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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 위해 바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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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 위해 바다로 간다

익명 (미확인) | 금, 2016/09/02- 20:33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5년이 지났다. 규모 9.0.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다. 올해 3월 일본 경시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894명이 숨지고, 2,561명이 실종됐다.

▲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다카마쓰 야스오(사진 왼쪽) 씨와 나리타 마사아키(오른쪽 씨가 잠수 준비를 하고 있다.

▲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다카마쓰 야스오(사진 왼쪽) 씨와 나리타 마사아키(오른쪽 씨가 잠수 준비를 하고 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실종자 가족 중 직접 다이빙을 배워 3년째 바다를 수색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내와 외동딸과 찾아 나선 다카마쓰 야스오 씨와 나리타 마사아키 씨다.

▲ 바닷속에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피해를 보여주는 잔해더미들이 있다. 다카마쓰 씨와 나리타 씨는 이 잔해 더미속에서 가족을 찾고 있다.

▲ 바닷속에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피해를 보여주는 잔해더미들이 있다. 다카마쓰 씨와 나리타 씨는 이 잔해 더미 속에서 가족을 찾고 있다.

다카마쓰 씨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아내를 잃었다. 2011년 3월 11일 재난 당시 아내는 미야기현 77은행 오나가와지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은행 옥상으로 대피했지만 20미터가 넘는 쓰나미에 휩쓸려 실종됐다. 실종 당시 아내 유코 씨는 남편에게 “괜찮아? 집에 가고 싶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날 은행 옥상에는 나리타 씨의 딸도 대피했지만, 역시 실종됐다. 딸은 26살로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77은행 옥상에 있었던 유코 씨와 에미 씨

▲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77은행 옥상에 있었던 유코 씨와 에미 씨

이 두 사람은 2014년 2월 아내와 딸을 찾기 위해 잠수하기로 결정했다. 수중 잠수도 그 때 처음 배우고 자격증도 땄다. 50대 중반 나이에 잠수를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카마쓰 씨는 “차가운 바닷속에 아내를 남겨둬 괴롭고 아내가 불쌍하다”라고 말했다. “아내를 빨리 데리고 와서 침대에 눕히고 함께 식사하고 싶다고, 이후에 묘지에 묻고 그녀의 명복을 빌고 싶다”고 했다.

▲ 딸 에미 씨와 함께 살았던 집은 쓰나미에 쓸려 갔다. 딸의 초상화가 거실에 있다.

▲ 딸 에미 씨와 함께 살았던 집은 쓰나미에 쓸려 갔다. 딸의 초상화가 거실에 있다.

다카마쓰 씨와 나리타 씨는 바닷속에는 해류 흐름에 의해 잔해가 쌓이는 곳이 있기 때문에 그 속에 휩쓸려 가족들이 가라앉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고 수중 수색을 해왔다고 한다. 수중 수색하면서 가족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누군가의 가족 앨범, 신발 같은 유류품을 찾았다. 이름이 적힌 물건은 가족에게 보냈다.

▲ 바다 속에서 수색 중인 두 사람. 지금까지 100여 차례 진행했다고 한다.

▲ 바닷속에서 수색 중인 두 사람. 지금까지 100여 차례 진행했다고 한다.

언제까지 수색할 것인가? 두 사람이 수없이 들었던 질문이다. 다카마쓰 씨는 수중 수색을 언제까지 할 거냐는 질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그만둘 것 같은데요.”라며 수중 수색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잠수 수색은 “나 자신을 위해서, 내가 살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리타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당연히 제로가 된다. 수색을 시작하면 100% 중 1%라도 어쩌면 0.1%라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적어도 수중 수색을 계속하는 동안은 희망을 놓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날씨가 허락하는 한, 두 사람은 한 달에 두 차례, 수중 수색에 나선다. 지금까지 수중 작업은 100여 차례 진행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오늘도 가족을 만나기 위해, 가족을 기억하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취재작가 곽이랑
글 구성 김근라
연출 박정남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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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삼중 안전감사… 서울시 "위험요인 사전 제거해 사고 일어나기 전 막는다" (아주경제)

우리사회 전반에서 부실시공과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형화·복합화된 재난 및 안전사고가 빈발해 불안감이 더욱 확산된다. 서울시는 각종 현장의 위험요인을 사전 제거하면서 재발방지에 주력 중이다. 만일의 불행한 일이 발생했을 땐 재빠르고 효율적 수습지원 역할에 충실한다. 이 같은 업무의 제일선에 '서울시 안전감사담당관'이 있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ww34.kr.idc.ajunews.com/view/20160321093035733

수, 2016/03/2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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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참사의 시각으로 삼성 직업병 문제를 보자" (오마이뉴스)


삼성 직업병 문제는 재난과 참사 문제로 바라보고, 민주주의의 문제, 노동자의 통제권을 통해 알권리를 가져와야 한다. 돈으로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제대로 해결해야 하고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제대로 하도록 만들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98167

금, 2016/04/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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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난 대책 강화, 보험회사 웃는다 (오마이뉴스)

[세월호 그후] 정부의 안전 대책은 산업화, 시장화... 민간시장만 확대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전과 첨단 기술을 연결 시키는 기사가 최근 부쩍 자주 등장한다. 이런 첨단 기술의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소방 웨어러블 기기, 국민안전 로봇, 안전 감지센서, 재난대응현장 무인기, 드론을 활용한 산업단지 재난 대응, 인공지능(AI) 등이 모두 입길에 오르내린다. 각 지자체는 서로 관련 산업 공단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마치 이런 기술이 안전하고 행복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듯 국민을 현혹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안전 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자동화로 인적오류를 없애 사고를 줄이겠다는 전통적인 안전 패러다임은 실패했다.(박상은,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 복잡하고 거대한 규모의 체계에서 발생하는 사고일수록, 사고의 원인을 개인에서 찾고 그 돌파구를 기술에서 발견하려는 시도로는 안전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위험을 내포한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00092

목, 2016/04/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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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이다1.jpg

 

책사이다 8회 / 재난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경주지진 등 해마다 일어나는 사고와 천재지변은 '재난(사고)' 그 자체 보다는 그 이후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미치는 피해 규모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책사이다 8회는 미디어에서 다루는 재난의 실상과 현실의 차이, 재난에 대처하는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 가난한 이들에게 유독히 가혹한 '재난'의 특성 등 '재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라는 주제로 '재난'과 관련한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s://goo.gl/fF7Yve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Dlsv91

* 유튜브로 듣기 : https://youtu.be/CgLQ_znpwXM

 

오늘 소개된 책

 

  • 리베카 솔닛, 《이 폐허를 응시하라》 - 대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혁명적 공동체에 대한 정치사회적 탐사
  • 기무라 히데아키, 《관저의 100시간》 - 후쿠시마 원전 사고, 재난에 대처하는 컨트롤 타워의 실상을 파헤친다
  • 존 C. 머터, 《재난 불평등》 - 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
  •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 앤디 위어,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 코맥 매키시, 《로드》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토, 2016/10/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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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밀집도 세계1위인 우리나라. 안전과 핵발전소는 함께 할수 없습니다. 지난 5일, 경주지진으로 중단되었던 월성1-4호기가 재가동 되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수, 2016/12/0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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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왜 이 주제를 선택했나요?
– 반복된 참사를 기억하고 반성하여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 시민 역량에 대한 긍정과 확신을 주기 위해
– 정책결정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 Who! 어떤 분이 읽으면 좋을까요?
– 일상의 불안을 느끼는 시민
– 시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관료 및 정책가
* When! 언제 읽으면 좋을까요?
– 세상이 불안하다고 느낄 때
– 나의 안전에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
– 더 나은 안전사회를 위한 고민이 생길 때
* What! 읽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 우리 사회가 불안한 이유
–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 파악

* 요약

○ 2014년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던 세월호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참사가 발생한지 1080일 만이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의 삶은 바뀌었는가?

◯ 우리 사회는 지난날 몇 번의 대형참사를 경험했다. 이러한 참사들은 발생 시기, 장소 등 구체적인 상황이 달랐음에도, 압축성장과 자본주의의 극단 및 사회적폐가 구조적 원인으로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공통점을 드러냈다. 계속되는 참사에도 ‘변한 게 없다’는 한탄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일련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 현대의 재난은 전통적인 자연재난에 기술과 삶의 방식 변화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형태로 바뀌고 피해 정도와 범위가 더 커졌다. 이는 우리 사회가 ‘위험 증폭사회’로 향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러나 위험의 증폭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정당성과 의사결정의 숙의는 오히려 생략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 사이 시민의 안전은 국가와 기업의 손에 맡겨지게 되었다.

◯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회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 그리고 국가와 기업에 맡겨진 시민의 안전이 다시 본궤도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재난의 단편적인 원인분석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안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결국 시민의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질문은, 기존의 ‘위탁’ 방식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시민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 지난 시기 우리 사회를 강타한 대형 재난은 우리의 대응체제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공백이 크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으며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안전을 위한 주요 과제는 ① 안전의 공공성 강화 ② 재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의무 강화 ③ 안전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다.

◯ 더불어 실질적이고도 지속가능한 안전 확보를 위해 시민의 역량강화도 요구된다. 시민은 스스로 협력하고 논의하는 숙의 과정을 통해 훈련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신뢰라는 사회적자본을 축적하게 된다. 그리고 이 바탕 위에 숙의가 이루어지는 순환고리 속에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 시민 스스로 상호 협력하고 논의하는 숙의과정은 시민역량을 키우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자 과정이다. 이를 위해 제도적 장치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안전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때야 비로소 위험사회를 넘어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수, 2017/04/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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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해일 등 수차례 대규모 재난을 겪은 일본. 일본은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탄탄한 대응체계를 만들어 왔는데요. 일본 방재의 핵심 키워드를 카드뉴스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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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호 희망이슈 ‘민관협력적 재난관리의 필요성’에서 재난에 보다 잘 대응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을 찾아보세요!
수, 2017/10/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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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잦은 자연재난의 경험을 통해 탄탄한 재난관리 체계를 구축해왔습니다. 또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안전한 에너지 생산을 위해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을 장려하고 있는데요. 지난 9월 희망제작소는 안신숙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전국의 공무원 27명과 함께 일본 교토시, 고베시, 아와지 섬 등지를 방문하여 일본의 재난관리 체계와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학습하고 왔습니다.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국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원인과 성격에 따라 자연재난, 인적재난, 국가기반재난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인적재난은 인간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은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어 받아들여야 할 때도 많은데요. 일본은 그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재난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교토시 방재(防災)의 사령탑, ‘방재위기관리실’

일본은 1961년에 제정된 재해대책기본법에 근거하여 지역별로 방재회의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교토시의 ‘방재위기관리실’은 교토시 방재회의의 사무국으로, 재해(災害)의 사전예방과 복구를 총괄하고 있는데요, 지진, 수해, 산사태뿐 아니라 식품위생, 전염병, 범죄 등의 문제도 규모가 커지면 방재위기관리실이 총괄하여 각 행정부서와 협력, 대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주민이 자주적으로 방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재해 관련 정보를 상세히 수집하고 시민에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특히 지진, 폭우, 토사에 의한 지역별 위험 정도를 ‘방재지도(Hazard Map)’의 형태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데요, 시민들은 이 지도를 보고 자신이 사는 곳의 위험 정도를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재난 발생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구축과 시민과의 공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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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시의 피난소 운영대책

일본은 재난으로 피해를 당했을 때 주민이 대피할 수 있는 피난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난소는 크게 광역피난소와 동네피난소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광역피난소는 화재 등 2차 피해에 대비하는 시설로, 교토의 유명 관광지인 금각사 또한 광역피난소 중 한 곳입니다. 동네피난소는 주민들의 생활권인 학교 체육관 등에 설치되며, 전국적으로 428개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교토시는 동네피난소가 주민들의 자치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요. 대규모 재난 발생 시, 행정이 모든 지역에 파견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자신의 생활권 피난소 운영에 관한 사항을 합의하여 결정하고, 각자 역할을 맡아 그에 부합하는 매뉴얼을 익히고 있습니다. 매뉴얼에는 피난소 내부 배치도 등 신속한 피난소 개설을 위한 내용이 매우 상세히 작성되어 있습니다.

일본 피난소 운영의 특징은 ‘약자’를 매우 폭넓게 설정하여 그에 맞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약자와 장애인,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여성, 외국인, 안경이나 의치를 잃어버린 주민까지 배려하고 있는데요. 피난소에서 주민 생존율을 더욱 높이려는 방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과 동행하는 주민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는데, 주민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여 피난소 생활의 피로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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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대응을 위한 시민훈련시설, ‘교토시 시민방재센터’

일본은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훈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995년 개관한 교토시 시민방재센터는 시민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방재와 관련된 지식을 알리고, 체험 시설로 재난 대응 훈련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지진, 강풍, 화재, 침수 등의 재난이 발생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체험을 통해 익힐 수 있습니다. 3D 영상을 통해 재난 상황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어 학생과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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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복구를 위한 자원봉사자조정센터, 교토시 ‘재해볼란티어센터’

한 지역에 재난이 발생하면 복구를 돕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자원봉사자가 모여듭니다. ‘자원봉사 활동 원년’이라고 불리는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에는 약 137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자원봉사자는 재해 복구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고, 더욱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재해볼란티어센터’가 생겼습니다. 재해볼란티어센터는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 물자와 자원봉사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일본 전역에 187개의 센터가 긴밀히 연결되어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일본 시민들은 개인적으로 재해지에 가지 않고 자신이 사는 지역의 재해볼란티어센터에 참가 접수를 합니다. 재해지의 재해볼란티어센터는 전국의 재해볼란티어센터와 협조하여 복구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자원봉사자의 적절한 수를 재해지에 파견하게 됩니다. 이처럼 센터 간 체계적인 협력은 재해복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기억함으로써 미래로, 고베시 ‘사람과방재미래센터’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지진 대책에 자신이 있던 일본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재난이었습니다. 고베시는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고, 주거 밀집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욱 컸습니다. 현재 도시는 말끔히 복구되어 당시의 참담한 모습은 남아 있지 않지만, 아직 생활기반이 복구되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하니 그 피해 규모를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그 충격을 단지 상처로만 남기지 않고 철저히 기억함으로써 미래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고베시에 위치한 ‘사람과방재미래센터’는 대지진과 관련된 자료 수집, 연구 활동, 인력 육성 등으로 당시의 경험을 시민과 후대, 세계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16만 점에 달하는 대지진과 관련된 도서, 비디오, 물건, 사진 자료는 시민들에게 당시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할 뿐 아니라 재해 경감을 위한 연구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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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힘으로는 자연재난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그것의 발생을 예측하고 철저히 대비한다면 그 피해는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난의 예방은 행정이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사례는, 행정과 시민이 협력해야 더욱 촘촘하게 재해 경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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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다현 | 지역정책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수, 2017/11/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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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잦은 자연재난의 경험을 통해 탄탄한 재난관리 체계를 구축해왔습니다. 또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안전한 에너지 생산을 위해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을 장려하고 있는데요. 지난 9월 희망제작소는 안신숙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전국의 공무원 27명과 함께 일본 교토시, 고베시, 아와지 섬 등지를 방문하여 일본의 재난관리 체계와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학습하고 왔습니다.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국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원인과 성격에 따라 자연재난, 인적재난, 국가기반재난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인적재난은 인간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은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어 받아들여야 할 때도 많은데요. 일본은 그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재난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교토시 방재(防災)의 사령탑, ‘방재위기관리실’

일본은 1961년에 제정된 재해대책기본법에 근거하여 지역별로 방재회의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교토시의 ‘방재위기관리실’은 교토시 방재회의의 사무국으로, 재해(災害)의 사전예방과 복구를 총괄하고 있는데요, 지진, 수해, 산사태뿐 아니라 식품위생, 전염병, 범죄 등의 문제도 규모가 커지면 방재위기관리실이 총괄하여 각 행정부서와 협력, 대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주민이 자주적으로 방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재해 관련 정보를 상세히 수집하고 시민에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특히 지진, 폭우, 토사에 의한 지역별 위험 정도를 ‘방재지도(Hazard Map)’의 형태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데요, 시민들은 이 지도를 보고 자신이 사는 곳의 위험 정도를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재난 발생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구축과 시민과의 공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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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시의 피난소 운영대책

일본은 재난으로 피해를 당했을 때 주민이 대피할 수 있는 피난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난소는 크게 광역피난소와 동네피난소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광역피난소는 화재 등 2차 피해에 대비하는 시설로, 교토의 유명 관광지인 금각사 또한 광역피난소 중 한 곳입니다. 동네피난소는 주민들의 생활권인 학교 체육관 등에 설치되며, 전국적으로 428개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교토시는 동네피난소가 주민들의 자치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요. 대규모 재난 발생 시, 행정이 모든 지역에 파견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자신의 생활권 피난소 운영에 관한 사항을 합의하여 결정하고, 각자 역할을 맡아 그에 부합하는 매뉴얼을 익히고 있습니다. 매뉴얼에는 피난소 내부 배치도 등 신속한 피난소 개설을 위한 내용이 매우 상세히 작성되어 있습니다.

일본 피난소 운영의 특징은 ‘약자’를 매우 폭넓게 설정하여 그에 맞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약자와 장애인, 아이는 물론이거니와 여성, 외국인, 안경이나 의치를 잃어버린 주민까지 배려하고 있는데요. 피난소에서 주민 생존율을 더욱 높이려는 방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과 동행하는 주민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는데, 주민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여 피난소 생활의 피로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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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대응을 위한 시민훈련시설, ‘교토시 시민방재센터’

일본은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훈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995년 개관한 교토시 시민방재센터는 시민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방재와 관련된 지식을 알리고, 체험 시설로 재난 대응 훈련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지진, 강풍, 화재, 침수 등의 재난이 발생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체험을 통해 익힐 수 있습니다. 3D 영상을 통해 재난 상황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어 학생과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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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복구를 위한 자원봉사자조정센터, 교토시 ‘재해볼란티어센터’

한 지역에 재난이 발생하면 복구를 돕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자원봉사자가 모여듭니다. ‘자원봉사 활동 원년’이라고 불리는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에는 약 137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자원봉사자는 재해 복구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고, 더욱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재해볼란티어센터’가 생겼습니다. 재해볼란티어센터는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 물자와 자원봉사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일본 전역에 187개의 센터가 긴밀히 연결되어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일본 시민들은 개인적으로 재해지에 가지 않고 자신이 사는 지역의 재해볼란티어센터에 참가 접수를 합니다. 재해지의 재해볼란티어센터는 전국의 재해볼란티어센터와 협조하여 복구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자원봉사자의 적절한 수를 재해지에 파견하게 됩니다. 이처럼 센터 간 체계적인 협력은 재해복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기억함으로써 미래로, 고베시 ‘사람과방재미래센터’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지진 대책에 자신이 있던 일본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재난이었습니다. 고베시는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고, 주거 밀집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욱 컸습니다. 현재 도시는 말끔히 복구되어 당시의 참담한 모습은 남아 있지 않지만, 아직 생활기반이 복구되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하니 그 피해 규모를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그 충격을 단지 상처로만 남기지 않고 철저히 기억함으로써 미래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고베시에 위치한 ‘사람과방재미래센터’는 대지진과 관련된 자료 수집, 연구 활동, 인력 육성 등으로 당시의 경험을 시민과 후대, 세계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16만 점에 달하는 대지진과 관련된 도서, 비디오, 물건, 사진 자료는 시민들에게 당시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할 뿐 아니라 재해 경감을 위한 연구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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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힘으로는 자연재난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그것의 발생을 예측하고 철저히 대비한다면 그 피해는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난의 예방은 행정이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사례는, 행정과 시민이 협력해야 더욱 촘촘하게 재해 경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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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다현 | 지역정책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수, 2017/11/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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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8월말 큰비로 인해 황해남북도에 큰 수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유엔의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신속히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여 전세계에 실상을 알려 왔다.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가 진행과정에서 발생한 북한의 자연재해에 대하여 남한 사회가 도울 수 있는 방도와 경로는 없는 것일까? 북한이 이미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미사일 엔진실험실과 발사대를 해체한 만큼, 북한동포가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서 이번 수해를 계기로 유엔안보리의 북한에 대한 무자비한 제재에 대한 완화조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마침 정상회담차 9월 18-21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시, 북한당국이 동의한다면 수해현장을 돌아보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칼럼_180908

개요

8월 29일과 30일, 48시간동안 지속된 끈질긴 호우로 북한 남서부 지방인 황해북도와 황해남도에서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했다.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10,700명에 육박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발표된 사망자수만 최소 75명이며, 수백명 이상이 부상을 입거나 실종되었다. 앞으로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황해남북도 내 수천만개의 주택이 홍수로 인해 손상되거나 완전히 망가졌고, 주민들은 모든 가재도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건물과 유치원은 물론 철도,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까지 훼손돼 많은 지역이 접근이 접근하기조차 어려워졌다.

 

긴급 요구

최초 조사 결과, 식량, 영양공급, 보건, 식수 및 위생, 이재민 보호소, 재난위험축소가 긴급하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재난위험축소의 경우, 이미 피해를 입은 마을이 추가적인 호우와 홍수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북한 정부의 보고에 따르면 황해북도와 황해남도의 농경지 중 17,000 헥타르가 홍수로 타격을 입었다. 곧 수확을 앞두고 있었던 많은 농작물이 홍수에 휩쓸려 간 결과, 식량생산에 끼칠 악영향과 북한주민의 장기적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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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이 공식적으로 본 지도에 표시되는 경계선과 지명을 지지 또는 동의하는 것은 아님. 2018년 9월 북한정부가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함.

 

토, 2018/09/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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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로 독립연구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정된 3팀의 독립연구자(팀)를 소개합니다. 진행 중반에 접어든 지금,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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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동훈, 채미효의 공동연구팀인 ‘개편한세상’팀 입니다. 김동훈 선생님은 ‘피스윈즈코리아(Peace Winds Korea)’라는 단체에서 국제구호활동가로 일하고 있고요, 채미효 선생님은 ‘그린리틀포(Green Little Paw)’라는 반려동물을 위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반려동물 재난대피소 만들기’라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분은 그렇지 않은 분보다 대응이 어려운데요. ‘반려동물 재난위기 관리’라는 분야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참조하여 한국 상황에 맞는 반려동물 재난위기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시설 지정 등 사람과 반려동물에게 통합적으로 적용되는 방재대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반려동물을 포기할 수 없는 분들은 피난소로 갈 수 없어
재해구호의 사각지대에 남게 됩니다”

주제 선정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을 대피소에 데려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려동물을 포기할 수 없는 분들은 피난소로 갈 수 없어 재해구호의 사각지대에 남게 됩니다. 지난 포항 지진 때도 마찬가지였지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슈이지만 반려동물 커뮤니티 안에서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때부터 이슈화되었지만 현재까지도 별다른 대비책이 없어, ‘우리가 무엇이라도 해 보자’라는 생각에 의기투합하게 되었습니다.

연구 잘 진행되고 있나요? 진행 경과를 알려주세요
김동훈 선생님은 18년 동안 국제구호사업으로 여러 재난현장을 겪었고, 채미효 선생님은 국내 유일의 ‘반려동물 재난위기 관리사’입니다. 일본에서 자격을 취득했지요. 각자의 전문성(재난, 반려동물)을 결합하여 수시로 논의하며 연구를 시작했고요. 일본 사례를 참조하여 한국 사정에 맞는 매뉴얼의 목차와 내용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나요?
지난 9월 13일, 반려인 열 분 정도를 모시고 ‘재난 시 반려동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한 공개강연회를 했습니다. 저희 연구의 중간 공유과정의 일환이지요. 강연에 오셨던 분들이 ‘꼭 듣고 싶었던 내용이다.’, ‘정말 유익했다’, ‘반려인 누구에게나 필요한 내용이다’는 등의 말씀을 해주셔서 뿌듯했습니다. 실제 이 내용으로 연구하고 준비하는 팀이 한국에는 저희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그 의미가 작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너무 앞선 이야기를 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길게 보고 꾸준히 이야기하면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연구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앞서 말씀드린 공개강연회를 준비하면서 지인에게 강의장을 요청했는데, 80명이 들어가는 대형강의실을 빌려주셨어요. 이 넓은 공간을 다 채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죠. 역시나 홍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요. 실제로도 열 분 정도만 참여해주셨고요. 강연 당일, 작은 세미나실로 장소를 급하게 옮겼는데, 인원이 많지 않았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좋게 작용했어요. 집중력이나 전달력이 좋더라고요.
사실 저희는 연구 자체를 성사시키는 게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이야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전에는 지원 요청을 했을 때 거절 받기 일쑤였거든요.
저희가 하려는 연구의 주제 자체가 사람과 직접 관련이 없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늘 밀렸어요. 한국에서는 너무 앞서나가는 게 아니냐는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그나마 희망제작소니까 도와주시는 거죠^^) 물론, 저희가 너무 앞선 이야기를 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길게 보고 꾸준히 이야기하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육과정 및 반려동물 특화 방재물품 개발, 대피소 섭외, 정책 변화 등
아직 할 일이 많고 꿈도 큽니다
함께 도전할 분이나 협력할 기관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젝트 잘 마무리 해 주실 거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 안으로 매뉴얼 초안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그리고 내년 이후의 활동도 구상해야 하는데요.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 강사 양성교육도 설계해야 하고요. 매뉴얼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교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중간중간 반려동물을 위한 특화된 방재물품을 개발할 필요성도 생길 것이고, 재난 시 실질적인 도움을 위해 반려동물대피소를 제공해주실 곳을 섭외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저희의 활동 끝에는, 직접 저희가 재난 현장에 들어가 반려동물 동반 대피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고요. 정책 변화도 끌어내려 합니다. 아직 할 일이 많고 꿈도 큽니다. 함께 도전할 분이나 협력할 기관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정리 : 최은영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그래픽 : 조현상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8/10/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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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 style="text-align:justify;">세월호는 사회적 기억이다</h1> <h2 style="text-align:justify;">피해자의 권리로 세월호를 기억하자</h2>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strong>어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strong></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얼마 전 개관한 '광화문 기억·안전공간'에 다녀왔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지난 5년의 시간이 잘 헤아려지지 않아서 약간 혼란스럽던 참이었다. 5년간 광화문 광장을 지켜온 세월호 천막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 들어선 목조 건물. 그 앞에 섰을 때 문득 이만큼이나 시간이 흘렀다는 걸 실감했다. 낡은 천막이 목조 건물로 바뀐 세월호 5주기에 안산과 진도에 있던 투쟁의 공간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기억을 말하는 공간이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공간이 만들어진 것 역시 절박한 투쟁의 결과였다. 세월호 이후 입을 모아 외쳤던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 기억하는 시간과 공간을 조성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어떤 기억인가? 세월호 이후 지난 5년은 우리에게 어떤 시간이었나? 우리는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strong>5년간의 참사에 대한 사회적 기억</strong></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세월호 참사는 불행한 사고나 불운한 우연이 아니었다. 사고가 재난이 되기까지 수많은 요인이 작용했으며, 사고를 재난으로 만든 대부분의 요인이 기존에 존재했던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세월호는 사회적 사건이었다. 또한,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04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충격으로부터 지난 5년은, 국가와 사회가 피해자에게 얼마나 가혹해질 수 있는지 확인해온 5년이기도 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요구는 배·보상의 문제로 협소화되고, 더 많은 보상을 바란다는 식으로 의도를 의심받았다. 구조나 자원봉사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는 직접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났고, 생존자는 살아 돌아왔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기도 했다. 피해자 사이에 선을 긋고 누구의 피해가 더 큰지 가늠하려는 잣대가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키곤 했다. 세월호 참사는 지난 5년간 지속되어왔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삼풍백화점 붕괴(1995), 씨랜드 화재(1999), 대구 지하철 화재(2003), 춘천 산사태(2011), 태안 해병대캠프 실종(2013), 장성요양병원 화재(2014), 스텔라데이지호(2017),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017). 세월호 이전과 이후에도 재난은 반복되었고, 서로 다른 재난의 피해자가 보내온 시간은 놀라울 만큼 닮아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이유도 모르고 잃어버린 사람,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재난참사에서 영문도 모른 채 필사적으로 살아나온 사람, 도무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는 이를 기다리는 사람. 국가와 사회는 재난 자체만으로도 넘치도록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거나 함께 울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큰 짐을 지워왔다. 안전보다 이윤을, 생명보다 효율을 중시해온 국가와 사회는 무능했으며 또한 무책임했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세월호가 사회적 사건이라면 세월호에 대한 기억은 사회적 기억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회적 기억은 단순히 '세월호라는 배가 침몰한 사건이 있었다'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 켜켜이 쌓인 사회의 부조리를 직면했으며, 이 사회의 모두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꼈다. 사회적 기억은 이 모든 부조리에 대한 인식과 반성을 포함해야 한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strong>피해자의 권리로 세월호를 기억하자</strong></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한편 지난 5년은 피해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세워온 시간이기도 했다. 재난참사 피해자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말을 대놓고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정작 피해자의 권리는 끊임없이 침해당하는 현실에서 피해자들은 말하고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저 운 나쁘게 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 소중한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권리의 주체임을 끊임없이 외쳤다. 지난 5년간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의 연단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의 선두에서 피해자의 권리는 확인되고 또 확장되어왔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인권의 중요한 원칙은 보편성과 불가분성이다. 모두에게 권리가 있으며, 각각의 권리는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말이다. 피해자의 권리가 확장되어온 지난 5년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권리가 확장되어온 시간이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언제나 진실을 요구해왔으며 이는 전 사회의 정의를 세우고 안전을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정의와 안전 또한 제대로 세워질 수 없다. 이는 우리가 세월호를 사회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필수적인 전제이기도 하다. 기억은 언제나 진실에 대한 기억이어야 한다. 지금도 남은 진상규명의 과제를 확인하는 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과 검찰 특별수사단 설치 요구 등이 중요한 이유이다. 또한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이해는 세월호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재난참사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사람의 존엄을 해치는 일이라는 점에서, 결국에는 사람이 겪는 일이다. 재난참사를 온 몸으로 겪은 피해자들은 그 자체로 재난참사의 증인이자 기록이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 모임인 '노란리본인권모임'에서 최근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 자료집을 발간했다. 한국 사회에서 반복된 재난참사와 그 피해자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를 살피며 피해자의 권리 체계를 정리했다. 인권의 불가분성이라는 원칙 아래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권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재난참사 이후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주요한 이정표이자 나침반으로 만들자. 피해자가 권리의 주체임을 인정하며, 권리의 구체적 내용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세월호에 대한 사회적 기억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료집을 읽고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고민을 나눠주기를 바란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 자료집 파일은 인권운동사랑방 홈페이지(<a href="https://www.sarangbang.or.kr/writing/72593&quot; rel="nofollow">바로가기</a>)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p> <p style="text-align:justify;"> </p> <blockquote> <p style="text-align:justify;">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a href="http://www.pressian.com/news/review_list_all.html?rvw_no=1661&quot; rel="nofollow">클릭</a>)</p> <p style="text-align:justify;"> </p> <p style="text-align:justify;">*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p> </blockquote></div>
화, 2019/04/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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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꾸역꾸역 오던 지난 24일 금요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청년참여연대 준비위원회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지난 7월 11일. 청년참여연대 준비위원회(이하 청준위)는 청년, 임원, 상근자로 구성된 기획단에서 논의한 방향을 바탕으로 3개의 분과(운영, 기획, 교육)을 나누고 청년들의 삶과 생존을 위협하는 여러 사회문제를 청년의 목소리로 해결해보고자 발족했는데요.

 

청년참여연대의 가치, 비전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하나의 창립선언문을 작성하기 위해 32명의 준비위원분들과 7/24~25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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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주호 간사와 함께하는 서촌투어를 시작으로 이후 분과별 공동체게임을 진행했었는데요. 법인대표님의 '검색의 시대, 사유의 성찰'책과 참여연대 마이보틀, 수첩을 상품으로 내걸고  신상조사게임, 몸으로 말해요 게임, ox퀴즈, 폐활량측정게임을 진행하였습니다. 망가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게임에 열중하다보니 어색한감이 없지 않았던 자리도 금세 화기애애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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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은 뒤에는 본격적인 워크숍이 진행되었는데요. 먼저 여러 형태, 여러 단체의 창립선언문을 함께 읽어보며 선언이 가진 의미가 어떠한지, 그리고 어떤 구조가 괜찮은지 곱씹어 보았습니다. 이후에는 선언에 담겼으면 하는 키워드를 적어보고 각자 돌아가며 왜 이 키워드가 중요한지에 대해 두루두루 얘기해보는 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의 생각을 공유하고 다듬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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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각자 얘기했으니까 정리된 생각을 다시금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죠? 이번엔 색지에 3가지 키워드를 적고 비슷한 키워드끼리 묶는 단계를 거쳤는데요. 거의 100개의 의견이 나왔는데 줄이고 줄이다보니 ‘사랑, 참여, 변화, 권리, 연대, 안전, 생존과 희망, 공존’ 총 여덟가지 키워드로 좁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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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힘내는 모습..힘들죠? 좀만 더 머리를 맞대보아요.)

 

다음으로는 키워드를 모아 3개의 문장을 작성하고 조별로 이야기를 모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청년참여연대는 청년들에게 작은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다.”, “만년 ‘준비생’ 청년의 권리는 내일을 위한 것이었기에 오늘은 항상 제외되었다.” 등 총 96개의 문장이 모였습니다. 발표까지 끝마치자 시간이 새벽2시를 향해 갔는데요. 9월전까지 준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수정과 수렴의 절차를 거치기로 하고 마무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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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창립선언에 대한 완성된 글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30명이 넘는 인원이 서로의 생각을 공정하게 말하고 그것을 함께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30명이나 되는 인원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던 워크숍이었습니다.

 


9월 창립전까지 청년참여연대 창립회원을 모집합니다. 현재 100명에 가까운 분들이 창립회원으로 힘을 보태주시고 계십니다. 함께 하실 분들 모집합니다 >>>>>>> https://goo.gl/lQYAzd )

목, 2015/07/3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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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일베'와는 다르다

한국 사회 변화의 새로운 에너지

 

정태석 전북대학교 교수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헬조선, 헬조선 연구소, 헬조선 뉴스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들이 생겨나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의, 공정성, 합리성, 공존의 가치가 외면받고 있는 답답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고, 조롱하고 냉소하는 글들과 기사들이 가득하다.

 

헬조선은 지옥을 의미하는 '헬(hell)'과 전근대 왕조 사회인 '조선'의 합성어이다. 한국 사회가 지옥 같기도 하고 조선 시대처럼 전통적 신분 사회처럼 꽉 막혀있기도 하다는 말이다. 한국 사회가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런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없는 암울한 사회를 만들어 놓았으니 기성세대가 크게 반성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기성세대가 돼버린 40대 후반, 50대 초반 세대는 소위 '민주화 세대'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 세대 역시 지옥 같은 암울한 사회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1980년 '서울의 봄'을 군사 쿠데타로 무참히 짓밟아버린 전두환 군부 세력의 독재 하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던 많은 젊은이들은, 민주주의의 새벽이 올 것 같지 않은 현실에서 울분을 터트리며 분노하고 또 좌절했다. 비록 젊음을 무기로 민주주의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았지만 그 시절은 그렇게 정치적으로는 암울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경제적으로는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에 취직하거나 먹고살 걱정을 크게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 세대는 정치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민주화된 사회에 살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얻기가 어렵고 소득이 낮아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는 암울한 현실에 놓여있다. 게다가 민주주의가 발달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온갖 불법과 부정행위가 판치고 있고 비합리적인 관행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문화적으로도 권위주의적, 위계적, 차별적이며 세속적 이익에 몰두하는,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가치와 태도가 지배적이다. 그러니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해 수평적, 다원적, 합리적인 가치를 익힌 젊은이들에게 한국 사회가 어찌 '헬조선'이라 불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젊은 세대의 좌절은 당장 좋은 일자리를 얻기 힘들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사교육이다 보충 수업이다 하면서 치열한 성적 경쟁, 입시 경쟁 속에서 힘들게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또 대학까지 졸업을 했지만, 고생한 만큼의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또 미래도 없어 보이는 것이다.

 

부자들이 사는 아파트의 용역 경비 업체 소속 경비원이 아파트 주민에게 인격 모독을 당하고, 복지 사각지대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등 차별과 무시와 무관심이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사회, 그리고 경찰, 검찰, 사법부가 여당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를 회피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도 야당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사소한 범법 행위에 대해서조차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등, 권력에 의해 법의 공정성이 무너져버린 사회, 나라에 충성한 사람보다 정권에 충성한 사람들이 더 떵떵거리며 대접받는 사회, 재벌가 자녀들이나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직원들, 승무원들에게 온갖 권세를 부리며 갑질을 해대는 사회, 권력가의 자녀들이 군 복무, 취업 등에서 특혜를 받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쟁이 판치는 사회, 이런 사회가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민주화를 성취했던 기성세대는 민주화 이후 사회를 돌보려고 하기보다는 부동산 투기 등 불로소득 추구, 자녀 사교육 투자, 성적 및 취업 경쟁 등 세속적 성취와 성공을 위한 이기적 경쟁에 몰두했고 점점 스스로 기득권 세력이 돼갔다. 그렇게 미래를 외면하는 동안 한국 사회는 재벌 중심, 고용 불안정, 불공정한 분배, 비정규직 증가, 소득 양극화 등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사회 문제들을 안고 있는 사회가 됐다. 경쟁에 내몰리는 사회, 약자들을 짓밟는 사회, 신뢰 없는 사회, 결국 젊은이들이 좌절하도록 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권위주의적, 위계적, 보수적 태도를 보이면서 젊은이들을 비난하는 '꼰대'가 됐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개인주의, 나약함, 예의 없음을 탓하지만, 알고 보면 이들은 기성세대를 보고 배운 것이니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나무라기 전에 스스로 젊은이들에게 어떤 본보기가 됐고 어떤 미래를 걱정했는지를 반성해보아야 한다. 정의도, 공정함도, 합리성도, 인권도, 복지도, 공동체적 가치도 사라져버린 사회, 미래 세대를 걱정하고 배려하지 않는 사회가 바로 젊은이들 눈에 비친 현재의 한국사회인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불만과 좌절이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터져 나왔던 사례를 알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일베 현상'이다. 일베에 가담했던 젊은이들은 온라인상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기도 했고, 세월호 관련 농성 현장에 나타나 농성하는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며 집단 행동을 하기도 했다. 철없는 젊은이들, 고등학생들의 감정적 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극단적이고 조직적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은 사실 젊은 세대의 좌절과 욕구불만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신성한 것, 고귀한 것의 권위를 무너뜨림으로써 좌절된 욕구와 불만에 대한 대리만족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그 밑에는 '민주화 세대'를 비난하고 조롱하려는 정서가 깔려있었다. 기성세대는 민주화 이후 좋은 시절을 맞아 존중받고 또 대접받으며 살고 있지만, 정작 그들의 자녀인 자신들은 더 심한 입시 경쟁, 일자리 경쟁에 내몰리며 무시당하고 비교당하면서 심적인 불안과 좌절과 무기력 속에 살고 있으니 기성세대가 좋게 보일 리가 없다. 말하자면 잘난 척하는 꼰대의 모습이 보기 싫은 것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헬조선' 현상도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절망스러운 현실에 대한 젊은 세대의 좌절과 분노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일베' 현상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헬조선'은 나름대로 냉정한 현실 분석에 기초해 조롱하고 냉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베'와 다르다. 일베가 보수적, 공격적 논리 속에서 기성의 도덕적 권위에 대한 감정적 공격과 비윤리적 자기 정당화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고자 한 것이라면, 헬조선은 나름대로 합리성과 공정성의 잣대를 가지고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사회에 대한 사회 구조적 분석을 하면서 자신들의 불만과 좌절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정치적으로 더 진보적이다.

 

겉으로는 성장했지만 재벌 중심의 부의 편중과 양극화로 경제적 기회가 제한돼 있는 한국 사회에서 다수의 젊은이들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안정된 직장과 경제적 여유가 없다 보니 미래를 계획하기가 어려워 결혼도 출산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그래서 이들은 '삼포 세대'나 '오포 세대'로 불린다. 그런데 이것은 저항의 몸짓이기도 하다. 미래가 없는 현실에서 자신의 아이들도 좋은 일자리를 가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에 아이를 낳아서 자본가들, 부자들 등 기득권자의 노예로 살도록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좋은 일자리도 없는 데 아이를 낳으라고 하니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그래서 심지어 한국을 떠나는 것이 꿈이 됐다.

 

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 살아온 이들에게는 기성세대처럼 민주화라는 고상한 이상도 없고, 불합리한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힘을 합칠 수 있는 조직적 기반도 없다. 그저 예능과 소비로 즐거움을 얻고, 결혼 기피, 출산 거부 등으로 개인적인 저항을 하며 사회를 경멸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고 현실을 개혁할 힘도 없는 젊은이들로서는 그저 '헬조선'으로 사회를 냉소하면서 좌절감을 표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헬조선에서 벗어나려면 기성세대가 미래를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도 공범이라는 성찰적 태도를 지녀야 하는 것이다. 헬조선에서 벗어나려면 비판적 젊은 세대와 성찰적 기성세대의 공감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성세대가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책임 있는 개혁 주도 세력으로 나설 때 사회도 좀 더 살만하게 될 것이고 젊은이들도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헬조선'을 말하는 젊은이들은 분노하고 조롱하고 좌절하고 냉소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정의와 공정성, 합리성의 잣대를 가지고 냉철하게 사회 부조리를 분석해내고 있어서 공감의 여지는 크다. 기성세대가 이들의 분노와 좌절에 공감하고 자기성찰을 통해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젊은 세대의 불만과 증오의 감정은 새로운 변화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경제 개혁, 노동 개혁, 규제 개혁, 교육 개혁 등 온통 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기득권의 유지에 혈안이 돼있다. 우리는 개혁이라는 말에 현혹돼서는 안 되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어떤 개혁인지를 따져야 한다. 개혁으로 부의 분배를 공정하게 하는 것인지, 시장 경쟁이 시장권력의 통제를 통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인지, 노동의 대가를 공정하게 지불하도록 하는 것인지, 일자리가 세대별로 적절하게 배분되도록 하는 것인지, 복지 제도가 누구든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의 정치적 선택이 헬조선을 유지할 것인가 변화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주기 때문이다. 기득권자들, 부자들을 더 배부르게 하는 정치 세력을 교체할 때 헬조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지금 젊은 시민들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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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수, 2015/09/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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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희망은 무엇입니까? 대답을 망설이고 있으신가요? 수많은 사회적 장애는 우리를 절망에 빠지게 하고, 희망은 개인의 힘만으로 꿈꾸기 어렵습니다. 희망은 사회적인 조건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절망의 시대, 헬조선이라 불리는 2015 대한민국은 과연 시민들이 어떤 기대나 가지거나 바랄 수 있는 사회인가요? 희망제작소는 시민과 함께 희망지수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화, 2015/10/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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