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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선생’으로 불렸던 재정학자, 안종범 전 경제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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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선생’으로 불렸던 재정학자, 안종범 전 경제수석

익명 (미확인) | 수, 2017/02/01- 14:57

그는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으로 주변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생님 대신 개인의 ‘선생’으로 불리면서 그의 몰락은 시작됐다.

그는 현재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선생님이란 호칭 대신 수용자 번호로 불리고 있다. 재정과 복지 분야에서 괜찮은 경제학자로 불렸던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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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학계에서 인정받던 재정학자였다. 그런 그가 박근혜-최순실의 심부름꾼으로 일하다가 결국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권력을 쫓던 어느 폴리페서의 비참한 운명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사진 출처: 세계일보)

그는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국정 농단 게이트의 ‘주연급 조연’으로 구속 기소됐다. 최순실씨에게 ‘안 선생’이라 불리며 국정 농단 게이트의 사실상 ‘하수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역설적으로 그가 대통령의 지시를 꼼꼼히 받아 적은 수첩은 이번 게이트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가 작성한 17권의 수첩은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이 증거 채택에 이의신청을 할 만큼 탄핵심판의 ‘스모킹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단에서 존경받던 학자가 왜 전근대적인 게이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을까.

주목받던 미국 유학파 재정학자

1959년 대구에서 태어난 안 전 수석은 성균관대 경제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1991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이다.

재정·복지 전문가로서 좋은 논문도 많이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4월 <신동아>가 교수 출신 주요 공직자들의 연구실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는 총 논문 수(24), 피인용 횟수(154)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학자로서 그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사회복지 제도 개혁이 꼽힌다. 1996년 미국 정부가 사회복지 정책의 근간인 AFDC(아동부양가정 보조) 제도를 폐지하고 TANF(한시적 빈곤가정 지원) 제도로 대체한 배경에 안 전 수석의 논문이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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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복지정책의 근간인 AFDC(아동부양가정 보조)제도를 비판한 안종범의 논문은 1996년 클린턴 행정부가 AFDC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TANF(한시적 빈곤가정 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진은 1996년 당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복지법안에 서명하는 모습. (사진 출처: http://usuncut.com/news/)

그가 경제학 박사과정에서 쓴 논문은 AFDC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혼모의 자립 의지를 높이는 대안을 제시했는데, 이 논문이 학회지에 오르며 제도 개혁 논의에 불을 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안 전 수석은 대우경제연구소, 조세연구원, 서울시립대를 거쳐 1998년 성균관대 교수로 부임하며 학자의 길을 이어갔다.

전문가로서 국가재정 운영의 건전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고 그의 논문이나 보고서는 나올 때마다 주목을 받았다. 성향은 보수이지만 유연한 자세로 말이 통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박근혜 경제교사로 인연

하지만 그는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고 ‘선생’이 되면서 그동안 걸어온 학자의 길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위스콘신 동문인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현 청와대 경제수석)와 함께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비공식 캠프에 합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주저했다고 한다. “독재자의 딸 아니냐”고 망설였지만, 주변의 설득에 캠프에 합류했다고 한다. (‘독재자의 딸’이라 반발하더니 박근혜에 올인하더라). 

TK와 위스콘신 인맥이 그의 합류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 전 수석은 2006년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끈기나 성실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라톤을 하듯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다.

김광두 당시 서강대 교수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우자)’ 공약 등을 만들며 박근혜 대표의 2007년 대선 경선 경제 공약 밑그림을 그렸다.

박근혜 대표가 경선에서 패배한 뒤 그도 학교로 돌아갔지만, 그때부터 그는 박근혜의 ‘개인 선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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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의 경제 공부를 돕는 ‘5인 스터디 그룹’. 왼쪽부터 김광두 서강대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김영세 연세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최외출 영남대 교수. (사진 출처: http://luxmen.mk.co.kr/)

2007년 말 박근혜는 경선 때 자신을 도왔던 정책팀의 다섯명-김광두, 신세돈(숙명여대), 김영세(연세대), 최외출(영남대), 안종범(성균관대)-을 불러 송년회를 열고 2012년 대선 준비에 들어갔다. 유명한 ‘5인 공부 모임’이 탄생한 것이다.

이들은 박근혜를 정기적으로 만나 경제, 사회 분야의 과외교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경제사령탑으로 승승장구

그는 학자보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싶은 욕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전인 2002년, 이회창 당시 대선 후보의 정책특보를 맡으며 현실 정치에 기웃거렸다.

이회창 후보의 실패 뒤 그는 보수 시민단체들이 주도한 뉴라이트 운동에 가담하고 2004년 보수 성향의 인터넷 언론 <데일리안>의 기획위원, 2005년 뉴라이트 교수들의 모임인 ‘뉴라이트싱크넷’의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친박’이라는 날개를 단 그가 여의도에 입성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1년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인한 위기를 타개하려던 한나라당이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했고, 그는 비대위에 합류하며 여의도 정치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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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6일, 당시 안종범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로부터 대통령직인수위 고용·복지분과위원 임명장을 받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 (사진 출처: 한겨레신문)

이때부터 그는 ‘친박’으로서 꽃길을 걸었다. 19대 총선에서 11번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다음 순번인 12번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배정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확정된 뒤에는 새누리당 선대위 기구의 하나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실무추진단장을 맡아 대선 공약을 총괄했고, 대통령 당선 뒤 인수위원(고용·복지분과)과 경제수석(2014년 6월), 정책조정수석(2016년 5월)을 거치며 거침없이 달려갔다.

범죄자로 전락한 ‘폴리페서’

학자로서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청와대 수석의 자리에 올랐지만, 최근 드러난 그의 행적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충직한 부하직원을 방불케 했다.

최순실씨는 청와대의 실세인 그를 ’안선생’이라고 부르며 부려먹었다. 그는 대통령의 깨알 같은 지시에 따라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만나 최순실 일가와 주변 인사들에게 특혜를 주도록 부탁했고,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 재단의 구성에도 관여했다.

그는 최근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이 확보한 업무 수첩의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 지시대로 적은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그가 친박 핵심인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과 내놓은 경제정책들은 연이어 실패했고 한국 경제는 침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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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석이 된 뒤 안종범이 한 일은 박근혜, 최순실의 심부름을 하는 것이었다. 이 일로 그는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이미지 출처: YTN)

결국 학자로서의 소신과 철학보다 한 사람에 대한 충성과 권력 욕심이 그를 지금까지 달리게 한 동력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그는 2007년 신자유주의를 바탕에 둔 줄푸세 공약을 만들었다가 2012년에는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는 등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에 따라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뒤집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기 시작했던 2016년 10월, 그의 모교인 성균관대엔 “학자적 양심이 있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그의 교수직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제 누구도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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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났나?”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5)를 새로운 장관 후보로 지명하자 나온 말이다. 박 교수의 지명 소식이 전해진 뒤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실제 검찰을 놀라게 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 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검찰은 그간 공수처 설치만은 일관되게 반대해 왔는데 새 수장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가 ‘공수처 설치’였던 것이다.

중단없는 검찰 개혁 의지

안경환 후보자가 낙마한 뒤 박 후보자가 지명되는 데는 열하루가 걸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최선을 다해 정말 고민스럽게 깊이 들여다봤다”고 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읽힌다. 안 후보자에 이어 다시 한번 검찰 출신이 아닌 비법조인 학자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검찰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수사·기소권이 100% 검찰에 독점된 경우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법무부 검찰국과 법무실 국·과장 보직에 검사 독점을 깨고 전문가를 임명해야 한다.”

박 후보자는 그동안 각종 논문과 언론기고문, 토론회 등에서 검찰의 과도한 권한, 인사시스템 등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확고한 의지를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만약 장관에 임명된다면 언론인 출신 4대 김준연 장관(1950~1951) 이후 처음으로 사법시험을 거치지 않은 비법조인·비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된다.

우연히도 검찰 개혁의 양대 축인 법무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민정수석이 같은 비법조인 학자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시민단체 출신으로 박 후보자가 경실련, 조국 민정수석이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대표적인 사회참여형 법학자

박 후보자는 1952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배재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모교인 연세대에서 후학을 가르쳐 왔다. 연세대 법과대학장(2003~2006)과 동덕여대 재단 이사장(2004~2007)을 지냈다.

형법 전문가로 국내 형사법, 형사정책 등의 권위자로 꼽힌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형사판례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모교 은사인 박 후보자의 지명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분에 대한 기억은 잘 웃지 않는 모습? 늘 진지하셔서 그 자체로 진정성을 의심하지 못하게 하는 장점이 있는 분입니다.”

박 후보자는 학업성취도나 수업참여도가 낮은 학생들에게 가차 없이 C와 D학점을 많이 줬던 탓에 ‘CD플레이어’라는 별칭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보통 학생들끼리 진행하는 학회 세미나까지 참석해 직접 논평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2003년 법대 학장 시절에는 법대 학생 전원에게 e메일을 보냈다. 장학금을 성적순이 아닌 경제 형편에 따라 지급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이 어려운 학우들에게 장학금을 양보한다면 대신 성적과 선행에 대해 표창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사법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기를 바라지만, 법은 인간도 모르고, 사회도 모르면서 오로지 법 적용만 능숙하게 할 줄 아는 법 기능인이 많아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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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신임 중앙위원회 의장으로 취임하면서 인삿말을 하는 박상기 후보자의 모습.

박 후보자는 대표적인 사회참여형 법학 교수다. 시민운동가로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중앙위원회 의장을 맡아오다 후보자 지명 직전인 지난 5월 경실련 공동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경실련 공동대표 취임 뒤 쓴 칼럼 ‘새 정부에 바란다’에서 그는 새 정부가 꼭 해야 할 적폐청산의 대표적인 사례로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을 꼽았다. 특히 검찰개혁은 검찰을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법과 정의가 평등하게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제안했다.

 

“검찰의 문민화를 통해서 법무부를 검찰조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고취하고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독일 법무부는 명칭부터 ‘법무 및 소비자보호부’이다.

검찰의 문제는 견제되지 않는 권력행사로 인하여 각종 문제점을 야기하였다. 검찰이 한국사회를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까지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가 되었다. 검찰개혁은 검찰이 본래의 자리를 찾게 함으로써 검찰조직을 건강하게 만들고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법무부 정책위원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과 인연

박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부터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2005년에는 대검찰청 검찰개혁자문위원회와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법무부 정책위원회는 노무현 정부의 검찰 개혁과 법무부 문민화의 밑그림을 그렸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 직속 자문기구로, 안경환 전 후보자가 위원장이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참여정부에서의 인연은 법무장관 후보자가 되는데 밑거름이 됐다. 참여정부 시절 박 후보자가 제안한 방향들에 대해 법무부나 민정수석실에서 많은 공감을 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03년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이었던 박범계 의원은 이렇게 회상한다. “(박 후보자가) 검찰개혁을 포함한 여러 사법개혁안을 제시하고 관여하기도 하였지요. 법무부가 법무행정중심 부처로서 본연의 기능을 다하게 하는 데는 적임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검사들 공부 많이 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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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열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실무위원회에 참석한 박상기 후보자의 모습(왼족 두 번째).

2003~2004년에는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 활동에도 참여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이 함께 위원으로 활동했다.

로스쿨 제도 도입, 법조 일원화 추진,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이 이 위원회를 통해 발표됐다. 박 후보자는 당시 로스쿨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005~2006년에는 대통령 자문기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에서도 김선수 변호사 등과 함께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사개추위에는 검찰국 소속 검사였던 박균택 현 법무부 검찰국장, 권익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있었다.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다면 익숙한 얼굴들을 다시 보게 되는 셈이다.

2007~2010년에는 검찰 출신이 아니면서 최초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지냈다. 검찰 출신이 아니지만 경청하고 토론하는 스타일로, 비교적 검찰에 대해서 잘 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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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형사정책연구원장 시절, 연구원을 방문한 UNODC 동아시아태평양지역센터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 (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출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0년에는 연구원이 한국형사법학회와 공동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냈는데 위법수집증거배제원칙 적용범위 확대, 즉시항고권 폐지 등 검찰 권한 축소를 담은 내용을 포함시켜 화제가 됐다.

검찰 수사권의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준비하던 법무부의 안과 배치됐던 것이다.

청문세 공세, 색깔론이냐 자격론이냐

박 후보자는 검찰 개혁 외에 다른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각종 인터뷰나 기고를 통해 비교적 진보적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 왔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는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참사 추모대회에서 태극기를 태운 시민에 대해서는 “국기모독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 개입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오자 “왜 무죄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핵심 피의자에게는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건 문제”라고 했다.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이다. 완전 폐지보다는 최소한으로 둬서 규범력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도 “개인의 자유결정권을 너무 깊숙이 침해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해 일부에서는 비판도 나온다.

재벌 문제도 다소 관대한 시각을 보여줬다. 2009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횡령 사건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박 후보자는 유죄 인정 자체는 적절하며 대기업 오너 구속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을 것이라 평가했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서도 뇌물죄보다 공갈죄에 가깝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뇌물죄로는 유죄를 받아내기 어렵다는 취지이지만, 공갈죄로 적용할 경우 재벌은 ‘피해자’에 머물게 된다.

박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 왔고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펼친 적이 있다. 오는 13일 열릴 예정인 박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색깔론’ 공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과거 기고에서 “국가보안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며 “자유사고에 대한 족쇄는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국가보안법이 없어도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서도 “일부 개인 당원의 행위를 일반화해 불법 정당으로 판단한 후 해산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려 공중분해시켜 버리는 것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위협으로 비친다”고 주장했다.

벌써부터 그가 쓴 <간첩죄에 관한 소고>라는 논문에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 여부는 해석상의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등의 문구를 들어 그의 대북인식을 공격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해당 구절은 다른 이들의 견해를 소개한 것일 뿐이고, 전체적인 논문 내용은 간첩죄를 ‘적국’ 혹은 ‘반국가단체’에 한정해서는 제대로 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취지다. 북한 옹호와는 별로 관련이 없다.

동덕여대 사태, 깔끔하게 해결 못해

‘색깔론’보다는 동덕여대 이사장 재직 시절 보여준 박 후보자의 모습이 더 우려스럽다는 시선도 있다. 박 후보자는 2004년 비리로 얼룩진 동덕여대 재단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당시 동덕여대는 재단 이사장인 어머니를 등에 업은 조원영 총장의 비리와 전횡에 맞서 학교 구성원들이 힘겨운 투쟁 끝에 박 후보자를 새 이사장으로 뽑았다.

그러나 ‘동덕여대를 사학 개혁의 모범으로 만들겠다’는 박 이사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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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동덕여대 본관 복도에서 손봉호 총장 해임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학생과 교직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사이로 박상기 당시 재단이사장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출처: 한겨레신문)

명망가인 손봉호 전 한성대 이사장이 총장으로 취임했지만 학내 구성원들은 그를 독선적이라고 비판했고 해임을 촉구했다. 박 후보자는 처음에는 손 총장을 옹호했다.

총학생회와의 면담에서 “총장이 퇴진하면 학교는 큰 혼란에 빠지고 피바다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나중에는 해임 절차를 밟지만 절차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해임 취소 결정이 나기도 했다.

공과를 떠나 어쨌든 한 조직의 내홍을 원만히 수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법무부 수장이 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를 향해 제기되는 비판들도 형사정책연구원장 시절 법인카드 사용이 잘못됐다거나 겸직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등 조직의 수장으로서 깔끔하지 못한 처신들에 관한 것들이다.

검찰개혁 어떻게 진행될까

“권력과 맞서는 검찰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소신 있는 검찰총장이 몇 사람만 존재해도 국민을 위한 검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김수남 신임 검찰총장 취임에 즈음해 기고한 서울신문 칼럼 ‘검찰의 정의를 다시 생각한다’에서 이렇게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에 문무일 부산고검장을 지명했다. 박 후보자가 새로 임명될 검찰총장과 어떻게 ‘검찰개혁’이라는 퍼즐을 맞춰나갈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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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의 낙마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비고시 출신 박상기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의지가 확고하다는 뜻이다. 그가 검찰 내부의 조직적 저항을 뚫고, 검찰개혁을 순조롭게 이뤄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sbs)

검찰 조직을 얼마나 잘 장악하느냐에 따라 개혁의 성패가 좌우되는 만큼, 첫 번째 시험대는 오는 7~8월 단행될 예정인 검찰 인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개혁을 추진할 팀이 아예 따로 꾸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무부 기획실장과 법무실장, 인권국장 정도를 외부에서 개혁이 가능한 사람들이 맡는 형태로 인사를 낸다는 것이다.

평소 그가 주장해 온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의 폭발적 사안은 그의 손에서 과연 어떻게 모양을 갖춰갈까?

지금으로선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박 후보자를 잘 아는 동료 교수는 그를 “온건한 개혁주의자”라고 평했다고 한다.

20여 년 동안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경실련 관계자도 “굉장히 올곧으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상황이나 조건을 감안할 줄 아는 합리적인 분”이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자는 과거 기고에서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민정수석을 통한 검찰권 장악 등 법조계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 ‘법-권 유착관계’부터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조개혁은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기대하긴 어렵다. 법조의 특징을 인정하면서 외부에 의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 그 ‘외부 개혁’의 중심에 박 후보자 자신이 서게 됐다.

수, 2017/07/0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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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YT, 헌법재판소 탄핵 재판 소식 전해 -. AP통신 서울발 보도 받아 타전 -. 탄핵소추위원과 박근혜 측 의견대립에 주목 박근혜 탄핵재판에 국내외 언론의 이목이 쏠려 있다. 이런 가운데 미 뉴욕타임스는 AP통신 보도를 받아 헌법재판소 탄핵 재판 개시 소식을 알렸다. AP통신은 탄핵소추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과 박근혜 측 이중환 변호사의 논리에 주목했다. 권 의원은 박근혜가 헌법과 형법을 ...
토, 2017/01/07-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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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위조부품’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관련기사 : “현대기아차 위조 부품 사용” 내부 보고서 입수), 미국의 대표적인 부품검사기관이 “현대기아차가 위조부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 위조부품 검사기관 CTI(Component Technology Institute ; 부품기술연구소)는 뉴스타파가 입수한 현대기아차 내부보고서인 ‘QRT 보고서’와 관련 자료를 분석한 뒤 총 5개 부품에서 위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CTI는 대표적인 위조부품 검증 규격인 ‘CCAP-101’을 만들어 관련 업체에 자격을 발급하고 직접 검사를 시행하는 이 분야 최고의 민간 검사기관이다.

▲ CTI의 분석 보고서

▲ CTI의 분석 보고서

위조부품의 유일한 단서, ‘QRT 보고서’

뉴스타파는 현대기아차에서 ‘위조(counterfeit)’ 부품이나 ‘위조가 의심(suspect)’되는 부품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지난 8일 보도했다. 총 두 편의 보고서는 국내의 위조부품 검사기관 QRT가 현대모비스의 의뢰로 작성했다. QRT는 검사 대상이었던 4개의 장치에 장착된 10개의 부품에 대해 위조 혹은 위조가 의심된다는 결론을 내고 이 사실을 현대모비스에 보고했다.

하지만 최초 보고서 작성 시점에서 6개월여가 지난 올해 4월, QRT는 보고서가 성급하게 작성됐다며 위조 부품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바꿨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보고서에서 지목한 10개 부품 가운데 7개에 대해 납품업체인 제조사로부터 진품 확인서를 받아왔다. 하지만 위조 가능성이 높아 디캡(De-cap, 칩 표면 분리) 검사를 실시했던 나머지 3개 부품 중 2개에 대해서는 검사 과정에서 부품이 지나치게 망가졌다는 이유로 확인서를 받아오지 못했다. 나머지 1개 부품은 디캡 검사로 겉면이 파괴되어 ‘다이(Die, 내부 틀)’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진품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진품 확인서를 받아온 부품들 중에도 장치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 불명의 크랙(깨짐)이 발견된 부품이 2개 있었다. 위조부품은 아니지만 적어도 불량이라는 말이 된다. 또한 김제남 의원실에서 위조부품 의혹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품질규격 미달 부품 3만개가 현대기아차 전자장치에 쓰인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 현대기아차, ‘자동차 품질규격 미달 부품’ 3만 개 사용 확인)

QRT 보고서는 지금 상황에서 위조부품 사용 여부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자료다. QRT는 위조부품 검증시 기본적으로 실시하는 외관 검사, 비파괴 X선 검사, 디캡(De-cap) 검사 등을 하고 중요 부분에 대한 고화질 이미지를 보고서에 첨부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두 편의 보고서 중 첫 번째 의뢰 후 작성된 QRT 보고서와 부품 이미지들을 미국의 위조부품 검사기관인 CTI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CTI, “5개 부품 위조 가능성 있다”

▲ 1번, 5번, 21번 다이오드의 엑스선(X-ray) 사진

▲ 1번, 5번, 21번 다이오드의 엑스선(X-ray) 사진

CTI는 먼저 1번, 5번, 21번 다이오드를 위조 의심 부품으로 분류했다. QRT 보고서는 모서리의 갈린 흔적과 내부 뼈대의 차이가 발견된 21번 다이오드만 위조 의심 부품으로 분류했었다. CTI는 세 부품의 X선 이미지에 대해 “1번, 5번, 21번 모두 과거에 사용됐던 흔적이 보인다”며 “이런 징후들은 아마 이 부품들이 (과거에) 설치되거나 제거될 때 생긴 흔적들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반도체들은 시판되지 않은 차량의 신품 전자장치에 장착됐다가 고장을 일으켜 QRT에 분석 의뢰된 부품이었다.

▲ 27번 트랜지스터

▲ 27번 트랜지스터

또한 현대모비스가 진품 확인서를 받아오지 못한 두 개 부품(27번 트랜지스터, 4번 트랜지스터) 모두 위조로 의심되는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부품 위조기법 중 하나인 블랙 토핑(black-topping)의 흔적과 크랙(깨짐)이 발견됐다고 QRT가 분석했던 27번 트랜지스터의 경우, “(부품) 패키지와 표면 마킹의 상태를 보면 이 부품들을 위조품으로 의심할 수 있다”면서 “칩의 바깥쪽 틀이 조악하고 습기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틈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칩의 다이(Die, 내부 틀)는 원래 칩 제조사인 미국 NXP가 만든 제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4번 트랜지스터

▲ 4번 트랜지스터

부품의 가장자리에서 크랙이 발견돼 QRT가 위조 의심 부품으로 분류했던 4번 트랜지스터에 대해서도 “(부품을 위조하는 과정에서) 표면의 마킹이 다시 됐다고 볼 수 있는 미세한 마모의 흔적들이 보인다”면서 “크랙은 칩을 뜯어내고 다시 기판에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 145번 저항기와 195번 저항기

▲ 145번 저항기와 195번 저항기

위조품뿐만 아니라 QRT 보고서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저품질 부품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지난 16일 뉴스타파 보도(관련기사 : 현대기아차, ‘자동차 품질규격 미달 부품’ 3만 개 사용 확인)를 통해 자동차용 품질 규격 미달품으로 확인된 195번 저항기(resistor)의 경우 “열악한 제조 과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고, 145번 저항기 역시 “전형적인 저가 생산의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CTI는 이처럼 총 5개 부품에서 위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CTI의 수석 컨설턴트 레온 하미터는 “이 부품들의 유통 과정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주어진 자료와 사진을 바탕으로 제한된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음(Since we do not have any history on this module and the importance to be sure there are no counterfeit components in the module, this is the most we can determine based upon the data provided. Only limited conclusions can be made from the data and photos.)”을 전제로 “일부 부품들이 위조품이라고 볼 수 있는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we think there is a low probability of some components being counterfeit)”고 밝혔다.

“위조부품 결론 조작” VS “조작 불가능”

국정감사에 현대차 권문식 부회장을 불러 직접 위조부품 의혹을 검증하고자 했던 김제남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은 명확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다만 김제남 의원은 증인을 철회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잔여 의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현대기아차가 ‘내부 보고서’가 성급하게 작성됐다고 말을 바꾼 상황에서 지금은 위조부품이 사용됐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지만, 위조품이 없다는 확신도 없는 상태다.

현대모비스 측은 QRT 보고서를 공동으로 발주한 장석원 박사가 위조품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부품을 조작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또 장 박사를 “사기꾼” 혹은 “브로커”라며 비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장석원 박사를 의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장석원 박사는 2차 분석 대상이었던 BCM(Body Control Module) 하나와 오디오 장치 하나를 시험 의뢰 전 열흘 정도 가지고 있었다. 현대 측은 장 박사가 위조품이라는 결론을 내기 위해 이 과정에서 고의로 제품을 손상시켰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장 박사는 부품 내부의 회로 기판을 확인하기 위해 제품 겉면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장 박사가 시험용 부품을 고의로 손상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 현대모비스 법무팀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을 내사해 온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아직 현대 측이 수사를 의뢰해온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사를 통해 지금 시점에서 조작 여부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도 말했다. 여기서 한 가지 살펴볼 부분이 있다.

▲ LF쏘나타에 들어가는 BCM (차체 제어 장치, Body Control Module)

▲ LF쏘나타에 들어가는 BCM (차체 제어 장치, Body Control Module)

전자 기판을 습기나 염분으로부터 보호하고 부식을 막기 위해 ‘콘포말 코팅(conformal coating)’이라는 것을 한다. 아크릴, 에폭시, 혹은 실리콘 같은 물질을 기계 장치를 이용해 얇게 도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시중에 나온 자동차 전자기판을 열어보면 반짝이는 투명막이 기판 위에 빈틈없이 덮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장 박사가 부품을 위조품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소자에 작은 크기의 흠집을 내고 금을 가게 만들었다면 콘포말 코팅층도 파괴될 수밖에 없다. 기계로 코팅된 막을 개인이 흔적없이 복구하기는 어렵다. 해당 기판이 QRT 기술진에게 전달돼 외관을 살펴봤을 때 찢어진 코팅막은 어렵지 않게 발견됐을 것이다. 반도체를 들여다보고 문제를 찾아내는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진을 보유한 QRT가 콘포말 코팅이 손상되어 드러나는 외관의 고의적 손상과, 콘포말 코팅이 보존된 채로 나타난 부품 내부의 불량도 구분하지 못했을지는 의문이다.

“QRT, 위조 판별 기술 부족” VS “신뢰해도 좋다”

현대모비스는 QRT가 위조품 판별의 기본도 모른 채 섣부르게 위조 결론을 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에 위조부품을 잘 찾아낼 경우 앞으로 프로젝트를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도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QRT는 국가공인 부품신뢰성 검증기관으로서 삼성, LG,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NXP 등 글로벌 칩 메이커들에게도 부품검증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또한 2010년 경부터 국내 토종업체로는 유일하게 위조품 검사를 해왔고, 국내 학계와 산업계의 부품신뢰성 분야 전문가들이 총망라된 한국신뢰성학회의 학술대회에서 2011년 위조품 검증 기술에 대한 발표를 하는 등 관련 분야를 선도해 온 곳이다.

QRT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위조부품 검증의 경우 QRT가 오랫동안 해온 반도체 신뢰성 검증 만큼 긴 현장 경험이 있지는 않지만, 양쪽이 거의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뢰해도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 QRT에게 다양한 종류의 부품신뢰성 검증을 맡기고 있는 기업들 (QRT 홈페이지 캡처)

▲ QRT에게 다양한 종류의 부품신뢰성 검증을 맡기고 있는 기업들 (QRT 홈페이지 캡처)

“전세계 반도체 1%는 위조…미 방위산업에까지”

미국에서는 이미 중국산 ‘쓰레기 위조부품’ 유입을 심각한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2014년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의 보고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증가하는 위조 집적회로의 위협(Counterfeit Integrated Circiuts : A Rising Threat in the Global Semiconductor Supply Chain)(다운로드)>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자회사들이 매년 위조부품으로 인해 얻는 손실이 100조 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반도체의 1% 가량이 위조품으로 의심되며, 위조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 또한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또한 자동차, 항공, 무기산업 등의 시장 분석을 제공하는 IHS에서 2012년 발표한 위조칩 시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 중 하나인 트랜지스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조사 대상 다섯 개 부품 가운데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순위 부품 종류 전체 발생 비율 자동차용 부품
1 아날로그 IC 25.2% 17%
2 마이크로 프로세서 IC 13.4% 1%
3 메모리 IC 13.1% 2%
4 Programmable Logic IC 8.3% 3%
5 트랜지스터 7.6% 12%

▲ 2011년 위조부품 상위 5개 ⓒ IHS Parts Management 2012

미국은 자신들의 방위산업에 흘러드는 위조부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2년 발간된 미 상원 국방위원회 보고서 <국방부 공급망의 위조 전자 부품에 대한 연구(Inquiry into Counterfeit Electronic Parts in the Department of Defense Supply Chain)(다운로드)>는 무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위조칩 문제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2011년 발생한 SH-60B 헬리콥터의 전방 적외선 시스템 고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위조부품이 발견됐다. 상원 국방위원회는 그 공급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했고 결국 최종적으로 중국 선전(深圳) 시의 ‘화지 전자’라는 곳을 발견해냈다. 미국의 대잠수함 초계기인 P-8A 역시 부품의 동결 상태를 감시하는 ‘아이스 디텍터’가 고장나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위조부품이 발견됐다. 해당 부품의 조립과 납품 과정을 추적한 결과, 텍사스에 위치한 유통업자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역시 중국 선전 시에 위치한 ‘액세스 전자’라는 곳이 위조품 공급처로 특정됐다. 미 상원은 위조부품의 70%가 중국에서 흘러들어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중국의 위조부품 제조과정 영상. 수명이 다한 전자쓰레기를 신품으로 위조해 다시 시장에 판매한다. 위조칩 모서리에서 발견되는 갈림이나 깨짐 등이 이런 재생 과정에서 발생한다. ⓒ aaa component test lab

미 상원은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국가 내에 위조부품이 유입되는 것을 막고 정체불명의 유통업자가 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내용을 담아 국방수권법을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12월 이 법안에 서명했고 이듬해부터 상원이 제시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위조부품의 유입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체계가 전무한 상황이다. 산업체에서도 불량품 검사는 철저하게 하지만 위조품에 대한 인식이나 검사 체계는 아직 부족하다.

흔히 불량품과 위조품을 혼동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불량품 대부분은 정상 동작을 안 하기 때문에 수입검사(IQC)나 출하검사(OQC) 등 여러 단계의 품질 검사에서 상당수 걸러진다. 하지만 위조품은 수명이 거의 다한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해당 기능을 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품질 검사들을 통과해 제품에 탑재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위조품이 자기 역할을 해내는 기간이 짧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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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성공학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목욕통(Bathtub) 곡선. x축은 사용 시간, y축은 고장 발생률이다. 제품이 막 완성된 시점(그래프 왼쪽)에서 고장률은 높다. 불량 때문이다. 이와 같은 초기 고장은 제품 출하 전 충분한 품질검사를 통해 결점 있는 제품을 골라냄으로써 줄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제품을 오래 사용하고 난 후에 고장은 다시 많아지기 마련이지만, 위조부품을 사용할 경우 위 그래프의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듯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든다. (2014년 IEEE 보고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증가하는 위조 집적회로의 위협(Counterfeit Integrated Circiuts : A Rising Threat in the Global Semiconductor Supply Chain)에서 인용)

자동차 위조부품은 결국 ‘안전 문제’

위조부품을 쓰면 위 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고장 없이 쓸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진다. 이미 한계에 이른 부품들이 새 제품으로 둔갑해 쓰이기 때문이다. 마치 굵은 쇠사슬의 고리 하나가 얇은 철사끈으로 엮여 있는 형국이다. 당장은 제 기능을 해내지만 팽팽하게 잡아당기다보면 얼마 안 가 끊어질 수 있다. 그것은 소비자에겐 고장이자 ‘비용’으로 돌아온다. 나아가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아직 현대기아차에 위조부품이 쓰였다고 확신할 수 없다. 위조부품이 사용됐다는 내부보고서가 있었고, 해외 검사기관에서도 위조부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이제 공은 현대기아차로 넘어갔다. 무조건 아니라는 말만 반복한다고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다. 더구나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면 혹시 모를 위조부품의 유입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 앞서 언급한 미 상원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모든 위조부품의 유통망을 파악할 수 없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실을 바탕으로 대책을 세운 것이다. 더구나 자동차 부품은 궁극적으로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현대기아차가 보다 솔직한 자세로 남아있는 의혹들을 보다 떳떳하게 검증하고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하는 이유다.

※ 뉴스타파에서는 자동차 제조 회사의 불투명한 부품 유통망 문제나 품질 문제와 관련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정재원 기자 : [email protected]

목, 2015/09/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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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1980년대 초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 당시 생산된 외무부 비밀문서(작성된 지 30년이 지나 비밀해제되어 지난 3월 31일부터 일반에 공개됨)를 분석한 결과 겉으로는 일본 정부에 강하게 항의하던 전두환 정부가 막후에서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눈을 감거나 심지어 동조하는 모습까지 보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1982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의 반일 감정은 극에 달했습니다. 국민들은 역사를 바로 세우자며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고, 이렇게 모아진 성금은 독립기념관 건립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왜곡 내용을 시정하겠다는 약속하자 구체적인 수정 사항을 제시했습니다. 즉각 수정이 필요한 13개, 조기 수정 19개, 그리고 기타 7개 등 모두 39개 항목이었습니다. 모두 심각한 역사 왜곡들이었습니다.

2년 뒤인 1984년,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이 여전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두환 정부는 2년 전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손으로 써서 외무부에 내려보낸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이는 북괴가 조총련을 이용 일본 좌익계 노조 및 지식인을 이용 한일간의 이간을 노리는 바 한국의 언론은 이에 편성(‘편승’을 잘못 쓴 것으로 보임)하지 않도록 협조 하시요.

▲ 전두환 자필 지시문 1984.2.6

▲ 전두환 자필 지시문 1984.2.6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을 시정하자는 주장이 북한의 배후 조종을 받은 행위라는 거였습니다. 한국 정부의 저자세를 알았던지 일본 정부는 2년 전과는 반대로 한국 정부의 요구대로 교과서를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하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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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과서 역사 왜곡 문제가 시한폭탄이라는 것을 직감한 외무부는 대책을 세웁니다. 1984년 4월에 작성된 문서에 나오는 대책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우선 정부 차원의 대책들은 대부분 실효성이 희박한 것들이었고, 대책의 상당 부분은 역사 왜곡 수정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자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국민들이 알게 되면 국익에 해가 된다며 최대한 쟁점화를 억제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1984년 6월 말 일본 정부는 역사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일 한국대사가 검정 결과를 분석해 외무부 장관에게 긴급보고한 바에 따르면 역사 왜곡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예를 들어 1982년 즉각 수정을 요구한 13개 항목 중 우선 일본의 ‘침략’ 부분은 8권 중 6권이 ‘침략’이 아닌 ‘진출’로 표현했습니다. 두 번째, 주권 박탈 항목은 13권 중 중 8권이 한국이 스스로 주권을 포기한 것처럼 기술했습니다. 의병 항목에서는 4권 중 3권이 ‘무장 반란’으로,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10권 중 한 곳도 시정하지 않고 ‘암살’로 기술하는 식이었습니다. 결론 부분에서 주일 대사는 언론이 이 문제를 부각시킬 경우 역사 왜곡이 다시 한일 간 외교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주일 대사 전문 1984.6.26

▲ 주일 대사 전문 1984.6.26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 외무부는 주일 대사의 보고 내용과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 외무부는 논평을 통해 “한국이 ‘즉각시정’ 을 요구한 사항에 대하여는 일단 대체로 시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고 발표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 외무부에 즉각 수정 대상 13개 항목 중 한 권의 교과서 만이라도 수정됐을 경우 해당 항목에서 모든 교과서가 수정된 것처럼 통보했습니다. 외무부는 주일 한국 대사의 평가와 일본 정부의 통보 중 일본 정부의 통보를 수정 결과로 발표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자국 역사를 미화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습니다. 특히 전두환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국내 언론 통제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 대책의 핵심은 일본 교과서 관련 기사를 외신면에서만 다루도록 유도하고, 문공부와 외무부가 역할을 나눠 보도 통제를 시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사는 누가 왜곡하는 것일까요?

2015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합의는 하루도 못가서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무효 주장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20여 년 동안 풀지 못했던 난제를 풀어낸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국익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30년이 지나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 관련 외교 문서가 비밀해제된다면 그제야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까요?


취재: 연다혜
촬영: 최형석

 

월, 2016/04/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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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입법 막은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규명하라!

피해자들의 요구와 대책 담아 피해구제 특별법 속히 개정하라!

‘사회적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해 가습기살균제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

 
- 사망 127건이 신고된 시점인 2013년 6~7월 청와대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실 문건,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정부방침 확정하고,당정 협의통해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제정되지 않도록 공동대처” - 사망 239건 신고된 시점인 2016년 4월20일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 지시문건, “검찰수사관련 그간 정부조치의 적절성 등 재이슈화 대비,상황관리 철저히 하고 예상쟁점 미리 검토할 것” -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안위에만 몰두하는 박근혜 청와대, 2017년 10월 20일까지 피해신고 5,872사망자 1265 
2013년,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했다는 내용이 당시 청와대 문건을 통해 확인되자 가습기살균제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피해자들이 분노했다. [caption id="attachment_184514"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 ⓒ 환경운동연합[/caption] 홍익표 국회의원,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23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 특별법 제정을 앞장서서 막은 사실에 경악을 금치못하겠다”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바라보는 박근혜 청와대의 인식을 2013년, 2016년의 문건으로 마주하니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직까지도 먹먹하게 하는 세월호 참사에서도 보았듯, 박근혜 정부는 처음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던 듯하다”고 규탄했다. [caption id="attachment_184515"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 ⓒ 환경운동연합[/caption]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과 이재정 의원이 20일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에서 작성한 2013년 6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방안' 문건에는 “관계부처장관회의를 거쳐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도록 공동대처하겠다”고 언급돼 있으며 실제로 석 달 뒤 당정협의 후 국회에서 특별법 처리가 불발됐다. 2016년, 가습기 피해 문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당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 조치의 적절성이 다시 이슈화 될 수 있으니 철저히 대응하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caption id="attachment_184516"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 ⓒ 환경운동연합[/caption]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목숨을 잃고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이제는 나라가, 정부가, 국회가 여야 구분 없이 다시는 이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한 “‘사회적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징벌제도입, 국가책임인정, 피해기금을 확대하는 피해구제법 개정으로 반쪽짜리 피해대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aption id="attachment_184517" align="aligncenter" width="640"]ⓒ 환경운동연합 ⓒ 환경운동연합[/caption]   [기자회견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입법 막은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규명하라!
얼마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일을 박근혜 청와대가 조작했다는 문건이 알려졌을 때, 가습기살균제 문제도 그랬을 것이라는 의문이 강하게 일었습니다. 지난 2012년 박근혜 정부들어5년여간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된 정부와 국회의 활동이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진행되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박근혜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일으킨 것도 아닌데 설마 그렇게 했었겠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박근혜 청와대의 문건은 박근혜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철저하게 외면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과 야당의 대책활동을 앞장서서 막고 방해했다는 사실을 드러냈습니다. 너무나 의아했습니다.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20대 국회의 첫 국정조사로 다루어질 이제야 진상이 밝혀지고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 박근혜 정부에서 터진 참사가 아니었음에도 당시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과 소속 의원들은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특위)에 임하는 내내 이상하리만큼 소극적이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당시 집권여당의 그같은 소극적 대응을 박근혜의 청와대가 지휘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2013년 6월과 7월에 박근혜 청와대의 미래전략수석실 등이 작성한 문건 내용에 따르면, 당시 최순홍 미래전략수석과 조원동 경제수석 등이 관여해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거쳐 정부방침을 확정하고, 당정 협의 통해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도록 공동대처” 하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상황은 신고된 사망자가 100명을 훌쩍 넘고 있었습니다. 2013년 5월 13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가 모두 401건이고 사망은  127건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또 사망 피해가 연 239건이 신고되고 서울대 교수 등에 대한 수사와 가해기업들 가운데 옥시와 롯데마트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진행되어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던 2016년 4월에는 당시 박근혜 청와대의 이병기 비서실장이 현정택 정책조정수석과 조신 미래전략수석 등에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그간 정부조치의 적절성 등이 재이슈화 될 수 있는데 상황관리를 철저히 하고, 피해조사 신청기간 연장 등 예상쟁점에 대해서 대응방향 미리 검토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제대로된 피해대책을 수립하고 구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정부 조치의 적절성 등이 논란이 되는 상황을 막을 궁리’ 즉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방어하는 일에만 급급했던 것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세월호 참사 등을 통해 익히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반국민적인 행태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 것입니다. 2016년 4월 당시 청와대의 방침 때문인지 새누리당은 특위 위원 인선에서부터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가해기업 고발과 수사 요구를 줄곧 묵살했던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최교일 의원을 특위 위원으로 앉혔다가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반발에 다른 의원으로 교체했습니다. 재벌과 대기업들의 입장만을 대변해 온 자유기업원 출신의 전희경 의원을 특위 위원에 앉히기도 했습니다. 하태경 의원(현 바른정당 소속)은 가장 큰 피해를 낳은 가해기업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본사 현장조사를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우겨 결국 비공개로 진행되어 국민적 관심을 비켜가게 했습니다. 국정조사과정에서 10여개 정부부처의 차관급들이 책임자로 불려나와 각종 책임이 드러났지만 이들은 사전에 입을 맞춘듯 하나같이 정부책임을 부인하고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수가 계속 늘어만 가는 진행형 참사인 만큼 피해 규모가 넓고 가해기업 수도 많아 90일 간의 특위 활동만으로는 당초 특위가 목표로 한 피해 구제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은커녕 진상 규명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이맘 때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국회 앞에서 국회를 향해 그 때까지의 희생자 수를 뜻하는 920배, 976배의 절을 올리고, 국회 정문과 새누리당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까지 펼치며 특위 활동기한 연장을 처절하게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결국 특위는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이후 당시 야당의원들의 노력으로 가해기업들로 하여금 피해기금을 내도록 협의해 이를 기반으로 하는 피해구제특별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새누리당과 그 소속 의원들은 당시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 야당들의 요구를 애써 외면하며 법안 내용을 후퇴시키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 1월에야 피해자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내용의 특별법이 겨우 제정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환경부와 기재부 등 관계부처들은 피해조사와 대책마련에서 매우 소극적으로 임했고, 감사원은 정부 부처들의 책임을 감사해 달라는 거듭된 시민단체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아주 일부의 문건에서 드러난 박근혜 청와대의 대응지침이 고스란히 이행된 게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이 문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2013년 6~7월과 2016년 4월 청와대와 정부, 여당 사이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응과 관련해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2013년 6월과 7월 문건에서 드러난 관련 당사자는 허태열 비서실장, 최순홍 미래전략수석과 조원동 경제수석이고,  2016년 4월 문건 관련 당사자는 이병기 비서실장,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조신 미래전략수석입니다. 당시 관계부처 장관회의 내용도 전면 공개되어야 합니다. 청와대 수석들과 부처 장관들 가운데 누가 회의에 참석해 어떠한 논의 끝에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도록 공동대처”하기로 결론내렸는지 밝혀야 합니다. 당시 여당 의원들도 청와대로부터 압력이나 제안을 받았는지 스스로 고백하십시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내야 합니다. 다음달 11월에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신속처리법안으로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이 특별법의 제정으로 파도 파도 그 끝이 보이질 않는 세월호 참사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실을 함께 다룰 특별조사회위원회(특조위)가 제대로 꾸려지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주어져 명실상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박근혜 청와대와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진실을 가리려 했는지 밝히고 위법사항이 있다면 책임자와 관련자 모두를 엄벌해야 합니다. 그리고 얼마전 발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개정안’도 올 해 안에 처리되어야 합니다. 이 개정안에는 피해기금에 정부책임이 추가되고, 피해인정을 좁게 제한하는 배경이 된 구상권 전제조건을 삭제했고, 징벌적 배상제를 적용했으며, 가해기업으로부터 피해기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앞으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사회적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징벌적 배상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소비자 집단소송제와 중대기업처벌법을 도입되어야 합니다. 5,872명… 2017년 10월 20일까지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입니다. 이중 21.5%인 1,265명은 사망자입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바라보는 박근혜 청와대의 인식을 2013년, 2016년의 문건으로 마주하니 이듬해 4월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직까지도 먹먹하게 하는 세월호 참사에서도 보았듯, 박근혜 정부는 처음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던 듯합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목숨을 잃고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이제는 나라가, 정부가, 국회가 여야 구분없이 그리고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함께 진실을 찾고 다시는 이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간절히 호소합니다.

2017년 10월 23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월, 2017/10/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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