 개선, 국민연금기금의 민주적 운영과 사회인프라 투자와 같은 노후소득보장 제도 관련 공약들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심상정 후보가 가장 구체적이고 폭넓은 노후소득보장 제도 개선안을 제시하였으며, 문재인 후보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유승민 후보는 국민연금 최저연금액 보장과 같은 참신한 공약을 제시하였으나, 구체적 실현계획이 부족하여 평가가 쉽지 않고, 안철수 후보는 기초연금 선별적 인상,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인프라 투자 유보 등 기존 입장보다 후퇴한 태도를 보여 아쉽다. 홍준표 후보는 기초연금 인상을 제외하고는 국민연금 개선방안에 대하여 아무런 공약도 내놓지 않아, 주요 정당의 후보로 아쉬운 대목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5) 보건의료 분야

보건의료 분야 공약은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기존 전략을 답습한 정도 일뿐 선제적 공약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2012년 출마했던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보건복지공약이 2012년에 비해서도 많이 후퇴하였다. 특히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공공병원에 대한 확충을 약속했지만, 반면 공공의료가 아니라 규제프리존법을 지지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목표 건강보험 보장률이나 목표 공공병상률 등의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고 있고, 보편적인 보장성 강화방식인 본인부담상한제, 입원, 외래 등의 목표 보장성설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심상정 후보만이 공약으로 제시했을 뿐이다. 치매국가책임제, 아동치료비 국가책임제, 노인외래 진료비 정액제 등 선별적인 공약들이 전면에 배치되었다. 

 

6) 고용·노동 분야

고용·노동정책에 있어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후보는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에 있어서 의견이 수렴되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내용들이 공약에 상당부분 반영 되었다. 심상정 후보가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승민 후보도 일정 부문에서는 전향적인 정책대안을 내놓다 보니 차이점 보다는 공통점이 부각되는 모양새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심상정, 유승민 후보의 공약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을 명시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나 불법파견 고용의제 등이 전향적으로 제안되었다. 근로시간 단축도 누가 대선에서 당선되든지 간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역시 모든 후보가 임기 내에 1만 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실업안전망으로서 고용보험은 현행보다 관대하게 운영한다는 공약이 모든 후보에게서 발견되나, 이것은 추가적인 재원마련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는 공약인데, 이에 대한 계획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빈곤층 구직자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실업부조 도입을 제안하는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7) 청년 분야

모든 후보들이 하나같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재원 마련의 구체성이 부족했으며 대부분의 정책이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일자리 지원금을 보조하는 정책이라는 한계를 보인다. 다만 18대 대선의 공약들과 비교하였을 때, 일자리에만 집중했던 청년정책에서 다소 벗어나 청년문제에 나름 다각도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일자리 정책 중 심상정, 문재인 후보가 공약한 청년고용할당제는 청년 취업률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정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많은 공공기관에서 기존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지키고 있지 않은 만큼 이행방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대선 주자들은 입학금 폐지를 비롯한 대학교육비를 낮춰야 한다는 데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모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심상정, 문재인 후보 외에 교육비에서 가장 비중이 큰 ‘등록금 인하’ 공약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존 주거정책이 사실상 1인가구는 배제해왔던 만큼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네 명의 대선주자들이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주거 공약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집중하고 입주조건, 임대료 완화와 같이 주거빈곤 청년층을 위한 정책이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금, 2017/04/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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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찾아가는 대통령’의 첫 번째 행보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났다. 대통령의 일정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마련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국정의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훌륭한 선택이며, 약간은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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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청와대)
 
‘월급쟁이 변호사’를 200명 고용하는 A대형로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A로펌에 변호사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행정-보조 업무를 하는 노동자 800명이 있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변호사들 연봉은 2억 원이고, 행정-보조 노동자 연봉은 7천만 원이라고 가정한다. 
 
이 경우 A로펌 변호사에게 연봉 2억 원을 주고, 행정적-보조 업무 노동자에게 연봉 7천만 원을 준다면, 이것은 a) ‘차별’인가 아닌가? b)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위배인가 아닌가? c) A로펌 변호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급여를 동일하게’ 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 그 주장은 타당한 것인가 아닌가? 
 
이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연봉-급여의 차이는 a) ‘차별’이 아니며, b)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며, c) ‘모두에게 급여를 동일하게’ 줘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고용 불안 그 자체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정규직이 15%이고 비정규직이 85%이다.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약 9천만 원이고 비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약 3500만 원이다. 그리고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되는 ‘용역 회사에 의한 간접고용’이 많았기에 상시적인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이들은 자본의 횡포와 관리자-상급자의 횡포에 대해서 노동자의 정당한 방어권(=즉, 대항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고용불안’ 그 자체가 인격적 종속성을 강화시키고, 갑(甲)질에 대한 방어능력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①숙련이 높지 않은 + ②고용이 불안정하고 + ③노동자 평균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지만 + ④ 용역ㆍ파견업체에 의한 + ⑤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합리적 대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은 ①숙련이 높지 않기에 + ②고용을 안정화시키되 + ③급여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 ④공공부문 자회사에 의한 + ⑤정규직 노동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해법은 A로펌의 예시처럼 ‘숙련 및 직무의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다. 이는 내용적으로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 직무형 정규직’에 가깝다. 
 

‘더 무책임한’ 주장을 ‘더 진보적인 주장’으로 혼동해선 안 된다 

가령 어떤 공기업에 연봉 9000만 원 받는 노동자 2,000명이 있고, 연봉 3500만 원 받는 노동자 8,000명이 있다고 치면, 여기서 연봉 3500만 원 받는 노동자의 급여를 모두 연봉 9천만 원으로 올릴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때 추가되는 급여의 재원은 6.65배이다. 이는 한마디로 ‘불가능한’ 해법이다. 
 
► 현행, (9천만 원×2,000명)+(3천5백만 원×8,000명)=1800억 원+2800억 원=4,600억 원
► 모든 노동자 9천만 원으로, 1800억 원+2조 8800억 원=3조600억 원(6.65배 증가)
 
혹시라도 민주노총 혹은 진보정당 일부에서 ①고용 안정 + ②자회사를 통한 + ③정규직화에 대해 그것은 ‘가짜 정규직화’라고 주장하며, ①직접 고용 + ②동일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만 진짜 정규직화라고 주장한다면, 그런 주장은 ‘더 진보적인’ 주장이 아니라 ‘더 무책임한’ 주장에 해당한다.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진짜 핵심은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가 아니라, 원청/하청 격차이다.
 
원청 비정규직은 1차 협력사 정규직보다 급여가 높고, 1차 협력사 비정규직은 2차 협력사 정규직보다 급여가 높다. 즉,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의해서 ‘지위’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원청에 속하느냐, 하청에 속하느냐에 의해서 ‘지위’가 주로 결정된다.
 
정규직/비정규직의 구분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원청/하청에 의한 지위가 더욱 ‘결정적’이다. 
 

우리나라에 간접 고용이 많은 이유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용역ㆍ파견ㆍ외주(=간접고용) 비율이 많아진 데는 노동조합 운동의 책임도 적지 않다. 나는 그 핵심이 ‘기업별 노조에 연동된 노조위원장 직선제’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병원 사업장의 경우 핵심 역량은 의사와 간호사이다. 그런데 기업별 노조와 기업별 노조위원장 선출 구조로 인해, 노조위원장 선거를 거치며 병원 내 기술직 노동자의 급여가 핵심 역량인 간호사에 근접하게 된다. 조무사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이런 ‘기업 내부의 획일주의적 평등주의’는 부정적 외부효과로 작동하게 된다. 즉, ‘기업 단위 노조의 내부 정치’가 영향을 미치게 되어, 숙련과 직무의 차이가 무시된 기업 내 상향평준화가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이는 회사-사측 입장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회사-사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저숙련 직무의 외부화’를 추진하게 된다. 즉 용역 및 파견업을 확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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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모(19)씨 사건은 경영합리화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불법파견에 의해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다.
 
요컨대, 기업 단위 노조위원장 직선제는 정치로 치면 ‘소선거구제’의 폐해와 매우 유사하다. 소선거구제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은 ‘나라 전체’를 생각하기보다는 ‘(소규모) 지역구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동네에서 악수 많이 하고, 축사 많이 하는 것이 정치행위의 핵심이 된다. 그리고 쪽지 예산 등을 통해 지역구 예산 따오기가 지상과제가 된다. 
 
기업 단위로 선출되는 노조위원장 직선제 역시 마찬가지로 작동한다. ‘노동계급 전체’ 혹은 ‘전국 단위-산업 단위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소규모) 기업 내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생산성과 직무를 고려할 때 핵심 역량이 아니어도 ‘쪽수가 많은’ 기능직 조합원들의 이익이 과대 대표된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방송사 노조이다. 방송사의 본질적 미션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다. 핵심 역량은 당연히 ‘기자’이다.
 
그러나 기자 조합원의 쪽수는 방송사 기능직 조합원의 쪽수에 비해 적다. 그러다보니 기자들이 중시여기는 ‘방송독립성 이슈’보다 ‘조합원 처우 개선 이슈’가 더 중요해진다. KBS 노동조합이 둘로 갈라지게 된 것에도 이런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6년 여름에 전 국민을 가슴 아프게 했던 지하철 2호선 구의역 19세 김군의 죽음 역시 김대중 정부와 메트로 노조의 잘못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진행된 ‘저숙련 직무의 외부화’로 인한 피해자였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열린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민주노조 운동은 냉전 시대에 반공 파시즘적 국가 탄압과 구사대의 식칼 테러 위협을 당하며 노동 기본권을 피와 눈물로 쟁취한 영웅적인 투쟁을 했다. 그래서 ’노사관계의 민주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노조 운동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그것은 ‘구조적’으로 그렇게 귀결됐다. 기업 단위로 분절되어 있는 단체협상 구조 하에서 원청 노동자의 지위 상승은 원청-하청의 격차 확대로 ‘파급-이전’되었다.
 
물론, 민주정부 10년 역시 오늘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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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누구의 잘잘못을 지적하기 위함이 아니다. 민주정부 10년, 민주노조 운동, 진보정당 모두가 ‘노동시장 전체 구조’와 기업 단위의 경제적 전투주의가 미친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공동의 책임이 있다.
 
그래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결은 함께 노력하고, 함께 지혜를 모으고, 함께 양보해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경우 ▴숙련 ▴직무 ▴상시성 ▴예산제약을 고려하여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와 별도의 직무 체계 신설을 통한 직접 고용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사구시하면 된다.
 
비정규직의 발생원인과 작동 구조는 다양하다. 어느 하나만을 정답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법을 둘러싸고 ①중도 진보 ②전통 진보 ③전통 보수가 각기 다른 원인 진단과 해법을 둘러싸고 ‘정책-노선 논쟁’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한국사회 정책-담론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매우 역사적인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도 실렸습니다)
월, 2017/05/2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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