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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참여연대, 「19대 대선 복지‧노동 공약 평가」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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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참여연대, 「19대 대선 복지‧노동 공약 평가」발표

익명 (미확인) | 금, 2017/04/21- 14:32

참여연대, 「19대 대선 복지‧노동 공약 평가」 발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오늘(4/21) 「19대 대선 복지‧노동 공약 평가」를 발표했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면, 심상정 후보의 복지‧노동 공약 중 최근까지 대외적으로 발표된 내용에 한해 반영하였다. 기초보장, 보육‧아동, 노인, 노후소득보장, 보건의료, 고용‧노동 총 7가지 분야를 평가하였다. 

 

각 분야 공약 평가는 다음과 같다.

 

1) 기초보장 분야

부양의무자기준을 주요 후보들이 잇달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 하다. 아쉬운 것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구체적 실행계획, 필요한 재원의 규모 및 재원조달방안 등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행방안과 관련하여 문재인 후보는 인구집단별, 급여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인구집단별 우선순위를 둘 경우 자칫 생존권이 문제되는 사안임에도 ‘더 필요한 사람’과 ‘덜 필요한 사람’으로 구분하는 인식이 굳어질 우려가 있고, 급여별 단계적 시행은 임기 중 완전폐지를 전제로 한다면 예산부담 및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바람직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2) 보육·아동 분야

전체적으로 대다수의 후보가 누리과정예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임성 강화에 동의하는 점, 아동수당의 도입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점, 보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고 있는 점, 육아휴직 실질화를 위해 육아휴직 급여 수준 상향조정의 계획을 제시한 점 등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아동수당의 경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한 명의 후보만 매우 제한적인 차원에서 공약했던 데 반해, 이번 대선의 경우 심상정, 문재인, 유승민 후보가 연령대상에 차이가 있으나 보편적 아동수당의 도입을 약속했으며, 안철수 후보, 홍준표 후보도 선별적이나마 아동수당 도입을 약속하고 있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보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을 모든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였으나 그 수준에 있어서 상당한 편차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유승민 후보의 경우 공공보육시설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활용하여 보육공공성 강화와 관련하여 다른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비슷한 공약들이 제시되었으나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 규모가 여전히 제한적이었던 경험을 고려하면 이들 공약의 실현가능성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강도 높은 문제제기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3) 노인 분야

19대 대선후보들의 노인복지 공약은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를 대처하기에는 전반적으로 미흡하고 관련 분야의 제도를 혁신하거나 제도의 큰 들을 새롭게 짜기보다는 관련 공약을 단순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음이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공약화하기보다는 기존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확대하는 수준에 그치는 공약도 다수 발견됨으로써 정책개발이 ‘정체’된 인상도 주며, 예산소요계획에 대한 부분도 거의 부재한다. 문재인 후보의 치매국가책임제는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명시한 점은 긍정적이나 치매노인으로 한정함으로써 선별적 접근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국공립요양시설 확대, 사회서비스 공단 설치 등의 공공성 강화방안은 공약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구체적인 정책적 목표수치도 제시하였는데 다만 노인일자리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도 대동소이 하나 대한노인회와 주로 관련이 있는 공약을 내세움으로써 특정 집단의 이해를 반영한 정책이라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확대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나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유승민 후보는 돌봄, 건강, 주거교통 공약만 선별하여 제시하였고 홍준표 후보는 주로 독거노인에 한정하였다는 점에서 선별적 접근방식을 취했다는 특징이 있으며 공약 중 상당수가 기존 정부정책으로 실행, 추진되고 있어(특히 독거노인 관련 공약의 대부분) 공약의 새로움 측면에서 미흡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심상정 후보는 국공립시설 확대와 사회서비스공단은 공공성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공약 중 상당수는 기존 정부정책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4) 노후소득보장 분야

한국의 심각한 노인빈곤 현실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이 기초연금 인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사각지대 개선, 국민연금기금의 민주적 운영과 사회인프라 투자와 같은 노후소득보장 제도 관련 공약들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심상정 후보가 가장 구체적이고 폭넓은 노후소득보장 제도 개선안을 제시하였으며, 문재인 후보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유승민 후보는 국민연금 최저연금액 보장과 같은 참신한 공약을 제시하였으나, 구체적 실현계획이 부족하여 평가가 쉽지 않고, 안철수 후보는 기초연금 선별적 인상,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인프라 투자 유보 등 기존 입장보다 후퇴한 태도를 보여 아쉽다. 홍준표 후보는 기초연금 인상을 제외하고는 국민연금 개선방안에 대하여 아무런 공약도 내놓지 않아, 주요 정당의 후보로 아쉬운 대목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5) 보건의료 분야

보건의료 분야 공약은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기존 전략을 답습한 정도 일뿐 선제적 공약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2012년 출마했던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보건복지공약이 2012년에 비해서도 많이 후퇴하였다. 특히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공공병원에 대한 확충을 약속했지만, 반면 공공의료가 아니라 규제프리존법을 지지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목표 건강보험 보장률이나 목표 공공병상률 등의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고 있고, 보편적인 보장성 강화방식인 본인부담상한제, 입원, 외래 등의 목표 보장성설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심상정 후보만이 공약으로 제시했을 뿐이다. 치매국가책임제, 아동치료비 국가책임제, 노인외래 진료비 정액제 등 선별적인 공약들이 전면에 배치되었다. 

 

6) 고용·노동 분야

고용·노동정책에 있어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후보는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에 있어서 의견이 수렴되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내용들이 공약에 상당부분 반영 되었다. 심상정 후보가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승민 후보도 일정 부문에서는 전향적인 정책대안을 내놓다 보니 차이점 보다는 공통점이 부각되는 모양새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심상정, 유승민 후보의 공약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을 명시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나 불법파견 고용의제 등이 전향적으로 제안되었다. 근로시간 단축도 누가 대선에서 당선되든지 간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역시 모든 후보가 임기 내에 1만 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실업안전망으로서 고용보험은 현행보다 관대하게 운영한다는 공약이 모든 후보에게서 발견되나, 이것은 추가적인 재원마련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는 공약인데, 이에 대한 계획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빈곤층 구직자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실업부조 도입을 제안하는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7) 청년 분야

모든 후보들이 하나같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재원 마련의 구체성이 부족했으며 대부분의 정책이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일자리 지원금을 보조하는 정책이라는 한계를 보인다. 다만 18대 대선의 공약들과 비교하였을 때, 일자리에만 집중했던 청년정책에서 다소 벗어나 청년문제에 나름 다각도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일자리 정책 중 심상정, 문재인 후보가 공약한 청년고용할당제는 청년 취업률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정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많은 공공기관에서 기존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지키고 있지 않은 만큼 이행방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대선 주자들은 입학금 폐지를 비롯한 대학교육비를 낮춰야 한다는 데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모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심상정, 문재인 후보 외에 교육비에서 가장 비중이 큰 ‘등록금 인하’ 공약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존 주거정책이 사실상 1인가구는 배제해왔던 만큼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네 명의 대선주자들이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주거 공약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집중하고 입주조건, 임대료 완화와 같이 주거빈곤 청년층을 위한 정책이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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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개인정보 침해하는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안」폐기 요구 의견서 발표

개인정보 동의 없이 신용불량정보를 이용하겠다는 것은 인권 침해

복지사각지대 해소는 문턱 높은 제도의 개선이 선제되어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오늘(2/26)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보장급여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발표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및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사회보장급여법은 지난 2014년 송파세모녀 사건 이후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개인의 정보 동의 없이 개인신용정보를 추가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이다.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정안 제12조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고 판단한 사람의 개인신용정보를 개인의 동의 없이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협의하여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생활고로 인한 소액 연체가 신용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있겠지만 저소득층이라는 추측만으로 개인의 정보를 동의 없이 처리하는 것은 차별이며 인권침해이다.

 

둘째, 현재도 사회보장급여법에 의해 23종의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여 대상자 발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발굴대상자는 약 20만 명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원을 받은 사람은 17.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발굴대상자 중 60.9%는 과거에 공적 서비스의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 탈락 또는 지원이 중단된 사람들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정부의 복지 지원 제도가 사각지대를 발생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현재 우리나라의 절대빈곤율이 8~9%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수급자의 비율은 2~3%정도로 낮다.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취약계층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부양의무자 기준 등이 제도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의 높은 장벽으로 서비스 혜택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 없이 정부가 수집·처리하는 개인정보의 목록을 증가시키는 것이 사각지대 해소의 만능처방은 아니다. 

 

복지사각지대 발굴이라는 취지로 정보 보유주체인 개인의 동의 절차를 생략하고 신용불량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따라서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은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문턱 높은 제도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일, 2017/02/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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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위한 민주주의 강좌 <노동 있는 민주주의>가 열립니다.

이번 강좌에서는 노동이 실제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공부해봅니다.

현재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 노동 있는 민주주의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기간 : 2017년 10월25일~12월20일, 수요일 저녁 7시

(세부 일정 포스터 참조)

장소 : 정치발전소(마포구 신촌로14 황해빌딩 3층)

수강료 : 10만원(비회원 15만원)

* 우리은행 1005-203-267406 사단법인정치발전소

수강신청 : bit.ly/노동있는민주주의

문의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정치발전소

 

“노동은 모든 사회 구조물의 기반을 이루는 힘이다. 경제성장도 시장도 재벌 대기업도,

그리고 민주 정부도 모두 노동에 기반을 두고 서있다. 노동 없는 경제, 노동 없는 시장으로

달려 나가는 한국 사회의 ‘바닥으로의 질주’가 계속 된다면, 민주주의도 경제도 유지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민주주의 자체를 잘 제도화하고 실천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서있는 사회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에도 최대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그것은 사회 발전의 성과물을 좀 더 공정하게 배분하고, 공존을 위한

사회적 윤리를 창출하는 공동체 위에 시장과 경제를 올려놓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핵심에 노동이 위치해 있다.”

– 최장집,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中

 

수, 2017/10/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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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연대는 계산기로 계산되지 않는다

-노후소득보장의 세대분리 프레임을 넘어-

 

이은주 | 민주연구원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공동의 대처였다. 수고로운 노동에서 벗어나 남아 있는 짧은 노후 생활은 과거의 삶을 존중 받는 존엄한 노후보장으로 이어졌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은퇴라는 사회적 위험을 공적 연금을 통해 보완한 것이다. 노후소득보장은 당당한 권리이자 젊은 시절 소득의 일부를 유예시키면서까지 차곡차곡 쌓아놓았던 노력의 결과였다. 완전고용 하에서 다만 일이 고될 뿐 전혀 불안할 수 없는 장기간 근로와 그 이후 적정한 수준의 노후 소득보장은 은퇴 후 삶의 모습을 악화시키지 않았다. 그 누구도 명시적으로 합의하지 않았고, 계약서도 쓰지 않았지만 암묵적인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세대 간 계약은 세대 간 연대를 공고히 하면서도 불안하지 않은 미래를 꿈꾼다는 점에서 안도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이 지속될 줄,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전후 짧고 달콤했던 노동과 자본의 대타협 시기, 복지국가의 황금기는 21세기를 지나오면서 노동시장의 급격한 분화와 고용의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빠른 은퇴와 긴 노년기를 남겨놓았다. 이제 20대에 노동시장에 진입해서 40년을 보내고 은퇴 후 10~15년을 공적연금으로 남은 인생을 즐기고 떠나던 시대가 아니라 30대 초반에 노동시장에 들어간 이후에는 각종 비정규고용에 시달리다가 은퇴가 아닌 고용 중단과 재고용을 반복한 후 빠른 은퇴와 이후 40~50년(기술을 새로 배워서 살아도 될 만큼의 긴 시간)을 남겨놓은 역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짧은 황금기라도 경험한 서구유럽은 공적연금의 세대 간 계약과 합의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부모세대를 그렇게 부양했고, 후세대도 익히 봐와서 알고 있다. 세대가 지속되는 한 노후소득보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단지 그 부양의 타이밍이 좀 빨라지고 부양의 대상이 많아지고 오래되었을 뿐, 노후라는 공동의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동의 대처가 가장 확실하고 안정적인 대안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사회구성원들이 익히 봐오고 체험했던 과거의 방식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이제는 통할지 장담할 수가 없다. 자본주의도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자본주의로 전환되고 있다.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아도 자본을 쌓고 이윤을 창출할 수가 있다. 노동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아쉽거나 애쓰지 않아도 된다. 기술혁신에 따른 4차 산업혁명 등은 우리에게 빨리 선언되었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아쉬운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거시경제의 숫자들이다. 

 

이런 사회에서 모아놓았던 돈들은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바뀔 수도 있다. 사놓은 건물들은 현금화를 하려면 예상된 금액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털어야 할 수도 있다. 경제활동시기에 모아두었던 현금으로 노후 생활을 보내겠다는 초기의 약속은 은퇴 직후 10년을 전후로 다 소진 될 것이며, 그 이후는 가슴 한 켠이 찌릿한(불편한) 감정을 가지면서 누군가로부터 이전된 돈으로 소비하고 내 삶을 즐기는 날들이 계속될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한편으로는 그런 삶도 좋다고, 만족스럽다고 스스로 위안하며 지낼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혹은 우리는 그런 자격이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산업화시기 나를 돌보지 않고 대한민국을 이렇게까지 성장시켜놓은 산업역군들과 독재정부 하에서 대한민국을 잘 관리 운영해왔던 공무원들은 박봉으로 그 시절을 보내왔고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식들을 키워왔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 누려도 되고, 누릴려고 이렇게 고생해왔다고 큰 소리 친다. 그리고 그 시절의 부모세대가 가졌던 열정과 에너지를 지금의 젊은이들이 갖지 못함에 아쉬워한다. 

 

 

지금 세대는 그 이전 세대(현재의 노인)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는 단순히 노동조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풍요롭고 귀하게 자란 세대는 소위 ‘죽도록’ 일하고 싶지 않다. 더구나 민주주의가 회복된 사회에서 성장한 세대들은 인간적인 생활이 아닌 삶을 상상하기 싫다. 지금의 청년들은 부모세대의 지혜를 빌려 생계유지를 위해 많은 것들을 차곡차곡 채워왔지만, 각종 스펙으로 무장을 하고도 정작 일하지 못하는 현실에, 낮은 임금에 황망해하고 있다. 

 

세대 간 연대를 통해 이어져왔던 노후 소득보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과연 후세대에게 돌려줘야 할 것들이 통장인지, 아니면 살아갈 힘을 마련해 줘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지금 통장은 당분간 꽉 차 있고, 향후 20~30년은 거뜬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통장의 잔액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고 몇 년 전부터는 그나마 생각만큼 통장의 돈이 확 불어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현 노인 세대를 부양하는데도 버거운 통장 잔액을 어떻게 유지하고 후세대들에게 돌려줄 것인가? 지금까지는 이전의 방식이 통했다고 좀 더 모으자고만 얘기했지만 30년 후 미래에는 이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고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젊은이들의 노후 준비는 과거와는 다른 반전을 요구한다. 세대 간 형평성을 따져서 비용을 누가 더 부담하고 덜 부담할 것인가를 계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자원 배분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계산을 하고 노후를 보장받을 것인가는 사회적 자원을 사회구성원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나눌 수 있는가, 그것에 합의할 수 있는가로 초점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합의가 어색하고 어렵다. 자원의 분배에는 더욱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미래세대에게 남겨줄 유산은 아마도 당장의 통장보다는 이런 과정들을 만들어 가는 지혜로운 판단이어야 할 것이다.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이득을 보는지를 따지는 것은 끊임없는 분리와 불안을 만들어낸다. 소위 합리성이라는 전제 하에 벌어지는 무수한 불합리한 상황들을 우리는 겪고 있다. 세대 간 형평성을 논의하는 자리들이 그렇고, 세대 간 형평성을 위해 계산하는 과정들이 그랬다. 노년의 삶은 세대를 분리한 계산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솔직하게 터놓고 당사자들이 함께 공동의 위험에 공존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는 지혜들을 모아야 한다.

화, 2017/08/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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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 각 언론사 복지담당, 법조부 및 사회부 기자

발신 :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사무국장 구창우 010-8747-1275, 참여연대 김잔디 010-4917-0702)

제목 : [보도자료] 문형표 이사장,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직권남용 혐의 고발

* 관련기사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직권남용 혐의 고발 기자회견

– 11월 24일(목) 오후 1시 30분, 서울중앙지검 1층 현관 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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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지와 목적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국민연금기금의 관리책임을 진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하여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자 함.

2. 개요

◦ 제목: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직권남용 혐의 고발 기자회견

◦ 일시 및 장소 : 2016년 11월 24일(목) 오후1시30분, 서울중앙지검 1층 현관 앞

◦ 주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 참가자

– 발언1: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집행위원장

– 발언2: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 발언3: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

– 발언4: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3. 주요내용

◦ 피고발인의 지위

– 피고발인은 삼성물산-제일모직 인수합병을 전후한 2015년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의 직위에 있었고,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기금의 관리운용책임 기관이자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관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이었음. 국민연금기금은 기금운용-투자의 일환으로 국내 주식을 투자하고 있고, 그 중 삼성물산(주)의 주식 역시 11.2%로 합병 당시 2대 주주의 지위를 갖고 있었음. 피고발인은 기금관리운용의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중앙행정기관장인 고위 공무원으로, 기금의 자산이 주식의 의결권 행사 역시도 법령 및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국민의 노후책임준비금인 기금의 이익이 되도록 공정하게 운용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 자임.

◦ 피고발인의 직권 남용 혐의

– 국민연금은 불리한 합병비율(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에도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 큰 손실을 입었음. 대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 덕분에 합병 삼성물산 지분을 늘릴 수 있었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들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키울 수 있었음. 이를 가능케한 것은 국민연금기금의 막대한 손해를 감수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선 결의였음.

– 기금운용본부장의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2015. 6. 9.자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서의 의결에 따른 삼성물산 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 약속과 그 이후의 기금운용본부의 삼성물산 합병 무산을 예상한 수 천 억 원 상당의 추가적인 삼성물산 주식 매입 투자, 실무 부서가 찬반 의사가 명확하지 않으면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안건으로 부의하여 의결권행사 방침을 정한 기왕의 업무처리 프로세스를 모두 무시한 채 1) 2015. 6.9. 이후 피고발인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들에 대한 합병 찬성 결의 권유 조치, 2)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들의 다수가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확인되자 돌연 7.1. 기금운용본부 산하의 투자위원회의 위원들을 찬성 측 인사로 교체, 3) 2015. 7.7. 기금이사의 삼성 측 이재용 부회장 면담, 4) 7.10.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배제한 투자위원회 개최 및 기명 투표 강행 끝의 8명 찬성으로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관철을 통하여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임.

– 위와 같은 위법, 부당한 조치를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민연금기금에 발생하는 막대한 손해에 따르는 엄혹한 민·형사상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기 때문에 일개 자연인들이 감당할 수도 없는 수준이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는 이 나라의 최고권력자의 강력한 의사로 잘못된 방침이 관철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것임.주무부처 장관인 피고발인 역시도 대통령의 확고한 방침에 따라 직권을 남용하여 삼성물산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함.

– 박근혜 대통령과 ‘한 몸’이나 다름없다는 ‘최순실’이 사실상 설계한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에 삼성이 거액을 출연한 것에 이어 최씨 개인회사에 280만유로(약 35억 원)를 송금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삼성과 최씨 쪽의 ‘커넥션’이 분명해졌음. 합병안 가결 일주일 뒤에 이재용 부회장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독대했고, 다음 달에는 삼성전자가 최씨 회사인 독일 비덱스포츠에 송금을 시작했음. 앞서 지난해 3월에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대한승마협회장이 돼 최씨 딸 정유라씨 지원을 위한 포석이라는 점 역시도 관련 고발 사건에서 수사대상임이 분명함. 국민연금의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거나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의는 결국 최씨 쪽에 대한 삼성의 뇌물 제공과 그 대가로 이에 따른  대통령과 그 뜻을 맹종한  주무부처 장관의 피고발인의 직권남용 행위로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함.

– 위와 같은 내용들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하여 국민연금에 직접적인 손해를 발생시키는 국민연금의 찬성결의가 이루어진 경위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중요한 사항들로서 결국 위와 같은 사실관계가 분명하다면 이는 관련 사건의 피고발인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따라 피고발인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장관 역시 자신의 장관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하여 국민연금의결권 행사 전문위원들, 나아가 기금이사 및 관계자들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임이 분명함. 이 점에 대하여 엄정한 수사를 통하여 관련 책임자를 엄벌하여야 할 것임.

◦ 결론

– 피고발인은 국민연금기금의 관리 및 운용을 법률상 책임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2000만 명이 넘는 사실상 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 공적 책임준비금인 국민연금기금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알거나 적어도 그 위험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직권을 남용하였음이 일부나마 사실로 드러나고 있음. 현재 보도 상으로는 의결권행사 전문위원들에 대한 것이 확인되고 있는 단계이지만, 실제로는 기금운용본부장과 투자위원회 위원들에 이르기까지 피고발인이 청와대의 방침 및 지시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삼성물산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를 하도록 지시를 하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엄정한 수사를 통하여 밝혀야 할 것임. 이 사건은 국가권력을 사유화하여 특정 재벌의 3대 세습을 도와주는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으면서 부당한 권한을 행사하여 2000만 명 이상의 국민연금가입자들의 책임재산인 국민연금기금에 수천 억 원 상당의 손실을 끼치는 등 국민들과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피고발인 이재용 재벌가에게 부당한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는 반사회적 중대 범죄를 범한 중대한 의혹을 사는 사건임. 피고발인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엄정한 수사를 통하여 반드시 엄벌되어야 마땅함.

4. 위 자료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누리집(http://www.pensionforall.kr) 및 참여연대 누리집(http://www.peoplepower21.org/Welfare)에서 확인하실 수 있음. 끝.

첨부 : 고발장 1부.  끝. 

목, 2016/11/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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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찾아가는 대통령’의 첫 번째 행보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났다. 대통령의 일정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마련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국정의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훌륭한 선택이며, 약간은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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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청와대)
 
‘월급쟁이 변호사’를 200명 고용하는 A대형로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A로펌에 변호사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행정-보조 업무를 하는 노동자 800명이 있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변호사들 연봉은 2억 원이고, 행정-보조 노동자 연봉은 7천만 원이라고 가정한다. 
 
이 경우 A로펌 변호사에게 연봉 2억 원을 주고, 행정적-보조 업무 노동자에게 연봉 7천만 원을 준다면, 이것은 a) ‘차별’인가 아닌가? b)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위배인가 아닌가? c) A로펌 변호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급여를 동일하게’ 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 그 주장은 타당한 것인가 아닌가? 
 
이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연봉-급여의 차이는 a) ‘차별’이 아니며, b)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며, c) ‘모두에게 급여를 동일하게’ 줘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고용 불안 그 자체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정규직이 15%이고 비정규직이 85%이다.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약 9천만 원이고 비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약 3500만 원이다. 그리고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되는 ‘용역 회사에 의한 간접고용’이 많았기에 상시적인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이들은 자본의 횡포와 관리자-상급자의 횡포에 대해서 노동자의 정당한 방어권(=즉, 대항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고용불안’ 그 자체가 인격적 종속성을 강화시키고, 갑(甲)질에 대한 방어능력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①숙련이 높지 않은 + ②고용이 불안정하고 + ③노동자 평균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지만 + ④ 용역ㆍ파견업체에 의한 + ⑤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합리적 대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은 ①숙련이 높지 않기에 + ②고용을 안정화시키되 + ③급여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 ④공공부문 자회사에 의한 + ⑤정규직 노동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해법은 A로펌의 예시처럼 ‘숙련 및 직무의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다. 이는 내용적으로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 직무형 정규직’에 가깝다. 
 

‘더 무책임한’ 주장을 ‘더 진보적인 주장’으로 혼동해선 안 된다 

가령 어떤 공기업에 연봉 9000만 원 받는 노동자 2,000명이 있고, 연봉 3500만 원 받는 노동자 8,000명이 있다고 치면, 여기서 연봉 3500만 원 받는 노동자의 급여를 모두 연봉 9천만 원으로 올릴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때 추가되는 급여의 재원은 6.65배이다. 이는 한마디로 ‘불가능한’ 해법이다. 
 
► 현행, (9천만 원×2,000명)+(3천5백만 원×8,000명)=1800억 원+2800억 원=4,600억 원
► 모든 노동자 9천만 원으로, 1800억 원+2조 8800억 원=3조600억 원(6.65배 증가)
 
혹시라도 민주노총 혹은 진보정당 일부에서 ①고용 안정 + ②자회사를 통한 + ③정규직화에 대해 그것은 ‘가짜 정규직화’라고 주장하며, ①직접 고용 + ②동일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만 진짜 정규직화라고 주장한다면, 그런 주장은 ‘더 진보적인’ 주장이 아니라 ‘더 무책임한’ 주장에 해당한다.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진짜 핵심은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가 아니라, 원청/하청 격차이다.
 
원청 비정규직은 1차 협력사 정규직보다 급여가 높고, 1차 협력사 비정규직은 2차 협력사 정규직보다 급여가 높다. 즉,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의해서 ‘지위’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원청에 속하느냐, 하청에 속하느냐에 의해서 ‘지위’가 주로 결정된다.
 
정규직/비정규직의 구분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원청/하청에 의한 지위가 더욱 ‘결정적’이다. 
 

우리나라에 간접 고용이 많은 이유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용역ㆍ파견ㆍ외주(=간접고용) 비율이 많아진 데는 노동조합 운동의 책임도 적지 않다. 나는 그 핵심이 ‘기업별 노조에 연동된 노조위원장 직선제’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병원 사업장의 경우 핵심 역량은 의사와 간호사이다. 그런데 기업별 노조와 기업별 노조위원장 선출 구조로 인해, 노조위원장 선거를 거치며 병원 내 기술직 노동자의 급여가 핵심 역량인 간호사에 근접하게 된다. 조무사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이런 ‘기업 내부의 획일주의적 평등주의’는 부정적 외부효과로 작동하게 된다. 즉, ‘기업 단위 노조의 내부 정치’가 영향을 미치게 되어, 숙련과 직무의 차이가 무시된 기업 내 상향평준화가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이는 회사-사측 입장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회사-사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저숙련 직무의 외부화’를 추진하게 된다. 즉 용역 및 파견업을 확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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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모(19)씨 사건은 경영합리화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불법파견에 의해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다.
 
요컨대, 기업 단위 노조위원장 직선제는 정치로 치면 ‘소선거구제’의 폐해와 매우 유사하다. 소선거구제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은 ‘나라 전체’를 생각하기보다는 ‘(소규모) 지역구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동네에서 악수 많이 하고, 축사 많이 하는 것이 정치행위의 핵심이 된다. 그리고 쪽지 예산 등을 통해 지역구 예산 따오기가 지상과제가 된다. 
 
기업 단위로 선출되는 노조위원장 직선제 역시 마찬가지로 작동한다. ‘노동계급 전체’ 혹은 ‘전국 단위-산업 단위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소규모) 기업 내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생산성과 직무를 고려할 때 핵심 역량이 아니어도 ‘쪽수가 많은’ 기능직 조합원들의 이익이 과대 대표된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방송사 노조이다. 방송사의 본질적 미션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다. 핵심 역량은 당연히 ‘기자’이다.
 
그러나 기자 조합원의 쪽수는 방송사 기능직 조합원의 쪽수에 비해 적다. 그러다보니 기자들이 중시여기는 ‘방송독립성 이슈’보다 ‘조합원 처우 개선 이슈’가 더 중요해진다. KBS 노동조합이 둘로 갈라지게 된 것에도 이런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6년 여름에 전 국민을 가슴 아프게 했던 지하철 2호선 구의역 19세 김군의 죽음 역시 김대중 정부와 메트로 노조의 잘못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진행된 ‘저숙련 직무의 외부화’로 인한 피해자였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열린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민주노조 운동은 냉전 시대에 반공 파시즘적 국가 탄압과 구사대의 식칼 테러 위협을 당하며 노동 기본권을 피와 눈물로 쟁취한 영웅적인 투쟁을 했다. 그래서 ’노사관계의 민주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노조 운동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그것은 ‘구조적’으로 그렇게 귀결됐다. 기업 단위로 분절되어 있는 단체협상 구조 하에서 원청 노동자의 지위 상승은 원청-하청의 격차 확대로 ‘파급-이전’되었다.
 
물론, 민주정부 10년 역시 오늘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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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누구의 잘잘못을 지적하기 위함이 아니다. 민주정부 10년, 민주노조 운동, 진보정당 모두가 ‘노동시장 전체 구조’와 기업 단위의 경제적 전투주의가 미친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공동의 책임이 있다.
 
그래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결은 함께 노력하고, 함께 지혜를 모으고, 함께 양보해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경우 ▴숙련 ▴직무 ▴상시성 ▴예산제약을 고려하여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와 별도의 직무 체계 신설을 통한 직접 고용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사구시하면 된다.
 
비정규직의 발생원인과 작동 구조는 다양하다. 어느 하나만을 정답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법을 둘러싸고 ①중도 진보 ②전통 진보 ③전통 보수가 각기 다른 원인 진단과 해법을 둘러싸고 ‘정책-노선 논쟁’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한국사회 정책-담론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매우 역사적인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도 실렸습니다)
월, 2017/05/2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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