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타임스, 박근혜 시간 얼마 남지 않아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내건 이 현수막 만큼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의도를 정확히 표현하는 문구가 있을까?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퇴행적이고 기형적인 교육정책이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박근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현행 교과서에 ‘붉은 칠’을 덧씌워서 국민들의 공포를 자아내는 것 뿐이었다.
교수 시절 ‘국정 역사 교과서는 독재국가와 후진국에서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창했던 교육부 김재춘 차관 옆에 앉혀두고 교육부 장관이 국정화 발표 기자회견을 여는 코미디가 가능했던 것도 전방위적인 매카시즘적 선동 덕분이었다.
현행 8개 역사 교과서…”주체사상은 김일성 개인숭배와 우상화의 도구”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들과 주류 언론이 가장 부각시킨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은 6.25 전쟁의 책임 부분과 주체사상에 관한 내용이다. 이들은 현재 학생들이 사용하는 ‘좌편향’ 역사 교과서가 전쟁 책임이 남한에 있는 것처럼 기술하고, 주체사상도 비판없이 인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검정을 통과한 8개 역사 교과서(교학사 포함)를 모두 일일이 확인했다. 6.25 전쟁 책임에 관련해 단 1곳도 예외 없이 모두 북한의 남침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사실 이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교과서에 적용된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는 ‘6.25 전쟁의 개전에 있어 북한의 불법 남침을 명확히 밝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집필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교과서 검정을 절대 통과할 수 없다.
주체사상에 대해서도 8개 교과서가 하나같이 김일성의 개인숭배와 우상화, 반대파 숙청에 이용됐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8개 교과서의 주체 사상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왜 우리 학생들이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냐”고 강변하고 있지만 현재 교과서에 적용된 교육과정에 의하면 분단 이후 북한의 변화 과정과 북한의 세습 체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주체사상에 대해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조한경 부천여고 교사(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는 지적한다.
또 박근혜 정부가 2018년부터 적용하기 위해 올해 확정한 2015 교육과정을 보면 ‘북한의 변화와 남북간의 평화통일 노력’이란 소주제에서 배워야하는 학습요소로 ‘주체사상과 세습체제’를 포함시키도록 해놓고 있다. 2015 교육과정은 뉴라이트 사관이 반영돼 있다는 이유로 큰 비판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도 포함된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를 새누리당이 문제삼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가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미래엔 출판사의 역사교과서에 집필진으로 참여한 조왕호 대일고 교사는 “새누리당과 교육부가 좌편향됐다고 하는 교과서들은 모두 박근혜 정부 아래서 엄격한 집필기준에 따라 교육과정을 통과한 교과서”라면서 “이들 교과서가 좌편향 돼 있다면 누구보다 교육부가 먼저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도면회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미래엔 교과서 대표집필자)는 집필진과 역사학계 90%가 좌편향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매카시즘을 동원해 국정화로 가기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날조와 왜곡, 선동으로 점철된 국정화 주장…그렇게 탄생할 국정교과서는?
조왕호 교사는 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에는 집필진으로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이전에는 문제가 없던 교과서 내용들에 대해 지속적인 수정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원래 미래엔 역사교과서에 실렸던 이화여대의 김활란 동상(왼쪽)과 교육부의 수정명령으로 대체된 최종 수정본(오른쪽)
특히 친일파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관한 부분에서 “너무 부정적으로 묘사돼 있다”며 수정을 요구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자학사관이라고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나올 국정 교과서는 박근혜 정부의 획일화된 방침에서 한 치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8월 임기를 시작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사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각각 ‘변형된 공산주의자’, ‘공산주의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 데다 변호사법 위반 의혹까지 받고 있어 공영방송을 관리 감독하는 기구의 대표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높다.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언론노조는 지난 14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 이사장은 2009년 교과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김포대 임시이사 선임 안건을 다룬 후, 2013년 김포대 이사선임결정 취소소송 대리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사장은 이와 관련된 기사를 쓴 한겨레 기자를 고소한 상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지난 13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고 이사장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예비조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변호사법은 공무원,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언론노조는 10월 14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변호사법 위반 의혹에 불신임 결의안까지 제출돼
방문진의 야당 추천 이사 3명(유기철, 이완기, 최강욱)은 10월 8일 고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세 명의 이사들은 “극단적으로 편향된 언행을 거듭한 고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들과 MBC 구성원들을 ‘수구 이념의 추종자’ 쯤으로 오인받도록 함으로써 수천여 방송 종사자들의 자존감과 명예, 그리고 방송사로서의 위상에 씻기 어려운 위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고 이사장은 최근 ‘공산주의자’ 발언이 문제가 되기 전까지 그리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다. 공안 검사 출신으로 2006년 서울남부지검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1981년 부림사건, 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1986년 삼민투쟁위원회 사건 등을 수사했고 1997년 한총련을 이적단체화하는 데도 관여했다.
일부 사건들은 재심에서 무죄가 났지만 고 이사장은 과거 공안사건 관련자들이 공산주의자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방문진 국정감사에서도 “무죄를 받았든 안 받았든 제 신념은 변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10월 8일 방문진 이사회가 끝난 후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검찰 떠난 후 보수 우익 단체 결성 주도
고 이사장의 행적은 검찰을 떠난 후 각종 보수 우익 단체에 몸 담으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친북반국가행위인명사전을 만들어 논란을 일으킨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고,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의 상임지도위원을 지냈다.
특히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은 2008년 이후 전교조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차례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7년이 넘도록 검찰은 전교조를 기소하거나 불기소처분하지도 않고 사건을 마무리하지 않고 있다. 올해 9월 대법원은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이 전교조와 조합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 단체는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하지 않는다며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기도 하는 등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는 데 정부를 압박하는 역할도 했다. 이 단체의 법률 자문과 소송 대리인이 고 이사장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에서도 고 이사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고 이사장이 위원장을 맡았던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의 이념 성향을 문제 삼으면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가 새누리당에 제출한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분석 자료도 국가정상화추진위의 자료집을 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고 이사장이 만든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와 박근혜 대통령이 늘 이야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충분히 연계성이 있다고 보여진다”며 “이런 인물을 쓸 수밖에 없는 박근혜 정부의 편향성이 어떠한 지를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서초구에 자리잡은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사무실. 자유민주연구원과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고 이사장은 국가정상화추진위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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