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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박근혜’에게 두 번 속지 않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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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박근혜’에게 두 번 속지 않는 방법

익명 (미확인) | 화, 2016/10/04- 16:15

19대 대통령선거를 일년 남직 남겨놓은 현재 시점에서 주요 정당들은 당대회를 통해 선거체계를 갖추기 시작했고, 야당을 중심으로 잠룡후보군의 정치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07년 이후 지난 8-9년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에 국가의 기틀과 내용이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현실을 개탄하면서 다가오는 대통령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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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대통령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최초의 과반 득표, 견고한 지지층, 선거과정의 중도적 입장 등으로 정파를 초월해 모든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취임 4년째가 된 지금, 그러한 기대는 한낱 백일몽에 불과했음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불만과 실망도 극에 달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2012년 말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을 중심으로 선거 과정과 이후에 전개된 사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필자의 경험과 추억에 의존했음을 미리 양해구하고자 한다.

박근혜의 대국민 사기극

현재는 국정원과 기무사 등 공안기관들의 대선불법개입이 사실로 들어나고 사전 선거조작이 있었다는 혐의가 농후해져 정권의 정당성 자체를 의심받고 있지만, 당시 박근혜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인 2012년 연말에 필자는 프레시안을 통하여 새로운 정권의 출범에 승복의 박수를 보내며 기대와 조언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박근혜, 아버지 패러다임 넘어야 산다).

기대와 설렘의 배경에는 박근혜 당선자가 몇 해 전에 한나라당 의원자격으로 미국의 몇개 명문대에서 행한 명연설들이 있었다. 주요한 내용은 신자유주의를 맹렬히 비판하면서 아버지가 못다 이룬 과업을 이어받아 국민 각자의 꿈을 실현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복지의 선진국가로 도약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것 이였다.

당시에는 감동적이였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잘 짜여진 사기극의 각본과 연기였다고 본다.

실제 18대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새누리당 복지정책은 서울대 교수진 등이 참여하여 준비한 것으로 누리예산(0-5세 보육을 국가에서 책임진다)과 대학등록금 반액제 그리고 노인수당(노령기초연금, 65세이후 모든 노인들에게 20만원 무조건 지급) 등 일련의 내용들로 한국정치판에서 처음으로 ‘생애주기적 복지개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경쟁상대인 민주당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수구적 정치집단으로만 생각했던 새누리당의 공약이라고 믿기에는 참 놀라운 내용이였다.

필자가 8년간 공동대표로 활동했던 복지국가소사이어티(WSS) 내부평가도 그러했고, 복지라는 주제를 새누리당조차 한국사회의 주요한 의제로 선정했다는 사실에 WSS의 열정적인 활동이 그만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근거없는 뿌듯함도 느꼈다.

더불어 복지의 주요 기둥인 ‘돌봄’에는 어머니같이 섬세하게 배려하는 여성적 감성과 접근이 매우 필요한데, 박근혜씨가 여성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기대한 점도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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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선거전략은 기존의 강고한 보수층을 기반으로 중도층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녀는 기존의 이념적 입장을 약화시키면서까지 포용적인 정책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집권한 뒤에는 그러한 공약이 차례로 파기됐다. 대선 공약이 애시당초 실행할 의지가 없는, 집권만을 노린 선거전략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의 기대와 설렘이 무참히 무너지고 그 자리를 허탈과 분노감으로 채워지는 데는 몇 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발간한 선거공약집은 4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으로 대강만 실현해도 한국이 세계속 일등국가가 되는데 손색이 없을 듯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나는 현재, 많은 시민단체에서 박근혜정부의 공약이행의 정도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는 내용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나 유관 단체의 자체평가를 제외하고 중립적인 시민평가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최악의 항목인 검찰개혁에 대한 평점이 100만점에 5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그나마 경실련이 후하게 매긴 43점을 포함하여 대체로 30-40점 수준에 머무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히 실패하고 무능한 수준을 넘어 기만적 정권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량적인 점수를 떠나 정권의 성격과 내용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로 2015년 당시 민주당의 정책위원장이였던 이목희 의원의 말을 빌려본다

“ 박근혜 정권 3년 동안 대한민국의 역사는 크게 후퇴했고, 민생은 황폐화되고 남북관계는 최악의 긴장상태로 악화됐다. 대한민국 경제는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고 불평등 심화의 덫에 걸려 있는 실정이다. 청년들은 질 좋은 일자리가 없어 흙수저를 탓하며 절망 속에 살아가고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선되자마자 폐기처분된 ‘노인수당’ 약속

필자의 경험과 시각으로 18대 대선공약이후 박정권이 보여준 기만과 실책 중 두가지 예를 상세히 기술하고자 한다.

노인빈곤이 50%에 근접하는 최악의 수준에 처한 한국에서 국민연금과 노인수당은 복지정책의 핵심정책이다. 박근혜를 당선시킨 주요 공약이였던 노인수당의 경우 대통령 서약에 서명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곧바로 모든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을 무조건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였다.

‘모든노인’ 대신에 대상을 70%로 축소하고 자산조사와 국민연금 수급여부를 연동시키는 것으로 수정 시행하였다. 시행초기에 당장에 부족한 예산과 비판적인 여론 등을 고려하여 대상을 선택적으로 축소하고 혹은 자산조사를 통해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할 수 있다.

다만 예산이 확보되면 공약대로 시행하고 향후 사정이 좋아지면 푼돈 수준인 20만원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수준으로 증액한다는 약속을 반대급부의 조건으로 묵인할 수 있다.

그러나 뜬금없이 국민연금과의 연동하여 시행하는 것은 국민연금제도의 밑기둥을 흔드는 참으로 황당한 정책 이였다.

노후대책의 대들보 역할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은 국가와 국민 개인 간에 이루어진 엄정한 약속으로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신뢰의 주제이다. 이러한 대원칙을 노인수당지급의 조건으로 연동시킨다는 것은 특히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하여 국민 다수가 노후대책의 핵심인 국민연금을 믿지 못하고 기피하게 만드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앞뒤를 가리지 못하고 대책도 없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의 기초를 밑바닥부터 흔들어 버린 박근혜 정권은 본인이 사용하기 좋아하는 용어 그대로 ‘국기문란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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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예산 제약 등을 이유로 기초노령연금 공약을 파기하자, 2013년 9월, 공약 설계자였고, 집권 이후 책임자였던 진영 복지부 장관이 “무력감을 느낀다”며 사임했다. 이 일을 계기로 진영 장관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에서 탈락하는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 이에 진영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출마해 당선됐다. (이미지 출처: http://slownews.kr/14254)

노인수당 지급여부를 일정한 고정수입과 연동하려면 국민연금이 아니라 퇴직연금과 관계지울 수 있었을 것이다.

퇴직연금은 국민들과 이루어진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약속이 아니라 개별 기업과 단체 혹은 제한된 영역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재벌 대기업이나 공무원 그리고 공공기업체 등 소위 한국사회에서 갑질하는 상위 10% 정도가 실질적 혜택을 누리는 제도이기에, 예산부족을 이유로 이와 연동하여 노인수당을 보류하는 것에는 긍정적 동의가 가능했다고 본다. 똥인지 된장인지도 분간 못하는 무식한 박근혜 정권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권창출의 일등공신이였던 진영 당시 복지부장관이 사태의 책임을 절감하고 스스로 사임을 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다는 것이다. 진영 장관이야 말로 박근혜 정권의 무지몽매한 작태를 깨닫고 책임의 자리에서 물러나 스스로 국민 앞에 사죄를 구한 진정한 공직자였다.

북핵 핑계로 사라진 ‘전시작전권 환수’ 약속

두 번째 사항은 전시군사전작권(전작권)에 관한 것이다.

군사작전권이 없다면 자립국가라 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은 국가방위을 주한미사령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절름발이 주권국가이다. 북한보다 수십배가 넘는 국방예산을 지출하는 남한 정부가 북한위협으로부터 자체방위 작전권한이 없다는 사실부터 어처구니가 없지만, 노무현정권 당시 진작 전작권을 돌려받고 일정까지 합의했음에도 당연히 이를 돌려받았어야 할 이명박정권은 분명한 사유없이 당분간 연기했다.

이후 18대 대선과정에서 박근혜후보는 선거공약집을 통해 ‘전작권을 예정대로 2015년에 당당히 돌려받아 한국군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한미연합군 동맹을 굳건히 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집권이후 차일피일하더니 급기야 돌변하여 정확한 사유와 설명도 없이 전작권반환을 아예 무기 연기하고 말았다. 땅을 치고 통곡할 한심한 작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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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워싱텅 D.C에서 열린 제46차 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 당국은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을 재연기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북한의 핵 위협을 비롯한 한반도 안보상황과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등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구체적 시한을 못박지 않아 사실상 무기한 연기였다. 이에 대해 한 나라의 자주권의 일부를 넘겼다는 점에서 ‘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방위산업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필자의 눈에도 현재의 한국군대는 너무나 무능하고 부패하여 국가를 방위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병력이나 군사력이 문제가 아니라 군을 지휘하는 고급간부들의 자질과 지휘역량의 문제이다. 썩어 곪아터진 방산과 군수의 부패를 시급하게 청산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군내부에 배치하여 전투지휘 능력을 배양시켜서 스스로 방위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국가가 해야 할 우선적 책무일 것이다.

또한 북한의 침략 가능성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제3국의 잠재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켜야 하는 것이 국방의 책무임에도, 엉뚱하게도 자력방위의 중요성을 외면한 채 오로지 2013년 초에 있었던 북한핵실험을 핑계로 전작권환수를 아예 포기한 것이다.

핵실험은 2013년 이전에도 두 번이나 있었으니, 집권 이전과 이후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더구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북핵이슈는 남한과 관련된 문제라기보다는 리비아와 이라크의 경우처럼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미국침공에 대응하는 생존전략인 셈이다.

따라서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은 남북한간 군사력의 무한대치로 해결할 내용이 아니라, 관련국들과 함께 평화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풀어가야 할 정치외교적 역량에서 찾아야 했다.

사안의 시비가 매우 분명함에도 대선공약으로 자랑스럽게 약속했던 군사주권의 핵심적인 내용이 뒤집어졌음에도 국민들에게 일체의 배경과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미국에게 군사전략과 나라의 안위를 통째로 맡겨버린 참으로 뻔뻔하고 무모한 정권이다.

자국의 군사전략에 대해 아무런 결정권도 없게 된 박근혜 정권은 미군이 판단해서 사드배치를 결정하고 미군이 필요해서 장소를 정하면, 이를 시행하는 책임만을 지고 있을 뿐이다.

동북아의 뇌관이 되여버린 사드가 상주에 배치된 이후에 한반도에서 벌어질 상황의 전개는 여러분들의 상상력에 맡긴다.

동학농민군의 진압을 핑계로 청과 일본 군대를 불러들여 결국 치욕적으로 나라를 빼앗긴 고종의 전철을 밟는 역사적 실책을 다시 되풀이 할까 심히 염려가 된다. 현하 박근혜 정권은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매국적 죄업을 짓고 있는 중이다.

철학없는 대통령…일단 당선되면 약속 내팽겨쳐

18대 대선 선거과정을 겪으면서 대선후보가 약속한 공약을 믿는 것이 어리석은 시대가 되었다. 정책공약은 신뢰할 수 없는 주제가 되었고 선거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무용론이 대두하게 되었다. 마치 얼굴에 분칠하는 색조화장처럼 대선이라는 행사가 끝나면 신속히 지워내는 것이 당연지사로 받아들였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과 기만으로 전락한 배경과 조건이 무엇이였을까? 필자는 제도정치에 관하여 문외한이여서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나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우선 조선시대의 국왕보다 권력이 막강하다는 현재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대통령 자신의 자질이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의원시절 미국의 명문대에서 행한 연설내용에 대해 지적했듯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자신의 철학과 학습과 의지가 담긴 결과물이 아니라 후보자와는 무관하게 선거에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당과 해당부처에서 급조하여 짜깁기 식으로 만든 각본이다.

내용도 제대로 체득하지 못한 채, 무지한 박근혜 후보가 연출에 따라 주어진 대사를 앵무새처럼 읽어 내린 연기였다는 혐의가 짙다. 기본과 자질의 문제였다.

두 번째는 정권 출범이후 여건이 미비하고 야당과 여론의 반대가 거세여 공약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지점이 지도자의 역량을 시험하고 평가하는 중요한 계기라고 본다.

여건과 자원이 부족하면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와 완급을 정하고 당장 시행할 수 없는 저간의 사정을 국민들에게 설명하여야 하며, 야당과 여론의 반대가 있으면 이를 설득하고 타협하고 공유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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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캠페인 때와 집권 이후의 박근혜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 대선 캠페인 때는 온갖 약속을 쏟아냈지만, 집권 이후에는 그것을 줄줄이 파기했다. 정책에 대한 대통령 자신의 확고한 철학과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른쪽 삽화는 김용민 경향신문 화백의 만평. (이미지 출처: https://thenewspro.org/?p=2275)

그런데 박대통령은 아예 귀를 틀어막고 나라의 장래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막장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려는 듯 혼자 북치고 장구도 치고 있으니, 노회한 박지원 의원도 “한국 정치의 최대장애물이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한탄했다.

필자의 눈에는 장애물정도가 아니라 재앙덩어리, 그자체이다. 개인이 갖는 저질적 품성이 문제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럽고 화가 나는 점은 처음부터 아예 다른 생각과 판단을 가지고 있음에도 오로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자신의 본래 프로그램을 숨기고, 상대방의 공약 중 표가 될만한 내용을 차용하여 마치 자신 것으로 포장하고 과장하여 정당간의 차별성을 없앨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무책임과 변절로써 유권자인 국민들을 농락하려 꾸민 치밀한 새누리당의 사기극 이였다는 점이다.

후보 개인과 소속 정당의 차원에서 문제점을 지적해 보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조적이고 역사적 흐름속에서 살펴볼 필요도 있다.

정책정당의 부재…약속 지키고, 책임 물을 주체 없어

우선, 우리나라에는 아직 제대로 된 정책정당이 뿌리를 내리고 있지 못하다. 정의당과 녹색당 등이 핵심정책을 분명하게 내세워 프로그램을 준비해 오고 있지만 국민들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유의미한 지지를 얻어내는데 실패하고 있다.

반면에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유력 정당들은 이름만 정당이지 실천적 좌표로서 정책을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조직되여 있다고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토대 위에 연줄과 지역감정 등 당선에 유리하고 편한 방식으로 결합된 집단이다. 정책 역시 시대영합적인 내용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수준에서 선거철이 되면 실천하려는 목표와 의지와 무관하게 유권자를 현혹하는 이슈 중심으로 재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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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파기에 대해 국민은 다음 선거에서 ‘낙선’으로 심판하면 된다. 그러나 5년 단임 대통령은 재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아예 그를 심판할 기회조차 없다. 대신 그 대통령을 후보로 선출한 정당을 심판해야 하지만, 한국의 정당은 선거 때 급조되는 경우가 많다. 공약 파기,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정당은 정책아 아니라 보스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며, 강력한 지역주의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선거를 통한 심판의 논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유력 정당들이 정책정당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정치를 밥벌리 수단으로 삼는 정상배들 수준의 집단으로 변질된 현실에는 물론 역사적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민족을 억압하고 약탈한 일제에 협력한 반민족적 행위들을 정리하고 청산하기는커녕 일제가 만들어낸 기반 위에서 아집과 술수로 태동한 이승만 정권을 시작으로 한국전쟁 이후 강화된 공안통치의 무모한 우익적 토양위에서 진보적 개혁적 정책정당이 뿌리를 내릴 수 없었고 두 번의 쿠데타로 장기집권한 군사정권에 의해 오랫동안 민주적 기반이 위협받고 억압되여 왔다.

60년대 이후 27년간 군사작전처럼 감행되여 왔던 경제개발정책의 산물인 재벌들이, 절름발이 민주화 과정에서 정치세력간에 분열과 미봉적 타협으로 세월을 보내는 동안, 강력한 봉건영주로 세력을 확장하여 한국사회의 사회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대학과 언론 그리고 문화의 영역까지 실질적으로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일련의 과정과 흐름속에서 몇 번이고 민주화의 계기들이 폭발하였으나, 시민사회의 역량이 위에 언급한 장벽과 한계들을 뛰어넘어 각성되고 조직된 시민혁명의 수준으로 발전하고 정착되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 조건에서 민주적 개혁세력의 대응력이 무기력하면 기득권 세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분산된 개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유도하고 필요하면 조작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19대 대선의 핵심 현안은 또다시 공안의 조작이 개입하지 못하는 공정한 선거과정이 되도록 감시하고, 지난 4년간 재앙적인 박근혜 정권하에서 새롭게 각성된 시민사회 역량을 확장하고 결집시켜 나갈 강력한 정치지도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요행은 없다. 온전히 제도언론수단과 기득권의 물적기반을 장악하고 있는 강력한 수구정권을 몰아내고 그나마 중도를 표방하는 보수적 개혁정권이라도 출범시키려면, 진보그룹도 함께하여 시민세력의 ‘모든 역량이 결집되는 합의적 과정과 연합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1987년과 2012년처럼 소인배적 명예와 권력의 독식을 앞세워 역사적 소명을 그르치면 절대로 안될 것이다.

신뢰, 비전, 능력을 갖춘 후보 골라야

필자가 특별히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몇 해 전 백낙청 선생이 시대의 현안을 언급하는 중에 사용한 ‘적공(積功)’이라는 용어이다. 차기 대선은 반드시 적공(積功)을 갖춘 후보와 집단이 집권하기를 발원하면서 실천가능한 공약과 후보를 선별하는 기준에 대해서 몇마디 적어보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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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누가 선택될까. 좋은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지 여부는 그런 사람을 감식해낼 수 있는 시민의 안목에 달려 있다. 가장 중요한 감식 기준은 후보자의 신뢰, 비전, 능력이 돼야 할 것이다.

신뢰의 문제다.

우선은 언어와 색깔을 믿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수구적 미디어를 통해 온갖 교언과 요설이 설치며 사람들의 정신과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이미 체험했듯이 마녀는 공포스런 모습과 겁박하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홀리는 미소와 달콤한 밀어로 다가왔다.

핵심은 역사적 흐름과 시대적 소명이라는 관점에서 후보가 살아온 역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능란한 언어보다는 오랜 세월 살아온 삶의 자취가 진실을 담고 있다. 특히 그가 역경에 처했던 적이 있었는지, 위기를 당했을 때 어떻게 처신했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어려움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고통받는 서민들의 서러움을 보지 못하며 시대의 어려운 현실을 용기있게 돌파하지 못할 것이다.

비젼이라는 주제어다.

백화점처럼 제시된 온갖 프로그램의 현란함에 속지말자. 달콤한 사탕은 몸에 해롭고, 까닭없는 이익을 기대하면 망신을 당하게 마련이다. 기적은 없다. 격변하는 세계의 흐름속에 한국이 처한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어려운 미래를 예견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헌신하면서 국민들에게 함께 고통의 참여를 요구하는 후보를 지켜보자. 기득권 질서와 이해를 해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야기하는 후보에게 귀를 기울이자.

사람의 몸짓과 눈빛은 의지와 지혜를 담고 있다. 진실함과 강한 의지로 미래를 이야기하면 마음으로 들어보고, 근거가 있는 비젼을 제시하면 시대를 뛰어넘을 지혜가 담겨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살아온 행적이 믿을 만하고 기득권을 뛰어넘는 프로그램에 의지와 지혜가 담겨 있으면 비로소 후보의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그가 경험한 행정적, 정치적 과정은 매우 소중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소중한 능력은 소속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어 제대로 일할 사람들을 모아내고 포용하고 배치하고 함께하는 지도자의 인사능력이다.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설치는 자는 아예 자격미달이다. 자신을 따르는 무리에 둘러싸여 큰 것을 보지 못하는 자는 소인배다. 2017 민주평화포럼 출범식에서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함세웅 신부는 “대한민국 어느 필부가 나와도 이명박과 박근혜보다 나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단언했었다.

살아온 행적에서 신뢰를 찾을 수 있고, 세계사의 흐름 속에 역사적 소명을 담아낸 비전 실천할 의지와 지혜를 갖추고 있으며, 인사와 업무에 한반도 전체를 담아내는 포용적 능력을 갖춘 대인풍의 인물이라야 비로소 적공(積功)이라는 칭호가 가당하다.

2017년 대선과정에 합당한 인물의 출현을 학수고대하지만 아직은 잘 보이질 않는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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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한 특별상여 잔치에 연구원 근태 관리도 부실

방석호 전 아리랑TV 사장의 부도덕은 한국 공공기관 낙하산의 민낯을 보여줬다. 권력을 좇은 덕에 낙하산을 얻어 내려앉은 기관장의 본디 모습과 한계를 잘 알아보게 했다.

방 사장은 2008년 5월 KBS 이사진의 일원으로 정연주 KBS 사장을 그만두게 한 뒤 4개월여 만인 그해 9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처음으로 공공기관의 으뜸 책임자가 된 그는 ‘방송 소유 · 겸영 규제 완화’와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종편) 허가’처럼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바라는 방향에 KISDI의 정책연구 목표를 맞추고 밀어붙였다.

이명박 정부를 위한 달음박질

방석호 제9대 KISDI 원장은 거침없이 내달렸다. 2008년 9월 11일 취임식에서 “방송통신이 국가경제의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해 8월 13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방송통신 분야가 국가경제의 핵심적인 신성장동력”이라고 말한 것과 판박이였다.

▲2008년 9월 11일 경기도 과천시 KISDI 청사에서 방석호 제9대 원장 취임식. (사진: KISDI 보도자료)

▲2008년 9월 11일 경기도 과천시 KISDI 청사에서 방석호 제9대 원장 취임식. (사진: KISDI 보도자료)

‘공적 책임을 높여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고 민주적 여론 형성을 꾀해야 할(방송법 제1조)’ 방송을 경제발전 도구(신성장동력)로 쓰려 한 것. 방송과 정보통신 간 융합 현상을 핑계로 삼았다지만 통신 또한 ‘이용자 편의를 꾀해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하는 게 목적(전기통신사업법 제1조)’인 터라 그의 취임사는 공공성을 깨뜨릴 개연성이 큰 기조로 지적됐다. 방송통신 융합을 핑계로 내걸어 산업과 시장의 논리를 방송에 옮겨 심으려는 뜻으로 읽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인터넷(IP)TV를 상용화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함께 이루겠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IPTV 가입자가 해마다 27%씩 늘어 33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같은 기간 생산유발효과 6조9000억 원, 고용유발효과 3만8000명처럼 이루기 힘든 미래상(ETRI 예측)도 곁들였다. 허풍선에 지나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의 ‘IPTV 도입에 따른 산업 전망’에는 방송을 산업으로 보려는 뜻이 분명했다. 방송도 산업이니 신문과 겸영할 수 있게 해 주고, 재벌에게도 문을 열어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정책에 심었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은 “세계는 지금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글로벌 환경에 부합하기 위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생존 차원의 치열한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을 통해 신성장동력의 하나인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가는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는 방석호 제9대 KISDI 원장의 취임 일성에 내려앉았다.

취임 20일 만인 2008년 10월 1일 방 원장은 KISDI에 ‘방송통신정책연구실’을 새로 만들어 맨 윗자리에 뒀다. 1985년부터 2008년까지 23년 동안 정보통신정책을 연구한 KISDI의 으뜸 과제를 ‘방송’으로 바꾼 것. 기관 이름을 아예 ‘방송통신정책연구원’으로 바꾸는 방안까지 따져 봤다. “KISDI도 기존 IT(정보기술) 정책에 국한한 연구를 벗어나 방송과 미디어를 아우르는 방송통신 종합연구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라는 방석호 원장의 뜻이 투영된 결과였다.

▲KISDI 조직 개편 흐름. 방석호 원장 재임 기간 동안 ‘방송통신정책연구실’이 으뜸 연구실로 떠올랐다가 1년여 만에 ‘통신’ 아래로 가라앉았다. ‘기획조정실’을 아래로 내린 것도 방 원장뿐이었다. (표: KISDI 30년사에서 갈무리)

▲KISDI 조직 개편 흐름. 방석호 원장 재임 기간 동안 ‘방송통신정책연구실’이 으뜸 연구실로 떠올랐다가 1년여 만에 ‘통신’ 아래로 가라앉았다. ‘기획조정실’을 아래로 내린 것도 방 원장뿐이었다. (표: KISDI 30년사에서 갈무리)

조직 개편과 보직 인사로 숨을 고른 방 원장은 다시 20일 만인 10월 21일 ‘방송의 경쟁력 강화와 공공성 구축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워크숍’을 벌였다. 그해 12월 9일까지 49일 동안 주제별 워크숍을 8차례 열어 KISDI 인터넷 홈페이지로 중계방송까지 했다.

워크숍은 재벌을 끌어들여 방송에 산업 논리를 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몇몇 보수 신문에 종편 채널을 내주려던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복심을 엿보게 했다. 첫 주제가 ‘방송 소유 · 겸영 규제 완화 추진방안’이었고 ‘신문방송 겸영이 미디어산업에 미치는 효과(11월 4일)’,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 사업자 구도(11월 18일)’, ‘종합 편성 정책(12월 2일)’으로 이어졌다. KISDI 쪽은 이를 방송 경쟁력을 높일 주제라고 주장했다. 또 공공성 구축 방안이라며 ‘공 · 민영 이원체계 구조화방안 및 공영방송 범주 설정(10월 29일)’, ‘공영방송 규제기구 위상 및 역할(11월 11일)’, ‘공영방송 재원구조와 경영투명성 제고방안(11월 25일)’, ‘공영방송의 공익성 구현과 책무(12월 9일)’로 주제를 이었다. 이를 두고 최고 권력자의 KBS · MBC · SBS 지배를 위한 밑거름을 제공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각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융합으로 대변되는 경쟁 환경에서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에 도움이 될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KISDI 쪽 첨언도 이를 방증했다.

새 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정부 여당의 뜻에 맞춰 조직을 바꾸고 예정에 없던 워크숍 중계방송까지 벌인 건 그 전까지 KISDI에 없던 일. 정부 출연금을 바탕으로 삼아 중점 연구 분야를 정해 둔 기관인 터라 한 해 사업을 마무리하는 10월과 12월 사이에 새로운 과제를 띄우는 것 자체가 낯설었다.

(방송 소유 규제 완화와 종편 관련) 미디어법 때문에 그랬던가요. 그때 대외 영향력을 많이 확대해 보자는 (방석호 원장의) 뜻으로, 내부에서는 그런가 보다 했죠. (워크숍을) 갑자기 하려다 보니까 외부에서 강사들이 오고 인터넷으로 중계하고, 굉장히 활발하게 연속적으로 했죠.

KISDI에서 오랫동안 핵심 보직을 맡았던 이의 기억. 그는 KISDI에서 방석호 원장의 워크숍 밀어붙이기 같은 사례가 많았느냐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워크숍을 몰아붙인 게 그때 정부와 여당의 뜻에 너무 따라간 것 아니었느냐는 의견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KISDI 연구원이었던 또 다른 이도 “(워크숍의) 인터넷 공개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며 “새 원장이 오자마자 (펼친 워크숍) 주제가 왜 그거(방송 소유 규제 완화)냐 하는 것엔 뭔가 (까닭이) 있었겠죠”라고 말해 워크숍이 정부 여당의 뜻을 품었음을 알게 했다.

조바심이 사고를 부르고

방송법 개정과 방송 규제 완화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낙관적으로 예측할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2조9000억 원, 취업유발효과가 2만1000명에 달할 것이다.

기어이 말썽이 났다. 2009년 1월 19일 KISDI 이슈리포트로 내놓은 ‘방송 규제 완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을 두고 통계 조작과 왜곡 시비가 일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규제 완화 정책에 따른 생산 · 취업 유발 효과를 돋보이게 하려다 정도를 벗어나고 말았던 것.

KISDI 보고서는 그 무렵 “방송 소유 규제로 인한 추가 자본투입 부재와 기존 사업자의 투자유인 부족”으로 콘텐츠 매력도가 낮아 저성장 양상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규제를 느슨하게 하면 “신규 사업자 진입과 추가 자본 유입으로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시키고 방송 콘텐츠 품질을 제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완화를 통해 생산이 2조9000억 원쯤 늘고 2만1000명이 일자리를 구할 거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예측 근거로 제시된 국가 간 방송시장 비교용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그 밖의 숫자 합산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일자 국회 예산정책처는 KISDI의 보고서 발표 14일 만인 2009년 2월 2일 “방송 규제 완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 의미가 제한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KISDI는 그러나 같은 달 5일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분석방법론에 근거해 작성됐다”며 반박했다.

KISDI는 그해 7월까지 통계 조작과 왜곡 의혹을 제기한 몇몇 언론과 야당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마다하지 않을 듯했지만 결국 “송구하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같은 달 10일 보고서를 재검토했더니 “연구자의 숫자 합산 오류뿐만 아니라 국가 간 방송시장 규모 비교에 사용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자료의 한국 GDP 과대 추정, PWC 자료(2008)의 한국 방송시장 규모 과다 산정, 적용 환율 차이에 따른 오차 등 원 데이터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발견됐다”고 인정했다.

▲2009년 7월 10일 자 KISDI 알림.

▲2009년 7월 10일 자 KISDI 알림.

20여 일 뒤인 8월 초 보고서 작성 책임자(방송통신정책연구실장)가 KISDI를 떠났다. 이후 한 달여 만인 9월 1일에는 방석호 원장이 첫째가는 조직으로 만든 ‘방송통신정책연구실’도 ‘통신정책연구실’과 ‘방송전파연구정책연구실’로 나뉘었다. 방 원장 취임 1년여 만에 으뜸 과제가 ‘통신’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당파 이해를 짊어진 낙하산이 조직을 어찌 흔들고 어떤 부작용을 빚는지 잘 내보인 뒤였다.

그때 일을 지켜본 KISDI 출신 방송통신업계 관계자는 “KISDI 태생 자체가 청와대나 정부에 쓴소리를 하기보다 정책 브레인으로서 지원하는 것”이지만 “통계 오류에 조작까지,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하는 느낌도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KISDI 관계자도 기자에게 “(통계 조작 의혹을 산) 보고서를 방석호 원장이 전하는 정부의 미디어 정책 목표에 맞춘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종종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을 자조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위법한 연구적립금 이자로 성과급 잔치

KISDI는 1985년부터 2001년까지 16년 동안 정부 출연 예산 이외에 ‘정보통신연구적립금’ 651억9000만 원을 따로 만들어 썼다. 한국전기통신공사(KT)와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이 KISDI에 출연한 470억 원을 종잣돈으로 삼아 이자수입을 더한 끝에 652억여 원에 닿았다. 이 돈은 옛 정보통신정책연구원법에 따라 모자라는 기관 운영 · 사업비를 채워 메우는 데 써야 하나, KISDI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해마다 생긴 이자수입 29억3300만 원 ~ 54억7200만 원쯤만 이듬해 예산에 넣었다. 대개 30억 원쯤이었다.

원금 651억9000만 원은 손대지 않은 채 이자 놀이를 한 셈. 특히 2005년 · 2007년 · 2008년 · 2013년 · 2014년에는 이자 수입이 애초 예상액(30억 원)을 넘어서자 기관 운영이나 사업과 상관없는 직원별 능률 성과급으로 지급해 버렸다. 2005년 이주헌 제7대 원장 때 10억4300만 원, 2007년 석호익 제8대 원장 시절 5억5500만 원, 2008년 방석호 제9대 원장 때 5억4600만 원, 2013년 김동욱 제10대 원장 시절 1억6100만 원, 2014년 김도환 제11대 원장 때 5억6700만 원을 썼다. 모두 28억7200만 원을 이듬해 KISDI 예산에 포함하지 않은 채 직원 성과급으로 다 써서 없애버린 것이다. 특히 방석호 원장은 2008년 9월 10일 취임한 뒤 3개월여 만에 조직 개편과 보직 인사뿐만 아니라 특별상여 차등 지급까지 해냈다.

직원들은 이를 ‘특상(특별상여)’이라 불렀다. 업무실적평가에 따른 정규 성과급과 달리 연말에 따로 줬기 때문이다. 모두 만족했던 건 아니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금액 차이가 컸고 “기관 경영평가에 따른 상여금처럼 정해진 비율대로 준 게 아니라 연말에 주는 특별상여이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지급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가 있었다”는 KISDI 관계자의 뒷말도 들렸다.

최성재 KISDI 기획전략팀장은 이와 관련해 “(그해 연구적립금에서 생긴) 초과 이자 수입뿐만 아니라 외부 용역 수입 초과분을 더한 금액을 직원별 업무실적평가에 따라 5단계로 나눠 차등 지급했다”고 밝혔다.

KISDI는 1985년부터 1999년까지 생긴 결산 잉여금 45억7500만 원도 이듬해 예산으로 넘기거나 정보통신연구적립금에 보태지 않은 채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운영자금을 핑계로 삼아 마음대로 썼다. 이 돈을 인건비 · 경상비 · 사업비 따위로 쓰려면 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그냥 쓴 것으로 2015년 감사원 특정감사에서 드러났다.

KISDI의 이런 행위는 모두 위법했다. 1999년 1월 옛 정보통신정책연구원법이 폐지돼 정보통신연구적립금을 따로 만들어 운용할 근거가 없기 때문. 결산 잉여금을 이사회 승인 절차도 밟지 않은 채 마음대로 쓴 것도 정부의 ‘예산 · 기금 운용계획 집행지침’과 ‘KISDI 예산 총칙’을 어긴 행위였다.

최성재 팀장은 “자체 기금을 가지고 있지 말고 쓰라는 (감사원 감사) 처분에 따라 2017년부터 매년 130억 원씩 연구개발적립금에서 정부 출연 예산을 대체한다”고 전했다.

부실한 직원 근태 관리

제보다 젯밥에 마음이 있는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했다. 방석호 원장 재임 기간과 2년 4개월쯤 겹친 2008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3년 동안 KISDI 직원의 대외 활동 3856회 가운데 89회만 미리 승낙된 것으로 밝혀졌다. KISDI 임직원 행동 강령과 대외 활동 요령에 따라 외부에서 대가를 받고 강의하거나 자문해 주려면 미리 원장에게 신고해 승인을 얻어야 함에도 3767회나 허락 없이 이루어졌던 것. 2010년 12월 기준 정규직 123명 가운데 75명이 한 차례 이상 신고하지 않은 채 대외 활동으로 사익을 누린 것으로 감사원에 적발됐다.

이들 75명 가운데 21명은 2008년부터 3년 동안 신고나 허락 없이 외부 강의와 자문으로 각각 1000만 원 이상 벌었다. 21명은 대외 활동을 976회나 벌여 모두 5억3230만 원을 자기 주머니에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치로는 대외 활동 46회에 2534만7000원씩 벌어들였다.

▲신고하지 않은 대외 활동으로 1000만 원 이상 소득 올린 KISDI 직원 현황. 빨간 네모 상자로 표시(19번)한 ㅎ씨는 32회 대외 활동으로 9973만 원을 벌었다. (자료: 감사원)

▲신고하지 않은 대외 활동으로 1000만 원 이상 소득 올린 KISDI 직원 현황. 빨간 네모 상자로 표시(19번)한 ㅎ씨는 32회 대외 활동으로 9973만 원을 벌었다. (자료: 감사원)

특히 ㅎ씨는 방석호 원장이 취임했을 무렵인 2008년 10월 KISDI에 합류해 방 원장이 퇴임한 2011년 9월까지 3년 동안 외부 자문 · 기고 · 토론 32회로 무려 9973만4000원을 벌었다. 그는 KISDI에서 맡은 일과 관련이 없는 금융 분야 자문을 해 주느라 일주일에 10시간 이상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KISDI 출입 체계에 흔적이 남지 않아 무단결근한 것으로 보이는 날도 32일에 달했다. 방석호 원장에게 미리 신고하거나 허락을 얻지 않은 채 벌어들인 9973만4000원 가운데 8282만7000원을 금융 관련 자문비로 받았다. 그의 정규 연봉은 6585만7000원(2010년)이었다.

그때 KISDI에서 일했던 방송통신업계 관계자는 “2011년 10월 감사원 감사에서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미리 신고하지 않고 외부로 나간 것과 모 박사의 금액이 큰 게 문제가 됐다”며 “그 일이 있은 뒤엔 대외 활동 사전 신고와 승인은 물론이고 횟수까지 엄격히 살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KISDI 올해 예산은 246억2300만 원. 해마다 정부 출연금 100억 원쯤을 받아 정보통신기술(ICT)전략 · 통신전파 · 방송미디어 · ICT통계정보 · 국제협력 · 우정경영 정책을 연구하는 데 썼다. 나머지 예산도 인건비 · 일반사업비 · 경상운영비처럼 정부 출연금을 바탕으로 삼아 일군 수탁용역수입과 청사 보증금 · 매각 잔액(99억4800만 원) 따위에서 나왔다. 이처럼 정부가 세금을 모아 KISDI에 주는 것(출연)은 관련 분야에서 시민의 삶을 넉넉하고 윤택하게 할 길을 열어 달라는 뜻. 위법한 성과급 잔치를 벌이거나 지나친 대외 활동으로 개인 살림을 늘리라는 게 아니다.

‘방석호 KISDI’처럼 정파 이해를 타고 내려앉는 낙하산 인사로는 ‘공공기관’ 운영이 ‘공공의 이익’과 동떨어질 위험이 크다. KISDI를 비롯한 주요 공공기관 인사 행정에서 여태 풀지 못한 숙제다. 영화 <살인의 추억>처럼.

화, 2016/02/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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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전이 극에 치달은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 직권 상정에 따른 19대 국회 막판 47년만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국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테러방지법이 난관에 봉착했다. 그리고 김광진 은수미 박원석 의원의 놀라운 토론에 응원과 정치 후원금이 쇄도하고 있다. 47년만의 필리버스터에 폭발하는 SNS 반응을 스토리파이로 정리합니다.
수, 2016/02/2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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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선거구이지만 해운대 갑, 해운대을, 기장 등 3개 선거구로 분구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해운대·기장갑에는... 특히 입각으로 출마가 봉쇄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역구인 송파구을에는 8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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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2/1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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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2/1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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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2/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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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2/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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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사)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와 함께 역대 선거 결과를 살펴보니 마포갑과 종로는 ‘새누리당의... 실제 이 동네는 강동대로를 경계로 송파구와 맞닿아 있다. 80년대 지어진 둔촌주공아파트는 재건축을 앞두고 가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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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2016/02/1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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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02/0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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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최근 분석한 역대 선거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서초갑·을과 강남갑·을 4개... 송파구는 그나마 야권이 욕심을 낼만한 곳이다. 송파병은 전통적으로 현 야당에 몰표를 줬다. 19대 김을동 의원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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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6/01/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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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강승탁 기자] 김원구 달서구청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22일 본리네거리 인근에 마련된... 이날 김 예비후보는 인사말에서 “달서구는 송파구 다음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크지만 2%가 부족하다”며 “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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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01/2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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