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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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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지 않도록

익명 (미확인) | 목, 2015/11/19- 11:06

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테러에 며칠 동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최소 132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이 행한 테러라고 선언했습니다.
프랑스는 미국과 함께 IS의 점령지를 폭격했습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즉각 모든 난민 수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국민전선은 무슬림 국민을 범죄의 원흉으로 지목하기도 했던 곳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테러범을 잡기 위해 일시적으로 국경을 폐쇄했습니다.
1985년 유럽 26개국 사이 국경을 개방하기로 한 솅겐조약이 흔들립니다.
대다수 무슬림은 폭력에 반대하지만, 인터넷에는 무슬림에 대한 욕설이 난무합니다.
국경의 벽을 더 높이 올리고 사회 다양성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 것입니다.

아일란 쿠르디라는 시리아 소년의 사진을 기억하시나요?
터키 해변에 얼굴을 묻고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아이의 모습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전 세계가 난민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유럽 각국이 앞 다퉈 난민에 대한 관용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습니다.
‘관용’(톨레랑스)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서 무장하지 않은 불특정 다수 시민을 대상으로 테러가 벌어졌습니다. 이런 테러는 ‘소프트 타깃’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정부기관이나 공적 기관 등과 같은 ‘하드 타깃’을 목표로 하던 테러와는 달라진 형태입니다. 일상적 평화와 안전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방식의 테러입니다.

이번 프랑스 테러 사건은 휴머니즘의 불안정성을 보여줍니다.
인류는 이성의 힘으로 문명과 휴머니즘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약한 나라라고 무작정 공격하거나 약한 사람이라고 마구 죽이고 잡아 가두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제국주의와 파시즘, 전쟁으로 얼룩져 있던 유럽연합도,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식민과 살육의 역사를 겪은 동아시아도, 이성의 힘 위에 합의된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뤘다고 생각했던 가치들은 사실 매우 불안한 균형 위에 있나 봅니다.
파리에서 벌어진 대낮의 테러가 그 불안을 보여줍니다.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에 슬퍼하던 인류애도,
우리가 다 이뤘다고 생각하던 민주주의도,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도,
어쩌면 자그마한 촛불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훅 불면 꺼질지도 모릅니다.

갈등이 계속 심해지면, 국수주의가 발호해 세계전쟁으로 치달았던 유럽발 세계대전의 역사가 되풀이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주변은 어떤가요?
‘일자리 빼앗아가는 외국인 다 쫓아내야 한다’
‘시위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잡아다 처벌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 간혹 듣지 않으시나요?
다양성과 관용,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의 가치가 이 속에서 조금씩 무너져갑니다.

폭력은 폭력을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습니다.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관용의 힘과 이성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사회 일각의 모습처럼 말이지요.
(관련기사 보기 : “아이들이 무슬림 친구를 탓하지 않길 바란다”)

오늘날,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이럴 때일수록 이성과 관용의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다양성을 지키고 관용을 유지하며,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의 가치를 분명히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요?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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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1번가에서 들려오는 소리

 

이은주 | 민주연구원

 

새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국민과의 소통 노력이다. 지난 4년간 지독한 불통의 시대에서 일방적이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소위 ‘아무말 대잔치’의 대통령을 촛불시민은 평화적으로 몰아냈고, 그 자리에 ‘인간 존중’, ‘인간 존엄’이라는 상식적이지만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단어를 조근 조근 말하는 대통령이 있다. 국민과의 소통 노력은 국민인수위원회인 “광화문 1번가”의 개장으로 이어졌고, 국민인수위원회는 광화문 현장과 홈페이지, 문자와 우편, 콜센터 등 모든 채널을 열고 국민의 정책 제안과 인재 추천, 불공정 사례들을 접수하고 있다. 광화문 1번가가 문을 연 지 이십 여일 만에 접수된 정책제안은 총 5만여 건이 넘으며, 웹상으로는 매일 2,000건이 넘는 제안들이 올라오고 있다(국민인수위원회 보도 자료, 2017.6.15).


촛불시민들은 국민인수위원회에서 그동안 쌓였던 답답함을 정책 언어로 또박또박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 회복의 염원뿐만 아니라 곳곳에 쌓여 있는 적폐들을 청산하길 원하며, 높아진 국민들의 정치의식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권을 비판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과학기술의 발전방안을 제안하거나, 교육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 경제민주화를 위한 수많은 제안들(중소상공인들을 보호하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등)은 일상생활의 체험에서 나온 생생한 정책 대안들이다. 국민인수위원회에 올라온 정책 제안은 자칫 추상적일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정치권의 언어가 아닌 시민의 언어를 통해 구체화되고 그동안 누적되었던 정책의 불합리한 부분들의 수정을 적극적으로 요구들로 채워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개선을 요구하는 분야는 개개인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노동현장이다. 시민들은 일자리를 늘려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기도 했지만, 한국사회의 더 큰 괴물은 일자리에서의 차별이라는 것을 매일매일 체험하고 있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노동현장은 ‘먹고사니즘’에 지친 사람들의 고된 일상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법 위에 군림하는 수많은 갑의 갑들(건물주와 사업주)의 무시와 부당한 요구 속에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일자리는 없었다. 휴가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휴일도 출근하면서도 일한 대가의 정당한 지급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준수와 같은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노동현장은 특정인에게 집중되지 않고 유일하게 보편적으로 평등하게 적용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학교에서, 병원에서,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노동은 여지없이 극한의 직업으로 내몰리면서 노동자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꿈꿀 수 없도록 악화된 채 방치되었다는 것이다. 똑같은 일을 하지만 무기계약직, 기간제 등으로 구별된 일자리, 차별의 일자리는 나와 동료를 분리시킬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비교와 차이를 발견하게 하여 차별을 정당화하였다. 특히 무기계약직은 ‘무기한 비정규직’이라는 푸념으로 알 수 있듯이 극단적으로 ‘안정성’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한 정부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괴물이었다. 일하면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현장의 민낯은 끊임없이 차별을 만들어내는 지금의 현실이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의 반증이다.

 

그런데 이러한 엄혹한 노동현장에서 매일 겪고 있는 불평등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정책 대안은 양극화되어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차별을 철폐하자고 하지만, 다른 쪽은 정당한 차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차별과 불평등이 극대화된 사회는 ‘원래 그렇다’라는 체념 속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가라는 가치 판단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사실은 알지만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오히려 더 편할 수 있다.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기의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결부되었다면 더 집착하는 각자도생의 마음은 누구에게나 자리 잡고 있다. 나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는 사회에 대한 요구들은 나에 대한 차이와 차별에만 민감해지고, 나를 중심으로 한 불공평에 대한 인식이 결국 차이를 드러내고 차별을 강화하자는 주장들로 채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직종이 포진해 있는 동일노동의 현장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촘촘히 분리된 근로계약들 속에서 ‘공존’을 말하기는 어렵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살벌한 경쟁의 시대에 자기인정의 극대화는 연합, 연대, 공존이라는 사회의 가치를 붕괴시키기에 충분했다. 개인의 안전과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불안정하고 언제든지 침해당할 위험에 처한 사회에서 우리가 버텨온 생존수단은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살아남기 위해 차별을 정당화할 구실들을 찾는 것이었다. 삶의 안정성을 위한 제안은 불평등을 인정하는 역설로 나타나고 있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변화는 광화문1번가에서 구체적인 정책제안들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주장들은 양극단화 된 대안들 속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모든 사안 하나하나가 다 사회적 합의, 즉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준을 요구한다. 기본적인 노동 조건을 인간다운 생활을 기준으로 지키도록 하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평등을 찾아가는 과정이 순탄하게 한 순간에 사회적 합의로 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긴 시간의 논쟁은 또한 쉽게 피로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성장담론에 휘둘려 나를 버리고 열심히 살아온 시민들은 이제 갓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해 생각하고 민감해지고 있다. 지난 세월동안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들은 만들어졌지만 그 제도가 나와 연결되지 않았던 분열된 세상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을 한 순간에 변화시키는 것은 그 어떤 제왕적 대통령이 대신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 분배의 문제, 복지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시민의 일상과 너무 괴리감이 크고 지치고 힘든 상황이다. 제대로 된 분배의 경험은 여전히 미흡하기에 보편복지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다양한 복지서비스들이 부처별로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화된 제도가 견고하게 구축되면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오히려 제도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워왔다. 


그러나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를 채워가는 것도 우리가 할 몫이다. 법이 없어서 못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갇혀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법이 무시되고 정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좌절의 경험이 반복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촛불시민은 스스로 공부하고 변화를 염원하면서 하루하루를 다르게 만들어가고 있다. 촛불혁명이 그렇게 이루어졌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는 중이다.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인간 존중의 세상, 인간성의 회복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공존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촛불시민이 원하는 것은 이러한 요구가 전달되고 다시 환원되어 조금씩이라도 달라지는 변화의 체감이다. 정부는 간절한 외침이 공허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성실하게 응답해야 한다. 갈라진 마음들을 보듬고 위로하고 모든 국민이 모두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납득할 수준의 합의들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 정부가 해야 할 국민 소통의 제 1과제이다. 

목, 2017/06/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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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기본소득

지난 20대 총선, 나는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이때 당원들과 함께 ‘기본소득 선본’을 꾸려 기자회견, 온•오프라인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찾아가는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작은 규모의 기본소득 정책 설명회를 여러 차례 열었는데, 이때의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

녹색당은 단계별 재원마련 방안과 연동한 단계별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1단계에서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해 임금소득을 얻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청년, 청소년, 노인, 장애인, 농어민 우선 지급을 주장했다. 동시에 이들에게 기본소득 운동의 주체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던지고 싶었기에 관련한 지역조직, 공동체 모임 등을 위주로 찾아갔다. 또한 기존 복지 제도와의 교통정리를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복지 운동 당사자들을 만났다. 기본소득 자체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이들이 대다수였고, 한두 번의 만남으로 이들을 당장 ‘조직’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자신의 삶에 기본소득이라는 것을 개입시켜보는 일이 시작됐다.

또한 기본소득 전국순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부당해고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장기투쟁 중인 노동자들, 생계 때문에 부당한 노동요구나 성차별에 맞서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오랜 세월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경제적 기반이 없어 독립하지 못하는 수많은 여성들, 서울을 떠나 지역에서 소박한 삶을 꾸려가고 싶어도 당장 소득이 없어 단기적 일자리가 많은 서울에 머물 수밖에 없는 청년들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기본소득이 삶에 어떤 전망을 주고, 그 전과 어떻게 다른 생애 기획을 가능케 하는지 이야기 나눴다.

기본소득이 어째서 민주주의의 소득이자 권리인지 이해하기 시작한 사람들, 자신이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상상하고 희망을 품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부터가 손쉬운 냉소나 허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현재와 미래의 노동, 복지와 증세, 사회적 신뢰와 정치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현재 어떤 다른 주제보다 모두를 논의에 참여시키면서, 흥분시키는 주제다. 이것이 기본소득이 가진 큰 장점으로 의제의 확장 가능성, 곧 대중성이라 생각한다.

사회적 신뢰 만들기

녹색전환연구소,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와 함께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을 모니터링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본소득 제도의 관점에서 이를 평가하고 제도의 결점, 중앙정부 정책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 등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컸으나 수령자 인터뷰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예컨대 청년들의 ‘복지 인식’과 같은 측면이다. 복지 인식은 제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반대로 제도가 복지 인식을 바꾸는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청년배당은 소득보장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당사자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 역시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금액이 적기 때문에 소득에 큰 도움이 되거나 극적인 변화를 보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하지만 설문 결과, 적은 금액임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답변이 많았다. 또한 청년배당이 당사자 청년들 사이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 동 세대 및 다른 세대와의 사회적 연대가 시작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었다. 제도 도입과 시행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신뢰’ 형성의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복지 확대를 위한 정치적 의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아닌가.

또한 최근 여성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조직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오프라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실질적 제도 개선까지 이끄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 위기마다 성차별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소해왔다. 위험의 몫은 고스란히 여성에게 돌아갔다. 구조조정 시 여성을 우선 해고한다거나, 구조조정 후 늘어난 저임금 계약직 일자리에 주로 여성을 고용했다(빈곤의 여성화, 여성의 빈곤화). 사회 안전망 부재로 인한 사회적 불만을 여성과 소수자 혐오를 통해 해소하는 것을 방치했으며, 사회적 재생산에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모른 체하고 출산과 육아, 가정 내 무급 가사노동 등 거의 모든 책임을 여성 개인에게 떠맡기고 있다. 이런 현실에 나 역시 한 명의 여성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제도로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젠더 불평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 정규직 임금노동자 중심의 정상가족을 기본 단위로 구성된 복지국가 담론 역시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균열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여성과 소수자들이 공적 영역, 사적 영역 모두에서 남성 가부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립된 경제적 시민권을 가진 주체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제도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현재 이에 가장 걸맞은 제도가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복지이며, 한편으로 복지를 넘어서는 기획이다. 젠더와 생태문제 때문이다. 서구 기준이긴 하나, 지지자들이 종종 이야기하는 ‘19세기 노예해방 → 20세기 보편참정권 획득 → 21세기 기본소득 보장’으로 이어지는 세계사적 과제라는 말에 동의한다. 기본소득은 자유와 평등을 증진해온 인간해방의 일환이다. 우리 중 누구도 보편참정권을 복지제도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회권 등 복지의 의미가 확장된다고 해도 복지만으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모든 생명을 위한 기본소득

나아가 인간 해방만이 아니라 지구의 생명을 생각할 때 ‘시민배당’으로 기본소득이 절실해진다. 피터 반스는 <시민배당>에서 미국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화한 구조를 파이프라인에 비유해 설명한다. 어딘가에 한 번 꽂아둔 파이프는 빨대처럼 부의 극단적 편중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에 자원 분배를 위한 다른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민배당을 그 방법론으로 소개한다. 분배할 자원은 땅, 지하수, 맑은 공기, 광물 자원, 주파수 등 이미 충분하며, 시민배당이 공유자원의 상품화, 시장화를 막고 지속할 수 있게 보존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후변화를 막고 재생에너지로의 시스템 전환을 견인할 방안으로, 탄소세 혹은 기후부담금, 생태부담금을 시민배당으로 나눠주는 것이 감세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롬비아 주에서는 2008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탄소세를 걷어 그중 일부를 탄소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1년에 100달러 정도(저소득층의 경우에는 100달러 추가 지급)의 작은 규모이지만, 생태부담금-시민배당 지급을 현실화하고 있는 사례다. 한국은 생태 위기 논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최근 지진으로 인해 핵발전소 안전성이 논란으로 떠오르는 등 현재 상황은 결코 한가롭지 않다. 지구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 방법론으로 시민배당, 즉 기본소득이 더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기본소득은 이 시대의 여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 그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사람들의 정동(情動)을 흔들 수 있는 매력적인 의제다. 기본소득이 이론적으로 100%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다. 법안이 발의되어 실험을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긍정적인 변화, 즉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 전반이 바뀌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처럼 의제 휘발성이 큰 나라에서(선거 국면에서 이상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질 운명에 처했다는 뜻) 단기간에 기본소득이 중요 의제로 부상하는 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것을 막을 수도 없고. 대신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잘’ 해봐야지.

글 : 김주온 |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금, 2016/10/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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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운 나라’ 이렇게 만들자

참여연대, 「새로고침 대한민국」 단행본 발간
촛불개혁과 민주주의의 문을 여는 70가지 키워드
새로운 대한민국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종합 정책단행본

 


참여연대는 촛불시민혁명 이후 한국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제안하는 종합 정책단행본 「새로고침 대한민국_촛불개혁과 민주주의의 문을 열기 위한 70가지 키워드」(이매진, 2017)을  7월  발간했습니다.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촛불시민혁명’을 완수하고, 시민의 힘으로 고장난 대한민국을 새로 고치기 위한 담대하고 과감한 제안을 담았습니다.

새로고침대한민국표지.jpg

 


「새로고침 대한민국」은 40여명의 참여연대 내외부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23년 참여연대 활동과 정책 역량을 모아 만든 종합 정책단행본입니다. 「새로고침 대한민국」은 1) 특권과 반칙 없는 주권자의 나라, 2) 모든 사람을 위한 돌봄과 살림의 사회, 3) 평화롭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세상 등 총 3부로 구성되며, 총 70개의 핵심 개혁 과제 키워드별로 진단, 쟁점, 정책 제안 등을 담았습니다.


‘1부 특권과 반칙 없는 주권자의 나라’에서는 국민발안제, 국민소송법, 집회의 시위의 자유,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인터넷 검열과 사찰, 주민참여제, 지방분권 등 시민의 자유와 참여민주주의에 주목했습니다. 선거 표현의 자유, 투표 시간과 18세 투표권, 연동형 비례대표제, 정치자금 등 정치개혁 쟁점을 짚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지방검찰청 검사장 주민 직선제, 국민참여재판, 공익제보자, 공직자 재산 공개와 퇴직 후 취업 제한, 정보공개와 비밀 관리, 정부와 대통령 기록물 관리, 국가정보원 개혁, 국가보안법 폐지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민주화 방안도 고민했습니다.


‘2부 모든 사람을 위한 돌봄과 살림의 사회’에서는 재벌의 소유 지배구조, 금산분리, 법인세, 공평 과세,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자영업자, 가계부채, 반값 등록금, 통신 공공성 등 재벌 개혁과 민생 살리기에 집중했습니다. 부양의무제, 보육 공공성, 건강보험 보장성, 국민연금 공적 투자, 주거권, 차별금지법 등 평등한 사회와 모두를 위한 복지를 고민하고, 비정규직, 노동시간, 정리해고, 최저임금, 고용보험, 성별 임금격차 등을 통해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을 그려보았습니다.


‘3부 평화롭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세상’에서는 남북 교류협력, 북방한계선, 천안함 사건, 국방개혁과 군비축소, 제주해군기지, 한반도 비핵화, 동북아 평화 체제 등 한반도 평화를 살폈습니다. 다음으로 군복무 기간 단축, 양심적 병역 거부권과 대체복무제, 군인 인권, 안보교육, 사드, 작전통제권, 해외 파병, 국제개발협력, 한-일 ‘위안부’ 합의, 통상 외교 등 외교·통상·국방의 민주화를 고민했습니다. 징벌적 배상제, 탈핵, 4대강 복원, 세월호 진상 규명 등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길도 알아보았습니다. 책 끝에는 ‘부록’으로 〈2017 촛불권리선언〉과 참여연대가 마련한 헌법 개정안을 실었습니다.

 

심상정 의원, 이재명 시장, 박주민 의원 강추 !

 

 

 

2017년 지난겨울 많은 국민들의 노력과 고생 덕으로 새로운 정권이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 사회가 달라졌다고 실감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직도 고쳐야 하고 청산해야 할 낡은 제도와 폐습들이 거의 그대로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답답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할지 제대로 알려줌으로써 우리들이 가야 할 사회, 나아가야 할 사회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새로고침 대한민국》을 추천합니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촛불시민혁명은 정권 교체를 넘어 ‘2020년 총선혁명’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완수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심을 닮은 국회를 만들어야 내 삶을 바꾸는 정치가 가능해집니다. 이 길에 촛불의열망을 담은 《새로고침 대한민국》이 나침반 구실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

 

시민은 추운 날 촛불로 정권을 바꾸었습니다. 시민은 지금 대한민국을 새로 고쳐 제대로 작동하는나라로 만들고자 합니다. 여기 사이다 같은 답이 나와 있습니다. 이제 시민이 그린 도면대로 대한민국을 새로 고치기만 하면 됩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

 

 

보도자료 원문보기

 

목, 2017/07/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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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당시 청년세대와 2016년 청년세대가 광장에서 만났습니다. 사진ㅣ청년참여연대 

 

 

청년참여연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던 지난 10월 말부터 여러 행동을 준비하고 진행해왔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청년, 시민들께 #한줄시국선언을 받고 광화문광장에서 분노의 책읽기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다른 청년단체들과 함께 김제동 광장콘서트를 준비하기도 했고 매주 집회에서 현장스텝을 하며 더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모일 수 있도록 함께 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을 연구하는 대학생 학회 <민주주의디자이너>와 함께 기획한 세대공감 거리시국 토크콘서트 <87청년과 16청년, 광장에서 만나다>는 이미 10월 말부터 고민해온 숙원사업이었습니다. 기획이 시국을 따라가지 못할만큼 상황이 매일매일 변하고 광장으로부터 다양한 논쟁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토크콘서트의 주제는 점점 풍부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12월 3일, 첫 만남이 청계광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12월에 접어들었는데도 광장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 이 시간에 눈바람이 몰아쳤던터라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나도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본격적인 토크콘서트를 앞두고 한신대 강남훈 교수님이 청년배당의 필요성에 대해 10분 특강을 진행해주셨습니다. 지금 청년들의 상황이 어떤지, 왜 청년배당이 필요한지, 역시 기본소득 정책의 대가답게 '저게 될까?' 싶은 이야기를 너무나도 현실성 있게 그리고 쉽게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오늘 첫 만남에는 강남훈 교수님 외에도 손호철 교수님, 이조은 청년참여연대 활동가, 이지수 민주주의디자이너 대표가 함께 했습니다. 구체적인 강연 내용은 아래 두 기사를 통해 들여다볼까요?

 

[한겨레] 촛불 광장서 만난 87청년·16청년

 

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세대공감 거리시국 이야기마당’. ‘87청년·16청년 광장에서 만나다’라는 부제는 이 자리의 성격을 잘 보여줬다. 광장에 울려 퍼지는 “박근혜 즉각 퇴진” 구호 안에는 사실 많은 다양성과 차이가 존재한다. 세대 차도 그중 하나다. 87년 세대와 2016년 세대는 경험과 실존의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윤리의 문제로 서로 오인하기도 했다. 광장은 그들을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위치로 옮겨놓았다.


87년 6월항쟁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는 30년 전 그때를 궁금해했다. “유인물 인쇄해서 뿌리고 구호 외치면 3년 감옥 다녀와 정규직으로 취직하던 시절이었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독재 시절 우리는 대통령을 직접 뽑으면 뭐든 다 될 거라 생각했다.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할지 토론하거나 합의하지 못했다”며 “그 때문에 30년이 지나 이토록 참담한 헬조선을 맞은 것”이라고 짚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30년 전과 오늘을 ‘감옥+생존 안전성’ 대 ‘정치적 자유+경제 감옥(생존 불안)’으로 정리했다.


한때 ‘정치적 무관심’과 ‘수동성’으로 상징되던 젊은 세대는 지금 광장 정치의 대표주자다. 대학생인 이지수 민주주의디자이너 대표는 “그동안 광장에 나올 수 없었던 이유가 지금 광장에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스펙 경쟁과 아르바이트에 내몰려 ‘참여’ 여력이 없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삶이 바뀔 수 없는 체제라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조은 청년참여연대 활동가는 “청년들은 결코 비정치적이지 않다.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훈련해온 세대”라며 “공론장에서 대화와 설득을 하고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이 기성세대 눈에는 비정치적으로 보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6세대는 6·10항쟁 때도 폭력-비폭력 논쟁이 있었는지 물었다. 손호철 교수는 “당시 정권 자체가 오직 물리력에 의해 유지됐기 때문에 이에 맞서 ‘다양한’ 저항방식이 있었고, 이런 방식이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기도 했다”며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폭력이 아니지만, 돌을 하나 던져도 대중이 거부한다면 달리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조은 활동가는 “고문받고 행방불명되던 때의 저항방식이 지금의 방식과 같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의 100만 집회에 소수자와 약자들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은 평화가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호응했다.


‘광장 이후’의 전망과 과제는 세대를 넘어서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됐다. 강남훈 교수는 “박근혜 퇴진을 넘어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요구가 광장 안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정치권에만 맡기면 안 된다. 이를 정치권에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수 대표는 “광장에서 경험한 민주주의와 인권 감수성에 대한 경험이 일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한 다양한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87년 6월 광장, 혁명의 장이었다” “오늘의 광장, 민주주의 학교 됐다"

 

‘6월 항쟁’의 주역 ‘87청년’이 2016년 청년에 응답해 광장으로 나왔다. 1987년과 2016년을 모두 겪은 그들은 광장을 ‘혁명의 장’이면서도 미완의 혁명이란 아쉬움의 대상으로 기억했다. 6월 항쟁이 직선제 개헌을 이끌었지만 이후 정치권의 분열로 항쟁의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반면 2016년 청년들에게 광장은 ‘민주주의의 학교’이며 ‘반폭력의 상징’이다. 29년의 세월만큼 광장과 집회에 대한 인상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87청년과 16청년, 광장에서 만나다’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87청년으로 참여한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13 호헌조치가 촉발시킨 민심이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맞아 항쟁으로 폭발했다”고 29년 전 6월을 회상했다.  

 

손 교수는 국민이 퇴진을 요구하는데도 3차 담화에서 임기단축을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과 87년을 비교했다. 그는 “당시 국민의 요구를 ‘위로부터의 개혁’이 흡수한 결과 6·29선언이 나왔고 이후 야권이 분열했다”며 “(혁명 이후를) 정치집단에 맡겼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도 “당시에는 대통령을 내 손으로만 뽑는 나라가 되면 바랄 게 없겠다고 생각해 직선제 외에 다른 요구를 못했다”며 “이번 촛불혁명에는 대통령 퇴진 후 어떤 사회를 만들지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평화적인 집회 방식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손 교수는 “외국에 비해 비폭력적인 시위를 주로 해왔던 우리나라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이나 6월 항쟁처럼 폭력적 투쟁이 나타났던 건 정부의 위력을 제어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정당화된 폭력이 되려면 다수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청년들은 비폭력 집회 기조를 유지하자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촛불이라는 방식 덕분에 여성, 장애인, 청소년이 모두 저항의 주체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조은 청년참여연대 활동가는 “물리적인 저항의 방식은 성인남성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학생인 이지수 민주주의디자이너 대표도 “이번 시위에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이 정말 많았다”며 “광장이 민주주의의 학교가 된 셈”이라고 했다.

 

이번 시위에서 불거진 ‘약자 혐오 논란’도 고민 대상이었다. 노교수들은 1987년 당시 ‘반독재’라는 큰 흐름에 매몰돼 인권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손 교수는 “그때만 해도 정치적 억압 문제가 중요해 일상적 민주주의는 다 눌려버렸다”며 “페미니즘, 장애인 문제 등이 모두 묻혔는데 그런 문제가 이제라도 폭발한 것은 다행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2016 촛불 이후 대한민국의 과제로 일상적 민주주의를 꼽았다. 이조은 활동가는 “큰 정치적 민주주의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직장, 가정처럼 작은 공동체 내의 민주주의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도 “시민이 광장에 나온 힘을 주체화하지 못한다면 일회성으로 끝날 뿐”이라고 덧붙였다. 

 

20161203_87청년16청년토크콘서트 (3)

 


다음 주에는 [우리가 원하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주제로 서울대 우희종 최갑수 교수님, 민주주의디자이너의 장윤정, 청년참여연대 민선영 님과 함께 두 번째 만남을 갖습니다. 12월 9일에 탄핵안 표결을 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광장에서 만나게 될까요? 이번 주엔 꼭 만나요!

화, 2016/12/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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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철수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적폐가수’로 몰려 곤욕을 치른 가수 전인권 씨.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박근혜 정부의 몰락 이유를 꼽으라면, 나는 이견과 비판을 적대하고 증오한 것을 들겠다. 그런데 같은 잘못을 다음번 정부도 쉽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짧은 정의는 ‘야당이 있는 체제’이고, 이때 야당이란 반대당(opposition party)을 뜻한다. 반대가 없는 체제란 곧 비민주주의 체제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곧 정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야당 또한 자신들에 대한 반대는 용인할 수 없다고 한다면, 정권 교체의 의의는 무엇이 될까.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연기자이자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위한 지지 연설을 하면서 당시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를 ‘존재감 없는 무능 대통령’으로 비하했다. 그 일이 있은 지 이틀 뒤 오바마는 이스트우드 연설 때문에 상처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가 그 정도에 모욕을 느낀다면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스트우드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실과 무관하게 “이스트우드는 훌륭한 배우이고, 감독으로서는 더 훌륭하다”며 자신은 여전히 이스트우드의 팬이라고 밝혔다.

미국 유권자 가운데 흑인은 8분의 1에 불과하다.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도 매우 심하다. 그런데도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 재선에 성공하고 퇴임 후 가장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에 대해 그가 보여준 민주적 자세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19일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판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대해 민주당의 송영길 총괄본부장이 보인 반응을 보면서 참혹한 기분이 들었다. 문 후보를 비판한 심 후보를 그가 재비판한 것 때문이 아니다. 다른 후보를 비판할 수 있고 또 그게 그의 역할 가운데 하나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의 핵심은 비판의 이유나 근거 없이 비판 그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그의 태도였다.

누가 보더라도 문 후보에 대한 심 후보의 비판적 질문은 합당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진보적인 정당으로서 물을 만하고, 아니 당연히 물어야만 하는 사안들이었다. 그런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송 본부장은 심 후보가 “정의가 아닌” 일을 했고, “온몸에 화살을 맞으며 버티는 문재인에게 칼질”했다고 말했다. 정의당을 작지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지하는 동료 시민에게 모멸감을 갖게 하는 일을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그는 어떤 ‘정의의 정치’를 지향하는 것일까. 정의당이 그간 민주당과의 야권 연대에 의존해 당세를 유지하려 해놓고 이제 와서 이럴 수 있느냐는 ‘공정 보상의 원칙’을 이야기한 것일까. 아니면 민주당이 집권하면 연정을 통해 장관직을 얻으려는 속셈을 갖고 있는 주제에 이러기냐 하는, ‘미래 소득을 둘러싼 거래의 원칙’을 상기시킨 것일까.

혹시 정의당과 다르지 않은 개혁적 본심을 갖고 있는 문 후보가 보수 세력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애써 그 개혁성을 감추고 있는 것을 몰라주느냐는, ‘동업자의 숨은 계획’을 알아달라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문 후보를 지지하면 선의이고, 비판하면 적폐세력’이라는 비이성적 신념에 따른 것일까.

송 본부장의 발언과 뒤이은 정의당에 대한 댓글 공격을 보면서 ‘친문은 친박과 과연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여겨진 일이 있었다. 그것은 가수 전인권 씨가 안희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적폐가수’로 공격받은 것과 관련해 문 후보가 보여준 자세였다. 그는 적폐 청산을 위해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왜 다른 후보를 지지하냐고 문제 삼지도 않았다. 가수로서의 자질을 잃었다는 비난은 더더욱 안 했다. 단지 “그의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저는 그를 가수로서 좋아하고, 그의 애국가에 국민으로서 감사하고, 촛불집회에서 노래했던 그의 진정성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전인권 씨, 고맙습니다.”

이견과 비판을 상대하는 민주적 태도로서, 이 이상 뭐가 더 필요할까. 극성 지지자나 조력자들보다 후보가 낫다는 것은 민주당의 큰 복이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ISSUE/2017president/News?gid=84050641&date=20170425&path=#csidx817dacd5c06c2ceb30b8da0848fbdfe

화, 2017/04/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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