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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반출, 21세기식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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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반출, 21세기식 접근이 필요하다

익명 (미확인) | 화, 2016/08/16- 15:31

구글 지도 반출, 21세기식 접근이 필요하다

글 | 허광준(오픈넷 정책실장)

 

이 글은 총 두 편입니다. 1편은 지도 반출 문제, 2편은 지도의 보안 처리 문제를 다룹니다. (필자)

  1. → 구글 지도 반출, 21세기식 접근이 필요하다
  2. 보안 처리: 구시대적 지도 검열

 

지난 6월 초 구글이 한국 지도 반출을 재신청하면서 비롯된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정부나 구글, 국내 업체 등 이해 당사자들이 내놓는 주장이 뒤섞이며 사실관계조차 헷갈리고, 정보통신 서비스 영역을 넘어 안보나 국가 자존심까지 입길에 오르고 있다.

7월에 세계를 급속히 달군 포켓몬 고 열풍도 이러한 논란에 부채질했다. 한국이 게임 서비스 지역에서 제외된 것이 구글 지도로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좀 더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이 문제에는 몇 가지 이슈가 꼬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꼬인 데에는 이유가 있지만, 여하튼 이런 가닥을 차근차근 분리하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원칙들을 적용한다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다음에 실릴 글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한국 지도 정보의 국외 반출 문제, 그리고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차례로 짚어 본다.

 

한국에서 지도 쓰기를 포기하는 외국인들

Danielle Conway지난 5월 19일, 오픈넷이 주최한 포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혁신 조약’에서 발제를 할 사람은 미국 메인 대학교 법학교수인 다니엘 콘웨이(Danielle Conway, 사진) 박사였다. 그녀는 아주 오래전에 한국을 한 번 다녀간 적이 있을 뿐이다. 당연히 서울 지리에 깜깜하다.

숙소인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포럼이 열리는 선릉역 부근 행사장까지 오는 길을 알려주어야 했다.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 올지 몰라서, 일단 지도부터 보냈다. 한국인이 흔히 쓰는 네이버나 다음 지도는 그녀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영어로 표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글 지도로 이미지를 떠서 이메일로 보냈다.

콘웨이 박사는 택시를 타고 왔다. 목적지를 못 찾아서 선릉역 부근을 뱅뱅 돌던 기사가 결국 내게 전화를 했다. 행사는 이미 시작되었고, 발제자가 40분도 더 늦는 바람에 토론자가 먼저 마이크를 잡는 일이 벌어졌다. 택시요금은 정상보다 세 배 가량 더 나왔다. 콘웨이 박사는 이렇게 요금이 비정상적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구글 지도에는 택시를 이용한 경로 서비스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도 서비스에 관한 한, 외국인에게 한국은 남미 원시림이나 다름없다. 8월부터 오픈넷에서 인턴쉽을 하는 미국 대학생 댄 베이티코는 서울에서 지도 쓰기를 아예 포기했다. 그가 한국을 오기 전에 거쳐왔던 대만, 네팔, 베트남에서는 겪지 않았던 일이었다.

물론 이것은 두 가지 이유로 그렇다. 국내 업체의 지도는 영어 서비스를 하지 않고, 다양한 언어 지원을 해서 국제 표준이 되다시피 한 구글 지도는 국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일부 외국인이 한국에서 길을 찾는 문제라면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국인이야 헤매든 말든 우리는 우리식대로 살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초 지도 서비스를 근간으로 한 각종 부가 서비스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같은 태반에서 태어날 다양한 미래의 서비스들도 근본적으로 잉태될 수 없다는 점은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에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 안보 위협하는 지도 반출 안 된다?

구글이 지도 반출을 신청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자사 서비스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 그리고 구글의 주장에 따르면 이를 기반으로 하여 개별 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꽃피우도록 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 지도 정보를 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단순하면서도 다분히 의도된 오해 때문이다. 즉 구글의 지도 반출에 반대하는 측이 이 문제를 국가 안보 이슈로 틀 지어버린 것이다. 이들은 ‘구글이 한국의 안보 특수성을 무시하고 보안시설이 다 드러난 지도를 국외로 가져가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정리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 구글은 현재 한국 지도를 극히 제한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2. 이 지도는 SK플래닛(모회사는 SK텔레콤)이 소유한 것이며, 구글은 비용을 지불하고 이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3. 즉, 구글은 자체로 한국 지도를 돌리는 게 아니라 SK플래닛에서 돌아가는 지도를 보여주기만 한다.
  4. SK플래닛 지도는 다음 지도나 네이버 지도와 마찬가지로 정부 규정에 따라 보안 처리된 지도다.
  5. 구글이 지도를 반출하겠다는 의미는, 이 SK플래닛 지도 데이터를 해외의 서버에서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이다.

따라서, 구글이 보안 처리되지 않고 속속들이 다 보이는 지도 데이터를 외국으로 가져가려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가져가려는 지도는 네이버나 다음의 지도와 마찬가지로 보안 처리된 데이터다. 보안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당장에라도 반출을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법을 위반하는 일도 아니다. 한국 법은 지도 정보 반출을 금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할 길을 열어두고 있다. 그 결정을 위해 정부 부처 간 협의체(‘공간정보 국외반출 협의체’)까지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협의체가 반출 허용 결정을 내리기만 하면 된다. 물론 필요성이 없다면 불허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지도 반출로 얻거나 잃을 이익을 따져 내릴 정책적 판단이다.

안보를 걸고넘어지는 주장은 모두 이러한 사실을 모르거나 아니면 일부러 무시한다고 보면 된다. 안보 때문에 안 된다고 주장하는 측은 예컨대 다음과 같은 기사에서 동력을 얻는다.

“정부는 지도데이터에서 중요 안보시설을 삭제할 것을 반출조건으로 내걸고 있고 구글은 이에 강력히 반대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국토부 “지도반출 불허해 포켓몬 고 불가능한 것 아니다” (2016. 7. 14) 중에서

이런 서술은, 구글이 안보시설이 속속들이 표시된 지도를 가져가려고 한다는 오해를 조장한다.

 

위성사진에서 뺨 맞고 지도에 화풀이

오해든 착각이든, 안보 문제가 있으므로 지도 반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할 정부가 그런 여론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반출 대상이 되는 지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위성사진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알듯 구글의 위성사진은 한국 정부가 가리고 싶어 하는 시설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정부에서 볼 때, 외국 기업이라 손을 쓸 수 없어 하릴없이 두고 보기는 하지만 눈엣가시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반출 대상 지도 데이터와 직접 관련이 없는 구글의 위성사진과 관련한 사실관계도 정리해 보자.

  1. 구글 지도에 나오는 한국의 위성사진은 .co.kr 버전과 .com 버전이 있다.
  2. 한국 주소인 .co.kr로 보이는 위성 이미지는 해상도가 낮아 희미하게 보인다.
  3. 이것은 구글이 한국 법규를 따르려고 일부러 해상도를 떨어뜨린 결과다.
  4. 한편 한국법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 주소인 .com으로는 선명한 이미지가 보인다.

한국 웹주소와 해외 웹주소를 다르게 하여, 해외 주소로 접속하면 다 볼 수 있게 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보자면, 한국에서는 법이 그렇게 강제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그렇게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의 차이다.

어쨌든 구글 국내 위성사진에는 흐릿하게 나오는 주요 시설물들이 .com 사진에는 선명하게 다 보인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정부의 숙원 사업이다. (이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은 밑에서 다시 자세히 쓴다.) 따라서 구글이 지도 반출을 신청하고 이에 대해 여론이 안보를 이유로 부정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정부에게 반가운 상황이다. (반출 대상 지도가 아닌) 위성사진을 손보도록 요구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말까지 응답을 내놔야 하는 정부가 가장 선호할 만한 해결 방식은, 구글에 기왕의 SK플래닛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는 대신, 그 조건으로 구글 위성사진(.com)을 국내 업체의 사진처럼 보안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이미 쓰고 있는 지도 반출을 허용해 주면서 숙원 사업이던 위성사진 물칠을 성사시킬 수 있는 빅딜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구글에게 이례적으로 서버를 자국 안에 들여오도록 강제함으로써 국제 사회에 권위주의 국가의 인상을 또 하나 더하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 되는 방안이기도 하다.

문제는 구글이 이런 제안을 받을 것이냐이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구글코리아는 그 이유로 세 가지를 든다. 첫째, 한국의 지형을 그대로 다 보여주는 외국 위성사진이 널린 마당에 구글만 지우라고 하는 것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요구다. 둘째,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외국 기업의 서비스에 검열을 가하는 것이다. 셋째, 구글은 위성사진에 스스로 보안 처리한 적이 없다.

참고로, 위키피디아에는 세계 위성사진에서 희미하게 처리된 지역을 표시한 목록이 있다. 여기에는 구글이나 빙(MS의 검색엔진) 위성사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을 클릭해 실제로 가 보면 정상적으로 보이는 곳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구글은 지도 상태 때문에 희미하게 보이지 않은 경우일 뿐이며, 해당 지역을 보여주는 더 좋은 지도가 입수되면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첫 번째 이유가 시사적이다. 정부는 구글의 위성사진을 보안 처리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을 다 보여주는 위성사진은 구글 말고도 널려 있다. 어찌어찌 하여 구글 사진을 물칠하도록 하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악의 없는 이용자의 시각만 가로막을 뿐, 실제로 악의를 가진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아래 사진들은 네이버, 다음 같은 한국 지도 서비스들과, 접속하는 데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 외국 지도 서비스들의 위성사진을 통해 본 경복궁과 청와대 모습이다.

 

이뿐만 아니다. 온라인으로 무료 서비스되는 이들 위성사진 말고도, 사진을 상업적으로 파는 많은 위성사진 업체가 있다. Esri.com, digitalglobe.com 등이 그중 일부다. 이 업체들은 누구든 돈만 내면 무료 위성사진보다 훨씬 더 높은 해상도의 사진을 제공한다.

국제적으로 이용되는 이들 지도 서비스를 열면, 한국인만 못 보고 있는 장면들이 크고 아름답게 나타난다. 구글의 위성사진을 지우려 하는 정부 노력은, 이 모든 지도들도 막아낼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

결국, 정부는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하여 안보의 깃발을 높이 들고 애국적 싸움에 나선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안보 실익이 전혀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지도 반출 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것은 덤이다.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라?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지도 반출 논란에 대한 한 가지 처방은 구글이 서버를 한국에 설치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얼핏 해결책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구글이 SK플래닛 지도 데이터를 한국에 있는 서버에서만 돌린다면 반출 논란은 당연히 필요 없게 된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구글은 전 세계 지도 데이터를 현재 15개 국가에 산재하는 데이터 센터에 분산 배치하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떤 한 나라의 데이터를 돌리기 위해 그 나라에 서버를 설치한 일은 한 번도 없다. 이렇게 지역에 데이터를 묶어버리면 안정성 유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억지다. 국내의 시각만 가진 정부나 업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취월장하여 언젠가 국경을 넘어 세계로 진출해야 할 국내 기업이 겪어야 할 일일 수도 있다.

게다가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라는 것은 정보의 국경 없는 자유로운 흐름이라는 인터넷의 대원칙에도 어긋난다. 데이터를 수집된 국가 안에 묶어두려는 이른바 데이터 국지화의 경제적 문제점을 새삼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두기를 꺼리는 또 하나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2011~12년에 구글은 아시아 지역 세 곳에 대형 서버를 구축하기로 하고 지역을 물색했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의 거대한 서버 시설을 유치하는 데서 올 경제 효과를 염두에 두고 한국도 열심히 유치 운동을 했다. 그러나 구글 서버는 대만, 싱가포르, 홍콩으로 갔다.

한국이 제외된 데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2011년 5월 한국 경찰은 모바일 광고의 위치정보 수집 사건을 수사하면서 구글코리아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압수수색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사 당국이 영장 없이도 이동통신사를 찔러서 이용자 정보를 마음껏 캐내 가는 나라가 한국이다. 구글 서버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뒤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나라에 서버를 두고 싶어 하는 인터넷 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세금 받고 싶으면 법규부터 고쳐라

여기서 지도 반출 이슈와 상관없는 또 하나의 애국 프레임이 등장한다. 구글이 한국에 세금을 내지 않고 부도덕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지만, 그 어조는 사악하고 패륜적인 반국가단체를 나무라는 양상이다.

이런 주장은 구글이 한국에서 돈 한 푼 내지 않고 사업을 하는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구글코리아는 물론 세금을 낸다. 구글이 한국에서 창출한 수익 전체에 대해 적절한 세금을 내고 있는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구글은 현재 한국법과 국제 규정이 정하고 허용한 바에 따라 기업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가 있다면 구글이 아니라 법규다. 구글이 창출하는 이윤에 대해 세금을 제대로 물리고 싶다면, 그렇게 하도록 법을 제·개정하고 규정을 정비하면 된다. 세법을 개정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고, 이미 그렇게 하는 나라들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그런 방안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일은 하지 않으면서 기업을 나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해결책도 될 수 없다.

구글이 세계적 강자이기는 하지만, 구글 지도 서비스가 한국에 개시된다고 해서 한국인이 바로 구글 대마왕에 종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구글이 한국어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지 15년 이상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네이버가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구글을 쓰는 사람이 늘어간다면, 이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구글의 서비스에 만족하는 사람이 는다는 뜻일 뿐이다. 다른 기업 역시 그런 만족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일 것이다.

정부는 곧 구글의 지도 반출 신청에 대한 응답을 내놓아야 한다. 지도 반출과 직접 관련이 없는 안보나 준탈세 프레임에 휩쓸리기보다, 지도 데이터 개방이 이용자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실제로 어떤 효용이나 불이익을 가져올까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좀 더 생산적인 접근일 것이다.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온라인 기업들의 규모가 막대하게 커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며 새로운 형태의 사업 모델을 구축하여 실물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가 기업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방식을 새로이 검토해야 할 필요를 제기한다. 안보 필요에서부터 납세의 의무까지, 명분과 구호만으로 성취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많지 않다.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기반으로 형성된 온라인 세상을 살기 위한 21세기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할 때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 동시 게재하였습니다.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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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8/05/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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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 독점 20년, 공인인증제도가 곧 폐지된다

글 |  박지환 변호사 (오픈넷 회원)

 

정부의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혁신적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정부는 지난 2018. 9. 14. 전자서명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인인증서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천명하고 당선된 후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도개선 해커톤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개정안이 도출된 것이다. 개정안의 제안이유에서도 명시되어 있듯 공인인증서는 도입 초기에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 국가정보화에 기여했으나, 시장독점, 기술 및 서비스 혁신 저해, 선택권 제한 등의 심각한 문제점도 발생했다. 이에 개정안은 공인인증서 등 관련 제도(이하 ”공인인증제도”)를 폐지하여 민간의 다양한 전자서명수단들이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되, “전자서명인증업무 평가, 인정제도”를 통해 정부는 제한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도록 하고 이용자 보호을 위한 분쟁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자서명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는 기본법의 성격을 띤다.

오픈넷은 2013년 개소 이후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하는 전자금융거래법령 개정 운동을 시작으로 최근 전자서명법 전면 개정을 위한 4차산업혁명위원회 해커톤에 참석하는 등 공인인증제도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번 정부의 전자서명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지금까지 공인인증제도 폐지를 위해 해왔던 활동을 회고해본다.

 

전자금융거래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부터 공인인증서 폐지 법안 발의까지

(1) 2014년 1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웹트러스트 인증 – 소송의 힘

오픈넷은 공인인증서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보안 수준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진행했다. 담당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공인인증제도와 관련해 웹트러스트(Web Trust)와 유사한 형태의 보안감사를 해왔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운영 실태에 대해서는 명확히 공개된 바가 없었다. 이에 오픈넷은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관련 사실관계를 비공개처분한 당국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

치열한 법정 공방 중이었던 2014년 1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제로 웹트러스트 인증을 받기에 이른다. 오픈넷은 공익소송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소를 취하하면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웹트러스트 인증을 환영했다. 다만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구 미래창조과학부)는 해당 공익소송의 성격 등 여러 사정들을 고민하지 않고 소 취하에 따른 패소비용을 청구하여 무려 150여만원을 국고로 환수해갔다. 정부가 좋은 IT 정책을 만드는 데 사용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 2014년 9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로 혁신적 서비스 등장의 서막

오픈넷은 이종걸 의원실과 함께 사실상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해 온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 전력했다. 법안 발의 이후 국회 통과를 위해 정책 세미나, 오픈넷 아카데미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의외로 개정 범위는 크지 않았다. 조문 하나 개정했을 뿐인데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부는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를 강제하지 않고, 기술의 공정한 경쟁이 촉진되도록 노력하는 최소한의 역할을 맡아 이용자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정 전자금융거래법 제21조 제3항 : 금융위원회는 제2항의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 특정 기술 또는 서비스의 사용을 강제하여서는 아니되며, 보안기술과 인증기술의 공정한 경쟁이 촉진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한편 오픈넷은 매년 만우절에 전자금융거래법령 개정의 염원을 담아 아래와 같은 가상의 보도자료를 발송하기도 했다. 만우절 이벤트는 2014년 9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중단됐다.

 

(3) 2017년 4월 국회의원과 정책협약체결 – 공인인증서 문제해결을 위해 이용자들의 의견 대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이후 남은 과제는 공인인증제도와 본인확인제도의 개선이었다. 오픈넷은 대선 국면을 맞이하여 작년 초 ‘공인인증서 문제해결을 위한 이용자모임’(이하 “이용자모임”)의 일원으로 공인인증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와 힘을 합쳤다. 이용자모임에는  (사)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 (사)오픈넷, 로아팩토리, 보맵, 한국NFC, 한국핀테크산업협회, C2SOFT, SOPT 등이 참여했다. 이용자모임은 김관영, 김세연, 김영진, 홍의락 의원과 아래의 내용으로 정책협약을 체결하였으며, 추후 전자서명법 개정과 본인확인 규제 개선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4차산업혁명시대 대비 공인인증서/본인확인 규제 개선을 위한 정책협약서>

  • 정부 주도의 경직된 인증수단 및 본인확인 규제 개선
  •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한 본인확인 관행의 폐지
  • 국제규범에 따른 전자계약 관련 법령 개정
  • 정책협의체 구성


‘공인’ 시대의 종언, 시장경쟁과 민간자율 영역의 확대는 숙제

정부가 제출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그동안 한국 IT 정책을 상징하던 이른바 ‘공인’ 시대의 한 축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다. 오픈넷은 정부 주도의 IT 정책을 ‘새마을 운동’에 비유하기도 하했다. 정부의 자원과 능력이 민간의 그것을 압도하던 시대에는 정부가 IT 기술 정책의 큰 그림을 짜고 시장에 개입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주지하다시피 이와 정반대이다. 이제 정부의 역할은 설계자가 아니라 점증하는 IT 서비스의 이용자 보호에 집중되어야 한다. 이번 전자서명법의 개정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

최근 한 인터넷기업의 카풀 서비스 진출을 두고 택시업계가 극명히 반발하는 것은 정부가 허가하고 관리하는 진입규제 패러다임의 균열을 방증한다.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서명법 개정 역시 작은 균열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나 전통적 규제 산업에 비해 그 가능성과 파괴력은 더 크다 하겠다. 오픈넷의 노력에 이어 이제 시장이 새로운 기술과 혁신으로 답할 차례다. 진입규제에 막혀 혁신적 서비스의 싹을 틔울 수 없다는 스타트업 업체들의 불만도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서명법 개정 과정에서 그 해답의 단초를 찾았으면 한다. 공인인증제도 개선을 위해 반복하여 사용했던 홍보 문구를 인용하면서 글을 줄인다.

“좋은 기술은 강제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목, 2018/10/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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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조롱하는 문재인 정부의 인권정책기본계획

남희섭(법학박사, 오픈넷 이사)

 

법무부가 4월 20일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초안에는 인권과 거리가 먼 것들이 많다. 정부 부처들이 그 동안 인권과 무관하게 해 오던 업무들을 짜깁기 해 인권정책기본계획이란 이름으로 포장만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인권의 기본개념도 없이 그럴싸한 포장만 하다 보니 인권에 반하는 것까지 들어 있다.

“불법복제 단속 및 저작권 보호 강화”가 대표적이다(NAP 초안 179쪽). 이를 위해 새로운 저작권 침해 유형에 대한 기획수사를 벌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해외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강화하며 불법 복제물 단속 및 폐기에 나서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인권정책이란다.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했음을 강조하면서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하고 기본적 인권이 실현되는 국정운영을 도모하겠다는 문제인 정부가 향후 5년간 펼칠 기본적인 인권정책이 이런 거라고?

2000년부터 지재권과 인권에 관한 유엔 인권기구의 활동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좀 더 가깝게는 2014년 유엔 문화권특별보고관이 내놓은 저작권 정책과 인권에 관한 보고서(A/HRC/28/57)만 읽어보았다면, 불법복제 단속이 인권에 왜 반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인권의 틀로 보자면, 저작권 보호를 빌미로 문화예술 및 과학의 진보를 향유할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인권정책의 기본방향이다. 저작권의 보호와 저작물의 이용간의 균형도 빠질 수 없는 인권정책의 뼈대다.

하지만 NAP 초안에는 이런 기본과 뼈대가 빠져 있다. 빠진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인권 침해를 조장한다. 저작권 보호를 명분으로 한 해외 사이트 차단 정책은 2011년 미국에서 SOPA, PIPA란 이름의 법안으로 시도된 적이 있다. 이 법안들은 위키피디아의 블랙아웃이란 초유의 사태를 낳았고, 일반 시민들과 정보인권단체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결국 인터넷의 자유와 개방을 저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인권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검열이란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 의회는 입법시도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런 反인권 정책을 국가인권정책으로, 그것도 인권 기본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도대체 인권에 대한 무지가 어느 수준이기에 이런 걸 인권정책기본계획으로 명시하는 걸까?

 

국제인권기준 조롱하는 수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지재권이 인권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근거는 국제인권조약(사회권 규약 제15조, 세계인권선언 제27조)에서 인정하는 저자의 인격적, 물질적 이익의 보호이다. 만약 법무부의 NAP 초안이 저자의 물질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복제 단속을 인권정책으로 삼을 수 있다는 발상이라면, 이는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수준이다. 국제인권법에서 보장하는 저자의 물질적 이익의 보호는 배타적 성격의 현행 저작권보다 적절한 생활수준에 대한 권리에 더 가깝다는 것이 유엔 인권기구의 공식입장이다. 그리고 현행 저작권 제도에서 인정되는 저작권과 국제인권기준에서 인정되는 저자의 물질적 이익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고 유엔 인권기구는 10년 넘게 경고를 해 왔다. 그 동안 법무부의 제3차 NAP 수립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왔던 국내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유엔 인권기구의 경고를 자세히 소개하고, 국제인권규범에 비추어 국내인권정책기본계획에 포함되어야 할 지재권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의견서를 법무부에 서면을 제출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 단속을 NAP 초안에 포함시키고 국제인권기준들을 무시한 것은 법무부가 인권을 조롱하고, 인권단체들을 희롱하려는 생각이 없다면 할 수 없는 행태다.

이번 NAP 초안에 포함된 나머지 저작권 관련 정책들(저작권 교육, 저작권 전문인력 양성, 생활속 저작권 홍보 등)도 인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이 외에도 지재권과 관련하여 특허청이 인권정책으로 내세운 것(사회적 약자의 지재권 보호 지원)도 마찬가지다. 특허는 인권이 아니라는 유엔 문화권 특별보고관의 2015년 보고서(A/70/279)를 보면, 특허 관련 인권정책으로 무엇을 계획해야 하는지 세부 내용까지 잘 나와 있다. 이 역시 국내인권단체들이 의견서를 통해 법무부에 전달했지만 NAP 초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 동안 특허청은 공공정책은 뒷전이고 특허청의 조직강화를 위해 특허 제도를 악용하는 이른바 ‘특허장사’에 골몰해왔다. 이런 부처의 일방적인 정책을 국가인권정책기본정책으로 그대로 수용한다면, 법무부가 과연 국제인권법에 관한 기초적인 이해는 하고 있는지(NAP는 국제인권법에 규정된 기준을 국내법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가 아닌 국가인권위원회가 NAP를 주도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법무부가 주도하는 NAP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주도하도록 바꿔야 한다. 현재 NAP는 근거 법률도 없이 대통령 훈령(국가인권정책협의회 규정)만 두어 법무부가 주도하도록 만들었다. 이 훈령에서 NAP 수립 권한을 부여한 국가인권정책협의회는 법무부장관이 의장을 맡고 각부 차관이 위원이 된다. 여기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끼지도 못하고 법무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부르면 참석할 수 있을 뿐이다. NAP 사전 연구와 검토를 위한 실무협의회도 법무부 차관을 의장으로, 각 부 실국장을 위원으로 꾸린다. 여기에는 국가인권회가 참석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아예 없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만든 행정조직이다.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을 법무부가 담당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말이다.

헌법이 보장하거나 국제인권조약에서 인정하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한 업무 수행을 위해 특별법을 만들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둔 나라에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엉뚱한 법무부에서 담당하도록 한 대통령 훈령은 없애야 한다. 대신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정하여 인권위 주도의 NAP 수립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각 부처의 업무들을 짜깁기한, 그래서 인권을 대놓고 조롱하는 민망한 수준의 NAP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정부 부처의 인권 침해 파수꾼이자 인권견인차 역할을 국가인권위원회에 하기를 기대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NAP 초안을 보면, 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회를 강조하는 시늉만 할뿐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NAP 수립 과정의 민주화와 인권화를 통해 무너진 인권을 바로 잡고, 시늉뿐인 국가인권위의 위상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때다.

 

* 위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2018.05.25.)

월, 2018/05/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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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컨버전스와 내용규제 모델에 대한 국제회의 참관기 – 공인인증서 문제와 기술중립성 원칙

지난 2015년 7월 24일 태국의 Foundation for Community Educational Media (FCEM) National Broadcasting and Telecommunication Commission (NBTC) 공동주최로 “New Thinking for New Media”이라는 제목의 국제회의가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었고 필자는 패널로 본 회의에 참석하였다.

본 회의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환경에서 규제의 지향점을 모색해보고자 여러 국가들의 규제상황을 비교 분석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한국에서는 필자를 포함하여 미디액트의 김명준 대표, 한국인터넷자율정기구(KISO)의 유정석 실장이 함께 초청되었다.

 

필자는 오전 세션인 “Infrastructure for the Future: How convergent media governance could facilitate innovative economy and democratic society?”에 패널로 참석하여 한국의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엑스 문제 및 기술 중립성이라는 인터넷 규제 원칙에 대해 간략히 발표했다. (발표내용은 첨부파일 참조)

우선 최근 한국에서 윈도우 10 업데이트시 기본 브라우저에서 더 이상 액티브 엑스(Active X)가 지원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를 언급하고, 문제의 원인은 한국의 전자서명법과 전자금융거래법이 기술중립성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전자금융거래법령에서 공인인증서 사용을 정부가 사실상 강제하면서 공인인증서라는 특정 기술만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었고, 공인인증서가 액티브 엑스 (Active X)라는 기술에 의해 구현되면서 한국의 인터넷 이용환경은 지난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유럽 등에서 인터넷 규제의 원칙으로 자리잡은 “기술중립성”을 위반한 것인데, 기술중립성은 인터넷 관련 규제(정책)는 특정 기술이 드러나거나 특정 기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의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인터넷 규제가 특정 기술만 사용되거나 특정 기술에 유리하게 디자인되면 특정 기술 외의 다른 기술들이 시장에 선보이지 못하여 경쟁이 제한되고, 이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여 결국 시장에서의 기술 혁신이 좌절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오픈넷은 특정 기술의 사용을 강제하지 못하는 취지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했고 지난 해 9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올해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함께 소개하였다. 주지하다시피 금융당국은 법 개정의 취지에 맞게 전자금융거래에 공인인증서 사용의무와 관련한 규제를 이미 철폐한 바 있다.

 

플로어에서는 기술중립성 원칙에 비추어 특정 기술에 대한 지원도 제한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특히 저개발국에서 기술 보급을 위한 정부 지원이 다분히 필수적인데 기술중립성과의 조화로운 해석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에 필자는 기술중립성은 인터넷 규제 디자인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원칙이거나 유일무이한 원칙이 아니며 다른 원칙들과 조화롭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특정 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은 지원금에 관한 규제에 의해 조화롭게 규제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지원금 선정 기준으로는 특정 기술을 직접 규정하는 방식보다는 최소 충족 기준(performance standard)을 설정하여 그 기준을 충족하는 기술에 대하여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기술중립성 원칙과 조화로운 해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본 회의에서 기술중립성 사례 외에도 한국의 인터넷 관련 규제와 진흥 정책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미디어 융합 환경에서 마을 방송 등 지역의 대안적 미디어에 대한 서울시의 정책에 태국 청중들의 질문이 집중되었고, 오후 세션에서 내용규제와 관련한 자율규제기구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청중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 관계상 한국의 정보매개자에게 부과되는 규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는 수사가 항상 뒤따른다. 그러나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라는 다분히 인프라 적인 측면에서의 평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발표한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엑스 문제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한국의 인터넷 이용환경은 세심하게 고려되지 않은 규제들로 인하여 폐쇄적이며 특유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오픈넷은 전자금융거래 규제가 기술중립성 원칙에 따르도록 법 개정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처럼 한국 인터넷 환경을 보다 자유롭고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월, 2015/10/0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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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고발자는 잠재적인 범죄자가 되어야 하는 사회

‘사회정의를 검찰에 맡기자’는 논리에는 허구가 있다

글 |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많은 분들이 사실적시명예훼손죄를 옹호하며 ”피해를 당했으면 검찰에 조용히 고발을 해야지 왜 여러 사람에게 알리느냐”고 하는데 서지현 검사 사례를 보면 사회정의를 몽땅 검찰에 맡기자는 논리의 허구를 알 수 있습니다.

아래는 자신이 한 말이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타인의 평판을 저하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사례들입니다. 제가 아는 것만 이렇고 발설한다고 처벌하니 이런 사건의 존재 자체가 알려지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사건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 노인회 회원이 노인회 간부가 다른 회원들에게 공개 석상에서 폭언과 폭행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 공유했다가 명예훼손 유죄판결을 받음. 심지어 이 노인회 간부의 동행자는 폭행죄로 유죄판결까지 받은 상황이었음. [대법원 2013.3.28, 선고 2012도11914]
  • 제약도매상이 제약회사들의 불공정한 거래 행위 소위 “갑질”에 대해 진실되게 비난한 글을 관련 단체 및 언론 등에 팩스로 보낸 것에 대해서도 공익의 항변을 인정하지 않고 유죄판결 [대법원 2004.5.28, 선고 2004도1497]
  • 임금체불을 당한 노동자가 임금체불 사실을 피켓에 적어 행인들에게 알렸다고 해서 유죄판결 [대법원 2004.10.15, 선고 2004도3912]
  • 노조위원장이 회사의 노조담당자가 다른 사업장에서 노조파괴활동을 하던 사람임을 인터넷에 알린 것에 대해 유죄판결. 대법원 상고 진행 없이 확정 [서울중앙지법 2011.9.8, 선고 2011노2137 (형사8부)]
  • 2012년 지방도시 산업단지에 일하는 사장이 여성경리직원에게 언어학대를 일삼다 해고하자 경리직원이 학대사실을 A4용지에 적어 직원들이 점심 먹으러 가던 식당 등에 돌린 것에 대해서 사장이 명예훼손 고소를 하여 사실적시명예훼손 유죄판결 (공익변론을 하고자 하였으나 당사자의 고사로 포기함.)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진실되게 타인을 비판하더라도 ”오로지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엄격한 위법성조각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상황입니다. 즉 모든 내부고발자는 항시 범죄자가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적시명예훼손 처벌법은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전 청해진해운 직원의 과적에 대한 고발도 제대로 전파되지 못하게 억제하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20대 국회에서 유승희 의원과 금태섭 의원이 각각 사실적시명예훼손법(형법 307조1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2016년 8~9월에 발의했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뿐만 아니라 사실적시명예훼손(특히 형법 307조1항)으로 기소된 사건이 있다면 위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을 할 수 있도록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보통신망법 70조1항에 따른 사실적시명예훼손도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2016년에 ‘인터넷은 매우 위험한 공간이라서 진실도 억제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합헌결정(2016.2.25 선고 2013헌바 105 병합)을 내린 바 있어서 인터넷이 아닌 매체를 이용한 발언(위 사건들과 같이 피켓, 팩스, 인터넷)에 대해 기소된 사건들에 대해 헌법소송을 해볼 생각입니다.

더 자세한 정보가 담긴 관련 논문은 여기에서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제보: 오픈넷 02-581-1643, [email protected]

 

* 위 글은 허프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8.02.20.)

수, 2018/02/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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