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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희망제작소 좋은 일 찾기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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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희망제작소 좋은 일 찾기 설문

익명 (미확인) | 금, 2015/11/27- 14:55

희망제작소는 2016년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 제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좋은 일, 공정한 노동> 프로젝트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의 ‘좋은 일’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확산시키고자 합니다. 설문 결과는 전문가 토론을 거쳐 ‘2016 정책 제안 보고서’에 반영됩니다.

설문조사와 함께 ‘좋은 일, 공정한 노동’ 기획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좋은 일’의 기준을 만들어가기 위한 사례들을 발굴하여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기획연재를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고, 아울러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설문조사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기획연재]
1편. 좋은 일, 공정한 노동① 어떤 일을 원하세요? 정규직이면 되나요?  [ 글 보기 ]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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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 함께할 활동가를 모집합니다~

 

■ 모집요강
– 채용인원 : 정규직 1명 (신입/경력)
– 지원자격 : 학력, 성별, 연령 제한 없음
– 담당업무 : 환경보호운동 전반(시민환경실천프로그램 운영 및 환경교육, 지역정책 및 대안제시 등)

■ 제출서류
– 지원서 :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자사 양식 이력서, 자기소개서
* 첨부 : 171107_청주충북환경연합 지원서 (다운로드하여 작성)
* 지원서를 작성하여 [email protected] 로 메일 제출

■ 전형절차 및 일정
– 1차 서류전형 (~채용시 까지 / 첨부된 서류양식으로 작성)
– 2차 면접전형 (면접 대상자는 1차 서류 합격자에 개별통보)

■ 근무조건
– 근무지 : 충북 청주시 청원구 무심동로 512,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 근무일 : 9:00~18:00 (주 5일) / 휴일 : 매주 주휴일 (운영내규에 준함)
– 급여 : 신입기준 기본급 140만원 (상여금 150%, 4대보험 적용, 중식비지급)
– 수습기간 : 신입 3개월 (수습기간동안 기본금의 90% 지급)

■ 우대사항
– 시민단체활동 경력
– 환경, 사회 관련 전공자
– 환경운동의 가치와 활동에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분
– 적극적이고 열린 태도로 활동하실 준비가 되신 분

■ 문의사항
–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043-222-2466 (김다솜)

 

목, 2017/11/0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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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장을 여러 번 그만뒀습니다

지난 대선 기간, 한 정당의 경선 후보가 “10년 근속하면 1년 안식월 지급”이라는 제도를 제안했다. 정책마다 찬반양론은 갈리기 마련이지만, 이 제안에 대한 반응은 색다른 지점에서 갈렸다.

“신선한 제안이네. ‘저녁이 있는 삶’처럼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될 만 해.”
40대 중반 이상의, 비교적 안정된 조직에 속한 직장인들이 나누는 이런 대화가 들려왔다.

“뭐? 10년 근속? 그런 사람이 몇이나 돼? 3년 근속자도 보기 힘든데.”
20~30대들에게서는 즉각 이런 반응이 나왔다. 알고 보면 아주 정확한 분석이다. 한 직장에 10년 이상 다니는 직장인은 10명 중 1명 꼴이다. 3년 이상 근속자도 10명 중 2~3명 정도밖에 안 된다.(한국고용정보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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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의 차이가 아니라, 직종이나 계층 간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어느 세대 안에나 양 극단은 존재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한 세대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 성장하고, 교육받고, 취업하면서 겪은 동시대의 현상과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일’(work)을 바라보는 시각, 일에 대한 경험에서 20~30대들과 그 윗세대 간의 차이는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이야기, 우리가 직접 해 봅시다

2030세대의 노동 이야기를 자세히 해 보려고 한다. 민간독립연구소 희망제작소와 출판사 서해문집, 네이버 해피빈 재단이 함께 진행하는 ‘자비 없네 잡이 없어 2030세대 노동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서다.

기왕이면 20~30대의 목소리를 직접 내 보려고 한다. 스스로가 20~30대 나이인 연구자들 8명을 모았다. 이들과 함께 자신의 경험과, 또래의 경험,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어 온 연구와 저작, 활동들을 바탕으로 “우리 일자리 현실, 대체 왜 이런 거야?”라는 질문을 놓고 문제점들 한 가지씩 짚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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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해피빈 공감펀딩을 통해 2018년 3월 중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공감펀딩 가기)

지난 8월 말,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페이스노아’에서 이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자 네트워크’의 첫 만남이 있었다.(연구자 중 홍진아씨가 합류하기 전이라 7인이 모였다.) 각자 그동안 어떤 일을 어떻게 해 왔고, 어떤 것을 느껴왔는지 말하다 보니 자연히 이야기는 한 방향으로 흘렀다. 이 사회에서 일하며 2030 세대가 유달리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세대

황세원 : 저는 희망제작소에서 일하고 있는 황세원입니다. 여러분께 이 연재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요청 드린 사람이죠. 오늘은 ‘2030세대의 일 이야기’라는 주제만으로 이야기해봤으면 해요. 각자의 경험, 또래의 경험들도 좋고, 연구와 저작을 해 오시면서 느끼신 바를 전해 주셔도 좋습니다.
먼저, 김빛나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경험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한국에 온 이후 몇 개의 조직을 거치셨고요. 아직 20대인데, 다양한 일 경험이 있으시네요. 주위의 친구들이 가장 관심 있는 이슈는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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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나 : 저는 세대를 대표할 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처음부터 대기업 쪽은 관심이 없었고 비영리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민하는 부분들이 겹치더라고요. ‘이 일이 나와 맞는 일인가’, ‘일을 하면서 소진되지 않고 나 자신으로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등이요. 조직은 일할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그 속에서 개인들은 스스로를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지 못 한다는 게 아이러니했어요.

황세원 : 최근에 ‘밀레니얼 프로젝트’(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연구)에 연구원으로 참여하셨더라고요.

김빛나 : 네, 이 연구를 하면서 2030세대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세대라는 것을 확인했어요. 어떤 일을 하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이런 경향은 영리·비영리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에 큰 차이가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2030세대가 원하는 일의 기준은 기존의 ‘직업’이나 ‘조직’이라는 틀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웠어요. 또 새로운 영역에서 기존에 없던 방법으로 자기가 원하는 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지고 있더군요. 이런 사례들을 좀 더 알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어야 한다?

황세원 : 최태섭 씨는 사회학을 공부하셨고(성공회대 박사과정 수료),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공저), ‘잉여사회’ 등 저작이나 신문 칼럼 연재를 통해서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분이죠. 2030세대가 ‘일’에 있어서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최태섭 : 단순히 세대 간 차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특수성 때문이죠. 이른바 ‘386 세대’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워낙 컸기 때문에 다음 세대의 교육이 확 바뀐 거예요. 1980년 정도를 분기점으로, 그 이후에 출생한 세대는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네가 좋아하는 것을 네 일로 삼으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어요. 국가적으로는 문화산업을 띄우기 위해서 일과 취미를 결합시키기도 했어요. ‘일의 개념’이 이전과는 달라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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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그런 추동 때문에 생긴 경향성이라면 거부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최태섭 : 그럴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죠. 이 세대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명제를 거부할 수 있을까요? 결국은 자유, 삶의 질과 관련된 명제인데요. 문제는 그런 세대들을 담지 못 하는 경직된 사회인 거죠. 10여 년 간 칼럼니스트, 작가로 활동한 제 경력부터가 한국 사회의 모순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황세원 : 2030세대 많은 사람들이 최태섭 씨를 부러워 할 텐데요.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이라는 자체를요.

최태섭 : 맞아요. 전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글 쓰는 일로 먹고 살았으니까요. 또래 중에서는 꽤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은 경우죠. 그런데도 ‘내가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소득이 불안정하다는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고, 사회적 인정의 문제도 있어요. 언론사건 출판사건 저에게 요구하는 건 어떤 종류의 ‘구색’이지, 저의 생각 자체를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예전 세대였다면 이 다음에 나아갈 만한 단계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에게는 없어요. 막차가 떠나 버린 거죠.

황세원 : 이 연재를 통해서 그런 문제들을 좀 더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2030세대가 직장에서 더 힘든 이유

황세원 : 주수원 씨도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시죠? 대학교 교직원이라는, 안정성과 소득이 보장된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하고 사회적경제 분야로 이직하셨더라고요. 지금은 학교협동조합 전문가이자 언론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주수원 : 대학교 교직원으로서 일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고 조직에서도 인정을 받아 좋았는데요. 2012년 무렵 함께 일했던 동료가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되면서 인격적 모욕감을 느끼는 것을 봤어요. 제가 일하는 조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성실한데 왜 조직은 그렇지 못할까 생각이 들었고 노조 등을 통해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러다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고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며 관심이 생겼어요.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도 선한 의지를 모아 협동조합이라는 수평적인 경제공동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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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이직 후 고민은 해결되었나요? 사회적경제 조직, 연구소, 언론 등 조직 경험과 프리랜서로 일한 경험 등을 비교해 보면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주수원 : 이직하면서 당장 연봉이 천만 원 이상 깎였어요. 경제적으로는 당연히 손해보는 선택이었죠. 상대적으로 덜 안정적인 조직들을 거치면서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도 제가 적극적으로 선택했다기 보다는 이런 상황들 때문이었죠. 그래도 협동조합으로 교육하고 글 쓰고 연구하며 먹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프리랜서는 조직 노동자보다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꼭 프리랜서가 아니더라도 한 조직에 속하지 않고 조직 안팎을 넘나드는 2030세대가 많아지고 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고민을 해나가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 조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바뀔 필요가 있어요.

황세원 : 공인노무사인 김민아 씨도 다양한 조직 내 갈등을 가까이에서 접해 보셨겠어요. 어디나 갈등 형태는 비슷한가요? 특히 20~30대가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김민아 : 저는 업무 상 대공장 노동자들도 많이 만나고, 언론사, 시민사회단체, 인문학 출판사 등등 두루 접하는데, 따져 보면 조직 내 갈등의 이유는 비슷해요. 보수적 위계 구조가 만들어 낸 비합리적인 조직 문화가 ‘원래 그렇다’는 말로 통용되는 게 문제죠. 상사가 ‘아침형 인간’이면 줄줄이 일찍 출근하고, 전날 야근해야 하는 식으로요. 공익 조직에서의 386세대 선배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다 그렇게 해 왔다’고 하시고, 정말 그렇게 ‘헌신’하신 것도 맞아요. 그렇지만 다음 세대와 소통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황세원 : 그렇게 어디나 갈등이 있는데 외부로 알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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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 우리 사회에는 “월급 줬으면 나머지는 참아야 하는 것 아냐?” 식의 생각이 만연해 있어요. 일 시키는 사람만이 아니라 일 하는 사람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편이죠.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어도 주변에 이야기하지 않는 문화가 강해요.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을수록 가까운 사람한테 말을 못 하고요. 조직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려면 우리는 좀 더 자기 일에 대해서 말해야 해요. 이 연재에 참여하기로 한 데는 이런 이유가 컸습니다.

‘안정적 직장’에 대한 환상과 쏠림

황세원 : 김정민 씨는 고교, 대학에서 영상예술을 전공하셨네요. 아르바이트부터 인디 뮤지션까지, 프리랜서부터 출판사, 비영리 조직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한 일 경험이 있으시더라고요. 지금은 안정적인 조직에 다니고 계신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정민 : 안정된 조직에 속해 있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는 엄청나요. 예술가들이 자유로워서 좋을 것 같지만, 지난 추석 때처럼 연휴가 길면 수입이 반 토막 나는 게 현실이에요. 그런가 하면, 최근에 청년 창업자에 대한 연구를 해봤더니 좋은 조직에서 일정 기간 잘 배웠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좋은 조직을 만들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안정적인 조직’의 경험은 중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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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우리 사회의 일 기준에서 ‘안정성’이 최우선인 것도 당연한 걸까요?

김정민 : ‘안정성’에 대한 환상이 분명히 있죠. 우리 사회의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에 대한 쏠림은 과도하다고 봐요. 안정적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다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잖아요? 오히려 자존감이 낮은 경우도 있어요. 사람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어디 속했는지만 본다는 거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을 선망하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그렇게 과도한 쏠림이 있는 건, 그런 자리에 들어가고 못 들어가고를 마치 인생 성패의 갈림길처럼 여기기 때문 아닐까요?

황세원 : 주간지 ‘시사IN’ 기자로 일하시는 송지혜 씨도 ‘안정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2015~2016년에 대기업 정규직을 다니다 그만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살고 싶어서 퇴사합니다’ 시리즈 기사를 쓰셨죠?

송지혜 : 네. 그 시리즈를 기획한 계기가 있었어요. 대기업에 어렵게 들어가서 열 달 만에 그만 둔 대학 동기를 만났는데요. 본사 직원들이 상사에게 엄청나게 깨지고 나면 하청업체에 가서 화풀이를 하더래요. 그런 구조를 견딜 수 없어 그만둔 거죠. 이런 이야기들을 좀 더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시리즈를 기획했던 건데, 그 때 했던 인터뷰 중에서 지면에 싣지 못 한 내용이 많아서 좀 더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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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더 전하고 싶은 건 어떤 사례들인가요?

송지혜 : 좀 더 평범한 사례들이에요. 당시에는 아무래도 극단적인 환경에 있었던 사람들의 사례들이 소개됐죠.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치관에도 부합하는 일을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꼭 ‘다운사이징’, ‘다운쉬프트’처럼 욕구를 줄여서 사는 것만이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 일상 속에서의 만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는 ‘좋은 일’을 찾을 수 있을까?

황세원 : 저도 희망제작소에서 2년여 동안 ‘좋은 일’의 기준을 찾아보는 연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요. 어느 세대나 어려움이 있었지만 2030세대가 느끼는 답답함이 정말 컸어요.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구조 속에서 이 세대만 겪는 어려움과 손해가 크다는 것도 알았고요. 저는 얼마 후면 40대에 진입하니까 중간에 낀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저보다 아래 세대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판을 까는 역할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여러분께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하셔서 반가웠는데요. 저도 이번 연재를 통해서 그동안 접했던 사례들을 더 전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3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그 내용을 여기 다 적지 못 했지만 아직 전할 기회는 있다. 이 대화에서 다뤄진 주제들을 하나씩 더 긴 ‘수다’로 풀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 안정, 충분한 휴식, 안정적 소득, 조직 노동 혹은 조직 밖 노동, 전문성과 능력, 가치 지향 노동, 구직자의 권리 등에 대해서다.

이 내용은 2018년 1월까지 매주 한 편씩 네이버 포스트, 희망제작소 홈페이지를 통해 연재된다. 마지막 10회를 위해서는 2018년 1월 중에 공개 좌담회도 열 계획이다. 이 과정 동안 함께N공감펀딩도 진행된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은 2018년 3월 중 출판사 ‘서해문집’을 통해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된다.
이 과정과 결과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 글을 읽는 2030세대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단지 여덟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2030세대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은 2회 ‘고용안정이란?-지금 몇 번째 직장에 다니시나요?’다. 2030세대에게 ‘정규직’, ‘고용안정성’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3인 토크’ 형식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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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2030세대의 새로운 노동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1회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노아’에서 진행됐습니다.

– 정리 : 황세원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조재무 사진작가

월, 2017/11/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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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에게 충분한 휴식이란?

휴가를 가기 위해, 좀 긴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둔다면, 철없는 행동인 걸까? “배가 불렀구만”이라는 말만 듣게 될까? 사실은, 아무리 비난을 해도 소용없다. 이것은 이미 하나의 현상이다.

청년 10명 중 4명은 취업 1년 이내에 직장을 그만둔다.(한국고용정보원, 2017) ‘퇴사학교’, ‘퇴사하겠습니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등 제목들이 눈에 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퇴사는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더 좋은 조건과 진로를 위해 사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지 “좀 쉬고 싶다”는 이유로 그만두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의 72%가 이전 직장 재입사를 고려해봤다는 최근 조사(잡코리아, 2017)에서도 이런 현상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얼마만큼 쉬어야 충분할까? 연차를 소진하고, 달력의 ‘빨간 날’ 다 쉴 수 있으면 되는 걸까? 이 때의 ‘충분하다’는 판단은 누가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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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 없네 잡이 없어-2030세대 노동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충분한 휴식’이다. 주제별 ‘3인 토크’로는 ‘고용안정’ 편에 이어 두 번째 자리다.

지난 11월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에서 진행된 이번 토크는 연구자 네트워크 8인 중에서 시사주간지 ‘시사IN’ 기자인 송지혜 씨가 진행하고, 홍진아 씨가 참여했다. (연구자 네크워크 소개 보기)

홍진아 씨는 동시에 두 개 조직에서 일한다. 일주일에 사흘은 민주주의 소셜 벤처 ‘빠띠’에, 이틀은 비영리 분야 연구·활동 조직 ‘진저티프로젝트’에 출근한다. 그밖에도 여러 개의 공익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어서 스스로를 ‘프로 N잡러’라고 부른다.

또 한 명은 이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한 기관이기도 한 시민방송(RTV) 사무국장인 김현익 씨다. RTV는 현재 ‘연간 5주 휴가제’, ‘주 35시간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3인 토크’에는 이렇게 각 주제에 부합하는 ‘플러스 1인’이 참여한다.

‘좋아하는 일’ 해도 탈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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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 먼저, ‘충분한 휴식’에 대한 고민을 중심으로 각자 소개를 했으면 해요. 저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시사IN’ 채용시험에 응시해 떨어지고도 2년을 기다렸다가 재시험을 치렀어요. 어떤 조직에서 일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확고했어요. 여전히 제 일을 좋아하고 제가 일하는 조직의 장점은 수만 가지예요. 그런데도 저는 ‘충분한 휴식’에 목말라요.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도 쉬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이기적인 태도가 아닐까’, ‘휴가가 많은 편인데도 장기 휴가까지 얻고 싶은 건 과한 요구 아닐까’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홍진아 : 저는 3년간의 백수 생활 경험이 있어요. 대학 졸업하고 방송사 PD 시험 준비하던 시절이죠. 그 때의 경험이 있어서 지금 N잡 실험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불안을 다스리는 법,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잘 쓰는 법을 매일매일 고민했으니까요. 3년 만에 PD 시험은 포기하고,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에 비영리 조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그 다음에 거친 조직에서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주 4일 근무’를 경험했어요. 평일 하루가 주어지니까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더라고요. 그 하루를 활용해서 관심 있던 공익 프로젝트들에 참여하면서 ‘내가 하는 일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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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익 : 저는 병역특례 기간에 전자기기 제조 회사에 다녔는데, 직장에 매여서 사는 선배들이 불행해 보이더라고요. 그 때쯤 광우병 촛불집회 경험으로 사회 참여에 눈을 떠서,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1년 정도 개인 사업을 해 봤는데, 생각과는 반대였어요. 밤낮으로 더 바빠서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그 후에 지역시민단체, 대안언론사 등에서 일을 하다가 스위스에서 3개월 머물 기회를 얻었어요. 인터라켄에 민박집을 하는 지인이 급하게 일손을 필요로 해서 도와주러 간 거죠. 그 경험이 가치관을 크게 바꿨어요. 특히 휴식, 휴가에 대해서요.

송지혜 : 어떤 경험을 하셨는데요?

김현익 : 민박집에는 여유 있게 장기 여행하는 한국인 손님이 많았는데요. 대부분은 직장을 그만두고 오더라고요. 이직하는 사이에 온 경우도 있지만 그저 ‘휴식다운 휴식’이 필요해서 사표를 냈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 때 관심이 생겨서 독일, 프랑스, 북유럽 국가들의 휴가 제도를 집중적으로 알아봤어요. 대체로 1년에 4~5주 정도 쉬고, 그 중 한 달 정도는 연속으로 쉬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이런 휴가는 신입사원부터 똑같이 쓸 수 있고요.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사전에 조율을 한다지만, 설사 지장이 있어도 ‘연차에 상관없이 사람이 그 정도는 쉬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바탕에 깔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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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아 : 맞아요. 저도 얼마 전에 동유럽에서 온 여성분과 대화를 했는데, 이미 2주 이상 여행 중인데, 원하면 회사에 말해서 더 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쉬고 돌아가도 원래 있던 자리에서 똑같이 일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충격이었어요.

김현익 :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어느 독일인 이야긴데요. 한 달 휴가 중에 아이가 열흘 아파서 입원하는 바람에 제대로 못 쉬었다고 하면, 입원기록을 떼서 제출하기만 하면 열흘을 추가로 쉴 수 있다는 거예요.

5주 연속 휴가, 주 35시간, 칼퇴근

송지혜 : 휴가를 보는 관점이 전혀 다르네요. 여기는 ‘출근 안 하면 휴가’인데, 그곳 조직은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쉰 기간’을 휴가로 보는군요. 지금 일하시는 RTV는 연간 5주 휴가, 주 35시간 근무라면서요? 김현익 씨의 영향이 있었던 건가요?

김현익 : 네, 그렇죠. 유럽에 다녀와서 지금 일하는 RTV로 옮겼어요. 운영의 재량권을 가지는 사무국장 위치여서 유럽에서 배워 온 제도를 도입해 보자고 생각했죠. RTV는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해요. 야근은 원칙적으로 없지만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면 대체 휴가를 주고 있어요. 5주 휴가는 신입부터 전 직원이 똑같고, 한꺼번에 5주를 쉬어도 돼요. 되도록 2~3주 정도는 붙여 쓰기를 권장하고요. 지난 여름에도 한 직원이 4주를 붙여서 휴가를 사용했어요.

송지혜 : 그렇게 휴가를 다녀온 직원은 만족도가 확실히 다른가요?

김현익 : 그럼요. 표정이 달라요. 입이 귀에 걸려서 오죠. 조금 지나면 다시 점점 내려오지만요.

홍진아 : 그런 점에서, 저는 휴식의 의미를 다시 짚어봤으면 해요. 5주 연속 휴가제 자체는 정말 좋은 제도지만, 1년에 5주 동안만 행복하고 나머지 시간은 찌푸리고 사는 게 답은 아닌 듯해요. 매일 매일의 삶에도 휴식이 있어야죠.

송지혜 :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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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아 : 저에게 중요한 건, 저의 에너지를 간섭받지 않고 사용하는 거예요. 저는 처음 사회생활 할 때부터 “진아 씨는 퇴근할 때 꼭 영영 안 돌아올 사람처럼 간다”는 말을 들었어요. 돌아서면 스위치를 끄듯이 잊는 걸 잘하는 편이거든요. 그 뒤의 시간을 제가 원하는 곳에 투입하는 데 있어서 간섭받지 않는 게 저에게는 휴식이에요.

송지혜 : ‘기자’직에 있는 이들은 완전히 스위치를 끄기가 어려운 편이에요. 동료들은 눈을 뜨면서 기사 구성을 하고 꿈에서도 마감을 한다고도 해요.

오래 쉬고나니 분노가 사라졌다

홍진아 : 기자의 일은 다를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정해진 업무 시간을 넘어서까지 해야 할 일은 별로 없어요. 예전에 일했던 조직에서 대표님이 어떤 일을 기획하시면서 “모두 주말에 나와서 준비하자”고 하셨어요. 저는 “대표님, 주말에 쉬고 월요일부터 준비하면 뭐가 달라지나요?”라고 물었어요. 따져보니 아무 차이도 없었죠. 서두르신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 중에는 ‘당장 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한몫 하는 것 같아요. 그동안 일하던 습관이나 관행을 당연하게 여기는 거죠. 송지혜 씨의 일하는 환경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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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혜 : 기자들은 언제어디서든 사건이 벌어지면 곧바로 뛰어갈 준비가 돼 있어야 하지요. 이런 상황을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기자직을 택한 사람들이에요. 저는 연차를 쓸 수도 있고 명절에도 넉넉하게 쉬는 좋은 환경에 있는 데도 장기간 쉴 수 있는 제도에 목마름이 생겼어요. 얼마 전 2개월간 몸이 아파서 입원했을 때 이후로요. 입사 초기, 매 현장과 나를 일치시키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고도 넘쳐야 한다는 심정으로 열정적으로 일했어요. 그렇게 나를 소진한 것 같아요. 사소한 일에 욕을 하거나 별 것 아닌 일에 짜증을 내는 스스로를 보고는 움찔 놀랐어요. 그런데 입원한 사이에 한껏 고양되어 있던 상태가 누그러졌어요. 쉬는 시간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한결 차분해진 상태로 ‘다시 잘해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더라고요.

홍진아 : 2030세대는 이전 세대보다는 여행이나 다양한 활동 경험이 풍부하니까 1년에 3~4일 휴가 가면서 일할 수가 없는 거예요. 변화를 원하는 개인들과 경직된 사회가 충돌하는 거죠.

김현익 : 사표를 내고 여행을 가거나 원하던 활동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행복한 사람이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그러지도 못 하죠. 돈 쓸까봐 집에만 있다가 돈 떨어질 때쯤 다시 구직에 나선다는 경우도 들어봤어요.

송지혜 : 그런데도 이직하는 사람이 많은 데는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고 봐요. 근로기준법 상의 휴가 일수를 적용하는 조직에서는 오래 일해야 휴가도 길어지니까, 이직을 하면 다시 휴가일수도 원점으로 돌아가잖아요? 이번에 신입사원에게 최대 11일의 연차를 보장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하는데, 그동안 이직하는 사람은 2년간 15일, 그러니까 1년에 7~8일밖에는 휴가를 못 쓰는 거였어요. 장기근속자가 드문 2030세대 입장에서는 “지금은 휴가가 짧아도 10년~15년 후에는 충분히 쉴 수 있다”고 기대할 수도 없죠. 지금 하는 일도 어차피 비정규직이고,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면 사표를 내고라도 알아서 쉬자는 판단이 합리적인 것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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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아 : 신입사원에 연차 보장하는 법안은 저희 ‘빠띠’ 멤버가 발의를 제안했던 건이었어요. 제안할 당시에는 다른 조직에 계셨지만요. 이 분은 절박한 심정으로 여러 국회의원실을 찾아다녔는데, 대부분은 “이런 줄 몰랐다. 왜 그동안 아무도 이런 얘기를 안 했지?”하는 반응이었대요. 결국은 절박한 사람이 더 말해서 사회를 바꿔가야 하는 건데, 공고해 보이는 구조에 눌려서 지레 포기해 온 게 아닌가 싶어요.

송지혜 : 보통 조직에서는 입원을 하는 등을 이유로 병가를 내면 인사평점이 낮아진다면서요? ‘승진할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찍힌다고 해요.

김현익 : 저도 스위스에 갈 때 싱글이었으니 가능했지, 지금처럼 가정이 있으면 엄두를 못 냈을 거예요. 지금 아내는 둘째를 임신 중인데, 양육 여건이 어려워서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그래서 요즘 유럽 생각이 다시 나요. 유럽의 시스템에서라면 아내가 ‘경단녀’가 될까봐 걱정하진 않을 테니까요. 사람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절박하게 시간을 필요로 하는 때가 있잖아요? 한국의 조직들은 그런 고려가 너무 없고, 조직에 개인의 삶을 맞추라고만 해요.

홍진아 : 맞아요.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말의 맥락도 좀 불편해요. 자기 계발 신화의 또 다른 표현처럼 들리고요. “똑똑하게 일 잘 하는 사람이 쉬기도 잘 한다.”, “못 쉬는 건 네가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식으로요. 사회적 토대는 없이 다 개인의 몫으로만 돌리는 거죠.

경쟁력 위해서라도 휴식 늘려야 할 때

송지혜 : 개별 조직이 각자의 상황에 맞는 해법을 찾아내야 해요. 저희도 내부 구성원이 다양한 만큼 어떻게 조율하고 누구부터 사용할지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그에 앞서 장기휴가에 대한 인식부터 하나로 모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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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익 : 기준을 어디 맞추느냐의 문제죠. 한 사람이 빠져도 일이 돌아갈 정도로 고용을 하는 걸 기본 중의 기본으로 둬야 해요. 저희도 신규 사업이 많아서 늘 ‘비상경영’ 상태지만, 5주 휴가제와 주 35시간 근무는 기본이라고 치고 그 다음을 궁리하는 것이거든요.

홍진아 : 직원들이 쉬지 못 해서 이직을 계속 한다면 조직도 손해잖아요? 이미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거죠. 이제는 어느 쪽 비용이 큰지 비교할 시점이에요. 조직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욕구를 들어야 하는 거죠.

김현익 : 다른 사람들, 다른 사회는 어떻게 쉬고 있는지 사례가 더 알려졌으면 해요.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이 우리보다 많이 쉬면서 경쟁력 있게 잘 산다는 사실도요.

송지혜 :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다 법정 휴가도 다 쓰면서 장기휴가에 목말라 하는 스스로에 대해 ‘이기적인 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과 ‘나약한 게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동시에 있었어요. 오늘 이야기를 나누고보니 목소리를 내는 데는 특별한 자격 같은 건 없고, 다양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야 법정 휴가조차 갖지 못하는 이들이 용기를 내고 조직의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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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날 나온 이야기들은 대한민국 평균에 비해서는 한참 높은 수준일 수도 있다.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연차휴가 일수는 최저임금처럼 최저선일 뿐인데도 그 선조차도 안 지키는 조직이 허다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반면,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는 조직과 개인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30세대를 관통하는 열망이 새로운 기준을 만든다면 의외로 사회는 빠르게 변할 수도 있다. 단, 그 열망을 제대로 전달한다면 말이다.

다음 편은 4회 ‘안정적 소득이란?-일하는 만큼 버는 사회 맞나요?’로, 2030세대의 관점에서 보는 적정 소득의 기준, 그리고 최저임금과 생활임금, 기본소득 등의 이슈들을 다룬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해피빈 공감펀딩(후원) 금액은 전액 프로젝트 진행 및 출판 비용으로 활용되며,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경우 재단법인 희망제작소의 공익사업에 전액 사용된다.

* 이 시리즈는 2030세대의 새로운 노동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3회는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서 진행됐습니다.

– 정리 : 황세원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이우기 사진작가

월, 2017/12/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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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에게 고용안정이란?

“저 취직했어요.”
부모님께 이렇게 말하면 가장 먼저 어떤 말을 듣게 될까? 아마도 이 말이 아닐까.
“정규직이니?”
2030세대도 마찬가지다. 친구가 “나 취직했어.”라고 한다면 정규직인지 아닌지, 즉 ‘안정적인 직장’인지부터 묻지 않을까?

청년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40만 명이 넘는 나라.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300대 1에 이르는 나라, 외국어고 전교 1등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언론에 소개되는 나라, 노동계가 가장 크게 요구하는 일자리 정책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인 나라 대한민국에서 ‘고용안정’은 분명 최우선의 가치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고용안정’이란 의미는 어느 세대에게나 똑같을까? 첫 직장에 취업하면 정년까지 다니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를 살아온 세대, 그리고 취업자 절반이 6개월 이내에 직장을 그만두는 지금 세대의 사이에서 그 의미가 같을 수가 있을까?

‘자비 없네 잡이 없어-2030세대 노동 이야기’의 첫 번째 주제로 ‘고용안정’을 정한 것은 그 차이를 짚어보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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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르호봇G캠퍼스에 연구자 네트워크 8인 중의 3명이 모였다. 셋은 각각 20대 후반, 30대 중반, 30대 후반의 나이이고, 영리·비영리를 포괄하는 여러 조직에서 일해 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게 ‘정년보장’일까?

황세원 : 3인 토크 첫 주제를 ‘고용안정’으로 잡았는데요. 처음부터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에 대한 세대 간 시각 차이가 있다면 이 부분이 핵심이 아닐까 했어요. 정규직·대기업·공무원 등 우리 사회에 몇 안 되는 좋은 일의 보편적 기준들은 다 ‘고용안정’에 근거하니까요. 저도 언론사, 공공 업무를 하는 민간위탁기관, 비영리재단 등을 거치며 일해 왔지만 두 분은 더 다양한 조직 경험을 하셨는데요. ‘고용안정’ 측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정민 : 저는 고교 때부터 예술을 전공해서인지 ‘고용안정’을 기준으로 진로를 택해 본 적은 없어요. 그렇지만 안정성 높은 공공부문 직장을 경험해 봤더니 안정성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겠더라고요. 갑질 당할 일 없고, 어떤 일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고, 사회적으로 보호된 직종에서 일한다는 자체가 안정감을 주니까요. 또, 건강검진, 해외연수, 경조사비, 상조서비스 등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모아 놓으면 생활에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들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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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나 : 제 지인 중에도 경조사비 혜택 때문에 회사를 못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 점만 봐도, 사람들이 원하는 ‘고용안정’은 단지 안정적인 조직을 말하는 건 아닌 듯해요. 어떤 일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개인의 안정성도 필수적이잖아요? 가정의 상황이 어떤지, 스트레스는 감당할 만한지, 급여가 만족스러운지 등등에 따라서 아무리 안정적인 직장도 도저히 다닐 수 없는 곳이 되니까요.

황세원 : 저도 그 점이 궁금해요. 고교 3학년도, 예순이 다 된 사람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게 우리 현실인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게 정말 ‘정년 보장’인가 하는 거죠. 저는 요즘 청소년이나 대학생 진로교육을 나갈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꼭 물어봐요. “지금 마음에 드는 직장에 들어갔다고 하면, 65세까지 다닐 수 있겠어요?” 하고요.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짓죠. “왜 그래야 하는데요?” 반문하기도 하고요.

김정민 :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 시험이 가지는 의미는 ‘공정한 선발’ 아닐까요? 민간 부문에서도 비슷한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 정도로 쏠림이 심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황세원 :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도 정년 보장의 차원은 아닌 듯해요. 그보다는 ‘차별’이 있느냐, 갑질을 받느냐,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해고될 위험은 없는지의 차원 아닐까요? 무엇보다도 다음 단계로의 성장 가능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봐요.

안정된 직장에서도 느끼는 ‘공포’

김정민 : 사실 2030세대가 ‘고용안정’을 추구한다는 건 모순이에요. 앞선 시간에도 얘기했듯이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 자신의 욕구를 늘 탐색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원하죠. 그런데 ‘고용안정’이 되는 순간 이런 갈증을 포기해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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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나 : 맞아요. 제가 참여한 ‘밀레니얼 프로젝트’(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연구)에서도, 이 세대의 퇴직 사유 중 가장 큰 것이 ‘내가 원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에 맞지 않아서’이더라고요. 일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직장에 다니는 것’에서 ‘나의 전문성을 활용해서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변해온 것이죠.

황세원 : 그렇지만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시생이라는 통계만 봐도, 2030세대 역시 현실적으로는 안정성에 얽매여 있는 것도 사실이죠. 한국 사회의 상황이 그런 다양성을 추구하도록 허용하지 않잖아요?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이는 점점 커지는데, 그런 정규직도 생애소득은 공무원만 못 하다더군요. 명예퇴직을 피해서 정년까지 다니기가 어려운 거죠. 그러다보니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서도 공포가 느껴져요. 드라마 ‘미생’(2014)에 나왔던, “직장이 전쟁터 같지? 여기서 나가면 지옥이야.”라는 대사 그대로죠.

김정민 :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는 있어요. 제가 2013년에 이직할 때만 해도 “그동안 이직을 왜 그렇게 자주 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그런 질문은 못 들었고, 오히려 이직한 것도 능력으로 봐 주더라고요. 워낙 취업 자체가 어렵다보니 그런 것도 같지만, 조직보다는 개인 기준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지는 게 아닌가 해요. 하려는 일의 가치와 미션이 명확하다면 기업이건 비영리건 어디서 일해도 상관없고,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이직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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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그런가요? 아직 모든 영역에서 그래 보이지는 않는데, 그런 경향이 더 확산되면 좋겠네요. 김빛나 씨는 해외에서의 일 경험도 있으시잖아요? 한국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김빛나 : 미국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다닐 때 학교 입학처에서도 일했고, 비영리 기관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는데요.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은 영리·비영리·공공부문 등의 섹터를 한국에서처럼 구분하지는 않았어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력을 쌓아갈 뿐이죠. 그렇게 자신만의 ‘커리어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봤더니,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환경과 문화, 인식을 자연스럽게 접했고 그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는 교육을 받았더라고요. 그 결과로 대학교의 전공, 직업을 택하는 것이죠. 한국에서처럼 성적에 맞춰서 전공을 정했다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 했어요.

다른 삶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김정민 :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삶은 어떤지를 상상할 수 없으면 불안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첫 직장부터 안정적인 조직에 들어가서 쭉 다닌 사람일수록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가지잖아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들의 삶에 공감하는 감수성이 떨어지기 쉬워요. 경험치가 낮고, 시야가 좁으니까요. 그게 지금 20~30대들의 직장생활을 답답하게 하는 큰 요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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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 맞아요. 2030세대가 답답해하는 점이, 열심히 노력해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만족스러워야 하는데 오히려 직장문화라든지 시스템이 더 후진적이라는 거예요. 연봉이 높으니까 참고 다니는 사람에게도, 견디지 못 해서 이직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사회적인 낭비가 발생하죠.

김빛나 : 요즘은 기업이나 비영리 부문의 경험을 가지고 공무원이 되는 분들도 있고, 그 반대의 경로로 일하는 분들도 있던데 확실히 달라 보여요. 안타까운 건, 청소년 시기에 자신의 삶에 대해 열린 선택지를 두고 고민해 볼 기회가 별로 없다는 거에요. 제 청소년기를 돌아봐도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기보다는 주어진 길대로 걸어온 시간들로 느껴져요. 꿈을 꾸라, 진로를 고민해 보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정답을 정해놓은 시험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김정민 : 한국에서는 경험도 다 비용에 달려 있거든요. 부모님들의 경험치가 자녀들 진로를 좌우하기도 하고요. 경험치가 높은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한 방향만 강요하지 않지만, 대부분은 딱 몇 가지 진로, 그야말로 ‘안정적이다’라고 평가되는 진로만 주입시키죠. ‘네가 아프거나 아이를 낳을 때,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도 보호 받을 수 있는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주는데, 가만히 보면 다 경제적인 이유들이에요. 다른 방식의 삶은 상상하지 못 하는 거죠.

황세원 : 다양한 경험이 부족하고, 다른 삶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까 불안감을 느끼고, 그러니까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진로에 매달리게 되고, 혹은 그런 진로를 택하라고 다음 세대에게 주입하게 된다는 거네요. 앞선 자리에서 최태섭 씨가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나 자란 세대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으라’는 추동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런 추동과 안정성을 추구하라는 추동을 동시에 받으니 2030세대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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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나 : 그런데다 간접경험은 훨씬 늘어났으니까요. 인터넷 검색만으로 해외의 새로운 조직문화나 일의 사례, 경험들을 쉽게 접할 수 있죠. 차라리 모르면 지금 체계에 순응을 할텐데, 좋은 사례들을 알아버린 상태에서는 그럴 수가 없죠.

김정민 : 그래서 저는 중학교에 도입된 ‘자유학기제’, 내년부터 확장되는 ‘자유학년제’ 같은 제도들이 제대로 활용됐으면 좋겠어요.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자기 삶’에 대해 충분히 탐색하는 시간을 준 것은 참 좋은데, 자원이 풍부한 아이들과 아닌 아이들 사이에 격차가 나타난다든지, 이전 세대인 교사들의 경험치 범위에 갇히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내가 원하는 방향에 있느냐가 ‘안정성’

황세원 : 정리해 보면, 2030세대에게 ‘고용안정’은 분명 이전 세대와는 다른 의미네요. 한 직장에 정년까지 다닌다는 의미보다는 내가 추구하는 방향대로 경력을 쌓아갈 수 있는 환경에 있느냐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세대는 각자 자기에게 맞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경험들이 필요하겠네요. 그런 노력들이 경력 상 손해로 작용하지 않도록 조직들은 유연해져야 하겠고,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도 바뀌어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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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이 대화했던 첫 번째 자리와 달리 이번은 ‘3인 토크’였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3시간이 쉴 틈 없이 지나갔다. 명확한 결론을 낸 것은 아니었지만 술술 풀려가는 이야기의 끝에 어떤 실마리가 나타나는 듯했다. 앞으로 7개의 주제를 더 다루는 동안에 이 실마리도 점점 더 분명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다음 편은 3회 ‘충분한 휴식이란?-휴가 가기 위해 사표 냅니다’로, 2030세대가 원하는 휴식의 수준과 이를 위한 권리에 대해 다룬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해피빈 공감펀딩(후원) 금액은 전액 프로젝트 진행 및 출판 비용으로 활용되며,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경우 재단법인 희망제작소의 공익사업에 전액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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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2030세대의 새로운 노동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2회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코워킹 공간 ‘신촌르호봇G캠퍼스’에서 진행됐습니다.

– 정리 : 황세원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이우기 사진작가

화, 2017/11/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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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에게 안정적 소득이란?

“얼마를 벌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다 다를 테지만 ‘사회 초년생 때는 적게 벌 수 있다’는 데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5년 10년을 일해도 소득이 높아지지 않는 사회 구조라면 어떨까?

20년 이상 한 직장에 다닌 사람은 678만 원을, 대기업(300인 이상) 직원은 432만 원,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는 578만
원을 평균적으로 매달 받는다고 한다(2016, 통계청). 그런데, 그런 일자리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지금 20~30대로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다면 어떨까?

창의적인 일, 고정성을 탈피한 일, 가치 있는 일을 찾아내려고 노력한 결과로 예술, 비영리,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거나 프리랜서, 스타트업 구성원이 됐는데 월세와 식비도 감당할 수 없는 처지라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자비 없네 잡이 없어-2030세대 노동 이야기’의 네 번째 주제는 ‘안정적 소득’이다. ‘고용안정’, ‘충분한 휴식’ 편에 이은 세 번째 ‘주제 별 토크’로, 지난 12월 2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DO 카페’에서 진행됐다.

연구자 네트워크 중에서 김정민 씨가 진행을 맡았고, 최태섭 씨가 참여했다. ‘알바노조’ 위원장 이가현 씨가 ‘플러스 1인’으로 함께 했다. (연구자 네트워크 소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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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 얼마를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지난 자리에서도 얘기했지만 고교 때부터 예술을 전공하다보니 셀 수 없이 다양한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경험을 했어요. 인디 뮤지션으로 활동한 시절도 있고요. 공익재단과 공공 부분의 안정적인 조직에서 일한 경험도 있지요. 양쪽을 경험해 보니 큰 차이가 보여요. 일단 매달 고정적으로 돈이 통장에 들어온다는 자체가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최태섭 : 저는 직장생활은 그리 오래 하지 않았어요. 다 합쳐서 2년이 채 안 되네요. 연구를 하고 글을 쓰는 ‘저술노동’을 10년 넘게 해 왔어요. 글을 써서 받는 원고료와 강연료 수입으로 살죠. 당연히 ‘안정적 소득’이라고는 할 수 없는 정도예요.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고민들

이가현 : ‘안정적 소득’이라는 기준을 저는 실제 삶의 형태로 말하고 싶어요. 제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했을 때예요.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주 3~4일 하면서 월 40만 원을 벌었어요. 세 명이 누우면 꽉 차는 방에서 친구들이랑 살았는데도 월세로 10만원 가까이 냈고요. 밥 한 끼 먹을 때도 망설여졌어요. ‘6,000원짜리 순대국밥 먹을 것이냐, 2,000원 밥버거 먹을 것이냐’ 하면서요. 그런 고민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게 ‘안정적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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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섭 : 그거 참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고민이잖아요? 가만히 보면 제가 사는 물건은 거의가 ‘원 플러스 원’이에요. 음료 하나를 그냥 마시고 싶어서 선택할 수가 없는 거죠. 가끔은 “이 돈 모아서 집 살 것도 아닌데…” 싶기도 해요. 사실, 예전에는 임금이란 생활비 빼고 저축해서 집도 사고 그런 거였어요. 지금은 설사 억대 연봉을 받아도 서울에 아파트 사기 어렵잖아요? 심지어 중위소득도 안 되는 돈을 번다면 ‘돈 모아 집 산다’는 생각은 아예 지우고 살죠. 최소한의 생활비, 보험을 들거나 약간의 저축 할 정도를 원하는 건데 주위를 보면 그것도 안 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김정민 : 최근 통계(2016, 통계청)를 보면 우리나라 중위소득은 월 209만 원이래요. 가장 큰 소득부터 적은 소득까지 한 줄로 놓았을 때 정 가운데가 월 209만 원이라는 거죠. 20대만 보면 중위소득이 172만 원으로 확 떨어져요. 15~35세가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은 숙박음식점업, 그 중에서도 서비스업이고요. 사실상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인 거죠. 통계보다 현실은 훨씬 더 열악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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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 ‘알바’가 학생 때 잠깐 하는 일이 아니라 20~30대, 그 이후로도 이어지는 노동이 되고 있는데 그 노동환경이 극도로 열악하니까 점점 힘든 사람이 많아지는 거예요. 알바노조에서 상담을 받아보면 사실 근로조건만 가지고 진정까지 가지는 않아요. 인격적 모독을 당했는데 마침 불법적인 근로조건까지 있다면 겨우 용기내서 진정 하는 정도죠. 그런데도 그 중 처벌이 되는 건은 1%도 안 돼요.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다른 법은 지키라고 할까, 이해가 안 돼요.

김정민 : 우리는 자라면서 노동교육을 거의 받지 못 했잖아요. ‘돈’의 가치가 이렇게 절대적으로 큰 사회인데 실제로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임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채로 사회에 나오고요.

학자금 대출에 눌린 첫 세대

최태섭 : 요즘 ‘영 포티’라는 말이 유행하기에 ‘그럼 지금의 2030세대는 더 나이 들면 뭐가 되나?’ 하고 생각해 봤어요. ‘뭐긴 뭐야, 계속 88만 원 세대지.’라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나이가 들어도 자연히 임금이 오르거나 고용이 안정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딱 그 경우예요. 거기다 쓸데없이 ‘가방끈’은 길어졌는데, 덕분에 빚도 많이 지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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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 저는 20대 때, 은행에 가서 “학자금 대출을 갚기 어려우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물어봤더니, “개인 파산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이게 20대에게 할 말인가?” 싶더라고요.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어느 날 돈이 생겨서 갚았어요. 인디뮤지션으로 활동할 때 만든 곡이 갑자기 팔려서요. 그런데도 기쁘기보다는 허탈했어요. 그렇게까지 나를 짜증나게 하던,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던 금액이 어떤 관점에서는 별로 큰돈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최태섭 : 저는 지금도 갚고 있어요. 이제는 좀 무디어졌지만 한 때는 장학재단에서 오는 독촉 문자 받다가 미쳐버릴 것 같기도 했어요. 친구가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라는 책을 썼는데, 딱 제가 그렇죠. 공부할수록 빚이 많아지고 가난해져왔으니까요. 물론 안했다고 부자가 되진 못했겠지만요.

이가현 : 제 주변에는 ‘취업후 상환’, 그러니까 취업한 이후부터 원금을 갚기 시작하는 조건으로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취업을 못 해서 10년이 넘게 이자만 내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동안 낸 돈은 엄청난데 원금은 그대로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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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 그거 아세요? 지금 40대 이상 세대는 대학 학자금 대출 부담이 우리처럼 크지 않아요. 90년대까지만 해도 등록금이 그렇게 비싸지 않았거든요. 문과 쪽은 학기당 200만 원이 안 되는 곳이 많았어요. 지금 2030세대가 소득의 상당 부분을 학자금 대출 갚는 데 쓰면서 산다는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다니까요.

최태섭 : 그런 부분들이 결국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게 무서워요. 생활에 여유가 없으면 경험의 폭도 제한되고, 성취에도 영향을 주죠. 예를 들어, 책을 쓰기 위해서 다른 책들을 읽어야 하는데, 책 값 때문에 필요한 것을 다 못사는 일이 많아요. 그런 영향은 제가 내놓는 성과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잖아요? 그렇게 효과들이 쌓여가는 거죠.

경조사비 내고 계세요?

김정민 : 받을 돈을 제 때 못 받아서 수입이 불안정해지는 경우도 있죠. 뮤지션으로 일할 때 그런 점이 화가 났었어요. 헬스 트레이너 하는 분에게도 들었는데, 제 때 돈이 안 들어오니까 계속 현금서비스를 받게 된다는 거예요. 현금서비스는 이자도 비싸지만, 신용에도 악영향을 주잖아요? 우리 사회는 그렇게 신용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왜 다른 사람의 신용을 지켜주는 데 무감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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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 ‘최저임금’에 대한 반응에도 모순을 느껴요. 일본 노동조합 활동가에게 들었는데, 거기서는 우리처럼 최저임금에 딱 맞춰서 임금을 주는 사업장은 거의 없다는 거예요.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생활에 맞는 임금 수준을 만들어 간다고 해요. 사실 최저임금은 그야말로 국가가 정한 ‘최저’ 선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모든 사업장이 일제히 최저임금에 맞춰서 임금을 줘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고, 얼마 안 가서 ‘정부가 정해준 임금’으로 통할 지경이죠.

김정민 :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학생에서 노동자로, 준비도 없이 내던져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갑자기 ‘어른의 도리’를 하라는 압박까지 받고요. 결혼식, 장례식 때 경조사비 내는 일이 대표적이죠. 저는 30대에 접어드니까 ‘이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가?’하는 생각이 심각하게 들더라고요. 두 분은 어떠세요?

이가현 : 종종 있어요. 사실 3만원만 해도 알바 시절 월급의 10% 수준이니까 부담이 되죠. 그 용도로 매달 얼마씩 떼서 모아 놓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최태섭 : 사실 저는 경조사에 많이 못 가요. 정말 친한 친구의 경우를 빼고는요. 가서 축하하거나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은 들어도 경조사비 때문에 포기하는 거죠.

김정민 : 인간의 도리를 못 하는 것도 문제지만 또 다른 측면도 있어요. 국민연금을 안내면 미래소득의 차이가 커지는 것처럼, 지금 경조사비를 못 내면 큰일을 당했을 때 함께 해 줄 사람이 적어지는 거니까요. 금전적 도움을 떠나서 심정적으로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 자체도 정말 힘든 일인데, 사실은 미래의 안정성도 침해되는 거예요. 이렇게 우리가 많은 부분이 유실된 채로 살아간다는 걸 윗세대들은 모를 거예요.

노동을 보호 받은 경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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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섭 : 저는 “얼마를 벌어야 적정하게 살 수 있을까?”는 생각을 평소에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월 150만 원만 안정적으로 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행도 한 번씩 가고 필요한 물건 사고 부모님 아프실 때에 대한 대비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액수는 중위소득에도 못미쳐요. 평균 소득에는 더더욱 못 미치고요. 적정한 소득에 대한 감을 잡는 게 어려운거죠.

이가현 : 저는 지금 그보다 못 벌지만,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주거비가 안 들기 때문에 아직은 괜찮아요. 월세를 내는 친구들은 저보다 많이 벌어도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알바노조가 ‘최저임금 1만 원’을 몇 년째 주장해 왔는데, 물가와 주거비가 이렇게 계속 오르다보면 그 주장이 관철돼도 생활수준이 얼마나 나아질지 모르겠어요.

김정민 : 저는 그래도 서울에서 살려면 월 200만 원 소득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조직에 속해서 200만 원을 받는 것과 프리랜서로 200만 원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르거든요. 4대 보험료의 직장 부담분과 퇴직금 때문에도 그렇지만 조직에 속해 있으면 은행 대출 이자도 상대적으로 낮고, 소득공제도 받잖아요. 제가 얼마 전부터 대학원에 다니는데, 학비도 소득공제가 되더라고요. ‘아, 소득이 많고 비싼 학교에 다니면 받는 혜택이 더 크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소름이 돋았어요.

최태섭 : 지금 2030세대 중에는 자기 노동에 대해서 보호를 받아 본 경험 자체가 없는 사람이 많아요. 조직에 들어갈 때 환대를 받고, 신분 보장을 받고, 동질적인 혜택을 받아 본 경험이 없는 거죠.

이가현 : 맞아요. 편의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유통기한이 지나서 폐기할 음식들을 먹게 해 주는 걸 혜택으로 알아요. 어딜 가도 식대 주는 곳이 없으니까 그나마 낫다는 거죠. 기껏 경험하는 복지가 폐기 음식이라니, 다른 상상을 해 볼 수 없다는 점이 슬퍼요. 그런 점에서 저는 요즘 논의되는 ‘기본소득’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이 많이 불안해해요. 자동 주문 기계들을 도입하면서 인력을 줄이고 있거든요. 남은 직원들의 노동강도는 강해지고요.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임금을 보전해 주는 역할도 하지만,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고, 문제제기 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역할도 할 거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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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 대신 잠과 재력을’

최태섭 : 예전에 1980년대에 대학 다닌 세대인 학자에게서 “왜 너희는 그렇게 나라 걱정을 하니?”라는 말을 들었는데, “다른 비빌 언덕이 없으니까 그렇죠.”라고 답했어요. 최소한의 권리라도 지키기 위해서 의지할 곳이 국가밖에 없는 거죠. 사실, 우리 대화의 처음 질문인 “얼마를 벌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내지 못 했는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면서 살 수 수준이 적정 소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수준을 사회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요.

이가현 : ‘최저임금 1만 원’ 슬로건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잠재력 대신 잠과 재력을’이라는 거예요.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고, 최소한의 소비는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런 정도가 안정적인 소득이 아닐까요?

김정민 : 멋진 말이네요. 언젠가 나중에 하려고 미루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의 안정성과 인간적인 삶을 누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돼요. 저는 오늘 이야기를 나누고, ‘노동과 실질적인 경제 교육의 부재’가 정말 큰 문제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요. 우리 발언권을 우리가 획득하는 수밖에는 없잖아요? 일 하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서 더 많이 말해야 하는 거죠. 알바노조가 만들어진 것처럼 더 다양한 대변자들이 있어야 하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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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대화는 지금까지의 연재 토크 중에서 이 날의 주제와 분위기가 가장 무거운 편이었다. 각자가 말한 ‘안정적 소득’의 수준이 결코 높지 않음에도 그랬다는 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 최저임금 1만 원, 노동교육 등 해법이 가장 다양하게 제시된 대화이기도 했다. 그만큼 이미 문제의식이 깊어져 있고, 더 많은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는 주제라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다음 편은 5회 ‘조직 노동이란?-월급쟁이와 머슴의 차이는 뭔가요?’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해피빈 공감펀딩(후원) 금액은 전액 프로젝트 진행 및 출판 비용으로 활용되며,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경우 재단법인 희망제작소의 공익사업에 전액 사용된다.

* 이 시리즈는 2030세대의 새로운 노동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4회는 서울 동대분구에 위치한 코워킹스페이스 DO카페에서 진행됐습니다.

– 정리 : 황세원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이우기 사진작가

월, 2017/12/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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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년간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장의 노동자와 지역경제가 시름에 잠겼다.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에 따른 예고된 수순이라는 분석과 낮은 생산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이런 일이 대개 그렇지만, 어떤 것이 사실인지를 가려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사실 여부를 가리는 작업을 잠시 뒤로 넘기고, 과거 GM이 경험했던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번 사태를 곰곰이 곱씹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GM의 창업과 전성기

1908년 창업 이후, GM은 앨프리드 슬론(Alfred Sloan, 1875~1966)이 회장을 맡으면서 당시 업계의 최강자였던 포드를 뛰어넘게 된다. 이후 포드는 한번도 GM을 능가하지 못했다. 슬론 회장은 그때까지 지배적이었던 기능별 조직(U-form Organizatio)을 사업부제 조직(M-form Organization)으로 새롭게 개편하는 혁신을 선도한 인물이었다. 그의 이름을 딴 경영대학원(슬론 스쿨)이 MIT에 설립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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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GM은 기업 규모의 확대에만 관심을 두고 방만하게 운영되었는데, 1923년 슬론은 회장이 되자마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던 것이다. GM의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체제를 뜯어고치고, 분권화된 경영방식의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사업부간 상호협력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최대한의 분권화와 적절한 중앙통제를 가미한 혁신적인 경영실험이었다. 이를 통해 GM은 자동차산업의 일인자로 등극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 미국은 세계 산업생산의 거의 절반을 담당하게 되었고, 이른바 빅3인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미국 전체 자동차시장의 90%를 점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이후 GM은 손익계산서에만 매달리는 재무 출신의 경영자들이 지배하는 회사가 되었고, ‘GM은 실패할 수 없다’는 오만한 인식에 젖은 채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

 

1970년대의 위기

1960년대 말에 이르러 이미 세계 2위의 자동차 생산국이 된 일본과 독일의 폴크스바겐 등 소형차들이 미국의 자동차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1973년 오일쇼크가 일어나자 미국 소비자들도 작고, 연비가 높은 일본과 독일의 자동차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와중에도 GM은 여전히 대형차에 집착함으로써 작고 경제적인 세컨드 카를 원했던 소비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내부적으로도 노동자들을 로봇으로 대체하여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가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고 말았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서 필연적으로 부딪치게 될 문제에 무지했기 때문이었다. 노동의 인간적 측면을 소홀히 하고, 기술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그 기술의 효율성마저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1960년대에 스웨덴 등 북유럽국가에서 정립된 이론인 사회기술시스템(socio-technical system)은 이처럼 기술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의 문제와 조직내의 사회적인 문제들을 그 대상으로 함으로써 노동의 인간화(Humanization of work)를 실현하려고 했던 이론이었다. 그러나 당시 GM에게는 대서양 건너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GM의 변신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GM은 일본 자동차회사의 눈부신 성공(값싸고 품질 좋은 차)이 무엇에 기인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술우위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에 대한 접근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학계에서도 일본계 미국인 3세인 윌리엄 오우치 교수가 미국기업과 다른 일본기업의 경쟁력을 분석하여 ‘Z 이론’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일본기업은 종신고용을 통해 평생직장이란 개념을 심어서 충성심을 유도하고, 품질분임조(QC)를 통해 작업의 구성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여 품질개선을 위한 공동작업을 하고, 자신과 회사를 위한 개선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우치는 미국기업과 일본기업은 조직관리와 경영관리방식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일본기업의 장점을 채용해서 미국기업에 적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결국 GM은 소형차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면적인 조직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1983년 GM은 도요타(Toyota)와 합작하여 ‘누미(NUMMI; New United Motor Manufacturing)’라는 이름의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소형차를 생산하기 위해 경쟁자로부터 배울 건 배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새턴(Saturn) 프로젝트

경쟁력있는 소형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GM과는 결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전혀 다른 차원의 혁신적인 회사를 설립하는 새턴 프로젝트가 계획되었다. 1983년부터 시작된 이 계획에 따라 1985년 GM의 독립자회사인 새턴(Saturn Corporation)이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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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턴의 설립에는 공장관리자, 생산노동자, 숙련기술자, 노조대표, 그리고 GM과 UAW(전미자동차노조)의 스탭들로 구성된 ‘99인 위원회’라는 노사공동 프로젝트팀이 그 중심에 있었다. 이들은 다른 기업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50개에 달하는 GM의 다른 공장들과 60개의 다른 기업들을 방문하여, 경쟁력 있는 기업의 성공요인을 나름대로 정리하였다.

1985년 GM과 UAW 간에 체결된 단체협약에는 이러한 새턴의 혁신적인 경영철학들이 곳곳에 들어 있다. 압축해서 말하면, 인간공학적이고 원가 효과성(cost effectiveness)을 가진 최첨단기술을 통한 생산, 새로운 인간관(인간에 대한 열린 태도)을 바탕으로 한 경영관리, 통합적인 경영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혁신적인 소형차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사회기술시스템에 경영시스템이 가미된 신사회기술시스템, 즉 인간-기술-경영시스템에 의한 공동 최적화(Joint Optimization)를 이루어 혁신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새턴에서는 공동결정제도의 원조인 독일보다도 어쩌면 더 높은 수준의 노사파트너십에 의한 노사관계를 형성하였다. 현장자율 경영팀에 의한 노사 공동경영을 통해 새턴은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지 3년 만인 1993년에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하게 된다. 프레데릭 테일러(F. W. Taylor)에 의해 분리되었던 구상(Thinker)과 실행(Doer)이 GM 새턴 공장의 현장자율 경영팀에서 다시 통합된 것이다. 과학적 관리법이 출간된 1911년부터 계산하면 햇수로 74년 만이 된다. 세계 곳곳의 공장조직에서 여전히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기법이 대세를 이루는 점을 감안하면 새턴의 혁신작업은 가히 혁명적이라 부를 만하다.

그 후의 GM, 그리고 군산

2009년 파산신청까지 했던 GM은 이후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회생했다. 생존을 위한 글로벌전략을 수립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GM은 1920년대와 30년대에 인수했던 영국의 복스홀(Vauxhall), 독일의 아담 오펠(Adam Opel), 그리고 호주의 홀덴(Holden)을 최근에 모두 매각, 폐쇄했다. 굳이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앨프리드 챈들러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GM의 글로벌 사업구조는 글로벌 사업전략을 따른 것일 것이다. 그리고 하버드 사회학 교수인 탤컷 파슨스의 말처럼 사업구조는 또 그 기업의 목적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의 사태가 모두에서 말했던 것처럼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결과인지, 혹은 낮은 생산성으로 인한 결말인지는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다. 아마도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 되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제 군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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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사파트너십의 탄생을 상상하며

나는 군산에서 1985년 테네시주 스프링힐에서 벌어졌던 극적인 노사파트너십이 재탄생하는 것을 상상해본다. 인간과 기술, 그리고 경영시스템이 통합된 신사회기술시스템(new socio-technical system)에 지역의 이해관계가 모두 통합된 새로운 개념의 사회기술시스템이 한국의 군산에서, 그것도 위기의 벼랑 끝에서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통합 신사회기술시스템’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이 주요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있는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목표가 된다. 중장년층의 고용연장과 기업의 비용 절감이 무모순적인 관계가 되도록 임금체계를 설계하고, 이를 위한 연결고리가 생산성 향상임을 직시하고, 교육훈련에 적극 투자한다.

 연공급이 우리사회의 구조에 적합한 임금체계였으나, 연공급의 전제인 근속기간 증가에 따른 숙련향상, 이를 위한 교육훈련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못함으로써 연공급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던 측면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가져온들 운용에 실패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러니 그 제도의 전제와 내용을 철저히 분석하여 파악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도입’보다 더 중요하다. 이는 독일식 직업학교제도와 공동결정제도(노동자대표이사제)를 도입할 때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노동조합은 정치적조합주의, 경제적조합주의를 넘어 국민적조합주의로 나감으로써, 노사관계를 공동이해를 가진 사회적 파트너 관계로 만들어야 하고, 생산성 향상의 주체로서 회사의 하이로드 전략(고숙련-> 고부가가치 -> 고임금)에 파트너로서 참여해야 한다.

 노동의 목표인 임금인상과 경영의 목표인 생산성향상을 무모순의 관계로 파악해야 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trade-off 관계가 아니다. 노동의 합리화(사측)와 노동의 인간화(노측)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노사간 파트너십의 형성이란, 각 동업자(파트너)가 상대방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가지고 서로 제휴하여 협력할 때, 각자가 따로 했을 때보다 더 큰 효과를 얻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의 글로벌 경영에서는 해외에 값싼 노동력이 항상 대기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원하청간 노동조건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지역의 이해관계를 기업의 사회기술시스템에 통합시키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공포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Fear), 테일러식 과학적 관리법에 따른 구상(Thinker)과 실행(Doer)의 분리 등 한물간 경영방식에 따르는 필연적인 노사갈등 대신에, 조직내 기술체계와 사회체계(인간)가 공동 최적화를 이루고, 여기에 TPS(도요타생산시스템)와 같은 첨단 경영시스템과 새로운 차원의 통합적 이해관계자모델을 접목하여 한국형 노사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기업은 지나간 산업화모델의 한계를 인정하고, 사람=비용이라는 협소한 인간관을 수정하여 사람에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자율성, 창의성이 창발되고, 이것이 생산성 향상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경영관리방식을 만들고, 작업방식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결국에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일대 각성을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이 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없는 제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식 전환부터 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이를 체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선진사례들로부터 배운 새로운 노사관계와 새로운 경영 혁신안들을 우리 방식으로 맞추어 나가야 한다. 한방에 이루겠다는 기대부터 접어야 한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지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바탕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야말로 흔들림 없는 우리만의 제도와 규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한국GM 사태가 가리키는 곳이 여기가 아닐까? .

금, 2018/03/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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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자비 없네 잡이 없네’ 시리즈로 2030세대의 노동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에 살을 붙여 한 권의 책을 펴냈는데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일한 지가 몇 년인데 모아 놓은 돈도 없냐고요?
모르시는 것 같아 알려드립니다, 우리의 노동

현재 청년 실업률은 연일 치솟고 있는 중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5세~29세 청년 실업률(9.2%)은 IMF 직후였던 1999년(10.3%)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험난한 취업 시장에서 2030세대는 학자금 대출을 등에 진 채 분투하고 있다.

다른 한편, 높은 장벽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신입 사원 4명 중 1명은 1년 안에 퇴사하고 있다. ‘세상 무서운 줄’ 누구보다 잘 아는 청년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가 있다. 보상 없는 초과근무, 잦은 회식, 성폭력이나 폭언, 개인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조직 구조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전향한 사람들은 임금 체불의 위험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고, 다시 구직자가 된 사람들은 ‘슈퍼 을’이 되어 ‘면접관님’이 만족하실 만한 자소서를 써야 한다. “그 정도도 감내하지 못하다니 약해 빠져가지고.” 하는 타박을 들으며.

압박 면접과 갑질, 주말 출근과 임금 체불…
야생에 가까운 노동 환경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민간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기획하고 20~30대 연구자 여덟 명이 참여한 이 책은 지금 청년 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무자비한 노동환경을 폭로하는 것을 넘어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사회,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2030세대가 일터에서 겪고 있는 복잡다단한 고통의 실체를 고용 안정, 충분한 휴식, 안정적 소득, 조직 노동, 조직 밖 노동, 전문성, 가치 지향 노동, 구직자의 알 권리라는 주제들로 구체화한다. 아울러 열띤 주제별 좌담을 통해 노동 현장 곳곳에 있는 부조리를 포착하며 20~30대 구직자와 노동자가 알아둬야 할 정보와 다양한 노동 방식을 공유한다.

알고 있나요?
‘연차 15일’은 법으로 규정한 최소 기준일 뿐이라는 것을

당신이 만약 일하고 있다면, 사장님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연차휴가를 주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을 통해 고소할 수 있다. 법에서 정하는 최저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근로조건을 높일 수도 있다. 노동조합과 함께 집단 차원에서 회사와 협상하면 된다. 노동조합이라 하면 왠지 불법적인 조직 같고, 발을 담갔다가는 어디론가 끌려갈 것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노동조합은 헌법이 보장한 법적인 권한과 보호 장치를 갖고 있는 강력한 단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노동조합 경험자는 100명 중 서너 명일 정도로 적다. 우리 사회에 노동조합 자체가 드물다는 뜻이다. 아직 노동자가 아닌 구직자는 노동조합이나 노동 관련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워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한다.

“정보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 취업에 실패한 개인들은 자기반성과 더 ‘노오력’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진짜 문제는 구직자들 스스로 정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입사 전까지 근로계약서를 보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임금이나 휴가 등도 그냥 알려 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238~240쪽

가까운 예로 현재 구직 사이트의 채용 공고 중 급여 항목을 보면 대다수가 ‘내규에 따름’ ‘협의 후 결정’처럼 모호하게 제시돼 있다. 법적인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법에는 ‘거짓 채용 광고를 내거나 구인 광고 내용을 구직자에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을 뿐이고, 채용 공고에 어떤 정보를 넣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우리는 더 많이 원한다고 말하자
2030세대 당사자들의 집단 구술로 발견한 ‘좋은 일’과 ‘노동 존중 사회’의 밑그림

답답한 상황 가운데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 할 여러 가지 노동조건을 반영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기로 한다. 각 주제별 좌담에서 현실적인 방안을 도출하고, ‘2030세대의 노동 현실 개선을 위한 여덟 가지의 정책’으로 정리한다. 그 내용은 ‘채용 공고에 정확한 정보 기재 의무화’ ‘다양한 노동시간 제도 확산’ ‘일하는 사람 관점의 유연성 확대’ ‘조직 내 민주주의 강화’ ‘초·중·고 노동권 교육 강화’ ‘사용자 대상 노동권 교육 실시’ ‘사각지대 노동자 보호 강화’ ‘전반적 임금수준 상승’이다.

정책들은 2030세대가 요구하는 좋은 일의 요건이 ‘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에게 일이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자신의 가치와 일상적인 삶을 지켜 내는 수단’이자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2030세대는 사회적으로 중요시되는 가치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내 삶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개인주의자이지만, 일에 있어서만큼은 이전 세대보다 사회적인 가치를 더 추구한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박명준 박사는 좌담에서 나온 여덟 가지 정책이 “정부가 표방하는 ‘노동 존중 사회’와 이를 이루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방향과도 일치”한다고 이야기한다. 동시에 우리에게 요청한다.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가 반영되도록 더 많은 목소리를 내 달라”고.

촛불 집회 이후 우리 사회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제대로 된 주권자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주권은 자기 결정권이다. 이제는 일터에서도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2030세대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반영해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면, 노동 현장에서도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다.

– 글 : 서해문집

* 이 글은 ‘자비 없네 잡이 없어’ 출판을 담당한 ‘서해문집’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자비 없네 잡이 없어’ 책 소개 보기(클릭)

월, 2018/03/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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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민간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기획하고 20~30대 연구자 여덟 명이 참여한 이 책은 지금 청년 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무자비한 노동환경을 폭로하는 것을 넘어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사회,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2030세대가 일터에서 겪고 있는 복잡다단한 고통의 실체를 고용 안정, 충분한 휴식, 안정적 소득, 조직 노동, 조직 밖 노동, 전문성, 가치 지향 노동, 구직자의 알 권리라는 주제들로 구체화한다. 아울러 열띤 주제별 좌담을 통해 노동 현장 곳곳에 있는 부조리를 포착하며 20~30대 구직자와 노동자가 알아둬야 할 정보와 다양한 노동 방식을 공유한다.

■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1. 우리의 일자리 현실, 대체 왜 이럴까?
– 2030세대의 노동 이야기, 시작합니다_황세원
– 지금 몇 번째 직장에 다니시나요? | 우리 이야기, 우리가 직접 해 봤습니다
-2030세대가 유달리 괴로운 이유는? |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으라고 배운 세대
-안정적 직장이라는 환상과 쏠림 | 우리는 좋은 일을 찾을 수 있을까?

2. 우리는 직장을 여러 번 그만뒀습니다
– 나의 안정을 찾아서_황세원
– 고용 안정의 의미는 어느 세대에게나 똑같을까?
– 고용 안정을 기준으로 진로를 선택한 적 있나요? | 우리가 원하는 게 정년 보장일까?
– 안정된 직장에서도 느끼는 공포 |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
– 정규직의 분명한 장점, 확실한 소속감 | 계급이 돼 버린 정규직, 차별을 만들다
– 정규직은 곧 한 줌밖에 남지 않는다 | 채용 공정성의 붕괴, 공시 열풍
– 조직보다 개인의 안정 | 일하는 사람 관점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사회를 꿈꾸다

3. 휴가 가려고 사표 냅니다
– 일과 쉼의 공존 가능성_송지혜
– 휴식이란 뭘까, 잊고 사는 직장인들 | 좋아하는 일을 해도 탈출하고 싶다
– 연간 5주 휴가, 주 35시간, 칼퇴근 | 오래 쉬고 나니 분노가 사라졌다
–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휴식을 늘려야 할 때
– 휴식이 있는 삶과 노동하는 삶은 모순일까? | 월급이 줄어도 주 4일제!
– 사표 내지 않고도 충분히 쉬려면 | 나는 더 많이 원한다고 말하자

4. 일하는 만큼 버는 사회 맞나요?
– 잠재력 대신 잠과 재력을_김정민
– 나를 당당하게 하는 건 정기적 수입 |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고민들
– 학자금 대출에 눌린 첫 세대 | 경조사비, 내고 계세요?
– 잠재력 대신 잠과 재력을 | 안정적 소득에 숨어 있는 부가 혜택
– 먹고사니즘과 호캉스 | 임금 유연성에서 노동 안정성으로
– 다른 사람의 슬픔에 무뎌지지 않는 삶

5. 월급쟁이와 머슴의 차이는 뭔가요?
–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_김민아
– 2030세대의 특징과 청년 노동자의 관점 | 의미 없는 일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 조직은 나를 지켜 주지 않는다 | 노동조합 경험자는 100명 중 서너 명
–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무 | 노동운동이 힙하고 세련됐다면?
– 높은 임금보다 시간을 원하는 세대 | 평생직장에서 정류장이 된 조직
–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은 필요하다 |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워라밸에 쓰자
– 2030세대에 맞는 보상과 소통 방식 | 점점 더 다양해지는 노동에 안전망을

6. 프리랜서는 행복할까?
– 생존이 목표가 된 사람들_최태섭
– 엉켜 버린 1987과 1997, 그리고 디지털 노마드 |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유
– 조직의 비효율성을 견딜 수 없다 | 좋아하는 일을 하니 나머지는 감수하라?
– 사실은 조직 밖으로 떠밀리는 중 | 프리랜서도 4대 보험이 필요하다
– 시대에 맞지 않는 조직, 조직에 맞지 않는 개인 | 생존이 목표가 된 청년들
– 카페를 전전하는 우리, 언제까지 여기 있을까? | 자유를 지키면서 안정성도 얻을 수는 없을까?

7. 전문성을 어떻게 키워요?
–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는 함정_홍진아
– 1만 시간의 법칙을 따르면 전문가가 될까? | 모호한 전문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 전문가는 일의 방향을 아는 사람 | 다양한 전문성을 알아보는 문화를 위해
–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라는 메시지의 아이러니 | 내 일의 역사가 증명하는 나의 전문성
–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야 전문성이 길러진다? | 전문 계약직, 위험하기만 한 것일까?

8. 회사 욕도 못 하는 우리들의 사정
–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_주수원
–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 가치 지향 노동은 활동인가, 직업인가?
– 가치 있는 노동과 저녁이 있는 삶 | 작은 조직 안에도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 열악한 경제적 상황보다 조직 문화의 문제 | 가치 지향 노동의 모순 드러내기
– 여전히 부족한 대화, 떠나는 2030 |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자

9. 취업은 복불복이어야 하나요?
– 미래의 노동자를 존중하라_김빛나
– 모집 인원 명, 내규에 따름, 협의 후 결정? | 눈 뜨고 코 베이는 구직자들
– 사회 초년생에 더 가혹한 조직 문화 | 인재상 말고 어떤 조직인지 알고 싶다
– 인사 담당자의 한마디 “우리 회사 꼰대 없음” | 입을 떼기 어려운 슈퍼 을
– 근로조건+α | 근로계약서 사전 공개 법제화 | 고민과 정보를 나눌 안전망의 필요성
– 노동자를 존중하는 작지만 큰 시도

10.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 좋은 일자리를 위해 하나만 바꾼다면_황세원
– 이제는 변화를 이야기하자 | 노동시간 제도, 좀 획기적으로 만들 순 없나요?
– 좋아서 일해도 야근 수당은 줍시다 | 아웃소싱 회사인데 정규직이 무슨 의미죠?
– 취업 전에 알리자, 사용자 불법행위 대처법 | 주 10시간 일해도 4대 보험 들 수 있는 사회
– 사용자에게도 노동권 교육을! | 작은 사회적 대화를 모아 일터의 풍경을 바꾸자

에필로그

■ 책 구입

알라딘 : 구입하러 가기(클릭)
예스24 : 구입하러 가기(클릭)
인터넷 교보문고 : 구입하러 가기(클릭)
인터파크 : 구입하러 가기(클릭)

월, 2018/03/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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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원해 촛불 들었던 젊은이들
정권 교체 이뤘지만 좌절에 빠져
공무원 도전은 현실과의 타협안
지레 포기 말고 조직 변화 이끌라


많은 제자가 2년 전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그들은 당시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바람대로 정권이 바뀌었다. 그런데 이들이 희망했던 일들이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성사되지 못해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일자리다. 졸업한 제자 대부분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새로운 일자리가 좀처럼 생기지 않은 탓이다. 지난 50여년간 우리 주변에서 경제를 이끌어왔던 한 축인 영세 자영업자들도 속속 폐업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학생이 공무원이 되려고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정년이 보장된 예측 가능한 직업이라 지금 한국의 여러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의 충격을 겪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내 제자만 봐도 나랏일 자체에 열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공무원직에서 독창성을 찾기 어렵고 반복적 업무만 하는 따분한 생활을 짐작하면서도 그저 타협하는 셈이다. 

정말 정부 일이 따분하고 활기가 없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용기와 상상력, 그리고 지속적인 노력만 있다면 젊은이들이 촛불 집회에서 원했던 변화를 정부 조직 안에서 얼마든지 실현할 수도 있다. 한국이 창조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정책을 펼쳐온 전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은 알아야 한다. 예컨대 세종대왕의 통치 철학은 도덕적 원칙에 충실한 윤리적 행정 시스템에 기반을 뒀다. 정부를 지루하고 비효율적인 집단이라고 깎아내리기에 앞서 어느 정도 부패가 존재했다 하더라도 본질에서는 공공의 이익에 전념해왔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변화를 갈구하는 일군의 젊은이들이 정부에 들어가면 그들이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할 수 있도록 공무원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 비록 공무원 사회의 가장 낮은 지위에 있다 해도 적극적이고 잘 조직된 젊은이들이라면 정부의 운영 방식을 바꾸고 쇠퇴한 공동체 정신을 되살릴 수 있다.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불합리한 관행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공무원 사회 전체에 획기적 변화를 부르는 긍정적 압력이 될 수 있다. 

칼럼_180720

이런 일이 이뤄지는 데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젊은이들이 국가의 변화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 토론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정책, 기술, 인구 통계 및 기타 업무와 관련한 주제를 스스로 탐구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윤리학이나 문학 서적을 읽는 것을 포함한 인문학적 교육을 공무원 일과 중 일부가 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젊은 공무원의 업무 시간이 상사인 고위 공무원을 지원하는 업무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윤리적 인식과 지적인 정보를 갖춘 인재로 만드는 데 할애돼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게 순환보직제다. 이 제도는 젊은 정부 관료들의 전문성 구축을 방해하는 장치다. 지금이라도 이를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대신 관심이 있는 주제와 분야를 자세하고 깊이 있게 조사·연구하도록 해 심오한 전문 지식을 개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영 컨설턴트나 이해가 충돌하는 다른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정부가 자체적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젊은 관료들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를 토론하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 있는 그룹에 속해야 한다. 정책 수립과 시행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공무원 선발시험도 바뀌어야 한다. 헌법이나 기타 모호한 정책의 세부 내용을 암기하는 건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다. 이보다는 오히려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 과거와 같은 전통적 시험방식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수험생들에게 통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를 던지고 여기에 윤리적 원칙을 적용해 해결하는 방법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오늘날 한국은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경제관념 탓에 현재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만들어 퍼뜨리는 매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난립한 탓에 미디어 시스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청년층의 목소리는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제대로 스며들기는커녕 오히려 차단돼 있다.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없다. 하지만 도덕을 앞세우는 새 정부가 젊은 공무원들의 혁신적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다면 분명 우리에게 기회는 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구경영연구원 원장 

  • 2018년 7월 20일 <중앙일보> 임마누엘 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금, 2018/07/2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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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현재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은 최저임금의 인상이나, 소득주도성장의 정책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출범의 초기에 지녔던 진보적 방향을 거부하고 이의 발목을 잡기 위해서 광범하게 벌어지는 기득권 세력의 보이지 않는 고의적 태업과 이를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뒤에서 조장하는 기회적인 관료사회의 폐단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매일같이 보수적 언론에서 제기하는 이슈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하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국 현대화의 과정에서 쌓여온 수많은 적폐를 온전히 해결하지 못하여 나타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은 정권적 패착의 반복, 이권과 비리, 정경유착과 부패, 지대추구의 횡행 등 심각한 문제가 누적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정부수립 이후 70여 년의 세월 속에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적 사례 국가로 성장하였다. 선진국간 협력기구인 OECD의 일원 국가가 되었고 2018년 현재 GDP 3만불, 경제규모 세계 12위권,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10위권 이내로 진입했다. 전적으로 국민들, 올곧이 민초들의 힘이었다.

 

반면에 박정희식 개발독재의 결과로 재벌 중심의 대기업군들이 산업과 경제영역을 독과점하게 되었고, 80년대의 삼저 호황과 질풍노도의 노동운동 시기 및 세계화라는 개방을 거치면서 후기산업화가 신속히 진행되었으며,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신자유주의적 기조가 확고히 정착되었다.

 

수출주도형 성장을 추구하면서 몇몇 산업분야에서는 세계일류군의 기업들이 등장하였으나, 국민경제 내부의 상호순환 고리가 약화되고,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임금분야와 저임금분야의 괴리 등 자본과 노동시장의 양측면 모두에서 양극화가 극심하고 지대추구적 행위가 광범위하게 펼쳐지게 되었다. 그 결과 부동산을 포함하여 국민의 1.0%가 국민순자산의 18.0% 이상을 점유하는 한편, 20%에 가까운 국민들이 형벌과 같은 구조적 빈곤 속에 갇히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과 조건 속에서 경제운용의 중심 기조를 어디에 어떻게 설정하느냐 결정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과거식의 성장중심 전략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배분전략을 우선 기조로 삼고 성장을 보조축으로 삼는 변혁적 전략을 취할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서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소득주도성장의 정책을 우선적으로 채택한 것은 매우 올바른 방향이었다.

 

추가로 주문한다면, 젊은 세대는 심각한 좌절속에 헬조선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고 의지할 데 없는 노인세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현실적 절박함 속에, 시대적 요구로 떠오른 복지정책을 경제운용과 별개의 주제로 취급될 것이 아니라 경제운용의 가장 핵심적 내용으로 선택하여야 한다. 경제운용은 사회정책과 결합하여 사회경제운용으로 재구성되어, 우선적으로 산업과 경제적 성과의 배분을 통하여 1차적 복지역할을 이루어야 하며, 사회적 정책을 통하여 2차적 복지안전망을 구성하여야 한다. 이를 정책적으로 케인지언과 베버리지안의 만남이라고 칭할 수 있다. 

 

적정한 성장은 언제나 중요하다. 그러나 청년실업 등 일자리 부족과 구조적 빈곤, 양극화의 확대 등이 심각하고도 주요한 문제로 등장한 현시점에서는 성장의 내용과 결실이 국민 내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성장에 대한 한국사회의 현재적 구조는 아래와 같다. 

 

* 성장의 주요 성과는 국민 1%에 속하는 상류층과 이들과 주변에 위치한 10%에

귀속되는 구조이다. 

* 성장과 일자리 창출과의 상관관계는 대단히 미약하다.

* 재벌기업과 수출 중심의 성장 정책은 국가경제의 안정적 지속기반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 성장의 주요 동력은 산업계와 기업의 영역에서 발생하며, 정부는 공정한 시장의 기능과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감독의 역할을 다하여야 한다.

* 성장 중심으로 경제를 운용하는 것은 기득권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 한국의 현실은 쏠림, 독점, 단절, 배제, 불통 등 부정적 언어의 나열로 묘사되며 성장

중심의 경제운용은 이러한 경향성을 강화시켜 나라를 심각한 분열상태로 몰아갈 위험을

지닌다.

 

새시대를 열어야 역사적 배경 속에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후기산업화의 폐해(일자리박탈), 신자유주의의 전횡(일하는 빈곤의 구조화), 재벌 대기업중심의 산업체계(시장의 왜곡, 자원과 성과의 독점), 구시대의 봉건적 잔제(이권과 지대 추구) 등을 청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도록 시장의 균형적 기능 회복(자연적 순환), 정부의 강력한 역할(제도정비, 법강제력, 복지안전망강화, 혁신제고), 그리고 사회적 경제라는 대안작업(사회연대, 공동체, 새로운 가치추구)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한다.

칼럼_180822(6)

문재인 정권의 성공여부는 GDP 3만불 시대를 맞이한 시점에서 무리한 성장의 추구가 아니라 성장의 결과가 가져온 부정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긍정적 요소들을 키워나가는 일종의 강제적 순환이며, 핵심적으로 경제운용의 성과를 국민 계층 간에 어떻게 배분하는가에 달려있다. 배분의 가장 주요한 목표는 국민경제 내부에 생산과 소비와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그 성과를 국민 모두가 공정하고 정의롭게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분의 영역은 1차적으로 산업의 경제적 활동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총괄적인 지수는 노동배분율로서 국민경제의 총 부가가치분에서 피고용 임금노동자들이 받는 보수의 비중이다. 노동배분율을 적정수준으로 끌어올려야 국민경제의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노동배분율은 1997년 IMF 직전 1400만 명의 피고용임노동자를 대상으로 63%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2018년 현재 1800만 명의 피고용 임금노동자 대상으로 50% 수준까지 후퇴하였다. 즉 지난 20년간 피고용 임금노동자가 3-400만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배분율은 오히려 13% 이상 격감한 것이며, 내수경기가 어려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동시에 노동시장 구조의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사회연대임금, 동일장소-동일노동-동일임금, 비정규직의 법적 지위 강화, 적정 최저임금제 도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대의 전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1차적 영역에서의 배분이 선순환을 이루면 내수시장이 확장되고 현재 표출되고 있는 다소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나면 560만 명의 영세 자영자들의 수입이 증대되며 다양한 분야에서 놀랄 만큼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농어산촌민들은 후기산업화 사회 속에서 항상 잊혀지기 쉽고 FTA 협약 등에서 보듯이 구조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이들에게는 사회연대적 별도의 배려와 정책이 요구된다. 

 

2차적 영역에서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복지정책이 조속히 수립이 되어야 한다. 국민모두를 위기와 불안으로부터 보호하는 공공성의 강화에서 출발하여, 국민 개인의 출생에서 종신까지 생애주기(시간개념)적 접근과 개개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있는 조건제공(가치개념) 등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복지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항시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며, 또한 대단히 경직적인 성격을 가진다. 예를 들어 4백만 명 이상이 빈곤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고 45%로 OECD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 실직이 사형선고라고 할 만큼 부실한 실업구제 제도와 피부로는 50% 수준으로 느끼는 청년 실업율, 지나친 육아 및 교육비 부담 등 수많은 복지 아젠다가 긴급한 재원의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재정의 현실적 제약조건에서 불가피하게 정책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모든 복지정책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가능성이라는 보편성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되, 상기에 언급한 여러 가지 다양한 요구들에 대하여 여건과 상황과 요소들에 의해 우선순위, 선후의 시기결정, 제한적 보충과 보완 등 고려하여 종합적이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종합적으로, 2018년 현재 GDP 9-10 % 수준의 복지관련 예산은 가능한 빠른 시일내 유럽의 선진적 복지수준인 22.0% 수준까지 끌어 올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보유자산을 중심으로 과감한 증세가 불가피함을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이것만이 1.0 수준에 머무는 극심한 저출산율을 우리 사회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유일한 방안이다. 

 

되풀이 하지만, 한국사회의 현재적 조건에서는 배분이 성장보다 우선하는 가치로 모든 사회경제 운용에서 적용되어야 한다. 심각하고 광범하게 전개되는 실업 문제와 구조적 빈곤 및 양극화라는 상황과제에는 오로지 배분만이 최선의 대답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일차적으로 국민경제의 운용성과가 정의롭게 선순환되고 이차적으로 안전망 구축을 통하여 국민들의 일상적 삶이 위기와 불안으로부터 보호되는 조건이 형성되어야, 비로소 성장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적정한 성장은 과거 방식의 관성에 매달려 외발 자전거식 구태의연한 양적 성장이 아니라, 삶의 질적 향상과 내용을 풍요롭게 하는 방향에서 친환경적으로 추구되어야 하며, 당연히 과학기술의 발전과 총요소 생산성의 제고라는 혁신적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익 창출에만 몰입하는 탐욕적 금융시스템을 미래 산업을 위한 후견적 지원자로 전환시켜 창업과 기술개발에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여야 하며, 노무현 정부시절의 국가종합혁신체계를 부활시키고, 관료사회의 기회적 속성을 혹독하게 징치하면서 정부조직을 끊임없이 혁신하고 또 혁신해야 하며, 대학교육에도 혁명적 수준으로 일대의 변화가 요구된다.

 

기업은 성장의 주요 견인차로 공정한 규칙과 자유시장의 본래적 기능 위에 역동적 산업 경제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조건과 제도와 환경을 제공하는데 노력해야 하되, 공공의 원칙, 공정거래의 원칙, 반부패의 원칙, 국민경제 수혜의 원칙 등은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시장의 기제가 제대로 작동할 없는 공공재 및 국민경제에 일반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 분야는 공공소유의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는 직책과 목숨을 걸고 무리하게 시행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제4차 산업혁명을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함의는 미래의 사회에서는 근육질 노동과 반복적 사무 관리를 통하여 새로운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성취해 온 과학지식과 기술적 적용 그리고 시스템 관리 능력에 기반한 산업 활동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창출된 가치를 순환하는 과정으로 경제가 돌아갈 것이라는 데 있다.

 

따라서 미래의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새로운 시스템에 기반한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는 상대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반면에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일자리를 절대로 제공하지 않는다. 삼성이 연간 60조를 투자한다고 갑자기 일자리가 폭발하지 않으며,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시장의 적정한 흐름을 따라 다양한 산업과 직종에서 일자리의 생멸이 이루어 질 것이다. 미래의 대부분 일자리는 자연스레 흐르는 시장에서 억지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에 추진되는 공공의 영역과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결합하는 사회적 경제의 네트워크 속에서 만발할 것이다.

수, 2018/08/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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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수준의 질낮은 일자리로 양질의 사회서비스 제공하기 어려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018년 11월 7일 ▲기초생활보장, ▲보육, ▲아동·청소년복지, ▲노인복지, ▲보건, ▲장애인복지,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사회서비스 일자리 분야의 2019년 예산안을 분석한 <2019년 보건복지분야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우선, 사회서비스 일자리 분야에서 정부는 국정과제에 따라 사회서비스 일자리 예산을 늘려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확충하고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2019년에 증가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시간제 저임금 처우를 보장받는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정과제로 설정한 사회서비스공단의 설립을 비롯한 조치를 함께 추진해야 했으나, 2019년 예산안에 편성한 사회서비스원의 시범사업 수준으로는 크게 부족합니다.

 

기초생활보장 분야에서 주거급여와 의료급여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나, 생계급여의 예산의 증가폭은 물가상승률보다 낮아 사실상 정체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기초연금 인상분으로 인한 생계급여의 지출감소 규모가 3,294억 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의 대상 확대와 보장수준 향상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보육 분야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2022년까지 아동 수 대비 국공립 어린이집을 40%까지 늘리겠다는 국정과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공공형 어린이집은 민간 어린이집 보조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형 어린이집 운영지원 예산을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과 거의 동일한 규모로 책정한 것은 보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정책 방향에 혼선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복지 분야에서 아동수당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예산이 큰 폭으로 증액된 것은 바람직하나, 모든 아동의 기본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상위 10%의 아동을 제외한 선별적 수당의 형태를 보편적 수당으로 시급히 바로잡아야 합니다. 또한 아동수당을 제외한 요보호아동에 대한 예산의 상당액이 지방정부나 타 부처의 기금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어 중앙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인복지 분야 예산은 점유비가 높은 기초연금 인상으로 인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다만, 노인의 안정된 삶은 소득보장 외에도 일자리, 돌봄, 사회참여 등 다양한 지원과 기회를 조건으로 하는데, 기초연금을 제외한 노인정책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7.4%에 불과합니다.

 

보건 분야 예산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의료영리화 목적의 정책에 과다 편성되었고, 신규사업의 대부분이 공익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않은 보건의료산업개발에 치우친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건강보험에 대한 2019년 국고지원금을 2조 1,352억 원 감액하여 편성한 것은 위법한 행위이므로, 국회의 예산안 심의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

 

장애인복지 분야 예산은 전통적인 장애인복지시설지원사업의 비중이 줄어들었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자립지원서비스 관련 예산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정부는 향후 장애유형과 장애인정기준을 확대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인구추이를 고려하여 장애인에 대한 추가비용보전과 소득보전을 위한 정책의 목표와 그 역할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 예산만으로는 보건복지부의 신규사업인 커뮤니티케어나 사회서비스원이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향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관련 정책은 개별적으로 흩어진 정책들을 체계적으로 통합하여 그 목표와 역할이 재검토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 관련 예산도 실제 지원대상 규모에 걸맞는 규모로 책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천명한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은 극심한 불평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소외되는 사람들을 위한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 정책을 확장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습니다. 비록 보건복지부의 2019년 예산이 전년대비 14.6% 확장되었다 하더라도, 그 수준으로는 여전히 정부가 천명한 비전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에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고 사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더 큰 폭의 증액이 필요하며, 개별 정책에 있어서도 ‘혁신적 포용국가’의 비전에 부합하는 지를 면밀히 검토되어야 합니다. 참여연대는 이와 같은 의견이 국회 예산 심의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할 계획입니다. 끝.

 

▶ <2019년 보건복지분야 예산안 분석> 정책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수, 2018/11/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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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일자리를 걱정하는 정부, 보다 큰 시각을 가지라.

우리 경제는 중소제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할 지점에 와 있다. 일자리문제는 단기적으로 생각해서는 절대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고용의 질을 무시하고 고용의 양만을 말하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전혀 의미없는 것이 된다. 그리고 대기업, 특히 베트남에 나가 있는 삼성전자가 고용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눈과 입을 가려라.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정책, 고용정책을 아울러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소제조업의 구조조정이다. 이는 일자리문제의 근원적 방안이며, 기업의 구조, 주력 업종과 규모, 인력구성 등의 변화를 포함한 중소제조기업의 체질변경이며 이를 위해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획기적이고 능동적인 경제, 산업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칼럼_190122(1) SBS뉴스
사진: SBS뉴스

 

1. 번지수를 잘못 찾은 성장론 (혁신성장)

혁신성장론, 혁신과 성장을 붙여놓은 말이다. 위키에서 혁신성장을 찾아보니 혁신이란 Innovation을 말하고, 소득주도성장이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면 공급측면에서는 주로 IT, 서비스산업, 문화산업, 의료, 금융 산업을 전면에 내세워 성장을 만들어 가자는 논지인 것 같다. 정부의 경제관료들이 좋아하는 말이 혁신성장이지만 애석하게도 예산투입 대비 실제로 효용은 별로 없을 것 같다. IT 분야는 돈을 붓고, 매출이 늘어나도 일자리는 그다지 늘지 않는다.

성장이란 무엇인가부터 말해 보자. 주류경제학의 용어로서 성장은 Growth, 선진경제 특히 미국식 성장은 ‘현대 미국 자본주의가 맞이하는 장기 불황과 실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GDP의 증가가 필요하다’고 할 때의 GDP증가를 경제성장이라고 말한다. 즉 성장은 ‘일상적인 자본주의 진행을 위해 필요한 것’, 자본주의 내부의 경기흐름 속에서 실업문제나 인플레이션, 과도한 채무문제 등을 피하고 순탄한 진행이 되려면 어느 정도 적절한 성장이 필요하다는 논지에서 얘기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적정성장’을 넘어선 과도한 성장도 인플레만 유발할 뿐 경제에는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혁신성장이란 무엇인가? ‘혁신을 통해서 적정성장을 이루자’ 정도 되겠다. 특히 IT나 서비스업종의 성장을 통해서 실업해결 등 전체 경제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나 중국같은 개발도상의 나라에서 이같은 주장이 통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아직도 산업화 과정에 있다. 특히 중소제조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생산성이 많이 낮은 상태이고, 그 결과 국민소득도 선진국의 2/3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 따라잡는 경제, 경제발전을 필요로 하고 있는 나라다. 한마디로 말해 선진국, 미국에서 사용하는 적정성장 개념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이다. 실업과 불황을 제어할 정도의 적정성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 성장이 필요하고 (인플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를 통해서 산업혁명을 거치고 선진경제로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성장은 경제의 균형을 위한 것이라면, 따라잡는 국가의 성장은 경제발전을 위한 것이니 가능한 한 높은 성장률이 좋고 필요하다.

또한, 미국의 경우는 전체산업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10% 조금 넘는다. 따라서 제조업투자로 인한 고용효과가 작다고 생각들 한다. 더욱이나 제조업 투자의 결과로 초래되는 공급과잉에 대해서 책임지겠다고 하는 경제학자는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제조업의 붕괴로 인한 고용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심각하게 생각) 그래서 유통을 비롯한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 그리고 기술개발비를 지불함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일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고용유발지수가 제조업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IT나 금융산업에 대한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1) 달리 투자를 유도할 만한 제조업기반이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2) 그마나 기업들이 제조업 현장설비에는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제조업의 서비스업화를 선호한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개발도 제조업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자본의 입장에서 제조업 투자로 인한 이익은 불확실하지만 소비자 금융에 투자하는 것은 확실한 이윤을 보장하기 때문에, 혹은 엔젤 투자처럼 위험을 관리하는 확률게임으로 보다 확실한 이익을 보장받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IT, Entertainment, 의료, 금융, 유통 등에 한정하여 몰리고 있다. 혁신성장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알고 나서라면, 적어도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도상에 있는 나라에서 ‘숭상’할 금과옥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2. 산업성장, 고용 그리고 발전

현재 우리나라의 혁신성장론의 모토는 ‘4차산업혁명’인 듯하다. 이 말의 기원은 Industry 4.0이고 독일이 제조업 혁신을 위해 국가적으로, 전산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인데, 한마디로 ‘4차산업혁명’은 우리나라만 주로 사용하는 아류다. 이 아류는 인문학적으로 소양이 부족한 가운데 나온 말이다. 우선 산업혁명에 1~4차를 가른다는 것이 별로 유쾌하지 않다. 산업혁명은 역사적인 것이며 한 나라 경제가 산업화를 통해서 선진국, 자본주의 앞열에 서는 국가가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기술발전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며 정치, 법제도, 노동과 계급구성, 사회와 문화 등 전사회적인 변동을 의미한다. (지배계급, 정치와 민주주의, 복지와 산업을 위한 교육제도, 여성권리 등등) 예를들면 OECD국가라고는 하지만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남부 같은 경우, 아직 산업혁명을 거치지 못한 곳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자본의 축적과 그에 따른 산업생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발달도 미비하고 산업이나 금융자본가들이 아니라 지주나 토호들이 정치를 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생산력과 생산방식의 발전으로 출발한 Industry 1.0~4.0의 개념을 무리하게 사회전체에 해당되는 사회적 혁명에 비견하는 것은 어불성설, 진실로 개념부족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서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론은 Industry 4.0과 용어만 다른 것이 아니다. 바라보고 있는 산업이 완전히 다르다. 즉 4차 산업혁명 주창자들은 앞서말한 혁신성장을 달리 ‘고상하게’ 표현한 것뿐이다 보니 IT, 금융, 문화, 유통산업의 대한 ‘정부투자’를 말하는데, Industry 4.0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제조업 혁신, 그것도 산업계가 중심이 된 혁신을 말한다. (이쯤되면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론자들이 누구일지 짐작이 갈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 IT붐을 타고 국고를 열심히 탕진했던 무리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혁신성장에서 말하는 서비스분야는 고용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서비스분야의 투자 결과, 은퇴 후 창업창직은 적정한 수의 두 배에 달하도록 편의점 개수만 늘렸다. 실리콘벨리에서 엔젤투자를 받는 90%는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들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적으로 4년~5년차 직장인의 효율이 제일 높다는 사실을 무시한 청년창업 종용은 실업자를 양산하는 밑빠진 독이 되었다. 대학교에 졸업대상자를 창업반을 만드는 것에 지원하는 정부관계자는 이 사악한 지원이 청년들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하는 것인지, 모르고 하는 것인지…

 

3. 중소제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기획

중소제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이전 정부에 비해 나름대로 양적으로 늘어났고(특히 4대보험이 시행되는 중소제조업체 6만7천개 중 3만개를 하겠다는 스마트공장사업), 정부책임자도 많이 주목하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 정부의 (경제)산업정책에는 큰 그림이 없다. 10년 뒤, 20년 뒤 어떤 모양이 되어야 하는지를 아무도 모르고 있다. 중소제조기업의 주된 업종과 산업별 분포는 어떻게 되고, 평균매출은 어떻게 되고, 고용이 어떻게 변화하고,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어떻게 되고, 수출과 내수, 완성품과 부품제작, 단순하청, 설계제작 등에 대한 변화와 향후 진로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늘공들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감시자이자 관리자이지 지원자인 적이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 등의 유수의 기업들은 중소기업들을 협력업체로 삼아 제반 부품을 조달받는 하청계열화를 통해서 완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직접 수출하거나 국내에 판매하여 이윤을 얻고 있다. 이때 중소기업들 중 극히 일부만이 자기 기술에 기반하여 부품생산에 들어가고 대부분은 단순 하청(기계설비만 투자하면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부품의 조달)에 목을 매고 있다. 더 나쁜 것은 중소기업이 자기기술에 기반한 부품을 만들어 납품할 경우, 많은 대기업들이 (연속적이며 안정적인 조달을 핑계로) 이들로부터 설계도면을 요구하고 제작 기술을 바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답이 나왔다. 스마트공장 등 고도화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부문 중에 설계, 디자인 인력이 필요로 하는 중소제조기업이 되도록 하는 것, 스스로 금형을 설계하여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 자신들이 만든 PLC 로직으로 자동화설비를 제작하여 제품들을 생산하는 기업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한 개의 대기업이 아니라 다수의 기업에 납품하는 기업, 50명 고용에 50억 매출이 아니라, 70명 고용에 200억 매출을 하는 기업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과기부는 중소기업을 위한 기술을 제공하는 산학의 중심을 전국 각지에 만들어야 하고 많은 정부 R&D 프로젝트들도 중소기업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어야 하며, 중기부는 감독과 관리하는 부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아서 직접 지원하는 조직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교육부도 산업현장교육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 설계, 관리, 유지보수를 위한 노동자 교육/재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중견, 대기업으로 하여금 산업구조조정에 필요한 기반 산업, 즉 로봇설계와 제작 산업과 금형설계, 디자인, 자동화설비와 기계제작, 메카트로닉스 설계와 제작 산업에서 투자하도록 하고 초기에 충분한 시장을 열어주기 위한 지원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IOT, AI, 빅데이타 등은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다. Fordism에서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것이며 테일러리즘에서 전선줄과 같은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당면 사업 속에서 녹아나오도록 하는 것이지 그를 위한 산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맞춤한 Industry 4.0, 혹은 산업혁신이 산업구조조정과 이어지고 그 기술적인 도구로서 위의 기술들이 적용되는 것이다.

 

4. 독일이나 스웨덴의 성장모델에서 배울 점

독일이나 스웨덴의 성장은 미국경제학에 기초한 성장이론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다. 최근 자기네식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OECD 상위 20개국 전체에서 시행 중인 것을 정부는 아는지?)을 실시한 일본이 실업률 0에 근접하는 획기적인 상황을 맞이하였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독일과 일본은 아직도 제조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다. 우리나라는 26% 수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즉 우리나라는 제조업 투자로 인한 고용유발이 제일 높을 수 있는 나라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라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가능하려면 산업간 중소기업, 대기업간의 격차가 줄어야 한다. 생산성과 임금 모두 격차를 줄여야 한다. 중소제조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10억 미만의 매출로 계속 유지되는 단순하청업체에 대한 단계적 정리와 현재는 50명 고용하고 있는 50억 매출 기업이 25명 이하의 고용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것(보다 나은 방식은 50명 고용에 100억 매출로)이다. 노동의 숙련화, 설계기술, 관리력 향상, IT접목, 스마트공장 중간단계 등에 대한 지원은 당장 나서야 하는 것들이다.

우리나라 관료들이 숭상해 마지않는 미국경제는 예전 영국이 미국에게 패권을 넘겨주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자본은 쉽게 돈 벌 수있는 길만 걸어가려고 한다. 돈벌기 어려운 제조업에 발들이기를 싫어 한다. 제조업을 서비스화 하는 것, 즉 제품개발, 마켓팅, 판매유통은 하되 제조할 노동자는 자국 내에 두지 않으려 한다. 왜 이를 배워서 따라 하려고 할까?

 

5. 결론 – 우리나라 경제의 갈길 = 숙련노동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고도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공장하면 고용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한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Industry 4.0이 바라보는 현장에는 3가지 종류의 인력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제품개발(CAD/CAM, 디자인, 설계), 생산현장관리(계획실행, 품질, 모니터링), 유지보수 등의 숙련된 인력이 필요로 되고 단순가동을 위한 인력은 모두 퇴장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구조조정이다. 인력과 기술, 설비 등의 조정이 모두 필요하고 보다 많은 제품개발인력이 필요하고 로봇과 자동화설비의 운영인력과 보수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설비투자 중심의 조정과 함께 인력 감축도 예상할 수 있다. 즉 매출 대비 인력 비율이 변화해야 한다. 현재 50억 매출의 2차 협력회사는 50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이것이 200억 매출에 75명 고용으로 발전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60억 매출에 30명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일 것이다. 특히 하청구조에서는 매출이 마음대로 증가할 수 없는 것이다.

독일과 중국처럼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산업전체에서 노동시간을 감축하여 고용을 유지하는 것은 Industry 4.0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이라 하겠지만, 한국 제조업에서는 정글의 법칙이 휘몰아 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나마 정부가 생각이 있어 로봇, 자동화설비 등 보다 고도화된 산업에 대한 시장을 형성하는 일을 지원한다면 산업의 재편, 고도화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실시하기 위한 전제로서 중소제조업의 구조조정이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 사내하청 같은 경우는 당연히 동일노동이지만, 중소기업 2차업체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 대비 3~50%미만인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 초저임금으로 대응하는 현재 산업구조를 가만히 두고서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시행할 수가 없다.(그 후에 가서야 30시간대의 노동시간 단축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계급은 산업과 기술의 발전에 대해서 두려워하거나 그를 회피해서는 안된다. 큰 시각에서 볼 때 지금 닥쳐온 구조조정은 숙련화, 고도화된 노동을 필요로하는 산업환경으로의 전이과정이다라고 이해해야 한다.

현재의 산업변화시기에 맞춘다면 우리나라도 적어도 20년 안에는 노동시간 주 30시간 미만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것이 큰 그림이라면 그 노상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시행되어야 하고 그를 위해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중소제조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다. 현재의 2차업체 생산성이 3~50% 선에 머무르는 것을 1차업체 수준인 7~80% 선까지 끌어 올려야 하고 그 기반하에서 산업단위의 동일임금을 적용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하위요소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은 다가오는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국가와 사회에, 교육과 단련을 통해 새로운 산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중 것을 요구해야 한다. 특히 지금의 정부(산업관련, 과학기술관련 부처)는 무엇보다도 중소제조업체를 위한 현실성있는 지원,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한다. ‘최저임금 어렵다는 우는 소리만 한다’라고 듣지 말고 자동화 지원과 로봇산업 시장을 적극 (현재 대당 2500만원하는 협업로봇이 1500만원이 되도록) 활성화하고, 금형 등의 설계 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을 하라는 것이다. 해당 산업이 자리를 잡기까지 매칭자금 지원 등 선행적인 시장을 만들어 주고 공동연구단위와 지역기반의 설계와 기술관련조직을 만들도록 지원해야 한다.

제조업을 지원하지 못하는 R&D은 눈먼 돈이다. 혁신성장은 신기루다. 산업의 실질적인 발전없이는 고용도 없다. 어설픈 성장을 외치면서 되지도 않는 고용을 찾지마라, 번지수가 틀렸다.

화, 2019/01/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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