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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이 마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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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이 마땅한 이유

익명 (미확인) | 화, 2016/11/29- 11:10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세계 사법정의 프로젝트”(The World Justice Project)는 매년 세계 각국의 “법의 지배 지수”(Rule of Law Index)를 평가하여 발표하는데, 올해 한국은 전체 113개 국가 중에서 19위로 작년보다 8계단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도면 비록 전년도 대비 다소 하락하긴 했으나 한국의 법치가 낮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최순실 세력의 국정농단 사태인 “최순실 게이트”가 반영된 내년도의 평가 결과는 어떨까. 어느 정도까지 추락할 것인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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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게이트는 전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보수세력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격이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을까. 영국 BBC는 한국의 부패가 박정희체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는 그 체제의 생물학적 딸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http://zetawiki.com/wiki/박근혜게이트닷컴)

법치주의 유린한 박근혜-최순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치(法治)는 “법에 의한 통치”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거하여 국가의 권력작용과 국민생활이 이루어지는 원리를 의미한다. 이는 곧 자의적 통치를 의미하는 인치(人治)와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그리고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형식적인 법치가 아닌 실질적인 법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실질적인 의미의 법치는 단순한 “실정법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좋은 법에 의한 통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국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좋은 법”을 바탕으로 통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실질적 의미의 법치는 과거 권위주의 시기의 법치나 전체주의 국가의 법치와는 그 성격을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나치 독일이나 한국의 군사정부시기의 법치는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보장을 위한 법이 아니라 권력집단의 통치를 유리하게 하는 법을 바탕으로 강압적인 통치가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최대 목적으로 하는 실질적 의미의 법치를 전제로 하게 된다.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의 법치주의를 무력화 시켰다. 현재까지 언론에 공개된 검찰조사 결과라는 한정된 정보만을 가지고 판단하더라도, 최순실 “일당”의 행위는 단순한 직권남용이나 사기미수, 증거인멸교사 등의 실정법 위반의 수준을 넘어선 법치주의와 헌정질서 유린에 해당한다.

법치주의의 3요소

법치주의는 기본적으로 “법의 최고성”, “법 앞의 평등”, “헌법의 상위성” 등의 세 요소로 구성된다.

법의 최고성은 누구든지 법을 위반하지 않고서는 형사처벌이나 신체 및 재산상의 제한을 받지 않는 것으로서, 정부나 통치자의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규제하기 위한 원리이다.

법 앞의 평등은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것으로서, 지위와 신분에 관계없이 공직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법의 평등한 적용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헌법의 상위성은 모든 법은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세 원리가 실현되어야 비로소 한 국가의 법치주의는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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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여신 디케. 한 손엔 저울, 다른 손에는 칼, 그리고 눈을 가리고 있다. 법의 원칙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순실 일당에게는 이 세 원리가 적용되지 않았다.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권한도 합법적으로 위임받지 않은 최순실은 문화, 예술, 체육, 언론, 경제, 교육, 외교안보 등 여러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다방면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통치권을 합법적으로 부여 받지 않은 개인이나 집단의 자의적 통치이며, 이를 용인하거나 묵인한 대통령 역시 자의적 통치를 방조하거나 공모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즉, 법의 최고성 원리를 무력화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법 위에 군림했다. 법령을 무시하거나 개정하고, 정책결정자들을 매수하거나 그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려 했다.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최순실 일당에게 법은 한없이 무력했다.

나아가 그들은 한국의 정치질서와 헌정질서를 파괴했다. 우리 헌법은 제1조에 한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공화국임을 밝히고 있고, 정부형태를 대통령제로 하여 국민의 주권을 입법, 행정, 사법의 세 기관에 나누어 부여함으로써 서로 감시와 견제를 바탕으로 권력이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집중되어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조직이 행정부의 최고 권력을 행사하고, 입법부의 여당에게도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으며, 검찰을 포함한 권력기관까지 장악하려고 했다는 것은 한국의 정치질서를 뒤흔든 것이며 나아가 한국의 헌정질서를 파괴한 행위인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 헌법이 언급하는 주권을 가진 국민은 누구이며, 삼권을 무엇이었을까.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국민들

국민들은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러한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대통령의 공모 혐의를 99%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강제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들의 비율 역시 이미 과반을 초과하여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11월 22-23일 간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79.5%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답을 했고, 응답자의 14.6%만이 탄핵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과 유사한 결과라는 점에서 현재 국민들이 대통령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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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탄핵 찬성 여론이 79.5%에 달했다. 지금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준다. (자료: 리얼미터)

이러한 국민적 의지는 매주 진행되는 촛불 시위에서도 확인된다. 촛불 시위 참여인원이 100만 명을 초과하여 200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의 전국 100여만 명의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거대한 국민적 요구는 탄핵안 발의를 위한 야당의 결집을 가능케 하는 동시에,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현웅 법무부장관의 사의표명 등으로 나타나는 권력 내부의 분열을 야기하였고,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탄핵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여당의 내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고립되어 가는 형국이다.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서의 ‘탄핵’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대표적인 방법은 선거와 탄핵이다.

대통령의 중임을 허용하는 국가에서는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를 위해 출마한 선거에서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현직 대통령이 지난 임기 동안 직무수행을 잘 했다고 생각하면 한 차례 더 기회를 주고, 직무수행을 잘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다른 후보자에게 표를 줌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즉 재임을 위한 선거에서 국민들은 현직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와 같이 대통령 단임제 국가에서는 다음 선거에 현직 대통령이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선거에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대통령 소속의 여당 후보자를 지지하는지 여부를 통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우에 유권자들은 앞으로 새롭게 이끌어갈 지도자가 누구이며, 이들의 공약과 정책을 비교하여 소위 “전망적 투표”를 하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 단임제인 한국에서는 선거를 통해 현직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평가하여 책임을 묻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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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받은 대통령들. 닉슨 미국 대통령, 클린턴 미국 대통령,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하단 왼쪽). 의회의 권고를 받고 사임한 볼프 독일 대통령(하단 오른쪽). 이들이 탄핵을 받거나 그런 위협에 몰린 공통된 이유는 거짓말, 부패, 뇌물 등이었다. 박근혜도 이런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결국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실질적인 방법은 탄핵(impeachment)이다. 탄핵은 일반 사법절차로는 소추나 처벌이 어려운 정부의 고급공무원이나 법관 등에 대하여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가 헌법이나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하여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는 현직 대통령을 견제하고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묻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자 책임정치 실현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실제로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법을 위반하거나 부패에 연루되었을 때 탄핵권을 발동하여 책임을 묻곤 했다.

1974년 미국의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에 관한 위증죄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의결되고 상원에서 탄핵되기 직전에 스스로 사임했다.

1998년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인 르윈스키(Monica Lewinsky) 와의 성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하원에서 탄핵안이 의결되었으나,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되어 가까스로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최근 2016년 8월 브라질의 호세프(Dilma Rousseff) 대통령은 국영은행의 돈을 끌어다 재정적자를 감추기 위해 사용하는 등 연방재정회계법을 위반한 이유로 탄핵되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에서도 지난 2012년 불프(Christian Wulff) 대통령이 시중금리보다 약 1% 정도의 낮은 금리로 특혜 대출을 받은 이유로 검찰이 대통령의 면책특권 중지를 연방의회에 요청하자 임기 2년 만에 스스로 사임했다.

그밖에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부정축재, 공금횡령, 부패, 권력남용, 불법 정치자금 등의 이유로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어 스스로 사임하거나 탄핵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 역사에서도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시도되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험이 있다.

탄핵 절차와 정치권의 계산

대통령 탄핵을 위한 조건과 절차는 매우 엄격하고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우선 대통령은 재직기간 중 헌법 제84조에 의해 내란 및 외환의 죄 이외의 범죄에 대하여 형사상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 특권을 가진다. 이는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로서의 특권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의 형사상 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재직 중에는 형사상 소추가 불가능하지만,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는 정지되어 퇴직 후에 공소시효가 다시 이어지며 형사상 소추가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대통령 재직 중이라도 민사상, 행정상의 소추나, 국회에 의한 탄핵소추는 받을 수 있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의결되면 탄핵심판이 있을 때 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결정되면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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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탄핵은 ‘헌정의 중단’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된 헌법적 절차라는 점에서 ‘헌정의 지속’이며, 그 나라의 민주주의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관으로서 대통령의 잘못이 있을 때, 또 다른 권력기관인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그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우리가 채택한 대통령제의 작동원리이다.

탄핵 절차를 두고 정치권의 계산은 복잡하다. 야당은 탄핵의 실패를 우려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발의 이후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 소추위원장을 여당이 맡고 있는 것,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 결정 가능성, 황교안 현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문제 등이 야당의 탄핵 추진에 주요 고려 변수가 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현 재적의원 300명 중에서 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야당이나 무소속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경태 의원을 포함해 모두 172명으로, 이들이 모두 탄핵에 찬성한다는 전제 하에 새누리당 의원 중 최소 28명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49조에 의해 탄핵심판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으로서 검사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데, 현재 국회 법사위원장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권성동 의원이므로 그가 과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에 관한 의문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재판관 9명 중에서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런데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이 내년 초에 임기를 마치게 됨에 따라, 이들의 후임을 선임하는 문제와 새로운 소장을 임명하는 문제 등으로 탄핵심판 절차가 정지되거나 혹은 7명의 재판관만으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들 중 6-7명의 절대다수가 보수적 성향의 재판관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시간적 측면에서도 차기 대통령 선거를 1년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헌재의 결정이 최대 180일 소요되면서 탄핵의 실질적 효과가 약화될 수 있고, 심지어 탄핵 심판절차가 정지될 가능성도 배재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 의하면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가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년 대선 이전까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변수들은 야당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여당의 계산 또한 만만치 않다.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국민적 요구가 점차 거세짐에 따라 변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의 직무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지가 명확해 보인다.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가 지속된다면 설사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탄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려 할 것이다. 국회 의결절차에 대한 저항, 헌법재판소 재판부에 대한 회유와 압력을 비롯하여, 탄핵 절차를 최대한 지연시킴으로써 남은 임기를 확보하려 할 수 있다.

여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이러한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노무현 탄핵과의 차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현재의 논란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할 때 두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발견된다.

우선, 탄핵 소추 사유의 무게감이 다르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들은 앞서 살펴본 해외의 사례뿐만 아니라,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포괄적이고 심각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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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때, 국회는 난장판이었다. 그만큼 명분없는 탄핵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장면을 웃으며 지켜보는 당시 박근혜 의원. 그랬던 그녀가 이번에는 스스로 탄핵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인정한 사항이 “공무원으로서 기자회견에서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지만, 이 역시 선거운동기간이 아니고 계획된 발언이 아니므로 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를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제60조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는 현재 검찰이 99% 입증을 확신하는 공무상 비밀 누설과 직권남용, 강요 등의 혐의를 비롯하여 제3자 뇌물수수 등으로 그 무게감이 질적으로 다르게 느껴진다.

또한,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의 대응 역시 매우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와 의결에 매우 적극적이고 일사불란했다.

반면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발의에 꽤 오랜 시간 뜸을 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져 80%에 육박하는 시점에 와서야 야당들은 대통령의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국가의 사례나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할 때 현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한 보다 무거운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주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정치적 역풍을 거세게 받았던 트라우마에 더하여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종합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국회가 탄핵의 성공가능성 만을 점치며 권한행사를 주저하는 것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위기를 국회-정부 간의 건강한 관계를 재설정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민심에 기반 한 정치를 실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회의 대통령 견제 기능 강화돼야

첫째, 정부와 국회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일차적인 책임이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 및 측근 인사들에게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하지만 이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전횡을 일삼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취약한 우리 정치시스템의 문제를 반드시 진단해봐야 한다.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도록 하는 대통령제의 삼권분립 정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는 입법권과 예산권에 더하여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국회의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이다. 국회는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 국정감사나 조사를 할 수 있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할 수 있으며, 대통령의 특수한 권한에 대한 동의 및 심사권을 가진다.

따라서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자의적인 통치행위를 할 경우에 국회는 그에 적절한 견제를 해야 하며, 이러한 국회의 견제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권력의 남용이나 전횡이 예방되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기존의 국회-행정부 관계에서 국회가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온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대통령과 의회가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여당이 똘똘 뭉친 채 야당과 대결함으로써 여당은 정부 감시에 소홀하고 여당과 야당 간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는 대결의 정치가 지속되면서 국회가 온전히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 해 온 것도 사실이다.

국회의 정부견제 기능이 약화될수록 대통령의 자율성은 커지고,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이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가 결국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된 것이다.

여당은 정부를 구성하는 주체일 뿐만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여당이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전락하게 되면 국회 본연의 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결국 여야 간의 대립과 갈등만 남게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회가 정부를 보다 적극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탄핵 민심 따라야 

둘째, “민심(民心)”을 보다 제대로 살펴야 한다. 탄핵은 국민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을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하는 것이므로 국회와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지난 2004년 탄핵을 주도한 야당들이 탄핵에 실패하여 정치적 역풍을 받게 된 것은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이유가 컸다. 당시 국민의 다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개입성 발언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이유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 역시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었다.

이러한 민심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야당들은 결국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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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민심은 명확하다. 국회는 그 뜻을 따라 헌법이 정한 절차대로 대통령을 탄핵하면 된다. 당리당략에 따라 그 민의를 배반하면 국회 역시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http://anriona.tistory.com/4)

그렇다면 현재의 민심을 어떠한가. 현재 국민의 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5% 미만으로 추락했고, 심지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80% 가까이 나타나고 있다.

민심은 명확하고 국민적 요구도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여 탄핵의 절차를 시작하는 것은 국회의 권리가 아니라 국회의 의무가 된다. 국민을 대표하고,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것이 국회가 가지는 본연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 시점에서 야당은 탄핵의 실패를 우려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대통령의 실패에 절망한 국민들에게 국회의 견제 실패라는 또 다른 상실을 안기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만약 정파적 입장과 비합리적 논리로 탄핵이 좌절될 경우에는 국민들이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국민들은 용기를 내어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다. 그들이 밝히는 촛불의 메시지에 귀 기울어야 한다. 정치시스템의 정상화와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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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둔 21일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13차 촛불집회가 서울과 부산 등 전국 40여 곳에서 열렸다.

서울 광화문에는 눈발이 휘날리는 강추위 속에서도 32만 명이 참가하는 등 전국적으로 35만여 명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고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 측이 밝혔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지난 1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것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 나왔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연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어도 재벌이 그대로면 헬조선은 바뀌지 않는다”면서 재벌총수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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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시민들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은 정경유착의 한 축인 재벌이라며 법원이 이재용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을 즉각 구속해야 한다고 외쳤다.

6시부터 시작된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청와대와 헌재로 향하는 기존 행진 외에 태평로 삼성본 건물과 롯데백화점, SK빌딩이 있는 도심을 행진하며 “재벌도 공범이다”, “이재용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 측은 설날인 다음 주 토요일엔 공식적인 촛불집회를 쉬고 2월에 다시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후 2시에는 서울 대한문 앞에서는 약 3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려 특검을 규탄하고 헌재에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했다.


취재: 오대양

영상취재:김기철

편집:정지성

토, 2017/01/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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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최 씨 관련 회사 내부 문서 700여 쪽을 입수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 몇 가지를 발견했다.

문서를 분석한 결과, 최순실 일가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사업에 손을 댔고, 최 씨와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 등이 만든 여러 업체들이 사실상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문서들은 주로 최순실 씨 소유 회사인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와 최 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에서 나온 것이다. 플레이그라운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광고 수주를 챙겼고, 영재센터는 삼성의 후원금 16억 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곳. 모두 검찰의 중요한 수사대상인 최순실 관련 법인이다.

최순실 소유기업서 문서 700여쪽 입수

문서더미에는 최 씨 소유 회사 직원들의 명단이 적힌 내부서류부터 각종 구매 물품 영수증, 영재센터와 플레이그라운드가 여러 사업을 추진하며 작성한 계약서와 사업계획서 등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대통령이 참석해 화제가 됐던 프레지던트컵 골프대회의 주최측 내부 문서도 있었고, 제53회 대한민국 체육상 시상식 관련 문서더미에선 행사계획서 뿐 아니라 예산, 행사의 주요 동선까지 표시된 내부 자료까지 발견됐다. 프레지던트컵의 경우는 그 동안 최 씨와의 관련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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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더미에선 이상한 점도 발견됐다. 영재센터와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나온 자료들인데도, 이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문서들도 많았던 것. 장시호 씨 소유 영재센터의 서류에서 최 씨 소유 카페의 내부 자료가 나왔고, 최씨 소유의 플레이그라운드에선 영재센터, 더스포츠엠 등 장 씨 소유 기업의 내부 서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겉으론 모두 다른 회사처럼 포장돼 있지만, 사실은 이들 기업이 한 몸처럼 운영됐음을 보여준다. 문서더미 입수에 도움을 준 최순실 씨 소유 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영재센터와 플레이그라운드, 누림기획, 더스포츠엠은 모두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였습니다. 같은 사람이 임대, 운영을 담당했고 사무실도 서로 바꿔가며 썼습니다.최순실씨 소유 기업 관계자

최순실씨와 조카 장시호씨 소유 회사들은 물주 역할을 한 K스포츠 재단 주변에 모두 모여 있다. 반경 100m 이내에 5~6개 사무실들이 밀집해 있는 형태. 최씨 일가가 대통령과 공모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다양한 분야의 이권을 따내기 위해 계획적으로 여러 회사를 설립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취재 : 한상진, 김강민
영상 : 정형민, 김수영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금, 2016/12/0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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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일) 새벽 4시 10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이 서명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됐다. 표결은 다음주 금요일(9일) 진행될 예정이다. 탄핵안 의결 정족수는 국회의원 300명 중 3분의 2,최소 200명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탄핵안에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새누리당 비주류의 선택이 가결의 최종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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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발의를 앞두고 뉴스타파 취재진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만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대통령의 퇴진 일정을 놓고 여야가 일단 협의를 해야 된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비주류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아무런 협상도 하지 않은 채 탄핵으로만 올리겠다고 하면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어느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라고 본다”며 “하는 데까지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탄핵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도 “촛불 민심에 드러난 국민적 분노를 생각하면 즉각 탄핵이 맞는 것이지만 국가의 미래나 안정적인 국정 이양 수순을 밟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실효성 있는 건 대통령의 자진 사퇴”라고 밝혔다.

매 주말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촛불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여당의 탄핵안 동참을 어떻게 이끌거냐는 질문에 “탄핵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박근혜-최순실 의혹에 동조, 방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도덕적 호소와 국민적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원내대표인 노회찬 의원은 “국민만 믿고 간다”며 시민들의 뜨거운 요청이 여당을 설득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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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표결을 6일 앞둔 시점에 열린 오늘(3일) ‘박근혜 즉각 퇴진 범국민 행동 6차 촛불 집회’는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시작됐다.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함께 새누리당의 해체를 촉구하면서 탄핵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안은 발의됐다. 9일 표결에서 탄핵안이 통과된다면 박근혜 씨의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는 정지된다.


제작: 박중석
취재: 이유정, 송원근
촬영: 정형민, 최형석, 김기철
편집: 윤석민

토, 2016/12/0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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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9 개각 대상자 9인 재테크 분석
– 9명중 4명은 20억 부동산 부자
– 송언석 차관, 출생 전 토지 6필지 매입

지난 10월 19일 발표된 9명의 신임 장·차관급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1인당 1년에 평균 1억 원 씩 재산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영 교육부차관은 재산 신고 내역이 없어 분석에서 제외했다). 또 9명 중 5명은 강남과 송파, 용산에 아파트 등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다. 공시가격 기준으로 20억 원 이상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인사는 9명 중 4명이고, 10억 원 이상은 5명이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출생 전에 매입한 것으로 돼 있는 토지 6필지를 포함해 13필지를 출생전이나 미성년 시절 매입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대한민국 정부 관보에 공개된 공직자 재산 내역과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번에 발표된 장·차관급 인사 9명의 재산 증식 현황을 분석했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의 재산이 31억 원으로 가장 많고, 20억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공직자는 9명 중 4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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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차관은 모두 토지 14필지를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천시 구성면 미평리 668번지’ 토지는 1963년 생인 송 차관이 태어나기 5년 전인 1958년에 송 차관이 매입한 것으로 등기부등본에 기록돼 있다. 이처럼 송 차관이 출생하기 전에 송 차관 이름으로 매입된 토지는 모두 6필지로 확인됐다. 또 나머지 8필지 가운데 확인이 가능한 7필지도 모두 송 차관이 만 14세가 되기 이전에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차관은 성인이 되기 전 현재 가치로 2억 원이 넘는 자산을 본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김천시 등기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토지 등기를 할 때 신원 확인 절차가 허술했고, 등기 접수를 할 때 계약서를 소급해서 쓰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왜 출생 전에 매입이 됐다고 기록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송언석 차관은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할아버지가 모은 재산을 물려준 사실상 증여였지만 매매로 잘 못 기록한 것 같다”며, “태어나기 전에 매매한 것으로 기록된 것은 단순한 오기이고, 증여세를 낸 증빙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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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대상인 9명의 고위공직자 가운데 5명(김영석 해양수산부장관후보자,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조태용 국가안보실1차장, 방문규 복지부차관, 송언석 기재부2차관)은 강남과 송파, 용산구에 아파트 등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20억 원 이상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공직자는 9명 중 4명이고, 10억 원 이상은 5명이다. 9명 공직자의 재산 가운데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의 비중은 72%가 넘었다. (부동산 관련 채무로 추정되는 금융 부채는 부동산 가액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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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의 증감 추이를 분석한 결과 1인당 1년 평균 1억 3백만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의 경우 2014년 재산을 신고하면서 이태원의 자택을 토지와 건물로 분리 등기해 서류상으로 재산이 10억 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신고했다. 재산 증감 추이는 조태용 1차장을 제외한 8명의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계산했다.)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난 임성남 외교부1차관의 경우 재산이 1년 동안 2억 6천만 원 증가했다. 광진구 화양동의 건물이 1년 만에 9천 만 원 가량 올랐고, 임대료와 펀드 수익 등을 저축한 예금이 1억 원 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영석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는 1년에 평균 4천만 원 정도 재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유학 비용으로 빚이 늘었기 때문이다.

▼ [표] 10.19 개각 고위공직자 9명 재산 내역 (단위 : 백만 원)

이름 부동산 소유 부동산 재산
총액
송언석
기재부2차관
2,616 대치동 아파트
방배동 아파트 등
3,126
임성남
외교부1차관
2,274 화양동 건물
경기도 광주 임야 등
2,897
방문규
복지부차관
2,071 서빙고동 아파트
방배동 아파트 등
2,838
조태용
국가안보실1차장
2,458 이태원동 주택
삼성동 상가 등
2,050
강호인
국토부장관
후보자
567 과천시 아파트
대구시 아파트 등
1,513
황인무
국방부차관
115 대전시 아파트
(전세) 등
1,099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1,044 고양시 아파트
인천 송도동 아파트 등
932
윤학배
해수부차관
544 위례신도시 아파트
세종시 아파트 등
577
김영석
해수부장관
후보자
775 도곡동 아파트
고양시 아파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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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5/10/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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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른백년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단비뉴스팀과 함께 ‘사랑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6편에 걸쳐 우리 주변의 삶을 들여다본다. 장시간 노동자, 청년 실업자, 경쟁에 시달리는 직장인, 노인, 청소년들이 그들이다.  

노인은 말동무를 찾아 매일같이 탑골공원에 간다. 취업 못한 청년은 안전한 직장을 가질 때까지 스스로 고립된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직장인은 연인을 만날 시간조차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사랑은 사치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다. 

당신은 사랑하고 계십니까. 

<프롤로그> 1. “들어줘서 고마워”      2. 한국인의 밥상

한국에서 ‘식구(食口)’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4 국민 건강 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3417명 중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는 사람은 44.7%로 절반이 채 안 됐다. 이는 2005년 조사 결과인 62.9%보다 18.2%포인트가량 줄어든 수치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고 대답한 사람도 64.9%로 3명 중 2명에 불과했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사람의 비율은 2005년 76.1%에서 2008년 68.6%, 2012년 65.7%로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반면, ‘혼밥족(族)’은 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대학생 및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혼밥 실태 및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6.4%가 혼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혼밥을 경험하지 못한 이는 3.6%에 불과했다.

특히 일주일에 10회 이상 혼자 밥을 먹는다고 답한 사람은 3명 중 2명(66.8%)이었다.

#1. 마트근무자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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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근무자 이모씨(26)의 저녁 밥상.

마트 근무자 이모(26)씨는 제육볶음과 오징어젓갈, 콩자반으로 늦은 저녁을 먹는다.

이씨는 9시 30분부터 21시 30분까지 일한다. 식사시간에 편히 밥을 먹지도 못한다.

이씨는 방직공장에서도 두 달여 일했다. 6시에 출근해 15시에 퇴근했고, 주간 조일 때는 13시부터 23시까지 일했다. 30도가 넘는 뜨거운 공장에서 쉬는 시간 없이 일했고 주말도 출근했다.

몸이 버티지 못해 그만두고 두 번 만에 새 직장을 구했다. 직장 근처에서 집을 구하다 보니 친구와 연락이 뜸해졌다.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이씨는 “일도, 사람도 쉬운 게 없다”면서 “힘들 때 서로 다독일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 노량진 고시준비생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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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준비생 이모씨(27)씨의 밥상

노량진 취업 준비생들은 고시 뷔페에서 홀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한 끼에 4천5백 원 수준이지만 한 달권을 끊으면 더 저렴하다. 이모(27)씨도 그중 하나다.

급하게 점심을 먹고 나온 그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씨는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이다. 노량진에 온 지 넉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주 어울리던 친구들을 만날 겨를 없이 바쁘게 산다. 연애는 합격 이후로 미룬 지 오래다.

매일 마주치는 학원 수강생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함께 스터디를 하는 일은 없다. 그는 저녁에도 같은 고시 뷔페에서 끼니를 때울 생각이다.

#3. 자영업자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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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박모씨의 밥상

박모(61)씨는 남편과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한다. IMF 끝 무렵 남편이 명예퇴직을 당하고 알음알음으로 시작한 일이다.

인건비를 줄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몰라 부부는 하루를 둘로 쪼개 반씩 근무를 한다. 교대시간 전후 두 시간 남짓이 박씨가 하루 중 애들 아빠를 만나는 유일한 시간이다.

오전 10시 반. 박씨는 늦은 아침과 이른 점심 사이의 첫 끼니를 먹는다. 다시 오후 3시 반. 남편이 오고 박씨는 빈집으로 돌아간다.

주말도 휴가도 없는 연중무휴의 도돌이표 하루는 12년째다. 박씨가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그거 두 개 사면, 하나 더 드려요”다. 서른 발자국만 가면 있는 이웃 편의점에 대해 그는 “얼굴도 몰라요”라며 웃었다.

#4. 고3 수험생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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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 이모군(19)의 밥상.

이모(19)군은 대치동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 휴일이라 집에서 공부하다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나왔다. 혼자 햄버거를 먹고 다시 돌아갈 생각이다.

‘수능이나 대입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냐’는 질문에 “6월에 모의고사가 있어서 부담되지만 자신있다”고 답했다.

한 살 많은 여자친구와 지난해 헤어졌다. 수시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여자친구는 공부를 이유로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다.

관계를 묻는 말에 “가족과의 사이도 친구와의 사이도 나쁠 건 없다”며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는 듯 무심하게 답했다.

#5. 직장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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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씨(54)의 밥상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모(54)씨는 영어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막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오는 길이었다.

단출한 파이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이 그의 점심이었다. 김씨는 끼니를 때우면서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모 대기업에서 일하는 그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어학원에 다닌다.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꼭 필요한 영어를 놓을 순 없다.

추가 질문에 난감해하던 김씨는 “제가 영어 듣기를 해야 해서”라고 말하며 이어폰을 꽂았다.

혼자 식사를 하는 이유는 세대별로 달랐다. 최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오유진 박사가 ‘1인 가구 증가 양상 및 혼자 식사의 영양’이라는 보고서에서 20~60대 직장인 4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는 혼밥을 하는 이유로 ‘여유롭게 먹을 수 있어서’(24.2%)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30대 이상은 어쩔 수 없이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30대와 50대 이상은 ‘같이 먹을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 홀로 먹는다고 답한 비율(30대 38.7%, 50대 37.9%)이 가장 많았다. 40대는 ‘시간이 없어서’ 홀로 먹는 비율이 29.2%로 10명 중 3명꼴이었다.

한국인에게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닌 타인과 관계를 맺는 매개체다. 함께 밥 먹으며 소통함으로써 정신적인 유대감이 생기고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된다. 하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누군가와 함께하는 식사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일, 2017/02/0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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