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3. 제3자 명예훼손에 대한 포털의 책임 사건

지역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3. 제3자 명예훼손에 대한 포털의 책임 사건

익명 (미확인) | 화, 2015/06/30- 13:59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세 번째 판례 : 제3자 명예훼손에 대한 포털의 책임 사건1) -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원고 甲은 소외 乙의 딸인 丙과 2004. 4. 친구의 소개로 만나 1년간 교제하다가 2005. 4. 丙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하였는데, 이에 같은 달 丙은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였다. 이에 소외 乙은 피고들(Naver, Daum, Nate, Yahoo 4대 포털) 중 하나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의 미니홈피서비스 내에 있는 丙의 미니홈피에 ‘지난 1년간의 일들’이라는 게시물(이하 ‘이 사건 게시물’이라 한다)을 게시하게 된다. 乙은 위 미니홈피에 “학교와 회사를 그만둔다는 각서를 甲이 꼭 지킬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리는 한편 甲이 다니던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도 丙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줄 것과 丙의 사연을 널리 퍼뜨려 줄 것을 호소하는 글을 게재하였다. 이후 丙의 미니홈피 방문자의 수가 급증하고, 그 게시판에 丙의 명복을 빌고 甲을 비방하는 글들이 폭발적으로 게시되었는데, 그 중에는 甲의 실명과 학교와 회사이름, 전화번호 등을 적시한 글들도 있었고, 위 미니홈피를 방문한 네티즌 중 많은 수가 이 사건 게시물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복사해 게시하는 방식으로 이를 전파하였다.

2005. 5. 8부터 위와 같은 내용의 사실을 인터넷신문, 종이신문 등의 기자들이 기사화하여 이들 기사들은 소속 신문사가 운영하는 사이트 등에 정식으로 게시되고, 이들 기사 중에는 丙의 실명, 사진 및 미니홈피의 인터넷 주소가 표시된 丙의 미니홈피 초기화면 사진을 싣고 있는 것도 있었다. 한편 이 기사들은 피고들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들에게 제공되어 이들 포털사이트들의 뉴스서비스에도 게시되게 된다. 이후 피고들이 운영하는 뉴스서비스, 지식검색서비스, 검색서비스, 블로그서비스, 카페서비스 또는 토론방서비스 등을 통해서 원고를 비방하는 댓글들이 달리게 됨과 동시에 원고의 사진, 신상정보 등이 담긴 글들이 게시되거나 검색되게 되었다. 피고들은 2005. 5. 8.경부터 원고의 실명을 검색어 순위에서 제외시키거나, 카페, 블로그, 미니홈피, 지식검색 등에 게시된 원고의 실명 및 신상정보 등이 포함된 게시물들이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모니터링하여 삭제하였다.

원고는 2005. 6. 27. 대리인을 통해서 피고들에 대하여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을 우려하여, 관련 기사에 달린 원고 관련 댓글 전체 삭제, 관련 추모, 안티 까페, 미니홈피, 블로그 등 원고의 피해가 우려되는 커뮤니티의 폐쇄, 원고와 관련한 검색시 나타나는 직간접 정보 등의 차단 및 삭제를 요구하였으나, 피고들은 원고의 요구만으로는 관련 게시물을 특정할 수 없어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어려우니 문제되는 글을 특정하여 삭제를 요구하여 달라고 답변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제1심2)과 항소심3)에서는 원고가 승소하였다. 즉 포털들도 원고가 입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는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실시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인식하였다. 또한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사건에 대한 선고가 이루어지게 된다.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로 선고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건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자신이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을 적절히 관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 사업자가 위 게시공간의 위험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명예훼손 등 법익 침해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우려한 나머지 그 곳에 게재되는 표현물들에 대한 지나친 간섭에 나서게 된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으므로, 위 사업자의 관리책임은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로 인한 타인의 법익 침해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고 그의 관리가 미칠 수 있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경우, 인터넷종합정보제공사업자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된다고 판시하였다. 즉 ①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요구를 받은 경우, ②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경우, ③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난 경우이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포털 이용자가 타인을 명예훼손하는 경우 그 명예훼손에 대한 포털의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 및 기준에 관한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다. 이 사건의 배경이 된 사례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사례로 요약할 수 있다.

甲이라는 사람이 乙이라는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하였다. 이 경우 당해 게시글의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할 때, 甲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게시글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甲의 블로그를 호스팅하거나 당해 게시글을 매개하는 포털은 乙에 대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

위의 사례에서 甲이 乙에 대한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근대법의 핵심원리인 자기책임의 원리상 당연하다. 어려운 것은 위의 사례에서 문제되고 있는 게시글을 매개하는 포털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현재 위의 사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게시글을 매개하는 포털의 완전한 면책을 주장하거나 혹은 반대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쟁점은 이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어떤 요건 하에서 포털에 대해서도 책임을 부과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되게 된다. 바로 여기서 다루는 대법원 판결이 이 문제에 관하여 중요한 법리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포털의 법적 책임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털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것은 또한 포털의 법적 책임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터넷 관련 규제의 합리성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portal site)는 ‘관문’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즉 검색서비스, 메일서비스, 블로그서비스, 카페나 클럽 등의 커뮤니티서비스, 뉴스서비스, 쇼핑몰서비스, 게임서비스, UCC 서비스 등의 각종 다양한 서비스들을 이용자들이 손쉽게 접근 및 이용할 수 있도록 그것들을 매개해 주는 사이트를 말한다. 이러한 포털은 법적인 의미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나 저작권법상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Online Service Provider: OSP)에 해당하게 되는데,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정보매개자’ 혹은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 이용자들이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내지 사이트를 말한다.

그런데 인터넷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그 서비스의 유형에 따라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이러한 구분은 정보와 관련한 법적 책임의 인정 여부와도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일본, 호주 등 외국에서도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다.

첫째, 인터넷콘텐츠제공자(Internet Content Provider:CP)는 인터넷을 통해서 콘텐츠나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제작․제공하는 자라 할 수 있다. 일명 ‘정보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사례에서 甲이 바로 인터넷콘텐츠제공자 내지 정보제공자에 해당한다. 인터넷콘텐츠제공자 내지 정보제공자는 명예훼손을 포함한 불법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이므로 원칙적으로 법적 책임을 진다.

둘째, 인터넷콘텐츠호스트(Internet Content Host:ICH)는 타인의 정보(정보제공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매개하는 자를 말한다. 일명 ‘정보매개자’ 또는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과거의 PC통신이라든지 또는 현재 인터넷상의 각종 포털(예컨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나 검색서비스(예컨대 구글 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이용자로 하여금 정보를 이용 내지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 유통을 매개하는 자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인터넷서비스제공자(Internet Service Provider:ISP)는 타인의 정보(정보제공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매개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제공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즉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서비스(Internet carriage service)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한다. 일명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자’ 또는 ‘정보통신망접속서비스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SK 브로드밴드, KT 올레의 인터넷서비스 등 광대역 초고속통신망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전형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인터넷서비스제공자는 일종의 기간통신사업자(common carrier)로서 위의 사례의 경우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ISP와 OSP, 포털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나, 포털은 위와 같은 인터넷 관련 사업자의 분류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인터넷콘텐츠호스트(Internet Content Host:ICH)에 해당되고, 따라서 ‘정보매개자’ 또는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이므로, 정보유통으로 인한 법적 책임에 있어서도 인터넷콘텐츠제공자 내지 정보제공자와는 달리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 포털의 주된 서비스는 소위 ‘public forum’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특히 게시판서비스나 블로그나 카페서비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뉴스서비스도 기본적으로 여기에 해당한다. 검색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검색서비스의 경우 검색결과에 대한 인위적인 편집이나 조작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정보제공자 등 제3자가 제공하는 정보의 유통과 이용을 ‘매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포털의 본질적 성격 내지 기능이다. 따라서 포털은 기본적으로 ‘정보매개자’ 또는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에 해당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규제가 적용되거나 법적 책임을 지워야지, ‘정보제공자’를 전제로 하여 규제를 적용하거나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사물의 본성’에 분명히 반하게 된다.

한편 여기서 포털에 대해서 제3자가 유통시킨 정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정부의 강제적 규제’라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수많은 정보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포털에게 부과하게 되면, 포털은 자신의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자신을 통해서 유통되는 정보의 흐름을 ‘사적 검열’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차단하거나 막을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해지게 됨으로써, 위축효과가 분명하게 발생하고, 이러한 위축효과는 정부에 의한 ‘직접적인’ 제한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당해 서비스를 통해서 유통되는 수많은 게시물들을 일일이 포털이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잠재적인 법적 책임 발생의 위험에 직면하게 되면 결국 포털은 유통되는 정보의 수와 유형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정책을 채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리상, 이러한 위축효과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이념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결국 위와 같은 포털의 성격, 포털과 같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한 규제의 헌법적 의미, 표현의 자유와의 관련성 등을 감안하여, 포털이 매개하는 명예훼손관련 정보에 대해서 포털이 그 매개나 유통으로 인한 법적 책임을 어떠한 요건 하에서 지게 되는지를 다루어야 한다.

한편 포털과 같은 온라인서비스서비스제공자의 법적 책임 범위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으로 고려되는 요건은 ‘인지가능성’과 ‘기술적‧경제적 기대가능성’이라고 하는 두 가지이다. 이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지만 포털과 같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자 입법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명예훼손관련 정보의 유통이나 매개와 관련된 포털의 법적 책임의 요건과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명문의 법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동안 판례를 통해서 그 요건이나 범위가 제시되어 왔다. 예컨대 소위 ‘청도군청 홈페이지’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경상북도 청도군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원고의 공직생활 중 성추행, 금품수수와 관련된 글이 게시되었으나 원고의 요청에 의해 게시글은 삭제되었다. 원고는 청도군이 원고의 삭제요구 이전에도 명예훼손적인 글들이 게시판에 게시된 것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52일 가량 방치하였다는 이유로 청도군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 사안에서 명예훼손적 내용의 정보에 대한 삭제조치 등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의 ‘구체적인 작위의무’의 발생요건과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인 인터넷상의 홈페이지 운영자가 자신이 관리하는 전자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게재된 것을 방치하였을 때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하기 위하여는 그 운영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여야 하고, 그의 삭제의무가 있는지는 게시의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당해 사이트의 성격 및 규모·영리 목적의 유무, 개방정도, 운영자가 게시물의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 삭제의 기술적·경제적 난이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단지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공하는 게시판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되고 그 운영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운영자가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게시물의 삭제의무의 발생 유무를 보다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4)5) 하지만 ‘청도군청 홈페이지’ 사건은 홈페이지 내에서의 게시판에 게시된 글과 관련된 사건이었기 때문에, 비록 포털 자체의 법적 책임과는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포털의 법적 책임 그 자체에 관한 사안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4월 16일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포털의 법적 책임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

 

————————————————————————
1) 대법원 2009. 4. 16. 2008다53812, 손해배상(기)등.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5. 18. 2005가합64571, 손해배상(기)등.
3) 서울고등법원 2008. 7. 2. 2007나60990, 손해배상(기)등.
4) 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2다72194.
5) 원래 대법원은 명예훼손과 관련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과 관련한 최초의 대법원판결인 소위 ‘가수 P양 사건’에서 전자게시판을 설치, 운영하는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이용자에 의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전자게시판에 올려진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이를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공개게시판 플라자에 게재된 글들은 피고회사의 정보서비스이용약관 제21조에 정한 ‘다른 이용자 또는 제3자를 비방하거나 중상모략으로 명예를 손상시키는 내용인 경우’에 해당하고, 피고회사로서는 원고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조치 요구에 따라 그러한 글들이 플라자에 게재된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5, 6개월 동안이나 이를 삭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위와 같은 전자게시판 관리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대법원 2001. 9. 7. 선고 2001다36801). 따라서 2002다72194판결은 2001다36801판결에서 제시한 요건을 좀 더 구체화시키면서, 동시에 그 요건을 엄격하게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fb_lar

태국 군사정부가 새 개헌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시행을 앞두고 이에 관한 논의를 노골적으로 차단하려 하고 있다고 국제앰네스티가 27일 밝혔다.

4월 27일 태국에서 페이스북(Facebook)에 댓글을 남긴 이용자 중 최소 10여 명이 군부가 제정한 새 법률에 따라 구금되거나 기소됐다. 군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 개헌안이 논란의 중심이 된 가운데 이에 관해 언급하는 댓글을 남겼다가 체포된 것이다.

새로 제정된 법에 따라 기소된 이용자들은 최대 징역 10년형과 20만 바트(미화 5,715달러)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페이스북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것만으로 실형 10년과 엄청난 벌금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개헌안에 관해 개방적이고 솔직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조세프 베네딕트, 국제앰네스티 동남아시아 캠페인 국장

조세프 베네딕트(Josef Benedict) 국제앰네스티 동남아시아 캠페인 국장은 “페이스북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것만으로 실형 10년과 엄청난 벌금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개헌안에 관해 개방적이고 솔직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태국 군사정부는 댓글을 남긴 이용자들에 대해 즉시 기소를 취소하고, 이들을 조건 없이 석방해야 한다. 국민이 직접 정치적 결정권을 행사할 국민투표에 대해 어떤 정부도 무엇이 적절한 발언인지를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태국 군사정부가 발표한 새 개헌안에 관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는 8월 7일 시행될 예정이지만, 그에 앞서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권리를 더욱 강력히 탄압하고 있다. 정치적 사안에 관해 간단히 의견을 표현하기만 해도 체포되거나 처벌받는 일이 거의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솜차이 스리수티야꼰(Somchai Sriusthiyakor) 선관위원은 개헌안에 관해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한 이용자들을 “본보기로 삼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스리수티야꼰 위원은 이번에 기소된 이용자들이 “상스럽고 과격한 언어를 사용했다”며, 그러나 “논리와 근거를 갖춘 학술적인 논의”는 정부에서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베네딕트 국장은 “스리수티야꼰 선관위원은 선진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비판세력을 침묵시키기 위해 취한 조치를 보면 정부의 태도와 다른 의견은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전문 보기

Thailand: Release Facebook commenters now

Thailand’s military government is brazenly seeking to shut down debate ahead of a referendum on a draft constitution, Amnesty International said today.

At least a dozen Facebook commenters have been detained or charged on 27 April under a draconian new Order issued by the head of the military government. The arrests come after they commented on the controversial draft of a new constitution Thailand’s military government is seeking to impose.

The Facebook users who were charged under the law now face up to 10 years in prison and a fine of 200,000 baht ($5,715).

“If ordinary people cannot comment on a Facebook post without facing the threat of 10 years behind bars and a hefty fine, what hope is there for any open and honest debate on the military government’s draft constitution?” said Josef Benedict, Amnesty International’s Director of Campaigns for South East Asia.

“Thailand’s military government must immediately withdraw charges against the commenters and release them unconditionally. It is not up to any government to determine what can or cannot be said about a referendum where citizens are expected to exercise their own political judgment.”

Thailand’s military government has proposed a draft constitution which will be voted on in a referendum on 7 August. In the lead up, however, the authorities have intensified their campaign to suppress the human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On a near-daily basis, people are arrested and punished for even making basic observations about political events.

Somchai Sriusthiyakor, the Election Commissioner, has chillingly said that he wishes to “to make an example” of those who post comments on the draft constitution that the authorities disapprove of.

He accused the commenters of “using foul and strong language,” arguing that the authorities would welcome debate that assumed “an academic fashion with reason and logic”.

“The Election Commissioner claims to want an enlightened debate, but the steps the government has taken to choke dissent suggest that the authorities have no patience for opinions different from their own.”


월, 2016/05/02- 11:25
29
0

마두로 정권의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거대한 베네수엘라 국기를 함께 들고 행진하고 있다.
지난 수 년 사이 베네수엘라를 집어삼킨 인권 위기로 수백만 명의 삶이 산산조각났다. 당신이 꼭 알아두어야 할 베네수엘라 인권 위기의 실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과도한 무력 사용

현재 베네수엘라에 사회 불안정을 가져온 원인 중 대부분은 2017년 3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법원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국회를 장악한 것이다. 이에 항의하며 시위가 벌어졌지만, 마두로 정부는 과도한 무력을 불법으로 동원해 이를 진압했다. 2017년 4월부터 7월 사이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서 12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약 1,95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5,000명 이상이 구금 당했다.

2. 대규모 시위

비영리단체 베네수엘라 사회갈등관측소(Venezuelan Observatory of Social Conflict)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12,715건에 이르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후안 구아이도 국회의장이 마두로 대통령에 맞서 대규모 시위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러한 시위는 2019년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보고서 ‘공포의 밤(Nights of Terror)’은 베네수엘라 보안군과 정부의 후원을 받는 민간 무장단체가 시민들의 시위 참여 및 기타 항의 행위를 막기 위해 무단으로 주택에 들이닥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실태에 대해 폭로했다.

3. 나날이 심해지는 탄압

베네수엘라 정부는 인권 위기 발생 이후 조직적인 억압 정책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그 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보고서 ‘이렇게는 살 수 없다(This is no way to live)’를 통해, 국가의 지원을 받는 보안군이 “범죄와 싸운다”는 명목으로 가장 취약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살해 목적으로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초에는 시위대를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가 수도 없이 보고되었으며, 특히 인권 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빈곤 지역과 친 마두로 무장단체가 집중된 지역에서 주로 보고됐다. 베네수엘라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올해에만 시위 도중 41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4. 어린이 구금

정부는 의견이 다른 집단을 불법으로 괴롭히기 위해 사법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포로 페날(Foro Penal)에 따르면, 2019년 1월 21일부터 31일 사이 988명이 자의적으로 구금되었다. 이들 중 137명은 어린이 및 청소년이었으며, 그 중 10명은 지금까지도 석방되지 않고 있다. 또한 구금자를 대상으로 고문 및 부당대우가 이루어졌다는 의혹도 있다. 포로 페날(Foro Penal)은 지금까지 정치적인 이유로 구금된 사람이 942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5. 군사법원에서의 민간인 재판

체포된 시위대는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는 국제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기소된 사람들은 “반란을 선동하려는 의도로 단체 조직” 혹은 “보초병 공격”과 같이 군인을 대상으로 마련된 특수한 혐의가 적용되었다. 이 역시 반대 세력을 잠재우려는 정부의 의도를 알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다.

6. 난민 및 이주민 300만명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지금까지 300만명 이상이 베네수엘라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베네수엘라 총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들 중 대부분은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로 피신했다. 난민들은 건강권과 식량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을 주된 피난 이유로 꼽았다. 즉 이들은 살기 위해 자국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국제앰네스티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망명 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

7. 표현의 자유 탄압

지금까지 내국인과 외국인을 통틀어 언론 종사자 최소 19명을 임의 구금하거나 강제 추방하는 등,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사례 역시 다수 보고되었다. 2019년 1월에는 단 7일 사이에 기자 최소 11명이 구금되었다.

8. 경제 붕괴

베네수엘라 국회에 따르면 2018년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은 1,698,488%로 충격적인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19년에는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 상승률이 10,000,00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법정 최저임금은 월급 미화 6달러이며, 국민 대부분의 수입이 이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필연적인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식량, 약품과 같은 생필품 부족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국민 수백만 명이 나날이 악화되어만 가는 충격적인 생활 환경 속에 놓이게 됐다. 정부의 대응 조치는 노동권과 임금에 타격을 입혔다. 2013년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 정부는 경제적, 사회적 권리에서 훌륭한 진전을 이룩했으나, 최근 수 년 동안은 그와 정반대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9. 정부의 인권 위기 부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인권 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또한 식량과 약품이 부족하다는 사실조차 인정하기를 거부하며, 피해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 복지에 관한 공식 통계 중에는 독립적 기구에서 보고한 내용과 상반되는 것도 일부 존재한다.
정부가 이러한 생필품 부족 현상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차례 제안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특히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있다.

10. 미국의 제재

1월 28일,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가 판매하는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미국 공급자들 역시 중질원유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베네수엘라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원유 수출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고,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제재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더욱 어려운 처지로 내몰 가능성이 높다.

수, 2019/02/27- 13:58
27
0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다크웹 아동포르노에 대한 미국 수사에서 한국 이용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기사의 후속으로 한겨레에서 ‘한국은 아동음란물 처벌에 관대하다’면서 ‘70%가 기소유예이고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난다’는 취지의 기사가 떴는데, 맥락을 알고 읽어야 할 기사이다.

다크웹 아동포르노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기소는 실존 아동의 성행위 장면을 촬영한 것들 즉, 아동 성학대 촬영물이니 강력처벌하는 것이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4057.html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도에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성행위 묘사도 실제 아동의 성행위를 촬영한 것과 똑같이 아동성범죄로 처벌하는 식으로 법이 바뀌었다(법률에 이렇게 명시한 것은 한국 ‘아청법’이 세계유일하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에 입건되는 아동음란물 대부분의 사건들이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아동포르노죄는 실제 아동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주기 때문에 형량도 높고(제작 최저 5년, 배포 최고 7년까지) 아동성범죄자에게는 10년 채용제한, 20년 주소지보고 등등 엄벌에 처한다. 그러나 아청법 개정 후 엄밀히 말해 피해자가 없는 만화/애니메이션 같은 가상의 표현물까지 아청법 적용 대상에 집어넣으니 검경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2012년 아청법 개정 후 아동성범죄사범 입건 수는 100명에서 2,200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아동성범죄가 승진점수를 딸 수 있는 5대 범죄에 들어가니 만화/애니메이션 파일 다운로더들을 마구 잡아들였다. 이 중에는 여성도 많았고, 아청법이 보호하는 대상인 아동·청소년들도 많았다. 오죽하면 당시 토론회에서 ‘경찰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진짜 아동성범죄자들을 잡으라. 아청법 때문에 아동들이 망가진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결국 검찰은 만화/애니메이션 파일 다운로더들을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기소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한겨레 기사와 같이 “한국은 아동음란물 처벌에 관대해서 70% 기소유예, 대부분 벌금형”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 기사의 미덕은 한국에서 실존 아동촬영물에 대한 처벌을 더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데 있다.) 2013년부터 오픈넷이 가상 표현물에 대한 아청법 적용 반대 운동을 하고, 판사들이 위헌제청을 해서 만화/애니를 아동성범죄로 잡는 건수는 5분의 1로 줄어들었다. “70% 기소유예, 대부분 벌금형”에만 집중하다가 경찰이 만화/애니메니션을 다시 마구 잡아들이기 시작하거나 검찰이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기소하지 않고 더 엄벌하기 시작할까봐 겁난다.

  • 추가설명: 다크웹에 들어가보지도 않고 실존 아동촬영물인지 어떻게 아냐고? 미국도 우리나라 아청법처럼 법을 바꾼 적이 있었는데 시행되자마자 위헌판정이 났다(Ashcroft 판결). 그래서 오픈넷이 주장했던 것처럼 미국 의회는 만화, 애니메이션 같은 표현물은 별도 처벌을 하려고 조항을 따로 만들었다(18 USC §§ 1466A). 아래 기소장을 보면 조항들이 모두 2천번대인데 이것은 전부 다 실존 아동촬영물들이다.
수, 2019/10/23- 02:24
18
0

글 |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최근 ‘디지털교도소’가 논란이 되면서, 개인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폭로하는 이른바 ‘사적 제재’가 법치국가에서 용인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만의 운영방식이나 표현 수위에 따른 특수한 문제에 대해서는 별개로 논의되어야 하며, 운영자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국가 아닌 사인(私人)이 다른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며 그들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활동 자체를 비판하고 금기시하는 목소리는 위험하다.

사실 ‘사적 제재’란 없다. ‘제재’란 본래 국가가 제도로써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일정한 의무를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며, 개인이 이를 할 수는 없다. 아마도 여기서 ‘제재’란 사회적 비난을 당하게 되는 것을 상징하는 용어일 것이다. 그런데 개인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알려―물론 그것이 진실이라는 전제하에―그들이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나쁜 일인가? 언론사가 기업이나 정치인의 비리를 추적하고 보도하는 것이나 미투 운동 등의 사회 고발 활동도 모두 이러한 사적 제재에 속한다. 타인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표현 활동은 행위자가 이로 인한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자신의 행위를 시정하도록 하여 피해를 구제하거나 제3의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행위 역시 사회적 감시와 공개적인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어 사회구성원들이 공론장에서 좋은 사회적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행동을 반성하고 교정하도록 만든다. 민주주의 사회는 이렇듯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에 대한 평가를 교환하는 공론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언론사가 어느 총수 일가 등의 갑질 행태를 보도함으로써 부유층의 갑질에 고삐가 죄어질 수 있고, 미투 운동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크고 작은 성폭력, 성차별적 문화가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만 논하면 되지, 신상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상공개는 곧 행위자를 특정하기 위함인데, 행위자를 특정하지 않으면 위와 같은 효용은 달성할 수 없다. 즉,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다른 주변인들에 희석되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면하고 자신의 행동을 교정할 동기도 없어지는 반면, 유사한 직종·특징을 가진 선량한 주변인들만 억울하게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대중의 정당한 알 권리도 침해된다. 개인의 부조리는 사법 시스템을 통해서만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법적’ 처단을 받는 것과 ‘사회적’ 평가를 받는 것은 별개의 책임 영역이다. 성희롱 등 모든 부조리한 행위가 법적 처단의 대상도 아닐뿐더러, 법이 있더라도 적정한 처단이나 보호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복잡한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여력이 없는 서민 피해자들도 많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는 법망을 피해 가던 양육비 미지급 건들을 다수 해결하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크게 공론화했다. 또한 국가가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를 하는 이유와 같이, 이미 과거의 잘못에 대해 법적 제재를 받았다고 해도 재발 위험은 있고, 사회구성원들이 이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알 권리가 우선되어야 하는 영역도 있다. 임금체불을 했던 업주,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던 식당 업주, 의료사고를 냈던 의사들의 명단을 알리는 사이트가 있다면, 이같이 노동자,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공간들이 차단되어야 할까?

물론 개인이 하는 활동은 오류 가능성이 크므로 이 위험성을 지적하거나 정보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할 필요는 있으며, 행위자도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마치 국가기관만이 개인의 비위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공개해야 하고, 사인은 이를 공표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목소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시각은 미투 운동을 비롯한 사회 고발, 언론사의 보도 등 사회를 움직이는 모든 ‘사적 제재’들을 위축시킬 것이다.

나쁜 짓을 해도 개인적 망신을 당할 염려는 없는 세상, ‘사적 제재’가 없는 세상이 과연 살기 좋은 세상일까. 나쁜 사람들만 더 살기 좋아진 세상은 아닐까.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10.26.)

화, 2020/10/27- 19:17
18
0

글 |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우리는 불완전한 지식에 터잡은 어떤 예언에 우리의 구원을 의존한다.’ 홈스 판사가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을 설파한 소수의견에 나오는 문장이다.

진실은 누군가에 의해 배타적으로 점지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발언으로부터 현출된다(emergence). 명제가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사실과 다르고 불명확한 ‘공익’을 해한다는 이유로 형사 또는 민사적으로 벌하는 제도, 즉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한 국제인권과 헌법의 평가는 명백하다. 불완전한 의혹 제기들이 가능해야 진실이 현출될 수 있는데 어떤 명제가 당장 근거가 부실하다고 하여 처벌하게 되면 진실은 영원히 현출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표현에 대한 제한은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명예훼손, 사기 등을 제재하는 이유는 특정인에 대해 특정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킬 위험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허위명제들을 처벌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독재보위를 위해 이용되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긴급조치 1호와 9호의 유언비어유포죄이다. 국민들이 사람을 욕하지 않고 유신헌법을 욕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급조된 법제이다. 가깝게는 미네르바의 이명박 정부 환율정책 비판을 처벌하려는 시도에 동원되었던 전기통신기본법 47조도 있다. 또 MBC 의 광우병 보도를 관련 정책 담당자의 명예훼손으로 환원하여 기소하려고 했던 시도 역시 허위사실유포죄와 다를 것이 없다. 위 시도들 모두 우리나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결정되거나 파기되었다.

그런데 2021년 민주당이 이와 비슷한 법을 다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저지르면 그 피해에 대해 법원이 5배수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허위보도가 피해를 초래한다고 해서 모두 민사책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때문에 표현에 대한 민사적 제재도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 유형화되고 특정화된 인격권 침해나 재산상 피해가 있을 경우에만 인정되어왔다. 이번 개정안은, 형사처벌은 아니지만 5배수 손배에 의한 위축효과 역시 강력하여 민사법적으로 허위사실유포죄를 부활시킨 것과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정보를…매개하는 행위”에 대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까지 부과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들이 언론사별로 제휴·제공 여부를 결정할 뿐이지 기사별로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기사의 내용은 물론 그 불법성에 대해 알 수가 없다는 면에서 자기책임원칙에도 위반된다. 결국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 만한 기사들을 자진해서 삭제 차단할 것이며 언론의 자유는 사적검열에 처하게 된다.

더욱 가관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추정하는 조항이다. 즉 징벌적 손배가 부당함을 입증하지 못하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5배수 손배를 감당하라는 것인데,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여 보도한 경우’를 보자. 인터뷰 기회를 얻기 위해 무단횡단이나 과속을 하는 경우, 잠입취재를 위해 신분을 숨기는 경우가 모두 포함될 텐데 탐사보도가 위축될 것이다. 삼성X파일, 계룡대 내 ‘룸살롱’, 유아원 급식위생 모두 ‘위법적 취재’로 거악을 드러낸 보도인데 기사가 부정확하면 5배수 손배를 감수해야 한다. 인터넷기사에 정정보도청구 표시가 되지 않는 경우 ‘왜곡된 기사제목’, ‘왜곡된 시각자료’,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충분한 검증없이’ 인용하는 경우도 징벌적 손배의 부과를 추정하고 있는데 모두 기존의 법이나 판례로 포섭되지 않았던 새로운 위법행위를 창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입증책임까지 언론에 전가하고 있다.

인권 면에서 이번 정부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달랐던 것은 명예훼손 형사처벌이나 허위사실유포죄로 공적토론을 입막음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 영예를 걷어차버린다. 언론은 우리의 거울이다. 언론은 우리가 읽고 싶어 하는 기사를 쓰며 결국 우리 스스로의 정치적·역사적 정체성만큼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게 된다. ‘개혁’의 칼자루는 정부·여당이 쥐게 마련인데 ‘언론개혁’은 ‘국민개조’를 의미한다. 이런 식의 강압적인 ‘언론개혁’이라면 5공 때의 ‘정의사회 구현’과 무엇이 다른가.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했습니다. (2021.08.21.)

월, 2021/08/02- 20:50
1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