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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차이를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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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차이를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드는 방법

익명 (미확인) | 금, 2015/07/03- 12:55


메르스, 지독한 가뭄,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도대체 누가 누구를 배신했다는 건지, 기억상실에 걸린 것이 아닌 이상 자신의 과거 행적 불구하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에 대한 언급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치판의 난리법석까지. 비가 모자라 먼지가 풀풀 날리고 쩍쩍 갈라지는 땅처럼 건조하고 갑갑하기만 했던 나의 마음에 촉촉한 단비를 내려 준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지난 26일 내려진 미국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 판결이었다. 뉴스와 함께 실린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은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며 그 역사적 현장 속에 나도 함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미국 대법원이 동성 결혼 허용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역사적 판결을 선고하기 전날인 25일(현지시간) 늦은 밤 동성애자 인권 운동의 중심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시 청사가 이를 상징하는 무지개빛 조명으로 빛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동성결혼 합법화는커녕 여전히 온/오프라인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 발언과 폭력이 난무한 이 현실에서 이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기에 축하와 부러움의 마음은 묘한 뒷맛을 남겼다. 동시에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진일보할 수 있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매번 성소수자들의 행사에 지치지도 않고 나타나 막말과 폭력, 막무가내의 행동 등으로 행사를 방해하는 혐오세력들의 행태를 보면 이들에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라는 것이 가능한지,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평행선을 그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과연 혐오세력들은 왜 그렇게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것일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이기는 하다. 어떤 이들은 성소수자가 말 그대로 소수이고 다수인 이성애자들에게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낯선 존재를 배타적으로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와 모든 것이 동일한 존재가 아닌 이상 모든 타인은 낯선 존재일 수밖에 없다. 신체적 차이이든 심리적 차이이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낯선 존재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타인의 차이점을 혐오하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다. 서툴고 가끔 삐걱삐걱 거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맞춰가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존재와 이런저런 기회들로 조우하고 그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면 처음에는 엄청나게 크게 느껴졌던 차이들이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다른 차이들에 비해 성적 지향의 차이가 특별히 극복 못할 차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까?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생각나는 친구가 하나 있다. 데비는 미국에서 같이 음악치료를 공부하던 친구였다. 나와 나이 차이가 10살이 넘게 났지만 항상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여 곁에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친구였다. 어느 날 데비가 나한테 소개를 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자신의 파트너라고 했다. 그 당시 내가 아는 ‘파트너’라는 말의 뜻은 비즈니스 파트너 정도 밖에 없었기에 속으로 ‘얘가 사업을 하나?’라고만 생각하고 따로 묻지는 않았었다. 데비의 ‘파트너’는 셸리라는 여성이었는데, 함께 있는 내내 서로 손을 꼭 맞잡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크게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그 이후에 데비가 말한 파트너가 라이프 파트너라는 의미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불어 데비의 성정체성 역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 인권 단체 회원들이 2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의 한 도서관에 모여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및 전국 허용 결정에 기뻐하고 있다.(AP=연합뉴스)

그때까지 얘기만 들었을 뿐 실제로 동성애자를 만나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한동안 나는 두 사람을 매우 신기한 존재로 여기면서 이런저런 호기심을 가지고 두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곤 했었다. 두 사람의 집에 초대를 받아 자고 온 적도 몇 번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그 둘은 두 사람이 모두 여성이라는 것 이외에는 여타의 연인과 다를 바 하나 없는, 서로를 진심으로 깊이 사랑하는 연인이었다. 오히려 레즈비언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주변의 사람들도 둘을 이성애 커플과 다르게 보거나 대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데비와 셸리와 함께 웃고, 노래하고, 우정을 나눈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점점 그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던 것 같다. 내게는 레즈비언이라는 레벨보다는 ‘내 친구 데비와 셸리’라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했던 것이다.


데비와 셸리를 만나지 않았더라도 내가 성소수자를 차별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들과의 우정 덕분에 성소수자 인권의 문제에 훨씬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확실하다. 그런 점에서 데비와 셸리와의 만남은 나에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차이를 별 것 아닌 걸로 만드는 데는 만나고, 서로 알아가는 것 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 특히 혐오세력들에게 나와 같은 행운이 찾아오기는 어렵겠지만 부디 성소수자에 대해 혐오 발언과 행위를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자신들의 무지와 편협한 시선을 깰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것을 포용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그래서 성소수자들이 결코 자신들과 다르지 않은 평등한 존재임을 깨달을 수 있기를, 더 나아가 성소수자라는 꼬리표 아래 가려진 개개인의 모습을 하나하나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오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2015. 7. 1. 미디어스

아샤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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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받고 싶다.


그는 내가 인권운동을 하기 이전에도 해고자였다. 술에 취한 어느 날 말했다. “형님, 해고자가 직업이야? 다른 거 해, 다른 거….” 그의 복직은 현실감 없어 보였다. 여린 심성 때문에 이리저리 치이는 게 안쓰러웠다. 더 이상 ‘투쟁’하지 말고 평범하게 살라 충고한 거다. 그가 대답했다. “사과받고 싶어서 그래.” 안주에 손대지 않고 독한 술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당신들 우리한테 왜 이래”


그녀에게 들었던 말이다.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노골적인 치근댐을 견딜 수 없어, 회사에 이야기했다. 그러나 회사는 가해자를 두둔했다. 문제 제기한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자발적으로 퇴사하기 바랐다. 탈모까지 찾아왔다. 매일 출근하는 것이 지옥문 열고 들어가는 것 같다 했다. 견딜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대답했다. “사과받기 전에 그만둘 수 없어요.” 공감할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합쳐 6천 명은 월요일마다 성냥갑 속 성냥처럼 서서 조회를 했다. “자랑스런 ○○의 딸들아”로 시작하던 대머리 교장의 설교는 한결같이 밥맛이었다. 햇빛 뜨겁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앞줄 친구가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학생주임이 이단옆차기로 날아온 다음이었다. 운동장 먼지 속에서 친구는 조금 더 밟혔다. 이유는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에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후 그 선생을 쳐다보지 못했다. 친구 얼굴도 보지 못했다. 납득할 수 없는 폭력보다 그것을 묵인한 내 비겁이 못 견디게 부끄러웠다. 졸업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잊지 못한다. 친구에게도, 목격했던 우리 모두에게도 그와 학교,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들의 폭력은 마땅한 질서였다. 사과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1월14일 물대포에 맞아 위중한 백남기 농민에 대해 “인간적으로는 제가 오늘 충분히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인간적 사과는 책임지지 않는 것이고 법률적 사과는 책임지는 것인데 책임질 사과는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강 청장의 인간성을 알지 못하니, 진짜 인간적으로 미안해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강 청장 입을 빌려 나온, 국가의 대답은 미안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말이다.


백남기 농민 가족들은 책임 있는 사람에게 “사과받고 싶다”고 했다. 김무성은 ‘강경 노조 때문에 건실한 회사가 문을 닫았다’며 콜트악기와 콜텍을 지목했다. 억울하게 쫓겨난 해고자들은 사과받기 위해 40일 넘게 곡기를 끊었다.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백혈병으로 딸을 잃은 황상기씨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 ‘반올림’ 동료들과 함께 삼성 본관 앞에서 50일 넘게 노숙농성 중이다. 참사 600일 행사를 앞둔 세월호 유가족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온몸을 던져 사과하라 말하고 있다. “당신들 우리한테 왜 이래, 우리 아빠한테, 우리 아들한테, 우리 딸한테 왜 이래! 나한테 왜 이래!” 인간이기 때문이다.


폭력의 반대는 권력


어느 날 닥친 사건이 객관 세계를 떠나, 존재를 흔들어버렸다. 존엄에 상처 입은 사람들은 치유받지 못하면 아프다. 억울하고 아픈 사람을 제대로 안아주지 못하면 ‘사회’가 아니다. 되레, 폭도로 내몰고 닥치라 하는 것이 질서고 법이라면 ‘나라’도 아니다. 한나 아렌트는 폭력의 반대는 비폭력이 아니라 권력이라 말했다. 요즘 권력이 ‘폭력’과 ‘평화’ 가지고 난리 법석이다. 소환, 압수수색, 구속… 죽이려고 덤빈다. 사과받지 못한 자들은 죽자고 악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판사판 개판이면 잃는 거 없는 놈들이 이긴다. 역사 교과서에 나와 있다. 국정화 이전이니 어서 읽어보자.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2015년 12월 9일, 한겨레 21

박진(다산인권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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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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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12/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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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해킹전문업체 판매 내역이 해킹되어 공개됐다. 고객명단에 대한민국 정부 5163부대가 있었다. 오고 간 영수증 주소는 국정원 공개 민원 창구 접수처와 같았다. 국정원은 프로그램 사용을 시인했다. 그러나 ‘대북·해외 정보전’ 차원이라고 변명했다. 국내 민간인 사찰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정원 직원이 자살했다.

이번 일의 기술 담당 직원이었다. 유서에는 “내국인에 대한 선거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쓰여 있었다. 새누리당은 야당과 일부 언론이 물고 늘어져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정치공세를 시작했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국정원이라고 하면 덮어놓고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분노했다.

19일 야당은 ‘이탈리아 해킹팀이 시도한 국내 아이피 주소 중 KBS와 KT·다음카카오 등 방송·통신사 등이 두루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국정원 주장대로 ‘대북용’ 이나 ‘연구용’이든 아니든, 국내 아이피 주소들이 해킹당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암약하는 간첩 신원을 확인했기 때문에 전방위적 사찰을 했다 한다면, 그것도 두려운 일이다. 도대체 간첩은 얼마나 있는 것이며 국정원은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지난 대선 국정원 직원 김아영이 여당 후보, 대통령을 도왔던 열정이면 나라가 이 꼴이 되었을까 말이다.

‘덮어 놓고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경향’은 누가 만들었는가. 국민들이 국가 안보에 여념 없는 정보기관 존재를 일년 내내 사찰 시비로 왜 만나야 하는가.

국정원장이 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은 말이 되는가. 당신들이 결백하다는 것을 믿을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는데, 국민에게 뒤집어 씌운다. 이런 것을 적반하장이라고 하지 않겠나. 도둑이 되레 매를 들고,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 말이다.

하긴 여당 대표 김무성씨는 “국가 안위를 위해 해킹 할 필요가 있으면 하는 것 아니냐”했다 하니, 그게 국내용이든 불법이든, 사적이든, 이미 논할 가치조차 없을지 모른다. 솔직한 말이었을지 모른다. 국가정보기관이 언제는 정부여당 것 아닌 적이 있었는가, 닥치고 조용히 있으라는 말이다.

국정원 직원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자국의 정보기관을 나쁜 기관으로 매도하기 위해 매일 근거 없는 의혹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습니다.” 정보기관 직원 일동이라는 본적 없고 들은 적도 없는 성명도 어이없다. 조만간 부서 직책 연명도 불사할 기세다.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정보기관 기본도 지키지 않는다.

무엇보다 근거 없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공했던 성찰은 단 한 줄도 없다.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으로 이어졌던 국내용 사찰과 고문의 역사를 국민이 잊었다고 하는 소린지 실소가 나온다. 이번 죽음조차 석연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박근혜 정부 들어 증언자들은 결정적 순간에 죽었기 때문이다. 정적 제거를 위해 어떠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던 박정희와 중앙정보부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던 때를 우리는 독재시대라 부른다.

그 시대 망령을 불러온 것이 누군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국민이 문제인가, 당신들이 문제인가. 5163부대 명칭이 ‘516 쿠데타 때 박정희 소장이 새벽 3시에 한강철교를 넘었다’는 데서 따온 숫자라고 하던데… 말해 무엇하리요. 국정원의 거처를. 입만 아프지.

2015. 7. 21. 경기일보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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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5163부대와 그들의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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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5/07/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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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띵동입니다!!오늘 8월 3주차 띵동식당이 열렸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이번 주도 정말 맛있는 메뉴와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찾아온 띵동식당 토토밥 후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이번 주 토토밥의 오늘의 셰프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공동운영위원장 웅님과 호림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월남쌈과 파인애플볶음밥을 준비해주셨는데요. 월남쌈 속재료를 다듬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속재료로 무려 11가지가 준비되었는데요.당근, 오이, 양파, 파프리카,깻잎, 파인애플, 단무지,쌀국수, 토마토, 볶은 돼지고기, 새우를 손질하고 준비한뒤 피넛버터, 피시소스를 곁들여 라이스 페이퍼와 세팅을 하는데 두 분의 셰프님이.......

토, 2015/08/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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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이라는 요상한 명칭의 미술관이 탄생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미술관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기재되어 지난 21일 수원시의회에서 통과 된 것이다.

하지만 단서조항이 붙었다. ‘향후 미술관 명칭과 운영에 대하여는 현대산업개발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하여 빠른 시일 내에 일부개정조례안을 상정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10월 개관을 앞두고 조속히 관련 조례가 통과되어야 한다는 수원시 집행부의 입장과 문화와 공공성을 훼손하는 대기업의 상품명이 붙은 공공미술관 명칭은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입장은 ‘빠른 시일 내에 일부개정조례안을 상정할 것’이라는 구속력 없는 ‘권고사항’으로 봉합되어 버렸다. (▷관련기사 : 수원시 공공미술관 명칭, '시립 아이파크' 괜찮나요?)


지난 5월 21일 진행된 수원시의회 2차 본회의장 앞에서 미술관 명칭에 반대하는 활동가와 시민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대기업 이름 앞에 권고 사항이 되어버린 '문화 공공성'


시간을 뒤로 돌려보자. 지난 5월 14일, 수원시의회 문화복지교육위원회실은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 날은 수원시가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아래 조례안)이 상정되어 상임위 안건으로 올라와 있었다. 새누리당 소속의 시의원들은 초반부터 명칭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시의원들은 개관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례는 일단 통과시키자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참고로, 염태영 수원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고 수원시의회에서 34개 의석 중 새정치민주연합이 18석, 새누리당이 16석을 차지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문화복지교육위원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5명, 새누리당 소속 4명이다.

결국, 정회가 선포되어 의견조정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실패. 결국 투표에 들어갔다. 예상대로 5:4로 상임위에서 통과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렇게 상임위에서 통과된 조례안이 21일 본회의에서 다뤄진 것이다. 본회의에서도 새누리당 소속 한명숙 시의원이 반대토론으로 “명칭에 문제가 있으니 조례는 보류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두 차례 정회 끝에 나온 결론이 바로 위에 설명한 ‘권고’가 나오게 된 것이다.

수원공공미술관 이름 바로잡기 시민네트워크(아래 수미네)의 관계자들은 상임위와 본회의 모두 방청을 들어갔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자칫 미술관의 명칭문제가 소위 진영논리에 휘둘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수미네는 상임위가 끝난 직후 본회의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에 휩싸였다. 공공미술관의 명칭문제는 비단 명칭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본회의까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적을 떠나 우리의 문제제기가 진영논리에 휩싸이지 않고, 문제의 본질이 드러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당장 필요했다. 결국 100시간의 무모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 미술관의 이름을 묻는, 100시간의 무(모)한 도전


지난 17일, 일요일이었지만 21일 본회의까지 100시간동안 한창 지어지고 있는 미술관 옆에서 놀기로 작정을 했다. 일명 ‘수원공공미술관 이름 바로잡기 100시간의 무한도전’. 갖다 붙인 이름 치곤 거창했지만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특별한 프로그램도 누가 와서 함께 놀아줄지도 미지수였다.

일단, 잠을 자야하니 텐트부터 쳤다. 그늘하나 없는 광장에 동네 카페에서 빌린 파라솔도 쳤다. ‘시민카페’라는 종이쪼가리도 부쳤더니 그럴 듯 했다. 이렇게 자리를 깔아놓으니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마침, 요가를 잘 하는 분이 있어, 즉석으로 요가강좌를 시작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다가왔다. 미술관 명칭 때문에 나와 있다고 설명하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공감을 해주셨다.

‘미술관 명칭에 불만 있는 사람들의 토크쇼’도 진행되고, 길거리 특강도 진행했다. 피켓 들고 훌라후프도 돌리고, 24시간 미션을 스스로 정해 미술관 명칭 문제를 알리는 이들도 있었다. 연도 날리고, 아이들과 축구도 했다. 책도 읽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물론 밤만 되면 술 사들고 오는 시민들 덕분에 매일 밤은 술과 이야기가 이어졌다. 화성행궁광장이 조성된 이래 시민들의 난장이 펼쳐지긴 이번이 처음이다. 화성행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술관이 들어설 위기에 처해있지만 덕분에 광장에서 난장을 펼칠 수 있었다고 서로를 격려했다. 그렇게 100시간이 흘렀다.


100시간 무한도전을 마무리하며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대기업의 투자방식이 시민의 문화적 권리를 어지럽히는, 난장


결국 조례는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됐다. 비록 빠른 시일 내에 명칭문제를 현대산업개발과 협의해 수정된 조례를 상정하라는 시의회의 권고가 있었지만 수원시는 그럴 의사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모든 권한과 예산과 의사결정 수단을 쥐고 있는 행정은 대기업의 기부라는 얄팍한 투자방식 앞에 문화와 공공성을 선뜻 내주고 말았다. 정당한 문제제기는 ‘사람이 반갑다’는 수원시청 입간판 아래 멈춰 섰다.

소위 기부를 한다는 현대산업개발이 갑일까. 아니라면 수원시는 왜 현대산업개발에게 명칭에 대해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는가. 상임위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 공공미술관 명칭은 염태영 수원시장과 정몽규 대표이사와의 ‘구두약속’이 전부라는

것이다. 구두약속 때문에 시민들의 문제제기는 무시되고,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그것이 당신의 신념이라는 논리로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그 추진력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도 이 얄궂은 명칭을 바꿀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아니, 수는 단순하다. 수원시가 현대산업개발에 요구하고, 협의하면 될 문제다. 시민들이 광장에서 100시간 동안 난장을 펼치고, 노숙을 하지 않더라도 ‘열린시정’ ‘주민참여’라는 수원시의 구호처럼만 행동하면 된다. 이 단순한 해법을 수원시가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러니 시민들이 나설 수밖에.

오는 6월 1일부터 용산역 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1인시위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 화성행궁광장에서의 100시간 무한도전을 용산역 광장에서 해볼까?


2015. 5. 27. 미디어스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원문보기>
[미디어스]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의 이름을 묻는 100시간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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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5/05/2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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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소년이 있었다.


물놀이하다 발에 난 작은 상처는 아이의 온몸을 독으로 덮었다. 죽음의 고비를 넘었다. 겨우 살아난 소년은 후유증으로 콩팥이 망가졌다. 다행히 신장을 이식했지만 하루 걸러 하루, 피를 걸러내는 투석과 합병증이 따라붙었다. 병은 몸을 괴롭혔고 병원비는 가족을 괴롭혔다. 소년은 어린 나이에 가족과 헤어져 사는 길을 선택했다. 수급자가 되어야만 의료비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홀로 상경한 소년은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병원 식당 같은 곳에서 새우잠도 잤다. 그러나 야학을 찾았고 검정고시를 보았다. 걷기조차 힘든 자신이 싫어 검도를 배우다 사범까지 했다. 소년은 참 열심히 살았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소년이 청년이 되었을 때 만났다. 2008년 가을이었는지 겨울이었는지, ‘수원 촛불’을 찾아왔다. 환자로서 수급자로서 의료민영화를 반대해서 거리에 나왔다 했다. 투석하는 팔뚝은 엄청나게 두꺼웠다. 팔뚝은 굵어졌지만 심장 쪽 혈관은 좁아지고 있었다. 투석환자들에게 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질환 중 하나였다. 심장에 인공적인 시술을 두 번이나 했지만 버티지 못한 심장이 정지했다. 좁아진 혈관으로 흐르지 못하는 피가 심장에 닿지 않았다. 2주일간 기계를 달고 누워 있었다. 마침 나라에는 중동에서 넘어온 ‘메르스’라 불리는 전염병이 창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누군가 ‘어륀지’라는 발음으로 국민들 영어 발음 교정에 나서 헛웃음을 산 적이 있었다. 청년은 ‘오렌지가 좋아’라는 별칭을 쓰기 시작했다. ‘어륀지’가 아니라 ‘오렌지’가 좋다는 저항이었다. 우리는 그를 그냥 오렌지로 부르게 되었다. “오렌지! 다산인권센터에서 자원활동 해볼래?” 인연은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지원 반올림 활동, 빈곤 당사자 운동까지 그를 안내했다. 해고된 노동자, 쫓겨난 철거민, 산재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현장을 다녔다. 사진을 배우고 싶다 했다. 수급비를 알뜰히 모아 카메라를 샀고 방송통신대에 입학했다. 이후 그와 그의 무거운 사진기는 어느 현장에나 있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의 황상기 아버님은 그의 카메라가 있어 삼성 본관 앞에서 경찰과 삼성 경비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다 했다. 그는 소박하나마 개인전을 두 번 치른 작가도 되었다.

그런데 어제 오렌지가 죽었다. 거짓말처럼 떠났다. 함께 활동한 동료뿐 아니라 야학 교사, 방통대 동기, 동료 사진작가와 시민사회 선후배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34살,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살았기에 더 아픈, 더 살리고 싶었던 슬픔이 흐른다. 그러나 누구보다 가까운 환우회 동료들은 찾아오지 못한다. 그에게 사회적 의식을 최초로 심어준 양어머니도 오지 못한다. ‘메르스’ 때문이다. 치사율이 낮아 만성질환자가 아니라면 걱정하지 말라는 ‘메르스’는 그들에게 치명적이다. 반올림 피해자들도 올 수 없다. 정부가 통제 못한 전염병은 오렌지와 같은 이들에게 괜찮지 않다. 아플수록 보호받지 못하고 가난할수록 병들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도대체 얼마나 괜찮지 않은가.

어수선하게 장례 치르다, 정신 차려보니 노 땡큐 마감이다. 나누던 이야기 잦아들고 모두 잠든 시간 글 앞에 앉았다. 동료들의 숨죽여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엄명환. 외롭지 않게 가는구나. 가난과 병, 모두 어깨에 짊어졌으나 너는 지지 않았다. 씩씩하게 살아줘서 고맙다. 잘 가라, 오렌지!


2015. 6. 18 한겨레21 [제1066호]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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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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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5/06/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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