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아이디어는 세상을 흥분시키며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기본소득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왔고 왜 지금 뜨거운 이슈가 된 것일까요?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 시스템의 대안일까요? 기본소득은 무엇을 해결할 수 있나요? 기본소득은 시기상조일까요 시대정신일까요? 기본소득에 대해 드는 수많은 질문에 답해보려고 합니다.
소외문제에 관한 고민에서 움튼 맑스주의 철학자 르페브르(1901-1991)의 연구테제는 변증법적 유물론, 일상생활 비판, 도시권리, 공간의 생산과 정치, 자본주의와 국가 문제, 리듬 분석 등을 망라한다. 로브 쉴즈의 『르페브르, 사랑, 투쟁』을 텍스트로, 공간철학자로서 르페브르의 삶과 이론을 살펴본다.
스피노자가 동시대인의 단견과 비난 속에서도 ‘명랑함’(hilaritas)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서’(감정)에 대한 그의 깊은 성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의 문제의식을 토대로 그의 정서론을 지며리 톺아보고자 하는 것, 그것이 이번 학기 우리의 목표입니다.
하이데거의 『인간주의에 관한 편지』를 강독함으로써 현대유럽철학에서의 인간주의의 지형도를 살피고자 한다. 인간주의에 대한 논쟁은 현대유럽철학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이기도 하다. 하이데거의 글을 꼼꼼히 읽어봄으로써 인간주의(Humanism)에 대한 이해와 비판 그리고 하나의 대안을 살펴볼 것이다.
우리 사유 바깥으로 나가는 여정에, 지도가 있다면 들뢰즈가 아닐까요? 그를 통해 우리를 넘어서는 세미나를 시작합니다. 들뢰즈가 바라보는 철학사, 그리고 들뢰즈가 던지는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우리의 출발점입니다. 우리의 문제들로부터 그리고 물음을 던지고 그리고 해를 찾고 그리고 … 그리고 …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 지난 세기의 이성주의와 인식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과 함께 감성, 감정, 정감, 정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왔습니다. 정동과 관련된 문제의식과 개념을 공유하면서 타르드, 비르노, 들뢰즈, 시몽동 등의 핵심문헌을 살피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져 주는지 생각하면서 공부해 보고자 합니다.
다양한 또는 화제가 되고 있는 페미니즘 저서를 읽고 그동안 애매모호한 의미로 전달되었던 또는 왜곡되었던 페미니즘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미나를 통해서 우선 내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허물고 열린 생각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기르도록 해요~
시는 마음에 어떤 특별한 효과를 만들어 내고, 이 세상을 뚜렷이 비추어 내려고 단어를 사용하는 어떤 특별한 방법입니다. 시는 지금 보이는 세계가 아니라 더 먼 세계를 보는 안목을 넓혀도 줍니다. 시 읽기 모임은 시인 5천여 명이 생존하는 대한민국의 시간과 공간에 살며 1주일에 1시간 남짓 시를 향유하는 보람과 활기의 공유지입니다.
[문학예술] 소설 읽기 모임 시즌 2 : 소설-문학을 통해서 살펴보는 근대어, 근대문학, 근대 국가, 근대의 성립
평론이나 연구를 하시는 분이시든 그냥 소설이 좋아서 읽으시는 분이시든 소설을 쓰시는 분이시든 관계없이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시즌 2에서는 나쓰메 소세키와 루쉰의 소설을 가라타니 고진, 히야마 히사오, 다케우치 요시미, 쑨거 등의 도움을 받으며, 일본과 중국의 근대(문학)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재명 성남시장 “사회발전 시정 위해 청년수당 필요” – 日 아사히 신문과 인터뷰에서 청년배당 정책 설명 – 청년 실업 해법 위한 정책적 대안이라 강조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은 국내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하는 정책이다. 청년배당은 성남 지역에 거주하는 24세의 젊은이에게 연간 50만원 상당의 지역 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웃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경기가 살아나고 청년들의 취업문이 ...
2012년과 2014년 사이, 인도의 한 마을에서 ‘어떤 실험’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소득은? 당신의 직업은? 당신의 재산은? 실험 참여를 위한 자격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단, 한 가지 원칙은 꼭 지켜야 했습니다. ‘무조건적일 것’. 주민들은 노동여부와 소득수준, 자산규모에 상관없이 매월 한 사람 당 성인은 200루피씩, 아동은 100루피씩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대 총선, 나는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이때 당원들과 함께 ‘기본소득 선본’을 꾸려 기자회견, 온•오프라인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찾아가는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작은 규모의 기본소득 정책 설명회를 여러 차례 열었는데, 이때의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
녹색당은 단계별 재원마련 방안과 연동한 단계별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1단계에서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해 임금소득을 얻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청년, 청소년, 노인, 장애인, 농어민 우선 지급을 주장했다. 동시에 이들에게 기본소득 운동의 주체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던지고 싶었기에 관련한 지역조직, 공동체 모임 등을 위주로 찾아갔다. 또한 기존 복지 제도와의 교통정리를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복지 운동 당사자들을 만났다. 기본소득 자체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이들이 대다수였고, 한두 번의 만남으로 이들을 당장 ‘조직’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자신의 삶에 기본소득이라는 것을 개입시켜보는 일이 시작됐다.
또한 기본소득 전국순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부당해고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장기투쟁 중인 노동자들, 생계 때문에 부당한 노동요구나 성차별에 맞서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오랜 세월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경제적 기반이 없어 독립하지 못하는 수많은 여성들, 서울을 떠나 지역에서 소박한 삶을 꾸려가고 싶어도 당장 소득이 없어 단기적 일자리가 많은 서울에 머물 수밖에 없는 청년들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기본소득이 삶에 어떤 전망을 주고, 그 전과 어떻게 다른 생애 기획을 가능케 하는지 이야기 나눴다.
기본소득이 어째서 민주주의의 소득이자 권리인지 이해하기 시작한 사람들, 자신이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상상하고 희망을 품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부터가 손쉬운 냉소나 허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현재와 미래의 노동, 복지와 증세, 사회적 신뢰와 정치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현재 어떤 다른 주제보다 모두를 논의에 참여시키면서, 흥분시키는 주제다. 이것이 기본소득이 가진 큰 장점으로 의제의 확장 가능성, 곧 대중성이라 생각한다.
사회적 신뢰 만들기
녹색전환연구소,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와 함께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을 모니터링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본소득 제도의 관점에서 이를 평가하고 제도의 결점, 중앙정부 정책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 등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컸으나 수령자 인터뷰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예컨대 청년들의 ‘복지 인식’과 같은 측면이다. 복지 인식은 제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반대로 제도가 복지 인식을 바꾸는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청년배당은 소득보장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당사자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 역시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금액이 적기 때문에 소득에 큰 도움이 되거나 극적인 변화를 보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하지만 설문 결과, 적은 금액임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답변이 많았다. 또한 청년배당이 당사자 청년들 사이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 동 세대 및 다른 세대와의 사회적 연대가 시작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었다. 제도 도입과 시행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신뢰’ 형성의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복지 확대를 위한 정치적 의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아닌가.
또한 최근 여성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조직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오프라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실질적 제도 개선까지 이끄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 위기마다 성차별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소해왔다. 위험의 몫은 고스란히 여성에게 돌아갔다. 구조조정 시 여성을 우선 해고한다거나, 구조조정 후 늘어난 저임금 계약직 일자리에 주로 여성을 고용했다(빈곤의 여성화, 여성의 빈곤화). 사회 안전망 부재로 인한 사회적 불만을 여성과 소수자 혐오를 통해 해소하는 것을 방치했으며, 사회적 재생산에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모른 체하고 출산과 육아, 가정 내 무급 가사노동 등 거의 모든 책임을 여성 개인에게 떠맡기고 있다. 이런 현실에 나 역시 한 명의 여성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제도로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젠더 불평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 정규직 임금노동자 중심의 정상가족을 기본 단위로 구성된 복지국가 담론 역시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균열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여성과 소수자들이 공적 영역, 사적 영역 모두에서 남성 가부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립된 경제적 시민권을 가진 주체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제도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현재 이에 가장 걸맞은 제도가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복지이며, 한편으로 복지를 넘어서는 기획이다. 젠더와 생태문제 때문이다. 서구 기준이긴 하나, 지지자들이 종종 이야기하는 ‘19세기 노예해방 → 20세기 보편참정권 획득 → 21세기 기본소득 보장’으로 이어지는 세계사적 과제라는 말에 동의한다. 기본소득은 자유와 평등을 증진해온 인간해방의 일환이다. 우리 중 누구도 보편참정권을 복지제도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회권 등 복지의 의미가 확장된다고 해도 복지만으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모든 생명을 위한 기본소득
나아가 인간 해방만이 아니라 지구의 생명을 생각할 때 ‘시민배당’으로 기본소득이 절실해진다. 피터 반스는 <시민배당>에서 미국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화한 구조를 파이프라인에 비유해 설명한다. 어딘가에 한 번 꽂아둔 파이프는 빨대처럼 부의 극단적 편중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에 자원 분배를 위한 다른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민배당을 그 방법론으로 소개한다. 분배할 자원은 땅, 지하수, 맑은 공기, 광물 자원, 주파수 등 이미 충분하며, 시민배당이 공유자원의 상품화, 시장화를 막고 지속할 수 있게 보존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후변화를 막고 재생에너지로의 시스템 전환을 견인할 방안으로, 탄소세 혹은 기후부담금, 생태부담금을 시민배당으로 나눠주는 것이 감세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롬비아 주에서는 2008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탄소세를 걷어 그중 일부를 탄소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1년에 100달러 정도(저소득층의 경우에는 100달러 추가 지급)의 작은 규모이지만, 생태부담금-시민배당 지급을 현실화하고 있는 사례다. 한국은 생태 위기 논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최근 지진으로 인해 핵발전소 안전성이 논란으로 떠오르는 등 현재 상황은 결코 한가롭지 않다. 지구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 방법론으로 시민배당, 즉 기본소득이 더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기본소득은 이 시대의 여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 그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사람들의 정동(情動)을 흔들 수 있는 매력적인 의제다. 기본소득이 이론적으로 100%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다. 법안이 발의되어 실험을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긍정적인 변화, 즉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 전반이 바뀌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처럼 의제 휘발성이 큰 나라에서(선거 국면에서 이상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질 운명에 처했다는 뜻) 단기간에 기본소득이 중요 의제로 부상하는 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것을 막을 수도 없고. 대신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잘’ 해봐야지.
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서른세 번째 책 <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
기본소득으로 위기의 중산층을 구하다
전 세계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통해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삼시 세끼 따뜻한 밥 먹으며 이제 살만해지나 싶었지만, IMF로 한 방, 세계 경제 위기로 한 방 맞으며 한국은 고용 없는 성장의 길을 걷게 되었다. 경제 발전의 혜택은 부유층에게만 흘러갔고, 서민들은 갈수록 퍽퍽해지는 일상에 허덕이고 있다. 어렸을 적 즐겼던 모노폴리 게임처럼, 한 명의 승자를 제외한 모두가 파산할 때까지 우리의 일상은 차츰차츰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는 ‘승리’만을 향한 달리기를 멈추고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
피터 반스는 <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에서 승자독식 구조 자본주의에서 몰락한 중산층을 구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 방법은 우리가 온전하게 누리고 주장해야 하는 ‘권리’로서 공유재 시민 배당이다.
“시민배당은 시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노동과 관계없이 받는 비노동 소득이다. 특별한 조건 없이 받기 때문에 기본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 (11p)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권리로 국가에 배당을 요청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저자는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이면 누구나 그 사회의 공유재에 대해 일정한 지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토지, 천연자원, 태양, 바람, 물처럼 자연적으로 존재해 온 것들도 있고 인터넷이나 금융시스템, 방송 주파수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이런 공유재들은 특정한 사람들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 존재해 왔거나 공동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여기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특정한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독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12p)
헌법 제34조 1항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특정 개인이 아닌 국민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존감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급되는 임금 혹은 승자독식 구조에 의해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지금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줄 때가 아니라, 물고기를 줘야 할 때다.” – 제임스 퍼거슨 (미국 스탠퍼드대학 인류학 교수)
시민배당, 청년배당 등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의는 시장경제에 빼앗긴 인간의 주체성과 존재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승자가 되기 위해 비슷한 불안을 떠안은 채 기존 체제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는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한경쟁으로 스스로를 압박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재정비해야한다. 기본소득을 통해 사회적 관계와 신뢰를 회복하고, 주체적인 시민으로서의 나를 찾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궁극적으로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이 우리 사회 곳곳에 정립되기를 기대해본다.
◯ 기본소득(Basic Income)은 모든 사회구성원 개개인에게 조건 없이 일정 수준의 소득을 지급하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임.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시스템의 대안 및 경제적 시민권을 보장하는 배당으로 다양한 입장과 목적에 따라 상이한 프로그램으로 주장되어 옴.
◯ 기본소득은 최근 저성장 · 기술발전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로 인해 발빠르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음. 2013년 스위스 국민발의안 제출을 통해 기본소득 실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가시화된 뒤 전세계적으로 역동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임. 일례로 올해 초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을 정책화하기 위한 연구계획을 발표함.
◯ 한편, 한국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로 경제발전에 비해 복지 수준이 높다고 하기는 어려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기본소득 실행의 측면에서 유의미한 사건은 2016년 성남시의 청년배당 시행을 꼽을 수 있음.
◯ 기본소득이 지방정부의 청년 소득보장정책으로 처음 제안되었다는 점은 현재 중앙정부의 청년정책이 취약하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음. 또한 성남시 청년배당뿐 아니라 서울시 청년수당, 경기도 일하는 청년통장 등 2016년 지방정부들은 청년을 위한 현금지급정책을 시행하는 일련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음. 각 정책들은 언뜻 유사해 보이지만 그 목적과 맥락을 들여다보면 상이한 관점의 차이를 보이고 있음.
◯ 현 시점에서 기본소득은 한국사회의 시급한 빈곤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소득보장정책일 뿐 아니라 시민들의 욕구를 투사해 복지 너머의 새로운 삶의 양식을 발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정책 의제임. 기본소득의 서사적 가능성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회적 전망으로 발현될 때, 기본소득은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서 설득력을 가지고 비용의 문제를 추동하는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임.
◯ 한국에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의 도입 과정은 사회보장정책의 확장인 동시에 개인들 삶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지지하는 과정으로서 의미를 가질 것임. 전자는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사회안전망 구축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한국사회에, 후자는 2016년의 불확실한 미래를 희망이 아닌 불안으로 감당해야 하는 동시대 개인들에게 필요한 것임.
지난 7월초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제16차 대회가 전 세계인들이 모인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불과 한달 전에 실시하여 전세계 매스컴을 달구었던 스위스의 국민투표와 더불어 ‘기본소득’이라는 주제어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해 졌다.
그동안은 연구자들 간 논쟁과 이를 간간히 소개하는 신문기사라는 틀 속에 갇혀 있었던 내용들이 비로소 살아서 움직이며 우리에게 미소담은 모습으로 손을 흔들면서 다가오는 느낌이다. 가시적인 것은 곧 현실적인 것이고 현실적인 것은 실천의 과정을 준비하게 마련이다.
지난 7월, 서강대 다산관에서 제16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핀라드, 스위스, 독일, 캐나다 등의 경제학자와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일부 보수언론의 기사와 칼럼내용은 기본소득이 실시되면 세상이 무너지고 큰일이 날 것으로 우려한다. 물적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보수 세력들은 좌익불순분자들을 바라보는 듯 경계의 눈치를 거두지 못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세상사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는 듯 과다한 희망을 품는 사람들도 있어 보인다. 복지의 역사가 그러하듯이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와 내용 역시 오랫동안 축적과정을 거치면서 변해가는 현실의 환경과 조건에 맞추어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고 필요에 따라서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과정을 되풀이해 오고 있다.
이번 주제 역시 진화와 적응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의 존엄과 자유의 영역을 확대해가는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기본소득 운동의 역사
한국에서 기본소득의 운동은 서울시립대 곽노완 교수와 한신대 강남훈 교수 등이 10여전부터 학문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했고, 진보정당의 활동가들이 결합해 국제조직인 BIEN(Basic Income Europe Network)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의 역사는 중세가 무너지고 근대로 넘어오는 문턱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엔클로우저 운동으로 양들이 농민을 잡아먹고 있다고 한탄했던 ‘유토피아’의 저자이자 영국 헨리8세 시대의 대법관이였던 토마스 무어(1478-1535)와 그의 절친이였던 벨기에 루뱅대학의 비베스 교수에서 초보적인 생각들을 읽어낼 수 있다 한다. 특히 비베스 교수는 ‘국가의 역할은 모든 국민에게 공공적 부조를 제공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수백년이 흐른 후, 미국인이면서도 주로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영국의 노동자운동과 프랑스혁명에 큰 영향을 미친 토마스 페인(1737-1809)를 통해 기본소득에 대해 더욱 농(濃)해진 사상을 발견할 수 있다.
페인은 ‘토지를 중심으로 한 자연은 하늘이 부여한 모두의 공유재산이므로, 자연에게 노동을 가해서 발생한 산물 역시 일정 몫을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녔다 한다. 여기서 인민주의자 페인의 사상이 신자유주의의 태두가 된 로크와 노직의 주장과는 근본부터 다른 애민(愛民)적 품격을 발견하게 된다.
미국 독립혁명의 사상적 기초를 제공했던 토마스 페인(왼쪽)과 공상적 사회주의자 샤를 푸리에
과학적 사회주의를 지향했던 맑스주의자들에게 조롱을 받았던 프랑스의 인간적인 사회주의자 사를 푸리에가 복지의 역사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였다. 산업화과정을 지켜보면서 인류의 희망찬 미래를 꿈꾸었던 푸리에는 팔랑지테리에( Phalansterie, Phalanstery) 구상을 통해 공동체의 구성과 운영원칙을 밝히면서 근대적 개념의 사회보험제도와 ‘모두에게 기본소득‘이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제2차 대전이 지나는 시점에서 최후의 케인지안이라고 불리는 노벨경제학수상자인 제임스 미드교수와 동료 콜 박사는 모든 국민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경제운용의 성과에 대해 주권자로서 당당하게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시민배당‘ 개념을 제시하였다.
미드에게서 영향을 받아 미국 하버드 대학의 자존심이였던 존 롤스교수는 ’재산보유제적 민주주의‘를 구상하였고, 제임스 토빈, 갈브레이스, 폴 사뮤엘슨 등 우리의 경제학 교사로 통하는 쟁쟁한 저명인사를 포함하여 천여 명의 학자군이 기본소득을 청원하는 서명서를 백악관과 미의회에 제출하는 일대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안타깝게도 정식 채택에 이르지 못한 채, 이를 지지했던 맥거번이 대선에 실패하고 레이건이 등장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열기가 잦아 들었다. 레이건 이후 공급중심 경제정책과 금융우선주의가 설치게 되면서 기본소득논쟁은 맥이 끊겼고, 오늘의 미국에는 극심한 부의 편재와 양극화가 형성되었고 트럼프같은 괴물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1960년 이후에도 유럽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들이 끊이지 않았으나, 각국 나름대로 독자적 방식으로 진행되였다. 이러한 논쟁과 시민운동들은 개별적 단계에서 자연스레 국경을 넘어서서 많은 국가들이 함께하는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의 창립에 이르게 된다.
1984년 3월 수백년 전에 비베스가 활동했던 벨기에 루뱅대학교를 중심으로 연구자 그룹과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함께 힘을 합쳐 기본소득에 대한 도발적인 시나리오를 “샤를푸리에그룹”이라는 집단 필명으로 출판하였고, 여러 나라가 참여한 가운데 1986년 9월 루뱅 신시가지에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BIEN)’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이후 네트워크는 정기적인 뉴스레터를 발간했고 2년마다 지구네트워크회의를 개최하면서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시키면서 오늘에 이른다.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위의 간략한 역사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기본소득에 대한 구상과 제안 및 진행과정은 국내 수구적인 인사들이 생각하듯이 과격한 좌익 혁명세력에 의해 주도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학창시절 역사수업을 통해서 위인과 지성으로 칭송받던 훌륭한 인물들이 주도하여 전개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사회주의진영에서는 기본소득이 자본제적 시장경제를 유지시켜 주는 받침목으로 판단하여 수용을 부정했을 법하다.
기본소득의 정의는 매우 단순하다. “국가 또는 정치공동체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라고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좀 더 부연하면 기본소득운동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해 오는 벨기에 루뱅대학의 필립 판 파레이스(Van Parijs) 교수의 주장대로 1) 모두에게 2) 무조건 3) 현금으로 4) 개별적이며 5)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복지정책이다.
1)’모두에게’는 무상급식과 같이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억만장자라도 포함하여 예외없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2) ‘무조건’이라는 개념은 자산과 노동참여 여부 등 조건을 앞세워 지급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3) ‘현금으로’는 서비스와 재화 기타 다른 형태가 아닌 반드시 현금방식으로 지급함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4) ‘개별적’이라는 것은 가족과 단체 또는 선정된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이루어 져야 함을 의미한다.
5) ‘정기적’이라고 함은 일시적 또는 한번에 이루어지는 배당 방식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매주, 한달 또는 일년 단위로 지급이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판 파레이스 교수의 규범적인 정의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갖는 고도의 추상적 성격으로 인하여 현실적 적용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성숙기 이전의 이행과정에 있어서는 현실적 절충과 변형적 유연성이 매우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들
개념의 정의가 매우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을 바라보는 시각과 내용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우선 신자유주의와 금융중심주의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기본 소득을 주장하는 제안을 살펴보면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재미있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만이 ‘음의 소득세 (우리에겐 근로저소득보충세- earning income tax compensation로 알려져 있음)을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기초생계보장과 함께 빈곤 속에 갇혀있는 가난한 시민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 이하 소득을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이다. 자유시장중심의 경제정책에서 발생하는 폐해를 부분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궁여지책으로 시혜적 정책의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다. 또한 가난이라는 조건을 단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이 가지는 보편적 취지에는 맞지 않지만, 국가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한 소득을 보장한다는 큰 취지에서 기본소득 논쟁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다.
시카고학파의 태두인 밀턴 프리드만이 내놓은 ‘음의 소득세’ 아이디어도 기본적으로는 기본소득 아이디어와 맥을 같이 한다.
다른 주장의 하나는 ‘사회출발지원금’이라는 제안으로 청소년기를 지나 18-20세 정도의 성년 나이에 이르면 국가나 지자체에서 상당한 고액(영국기준으로 일억원 정도)의 금액을 일시에 지급하여 이를 본인의 책임 하에 일생동안 투자하고 운영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참여자본주의를 주장하는 학자군의 일부에서 제안하는 것으로 그 배경에는 국가경제운영의 성과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곳이 자본시장이므로 성인이 된 시민으로서 자기책임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윤을 확대할 수 있도록 투자를 유도하여 자본시장의 혜택을 공유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선 주기성이라는 기본소득의 원리와 상충되고 있으며, 투자가 실패한 경우에 대한 대안이 전혀 없고 오히려 수탈적인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맹신이 엿보이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생각에는 성인이 되어 시장에 참여한 이후 어떤 이유로 시장에서 실패한 경우에 이를 구제하는 방식으로 평생토록 (전매가 불가한) 공공주택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 차라리 현실적이다.
기본소득 제도의 장, 단점
기존의 복지체계는 선별적 안전망 구성이든, 기여중심의 사회보험방식이든, 집중적 효과를 위한 사회수당정책이든, 모두 제각기 조건과 상황을 검토해야하며 시행과 집행에 복잡한 지침과 절차를 필요로 하여 적지 않은 관리비용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더구나 사회적 인프라와 신뢰자본이 부족한 국가의 경우 시행 과정에서 비리와 부조리가 발생하기 쉽다. 이에 따라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조세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기본소득은 무조건 일반적으로 집행되므로 자격조건과 자산조사를 실시해야하는 추가적인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고, 비리와 부조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여 사회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의 경우 사람마다 처해있는 상황과 위상이 다른데 이를 단순하게 현금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금보다는 서비스와 교육 그리고 돌봄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으며, 때에 따라서는 전문적인 정책판단이 개입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정책적인 선택과 필요성이 개입하기 어려운 점이 기본소득제도가 가지는 가장 큰 약점이다.
보편적 복지가 발달된 노르딕 국가 중에서 핀란드의 경우 세계화와 노키아의 파산 등으로 국가경제가 몇 년째 뒷걸음치면서 중장기적인 복지재정전망이 매우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복지의 관리비용축소와 도덕적 누수를 줄이기 위해 사민당과 노조가 반대하는 가운데 집권세력인 중도우파가 중심이 되여 기존의 복지체계를 보완 또는 대체하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는 계획이 진행 중이며, 내년에 기초적인 시행안이 제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핀란드의 우파정부가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기존의 복잡한 복지제도를 기본소득 하나로 통합해 결과적으로 기존의 복지제도를 축소하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을 지원해왔던 기존의 복지제도가 일부 축소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많은 논쟁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복지체계와의 절충과 이행과정에 매우 큰 어려움이 있으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한 것이다.
최근 BIEN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식으로는 실험적으로 수천 명의 실업자들을 임의 선정하여 한화로 매달 70만원 수준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획안이 결정되었다 한다. 일단 실험의 단계를 거쳐 성과에 대한 분석과 보완의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도입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이웃한 나라인 네덜란드 역시 정치권중심으로 기본소득제 도입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어서 이들 나라들의 시행여부와 경험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기본소득
토마스 페인의 ‘부분적 공유’ 개념과 제임스 미드 교수의 ‘시민배당’이라는 새로운 케인즈적 접근은 제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면서 현실적인 중요성이 매우 커지게 되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지난 시기의 산업혁명과 다른 주요 차이점은 과거에는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종래보다 더 많은 일자리와 직업이 창출된 반면, 제4차 산업혁명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역할로 생산현장의 육체노동자뿐만 아니라 일반관리자, 전문업 종사자 그리고 서비스영역에 걸쳐 광범하게 일자리를 축소시킨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이다.
케인즈가 예언하였듯이, 고도 산업기술시대로 진입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평균 주당 15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여가와 휴식 등으로 충만한 생활을 즐긴다면 일자리문제가 쉽게 해결될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근무형태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단기간에는 10%, 장기적으로는 태반의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 실제로 매우 불안정한 직업형태인 프레카리아트(precariat)가 급증하는 현실은 다가올 음울한 미래에 대한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일자리의 형태, 근무시간과 여가, 조세와 배분의 조건, 시장수요로서 순환문제 등 많은 분야에서 기존의 방식을 벗어난 사회혁명적 수준의 새로운 변화가 요구된다.
복지체계로 국한하여 본다면 제2차 산업기에는 사회보험적 방식이 유효했고, 제3차 산업시기에는 생애주기적 사회수당이 적합했다.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기에는 공유개념과 함께 기본소득의 도입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이다.
존엄한 인간의 조건으로서 기본소득
기본소득이 미치는 가장 중요하며 근본적인 변화는 인간의 존엄과 해방(emancipation)에 대한 시각이다. 인권, 자존, 자유, 참여, 민주주의, 자아실현, 관계 등의 방대한 개념을 짧은 지면에 함부로 다룰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현실적인 주제로 한정해 몇가지 측면만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기본소득이 사람에게 게으름을 조장하여 경제전반에 부정적인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역사에서 나타난 스핀햄랜드법(The speenhamland Act 1795,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을 가족 수에 따라 연동적 비율로 보충해 주는 제도)의 실패사례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핀햄랜드법의 문제점은 산업화라는 역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저항과 산업자본가와 향토 지주간의 갈등 그리고 시혜적 자선과 미숙한 정책적 실수들이 잘못 결합돼 발생했다.
오히려 기본소득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제4차 산업혁명의 활달한 전개를 위한 환경과 여건과 전제로서 매우 중요한 순기능적 역할을 할 것이 확실하다.
또한 인간은 항상 양면적 존재이여서 한편에서는 매우 탐욕적이고 이기적일 수 있다. 예컨대 기본소득의 수입이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줄만한 수준이 된다면 분명 경제활동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기본소득은 인간적 존엄에 대한 최소 수준에 머물 것이 확실하다.
기본소득에 대한 가장 상투적인 비판은 공짜 돈을 주면 사람들은 노동하지 않고 게을러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그럴지, 아니면 재밌고 의미있는 일에 더 열정적으로 몰두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와 함께 지금의 노동이 과연 원해서 하는 것인지, 생계를 위한 강요된 노동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이미지 출처: https://brunch.co.kr/@wineflora/67)
따라서 게으름을 방지하기 위해서 기본소득도입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동자의 최저임금 수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여 참여적 동기를 강화함으로써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측면을 넘어서서 기본소득이 미칠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분야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혁명적 수준이다.
제16차 서울대회에 참여했던 독일연방의원 카티아 키핑은 기본소득은 개개인에게 사회적 평등과 정치적 참여의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기득권적 소수에 대한 일반적 다수의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한마디로 ‘기본소득, 그것은 민주주의 일반이다’라고 정리했다.
한국측 발제자로 참석했던 정남영은 기본소득의 핵심은 단지 임금을 더 받는 문제가 아니라, 삶의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주장한다.
경제적 구속, 다른 말로 생활수단의 획득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의 발견과 존재의 충만함으로 나가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진보정당 관련 여러 발제자들은 해방 이후 수구적 족쇄에 갇혀있는 한국정치를 진보적으로 방향을 전환시키는 계기로서 기본소득운동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기존 복지제도와의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기본소득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는 몇가지 주요한 과제를 극복해야한다. 첫째는 기존에 실시되고 있는 복지정책과의 관계설정과 이행경로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재정수요에 관한 것이다.
위에서 핀란드의 예를 들었지만, 기존에 복지정책이 실시되고 있는데 이에 덧붙여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되면, 이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복잡함과 혼선이 예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정책의 ‘계속진행’ 여부, ‘병렬적 시행’, ‘대체적 소멸’, ‘신규 도입’ 등 여러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주제와 사안별로 명확한 분석과 판별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우선 기존에 집행되고 있는 출산 및 장애지원 수당, 의료, 교육 및 주거 정책은 기본소득과 상관없이 지속되고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기초생계보장과 국민연금 등은 이미 국민들과의 약속으로 시행하고 있는 만큼 약속시한이 소멸되는 기간 동안 세대를 걸쳐 사선적(downward slide)으로 기본소득과 대체해가야 할 주제이다.
실업 등 기존에 시행되었던 각종 수당 중 일부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기본소득으로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기본소득의 도입의 범위와 수준에 따라 새로운 내용이 추가 도입될 것이다.
필자의 관점에서는 노르딕 모델에서 시행하는 정책적 사회수당과 기본소득에서 제안하는 보편적 현금지급방식 간에는 서로 보완해야하는 장,단점이 각각 존재한다. 이런 장, 단점을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향후 복지체계 혁신과정에서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핵심 사안이라고 믿는다.
기본소득이 아주 꿈만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등에서는 정책실험의 관점에서 기본소득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매경)
기본소득의 적용과정 역시 1) 실험적 2) 제한적 3) 부분 또는 병행적 4) 전면적 단계로 나누어 검토해야 할 것이다.
1)실험적인 단계에서는 선정된 몇 개의 기초 지자체수준에서 시행해봄 직하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경험했던 경제특구방식에 준하는 실험단계의 과정이나, 조만간 시행할 유럽국가들의 사례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제한적 단계에서는 광역 지자체단위로 확장하거나 농어민과 예술인 등 특수한 계층으로 확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부분 또는 병행적 단계에서는 경제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참여소득과 기본소득의 관계를 검토하여 혼합형인 하이브리드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4)본격적인 전면적 도입단계에서도 생애주기적 조건을 따져 연령 단계별로 지급액를 달리하여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재정수요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마지막 주제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면서 발생하는 재정 수요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한국의 복지체계를 오로지 기본소득체제로 편성하는 것에 반대하며, 노르딕 복지체계와 혼합하여 재구성해야한다고 본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초고도 과학기술시대의 핵심 과제는 생산과 공급 측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와 순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모범적으로 평가되는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참조해 보면, 국민경제가 만들어 내는 총부가가치의 80%이상이 시민사회 내의 공정한 배분과정을 통하여 시장의 수요로 소비되어야 비로소 경제의 적정한 선순환적 고리가 형성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복지체계에서 편입되어 완전히 정착되는 성숙기를 기준으로 국민경제 부가가치총액의 30% 이상이 복지성 지출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행히 한국이 현재 복지영역에 지출하는 국민경제비중이 10%선 미만이므로, 향후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복지체계를 설계할 경우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 중첩되는 분야를 감안하면 20% 이상의 재정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한국은 복지체계가 빈약하여 기본소득을 도입하는데 큰 장애물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시작단계에서는 부가가치총액의 15-20%에서 출발하여 편성하고, 한 세대라는 기간을 두고 30%선으로 상향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무리가 없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본다.
재원을 마련하는 근거로서 1)공유재 활용 2)일년단위 국민경제운영성과의 적정한 배분 3)상속 및 증여에 대한 세율조정 4)단기적 균형수단으로 국가화폐발행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1)공유재 수입 중 가장 큰 영역은 공공소유의 부동산을 활용하는 것이다.
공공소유의 토지사용에 대한 지대와 건물과 기타 시설재 사용에 대한 임대료, 공공 주파수 사용료, 환경개선을 위한 벌금 등 다양한 공공재의 활용형태로 수입과 과세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2)일년 단위 국민경제의 운용성과, 즉 총부가가치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현재의 10% 수준의 복지지출을 지금이라도 15%이상으로 증액하고 장기적으로는 30% 수준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조세와 세정에 큰 폭의 개혁작업이 요구될 것이다.
3)상속과 증여에 대해서는 현행 소득세수준의 세율을 누진적으로 최고 80% 수준까지 대폭 상향조정하고, 여기서 발생한 재원을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한 복지재정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혁신활동에 투입해야한다. 미국의 황금기인 프랭클린 루즈벨트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까지 최고 상속세율이 90% 이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4)재원 마련방안으로 국채발행을 통한 한국은행 차입방식이 아니라 국가신용을 바탕으로 무이자 방식의 국가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국가화폐의 용처를 철저하게 복지영역으로만 제한하여야 할 것이다. 적정한 수준의 국가화폐발행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수입의 재분배효과를 동반할 수 있다.
기본소득, 해볼 만한 실험이다!!
결론적으로 실험적, 제한적, 부분적 과정을 겪으며 때로는 기존의 정책적 복지정책을 재조정하면서 기본소득 지급액 수준을 2016년 기준 불변가격으로 매월 40만원을 목표수준에서 시작한 뒤 한 세대 이내에 매월 80만원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시대적 흐름과 현실적 요구를 정치적 영역에서 결의해낸다면 한국경제의 규모와 실력으로 충분히 실천가능한 수준이다.
한국의 녹색당은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위한 재정충당계획과 목표를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올봄 스위스에서 실시된 기본소득 실시 국민투표에 대해 대다수 보수 언론들이 왜곡 보도를 했다.
우선 스위스는 기본소득 때문에 특별히 국민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 일 년에도 몇 번씩 일상적으로 국민투표가 이루어진다.
둘째, 스위스는 유럽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국가여서 급격한 사회변화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를 국민투표로 청원한 진보적 시민활동가 그룹은 처음부터 통과를 기대한 것이 아니라 기본소득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을 목표를 삼았다.
또 기왕 소개하면서 정치적 임팩트를 주기 위해 GDP의 30%가 넘는 수준인 1인당 매월 한화기준 300백만원을 지급액으로 설정해 극적인 효과를 노렸다. 준비과정에서 이들은 약 5% 수준의 지지를 얻어도 성공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선거 캠페인을 통하여 기대 이상으로 스위스 국민들 속에 관심과 열기가 형성됐고, 결과적으로 23%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다. 더구나 젊은층의 지지율은 40%선이였고, 산업화된 일부 도시에서는 50%를 상회했다. 일부에서는 지급액을 현실적 수준인 절반으로 낮추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가정하기도 한다.
스위스의 기본소득 국민투표 결과는 ‘실패’가 아니라 대단한 가능성을 열어준 ‘예비된 성공’이었다.
(사족: 제16차 지구네트워크대회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안효상 공동대표는 “기본소득의 채택 여부가 아니라 어떤 기본소득을 도입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필자의 글이 기본소득과 관련된 논의와 내용을 제대로 소개하는데 조그만 역할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글은 필자의 절친이며, BIKN 공동대표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와의 대화에서 얻은 아이디어에 기초해 쓰여졌다)
아직은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촛불 시민들의 열망을 담은 조기 대선은 기정사실화 됐다. 각 정당의 후보들도 윤곽을 드러내고 공약을 발표한다.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활동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하기에 장기적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 모두에 대한 검증이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
이 판국에 기본소득 역시 주요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촛불 광장 초기에 급상승하는 지지율을 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배당에서부터 이어진 기본소득 논의에 일찍이 불을 지핀 덕이기도 하다. 대선 출마 선언과 거의 동시에 발표된 그의 단호한 주장에 다른 후보들도 차례로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후보들이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녹색당과 노동당의 기본소득 정책이 시기상조라 불렸던 지난 총선이 불과 1년 전임을 상기해보자. 심지어 기본소득을 진보정당의 "황당 공약"이라고 평했던 신문은 기본소득은 원래 우파적 정책이라며 스리슬쩍 말을 바꾸기도 했다.
실현 가능성 논의를 넘어
지난 1년간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기본소득 논의는 실현 가능 여부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지금 한국에서 가능한가?"로 요약되는 질문은 공약의 현실성을 따지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물음만을 유일하고도 궁극적인 질문으로 삼는 상황이 아쉽다.
현실을 고정한 채 실현 가능성만을 공학적으로 따지는 걸 넘어,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선택의 기준 자체를 심판대에 세워보자. 지금은 소수 정치인이나 엘리트만이 아닌 다양한 시민들의 주도로 우리가 꿈꾸는 나라의 틀을 새로 짜야 할 때다. 가난한 이도, 장애인도, 여성도, 소수자도, 어린이도, 동물도 안전하고 자유롭게 함께 사는 세상의 밑그림을 그려볼 기회의 시간이다.
뜨거운 토론을 전개할 사회적 시공간이 절실하다. 나는 기본소득이 그 물꼬를 터줄 잠재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여러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자, 혹은 최소한 그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모두의 정동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매력적인 의제다.
기본소득을 말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일은 당장 법안을 발의하고 실험을 확대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언제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 허락된 적이 있었나? 한국처럼 의제 휘발성이 큰 나라에서 단기간에 기본소득이 주요 의제로 부상하는 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특히 기득 정치세력과 기업들이 기본소득을 외치는 맥락은 자유와 평등의 철학적 기반 위에 세워지는 분배 정치의 관점과 거리가 멀다.
정부는 기계화, 정보화로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미래에 초래될 사회적 혼란을 관리하기 위해서, 기업은 "해고는 살인이다"와 "비정규직 철폐"의 구호가 여전히 유효한 끔찍한 한국 사회에 더 많은 '유연성'을 도입하기 위해서 기본소득을 부르짖고 있다. 이들은 자원과 권력을 가지고 담론의 향방을 결정하려 한다. 그렇지만 이들의 의도와는 다른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대로 기본소득 이후 이러저러한 긍정적 효과가 생길 거라는 예측도 마찬가지의 한계를 지닌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는 어떨까? 우리 사회의 기본소득 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본소득'에 대해' 말하는 것을 넘어서, 기본소득'으로' 말하기
나름 꽤 다양한 사람들과 기본소득 얘기를 나눠오며 느낀 바가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듣고 어떤 질문을 하는가는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한다. 즉, 평소 자신의 관심사나 신념, 편견 등이 드러난다. 재밌는 것은 몇 가지 빈번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구분하는 게 여타의 정치적 아젠다들을 좌우파로 나누듯 쉬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의 경계를 흔들어 그 안에서도 균열을 야기한다. 노동이나 생태와 같은 주제가 그렇다. 여성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 권한 부여), 시민권 강화와 관련해 기존 성 역할의 고착화가 심해지리란 의견과 아닌 의견으로 나뉜다. 재원 조달 및 제도화 과정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국가와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 또한 동료시민인 타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시장과 화폐라는 역사적 산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알 수 있다. 예술 혹은 예술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그렇다. 의문이 제기되는 순서는 다르지만 조금 오래 이야기하다 보면 방금 얘기한 주제들은 거의 빼놓지 않고 한 번쯤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실현 가능성만을 중심으로 하는 논의를 넘어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기본소득을 제안한다. 기본소득을 렌즈 삼아 경제 성장 패러다임과 미래의 일과 노동, 젠더 문제나 복지국가론을 투과시켜볼 수 있다. 사람들도 이를 매개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미래, 사회의 미래에 대해 더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 완성의 종착점으로서보다 새로운 상상, 편견에 열린 자세를 마주하는 시작점으로서 말이다.
국가의 부를 공유하라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기본소득에 찬성하지만…"으로 운을 떼는 사람이 최근 확연히 늘어난 것을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이제 기본소득의 무엇에 대해 얘기할 것인지, 어떤 입장으로 얘기하는지 명확히 해보자. 막연한 찬성 혹은 반대보다는 기본소득의 무엇을 어떤 관점에서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는지를 밝히는 것이 구체적인 논의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면, 그건 기본소득 개념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정책적 분화에 대한 토론이 된다. 또 한편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괜한 거부감'을 곰곰이 뜯어볼 때, 기저에 자리한 여성혐오적인 편견이나 노동에 대한 편견 혹은 스스로에 대한 혐오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들을 좀 더 드러내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부터 솔직하게 말해본다. 2017년의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얘기할 때, 무엇을 얘기하는지를 넘어서 어떤 태도로 얘기하는지 역시 중요하다. '욕망'이나 '자유'와 같은 단어는 이제껏 한국 사회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웠다. 하지만 이 단어들 역시 무엇을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다음을 꿈꾸기 위해 필요한 말이 아닐까. '성실한 빈민'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간 극장'식의 재현 말고, '한국형 생애주기'에 의해 박제되지 않고 특수성을 재단당하지 않는 단독자로서의 삶을 존중하자. 그래서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의 기본소득이 특히 중요하다. 각자가 충분한 시간을 버는 일이고 곧 사회적 논의의 시간을 모으는 일이다. 소진시키는 시간이 아니라, 소생시키는 시간을 바란다.
지난해 우리는 국가 최정점의 권력을 가진 이가 참으로 성실하고도 뻔뻔하게 사익을 추구해온 행태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우리야말로 당당해지자. 말로만 갖게 되는 권리가 무용하다면, 손에 쥔 구체적인 '몫'으로 들어올 원래 우리의 것을 요구하자. 국가의 부를 공유하라 외치자.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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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은 기본소득 공약이다. 조세감면 제도 개선, 국토보유세 신설 등으로 세수 43조 원을 더 걷어 전 국민들에게 연간 30만원의 토지배당과, 생애주기별(아동·청소년·청년·노인)로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된다.
이 시장은 지난 12일 인터넷방송 <아프리카 TV>에 출연해 ‘공부의신’으로 유명한 강성태씨와 ‘청년의 내일과 일자리’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기본소득은 세금을 낸 사람의 권리’라는 취지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시장은 호주의 경우 세금이 남으면 국민들에게 돌려준다고 말했다. 세금이 국민에게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예로 든 것이다.
그러나 호주에는 정부가 쓰고 남은 세금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조세 정책이 없다. 다만 호주는 한국의 연말정산 제도와 비슷하게, 원천 징수된 금액을 기준으로 소득세, 지방세 등을 환급하거나 추가 세금을 납부하는 제도가 있을 뿐이다. 매해 상반기에 이뤄지는 한국과는 다르게, 호주는 매해 7월과 10월 사이에 환급이 이뤄진다.
호주 정부가 국민들에게 일괄적으로 현금을 나눠준 사례는 있다.
지난 2008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호주 정부는 약 790만 명에게 1인당 1천400호주달러(한화 약 130만 원)의 현금을 나눠줬다(관련 기사). 그 다음해 3월에는 ‘택스 보너스’라는 이름으로 약 870만 명에게 1인당 최대 900만 호주달러(약 90만 원)의 현금을 지급했다. 이는 세금이 남아서 준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부양 및 소비진작 목적이었다. 당시 호주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에서도 같은 이유로 현금을 국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호주에서 세무·회계사로 활동하고 있는 허동녕 회계사는 “호주 정부가 최근 10년간 남은 세금을 국민에게 돌려준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호주 정부는 매년 예산이 부족해서 여야가 치고 받고 싸우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1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최윤영씨도 “미혼모, 전업주부 등에게 양육비가 지급되는가 하면 자녀 중에 학생이 있으면 1년에 2번씩 2백불씩 준 적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 비해 혜택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세금이 남았다고 돌려준 적은 없다”면서 “최근엔 없던 세금도 계속 만들어서 세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시장측 김남준 대변인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이 시장의 발언은 호주에서 연말정산 후 세금 환급을 수표로 받는 것처럼 기본소득 정책도 세금을 낸 시민이 지역 화폐로 돌려받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남는 게 없지요. 남는 게 있으면 내년에 넘겨쓰고 하는데.”라고 한 이 시장의 뒤이은 발언을 볼 때 이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토론회에서 복지논쟁이 벌어졌다. 전 노인에게 기본소득 연간 100만 원을 공약한 이재명 후보와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월 30만 원 지급을 공약한 문재인 후보의 논쟁이다. 지난 22일에 열린 민주당 경선 토론회의 한 부분이다.
이재명: 민주당의 복지에 대한 방침이 선별복지에서 보편복지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것처럼, 100만 원씩을 노인들에게 지급하나, 대상자중에서 10만 원 더 하나 큰 차이 없습니다. 굳이 한다면 당의 정체성 맞는대로 보편복지 방향으로 가시지, 선별복지로 가시는지 설명듣고 싶습니다.
문재인 : 우리 당이 보편복지를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보편복지, 선별복지는 이제 별 의미 없는 논쟁이라고 생각해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죠. 때로는 선별복지, 어떤 부분은 보편복지 아니겠습니까.
이재명 : 무상급식 때도 이런 논쟁이 있었죠. 가난한 애들 주고 부자는 빼지. 왜 부자까지 넣느냐.
이재명 성남시장은 “민주당의 복지방침이 보편복지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문재인 전 대표는 “우리당이 보편복지를 주장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서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보편복지”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이재명 후보는 토론회가 끝난 뒤 문 후보측에 ‘팩트 체크’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복지정책은 어떤 것일까?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강령·정강정책 중 복지 분야에는 “우리는 보편적 복지를 근간으로 하는 복지국가의 완성을 추구한다”고 돼 있다. 분명히, ‘보편적 복지’라는 단어를 적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지난 2011년 8월 무상급식(만5세이하)과 무상보육(초중고), 무상의료(진료비90%보장), 반값 등록금 등 이른바 3+1 ‘보편적 복지’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2월에는 당 보편적복지특별위원회가 정책과제를 발표했는데 이 자리에서 당시 한명숙 대표는 “보편적 복지는 경제민주화, 1% 부자증세와 함께 우리 당이 사회양극화 해소와 경제불평등 시정을 위해 추진하는 3대 핵심과제 중의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2012년 대선에서 0~5세 무상보육과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무상의무교육 등의 보편적 복지 공약을 제시했다.
2016년 2월에 민주당은 20대 총선공약을 발표하면서 내용면에서는 선택적 보편주의, 규모면에서는 적정복지-적정부담을 표방하는 ‘한국형 복지’를 내세웠다.
보편복지의 반대개념인 선별복지와 달리 ‘선택적 보편주의’는 빈곤층 등 취약계층에 복지서비스를 집중하지만, 무상보육·교육 등 기본적 요소에는 계층에 관계없이 지원한다는 개념이라고 민주당은 설명하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논쟁으로 촉발된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논쟁에서 민주당은 보편복지를 당의 정책으로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따라서 “우리당이 보편복지를 주장한 적이 없다”고 한 문재인 전 대표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문 후보측, “기본소득 같은 전국민 대상 보편복지가 없었다”는 뜻
이에 대한 문재인 후보측의 설명은 이렇다. 문 후보측 이용섭 비상경제대책단장은 오해의 소지를 인정하면서도 “문 후보가 말한 보편복지는 기본소득과 같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복지는 없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재명 후보가 100만 원씩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것을 보편복지라는 식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당에서 그런 보편복지는 없었다는 취지로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용섭 단장은 19대 총선 당시 당 정책위의장, 20대 총선 당시에 민주당 총선공약단장을 맡는 등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정책을 가다듬어온 핵심 브레인 가운데 한 명으로 문재인 후보의 복지공약을 책임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단장의 해명대로 문 후보가 만약 “우리 당이 이 후보의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복지를 주장한 적은 없다”고 말했으면 오해의 소지는 없었을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때로는 선별복지, 어떤 부분은 보편복지 아니겠냐”고 했다. 이는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이어진 민주당의 ‘선택적 보편주의’와 기조를 같이 한다. 이 기조는 향후 문 후보의 복지 공약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복지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이 나올 전망이다. 윤호중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우리당은 보편복지를 지향하되, 사회적 합의와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을 추구한다”면서 “문재인·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넓은 의미의 보편복지가 민주당의 정강정책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논의였고, 이 논의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5일, 오사카 시립대학의 연구팀이 참여연대를 방문하여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에 대하여 청년수당의 배경, 정부와 서울시의 공방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청년수당, 청년배당 등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정책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함의에 대하여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여 기고한다.
ⓒ참여연대
「청년수당」과 관련된 아이디어는 당초 누가 제안한 것인가? 이와 관련한 참여연대의 역할은 무엇인가?
참여연대가 청년수당의 정책을 지방자치단체에 먼저 제안했던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청년단체 활동가 등과 함께 여러 절차를 통하여 청년정책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여 왔으며, 그 일환으로 2020 서울형 청년보장이라는 서울시 청년정책 패키지를 발표하였고(청년 일자리 확대, 청년 거버넌스 및 장소지원, 청년 공공주택 등), 청년수당은 이 청년보장 정책 중 하나로 제안된 것이다.
참여연대는 청년이라는 세대에 한정한 정책을 먼저 적극적으로 제시하기 이전에, 2009년경부터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용보험에 가입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으로 구직 활동과 직업 훈련을 보조하기 위한 구직촉진수당(실업부조)의 도입을 요구한 바 있다. 실업부조는 여러 나라에서 이미 도입되어 있는 제도이며, 한국에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취업성공패키지도 대상이 제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유사하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는가?
서울시 청년수당은 심사를 통하여 약 3,000명의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청년을 선발하여 월 50만 원씩의 활동지원금을 1년간 주겠다는 내용이다. 엄밀히 말하면 기본소득(Basic Income)의 의미보다는, 구직촉진수당 또는 청년활동지원 정책에 가까우며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일종의 선별적 참여소득(participatory income)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청년세대는 노동시장의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근로무능력을 요구하고 선별적이고 잔여적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 제도에서도 배제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실업과 빈곤 문제를 경험했을 때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소득보장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청년수당은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대상자가 너무 한정적이고 운영방식도 선별적이라(3,000명, 가구소득, 미취업기간, 부양가족 고려, 매월 사용내역 및 활동보고서 제출의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소득보장정책으로는 지나치게 제한적인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또 정반대로 근로능력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현금지급이라는 이유로 보수언론 등의 비판도 받고 있다. 게다가 2016년 8월 한 차례 지급되었다가 보건복지부의 직권 취소로 중단되어, 실제 시민들 사이에서 충분히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청년수당」의 실현을 지지하는 시민은 어떠한 계층이고 어떠한 특징이 있는가?
노동시장의 진입이 어렵고 고용조건이 열악한 청년 세대의 고용, 빈곤, 주거 등의 문제 때문에 청년층에서는 청년 대상 소득보장정책에 대한 요구가 있고, 청년층의 일부는 이러한 정책을 지지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청년운동단체에서 청년수당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청년주거문제 등에 관심이 많다).
복지확대에 관심이 많은 진보적 시민단체와 일부 진보적 시민들은 청년수당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반적인 사회안전망의 확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복지정책 확대에 대한 지지라고 볼 수 있지, 역시 청년수당 정책을 사회정책 중 핵심과제로 추진하는 단체는 없는 것 같다. 참여연대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복지정책 및 청년정책을 중앙정부가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으로 청년수당을 지지했다.
일본에서는 기본소득(Basic Income)의 도입으로 최저임금이 낮아지고 사회보장을 해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의 사회복지학자들이나 사회복지 운동을 하는 단체는 기본소득에 대하여 우려가 있는 편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현금수당 만으로 복지제도를 대체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충분한 재원마련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으로 기존 복지제도를 대체하게 된다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공공사회인프라(국공립어린이집, 공공병원 등)의 비율이 극히 낮고 의료, 돌봄 등 복지서비스가 민간업체에 의하여 공급되고 있는 한국에서 현금수당 만으로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용을 기본으로 한 복지정책(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일자리 정책 위주의 복지)의 한계를 인식하고, 좀 더 다른 차원의 복지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으며,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여러 사회단체와 학계, 그리고 정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진보적인 언론사에서 매우 관심을 갖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소셜펀딩을 통한 기본소득 실험 등), 2016년 기본소득네트워크 세계대회도 한국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녹색당, 노동당 등 진보정당은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채택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기본소득 관련 공약을 제시하거나 발표하기도 하였다. 참여연대에서도 최근에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를 하고, 관련하여 아동수당 등 사회수당 확대를 사업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재원규모 상의 한계 때문에, 한국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는 기본소득은 금액이 낮거나, 일부 계층으로 한정한 일종의 세대 선별적 사회수당(아동수당, 기한을 정한 청년수당 등)에 가깝다. 즉 진정한 의미의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기보다는 저성장 시대의 소득보장정책에 대한 고민이 있고, 그러한 맥락에서 각종 사회수당의 확대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단체가 있는가?
기본소득에 관하여 운동으로 적극적인 곳은 진보정당인 녹색당, 노동당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하여 원외 소수정당으로 남아 있다. 시민단체 중 대표적인 곳은 2009년 결성된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라는 곳으로 주로 진보적인 학자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 청년단체 등을 중심으로 서울시에 청년 기본소득을 조례로 추진하자는 연대의 움직임이 있다.
성남시에서도 기본소득 도입의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는데, 관련된 내용에 대해 설명해 달라.
성남시 청년배당은 서울시 청년수당보다는 기본소득에 더 가깝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에 해당하는 모든 청년에게 조건없이 연 100만 원(분기당 25만 원)을 4분기에 나누어서 지급하되, 성남시에서 사용 가능한 지역상품권으로 지급받는 내용으로, 2016년 1월 20일 첫번째 지급되고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빈곤한 청년세대와 생계형 자영업자 문제를 동시에 지원하는 정책으로 설계되었으며, 지역에서 매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실제 지급액은 분기당 12만 5천 원으로 삭감되었는데 이는 중앙정부에서 이 정책 시행을 이유로 교부금을 삭감할 것을 예상하고 절반만 지급하였기 때문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현재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을 하였다. 그리고 공약으로 기존의 청년배당의 대상을 확대한 기본소득 정책을 제시하였다. 이는 모든 국민에게 연 30만 원, 아동(0~12세), 청소년(13~18세), 청년(19~29세), 노인(65세 이상), 농어민(30~64세), 장애인(나이에 상관없이 중복수혜허용)에게 연 100만 원의 배당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이고 재원은 법인세 강화와 국토보유세 증가를 통하여 해결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성남시와 이재명 캠프에서 추진하는 기본소득은 소득수준으로 선별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로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지역상품권을 결합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도 추진하는 정책이다. 다만 한정된 재원으로 추진하다보니 금액수준이 높지 않아, 소득보장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복지정책을 도입하는 경우, 중앙정부의 보건복지부와 사전협의가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사전 협의를 수행함이 없이 「청년수당」의 도입을 추진했기 때문에 국가(중앙정부)가 2016년 1월에 서울시를 대법원에 제소했다고 들었다. 이 소송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아직 소송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정부가 지방자치법 제169조1)에 따라 서울시의 청년수당 도입에 대하여 직권취소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서울시가 대법원에 이의신청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참여연대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복지정책을 입안하여 실시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빈번하게 있는 일인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독자적인 복지정책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예산으로 독자적인 다양한 복지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2015년 기준 5,981개의 사업), 사회서비스 등 복지정책 중 상당 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시행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측면도 있으며, 중앙정부의 부족한 복지서비스(예를 들어, 중증장애인 활동보조는 정부에서 최대1일 13시간을 제공하므로, 부족한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복지사업으로 보충하고 있다)를 채워주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최근 중앙정부가 대선 공약 등으로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그 재정책임은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일이 발생하여 (기초연금 확대, 무상보육 등) 지방재정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고, 자체 복지사업은 금액이 정체되거나 거의 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복지사업은 취약계층 지원, 지역복지시설 지원, 장애인 활동보조 추가 제공 등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정책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립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가?
이러한 현상은 박근혜 정부에서 심각하게 발생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 시절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에 대하여 중앙정부(보건복지부 장관)가 조정하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 신설, 변경시 협의, 조정제도를 도입하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이 조문은 후일 청년수당, 청년배당 정책을 가로막는 근거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이후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연금 확대, 무상보육을 실시하며 증세는 하지 않고, 재정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지방재정은 매우 열악해졌다. 또한 정부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제9호를 2015년 말 신설2)하여 사회보장기본법상협의, 조정을 따르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교부금을 삭감하는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를 재정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수단도 확보하였다.
더 나아가 그동안 크게 간섭하지 않았던 지방자치단체 자체복지사업에 대하여도 조사 및 정비를 추진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재정절감을 이유로 2015년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자체 복지사업을 일체 조사하여 5,981개 사업 중 1,496개 사업(사업수로는 25.4%, 예산으로 15.4%)이 중앙정부의 복지와 유사, 중복 사업이라고 정비하라는 내용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으로 내려 보냈다. 이는 사회보장기본법이 적용되는 제도의 신설, 변경 사항이 아니라 기존의 복지사업을 정비하라는 것으로 법적 근거는 없다. 중앙 정부의 입장도 권고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하여 지역의 열악한 취약계층의 복지가 삭감되고 생존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이에 참여연대가 주도하여 시민단체, 복지단체의 주도로 복지수호공대위라는 연대체를 꾸리고 대응을 하였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부 복지 사업 폐지를 막기는 했으나 예산이 삭감되거나 폐지된 복지사업도 많다.
결과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부 복지정책이 후퇴하는 결과가 발생하였으며, 참여연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운동을 하고 있다. 국회에서 개정안을 의원과 공동발의하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위와 같은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한국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사이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을 헌법재판소가 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111조 제1항 4호). 또한 지방자치법에는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시정요구하고 취소 정지할 수 있는 규정이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이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지방자치법 제169조).
그러나 실제로는 수도권 집중이 강하고 지역발전이 더뎌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주도가 매우 낮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이 높지 않은 재정 구조로 되어 있어서, 서울시 등 재정상황이 좋은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대하여 반기를 드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운 한계가 있고, 실제로 소송까지 진행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한국이 선거로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뽑는 민선 지방자치단체를 시작한 것은 1995년으로 지금 민선시장이 6기이다. 그동안 서울시장과 집권당의 정당이 달라서 갈등이 생긴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추진하였다가 사퇴하고, 보궐선거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었다. 그 이후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정당이 달라지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시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을 받으면서, 중앙정부가 서울시의 복지정책에 더 강력하게 제지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청년수당을 중단시키기 까지 하는 극단적인 갈등상황이 된 것이며, 이렇게 소송으로까지 진행된 것은 정치적인 구도와도 연관이 있다고 보인다.
1)지방자치법 제169조 (위법ㆍ부당한 명령ㆍ처분의 시정) ①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그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시·도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시·군 및 자치구에 대하여는 시·도지사가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시정할 것을 명하고, 그 기간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치사무에 관한 명령이나 처분에 대하여는 법령을 위반하는 것에 한한다.②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1항에 따른 자치사무에 관한 명령이나 처분의 취소 또는 정지에 대하여 이의가 있으면 그 취소처분 또는 정지처분을 통보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訴)를 제기할 수 있다.
2)제12조(교부세의 반환 또는 감액) ① 법 제11조제2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을 위반하여 지나치게 많은 경비를 지출하였거나 수입 확보를 위한 징수를 게을리한 경우와 그에 따른 교부세의 감액 또는 반환 금액의 범위는 다음 각 호에 따른다.
다가오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대두되고 어느 정도의 공론화가 이루어졌다. 기존의 복지체제를 뒤흔들 만큼의 급진적인 기본소득제를 공약으로 제안한 대선공약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기본소득논쟁의 확대 자체에 대한 우려도 많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확대된 것은 이후 한국 복지국가의 발전에 있어 유익하다고 판단된다.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보다 많은 유권자 및 일반 시민들이 복지의 보편성, 그리고 복지에 대한 시민의 권리에 대해 토론해보고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개념적 속성
기본소득의 개념적 속성으로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 적절성이 있다. 무조건성은 자산조사 또는 근로이력과 무관하게 조건 없이 복지가 지급되는 속성을 의미한다. 개별성은 보편성에 포함될 수 있는데, 보편성이란 복지지급의 기준이 시민권에 기반을 두어 시민권을 가진 모든 개인들이 보편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속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적절성은 지급의 수준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수준 또는 충분한 수준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지급의 정기성, 현금지급의 원칙들이 추가될 수 있는데 현재까지는 무조건성, 보편성 그리고 적절성의 측면에서 기본소득의 개념에 대한 논의가 집중되어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2017년 2월까지 대선 주자로 거론되거나 출마한 8인의 후보들이 제안한 기본소득 관련 논의들을 앞서 설명한 기본소득의 개념적 속성과 비교하여 살펴보겠다. 이어 필자가 제안하는 이상적 기본소득제를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우리나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
박원순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현재는 대선후보가 아니지만 한국형 기본소득제를 공약으로 적극적으로 제시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하 박 시장)의 논의를 살펴보겠다. 박 시장은 2016년 12월 21일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형 기본소득제’라는 이름의 기본소득 제도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아동, 청년, 중·장년층, 노인층을 두루두루 대상으로 하는 안을 내놓았다. 아동수당은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둔 가구에 20만 원 내외를 지급하되 아동 수에 따라 차등 지급, 청년수당은 18~30세를 대상으로 첫 직장 마련까지 2~3년 동안 연간 300만 원을 지원, 중·장년층을 위해서는 실업부조와 상병수당, 국민소득보험을 신설, 노인수당으로는 현행 20만 원을 30만 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안하였다.
이재명
현재 ‘기본소득 당장도입’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후보는 이재명 성남시장(이하 이 시장)이다. 이 시장은 성남시 ‘청년배당’을 실행한 이력이 있는데 대선 공약으로 제안한 기본소득제는 ‘6배당 + 1토지배당’ 체계이다. ‘6배당’이란 0~12세 대상 아동배당, 13~18세 대상 청소년배당, 19~29세 대상 청년배당, 65세 이상 대상 노인배당 등의 생애주기별 배당을 비롯하여 장애인과 농민 대상의 특수배당(중복 가능)을 말한다. 각 집단별 대상자에게는 연간 100만 원이 지급된다. ‘1토지배당’은 토지소유자에게 과세하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여 세수를 확보하고 전 국민에게 연간 3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제안한 기본소득은 지역 상품권 형태로 제공하며 이를 통하여 골목 상권 활성화와 내수 진작 효과까지 목표로 주장하였다. 모든 안을 고려하였을 때 소요되는 예산을 계산해보면 아동, 청소년, 청년, 노인 대상의 생애주기별 배당에 23.8조원, 장애인, 농민 대상의 특수배당에 4.2조원, 토지배당에 15.5조원 등 총 소요예산은 43.5조이다.
심상정
심상정 정의당 대표(이하 심 대표)는 2016년 9월 20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한바 있다. 현재 정의당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제는 영유아(0~세)·청년(19~24세)·노인(65세 이상)의 연령층에게 자산조사 및 근로조건 없이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안이다. 특히 이와 같이 아동, 청년, 노인 대상으로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지급을 1단계로 보아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계획을 구상 중에 있고 이후에는 캐나다에서 시행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를 도입해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지급했던 부분을 환수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하 문 전 대표)는 “기본소득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주어진 재정 여건 속에 기본소득의 취지를 최대한 살린다”는 입장으로, 앞서 언급한 세 후보들과는 달리 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큰 틀에서 0~6세 대상 아동수당 및 미취업 청년 대상 청년수당을 도입하고,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아동수당의 경우 첫째, 둘째, 셋째에 금액을 차등 지급하여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고, 청년의 경우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지만 취업능력 개발을 목적으로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약 30만 원의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인수당은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20만 원을 지급하는 현행 기초연금을 확대해 소득 하위 80%에 30만 원으로 확대 지급하는 안이 제안되었다.
손학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이하 손 전 대표)도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완전기본소득을 도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기에 당장 시급한 복지 수요를 생각하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이다. 손 전 대표는 아동, 노인 등 특정 계층에 먼저 도입해 효과와 문제점을 검토해보고 국민의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하 유 의원)은 기본소득의 개념 자체에는 동의하며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만 하나, 현재 대선 공약으로서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기본소득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경우 미취학 아동과 노인층에 먼저 도입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하여 손 전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
기본소득제를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대선주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이하 안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있다. 안 전 대표는 복지 사각지대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복지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기본소득에는 반대하지만 아동, 노인을 우선순위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어 사실 위의 손 전 대표 및 유 의원과 실질적인 입장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안희정
마지막으로 안희정 충남지사(이하 안 지사)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였다. 특히, 안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세금을 누구에게 더 나눠주는 정치는 답이 아니다.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였는데, 관련하여 기본소득의 도입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간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상 살펴본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기본소득의 무조건성, 보편성 그리고 적절성 측면에서 크게 급진적이진 않다. 특히 어느 후보도 사회보장제 및 사회서비스에 대한 축소를 제안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기본소득제로 모든 제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파진영의 기본소득제와는 구별된다. 청년수당의 경우 이재명 시장, 박원순 시장 그리고 심상정 대표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취업 중심의 일자리 정책 내지는 고용 촉진 차원에서 청년배당 또는 청년수당을 제안하고 하고 있어 기본소득제의 보편성 및 무조건성의 속성과는 거리가 멀다.
일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아동이나 노인 계층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논리도 권리로써의 복지배당보다는 조건 기반의 복지급여 속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구체적인 복지정책을 아직 제시하지 않은 안희정 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에 대하서는 긍정적인 입장인 듯하다. 아동 및 노인수당(또는 기초연금)은 무조건성 속성은 포함하고 있으며, 시민권에 기반 한 보편성에 추가적으로 집단별 ‘욕구’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기본소득 도입의 한 단계로 평가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무조건성이 있는 급여로 아동 수당, 노인 기초연금, 청년수당 등을 기본소득의 형태로 지급하고, 점차적으로 전체 인구 집단으로 확대해 기본소득제라는 별개의 독립정책으로 통합할 수 있다. 현재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제는 집단별 대상자에게는 연간 100만 원을 지급하고, 전 국민에게 연간 30만 원을 지급하는 안인데, 무조건성, 보편성 측면에서 가장 기본소득제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지급수준의 적절성 측면에서 지급액수가 상당히 낮은 한계가 있다.
기본소득제는 기존의 복지정책들을 모두 대체하는 정책이 아니다. 그렇게 때문에 기본소득이 도입되는데 있어 다른 제도와의 정합성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복지국가는 아직 제도성숙기에 진입하지 않았지만(현재 OECD 국가들 중 최하위권의 사회지출 수준으로 2014년 기준 10.4%임),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목격되는 변화는 이미 복지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성숙한 한국복지국가와 이미 탈산업화시대에 진입한 한국의 노동시장의 조합을 고려했을 때, 기본소득제의 도입이 아주 먼 미래의 제도는 결코 아니다.
기본소득과 다른 제도와의 정합성 고려
그러나 기본소득제가 현재의 복지정책을 모두 대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소득제 실현에 있어 세 가지의 측면에서 다른 제도들과의 정합성을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는 기존의 사회보험 및 공공부조 등 사회보장제와의 관계이고, 두 번째는 사회서비스와의 관계이다. 이상적인 기본소득제가 도입되어도 재생산수단의 재분배에 속하는 보육, 교육, 의료서비스는 사회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기본소득제의 재정에 관한 사안으로,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위한 재정조달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노동 그리고 복지국가에서의 주체적인 개인에 대한 이러한 고민에서, 당장 기본소득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이상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미 임금노동의 정의가 모호해지고 좋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전형화 된 노동의 필요가 총량적 측면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 복지국가의 지체현상(mismatch)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변화하는 노동시장과 정합하고 권리로써 복지가 보장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국가를 우리는 적극적으로 구상해야 한다. 한국복지국가에서 기본소득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 먼저 이상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된 설계도를 그려보는 것은 중요하다.
한국의 이상적 기본소득제
필자가 제안하는 한국의 이상적 기본소득제는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 적절성 그리고 급여의 정기성과 현금지급의 속성들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모든 개인에게 중위소득 30% 수준의 현금을 무조건적으로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중위소득 30%의 현금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 수준이다. 중위소득 30%의 현금 약 50만 원(2017년 기준)을 가구단위가 아닌 개인단위로 지급하기 때문에 0세부터 모든 노인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된다. 교육, 보육, 의료 등의 사회서비스는 기본소득제가 도입되어도 함께 적극적으로 확충되며, 중위소득 30%의 지급액은 기본소득만으로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아래 그림은 이상적기본소득제가 도입된 한국복지국가의 설계도이다.
국민연금
먼저 국민연금은 현금 급여가 지급되는 사회보험인데 급여 산출 시 균등화를 위한 A값과 개별 가입자의 소득비례 부분인 B값으로 나누어진다. 이상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의 급여 산출식에서 균등화 역할의 A값은 대체될 수 있고, 소득대체율은 40%로 현행대로 유지된다. 모든 시민에게 중위소득 30%에 해당되는 50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이 지급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균등화 부분은 기본소득이 대체하게 된다. 기본소득을 지급받고 40%의 명목소득대체율을 계산시 실질소득대체율을 산출해보면 명목소득대체율을 2016년 초에 논의되었던 50% 상향조정안보다 명목소득대체율을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 즉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유지되어도 실질소득대체율이 인상되어 노후소득보장이 강화될 수 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현재 실행 중인 기초연금과는 연계되어 있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의 노인 중 소득 하위 70%까지의 노인에게 월 최대 2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기초연금의 급여액은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되어 있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을수록 더 높은 기초연금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을 충분히 보장해 주지 못하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국민연금 급여를 적게 받게 되므로 이에 대한 소득 보충의 목적을 기초연금이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상의 기본소득제는 기초연금제를 대체할 수 있다.
실업급여
고용보험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은 실업급여이다. 현재 구직급여의 지급액은 근로자의 퇴직 전 평균임금의 50%에 소정급여일수를 곱한 금액인데 상한액과 하한액이 정해져 있다. 하한액은 퇴직 당시의 최저임금법상 시간급 최저임금의 90%에 1일 소정근로시간(8시간)을 곱한 금액인데 최저임금이 변동됨에 따라 구직급여 하한액도 계속해서 바뀐다. 상한액은 이직일이 2017년 이후인 경우 1일 46,584원인데 2017년 이후에는 상한액과 하한액이 동일하여 1일 46,584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기준이라면 1일 실업급여 수급액은 최대 46,584원, 기간은 240일(8개월), 총 11,180,160원을 받게 되며 이를 한 달 기준으로 나눴을 경우 월 1,397,520원이다. 이상의 기본소득제 도입으로 하한액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상한선은 높여 앞서 설명한 국민연금과 같이 기본적 소득보장을 실현하면서도 실업자의 실질소득대체율은 인상시킬 필요가 있다.
사회부조
사회보험이 가입자의 보험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반면 사회부조는 국가의 조세로 운영이 된다. 대표적인 사회부조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장애수당이 있다. 이상의 기본소득제에서는 현금형 사회부조가 소멸되는데 대표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와 노인 대상의 기초연금, 그리고 장애수당이 사라진다.
사회서비스
이상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서 사회서비스도 대폭 확장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를 보육, 교육, 의료, 장애인 부문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교육서비스의 경우 현재 실시하고 있는 무상급식은 전국 학교로 확대되어 유지된다. 또한 현재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지만 이 범위가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확장되며 이와 함께 무상급식 또한 고등학교까지 확장된다. 또한 대학교를 넘어서 직업훈련까지 모두 공공 영역에서 무상으로 제공된다.
여성복지정책
다음으로 여성복지정책을 살펴보겠다. 이후 2000년대 일가족 양립을 목표로 하여 여성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정책은 지속적으로 대상과 급여 수준을 강화되어 왔지만, 비정규직 여성의 사각지대 문제는 계속해서 문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고용보험 내 모성보호 제도는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있는데 이상의 기본소득제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유지 되지만 재원이 현재와 같이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조세로 충당되어야 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여성과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받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여성들도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보육의 경우, 2012년부터 만 0-2세 아동을 가진 전 계층이 보육료를 지원받기 시작하였고 2013년부터 소득과 상관없이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누리과정이 제공되면서 전 계층을 대상으로 무상보육이 실시되었다. 2013년부터는 전 계층에서 무상보육 정책의 일환으로 가정에서 직접 만 5세 이하 영유아를 돌보는 경우 양육수당이 지급되었다. 이상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양육수당은 대체되지만, 보육서비스는 취학적인 만 6세까지 양질의 무상보육을 실시한다.
장애인복지 서비스
마지막으로 이상의 기본소득제에서는 장애인복지 서비스도 대폭 확대된다. 현재 장애수당은 만 18세 이상의 등록장애인 중 3~6급의 장애등급을 가진 자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지급되고 1~3급의 만 18세 이상 장애인 중 소득인정액이 일정 금액 이하인 경우 장애인연금을 지급받는다. 이상의 기본소득액은 장애수당과 장애연금을 훨씬 상회하고, 욕구기반보다는 시민권에 기반하여 무조건적으로 지급되어, 현금성 장애인 급여는 대체된다. 하지만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여 장애인들의 일상적 삶의 질 향상을 꾀하고 건강보험의 공공성과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장애인들의 시설 접근성도 향상될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국가
현재 탈산업화 시대의 자본주의는 여러 방면에서의 변화를 맞고 있고, 특히 노동, 일, 생산, 분배의 개념이 전반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있다. 노동은 점점 측정 불가하게 되고 있고, 노동을 통한 공정한 분배는 어려워지고 있는 현 사회적 소득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 즉 분배는 시장에서의 노동과 자원의 교환의 개념이 아닌, 분배 정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돈과 상품이 아닌 지식과 비물질적인 자원들이 공유되는 새로운 사회에서, 개인은 공적 영역에서의 노동, 일과는 별개로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의 의미와 필요성은 현재와 같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에서 필자는 변화하는 노동시장과 정합하고 권리로써 복지가 보장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국가를 꿈꾸며, 기본소득제가 도입 된 한국복지국가의 이상향을 간략하게 제안해보았다. 우리가 가야할 지향점을 설계하고, 기본소득제를 단계적으로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기본소득이라는 제도에 대한 구상과 언급이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혹자는 250년 전 토마스 페인의 복지기금창설 주장이 기본소득 개념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다른 혹자는 500년 전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라는 책에서 기본소득의 최초 변론을 찾기도 한다. 기본소득의 기원은 오래된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런 만큼 다양한 용어(사회배당(National or Social Dividend), 보장소득(Guaranteed Income), 시민소득(Citizen’s Income), 보편적 보조금(Universal Grant), 사회수당 또는 데모그랜트(Demogrant), 연간보장소득(Guaranteed Annual Income), 국가 보너스(State Bonus))로 제기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현실적 방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출처: 한겨레신문(2017.1.3.)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매달 71만 원 그냥 준다"
최근 노동시장의 불안정에서 비롯된 전통적인 사회보장 제도의 비정합성 문제가 나타나고, 알파고, 제4차 혁명, 인지 자본주의 등으로 노동 없는 혹은 대폭 줄어든 미래가 예견되면서 현재까지의 사회보장 제도가 이후에도 동일한 형태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들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제기들에 대한 한 가지 해결방안으로 기본소득이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전제하고 제도를 시행하거나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국가는 상당하다.
지금까지 시행된 기본소득의 현실적 실험
기본소득의 개념적 구상은 오랜 역사가 존재하지만, 현실적인 실현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고 그 구체적인 방식 역시 기본소득의 원칙들에 모두 부합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변형된 형태이기는 하나 기본소득 제도를 시행한 사례는 미국 알래스카 주의 ‘영구기금배당금’(Alaska Permanent Fund Dividend: PFD), 나미비아의 기본소득 시범사업, 인도의 마디아프라데시 주(Madhya Pradesh)의 기본소득 시범사업, 브라질의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캐나다의 1970년대의 도핀 지역에서의 민컴(Mincome), 우간다와 케냐의 민간자선단체의 기브다이렉틀리(GiveGirectly) 등이 있다.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NIT) 제도까지 기본소득의 변형으로 포함한다면 그 시행 사례는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미국에서의 부의 소득세 시범사업까지 확대된다.
이 중 급여 수준이라는 측면에서 적절성의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의 원칙들에 가장 충실하다고 평가받는 제도는 미국 알래스카 주의 영구기금배당금 제도이다. 알래스카 주정부는 1982년부터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에서 나오는 수입의 25%로 기금을 조성해 모든 주민들에게 나누어준다. 배당금 신청일 이전 알래스카 주에 1년 이상 거주하기만 했다면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1984년 연 331.29달러(약 35만 원)에서 출발해서 2015년 연 2,072달러(약 230만 원)의 배당금을 모든 주민들이 배당받았다. 급여 수준에서 최저생계를 보장할 만큼의 충분성이 확보되지는 않았지만 알래스카 주는 미국 내에서 가장 낮은 빈곤율과 가장 낮은 소득불평등도를 자랑한다.
다른 국가들의 제도들의 경우 급여 수급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제한적이기도 하고(나미비아 특정 지역의 60살 이하 거주자 930명, 캐나다 도핀 지역의 1,000여명), 시기가 특정 기간 동안 제한되기도 하고(나미비아 2008~2012년, 2013년~2015년, 캐나다 1974~1979년, 인도 2010~2011년), 운영주체가 민간기관이라는 점에서 급여 액수와 대상이 언제든 변경될 수 있어 안정적이지 않다는(우간다와 케냐 자선단체 GiveWell) 등의 한계를 안고 있다. 기본소득 제도의 원칙인 수급자격의 무조건성, 수급대상의 보편성, 급여의 적절성, 개인 단위의 개별성 등이 온전하게 구현된 현실적인 기본소득 제도는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기본소득의 세계적 실험
최근 기본소득을 국가 정책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제안들이 급부상하였다. 그동안 저개발국가를 중심으로 기본소득이 제안되고 부분적으로 실현된 데에 반해 최근의 시도들은 선진국들이 주를 이룬다. 2016년 스위스는 기본소득 실현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였고, 이탈리아의 리보르노 시정부가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하였다. 2017년에는 핀란드와 네덜란드, 캐나다, 영국의 스코틀랜드가 시범사업을 통해 기본소득 제도를 실험한다.
서구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제도가 실험되는 이유는 저개발 국가들이 주로 빈곤 퇴치 및 완화에 초점을 맞추어 기본소득을 도입하고자 했던 것에 비해 보다 다채롭다. 그리고 개별 국가의 정치 경제적 상황, 기존 사회복지 제도들의 정합성, 대중적 동의수준 등에 따라 각각의 시범사업의 구체적 형태들 역시 다양하다.
스위스
스위스는 2016년 기본소득을 도입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2006년 기본소득시민운동이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2008년 ‘기본소득, 하나의 문화충격’이라는 영화가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2013년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13만 명의 서명을 받아 헌법개정안을 발의하였다. 국민투표는 부결되기는 하였으나 전국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일련의 과정에서 전체 국민들이 기본소득 제도 도입에 대한 원칙적인 고민을 해 보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냈다.
스위스 기본소득 운동은 현재 자본주의 구조와 노동시장 그리고 복지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였다. 현 시기 생산력의 발전은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생산물의 양으로 본다면 이 풍요로운 시기에 빈곤과 결핍이 존재한다는 것은 동시에 어떤 부조리함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생산물이 남아도는 풍요로운 사회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물건을 파는 것이 문제가 되는 시장구조를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물건들을 구매할 수 없다. 스위스 기본소득 운동은 풍요로운 시기의 결핍의 문제를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함으로써 개인들의 구매력을 상승시키고, 유급 노동 중심의 노동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다가오는 노동 없는 미래에 대비하며, 자신의 삶이 노동으로부터 분리된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자고 주장한다.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제안된 기본소득 안은 스위스의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289만 원), 미성년자에게 650스위스프랑(약 75만 원)의 현금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 액수는 스위스 국내총생산의 약 30%에 해당하는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고, 기존 복지제도의 축소와 이민자의 대량 유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스위스 국민투표는 부결되었다. 그럼에도 스위스 기본소득 운동이 제기했던 근본적인 문제들 그리고 기본소득 원칙들에 대한 제안들은 여전히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들로 남아있다.
핀란드
핀란드 정부는 2016년 기본소득을 실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실험설계 안을 마련하는 등의 준비 작업을 거쳐 2017년 1월부터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작하였다. 복지수당을 받는 25~58세 국민 중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2017년 1월부터 2018년까지 2년 동안 월 560유로(약 70만 원)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그 이유는 그간의 기본소득 실험이 일부 지자체에 국한되었던 반면 핀란드의 실험은 국가 차원에서 도입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치적으로 좌파와 우파의 동의를 모두 얻어냈다는 점에서였다. 그러나 우파 정부인 시필라 내각(Sipilä Cabinet)은 기본소득 실험에 관한 법안 심의과정에서 “기본소득 실험은 노동생활(working life)의 변화를 향상시킴으로써 사회보장 제도를 개혁하고, 참여와 고용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사회보장 제도를 점검하고, 관료제 비용을 줄이고, 공적 재원과 관련하여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현재의 복잡한 사회보장 급여 시스템을 단순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하였다. 또한 실업보장법에 근거하여 기본수당 혹은 노동시장지원을 받는 25~58세의 사람으로 기본소득 급여대상자를 한정시키고, 기본소득 제도의 주요 목적으로 ‘고용촉진’을 명문화하고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평가 기준 역시 기본소득이 고용을 촉진시키는 지 아닌지로 제시하였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기본소득 제도가 정치적으로 좌파와 우파가 모두 동의하는 측면이 있고, 모두 반대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가장 보편적인 사회보장 제도라 할 수 있는 기본소득 제도가 보편성과 무조건성이라는 원칙으로 인해 우파의 반대를 예상할 수 있음에도 실제로 기본소득 제도는 개인의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고, 복지급여 대상자의 근로의욕을 줄이지 않는다는 측면 때문에 우파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 기본소득의 효과를 근로의욕에 한정시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기본소득 제도의 전국적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려되기도 하고 반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특히 기본소득 급여 대상자를 근로연령대인 25~58세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 그 중에서도 실업자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본소득의 보편성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의 국소적인 실험에서 벗어나 전국 차원에서 시도하고 있다는 점, 기여경력 등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주목해볼만 하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2016년 2월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기본소득 시범사업 연구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예산 약속을 공표하고, 6월 캐나다에서 기본소득을 알리는 활동을 10년 이상 해 온 휴 시걸 전 상원의원을 프로젝트 특별자문위원으로 임명했다. 2016년 11월 기본소득 실험의 설계 및 운영에 관한 종합보고서가 발표되고 2017년 1월 주민의견수렴 절차가 진행 중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발표한 기본소득 실험 설계 안은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되는 참가자들에게 매달 최소 1,320달러(온타리오 주의 저소득 기준선의 75% 선)를 기준으로 참가자의 소득이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부족분에 상응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NIT) 방식이다. 장애인 참가자에게는 500달러의 추가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다. 킹스턴 지역 상원의원을 지낸 휴 시걸(Hugh Segal)은 부의 소득세 방식의 기본소득을 실험하는 이유가 핀란드와 네덜란드 등지에서 정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제도를 실험하는 반면, 부의 소득세 방식을 실험하는 국가가 한 곳도 없기 때문에 부의 소득세 방식인 경우 어떤 효과를 낳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캐나다의 시범사업은 방식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시범사업과 달리 독창적인 측면이 보이는데, 이는 기본소득 실험의 효과를 매우 다각도로 규명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핀란드와 네덜란드 정부의 기본소득 실험 목표는 기본소득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의 기본소득 실험 목표는 ① 건강과 관련된 결과(1차 진료기관 방문 수, 응급실 및 병원 등의 방문 횟수, 처방전 약 사용 횟수 등), ② 삶의 선택들(훈련, 가족 형성, 출산 결정, 동거형태, 육아 시간 등), ③ 교육성과(참가자들과 자녀들의 고등교육 이수, 교육과정 속성과 수 등), ④ 노동행위, 구직, 고용지위(유급 노동 시간, 종사한 일자리 수, 노동시장에서 받은 소득, 구직활동에 참여한 기간과 강도 등) ⑤ 지역사회 수준에서의 영향, ⑥ 직접적인 행정비용 절감 혹은 다른 복지급여 대체 비용, ⑦ 식량 안보 상태의 변화, ⑧ 시민권과 포섭에 대한 인식, ⑨ 유동성 및 주택 관련 제도들에 대한 영향, ⑩ 기본소득보장과 여타 복지 프로그램(캐나다 아동수당 등)과의 상호작용으로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측정되고, 그 방식도 계량화된 수치 이외에 참여자들과의 구체적인 인터뷰를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기본소득은 기여경력도, 소득수준도, 노동참여 여부도 따지지 않고 지급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삶의 많은 측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의 기본소득 실험은 이 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액의 현금지급 방식이 아니라 부의 소득세 방식으로 실현된다는 점에서 캐나다의 실험은 기본소득 실험으로 간주하기 어렵다. 보편성 및 무조건성이라는 기본소득의 주요 원칙들을 위배하는 부의 소득세 방식은 결과적 평등을 보다 잘 실현할 수 있는 빈곤 정책의 하위 범주이지 기본소득 제도가 아니다.
어떤 기본소득을 꿈꿀 것인가
기본소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그 개념을 상상하고 만들어내고 제도로 구체화하려고 노력하는 등 상당한 시도들을 해 왔다. 실현된 혹은 실현하고자 하는 기본소득 실험들은 실험의 목표와 구체적인 정책의 방식에 있어서 매우 다양하고, 그 다양성만큼이나 장점과 한계를 모두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 이제 우리 차례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어떤 방식의 기본소득 제도를 꿈꿀 것인가?
[참고문헌]
BIEN(2016). “History of Basic Income.”
김교성(2016). 이 시대 복지국가의 쓸모?!: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 비판사회정책, 52.
다니엘 헤니, 필립 코브체(2015). 원성철 역(2016). 기본소득, 자유와 정의가 만나다: 스위스 기본소득 운동의 논리와 실천. 오롯.
최근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에서 기본소득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언급이 학술공간에서 처음 제안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윤정향, 2002; 성은미, 2003; 윤도현, 2003). 그러나 당시의 기본소득 제안은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하나의 몽상가적 제안 정도로 취급되었다. 그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기본소득 관련된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2009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발간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위하여(강남훈 등, 2009)’와 2010년 한국에서 개최된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를 기점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Real Utopi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본소득 논쟁을 소개한 ‘Redesigning Distribution(분배의 재구성)(너른복지모임, 2010)’이 번역되었다. 이후에 다양한 번역서들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2016년에는 약 30편의 학술논문이 출판된 것으로 검색된다.
기본소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확산은 2010년 서강대에서 개최된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에서 600여명이 서명한 ‘기본소득 서울선언’과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창립, 그리고 2016년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의 서울개최 등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기본소득 대중운동의 활성화가 기여한 바가 크다. 국내에서 기본소득네트워크의 활동은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화를 가능하게 했고, 그 영향으로 대선후보들이 기본소득을 제안하거나 언급하면서 한국에서 기본소득 논의는 그야말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스위스의 기본소득 국민투표, 핀란드와 네덜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등 또한 언론과 시민들에게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켰다.
또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기본소득 논의의 확산에 기여했다. 서비스경제로의 산업구조변화와 그로 인한 표준적 고용관계의 해체와 불안정 노동의 일상화, 빈곤 및 불평등 그리고 양극화의 심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위기의식 등 사회경제적 변화는 기본소득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시민들의 관심은 일상화된 삶의 불안정성과 관련이 깊다.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사회보장제도가 새롭게 확대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위험들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이러한 위험들을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완재로서 기본소득의 역할에 대해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참여사회
그러나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그에 대한 오해와 왜곡들 역시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에 기본소득의 개념과 유형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 글에서는 기본소득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고 기본소득이 아닌 정책제안들은 무엇인지를 정리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기본소득의 개념과 원칙
먼저 기본소득의 개념정의에 대해 살펴보자.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정의가 가장 명료하다.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정치공동체가 심사와 노동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주기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현금’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먼저, 기본소득은 일시금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되어야한다. 기본소득은 시민들 스스로가 소비와 투자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들의 실질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금지급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 둘째, 기본소득은 중앙 또는 지방정부 수준에서 지급되고 기금이 조성되는 것을 가정한다. 셋째,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며, 외국인의 경우 최소한의 거주기간이나 조세목적으로 규정된 거주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를 포괄한다. 넷째, 기본소득은 각 개인이 속해있는 가구유형에 무관하게 각 개별 구성원에게 지급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한다. 장애인 가구 등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가구에 대해서는 기본소득과 무관하게 수당이 지급된다. 기본소득의 시민권적 권리 차원에서 지급되는 현금금여이기 때문에 추가비용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가치재로 인정된다면 추가적인 수당으로 지급되어야한다. 다섯째, 기본소득은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하되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보다 기본소득 재정에 더 기여하도록 조세시스템의 개혁과 동반되어야 한다. 여섯째, 기본소득은 노동을 하건 하지 않건 지급된다. 기본소득의 기본 철학은 공유경제를 통해서 축적된 공유된 부의 분배와 관련되기 때문에 노동여부와 무관하게 지급된다.
이상의 원칙들은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충분성, 정기성, 현금지급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원칙들 중에서 기본소득의 제1원칙은 보편성과 무조건성이다. 이 글에서는 이 두 원칙을 기준으로 기본소득과 기본소득이 아닌 것들을 구분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두 원칙이 기본소득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것에는 별 이견이 없다. 둘째, 개별성 원칙은 보편성 원칙에 포괄될 수 있다. 보편성 원칙의 핵심은 시민권이다. 시민권은 개인단위의 권리이기 때문에 보편성 원칙에 개별성이 이미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정기성과 현금지급 원칙은 기본소득 논쟁에서 큰 이견이 없다. 소수의 논자들이 기본소득 개념을 현물 기본소득으로 까지 확장하여 논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개념의 과잉확장이다. 기본소득의 가장 중요한 철학 중 하나는 개인의 실질적 자유 보장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현금으로 지급되어야한다는 것은 거의 모든 기본소득론자들에게 이견이 없다. 넷째, 충분성은 기본소득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라기보다 기본소득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급여수준과 관련되어 주로 논의된다.
따라서 기본소득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기본소득의 제1원칙인 보편성과 무조건성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자 한다. 이 두 가지 원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보편성 원칙
첫째 보편성 원칙이다. 보편성원칙은 기본소득의 대상이 시민권에 기초해서 결정되어야한다는 원칙이다. 기본소득을 수령하기 위한 유일한 조건은 시민권이나 공인된 거주권뿐이다(Raventos, 2007). 따라서 시민권에 기초하여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 정책들은 기본소득이 아니다. 그런데 시민권에 기초한 자격규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시민권의 보편적 적용이며, 다른 하나는 시민권에 대한 제한적 적용이다. 전자는 전형적인 기본소득에 해당한다. 후자는 사회수당과 같이 시민권을 특정 생애주기에 국한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사회수당을 기본소득에 포함할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사회수당 부분에서 더 자세히 논할 것이다.
무조건성 원칙
둘째 무조건성 원칙이다. 무조건성의 원칙은 보편성의 원칙과도 밀접히 관련된다. 그러나 보편성의 원칙이 누구를 대상으로 포함할 것이냐와 관련된 판단기준이라면, 무조건성의 원칙은 기본소득 지급의 조건 부과 여부와 관련된다. 기본소득은 보편성의 원칙이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기본소득 지급에서 아무 조건도 부여되지 않는 제도로 제안되고 있다. 즉, 무조건성원칙은 유급노동에 참여하고 있는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가구형태와 무관하게, 사회적 기여여부와 무관하게 기본소득이 주어져야한다는 원칙이다.
기본소득과 비슷하지만 기본소득이 아닌 정책들
기본소득과 기본소득이 아닌 정책의 구분은 다음의 절차에 따른다. 우선 특정 제도나 정책 제안들이 앞서 제시한 보편성, 무조건성을 만족시키고 있는지를 확인하여 이들 원칙중 하나의 원칙만이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기본소득이 아닌 것으로 분류한다. 둘째, 보편성, 무조건성 원칙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는 경우에는 기본소득의 나머지 원칙들을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여 기본소득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이 글에서는 참여소득, 부의 소득세, 사회적 지분급여, 사회수당 등 기본소득과 관련해서 자주 인용되는 정책들을 평가하고자 한다.
금전적 지원
먼저 참여소득은 사회적으로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들에게만 제공되는 금전적 지원이다(Laventos, 2007).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이란 자원봉사, 유급노동, 가사노동, 훈련 등이 해당된다. 앤서니 앳킨슨이 제안한 정책이다. 참여소득은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에 대한 사회적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그러나 참여소득은 기본소득이 아니다. 사회적 시민권에 기반하여 기본소득 대상이 선정되는 것도 아니며, 금전적 지원도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에 종사하는 경우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핵심원칙인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
부의 소득세
둘째,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는 면세점 이하의 소득계층에 대한 일정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된 금액을 조세환급을 통해 지급하는 제도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먼이 제안한 정책이다. 부의 소득세 역시 기본소득이 아니다. 소득을 기준으로 부의 소득세 급여대상 및 그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본소득의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사회적 지분급여
셋째, 사회적 지분급여(stakeholder grant)는 모든 사람이 법적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국가가 일정액의 현금을 한 번에 지급하는 제도이다. 사회적 지분급여는 기본소득과 가장 유사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아동신탁기금(child trust fund)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었고, 미국에서 부르스 애커먼과 앤 알스토트(1999)가 특정 교육 이상을 받은 21세 인구 중에서 범죄기록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8만 달러를 지급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사회적 지분급여는 급여수급에서의 무조건성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시민권을 특정 연령에 국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편성에 대한 완화된 기준을 제안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 지분급여는 무조건성 원칙을 담지하고 있으며, 제한적이지만 보편성의 원칙 역시 담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지분급여는 정기성의 원칙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외에도 사회적 지분급여는 ‘기회의 평등’을 통해 시장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한 더 나은 환경의 제공을 목표로 한다는 점(Laventos, 2007), ‘자산재분배’를 추구한다(서정희, 조광자, 2008)는 점에서, 결과의 평등과 소득재분배를 추구하는 기본소득과 철학적 기반이 다르다. 따라서 사회적지분급여를 기본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회수당
넷째, 사회수당은 "자산조사나 노동의무와 같은 조건이 부과되지 않는 소득보장제도로서 특정 인구학적 집단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시민권적 소득보장제도이다. 사회수당은 기본소득과 같이 무조건성 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보편성의 원칙에서 기본소득이 모든 시민의 권리에 주목하고 있다면, 사회수당은 특정 인구학적 집단으로 시민권 적용을 제한한다. 즉 사회수당은 시민권 기반이긴 하지만 아동, 노인, 청년 등 특정 인구집단의 욕구 충족을 위한 현금이전을 강조한다. 사회수당 역시 사회적 지분급여와 마찬가지로 보편성에 대한 완화된 기준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수당은 무조건성 원칙을 충족시키고 있고, 보편성의 원칙을 제한적이지만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본소득에 포함시킬 수 있다.
물론 ‘수당’과 ‘기본소득’은 철학적 기반이 다르다. 기본소득과 달리 수당이 시민권에 대한 제한적 적용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은 앞서 언급하였다.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론자들은 현대 자본주의를 공유경제로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축적된 부를 공유된 부로 보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은 이러한 ‘공유’된 부의 분배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아동, 노인 등 특정 생애주의의 ‘욕구’에 기반 한 분배원리를 가지고 있는 사회수당과 다르다. 수당은 아동, 노인, 청년 등 특정 생애주기의 욕구에만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소득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높은 수준의 금전적 지원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 변혁의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수당과 철학적 기반이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철학적 기반의 차이에 근거해서 본다면 사회수당은 기본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렇게 사회수당을 기본소득 범주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반면에 수당 중에서 명확하게 기본소득에 포함시킬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장애수당이나 실업수당 등이 그것이다. 장애수당은 보편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시민권에 기반하고 있다기보다 장애 진단이라는 특정 욕구의 인정여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실업수당은 고용이력이 전제된 실직 여부에 근거하여 1차적인 대상자 선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편성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어서 기본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상으로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기준으로 기본소득인 제도 및 정책제안을 구분해보았다. 결론적으로 참여수당, 사회적 지분급여, 부의소득세는 기본소득으로 볼 수 없다. 다만 사회수당을 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위의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제안되거나 실행되고 있는 유일한 기본소득은 알래스카의 기본소득이다. 알래스카의 기본소득은 알래스카 영구기금을 재원으로 한다. 1976년에 조성된 알래스카 영구기금은 석유수입을 기반으로 지급되는 배당금 형태의 종신기금이다. 미국 영주권을 갖고 1년 이상 알래스카 주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연령, 성별, 임금 소득과 관계없이 배당금을 받는다. 2015년에 1인당 2,072달러가 지급되었다.
기본소득의 단계적 실현을 위한 기본소득 모형들
기본소득의 원칙 중 이 글에서 충분성 원칙은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 충분성 원칙은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소득이 충분히 지급되어야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기본소득인 정책과 그렇지 않은 정책의 구분 기준으로서 논의되기 보다는, 기본소득의 단계적 이행과정과 관련해서 논의되어왔다. Fitzpatrick(1999)은 기본소득의 이행 초기단계에서는 아주 낮은 수준의 과도적 기본소득이 기존의 사회보장과 결합된 형태로 출발하여 점차 급여수준을 확대하는 부분기본소득 단계를 거쳐 현행 사회보장제도를 모두 폐기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완전기본소득 단계로의 발전을 제안하고 있다.
최근의 논의에서 과도적 또는 부분 기본소득 개념이 과잉 확장되는 경향이 있는데 부분기본소득은 충분성의 원칙에 대한 단계적 접근에 한해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재명 성남시장이 제안하고 있는 연간 100만 원의 생애주기별 기본소득은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을 지키면서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는 과도적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안은 충분성의 원칙을 상당부분 제약한 초기 단계의 기본소득 제안으로서 개인의 실질적 자유실현이라는 기본소득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조건성의 원칙은 기본소득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약이 있는 정책제안이라면 기본소득이라 할 수 없다. 반면에 보편성의 원칙은 완화된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수당 형태는 보편성의 원칙을 특정 생애주기 수준으로 제한한 기본소득이라 할 수 있다. 보편성 원칙을 특정 생애주기로 제한하고 충분성의 원칙을 좀 더 확장함으로써 개인의 실질적 자유실현이라는 기본소득의 목표에 더 가까이 가고자하는 기본소득이 제안되기도 한다. 19-24세 청년들에게 연간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있는 청년기본소득 제안(이승윤·이정아·백승호, 2016)이 여기에 해당한다.
충분성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기본소득의 본래 목적인 개인의 실질적 자유실현 여부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충분성의 원칙에서 제약이 가해진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 제안일수록 기본소득의 실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기존의 노동시장 및 복지제도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기본소득론자들은 최저생계비 수준까지의 충분성이 확보된 기본소득과 기존의 소득보장 및 사회서비스 제도들과의 유기적 결합을 단기간 내에 실현가능한 기본소득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특히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은 사회보험과 같은 기존의 소득보장 정책 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 일자리 나누기 정책과 같은 노동시장 정책과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시민들이 적정수준으로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상으로 기본소득의 개념에 기초하여 기본소득의 원칙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원칙들의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기본소득이 정책과 그렇지 않은 정책유형들을 구분해보았다. 이러한 접근은 기본소득의 개념에 대한 과잉확장이 가져오는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본소득에 대한 많은 오해와 왜곡은 기본소득 개념에 대한 오남용에서 출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 ‘나중에’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하여
Dynamic Korea라는 명명이 무색하지 않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단시간내에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한국사회에서 활성화되어왔다. 이 과정에서 기본소득 제안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장벽은 ‘예산제약’, ‘우선순위’ 논리이다. 기본소득 논쟁과정에서 가장 많이 직면하는 반대논리는 “송파 세모녀가 주변에 여전히 많은데, 그 많은 예산을 들여 기본소득을 실현할 필요가 있느냐? 욕구가 많은 사람들을 위한 복지를 먼저 강화해야하는 것 아니냐?”라는 반론이다. 몇 년 전 보편주의 논쟁에서 ‘보편주의’를 역설했던 사람들도 이 논리를 기본소득 반대논리로 활용하곤 한다. 물론 이 주장이 틀린 주장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 속에 내재해 있는 ‘우선순위’, ‘나중에’ 패러다임의 문제이다. 가장 흔하게 이 패러다임을 활용해 온 것은 우파정권이다. 복지확대를 주장하면 ‘경제도 어려운데 복지는 경제성장이후에 생각해보자’는 등의 ‘우선순위 패러다임’, ‘나중에 패러다임’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패러다임은 좌우를 막론하고 어느 새 한국사회를 걱정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또아리를 틀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운동진영에서도 젠더평등이 주장될 때 ‘민주화가 우선이니 젠더이슈는 나중에 다루자’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순응했었다.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실현된 현재라고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여성인권 은 나중에 정권교체가 우선’, ‘노동자 권리도 나중에 정권교체가 우선’, ‘성소수자 인권도 나중에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는 구호를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정권교체가 ‘여성인권’, ‘노동자 권리’, ‘성소수자 인권’, ‘필요한 사람의 복지’를 실현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본소득은 나중에 기존 사회보장제도 강화가 우선’ 구호도 마찬가지다.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모든 사회문제들이 뒤엉켜 혼재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젠더 이슈가 서로 상반되고 우선순위가 있는 이슈가 아니듯이, 기본소득과 기존 사회보장제도 또한 우선순위가 있는 상호 배타적으로 논의될 이슈가 아니다. 이제 그러한 ‘우선순위’ 패러다임 ‘나중에’ 패러다임을 버리고, 어떤 복지국가를 건설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기본소득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기존 사회보장제도와 기본소득은 어떤 관계를 가지고 발전해야하는지, 기본소득이 아니라면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 등을 논의하는 패러다임으로 한국사회의 복지국가 재구성을 위한 논쟁이 전개되기를 희망한다. 그 출발은 ‘우선순위’, ‘나중에’ 패러다임을 폐기하는데서 출발하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강남훈 등(2010).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민주노총.
너른복지모임(2010). 분배의 재구성. 나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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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2003). 신자유주의와 대안적 복지정책 모색. 한국사회학, 37(1).
성은미(2003).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 : 기본소득.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학술대회.
이승윤·이정아·백승호(2016). 한국의 불안정 청년노동시장과 청년기본소득 정책안. 비판사회정책, 52.
Fitzpatrick, T(1999). Freedom and Security: An Introduction to the Basic Income Debate. London.
Raventos, D.(2007). Basic Income. The Material Conditions of Freedom. Pluto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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