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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의 필요성과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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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의 필요성과 내용

익명 (미확인) | 목, 2016/09/01- 13:25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의 필요성과 내용

남찬섭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동아대 교수

 

공급자중심적인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현 집권세력은 2010년대 초 복지국가논쟁에서 이른 바 한국형 복지국가를 내세우면서 그것을 구체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회보장기본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추진하였다. 당시 그들은 모든 국민이 평생 동안 생애주기적으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자립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가가 각 단계마다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크고 좋은 복지국가를 지향하기 위해 사회보장기본법의 전면적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였으며,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 간, 그리고 여러 정부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회보장정책들을 서로 연계・통합하기 위해 사회보장관리체계의 통합과 선진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1) 그리하여 그들은 수요자중심적 맞춤형 사회보장이나 생활보장과 같은 개념들을 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에 담았다.

 

하지만 집권 후 그들이 보인 행보를 볼 때 사회보장기본법과 관련된 그들의 주장은 모두 허언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현 집권세력이 전면개정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1995년에 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이었는데 그 법 제정으로부터 16년이 지나 전면개정을 추진했으면서도 거기에 담겨있던 사회보장권리에 관련된 조항은 자구 하나 수정하지 않았다. 대신에 사회보장제도 운영에 대한 국민의 협조의무 등 사회보장의 관리운영과 통제에 관한 조항은 1995년 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폭 신설하거나 강화하였다. 이로써 사회보장에 있어서 권리와 의무는 심각한 불균형상태에 놓이게 되었다.2) 또한 그들이 그렇게도 선전하였던 맞춤형 사회보장은 주민들의 욕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재정에 맞추는 재정맞춤형이 그 본질이었다. 현 집권세력은 입만 열면 수요자중심주의 운운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그 어떤 정권보다 공급자중심주의에 갇혀 있는 것이다. 권리보다는 관리와 그 관리에 대한 국민의 협조의무를 강조하는 것을 수요자중심주의라 할 수 없으며, 주민의 욕구가 아니라 재정에 맞추는 것을 수요자중심주의라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공급자중심적인 사고방식은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의 여러 부분에 반영되어 있지만 그 중 지방자치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억압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회보장위원회의 권한 및 구성에 관련된 내용과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 관련된 내용들이므로 여타 다른 문제에 대한 논의는 후일을 기약하면서 여기서는 이들에 대해 먼저 논의해보기로 한다. 

 

신설・변경 사전협의제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이하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는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의해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하고자 할 때 기존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전달체계와 재정 등에 미치는 영향 등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토록 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토록 하는 제도로서3), 현행법에서 처음 규정되었고 2013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었다. 제도 시행 후에는 중앙정부의 사회보장프로그램을 보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려는 제도(예컨대, 장애인활동보조에 대한 지자체의 추가지원 등)를 가로막는다는 비판 등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나아가 작년인 2015년 9월에는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서 규정하는 협의・조정의 구속력에 대해 협의는 ‘합의’ 내지 ‘동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구속력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2015년 8월부터 강행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의 추진과정에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동시 추진하여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 의한 협의・조정결과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지자체에 대해 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4),5) 이로써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는 시행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교부세 삭감이라는 강제수단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신설・변경 사전협의제가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고 주민의 욕구를 우선해야 할 사회보장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왜 정부는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를 강행하는 것인가? 그것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설・변경 사전협의제가 지자체의 사회서비스 실험이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펴낸 신설・변경 사전협의제 운용지침에 국가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원칙적으로 불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6).그 외에도 정부는 사회보험에 있어서 본인부담금 지원사업 등을 위한 신설・변경이나 기타 전국적 프로그램의 경우 추가급여나 대상자 확대 등을 초래하는 신설・변경, 기존 전달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의 신설・변경 등에 대해서도 원칙적 불수용이라는 기준을 마련・시행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이라 하겠다. 이들은 모두 신설・변경 사전협의제가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 실험이 국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는 제도적 장치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처럼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을 앞세워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 기획력을 제약하는 것은 자칫 사회서비스 자체의 발전을 가로막아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응 등 우리사회가 시급히 필요로 하는 대응마저 제약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 대해서는 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의 협의결과를 따르지 않을 경우 지방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도록 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12조 1항을 폐지해야 한다. 또한,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의 협의를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해가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요소는 폐지해야 한다. 특히, 협의를 구속력있는 동의로 해석・적용할 경우 헌법 및 지방자치법상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협의를 구속력없는 권고임을 명시하고, 동 협의의 목적이 주민들의 사회보장증진을 위한 것으로 제한하고 그 기간 역시 법정화함으로써 보건복지부장관의 협의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위원회의 권한 문제

현행 12년 기본법은 95년 기본법에 있던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사회보장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권한도 전반적으로 강화하였다.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 대상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및 비용 분담”을 두고 있어(법 제20조 제2항 제7호) 중앙정부가 국회의 입법에 따라 시행하는 전국적 복지제도 및 사업과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동의 없이 사회보장위원회의 결정으로 분담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7). 또한, 법 제20조 제3항에서는 동조 제2항에 열거된 사항에 대해 심의・조정한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제20조 제4항에서는 위원회의 심의・조정한 결과를 반영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에 강제력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제20조 제3항과 제4항은 신설・변경 사전협의제가 지자체에 대해 구속력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사회보장위원회에 부여된 이와 같은 권한은 앞서 논의한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와 마찬가지로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즉, 사회보장위원회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역할 및 비용분담 비율을 정할 권한을 갖는 것은 자치재정권의 본질적인 사항을 침해하는 것이다. 기초노령연금법상의 기초연금, 영유아보육법, 유아교육법에서의 무상보육, 무상 유아교육의 시행과 관련하여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지방비 분담비율 등으로 인하여 지방재정의 파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최근 누리과정 무상보육 관련 재정 파탄과 이에 대한 책임의 소재 관련 갈등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국적인 사회보장사업에 관하여는 국비부담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지방재정이 일부 부담을 할 경우에는 그 비율을 어느 한도에서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지방자치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하는 차원에서 개별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입법하여야 할 사항이지, 중앙행정기관이나 행정위원회에서 조정할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위원들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은 행정위원회에 불과한데 지방자치권, 특히 자치재정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는 역할 및 비용분담 비율을 정할 권한을 갖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따라서 사회보장위원회의 권한이 본질적으로 발휘되어야 하는 내용은 유지하되 그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이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사회보장위원회에 지자체에 대한 조정권한을 부여하고 조정결과에 대해 구속력을 부여하는 조항은 이를 폐지하거나 적극적으로 수정토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권한은 사회보장증진의 목적으로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동 조정기간도 법정화하여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원안대로 확정되게 함으로써 중앙정부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사회보장위원회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설치되는 국무총리 소속 비상설 정부위원회이다. 이와 같은 사회보장위원회는 법 제20조 제2항에서 정한 바 사회보장에 관한 중요한 거의 모든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그 심의・조정에는 일정한 구속력까지 부여되어 있다(앞의 사회보장위원회 권한 문제 참조). 그런데 이처럼 사회보장에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권한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위원회는 그 구성이 대단히 정부편향적으로 되어 있다. 즉 사회보장위원회는 3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정부당연직위원이 15명이고 나머지 민간위원 15명 중에서도 상당수는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민간위원 1~2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위원이 정부관료 또는 정부의 성향에 맞는 인사들로 구성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위원회는 그 회의 결과 역시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아니하여 사회보장에 관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국민들의 감시 및 권력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지역 고유의 지방복지제도 및 사업을 대대적으로 축소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은 2015년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이 별다른 논의조차 없이 통과되어 국민들의 복지수급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보장위원회 구성에서 민간위원의 민주적 대표성을 강화하도록 현행 법 제21조 제3항의 전면개정이 필요하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이미 정부 위원이 15명이므로 나머지 위원들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없애고 국회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민노총과 한노총의 대표자 각 1인(2명) 및 동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 등 및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추천하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운영의 민주성을 기하기 위해 일정 수 이상(가령 5인 정도)의 위원들이 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경우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회와 마찬가지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2주 이내에 공개를 의무화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통하여 실질적인 심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1) 안상훈. “한국형 복지국가의 비전과 전략.”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을 위한 공청회: 한국형 복지국가의 건설」, 2010년 12월 20일, 7~14쪽; 안종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의 주요 내용과 기대효과.”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을 위한 공청회: 한국형 복지국가의 건설」, 2010년 12월 20일, 15~44쪽 등 참조.

2) 남찬섭. “사회보장기본법의 변화를 통해 본 한국 복지국가의 전개과정.” 「한국사회복지조사연구」, 제36호, 2013, 103~139쪽 참조.

3)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협의 및 조정) ① <생략>  ②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위원회가 이를 조정한다.

4) 정부는 2015년 9월 30일에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였고, 이 개정령안은 동년 12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였으며 12월 10일에 공포되었다.

5)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12조 (교부세의 반환 또는 감액) ① 법 제11조 제2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을 위반하여 지나치게 많은 경비를 지출하였거나 수입 확보를 위한 징수를 게을리 한 경우와 그에 따른 교부세의 감액 또는 반환 금액의 범위는 다음 각 호에 따른다.  1~8. <생략> 9.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협의・조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하여 경비를 지출하거나 협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아니하고 경비를 지출한 경우: 협의・조정을 거치지 아니하거나 협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아니하고 지출한 금액 이내  
6) 보건복지부,  「2015년도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운용지침」, 2014 참조.

7) 제20조(사회보장위원회) ① 사회보장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사회보장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조정한다.
       1. 사회보장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
       2. 사회보장 관련 주요 계획
       3. 사회보장제도의 평가 및 개선
       4. 사회보장제도의 신설 또는 변경에 따른 우선순위
       5. 둘 이상의 중앙행정기관이 관련된 주요 사회보장정책
       6. 사회보장급여 및 비용 부담
       7.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및 비용 분담
       8. 사회보장의 재정추계 및 재원조달 방안
       9. 사회보장 전달체계 운영 및 개선
      10. 제32조제1항에 따른 사회보장통계
      11. 사회보장정보의 보호 및 관리
      12. 그 밖에 위원장이 심의에 부치는 사항
   ③ 위원장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1. 제16조제3항에 따라 확정된 기본계획
       2. 제2항의 사항에 관하여 심의・조정한 결과
   ④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위원회의 심의・조정 사항을 반영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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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논리와 문제점

 

남찬섭 ㅣ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서론

정부는 지난 2016년 3월 29일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 제1차 회의를 개최하여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재정건전화 방안을 결정, 발표하였다. 이 방안에 따르면, 현재 우리사회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그와 함께 사회보험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의 저성장·저금리 추세로 사회보험 적립금의 운용수익률이 저하하여 사회보험 적립금의 고갈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회보험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당면한 사회보험의 재정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진단에 기초하여 정부는 재정추계 및 기금운용방식의 재편과 사회보험 관리운영의 효율화를 뼈대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기획재정부, 2016a, 2016b).
정부가 이번에 사회보험과 관련하여 내놓은 방안은 작년 말에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포함된 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정부는 사회보험과 관련하여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기존의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는 개혁이 긴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기획재정부, 2015a, 2015b).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가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그 자체로는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와 같은 거시적 환경변화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하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복지적 조치에 대해서는 세대간 부담전가로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사회보장을 포함한 사회복지제도의 존립근거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사회구성원을 보호하여 사회연대를 이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데에 있는 것처럼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사회복지제도의 목적과 수단을 전치시켜 사회보장을 포함한 사회복지에 대한 잘못된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는 시각이다.
아래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이어 정부방안에 내재한 논리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해보기로 한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및 최근의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대한 대응을 배경으로 하여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이 방안이 적용되는 제도는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과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7대 사회보험으로서 이들 제도를 대상으로 한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은 크게 통합재정추계제도의 도입, 사회보험기금 운용체계 재편, 사회보험 관리운영 효율화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마지막의 사회보험 관리운영 효율화는 정부가 그간 강조해온 기존지출구조의 합리화에 해당하는 것이며 앞의 두 가지가 중요하다.
통합재정추계제도의 핵심은 기존에 제도별로 별도로 이루어지고 있던 재정추계에 대해 거시변수와 인구변수를 공통적으로 적용하여 제도 간 재정추계결과를 비교가능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각 사회보험별로 재정추계결과와 재정안정화 계획을 연계시켜 강력한 재정안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미 통합재정추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연합뉴스, 2016.04.27.) 올해에 중기재정추계(10년)를 실시함과 동시에 장기재정추계(70년)에 필요한 추계모형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회보험기금운용체계 재편 역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과 유사한 의도를 가진 것인데, 각 사회보험의 기금운용정보를 상호공유하고 투자공조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여 기금고갈시점을 연장시키려는 것이 그 핵심의도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에 사회보험자산운용협의회를 출범시키고 기금운용공조체계를 가동시키고 있다(연합뉴스, 2016.04.20.).
이와 같은 정부 대책의 핵심내용은 결국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즉,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저금리 추세 →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 위협 → 미래세대 부담 증가 우려 → 재정건전화 조치 필요 →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 → 통합재정추계결과를 반영한 재정안정화 방안 수립 및 사회보험기금 운용체계 재편 → 사회보험기금 고갈시기 연장, 미래세대 부담 완화’라는 논리로 요약할 수 있다. 2015년 말에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인구감소 대응 및 중장기 성장률 제고 등을 시나리오 내지 방안의 하나로 포함시키고 있지만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출산율 제고대책 등도 재정건전화의 틀 내에서 추진케 되어 있어 정부대책의 기조는 재정건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처럼 재정건전화 틀에 기초한 정부대책은 사실상 거시적 환경변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그에 대해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많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방안의 문제점

저출산・고령화의 영향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정부도 문건에서 명시하는 바와 같이 최근의 기조라고 말하고 있다. 즉 저출산·고령화 흐름과 비교하여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좀 더 가변성이 있는 것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역시 장기화할 수도 있지만 이는 생산가능인구의 양적 변화와 관련성이 깊다고 볼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저출산·고령화 흐름으로 단순화하여 볼 수 있는 것이며 정부는 이 흐름에 대해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지하다시피 우리사회의 저출산·고령화는 그 속도 면에서 대단히 시급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한국사회는 고령화 사회(’00년)에서 고령사회(’18년)로 이행하는 데 1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26년)로 이행하는 데 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또한 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내년인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비관적인 전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까지 진행된 인구학적 변화가 미칠 영향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예컨대, 최슬기, 2015 참조) 그렇다고 해서 장기적인 영향을 그처럼 부정적인 것으로만 고정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초래하리라 예상되는 변화를 기정사실처럼 고정시켜 놓고 그에 대한 재정적 적응만을 사회에 부과하려 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시도는 사회변화에 대한 제도적 개입의 가능성을 차단할 우려가 있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제도적 개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왜냐하면 변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사회구성원들이 적응할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폴라니, 2009). 제도적 개입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우리는 변화의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다른 나라의 예를 살펴보면 고령화로 인해 재정지출이 증가하더라도 지출의 총규모보다는 재정지출증가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재정지출이 증가해도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복지지출과 노인인구에 대한 복지지출 간의 균형이 잘 잡힌 국가들은 국가채무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과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 간의 균형이 반드시 노인인구비중과 연동되지 않는 것 또한 외국사례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이다. 즉, 다시 말해서 노인인구비중이 높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이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보다 많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외국의 사례는 고령화의 영향을 부정적으로만 예상하는 것보다는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과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 간의 균형을 확립하기 위한 제도적 개입과 개선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점과 연관하여 정부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것으로 ‘복지지출 자동증가론’이라 할 수 있는 담론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간 정부는 현재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2050년에는 복지지출이 GDP의 22%로 증가하여 현재의 OECD 평균수준에 도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예컨대, 박형수·전병목, 2009). 이와 유사한 정부유관기관의 추계는 그간 몇 차례 발표된 바 있지만 이들 장기추계의 공통점은 현행 제도의 지출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50년 또는 60년 후의 지출수준을 추계한다는 데에 있다. 이는 장기추계모형이 가진 기술적으로 불가피한 점일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한 단점은 사실상 장기추계의 효용성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을 정도의 것들이다. 현행 제도의 운영방법이나 지출구조가 변화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장기추계를 한 관계로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박형수·전병목(2009)의 연구에서 노인에 대한 복지지출은 공적연금의 지출 증가 등으로 인해 2050년에 GDP의 12%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 데 비해 보육 등 가족지출은 2050년에도 GDP의 0.3%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상당히 비현실적인 전망이 도출되고 있다. 이런 식의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노인인구비중이 높고 복지지출은 중간수준이면서 동시에 복지지출이 대부분 노인에게 투입되는 高노령화-高노령지출 유형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비현실적인 추계결과를 무비판적으로 공표하여 고령화의 영향을 대단히 부정적인 것으로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정부의 행위는 변화에 개입하려는 동기와 의지 자체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개입동기 저하야말로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한 대응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다.

 

미래세대의 부담

정부를 비롯하여 우리사회의 주류여론은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 추세로 인한 재정건전성의 악화는 곧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물려주는 것이라는 데에 아마도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데도 현 세대가 복지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은 세대이기주의이며 나아가 결정권이 전혀 없는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것이라고까지 간주한다. 하지만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논리는 여러 가지 허점을 안고 있다.
우선 세대의 개념이 그리 명확하지 않다. 정부와 주류여론이 말하는 세대는 엄밀한 개념정의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직관에 기초한 세대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직관에 기초한 세대개념이 반드시 유용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세대개념은 가족 내에서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어 이해하기에 매우 쉽다. 즉 사회구성원들 대부분은 그가 속한 가족 내에서 세대가 명확히 구분됨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또 더 나아가 30년 내지 60년 이후에 경제활동을 할 사람들을 미래세대라고 상정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흔히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사회구성원들을 연령별로 보면 모든 연령대에 대단히 촘촘히 연속적으로 배열되어 있어 사회전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세대의 구분은 쉽지가 않다. 30년 내지 60년 이후에 경제활동을 할 사람들을 미래세대라고 간주할 수 있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가족 내에서 구분되는 세대를 단순히 시공간적으로 확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30년이나 60년 후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연속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둘째, 더 중요한 무제는 미래세대 부담전가라는 논리가 미래세대를 마치 계층의 구분이 없는 단일한 집단인 것처럼 전제한다는 데 있다. 이는 다시 이른 바 현세대에 대해서도 계층의 구분을 무시하는 태도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현세대나 미래세대나 계층이 존재한다. 즉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정 세대(그런 특정 세대를 구분해낼 수 있다고 한다면)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서로 다른 수많은 구성원들의 집합이며 그 세대 이후에 오는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런 불평등은 편익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담에서도 나타난다. 다시 말해, 특정 세대가 삶을 살아가는 특정 기간에 사회경제적 부담이 그 세대 내 계층 간에 골고루 배분되지 않듯이 그 세대 이후에 올 미래세대 역시 그 세대가 살아가는 기간에 발생하는 혹은 그 앞 세대가 그들에게 물려준 사회경제적 부담이 계층 간에 고루 배분되지 않는다.
그런데 미래세대 부담전가 논리를 펴는 정부는, 마치 특정 세대를 다른 세대와 완전히 단절된 것처럼 추상화해놓고 이렇게 추상화된 세대가 그들 내부에서 사회경제적 부담을 골고루 배분하여 그 부담을 총체적으로 짊어지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래세대도 추상화된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마치 미래세대가 그 내부적으로 부담을 골고루 배분하여 이전세대에서 내려온 부담을 총체적으로 짊어질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세대를 추상화하여 상정하는 관계로, 현재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 간에 다양한 형태의 부담이 계층 간에 어떻게 배분되는지 그리고 향후 고령화에 대한 대응에서 계층 간의 배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에 관련된 논의는 전적으로 생략한 채 추상화된 미래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 판단이 주체는 대개 정부이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에 포함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은 과학의 이름을 내걸어 정부의 판단을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부담은 모두 거부되고 나아가 이를 위해 복지지출의 억제나 합리화 등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특정계층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선택을 하면서도 이를 미래세대의 부담완화로 합리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사회경제적 편익과 부담이 계층별로 서로 다르게(그리고 이 서로 다른 것이 대개는 공정하지 못한 성격을 가지면서) 배분될 때 그것이야말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선택이다.
셋째로 정부가 피하고자 하는 부담의 전가라는 개념도 매우 모호하다. 사실상 모든 세대(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면)는 그 세대가 살아가는 시대에 무언가를 남김으로써 후세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경우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준다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상품이 결코 될 수 없고 원래부터 존재했던 자연(생산수단으로서의 토지)과 관련된 행위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외의 것들은 그것들이 반드시 부담인지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즉, 모든 세대는 무언가를 남기기 때문에 그것은 미래에 자산이 될 수도 있고 비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미래세대는 이전세대로부터 부담뿐만 아니라 자산도 물려받을 수 있다. 만일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것을 모두 부담이라고만 가정하고 현 세대에서의 지출감소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현 세대가 제도조정을 통해 미래세대에 물려줄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케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의 논리가 현 제도의 운용방식에 변경이 없다는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에도 변화가 없다고 혹은 변화가 없어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현세대와 달리 공공복지지출이 증가하여 보육에 비용이 들지 않고 공교육의 확대로 교육비가 감소하고 공공주택의 증가로 주택비용이 감소하면 미래세대는 시장임금 중 많은 비중을 보육과 교육, 주거비에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경우에는 국민부담률이 지금보다 증가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공적연금 급여수준의 상승을 미래세대의 기여금 증가로만 연결시키는데 이 역시 현 세대의 삶의 방식을 미래에 그대로 투사한 결과이다.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이 상승하면 미래세대는 공적기여금 외에는 사적부양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므로 실제로는 기여금의 상승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현 세대의 삶의 방식에 변화가 없다고 전제하고 이를 미래에 그대로 투사하여 장기경제전망을 하는 관계로 정부는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사회투자보다는 적립금 규모를 늘려 기금고갈시점을 늦추려는 대안을 추진하게 된다. 정부의 이런 기금고갈시점 연기 시도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왜냐하면 정부 스스로 시도한 경제전망결과가 제도변경이 없는 상태에서의 어떠한 시도도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결과를 산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행한 장기경제전망 가운데 기금고갈이나 국가채무 증가의 결론이 나지 않은 전망이 단 한 가지라도 있었는가? 아무리 기금고갈시점을 연시시켜도 정부추계대로라면 언젠가는 또 다시 기금고갈시점이 도래하게 되어 있다. 오히려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비용을 집합적으로 조달할 것인가의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훨씬 지속가능성이 있는 대안이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의 실현가능성과 가치

정부는 적립금 규모의 증가를 위해 자산운용체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투자정보를 공유하는 등 자산운용공조체계를 갖추어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을 1%p 증가시킬 경우, 연금보험료율은 1.8%p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기금고갈시점을 9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논리 등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수익률을 장기에 걸쳐 꾸준히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 방안은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이겠지만 실제로 수익률을 그처럼 장기적으로 꾸준히 1%p 증가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김우창, 2014; 이찬진, 2015). 한 추정에 따르면 40년 동안 연평균 1%p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5.7%이며 2%p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0.079%로 거의 현실가능성이 없다(김우창, 2015). 또 미국의 뮤추얼 펀드 중 1985년부터 2014년까지 운영된 223개 가운데 이 30년의 기간 동안 연평균 1%p 이상 초과수익을 낸 곳은 단 한 군데에 불과하였으며, 2%p 이상 초과수익을 낸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우창, 2015). 이는 초과수익을 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수익률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라 위험도 증가한다(이찬진, 2015). 예컨대 수익률이 1%p 증가할 경우 정부 주장대로 기금고갈시점이 9년 연장될 수도 있겠지만 그와 동시에 손실확률은 무려 10.37%p나 증가하기 때문에 기금고갈을 9년 늦추려다 오히려 기금고갈을 앞당길 확률이 더 높다. 게다가 아무리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려 해도 그것이 주가지수나 경제성장률을 장기적으로 초과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김우창, 2014).
수익률 증가를 통해 적립금 규모를 증가시켜 재정건전성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부는 통합재정추계제도를 도입하여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사회보험의 재정안정화 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장기재정추계는 추계모형에 따라 이루어지고 이 추계모형은 기본적으로 추계가 이루어지는 현 시점의 제도적 구조와 운용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인구변수와 거시변수(성장률 등) 및 제도별 특이변수(전역률, 실업률 등)를 양적으로 조정하여 장기전망을 하게 된다. 이는 마치 1946년 한국사회의 시점에서 그 당시의 제도적 구조와 운용방식을 그대로 고정시켜 놓고 추계에 투입되는 몇 가지 변수를 양적으로 조정하여 70년 후인 2016년의 한국사회를 전망하는 것과 같다. 1946년 시점에서는 분단이나 경제위기와 같은 정치경제적 격변은 고사하고라도 작은 제도적 변화도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이들이 추계모형에 반영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2016년의 한국사회 모습을 그려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추계모형으로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하려는 것은 장기전망을 정부, 구체적으로는 경제부처에 독점된 진단에 근거하여 사회보험의 운영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이는 사회보험제도의 존립근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사회보험은 재정안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통합과 사회연대를 위해 운영되는 것이다.
정부는 항상 재정추계는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전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장기전망의 목적은 그러한 전망을 회피하기 위해 현행 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기전망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현행 제도를 그 가정에 맞추어 재단하려는 엉뚱한 처방을 내놓고 있으며, 그 기준은 항상 재정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말로는 장기적 시야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장기적 시야로 바라보아야 할 인구변화나 생산성 증가를 소홀히 취급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정부는 항상 장기(長期)를 단기화(短期化)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정부는 사회보험의 본질을 재정안정과 맞바꿈으로써 미래의 부정적 전망을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집합적 노력이나 제도적 개입의 여지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앞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이지만 이것이 30년이나 40년 후에도 지속된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재정건전화를 이유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야말로 제도적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며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사회보험이 재정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는 정부야말로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위험한 존재인 것이다.

 

논의 및 결론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 중인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과 그것에 내재된 논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전적으로 재정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며, 그것도 대단히 부정적인 재정전망에 기초한 것이고 또 미래세대와 미래세대의 부담에 대한 매우 단순한 개념화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보험제도의 본질적 목적을 살려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게끔 사회보험의 제도적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전망된 장기추계결과를 사회보험에 부과하고 있다. 또, 장기(長期)를 주기적으로 단기화(短期化)하여 미래세대의 부담을 내세워 재정규율만을 강조함으로써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라는 거시적 변화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을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방안은 사실상  ‘인구학적 정치’, ‘장기재정추계의 정치’, ‘장기(長期)의 단기화(短期化)의 정치’, ‘미래세대 부담의 정치’라 할만하다.
폴라니(Karl Polanyi)는 사회변화에 있어서 변화의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사회변화의 속도와 그 변화에 사람들이 적응하는 속도 간의 비율이 사회변화의 최종적인 결과를 결정한다는 것이다(폴라니, 2009: 172). 사회구성원들이 사회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개입하려는 제도적 노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노력을 통해 사회변화를 사회구성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하고 사회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을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계층 간에 공평하게 부담하게끔 조정할 때에만 우리는 사회변화의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변화의 내용과 결과까지도 장기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복지제도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위험에 처하였거나 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간에 연대(連帶, solidarity)를 형성하는 제도이다(피에터스, 2015). 연대 형성의 구체적인 방법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사회서비스가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 재정안정을 위해 연대형성을 희생시키는 것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더욱 더 필요한 집합적 노력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회보험을 비롯한 사회복지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은 중단되어야 한다.

금, 2016/07/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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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효율화 운운하지만 이중 잣대로 국민복지 훼손하려는 보건복지부

이번 결정사항이 미칠 사회적 영향에 대한 논의 부족해
중요한 결정인 만큼 회의결과 등 공개해 행정투명성 높여야

 

어제(5/12) 한국일보는 “중복 복지 안된다는 복지부, 경남도 사업은 봐주기?(기사보러가기 : http://durl.me/8tzd56)”라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해명자료(첨부파일 참조)를 통해 “경남도 봐주기가 아님”을 밝히며, 정당한 의사결정을 거쳐 결정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 이찬진 변호사)는 “보건복지부가 복지사업의 중복․조정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거쳐 경남도의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을 심의했으나, 이번 안건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변경보완 요청한 내용]

◦ 온라인 교재비 및 수강료는 시군의 지역적 특성에 따라 보충학습의 기회를 제공받기 어려운 지역에 제한적 시행이 필요하므로 구체적인 시행계획 제출

 ◦ 자기주도 학습캠프 운영사업은 경남도내에서 기 시행하고 있는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아동청소년 비전형성 지원사업)’과 사업내용이 동일한 것으로 판단됨으로 기 실시 사업인 아동청소년 비전형성 지원사업을 우선 확대하도록 요구

 ◦ 대학생 멘토링, 특기적성교육 지원사업의 유사중복 여부는 경남 교육청의 ‘방과후 학교 수강권 지원’과 내용상 중복의 여지가 있으므로, 사업을 시행할 경우 시행기관에서 중복이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 서민자녀 자기주도 학습캠프 사업과 맞춤형 교육지원사업은 제공기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운영체계 구축(사설학원은 제공기관에서 제외)

 ◦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 확보, 업무처리 효율화 등을 위하여 행복e음 활용

 

최근 박근혜정부는 2015년 4월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유사․중복사업을 정비할 계획임을 밝혔다. 여기에는 지자체 복지사업 중에서 ‘사업의 효과성이 분명치 않고 국가사업과 유사․중복성이 높은 복지사업에 대해 조정을 권고’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 많은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려는 복지사업이 보건복지부 및 사회보장위원회와의 협의과정에서 ‘반려’되거나, ‘추가협의’로 수개월째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는 ‘14년 6월부터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추가지원사업(대상자 확대 및 1일 24시간 지원보장)에 대한 협의과정을 시도했으나 수차례 ‘추가협의’ 결정으로 현재까지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관련 기자회견 보도자료 파일로 첨부했음) . 이로 인해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추가지원을 준비 중이던 여러 지자체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해명자료를 보면,

"최종 의사결정과정을 위해 복지부 사업, 교육부 및 경남도 교육청 사업과 유사․중복여부 등에 대해 민간전문가 의견수렴 내용 등을 기초로 몇차례 내부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2015년 5월 8일 ‘변경․보완후 수용’하기로 협의 결과를 통보하였다"

언론보도가 없었다면 복지부가 이번 결정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경남도에만 통보한 것을 알 수 있다. 유사․중복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정비는 사회보장기본법 상 사회보장위원회의 핵심사업으로 사회보장위원회의 회의결과는 모두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보건복지부 담당공무원에게 ‘사회보장위원회의 관련 회의결과의 공개를 요구’했으나 ‘사회보장위원회 전체회의가 아니라, 분과회의라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한 사회보장위원회 분과회의의 결정이 별도의 재심과정 없이 사회보장위원회 전체회의 결정과 같은 효력을 가짐에도 분과회의의 회의결과는 비공개한다는 원칙을 확인했으며,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경남도의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은 기존의 다른 복지사업과 다르게 우리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으로, 보건복지부가 기능적인 검토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미칠 영향까지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일관성 없이 지자체 복지사업을 정비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하는 지방자치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며 지역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지자체 고유 복지사업을 침해․축소한다는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유사․중복 사회복지사업을 조정하는 사업은 지방자치권의 침해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객관적이고 엄격한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사회보장위원회(분과회의) 등의 조직구성과 회의결과 및 결정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불신을 최소화하고, 알권리를 보장해야한다”고 밝혔다.

수, 2015/05/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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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권과 지역복지 수호 위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현황과 문제점

-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사업의 협의, 조정 조항 등을 근거로 전국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을 폐지 또는 축소하도록 강요하고 있음. 이는 지역복지의 발전과 지방자치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임. 성남시의 ‘청년배당’, ‘공공산후조리원’, 서울시 ‘청년수당’, 여러 지자체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확대사업’ 등의 집행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방교부세법」시행령을 개정하여 중앙정부의 협의내용을 따르지 않는 지자체의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는 등 지역복지 삭감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음.

 

실천과제

①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의 협의·조정제도 폐지

-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복지에 대한 각종 통제정책은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시 협의·조정을 규정한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1항 및 제2항*을 근거로 함. 그러나 이 규정은 지역복지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침해할 수 있는 조항으로서, 중앙정부 차원의 복지서비스나 급부가 열악한 현실에서 지역복지의 후퇴 및 획일화, 하향평준화를 유도하고, 국민들의 사회보장수급권을 침해할 수 있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하고 있음. 이 조항을 폐지하고 동시에 정부는 「사회보장기본법」이 정하는 ‘지역복지의 증진’, ‘주민의 복리가 실질적으로 향상되는 방향’에 필요한 재원과 인프라 등을 확보하는 데에 힘써야함.

 

② 「지방교부세법」시행령 제12조 제1항 제9호의 지방교부세 감액 조항 폐지

-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제9호는 「사회보장기본법」의 협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않는 지자체의 지방교부세를 감액하겠다는 내용으로, ‘협의·조정’이라는 비권력적 행위의 본질에서 벗어나며 지방자치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어 폐지되어야 함.

 

- 담당부서 : 사회복지위원회(02-723-5056)

- 20대총선 정책과제 전체 원문보기 >>클릭<<

 

* 제26조 (협의 및 조정)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와 재정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상호협력하여 사회보장급여가 중복 또는 누락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②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화, 2016/03/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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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장애인 분야

 

남찬섭 |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전체적인 평가 

2018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장애인정책 지출예산(예산+기금)은 2조 2,200억 원으로 2017년도 본예산 대비로는 11.0%, 추경 대비로는 7.4% 증가한 금액으로 편성되었다. 2016년도 1.0%, 2017년도 1.2%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 장애인 관련 예산 증가율이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더 많은 예산이 편성될 필요가 있다. 

2017년과 마찬가지로 2018년도 장애인 관련 예산 중 장애인연금 및 장애수당의 소득보장사업 34.5%(7,653억 원), 장애인활동지원사업 30.2%(6,717억 원),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사업 20.8%(4,619억 원)의 총 예산은 85.5%(1조  8,989억 원)이며, 장애인 예산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2017년 본예산 대비 12.1%, 추경 대비 8.3% 증가하여 장애인 예산의 전체 증가율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세부사업 평가

장애인소득보장

장애인소득보장사업 중 장애인연금은 2018년도에 6,356억 원으로 편성되어 2017년 장애인연금 예산 대비 13.5%(추경대비) 증가하였으나 장애수당은 1,298억 원으로 2017년도에 비해 2.2% 감소하였다. 기초수급자 장애수당이 750억 원으로 2017년 대비 4.0% 감소하였고 차상위계층 장애수당은 548억 원으로 2017년 대비 0.3% 증가하였다. 기초수급자 장애수당이 감액 편성된 것은 기초수급 경증장애인이 9,529명(4.0%)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한데 따른 것이며 지원단가는 월 4만 원으로 동결되었기 때문이다(차상위층 장애수당의 지원단가도 4만 원으로 2017년과 동일). 

 

한편 장애인연금은 지원대상이 35만 2,000명에서 35만 5,000명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 급여액은 기초급여에 대해 20만 5,430원에서 25만 원으로 큰 폭(21.7%)으로 증가(부가급여는 지난해와 동일)시킴으로써 관련예산이 5,600억 원에서 6,356억 원(13.5%) 증가한 것이다. 

 

장애인소득보장에서 그간 장애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장애인연금의 급여액을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시킨 것은 주목할 만하나 기초수급자 장애수당에서 기초수급 경증장애인이 감소할 것이라고 가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추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볼 필요가 있다.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금은 제도의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하는 제도개혁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현재 장애수당(기초 및 차상위 경증장애인 대상) 및 장애아동수당(기초 및 차상위의 경증과 중증 대상)은 추가비용보전성격의 급여이지만, 장애인연금은 소득보전성격의 기초급여와 추가비용보전성격의 부가급여가 혼재해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장애인연금의 부가급여와 장애수당 및 장애아동수당을 통폐합하여 장애로 인한 추가지출을 보전하는 성격의 제도로 명확히 하고, 장애인연금은 가득능력상실정도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소득보전제도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추가지출보전급여는 보편적 수당으로, 소득보전급여인 장애인연금은 근로능력상실도를 기준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장애인활동지원과 주거시설운영지원

2018년도 복지부 장애인예산에서 또 하나 특징적인 점은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이 6,71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8%(본예산 대비 23.0%)로 증가하여 장애인예산의 평균증가율 7.4%보다 높다.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의 경우 지원대상자를 6만 5,000명에서 6만 9,000명으로 6.1%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원단가도 기존의 9,240원에서 1만 760원으로 16.4% 증액(중증장애인 활동보조 가산급여는 동결)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이는 그동안 장애계가 요구해왔던 사항이 일정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장애인주거시설운영지원사업의 예산은 4,6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하여 장애인예산 평균증가율보다 낮게 증가하였다. 거주자 1인당 지원단가가 연간 2만 6,905천 원에서 2만 8,390천 원으로 5.5% 증액되었으나 지원인원은 2만 5,136명에서 2만 4,180명으로 3.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것이다.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사업의 예산은 22~23%,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26~27%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정책은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의 도모를 기조로 한다는 점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2018년도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의 예산 증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앞으로 관련 예산의 증가와 제도개혁, 정책방향 조정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장애등급심사제도 운영

2018년도 장애등급심사제도 운영예산은 269억 원으로 전년도 311억 원 대비 42억 원, 13.5%가 감액되었다. 그런데 세부항목을 보면 장애판정체계 시범사업이 종료되어 감액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심사제도 운영 등 나머지 하위사업들은 소폭이지만 대부분 예산이 증액되었다. 증액된 하위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심사제도 운영비가 252억 원으로 전년도 247억 원 대비 2.0%의 소폭으로 증가하였다. 심사제도 운영비의 증가가 소폭이라고는 하나 이것이 그동안 장애등급심사를 통한 수급권리 제약의 한 원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의구심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제도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2019년도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준비 예산이 3억 1,000만 원 신설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관련하여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였는데 논의가 생산적으로 진행되어 장애등급심사제도의 개혁에도 공헌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일자리지원

2018년도 장애인일자리지원 예산은 957억 원으로 전년도 814억 원 대비 16.1% 증액되었다. 시각장애인안마사파견사업의 지원단가가 1.2%의 소폭 증액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하위사업들(일반형일자리, 시간제일자리, 장애인복지일자리,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자 보조일자리)의 지원단가가 16.3% 비교적 큰 폭으로 증액되었다. 

 

장애인일자리지원 예산의 증가는 현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의 기조와 맞물린 것으로서 지역사회에서의 장애인 자립생활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간 장애인일자리지원 사업의 지원단가가 증액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이나 실효성 있는 사업이 되기 위해 앞으로 예산이 증액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인지원

2018년도 발달장애인지원 예산은 84억 7,000만 원으로 전년도 90억 8,000만 원 대비 6.7% 감액되었다. 발달장애인지원법이 2015년 11월부터 시행된 이래 매년 발달장애인지원 예산은 감액되는 등 소극적인 예산 편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위사업별로 보면 공공후견지원 예산과 발달장애인 부모・가족지원 예산이 각각 3억 원과 4억 원 감액되었고, 발달장애인개별지원계획 서비스변경 시범사업은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다. 

 

 

결론

2018년도 장애인복지예산은 2017년 대비 7.4%(추경기준, 본예산 대비로는 11.0%) 증가하여 지난 정권의 1%대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 총예산 증가율 9.8%(2017년 추경기준)보다는 낮아 장애인복지예산의 구성비는 2017년 추경 대비 소폭 하락하였다.

 

2018년도 장애인 예산에서 특징적인 사실은 복지부 장애인예산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장애인소득보장사업과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이 각각 10.5%, 10.8% 증가하였고,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사업은 1.5%로 소폭 증가하였다. 단년도 예산안으로 중장기적인 방향을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제도개혁을 지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장애인소득보장의 경우, 추가비용보전성격의 장애수당 및 장애아동수당, 장애인연금의 부가급여를 통합하고,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는 소득보전급여로 그 성격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가 진행되어 왔고, 정부가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자 밝히고 있듯이 장애등급심사제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논의되어져 개도 개혁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인지원사업은 관련 법률 시행 후, 예산이 삭감되는 등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편성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기초수급자 장애수당의 경우 기초수급 경증장애인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 부분은 향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장애인일자리지원 예산이 지원단가의 인상을 동반한 것은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나 이것이 그간 사실상 하락해온 지원단가를 단순히 현실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수, 2017/11/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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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소진인식의 형성배경
- 언론기사 분석을 중심으로1)

남찬섭 |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민기채 | 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충권 |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수정 |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서론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에 시행된 이래 주로 재정안정론에 입각한 제도개편을 하였다. 즉, 1998년 법 개정을 통해 연금급여의 소득대체율을 40년 가입기준 70%에서 60%로 하향조정하고 연금수급연령을 2013년부터 매 5년마다 한 살씩 늦추어 2033년부터 65세가 되게 하는 등 재정안정성을 위해 보장성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또 2007년 법 개정 때는 소득대체율을 2008년에 50%로 낮추고 그 다음해부터는 매년 0.5%p씩 내려 2028년 이후부터 40%로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물론 두 차례의 제도개편에서 적용대상 확대와 최저 가입기간을 15년에서 10년으로 단축, 분할연금 도입, 자동물가연동장치 도입(1998년 개정), 크레딧 제도의 도입, 분할연금 수급요건 완화(2007년 개정) 등 보장성강화를 위한 조치도 있었으나 전반적인 기조는 재정안정론이 지배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안정론에 입각한 두 번의 개편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재정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기금소진론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구성되어 추계할 당시 국민연금기금은 2031년에 소진될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그 이후 재정안정론에 입각한 제도개편에 따라 소진시점은 계속 연기되어 2003년의 제1차 장기재정계산 때는 2047년, 2008년 2차 계산 때는 2060년, 2013년 3차 계산 때는 2060년으로 추정되었다. 이번 4차 계산 때는 3차보다 3년 앞당겨진 2057년으로 추정되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금소진시점이 연기되는 추세이지만 국민들은 기금소진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기금소진인식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다소 독특한 점이 있다. 공적 연금을 운영하면서 큰 규모의 기금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등 5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들 나라들의 연금기금도 재정계산에서는 모두 일정기간 내에 소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미국의 사회보장연금(OASDI)은 부과방식이지만 기금이 GDP의 17% 정도로 거대한데 이 기금도 2015년의 재정계산결과 2034년에 소진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흔히 거론되는 바이긴 하나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공적 연금을 기금을 거의 적립해오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기금이 소진된 상태로 공적 연금을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1개월 반 정도의 지불준비금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외국사례가 국민들의 인식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사회보장연금은 2034년에 기금소진이 추정되어도 아무도 기금소진을 걱정하지 않지만 우리는 올해의 재정계산결과로 봐도 그보다 23년이나 후에 기

금소진이 예측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그야말로 예측일 뿐이며 증명된 것이 아닌데도 얼마 안가 기금이 소진되고 그러면 연금급여를 못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물론 이런 기금소진인식과 재정불안감은 급속한 고령화와 심각한 저출산과 같은 객관적인 근거를 가진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떠한 사회문제라도 중요한 것은 그 사회가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는가에 따라 문제해결의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문제가 심각하다면 이는 공적 연금의 재정방식이 적립방식이든 부과방식이든 혹은 기여와 급여 간의 관계가 완전히 비례이든 그렇지 않든 문제가 된다. 또 인구문제가 심각하다면 이는 공적 연금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공적 연금을 인구문제와 연관하여 접근하는 경우에도 이를 연금기금의 소진이나 연금재정문제라는 좁은 틀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공적 연금을 사회전체의 부양능력의 한 수단으로 보는 넓은 시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까지 인구문제를 연금기금소진과 재정불안이라는 좁은 시각으로 접근해 온 측면이 더 강하였다.

 

이런 좁은 접근이 강하게 나타난 배경의 하나로 여기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장기재정추계는 그야말로 추계일 뿐이며 장기적인 방향을 가늠하려는 참고자료인데도 우리 언론은 이런 사실보다는 기금소진을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인구문제와 기금소진을 곧바로 연결시켜 불안을 조장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또 위에서 본 것처럼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사실상 기금소진 상태에서 공적 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금급여 지급에 큰 문제가 없으나 언론은 이런 외국 사례를 통해 사회복지 제도로서의 공적 연금의 의미를 강조하기보다는 재정불안을 조장하는 듯한 보도를 많이 해왔다. 게다가 우리의 경우 두 차례의 연금개편이 이루어진 시점이 공교롭게도 모두 민주정부 집권기였다. 재정안정론에 입각하여 국민연금을 비판적으로 다룬 기사는 민주정부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이것이 정권비판의 수단으로 동원된 측면도 없지 않다. 이하 본문에서는 국민연금 관련 기사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신문사별로 그리고 정권별로 국민연금 관련기사들이 어떤 추이를 보였는가를 살펴본다.

 

분석대상 및 분석방법

여기서 분석대상으로 삼은 것은 6대 일간지에 실린 국민연금 관련 기사이다. 6대 일간지는 보수성향 일간지 4개(조선, 중앙, 동아, 한국)와 진보성향 일간지 2개(경향, 한겨레)이다. 분석대상기사는 김대중 정부 출범일(1998.02.25.)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일(2016.12.09.)까지의 국민연금 관련 기사이다. 이 기간에 6대 일간지에 국민연금 관련 기사는 모두 20,559건이며 일간지별로 보면 조선 4,535건2), 중앙 2,642건, 동아 3,745건, 한국 2,660건, 경향 3,631건, 한겨레 3,346건이다. 이 글에서는 이 중 3%를 비례층화집락계통 방식에 의해 무작위 추출하여 620건(조선 137건, 중앙 80건, 동아 113건, 한국 80건, 경향 109건, 한겨레 101건)을 분석하였는데, 보수성향 일간지의 기사가 410건이었고 진보성향 일간지 기사가 210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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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사분석에는 엔비보(NVivo) 10.0 패키지를 활용하여, 발췌 및 코딩, 범주화의 순으로 질적 자료분석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국민연금 관련 기사가 245개의 의미코딩(nodes)되었다. 이렇게 의미코딩된 기사를 다시 크게 보장성강화론 기사와

재정안정화론 기사 및 기타 기사로 분류하는 한편, 국민연금에 대한 긍정적(신뢰), 부정적(불신), 중립적 기사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기사분류를 키워드별로 보면 보장성강화 기사는 노후소득보장, 비정규직 근로자 및 시간제 노동자 관련 사각지대, 공적 연금강화, 보험료 지원 등의 키워드를 주로 가지고 있고, 재정안정화 기사는 연기금고갈, 연금개혁, 고령화, 보험료 인상 등의 키워드를 주로 가지고 있었다. 또한 국민연금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성격을 가진 긍정적 기사는 노령연금, 노후소득보장, 의결권행사, 공적 연금강화, 사각지대 해소 등의 키워드를 주로 가지고 있었고, 부정적 기사는 연금개혁, 저출산ㆍ고령

화, 연기금고갈, 보험료 인상, 형평성 등의 키워드를 주로 가지고 있었다. 보장성강화 기사는 긍정적 기사와 그리고 재정안정화 기사는 부정적 기사와 강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분석결과

전체적으로 분석대상기간 동안의 기사에는 보장성강화 또는 재정안정화의 어느 한 쪽으로 분류하기가 어려운 기타 기사가 395건(63.7%)으로 가장 많았다. 기타 기사를 제외하면 재정안정화 기사가 146건(23.5%), 보장성강화 기사가 79건(12.7%)으로 재정안정화 기사가 보장성강화 기사의 거의 2배 분량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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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타 기사를 제외하면 재정안정화 기사가 지배적이지만 보수매체와 진보매체 간 차이도 상당히 뚜렷하다. 즉, 보수매체의 경우 재정안정화 기사(30.5%)가 보장성강화 기사(10.0%)의 3배인 반면, 진보매체는 그 반대로 보장성강화 기사(18.1%)가 재정안정화 기사(10.0%)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1-2> 참조). 또한 정권별 기사의 차이도 상당히 뚜렷하여 민주정부 기간에는 재정안정화 기사가 33.9%로 보수정부 기간의 재정안정화 기사 16.5%의 2배 가량에 이른다(<표1-3> 및 <그림 1-1>, <그림 1-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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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기사와 부정적 기사의 추이를 보면, 전체적으로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뉘앙스의 기사가 더 많으며(51.8%) 중립적 기사도 상당한 비중(32.6%)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신문사별 차이가 다소 있는데, 대체로 보수신문들은 부정적 기사(56.8%)가 많은 반면 진보성향 매체들은 중립적 기사(41.%)가 많은 특징을 보인다. 진보성향 매체들의 경우 부정적 기사(41.9%)가 보수매체보다는 적지만 절대적 비중으로는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표 1-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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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별로 긍정적 기사 및 부정적 기사의 추이를 보면 민주정부 기간에 부정적 기사(64.5%)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긍정적 기사는 민주정부 기간에 8.8%였으나 보수정부 기간에는 20.3%로 증가하였다(<표 1-5> 및 <그림1-3>, <그림 1-4> 참조). 이러한 추이는 연도별 긍정적 기사 및 부정적 기사의 추이에서도 나타나는데 다만, 2013년 이후 부정적 기사가 증가한 것은 기초연금 실시 및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공적 연금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관련기사들을 보장성강화 대 재정안정화 기사라는 프레임별 분류 및 긍정 대 부정 기사라는 긍정ㆍ부정별 분류로 살펴보았는데 이제 이 두 분류를 교차해보자. 이들을 교차하면 재정안정화 기사의 81.5%는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기사들로 나타났다. 이는 앞에서 키워드로 기사를 분류할 때 두 분류 간에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에서도 일정정도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보장성 강화 기사는 긍정적 기사(55.7%)가 상대적으로 많으며 중립적 기사의 비중(19.0%)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1-6>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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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별 분류와 긍정ㆍ부정별 분류를 교차하면 모두 9개의 조합이 나오는데, 이 중 보장성강화 및 재정안정화와 긍정 및 부정의 조합만 뽑아 이를 정권별로 나타내면 <그림 1-5>와 같다. 이에 의하면 민주정부 기간에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기초한 부정적 기사(재정/부정)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보수정부 기간에는 이런 기사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보장성강화 프레임에 기초한 긍정적 기사의 비중이 민주정부 기간에는 낮아서 특히 노무현 정부 기간에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까지 하지만 보수정부 기간에는 이런 기사가 제법 증가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런 기사추이에서 우리는 어떤 사실을 알 수 있는가?

 

첫째로, 우리나라에서 두 차례 진행된 연금개편에서 언론은 주로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입각한 보도에 치중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로 두 차례 진행된 연금개편에서 언론은 국민연금에 대해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기초한 부정적 기사를 더 많이 보도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보수정부 기간에 연금개편 이슈가 잦아들면서 재정안정화에 입각한 부정적 기사가 줄어들고 그와 동시에 보장성강화 프레임에 입각한 긍정적 기사가 늘어난 데서도 알 수 있다. 앞에서 국민

연금에 대한 부정적 기사와 재정안정화 기사는 주로 보수언론들에서 많이 보도하였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와 같은 언론의 보도행태는 언론들이 연금개편을 재정안정화 프레임으로 접근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런 재정안정화 프레임으로 정권 특히

민주정부를 비판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기사들의 키워드(의미코딩)를 살펴보아도 드러난다. 앞서 본 것처럼 보장성강화 기사의 키워드로는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 공적 연금 강화, 보험료지원 등이 높은 빈도를 보였고, 재정안정화 기사의 키워드로는 연기금고갈,

연금개혁, 고령화, 보험료 인상 등이 높은 빈도를 보였다. 그리고 국민연금에 대한 긍정적 기사의 키워드는 노령연금, 노후소득보장, 의결권행사, 공적 연금 강화, 비정규직 근로자 및 시간제 노동자 관련 연금확대 등이 주를 이루었고, 부정적 기사의

키워드는 연금개혁, 저출산ㆍ고령화, 연기금고갈, 보험료 인상, 형평성 등이 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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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는 신문사별로도 차이가 있었다(<표1-7> 참조). 즉, 한겨레ㆍ경향의 경우는 노후소득, 노령연금, 비정규직, 의결권 행사, 공적 연금등이 주된 키워드인데 비해, 조선ㆍ중앙ㆍ동아의 경우는 연금개혁, 연기금고갈, 고령화, 기금운용 등의 내용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또한 의미코딩에 의한 키워드는 정권별로도 차이가 있었다(<표1-8> 참조). 즉, 김대중 정부의 경우 형평성, 연기금투자, 보험료 인상 등이 주요한 화두였던데 비해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고령화, 연금개혁, 노후소득보장 등이 주를 이루었다. 한편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의결권행사, 연금고갈 등의 이슈가 기존 논의와 함께 주요하게 등장하였고,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연금개혁이 중요한 이슈로 크게 부상하였는데,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시기에 추진된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인한 것이다.

 

결론 및 함의

본문에서 본 것처럼 분석대상 기간의 신문기사들은 전체적으로 재정안정화나 보장성강화의 어느 한 쪽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기타 기사가 가장 많았으나 그 외의 기사에서는 재정안정화 기사가 보장성강화 기사의 거의 2배 분량에 달했다. 또한 국민연금에 대한 긍정ㆍ부정 기사 분류에서는 부정적 기사가 절반을 넘는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신문사별 차이도 있었다. 진보성향 신문사들에 비해 보수성향의 신문사들이 재정안정화 기사와 부정적 기사를 더 많이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권별 보도행태에도 차이가 있어서 연금개혁이 화두가 되었던 민주정부 기간에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입각한 부정적 기사가 상당히 집중적으로 나타났으며 보수정부 집권기에는 긍정적 기사가 상대적으로 많이 보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워드로 보았을 때에도 보수신문들에서는 연금개혁과 연기금고갈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진보신문들에서는 노후소득보장,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 의결권 행사 등이 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그간 언론들 스스로가 국민연금을 사회복지 제도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갇혀 접근해왔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이 언론기사의 키워드에서 기금고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이 진보신문보다 보수신문에서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났고 연금개편이 추진된 민주정부 기간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보수언론들은 연금개편을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입각토록 여론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재정안정화 프레임으로 민주정부를 비판하는 데에도 노력하지 않았던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최근 제4차 장기재정계산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와 함께 이 글에서 분석한 바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입각하여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보도 행태들이 또 다시 재현되는 것 같다. 특히 이런 보도행태가 보수언론에서 과거보다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물론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개혁은 필요하고 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서론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인구문제는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이를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라는 프레임으로만 접근하려는 태도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접근이다. 인구문제를 앞두고 중요한 개혁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을 두고서 재정안정화 프레임으로만 이를 몰고 간다든지, 나아가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여 국민을 겁박한다든지, 그리고 이러한 국민의 불안을 정권비판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면 이는 결코 국민연금의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진보신문들도 재정안정화 프레임에서 벗어난 보도를 하려는 노력을 과거보다 더 많이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많이 성장한 대안매체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력들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의 공적 자산으로서의 국민연금을 건전하게 지켜나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령화에 슬기롭게 대비하게끔,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개혁하고 그와 함께 국민연금도 개혁해나가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해

본다.


1) 이 글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의 ‘국민연금 기금소진론 형성배경과 극복방안 연구’ 연구용역(연구책임: 남찬섭)에서 행한 신문기사의 중간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이후 최종적인 분석이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추가분석으로 결과 경향성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지만 세부수치에는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2) 조선일보의 경우 ‘국민연금’의 한 단어로 검색하더라도 한 기사 내 ‘국민’과 ‘연금’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면 국민연금 기사로 간주하여 검색결과를 도출함으로써 모수 추정에 어려움이 있어 본문의 수치가 정확한 모수라 보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토, 2018/09/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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