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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 - 단독] 유병언은 세월호 관계사들 실소유주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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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 - 단독] 유병언은 세월호 관계사들 실소유주 아니었다

익명 (미확인) | 화, 2015/06/30- 11:49

검찰은 허상을 쫓았다, 구원파 “유병언 자녀들은 차명주주”… 자금관리책이라던 이석환도 실체 불명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총 304명(사망자 295명·실종자 9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사태의 배후로 지목하며, 유 전 회장의 행적과 그의 차명재산을 추적하는데 집중했다. 언론도 검찰 발표에 따라 그가 세월호 참사의 배후인 양 유 전회장의 대소사를 보도해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1년여가 지난 현재, 유병언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 및 관계사의 실소유주라는 검찰의 전제는 대부분 무너졌다.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 및 아이원아이홀딩스, 천해진 등 수십여개 관계사들의 실소유주라는 전제를 뒷받침하는 인물은 신명희, 이석환, 김혜경 씨였다.
최근 세월호 관련 항소심들에선 검찰의 주장을 뒤집는 중대한 판결들이 잇따라 나왔는데, 미디어오늘은 관련 판결문 등을 입수, 분석했다.

 

 

▲ 2014년 7월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병언 전 회장에 대한 사인 감정결과 브리핑. ⓒ 연합뉴스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몇개월간 ‘신엄마’라는 별칭으로 검찰 문서와 언론에 오르내리며 유 전 회장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됐던 신명희씨. 검찰은 신씨가 유병언 전 회장의 비자금으로 홍익아파트 224채를 소OO씨 등의 차명으로 매입하였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4월 21일 항소심 법원(서울고법 제5형사부)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홍익아파트의 실소유자가 유병언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신씨는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유병언 전 회장이 실소유주라는 주장만 했을 뿐, 그에 대한 입증은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금수원 상무를 맡고 있던 이석환씨 역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제주와 안산을 오가며 영농조합을 관리하고 있다. 신씨와 마찬가지로 이석환 상무에 대한 판결에서도 유 전회장이 이석환씨의 명의를 빌은 실소유주라는 검찰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검찰은 이석환씨를 체포하며 그가 유 전회장의 자금관리 담당 비서이자 최측근이라고 밝혔고, 언론도 검찰의 주장만을 믿고 이석환씨를 ‘유 회장의 오른팔’이라며 곧 사태의 실마리가 풀릴 것처럼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신명희씨와 이석환씨에 대한 판결에서 홍익아파트와 영농조합 등이 기독교복음침례회의 재산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신명희, 이석환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과 아울러, 이석환 상무가 유 전회장의 자금관리인이 아니라고 볼 이유는 또 있다. 이미 오래전인 2006년 대구지법에선 유병언 전 회장으로부터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채무자로부터 압류한 금전채권을 채권자에게 강제이전시키는 결정)’을 결정한 재판 결과가 있었는데, 이 사건의 채권자가 바로 ‘이석환’이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대구지방법원 2006타채5425’ 사건의 진행내용을 보면 채권자 ‘이석환’은  2006년 4월 유병언 전 회장을 상대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했고, 같은해 5월 2일 법원은 이씨의 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본지가 입수한 유 전 회장에 대한 나라신용정보의 ‘보증채무 감면(종결) 신청에 대한 승인’ 문건에도 “타 채권자 이석환의 선순위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대구지법 2006타채5425, 청구액 10억)”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이 대구지법 판결의 이석환과 금수원 상무 이석환 씨가 동일인인지는 재판 당사자가 아닌 이상 확인할 길이 없으나, 대구지법 판결문에 나온 청구인의 주소가 금수원이 위치한 안성이라는 점에서 두 ‘이석환’이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 대구지방법원 2006타채5425. 유병언 전 회장에 대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만일 금수원 상무 이석환씨가 유병언 전 회장에게 10억원의 재산 압류를 걸어놓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석환 씨가 유 전 회장의 오른팔이자 자금관리인이라는 검찰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

검찰 주장의 신빙성을 깨뜨리는 정황은 또 있다. 이씨는 사건 초기인 5월 검찰이 금수원에 진입할 때 검찰을 금수원 내부로 안내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일부 신도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초 검찰이 유 전회장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한 세번째 인물인 김혜경씨는 한국제약 대표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송환되어 재판이 진행중이지만 앞서 두 사람과 마찬가지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검찰 주장에 따르더라도, 당초 추징 대상으로 보도됐던 김씨와 관련된 300억대 규모의 상당액은 ‘교회 자금’이다. 신명희씨 항소심에서도 이들 교회 자금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자금이 아니라 유 전 회장의 자금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해진해운 실소유주는 누구인가?

당초 자금관리책으로 지목된 이들 3인의 재판결과가 배임이든 혹은 기독교복임침례회의 재산과 관련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든 이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수십여개 관계사들의 실소유주라는 검찰의 대전제 자체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점이다. 신명희 씨나 이석환 상무, 그리고 김혜경 대표 등이 유 전 회장의 자금관리 담당이 아니라면, 유 전회장이 그들의 명의를 빌은 부동산과 기업체들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렇게 될 경우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검찰이 지목했던 유병언 관계사들은, 당초 기독교복음침례회가 주장했던 대로 교회재산이거나 유 전 회장의 자녀 및 친인척을 포함한 등기부등본 상 명의자들의 소유라는 얘기가 된다.

구원파 측은 일관되게 청해진해운의 지배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 등에 대한 유 전 회장 자녀들의 지분 역시 신도들의 재산이라고 밝혀왔다. 1997년 부도가 난 (주)세모는 2007년 인천지법이 기업회생계획 변경계획안을 인가함에 따라 ㈜새무리컨소시엄에 337억 가량에 매각되었다. 이 때 새무리컨소시엄은 (주)새무리(29.0%)와 문진미디어(20%.0), 다판다(31.0%) 그리고 세모우리사주조합(20.0%)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때 유 전 회장의 자녀들과 세모그룹의 간부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구원파 측은 교회가 소유할 수 있는 재산에 대한 법적 제한 때문에 유 전회장 자녀와 친척들의 차명을 사용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언론이 ‘오너 일가에 대한 상납’이라고 보도한 상표권 사용료 지불 등도, 실제로는 교회재산이지만 유 회장 일가의 차명으로 된 재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원리금을 갚기 위해 이뤄졌다는 것이다.(이태종 전 구원파 대변인 인터뷰) 검찰은 이른바 ‘유병언 계열사’들이 유 전 회장의 사진을 고가에 구입했다거나 회사의 ‘명의 사용료’를 ‘상납’했다는 것을 ‘유병언 전 회장이 실소유주’라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해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구원파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수백 건의 정정, 반론보도문

그동안 언론은 검찰의 공식 발표나 검찰이 흘리는 정보에 따라 제대로된 검증절차 없이 유 전회장이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소위 ‘유병언 계열사’들의 실소유주라고 보도해왔는데, 최근 잇따라 언론중재위 심판에서 정정보도 조정을 받고 있다. 다음은 한 언론사에 실린 반론보도문이다.

“그러나 유병언 전 회장 측에 확인한 결과, 유병언 전 회장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주식은 물론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천해지, 천해지의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으므로 실소유주가 아니며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운영하지 않아 청해진해운의 회장이라 할 수 없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해당 기사를 바로잡습니다.”

최종적으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다른 교회 재산들이 유병언 전 회장이 아닌 기독교복음침례회의 실소유라면, 청해진해운은 실소유주는 누구인가?

2013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청해진해운은 천해지가 39.4%, 김한식 전 대표가 11.6%, 아이원아이홀딩스가 7.1% 등을 소유하고 있고, 천해지는 아이원아이홀딩스가 42.81%로 지배하는 회사이며, 다시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유 전 회장의 자녀들인 유혁기, 유대균씨 등이 대주주인 회사다.

아이원아이홀딩스나 천해지에 대해서도 구원파 측은 그 대부분이 교회재산이라는 입장이다. 청해진해운에 대한 지배관계에 있는 아이원아이홀딩스의 법률적 소유권이 유 전회장의 자녀들에게 있는 가운데, 실제 실소유주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누구인지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항소심 법원은 검찰과 기독교복음침례회의 공방에서 기독교복음침례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종합해보면 청해진해운 및 관련사들과 유병언 전 회장의 관계는 아무런 입증도 되지 못한 것이다. 검찰이 유 전 회장의 ‘그림자만 쫓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이 만들어낸 ‘왝 더 독(wag the dog)

 

▲ 2014년 6월 22일 MBC 정오뉴스 화면 갈무리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 전 회장에 대한 그림자 쫓기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지난 4월 9일 뉴시스 보도에 의하면 청해진해운은 “알려진 것과 달리 부도나 파산 절차를 밟지 않고 법인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다만 면허 취소에 따라 소유 선박인 “데모크라시1·5호와 오가고호·오하나마호가 경매에 넘어갔”다. 또한 경기 안성시 금수원(기독교복음침례회 안성교회)은 지난해 내걸었던 “우리가 남이가! 김기춘 실장, 갈데까지 가보자!!!”와 같은 현수막을 철거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유 전 회장 부인과 자녀, 형제를 비롯해 십수명의 계열사 대표와 측근들을 수십·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지만 “지난 2월 법원에서 권윤자(부인)씨와 대균씨의 상속 포기 신청을 받아들여 이들은 정부의 구상권 청구나 재산 몰수에서 자유로워졌”고 유혁기 씨와 유섬나 씨에 대해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을 벌일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에 연합뉴스도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일가와 측근 대부분의 수사도 성적표는 초라하다”며 “부인 권윤자 씨와 송국빈 다판다 대표, 탤런트 전양자 씨 등 측근 대부분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도피를 총괄한 혐의로 기소된 오갑렬 전 체코 대사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최측근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를 어렵게 잡았지만 유병언 차명재산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를 유 전 회장이 아니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일가’라고 표시한 부분이 눈에 띤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나흘이 지난 2014년 4월 20일경부터 유병언 전 회장을 비리 주범으로 지목하며 수사의 방향을 틀었다. 이후 유 전 회장의 신상과 차명재산 문제, 그리고 유 전 회장에 대한 추적과 체포 여부가 세월호 참사 정국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유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 및 ‘유병언 계열사’들의 실소유주로 입증되지도 못했고, 결과적으로 대중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검찰 수사는 착시효과만을 불러왔을 뿐이다. 전형적인 ‘왝 더 독(wag the dog)’이다.

한편 국정원이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제기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보수단체로부터 국정원 명예훼손 및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고발당했으나, 지난 4월 30일 서울중앙지검은 무혐의 의견으로 불기소결정을 내렸다.

문형구·이재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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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메마른 땅을 단비가 적시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메마른 한국 사회에도 단비가 내려주길 기대해봅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이후 세월호 수원시민공동행동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은 시간의 흐름에 묻혀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고,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304명의 죽음,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를 기억하고, 진실을 규명하지 않고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있는 이들도 줄고, 힘이 빠져있습니다. 무얼 해야할까 고민도 많이 됩니다.
이런 고민, 함께 나눌 때에만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각 지역과 공간에서 어떠한 고민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지내시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고민에 부딪혔을 때, 함께 나누고 이야기 할 때에만, 더 나아지고 달라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의 지혜를 모으고, 고민을 모았으면 합니다.

세월호 진실규명과 이후 활동을 위하여 4.16연대와의 간담회를 준비했습니다.
세월호 진실규명과 연대, 안전을 위해 416연대가 출범했습니다. 어떠한 계획과 고민을 갖고 있는지 함께나누고, 지역에서도 어떠한 활동을 할 지에 대해서 함께 의논 해봤으면 합니다.


세월호 참사 504일, 무엇을 할 것인가?
- 진실/안전/연대를 위한 4.16연대와의 간담회

10월 7일 수요일 10시, 수원시의회 세미나실(시청 본관 4층)

* 416연대 활동가와 유가족이 함께 참여합니다.
* 416연대의 현재 상황과 이후 계획, 수원지역 단체들의 고민과 활동방향을 함께 나눕니다.

누구나 오실 수 있는 자리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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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5/10/0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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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대한민국 – 세월호 재앙 사망 학생 신체검사 통지서 받아 – 관계부처 책임 떠넘기기 바빠 304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차가운 바닷물속에서 억울하게 죽은 ‘세월호 재앙’의 희생자들 중 일부가 대한민국 병무청으로부터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통지서를 받았고, 해당 학생들의 부모들중 일부는 눈물로 밤을 지세웠다고 영국의 데일리메일이 지난 20일자로 보도했다. 기사는 신체검사 ...
일, 2016/01/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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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고양파주가 주최한 세월호 북콘서트가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160927 거짓말이다 북콘서트_한살림고양파주

슬픔은 어떻게 기억돼야 하는가

한살림고양파주생협, 27일 세월호 북콘서트 열어

[1290호] 2016년 09월 28일 (수) 15:25:01 유경종 기자 [email protected] /ⓒ고양신문

자세히 보기 한살림고양파주 바로가기

 

화, 2016/10/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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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예술 검열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대구에서다. 대구광역시는 2009년부터 청년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국내외 젊은작가를 발굴할 목적으로 청년미술프로젝트 YAP(Young Artist Project)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가 9번째 행사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미술협회가 주관한다.

그런데 올해 11월 전시 행사를 앞두고 젊은 작가의 작품 3개에 대해 수정 및 작품 교체를 권고 받았다. 모두 전시약정서까지 맺은 작품들이다. 사전 검열 논란을 빚은 작품은 박문칠 감독의 다큐멘터리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 박정희 모자이크 방식으로 형상화한 윤동희 작가의 <망령>,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을 작품의 소제목으로 한 이은영 작가의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등이다.

▲박문칠 감독의 다큐멘터리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p class=” width=”700″ height=”394″ /> ▲박문칠 감독의 다큐멘터리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

박문칠 감독의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성주군 주민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형식이 전시기획에 부합하지 않으며,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작품의 교체를 권고 받았다. 청년미술프로젝트 전시감독은 “다큐멘터리는 순수 예술의 분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박문칠 감독의 작품 영상 보기(Youtube)

▲ 윤동희 작가 작품 <망령><p class=” width=”700″ height=”600″ /> ▲ 윤동희 작가 작품 <망령>

윤동희 작가의 2012년 작품 <망령>은 박정희 독재와 억압의 시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다간 516명의 초상화를 모자이크를 방식으로 구성해 박정희의 얼굴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러나 ‘전시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작품을 제외하자는 권고를 받았다.

▲ 이은영 작가의 작품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p class=” width=”700″ height=”394″ /> ▲ 이은영 작가의 작품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이은영 작가의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는 검은 바다 물결을 표현한 세라믹 오브제 작품이다. 각각의 블록에 특정 날짜를 소제목으로 달았다. 그 소제목 중의 하나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이다. 그러나 작가노트가 길이가 너무 길다며 수정을 권고받았다. 사실상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는 대목을 수정할 것을 요구받은 것이다.

결국 조직위에 항의하는 뜻으로 작품 배제와 수정을 요구받은 작가 3명을 포함해 4명의 작가가 전시회 참여를 거부했다. 대구 청년미술프로젝트 9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직위는 작품 교체나 수정을 권고한 것일뿐, 사전 검열을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작가들은 검열로 받아들였다. 이민정 청년미술프로젝트 협력큐레이터는 이런 행위가 “검열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행사를 주관한 대구미협 측은 참여 작가들에게 공문을 보냈다. “정치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은 배제하는 원칙을 정했고, “찬반 여론이 첨예한 사드배치 논란이 들어간 작품에 대한 전시가 타당한가”의 관점에서 작품의 교체와 수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10월 28일 대구미협이 작가들에게 보낸 해명 공문

▲ 10월 28일 대구미협이 작가들에게 보낸 해명 공문

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자가 잇따라 구속됐다. 그러나 일부의 사람들에게 박정희와 세월호는 여전히 예술의 금기 대상이고, 사드 배치와 같이 찬반 여론이 팽팽한 사안은 예술의 소재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순화’, ‘유화’, ‘권고’라는 명목으로 예술계 검열은 여전하다. 검열은 예술은 물론 민주주의의 적이다.


취재작가 김지음
글 구성 김근라
취재연출 이우리

금, 2017/12/0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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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6기 목민관클럽 19차 정기포럼이 ‘시민의 기억이 지역을 만든다’는 주제로, 2017년 3월 21~22일 이틀간 경기 안산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기억문화의 중요성과 기억문화가 지역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생생한 현장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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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6기 목민관클럽 19차 정기포럼은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으로 시작했다. 공식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1시가 되기 30분 전부터 많은 참석자(지자체 단체장, 공무원 등)가 분향소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검은색 옷을 입고 가슴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있었다.

분향소 조문을 마치고 안산경기교육청에 있는 세월호 기억교실에 방문했다. 2014년 당시 단원고 2학년 교실은 총 9반까지 있었는데, 세월호 기억교실에도 이와 동일하게 1층에는 1~3반, 2층에는 4~9반 그리고 교무실이 있었다. 유가족 어머니들께서 직접 안내해주시며 설명해주시는 걸 듣던 참가자들의 눈시울이 빨개지고 여기저기서 한숨이 들렸다. 아이들이 사용하던 교실의 빈 책상 위에는, 아이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겨놓은 사진과 편지 등이 놓여 있었다. 아이들의 빈자리와 방문객들의 글을 접하니, 세월호 참사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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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안산 스퀘어호텔에서 본격적인 포럼 행사가 진행됐다. 제종길 안산시장의 기조발제와 독일 초청연사 발제, 지자체장 사례 발표로 이어졌다.

안산의 기억과 기록 : 기록을 위한 안산시의 노력

안산은 단원고가 있는 곳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시의 역할이 중요했다. 지난 3년 동안 안산시는 다양한 기록 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2017년 3월 기준으로 4·16 세월호 참사 기록물이 무려 181,354건이라고 한다. 기록물 종류는 단행자료, 연구자료, 박물자료, 멀티미디어자료 등으로 다양했다. 또한 안산시민 각계각층 39명을 대상으로, 참사 이전의 일상과 그 이후 변화된 일상 등을 주제로 한 구술기록을 담았다. ‘2014 안산의 기억 구술백서’가 그것이다. 또한 416기억저장소 시민기록단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기록물 외에도 안산시에는 다양한 행정기록(전자 약 28만 철, 비전자 약 11만 권, 행정간행물 약7천 건 등 1999년부터 DB구축)과 역사문화기록(성호기념관, 안산향토사박물관, 최용신기념관, 단원미술관 등)이 있었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큰 논란이 된 블랙리스트에 행정가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고 한다. 웃으며 이야기 했지만, 지난 3년간 중앙정부의 비협조 아래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이 참 인상 깊었다.

기억문화를 위한 독일의 노력

이번 포럼을 위해 독일에서 두 명의 연사가 안산에 방문했다. 첫 번째 발표자인 미하엘 파락(Michael Parak, 반망각·민주주의진흥재단 사무총장)은 ‘아래로부터 기억문화’라는 주제로 나치, 홀로코스트, 2차 세계대전, 레지스탕스, 공산독재, 사회주의 통일당, 동서독 분단, 평화혁명, 통일’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과거 여러 사건에서 무엇을 기억할지에 대한 논의방법과 기념관 형성, 시민사회의 역할, 보상방법 등을 설명하고, 기억문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전해 주었다. 두 번째 발표자인 팀 레너(Tim Renner, 前 베를린 시 문화부 장관)는 ‘베를린의 기억 문화-테러의 토포그래피 박물관’이라는 주제로, 지역민이 기억에 관해 직접 논의를 시작한 것과 독일 통일, 기억문화에 대한 제도적 논의 및 합의, 기념관 설립, 다양한 활용 시도 등을 거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토포그래피 박물관과 그 구성요소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기억문화가 앞선 국가다’라는 막연한 이미지만 갖고 있었는데, 두 연사의 발표로 독일의 기억문화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독일도 처음에는 지역 단위의 소소한 논의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왔다는 것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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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부터 시작하는 기억문화, 더 큰 힘으로

제종길 시장과 독일 연사의 발제에 관한 반응이 뜨거웠다. 질의응답이 계속 됐다. 때문에 이후 예정돼 있던 지자체장 사례 발표가 늦춰졌는데도 모두가 진지한 자세로 포럼에 임했다. 13명의 지자체장이 각 지역의 기억문화 사례를 소개했다. 많은 지자체가 지역이 지닌 역사문화자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대에 그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축제, 기념관, 공원 등으로 지역을 가꾸고 있었으며, 공공기록물도 충실히 관리하면서 내실화에 애쓰고 있었다. 또한 비제도권에서 쉽게 사라지는 지역의 기억과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기록·조사·정리하기 위해 구술·사진기록을 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아카이브 공간 마련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던 독일의 두 연사도 한국 지역사회에서 세밀하게 작업 중인 기억문화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아래로부터 시작하는 기억문화가 모이기 시작하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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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 새로운 모습

포럼 둘째 날에는 참석자들과 함께 안산시의 다양한 지역자산을 살펴봤다. 시화호조력발전소를 견학하고, 대부해솔1길을 걸었다. 과거 환경문제로 골칫거리였던 시화호를 조력발전소로 전환하여, 지속가능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포럼 참석자들은 이번 포럼을 통해 한국의 기억문화가 한발 나아가 성숙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하길 바랐고, 각 지역에서 그런 역할을 하기로 다짐했다.

– 글 : 박정호 | 경영지원실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목민관클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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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03/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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