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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이해가 안 돼요”-‘KB사태’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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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이해가 안 돼요”-‘KB사태’의 불편한 진실

익명 (미확인) | 목, 2015/07/09- 21:14

2013년 11월, 국민은행 이사회는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었다. IBM보다 비용이 적고 전산기 기종 전환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민은행은 전제조건이 충족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성능검사(BMT)도 진행했다.

그런데 2014년 초, 정병기 당시 국민은행 상임감사는 사업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산기 교체 논의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평가도 없었고, 서류 검토도 부실했다는 사실이었다.
비슷한 시기,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IT본부장으로부터 의심쩍은 보고를 받았다.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전환하는데 드는 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1000억원 이상 더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였다. 이건호 당시 행장의 말이다.

보고를 받은 뒤 IT본부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준금액인 2063억원에서 1원이라도 넘어선다면 우리는 의사 결정을 다시 한다고… 그러자 일주일 쯤 뒤 본부장이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유닉스 업체들이 1980억원 정도에 할 수 있다는 견적을 다시 가져왔다’고 보고했다. 은행장 말 한마디에 천억원이 떨어진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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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사업을 그대로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당시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유닉스와 IBM에 모두 입찰의향서를 보내 경쟁입찰을 진행하자고 이사회에 안건을 올렸다. 지난해 4월 24일의 일이다. 그러나 이사들은 기를 쓰고 반대한다. 이날 처음 이사회에 참석해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외이사까지 행장을 공격했다.결국 이 행장의 제안은 거수로 부결됐다.

이사회 직후 정병기 감사는 이건호 행장과 상의해 특별감사에 착수한다.12일간 진행된 감사에서 충격적인 내용들이 확인됐다. 주전산기 전환리스크, 가격산정, 성능검증 결과가 유닉스에 유리하도록 왜곡 보고 됐으며, 지주사 임원이 보고서의 중요 내용을 수정 누락해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메신저 등을 통해 부당하게 지시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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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는 감사 보고서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의 오갑수 국민은행 감사위원장은 “특별감사를 실시한 것은 이사회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한”것이라며 보고서 접수를 거부했다. 이사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5월 19일 열린 국민은행 이사회에서는 행장,감사와 사외이사들 간에 이런 발언이 오갔다.

감사가 불손한 의도를 가지고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보고서 접수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다.(사외이사)
전산기 교체의 안정성도 확인이 안됐고 금액도 조작됐다. 당연히 이사회에 보고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이건호 은행장)
지금 당장 감사보고서를 폐기하고 봉인해라. 누군가에게 보고된 것이 있다면 모두 회수해라.(김중웅 이사회 의장)

이사회를 통한 문제제기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감사는 특별감사결과와 이사회 상황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곧바로 검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시 주요 언론은 KB사태를 은행장과 지주 회장간의 알력 다툼 정도로 몰아갔다. 사태의 본질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 전 행장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물었다.

은행의 이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모두 감독당국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감사 보고서가 은행 이사회에서 접수 거부된 뒤 상임감사가 이 과정을 모두 감독원에 보고해야겠다고 요청했고 (은행장인)내가 용인했다.이게 왜 헤게모니 싸움인지 이해할 수 없다.

금감원 검사 결과는 지난해 9월 4일 발표됐다.국민은행 특별감사결과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금융감독원 검사 보고서 일체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당시 박지우 부행장은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사외이사들에게 허위로 설명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특별감사 결과 보고를 거부했고,KB금융지주 윤웅원 부사장은 내부 규정을 잘못 적용한 공문을 국민은행에 보내 특별감사 보고서가 접수되는 것을 방해했다. 김재열 금융지주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는 전산기 전환 리스크를 축소하는 등 내부 자료를 왜곡 수정하도록 부하직원에게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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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박지우 전 수석부행장은 이사회 의장에게 일종의 행동지침을 전달하며 은행장을 제어하도록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논란이 계속되던 지난해 5월 30일, 박 부행장은 김중웅 이사회 의장에게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은행장과 감사가 안건 접수와 의결을 계속 주장할 경우 처음엔 오늘은 의견만 듣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해 주시고 이사회를 종료해 주십시오. 은행장과 감사가 계속해 안건 접수를 주장하면 은행장과 감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접수하고 표결해 주십시오. 금일 이사회 내용에 대해 개인자격으로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내용으로 마무리 발언을 해 주십시오.

그러나 뉴스타파가 취재에 들어가자 KB사태에 책임이 있는 관련 당사자들은 제대로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박지우 당시 부행장은 김중웅 의장에게 보낸 이메일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감찰과 감사를 다 받았다”며 답변을 거부했고 현대증권 회장 출신의 김중웅 당시 사외이사, 조폐공사 사장을 지낸 강희복 사외이사, 오갑수 사외이사도 역시 인터뷰를 거부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임원 23명이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징계 수위는 높지 않았다. 금감원은 사태의 주역인 박지우 부행장과 KB지주 윤웅원 부사장, 부정행위를 확인한 정병기 감사에게 같은 수준의 징계를 결정했다. 자체감사를 지시하고 금융감독원에 부정행위를 알렸던 이건호 행장은 오히려 이들보다 높은 중징계를 받았다. 금감원 검사결과가 나온 뒤 관련자들은 모두 시차를 두고 국민은행을 떠났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KB사태, 그러나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올해 3월, 금융감독원 징계를 받았던 박지우 전 부행장은 자회사인 KB금융지주의 자회사인 KB캐피탈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한다.은행을 떠난 지 불과 3개월만의 일이었다.어떻게 된 것일까?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졸업한 서강대학교 금융인들의 모임인 이른바 ‘서금회’의 초대 회장이었다.

올해 1월 KB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은행 상임감사에서 물러났던 정병기 전 감사는 이렇게 말했다.

KB사태는 비정상의 문제가 아니다. 부패의 문제다. 상임감사의 감사보고서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핵심인물이 사퇴 3개월만에 복귀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잘못을 했으면 저런 처벌을 받는구나. 나쁜 짓 안 하면 기본적인 권리는 보장을 받는다는 교훈을 얻었어야 하는데, 우리는 KB사태에서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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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찍기’란 투표용지의 중앙 부분이 아닌 한 쪽 귀퉁이에 기표하는 것을 말합니다.

누가 네모 반듯한 투표용지 정중앙을 피해 한 쪽 구석에 투표를 하는 것일까요?

지난 2008년 KT노동조합 선거에서는 이렇게 비상식적인 투표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KT 서울 동작지부의 경우 1번 후보에 기표된 63장의 투표용지 가운데 무려 43장에서 구석찍기가 나왔습니다. 무려 68%에 이르는 사람들이 한 쪽 귀퉁이에 기표를 한 것입니다.아무리 생각해봐도 비상식적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뉴스타파는 한 기업의 노조가 봉인한 채 보관하고 있던 노조 선거 투표용지를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중앙 부분이 아닌 좌측과 우측에 크게 치우쳐 기표된 투표용지는 전체 350장 중 고작 4개였습니다.확률상 1.1%에 불과했습니다.

68% Vs. 1.1%
60배나 높은 이 구석찍기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것일까요?

뉴스타파가 확인해보니 KT 서인천지부에서도 70장중 37표가, 마산지부에서도 83장중 19표가 구석찍기였습니다.이렇게 KT 8개 지부를 모두 확인해보니 투표용지 3개 가운데 1개꼴로 구석찍기가 나타났습니다. 뉴스타파는 이런 구석찍기 투표가 나온 이유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신분 노출을 꺼려한 KT에 소속된 한 조합원의 증언입니다.

팀장이 아침에 투표용지에 실별로 찍을 위치를 정해 줬어요. 누구 누구는 여기다 찍고, 누구 누구는 여기 이렇게…

회사 간부가 노조위원장 선거에 개입해서 친 회사 성향의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지시한 것은 물론 이를 나중에 확인하기 위해 팀별로 투표 용지의  특정한 구석에 기표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KT 노조 선거에서만 유독 구석찍기 비율이 놓았던 것입니다.

KT조합원 1만8000여명은 지난해 433개 투표소에서 노조 위원장 선거를 치렀습니다. 투표소별 평균 투표인원은 42명. KT는 여러 투표소에서 나온 투표용지를 한데 모아 개표하지 않고,각 투표소별로 개별 개표합니다. 이렇게 각 팀과 실 단위로 투표용지에 구획을 정해 기표할 경우 이른바 이탈표가 어느 부서에서 몇 표나 나왔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비밀투표가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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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욱 KT 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선거가 끝나면 점검회의를 통해 실적이 나쁜 관리자들을 문책한다”“관리자 입장에서는 친사용자측 후보 표가 많이 나와야 살 수 있기 때문에 구석찍기를 강요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KT 사측은 뉴스타파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노조 선거에 회사가 개입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지난 2013년 KT의 한 노조원이 임단협 찬반투표에서 회사측이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노조활동을 탄압했다며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검표가 두려워 항상 사진으로 남긴다. 반대 찍은 사람은 쥐도새도 모르게 날아간다며 생전에 그가 회사측으로부터 받은 부당한 압력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또 KT를 퇴사한 전 노무관리 담당자도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나 회사의 노조 선거 개입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이 담당자는 “KT 사측은 과거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KT 노조 지도부를 국가전복세력이라고 정의 내렸다”“이들을 타도하기 위해 당시 10명 미만이었던 노사관리 업무 담당자를 40명 정도로 늘렸고, 노조 선거 결과를 기관장 평가에 반영해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노조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습니다.그는 노조를 무력화하는 작업은 1998년부터 본격화 됐다고 했습니다.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의 내부 문건을 보면, KT는 ‘회사에 우호적인 후보들을 100% 당선시키고 퇴직금 누진제 폐지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높은 찬성율를 유도해 회사 발전에 기여했다’며 직원 2명을 포상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담당자는 “전임 (사측) 노조위원장이 임기를 마친뒤 KT자회사 회장으로 발탁됐고, 다른 노조 간부들은 KT 하청업체의 임원으로 영전했다”며 사용자측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노동조합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현 KT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인사에 대해 조합이 관여한 바도 없고, 이에 대해 언급할 사항도 없다”며 “사실이 아닌 사항이 보도돼 조합이 피해를 볼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조 선거에서 정당한 한 표를 행사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어 보이는 게 국민 기업을 표방하는 KT의 현실입니다.

목, 2015/07/2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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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의 근로감독관을 찾아가다

올해 여러 차례 노동 사안을 취재 하면서 몇 차례 근로감독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근로감독관을 만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나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들의 문제를 취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먼저 근로감독관부터 만나게 됐죠.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최전선에서 지켜주는 파수꾼이 바로 근로감독관이기 때문입니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작 시급 2천원을 받고 새벽까지 일하던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니, 근로감독관이 뭐하는 사람인지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 위반이나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조사와 처벌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정기적으로 혹은 불시에 사업장을 방문해 노동법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기도 하고, 사업장의 노동 환경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업무도 처리합니다. 이 정도 얘기만 들어도 왠지 이 사람들, 많이 바쁠 것 같지 않나요? 실제로 이번에 만난 한 현직 근로감독관이 자신이 일하는 자리를 보여줬는데, 책상엔 빈틈없이 서류가 쌓여있고 컴퓨터의 전용 프로그램에는 백여 개의 담당 사건이 빽빽하게 목록화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일이 많다는 것이 근로감독관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겠죠? 근로감독관의 역할을 검증하는 이번 보도를 준비하면서 여섯 명의 근로감독관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근로감독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문제들을 알게 됐는데요. 한 명씩 만나볼까요?

근로감독관의 배신… 김OO 근로감독관

부산합동양조에서 만드는 막걸리 ‘생탁’. 휴일 보장이나 수당 지급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던 60세 안팎 노동자들의 이야기, 이미 지난 3월에 한 번 전해드렸죠? (관련 기사 : “개한테는 주지 않는다”) 그때 다 못했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근로감독관 김모 씨에 관한 얘기입니다.

응당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쉬어야 할 날에도 계속 일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생탁 노동자들은 억울한 마음으로 근로감독관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 사건을 맡은 김 감독관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먼저 생탁 신용섭 사장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파업 시작 이틀 후인 작년 5월 1일, 이번에는 생탁 회사 사무실에서 사장 신모 씨, 사하경찰서 정보관 정모 씨까지 모여 대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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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이 대화를 들은 내부 인물의 증언으로 대화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증언을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취재해 이날 3인이 만나서 나눈 대화의 내용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생탁 사장 : 노조하고 말이 안 통합니다. 파업 계속되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근로감독관 : 독하게 마음 먹고 한달만 놔둬봐요. 저거 못 견디고 스스로 와해될 겁니다. 골수분자는 회사에서 잘라내야죠.

감독관이 대놓고 사측에 유리한 조언을 건네고 있습니다. 잠시 후에는 경찰 정보관(정보과 형사)과 함께 노조를 와해시킬 방법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근로감독관 : 어차피 조직부장하고 총무부장은 파업 푸는데 동의 안 할 거예요.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마인드입니다. 설득할 수 있는 건 분회장이에요. 분회장이 나는 못하겠다, 하고 빠져나오면 노조에 동요가 일어날 거예요.

생탁 사장 : 감독관님 말씀대로 (노조) 빠져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보장을 해드리죠.

경찰 정보관 : 아침에 분회장하고 30분쯤 얘기했는데 뭐 그런 시각은 같습니다.

(*좀 더 자세한 정황은 뉴스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근로감독관의 ‘배신’입니다. 감독관이 사측과 밀담을 나눈 뒤, 실제 분회장 전모 씨가 “나는 못하겠다”며 노조를 탈퇴하고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사측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만들었죠. “빠져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보장을 하겠다”는 사장의 말 또한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먼저 파업을 풀고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회사 측이 휴일 보장이나 상여금 지급 등 ‘당근’을 제공한 것이지요. 결국 파업 중이던 조합원들 상당수가 새로 만들어진 제2노조로 옮겨 왔습니다.

▲ 생탁 노동자들의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장

▲ 생탁 노동자들의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장

제자리를 지킨 노조원들은 이제 갈 곳이 없습니다. 한 명은 스트레스성 심장사로 지난 6월 세상을 떠났고 남은 사람은 8명 뿐입니다. 생탁 노동자 송복남 씨는 결국 부산시청 앞 10여미터 높이의 광고탑 위에 올라갔습니다. 7월 24일로 고공농성 100일이 됩니다.

근로감독관 김모 씨는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생탁에서의 발언이 문제가 돼서 징계를 받았던 김 감독관은 이제 부산고용노동청이 아닌 울산고용노동청에 있었습니다. 너무 멀리 계신 것 같아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설명이 들어보고 싶어 먼 길 마다않고 찾아갔습니다.

▲ 근로감독관 김모 씨

▲ 근로감독관 김모 씨

김 감독관은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맞아주셨어요. 하지만 피하지 않고 당시에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들려주었습니다. 김 감독관은 여러 말을 했지만 핵심은 하나였죠. 사측의 마음을 얻고 속내를 떠보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겁니다.

기자님은 그걸 쉽게 이해 못 하는게 맞을 거예요. 현장에서 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납득이 안 가는 건 맞죠. 하지만 우리들은 일을 하면 상대방 말에 일부 맞장구 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러다보면 상대방이 어느 정도 저한테 마음의 문을 열거든요.

고용노동부는 김 감독관의 해명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시간이 지나자 슬그머니 다시 징계를 철회했습니다. 결국 김 감독관은 명예를 회복했지만 생탁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앉은채로 15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가 사측을 떠보기 위해 주고받은 말들은 현실로 이뤄졌고요. 그는 2009년 올해의 근로감독관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공정한 남자’… 추OO 근로감독관

근로감독관 추모 씨는 김 감독관에 이어 작년 5월부터 생탁 파업 사태를 맡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추 감독관이 시간을 끌면서, 제2노조가 만들어지고 교섭권을 빼앗아 갈 시간을 벌어줬다고 말합니다. 해명을 들어보기 위해 부산고용노동청으로 찾아갔습니다.

약속도 잡지 않고 불쑥 찾아갔지만 추 감독관은 한 시간 넘게 시간을 내서 성의껏 그간 생탁 문제를 처리해온 과정을 들려줬습니다. 추 감독관은 법이 허락하는 한계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조사를 해왔다고 말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장이 25명인데 하나하나 조사해보니 선대 아들이 이름만 올려둔 경우고 있고 나이든 사람들이 돈만 받아가는 경우도 있고… 경영에 책임 있는 사업주를 가리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생탁을 만드는 부산합동양조 장림공장은 사장만 25명인 특이한 회사입니다. 이 중 상당수는 이름만 올려두고 돈만 받아가는 사장들인데요. 창업은 선대에서 함께 했지만 세대가 지나면서 소수가 경영을 책임지는 식으로 바뀐 것이죠. 어쨌든 추 감독관은 경영 책임이 있는 9명 사장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쳐 생탁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임금체불 4건에 대해 사법처리를 했습니다.

▲ 부산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추모 씨

▲ 부산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추모 씨

결국 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야 하는지 묻자 추 감독관은 ‘양보’를 강조합니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야 타협이 가능하다는 말 그대로 ‘공정한’ 답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5개월간 제2노조 설립과 교섭권 박탈 등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밀려나기만 했던 노동자 측에게 어떤 양보를 더 바랄 수 있을까요.

추 감독관은 일단 복귀를 해서 현장에서 문제를 푸는 게 답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측이 징계나 정년 규정을 악용해 사실상의 해고를 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에서 무조건 회사에 복귀하는 것이 노동자 측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시점부턴가 이 ‘공정한 남자’와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성을 가장한 방치는 사실상 버틸 여력이 강한 쪽을 편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모르고 있을까요. 추 감독관도 고용노동부가 뽑은 2013년 올해의 근로감독관이었습니다.

소망교회 걱정에 잠 못드는… 이OO 근로감독관

자, 이제 장소를 서울로 옮겨볼까요? 이번에는 다른 노동 현장을 보겠습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때부터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으로 묶여 유명해진 소망교회. 힘쎈 대형 교회에서 경비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문제로 작년 12월, 처음으로 근로감독관을 찾아갔습니다. 그 중 한 명인 이상철(가명) 씨는 이 사건을 맡았던 근로감독관들에 대해 분통을 터뜨립니다.

처음 사건을 맡은 근로감독관 공모 씨는 임금체불 건에 대해 계속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이제 만나볼 근로감독관 이모 씨에게 사건을 넘깁니다. 하지만 이 감독관도 마찬가지로 7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국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규정상 25일 안에 처리하게 돼 있는 일반 민원 사건에 대해 무려 7개월이나 시간을 끈 겁니다. 이상철 씨는 검찰이 결론을 낼 때까지 또다시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 기자와 만난 전 소망교회 경비노동자 이상철 씨

▲ 기자와 만난 전 소망교회 경비노동자 이상철 씨

왜 이렇게 시간을 끌었을까. 서울 강남고용노동지청으로 감독관 이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먼저 전화를 드렸는데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은 눈치였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 일단 찾아가 봤습니다. 긴 시간 기다려 만난 이 감독관. 하지만 만나자마자 문전박대입니다. 겨우 자리를 만들어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자 : 이 사건을 이렇게 오래 끌어온 이유가 뭔가요?

근로감독관 : 그건 뭐 조사과정에서 당사자들 주장이 첨예해서 그렇죠. 주장이 첨예하고 증거가 불충분하니 조사가 당연히 길어지죠.

기자 : 그렇다해도 기간이 너무 길었는데, 이게 확실하다고 확정짓지 못한 논점들이 있었나요?

근로 감독관 : 제가 검사하고 충분히 얘기했는데 지휘와 보고를 받다보니 저하고 좀 생각이 달랐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자기가 좀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지만 계속 되묻자 결국 ‘소망교회’ 얘기가 나옵니다. 이상철 씨와 담당 노무사 모두 근로감독관이 소망교회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이 감독관은 “소망교회라는 대외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법 위반은 했지만 우리가 살다보면 실수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게 고의적이 아니고 무지해서 생긴 걸 소망교회가 나쁘다고 언론에서 내면 안되잖아요. 그런 뜻이기 때문에 검사도 그걸 공소할 때 조심스러운 거예요.”라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위법행위는 저질렀지만 소망교회의 대외적 이미지가 다치면 안된다는 데 공감한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끈끈한 공조일까요. 이 감독관은 중간에 대화를 끊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만둬서 행복해요… 한용걸 前 근로감독관 (가명)

근로감독관들을 좀 더 이해해보고 싶었습니다. 일선 사업장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사법경찰관으로서 수사권도 가진 근로감독관. 잘만 하면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감독관들이 게으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근로감독관들은 대체로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전직 근로감독관을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수소문한 끝에 지금은 공인노무사로 일하는 전직 근로감독관과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업무량이 거의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말합니다.

임금체불 신고업무가 항상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태에서 또 감독 업무 차원에서 감독 계획들이 내려오거든요. 그런 거는 겨우겨우 시간을 쪼개서 나가요. 그러면은 제대로 된 감독도 안 이뤄져요. 임금체불 지도하는 것보다는 사업장 전체에 노동법이 제대로 관리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데, 어찌보면 주객이 전도돼 가지고…

그는 근로감독관으로 일할 때 야근은 기본이었고 주말에도 집안에 큰 일이 없으면 무조건 일을 하러 나가곤 했다고 말합니다. 잘 하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근로감독관이지만, 그만 둔 지금이 더 낫다는 말도 덧붙였구요.

▲ 근로감독관 1인당 담당 사업체 수, 노동자 수 (2011)

▲ 근로감독관 1인당 담당 사업체 수, 노동자 수 (2011)

2011년에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근로감독관 한 명이 담당하는 사업체 수는 1,711개, 노동자 수는 15,272명에 이릅니다. 격무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내에서도 피하는 자리여서 근로감독관 충원율은 정원의 84~87% 선에 불과합니다. (2014년 기준 정원 1,689명, 현원 1,485명, 충원율 87.9%)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앞서 생탁이나 소망교회 사건에서 본 것처럼 근로감독관들이 회사 측에 편향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지 일이 많아서라는 이유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였을까요.

자부심 잃고 떠나다… 안영식 前 근로감독관 (가명)

이해의 실마리는 안영식 전 근로감독관을 만나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안영식 씨는 근로감독관을 선발하는 과정과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 노동인권을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는 지점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노동법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 행정법 시험치고 들어온 공무원들이 어쩌다가 배치가 되니까 노동 문제를 잘 몰라요. 자기가 알아서 공부를 해야 해요. 저는 인강 들으면서 다녔어요. 노동인권을 고민해본 적이 없는 공무원이 화내는 민원인들을 만나다보니까 반감이 생기죠. 가장 반노동적인 인사들일 걸요? 노동부 직원들이…

갈수록 사측에 기울어진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늘 바쁘니까 어쩌다가 정기감독 나가면 기껏해야 한 사업장 한 번 가는 거예요. 그럼 먼저 사측 사람들 안내 받고 얘기 듣고 오지 몇 번씩 찾아가서 노조 얘기 듣고 다른 얘기도 듣고 할 시간이 없죠. 그런 식으로 계속 하다보면 점점 사측 논리에 세뇌돼요. 그러다보면 근로자는 나쁜 놈이라고 머릿 속에 넣고 있는 사람도 많아요.

안영식 감독관은 원래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근로감독관이 되고 싶어서 자원해서 일을 시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넷으로 노동법과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면서 근로감독관 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근로감독관이 됐을 때 자부심도 컸고, 일도 열심히 해서 인정도 받았지만 결국 한계를 느꼈습니다. 이제 그는 연구기관에서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이들 도망가요”… 정태화 근로감독관  (가명)

▲ 근로감독관의 위반건수 적발과 처벌 건수 (2014)

▲ 근로감독관의 위반건수 적발과 처벌 건수 (2014)

이번 근로감독관 보도를 준비하면서 근로감독관이 노동관련법을 위반한 사업장을 많이 적발해도 실제 처벌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고용노동부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해 얘기를 들어보니, 적발된 후 사업주가 대부분 위반 사항을 시정했기 때문에 처벌 횟수가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멀리 지방에 내려가 만난 현직 근로감독관 정태화 씨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처벌을 하려고 해도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 잘 안하게 된다는 겁니다.

변명인지 모르겠지만 일이 어려워지잖아요. 일은 많은데… 처벌을 하려고 하면 증거주의이고 자백이 필요한데 증거나 자백을 얻기가 쉽지 않아요. 사업주 반발도 심하고… 그렇게 할 능력이나 의향이 있는 감독관이 지금 몇 퍼센트나 될까요?

이는 앞서 만난 안영식 전 감독관의 말과도 일치합니다. 그는 5만원짜리 과태료 처벌 하나 하려고 해도 피의자 조서, 진술 조서, 송치서, 지청장 사인 등 필요한 서류와 절차가 많기 때문에 “송치 하나 줄이는 것이 해피한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 정태화 현직 근로감독관과 만남

▲ 정태화 현직 근로감독관과 만남

늦은 밤 술 한 잔을 나누며 들었던 정태화 감독관의 얘기는 근로감독관에 대한 많은 기대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격무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은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여기에 노동 문제의 특수성을 고민할 기회가 없었던 일반 공무원들이 마지못해 배치 받아 오는 곳이 근로감독관이라는 상황도 문제였습니다. 노동인권을 지키는 첫 번째 파수꾼인 근로감독관이 되기에는 자격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일반행정직 들어와서 이런 업무를 하게 되리라고 상상도 못하고, 힘들다 보니까 다른 부처로 많이 도망갔어요. 도망 안 가거나 견뎌보자, 이런 사람들만 남았어요. 일을 위한 일을 한다는 인식인데… 기자님은 저희가 소명의식 가지고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일을 해야하지 않냐고 말하십니다만, 부끄럽게도 그런 소명의식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겁니다.

( *뉴스 영상에서 근로감독관들의 좀 더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

목, 2015/07/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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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근로감독관이 노사분규가 있는 기업의 사측 노무담당 간부와 술자리를 갖고 노조를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 자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근로감독관은 술자리에서 산별노조를 기업별노조를 바꾸는 방법, 법적인 문제 없이 직원을 해고하는 방법 등을 사측에 조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근로감독관은 사측의 말문을 열기 위해 만난 자리였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의 마지막 기대 저버린 ‘잘못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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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저녁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에서 근무하는 박 모 감독관은 오스람코리아의 인사총무부장 박 모 씨와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치킨집에서 만났다. 당시 박 감독관은 오스람코리아 노조의 진정을 받아 해당 사업장을 감독하는 중이었다.

독일계 조명 제조업체인 오스람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회사가 일방적인 희망퇴직 공고를 낸 이후 극심한 노사 대립을 겪고 있다. 지난 2월에 시작된 단체협약 협상은 13차례의 교섭을 갖고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노조 사무실 제공과 타임오프제 준수 등 기본적인 요구 사항만을 반영한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사측은 이마저 모두 거절한 상황이다.

조동윤 금속노조 경기지부 오스람코리아분회장은 근로감독관과 사측 노무담당자의 만남에 대해 “그동안 상식 밖의 버티기를 하는 회사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보니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생각마저 든다”라고 말했다.

사측에 컨설팅…“노조는 기업노조로, 해고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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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의 술자리가 문제가 된 이유는 근로감독관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금속노조 산하의 분회로 있는 오스람 코리아 노조를 기업노조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같은 술집에 있던 금속노조 지역 간부가 우연히 듣게 됐고, 이후 외부에 알려졌다.

목격자의 진술과 <뉴스타파>의 취재 내용을 종합해보면, 박 감독관은 노조 때문에 회사 운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박 부장의 호소에 대해 “△제 2 노조를 만들어 노조를 와해시키는 곳도 많지만 그런 식으로 가면 일이 더 힘들어진다. △금속노조로 있다가 완전히 바뀌어서 기업노조가 된 ‘동서공업’처럼 천천히 가라”는 구체적인 자문을 했다. 또 이와 관련된 자료를 직접 제공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박 감독관이 언급한 동서공업은 2008년 직장폐쇄까지 가는 등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사업장이다. 직장폐쇄 기간 동안 사측은 일부 조합원들을 회유해 노-노 갈등을 야기한 바 있다. 결국 파업 이후 동서공업 노조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노조로 운영됐다. 이 과정에서 파업을 주도한 15명의 노조원이 정리해고 되는 등 노동계에서는 대표적인 노조 탄압 사례로 거론되는 사건이다.

또 박 감독관은 노조 간부에 대한 해고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자문을 했다. 박 부장이 노조 간부의 해고 문제를 거론하자 박 감독관은 “△절차를 잘 거쳐 (해고를) 해야 한다. △일단 징계위원회 구성과 심사위원 선정을 잘하고 천천히 하라. △징계자에게는 원래 해고 처분을 받아야 하지만 한 단계 낮춰가는 것이라고 말하라.”고 조언했다.  ‘노사의 신뢰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라’는 근로감독관의 집무규정을 현저히 벗어난 발언이다.

박 근로감독관 “말문 열어보려 만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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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을 만난 박 감독관은 문제의 술자리가 사측의 말문을 열기 위해 자신이 먼저 제안한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회사가 직장폐쇄나 용역 동원 같은 강제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 교섭을 통해 해결하라고 설득하려 했다는 것이다.

박 감독관은 문제의 대화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른바 ‘노조 탄압 컨설팅’을 하겠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오스람 코리아 측이 노동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을 피워 사태가 커졌다는 점에 대해 훈계하려고 한 것이었는데 진의가 왜곡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 감독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자체 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취재진은 이날 술자리에 앞서 이훈원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장과 오스람코리아 상무이사까지 참석한 별도의 식사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급 한정식 식당에서 이뤄진 이 식사 자리에 대해 이 지청장은 “업무가 풀리지 않아 그 사람들(오스람코리아 사측)의 속내를 들어보려 먼저 제안한 자리였다”며 “상대가 외국계 계열사의 임원이라고 해서 지위를 생각해 해당 식당을 이용했다. 비용은 모두 안산지청에서 지출했다”고 해명했다.

‘노조탄압 징크스’ 겪는 반월-시화공단…사측-노동부 밀회 한번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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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 개의 중소사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반월-시화공단(현재 ‘안산-시흥스마트허브’)은 노조 탄압 사건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지역 노동활동가 사이에서는 “2, 3년마다 굵직한 노동 탄압 사건이 발생한다는 징크스가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실제 1990년대부터 이 지역에서 노조 결성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직장 폐쇄와 용역에 의한 폭력 사태 등 극단적인 노사분규가 벌어져 왔다. 그때마다 산별노조 탈퇴와 노조 해산 등 사실상 노조가 무력화 되는 수순으로 사태가 마무리돼 왔다는 것도 특징이다. 때문에 이 지역의 노조조직률은 전국 평균인 9.8%에 크게 미치지 못한 1%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드러난 사측과 근로감독관의 은밀한 만남은 이 지역 노조 탄압의 역사가 정부 감독 기관의 묵인 하에 이뤄져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목, 2015/07/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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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목적지에 도달하자 작은 초소와 둥근 조형물이 보였다. 차량이 진입하자 초소에서 황급히 경비가 뛰어나와 막았다. 영주댐을 취재하러 온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경비는 급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5분도 되지 않아 다른 관계자가 나왔다. 그는 안전 문제 때문에 취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영주댐이 올해 초 나급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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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그렇게 취재진을 돌려보냈지만, 나급 국가보안시설은 의외로 손쉽게 다시 볼 수 있었다. 정문에서 500미터 가량 올라가자 뻥 뚫린 채 공개된 영주댐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리하지 못한 자재도 쌓여 있었다.

영주댐 건설 현장은 4대강 사업 마지막 공사 현장이다. 영주댐이 완공되면 4대강 사업도 사실상 종료된다. 정부가 밝힌 영주댐 건설 목적은 낙동강 중하류 수질개선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영주댐 때문에 오히려 낙동강이 더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댐을 만들어서 하류 지역에 물을 공급해서 하천생태계를 보존하겠다는 것은 댐을 만듦으로 인해서 하천생태계가 더 황폐화되는 것과 비교한다면은 오히려 하천에 댐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하천생태계, 수질 보존에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창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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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그 증거는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영주댐 아래로 흐르는 내성천은 고운 모래톱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사진작가 박용훈 씨가 4대강 사업 전에 찍어놓은 모습을 상상하며 찾아간 내성천은 고운 모래톱 대신 무성하게 자란 풀과 자갈이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운 모래 유입이 줄고 기존 모래는 쓸려나가면서 곳곳에 모래섬도 만들어졌다. 영주댐 건설 이후 생긴 변화들이다.

결국, 낙동강은 이렇게 죽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과 감천이 만나는 감천 합수부에서 작지만 소중한 희망을 발견했다. 합수부는 4대강 사업 당시 6m 수심 확보를 위해 대대적으로 준설 공사를 진행한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충분히 걸어 들어 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모래가 쌓여 과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감천의 역행침식으로 쓸려 내려온 모래들이 이곳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역행침식이란 게 어쨌든 지천에는 막대한 피해를 안기지마는 그 원인은 4대강 사업 때문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고요. 그렇지만 어쨌든 역행침식으로 인해서 하천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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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상처가 더 깊어진 낙동강. 하지만 강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수, 2015/07/2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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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벌써 몇 년째 낙동강을 쫓아다니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거의 낙동강에 살다시피 하고 있다. “아이고 덥다. 이렇게 더운날 무슨 짓이고.” 방수복과 장화를 짊어진 채 정수근 처장이 더운 날씨를 불평했다. 강정고령보 근처 얕은 강바닥을 뒤지던 정 처장은 나뭇가지를 하나 들어올렸다. “바로 이겁니다.” 나뭇가지에 큰 벌레 하나가 붙어있었다. 큰빗이끼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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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빗이끼벌레

정 처장은 큰빗이끼벌레에 관심이 많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 등장한 특별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큰빗이끼벌레는 주로 고사목을 터전 삼아 군집을 이루고 산다. 먹이는 남조류, 바로 녹조다.

원래 강물 수위가 깊지 않았던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은 보 건설 이후 수위가 급격히 불었고, 강 주변에 뿌리 내린 나무들을 고사시켰다. 큰빗이끼벌레에게 집과 먹을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보에 갇혀 거의 흐르지 않는 강물도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큰빗이끼벌레는 호수 같이 흐르지 않는 물에 주로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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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많이 서식하기만 하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수근 처장은 큰빗이끼벌레가 생태계도 교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 온도가 20도 아래로 내려가면 큰빗이끼벌레는 집단적으로 폐사한다. 폐사하면서 암모니아를 내뿜고, 원래가 유기물 덩어리인 사체도 흐르지 않는 물 표면을 떠다니다가 가라 앉아 강 바닥을 오염시킨다.

큰빗이끼벌레의 서식지가 고사목이 많은 강 언저리라는 것도 골치거리다. 그렇지 않아도 깊어진 수심 때문에 산란지를 잃은 치어들은 큰빗이끼벌레에 밀려 산란할 곳을 잃는다. 정수근 처장은 “실제로 어민들은 치어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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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억새, 그리고 맹꽁이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 사업 이후 집을 얻었다면, 멸종위기종 2급 맹꽁이는 집을 잃어서 걱정이다. 물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대구 대명유수지는 맹꽁이의 서식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이후 불어난 물 수위가 물억새를 고사시킬 뿐 아니라, 땅 속에 숨어서 포식자들의 눈을 피하는 맹꽁이의 집도 삼켜버렸다.

맹꽁이는 뭍에서 노는 시간이 긴데 몸이 노출되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습니까. 나머지 대부분은 몸을 땅속에 감춰야되는데…
– 김종원 계명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몸 피할 곳을 잃어버린 맹꽁이, 고사 당하는 물억새, 낙동강에 나타난 큰빗이끼벌레. 거대한 호수로 변해버린 낙동강, 그리고 교란되는 생태계. 4대강 사업 국민조사단과 뉴스타파가 마주한 4대강 사업의 맨얼굴이었다.

화, 2015/07/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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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구입한 RCS(Remote Control System)로 천안함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온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에 대해 해킹을 시도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실험용 혹은 북한 공작원 대상으로만 해킹 프로그램을 운용했다는 국정원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창 명부’와 ‘천안함 문의’의 연결고리…“티켓 아이디”

2013년 10월 2일 국정원의 RCS 관리자가 해킹팀에 보낸 메일에는 목표물에게 보낼 파일을 즉각적인 취약점 공격(0-day exploit)이 가능한 형태로 바꿔달라는 요청이 담겼다. 첨부된 파일은 ‘서울대 공과대학 동창회 명부’라는 제목의 MS 워드 문서였다. 취재진이 문서를 열어보니 미국 남가주 지역에 거주하는 서울 공대 동문들의 명부였다. 291명의 신상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 파일의 공격 대상은 이들 중 한 명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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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인 10월 4일 국정원 관리자는 또 하나의 메일을 보냈다. 요청 사항은 똑같이 공격 파일로의 변환이었다. 제목이 ‘Cheonan-ham Inquiry’인 MS 워드 문서 파일이 첨부됐다. 직접 열어 봤더니 한 언론사 기자가 전문가에게 천안함 침몰 의혹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의 문서였다. 그런데 이 언론사에 다니지 않는 기자 이름이 써 있었다. 기자를 사칭한 미끼 파일이었던 것이다. 문서 내용을 볼 때 파일의 공격 대상은 천안함 침몰 의혹을 제기해온 전문가들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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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뉴스타파는 이 두 이메일의 형식과 내용을 분석하던 중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양쪽에 표기돼 있는 티켓 아이디(Ticket ID)가 똑같았던 것이다.

메일에 표시된 티켓 아이디는 해킹팀과 국정원 사이의 업무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각 업무 단위를 서로 구별할 수 있도록 부여한 하나의 ‘일감’ 또는 ‘과제’와 같은 개념이다. 그러니까 같은 날 이뤄진 작업들도 성격이 다르면 티켓 ID가 다를 수 있고, 기간 차이를 두고 이뤄진 작업들도 같은 성격으로 이어져 있다면 ID가 동일할 수 있다.

실제로 국정원이 지난 6월 17일에 해킹팀으로 보낸 두 통의 이메일을 비교하면, www.baidu.com 이라는 똑같은 URL에 똑같은 악성코드 2개씩을 심는 동일한 작업을 요청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양쪽의 티켓 아이디는 서로 다르다. 한 쪽은 목표 대상이 3개, 다른 쪽은 4개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2013년 10월 2일 ‘서울대 공과대학 동창회 명부’와 10월 4일 ‘천안함 문의’ 메일을 비교하면, 양쪽 모두 MS 워드 파일을 공격용으로 변환하는 동일한 작업이면서 티켓 아이디도 똑같다. ‘천안함 문의’ 첨부파일에 대한 변환 작업은 10월 17일과 23일에도 똑같이 메일로 요청됐는데 이 2건 역시 티켓 아이디가 똑같다. 결국 이 4개의 이메일은 공격 대상까지 동일했기 때문에 동일한 티켓 아이디가 부여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서울 공대 동문회’와 ‘천안함 문의’ 사이의 고리가 완성되게 된다. 즉, 해킹 목표 대상은 서울공대를 나와 미국 남가주에 거주하며 천안함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전문가라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단 한 명,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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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안 박사 해킹했나” 질문에 국정원 얼렁뚱땅 넘긴 까닭은?

국정원의 해킹팀 프로그램 구매 파문 이후 처음 열린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에서 야당 위원들은 안수명 박사에 대한 해킹 의혹을 국정원장 등에게 집중 질의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모호한 답변으로 피해갔다.

‘천안함 문서’ 파일을 누구에게 보냈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에 있던 북한 잠수함 관련 인물이고 우리 국민은 아니다”라고 답하는가 하면, 공격 대상이 재미 과학자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진 않고, 미국 아이피를 추적하고 있는 게 있긴 하다”는 식이었다. 중국에 있는 사람인지 미국에 있는 사람인지 특정하지 않은 채 대충 얼버무린 채, ‘북한 잠수함 관련 인물이다’라고만 설명하고 넘어갔다.

▲ 국회 정보위원회 (7월 14)

▲ 국회 정보위원회 (7월 14)

뉴스타파 취재 결과 국정원이 이렇게 대응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안수명 박사는 국정원이 문제의 해킹용 파일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기 1달 쯤 전인 2013년 9월 1일부터 열흘 간 중국 베이징에 머물렀다. 지인의 소개로 한 북한 여성을 만나 북한 입국 비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12살 위인 큰누나와 함께 고향인 함경북도 청진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안 박사는 결국 비자를 받지 못하고 9월 10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LA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 해군의 조사를 받고 소지하고 있던 노트북과 책 등을 압수당한다. 당시 안 박사는 미군과 거래하는 방위사업체 안테크의 대표여서 미군의 비밀취급 인가를 갖고 있던 상태였는데, 중국에서 북한 여성과 접촉하고 북한 입국까지 시도했던 탓에 당국의 조사가 불가피했다. 이 문제로 안 박사는 대표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결국 국정원이 야당 의원들에게 ‘천안함 문의’ 첨부파일을 ‘중국에 있던 사람’에게 보냈다고 말한 것은 안 박사가 2013년 9월 베이징에 체류했던 사실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정원이 안 박사에 대해 해킹을 시도했음은 분명해 졌지만, 실제로 해킹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안 박사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한 이메일은 받은 기억이 나지 않고, 아마도 열어보지 않고 지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서울공대 남가주 동창 명부에 대해서는 “매년 한두 차례씩 이메일로 오는 문서이고 실제로 출력해서 사용한 적도 있지만 그 시점이 2013년 10월 무렵이었는지에 대해선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방어 목적 실험용? 북한 공작원 상대로만 사용?

국정원은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에서 해킹팀의 프로그램을 대부분 방어 목적의 실험용으로 활용했으며 공격 대상은 북한 공작원으로 한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비록 미국 시민권자이긴 하지만 민간인에 대한 해킹 시도가 확인됐다. 문제는 이런 일이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뉴스타파가 이번 유출 자료들 가운데 국정원과 해킹팀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스파이웨어를 심어달라는 요청이 담긴 이메일은 모두 86건이다. 매 건당 최소 1개에서 최대 12개까지 URL이나 첨부파일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 국정원이 확보한 감염 URL과 첨부파일은 모두 309개였다.

그런데, ‘실험용’이라고 밝힌 것은 불과 80개 뿐이었던 데 반해 실제 목표물 해킹에 사용하겠다고 한 것은 229개다. 국정원 해명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그렇다면 공격 대상은 누구였을까. URL의 대부분은 구글과 야후, 삼성, 안드로이드 등 누구라도 의심 없이 접근할 만한 성격이었다. 중국의 포탈과 택배서비스, 중동지역 정보 등 외국 사이트들은 국정원 설명대로 대북 방첩 활동을 위해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떡볶이 맛집과 벚꽃놀이를 소개한 개인 블로그, 구글 한국어 입력기, 메르스 정보 페이지 등은 누가 봐도 내국인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된다. 이런 URL과 첨부파일은 전체 309개 중 43개에 해당했다.

목, 2015/07/1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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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2달 총 24번 접속, 국내 실전용 해킹은 2회 추정

뉴스타파가 이탈리아 해킹팀 서버의 최근 2달간 접속 기록을 분석한 결과 국정원은 해킹팀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 24건의 해킹을 시도했으며 이 가운데 해외 통신망에서 이뤄진 해킹은 15건, 국내 통신망에서 이뤄진 해킹은 2건으로 분석됐다. 또 나머지는 국내에서 테스트용으로 이뤄진 해킹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출된 해킹팀 자료에 들어있던 접속 기록은 해킹 목표물이 감염서버로 유인돼 접속하면서 남긴 기록이다. 여기엔 지난 5월과 6월에 이뤄진 전세계 해킹팀 고객의 해킹 시도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접속 기록에는 감염서버에 접속한 일시와 해킹 목표가 된 단말기의 정보, 아이피 주소, 감염이 이뤄진 웹페이지 주소, 스파이웨어 설치 성공 여부 등이 포함돼 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접속 기록에 포함된 이같은 정보들과 해킹팀이 국정원에 제공한 해킹용 웹페이지 주소와 첨부파일이 일치하는 지 여부를 비교해 국정원이 시도한 해킹 기록 24건을 찾아냈다.

어디를 해킹했나?

전체 24건 가운데 해외에서, 즉 해외통신망을 이용해 이뤄진 해킹이 총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등으로 폭넓게 이뤄졌다. 그러나 실제 해킹용 스파이웨어를 설치하는데 성공한 경우는 3건에 불과했고 12건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이뤄진 해킹 시도는 모두 국정원이 실전용이라고 해킹팀에 밝힌 것들이었다.

국내 통신망을 이용한 경우는 모두 9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6건은 국정원이 테스트용이라고 밝힌 것이었고 실제로 아이피 주소(223.62.169.10, 223.62.169.56)도 겹치는 것이 많았다. 테더링으로 SK텔레콤 이동통신망에 접속해 개통하지 않은 다양한 단말기를 가지고 해킹 시험을 했기 때문에 아이피 주소가 서로 일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테더링: 휴대폰을 무선모뎀으로 활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

또 아이피 주소 223.62.169.56을 사용했던 갤럭시노트2(SKT모델) 단말기의 경우 국정원은 실전용이라고 밝혔지만 위의 테스트용 아이피주소와 겹치는 것으로 미뤄 역시 테스트용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국내에서 실전용으로 실제 해킹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접속 기록은 2건으로 추려졌다.

아이피주소 223.62.169.2 223.62.212.18
단말기 갤럭시노트2 SKT 갤럭시노트2(해외용)
해킹 일시 2015.6.4 2015.6.17
설정 언어/국가 ko-kr en-ph
할당대역 SKT SKT
미끼 URL http://www.cdc.gov/coronavirus/
mers/faq.html
http://www.5zuo2.com

▲ 아이피 주소 앞 두자리인 223.62.*.*는 SK텔레콤이 국내에서 LTE 대역으로 사용하는 아이피 대역이다.

하나는 국정원이 실전용이라고 밝히면서 메르스 정보 사이트를 이용해 해킹을 요청했던 것으로 브라우저 설정이 한국어로 되어 있다. 또 하나는 영어로 설정된 단말기로 역시 실전용으로 국정원이 요청한 것이다.

▲ 미국 질병통제센터 CDC의 메르스 관련 페이지를 미끼 URL로 해킹 요청한 국정원 관리자의 이메일

▲ 미국 질병통제센터 CDC의 메르스 관련 페이지를 미끼 URL로 해킹 요청한 국정원 관리자의 이메일

물론 국정원이 실전용이라고 해킹팀에 요청했던 갤럭시노트2의 경우 아이피 주소의 앞 세자리(223.62.169.*)가 다른 테스트용(223.62.169.*)과 같은 것으로 볼 때 실제로는 실전용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테스트용과는 다르게 매우 구체적인 사이트를 명시한 점으로 미뤄 충분히 국내 이동통신가입자를 상대로한 해킹이 아니냐는 의혹을 가질 수 있다

또 두번째 사례의 경우도 아이피 주소와 미끼 URL이 테스트용과 다른 것을 감안할 때 국내에 입국한 해외 교포나 외국인을 상대로 해킹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다른 해킹 사례는 확인이 안되나?

뉴스타파는 앞서 공개한 자료 <국정원이 해킹팀에 보낸 ‘감염 요청 메일’ 분석 결과> 에서 내국인을 상대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끼 URL과 첨부파일이 모두 43개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2013년에 미국의 안수명 박사를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이는 해킹 요청 외에도 지난 3월말과 4월 중순 사이에 한국인을 목표로 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집중돼 있다.

내국인을 상대로 하지 않았다면 미끼 URL로 한글로 된 맛집 소개나 축제 관련 블로그를 사용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미끼 URL을 이용한 해킹 시도가 누구를 대상으로 어디에서 이뤄졌는지 현재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해킹팀의 서버에는 접속 기록이 지난 5월과 6월치만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또 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접속기록을 확인한다고 해도 이동통신사는 인터넷 접속 로그기록을 3개월만 보관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2015년 5월 이전의 의심사례를 확인하는 것은 힘들다.

뉴스타파가 분석한 해킹팀 서버의 해킹 기록은 국정원의 해명대로 해외에서 주로 해킹이 이뤄졌으며 국내에서 테스트용으로 사용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자국민에 대한 해킹의혹을 완전히 해소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해킹팀 유출 자료로 분석할 수 있는 접속기록은 최근 2달치에 불과한 반면 국정원이 해킹프로그램을 운용한 기간은 지난 2012년 1월부터 지금까지 3년 6개월에 이른다.

국정원은 지금까지 대테러, 대북 공작을 위해서 해외에서 해킹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테스트용으로만 사용했을 뿐 자국민을 대상으로는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국회 정보위원들이 국정원을 방문하게 되면 그동안의 해킹프로그램 사용기록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해킹팀과 거래를 시작한 2012년부터 현재까지 기록을 투명하게 모두 공개할지 주목된다.

이번에 분석한 접속 기록 관련 자료는 뉴스타파 <국정원과 해킹팀> 데이터 페이지 에서 볼 수 있다.

월, 2015/07/2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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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전국을 휩쓴 지 두달이 넘었다. 지난 7월 4일 이후 보름째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이제는 메르스 종식국면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메르스의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메르스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들이다. 186명 가운데 36명이 메르스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는 건강했던 사람이 단순히 간병하러 갔다가 메르스에 감염돼 고인이 된 경우도 있다.

메르스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정부가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고인들은 정부가 격리자 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에 빌생한 3차 감염자들이기 때문이다. 고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국가와 병원에 책임을 물으며 소송을 제기한 김형지(49) 씨와 허영강(37)씨를 만나 그동안 억눌러왔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확진 이틀 만에 사망한 어머니…“숨진 것도 억울한데 가해자로 몰려”

 

 

‘173번째 환자’로 불린 김형지씨의 어머니 최숙자(가명)씨는 지난 6월 24일 메르스로 세상을 떠났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불과 이틀 만의 일이었다. 70세 나이에도 장애인을 돕는 활동보조인으로 활동할 만큼 건강했던 최 씨. 어쩌다가 메르스에 걸렸고 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지게 된 것일까.

지난 6월 5일, 최 씨는 자신이 돌보는 시각장애인의 입원을 돕기 위해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 들렀다. 최 씨가 강동경희대병원에 머문 시간은 불과 10분 가량. 보건당국은 이때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해 있던 76번 환자로부터 최 씨가 메르스에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76번 환자는 지난 5월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가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다. 보건당국의 격리대상에는 포함됐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탓에 강동경희대병원까지 무방비 상태로 옮겨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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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은 76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지 9일 만인 6월 6일에야 격리자 통보를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76번 환자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 속수무책으로 놓쳐버린 76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은 최 씨를 포함해 9명이나 된다.

6월 7일, 76번 환자가 뒤늦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당연히 밀접접촉자인 최 씨는 격리되어야 했지만, 격리 대상에서 누락됐다. 보건당국은 “당시 입원했던 시각장애인이 최 씨가 건강하다고 생각해 동행 사실을 말하지 않아 격리대상에서 누락된 것”이라며 책임을 시각장애인에게로 돌렸다. 김형지 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 응급실에 혼자 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CCTV 한 번만 확인해도 어머니의 동행 사실을 알 수 있었을텐데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소홀히 해놓고는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6월 7일 이전까지는 정부가 메르스 관련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최 씨는 메르스 노출을 전혀 의심할 수 없었다. 최 씨는 6월 10일부터 몸에서 열이 났지만 단순 감기로 여기고 여러 병원과 약국을 오갔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손자와 잠도 같이 자고 병문안도 오도록 했다.

 

▲ 최 씨의 강동성심병원 진료기록

▲ 최 씨의 강동성심병원 진료기록

 

열이 조금씩 잡히는가 싶던 6월 17일, 최 씨는 허리 통증으로 강동성심병원을 찾았다. 다음날 정형외과에서 X- Ray를 촬영했다. 이때 폐렴 증상이 발견됐다. 증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정형외과에서는 6월 19일 감염내과로 메르스 검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감염내과는 메르스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최 씨의 병원 방문 이력에 메르스 발생 병원 접촉사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6월 19일 최 씨의 ‘진료 협의기록지’엔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력 없고 위험병원 내원력이 없어 메르스 검사 대상이 아니다”고 나와있다. 최 씨는 자신이 치료를 받기 위해 들렀던 병원은 의사에게 얘기했지만 단순히 시각장애인과 동행했던 경희대병원 방문 이력은 말하지 않았다.

이러는 동안 최 씨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강동성심병원은 22일 메르스 자체 검사를 진행했고 다음날인 6월 23일 보건당국은 최 씨에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내렸다. 즉시 격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불과 이틀 만인 6월 24일 최 씨는 숨을 거뒀다.

김 씨는 “어머니의 폐렴증세가 처음 발견됐던 6월 18일에만 메르스 검사를 하고 곧바고 치료를 시작했다면, 아니 그보다 앞서 보건당국이 76번 환자를 제대로 격리만 했다면 어머니는 메르스에 걸리지도 사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씨도 어머니의 메르스 확진과 동시에 즉각 격리됐다. 그래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킬 수가 없었던 것이 원통하기만 하다. 그런데 가슴 아픈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명백히 메르스 피해자인 어머니가 한 순간에 가해자로 바뀌어 세상의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 이해식 강동구청장 페이스북

▲ 이해식 강동구청장 페이스북

 

어머니 최 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던 6월 23일,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최 씨의 메르스 감염 경로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173번 환자는 시각장애인의 치료차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으나 이 사실을 숨겼다”면서 “한 사람의 일탈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썼다.

이 글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고, 비난의 화살은 보건당국이 아닌 최 씨를 향했다. 최 씨가 수천 명의 강동구 주민들을 격리시킨 몰염치한 가해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뉴스타파는 강동구청 측에 최 씨가 경희대병원을 방문 사실을 ‘숨겼다’고 설명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물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정부가 일찍 병원명단을 공개했다면, 76번도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을 거고, 저희 어머니도 메르스로 사망하는 일 없었을 거에요. 정부 잘못으로 저희 어머니도 억울하게 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한 피해자인데, 돌아가셔서까지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게 너무도 속상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단순히 10분 머문 병원을 인지하지 못하고 말을 안 했을 수는 있어도 일부러 메르스 사실을 숨길 분은 아니에요. 늦게라도 어머니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형지 / 메르스 사망 최숙자 씨 큰아들

폐암 어머니 돌보다 먼저 세상 떠난 아버지…”정부는 사과 한 마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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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건강하셨던 분이, 멀쩡하셨던 분이 한 달만에 고인이 됐는데 정부나 병원 어디서도 사과 한 마디 없습니다.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지난달 24일 메르스로 세상을 떠난 허경범 씨의 아들 허영강 씨는 “한 달만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충남 부여군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지병 없이 건강하게 살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폐암 선고를 받은 어머니를 입원시키기 위해 건양대병원을 찾았던 아버지는, 그곳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세상을 떠나게 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허 씨는,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뒤 격리되지 않은 채 건양대병원으로 옮겨온 16번 환자로부터 감염됐다. 폐암 환자인 아내를 데리고 건양대병원에 응급실에 갔던 5월 28일 16번 환자와 접촉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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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6번 환자는 5월 30일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돼 1차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이때, 16번 환자와 접촉했던 허 씨에게는 아무런 통보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날인 5월 31일에는 16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역시 허 씨에겐 이같은 사실이 고지되지 않았고 격리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애초에 정부가 관리를 잘해서 16번 환자를 접촉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죠. 하지만 적어도 5월 30일에라도 아버지를 격리시키고 메르스 환자와 있었으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면, 그리고 빨리 검사를 해줬더라면 이렇게 사망하시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 허영강 / 메르스 사망 허경범 씨 아들

그렇게 무방비로 나흘을 흘려보낸 6월 1일, 아버지 허 씨의 몸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열이 시작됐다. 건양대병원은 6월 2일에야 메르스가 의심된다며 허 씨를 1인실에 격리하고 검체를 채취했다. 그러나 이 때도 역시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었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아들 허 씨는 “이 병원에 메르스 환자도 없는데 왜 아버지가 메르스에 걸리느냐”고 병원 측에 반문했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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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버지 허 씨는 6월 5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때서야 메르스 환자와 아버지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치료는 더디게 진행됐다. 메르스 확진 후 바로 격리병원으로 이송되지 않고, 이틀간 건양대병원 음압병상에 머물렀다. 6월 6일이 되어서야 국가지정격리병원인 천안단국대병원으로 이송돼 본격적인 메르스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버지 허 씨는 6월 24일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숨진 허 씨의 아내는 아직도 남편의 사망 사실을 모르고 있다. 아들 허 씨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안 후로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병원 관계자들도 어머니의 충격을 우려해 관련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해서 아직까지도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방역 부실로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허 씨는 지난 9일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73번째 환자인 최숙자 씨의 가족과,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아직도 치료 중인 165번 환자의 가족들도 소송에 동참했다.

허 씨는 “마땅히 국가의 책무인 방역을 제대로 못해 아버지가 사망했는데 어떻게 정부도 병원도 잘못했다, 미안하다, 사과 한 마디가 없을 수 있느냐”면서 “어떻게든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내지 않으면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월, 2015/07/2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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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실무자가 목숨을 끊었다.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실무자로 알려진 45살 임 모씨가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임 씨가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임 씨가 남긴 유서 3장 가운데 공개된 유서는 국정원에게 보내는 1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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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과 차장, 국장에게 보내는 유서에서 임 씨는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켰다”면서 “내국인이나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적었다.

또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라면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우려할 부분이 전혀 없다고 적어놨다.

무엇을 왜 삭제한 것일까?

유서의 문맥을 보면 자료를 삭제한 자신의 행위에 대해 국정원 측에 해명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오해를 일으킬만한 자료를 삭제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내국인이나 선거에 대한 사찰은 아니니 우려할 부분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임 씨가 유서에 쓴 내용대로 대외적으로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는 현재로선 밝혀진 것이 안 박사에 대한 해킹 시도 건밖에는 없다. 안 씨의 경우 미국 시민권자여서 외교문제가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국정원 간부들은 임 씨의 책임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이 전했다. “해킹프로그램을 도입할 때부터 실무자였던 임씨가 4일 동안 잠도 안자고 일하면서 공황상태에서 착각을 한 것이 아닌가”라고 국정원에서는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산담당 실무자로 해킹 목표물을 직접 선택할 위치엔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임 씨가 상부의 지시없이 독자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정원은 임 씨가 삭제한 자료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100% 복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언제 삭제했는 지도 조사해 의혹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는 모든 해킹관련 기록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기록 공개는 빠르면 이달말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일, 2015/07/1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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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홍대 롤링홀에서는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란 이름으로 특별한 공연이 열리고 있다. 첫 번째 무대는 크라잉넛과 딕펑스가, 두 번째 무대는 3호선 버터플라이, 요조가, 세 번째 무대는 전인권 밴드, 두번째 달이 주축이 되어 롤링홀을 달궜다. 그리고 네 번째 공연이 열린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는 MC 스나이퍼와 여러 래퍼들이 모였다.

매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 특별한 공연에 담긴 이야기를 뉴스타파 카메라에 담았다.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는 2015년 말까지, 매달 계속될 예정이다. 추후 공연 정보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 2015/06/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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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신규 확진 ‘0’…사망 1명, 퇴원 2명 추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추가 감염자가 사흘째 발생하지 않으면서 확진자 숫자가 182명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어제(6월 29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1명이 추가돼 모두 33명으로 늘었다. 신규 사망자는 50번째 환자(여, 81세)로 지난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감염됐다.

퇴원자는 2명이 늘어 모두 95명이 됐다. 신규 퇴원자는 63번째(여 68세)와 103번째(남, 66세) 환자로 모두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었다.

※ 현재까지 감영경로가 불확실한 119번째, 175번째, 178번째 확진자와 구급차에서 감염된 133번째, 145번째 확진자를 제외한 모든 메르스 환자는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타파는 메르스 발병병원과 경유병원 등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정부의 공식 발표(6월 7일)보다 앞선 지난 6월 5일부터 공개하기 시작했다.

수, 2015/07/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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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흘째 신규 확진자 ‘0’…추가 사망자도 없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추가 감염자가 나흘째 발생하지 않으면서 확진자 숫자가 182명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어제(6월 30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규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아 총 사망자 수는 33명으로 유지됐다.

퇴원자는 2명이 늘어 모두 97명이 됐다. 신규 퇴원자는 96번째(남, 76세)와 136번째(남, 67세) 환자다.

※ 현재까지 감영경로가 불확실한 119번째, 175번째, 178번째 확진자와 구급차에서 감염된 133번째, 145번째 확진자를 제외한 모든 메르스 환자는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타파는 메르스 발병병원과 경유병원 등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정부의 공식 발표(6월 7일)보다 앞선 지난 6월 5일부터 공개하기 시작했다.

목, 2015/07/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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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기장해수담수화 바로알기’ 코너에는 부산시가 추진하는 기장군 해수담수화 사업에 대한 시의 입장이 표현된 질문과 답변이 있다. 부산시는 여기서 캐나다와 미국에서도 핵발전소 인근에 취정수장이 있으며,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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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부산시의 주장이 사실인지 조사해봤다. 먼저 캐나다 사례. 캐나다 온티라오 호수 주변에는 실제로 핵발전소 10기가 운전 중이고 주변에 취정수장이 17개 있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폭발 사고 5일 뒤에 캐나다 피커링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방사능 오염수 7만 3천 리터가 온타리오 호수로 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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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부터 올해 4월까지 이 곳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방사능 오염수 누수 사건, 사고는 11건이다. 1992년과 1996년 사고 때는 인근 취정수장이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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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페일리 전 전 유럽방사선위험평가위원회 영국위원장은 1989년부터 온타리오 호수의 방사능 오염을 연구했다. 뉴스타파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안 박사는 온타리오 호수의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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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국. 미국 뉴욕 주 공공 서비스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허드슨 강에 들어설 계획이던 담수 시설 사업을 중지했다. 담수 시설은 인디언 포인트 원자력 발전소와 5.6km 떨어진 곳에 들어설 계획이었다. 뉴욕타임즈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주민들이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사업을 반대했고, 뉴욕 주는 주민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계획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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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산시는 서명운동을 받으면서까지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애초 해수담수화 사업은 두산중공업을 위시한 물산업의 해외 수출을 위한 실험적 성격의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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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초기였던 2010년 부산시가 기장군에 보낸 공문을 보면 “물 산업 해외진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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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을 수주한 두산중공업은 기장군에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건설한 후 칠레에 같은 플랜트를 1억 달러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2020년까지 시장규모가 167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두산중공업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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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이득을 보는 사이 수돗물 대체 사업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진행됐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실험용 쥐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자기 13초, 14초 뉴스에 잠시 한 번 나온 다음에 공급하겠다. 나중에 보니까 관도 다 공사가 돼 있는 상태인거예요. 그러니까 물만 틀면 되는 상태인거예요. 이런 경우가 어딨어요. 우린 물을 마셔야 하는 당사자잖아요.
양정미 / 기장군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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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부산시가 주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계획을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 왜 부산이 왜 공급을 하려고 애를 쓰느냐, 지금 부산시 것도 아닌데… 그래서 5년간 모니터링을 하자. 그래도 문제가 없으면 주민들 동의 하에 공급하도록 해도 된다.
김좌관 /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주민투표를 통해서 진짜 찬성하는 사람이 많으냐, 반대하는 사람이 많으냐, 이걸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권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얘기기 때문에 관의 일방 주도로는 절대 될 수가 없습니다.
이진섭 / 기장군 주민

목, 2015/07/0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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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미 씨는 올해 세 살 난 아들을 둔 젊은 엄마이자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는 부산시민입니다. 이진섭 씨는 아내, 어머니, 자신 등이 암에 걸렸고, 작년 말 고리 핵발전소와 아내의 갑상선 암 발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부산지법의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에 대한 현지 취재 과정에서 두 사람을 만나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양 씨와 이 씨가 우려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혹시 소심한 시민들의 기우가 아닐까요? 시청자 여러분의 판단을 구합니다.

<양정미 씨의 이야기> “언니 방송 안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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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어느 날이었어요. 평소처럼 어린이집에서 강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해운대 쪽에 사는 동생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받았더니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해요. 언니, 언니네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 먹게 된다면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니까, 방송 안 봤냐는 거예요. 그래서 인터넷 들어가서 검색을 해봤더니 짧은 뉴스 하나가 있었어요. 부산 기장군하고 해운대구 송정동 쪽에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을 공급할 거라고… 정말이더라고요. 그 해수담수화 공장을 2010년부터 지었다는데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작년에 균도 아버님(이진섭 씨) 소송이 있었잖아요. 고리 핵발전소 근처에 살면 갑상선암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법원이 인정했으니 주위에서도 엄청 떠들썩 했죠. 나야 얼마나 살까 싶지만 우리 강희 생각하면 기장을 떠나야 하나 싶기도 하고,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갑자기 바닷물로 만든 물을 먹으라고? 그 바닷물은 고리 핵발전소에서 내보내는 방사성 물질들 흘러들어오는 그 바닷물이잖아요.

진짜? 왜? 우리가 먹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 물을 먹어야 하는데? 마음이 복잡했어요. 그날 밤까지 그 생각을 하면서 잠든 애 얼굴을 보는데… 나는 괜찮은데 우리 강희한테는 못 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 애가 미숙아로 태어났잖아요. 임신 중 유산에, 태어났는데 사산까지 거쳐서 세 번째로 정말 어렵게 얻은 아이인데 27주만에 세상 빛을 봤죠. 애 아빠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애기를 받아들고서 얼마나 걱정을 하고 울었는지 몰라요. 그래도 의사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3년만 버티면 그 다음부터는 괜찮을 거라고요. 그때부터 쭉 이 마음으로 살았어요. 강희야, 엄마가 너 지켜줄 거야.

그래서 집 밖에도 거의 못 나가고, 인스턴트 같은 거 하나도 안 먹이고 그렇게 세 살까지 키웠어요. 이제 좀 괜찮겠다 싶었죠. 그런데 갑자기 핵발전소 근처에서 만든 물을 공급하겠다는 거예요. 이건 그냥 틀면 나오는 거니까 먹고 씻고 할 때 쓸 수밖에 없잖아요. 그 때부터 이게 정말 안전한가, 여기 저기 알아보고 다녔죠. 부산시가 안전하다고 내세우는 근거들이 몇 개 있는데 정말인가 좀 따져보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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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에서 여러 차례 한 얘기가 그거였어요. NSF라고, 미국에 국제위생재단이라는 공신력있는 검사기관이 있대요. 거기서 해수담수화 물을 들고가서 방사성 물질을 58가지나 검사했는데 하나도 안 나왔다는 거예요. NSF가 품질을 보장했으니 안전한 수돗물이라는 거죠.

아무래도 뭔가 찜찜해서 직접 NSF 한국지사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어요. 부산에 해수담수화 공장에서 만든 물이 정말 안전한 물이라고 거기에서 보장하느냐구요. 그랬더니 부산시하고는 말이 다른 거예요. 자기들은 샘플로 온 물 가지고 검사 한 번 한 거 결과 통보했을 뿐이지 수돗물 자체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수돗물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니까 수돗물의 품질을 인증하는 일은 없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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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그러대요. 지금까지 수차례 국내 기관에서도 검사 받았는데 안 좋은 물질들은 다 ‘불검출’이라고 나왔으니 안전하다고요. (불검출은 전문 용어로 ND:not detect라고 한다.) 그럼 정말 그 방사성 물질들 하나도 없는데 내가 괜히 설레발 친 건가 하고 잠깐 긴장이 탁 풀리기도 했어요. 근데 동국대 의대에 김익중 교수님이라고, 방사성 물질에 대해 잘 아시는 분 얘기는 또 다르더라구요. ‘불검출’이라는 말이 물질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래요. 기계가 검사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는데, 그거 이하로 나오면 그냥 ‘불검출’이라고 읽는다는 거예요. 물질이 없는 게 아니라 찾아내질 못해서 불검출 인거죠.

균도 아버님이나 다른 갑상선암 걸리신 기장의 어머님들 보면 참 걱정스러워요. 지금까지 고리 핵발전소에서 늘 기준치 이하로 안전하게 방사성 폐기물 처리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했잖아요. 근데 지금 이렇게 핵발전소 근처에서 살아서 암 걸린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요. 공기 중으로 나오는 것도 문젠데, 앞으로 식수에까지 그렇게 “미량이라서 괜찮다”고 하는 수준으로 자꾸 먹고, 또 먹고 하면 그게 문제가 되지 말란 법이 어디있어요.

기장시장 앞에서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양정미 씨

▲ 기장시장 앞에서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양정미 씨

저 요즘 길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어요.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죠. 사실 무척 힘들어요. 하지만 내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강희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아요. 내가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고 한 사람이라도 더 서명받으면 물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매일 이러고 있거든요. 오후 한시 되면 저는 늘 기장시장 앞으로 나갑니다.

<이진섭 씨의 이야기> “왜 하필 여기냐는 거예요.”

저한테 기장은 제 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원래 부산이 고향인데 거기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기장에 들어와서 조그마한 가구 무역 회사를 시작했어요. 장사가 꽤 잘 돼서 한 때 기장에서 손꼽힐 만큼 큰 돈도 좀 만졌습니다. 그러다 IMF와서 다들 망할 때 말아먹고 그 때부터 택시를 몰았죠.

90년에 기장 들어왔는데 2년인가 있다가 첫 아들 균도를 낳았어요. 균도가 두 살 땐가, 행동이 좀 다른 애들하고 다른 것 같아서 병원 여러 곳을 다녔는데… 알고 보니 애가 자폐성 장애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균도와 아빠 이진섭 씨

▲ 균도와 아빠 이진섭 씨

그래도 균도하고는 재밌게 잘 살았습니다. 녀석이 말이 좀 늦되고 가끔 과잉행동을 한 달 뿐이지, 기분 좋을 땐 싹싹하고 사람들한테도 잘합니다. 녀석이 번번히 학교에서 쫓겨나고 장애 정도가 심하다고 시설에서도 밀려나고 그러는 걸 보다가 안 되겠어서 제가 장애인 인권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죠. 녀석은 여전히 제 보배입니다.

애가 장애가 있어도 착하고 예쁘니까 그냥 그렇게 살면 되겠다 싶었는데, 어느 날엔가 저희 어머니가 갑상선암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때가 시작이었습니다. 아내도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거예요. 유독 이 지역에 갑상선암 수술한 사람이 많긴 합니다만, 막상 내 가족이 그렇게 되고 나니 정말 충격이 컸어요. 그리고 저도 결국, 직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왼쪽이 이진섭 씨, 그리고 아들 균도와 엄마 박 씨

▲ 왼쪽이 이진섭 씨, 그리고 아들 균도와 엄마 박 씨

저는 가족들이 이렇게 다 아프게 된게 고리 핵발전소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우리 가족 다들 고리원전 10km 안팎에 90년대부터 쭉 살아왔으니까요. 물론 고리 핵발전소는 늘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 물질만 배출하고 있으니 건강에 무해하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럼 핵발전소 주변 5~30km 거리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보다 1.8배 더 많이 갑상선암에 걸린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겁니까. 그런데 지금 또, 핵발전소의 방사성 폐기물이 흘러드는 바다에서 수돗물을 만들어서 기장하고 송정에 넣겠다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요즘 또 고민이 많던 차에, 기준치 이하의 적은 방사선도 오래 피폭되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아, 이거구나 싶었죠. 그게 이미 학계에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인데 영어로 LNT라고 한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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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의 적은 양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최근에 서울에서 온 어떤 기자가 부산시 수질책임자한테 이 얘기를 물어봤대요. 그랬더니 그 책임자라는 사람이 LNT라는 건 환경단체에서나 주장하는 근거없는 내용이라고 반박을 했다는 거예요.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정말 그런가 한번 알아봤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그 부산시 책임자 말이 근거 없는 무책임한 말입디다. 미국 환경보호국(EPA),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권위 있는 곳에서도 모두 이 LNT 모델을 근거로 방사선 안전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있었어요. 보세요. 이런 자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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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암 발생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연구한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의 논문에도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 써있지 않습니까. 적은 양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더라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LNT 모델이 자기들 생각에 가장 합리적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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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가지 결론이 나왔습니다. 방사성 물질에 그냥 받아들여도 되는 안전한 선이란 없는 거구나. 설령 99%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1% 위험을 수 십년간 겪어야 한다면 위험할 수 있는 거구나. 여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정말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먹는 게 걱정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들어보세요. 저는 해수담수화 시설 자체에 대해서 비판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거 물 부족한 곳에 먹는 물 만들어주는 좋은 기술인 거 다 압니다. 근데 왜 하필 여기냐는 거예요. 왜 핵발전소 코 앞에다 수돗물 만드는 시설을 지어놨냐는 거예요. 이거 우리가 수도 요금 내고 사먹는 물 아닙니까. 깨끗한 물이니 무조건 먹으라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이 안 됩니다. 한 5년 길게 모니터 해본 뒤 이상 없으면 그때 결정하든, 아니면 정말 주민투표를 해서 당장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든, 부산시는 주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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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5/07/0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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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는 뉴스타파의 정재원 기자입니다. 오늘은 평소 기사와는 달리 친절한 말투로 찾아뵙게 됐어요. 좀 복잡하고 어려운 얘기를 꺼내야 하거든요. 앗, 잠깐! 어려운 얘기라니까 벌써 창을 닫으시려는 건 아니죠? 조금만 더 읽어보세요.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이 몰래 몸 속에 들어와 유전자를 변형시키거나 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먹는 물 속 방사선에 관한 얘깁니다.

여러분 혹시 ‘해수담수화’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쉽게 말해 바닷물을 먹을 수 있는 물로 바꾸는 겁니다. 물이 귀한 중동 쪽에서 각광받는 기술이죠. 그런데 지난해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가장 큰 단위용량을 가진 ‘역삼투막’ 방식 해수담수화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무려 2,000억 원짜리 시설입니다. 부산시 기장군에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얼마 전 그 해수담수화 시설이 있는 기장군 바닷가에 다녀왔어요. 물도 떠서 깨끗한가 살펴도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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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의문 하나! 중동도 아닌 우리나라에 왜 대규모 해수담수화 시설을 만들었을까요.

저도 처음 부산시의 해수담수화 시설을 취재할 때 가장 먼저 “왜 우리나라에?”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여러 가지 설명을 했지만, 무엇보다 부산시민들에게 양질의 물을 언제든 공급하려는 목적이 컸다고 밝혔는데요, 이런 부산시의 설명도 맞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깊은 속뜻’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산중공업의 실험’에 동원된 주민 10만 명> 기사를 보세요.

99.9%의 약속

해수담수화 기술은 먹는 물이 부족한 곳이라면 분명 의미 있는 기술입니다. 또한 낙동강처럼 상수원이 언제든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면 해수담수화 시설을 하나쯤 두고 물을 끌어오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죠. 낙동강 상류에 구미산업단지 같은 잠재적인 오염원을 둔 부산시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부산시도 ‘선의’를 가지고 해수담수화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한창 부산의 해수담수화 공장이 건설 중이던 2011년 3월,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면서 시작됐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면서 다량의 방사성 오염 물질들이 방출됐죠. 이 사건 이후 사람들은 새삼 자신의 생활 반경 주변에 위치한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부산에 사는 분들은 핵발전소 사고시 위험반경이라는 30km이내에 부산시 면적 절반 이상이 들어가는 상황에 대해 한번쯤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3년여가 지난 작년 말, 해수담수화 공장이 완공되자 부산시가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부산시 안에서도 기장군과 해운대구 송정동에 사는 10만명 가량의 주민들에게만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된 부산시민들은 부산시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사람들은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큰 경각심을 갖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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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에서 보듯이 고리핵발전소와 부산 기장군의 해수담수화 시설은 불과 11km 떨어져 있습니다. 고리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거나, 예측하지 못한 방사성 물질 누출이 일어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거리입니다. 결국 주민들의 반대로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이 무기한 연기됩니다.

이 때부터 부산시는 부랴부랴 방사성 물질의 해수담수화 수돗물 유입에 대한 안전 대책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책임자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참 열심히 여러 대책을 세웠더군요. (반어법 아닙니다.) 원래 기껏해야 3종 정도 검사하던 방사성 핵종 검사를 미국의 저명한 검사 기관 NSF(국제위생재단)에 의뢰해 58종까지 검사했습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방사선량을 검출할 수 있는 장비를 들여놓을 계획을 세우고 관련 예산도 늘리는 등 확실히 노력을 하긴 했죠.

그 중에서도, 부산시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준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역삼투막(RO)’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밑 그림이 해수담수화의 역삼투막 방식을 설명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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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를 담수화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부산에 들어선 해수담수화 시설은 에너지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역삼투막’ 방식입니다. 바닷물을 끌어올려 강한 압력으로 역삼투막을 통과시키면, 염분이 빠지고 순수한 물만 남습니다. 여기에 미네랄을 첨가해 먹을 수 있는 물을 만드는 것이죠.

부산시는 두 겹의 역삼투막을 통해 바닷물을 정수하면 “방사성 물질의 99.9%를 제거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물론 이 ‘99.9’라는 숫자가 나오는 과정에도 몇 번의 말바꿈이 있었습니다만, 여기서는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하겠습니다. 뉴스 영상에 제가 부산시 관계자들을 만나며 겪었던 모든 과정들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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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라니 놀랍지 않나요? 그 확신의 근거가 궁금해서 수질책임자에게 물어봤더니 국내외 논문에 그렇게 나와있다고 합니다. 논문에 들어있는 이론만으로 실제 설치된 기계 장비의 성능을 확신하는 것도 의아했지만, 정말 그런 논문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봤습니다.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가급적 정부 기관에서 연구한 자료들을 중심으로 찾아봤습니다. 먼저 서울시 상수도연구원에서 2014년 낸 논문 <물 속의 인공방사성 핵종 제거율 연구>를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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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방사성 오염 물질인 요오드 131을 역삼투막에 통과시켜 제거율을 실험해봤더니, 평균적으로 8% 가량이 걸러지지 않고 그냥 통과했다는 내용입니다. 다음 논문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11년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논문 <방사성물질 정수처리기술 및 제거율 평가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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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요오드의 제거율은 물질 농도에 따라 95~99%, 세슘의 제거율은 88~95%로 조사됐습니다. 이 논문을 작성한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의 김충환 박사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부산시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을 99.9%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는 말을 전해줬더니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이게 농도에 따라 막에 따라 다 다른 건데 이렇게 완벽하다는 식으로 문장이 나왔어? 그러면 보통 사람들은 “아 무조건 다 되네” 하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일반화시켜 말하기에는 우리 전문가 입장에서는 좀 그런 거예요. 그냥 막 잘 모르는 시민들한테 역삼투막에 처리하면 상당히 제거된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요컨대, 운영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다 다르기 때문에 실제 측정해보기 전까지는 방사성 물질 제거율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부산시 측에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실제로 측정 실험을 해봤는지 물었습니다. 수질 담당자는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직접 실험을 해보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 쿼터백, 삼중수소

미식축구에 비유하자면 역삼투막은 일종의 ‘수비수’입니다. 언제 몰려들지 모르는 방사성 물질들이 공격수 역할을 하겠죠. 위의 실험 결과에 나오는대로 이 수비수들은 나름 훌륭하게 방어를 해냅니다. 열에 하나 정도가 터치다운을 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만약 어떤 수비수도 막을 수 없는 최고의 공격수가 있다면 어떨까요. 맨 앞에 선 나약한 ‘센터’가 떨어져나간 후에도 거침없이 돌진해 항상 100%의 확률로 골라인을 넘어가는 공격수가 있다면? 현실에서야 그런 공격수를 만날 수 없겠지만, 방사성 물질의 세계에는 있습니다. 크기가 아주 작은 원자, 바로 ‘삼중수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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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수소는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에 설치된 역삼투막을 100% 확률로 통과합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쌔고 빨라서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최고의 쿼터백이랄까요. 덩치 큰 수비수의 블로킹도 날쌘 수비수의 예리한 태클도 골라인을 향한 삼중수소의 돌진 앞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11km 떨어진 고리 핵발전소는 매년 수십조 베크렐의 삼중수소를 액체와 기체 형태로 방출하고 있습니다. 폭발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원전에서 2013년 한해 동안 배출된 세슘, 스트론튬 등 주요 방사성물질이 22조 베크렐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삼중수소는 상대적으로 약한 방사성 물질이므로 단순한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삼중수소가 부산 사람들이 수십년간 먹고 사용할 수돗물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면 그 위험성을 작게 평가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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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의 김좌관 교수는, 고리 핵발전소의 삼중수소 방류 주기나 방류량,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해류의 이동이나 확산 특성에 따라 인근 바다의 삼중수소 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보다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안전 대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산시는 주민들이 불안해하자 여러 가지 방사성 측정 장비들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실시간 총알파 총베타 분석기’ 입니다. 이 장비들은 개별 방사성 물질들이 내뿜는 유해 방사선의 총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알려줍니다. 비유하자면 이 장비들은, 골라인 근방에 좀 쎈 놈들이 왔다 싶으면 바로 경보를 울려주는 장치인 셈이죠. 경보가 울리면 바로 게임을 끝내면 됩니다. 바닷물 유입을 끊고 원래 먹던 수돗물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 측정 장비를 발주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고리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아무도 모르게 바닷속으로 흘러들 경우 그것을 즉시 확인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작년 11월, 부산시는 이런 상황에서도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부산시민 10만여 명에게 공급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뉴스 영상에서 만나보세요.

남은 의문 하나!
방사성 물질이 95%만 제거되어도 충분한 것 아닐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X-ray를 찍는 것처럼 잠깐 방사성 물질을 접하고 마는 거라면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이 갖는 위험을 낮게 평가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간 먹고, 씻을 때 써야하는 우리의 수돗물에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기준치와 불검출, 과연 방사선 안전의 절대치로 믿어도 되는 걸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방사선 안전’의 속임수> 기사를 보세요!

목, 2015/07/0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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