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탄핵이 부결된다면

지역

탄핵이 부결된다면

익명 (미확인) | 수, 2016/12/07- 13:26

(이 칼럼은 경향신문(2016. 12. 7)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피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많았는데도 마다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9일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때 국회·집권당이 수렁에 빠진 자신을 극적으로 구출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다른 하나는 무죄라는 자기 확신이다.

하지만 부결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지금 그의 믿음은 흔들릴 것이다. 세 번의 뒤집기 시도에 다 실패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쯤 했으면 포기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 이건 다른 사람이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어제 청와대로 새누리당 지도부를 불러 예의 야당 탓과 변명을 반복하며 헌법재판소까지 가보기로 했음을 분명히 했다.

201611230015282611_t
박근혜는 헌재까지 가보기로 결심했다. 운이 좋다면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부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박근혜를 둘러싼 구체제의 본질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이겼지만 이긴 게 아니게 된다. 탄핵 부결이든, 가결이든 구체제는 종말을 고할 수 밖에 없다. (이미지 출처: YTN)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깨끗이 손을 털고 나가겠다며 현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바짓가랑이라도 한 번 더 붙잡고 늘어지겠다며 현실을 거부하는 사람.

박근혜는 후자다. 당연히 이런 부류는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한다. 불장난을 하다 집을 다 태우고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는 어린아이의 표정을 연기하는 그를 보며 시민들은 이미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잘못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반성하라며 타일러도 막무가내인 대통령과 실랑이하는 일에 지친 시민들은 이제 그와의 짧지 않았던 동행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시민들은 그저 그로부터 해방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틀 밤만 자고 나면 그날이다.

지금 확실한 것은 없다. 표결은 숫자의 문제다. 하나라도 모자라면 부결된다. 그렇다고 이런 불확실성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 결정적 장면이 불러일으키는 팽팽한 긴장감은 전 시민의 시선을 집중시켜 가까이는 9년간, 멀리는 70년간 한국을 지배한 기득권의 실상을 날것으로 드러내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국가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감춰진 적나라한 약탈구조, 그 국가에 의해 식민화된 경제·사회·문화, 금권과 권력의 융·복합, 권력·돈·말에 짓밟히는 지성의 전당, 이런 것들을 목격하는 것만큼 진실에 다가가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로부터 배운다면 지난 9년, 70년으로부터의 탈출을 시작할 수 있다.

가부 어느 쪽이든 구체제 탈피는 피할 수 없다. 가결된다면 어딘가 정상적인 구석이 있다는 생각에 경계심을 늦추고 그로 인해 개혁이 미진하게 끝날 수 있다. 오히려 부결이 구체제 청산 관점에서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부결이 부패한 기득권 체제의 본질을 더 잘 드러내고 그만큼 개혁의 표적과 목표를 분명히 해주기 때문이다.

국회가 탄핵 부결로 박근혜에게 대통령의 정통성을 다시 부여하고 박근혜는 무죄를 입증했다며 고개를 들고,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의 길이 열렸다며 환호한다고 해보자. 주권자인 시민이 6차례 촛불집회로 주권의 위임을 철회했는데 재신임 받았다는 모순이 생긴다.

이는 대통령, 국회, 집권당이 대의성을 잃은 껍데기 대의제도일 때만 가능한 현상이다. 정부기관에 쌓인 지식과 전문성, 엘리트 관료, 절차와 제도, 감시와 견제 장치들이 주는 권위와 믿음도 붕괴된다.

이건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시민을 통치하겠다고 나서면 그때는 최후의 수단, 즉 시민 저항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다. 시민은 정권, 국회, 정당, 재벌과 같은 구체제를 청산하는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이다. 말하자면 기성 제도의 하나인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실패한 대신 기성 체제 전체를 탄핵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가결과 부결은 중간 경로만 조금 다를 수 있을 뿐 구체제의 해체라는 길에서 결국 만난다. 거대한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일엽편주가 어디로 가겠는가? 바다가 흐르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식에 죽나 청명에 죽나 마찬가지, 피할 수 없다.

대선도 독자적 사건이 아니라 구체제 청산과정의 일부이다.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세울 뚝심과 결기를 가진 세력이 누구인지 경쟁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기득권에 안주하며 과실이 익어 떨어지기를 기다린 자에게 돌아갈 것은 없다.

야당이 이 역사적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다. 새누리는 그동안 대선 준비 시간 확보를 위해 퇴진 늦추기에 총력을 쏟았다. 그러나 박근혜 유산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겨우 몇 달 더 버는 것은 소용이 없다.

분명한 것은 금요일 부결 소식이 전해져도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만세를 부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민과의 대결에서 부패한 기득권이 승리하고 시민이 패배한 의미를 그들도 곧 알아챌 것이다. 승리의 찬가 대신 조종이 울리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민정수석(대구 중구남구),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인천 연수을)은 단수추천과 경선 승리 등을 통해 공천을...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최형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모두 결선 여론조사까지...
토, 2016/03/19- 19:36
235
0
결선 여론조사를 치른다. 송파구갑에서는 현역 박인숙 의원(초선)과 김무성 대표의 측근인 안형환 전 의원이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서울 중구·성동구을에서는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과 지상욱 예비후보가 결선 투표에...
토, 2016/03/19- 19:26
20
0
물갈이의 핵심인 대구 중구 남구에서는 진박 후보인 곽상도 후보가 배영식 후보를 누르고 공천을 받았다. 대구... <경선 여론조사 총 52곳> ◆서울 7곳 중구성동을=김행지상욱 결선 마포을=김성동 양천갑=신의진이기재 강서병=유영...
토, 2016/03/19- 18:51
91
0
반면 역시 친박계 주류인 4선의 정갑윤(울산 중구), 3선의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재선의 조원진(대구 달서병)... 강남구청장에 승리했다. 중구는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과 지상욱 당협위원장이 결선 여론조사를 한다. 서초을은...
토, 2016/03/19- 18:36
69
0
<결선여론조사> ▲서울 중구 성동구을 김행·지상욱 ▲양천구갑 신의진·이기재 ▲동작구갑 김숙향·이상휘 ▲서초구을 강석훈·박성중 ▲부산 서구동구 곽규택·유기준 ▲해운대구갑 설동근·하태경 ▲기장군 안경률·윤상직...
토, 2016/03/19- 18:31
147
0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두차례에 걸쳐 64개 지역구의 여론조사 경선 결과를... 친박계에서는 4선의 정갑윤(울산 중구)ㆍ3선 홍문종(경기 의정부), 이헌승(부산진을) 의원 등의 공천이 확정됐다. 대구는...
토, 2016/03/19- 18:27
160
0
결선 여론조사를 벌입니다. 이른바 '진박' 후보들의 경선 결과도 눈에 띄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이었던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인천 연수을 경선에서 '유승민계'인 민현주 의원을 꺾었고 대구 중구남구에서는 곽상도...
토, 2016/03/19- 18:17
62
0
(울산 중구), 3선의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재선의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은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받았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52개 지역구 여론조사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토, 2016/03/19- 18:02
289
0
반면 친박계 주류인 정갑윤(울산 중구),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은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받았다. 19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52개 지역구 여론조사 경선...
토, 2016/03/19- 17:54
152
0
(울산 중구), 3선의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재선의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은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받았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52개 지역구 여론조사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토, 2016/03/19- 17:41
96
0
경선 여론조사를 앞두고 경쟁 후보가 자신을 지지하는 듯한 사진을 올리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논란으로 검찰 수사 요구까지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과 경주시 시의원들은 눈과 귀를 막은 것처럼 보인다. 반면, 권영국...
월, 2016/03/28- 12:37
441
0
[공천 확정] (여론조사 후 확정) ▲서울 종로 오세훈(55·전 서울시장) ▲중구성동구을 지상욱(50·정당인)... 의원) ▲경주시 김석기(61·정당인) ▲영천시청도군 이만희(52·정당인)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군 김종태(67...
월, 2016/03/21- 18:20
158
0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여론조사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경북... 경북 경주시에서는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경선에서 승리하며 현역 정수성 의원(재선)이 탈락했다. 인천...
월, 2016/03/21- 08:52
251
0
[공천 확정] (여론조사 후 확정) ▲서울 종로 오세훈(55·전 서울시장) ▲광진갑 정송학(62·정당인)... 의원) ▲경북 경주시 김석기(61·정당인) ▲영천시청도군 이만희(52·정당인)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군 김종태(67·현...
일, 2016/03/20- 23:05
35
0
[공천 확정] (여론조사 후 확정) 서울 종로 오세훈(55ㆍ전 서울시장) 광진갑 정송학(62ㆍ정당인) 동대문을... 경북 경주시 김석기(61ㆍ정당인) 영천시청도군 이만희(52ㆍ정당인)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군 김종태(67ㆍ현...
일, 2016/03/20- 21:28
11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