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개강 : 다중지성의 정원 2015년 4분학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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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에 드는 비용을 회사에서 지급해 주면 어떨까요?”
“직장 근처에 집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건요?”
“좋긴 한데, 그건 기업보다는 정부가 할 일 아닐까요?
다른 지역에 살던 사람이 여기서 취업을 했다면,
적당한 거주지를 지방 정부에서 마련해 주는 거죠.”
열띤 표정으로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순간 머쓱해 한다. 바로 ‘에이, 그게 되겠어?’, ‘욕심이 과했나?’ 하는 표정들이 떠오른다. 직장인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이 100분인 나라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가장 긴 134.7분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을 자랑하는 서울, 그 한복판에 모여서 잠시 다른 사회를 꿈꿔봤던 사람들은 그렇게 금방 현실로 돌아갔다.
취직하면 거주지 제공, 기업이나 정부가 할 일 아닌가요?
그렇지만 그런 바람이 꼭 꿈이기만 할까? 직원 사택(社宅)은 1970~1980년대에는 어지간한 기업이라면 직원복지의 기본처럼 제공하는 것이었고, 지금도 수도권 이외 지역 기업에서는 적잖이 찾아볼 수 있다. 요즘 SNS에서 공유되는 ‘직원 복지 좋은 기업’ 리스트에서도 사택을 제공하는 기업이 여럿 눈에 띈다.
‘정부가 할 일’이라는 말도 틀리지 않다. 헌법 제 35조에는 국가가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어렵사리 취직을 했더니 고시원 같은 방에서밖에 살 수 없거나, 몇 시간씩 교통지옥에 시달려야 하는 국민이라면 국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마땅한 것이다.
이런 설명이 덧붙여지자 토론은 다시 활기를 띤다.
“회식 시간도 노동시간으로 인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회식을 하면 다음날은 늦게 출근하는 건 어때요?”
“무엇보다,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아도 되는 직장이었으면 좋겠어요.
가족에게 좋아야 저에게도 좋은 일 아닐까요?”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은 일이었으면
이런 토론이 진행된 곳은 희망제작소가 지난 5월부터 월 1~2회 꼴로 서울 종로구의 희망제작소 건물 4층 희망모울, 또는 서울시청 인근의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개최해 온 ‘보드게임 <좋은 일을 찾아라> 강사교육’ 현장이다.
보드게임 <좋은 일을 찾아라>는 희망제작소가 2015년부터 진행한 기획연구 <좋은 일, 공정한 노동>의 일환으로 개발된 것이다. 이 연구는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의 상(像)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인터뷰와 탐방,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우리 각각의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좋은 일’에 대해서 더 생각하고 말해야 하며,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야 우리 사회의 진정한 ‘좋은 일’의 상을 그려볼 수 있다는 제안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과정들을 도와줄 도구로 보드게임을 개발하게 됐다.
2016년 하반기에 진행된 세대별, 직종별 릴레이 워크숍 ‘나의 일 이야기’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을 거치며 개발된 보드게임 <좋은 일을 찾아라>는, 2017년 5월 정식으로 제작·출시되었다. 현재 중고교와 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기관과 개인에게 판매되고 있다. (구입 신청하기)
보드게임 강사교육, 총 100여 명 참여
<좋은 일을 찾아라>는 여느 보드게임과 마찬가지로 구매자들이 설명서만 읽고도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룰을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동영상 설명서도 제작됐다. (동영상 설명서 보기)
그럼에도 강사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48장의 ‘일 경험 카드’, 6가지 ‘자원 칩’, 15장의 ‘정책 카드’ 등에 담긴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 구성품에는 <좋은 일, 공정한 노동> 연구 과정에서의 설문 결과, 전문가 및 시민 의견 등이 반영됐다. <좋은 일을 찾아라>를 청소년 등을 위한 진로교육, 노동인권교육, 민주주의 교육, 각종 워크숍 등에 활용하고자 하는 강사들과 좀 더 나누고자 한 것이다. 이런 취지에 공감해서인지 지난 5~7월 진행된 네 차례의 강사교육에 총 1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또한, <좋은 일을 찾아라>를 활용해서 심화된 워크숍을 진행하는 방법도 전달된다. 강사교육 참가자에게는 워크시트 파일이 제공되는데, 그중 하나가 1부에 사용되는 ‘일 경험 카드’를 참가자들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게 디자인된 시트다. ‘좋은 일’의 요건을 조직 문화/ 임금/ 노동 시간/ 고용 안정(계약 형태와 조직의 규모)/ 주관적 만족도 등으로 나눠본 1부 ‘일 경험’ 카드와 마찬가지로 각 카테고리에 맞게 내용을 적을 수 있다.
“주 4일 근무, 개인 배려, 수평적 문화 있었으면”
네 차례 진행된 강사교육에서도 이 시트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트를 받아들고 한동안 헤매는 사람도 있었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펜을 들고 빽빽이 적어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많이 보인 응답은 ‘노동 시간’ 카테고리 하에 적힌 ‘주 4일 근무’였다. 그저 희망사항처럼 적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 주에 해야 할 일을 4일 동안 다 처리한 사람은 하루 쉴 수 있도록 한다’, ‘주 1일은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식으로 현실적인 방안을 적은 사람들도 있었다. ‘가족에게도 좋은 일’, ‘개인 경조사에 눈치 주지 않고 충분히 배려해 주기’, ‘출산·육아 등 개인의 사정에 맞게 조절이 가능한 일’ 등 일하는 사람의 삶이 좀 더 존중됐으면 하는 바람들도 다수 보였다. ‘획일적인 회식 문화 없는 직장’, ‘직급에 따른 자리 배치가 없는 사무실’ 등 수평적 문화에 대한 열망도 눈에 띄었다.
이밖에도 2부 ‘정책카드’ 내용을 활용하는 워크시트, 1부와 2부 카드 내용을 조합해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보는 워크시트 등도 강사교육 참가자들에게 제공됐다.
시민단체, 지원기관, 교사, 가족 단위도 참여
지금까지 강사교육 참가자 중에는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의 활동가, 그리고 청년·장애인· 사회적경제 등 분야의 지원 기관 등 소속 직원이 가장 많았다. 각 기관의 워크숍에서 <좋은 일을 찾아라>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고교 진로교육 담당 교사, 방과후 교사, 진로교육 강사 등도 있었다. 20대 자녀 둘과 함께 온 어머니도 있었고, “친구들이랑 제대로 해 보고 싶어서” 참가했다는 청년들도 있었다. 강사교육의 과정과 내용에 대해 아쉬운 점, 개선해야 할 점을 전한 이도, 보드게임을 구매한 뒤 직접 워크숍을 개최해 본 소식을 전해온 이도 있었다.
보드게임 <좋은 일을 찾아라> 강사교육은 앞으로도 이어진다. 5차 교육은 8월 26일(토) 오후 2~6시, 6차는 9월 13일(수) 오전 9시~오후 2시에 희망제작소 4층에서 진행된다. (강사교육 신청하기)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나에게 좋은 일’과 ‘좋은 일이 많은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좀 더 많아질 때까지 당분간은 계속될 예정이다.
–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이우기 사진작가
– 사진 : 김현수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좋은 일을 찾아라> 온라인 페이지(강사교육 및 구매신청, 동영상 설명서)
– http://tools.makehope.org/goodwork
부산경마장 마필관리사가 자살한 지 한 달 만에 과천 서울경마장 마필관리사가 또 목숨을 끊었다. 지난 6월 24일 토요일 낮 12시 30분께 국모(46) 씨가 자신의 차에 아내 김모(46) 씨와 10대 아들, 딸을 태우고 강변북로를 달리다 한남대교를 200m 앞둔 곳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차에서 내려 10m 아래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로 투신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주변 목격자들이 투신을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차 안에는 함께 탔던 가족들은 경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유족들이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사고경위를 제대로 조사할 수 없었다.

▲ 지난 6월 24일 서울경마장 마필관리사 투신사고 현장 (YTN 화면 캡처)
국 씨는 서울경마장에서 15년 간 일해 온 마필관리사였다. 동료들은 국 씨가 최근 일하다 말에 채여 다치는 바람에 병가를 냈으나 쉽게 낫지 않아 고민해왔다고 했다. 전국마필관리사노조(서울,제주경마장)에 따르면 숨진 국 씨는 몇 년 전 말에게 무릎을 채여 철심을 박는 수술 끝에 겨우 회복됐지만, 지난 5월 다시 사타구니를 채인 뒤 한 달이 넘도록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국 씨는 진통제를 맞았지만 계속 통증을 호소했다.
숨진 국 씨가 소속된 전국마필관리사노조는 “워낙 산재 발생률이 높은 곳인데다 최근 같은 마방의 동료까지 다쳐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신동원 전국마필관리사노조위원장은 “숨진 A씨는 늘 차분하고 성실했던 동갑내기 친구였는데, 이번에 다친 곳에 쉽게 낫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우울증을 앓았지만 치료를 다 마쳤고, 현재 유족과 협의해 산재보상 신청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경마공원의 지난해 재해율은 13.89%(서울, 부산 평균)로 전국 평균 재해율(0.52%)보다 25배 이상 높다. 그나마 안전장구 착용을 의무화해 대폭 줄어든 수치다. 2014년 이전 재해율은 20%대였다. 2014년 한 마필관리사의 산재조사를 위해 경마공원에 나갔던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마방 맞은편에 앰블런스가 상시대기해 있어 해당 관리사의 병원치료 내역을 보니 그 해에만 이미 골절 등으로 6번 치료를 받았는데, 산재 신청은 그게 처음이었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조련되지 않은 미숙련 말을 경마용으로 훈련시키다 보니 물리거나 채이고 낙마해 다치는 등 산재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노조는 “요즘은 산재 은폐는 거의 없지만, 경마 일정 때문에 웬만한 부상은 참고 일 한다”고 했다.
마필관리사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자 마사회 고용구조에 관심이 모인다. 원래 마필관리사는 공기업 마사회 소속 직원이었다.
1992년 경마 승부조작 관련자 8명이 구속되고 조교사 2명이 연쇄자살했다. 검찰은 당시 마사회 소속 전체 기수와 조교사 150여 명 중 2~3명을 빼고 대부분이 사실상 부정 경마꾼에게 전속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조직 전반이 도마에 오르자 마사회는 80년대부터 논의해온 ‘개인마주제’ 카드를 내밀었다. 개인마주제는 개인 마주가 조교사에게 말을 위탁하고, 조교사는 기수와 기승계약을 맺고 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당시 마사회는 개인마주제가 경쟁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그동안 병폐였던 조교사와 기수들의 부정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기수와 조교사들은 “군 출신 낙하산들이 전횡을 휘둘러 온 마사회 상층부 개혁은 안 하고 우리만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며 개인 마주와 계약해야 하는 불안한 미래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마사회가 개인마주제 도입을 준비하던 1992년 10월 국정감사에선 마사회가 선정한 개인마주 380명 중엔 군인, 안기부, 법원, 경찰 등 공무원이 15명이나 포함돼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말썽이 됐다.
경마부정을 막고 선진경마체제로 간다는 명분 하에 도입된 개인마주제는 마사회와 마주, 조교사, 기수·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고용구조 때문에 기수와 관리사에겐 가혹한 착취구조가 됐다. 고용형태와 임금구조가 왜곡돼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지만 마사회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 마필관리사 고용구조
숨진 국 씨와 같은 마필관리사는 마사회와 마주, 조교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고용구조의 맨 아래에 있다. 경마에서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두 직군은 개인사업자인 조교사가 채용한 근로자다.
앞서 5월 27일 새벽 부산경마장에선 14년차 마필관리사 박경근(39) 씨가 마방에서 마사회를 향해 욕설에 가까운 유서를 써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4년 개장 이후 부산경마장에서만 2명의 기수와 2명의 마필관리사가 자살했다. 숨진 박씨가 소속된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는 마사회를 상대로 마필관리사 직고용 등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대화를 진행했지만 팽팽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 공공운수노조와 두 마필관리사노조가 부산경마장 마필관리사 자살사건 해결을 위해 과천 서울경마장을 찾아 기자회견하고 있다. ⓒ 이정호
마사회는 “마필관리사 고용방식은 정규ㆍ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닌 경마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고용체계”라며 직고용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마사회는 관계자는 “마필관리사는 프로야구 구단의 트레이너에 해당하는데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트레이너를 직고용하는 경우는 없다”며 “노조가 내건 9개항의 요구 나머지 8개는 논의하겠지만 직고용만큼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신동원 마필관리사노조는 “과거 경마부정은 조교사와 기수가 연루된 것이고, 마필관리사는 경마 순위와 상금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 양정찬 위원장은 “형식적으론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지만, 마사회가 마필관리사 고용승인권을 행사하고, 고용승인이 안 되면 마필관리사는 마방에 출입도 못한다”며 마사회의 사용자성을 주장했다. 마사회와 노조의 공방으로 부산경마장 자살사건은 두 달 가까이 진통만 거듭하고 있다.
마사회는 “마필관리사가 경마부정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의 연봉이 제공되도록 상금을 책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마사회는 평균근속 6년인 마필관리사는 월 446만 원(연봉 5,352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 15명의 3~4년치 임금은 턱없이 낮았다. 2016년 6명의 임금명세서에 기본급은 126만 270원으로 적혀 있다. 이는 지난해 최저시급 6,030원에 월 소정근로시간인 209시간을 곱한 액수와 정확히 일치했다. 기본급은 해마다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었다. 기본급에 연장, 야간, 당직, 연차 등의 수당과 성과급을 모두 합친 실수령은 지난해 월평균 214만 2천 원에 불과했다.
양정찬 노조위원장도 “1~5위까지 주는 순위상금이나 1~8위까지 주는 출전장려금 등 성과급을 많이 받는 마필관리사도 극소수 있지만 대부분은 월 250만원을 받기도 힘들다”고 했다.

▲ 경마 순위상금 배분율(출처 : 마사회 ‘2017년 경마 시행계획’)
서울경마장은 순위상금과 부가상금, 출전장려금, 부가순위상금에 대해 마주와 기수, 조교사, 마필관리사 사이의 배분율을 소숫점 둘째자리까지 명시하지만, 부산경마장은 마필관리사 배분율이 없다. 부산경마장은 조교사가 자기 몫에서 일부를 떼 관리사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경마장 조교사와 마필관리사 사이에 몇 년째 갈등이 이어져 왔다.
서울경마장은 노조가 조교사협회와 집단교섭하는데, 부산경마장은 노조가 33명의 마필관리사와 개별로 교섭하는 구조라 임금과 근무시간을 놓고 교섭마다 몇 년씩 걸린다. 부산경마장 노조는 2004년 노조 설립 뒤 2010년 4월에서야 단체협약을 단 한 번 체결했다. 이후 근무시간 협의 같은 기본적인 사항도 노동부 진정과 고소고발, 소송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겨우 이뤄졌다. 첫 단협 체결 이후 근무시간을 1시간 줄이는데 합의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부산경마장 마필관리사와 조교사들은 2014년 10월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11시간이었던 근무시간을 오후 3시까지로 1시간 줄였다. 그나마 경마가 없는 날의 근무시간이다. 경마가 열리는 날엔 저녁 6시나 7시까지 일해야 한다.
2015년엔 저녁 6시 이후에 출발하는 ‘노을경마’에 대한 근로시간 합의가 안돼 노조가 노동부에 조교사들을 고발한 끝에 겨우 합의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부산경마장에서 조교사와 관리사 사이의 배분율이 명확치 않아 양자간 갈등이 심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잇따르는 버스기사의 졸음운전 사고는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격일제 근무와 근무시간을 무한정 늘릴 수 있도록 방치한 근로기준법 59조가 그 원인이었다.
버스기사의 근무형태는 1일 2교대제와 격일제로 크게 나뉜다. 1일 2교대제는 오전, 오후, 휴무 3개조로 돌아가면서 근무한다. 격일제는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근무방식이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복격일제도 일부 있다.
1일 2교대제는 하루 9시간 정도 일하지만 격일제는 하루에 16~17시간 일한다. 1일 2교대제는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 부산 인천 등 7대 광역시와 청주, 제주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은 격일제를 운영한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 끝에 50대 부부의 자동차를 덮친 수도권 광역버스 기사도 복격일제로 일했다. 그는 하루 17시간씩 이틀 일하고 다음날 하루를 쉬었다고 진술했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5월말 발표한 전국 44개 버스업체의 노동시간 실태조사 결과 1일 2교대제와 격일제 사이에 근무시간은 월 80시간가량 큰 차이를 보였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서울 부산 인천 시내버스 기사들은 월 231시간 9분 일하는 반면 격일제로 일하는 전북 등 지방의 시외버스 기사들은 월 309시간 33분이나 일했다. 근로기준법상 월 소정근로시간은 209시간이다.
[표] 전국 44개 버스업체 기사 월 근무시간
|
구분 |
업체수 |
기사수 |
1월 근무시간 |
근무형태 |
|
|
준공영제 |
시내 |
18 |
3,505 |
231시간 09분 |
1일2교대 |
|
민영제 |
시내 |
11 |
2,254 |
287시간 58분 |
|
|
마을 |
4 |
245 |
246시간 21분 |
1일2교대 |
|
|
농어촌 |
5 |
268 |
262시간 32분 |
|
|
|
시외 |
6 |
849 |
309시간 33분 |
|
|
▲ 출처 : 공공운수노조 2017.5.24 발표
이번 조사결과 40% 넘는 기사가 근로기준법의 연장근로 한도인 주 60시간을 초과해 일했다. 연간 근로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3,122시간이 넘어 2015년 전국 평균 노동시간인 2,228시간보다 무려 900시간이나 초과했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련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실태조사도 같은 결과다. 같은 시내버스 기사라도 근무형태에 따라 노동시간이 확연히 달랐다. 1일 2교대제로 일하는 기사는 대부분 월 260시간 이하로 일하지만, 격일제 기사는 절반 가까운 41.9%(1,530명)가 월 260시간 이상 일했다. 월 260시간은 주 60시간 노동에 해당한다.
격일제 시내버스 기사는 월 300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 비율도 9.4%(354명)에 달했다. 심지어 월 450시간 넘게 일하는 격일제 시내버스 기사도 36명(1%)이나 있었다. 반면 1일 2교대제 기사 중에선 월 30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 근무형태별 시내버스 기사 월 근무시간(출처 : 자동차노련 실태조사(2016.2) 재분석)
시내버스와 시외, 고속, 농어촌 버스를 모두 포함해 월 260시간 이상 근무한 기사는 40.25%였다. 월 300시간 이상 일한 기사도 9.32%에 달해 버스기사들의 장시간노동이 교대제 형태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
회사는 오전, 오후, 휴무까지 3개조로 편성해야 하는 1일 2교대제 보다는 적은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한 격일제를 선호한다. 노동자도 하루 힘들게 일하고 하루 푹 쉬는 게 낫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16~17시간씩 장시간 연속노동은 노동자의 몸을 망가뜨리고 결국 졸음운전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월 300시간 이상 초장시간 노동의 주범으로 근로기준법 59조를 꼽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기준근로시간으로 하지만, 같은 법 59조에 ‘근로시간·휴게시간의 특례 업종’을 정해 무한정 연장근로가 가능토록 했다. 4인 이하 사업장과 법으로 정한 운수, 의료, 위생업 등 특례 업종 등이 이에 해당한다. 4인 이하 사업장엔 전체 노동자의 28%가 일한다. 특례업종은 운수, 물품판매 보관, 금융보험, 영화제작과 흥행, 통신, 교육연구 조사, 광고, 의료와 위생, 접객, 청소, 이용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광범위하게 특례업종을 나열한 것도 모자라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 특성상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업”까지 특례 적용을 받다보니 전체 노동자의 50% 이상이 근로시간에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는 “59조 특례 업종의 맨 앞에 ‘운수업’이 명시돼 있어, 이를 없애지 않는 한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공약집에서 ‘1800시간대 노동시간 실현’을 과제로 제시하고 세부 내용으로 근로기준법 59조의 특례업종과 63조의 적용제외 산업 축소를 공약했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해 8월 주 40시간 근로를 사실상 무력화시켜 온 59조를 삭제하자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 입법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지난 9일 졸음운전 끝에 수도권 광역버스가 앞서 가던 승용차를 추돌해 50대 부부가 숨졌다.
2015년 6월 전북고속 버스기사 장광열 씨가 대구의 한 숙소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장씨는 평소 술 담배도 일절 하지 않았다. 장씨는 사망 직전인 2015년 5월 무려 368시간 30분을 일했다. 장씨 회사는 월 21일이 만근인데, 장씨는 26일을 일했다. 대부분의 기사가 저임금과 회사의 인력부족 때문에 장씨처럼 만근일을 훨씬 초과해 일하고 있다.

30년 전인 1987년 7월, 전국의 거리는 노동자들로 가득 찼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이 전국을 뒤덮었다. 당시 많은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저임금과 인권탄압에 시달리고 있었다. 실제 노동자들의 주요 요구 사항엔 놀랍게도 두발자유화와 사내 폭행 금지도 있었다. 석달간 이어진, 노동자대투쟁은 한국노동사에 큰 획을 그었다.
대투쟁 30년 후, 2017년 한국의 노동 조건과 환경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두발 단속 같은 인권침해는 거의 사라졌지만 노동자를 1회용 소모품 취급하는 풍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비정규직은 한국의 노동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자본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용역, 파견, 위탁, 사내하청 등 각종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신자유주의 정부와 정경유착 구조의 국회는 이를 묵인, 방조했다.
비정규직은 사회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힘든 일, 위험한 일, 불황으로 인한 기업의 리스크는 고스란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몫이 됐다. 저임금과 불안한 고용으로 생긴 과실은 고스란히 자본가와 대기업의 몫으로 돌아갔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의 존엄과 노동기본권을 오히려 후퇴시키는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촛불 혁명은 고용불안 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일한 만큼 대우받는 세상이 올 때 완수 되는 게 아닐까?
뉴스타파는 노동개혁 시리즈, 첫번째 순서로 2017년 대한민국 비정규직의 실태를 살피기 위해 1987년 대투쟁의 진원지였던 울산과 다단계 하청 공단인 전남 대불공단, 그리고 최대 비정규직 공단, 안산을 찾았다.
취재·연출: 강민수
편집: 이선영 박서영
촬영: 김기철 최형석 신영철
CG: 정동우
한화투자증권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복직의 가능성이 열렸다. 대법원이 한화투자증권의 정리해고가 타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리해고 이후 3년 6개월 만의 일이다.

6월 29일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는 한화투자증권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정리해고가 타당하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던 서울고등법원의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특히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과 ‘해고회피 노력’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고(한화투자증권)가 정리해고 조치를 취한 2014년 2월 9일 당시는 이미 감원된 인원이 382명으로 최종 감원목표인 350명을 상회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최종 감원 목표를 상회해 감원한 상황에서 사측이 추가로 정리해고를 했다면, 이는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거나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사측은 정리해고 전후로 정규직 55명, 계약직 59명, 임원 6명을 채용하고 승진인사를 단행하는 한편 일부 부서에 대해서만 성과급 15억원을 지급했다”며 “그 비용지출 규모가 정리해고로 절감되는 비용에 비해 훨씬 크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사측이 적절한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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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사측의 정리해고가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을 모두 갖춘 정당한 해고라고 단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리해고의 요건 중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및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13년 12월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를 이유로 직원 350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사측은 희망퇴직 대상자를 선정하고 퇴직신청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노동자 7명이 2014년 2월 정리해고 됐다. 정리해고자 7명은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선 노동자들이 패소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정했다.
중노위 결정은 법원에서 다시 뒤집어졌다. 한화투자증권측은 “중노위 결정을 받아드릴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경영상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는 사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한화투자증권의 정리해고 당위성은 고법에서 다시 심판받게 됐다.
한화투자증권 노동자들을 변호해 온 김선수 변호사는 “사측이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지 않고, 꼭 해고를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사정들이 있었음에도 해고를 한 것에 대해 1·2심에선 너무 가볍게 판단한 반면 대법원에서는 엄격하고 신중하게 해석했다”며 “고법에서 다시 심리를 하겠지만, 이미 대법원에서 사측이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만큼 노동자들의 원직복직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측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아직 판결문을 받아 보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어떠한 결정도 한 게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투자증권 측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2013년 회사의 누적적자가 1500억 원에 달해 긴박한 경영상 위기였으므로 당시 정리해고는 부당해고가 아니다”고 답한 바 있다.
당시 구조조정의 책임자였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도 지난 2월 ‘주진형의 경제민주화’라는 팟캐스트에서 “한화투자증권의 구조조정은 해야 되는 일이라서 한 일이다. 한 번도 악역이라 생각한 적 없다”며 “구조조정을 악마시, 죄악시하는 사람은 (월급) 상위 몇%인 노동자들이다. 구조조정은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발전의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주 전 사장에게도 대법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2013년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던 당시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대표이사
앞서 뉴스타파는 한화투자증권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고졸직원의 절반 가량을 채용한 지 1년 만에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해고하고,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모두 정리해고 했다고 보도했다. 또 경영상 이유로 직원들을 구조조정하면서 김승연 회장 가족이 100%지분을 보유한 총수일가 기업에는 지난 2011~2013년 적자규모에 맞먹는 1300억 원의 일감을 몰아주고, 정리해고 직후 홍보팀, 인사팀 등 일부 부서에는 15억의 성과급을 지급, 경영상 위기가 맞는지 의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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