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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록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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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록을 지켜야 한다

익명 (미확인) | 화, 2017/01/17- 11:30

김유승(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중앙대 교수)


국가기관의 공적 업무와 활동은 기록으로 남는다. 누구라도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숨기려 한다면, 그 이유는 단 두 가지뿐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이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기록물관법」 제7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를 기록물로 생산,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그날의 기록을 천일이 지난 오늘도 감추고 있다. 심지어 기록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다이어리 내용이 보도되었고,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그날의 기록이라는 것은 여전히 의문 투성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무슨 짓을 하였기에, 이리도 사력을 다해 그날의 기록을 감추려는 것인가. 

우리에게는 기록에 접근할 권리, 이를 공유하는 과정에 참여할 권리, 그리고 국가기관이 보유한 기록의 공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알권리는 정부의 권력남용을 감시하는 견제의 수단을 넘어, 민주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의 자기통치 수단이다. 알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로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이자 불가침의 인권이다. 하지만 우리의 알권리는 세월호 참사 그날의 기록 앞에 무기력하기만 하다. 기록의 내용은커녕, 어떠한 기록들이 생산되었는지 목록조차도 알 수 없다. 모두가 국가 기밀이라는 한 마디로 쉽게 감추어졌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제정된 「정보공개법」을 묻지마 비공개의 법적 근거로 오용했다. 정부3.0의 기치 아래 투명한 정부가 되겠다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박근혜의 청와대는 역대 최악의 깜깜이 기관이 되었다. 그 비밀의 장막 뒤에서 벌어졌던 사건과 사건들을 보면, 기록인들 무탈했을까 싶다. 민주공화국의 원칙을 거스르고, 국정을 농단한 그들의 손을 거친 기록의 진본성, 무결성, 신뢰성을 무엇으로 보장하고 확인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의문은 의혹으로, 의혹은 분노로 커져만 간다.


바람 앞의 등잔불 같은 기록일지라도 지켜야 한다. 기록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 알권리가 온전한 기록의 확보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각 정당에, 특검에, 대통령기록관에, 그리고 기록을 책임지는 모든 이들에게 엄중히 요구한다. 대통령 기록물의 생산현황을 파악하고, 모든 기록을 동결시켜야 한다. 누구도 기록을 은폐하거나 파기할 수 없도록 법의 이름으로 명령하여야 한다. 만의 하나라도 대통령기록이 무단으로 파기된 정황이 의심된다면, 압수수색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신속히 수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상황에 대비한 대통령기록 이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의 이관 작업은 임기 종료 6개월 전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현재 직무정지된 대통령에게는 기록을 비밀로 분류할 권한도, 지정기록으로 지정할 권한도 없다. 동법 시행령은 대통령기록 생산기관이 폐지되어 그 사무를 승계하는 기관이 없을 경우, 지체 없이 대통령기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탄핵인용으로 모든 권한이 박탈된 대통령은 스스로 이관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전인미답의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 기록을 지키기 위한 비상 대책이 필요하다. 

잊지 말자. 기록은 증거가 되고, 역사가 된다. 기록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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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발전 산업 연간 21조 4천억원 규모,

핵 발전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시장

 

* 다음의 글은 정보공개센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뉴스타파가 함께 제작한 ‘핵마피아보고서’의 일부입니다. 핵마피아보고서를 받기 원하시는 분들은 정보공개센터 강언주간사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02-2039-8361)

 

"2012년 우리나라 핵 발전 산업 매출은 21조 4천억원 규모이다. 이 중 한전과 한수원을 제외한 원자력 공급산업체의 매출은 5조 2,502억원이었다. 그리고 매출의 약 78%가 건설운영 분야에 집중돼 있다. 건설·운영분야는 원자력기자재, 건설시공, 운영정비, 설계엔지니어링 등인데, 기자재는 두산중공업, 건설시공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운영정비는 한전KPS, 설계는 한국전력기술 등이 메이저이고, 사실상 과점상태이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정부가 핵발전소 국산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특정 업체 주도로 집중 지원한 결과이다. 신규로 핵발전소 1기를 증설할 때마다 수조원의 이권의 대부분이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 재벌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보다 더 손쉬운 돈벌이가 있을까? 말 그대로 핵 발전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시장인 것이다."<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핵발전 산업계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감독기관(산업통상자원부), 규제기관(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핵발전 관련 공기업(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 인증기관(대한전기협회 등), 국내외 시험·검증기관, 납품업체(제작·공급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2년도에 원자력분야 매출이 있는 기업은 총 144개였고 이 중 연간 매출 1,000억원 이상 업체는 설계업의 한국전력기술㈜, 건설업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제조업의 두산중공업㈜과 한전원자력연료㈜, 서비스업의 한전PS㈜, 연구·공공기관의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연구재단,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다. 매출이 100억원 이상 1,000억원 이하의 매출 기업은 26개 업체·기관이 있다. 

 

 

"원자력 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이 시장은 굉장히 크지만 폐쇄적이다. 별다른 경쟁 없는 황금알을 낳는 시장인 것이다. 원자력 산업체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사외이사나 고위 임원은 한전과 한수원의 특수 관계, 또는 전직이거나 이런 관계가 있음으로 인해 부패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더군다나 감시와 견제장치가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투명성이 훼손되고 있다. 이는 단지 한국 원전의 특수성만이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주요 원전산업체들이 갖고 있는 이익공동체로 인한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이 글은 <탈핵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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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5/10/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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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의 그림자가 공공기록관리의 영역에 드리우기 시작했다. 2014년 12월 공공기관의 종이기록을 폐기하고 전자기록으로 보관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 ‘규제기요틴 과제’의 하나로 선정되더니, 올 3월 보존기간 10년 이하인 기록에 이를 수용하는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급기야 지난 7월5일, 일부 공공기관의 전자기록 보존업무를 위한 민간기록물관리시설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록물관리법’ 개정법률안이 행정자치부에 의해 입법예고됐다. 오는 9월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정돼 있다는 이 개정법률안의 적용대상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을 제외한 850여개 ‘기타 공공기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공공기관의 전자기록관리를 위한 일련의 제도 변화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일부개정법률안은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 효율성 제고”를 제안 이유로 들고 있다. 공공기록물관리를 위해서라고 한다. 알쏭달쏭하다. 저간의 사정을 보면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로부터 요청받은 규제개혁의 일환이다. 정부는 이를 굳이 숨기지도 않았다. 7월10일자 정부 보도자료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공공기록물 관리법상 공기업 등 공공기관은 기록물 보존을 위해 기록물 관리기관을 설치·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전자문서법상 공인전자문서센터 활용이 불가해 기록물 보관 관련 신규 투자 수요”를 저해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국가 및 지자체를 제외한 기타 공공기관이 ‘민간기록물 관리시설’(기록원장 지정·고시)을 활용해 전자기록물을 보존·활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이다. 신규 투자수요라는 기업과 시장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임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공공성의 논리로 시작된 일이 아니다.


이번 개정법률안의 적용대상인 기타공공기관들이 전자기록관리에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마디로 전자기록관리의 사각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찾은 해법이 민간기록물 관리시설의 허용이라 한다면 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다른 대안과 처방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일이다. 일방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민간영역의 공공기록관리를 고민하기 전에 공공기관의 기록관리를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보아야 할 일이다. 유엔 전자정부평가 세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우리 정부의 저력과 자신감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는 그 정책에 누가 웃고, 누가 울고 있는지로 가늠할 수 있다.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는 두 손 들어 환영하고 있고, 대다수의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우려 섞인 의견을 내고 있다. 왜 이리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에서부터 공공기록관리 주권의 포기라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온다. 보안의 문제가 대두되는가 하면, 정보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간 위탁이든, 민영화든, 그 근저에는 공공의 영역보다 민간의 영역이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며 뛰어나다는 전제가 있다. 


이번 개정법률안이 가져올 제도의 변화가 많은 우려를 불식시키고도 남을 만큼 준비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록관리의 공익적 가치를 일부 양보할 만큼의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아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수많은 민간 위탁과 민영화 사례들의 끝자락에 공공성이 설 자리는 없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민간기업에 공공기록관리 문제의 해법은 없다. 공공기록관리 문제는 공공성 강화가 답이다.


김유승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소장·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이 칼럼은 2015년 8월 18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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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09/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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