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월 15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한반도 현실이 준전시 상황”이라면서 사드 한국배치 결정이 “마땅하다”고 발언했다. 전 세계 전쟁·대결 종식과 평화 건설을 위해 활동하는 유엔의 수장이었던 자가 군사적 대결과 군비경쟁을 초래할 사드 배치를 적극 지지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사드 배치 지역 주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하고, 중국의 보복으로 고통 받는 국민에 대한 고려는 없이 ‘국가안보’만을 말하는 낡은 발상이 개탄스럽다.
사드 한국 배치가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에 미칠 외교적, 군사적 영향에 대한 우려는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역내 군사적 대결 고조와 군비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문제는 사드 배치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역시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란 점이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이 중요하므로 사드 배치 재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규정하는 것은 반 전 총장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놀랍게도 사드 배치가 강행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간의 합의문은 국회에도, 국민에게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민적 합의도, 합리적 검증도 없이 밀실에서 강행되었고, 고스란히 영향을 받게 될 지역 주민들에 대한 설명회도 없었던 사안이다. 하지만 최근 사드 배치 부지 제공과 관련한 정권과 롯데의 정경유착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별로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정부가 최근 중국 정부에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의심되는 조치들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 결정이 얼마나 졸속적으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국민 여론은 사드배치를 강행하는 것보다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차기 정부로 미루자는 데로 모아지고 있다. 합의를 추진한 정권이 업무정지 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사드배치를 강행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반 전 총장을 비롯해 몇몇 대선 주자들이 내놓는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발언은 매우 우려스럽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나 안희정 지사도 한미간 합의를 취소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등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오락가락 표류하고 있는 것은 사드배치에 대해 민주당이 당론을 분명히 하지 않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 그리고 국민의 안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매우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권에서 졸속으로 결정된 사안을 되돌릴 수 없다거나 차후로 미루자며 좌고우면하는 것은 제대로 된 지도자의 태도라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사드배치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사드 배치 철회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동시에 국회 특위 구성과 동의절차 요구 등에 나서야 한다. 백해무익한 사드 배치가 이대로 강행된다면, 더 이상 내일은 없기 때문이다.
한미 정부는 지난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를 한국에 배치한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정부는 사드배치의 이유로 “북한의 핵과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오히려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 사드배치의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경남 양산시 천성산은 고리 원자력발전소 등과 불과 15~20km 떨어져 있어 양산시와 부산 기장군의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불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여러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5,6호기의 건설허가를 내줌으로써 고리(신고리) 지역은 한 곳에 10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하는 세계 제1의 원자력발전 밀집 위험지역이 되었다. 북한도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 ‘무자비한 불벼락’ 등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바로 인근에 사드를 배치하게 된다면,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군사적 공격 목표지점에 노출시키는 위험을 만들게 될 것이다.
또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로 인한 피해, 위험 등도 예상된다. 더구나 이러한 문제들이 충분한 안전성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 윤상직(기장) 의원은 “원전 밀집 지역인 기장에 사드를 배치하면 전자파로 인한 원전 오작동으로 원전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그동안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소의 확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되었다.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과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런 우려에 대해 항공기 충돌 등의 시험과 대비가 되어 있다고 답변했지만, 과연 유사시 미사일 공격 등에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할지 국민들은 걱정부터 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북한의 핵실험, 한국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조치 등 남북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군사적 긴장과 위험이 사드로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고리(신고리) 지역 인근에 사드까지 배치하는 것은 화약고 옆에서 불을 피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사드 배치로 위험에 위험을 더하는 정부 결정을 반대한다. 정부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드배치가 아닌, 실질적으로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으로 나아가길 촉구한다.
“모든 전쟁행위는 하느님을 거스르고 인간 자신을 거스르는 범죄이다. 이는 확고히 또 단호히 단죄 받아야 한다.”(사목헌장 80항)
평화를 살리고 경제를 키우는 남북 공존공영의 길을 극구 외면해 온 대통령이 이번에는 우리의 금수강산을 아예 제3차 대전의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다가 둘 다 구덩이에 빠지더라(루카 6,9)는 소리는 들었지만 눈먼 하나가 민족 전체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잡아끄는 작금의 처사는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위정자가 독선을 참회하고 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종일토록 경북 성주군민들이 울부짖었다. 강 건너 바라만 볼 일이 아니다. 모두 일어나서 비극을 막아야 한다.
1. 사드 배치가 불러올 파국적 결과들을 생각하면 실로 앞이 캄캄하다. 우선 군사적 효용성부터 의심스럽다. 고고도요격미사일, 사드는 아직 그 실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도 않았거니와 여건에도 맞지 않는다. 종말 고층단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사드는 북한이 사정거리 1,000㎞의 스커드미사일, 1,300㎞의 노동미사일로 남한의 주요 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사거리 60km의 장사정포만으로도 얼마든지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이 이를 놔두고 사정거리가 한반도를 벗어나는 미사일로 애써 고각발사를 하리라고 가정할 때만 사드는 쓸모가 있게 된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무시한 극단적 가정이다. 작년 3월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남북이 너무 가까우므로 사드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 둘째, 사드 때문에 불필요하게 증대되는 군사적 대립과 긴장, 전쟁 위험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드 운용의 핵심은 2,000km 떨어진 야구공까지 식별할 있는 레이더(AN/TPY-2)이다. 서해안에서 북경까지 채 1,000km가 안 되므로 중국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에 강력 반발하면서 군사대응까지 거론하는 이유는 북핵·미사일 핑계를 대지만 사실상 미국이 괌보다 가까운 곳에서 자국을 감시하고 위협하기 위해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러는 견제성 또는 보복성 조치를 취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러시아는 극동지역 미사일로 사드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고, 북한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을 했다. 중·러·북의 군사행동으로 한반도 긴장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반면 동북아의 패권 유지를 위한 미·일 동맹의 하위멤버로 편입되는 한국은 강대국의 전쟁에 동원될 공산이 크다. 청일전쟁의 교훈이다.
3. 셋째, 사드는 한국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부를 것이다. 사드 배치 발표 직후 중국은 경제제재를 언급하였다. 우리의 대중 교역은 작년 수출총액의 26.1%, 수입총액의 20.7%에 이른다. 연간 무역흑자도 600억 달러 규모다. 우리에게 가해질 경제적 불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중 교역량은 한미, 한일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클 뿐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무역흑자는 순전히 대중 무역 덕분이다. 중국은 한국에 투자했던 결코 만만치 않은 자본을 회수할 수도 있다. 그러잖아도 중병에 걸려 허덕이는 한국경제는 사드 이후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4. 연 1조5천억 원에 육박하는 사드 운용비는 또 어쩔 것인가? 당장은 주한미군이 책임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에게는 그럴 여력이 없다. 1991년 이래 주한미군 주둔비의 절반을 우리가 부담하고 있으며, 2014년 현재 분담금은 9,320억 원에 달한다. 차기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증액과 함께 사드 비용을 우리에게 떠안길 게 분명하다. 한편 우리 땅에 배치하고 우리 돈을 무는 사드이지만 우리는 사드에 대해서 아무 권한도 행사하지 못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이 우리 대통령이 아니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손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5. 아울러 사드는 인근 주민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고 알려졌다. 미국령 괌 지역에 배치된 사드의 환경영향 평가보고서에 따르더라도 레이더 안전거리는 사람 100m, 전자장비 500m, 항공기 5.5㎞이다. 그런데도 환경부장관은 사드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는 필요하지 않으며,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라고 말한다. 고압송전철탑을 반대하는 밀양의 농민들에게도 정부는 같은 말을 했다.
6. 분단역사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미국식 군사동맹으로는 평화도 통일도 이룰 수 없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사드 배치를 압박하는 미국의 조치는 그런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우리의 생명과 국가 운명을 미국 손에 맡겨 두어도 좋을까. 그럴 수는 없다. 평화를 깨뜨리는 군사동맹을 구걸하는 짓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7. 미국에게 충고한다. 진정한 우방이라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오로지 남북 대결국면을 조성해서 권력을 유지하려 드는 박근혜 정부와의 협잡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전시통제작전권을 즉시 이양하고 이참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라! 핵무장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유일한 수단은 평화협정뿐이다. 그리고 지난 80여 년 각종 분쟁에 일일이 개입하면서 전쟁 무기산업의 번창으로 오늘에 이르렀으나, 세계 평화는 고사하고 자신의 안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불량국가로 전락해버린 현실을 돌아보기 바란다. “불행하여라, 내 진노의 막대인 아시리아! …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멸망시키려는 생각과, 적지 않은 수의 민족들을 파멸시키려는 생각뿐이었다.”(이사 10,7) 이 말씀은 오늘의 미국을 바라보시는 하는 하느님의 탄식이다.
8. 대통령에게 충고한다. 경제를 망치고, 자연을 파괴하고, 약자들의 삶의 기반을 무너뜨려온 그 동안의 실정을 반성하고, 1997년처럼 국가가 파산에 이르는 일이 없도록 자중자애하며 조용한 퇴진을 준비하기 바란다.
9. 작년에 프란치스코 교종은 “3차 세계대전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했고, 2003년 토니 블레어는 일찌감치 “다음은 북한 차례다!”라고 말했다.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나 이웃을 영원한 적으로 붙들어두기 위해 끝없이 의심하고 저주하는 마음을 떨치지 못하면 누구라도 지옥불에 시달리는 괴로움을 면하기 어렵다. 형제를 조건 없이 그리고 남김없이 용서하라는 예수님의 명령만이 평화로 가는 길이다.
10. 칼과 창을 녹여서 호미로 괭이로 만들어 평화를 농사짓는 일은 우리 시민의 몫이다. 우리가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기 때문이다.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자. 모든 신앙인과 깨어있는 시민들에게 호소한다. 사드를 저지하지 못하면 그 재앙은 오롯이 자손들에게 돌아가고 우리는 영영 조상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게 된다. 너도나도 일어나서 금수강산의 평화를 지키고 통일을 앞당기자.
2016년 7월 13일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겠다는 국방부의 발표를 접하면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민단체, 인터넷기업들에 방심위의 사드 유해성 주장 게시물 삭제 요구 거부하도록 공개서한 보내
방심위 결정 법적 강제성 없고, 천안함 관련 게시물 삭제 거부한 선례도 있어
‘사회 혼란 야기’ 심의기준에 따른 자의적, 정치적 판단으로 표현의 자유, 알권리 침해
오늘(8월 24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오픈넷,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NCCK 언론위원회, 미디어기독연대(이하 9개 시민단체)는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기업들에 공개서한을 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의 사드유해성 관련 게시물 삭제 요청을 거부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국가 정책에 대해 다양한 주장과 비판적인 의견 표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측 주장과 다른 의혹제기에 대해서 행정기관인 방심위가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는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으로 일방적으로 삭제 요청하는 것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에 대한 침해이다.
이에 9개 시민단체들은 이용자들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당사자인 인터넷 기업들에 방심위의 일방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을 거부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방심위의 시정요구는 행정처분이긴 하나, 인터넷 사업자들이 이에 그대로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게다가 ‘불법’정보가 아닌 ‘유해’정보에 대한 시정요구는, 강제력을 가지고 있는 방통위의 불법정보에 대한 제재명령으로 이어질 염려도 없기 때문에 인터넷 사업자들의 재량적 판단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넓다. 법적인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합법적 표현물, 나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욱 강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정치적 표현물을 인터넷 사업자들이 삭제한다면, 인터넷 사업자들 역시 서비스 이용자 및 소비자의 권리 더욱이 시민의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터넷 사업자들이 방심위의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삭제 요청을 거부한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10년‘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의혹제기 게시물에 대해 방심위가 이번 사드유해성 관련 게시물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수차례에 걸쳐 삭제 요구를 하였으나 거부한 것이 한 예이다. 당시 인터넷 기업들의 자율 규제 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가 법적 근거와 유해성이 분명하지 않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정보’라는 자의적이고 모호한 심의기준에 근거한 삭제 요구는 이용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삭제요구를 거부하였다. 이 보다 앞선 2009년 10월에 KISO는 '명예훼손성 게시물 처리정책'을 만들어 명예훼손을 명분으로 한 국가기관의 부당한 임시조치 요청을 거부하기로 정하기도 했다.
9개 시민단체들은 이번 공개서한을 통해 인터넷 기업들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방심위의 시정요구를 비롯한 정부의 부당한 검열에 대응하는 자체적인 처리기준을 마련할 것을 함께 촉구하였다.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서한>
인터넷 기업들은 이용자의 기본권 보호를 위하여 방심위의 부당한 시정요구를 거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9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경찰과 공조하여 사드의 유해성을 지적한 이용자 게시물을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삭제’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중대한 국가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주장과 비판적인 의견 표명을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는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으로 정부 기관이 일방적으로 삭제 요청하는 것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에 대한 침해입니다. 또한 이는 심각한 비민주적 행태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전에도 방심위는 공적 사안에 대하여 정부측 주장과 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을 ‘사회적 혼란 야기’, ‘사회질서 위반’ 등을 이유로 삭제 요구한 경우가 종종 있었고 이러한 인터넷상 표현물에 대한 사실상의 검열은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우리는 인터넷 기업들이 이와 같은 방심위 등 국가기관의 부당한 삭제 요구를 거부하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같은 문제에 대비하기 위하여 방심위 시정요구에 대한 ‘게시물 처리기준’을 확립하여 이용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설 것을 촉구합니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인 데이비드 케이는 올해 발간한 <디지털 시대 표현의 자유와 민간기업>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민간 기업, 특히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의 역할에 주목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용자들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당사자인 인터넷 사업자들이 자칫 국가의 검열과 감시의 대행자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민간 기업 역시 자신들의 정책과 사업 방침에 이용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책무를 접목시킬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방심위의 시정요구는 행정처분이긴 하나, 인터넷 사업자들이 이에 그대로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판례가 시정요구를 행정처분으로 판단한 것은 조치여부를 통보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게시글이 삭제되는 경우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 등 권리를 제한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지, 시정요구에 법적 강제력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게다가 ‘불법’정보가 아닌 ‘유해’정보에 대한 시정요구는, 강제력을 가지고 있는 방통위의 불법정보에 대한 제재명령으로 이어질 염려도 없기 때문에 더욱 인터넷 사업자들의 재량적 판단의 여지가 넓습니다.
이러한 법적인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합법적 표현물, 나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욱 강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정치적 표현물을 인터넷 사업자들이 삭제한다면, 인터넷 사업자들 역시 서비스 이용자 및 소비자의 권리, 나아가 시민의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이용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지금까지 한 노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지난 2009년 인터넷 사업자들의 자율 규제 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는 '명예훼손성 게시물 처리정책'을 만들어 명예훼손을 명분으로 한 국가기관의 부당한 임시조치 요청을 거부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일부 기업들은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여 국가기관의 이용자 정보 요청이나 게시글 삭제 요청 현황을 공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이용자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수사 기관의 ‘협조 요청’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입니다.
한편, KISO가 지난 2010년 5월부터 12월까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물을 ‘사회 통합 저해’ 등을 이유로 삭제하라는 수차례에 걸친 방심위의 요구에 대하여, 법적 근거와 유해성이 분명하지 않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정보’ 등과 같은 심의 기준에 근거한 삭제 요구는 이용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이를 거부한 선진적인 선례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인터넷 기업들의 노력과 선진적인 사례가 앞으로의 부당한 삭제 요구에 대해서도 이어지기를 촉구합니다. 불법정보가 아닌 한, 인터넷 사업자들이 이용자의 게시물을 삭제할 이유는 없습니다. 만일 정부의 부당한 검열 요구에 순응하여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뒷전으로 밀어 놓는다면, 결국 이용자들은 그와 같은 인터넷 기업들의 관행과 서비스에 분노하고 나아가 이런 기업들을 외면할 것입니다.
우리는 인터넷 기업들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방심위의 시정요구를 비롯한 정부의 이와 같은 부당한 검열에 대응하는 자체적인 처리기준을 마련할 것을 다시한번 촉구합니다.
현재 기득권 여기저기에서 피워 올리고 있는 개헌론은 연막탄 기만술이다. 개헌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우선 제1야당이 반대하는 한 그런 식의 개헌은 원천적으로,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개헌을 운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연막이 자욱한 가운데 재빠르게 장소이동, 신분세탁을 하여 신주류, 신다수를 만들어보겠다는 속셈이다. 소위 ‘신보수 정계개편론’이다.
보수파들의 ‘개헌’ 연막술
11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에도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의 암시가 있다. 탄핵 시도를 물 먹이고 촛불 민심이야 어떻든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검은 심보에도 요상한 개헌론이 기만의 똬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박대통령이야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한 존재다. 기만적 개헌론의 선봉이 될 수 없다.
약은 구렁이는 물샐 틈을 잘도 찾는다. 그 구렁이 머리는 김무성씨 등 비박-친박 왔다-갔다 하는 새누리 동요세력이다. 이들이 흔히 끌어들일 대상으로 운위하는 인물들로는 안철수씨, 손학규씨, 더하기 포장지로 반기문씨가 있다.
그렇게 얼기설기 이어 붙이면 제1야당을 압도하는 큰 덩어리가 된다—라고 꿈을 꾸는 것이다. 물론 ‘박근혜는 버리고’라는 전제 위에서다 (그러나 박근혜씨는 야속하게도 끝까지 이들을 놓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 기만적 개헌파의 목표는 현행 헌법상의 대선이지, 개헌 자체가 아니다. 어짜피 안 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저 그렇게 모아서 대선에서 이기면 된다고, 게임 오버라고, 생각할 뿐이다. 요행이든 무엇이든 여기에 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무대책 문재인
이 얄팍한 수작에 야권은 그만 넘어가고 말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나는 정의당 심상정씨와 노회찬씨의 팬이다. 요즘 박지원씨의 노련한 활약에도 놀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무력한 요즘 행태에 많이 실망하지만, 그럴 정도로 어수룩하게 몽땅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침몰하는 여권의 연막 개헌론을 따라가자니 말이 안 되고, 무시하자니 그도 말이 안 된다. 개헌은, 제대로 된 총체적 개헌은, 국민의 여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씨가 개헌 논의는 다음 정부로 미루자고 하는 말이 설득력을 못 갖는다. 그냥 무대책으로 들린다. 무성하게 말이 나오는데 그걸 다 없는 것으로 무시할 수 있는가.
그러다 보니 지금 여론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부동의 제1주자로서 그저 버티기로 나간다는 항간의 사시(斜視)를 풀어주지 못한다.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계속 놓치고 있다.
그 부동이라고 해봐야 딱 붙은 20%다. 그렇게 ‘안전빵’으로 끝내자는 허약한 전략이 험난 무쌍할 전도에 결국 승리로 마감될지 누가 확신하겠는가. 지난 대선의 모든 허약함이 되풀이 되는 것 같아 가슴이 섬뜩하다.
촛불로 분출하는 각성된 시민들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퍽 다른 존재라는 것을 지난 대선에서 느꼈다. 대통령 후보는 오히려 결사적이다.
그런데 그와 다르게 느긋한 국회의원 계급이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지역구와 재선이 중요하지, 대선 결과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제 지역구만 지킨다면, 재선만 보장된다면, 정치적 이합집산은 캐비어처럼 즐기는 입 안의 고급 도락이다.
이들의 도락은 찬란하다. 최순실은 그런 문화 풍토에 활짝 피었던 요화일 뿐이다. 어느 국회의원 어느 고급관료가 그들의 은밀한 유혹을 거절했던가? 지금 국회, 여야는 자신의 힘으로 제대로 된 개헌을 할 수가 없음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산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지금 촛불 민심은 거대하고 특별하다. 2008년 광우병 촛불과도 다르고, 87년 6월의 열기와도 다르다. 2008년에는 좌절했고, 87년에는 속았다. 이젠 좌절하지도 속지도 않을 거대한 힘이다.
국가권력, 주권의 핵심문제를 매일 뚫어보고 있다. 광화문 광장만이 아니다. 사이버 광장에서 수천만 건의 교신 학습이 매일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대통령이어야 하는가, 어떤 국회여야 하는가,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 매일 주시하고 공부하고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나라를 새로 세우려는 에너지요, 입헌적, 제헌적 민심이다. 제2의 건국을 요구하는 국민적 의지다.
이럴 때 주권자인 국민의 힘을 진실로 믿는 ‘진국’(민) 정치인, 국회의원들,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제2건국을 요구하는 거대한 국민적 의지에 몸체를 부여하는 일에 이들이 겸허하게 자기희생적으로 나서주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미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밑으로부터의 광범한 민회운동이 제안되는가 하면, 놀랍게도 ‘혁명정부 수립하자’고 용감하게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중고생연합’ ^^).
원론적으로 다 좋다. 그러나 현 상황에 선명한 효과를 가져다줄 실효성과 현실성, 국회·정당과의 연계와 협력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진정한 대안이란 자신이 예상치 못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현실적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까지를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이런 방식의 완성된 대안은 유사한 초기 실험이 여러 번 현실 속에서 시행되고 그 결과를 보고 개선되었을 때야 비로소 그 모습을 갖출 수 있다.
개헌 논의는 시민의회 주도로
이 모두를 고려한, 그 결과, 옛적의 원론 수준에서 두 세 단계쯤 진화된 형태의, 그 실효성과 현실성이 널리 검증된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시민의회’가 그것이다. 지난 번 칼럼(차은택의 머리는 누가 깎아 주었나?)에서 쓴 것이다.
“시민의회를 소집하라. 국회의원과 동수의 시민의회 의원을 지역, 성별, 연령을 고려한 층화무작위 샘플링(stratified random sampling)으로 뽑으면 된다. 이 시민의회에서 제대로 된 개헌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가 최대한 협조하면 된다. 시간은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다.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개헌안을 시민의회 의원들 앞에 충분히 개진하라. 시민의회는 그 개진된 의견들을 놓고 가장 공정하고 사심 없는 토론을 통해 최선의 개헌안을 채택할 것이다.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는 이미 선례가 많다. 바로 이 시간에도 아일랜드에서는 시민의회가 소집되어 개헌을 논의 중이다. 2013년에도 시민의회에서 개헌안을 논의한 바 있다. 아이슬랜드에서는 2012년 시민의회에서 새헌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을 위한 시민의회 소집으로 영역을 넓히면 그 사례는 크게 늘어난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온타리오 주,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호주 등이 그렇다.”
시민의회는 국회가 소집해 주어야 한다. 우선 시민의회법을 가능한 빨리 발의, 가결하여 주어야 한다. 야3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 법을 실행하면 된다. 입법 취지는 간단하다.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수렴해야 할 국가의 중대한 사안에 관해 시민의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하면 된다. 이하 여러 구체적인 법률적 사항들은 이미 여러 나라에 시민의회법이 존재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된다.
사진은 2007년 ‘국민참여재판’ 시행을 앞두고 모의 배심원재판에 참여한 연예인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평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거대한 입헌적 에너지가 끓어오르고 있는 대한민국의 이 순간은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적인 형태의 시민의회가 출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누가 말했다는 ‘우주적 기운’이 바로 이 곳에 모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진짜다. 평화로우면서도 거대하고 강력한 기운이다.
시민의회의 본체는 물론 무작위 선발된 시민의원단이다. 여기에 정당, 시민사회단체의 지도적 힘을 적절히 배합하는 형태가 바람직할 것이다.
개헌논의는 시민의회에서 하면 된다. 차분하게, 가장 투명하고 공정하게 논의하고 검토할 것이다. 국회는 그 결과를 받아 심의 가결하면 된다.
기만적 개헌논의를 원천 봉쇄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민의회 소집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다. 개헌 논의는 시민의회로 넘겨라.
그럴 때 연막용 개헌논의는 사라지고 실효 있고 내실 있는 개헌논의가 차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또 그래야 대통령 탄핵, 퇴진, 잔당 척결, 차기대선 준비라고 하는 만만치 않은 정치 일정이 기만적 개헌론에 휘말리지 않고 한 길로 힘차게 나갈 수 있다.
또 하나의 큰 부수 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시민의회 소집에 대한 동의 확산 과정, 법률 입안, 통과 과정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정당, 국회, 시민사회를 넓게 포괄하는 정치적 연대가 형성될 것인데, 그렇게 형성된 연대는 민주적 차기정부의 태반이자 등뼈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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