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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놀랄 만큼 기쁘고, 믿을 수 없이 반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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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놀랄 만큼 기쁘고, 믿을 수 없이 반가운

익명 (미확인) | 화, 2017/02/14- 18:24

가짜 뉴스: 놀랄 만큼 기쁘고, 믿을 수 없이 반가운

글|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 반기문, 대통령선거 불출마 선언 중에서 (2017. 2. 1.)

반기문이 대선 불출마 이유로 ‘가짜 뉴스’를 언급한 것은 가짜 뉴스의 높아진 위상(?)을 방증한다. 이를 불출마의 핑계로 해석하든, 정당한 사유로 해석하든, 가짜 뉴스는 한 나라의 유력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었던 어떤 자가 입후보하기도 전에 선거를 포기하게 하는, 혹은 포기하겠다는 이유로 대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출처: 반기문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kmkorea201 정치교체를 내세운 반기문은 결국 출마를 포기했고, 그 이유들 중 하나로 ‘가짜 뉴스’를 언급했다. (출처: 반기문 페이스북)

가짜 뉴스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지난 미국 대선에서 기성 언론의 영향력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큰 영향을 미친 주요 인자 중 하나로 평가된다. 버즈피드 분석에 의하면, 지난 미국 대선 마지막 3개월(8월~선거일까지) 동안 소셜미디어에 가장 많이 유통된 진짜 뉴스 20개와 가짜 뉴스 20개의 페이스북 참여도(공유+좋아요+댓글)를 비교하니 오히려 가짜 뉴스 참여도(870만)가 주류 언론의 진짜 뉴스 참여도(730만)보다 높았다. 더불어 가장 널리 읽힌 가짜 뉴스 20개 중 클린턴보다 트럼프에게 유리한 것은 17개로 분류되었다.

 

반기문과 가짜 뉴스 

반기문이 귀국하자마자 보여준 일련의 해프닝, 가령 턱받이 해프닝과 지하철 티켓 해프닝, 퇴주잔 해프닝 등의 일화적 사건들이 반기문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언론과 소셜 미디어가 서로 상승 작용하며 그 해프닝의 의미를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과정은 고질적인 ‘이미지 정치’의 폐해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스스로 대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로서 반기문에 관한 국민의 관심은 무엇보다 반기문 자신이 바란 일이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반기문의 대통령 자질을 검증하려는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기까지 하다. 가령, ‘온돌방’ 발언은 반기문이 지금까지 어떤 대접을 받고 살아왔고, 그가 느끼는 고통의 정체, 반기문이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 수준을 어떤 분석 기사보다 명징하게 드러낸다.

화장실 하나 있는 온돌방 생활을 "고통"이라고 표현해 많은 이들로부터 비판받은 반기문.  화장실 하나 있는 온돌방의 한옥 생활을 “고통”이라고 표현해 많은 이들로부터 비판받은 반기문.

후보자(가 되려는 자)에 대한 검증은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이자 언론의 의무다. 하지만 반기문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심도 있는 토론이, 연속된 해프닝에만 과도하게 관심이 집중된 나머지, 축소됐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서로 진영을 달리한 선입견만 강화됐고, 원인 제공자가 반기문 자신이긴 하지만, 소위 ‘가짜 뉴스’ 현상이 반기문의 이미지를 사실보다 왜곡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로 보인다.

 

사실상 확정된 ‘조기 대선’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도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이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반기문 불출마 선언을 통해 더욱, 가짜 뉴스는 정치권과 언론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선관위(사이버범죄 대응센터)는 지난 1월 19일 가짜 뉴스에 대한 단속과 예방 업무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아직 조기 대선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182명 규모의 단속팀을 특별히 편성해 지난 2월 2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선관위

선관위만 바빠진 건 아니다. 정당도 가짜 뉴스와 관련해 분주해지긴 마찬가지다. 지난 2월 6일 새누리당은 페이스북에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개설하면서 “허위 왜곡 보도와 유언비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놨고,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그 첫 사례(“바로잡기”)로 문화일보의 ‘태극기 집회 참석’ 관련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보다 훨씬 앞선 2016년 11월 ‘유언비어 신고센터’를 발족한 바 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의 ‘센터’는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1월 말까지 총 4,400여 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가 ‘네거티브 대응팀’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노컷뉴스가 2월 9일 자로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KBS 보도에 따르면, 바른정당은 “가짜 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막는 가칭 ‘반기문법’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가짜 뉴스를 규제하는 '반기문법'을 준비 중인 바른정당 가짜 뉴스 규제하는 ‘반기문법’을 준비 중이라는 바른정당

 

개념을 찾아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제 가짜 뉴스는 미국뿐만 아니라 ‘조기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에서도 화두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상하다. 점점 더 많아지는 가짜 뉴스에 관한 언론 보도, 선관위의 활발한 움직임, 정당의 적극적인 대응 천명에도 불구하고, 가짜 뉴스가 무엇인지를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곳은 없다.

가짜 뉴스에 관한 ‘정의’, 그 개념에 관해서는 모두들 아주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거나 아예 그런 개념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가짜 뉴스의 개념은, 그냥 빤한 것이라서, 어떤 정의도, 개념 규정도 필요 없는 그런 것일까?

특히 선거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선관위는 언론사에 보내는 공문에서조차 ‘가짜 뉴스’라는 표현을 강조함에도, 직접 ‘가짜 뉴스’의 개념을 묻자 아직 그 개념을 정립한 바 없다고 답한다.1 그러면서 결국, 공직선거법 250조(허위사실 공표)와 251조(후보자 비방)가 모든 규제의 규율 근거임을 확인했다.

하다못해 돌멩이로 탑을 쌓아도 바닥돌(개념, 정의)이 부실하면 그 돌탑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하다못해 돌멩이로 탑을 쌓아도 바닥돌(개념, 정의)이 부실하면 그 탑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당연한 답변이다. 왜냐하면, 선관위가 법에 규정되지 않은 근거(가령, ‘가짜 뉴스’)로 어떤 행위를 규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의문은 남는다. 왜 선관위는 굳이 보도자료에 그리고 언론사 협조를 구하는 공문에 ‘가짜 뉴스’를 강조한 것일까? 그게 요즘 뜨는 유행어라서?

여기서 중요한 건 선관위가 헌법기관이고, 공직선거법을 통해 선거와 관련한 행위를 규제할 권한을 가진 조직이라는 점이다. 선관위는 규제기관이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그 규제는 아직 정의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유행어’에 근거해서는 안 되고, 구체적인 법 규정(공직선거법)에 근거해야 한다.

미리 결론을 말하면, ‘가짜 뉴스’라는 개념 자체는 아직 정립된 바도 없고, 그 개념이 정립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공적 규제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즉, 선거와 관련한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공직선거법상의 명문 규정이고, 특히 가짜 뉴스 현상과 관련한 근거 규정은 공직선거법 250조와 251조다.

 

가짜 뉴스,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그럼에도 가짜 뉴스의 개념을 엄격하게 정립해야 하는 이유는 법적 규제와 가짜 뉴스의 경계를 명백히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라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근거로 표현의 자유 탄압과 규제가 당연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즉, 더 많은 표현의 자유, 더 엄격한 법률 규정의 적용을 위해서라도 가짜 뉴스의 개념을 엄격하게 정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

표현의 자유 가짜 뉴스의 개념은 더 많은 규제가 아니라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진: Looking Glass, CC BY SA)

지금까지의 논의와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가짜 뉴스의 개념을 정의하면 다음과 같이 기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독자를 오도하거나 이익을 취하기 위해 그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꾸며 언론보도 형식으로 유포한 허위정보.”

위에 기술한 정의를 분리해 하나씩 요건화하면 아래와 같다.

1. 누가(주체)

  • 누구든 

가짜 뉴스의 생산 주체는 누구든 상관없다고 봐야 한다. 즉, 언론사 기자이든 개인(블로거, 네티즌)이든 무방하다. 가짜 뉴스는 뉴스 수용자인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해 수용자의 인식을 강화·왜곡하거나 트래픽을 유발해 상업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 허위 사실을 생산하는 주체는 개인이든 언론사이든 상관없다.

2. 무엇을 어떻게(객관적 요건) 

  • 허위 사실을

가짜 뉴스는 ‘허위사실’을 담고 있어야 한다. 단순한 의견이나 주장은, 그것이 허황되고 과장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가짜 뉴스로 규정되어선 안 된다. 더불어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라면, 의견과 주장은 최대한 두텁게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미학적인 방법론으로서 ‘풍자’를 가짜 뉴스로 규정해 규제하거나 비난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되어야 한다. 풍자와 가짜 뉴스의 구별은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준을 통해 신중하게 파악되어야 하고, 이를 일률적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예컨대 미국에서 인기 있는 풍자 신문 [디 어니언]에 실리는 정치, 사회 기사는 모두 가짜다. 이 기사들은 독자를 오도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현실을 비틀고 꼬집어 부조리를 드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이처럼 신랄한 풍자를 위해 작성되는 기사들은 지금 논의되는 가짜 뉴스의 범주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 그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꾸며 언론보도 형식으로 유포

가짜 뉴스는 그 형태에서 (사실을 다루는) 언론보도 형식을 띠고 있어야 한다. 이는 아래에서 살펴본 독자를 ‘기만하려는 목적’이 객관적으로 표출된 형태다. 즉, 가짜 뉴스가 네티즌에 의해 만들어질 때, 굳이 기성 언론의 기사 형식을 차용하는 이유는 독자를 속이려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고, 그것이 가짜 뉴스의 비난 가능성을 높인다고 하겠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독자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유포’되어야 한다.

3. 왜(주관적 요건) 

  •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 독자를 오도하거나 이익을 취하기 위해 

가짜 뉴스는 독자를 ‘오도’하거나 독자의 반응을 끌어내 이를 통해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는 목적(주관적 요건)을 가진다. 가짜 뉴스의 동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행위자의 정파적 이익 또는 경제적 이익. 특히 지난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가 대량으로 생산된 ‘원동력’을 제공한 것이 가난한 제3세계 청년의 돈벌이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2

고전적으로도 뉴스 수용자의 편견을 강화하거나 오도하기 위한 허위사실의 전파는 특정 정파를 가진 행위자의 정치적 욕망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금전적인 이익과 흔히 결부되어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극적일수록 잘 팔리는 ‘묻지 마’ 뉴스 소비의 시대에는 단순히 독자의 편견을 강화하고 오도하기 위한 허위 사실의 전파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적으로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가짜 뉴스는 더 많이 만들어지고, 또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안티 에이징'이라는 본능적인 욕구는 돈과 권력이라는 연결고리로 '줄기세포시술'이라는 무지로 표출됐다.

여기에서 하나 더 생각할 점이 있다. 허위사실을 통해 독자를 오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포한다는 것은, 이런 허위사실을 진실로 믿고 전달하는 경우까지는 단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즉, 가짜 뉴스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은 그 무지나 경솔을 탓하고, 비판할 수 있을지언정 그 사실만으로 단죄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선거다 

가짜 뉴스는 특히 선거와 불가분의 관계다. 선거는 말과 글, 의견과 주장이 오가는 가장 치열한 전장이고,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전장은 방송과 언론 그리고 무엇보다 소셜미디어이며, 그 가장 대표적인 무기는 ‘뉴스’이기 때문이다. 뉴스의 형식을 흉내 낸 가짜 뉴스가 선거철에 더욱 활개 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까지 살펴본 가짜 뉴스가 도덕적 기준이었다면, ‘선거에서 가짜 뉴스’는 공직선거법 250조와 251조에서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특히 지칭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엄격하게 한정해야 한다. 즉, 선거와 관련해 ‘가짜 뉴스’를 언급하려고 할 때는 앞서 좁게 규정한 개념에 다음과 같은 요건을 더해 더 좁게 해석해야 한다.

선거 투표

왜냐하면, 앞서 살펴본 가짜 뉴스는 특정한 법에 근거해 ‘처벌’하거나 ‘단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가짜 뉴스의 개념에 근거해 어떤 행위를 도덕적, 사회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 살펴보려는 ‘선거에서의 가짜 뉴스’는 그 행위를 국가 공권력에 의해 처벌할 수도 있는 엄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 후보자나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자를
  • 당선 혹은 낙선케 하려는 목적으로

이런 맥락에서 다소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가짜 뉴스’를 선관위에서 앞장서서 공보에 사용하고, 공식적인 공문의 표현으로 활용하는 점은 대단히 위험해 보인다. 특히 비언론의 행위를 주로 규율하는 선관위 사이버범죄 대응센터는 물론이고, 인터넷 언론의 행위를 심의하는 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모두 ‘가짜 뉴스’의 개념을 묻는 슬로우뉴스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물음표 퀘스천 ‘가짜 뉴스’를 개념을 선관위에 물었지만, 선관위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출처: Marco Bellucci, CC BY)

선관위가 “아직 학계에서도 정립되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에”라거나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라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한 이유는 실제로 학계에서 아직 정립하지 못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직선거법이라는 구체적인 근거 규정을 통해 그 법의 한계에서만 움직여야 하는 선관위로서는 ‘가짜 뉴스’라는 용어를 함부로 쓰지 말아야 했다. 왜냐하면, 아직 ‘개념도 정립되지 않은 용어’를 함부로 ‘규제’의 취지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 기준도 모르는 채 단죄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관위 대응센터도 심의위원회도 구체적인 규제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히 공직선거법 250조와 251조라는 점을 확인했고, 그 외에 어떤 것도 규제의 근거, 단죄의 근거는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지만, 그렇다면, 굳이 가짜 뉴스라는 표현에 편승해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식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250조)와 후보자비방죄(251조)

제250조 (허위사실공표죄)

①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ㆍ방송ㆍ신문ㆍ통신ㆍ잡지ㆍ벽보ㆍ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ㆍ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당내경선과 관련하여 제1항(제64조제1항의 규정에 따른 방법으로 학력을 게재하지 아니한 경우를 제외한다)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제2항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후보자”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는 “경선후보자”로 본다.

제251조 (후보자비방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참고로 최근 판례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아래 사례는 2013년 11월에 선고된 고등법원 사례다.3

대법원

¶ 피고인이,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甲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여야 합의처리 등을 위해 단식하였을 뿐인데도, ‘굿~!한미 FTA를 빨리 날치기하라고 단식했던 甲OUT!’이라는 문구를 리트윗하는 방법으로 공표하였다고 하여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으로 기소된 사안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위 문구는 반어적 방법으로 비판적 ‘의견’을 표현한 것에 해당하고,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즉, 무죄) 

¶ 피고인이,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甲과 乙이 서로 연대한 사실이 없는데도, ‘甲 후보 완전 맛이 갔다.야권단일화 경선에서 丙 후보를 이기려고 날치기했던 乙 후보와 연대하는 모임에 참여했다’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게재하는 등으로 甲과 乙을 비방하였다고 하여 공직선거법 위반(후보자비방)으로 기소된 사안

→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위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 사례. (즉, 무죄)

위 사례만으로 판례의 경향을 전반적으로 확인하기는 부족하겠지만, 적어도 최신 판례라는 점에서 또 표현의 자유를 좀 더 두텁게 보장하고,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엄격히 제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로 평가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에드워드 스노든 가짜 뉴스의 천적은 억압이나 검열이 아니라 진실, 그리고 그 진실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팩트 체크다. 미국 국가안보국의 국민 감시를 폭로한 뒤 망명 생활 중인 스노든(사진)은 “가짜 뉴스를 대함에 있어, 검열이 아니라 참으로 싸우라”라고 말한다.

“가짜 뉴스 문제는 (정부기관이나 서비스 제공 기업 같은) 심판자가 아니라 이용자, 참여자, 시민이 서로를 돕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나쁜 메시지에 대한 해결책은 검열이 아니다. 나쁜 메시지에 대한 해결책은 더 많은 (옳은) 메시지이다. 거짓말이 쉽게 퍼지는 지금이야말로 비판적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서로 인식하고 또 확산시켜야 한다.”

– 에드워드 스노든

개개인이 합리적 의심을 생활화해야 해야 하고, 또 입맛에 맞는 거짓을 받아들이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당파성에 우선해 정확성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정보 소비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가짜 뉴스에 대해 적극적 의사 표현, 당당한 비판도 생활화해야 할 덕목이다. 누가 대신 바로잡아 줄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 스스로 참여해야 한다.

물론 개인이 모든 정보의 사실성을 확인할 수 없다. 좀 더 공적이고, 조직적인 검증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언론이 그 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가급적 국가권력과 조직의 힘을 빌리기보다는 시민사회 안에서 그 역량을 키우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시민사회의 운영원리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혹은 ‘자율성’)는 본질에서 국가 공권력과는 상극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오픈넷디지털 시대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주요 테마로 활동해 온 오픈넷은 가짜 뉴스를 규제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가짜 뉴스도 근본적으로 일종의 표현물이라는 점에서, 법적 규제의 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당위가 여전히 적용되어야 한다. 가짜 뉴스의 원조 격이랄 수 있는 미국에서 가짜 뉴스가 처벌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 규제는 가장 쉽지만,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최후의 방법이며, 흔히 권력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다.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상식적이고 엄밀한 기준을 정해 이를 충족하는 표현물만을 최소한으로 규제하고 나머지는 시민사회의 양식에 맡겨두는 것이 옳다.”

– 사단법인 오픈넷 허광준 정책실장

 

놀랄 만큼 기쁘고, 믿을 수 없이 반가운

가짜 뉴스는 대개 ‘놀랄 만큼 기쁘고, 믿을 수 없이 반가운’ 뉴스다.4 그 외양이 때로 천박하고, 어설플지라도, 대개 가짜 뉴스는 당신이 한참을 기다린 바로 그 소식, 당신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줄 ‘아, 사이다!’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우리는 보고 싶은 소식만 보고, 듣고 싶은 뉴스만 듣는다. 이렇게 자신이 가진 생각과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을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이라고 하고, 이런 경향은 거대한 폐쇄회로인 소셜미디어, 특히 페이스북과 카톡의 ‘끼리끼리’ 집단을 통해 더욱 강화한다. 열린 광장으로서의 공론장은 사라지고, 공론장은 환상과 관념만으로 남는다. 불편부당을 외치는 거대 주류 언론은 자신의 당파를 부끄러운 듯 숨기지만, 단 한 번도 그들이 자신의 당파를 버린 적은 없다.

모바일 스마트폰 뉴스

가짜 뉴스는 당파적 뉴스 소비, 자신과 다른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는 편향된 정보 향유라는 음습한 습지에서 자라는 독버섯이다. 디지털과 모바일이라는 기술의 진화는 열린 대화와 토론의 광장으로 우리를 인도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벽으로 둘러싸인 투명한 감옥에 우리를 가뒀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감옥에 갇혀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대화와 토론 대신에 ‘묻지 마’ 공유와 좋아요 단추로 끼리끼리의 견고한 알리바이를 완성한다.

사실이요? 그게 뭔가요? 그거 확인하면 돈이 나오나요? 밥이 나오나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진실은 저 찬란한 촛불의 바다, 그 한 점 한 점의 위대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라는 괴물을 뽑은 게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박근혜 안 뽑았는데? 이런 소리는 제발 하지 않기를…) 사실이 홀대받고, 진실을 탐구하는 길고 어려운 과정 대신에 즉각적인 ‘아, 사이다!’만 찬양받는 시대에 가짜 뉴스는 언제든 창궐할 수밖에 없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놀랄 만큼 기쁘고, 믿을 수 없이 반가운 뉴스만 바라고, 거기에 열광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다시금 놀랄 만큼 참담하고, 믿을 수 없이 슬픈 시간을 마련해 놓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1. 슬로우뉴스는 선관위가 ‘가짜 뉴스’의 개념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사이버범죄대응센터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각각 문의했다.
  2. BBC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에 관한 가짜 뉴스가 가장 많이 생산된 곳이 마케도니아의 소도시 벨레스였다고 보도하면서, 고란이라는 19세 청년을 인터뷰했다. 청년은 미국 우익 사이트에서 마구잡이로 ‘복붙'(복사+붙이기)한 가짜 뉴스로 월평균 급여가 350유로인 마케도니아에서 월 1,800유로를 벌었다고 자랑했다. BBC는 이런 모습을 ‘디지털 골드러시’라고 명명했다. 출처: BBC 뉴스, The city getting rich from fake news (2016. 12. 5), 참고 기사: 한국일보, 가짜 뉴스 돈 잔치로 전락한 미 대선… 한국 대선은? (2017. 1. 25.)
  3. 서울고등법원 2013. 11. 21. 선고 2013노1814 판결
  4. CNN은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가짜 뉴스 구별법’ 중 하나로 “지나치게 반갑고 믿을 수 없이 기쁜 기사는 한번 의심하라”고 권한다. 재인용 출처: 한국일보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게재하고 있습니다. (201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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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자당 비판 칼럼 고발 취하해야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입막음소송’

과도한 ‘정치의 사법화’ 폐해 기억해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민주당을 비판한 칼럼을 기고한 임모 교수와 이 글을 게재한 경향신문 편집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는 사실이 어제(2/13) 확인됐다. 허위사실을 쓴 기사도 아니고 자당을 비판한 칼럼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당 대표 명의로 기고자와 언론사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과잉대응으로 부적절하다. 고발을 통해 집권여당에 대한 비판을 막으려는 전형적인 ‘입막음 소송’에 해당한다. 민주당은 고발을 취하해야 한다.  

 

민주당이 임모 교수를 고발한 혐의는 공직선거법 제58조의2 투표참여 권유활동과 관련된 256조 각종제한규정위반죄와 제254조 선거운동기간위반죄로 알려졌다. 칼럼의 내용 중 ‘민주당만 빼고 찍으라’는 투표권유가 특정정당의 찬반을 포함하고 있어 공직선거법 위반이고, 선거기간이 아닌 기간에 선거운동을 한 선거운동기간위반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칼럼의 주요한 내용은 집권당인 민주당과 집권세력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으로 결코 공직선거법으로 규율할 영역이 아니다. 당 차원에서 반박 논평을 내거나 반대 의견의 칼럼을 기고하면 될 사안이다.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각종 제한 규정들은 유권자들의 표현의 자유는 물론 참정권을 지나치게 제약해왔다. 또한 선관위와 검찰의 해석에 따라 임의로 고발과 수사, 기소가 이뤄져왔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공직선거법 앞에서 멈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스스로 ‘민주’를 표방하는 정당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악법 규정들을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왜 이 고발에 비판이 쏟아지는지 깨달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은 정치적 사건을 고소고발로 푸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가져온 폐해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논평 [https://www.ozmailer.com/oele/ut.php?U=1bflxh_698f1_jlxfvo" style="color:rgb(17,85,204);font-family:Arial;background-color:rgb(255,255,255);" target="_blank" rel="nofollow">원문보기/다운로드]

금, 2020/02/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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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6.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2019 한국인터넷윤리학회 추계학술대회 <뉴미디어와 인터넷 윤리>에서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가 “가짜뉴스 규제론의 위험성”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토론문] 가짜뉴스 규제론의 위험성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허위정보의 유포는 역사적으로 늘 존재하여 왔으며 새로운 경향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허위정보가 ‘가짜뉴스’라고 이름 붙여지며 그 폐해가 더 문제시되는 것은 사회적 양극화와 더불어 인터넷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정보의 전파력, 영향력이 더욱 강해졌고 이로써 빠른 의제 선점, ‘정보 전쟁’이 보다 치열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허위정보는 일정한 폐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허위정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사람들의 사상이 조작, 왜곡되고, 강자들의 권력을 공고화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강제 규제일 필요는 없으며, 또한 모든 표현물 규제 원칙이 그러하듯, 막연한 해악 발생의 가능성만으로 규제가 정당화될 수도 없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 비례하여 설정된 더욱 엄격한 제한 원리, ‘명확성의 원칙’,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등이 준수되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가짜뉴스 규제들이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는 것일까.

우선, 규제 대상 정보의 정의 규정이 불명확하다. 가짜뉴스 규제 법안들은 대체로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을, “언론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를 규제 대상 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라는 목적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한정적 개념이 될 수 없다. 인간의 모든 표현행위는 수신자를 전제하고 이루어진다는 면에서 목적성을 띠고, 공적 사안에 대한 표현은 대부분 궁극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성이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루어질 것이며, 오히려 이를 목적하지 않은 표현을 분류해내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언론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내용” 역시, 어디까지가 ‘언론’이고 ‘보도’인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불명확하다. ‘언론보도’가 법에 따라 등록한 언론사만의 전유물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 시민 누구나 팩트 전달, 자료 분석, 기사 퍼나르기 등 ‘언론보도’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근거가 부족하거나 오류가 있는 사실이 적시될 수도 있다. 개정안들에 따르면 타 언론사를 사칭함이 없이 일반 시민이 이러한 언론활동을 하는 것, 혹은 언론보도의 형식을 취하거나 기존 보도 이미지에 합성을 한 유머나 패러디까지 “언론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내용으로써 규제 대상으로 삼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형사처벌할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한편, ‘허위정보’가 무엇인지, 누가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것인지의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다. ‘내가 하면 진짜뉴스, 남이 하면 가짜뉴스’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모두가 서로의 반대 진영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가짜뉴스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 세태가 되었다. 어떠한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내는 것부터가 매우 어렵고, 객관적인 ‘진실’과 ‘허위’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 역시 어렵다. 대개 일정한 사실의 주장자가 당시까지 해당 사실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면 ‘허위’로 분류되는 경우도 많고, 사실의 존재는 증명하기 어렵거나 증거를 가진 측에 의하여 조작·은폐되어 끝내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법원의 판결 역시 어떤 사실에 대하여 당시까지 진실 증명 혹은 유죄의 증명이 없다는 점만을 판단하는 것일 뿐, 어떠한 사실이 명백히 허위라거나 피고인의 범죄사실에 대한 결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법원의 판결과 다른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도 상당히 자주 일어난다. 한편, ‘허위정보’를 결정하는 주체가 방통위, 방심위, 선관위 등의 국가권력이 된다면 이는 곧 헌법이 가장 경계하고자 한 국가의 표현물 ‘검열’과 다름없다. 즉, 누구도 ‘허위’와 ‘진실’을 종국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내용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표현행위를 함부로 규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렇듯 가짜뉴스 규제 법안들은 대상 정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많은데, 그에 대한 조치는 매우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규정되어 있다. 개정안이 규정한 조치들은 ① 가짜뉴스를 유통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② 가짜뉴스를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의 불법정보에 추가하여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유통을 금지시킬 수 있는 정보로 규정, ③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임시조치 대상 정보에 추가하여 이용자들의 신고로 차단할 수 있는 정보로 규정, ④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이 운영,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가짜뉴스가 유통되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삭제, 차단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논의한대로 ②와 같이 가짜뉴스를 행정기구의 판단에 따라 유통을 금지시킬 수 있는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높고, 이에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것은 위헌성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또한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규제 대상 정보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③, ④와 같이 가짜뉴스를 일부 이용자들의 신고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판단에 따라 함부로 유통을 차단시킬 수 있는 대상으로 규정해서도 안 된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즉, 정보의 유통을 매개하는 인터넷 사업자에게 유통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의무나 차단 의무를 부과하는 규율은 사업자가 제재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보들을 차단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한다. 이는 결국 사업자들의 과차단, 과검열을 부추기고 합법적인 정보까지 차단되어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또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삭제, 차단할 수 있는 하나의 정보 단위에는 무수하고 다양한 표현 내용이 공존하며, 허위로 판정된 내용은 극히 일부분일수도 있다. 예를 들면 1시간 짜리 동영상에 허위정보가 5분 내외로 존재해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동영상 전체를 삭제, 차단할 수밖에 없고 나머지 문제없는 표현들마저 부당하게 금지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최근 입법자들이 규제하고자 열을 올리는 ‘허위정보’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이미 과도한 표현물 규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가진 허위정보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규율되고 있다. 특정 개인에 대한 허위사실의 유포로 개인의 인격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정보라면 명예훼손죄 법제와 임시조치 제도로 규율된다. 기존 언론의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 등의 제도가 있다. 선거의 영향을 미치는 허위정보 역시 공직선거법상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명령 제도로 규제된다. 금융 피싱 등의 정보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2항으로 규율된다.

결국 현재 규제의 사각지대라고 말하는 ‘가짜뉴스’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거나’, ‘사회질서를 혼란’하게 하거나 ‘공익을 해한다’는 추상적인 해악을 가진 공적 사안에 대한 허위정보인데, 이는 결국 일명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1] 이유와 같은 취지 – 명확성 원칙 위반과 불명확성으로 인한 정치적 남용 위험 – 에서 위헌적이라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

물론 재난 등의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 신체적 안전에 급박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허위정보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선동할 수 있는 허위정보는 규제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각각 특별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혹은 혐오표현 규제의 관점에서 논할 일이지, 일반적인 ‘허위정보’ 규제의 관점에서 논의될 것은 아니다.

2018년 1월, EU 집행위원회는 HLEG(the High Level Expert Group)라는 전문가 자문기구를 발족하고, 가짜뉴스와 온라인 허위정보에 대한 정책 및 대응 방안을 자문했다. 이에 따라 HLEG가 발행한 보고서[2]에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공적, 사적 ‘검열’의 방식은 지양되어야 하며, 단기적 대응보다 장기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① 온라인 뉴스의 투명성을 향상, ②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 ③ 이용자와 언론이 허위정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 마련, ④ 뉴스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과 지속성 보장, ⑤ 허위정보의 영향력과 조치에 대한 지속적 연구 장려를 주요 대응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진실은 권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정보 간의 신뢰성 경쟁을 통해 스스로 그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즉, 진실이 꽃피우기 위해서는 허위정보가 존재는 필연적이다. 허위정보가 사람의 사상과 사상의 자유시장을 왜곡한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방적인 정보 차단, 유포자 처벌과 같이 특정 사상을 탄압하고 사상의 자유에 직접 개입하는 강제적, 억제적 규제를 채택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보다 신뢰성 있는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양질의 정보가 보다 많이 흐르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진흥 정책 등의 장기적인 대응만이 가짜뉴스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1]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헌소원 (2010. 12. 28. 2008헌바157, 2009헌바88)

[2] “A multi-dimensional approach to disinformation – Report of the independent High level Group on fake news and online disinformation” (European Commission, March 2018) https://ec.europa.eu/digital-single-market/en/news/final-report-high-level-expert-group-fake-news-and-online-disinformation

금, 2019/12/20-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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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역사는 항상 희극과 비극이 섞여 있는 회색 덩어리 같은 것이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보통 역사의 비극에 초점을 두고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상징한다. 그런데 비극으로부터 배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비극에 갇혀 있을 수도 있다. 공산주의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만으로 가득 찬 사회는 자본주의의 착취로 나아갈 수 있고, 그 반대 벡터도 가능하며 양극단 사이에서의 진동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 될 것이다. 비극의 관점에서만 역사를 볼 것이 아니라 비극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의 수들, 즉 희극도 엄연히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했다고 하여 명예훼손 유죄가 선고되었다. 과거에 공산주의자라는 칭호가 국민들에게 씌웠던 누명과 천형을 생각하며 종북몰이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필자도 수년 전 이정희 의원에게 ‘종북’이라고 불렀다고 해서 민사 손해배상 판결이 난 것에 대해서 ‘국가보안법의 역습’이라고 자위했다. 진보적인 인사들이나 독재에 순응하지 않은 사람들을 부당하게 처벌하고 심지어는 정치에 무관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엮었던 역사를 생각해본다면, ‘종북’ 칭호는 상대를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며 맹목적인 반공 사회의 사법적 피해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라고 볼 수 있었다. 분단사회의 질곡이라는 역사로부터 배우려면 저런 판결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공산주의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역사의 비극으로부터 너무 많이 배우려다가 역사의 비극 속에 갇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명예훼손 형사처벌은 세계 각국에서 사문화하거나 폐지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명예란 도대체 무엇인가? 불특정 다수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평가의 집합, 곧 평판이다. 평판은 나를 고찰하는 사람의 사상과 의견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내가 통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내가 아무리 천사처럼 살아도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할 수 있다. 그런데 내 평판이 훼손되었다고 해서 훼손의 씨앗이 된 말을 한 사람의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비례성에 어긋난다. 민사 손해배상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더욱이 명예훼손이 형사처벌의 형태로 존재하면 기소와 압수수색만으로도 피의자들의 삶을 피폐화할 수 있는 검찰은 쉽게 권력 연장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역사의 희극은 더 이상 종북몰이가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민중은 완전히 승리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승리했다. 역사는 항상 그런 것이다. 그런데 역사의 비극, 즉 분단사회에서 진보 인사들이 받은 핍박에만 매몰되어 종북 발언, 공산주의자 발언을 형사처벌까지 하려고 든다면 그 역사의 다른 면에 갇힐 수밖에 없게 된다. 이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된다면 이제 문재인 정권을 ‘독재’라고 불러도 나를 포함한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은 할 말이 없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공산주의’를 포함한 다른 진보적인 사상들, 즉 사회주의 등등은 우리 사회가 절대로 언급해서는 안 되는 극악의 지표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을 절대로 진보적인 판결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다.

명예훼손으로 법정 구속된 종편 출신 송아무개 기자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송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수위는 송의 디지털스토킹이 불러왔을 피해자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피해자가 송의 ‘만행’을 먼저 알렸다면 피해를 막지 못했을까? 혹시 알리지 못한 이유는 거꾸로 송으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할 위험 때문 아니었을까? 우리가 피해자가 겪은 비극으로부터 배우려는 자세에만 매몰되어 형사처벌을 통한 검열에만 심취한다면, 소비자들의 이용후기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죄 없는 기업들의 블랙컨슈머리즘에 대한 고발도 같이 위축될 것이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항상 반만 옳다.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09.03.)

금, 2020/09/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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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0. 11. 5.(목)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4 간담회실에서 ‘공익제보와 개인정보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발제문의 요약문입니다. https://opennet.or.kr/18973 

개인정보보호법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만 생활과 행복추구에 긴요한 서비스나 재화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의 향후 이용이나 제3자제공을 미리 제한할 협상력이 없을 정도로 개인정보처리자와의 힘의 비대칭에 놓인 정보주체를 ‘정보감시’ 또는 정보감시의 가능성으로부터 오는 ‘위축효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법제로서 정보주체에게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에 대해 소유권과 유사한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짜로 하고 있다. 

  한편 법이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게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인정보처리가 정보주체의 통제권 하에 놓여지면 도리어 힘없는 개인정보주체들이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를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저항권이 제한되므로 정보주체의 통제권을 정교하게 재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제들은 첫째 GDPR 및 GDPR이행입법들의 상당수는 공익 및 정당한 이익을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정보수집 및 제3자 정보제공을 허용하고 둘째 단순히 제도권 언론의 취재보도만을 면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언론 “목적”의 정보처리에 대해서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제3자가 언론에 제보하는 행위도 예외에 포함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은 특히 공익제보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3자제공, 언론목적 정보처리, 개인정보처리자의 해석 등에 있어서 국제기준에 비추어 개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법 
수집이용
우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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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R (수집, 이용, 3자제공)
타법률 O O O (4c)
공공기관업무 O O O (4f)
계약이행 O X O (4b)
정보주체보호 O O O (4d)
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
O X O (4f)
공익보호 X X O (4e)

개인정보보호법 제58조(적용의 일부 제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개인정보에 관하여는 제3장부터 제7장까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 . . .4. 언론, 종교단체, 정당이 각각 취재·보도, 선교, 선거 입후보자 추천 등 고유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집·이용하는 개인정보

GDPR의 경우 다음과 같이 주체를 한정하지 않고 “언론 목적의. . 처리(processing for journalistic purposes)”에 대해 표현의 자유 및 정보의 자유와의 화합을 도모하도록 개별국가가 법제화를 하도록 의무화하고(“shall”) 있음.

Article 85 Processing and freedom of expression and information 

1. Member States shall by law reconcile the right to the protection of personal data pursuant to this Regulation with the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and information, including processing for journalistic purposes and the purposes of academic, artistic or literary expression.

수, 2020/11/18-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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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산업기술보호법(산기법)이라는 법이 있다. 영업비밀보호법이 ‘영업활동에 유용한 정보’만 보호하기 때문에 국책연구기관들의 영업비밀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막상 법을 만들 때는 정부 부처가 “산업기술”이라고 지정만 하게 되면 모두 영업비밀처럼 보호되도록 만들어놓았다. 이런 조문을 가진 법은 전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법 만들 때 벤치마킹했던 미국의 경제스파이법도 영업비밀 보호에 한정되어 있고 중국, 일본, 독일에도 영업비밀이 아닌 것을 보호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는 법은 없다.

산업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영업비밀이 아닌 산업정보는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쳐 더 발전되어 나간다. 영업 직원이든 연구소 직원이든 회사의 기술정보 중에 영업비밀이 아닌 정보를 고객들이나 동종 업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지만, 산기법에 의해 차단된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든 제조물책임 피해를 본 소비자든 기술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영업비밀이 아닌데도 알 수가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산업 발전에도 해가 되고 생명과 안전의 보호에도 해가 되는 법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산업기술보호규제는 영업비밀에만 적용되도록 축소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9년 국회는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영업비밀 침해는 부당취득행위나 비밀유지 위반이 있어야 발생하는데, 법을 개정하여 침해행위도 아닌 행위, 즉 산업기술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과 다르게 이용 및 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산기법 제14조 8호).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교수가 강의할 때 교육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정보를 학생이 어떻게 사용할지는 학생에게 맡겨진 것이다. 발명을 하건 창업을 하건 강의평가를 하건 말이다. A제품 발명을 위해 나온 정보가 B제품 개발에 유용할 수도 있다. 비밀유지 의무가 없는 한 합법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은 자신의 상상 내에서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 공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막아놓은 것이다. 영업비밀도 아닌 것에 대한 침해행위도 아닌 행위를 처벌하는 세계 유일의 법이 더 위협적인 것은 “산업기술”이 이용되는 업체에 대해서는 노동자나 소비자들이 합법적으로 정보를 얻어도 안전이나 배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산기법이 2019년에 개정되면서 국가핵심기술 규제도 함께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국가핵심기술 규제는 1980년대에 미국, 일본 등이 자신의 첨단기업들이나 첨단기술들이 해외로 팔려나가는 합법거래들을 국가에 신고하거나 또는 허가받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비밀보호와 무관하다. 국가핵심기술 상당수는 법적으로 항상 공개되는 특허나 사실상 공개되는 저작권으로 보호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처음 만들 때는 합법적인 거래들에 대한 허가 신고제로 잘 만들었다.

그런데 2019년 엉뚱하게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에 국민에 대해 비밀로 해야 한다는 조항(9조의2)이 만들어졌다. 결국 정보공개 청구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인데, 국가핵심기술 중에는 이미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에 공개된 특허, 저작권도 있는데 어떻게 이것을 비밀로 한다는 말일까? 그래서 전세계의 어느 국가핵심기술 규제도 대국민 공개를 금하지 않는다.

이 법은 노동자와 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행정부처가 사업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하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삼성전자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산재소송을 위해 작업장에서 이용된 독극물 목록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으려고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된 사례다.

14조 8호나 9조의2가 영업비밀에만 적용되도록 축소해석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실제 업계 일반에 널리 알려진 정보에 대해서도 산업기술침해죄를 적용한 판례가 나왔고 위의 삼성전자 사례도 영업비밀 여부에 관계없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공개 청구에서 제외된 것이었다. 산업도 죽이고 노동자도 죽이는 세계 유일의 누더기법 산업기술보호법, 정부 여당이 책임지고 하루빨리 개정해달라.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11.29.)

월, 2020/11/3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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