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99.9% 안전’?… 거짓말 혹은 말 바꾸기

지역

‘99.9% 안전’?… 거짓말 혹은 말 바꾸기

익명 (미확인) | 목, 2015/07/02- 19:38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는 뉴스타파의 정재원 기자입니다. 오늘은 평소 기사와는 달리 친절한 말투로 찾아뵙게 됐어요. 좀 복잡하고 어려운 얘기를 꺼내야 하거든요. 앗, 잠깐! 어려운 얘기라니까 벌써 창을 닫으시려는 건 아니죠? 조금만 더 읽어보세요.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이 몰래 몸 속에 들어와 유전자를 변형시키거나 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먹는 물 속 방사선에 관한 얘깁니다.

여러분 혹시 ‘해수담수화’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쉽게 말해 바닷물을 먹을 수 있는 물로 바꾸는 겁니다. 물이 귀한 중동 쪽에서 각광받는 기술이죠. 그런데 지난해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가장 큰 단위용량을 가진 ‘역삼투막’ 방식 해수담수화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무려 2,000억 원짜리 시설입니다. 부산시 기장군에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얼마 전 그 해수담수화 시설이 있는 기장군 바닷가에 다녀왔어요. 물도 떠서 깨끗한가 살펴도 봤죠.

2015070201_01

여기서 의문 하나! 중동도 아닌 우리나라에 왜 대규모 해수담수화 시설을 만들었을까요.

저도 처음 부산시의 해수담수화 시설을 취재할 때 가장 먼저 “왜 우리나라에?”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여러 가지 설명을 했지만, 무엇보다 부산시민들에게 양질의 물을 언제든 공급하려는 목적이 컸다고 밝혔는데요, 이런 부산시의 설명도 맞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깊은 속뜻’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산중공업의 실험’에 동원된 주민 10만 명> 기사를 보세요.

99.9%의 약속

해수담수화 기술은 먹는 물이 부족한 곳이라면 분명 의미 있는 기술입니다. 또한 낙동강처럼 상수원이 언제든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면 해수담수화 시설을 하나쯤 두고 물을 끌어오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죠. 낙동강 상류에 구미산업단지 같은 잠재적인 오염원을 둔 부산시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부산시도 ‘선의’를 가지고 해수담수화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한창 부산의 해수담수화 공장이 건설 중이던 2011년 3월,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면서 시작됐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면서 다량의 방사성 오염 물질들이 방출됐죠. 이 사건 이후 사람들은 새삼 자신의 생활 반경 주변에 위치한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부산에 사는 분들은 핵발전소 사고시 위험반경이라는 30km이내에 부산시 면적 절반 이상이 들어가는 상황에 대해 한번쯤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3년여가 지난 작년 말, 해수담수화 공장이 완공되자 부산시가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부산시 안에서도 기장군과 해운대구 송정동에 사는 10만명 가량의 주민들에게만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된 부산시민들은 부산시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사람들은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큰 경각심을 갖게 됐으니까요.

2015070201_02

위 그림에서 보듯이 고리핵발전소와 부산 기장군의 해수담수화 시설은 불과 11km 떨어져 있습니다. 고리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거나, 예측하지 못한 방사성 물질 누출이 일어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거리입니다. 결국 주민들의 반대로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이 무기한 연기됩니다.

이 때부터 부산시는 부랴부랴 방사성 물질의 해수담수화 수돗물 유입에 대한 안전 대책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책임자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참 열심히 여러 대책을 세웠더군요. (반어법 아닙니다.) 원래 기껏해야 3종 정도 검사하던 방사성 핵종 검사를 미국의 저명한 검사 기관 NSF(국제위생재단)에 의뢰해 58종까지 검사했습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방사선량을 검출할 수 있는 장비를 들여놓을 계획을 세우고 관련 예산도 늘리는 등 확실히 노력을 하긴 했죠.

그 중에서도, 부산시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준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역삼투막(RO)’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밑 그림이 해수담수화의 역삼투막 방식을 설명하는데요.

2015070201_03

해수를 담수화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부산에 들어선 해수담수화 시설은 에너지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역삼투막’ 방식입니다. 바닷물을 끌어올려 강한 압력으로 역삼투막을 통과시키면, 염분이 빠지고 순수한 물만 남습니다. 여기에 미네랄을 첨가해 먹을 수 있는 물을 만드는 것이죠.

부산시는 두 겹의 역삼투막을 통해 바닷물을 정수하면 “방사성 물질의 99.9%를 제거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물론 이 ‘99.9’라는 숫자가 나오는 과정에도 몇 번의 말바꿈이 있었습니다만, 여기서는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하겠습니다. 뉴스 영상에 제가 부산시 관계자들을 만나며 겪었던 모든 과정들이 들어 있습니다.

2015070201_04

99.9%라니 놀랍지 않나요? 그 확신의 근거가 궁금해서 수질책임자에게 물어봤더니 국내외 논문에 그렇게 나와있다고 합니다. 논문에 들어있는 이론만으로 실제 설치된 기계 장비의 성능을 확신하는 것도 의아했지만, 정말 그런 논문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봤습니다.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가급적 정부 기관에서 연구한 자료들을 중심으로 찾아봤습니다. 먼저 서울시 상수도연구원에서 2014년 낸 논문 <물 속의 인공방사성 핵종 제거율 연구>를 볼까요.

2015070201_05

대표적인 방사성 오염 물질인 요오드 131을 역삼투막에 통과시켜 제거율을 실험해봤더니, 평균적으로 8% 가량이 걸러지지 않고 그냥 통과했다는 내용입니다. 다음 논문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11년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논문 <방사성물질 정수처리기술 및 제거율 평가연구>입니다.

2015070201_06

마찬가지로 요오드의 제거율은 물질 농도에 따라 95~99%, 세슘의 제거율은 88~95%로 조사됐습니다. 이 논문을 작성한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의 김충환 박사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부산시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을 99.9%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는 말을 전해줬더니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이게 농도에 따라 막에 따라 다 다른 건데 이렇게 완벽하다는 식으로 문장이 나왔어? 그러면 보통 사람들은 “아 무조건 다 되네” 하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일반화시켜 말하기에는 우리 전문가 입장에서는 좀 그런 거예요. 그냥 막 잘 모르는 시민들한테 역삼투막에 처리하면 상당히 제거된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요컨대, 운영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다 다르기 때문에 실제 측정해보기 전까지는 방사성 물질 제거율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부산시 측에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실제로 측정 실험을 해봤는지 물었습니다. 수질 담당자는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직접 실험을 해보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 쿼터백, 삼중수소

미식축구에 비유하자면 역삼투막은 일종의 ‘수비수’입니다. 언제 몰려들지 모르는 방사성 물질들이 공격수 역할을 하겠죠. 위의 실험 결과에 나오는대로 이 수비수들은 나름 훌륭하게 방어를 해냅니다. 열에 하나 정도가 터치다운을 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만약 어떤 수비수도 막을 수 없는 최고의 공격수가 있다면 어떨까요. 맨 앞에 선 나약한 ‘센터’가 떨어져나간 후에도 거침없이 돌진해 항상 100%의 확률로 골라인을 넘어가는 공격수가 있다면? 현실에서야 그런 공격수를 만날 수 없겠지만, 방사성 물질의 세계에는 있습니다. 크기가 아주 작은 원자, 바로 ‘삼중수소’입니다.

2015070201_07

삼중수소는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에 설치된 역삼투막을 100% 확률로 통과합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쌔고 빨라서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최고의 쿼터백이랄까요. 덩치 큰 수비수의 블로킹도 날쌘 수비수의 예리한 태클도 골라인을 향한 삼중수소의 돌진 앞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11km 떨어진 고리 핵발전소는 매년 수십조 베크렐의 삼중수소를 액체와 기체 형태로 방출하고 있습니다. 폭발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원전에서 2013년 한해 동안 배출된 세슘, 스트론튬 등 주요 방사성물질이 22조 베크렐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삼중수소는 상대적으로 약한 방사성 물질이므로 단순한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삼중수소가 부산 사람들이 수십년간 먹고 사용할 수돗물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면 그 위험성을 작게 평가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2015070201_08

부산 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의 김좌관 교수는, 고리 핵발전소의 삼중수소 방류 주기나 방류량,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해류의 이동이나 확산 특성에 따라 인근 바다의 삼중수소 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보다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안전 대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산시는 주민들이 불안해하자 여러 가지 방사성 측정 장비들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실시간 총알파 총베타 분석기’ 입니다. 이 장비들은 개별 방사성 물질들이 내뿜는 유해 방사선의 총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알려줍니다. 비유하자면 이 장비들은, 골라인 근방에 좀 쎈 놈들이 왔다 싶으면 바로 경보를 울려주는 장치인 셈이죠. 경보가 울리면 바로 게임을 끝내면 됩니다. 바닷물 유입을 끊고 원래 먹던 수돗물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 측정 장비를 발주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고리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아무도 모르게 바닷속으로 흘러들 경우 그것을 즉시 확인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작년 11월, 부산시는 이런 상황에서도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부산시민 10만여 명에게 공급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뉴스 영상에서 만나보세요.

남은 의문 하나!
방사성 물질이 95%만 제거되어도 충분한 것 아닐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X-ray를 찍는 것처럼 잠깐 방사성 물질을 접하고 마는 거라면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이 갖는 위험을 낮게 평가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간 먹고, 씻을 때 써야하는 우리의 수돗물에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기준치와 불검출, 과연 방사선 안전의 절대치로 믿어도 되는 걸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방사선 안전’의 속임수> 기사를 보세요!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싫어요!"

WTO 패소 대응 시민캠페인 시작
[caption id="attachment_189193" align="aligncenter" width="640"] ⓒ 환경운동연합[/caption] 한국의 일본수입식품 규제 조치에 대해 WTO가 패소 판정을 내린 것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운동이 시작됐다. 19일(월) 오전 11시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한살림연합, YWCA연합회, 초록을그리다 등이 참여한 일본산식품수입규제WTO패소대응시민단체네트워크(일본산식품대응네트워크)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석자들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과 그에 대한 검사 등 규제를 해제하라는 일본 정부의 요구가 한국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강력 규탄했다. [caption id="attachment_189190" align="aligncenter" width="640"] ⓒ 환경운동연합[/caption]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일본이 우리에게 방사능 오염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지만, 적반하장 식으로 WTO에 제소를 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피해 조사, 수산물 안전 위해성 평가, 일본의 방사능 식품 규제나 조치에 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WTO에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1심 판결에 패소했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caption id="attachment_189192" align="aligncenter" width="640"] ⓒ 환경운동연합[/caption] 환경운동연합 최준호 사무총장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있었지만 지금도 일본에서 모슨 수산물이 수입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이런 조치들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사무총장은 또 “수산물 이력 제도를 반드시 의무화해서 일본에서 들어온 수산물이 들이 어디에서 잡히고 어디에서 가공되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YWCA연합회 송록희 부장은 “음식을 통한 내부 피폭이 더 위험하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아베와 일본정부는 한국 정부를 더 이상 기만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본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caption id="attachment_189188" align="aligncenter" width="640"] ⓒ 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89189" align="aligncenter" width="640"] ⓒ 환경운동연합[/caption] 일본산식품대응네트워크는 오늘부터 WTO 상소기간에 맞춰 밥상안전을 지키는 30일 행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네트워크는 시민들과 함께 후쿠시마 방사능오염 수산물을 거부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 인증샷 등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자회견문]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WTO 패소 대응 촉구 기자회견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거부한다!

 
-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 수입 규제는 방사능 오염수 무단방류한 일본 정부가 자초한 일
- 사고 수습 이미지 구축 위한 일본 정부의 적반하장식 행보 규탄
WTO가 지난 2월 23일 한국정부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식품 수입규제조치가 협정위반이라고 패소 판정한 결과가 공개되었다. 우리 정부는 2013년 9월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수산물 수입금지, 세슘 검출 시 기타핵종 검사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아직 상소 등 최종 확정까지 시간이 있지만, 우리 정부의 조치가 무너질 시에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이 다시 우리 밥상에 오를 위험 앞에 놓이게 된다. 일본은 후쿠시마 등 일본산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신뢰할 근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7년이 흐른 지금까지 사고수습은 완료되지 못했고, 매일 방사성 오염수 수백 톤이 해양으로 계속 유출되고 있다. 일본산이 다른 국가산과 유사하게 낮은 방사능오염이 있다고 하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가 ‘먹어서 응원하자’ 등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후쿠시마산 식품은 자국민들마저 소비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안전과 건강을 위해 후쿠시마 방사능오염 수산물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피해를 준 것도 모자라,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까지 한국인들에게 먹으라고 강요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동안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사과 한마디 제대로 한 적도 없으면서, 적반하장식으로 한국을 WTO에 제소하고, 한국인들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일본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 한국 정부의 대응도 답답하다. 지난 일본의 WTO 제소 후 3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과연 어떤 대응을 해왔는가. 정부가 정말 이 문제를 제대로 대응할 의지와 대책이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동안 시민사회와는 소통노력과 의견 수렴조차 한 번 없었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안일함에서 벗어나 특단의 대응체계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밥상안전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도 이제 나서려고 한다. WTO 상소기간에 맞춰 오늘부터 30일 동안 서명운동, 인증샷, 캠페인 등을 통해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오염 수산물 수입거부와 정부의 WTO 강력 대응을 촉구하려 한다. 일본산 방사능오염식품을 차단하여, 우리 먹거리와 밥상안전을 지키는데 함께 나서자. *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수산물 거부한다! * 정부는 민관합동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일본산 수입식품 규제 WTO 패소에 적극 대응하라! * WTO 대응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안전한 먹거리 대책을 강화하라!
2018년 3월 19일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WTO 패소 대응 시민단체 네트워크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두레생협연합, 여성환경연대, 에코두레생협, 차일드세이브, 한살림연합,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환경운동연합 한국YWCA연합회, 초록을 그리다 for Earth

 
월, 2018/03/19- 14:57
135
0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불법미용시술을 한 김영재 의원과 관련된 특허소송에도 박근혜의 지시로 국세청이 동원된 사실이 뉴스타파가 입수한 특검 수사기록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국세청장을 직접 만나 김영재 측과 소송 중이던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지시, 독려했다는 사실이 김영재 측의 증언으로 확인된 것. 김 씨의 부인 박채윤 씨는 지난 2월 13일 특검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이 ‘국세청장을 만나 이야기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후 국세청과 관세청에서 관련 조사가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또 김영재 측이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한 뒤 본격화된 관세청 조사과정에서 신고포상금 500만원을 받아간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그 동안 김영재 의원의 특허소송과 관련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관련 자료를 국세청에 요청했지만 국세청장이 거부했다는 사실만 알려져 왔다. 이 사실로 국세청은 표적세무조사 의혹에서 빠져 나갔다. 게다가 김영재 의원의 특허소송과 관련된 사정기관의 보복성 조사 의혹은 특검의 수사대상도 아니어서 지금까지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박채윤 씨

▲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박채윤 씨

무역회사인 S사는 2014년 김영재 의원으로부터 수술용 실과 관련된 특허소송을 당했다. 짝퉁 실을 만들어 일본 등에 팔고 있다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판결이 나면서 일단락된 이 사건은, 이후 김영재 측이 박 전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한 뒤 국세청, 관세청,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김영재 씨의 부인 박채윤 씨의 특검 진술기록에 따르면, 박 씨는 2013년 말 처음 박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부터 특허분쟁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2015년 말에는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이 문제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다음은 박채윤 씨의 진술 내용.

(S사 대표) 김모 씨 쪽에서 특허무효 소송을 제기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그게 말이 되냐’고 하시면서 특허청과 관련된 문제가 무엇인지, 향후 그 일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글로) 써 달라고 하셨습니다…언젠가는 (대통령이) 저희랑 관저에 함께 있으시면서 안종범 수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국세청 쪽 일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 거냐’고 질타를 하신 적도 있습니다. 그러자 안 수석님은 이미 국세청장을 만나서 다 이야기를 했다고 하셨었구요…아마 2015년 10월말에서 11월 초일 겁니다.

박채윤 특검 진술내용 / 2월 13일

2015년 시작된 세무조사가 청와대의 청탁으로 이뤄진 세무조사였음을 확인해 주는 증언이다. 그 동안 이 특허분쟁과 관련해서는 임환수 당시 국세청장이 “세무조사 자료를 김영재 측 소송에 제공해 달라”는 대통령의 청탁을 거절한 사실만 알려졌을 뿐, 이 세무조사가 청와대 청탁조사였다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대통령 질타에 “국세청장에 다 말해 놨다”

김영재 측의 청탁, 청와대의 민원해결 과정이 그 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집요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김영재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것과는 별도로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도 사건을 청탁했다. 정 전 비서관을 통한 민원은 이후 관세청 조사로 이어졌다. 다음은 특검 수사기록.

특검 : 정호성에게 “짝퉁 제품이 항공편을 이용하여 수출되고 있는데, 관세청 통광 과정에서 짝퉁 제품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하였구요?
박채윤 : 예, 그건 제가 했습니다. 물건만 좀 보여달라구요.
특검 : 그리고 그 후에 관세청 본청이라고 하면서 각기 다른 두 사람으로부터 그 문제와 관련된 전화를 받았고, 그 중 한 사람이 인천세관의 모 국장을 찾아가보라고 했다고 진술했었는데, 그건 맞는가요?
박채윤 : 예, 맞습니다…인천세관의 한 국장님을 만났습니다.

박채윤 특검 수사기록/ 2월 13일

잠깐이지만,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이 사건에 뛰어들었다. 김영재 측이 정호성 비서관에게 “왜 김OO(S사 대표)에 대한 조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지”를 물으며 하소연하자, 정 전 비서관이 우 전 수석을 연결해 줬다는 것이다.

정 비서관님이 자신은 들어도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알만한 분으로 하여금 연락을 하게 하겠다고 했고, 그로부터 1시간 가량 후에 자신을 우 비서관이라고 소개하는 분이 전화가 왔었습니다. 당시 ‘우’라는 성이 특이해서 기억을 하는데, 그 분은 ‘변호사는 누구를 선임했냐?’고 물었고, 저희가 광장, 율촌 등을 이야기하자 ‘그럼 되었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박채윤 특검 진술 / 2월 13일

김영재 측이 박근혜와 청와대를 총동원해 성사시킨 관세청 조사과정에서 500만 원의 신고포상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박채윤 씨는 특검 조사에서 “저희가 제보를 넣자 (관세청) OOO 조사관님이 조사를 시작하여 (S사 대표) 김OO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었었고, 그 후에 저희 남동생이 제보 포상금으로 500만 원도 받았었습니다. 그때가 2014.1~2월경입니다”라고 진술했다.

“박근혜와 박채윤은 아버님들이 하늘에서 맺어준 인연”

김영재, 박채윤 부부는 2013년 12월 처음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이후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14차례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4번은 불법미용시술을 위한 방문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박 전 대통령에게 김영재 박채윤 부부는 어떤 존재였을까. 어떤 존재였길래 이들의 민원을 그토록 집요하게 들어준 것일까.

안종범 전 수석에 대한 뇌물제공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채윤 씨의 특검 진술기록에는 이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담겨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가족보다 더 김영재 부부를 소중히 챙겼음이 보여주는 대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이건 너무 사적인 이야기라서 제가 말씀을 드려야 하나 고민이 되었는데…대통령님께서 동생들에 대해서도 말씀하시면서 원래 여동생과도 사이가 정말 좋았는데 그 남편을 하필이면 대한민국에서 고르기도 힘든 나쁜 사람을 만났다고, 그리고 저처럼 대통령님도 남동생을 끔찍하게 생각하시는데 (남동생 박지만의 처인) 서향희 변호사가 언제부턴가 본인(대통령)을 너무 팔고 다녀서 가족을 (청와대 안으로) 들일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고…그래서 그런지 (대통령님과 저의) 아버님들끼리 하늘에서 연을 맺어준 것 같다고, 퇴임하면 더 자주보고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박채윤 특검 진술 / 2월 13일

특별취재팀

금, 2017/10/27- 11:53
135
0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다.”

“적정한 비용인지 알 수가 없다.”

동물진료비를 놓고 늘 제기되는 소비자들의 불만들이다.

현행 동물진료비는 지난 1999년 표준수가제 폐지 이후로 개별 동물병원이 자유롭게 정하도록 되어 있다. 동물병원들 사이의 자율 경쟁을 통해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였다. 수의사들은 자율경쟁 체제인 만큼 동물진료비가 비싼 곳과 싼 곳이 공존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비싼 병원 몇 곳의 사례를 두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정말로 동물진료비는 개별 병원들의 자율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있을까? 뉴스타파 취재 결과, 지역 수의사회들이 동물병원들의 진료비 책정에 개입해 진료비 인하를 가로막고 있음이 사실로 확인됐다.

무료 예방접종 해주려다 ‘왕따’ 된 수의사

광견병은 다른 질병들과 다르게 인수공통전염병이어서 사람도 감염이 될 수 있는 질병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더 나서서 보편적으로 많은 강아지들에게 접종을 시키자는 취지로 예방백신을 무료 지원하는 것이고요. 이처럼 공익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저 역시 사회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접종비마저 무료로 하려 한 것인데, 이렇게 수의사 사회에서 조롱당하고 손가락질 당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안양시 00동물병원 김두현 원장

경기도 안양시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두현 원장. 개원 1년을 갓 넘긴 그는 광견병 예방접종을 무료로 해주려다 안양시 수의사회로부터 소위 ‘왕따’가 되어 버렸다.

김 원장은 지난해 10월, 안양시가 실시하는 하반기 광견병 예방접종 기간 중 시와 수의사회가 협의해 정한 접종비 5천 원을 받지 않고 무료접종을 실시하려 했다. 비용이 아까워 광견병 백신을 맞히지 않는 반려견 보호자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게 이 사업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소신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는 자신의 병원 앞에 ‘광견병 백신 무료접종기간입니다’라는 홍보 현수막을 내걸었다.

2018011002_01

광견병 예방접종은 평상시에는 백신값과 시술비를 합쳐 2~3만원 선이지만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1년에 두 차례 실시되는 ‘광견병 예방접종 기간’에는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대 5천 원 이하로 접종이 가능하다. 지자체가 광견병 백신을 동물병원들에 무료로 제공하고, 동물병원은 평소보다 시술비를 낮춰 최대한 많은 반려동물이 예방백신을 맞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안양시의 경우, 2011년까지는 경기도 예산으로 각 동물병원에 접종 시술료를 3천 원씩 지원했고 이에 따라 동물병원들은 소비자들로부터는 시술료를 받지 않았다. 그러다 2012년부터 경기도의 시술료 지원이 사라졌고, 이에 안양시 수의사회가 시에 건의해 소비자들로부터 시술비 5천 원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김두현 원장은 이처럼 한때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된 바 있는 광견병 예방접종 사업인 만큼, 그 취지를 살려 자신이 시술료 없이 무료로 접종을 해주는 것 역시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2018011002_10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안양시 수의사회 소속 수의사들은 김 원장에게 “쪽팔리게 이런 짓 하지 마라”, “안양시 수의사회의 단합을 저해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 등의 문자를 보내면서 집단적 비난에 나섰다. 안양시 수의사회 회장은 김 원장의 무료접종 방침이 수의사법상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경고하며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수의사법 시행령 20조 2에 명시된 ‘다른 동물병원을 이용하려는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를 자신이 종사하거나 개설한 동물병원으로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2018011002_02

김 원장의 광견병 무료접종은 정말 유인행위에 해당할까? 구체적인 설명을 듣기 위해 안양시 수의사회 조 모 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답변을 거절하고, 대신 법률의견서 한 통을 취재진에게 보냈다.

그런데 이 법률의견서에서도 광견병 백신 무료접종이 수의사법상 유인행위는 아니라고 돼 있었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경쟁사업자 배제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돼 있었다. 이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품이나 용역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부당하게 낮은 대가로 용역을 공급해서 소비자를 경쟁자에게 가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라는 의미다. 즉, 김 원장의 광견병 예방접종 무료 실시는 부당할 정도로 낮은 시술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의견들도 많았다. 경상대 수의과대학 이후장 교수는 “광견병 예방접종비를 무료로 할지 말지는 개별 병원장 마음”이라면서 “다만, 병원비를 받는다는 것은 진료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무료접종에 따른 책임도 수의사가 지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광역시 동물병원 간호사는 “저소득층 반려견 보호자들 중에는 5천 원 지출도 부담스러워 광견병 백신도 안 맞추고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무료접종을 실시하는 것을 유인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자문을 요청한 홍석구 변호사 역시 광견병 백신 무료접종을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의사법과 공정거래법의 취지는, 경쟁 사업자를 배제시키거나 우위에 서겠다는 정당치 못한 목적을 위해 과도한 출혈까지 감수하는 행위를 막으려는 것”이라면서 “광견병 백신 무료접종의 경우 정부에서 공짜로 받은 백신에 대해 시술료만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은 목적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유인행위로도, 경쟁사업자 배제행위로도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광견병 예방접종사업 시행 주체인 안양시 역시 이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수의사들 내부에서도 무료접종의 의도에 대한 해석이 다양한 상황이어서 어느 쪽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년부터는 다시 시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광견병 백신 접종비를 무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반려견 보호자들이 최소의 비용으로 광견병 예방접종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 취지라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가이드라인을 지켜라” 진료비 담합 의혹

지역 수의사회가 개별 동물병원의 진료비 결정에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안양시만의 일이 아니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한 광역시 수의사회가 역내 동물병원들에 진료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그 보다 낮은 가격을 받을 경우 압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 뉴스타파가 입수한 한 광역시 수의사회의 진료비 가이드라인 문건. 필수 예방 접종비부터 중성화 수술, 스케일링 비용 등 각종 수술비에 대한 진료비 기준이 적혀있다.

▲ 뉴스타파가 입수한 한 광역시 수의사회의 진료비 가이드라인 문건. 필수 예방 접종비부터 중성화 수술, 스케일링 비용 등 각종 수술비에 대한 진료비 기준이 적혀있다.

뉴스타파는 최근, 동물진료비 가이드라인이 명시된 한 광역시 수의사회의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 가이드라인에 적힌 진료비는 2016년 말부터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문건에는 △반려동물 필수 예방접종 항목과 비용 △주사비 1대와 X-ray 1장당 비용 △초음파(복부 기준)검사 비용 △중성화 수술 비용 △스케일링 비용 등 각종 진료비와 수술비에 대한 최소 금액이 제시돼 있다.

2018011002_04

해당 광역시 수의사회의 가이드라인에 적힌 진료비는 서울 및 6대 시도 평균과 비교할 때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개별 병원들이 진료비를 이보다 얼마든지 높게 받을 수는 있어도 조금이라도 낮게 받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광역시의 한 간호사는 “가이드라인보다 진료비를 낮게 받으면 지역 수의사회 회장이 직접 병원으로 찾아와 항의한다”며 “원장님이 이런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눈치를 보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얼마든지 싸게 진료할 수 있음에도 다른 병원들 수준에 맞춰 비싼 값을 불러야 하는 경우마저 적잖이 발생한다고 이 간호사는 말했다. 다른 병원들보다 진료비가 너무 낮으면 오히려 보호자들이 병원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양이가 있었는데 방광염 증상이 있었어요. 다른 병원에서 수술비 200만 원에 받았는데 저희 병원에서는 원래 한 50만 원 정도 받으려다가 (보호자 분이) 다른 데에서는 더 비싸게 받고 그런데 저희 병원은 너무 싸고 이러니까 고민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더 저렴하게 받을 걸 좀 더 불러서 받은 적도 있었어요.

A광역시 동물병원 간호사

수의사 단체가 진료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담합 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부산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동물 예방접종비를 담합하고 진료비를 할인해주는 병원을 제재한 부산시 수의사회에 대해 3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바 있다.

2018011002_05

취재진은 이같은 사실을 근거로 해당 광역시 수의사회 회장의 입장을 물었으나, 그는 진료비 가이드라인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수의사회의 또 다른 임원은 취재진에게 “이런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 기준이 없으면 과도하게 싼 진료비를 미끼로 해 손님을 끌려는 병원들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사실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면서 사실상 진료비 담합 행위를 인정했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수의사회 차원에서 결정되고 있는 진료비를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 애견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반려견 보호자는 “동물병원에서 2~3만 원 받는 예방백신을 동물약국에서 직접 구입해보니 3천 원 수준이더라”면서 “이런데도 과연 시중 동물진료비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최경선 대표는 “동물진료비에 일정한 기준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문제의 가이드라인은 소비자 측과는 어떠한 논의도 없이 수의사단체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비슷한 일은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있었다. 수의사들의 비공개 인터넷 카페인 ‘대한민국수의사’에는 지난해 3월 ‘고양시 000동물병원 조정위원회 결과 올려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고양시 수의사회는 지난해 3월 조정위원회를 열어 한 동물병원 원장의 회원 자격을 정지시켰다. 병원 인근의 애견센터와 연계해 진료비를 할인해주고, 모든 반려동물 백신비를 30%할인(1회 종합백신비 17,500원)해준 행위에 대한 징계였다.

회원 자격이 정지된 병원장은 조정위원회에서 “동물병원 접종비를 낮춰서 반려인의 동물병원 진입 장벽을 낮추자”고 제안했지만, 고양시 수의사회는“‘고양시 수의사회 권고안’대로 접종비를 받던 병원들의 접종 수익을 뺏는 진료 유인행위”라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양시 수의사회도 진료비 권고안, 즉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높다.
이에 대해 고양시 수의사회 임 모 회장은 “고양시 수의사회는 단순히 친목단체이기 때문에 수의사회에서 제재하는 행위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으며, 실제로 자격이 정지된 동물병원 원장은 현재 자유롭게 영업을 계속 하고 있기도 하다”면서 “진료비를 자유롭게 정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되, 다만 수의사회를 떠나서 그렇게 하면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수의사회를 탈퇴한 채 병원을 운영하라는 건 사실상의 압박 행위다. 고양시 한 동물병원 원장은 “지역 수의사회에 속한 수의사들이 대부분 선후배들인데다, 진료 측면에서나 그 밖의 측면에서도 서로 도움을 받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수의사회에서 빠지라는 말 자체가 압력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물 진료비 가격 비교 사이트에도 “우리 영역 건들지마라” 수의사회 압박

동물진료비와 관련한 지역 수의사회의 압박은 개별 동물병원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수의사회는, 여러 동물병원들의 진료비 비교한 뒤 진료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등장하자 역시 여러 방식으로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만든 이찬범 대표는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다가 진료비가 너무 불투명하다는 생각에 진료비를 공개해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게 됐는데,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지역 수의사회로부터 ‘너희가 뭔데 우리 영역을 건드리느냐는 식의 항의전화를가 숱하게 걸려왔다”고 말했다.

2018011002_06

우회적인 간접 압박도 병행됐다. 이 사이트에 입점한 동물병원들에게 입점 철회를 종용한 것이다. 이찬범 대표는 “어떤 동물병원 원장님은 우리 사이트에 상품을 올린 지 딱 이틀 만에 전화를 걸어와서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 제발 내려달라’고 사정하기도 했고, 또 다른 분도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도저히 지킬 수가 없는 상황이니 사이트에서 좀 빼달라’고 요청해와 모두 빼드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수의사들이 모두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있다 보니 지역 수의사회의 압박을 이겨내기가 어려운 듯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별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수의사회 차원의 개입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높다. 홍석구 변호사는 “업무방해라는 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에 의한 위력을 가하는 것인데, 협회의 힘으로 일반 동물병원 원장들에게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영업을 방해하는 업무방해 소지가 크고 그 자체로 불공정거래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깜깜이’ 동물 진료비… “공시제·수가제 도입 필요”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동물진료비는 표면적으로는 개별병원 자율이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지역 수의사회를 통해 결정되고 있다. 사실상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과연 적정한 수준인지 의심을 거두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8011002_07

반려동물 인구가 많은 외국의 경우에는 동물진료비의 적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시제나 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수의사회가 자체적으로 평균 동물진료비를 조사해 격년마다 소비자에게 공시한다. 소비자들에게 적정 가격에 대한 비교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캐나다와 중국의 경우엔, 정부가 수의사회를 지원해 적정 진료비 산출과 공시를 유도한다. 수의사회가 동물병원들의 진료비들을 전수조사해 적정 진료비 수준을 산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고, 그 결과로 나온 진료비를 정부와 협의를 거쳐 소비자에게 공시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민간보험사가 동물병원과 제휴를 맺고 해당 병원들로부터 진료비 정보를 얻어 일부 진료비를 공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들은 동물진료비에 대해 표준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진료비에 하한가와 상한가(하한가의 최대 3배) 기준을 정해두고, 그 사이에서 개별 동물병원들이 자율적인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일정한 한도의 가격 내에서 진료서비스의 품질에 따라 비용 지출 규모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2018011002_08

동물병원 진료비의 대안을 모색하다가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병원 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김현주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독일의 표준수가제가 우리가 차용할 만한 제도 같다”면서 “동물병원들끼리 너무 출혈경쟁이 되면 병원을 유지할 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다른 진료비가 오히려 더 비싸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도 독일처럼 하한가와 상한가가 모두 존재하는 어느 정도의 진료비 기준이 정해지면 수의사와 보호자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는 외국이라고 해서 동물진료비가 우리나라보다 절대적으로 낮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되는 진료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 그 이유는 외국에는 동물보험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가별 동물보험 가입률은 영국 20%, 독일 15%, 미국 10%, 일본도 5%에 가까운 반면 우리나라는 0.1%에 불과하다. 외국보다 동물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도 적고 보장되는 질병의 범위도 좁다 보니 보험가입률이 극히 저조한 것이다.

이같은 동물보험 활성화 역시 진료비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있을 때에 가능해진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동물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동물 등록률이 낮다는 점과 진료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이 중 진료비의 예측가능성만 조금 높아져도 보험료 산출이 쉬워져 현재보다 보험이 훨씬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물진료비에 일정 범위와 기준만이라도 정해놓고, 이를 투명하게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초부터 반려동물 진료비 정책 개선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올해 안에 공시제나 수가제 등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과연 보호자와 수의사들 사이의 오랜 불신을 종식시킬 해법이 나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취재 : 홍여진, 전다혜, 신동윤, 김성수
촬영 : 김기철, 김남범
편집 : 박서영

수, 2018/01/10- 15:53
135
0

지난 9월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한 유엔 인권보고서가 삼성의 백혈병 문제 해결 노력을 인정한다는 기사에 대해 보고서 작성자인 유엔 특별보고관이 “명백한 왜곡”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바스쿠트 툰칵 유엔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해 유해물질 및 폐기물의 관리와 처리 실태를 조사한 뒤 24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3차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발표됐습니다.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서 보고관은 자신에 대한 삼성의 협력과 대화 노력을 칭찬한다고 적었습니다. 삼성의 내부 노력도 인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두 문장이 유엔 인권보고서가 삼성의 백혈병 문제 해결을 높이 평가한다는 내용으로 탈바꿈해 기사로 쏟아졌습니다. 보고관은 뉴스타파와의 화상인터뷰를에서 자신의 보고서를 삼성을 칭찬하는 데 이용한 언론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무엇일까요? 유해물질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기업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알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데 대한 지적입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생산 공정에서 유해물질이 사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할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습니다.

삼성 홍보에 급급한 우리 언론이 왜곡한 보고서의 진정한 내용을 바스쿠트 툰칵 유엔특별보고관과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취재: 이유정
촬영: 김수영
편집: 김수영, 정지성

목, 2016/10/06- 19:09
134
0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도 참여한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 보도 당시 몰타에서 활약한 유명 탐사보도 전문기자가 테러로 추정되는 차량 폭발로 사망했다.

▲ 폭발로 인해 도로에서 들판으로 나동그라진 갈리치아 기자의 차량.(출처:AP)

▲ 폭발로 인해 도로에서 들판으로 나동그라진 갈리치아 기자의 차량.(출처:AP)

몰타 현지 신문 타임즈오브몰타(Times Of Malta)는 탐사보도 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53)가 현지시간 10월 16일 오전 3시쯤 몰타의 수도인 발레타 교외 자택에서 차를 몰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량에서 발생한 강력한 폭발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몰타 국영TV는 그가 보름 전 경찰에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고 신고했다고 전했다.

갈리치아 기자는 지난해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도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연루된 몰타 정치인들의 부패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활약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017년 유럽을 뒤흔드는 28인 가운데 한 명으로 갈리치아 기자를 포함시키며, 그를 “몰타의 불투명성과 부패에 맞서는 ‘1인 위키리크스’”라고 평가했다. 그는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로 올 봄 퓰리처상을 수상한 ICIJ(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개발자 겸 데이터 저널리스트 매튜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

▲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

갈리치아 기자는 사망하기 약 30분 전인 오후 2시 35분(현지시간) 자신의 탐사보도 블로그 러닝 코멘터리(Running Commentary)를 통해 조셉 무스카트 몰타 총리의 수석 보좌관 키스 셈브리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비밀리에 파나마 등지에 회사를 설립했음에도 스스로가 부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그를 “사기꾼(crook)”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무스카트 총리는 차량 폭발이 발생한 지 90분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야만적인 공격’으로 규정했다. 그는 “모두들 갈리치아 기자가 나를 정치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가차없이 비판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 야만적인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야당 대표 아드리안 델리아는 같은 날 저녁 6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사건을 ‘최악의 정치적 살인’으로 규탄하며, 용의자 색출을 위해서는 진정으로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트위터를 통해 갈리치아 기자에 대한 차량 폭탄 공격 용의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2만 유로(약 2,676만 원)의 현상금을 걸고 나섰다.

ICIJ는 갈리치아 기자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며 “언론인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며 몰타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화, 2017/10/17- 15:39
13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