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8개월에 걸쳐 준비한 친일파 후손 찾기 프로젝트 제 2부! 이번 편에서는 친일 후손들의 현재를 보다 본격적으로 알아본다.
1. 친일 후손들의 학벌과 유학 경력
뉴스타파가 작성한 1,177명의 친일 후손 명단, 그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이른바 SKY로 불리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학교 출신인 것으로 학인됐다. 이들은 명문대를 졸업한 뒤 해외 유수의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1,177명 가운데 27%가 유학 경험이 있었다.
2. 친일 후손들의 직업
후손 1,177명의 직업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은 기업인이었다. 기업인들은 376명으로 전체의 32% 정도였다. 특히 그중에서 상장 기업의 대표와 임원, 주주가 3분의 1을 넘었는데, 우리나라 310만여 개 기업 가운데 상장 기업은 단 2천 곳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였다. 대표적인 게 삼성 일가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친일파 김신석의 손녀 사위, 이재용 회장은 외증손자다. 금융인도 62명이나 됐다.
기업인 다음으로 많았던 것은 대학교수와 의사다. 대학교수는 191명, 의사는 147명이었다. 친일 후손 여성들의 직업 가운데는 대학교수가 가장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음대 교수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정치인과 공직자, 법조인, 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공적 영역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그룹은 163명으로 14% 정도였다. 공직자 가운데는 외교관이 특히 많았고, 언론인 가운데는 이른바 조중동 등 족벌 언론과 KBS가 3분의 2를 차지했다.
3. 친일 후손들의 국적 포기, 그 이유는?
뉴스타파는 친일 후손들 가운데 346명이 국적을 포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346명에는 뉴스타파가 직업과 신원을 확인한 1,177명 이외의 후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친일파 후손의 국적 포기는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는 서서히 늘어나다 2000년대 들어 급증하고, 2010년대에는 다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90년대 후반 외환위기의 영향과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진행된 정부 차원의 친일 청산 작업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뉴스타파는 이밖에도 친일 후손들의 혼맥을 분석한 결과 35개 가문이 20건의 혼사로 연결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민간병원의 사과만으로 메르스 확산책임 덮지 못해 메르스 방역에 실패한 정부도 책임을 인정해야
오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하여 대국민사과를 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이찬진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사과에 대하여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며, 더 나아가 메르스 방역에 실패한 정부도 하루빨리 책임을 인정하고 대국민사과를 할 것을 요구한다.
메르스 확산과 관련하여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대국민사과를 하였다는 점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동안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지적되어 온 응급실 환경개선, 음압병실 확보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의심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였을 때 메르스 발병 병원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환자를 응급실에 2박 3일간 입원시키는 등 감염병 방역관리를 소홀히 하여 감염병 치료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고, 그 결과 80명 이상의 확진자를 포함한 수많은 격리치료자들을 양산한 책임이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죄송하고”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
더 나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달 말에 삼성서울병원을 소유한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하였을 뿐 그 이전까지 삼성서울병원의 운영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는바, 이번 대국민사과에서 삼성서울병원을 대표하는 인사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오히려 여러 편법의 과정을 거쳐 경영권 승계를 완성해가고 있는 이 부회장이 이 국가적 재난을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공식화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법 하다.
또한 민간병원조차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일찍 제공하지 않고 방역 범위를 좁혀 메르스 확산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는 정부가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에게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대국민사과와 더불어 공공병원 확충, 의료민영화 정책 중단, 시민들에 대한 위험정보 즉각 공개 등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대상은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가 확정 발표한 친일인사 1,006명의 후손이다. 특히 일제로부터 후작, 남작을 받은 귀족, 조선총독부 자문기구인 중추원 참의를 지낸 일제 강점기 최고 엘리트의 후손들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그리고 지난 8개월동안의 작업끝에 뉴스타파는 친일파 후손 명단 1177명을 작성할 수 있었다.
취재팀은 친일파 후손들의 학력과 직은 물론, 거주형태, 주소지를 파악해 친일파 후손들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친일파 후손들에 대한 실증적으로 구체적인 통계분석의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 뉴스타파는 친일파 후손들과 숱한 만남을 시도했다. 이들이 선대와 친일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려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친일 청산은 물론 친일 극복과 함께 사회구성원간 화합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찾으려 했다.
임금과 임금피크제 협상이 오늘 사측과 KBS노동조합 이현진 위원장의 서명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임금인상률은 2.6%(올해는 2.2%만 적용), 임금피크제는 59세 피크임금의 70%수준, 60세 피크임금의 49%수준(의무 안식년, 기존 안식년 폐지)으로 결정났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서명 자리에 우리 언론노조 KBS본부는 함께 할 수 없었습니다.
조삼모사식 임금피크제
다들 이번 임금피크제 합의안이 ‘SBS 수준(총액 대비 70%-52%,안식년)’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SBS는 없었던 안식년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안식년제도가 있습니다.(총액 40% 지급) 이 복지제도를 포기하는 대가로 60세에 의무 안식년을 쓰면서 기존보다 고작 9% 포인트의 임금만 더 받는 셈이 됐습니다. 입사 15년 때 누릴 수 있던 것을 정년을 앞두고 주어지는 것일 뿐입니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인 셈입니다. 더구나 안식년 안 쓰고 회사 다니면서 더 많은 임금을 받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린라이프(3개월 재택연수)는 회사의 자충수이자 탈출구입니다.
회사는 불법적인 임금피크제 개별동의를 받으면서 동의서 제출자들에게 2개월 유급휴가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시행할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유도하기 위한 불법행위라는 법적 시비가 따르게 됩니다. 결국 그린라이프 제도로 이를 피해가려는 꼼수에 불과합니다. 즉 그린라이프는 우리가 요구하지 않아도 회사는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0.1%라도 더 올리고 싶었습니다.
협상을 한 번이라도 더 갖고 싶었습니다. 노측이 3%대를 포기하면서 회사측 안(2.5%+α)에서 α를 0.1%가 아닌 0.2, 0.3%로 하고 싶었습니다. 60세 안식년 49%가 아니라 적어도 50%대는 찍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KBS 노동조합은 2016년까지 협상이 계속될 경우 노조가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노사 합의 없이 내년에 임금피크제를 일방 시행할 경우 이미 수차례 밝혔다시피 불법이 명확하기에 우리가 승소할 경우 회사는 “피크임금 100%+이자”에 해당하는 돈을 토해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지게 됩니다.
1월 안에 이사회 결산 승인을 받아야 하고, 2월에 결산서를 제출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는 것도 경영진입니다.
3가지 부대 조건을 끝내 외면했습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회사측 안에 3가지 조건을 붙일 것을 요구했습니다. 첫째 임금피크제 실시에 따른 신입사원 매년 세자리수 이상 확충 약속입니다. 이건 정부의 방침이자 임금피크제 실시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둘째 기존 안식년제도 유지입니다. 셋째는 아직 미타결된 단체협약 성실이행 조건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모두 거부했습니다.
더구나 임금과 임금피크 모두 타결된 지금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향후 단체협약 갱신 협상에서 노동조합이 계속 밀리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조합일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은 금방 알 것입니다.
정말 많이 아쉽습니다. 1월에 한 두 차례 더 협상을 갖는다면 조금은 더 나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하튼 어려운 조건에서 함께 싸우고 부담스런 마무리까지 하신 KBS노동조합 이현진 위원장 및 조합 집행부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끝까지 함께 못해 미안합니다. 남은 단체협약만큼은 더욱 강고한 연대로 끝까지 싸웁시다.
조합원 여러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돼 죄송합니다. 새로운 집행부를 맞이한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합의 결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대책을 마련토록 하겠습니다.
2015년 한 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생하신 조합원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2016년은 우리 일터에 반역과 퇴행의 어둠을 뚫고 희망의 싹을 틔우는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한국사회의 주요한 문제로서 몇 가지를 열거한다면 우선 1)저출산 등 인구 통계학적으로 활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 2)불황의 도래와 더불어 사회안전망의 미비로 심각한 불안이 사회전반을 짓누르고 있다는 점, 그리고 3)양극화의 심화에 따라 사회가 제대로 유지될 수 수 없는 만큼 불평등이 점점 누증되고 있다는 현실을 들 수 있다.
저출산의 문제는 그간 정부가 중심이 되어 여러 강도 높은 정책적 대응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핵심적인 것은 앞선 칼럼(행복한 나라에선 아이가 자란다)에서 언급했듯이, 젊은 세대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우리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인구의 자연스런 감소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로 받아드려야 한다. 백년 단위의 시간에서 보면 화석에너지의 고갈에도 지속가능한 환경적 조건으로 한반도에 상시적으로 거주하는 인구의 머리수가 점차적으로 조절되고 균형적으로 회귀하는 것은 바람직스럽기까지 하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불황이 구미가 겪었던 1920년대의 공황시대보다 훨씬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금융시스템의 실패(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사기와 수탈적 작동)와 정치 제도의 무능과 역작용, 이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와 사회적 갈등증대, 그리고 지구온난화와 자원 및 에너지의 고갈 등으로 지난 수백 년간 인류가 향유해 왔던 고도의 성장기가 이제는 종말을 고했다고 판단한다.
3가지 복지국가 유형
따라서 앞으로는 과거처럼 높은 성장률에 의존한 사회경제적 운용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저성장 또는 탈성장이라는 새로운 조건위에서 국가의 미래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현명하고 현실적인 방책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선 복지체계를 파악하는 시각이 다양하게 갈라진다. 시장중심의 보수적 입장에서는 탈성장시대로 진입하면서 복지재원이 기본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가난한 빈민계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선별적 정책을 중심으로 저부담-저복지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진보진영를 대표하는 북유럽의 노르딕 모델처럼 존엄-정의-연대 라는 사민주의의 철학에 기초하여 국가가 보편적 복지를 강화하여 모든 국민들의 삶을 보살피고 감싸안는 ‘인민의 집’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폭넓은 편차가 존재한다.
제2차 대전 이후의 고도성장이 가능했고 이상적인 완전고용 상태라는 경제적 황금기를 거친 1920-1930년 동안은 나라별로 내용을 달리한 다양한 복지체계의 방식에 별다른 차별성이 부가되지 않았다. 그러나 19 70년대 중동발 오일쇼크가 충격적으로 다가오면서 불황형 인플레와 경험해 보지 못한 높은 실업문제가 대두되자 그동안 시행하였던 복지정책의 성과와 유효성이 나라마다 방식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게 되었다.
저부담-저복지 또는 시장중심의 영미형 복지방식은 자산가와 기업에게 유리한 지형을 제공하면서 외형적 경제총량의 수치는 그런대로 양호하지만 내부에 불평등과 양극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심화시켰다.
정책적 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인기영합적으로 대응해 왔던 라틴국가들은 가족적 이기주의를 중심으로 비리, 부패, 투기와 더불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지면서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이라는 조롱감이 되었다.
반면에 사회연대와 산업혁신적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임금정책과 사회합의를 기반으로 보편적 원칙에 입각하여 사회수당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왔던 노르딕 국가들은 성장률과 더불어 사회후생와 인간계발 및 행복지수 등 모든 분야에서 현재까지도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불황일수록 복지 확대 필요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요점은 요즈음처럼 경제가 어렵고 불황의 늪이 깊을수록 오히려 복지정책을 과감히 확대하고 사회안전망 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고, 정책방식에 따라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서구의 최근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십년 전부터 복지라는 화두를 한국사회에 던져온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는 이러한 북유럽식 정책을 ‘역동적 복지’라고 명명했다.
공자님 역시 논어의 계씨편(季氏篇)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내용을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부족함을 탓하지 말고 나누지 못함을 걱정하고, 가난함을 탓하지 말고 함께하지 못함을 걱정하라. 나누고 함께하면 모두가 편안하다. 백성 모두가 편안하면 나라가 어려워도 기울어질 걱정이 없다’
이 얼마나 영명하고 위대한 선언인가 !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라는 주제로 앞선 칼럼(어떻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까)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우선적으로 산업경제 활동의 영역에서 최저 임금의 수준을 그저 시간당 만원이라고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사회평균임금의 7-80% 수준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사회연대라는 점에서 규범적이며 정책적으로도 효과적이다.
산업별 직종별 사업장별 이라는 삼동(三同)의 조건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며, 저임구조를 혁파하기 위해서 비정규직 임금이 반드시 정규직 임금보다 높게 책정되어야 한다.
복지체계를 구축하기위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조세체계의 전반적 개혁을 필요로 하겠지만 우선적으로 토지보유세를 포함하여 불로소득인 자산소득에 대해서 포괄적이고 강력한 누진세를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부의 세습
가장 근본적인 불평등의 원인은 소득의 차이를 넘어서 세대 간에 부와 지위가 계승되고 축적되는 현실이다. 부모세대로부터 세습되고 승계된 자산의 누적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한국사회는 수직적 계층적 세대적인 이동성에 커다란 장벽이 형성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지난 200여 년간 통계를 통해 밝혔듯이 자산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앞지르는 조건 (r>>g)에서는 자산의 세습적 누적은 불평등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킨다.
2016년 현재 한국의 피케티 지수( ß:국민 순자산/일년간 국민총생산, 12000조/1600조)는 7을 넘어서 8에 근접하고 있다고 한다.
천민적 자본주의가 극성을 피우고 탐욕적 제국주의가 설치던 유럽사회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주요 제국들의 자산불평등 지표인 피케티 지수가 7 수준에 접근하였던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다행히 전쟁이 끝나고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3-4 수준으로 안정적 조정이 되었다 한다.
왼쪽 그래프에서 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순자산(자산-부채)의 값을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2012년 말 현재 7.72배로 다른 나라보다 높다. 이는 세계 금융시장이 통합돼 자본수익률이 평준화됨을 고려하면 자본소득의 비중이 선진국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노동 발생 소득과 달리 자본에서 나오는 소득이 부유한 소수에 집중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한국의 자산불평등 수준은 유럽의 경험에서 보면 내부에 폭동과 전쟁을 유발할 만큼 심각한 지경이나, 한국전쟁을 경험한 남북분단 상황과 군사정권부터 시행되었던 각종 공안과 통치기구 및 제도적 규제가 여전히 건재하면서 폭발적 상황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다고 보여 진다.
피케티 지수에서 비교하여 보았듯이, 극심한 자산의 불평등 격차를 내부적으로 조정해 내지 못하면 비록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타협으로 일부 전진을 이루어 내더라도, 우리사회의 미래는 근본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결국은 파국에 이를 것이다.
따라서 소득불평등의 합리적 해소와 사회연대에 기초한 복지시스템의 구축에 더하여, 극심한 자산의 격차를 시정하는 제도적 절차적 방안을 준비하고 시행해 가는 것이 한국사회 미래의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편법 대물림 부추기는 상속, 증여법
‘자산 불평등 해소’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우선 상속과 증여에 관하여 재벌중심으로 이루어진 과거의 관행과 현행법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수십 년간 부자들의 상속관행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우선 일정 자산 이상을 형식적으로 설립한 공익 또는 문화 재단에 출연하여 법규정상으로 공제혜택을 받아 고액의 세금을 피한 후에 재단에 자의적으로 개입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결국 재단의 재산을 자신들의 사적 소유형태로 변질시켜 사용하는 수법이다. 박근혜 형제들이 소유권을 놓고 살인극까지 추정될 만큼 눈꼴사나운 싸움판을 벌렸던 육영재단을 연상하면 아주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2)또는 상속 또는 증여할 법인의 주식가격을 실제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조작하거나 액면가의 우선주로 배당하여 상속 또는 증여의 과정에서 법으로 정한 고액의 세금을 피해 매우 축소된 액수만 납부하고 이후에 적정한 기간을 두고 정상화시키는 방법을 취하여 왔다.
예컨대 주당 십 만원의 가치가 있는 주식을 온갖 수단과 기법을 도입하여 주당 만원수준으로 축소하여 상속 또는 증여를 행하여 법에 규정된 상속세를 수십 배로 줄여서 납부한 후 상당기간을 두고 서서히 가격을 원래의 십만 원대로 복귀시키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3)최근에는 삼성과 현대차 등 대규모 재벌그룹들이 취한 방식으로 가문의 상속자들이 조그만 기업을 다점주주의 비상장형태로 창업하여 재벌의 계열기업으로 편입시킨 뒤 계열기업들의 일감과 거래를 일방적으로 몰아주어 매출과 이익을 급속히 확장시키면서 적정규모로 성장하면 상장을 통해 재벌의 핵심 모기업으로 재편하는 수법이다.
이를 통하여 삼성의 이재용과 현대차의 정의선이 소유한 주식의 이익률이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연간 50-80% 수준의 놀라운 수치를 실현해 왔다. 통상 자본수익률은 최우수 상장기업이라고 하더라도 10-20%를 넘지 못하는 것이 상식이다. 세계기업사에서 단연 챔피언을 차지할 놀라운 기적을 (비리와 부정을 통해) 이룬 것이다.
한마디로 적정한 세금을 내야 할 재벌그룹의 실현이익을 내부거래를 통하여 상속 2세대가 다점주주로 있는 계열기업에 이전시킨 불공정 거래이자 불법적 행위이다.
이외에도 필자가 알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방식과 꼼수로 다양하게 탈세와 절세를 진행하여 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행법에 의하면 상속 또는 증여에 대하여 상당한 공제를 통하여 일반시민들에게는 가계상속에 대하여 세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으로 자세한 규정과 절차와 세율이 정해져 있다. 개인의 경우 기본공제 2-5억 원에 더하여 인적인 추가공제와 예외적 공제를 제한 후 과세대상 금액에 대하여 10-50%의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최고세율인 50%는 과세대상 금액이 30억을 넘는 경우에 적용된다.
여기에 문제점으로 등장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적 경영환경이라는 미명으로 행하지는 기업상속 공제제도이다.
2016년 현재 기업의 규모와 상속자의 경영연수에 따라서 최고 200-500억 정도를 공제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참여정부시절인 2007년만 해도 중소기업에 한하여 1억 정도를 공제해주던 것이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면서 100억 규모로 공제액수가 늘어나고 박근혜정권이 들어서면서 급기야 500억 규모까지 확대되었다.
기업상속이라는 핑계로 이루어진 공제금액의 급격한 확대는 지난 9년간 집권한 ‘새누리’라는 정당의 성격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새누리 당의 배후에 유력한 자산가와 기업주들이 ‘새누리’를 상대로 얼마나 치열하게 로비하고 서로 간에 비리로 얽혔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세법상에는 사후관리와 실사 등 그럴듯하게 규정을 만들어 놓았으나, 임의적 해석과 비리가 개입할 소지가 다분하여 부패한 세무 마피아들이 제 마음대로 활약하기에 너무나 편한 독소조항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 신문 기사에서도 다룬 내용으로 부동산 부자들이 이러한 세법상 허점과 임의 규정을 악용하여 개인 소유의 고가 부동산을 사전에 임의 법인으로 귀속시켜 법적 규정에 합당하게 상속 또는 증여를 진행하면서 200-500억의 기업승계공제의 혜택을 받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재산권의 범위와 한계
취득, 사용, 처분, 증여 및 상속 등 복합체로서 사적 재산의 통합적 소유권은 처음부터 절대적 필연적 논리로서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봉건 시대의 군주와 영주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재산권 보호라는 개념이 인간의 존엄처럼 마치 양도할 수 없는 절대적 권리처럼 우연스럽게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적 재산권의 보호가 시민들의 일반적 의지로 형성된 민주주의 일반적 규범으로서 경제적 질서와 원칙과 길항하고 대립하는 경우 어디에 우선권을 두고 어느 범위로 타협하고 조정할 것인지 재산권보호의 우선성과 범위의 내용은 여전히 기본적인 논쟁의 주제로 남아 있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로크(사진)는 모든 자연은 공동의 소유이며, 개인의 노동이 들어간 생산물에 한해 그 사람의 소유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재산도 어디까지 개인의 몫이고, 어디까지 사회의 몫인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사적 권리로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이 해당 사회의 집단적 번영의 기본적 조건을 축소시키고 위협을 가할 때, 이를 공공적 민주적 과정을 거쳐서 통제하고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를 통제하고 제한하는 경우 경제의 활성화와 거래의 지속적인 안정성을 크게 해칠 것이라는 입장이 대립한다.
그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희화적 농담이 현실로 통용되는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사적 재산권의 무제한적 권리가 사회의 균형적 지속을 명백하게 위협하고 부패를 양산하며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마땅히 이를 제한하고 통제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다.
특히 국민경제를 일방적으로 지배할 만큼 거대한 규모로 성장한 재벌기업들의 소유와 경영권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사회와 정치권력들이 민주적 개입을 통해 통제하여야 한다.
또한 사적 권리로서 재산 소유권의 범위와 기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확실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조건에서 본인 자신에게 한정하여 부와 재산을 자유롭게 취득하고 사용하며 처분하는 권리와 별도로, 이차적으로 자신의 범위를 넘어서 타자에게 양도하고 승계할 권리는 반드시 분리하여 검토해야 한다.
생산과정에 투입된 자원은 출발부터 개인에게 귀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자연적으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부여된 것이다. 토지, 햇볕, 물, 공기 등 자연의 공공재는 처음부터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시장경제의 성과는 활동중심인 생산조직과 거래조직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기여를 통하여 성취된다. 생산과정에서 투입된 다양한 형태의 노동과 기술은 해당 사회의 교육체계, 사회적 시스템, 역사적 전승 등이 결합된 통합체로서로 이루어진 것이다. 동시에 생산물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과정은 국가와 사회라는 행정적 문화적 인프라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한 개인의 성취로만 귀속시킬 수 없다.
개인의 사적 권리로서 자신의 노력에 의해 취득한 부와 재산에 대한 사용과 처분권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은 한 나라의 경제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지속하기 위한 일반적이고 필수적 위임 사항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반면에 이를 타인에게 양도하고 승계하는 일을 허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다루어야할 주제이다.
존 롤즈가 이야기한 것처럼 사회경제적 규범과 원칙의 범위 안에서 자유로운 개인이 근면과 재능과 기회와 능력을 통해 이루어낸 성취는 기본적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사회 모두가 공동으로 향유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행보다 상속세 강화해야
개인적 귀속지분을 사용과 처분을 넘어서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양도하거나 다음세대에게 상속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용인하고 생물적 종족승계라는 개인적 욕망과 타협을 이루는 것이 일종의 보상과 추임 효과로서 경제활동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에 대하여 일부학자들은 개인의 기여에 대한 귀속지분을 단 10%(상속세 최고 누진세율 90% 적용)로 제한하자는 강경한 입장에서 현재 한국 상속세법처럼 50% 수준까지 인정하자는 현실적 입장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인구의 0.1%도 안되는 재벌가문이 4-50%의 상당한 민부를 독자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필자는 현재 과세금액 30억 이상에 50% 세율을 적용하는데 보태서 누진적으로 100억 이상의 금액에는 80% 세율을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최대 80%의 세율은 과거 구미의 골디락스 황금시기에 대부분 나라에서 적용했던 수준이며, 케인즈 이론의 정통적 계승자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제임스 미드 교수의 주장처럼 생산된 경제적 부가가치에 대한 자본가 기여도가 20% 수준이라는 가설에 근거한 것이다.
만약 위의 필자 주장이 현실적으로 경제의 지속적인 운용에 어려움을 주고 단기적인 혼란을 조장하여 당장의 도입과 시행이 어렵다고 한다면, 10년간의 예비기간을 두고 매년 3-5%를 올려가며 점차적으로 확대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기업상속을 명분으로 도입한 별도의 공제제도를 폐지하여 예외가 없는 상속 및 증여 세제를 적용하되, 비상장 기업의 경우처럼 처분이 어려운 고정자산성 상속재산의 경우에는 세금지불 방식을 세대를 거쳐 20년 이상 장기간 나누어 분할 납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필자의 주장의 대안으로, 피케티가 주장하였듯이 10-50억 규모의 포괄적 자산에는 매년 1.0%, 50억 이상의 자산에는 2.0%의 별도 자산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용할 수도 있다. 또한 ‘불평등을 넘어( Inquality, What can be done)’의 저자인 앳킨슨의 제안처럼 평생 동안 받은 상속+증여 재산에 대해 누진적 자산취득세를 최고 80% 세율로 적용하여 시행하는 방안도 있다.
어떠한 방안을 채택하더라도 세금납부를 거부하고 해외로 재산을 도피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을 위한 세계조세행정기구의 창설이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사회적 상속’ 운동을 제안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사회를 짓누르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위에서 제기한 고율의 누진적 상속세의 시행을 앞당기며, 유력한 자산가들의 재산을 사회적 환원 또는 귀속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필자는 유력 종교단체 지도자들에게 ‘사회적 상속운동’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제는 종교단체들이 한국사회의 개혁에 실천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2010년 불교계의 문수 스님이 이명박 정권에게 극심해지는 불평등의 해소를 요구하며 소신공양을 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도록 요구하기에 앞서 종교단체들이 스스로를 자정하고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사찰이던 교회이던 이제는 재물을 종교 내부에나 가상의 천국에 쌓아 두어서는 아니 된다.
예수님도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재물로 성전을 더럽히는 자들에게는 성난 채찍을 휘둘렀고, 성자 프란체스코는 헐벗은 걸인에게 외투를 벗어 입히고 집잃은 농부에서 살던 움집을 내주었다. 또한 1891년 교황 레오13세 당시 ‘새로운 사태’라는 공의회 선언을 통하여 함께하는 사회규범을 밝혔다.
세존 역시 깨달음과 진리를 위하여 세속의 권좌를 물리친 후 헤진 가사를 걸쳐 입고 하화중생(下化衆生)의 길로 나셨고, 동학에서는 ‘유뮤상자(有無相資 相生之道)’를 생활의 지침으로 삼았다.
서민들의 삶이 총체적 위기에 처한 이때, 나라를 구하기 위해 종단마다 사회적 상속운동의 기반이 될 가칭 ‘사회투자기금’을 설립하여 재력이 있는 신자들에게 자신들이 평생동안 노력하여 모은 자산을 자손들에게 상속하는 대신 사회투자기금에 기부(상속)하여 한국사회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앞장서 주길 요청한다.
후자는 자신이 직접 관여하는 단체를 설립하거나 임의적 기관을 지정하여 자신의 재산을 이전시키는 것이나, 사회적 상속운동은 기부자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공익성을 가진 제3의 인물들이 이사진과 집행부를 구성하는 가칭 ‘사회투자기금’이라는 기관에 재산을 기부(상속)하여 객관적이고 공개적으로 자산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모집된 기금은 대략 다음과 같은 방식과 절차로 진행할 것을 간절히 제안한다.
각 종교단체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공익적 인사들로 가칭 ‘XXX사회투자기금’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집행부를 선정한다. 투자기금은 공익재단에 준하는 지정기부의 세제혜택을 받도록 한다.
상기 기금에 유산자 신자들이 가계상속 대신 기부헌납한 자산은 오로지 한국사회 미래의 경쟁력과 혁신적 창업 그리고 사회적 경제 분야에 집중하여 지원하고 투자한다.
자산운용을 위임받은 집행부는 모집된 기금을 비영리적 지원과 수익적 사업으로 분류하여, 비영리적 영역은 관련 전문기구를 통하여 주로 장학, 교육, 학술, 연구개발 등 활동에 지원하고, 수익적 사업은 창업투자기관들을 통하여 청년창업, 혁신적 벤처, 중소기업의 신규사업,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등을 선정하여 투자하도록 한다.
상기의 공헌전문기구와 창업투자기관은 객관적 절차와 심의를 걸쳐 선택하고, 일 년 단위로 사업의 진행과 성과에 대하여 제3의 기관을 통하여 감사하고 평가하여, 계속사업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서울시와 금융기관들이 출자하여 운영하는 사회투자기금과 사회연대은행에 자산운용기금을 결합시킨 것을 원형적 모습으로 연상하면 될 것이다.
위에 언급한 사회투자기금은 원칙적으로 복지와 자선의 사업에 투입하지 말아야 한다. 복지와 사회안전망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중심이 되어 관련부처의 조직과 서비스 전달체계 및 연기금을 통하여 시행되어야 마땅하다.
반복하자면 사회투자기금은 한국사회의 역동적 미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집중투자 되어야 ‘사회적 상속’이라는 참 뜻에 합당하다.
공정한 경제질서, 더불어 잘사는 사회
사회적 규범과 정치적 합의를 거친 원칙에 의하여 사회경제가 운용되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시장의 기제가 작동하고, 금융시스템이 사기와 수탈 방식이 아니라 모두에게 균등한 원칙에 의해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여 모든 분야의 산업 활동이 왕성해져 근면하고 재능이 뛰어나고 기회포착에 능한 부자가 나타나서 급기야는 한국에서 세계 제일의 갑부가 탄생한다면, 이는 비난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모두가 박수치고 함께 기뻐할 일이다.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정치적으로 조정하여 운용된 사회경제의 성과물 일부분을 복지에 할애하여 국민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삶의 기초재를 제공하는데 부족함이 없고, 적정하고 공정한 시스템이 작동되는 가운데 개인과 조직이 성취한 재무적 성공과 집적이 가족단위의 세습적 형태가 아니라 사회 모두가 공유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어, 연대적이며 혁신적인 방식으로 미래의 일자리를 위해 재투자 될 수 있다면, 이는 가히 공자님도 그리워하던 대동사회(大同社會)라 칭할 만 할 것이다.
“대민민국의 훈장을 누가 받았는지 분석하면 그 정부가 지향했던 성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훈장 수여 관계’를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성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2013년 6월 KBS 탐사보도팀 제작진이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역대 정부가 어떤 이에게 어떤 공적으로 무슨 훈장을 줬는지 분석해봄으로써 대한민국의 역사를 성찰해 보자는 기획이었다. 훈장은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공을 세운 국민들에게 나라가 주는 최고의 영예다. 그러나 그때까지 서훈자 전체 명부와 상세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
KBS 제작진은 행자부에 전체 서훈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제작진은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서훈자 명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년의 소송 끝에 전체 서훈 70만 건 자료 확보, 언론사로서는 처음
2년이 흐른 2015년 1월 대법원은 KBS 취재진의 손을 들어줬다. 서훈 명단은 공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1948년 이후 지금까지 비공개했던 전체 서훈자의 명단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 KBS탐사보도팀은 2년의 소송을 통해 행정자치부로터 전체 서훈 70만 건의 받아냈다. 언론사가 1948년 이후 서훈 내역을 전수 확보한 것은 KBS가 처음이었다.
KBS 제작진이 확보한 서훈 분량은 70만 건 남짓.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70만 건의 훈장 내역을 확보해 처음으로 전수 조사를 시도한 것이다. 제작진은 이 방대한 데이터로 의미 있는 분석을 했다.
“서훈자 가운데 3.15 부정선거를 주도한 이들이 있는가?” “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했던 사람들은?”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조작했던 대공수사관들은?” “국가 최고 훈장인 건국훈장을 받은 사람 중에 친일 인사들이 있다면 어떻게 봐야 하는가?”
▲ 이런 분석을 통해 KBS 탐사보도팀은 훈장을 통해 해방70년 대한민국의 역사를 성찰하고자 했다.
몇 달 동안의 끈질긴 취재와 분석을 통해, <간첩조작과 훈장>, <친일과 훈장> 등 2편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로 했다. KBS 제작진이 먼저 주목한 것은 과거 정권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터져 나온 간첩 사건이었다. KBS를 비롯해 주요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나중에 상당수는 조작으로 밝혀져 무죄가 확정됐다. 그 대표적인 고문 피해자 가운데는 박동운 씨도 포함돼 있다. 그는 1981년 진도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18년을 복역해야만 했다. 박 씨는 2009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간첩조작 사건 대대적 보도했던 과거 KBS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담아
KBS 취재진은 고문을 자행하며 간첩을 조작했던 대공수사관 가운데 일부가 간첩 검거 공로로 보국훈장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는 공안기관이 발표한 간첩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정권 안보의 선전 도구 역할을 해왔던 과거 KBS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이병도 KBS 기자협회장은 “과거 KBS가 중앙정보부, 보안사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식으로 보도 하고, 간첩이라며 얼굴까지 공개한 방송을 했는데, 이후 재심 통해서 무죄 선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정보도나 KBS 차원의 사과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취재 과정에서 고문 피해자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프로그램 안에 이 분들에 대한 사과의 의미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병도 기자는 ‘훈장’ 프로그램 취재 기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KBS 간부들은 데스킹 명목으로 두 달 가까이 원고의 수정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고문피해자의 인권보다는 대공수사관의 명예를 더 신경쓰는 듯 한 발언을 쏟아냈다.
“대공활동 전체에 대한 폄훼가 없어야 한다”, “국방부 반론을 더 넣어라”, “무죄사건은 전체 간첩사건 중 극소수라는 것을 적시하라”는 등의 요구와 함께 “원래 간첩인데 고문 등 수사 절차상 하자가 발생해 무죄가 선고된 경우”도 있다며 조작이라는 말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KBS 탐사보도팀, 친일인사 160여명 건국훈장 수여 사실 확인
‘친일과 훈장’ 편도 마찬가지였다. KBS 탐사보도팀은 민족문제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친일 인사 160여 명이 건국훈장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국가보훈처가 제대로 검증을 했는지 확인했다. 또 일본인들이 대거 훈장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집중 취재했다. 그러나 KBS 간부들은 박정희 정권 시절 무더기로 친일 인사들에게 훈장을 준 내용이 방송되는 것을 꺼려했다.
지난 9월 KBS 양대 노조가 방송되지 않는 ‘훈장’ 2부작에 대한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거부했다. 뉴스타파는 KBS 해당 간부들에게 수차례 전화해 방송을 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모두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KBS 홍보팀은 불방이 아니라 방송이 ‘순연’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 이후, KBS 권력감시 기능 크게 약화돼
지난 2008년 이후 KBS의 권력감시 기능은 크게 약화되고 민감한 기사가 가로막히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KBS 안에선 살아있는 권력은 물론 박정희와 이승만에 대한 역사적 비판마저 금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서도 지난 1월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세금 탈루 의혹 보도가 인터넷 기사에서 삭제됐다. 4월에는 ‘성완종 리스트’로 이완구 총리에 대한 사퇴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이 총리에게 결단을 촉구한 뉴스 해설이 녹화까지 되고도 불방됐다. 6월에는 이승만의 일본 망명 요청 관련 보도로 간부급 책임 기자들이 모두 평기자로 좌천되기도 했다.
최근 한국기자협회보는 “KBS, 훈장 방영, 그렇게 두려운가?” 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기자들의 냉소와 불신을 방치하는 한 KBS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박근혜 정부 아래 공영방송의 현주소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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