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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칼럼] 헌재의 역할과 취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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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칼럼] 헌재의 역할과 취약성

익명 (미확인) | 월, 2017/03/20- 17:03

민주주의 퇴행 막은 헌재 판결
한국 정치사 이정표적 대사건
그럼에도 헌재의 구조 불안정
짧은 임기, 임용 방식 등 문제
‘헌재 개혁’은 또 다른 숙제

최장집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

헌법재판소(헌재로 약칭)가 현임 대통령을 면직한 것은 한국 정치사와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이정표적인 대사건이다. 해방과 국가수립 이후 논란이 심했던 대통령이 피를 흘리지 않고 현직에서 물러나 정권이 교체된 사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 한 번도 없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들이 모두 그러했다.

20세기의 대철학자인 칼 포퍼, 대표적인 민주주의 이론가의 한 사람인 아담 셰보르스키는 민주주의를 “피를 흘리지 않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체제”라고 정의했다. 무척 간결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이처럼 강력한 정의는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려 본 역사를 지닌 나라에서 더 절실하게 느껴질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주요 제도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언론을 통해 터져 나온 이래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대통령 퇴진, 또는 탄핵 이슈를 둘러싼 대중 동원의 내용과 성격에는 여러 단계가 있었다. 그 마지막 단계에서는 탄핵 지지파와 반대파 사이의 경쟁적 시위가 전개됐다. 시위 군중들이 충돌해 피를 불러 오면 어쩌나 하는 큰 위기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일부 과격 시위 군중들이 가하는 물리적 위협만이 판사들이 감내해야 하는 정신적 압력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부정적으로 말한다면 여론에 반응하도록 디자인된 정치체제다. 분출하는 열정이 광장을 메우는 상황에서 판사들이 여론의 압력에 영향 받지 않고 사실에 기초해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탄핵 결정 이후 헌재의 판결에 대해 긍정과 부정을 묻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응답자의 90%에 달하는 절대다수가 헌재의 탄핵 인용에 긍정적이었다. 이는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행해진 수많은 여론조사 가운데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반 시민들이 헌재의 결정이 여론에 크게 상치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탄핵 반대 의견을 가졌던 이들조차 헌재의 결정이 정치적 열정이나 의견에 휘둘린 편향적 판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세 중심축의 하나인 사법부의 헌재가 정치 위기의 결정적인 순간에 해야 할 결정을 통해 현임 대통령이 법적 절차를 따라 질서 있고 평화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그동안 많이 뿌리내렸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헌재 판결 이전까지 필자는 제도로서의 헌재와 그 역할에 대해 마냥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87년 민주화 이후 헌법 개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법원의 헌법 해석권과 관련해 일반법원을 대표하는 미국식 연방최고법원이 아니라 왜 유럽식인 독립적인 헌법재판소를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한 적이 없다. 오랜 권위주의 체제를 경과하며 민주주의의 전통과 실천의 경험이 취약한 조건에서 사법관료 체제의 최상위에 이른 엘리트 법관들에게 헌법 해석권이 부여될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았다. 미국 헌법 제정 당시 최대 쟁점이 인민주권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다수결을 통해 결정한 법안을 소수의 판사들이 헌법 해석을 통해 번복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였다. 법의 지배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판사들에 의한 헌법 해석을 통해 성취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 해석을 위한 독립적인 법원으로서 헌재의 필요성을 처음 이론화한 한스 켈젠의 논거는 지금 우리에게도 큰 설득력을 갖는다. 사법관료 제도의 중심에 있는 일반법원은 법과대학에서 교육받은 법률가들로부터 충원된다. 그런데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일반법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광범한 정치적 문제를 그들이 모두 평결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이런 의구심 때문에 일반법을 다루는 위계구조밖에 헌법 문제를 다루는 독립적인 헌재가 필요하다고 한 것이고, 헌재의 판사는 반드시 법관일 필요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독일·프랑스·일본 등 많은 선진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방식은 일반적이다. 한국의 경우엔 헌재 재판관의 구성도 문제지만 임용 방식과 6년이라는 짧은 임기도 문제가 된다.

헌재의 취약성은 헌재의 구성과 성격을 불안정하게 하고, 정치의 사이클에 따라 정치권력에 쉽게 휘둘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 헌재 개혁의 필요는 이번 탄핵 결정이 남긴 최대 과제일 것이다.

민주주의가 퇴행을 거듭하던 시점에서 헌재가 법의 정신에 부합하는 이성적이고 사려 깊은 판결을 내린 것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다. 가장 긴요한 시점에서 결정적인 판결을 내린 헌재 판사팀 전체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정치학

[출처: 중앙일보] [최장집 칼럼] 헌재의 역할과 취약성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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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보호 및 지역 경제 활성화
민주주의 수호와 주민 참여 정치 확대

이 글은 AI 가 수집 요약한 글 입니다..
토, 2026/06/13-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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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입니다.
지난 6월 10일은 6·10민주항쟁 39주기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느덧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요,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민주주의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기 위해 회원 및 예비 회원 15명과 함께 민주화운동기념관을 둘러보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민주주의를 생각하다

2026.05.14. 인사를 나누는 참여자들 <사진=참여연대>
2026.05.14. 해설을 듣는 참여자들 <사진=참여연대>

답사 참여자들은 모여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특별한 도슨트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예술가의 몸짓으로 표현한 도슨트 프로그램을 관람한 뒤,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어요. 민주주의의 역사가 담긴 장소, 사물, 노래를 통해 각자가 기억하는 사회적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이어 민주화운동 ‘기억의 벽’에 새겨진 민주열사들과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고통을 상징하는 설치미술작품 ‘기억의 통로’도 볼 수 있었어요.

➡민주화운동기념관 소개 보기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 대공분실

2026.05.14. 남영역에서 바라본 옛 대공분실 <사진=참여연대>
2026.05.14. 박종철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참여자들 <사진=참여연대>

이어 답사 참여자들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옛 남영동 대공분실로 이동했습니다. 연행자라고 불렸던 시민, 민주화운동가들은 굳은 철문으로 닫힌 채 빛이 들어오지 않는 대공분실에서 끔찍한 폭력을 겪었습니다. 기념관 사이로 보이는 선로의 모습과 남영역 너머의 회색빛 건물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당시 국가폭력과 얼마나 맞닿아 있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생각하며 해설사의 설명에 집중했습니다.

참여자들도 연행자의 발자취를 따라 이동했어요. 방향감각을 상실하도록 설계된 좁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연행자들을 감금하고 고문했던 특수조사실에 도착했습니다. 특수조사실은 모든 출입문이 맞은편에서 서로 볼 수 없도록 엇갈려 있고, 내부에는 조사공간과 분리되지 않은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요. 천장에 있는 감시카메라에 의해 그대로 노출돼 있어 당시 조사 대상자를 향한 인권침해를 엿볼 수 있었어요. 또 조사실마다 문 밖에 조광기를 두어 외부에서 밝기를 조절할 수 있게 했고, 문 앞에 설치된 작은 외시경을 통해 수사관들이 조사대상자를 밖에서 감시하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외에도 당시 고문에 대한 증언과 도구들, 화장실까지 곳곳을 감시했던 수많은 CCTV들, 투신을 막기 위해 길고 좁게 만들어진 창문 등을 통해 당시의 참혹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박종철 열사가 계셨던 조사실 앞에서는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갖고, 유가족의 요구에 따라 보존된 추모의 공간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날의 대공분실은 고통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이들에 의해 지켜진 공간이었습니다.

기억,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일

2026.05.14. 회원답사 참여자 단체사진 <사진=참여연대>

옛 남영동 대공분실 답사까지 마친 뒤 참여자들과 한 자리에 둘러 앉아 소감을 나누었어요. 초등학생인 10대부터 당시 민주화운동 현장에 있었던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함께한 답사여서 의미가 있었는데요. 참여자들이 나눠주신 소감을 짧게 나마 공유합니다.

80년대에 청년으로 살았던 기억을 나누며 미래세대에 대한 생각을 하셨다는 회원부터, 지난 12.3비상계엄 당시를 회상하신 회원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계엄이 선포되던 날, 국회에 군인들이 진입한 가운데서도 시민들이 망설이지 않고 국회 앞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저항했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견, 기록학도로서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우리가 들어야 할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했던 회원이 기억납니다.

우리는 왜 1980년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요? 민주화를 요구했던 이들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요? 여러 물음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과거의 시간들을 통해 현재를 비춰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했던 의지를 토대로 현재 우리 민주주의의 행방을 찾고 더 나은 민주주의에 대해 숙고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참여연대는 회원들과 사회이슈부터 역사, 민주주의 등 다양한 주제로 회원답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계속 함께해 주실 거죠?🙌

💕지난 회원답사 보기

2025-06-30 [회원 답사 후기] 전쟁기념관이 말하지 않는 평화
2022-09-30 [회원 답사 후기] 서대문 형무소 답사 + 안산자락길 산책


캠페인 참여와 시민교육, 온·오프라인 회원모임과 자원활동까지,
참여연대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확인해 보세요!

문의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02-72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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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26/06/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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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비용 3개월만 공개는 위헌, 정치자금 상시공개해야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434/766/001/cce... />

‘선거비용 3개월만 공개’ 위헌 결정 환영

선거비용과 정치자금 내역 상시 공개토록 법개정해야

 


어제(5/27), 헌법재판소는 정치자금법 제42조 제2항에서 선거비용 내역을 ‘3월간’ 공개한다는 부분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위헌 6 대 합헌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이 법 조항은 즉각 효력을 상실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소장 :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헌재의 결정을 환영한다. 국회는 비단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을 받은 선거비용 뿐 아니라, 정치자금 내역 전체를 상시 공개하도록 정치자금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그간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선거가 끝난 뒤 정치자금 내역의 일부인 선거비용 수입 및 지출 내역에 한해서 3개월 동안만, 선관위 사무소에 비치하는 방식으로 공개해왔다. 또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수령할 수 있는 정치자금내역은 비교와 분석이 불가능한 그림파일 형식으로만 제공되어 사실상 정치자금에 대한 시민의 감시가 불가능했다. 때문에 참여연대는 21대 총선이 끝난 후 각 정당의 선거비용 수입 및 지출 내역을 분석하고 문제점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2천여 장에 달하는 정치자금의 상세 내역을 수기로 데이터화하기 위해 10명의 시민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_filter=search&mid=Politics&searc... target="_blank" rel="nofollow">참고. <21대 총선 주요 정당 선거비용 수입 및 지출 분석 보고서>, 회계보고서 2000장을 200개의 손가락이 입력한 이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후진적인 정보공개시스템일 뿐 아니라 유권자의 알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것이다.   

 

선거비용 내역의 상시 공개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시작점에 불과하다. 정치자금의 투명한 공개를 막는 대표적 독소조항인 정치자금법 제40조와 제42조를 조속히 개정하여 선거비용 과목 뿐만 아니라 정치자금내역 전체를 상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더불어 수입 및 지출 사항은 회계 자료 검증이 가능하도록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정보공개청구 없이 정치자금 공개시스템을 활용해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정치자금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이미 현재 국회에는 정치자금의 상시 공개를 골자로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 2건(의안번호 : 2103066(우원식 의원 대표발의), 2108455(박주민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어 있다. 또한 지난 5월 25일에는 선관위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정치자금 수입·지출을 인터넷에 상시 공개하고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 뿐 아니라 증빙자료 및 소명내역을 포함해 검색, 분류,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금, 2021/05/2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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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생명과 안전의 시민권리 보호할 국가책임 구체화 과정
재난⋅안전관련 책임 외면한 이상민 행안부장관 마땅히 파면되어야

2023. 04. 04. 헌법재판소 앞.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가 <10.29이태원참사 책임자 이상민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참여연대>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오늘(4/4, 화)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이태원참사 책임자 이상민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같은 날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인 ‘행정안전부장관(이상민) 탄핵 사건(2023헌나1) 준비절차’를 앞두고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파면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번 탄핵심판이 장관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구체화하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또한,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재난과 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책임자로 예상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전예방을 적절히 취하지 않았고, 참사의 발생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지난 국정조사과정에서도 유가족의 명단,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지정과 중앙사고수습본부의 구성 등과 관련하여 위증과 번복 등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하며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이상민 행안부장관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본격적인 탄핵 심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소속 단체는 탄핵심판에 대한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예정이며,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 이에 대응하는 국가의 의무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를 토론회, 기획기고, 시민법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기자회견 개요

  • 제목: 10.29이태원참사 책임자 이상민 파면 촉구 헌재 앞 기자회견
  • 일시: 2023년 4월 4일(화) 오전 10시 30분 
  • 장소: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
  • 주최: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 참가⋅발언
    • 사회자 : 미류 시민대책회의 진상규명시민참여위원회 위원
    • 유가족 발언1: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이주영님의 아버지)
    • 발언1: 권영국 변호사(시민대책회의 진상규명시민참여위원회 위원)
    • 발언2: 이호영 박사(민주주의법학연구회 대외협력부위원장) 
    • 발언3: 조인영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0.29참사대응TF 위원)
    • 기자회견문 낭독

기자회견문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을 파면하라

오늘 오후 2시,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의 탄핵 심판이 시작된다. 10.29이태원참사로 목숨을 잃은 159명의 희생자와, 여전히 진실을 알 수 없는 상실을 겪고 있는 유가족, 고통스러운 기억과 싸우며 살아내기에 도전하는 수많은 생존자, 참사의 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모든 시민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행안부 장관 이상민을 파면하라.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취임 후 “국민이 재난과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선진화된 재난 안전 관리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0.29이태원참사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재난 관리 체계였다. 

게다가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행안부와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참사 직후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며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해야 할 국가의 기능 자체를 부정했다.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반성의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데 혼자 ‘막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자는 재난안전 주무부처의 장관의 자격이 없다.

참사 피해자들이 1시간 넘도록 끼임 상태에 갇혀있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구조활동을 벌이고,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간절한 기도를 보내던 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 채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라며 혼자 느긋했다. 그는 참사 발생 후 65분이나 지나 보고를 받아놓고도 서두르기는커녕 운전기사를 기다리느라 다시 85분이 지나 현장에 도착했고, 도착 후에도 105분이 흐른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참사 이후 수습과 피해자 지원에 나서야 할 책임도 망각했다. 시신의 인도와 장례, 애도의 장소로서 분향소 설치, 피해자 간 소통과 모일 권리 지원 등은 모두 행안부의 역할이다. 행안부는 오히려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바꾸라는 지시에 동참하고 소통을 원하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행안부가 가지고 있는 유가족 명단이 없다고 우기기까지 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에 대한 탄핵은 이상민 개인에 대한 평가에 그치지 않는다.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평가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기본권으로서 시민의 생명권을 보호할 의무를 국가에 부여한다.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무는 추상적인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조치로 이행되어야 한다. 국제인권규범은 국가가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생명의 박탈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에 대한 탄핵은 우리 사회가 생명권의 실체적인 내용을 확립해가는 계기이자 국가의 책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재난참사로부터 사회구성원의 존엄과 권리를 지킬 줄 아는 사회가 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을 파면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재난을 막을 역량도, 촌각을 다투며 구조와 수습에 나설 의지도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국회에 요구한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에 대한 탄핵은 정부 대 국회의 대결이거나 여야 간 정쟁이 아니다. 국회 역시 헌법수호의 책무를 이행한다는 관점에서 탄핵심판에 임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 요구한다.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작업은 재난참사가 일상화된 시대에 더욱 중요해졌다. 헌법이 생명권의 실질적인 보루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과업이 헌법재판소에 맡겨졌음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책임질 줄 모르는 국가에 생명과 안전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맡길 의사가 없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국가를 만들 것이다. 다시 한번 요구한다. 행안부 장관 이상민을 파면하라. 

2023년 4월 4일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 붙임1 기자회견문
▣ 붙임2 발언문: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이주영님의 아버지)
▣ 붙임3 발언문: 권영국 변호사
▣ 붙임4 발언문: 이호영 박사(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명의의 입장 대독)
▣ 붙임5 발언문: 조인영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0.29참사대응TF 위원)

보도자료(발언문 등 붙임자료 포함)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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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23/04/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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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이상민 탄핵 기각 결정은 무정부 상태의 확인이다

  [caption id="attachment_232998" align="aligncenter" width="640"] ⓒ오마이뉴스 공동취재 (2023)[/caption]   오늘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을 기각 결정했다. 10.29이태원참사의 최고책임자임에도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행안부장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헌재는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책임을 부정하여 대한민국이 무정부 상태임을 확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 국가는 국민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생명권은 모든 국민들이 향유하는 기본권의 대전제이다. 이상민은 행정안전부장관에게 부여된,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을 보호하여야 할 헌법 및 법률상의 직무를 유기했다. 무엇보다도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하여 국가의 가장 기초적인 존재이유인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한 직무수행을 할 것이라고 신뢰하고, 권력을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여지없이 배신하였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이상민의 공직 박탈은 시민의 상식과 헌법에 기반한 요구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의 해임 요구를 거부했다. 오늘은 헌재마저 상식에 기반한 요구를 외면했다. 이태원참사 이후 고위공직자 누구도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퇴하지 않았다. 이상민이 공직의 무게와 공직자의 책임을 아는 자라면 참사 직후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 오늘 헌재의 결정으로 공직을 유지한다한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미 국민들은 이상민을 파면했다.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그때부터 그는 더 이상 행정안전부장관이 아니다. 우리는 그를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도 공직에 연연하여 스스로 물러나지 않은 공직자로 기억할 것이다. 부끄러움이 남아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시민들은 이태원참사와 폭우참사와 같이 재난이 반복될 때마다 #무정부상태 해시태그를 달며 국가의 무책임함을 비판해왔다. 오늘의 헌재 결정은 대한민국이 #무정부상태 임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켜준 결정이다. 참담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국민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잘못가고 있는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 역시 주권자 국민의 몫이다. 10.29이태원참사의 국가공식 사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문책과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3.07.25.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화, 2023/07/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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