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차 촛불집회가 4일 전국 60여곳에서 벌어진 가운데 서울 광화문에서만 연인원 4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2월에는 탄핵하라”고 외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하루 빨리 사퇴하라고 촉구했다.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혐의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박사모등 관변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양태를 보이면서 촛불 민심은 설연휴 이후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본집회에 앞서,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는 2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모이자 법원! 가자 삼성으로! 박근혜 퇴진! 이재용 구속!”을 구호로 사전집회가 펼쳐지기도 했다.사전집회에서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등 집회 참가 시민들은 헌법재판소가 2월안에 탄핵심판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재청구돼야 한다고 외쳤다. 친박단체들이 주도하는 탄핵반대집회는 박사모등 관변단체들를 중심으로 대한문과 청계광장에서 벌어졌다.이들은 “탄핵반대”,”특검해체”를 외치며 “계엄령 선포”라고 쓰여진 포스터를 흔들기도 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세계 사법정의 프로젝트”(The World Justice Project)는 매년 세계 각국의 “법의 지배 지수”(Rule of Law Index)를 평가하여 발표하는데, 올해 한국은 전체 113개 국가 중에서 19위로 작년보다 8계단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도면 비록 전년도 대비 다소 하락하긴 했으나 한국의 법치가 낮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최순실 세력의 국정농단 사태인 “최순실 게이트”가 반영된 내년도의 평가 결과는 어떨까. 어느 정도까지 추락할 것인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박근혜 게이트는 전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보수세력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격이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을까. 영국 BBC는 한국의 부패가 박정희체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는 그 체제의 생물학적 딸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http://zetawiki.com/wiki/박근혜게이트닷컴)
법치주의 유린한 박근혜-최순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치(法治)는 “법에 의한 통치”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거하여 국가의 권력작용과 국민생활이 이루어지는 원리를 의미한다. 이는 곧 자의적 통치를 의미하는 인치(人治)와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그리고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형식적인 법치가 아닌 실질적인 법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실질적인 의미의 법치는 단순한 “실정법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좋은 법에 의한 통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국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좋은 법”을 바탕으로 통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실질적 의미의 법치는 과거 권위주의 시기의 법치나 전체주의 국가의 법치와는 그 성격을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나치 독일이나 한국의 군사정부시기의 법치는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보장을 위한 법이 아니라 권력집단의 통치를 유리하게 하는 법을 바탕으로 강압적인 통치가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최대 목적으로 하는 실질적 의미의 법치를 전제로 하게 된다.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의 법치주의를 무력화 시켰다. 현재까지 언론에 공개된 검찰조사 결과라는 한정된 정보만을 가지고 판단하더라도, 최순실 “일당”의 행위는 단순한 직권남용이나 사기미수, 증거인멸교사 등의 실정법 위반의 수준을 넘어선 법치주의와 헌정질서 유린에 해당한다.
법치주의의 3요소
법치주의는 기본적으로 “법의 최고성”, “법 앞의 평등”, “헌법의 상위성” 등의 세 요소로 구성된다.
법의 최고성은 누구든지 법을 위반하지 않고서는 형사처벌이나 신체 및 재산상의 제한을 받지 않는 것으로서, 정부나 통치자의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규제하기 위한 원리이다.
법 앞의 평등은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것으로서, 지위와 신분에 관계없이 공직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법의 평등한 적용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헌법의 상위성은 모든 법은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세 원리가 실현되어야 비로소 한 국가의 법치주의는 완성되는 것이다.
정의의 여신 디케. 한 손엔 저울, 다른 손에는 칼, 그리고 눈을 가리고 있다. 법의 원칙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순실 일당에게는 이 세 원리가 적용되지 않았다.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권한도 합법적으로 위임받지 않은 최순실은 문화, 예술, 체육, 언론, 경제, 교육, 외교안보 등 여러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다방면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통치권을 합법적으로 부여 받지 않은 개인이나 집단의 자의적 통치이며, 이를 용인하거나 묵인한 대통령 역시 자의적 통치를 방조하거나 공모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즉, 법의 최고성 원리를 무력화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법 위에 군림했다. 법령을 무시하거나 개정하고, 정책결정자들을 매수하거나 그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려 했다.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최순실 일당에게 법은 한없이 무력했다.
나아가 그들은 한국의 정치질서와 헌정질서를 파괴했다. 우리 헌법은 제1조에 한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공화국임을 밝히고 있고, 정부형태를 대통령제로 하여 국민의 주권을 입법, 행정, 사법의 세 기관에 나누어 부여함으로써 서로 감시와 견제를 바탕으로 권력이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집중되어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조직이 행정부의 최고 권력을 행사하고, 입법부의 여당에게도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으며, 검찰을 포함한 권력기관까지 장악하려고 했다는 것은 한국의 정치질서를 뒤흔든 것이며 나아가 한국의 헌정질서를 파괴한 행위인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 헌법이 언급하는 주권을 가진 국민은 누구이며, 삼권을 무엇이었을까.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국민들
국민들은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러한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대통령의 공모 혐의를 99%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강제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들의 비율 역시 이미 과반을 초과하여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11월 22-23일 간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79.5%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답을 했고, 응답자의 14.6%만이 탄핵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과 유사한 결과라는 점에서 현재 국민들이 대통령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1월 24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탄핵 찬성 여론이 79.5%에 달했다. 지금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준다. (자료: 리얼미터)
이러한 국민적 의지는 매주 진행되는 촛불 시위에서도 확인된다. 촛불 시위 참여인원이 100만 명을 초과하여 200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의 전국 100여만 명의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거대한 국민적 요구는 탄핵안 발의를 위한 야당의 결집을 가능케 하는 동시에,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현웅 법무부장관의 사의표명 등으로 나타나는 권력 내부의 분열을 야기하였고,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탄핵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여당의 내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고립되어 가는 형국이다.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서의 ‘탄핵’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대표적인 방법은 선거와 탄핵이다.
대통령의 중임을 허용하는 국가에서는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를 위해 출마한 선거에서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현직 대통령이 지난 임기 동안 직무수행을 잘 했다고 생각하면 한 차례 더 기회를 주고, 직무수행을 잘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다른 후보자에게 표를 줌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즉 재임을 위한 선거에서 국민들은 현직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와 같이 대통령 단임제 국가에서는 다음 선거에 현직 대통령이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선거에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대통령 소속의 여당 후보자를 지지하는지 여부를 통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우에 유권자들은 앞으로 새롭게 이끌어갈 지도자가 누구이며, 이들의 공약과 정책을 비교하여 소위 “전망적 투표”를 하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 단임제인 한국에서는 선거를 통해 현직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평가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쉽지 않다.
탄핵받은 대통령들. 닉슨 미국 대통령, 클린턴 미국 대통령,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하단 왼쪽). 의회의 권고를 받고 사임한 볼프 독일 대통령(하단 오른쪽). 이들이 탄핵을 받거나 그런 위협에 몰린 공통된 이유는 거짓말, 부패, 뇌물 등이었다. 박근혜도 이런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결국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실질적인 방법은 탄핵(impeachment)이다. 탄핵은 일반 사법절차로는 소추나 처벌이 어려운 정부의 고급공무원이나 법관 등에 대하여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가 헌법이나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하여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는 현직 대통령을 견제하고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묻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자 책임정치 실현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실제로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법을 위반하거나 부패에 연루되었을 때 탄핵권을 발동하여 책임을 묻곤 했다.
1974년 미국의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에 관한 위증죄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의결되고 상원에서 탄핵되기 직전에 스스로 사임했다.
1998년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인 르윈스키(Monica Lewinsky) 와의 성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하원에서 탄핵안이 의결되었으나,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되어 가까스로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최근 2016년 8월 브라질의 호세프(Dilma Rousseff) 대통령은 국영은행의 돈을 끌어다 재정적자를 감추기 위해 사용하는 등 연방재정회계법을 위반한 이유로 탄핵되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에서도 지난 2012년 불프(Christian Wulff) 대통령이 시중금리보다 약 1% 정도의 낮은 금리로 특혜 대출을 받은 이유로 검찰이 대통령의 면책특권 중지를 연방의회에 요청하자 임기 2년 만에 스스로 사임했다.
그밖에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부정축재, 공금횡령, 부패, 권력남용, 불법 정치자금 등의 이유로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어 스스로 사임하거나 탄핵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 역사에서도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시도되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험이 있다.
탄핵 절차와 정치권의 계산
대통령 탄핵을 위한 조건과 절차는 매우 엄격하고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우선 대통령은 재직기간 중 헌법 제84조에 의해 내란 및 외환의 죄 이외의 범죄에 대하여 형사상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 특권을 가진다. 이는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로서의 특권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의 형사상 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재직 중에는 형사상 소추가 불가능하지만,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는 정지되어 퇴직 후에 공소시효가 다시 이어지며 형사상 소추가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대통령 재직 중이라도 민사상, 행정상의 소추나, 국회에 의한 탄핵소추는 받을 수 있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의결되면 탄핵심판이 있을 때 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결정되면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대통령의 탄핵은 ‘헌정의 중단’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된 헌법적 절차라는 점에서 ‘헌정의 지속’이며, 그 나라의 민주주의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관으로서 대통령의 잘못이 있을 때, 또 다른 권력기관인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그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우리가 채택한 대통령제의 작동원리이다.
탄핵 절차를 두고 정치권의 계산은 복잡하다. 야당은 탄핵의 실패를 우려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발의 이후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 소추위원장을 여당이 맡고 있는 것,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 결정 가능성, 황교안 현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문제 등이 야당의 탄핵 추진에 주요 고려 변수가 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현 재적의원 300명 중에서 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야당이나 무소속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경태 의원을 포함해 모두 172명으로, 이들이 모두 탄핵에 찬성한다는 전제 하에 새누리당 의원 중 최소 28명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49조에 의해 탄핵심판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으로서 검사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데, 현재 국회 법사위원장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권성동 의원이므로 그가 과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에 관한 의문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재판관 9명 중에서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런데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이 내년 초에 임기를 마치게 됨에 따라, 이들의 후임을 선임하는 문제와 새로운 소장을 임명하는 문제 등으로 탄핵심판 절차가 정지되거나 혹은 7명의 재판관만으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들 중 6-7명의 절대다수가 보수적 성향의 재판관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시간적 측면에서도 차기 대통령 선거를 1년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헌재의 결정이 최대 180일 소요되면서 탄핵의 실질적 효과가 약화될 수 있고, 심지어 탄핵 심판절차가 정지될 가능성도 배재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 의하면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가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년 대선 이전까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변수들은 야당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여당의 계산 또한 만만치 않다.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국민적 요구가 점차 거세짐에 따라 변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의 직무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지가 명확해 보인다.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가 지속된다면 설사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탄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려 할 것이다. 국회 의결절차에 대한 저항, 헌법재판소 재판부에 대한 회유와 압력을 비롯하여, 탄핵 절차를 최대한 지연시킴으로써 남은 임기를 확보하려 할 수 있다.
여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이러한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노무현 탄핵과의 차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현재의 논란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할 때 두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발견된다.
우선, 탄핵 소추 사유의 무게감이 다르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들은 앞서 살펴본 해외의 사례뿐만 아니라,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포괄적이고 심각한 수준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때, 국회는 난장판이었다. 그만큼 명분없는 탄핵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장면을 웃으며 지켜보는 당시 박근혜 의원. 그랬던 그녀가 이번에는 스스로 탄핵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인정한 사항이 “공무원으로서 기자회견에서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지만, 이 역시 선거운동기간이 아니고 계획된 발언이 아니므로 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를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제60조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는 현재 검찰이 99% 입증을 확신하는 공무상 비밀 누설과 직권남용, 강요 등의 혐의를 비롯하여 제3자 뇌물수수 등으로 그 무게감이 질적으로 다르게 느껴진다.
또한,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의 대응 역시 매우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와 의결에 매우 적극적이고 일사불란했다.
반면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발의에 꽤 오랜 시간 뜸을 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져 80%에 육박하는 시점에 와서야 야당들은 대통령의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국가의 사례나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할 때 현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한 보다 무거운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주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정치적 역풍을 거세게 받았던 트라우마에 더하여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종합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국회가 탄핵의 성공가능성 만을 점치며 권한행사를 주저하는 것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위기를 국회-정부 간의 건강한 관계를 재설정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민심에 기반 한 정치를 실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회의 대통령 견제 기능 강화돼야
첫째, 정부와 국회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일차적인 책임이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 및 측근 인사들에게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하지만 이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전횡을 일삼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취약한 우리 정치시스템의 문제를 반드시 진단해봐야 한다.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도록 하는 대통령제의 삼권분립 정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는 입법권과 예산권에 더하여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국회의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이다. 국회는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 국정감사나 조사를 할 수 있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할 수 있으며, 대통령의 특수한 권한에 대한 동의 및 심사권을 가진다.
따라서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자의적인 통치행위를 할 경우에 국회는 그에 적절한 견제를 해야 하며, 이러한 국회의 견제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권력의 남용이나 전횡이 예방되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기존의 국회-행정부 관계에서 국회가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온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대통령과 의회가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여당이 똘똘 뭉친 채 야당과 대결함으로써 여당은 정부 감시에 소홀하고 여당과 야당 간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는 대결의 정치가 지속되면서 국회가 온전히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 해 온 것도 사실이다.
국회의 정부견제 기능이 약화될수록 대통령의 자율성은 커지고,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이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가 결국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된 것이다.
여당은 정부를 구성하는 주체일 뿐만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여당이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전락하게 되면 국회 본연의 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결국 여야 간의 대립과 갈등만 남게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회가 정부를 보다 적극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탄핵 민심 따라야
둘째, “민심(民心)”을 보다 제대로 살펴야 한다. 탄핵은 국민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을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하는 것이므로 국회와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지난 2004년 탄핵을 주도한 야당들이 탄핵에 실패하여 정치적 역풍을 받게 된 것은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이유가 컸다. 당시 국민의 다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개입성 발언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이유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 역시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었다.
이러한 민심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야당들은 결국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 민심은 명확하다. 국회는 그 뜻을 따라 헌법이 정한 절차대로 대통령을 탄핵하면 된다. 당리당략에 따라 그 민의를 배반하면 국회 역시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http://anriona.tistory.com/4)
그렇다면 현재의 민심을 어떠한가. 현재 국민의 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5% 미만으로 추락했고, 심지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80% 가까이 나타나고 있다.
민심은 명확하고 국민적 요구도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여 탄핵의 절차를 시작하는 것은 국회의 권리가 아니라 국회의 의무가 된다. 국민을 대표하고,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것이 국회가 가지는 본연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 시점에서 야당은 탄핵의 실패를 우려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대통령의 실패에 절망한 국민들에게 국회의 견제 실패라는 또 다른 상실을 안기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만약 정파적 입장과 비합리적 논리로 탄핵이 좌절될 경우에는 국민들이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국민들은 용기를 내어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다. 그들이 밝히는 촛불의 메시지에 귀 기울어야 한다. 정치시스템의 정상화와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5년 전, 리비아에서 시작된 평화적인 시위는 순식간에 무장분쟁으로 번져 서방의 군사개입까지 이루어지게 되었고, 결국 2011년 10월 무아마르 카다피 대령이 사망하면서 끝나게 되었다.
이후 과도정부가 수립되었지만 반카다피 세력 출신 무장단체들이 아무런 처벌 없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리비아는 2014년 5월부터 민병대와 무장단체 간의 충돌로 또다시 새로운 무력 분쟁에 휩싸였고, 2개 정부로 분열되는 등 여전히 깊은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1. 분쟁 양측 모두 민간인과 민간 시설에 무차별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는 등 전쟁범죄와 중대한 인권침해행위를 저질렀다. 정치적 또는 인종적 소속, 출신, 의견 때문에 납치되고 고문을 당한 사람은 수백여 명에 이른다.
2. 무장단체의 활동이 통제불능 수준에 이르렀다. 자칭 ‘이슬람국가’(IS)는 특정 지역을 점령한 후 극단적으로 해석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해 주민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여성들에게 엄격한 이슬람식 복장을 강요하거나, 공개처형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피해자의 시신을 공개된 장소에 방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채찍질형이나 절단형을 공개적으로 집행하고, 이러한 범죄행위를 소셜 미디어상에 홍보하기도 했다.
3. 난민과 이주민들은 심각한 인권침해에 노출되어야 했다. 리비아 안팎의 밀입국 경로를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 착취, 성폭행을 당하거나 무기한 구금을 당했다. 항해에 적합하지 않은 배를 이용해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던 사람도 수천 명에 이르렀다. 2015년 한 해 동안 2,880명 이상이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려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4. 리비아 전역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폭력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민간인들이다. 약 250만 명이 깨끗한 식수, 위생시설, 식량 등의 인도적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며, 43만 명 이상이 강제이주를 당했다. 전투로 인해 수많은 병원과 의원이 문을 닫고, 파괴되거나 이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리비아 어린이 중 약 20%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유엔은 의료지원과 교육, 난민과 이주민 보호 등 리비아 국민 130만 명에게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원된 액수는 필요 총액의 불과 1%에 그쳤다.
5. 자유로운 발언이 공격당하고 있다. 언론인과 인권활동가, NGO 활동가들은 여러 무장단체로부터 위협을 받거나 납치, 살해당하기까지 한다. TV 방송국들은 로켓 추진식 수류탄으로 공격을 받아 파괴되고 불탔다. 국경없는기자회는 2015년 1월부터 11월 사이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30회 이상 벌어졌다고 기록했다.
6. 여성들의 인권이 후퇴하고 있다. 여성 활동가들은 위협과 협박을 당했고, 남성 동반인 없이 이동하는 여성들은 무장단체에 상습적으로 희롱을 당했다. 조혼이 더욱 쉬워지고, 남성은 법원의 승인 없이 아내와 이혼할 수 있게 하는 등 한층 더 여성차별적인 조항을 담은 법이 새로 제정됐다.
7. 사법제도는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도시의 경우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라 법원을 열지 못할 정도이고, 판사와 변호사가 공격받거나 납치를 당하기도 했다. 카다피에게 충성한 것으로 간주된 수천여 명은 기소나 재판도 없이 수 년 간의 징역에 처해졌다. 전쟁범죄 및 기타 혐의로 기소된 전직 정부 관계자 37명에 대한 재판은 피고인들의 고문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못하는 등 많은 결함을 드러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1년 이후 리비아에서 인권침해로 기소된 것으로 알려진 무장단체 단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파악하고 있다.
배경
2011년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카다피 정권의 <중대한 제도적 인권침해>에 관한 보고서가 발표된 후 만장일치로 리비아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했지만, ICC는 리비아의 불안정한 정세와 자원 부족을 이유로 계속해서 조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리비아 상황의 추가 조사를 위해 지원을 요청한 ICC의 파투 벤수다 검사는 자신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또한 인권침해와 폭력행위를 저지른 관련자들에 대해 자산 동결, 출국 금지 등의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다수 채택했지만 지금까지도 시행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영어전문 보기
Libya since the ‘Arab Spring’: 7 ways human rights are under attack
Five years ago, an initially peaceful uprising in Libya quickly developed into armed conflict involving Western military intervention and eventually ended when Colonel Mu’ammar al-Gaddafi was killed in October 2011.
Successive governments then failed to prevent newly-formed militias of anti al-Gaddafi fighters from committing serious crimes for which they never faced justice. The country remains deeply divided and since May 2014 has been engulfed in renewed armed conflict.
Here are seven ways human rights are under attack across the country:
1. All sides have committed war crimes and serious human rights abuses, including indiscriminate and direct attacks on civilians and their property. Hundreds have been abducted and tortured because of their perceived political or tribal affiliation, origin or opinion.
2. Armed groups are out of control. The so-called Islamic State (IS) took over certain areas where it has carried out public execution-style killings, sometimes leaving victims’ corpses on public display. It has also carried out public floggings and amputations, and publicized some crimes on social media.
3. Migrants and refugees face serious abuse. Many are tortured, exploited and sexually abused along the smuggling route in and out of Libya. Others have been detained indefinitely. Thousands have also sought to leave Libya and cross the Mediterranean Sea to Europe in unseaworthy vessels. In 2015, more than 2,880 drowned while attempting the journey from northern Africa to Italy.
4. Civilians bear the brunt of the conflict and violence across the country. Nearly 2.5 million people need humanitarian help including clean water, sanitation and food. Many hospitals and clinics are closed, damaged or inaccessible due to the fighting. Around 20% of children in Libya are not able to go to school.
5. Free speech is under attack. Journalists, human rights activists and NGO workers have been threatened, abducted and assassinated by various armed groups. TV stations have been vandalized, set ablaze and attacked with rocket-propelled grenades. Reporters Without Borders recorded more than 30 attacks against journalists between January and November 2015.
6. Women’s rights are in retreat. Women activists have been intimidated and threatened, and women travelling without a male companion have been harassed by militias. New laws discriminated against women even further, for example by making child marriage easier and allowing men to divorce their wives without obtaining court approval.
7. The legal system is barely functioning. Courts in some cities are closed because it’s so dangerous, and judges and lawyers have been attacked and abducted. Thousands of people seen as being loyal to al-Gaddafi have been detained for years without charge or trial. The trial of 37 former officials for alleged war crimes and other offences was deeply flawed, including its failure to investigate allegations of torture of the defendants.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적정 합병 비율’이라고 산정한 ‘1대 0.46’이 엉터리 계산 과정을 거쳐 나왔다는 게 드러났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내부적으로 ‘1대 0.46’이라는 합병비율을 산정해 놓고도 이보다 불리한 ‘1대 0.35’ 합병안에 찬성했다는 것이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1대 0.46’이라는 비율조차 자세히 뜯어보니 이마저도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었던 제일모직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숫자라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뉴스타파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을 통해 국민연금 리서치팀이 작성한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 가치 산출 보고서’를 입수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정책위원인 홍순탁 회계사와 함께 분석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다시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김경율 회계사와 함께 검증했다. 분석 결과 국민연금이 ‘숫자의 마법’을 통해 제일모직의 가치는 실제보다 높게, 삼성물산의 가치는 실제보다 낮게 평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연금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했다면 ‘적정 합병 비율’은 1대 0.46이 아니라 1대 1에 가깝게 산출됐을 것이고, 이 경우 삼성측이 요구한 1대 0.35의 비율대로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찬성하기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순탁 회계사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회사 가치를 평가하면서 두 회사가 보유한 상장주식을 시가대로 평가하지 않고 각각 41%의 할인율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인 엉터리 계산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기업회계 기준을 보면 상장주식은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 또 상장이나 합병 등에 적용되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서도 상장 주식의 자산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 당시 합병안에 반대의견을 냈던 자문 기구 ISS (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역시 상장 주식을 시가 그대로 평가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두 회사의 가치를 계산하면서 상장 주식의 가치를 100% 반영하지 않고 41%의 할인율을 적용해 100원짜리 주식을 59원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이 갖고 있던 삼성전자를 비롯한 12조 5천억 원의 상장주식은 7조 4천억 원, 제일모직이 갖고 있던 4조원 어치의 상장주식은 2조 4천억 원으로 낮게 평가됐다.
할인율을 적용하기 전 두 회사의 상장 주식 가치 차이가 8.5조 원(12.5조 원 – 4조 원)이었는데, 할인율을 적용하고 나니 5조 원(7.4조원 – 2. 4조 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할인율 적용’을 통해 국민연금은 두 회사의 가치 차이를 3.5조 원 가량 줄인 것이다.
마법 2. 영업가치 차등 평가.. 제일모직은 영업이익의 33배, 삼성물산은 5.5배
국민연금은 또 두 회사의 영업가치를 평가하면서 제일모직에는 33배의 배수를 적용했고 삼성물산에는 5.5배의 배수를 적용하는 꼼수를 썼다.
그 결과 2014년 영업이익이 삼성물산의 1/3밖에 되지 않았던 제일모직의 영업가치는 삼성물산의 2배로 높게 평가됐다.
어느 회사의 영업 가치를 구할 때 기본이 되는 것이 영업이익. 기업의 가치는 돈을 얼마나 버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영업 이익에 적절한 배수를 곱해서 영업 가치를 구한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가 10만 원의 영업 이익을 낸다고 했을 때 여기에 10이라는 ‘배수’를 곱해 100만 원이라고 평가하는 식이다. 따라서 영업 이익이 높을수록 영업가치는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다른 변수가 있다. 앞에서 말한 ‘배수’가 그것이다. ‘배수’는 해당 업종의 성장성에 따라 달라진다. 똑같이 10만 원을 버는 두 회사 A와 B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A 회사는 성장성이 높고 B 회사는 성장성이 낮다. A 회사는 지금은 10만 원밖에 못 벌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영업 이익이 늘어날 것을 예상해 배수를 10이 아니라 20으로 적용한다. 따라서 영업 가치는 200만 원이 된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이 낮은 B 회사는 똑같이 10만 원을 벌더라도 배수를 10이 아니라 5로 적용한다. 그러면 이 회사의 영업 가치는 50만 원이 된다.
실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사례를 보자. 제일모직의 경우 2014년 영업이익이 2,134억 원이고 삼성물산은 6,524억 원이었다. 삼성물산이 3배나 더 많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의 영업 가치를 7조 원, 삼성물산의 영업 가치를 3조 6천억 원으로 평가했다. 즉 제일모직의 영업 가치는 33배의 배수를, 삼성모직의 영업 가치는 5.5배의 배수를 적용해 평가한 것이다. 즉, 제일모직의 영업 가치를 평가할 때 삼성물산보다 6배나 더 후하게 평가를 해준 것이다. 그렇다면 두 회사의 성장성이 그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것일까? 제일모직의 주요 영업 부문은 패션, 건설, 급식/식자재, 레저로 구성되어 있다. 삼성물산의 영업은 건설과 상사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두 회사의 성장성 차이가 6배 차이에 이를까? 제일모직의 사업 부문이 삼성물산의 사업부문보다 정말 6배나 빠르게 성장할까?
뉴스타파는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판단이 합병 논의 이전에는 크게 달랐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입수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국민연금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출장보고서가 그것이다. 2014년 11월 12일, 국민연금 리서치팀의 유 모씨는 제일모직의 신규 상장 이전 기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제일모직을 방문해 진 모 상무, 김 모 부장을 면담했는데, 이 면담 직후 작성된 보고서에서 “네 사업 분야 모두 성장이 정체되어 있고 5% 전후의 저마진 지속이 유지되어 매력이 낮은 특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렇게 평가했던 국민연금이, 불과 몇 달 뒤에 제일모직의 성장성을 대단히 높게 평가한 것이다.
만약 똑같이 배수가 10으로 적용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삼성물산의 영업 가치는 6조 5천억 원이 되고 제일모직의 영업 가치는 2조 천억 원이 된다. 삼성물산 쪽이 4조 4천억 원이나 더 많다. 그러나 배수를 이렇게 차별적으로 적용한 결과 거꾸로 삼성물산 쪽이 3조 5천억 원이 더 적어져 버렸다.
이에 대해 홍순탁 회계사는 “객관적인 수익성 지표로 보면 삼성물산의 성적표가 제일모직보다 월등히 낫다. 아무리 고객이 강력하게 원해도 저라면 이렇게 평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법 3. 장부가 비슷한데.. 제일모직 보유 부동산은 3.3조 원, 삼성물산은 0원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장부상으로 보유한 ‘영업용 부동산’을 따로 ‘비영업용’으로 다시 분류한 뒤 주변 시세를 고려해 가격을 매겼다. 그 결과 장부상으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각각 9천억 원 가량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가치평가에서는 ‘제일모직 3조 3천억 원대’와 ‘삼성물산 0원’이라는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영업목적으로 사용하는 부동산은 ‘유형자산’으로 평가해 영업 가치에 포함시키고, 영업 외 목적으로 보유한 부동산만 ‘투자 부동산’으로 봐서 따로 평가하는 게 통상적인 회계 기준이다.
그런데 제일모직이 보유한 전체 부동산 9,100억 원 어치 가운데 ‘투자 부동산’이라고 스스로 분류해 놓은 토지는 150억 원 어치 뿐이다. 즉 나머지 8,950억 원 어치는 영업용 유형자산인만큼 영업 가치에 포함시키고 150억 원어치만 따로 계산에 더해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스스로 ‘유형자산’으로 분류한 제일모직 토지 229만 평을 찾아내 “이건 비영업용이잖아”라며 친절하게 따로 평가해줬다.게다가 이 부동산을 공시지가나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해주었다. 그 금액이 무려 3조 3천억 원이라는 것이다. 반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모두 영업용이라며 그냥 영업 가치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해서 장부가로는 거의 비슷한 양사의 부동산이 ‘3조 3천억 원대 0원’으로 평가받는 또 한 번의 ‘마법’이 완성된다.
마법 4. 삼성 바이오로직스 과대 평가.. 3.7조 짜리를 6.6조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를 6조 5,500억 원으로 장부가인 4,788억 원보다 14배 부풀렸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상장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정확한 시가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유사한 기업을 그 비교대상으로 삼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유사한 기업으로는 셀트리온을 꼽을 수 있는데, 셀트리온은 2015년 합병 진행 당시 시가 총액이 10조 원 가량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잘 성장해서 셀트리온과 비슷한 지위에 올라서고, 그 결과 시가총액이 비슷해진다는 매우 낙관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제일모직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최대 4조 6천억 원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셀트리온보다 기술 수준이 낮고, 주로 수익을 내는 자회사 바이오 에피스에 대한 지분을 50%밖에 갖고 있지 않아서 같은 조건이라면 셀트리온보다 더 낮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의 과대 평가는 더욱 확실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1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되었는데, 12월 1일 기준 종가로 시가 총액이 9.4조 원. 현재 통합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43.4%로, 4조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원래 제일모직이 아니라 (구)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빼면 3조 7천억 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국민연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2조 원에서 3조 원 가량 과대 평가함으로써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정당화해준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국민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갖고 있던 상장 주식에 41%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평가할 때는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았다. 똑같은 평가를 하면서 이중 잣대를 적용해 제일모직에 유리한 숫자를 만들어준 셈이다.
이재용 일가 3조 원 이득.. 그 가운데 4천억 원은 국민들의 노후 자금
이런 엉터리 계산들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제일모직의 가치는 최대한 높이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최대한 낮춘 것이다.
자료를 분석한 홍순탁 회계사는“모든 평가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삼성물산에는 불리하게 돼 있다”라면서 “불공정한 평가를 몇 가지만 바로잡아도 두 회사의 주당 가치가 대략 비슷하게 나온다. 합병 비율로 바꾸어 말하면 1대 1의 비율이 나온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재용 일가는 제일모직의 지분을 42%, 삼성물산의 지분을 1.4%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유리하다. 반면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의 지분을 4.8%, 삼성물산의 지분을 11.2% 갖고 있었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유리하다. 다음은 합병 비율에 따른 이재용 일가와 국민연금의 지분율을 비교한 것이다.
1대 0.35로 합병한 결과 이재용 일가는 통합 삼성 물산의 지분을 30.5% 가지게 되었고 국민연금은 6.6% 가지게 되었다. 만약 이같은 체계적인 오류가 배제된, 적정하고 공정한 합병 비율인 1대 1로 합병했다면 이재용 일가의 지분은 20%로 낮아지고 국민연금의 지분은 8% 이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두 경우를 비교해보면 이재용 일가는 통합 삼성물산의 상장가 기준으로 3조 원 이상의 이득을 본 반면 국민연금은 4천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보았다. 이 말은 (구) 삼성물산 주주들의 돈 3조 원이 이재용 일가에 이전되었으며, 그 가운데 4천억 원 이상은 국민의 노후 자금으로부터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주목해야 할 것은 탄핵안 가결 이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총리 문제이다. 현 황교안 국무총리가 교체되지 않는 한 탄핵안 가결 이후 6개월, 탄핵 인용 이후 대선까지 2개월 등 최대 8개월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그러나 황교안 총리는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로 대통령 업무를 대신하기엔 매우 부적절하다.
(총리와 법무부 장관은) 즉각 수사를 받아야 될 부역세력의 핵심이라고 봅니다.송영길 /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6.11.11
철저히 정치검찰로서 대통령에게 부역한 거 아니냐 근데 그 지휘 책임을 맡고 있는 법무부 장관이었거든요. 그리고 이제 국무총리로서 국정을 통할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책임이 크죠.심상정 / 정의당 대표 2016.11.25
황교안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입니다. 황 총리가 이번 국정농단에 대해 몰랐다면 무능력이고 알았다면 공범입니다. 무능력자이거나 범죄자인 황 총리를 대통령권한대행으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주승용 /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 2016.11.28
황교안 총리 내각을 인정하겠어요? 황교안 총리하면 야당이 가만히 있겠어요? 국민이 가만히 있겠어요?서청원 / 새누리당 의원_2016.11.29
황교안은 2014년 말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에서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국정농단 관련 사건의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라시 수준의 문건 내용”이라며 사실상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당시 주무 장관이었던 황교안은 수사를 직접 지휘했다.
이후 검찰은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설을 ‘지라시’로 치부하고 문건 유출자들만 처벌한 채 급히 사건을 마무리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문건 유출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최모 경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청와대의 회유와 강압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황교안 법무 장관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2년의 세월이 흘러 2016년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역사적, 사법적 책임으로부터 황교안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박영수 특별검사는 ‘2014년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덮었다면 당시 수사팀뿐만 아니라 황교안 역시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문제가 불거지며 비선 실세 의혹이 다시 제기됐을 때도 황교안은 총리로서 박근혜 대통령 호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회 본회의(2016.09.22)에 출석해 “모금이 된 것 가지고 의심을 할 수는 없다.”, “기부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는 발언을 반복하며 오히려 사실이 아닌 것들이 왜곡되거나 과장돼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 이후에야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심려를 끼쳐 안타깝다”며 소극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가를 위한 의도였으나 결과적으로 국정농단이 벌어져 안타깝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과 다르지 않았다.
황교안은 법무장관과 국무총리로서 국정농단의 핵심 부역자일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권 공안통치의 상징이기도 하다.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에서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 하자 공개적으로 거부해 이를 무산시켰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악용해 축소수사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던 바 있다.
황교안은 박근혜 정부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핵심 인물이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돼 2년 3개월을 장관직에 있었으며,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총리가 물러나자 곧바로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김병준 씨가 후임 총리로 지명되면서 황교안의 공직자 생활도 끝나는 듯했지만, 정치권의 혼선을 틈타 황교안은 조금씩 대통령 대행의 자리까지 눈 앞에 두고 있다.
국내 최대 카지노 기업인 파라다이스 그룹과 연관된 페이퍼컴퍼니와 스위스 계좌가 파나마 법률 회사 모색 폰세카 유출 자료에서 확인됐다.
페이퍼 컴퍼니 이름은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 (Angel Capital Limited). 박병룡 파라다이스 대표이사가 이 회사의 단독 이사로 등재돼 있다. 1998년 1월 22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이 유령회사는 주요 활동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에 자산 예치”라고 명시해놨다. 박 대표는 유령회사 설립 약 20일 후인 2월 9일 이사로 등재됐다.
유령회사의 실소유주는 누구?
뉴스타파는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 설립 관련 서류에 들어있던 ‘박병룡’이라는 이름의 한국인 여권 사본을 통해 이 유령회사의 이사가 파라다이스 박 대표와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박 대표는 1996년 4월 파라다이스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로 입사한 후 최고 재무책임자를 지내는 등 주로 재무통으로 활동해왔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카지노 사업 외에도 호텔, 레저, 유통업 등으로 진출했고 2015년 말 기준 자산이 약 2조 원에 달한다.
박 대표는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의 이사로 등기되어 있지만 그가 이 유령회사의 실소유주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설립 당시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는 무기명 주식 1주를 발행해 주주를 Bearer, 즉 익명으로 감춰놨다. 회사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해놓은 것이다. 2003년 6월에는 주주를 무기명에서 차명 주주로 교체한다. ‘브락 노미니스 리미티드’ (Brock Nominees Limited)와 ‘텐비 노미니스 리미티드’ (Tenby Nominees Limited)라는 이름의 차명 주주 2곳 앞으로 1주씩 발행됐다.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의 영국령 채널 제도 건지섬 지점이 이 차명 주주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나온다.
지난 2015년 3월 크레디트 스위스 관계자는 모색 폰세카 측에 메일을 보내 자기들 대신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에 차명 주주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 문의한다. 이에 대해 모색 폰세카 측은 차명 주주 한 명 제공 수수료가 연 1,500 달러라고 답변한다.
이렇게 익명과 차명으로 주주의 정체를 철저히 숨겨 실소유주가 드러나지 않게 한 동안 박병룡 대표는 계속 이 유령회사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실소유주는 따로 있고 그는 관리인 역할을 한 건 아닌지 의혹이 가는 부분이다.
파라다이스는 1999년에 처음 코스닥 상장을 시도했다. 이 유령회사는 한 해 전인 1998년 설립됐다. 파라다이스는 5번의 시도 끝에 지난 2002년 11월 마침내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창업주인 고 전락원 회장은 약 3,000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게 돼 코스닥 최고 갑부에 이름을 올렸다. 파라다이스가 코스닥에 상장되고 약 7개월 후에 무기명 주주가 차명주주로 변경됐다.
이상한 해명… 이미 퇴사한 회사의 펀드 운용을 돕기 위해?
박병룡 대표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는 파라다이스 그룹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파라다이스 입사 이전 근무한 회사의 동료들이 펀드 운용 목적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 때 이사로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 직장 동료들이 1998년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면서 약 2년 전에 퇴사한 박 대표를 이사로 등기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더구나 박 대표의 이전 직장인 미국계 금융기관 뱅커스트러스트는 1999년 도이체방크에 인수돼 없어졌다. 그러나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는 모색 폰세카 내부 데이터가 유출된 시점인 2015년에도 계속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박 대표는 이 유령회사가 펀드 운용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주장하지만 모색 폰세카 내부 자료를 보면 이 회사의 설립 목적이 “스위스 은행에 자산 예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점도 박 대표의 해명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특히 모색 폰세카 자료에는 박 대표가 제출한 여권 사본이 포함돼 있는데 발급 연도가 2006년이다. 퇴사한 지 10년이 지난 전 직장의 페이퍼 컴퍼니 운용을 위해 여권 사본을 제공해줬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 대표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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