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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1] 정신보건법의 재탄생, 그 의미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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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1] 정신보건법의 재탄생, 그 의미와 미래

익명 (미확인) | 월, 2016/08/01- 11:35

정신보건법의 재탄생, 그 의미와 미래

 

신권철 l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신보건법의 사회적 의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사회의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제도는 정신보건법에 근거한 것이다. 즉 강제입원은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모든 폭력적 행위로부터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강제로 데리고 가거나, 강제로 제압하는 등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는 공권력만이 가능하다. 그것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정신보건법은 강제입원의 근거법으로서 지난 20년 동안 활용되어 왔다. 성년이 된 정신보건법은 2016. 5. 19.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라 한다)’이라는 긴 이름으로 재탄생하였다. 법명의 변경은 법 목적의 변경을 수반한다. 과거의 정신보건법이 사회적 치안(治安)과 치료(治療)의 중간쯤에서 방황하였다면 새로운 정신건강복지법은 치료(治療)와 복지(福祉)를 꿈꾼다. 그러나 정신건강복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그 무렵 발생한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남역 살인사건은 새로 제정된 법률이 가진 목적을 다시 치안으로 후퇴하게 만들었다.

 

정신보건법은 왜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을 허용해 왔을까? 그리고 국가는 왜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가족과 정신과 의사에게 강제입원의 권한과 책임을 떠넘겨 왔는지 진지한 질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즉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의 법적 정당성에 의심을 제기할만한 순간이 온 것이다. 그 현황을 보더라도 가족에 의해 강제입원(입소)된 사람은 201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약 5만 여명(정확히는 49,792명)으로 정신보건시설 입원(입소) 환자의 61%나 차지한다.1)  5만 명이라는 숫자는 교도소 등 교정시설 2014년 1일 평균 수용인원 5만 명(정확히는 50,128명) 2)과 맞먹는다. 이것은 강제입원제도가 범죄자에 대한 형사수용제도와 유사한 강제수용시스템으로 활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둘의 차이점은 형사사법절차는 경찰‧검찰‧법원‧교정시설로 이어지는 국가공권력에 의한 시스템인데 반하여, 강제입원절차는 가족‧정신과의사‧정신보건시설로 이어지는 사실상 사적(私的) 시스템이라는 차이가 있다. 여기서 우리의 강제입원시스템은 법적 정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조항(현행 정신보건법 제24조)은 헌법재판소에 계류되어 2016년 4월 공개변론을 거쳐 헌법재판관들의 최종 위헌여부에 대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는 어쩌면 조만간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제도의 장례식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현행 정신보건법 제24조의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조항에 대해 위헌을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2016년 5월 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의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조항(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은 여전히 살아남아 강제입원제도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우리는 강제입원제도가 어떻게 법률적 근거를 부여받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찬찬히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정신보건법의 제정과정 및 그 의미

 

정신보건법은 지금부터 약 20여 년 전인 1995. 12. 30. 제정되었다. 그리고 그 훨씬 이전인 1959년부터 국가는 정신보건법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해 왔다. 그 최초의 시도는 1959년에 나온다. 당시 보사부는 정신병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라 하였다. 3) 그 이후 1980년대 말까지 30년 동안 국가는 입법을 추진만 하고, 실제 입법은 하지 못 한다. 입법이 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1970년대까지는 국가의 경제적 형편의 어려움을 이유로 정신병원을 증설하지 못하는 상황이 주요 이유가 되었고, 1980년대 초에는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이후 적극적으로 정신보건법의 입법을 추진하였지만 정부의 정신보건법안이 가진 위험성(신체의 자유 제한과 장기 구금의 위험성)을 알아 챈 야당과 정신의료계, 사회단체, 종교계 등이 거국적으로 입법에 반대하면서 무산되었다.

 

정신보건법 제정의 계기가 된 것은 1991년 가을, 사회에 분노한 한 젊은이가 어린이들 여러 명을 사상하게 한 여의도 차량질주사건과 대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출입을 거절당한 한 농민이 수십여명을 사상에 이르게 한 방화사건이다. 이 두 사건을 계기로 당시 법무부장관은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막기 위한 정신보건법 제정을 재추진 할 것을 국무회의에서 제안하여 법무부와 보사부가 협의하여 정부 주도로 정신보건법안을 1992년 입안하여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정부의 정신보건법안은 약 2년간의 지루한 심의와 수정을 거쳐 1995년 12월 통과되었다.

 

1995년 정신보건법은 그 제정과정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정신질환자의 치료보다는 치안을 염두에 둔 법률이었다. 즉 정신질환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사회를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사회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정신질환자를 격리(강제입원)시키는 합법적 근거가 정신보건법을 통해 마련된 것이다. 한편, 위 법의 시행이 가진 몇 가지 현실적 이해관계들도 있다. 70, 80년대부터 미인가 기도원 등에서 치료도, 생활도 보장받지 못하던 많은 환자들이 병원이라는 치료의 공간으로 편입되는 계기가 되었고, 국가의 의료보장(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시스템을 통하여 환자에 대한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된 것은 현실적 이로움으로 가족과 환자에게 다가갔다.    

 

정신보건법의 사회적 역할

 

1995년 제정된 정신보건법은 당시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대항욕구를 실현시키는 계기가 된다. 즉 격리와 보호라는 두 마리의 목표이다. 특히 시장‧군수‧구청장이 보호의무자가 되어 거리를 떠도는 부랑‧노숙인들을 강제로 입원(입소)시킬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정신보건법을 통하여 마련되면서 거리의 사람들은 법 시행 이후 점차 사라져갔다. 거리의 사람들이 정신보건시설에 강제입원(입소)된 것이다. 그 이전까지 부랑인지침 등을 통해 부랑인시설에 사실상 강제입소되었던 사람들이 정신보건법의 시행을 통해 정신보건시설로 옮겨진 것이다. 법 시행 3년 9개월 뒤인 2000. 9. 30. 기준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이 강제입원시킨 환자는 18,694명으로 전체 총 입원환자(자의입원환자 포함) 59,032명 중에서 31.7%를 차지하고 있던 것을 보면, 4)  정신보건법이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사실상 도시의 정화(淨化)를 꿈꾸었던 것이다.

 

가족들도 2000년대 이후 정신보건법이 가진 효용을 알게 된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약 40여 년 동안 미인가 기도원이나 요양원, 부랑인시설 등은 정신질환자 가족들로부터 비용을 받고서 환자를 인수해 강제격리하여 관리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그러한 시설들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나 비참한 생활환경은 가족들에게도 불편한 감정을 야기하여 왔는데, 정신보건법의 시행을 통하여 가족들은 치료도 받고, 환경도 보다 나은 정신보건시설로 이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들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를 통해 강제입원에 대한 사실상 결정권을 쥐게 되면서 부양부담을 덜기 위해, 재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훈육이나 징벌의 수단으로 강제입원을 활용하는 사례들도 확대되기 시작한다. 즉 강제입원이 사적(私的) 제재와 감금의 수단으로, 그리고 부양회피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난 20여 년간 지속되어 오면서 가족에 의한 보호입원제도(정신보건법 제24조)는 지속적으로 그 법적 정당성에 의심을 받기 시작하였고, 그 의심의 핵심에는 이런 것이 있었다. 

 

“어떻게 사인(私人)인 가족과 정신과 의사가 환자에 대해 공권력과 유사한 강제적 호송, 감금, 격리, 강제치료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법원이나 준사법기관에 의한 입원심사와 결정, 환자에 대한 심문 없이 하는 강제입원이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가능한가?”  

 

2016년 정신보건법의 재탄생 - 정신건강복지법

 

지난 20여 년간 시행되어 온 정신보건법의 성과와 한계는 앞서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1995년 제정 정신보건법은 환자에 대한 치료를 전문성 있는 의료기관에서 큰 경제적 부담 없이 받게 해 달라는 당시의 가족의 요구를 실현하였다. 정신의료기관과 병상 수는 늘었고, 미인가 기도원 등이 가족으로부터 돈을 받고서 환자를 인수하여 관리하는 일은 사실상 사라졌다. 그러나 가족과 국가는 정신보건법을 통하여 환자들을 격리하고, 수용하는 데에만 치중하였다. 입원절차에서의 환자의 권리가 사라지고, 수용 이후의 열악한 환경과 강제적 조치들은 그 공간을 사람을 치료하는 공간이 아닌 비인격화된 사물들의 공간으로 전환시켰다.

 

2016년 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그 이름에서부터 기존의 정신보건법을 답습하지 않고, 지워버렸다. 법의 목적에서도 정신질환자의 ‘재활’ 외에 ‘복지’와 ‘권리보장’을 선언하고 있으며, 그 기본이념에서도 정신보건법에 없는 자기결정권과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 필요한 도움을 받을 권리를 명문으로 명시하였다. 실제 정신건강복지법 제정과정에서도 장애인단체와 당사자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법안의 입안과정에 의견을 개진하며 최종입법에 일부 내용을 반영시켰다. 

 

정신질환자의 개념정의에 있어서도 의료적 진단의 범주가 아닌 증상과 장애를 위주로 구성하여 정신보건법과 같은 의료적 접근이 아닌 기능적‧사회적 접근을 하였다. 이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질환이라는 개념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그 실질적 내용에서는 정신적 장애(mental disability)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장애인복지법에서 말하는 ‘장애’ 개념에 가까워졌다. 이 또한 하나의 전환을 의미한다. 치료의 대상이 아닌 특별한 정체성을 가진 인격, 즉 법적 주체가 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정신보건법 20년의 역사는 정신질환자를 미성년 취급하였다. 법적 주체가 아닌 보호와 절차의 객체로서만 다루었다. 물어보지 않고, 선택지를 주지 않으며,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들고서는 그것(강제입원)이 사회와 가족과 본인을 위해 좋은 일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정신보건법도 스무 살 성년이 된 이상 정신질환자를 성년으로 취급하여야 한다. 성년자는 부모의 친권으로부터 자유로와지며, 보호의 대상도 아니고, 절차에서도 법적으로 주체가 된다.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재탄생한 정신보건법은 과거를 그리워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것을 돌이킬 수 없듯이.  

 

1) 보건복지부 등, 2015 국가 정신건강현황 예비조사결과보고서, 2016, 131면 표 26 참조.
2) 법무연수원, 2015 범죄백서, 2016, 364면 표 Ⅲ-1 참조.
3) 경향신문 1959. 4. 9.자 기사 제목 : “정신병자를 보호, 보건일 맞아 입법조처를 추진”.
4)  보건복지부 등, 2000 지역정신보건사업기술지원단 사업보고서, 2001, 66면 표 2-1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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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근전문위원에 검찰 출신 인사 임명,
수탁자책임 전문위 운영규정 무리한 개정으로 자본·경영계 편향되게 위원 구성, 정당한 이의 제기하는 노동계 기금위원 해촉 등
윤석열 정부는 기금개악을 멈추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윤석열 정부는 검찰 출신을 상근전문위원에 임명하는 것도 모자라 수탁자책임 전문위 운영규정 개정안을 기금위에 기습 상정, 이례적 표결 강행하여 인적구성을 경영계와 자본 편향으로 구성하였다. 게다가 기금위에서 이견을 제기한 노동계 기금위원을 해촉하겠다고 밝혔다. 연금행동은 윤석열 정부의 기금개악 중단을 요구하며, 이 모든 파행에 대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지시하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미 기금수익률 제고에 그다지 노력하고 있지 않고 있어 이러한 지시가 과연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의문이 든다. 최근 나타난 연기금의 저조한 수익률은 위험자산 비중 확대와 국내외 높은 자산변동성 등 최근 자산시장 흐름의 영향도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전보다 기금운용위원회 및 산하 전문위원회를 매우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상근전문위원에 노동계 추천 위원은 차일피일 선임을 미루면서 경영계가 추천한 검찰 출신 인사는 재빨리 임명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면서 기금운용 전반에 대한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물산 합병사태를 돌아보자. 기금이 정권과 자본에 농락당했던 이 사건은 외부 추천인사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의 인적구성으로는 국정농단 세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결권 행사가 도출되지 않자, 자본과 정권의 영향을 받는 인물로 구성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로 의사결정구조를 우회하면서 발생하였다. 정당하지 않은 절차와 과정을 통해 국정농단세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결권 행사를 결정한 사건이다. 이를 비추어 볼 때 국민연금기금은 절차적 정당성과 독립적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가입자 대표로 구성해야 그나마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최소한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전문위원회와 달리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가입자 추천으로 위원을 구성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차 기금위(3.7.)에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하여 표결을 강행하였다. 운영규정 개정안의 세부 내용을 기금위원에게 미리 전달하지 않고, 하루 전에야 형식적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으며, 복지부는 기금위가 개최되기 2주가량 이전(2.23.)에 벌써 전문가단체라고 하는 7곳(자본시장연구원, 한국증권학회, 금융투자협회, 한국연금학회, 한국ESG학회, 한국ESG기준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전문가 추천을 요청하는 등 진작부터 경영계와 자본편향적인 규정 개정을 밀실에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그동안 여기에 몰두하여 복지부는 주총시기가 되었음에도 기금위 및 수책위를 오랫동안 열지 않다가 기금위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수책위를 열었으며, 규정개정 이후 자본시장연구원,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추천한 인사로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을 구성하였다. 일부 기업의 사안에 대하여는 시효가 만료된 건도 있을 수 있어 수책위를 지각개최한 복지부의 업무태만은 사안에 따라 징계가 필요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일련의 행동을 돌아보면 기금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진 시기에 단 한번도 기금위를 개최하지 않아왔던 것도 모자라 3개월 만에 열린 기금위에 논란이 될만한 안건을 기습적으로 상정, 표결을 강행하였으며, 노동계 추천 위원의 임명 지연 및 거부, 수책위 지각 개최 등 본연의 업무에 태만하고 비정상적 파행을 이끌었다. 보건복지부 장관 및 실무를 담당하는 기금위 간사 복지부 관료는 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으며 적반하장으로 뻔뻔한 해명자료만 내놓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기금위에서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노동계 기금위원을 해촉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기금개악은 현재진행형이다. 소극적인 기금위 운영, 수탁자책임활동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검찰 출신의 상근전문위원 임명, 기금위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 운영규정 기습 상정 및 이례적 표결 강행, 경영계와 자본편향적 수책위원 구성 및 수책위 지각개최,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노동계 기금위원 해촉 등 일련의 비정상적 파행의 근본 원인은 윤석열 정권의 무리한 지시와 보건복지부의 비정상적 운영에 있다. 연금행동은 윤석열 정권의 기금개악을 규탄한다. 또한 비정상적 파행을 자행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관련 책임자에 대한 징계와 이 모든 사안에 무한책임을 가지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다.

2023년 3월 16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www.pensionforall.kr)

별첨1. 최근 3년간 기금운용관련 위원회 회의개최 현황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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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3/03/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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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과감한 재정투자-건전재정’이라는 이룰 수 없는 목표 제시
무분별한 시장화·사회복지 정책 축소로 민생 고통 초래 우려 커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 대한 입장

윤석열 정부는 오늘(3/28)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이하 “예산안 편성지침”)을 의결·확정했다. 이는 내년 예산안 편성 절차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윤 정부의 대규모 재벌부자감세 조치로 인해 세입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윤 정부는 ‘경제활력 제고’, ‘경제체질 개선·구조혁신’, ‘취약계층·사회적약자 보호’ 등은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엄격한 재정총량 관리로 내년에도 일관되게 건전재정 기조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세-과감한 재정투자-건전재정” 기조가 함께 달성할 수 없는 상충적인 목표들임을 고려하면, 내년 예산 편성의 핵심은 ‘엄격한 재정총량 관리’이다. 이는 사회복지 분야 정책의 축소로 이어져 복합 위기 속 더 가파른 ‘복지 절벽’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정부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에 도리어 허리띠 졸라매겠다는 예산안 편성지침에 반대하며 사회안전망 강화와 약자에 초점 맞춘 예산 확대를 위해 적극적 재정 지출 기조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윤 정부는 2024년 재정 여건에 대해 올해보다 세입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나 경기여건 개선이 세수에 미치는 시차,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 하방리스크가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윤 정부의 법인세와 자산과세 감세 등으로 인해 경기와 상관없이 세원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세수입은 절대적 규모보다 GDP대비 규모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목금액으로 세수가 증가한다고 해도 세입여건의 개선이라 하기 어렵다. 더욱이 최근(3/22)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는 등 국회 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음을 고려하면, 기업 투자 증가가 세수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는 결국 기존 지출 사업들의 축소, 소위 ‘지출효율화’의 강력한 추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출효율화는 그 자체로 바람직한 것이어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예산지출과 관련된 도덕적 해이는 경제, 국방 등의 분야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고 규모도 크다는 점에서 이들이 주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 불필요한 낭비예산은 그대로 둔 채 정작 필요한 예산들이 삭감되는 문제가 계속되어 왔음을 고려하면, 지출효율화가 필요재원 마련이 아니라 지출구조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출효율화를 잘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그렇게 해서 필요한 재원을 모두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근본적으로 지출 구조조정은 모든 정부가 매년 해오고 있다. 윤 정부가 국정과제와 경직성 지출외의 재량지출 10%이상 감축해 재원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공허한 약속에 불과하다. 도리어 지출효율화를 내세워 공기업 사업 및 재산 매각 등을 추진할 우려가 크다.

윤 정부는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통해 체질을 개선해서 경제가 활성화되면 세입이 늘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구조개혁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공부문 필수인력의 인건비 증가 억제’, ‘지역대학 구조조정을 통한 예산 절감’ 등 공공성 약화와 지방시대에 역행하는 내용이다. 또한 ‘재정 외 민간 자본·금융기법 등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사업을 적극 발굴하여, 재정지원의 효과성 제고’하겠다고 하는데, 이 또한 공공의 역할을 무분별하게 민간에 넘기고 시장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공공성 강화와 정부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에 정확하게 역행한다. 공공부문 경직성 경비 억제를 이유로 인력 증원이 필요한 경우에도 기존인력 재배치를 통해 인건비 증가 소요를 최대한 흡수하겠다는데, 안전 등 필수 인력의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윤 정부가 모든 부분에 적극적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적극적 지출효율화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복지 분야가 지출효율화 1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국민들 눈에 잘 보이는 복지는 놔두고 안보이는 복지, 즉 취약계층 복지부터 축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나라의 2019년 공공 사회복지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2.3%이며, OECD 평균(20.1%)의 61.2% 수준이다. OECD국가 최하위 수준으로 우리보다 더 낮은 국가는 칠레(11.7%), 멕시코(7.4%)뿐이다. 이처럼 사회복지지출 수준이 척박하고, 경기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지출효율에서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는 결국 복지 축소와 민생 고통을 초래할 뿐이다. 지금은 복지 확대와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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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23/03/2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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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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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간사

백설기? 백명의 서울시장 선거 공약돋보기!

지난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12·3 내란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을 치른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정치참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의지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진영화가 심화된 선거 국면에서 시민들의 요구와 목소리가 주목받기보다는 정당과 인물 중심으로 선거가 진행되고, 결국 유권자들이 공약과 선거에 무관심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이런 경우 각 후보들이 시민사회의 정책 제안에도 응답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진다.

서울의 후퇴한 공공정책을 강화하고, 불평등과 민생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모인 노동, 중소상인, 의료, 돌봄, 주거,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방선거 공동대응을 위해 공공서울만들기 지방선거 네트워크(이하 공공서울넷)를 출범하는 한편, 100명의 시민공약평가단 – ‘백설기(백명의 서울시장 선거 공약돋보기)’을 모집해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을 직접 평가해 보는 활동을 마련했다. 시민들의 정치참여 의지를 발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시민들의 투표참여와 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유권자의 요구와 비판이 선거 진행 과정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공약평가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의지는 꽤나 높았다. 우선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진행된 사전준비모임에는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2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서울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들은 실생활에서 느낀 불편을 공유하면서 공감을 나누고, 구체적이면서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본평가에서도 약 일주일간 100명의 평가단 중 절반이 넘는 60명이 응답을 하면서 상당히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평가단은 노동 · 중소상인 · 의료 · 복지 · 주거 · 교통 등 6개 분야의 사회경제 정책공약에 대해 각각 구체성 · 현실성 · 타당성의 측면에서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기고 한 줄 평을 남겼다. 평가단은 많게는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들이면서 각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비교·분석하고 평가할 만큼 정책공약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높은 관심만큼 시민들의 평가는 날카로웠다. 아래는 평가단이 작성한 한 줄 평들의 일부이다.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모델은 초기 성공했으나 현재 지역 건물 가격 폭등 등으로 인해 실패한 정책으로 보여짐. 이러한 정책을 서울시 전역에 공약으로 제안한다는 점이 다소 아이러니함”
–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중소상인 공약에 대해

“청년안심주택도 전세사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전세사기 위험 제로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
–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주거부동산 공약에 대해

“무인 모빌리티 규제 제로존 등 지방 소도시 용 공약이 서울시 공약으로 맞는 건지 의문스럽고, 고령운전자 면허 차등제는 서울 단독 불가한 사항으로 현실성이 가장 떨어진다.”
– 개혁신당 김정철 후보의 교통 공약에 대해

“전반적인 방향성은 동의하나 서울시 수준에서 추진 가능한지 모호”
– 정의당 권영국 후보의 노동 공약에 대해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에서 전체적으로 반복된 의견은 ‘기존 정책과 다른 점이 없다’, ‘다른 후보와 차별점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특히 거대 양당 후보 공약에 더욱 그런 의견이 많이 제시되었다. 선거캠프들은 시민사회의 정책질의에도 침묵했다. 공공서울넷은 5월 13일 각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공공서울넷의 요구안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으나, 오직 권영국 후보만이 답변을 보내왔다. 선거캠프들의 소극적 태도와 정당과 인물 중심의 선거로 인해 새로운 사회를 향한 비전과 차별성 있는 정책은 보이지 않고 진영만 남은 선거가 치러졌다.

정책 없는 선거를 만드는 데에는 누구보다 정당의 책임이 크다. 언젠가부터 투표일이 임박했을 때 공약을 발표하는 것이 선거문화가 되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정원오 후보는 선거를 불과 6일 앞둔 5월 28일 주거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자 경선을 비롯해 공약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었고, 선거 공보물이 이미 유권자에게 배포된 후였다. 심지어 사전투표 하루 전인 시점에 새로운 공약을 발표한 것을 유권자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공약 발표를 미루면서 결과적으로 정책 없는 선거를 조장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또 다른 측면에서 중대한 참정권 침해다.

공약 평가 공개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시민공약평가단 활동 과정에서 나타난 또 한 가지 큰 문제점은 시민들이 공들여 평가하고 분석한 결과를 현행법상 그대로 밝힐 수 없다는 점이었다. 시민들이 공약에 매긴 점수는 분야별로, 평가기준별로 모두 평균점수와 순위가 정리되었으나, 공직선거법 제108조의3 제2항 제2호에서 후보자별 점수부여나 순위·등급을 정하는 방법으로 서열화하는 정책·공약 비교평가 결과 공표를 제한하고 있어 공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후보자 간 정책공약에 대한 평가점수를 직접 비교하지 못하고 후보자별로 공약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분야를 제시하거나, 각 분야별 네 후보의 전체적인 공약에 대한 평균 점수를 공개하거나, 각 후보자가 낸 공약들의 강점과 약점을 비교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실제 평균 평가점수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3.31), 정의당 권영국 후보(3.21),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2.52), 개혁신당 김정철 후보(2.25) 순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후보의 공약은 모든 분야에서 평균 이하의 점수를 기록했고, 오 후보가 핵심으로 내세운 주거부동산 공약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이 매긴 공약평가 점수로 보면 사실상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낙제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백설기(백명의 서울시장 선거 공약돋보기) 평가 결과

후보자(정당)노동주거
부동산
돌봄복지보건의료중소상인교통평균
정원오(민)3.333.233.283.163.483.383.31
오세훈(국)2.442.572.712.612.392.382.52
김정철(개)2.272.172.352.262.272.212.25
권영국(정)3.333.333.473.203.122.803.21
평균2.842.832.952.812.822.692.82
* 기호순. 정당명은 (민)=더불어민주당, (국)=국민의힘, (개)=개혁신당, (정)=정의당
* 각 후보의 분야별 점수는 구체성·현실성·타당성 세 기준에 따른 평가점수의 평균임.

정책공약은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정보이며, 이에 대해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비교 및 평가하고 이를 다른 유권자들도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후보자 선호에 대한 여론조사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후보자에 점수·등급을 매기거나 후보자끼리 비교하여 줄 세우는 방식의 정책공약 비교평가를 금지하는 것은 유권자 시민들의 알 권리와 투표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직선거법의 기계적 공정성은 정책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정책은 사라지고 정당과 인물 중심으로 치러지는 선거문화가 강화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선거제도는 진영갈등과 정치혐오를 낳을 뿐이다. 시민들의 의식은 이미 제도를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권자의 목소리가 제도권 안에서 건강하게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시민들의 높아진 정치참여 요구와 의지를 수용할 수 있는 선거제도와 문화가 무엇일지 고민이 필요하다.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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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6/06/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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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당내 강성 지지층을 향한 충성 경쟁이 되어버린 공천

안용흔(대구가톨릭대 교수)

정치학을 공부하던 대학원생 시절, 체벨리스(G. Tsebelis)의 중첩게임(Nested Games)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영국 노동당의 사례였다.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선거제도 아래에서, 온건한 중도층의 지지를 넓힐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이념적으로 더 강경한 후보를 밀어붙이다가 결국 선거에서 패배하는 장면은 겉으로 보기에 매우 비합리적으로 보였다. 민주주의가 오래 축적된 영국에서도 정당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고, 이제 막 민주화의 경로에 들어선 한국 정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3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낯설었던 장면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사례가 아니라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을 설명하는 익숙한 풍경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정당이 늘 승리를 목표로 한다고 해서, 언제나 승리에 가장 유리한 후보를 뽑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거대 양대 정당 모두에서 당원 중심 경선이 강화될수록 공천은 넓은 민심보다 결집된 진영의 선호를 더 강하게 반영하게 된다. 일반 유권자는 대체로 온건하고 실용적인 선택을 선호하지만, 경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당원층은 상대적으로 더 확고한 이념적 성향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당원 주권은 민주적 참여의 확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한 진영 논리를 가진 후보가 유리해지는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후보가 강경하냐 온건하냐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이념적으로 강경한 성향의 당원들은 이제 후보의 세부 정책이 자신들의 입장에 얼마나 가까운가를 따지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선택의 기준은 점점 “우리 진영의 사람인가, 아닌가”로 이동한다. 자신들의 진영에 속한 인물이면 옳고, 그렇지 않으면 틀리다는 식의 진영 논리가 자리 잡으면서, 후보의 실질적 역량이나 선거 확장성보다 소속과 충성도가 더 중요해진다. 이 과정에서 진영 내부 인물에 대한 비판은 쉽게 배신으로 읽히고, 외부 인물에 대한 비판은 정당한 평가가 아니라 적대적 공격으로 간주된다. 그러면 정치적 판단은 정책과 성과의 영역에서 점점 멀어지고, 진영을 지키는 감정적 동원으로 대체된다.

최근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이런 흐름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쪽 거대정당에서는 강한 검찰개혁 노선을 내세운 인물들이 경선의 중심에 섰고, 다른 쪽 거대정당에서는 강성 보수층을 겨냥한 구애 경쟁이 공천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표면적으로는 각각 혁신과 경쟁력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도층의 확장성보다 진영 내부의 충성도를 더 중시하는 선택이 반복된 셈이다. 이처럼 공천이 열성 지지층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기울수록, 온건한 후보는 본선에서 더 넓은 유권자를 설득할 가능성이 있어도 경선에서 밀려나기 쉽고, 강경한 후보는 본선 리스크가 분명해도 당내에서는 오히려 더 안전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체벨리스가 보여준 것도 바로 이런 장면이 겉보기와 달리 단순한 광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분석에서 노동당 지역활동가들은 단순히 자기 이념을 즉각 관철하려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는 의석을 잃더라도 온건한 후보를 배제함으로써 미래의 후보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당의 노선을 조정하려 한다. 즉, 지금 한 번의 손해가 커 보여도, 반복되는 경쟁 속에서는 “너무 온건하면 공천을 못 받는다”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일 수 있다. 이 논리의 핵심은 자멸처럼 보이는 선택이 실제로는 미래의 후보 선택 구조를 바꾸는 신호라는 데 있다.

이처럼 공천이 단지 후보를 고르는 절차가 아니라 정당의 미래를 미리 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 현상은 특히 우려스럽다. 강경한 후보가 반복해서 선택되면, 그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도 또다시 비슷한 성향의 후보를 선호하게 된다. 온건한 후보는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도 있고, 상대 진영과도 협상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당내 경선에서는 이런 장점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 너무 유연해 보인다는 이유로, 너무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열성 당원들의 감정을 충분히 자극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탈락하기 쉽다. 결국 공천은 국민에게 확장되는 경쟁이 아니라, 당내 강성 지지층을 향한 충성 경쟁이 되어버린다.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 정당은 국민 전체를 향해 열려 있는 조직이 아니라, 자기 진영 내부만 바라보는 조직으로 굳어지고 만다.

정당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선거 승리의 조건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공천이라면, 그것은 승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오늘의 한국 정당정치는 더 이상 오래전 출간된 한 책에서 언급된 영국의 사례를 남의 나라 일처럼 읽을 수 없다. 한때는 먼 나라 이야기 같았던 자멸적 공천이, 이제는 한국 정치의 익숙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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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6/06/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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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9/11/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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