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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논리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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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논리와 문제점

익명 (미확인) | 금, 2016/07/01- 14:31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논리와 문제점

 

남찬섭 ㅣ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서론

정부는 지난 2016년 3월 29일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 제1차 회의를 개최하여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재정건전화 방안을 결정, 발표하였다. 이 방안에 따르면, 현재 우리사회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그와 함께 사회보험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의 저성장·저금리 추세로 사회보험 적립금의 운용수익률이 저하하여 사회보험 적립금의 고갈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회보험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당면한 사회보험의 재정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진단에 기초하여 정부는 재정추계 및 기금운용방식의 재편과 사회보험 관리운영의 효율화를 뼈대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기획재정부, 2016a, 2016b).
정부가 이번에 사회보험과 관련하여 내놓은 방안은 작년 말에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포함된 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정부는 사회보험과 관련하여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기존의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는 개혁이 긴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기획재정부, 2015a, 2015b).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가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그 자체로는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와 같은 거시적 환경변화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하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복지적 조치에 대해서는 세대간 부담전가로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사회보장을 포함한 사회복지제도의 존립근거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사회구성원을 보호하여 사회연대를 이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데에 있는 것처럼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사회복지제도의 목적과 수단을 전치시켜 사회보장을 포함한 사회복지에 대한 잘못된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는 시각이다.
아래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이어 정부방안에 내재한 논리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해보기로 한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및 최근의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대한 대응을 배경으로 하여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이 방안이 적용되는 제도는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과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7대 사회보험으로서 이들 제도를 대상으로 한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은 크게 통합재정추계제도의 도입, 사회보험기금 운용체계 재편, 사회보험 관리운영 효율화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마지막의 사회보험 관리운영 효율화는 정부가 그간 강조해온 기존지출구조의 합리화에 해당하는 것이며 앞의 두 가지가 중요하다.
통합재정추계제도의 핵심은 기존에 제도별로 별도로 이루어지고 있던 재정추계에 대해 거시변수와 인구변수를 공통적으로 적용하여 제도 간 재정추계결과를 비교가능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각 사회보험별로 재정추계결과와 재정안정화 계획을 연계시켜 강력한 재정안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미 통합재정추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연합뉴스, 2016.04.27.) 올해에 중기재정추계(10년)를 실시함과 동시에 장기재정추계(70년)에 필요한 추계모형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회보험기금운용체계 재편 역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과 유사한 의도를 가진 것인데, 각 사회보험의 기금운용정보를 상호공유하고 투자공조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여 기금고갈시점을 연장시키려는 것이 그 핵심의도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에 사회보험자산운용협의회를 출범시키고 기금운용공조체계를 가동시키고 있다(연합뉴스, 2016.04.20.).
이와 같은 정부 대책의 핵심내용은 결국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즉,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저금리 추세 →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 위협 → 미래세대 부담 증가 우려 → 재정건전화 조치 필요 →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 → 통합재정추계결과를 반영한 재정안정화 방안 수립 및 사회보험기금 운용체계 재편 → 사회보험기금 고갈시기 연장, 미래세대 부담 완화’라는 논리로 요약할 수 있다. 2015년 말에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인구감소 대응 및 중장기 성장률 제고 등을 시나리오 내지 방안의 하나로 포함시키고 있지만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출산율 제고대책 등도 재정건전화의 틀 내에서 추진케 되어 있어 정부대책의 기조는 재정건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처럼 재정건전화 틀에 기초한 정부대책은 사실상 거시적 환경변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그에 대해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많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방안의 문제점

저출산・고령화의 영향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정부도 문건에서 명시하는 바와 같이 최근의 기조라고 말하고 있다. 즉 저출산·고령화 흐름과 비교하여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좀 더 가변성이 있는 것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역시 장기화할 수도 있지만 이는 생산가능인구의 양적 변화와 관련성이 깊다고 볼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저출산·고령화 흐름으로 단순화하여 볼 수 있는 것이며 정부는 이 흐름에 대해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지하다시피 우리사회의 저출산·고령화는 그 속도 면에서 대단히 시급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한국사회는 고령화 사회(’00년)에서 고령사회(’18년)로 이행하는 데 1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26년)로 이행하는 데 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또한 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내년인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비관적인 전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까지 진행된 인구학적 변화가 미칠 영향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예컨대, 최슬기, 2015 참조) 그렇다고 해서 장기적인 영향을 그처럼 부정적인 것으로만 고정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초래하리라 예상되는 변화를 기정사실처럼 고정시켜 놓고 그에 대한 재정적 적응만을 사회에 부과하려 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시도는 사회변화에 대한 제도적 개입의 가능성을 차단할 우려가 있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제도적 개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왜냐하면 변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사회구성원들이 적응할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폴라니, 2009). 제도적 개입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우리는 변화의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다른 나라의 예를 살펴보면 고령화로 인해 재정지출이 증가하더라도 지출의 총규모보다는 재정지출증가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재정지출이 증가해도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복지지출과 노인인구에 대한 복지지출 간의 균형이 잘 잡힌 국가들은 국가채무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과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 간의 균형이 반드시 노인인구비중과 연동되지 않는 것 또한 외국사례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이다. 즉, 다시 말해서 노인인구비중이 높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이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보다 많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외국의 사례는 고령화의 영향을 부정적으로만 예상하는 것보다는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과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 간의 균형을 확립하기 위한 제도적 개입과 개선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점과 연관하여 정부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것으로 ‘복지지출 자동증가론’이라 할 수 있는 담론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간 정부는 현재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2050년에는 복지지출이 GDP의 22%로 증가하여 현재의 OECD 평균수준에 도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예컨대, 박형수·전병목, 2009). 이와 유사한 정부유관기관의 추계는 그간 몇 차례 발표된 바 있지만 이들 장기추계의 공통점은 현행 제도의 지출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50년 또는 60년 후의 지출수준을 추계한다는 데에 있다. 이는 장기추계모형이 가진 기술적으로 불가피한 점일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한 단점은 사실상 장기추계의 효용성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을 정도의 것들이다. 현행 제도의 운영방법이나 지출구조가 변화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장기추계를 한 관계로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박형수·전병목(2009)의 연구에서 노인에 대한 복지지출은 공적연금의 지출 증가 등으로 인해 2050년에 GDP의 12%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 데 비해 보육 등 가족지출은 2050년에도 GDP의 0.3%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상당히 비현실적인 전망이 도출되고 있다. 이런 식의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노인인구비중이 높고 복지지출은 중간수준이면서 동시에 복지지출이 대부분 노인에게 투입되는 高노령화-高노령지출 유형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비현실적인 추계결과를 무비판적으로 공표하여 고령화의 영향을 대단히 부정적인 것으로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정부의 행위는 변화에 개입하려는 동기와 의지 자체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개입동기 저하야말로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한 대응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다.

 

미래세대의 부담

정부를 비롯하여 우리사회의 주류여론은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 추세로 인한 재정건전성의 악화는 곧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물려주는 것이라는 데에 아마도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데도 현 세대가 복지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은 세대이기주의이며 나아가 결정권이 전혀 없는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것이라고까지 간주한다. 하지만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논리는 여러 가지 허점을 안고 있다.
우선 세대의 개념이 그리 명확하지 않다. 정부와 주류여론이 말하는 세대는 엄밀한 개념정의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직관에 기초한 세대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직관에 기초한 세대개념이 반드시 유용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세대개념은 가족 내에서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어 이해하기에 매우 쉽다. 즉 사회구성원들 대부분은 그가 속한 가족 내에서 세대가 명확히 구분됨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또 더 나아가 30년 내지 60년 이후에 경제활동을 할 사람들을 미래세대라고 상정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흔히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사회구성원들을 연령별로 보면 모든 연령대에 대단히 촘촘히 연속적으로 배열되어 있어 사회전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세대의 구분은 쉽지가 않다. 30년 내지 60년 이후에 경제활동을 할 사람들을 미래세대라고 간주할 수 있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가족 내에서 구분되는 세대를 단순히 시공간적으로 확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30년이나 60년 후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연속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둘째, 더 중요한 무제는 미래세대 부담전가라는 논리가 미래세대를 마치 계층의 구분이 없는 단일한 집단인 것처럼 전제한다는 데 있다. 이는 다시 이른 바 현세대에 대해서도 계층의 구분을 무시하는 태도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현세대나 미래세대나 계층이 존재한다. 즉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정 세대(그런 특정 세대를 구분해낼 수 있다고 한다면)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서로 다른 수많은 구성원들의 집합이며 그 세대 이후에 오는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런 불평등은 편익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담에서도 나타난다. 다시 말해, 특정 세대가 삶을 살아가는 특정 기간에 사회경제적 부담이 그 세대 내 계층 간에 골고루 배분되지 않듯이 그 세대 이후에 올 미래세대 역시 그 세대가 살아가는 기간에 발생하는 혹은 그 앞 세대가 그들에게 물려준 사회경제적 부담이 계층 간에 고루 배분되지 않는다.
그런데 미래세대 부담전가 논리를 펴는 정부는, 마치 특정 세대를 다른 세대와 완전히 단절된 것처럼 추상화해놓고 이렇게 추상화된 세대가 그들 내부에서 사회경제적 부담을 골고루 배분하여 그 부담을 총체적으로 짊어지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래세대도 추상화된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마치 미래세대가 그 내부적으로 부담을 골고루 배분하여 이전세대에서 내려온 부담을 총체적으로 짊어질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세대를 추상화하여 상정하는 관계로, 현재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 간에 다양한 형태의 부담이 계층 간에 어떻게 배분되는지 그리고 향후 고령화에 대한 대응에서 계층 간의 배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에 관련된 논의는 전적으로 생략한 채 추상화된 미래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 판단이 주체는 대개 정부이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에 포함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은 과학의 이름을 내걸어 정부의 판단을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부담은 모두 거부되고 나아가 이를 위해 복지지출의 억제나 합리화 등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특정계층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선택을 하면서도 이를 미래세대의 부담완화로 합리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사회경제적 편익과 부담이 계층별로 서로 다르게(그리고 이 서로 다른 것이 대개는 공정하지 못한 성격을 가지면서) 배분될 때 그것이야말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선택이다.
셋째로 정부가 피하고자 하는 부담의 전가라는 개념도 매우 모호하다. 사실상 모든 세대(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면)는 그 세대가 살아가는 시대에 무언가를 남김으로써 후세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경우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준다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상품이 결코 될 수 없고 원래부터 존재했던 자연(생산수단으로서의 토지)과 관련된 행위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외의 것들은 그것들이 반드시 부담인지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즉, 모든 세대는 무언가를 남기기 때문에 그것은 미래에 자산이 될 수도 있고 비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미래세대는 이전세대로부터 부담뿐만 아니라 자산도 물려받을 수 있다. 만일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것을 모두 부담이라고만 가정하고 현 세대에서의 지출감소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현 세대가 제도조정을 통해 미래세대에 물려줄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케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의 논리가 현 제도의 운용방식에 변경이 없다는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에도 변화가 없다고 혹은 변화가 없어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현세대와 달리 공공복지지출이 증가하여 보육에 비용이 들지 않고 공교육의 확대로 교육비가 감소하고 공공주택의 증가로 주택비용이 감소하면 미래세대는 시장임금 중 많은 비중을 보육과 교육, 주거비에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경우에는 국민부담률이 지금보다 증가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공적연금 급여수준의 상승을 미래세대의 기여금 증가로만 연결시키는데 이 역시 현 세대의 삶의 방식을 미래에 그대로 투사한 결과이다.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이 상승하면 미래세대는 공적기여금 외에는 사적부양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므로 실제로는 기여금의 상승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현 세대의 삶의 방식에 변화가 없다고 전제하고 이를 미래에 그대로 투사하여 장기경제전망을 하는 관계로 정부는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사회투자보다는 적립금 규모를 늘려 기금고갈시점을 늦추려는 대안을 추진하게 된다. 정부의 이런 기금고갈시점 연기 시도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왜냐하면 정부 스스로 시도한 경제전망결과가 제도변경이 없는 상태에서의 어떠한 시도도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결과를 산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행한 장기경제전망 가운데 기금고갈이나 국가채무 증가의 결론이 나지 않은 전망이 단 한 가지라도 있었는가? 아무리 기금고갈시점을 연시시켜도 정부추계대로라면 언젠가는 또 다시 기금고갈시점이 도래하게 되어 있다. 오히려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비용을 집합적으로 조달할 것인가의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훨씬 지속가능성이 있는 대안이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의 실현가능성과 가치

정부는 적립금 규모의 증가를 위해 자산운용체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투자정보를 공유하는 등 자산운용공조체계를 갖추어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을 1%p 증가시킬 경우, 연금보험료율은 1.8%p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기금고갈시점을 9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논리 등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수익률을 장기에 걸쳐 꾸준히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 방안은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이겠지만 실제로 수익률을 그처럼 장기적으로 꾸준히 1%p 증가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김우창, 2014; 이찬진, 2015). 한 추정에 따르면 40년 동안 연평균 1%p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5.7%이며 2%p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0.079%로 거의 현실가능성이 없다(김우창, 2015). 또 미국의 뮤추얼 펀드 중 1985년부터 2014년까지 운영된 223개 가운데 이 30년의 기간 동안 연평균 1%p 이상 초과수익을 낸 곳은 단 한 군데에 불과하였으며, 2%p 이상 초과수익을 낸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우창, 2015). 이는 초과수익을 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수익률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라 위험도 증가한다(이찬진, 2015). 예컨대 수익률이 1%p 증가할 경우 정부 주장대로 기금고갈시점이 9년 연장될 수도 있겠지만 그와 동시에 손실확률은 무려 10.37%p나 증가하기 때문에 기금고갈을 9년 늦추려다 오히려 기금고갈을 앞당길 확률이 더 높다. 게다가 아무리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려 해도 그것이 주가지수나 경제성장률을 장기적으로 초과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김우창, 2014).
수익률 증가를 통해 적립금 규모를 증가시켜 재정건전성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부는 통합재정추계제도를 도입하여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사회보험의 재정안정화 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장기재정추계는 추계모형에 따라 이루어지고 이 추계모형은 기본적으로 추계가 이루어지는 현 시점의 제도적 구조와 운용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인구변수와 거시변수(성장률 등) 및 제도별 특이변수(전역률, 실업률 등)를 양적으로 조정하여 장기전망을 하게 된다. 이는 마치 1946년 한국사회의 시점에서 그 당시의 제도적 구조와 운용방식을 그대로 고정시켜 놓고 추계에 투입되는 몇 가지 변수를 양적으로 조정하여 70년 후인 2016년의 한국사회를 전망하는 것과 같다. 1946년 시점에서는 분단이나 경제위기와 같은 정치경제적 격변은 고사하고라도 작은 제도적 변화도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이들이 추계모형에 반영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2016년의 한국사회 모습을 그려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추계모형으로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하려는 것은 장기전망을 정부, 구체적으로는 경제부처에 독점된 진단에 근거하여 사회보험의 운영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이는 사회보험제도의 존립근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사회보험은 재정안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통합과 사회연대를 위해 운영되는 것이다.
정부는 항상 재정추계는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전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장기전망의 목적은 그러한 전망을 회피하기 위해 현행 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기전망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현행 제도를 그 가정에 맞추어 재단하려는 엉뚱한 처방을 내놓고 있으며, 그 기준은 항상 재정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말로는 장기적 시야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장기적 시야로 바라보아야 할 인구변화나 생산성 증가를 소홀히 취급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정부는 항상 장기(長期)를 단기화(短期化)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정부는 사회보험의 본질을 재정안정과 맞바꿈으로써 미래의 부정적 전망을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집합적 노력이나 제도적 개입의 여지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앞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이지만 이것이 30년이나 40년 후에도 지속된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재정건전화를 이유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야말로 제도적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며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사회보험이 재정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는 정부야말로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위험한 존재인 것이다.

 

논의 및 결론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 중인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과 그것에 내재된 논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전적으로 재정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며, 그것도 대단히 부정적인 재정전망에 기초한 것이고 또 미래세대와 미래세대의 부담에 대한 매우 단순한 개념화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보험제도의 본질적 목적을 살려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게끔 사회보험의 제도적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전망된 장기추계결과를 사회보험에 부과하고 있다. 또, 장기(長期)를 주기적으로 단기화(短期化)하여 미래세대의 부담을 내세워 재정규율만을 강조함으로써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라는 거시적 변화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을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방안은 사실상  ‘인구학적 정치’, ‘장기재정추계의 정치’, ‘장기(長期)의 단기화(短期化)의 정치’, ‘미래세대 부담의 정치’라 할만하다.
폴라니(Karl Polanyi)는 사회변화에 있어서 변화의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사회변화의 속도와 그 변화에 사람들이 적응하는 속도 간의 비율이 사회변화의 최종적인 결과를 결정한다는 것이다(폴라니, 2009: 172). 사회구성원들이 사회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개입하려는 제도적 노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노력을 통해 사회변화를 사회구성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하고 사회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을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계층 간에 공평하게 부담하게끔 조정할 때에만 우리는 사회변화의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변화의 내용과 결과까지도 장기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복지제도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위험에 처하였거나 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간에 연대(連帶, solidarity)를 형성하는 제도이다(피에터스, 2015). 연대 형성의 구체적인 방법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사회서비스가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 재정안정을 위해 연대형성을 희생시키는 것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더욱 더 필요한 집합적 노력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회보험을 비롯한 사회복지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은 중단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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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파탄 불러올 ‘요양급여 비용효과성 원칙 삭제’ 반대한다

–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개정령(안) 의견서 제출 –

– 과잉진료로 재정부담 늘어나고, 보험료 인상될 것, 피해는 결국 국민이 부담-

– 문재인 케어 취지 훼손하는 행위 –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5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라 일부 경제성이 낮아도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건강회복에 잠재적 이득이 있는 경우 요양급여가 실시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요양급여는 경제적으로 비용효과적인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라는 요양급여 지급의 일반원칙 항목을 삭제하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비용대비 효과를 따지지 않고 제한없이 건강보험 급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사회보험의 기본원칙을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이번 개정안으로 건강보험의 재정 낭비를 유발하고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하다.

이에 경실련은 건강보험 재정 파탄 우려, 과잉진료 위험성, 다른 비용효과성 원칙을 적용한 급여기준의 근거 약화 등의 의견을 담은 반대 의견서를 어제(4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의견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건강보험 재정 파탄 위기가 온다. 요양급여에서 기본원칙으로 경제적으로 비용효과적인 방법을 행해야 한다고 정해둔 이유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춘 급여행위나 약제, 치료재료 중에서 투입 비용 대비 효과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여, 환자의 비용부담과 건강보험의 재정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정한 것이다. 삭제하게 된다면, 치료효과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잉 진료를 시행하여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거나, 비슷한 치료효과성이 있음에도 고비용의 행위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비용효과적 방법으로 행해야 하는 일반적 원칙이 사라지면, 과잉 행위를 관리 감독할 규정이 없어지게 되고, 모든 요양기관에서 시행한다면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은 자명하다. 따라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요양급여 일반적 원칙에서 비용효과성 원칙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둘째, 과잉 진료, 보험료 상승 등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 과잉 의료 행위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불필요한 검사, 고비용 약제 및 치료는 국민에게는 불안감과 피로감을 준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면 건강보험료는 인상되고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다. 국민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 시행하는 정책이 오히려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셋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은 절차 위반이다. 건강보험의 요양급여의 기준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심의∙의결하도록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되어있다. 이번 요양급여의 적용기준의 일반원칙 삭제는 당연히 건정심에 심의∙의결해야 하는 사안이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행정규칙의 별표로 되어있는 기준이므로 복지부의 권한 안에 있는 규칙이지만, 해당 예고사항은 건강보험의 급여기준의 원칙이고, 건강보험의 재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건정심 심의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복지부가 독단으로 결정하지 말고 건정심에서 심의하고 의결해야 한다.

넷째, 기본원칙 삭제로 연쇄적으로 다른 비용효과성 급여기준의 근거가 약해질 수 있다. 복지부가 삭제하려는 원칙은 요양급여의 일반원칙이다. 이 일반원칙이 사라지면, 이를 기초로 해서 치료행위, 치료재료, 약제 등에 비용효과성을 원칙으로 두고 관리하던 기저들도 연쇄적으로 다 무너지게 된다. 눈덩이가 불어나듯 재정지출은 순식간에 늘어 날 것이다.

다섯째, 사회보험의 기본원칙을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이번 비용효과성 원칙삭제로 이득을 보는 건 의료계일 것이다. 의료계의 집단이기주의에 대해 공공정책을 집행하는 정부가 단호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무너뜨리는 실수를 하는 것이다. 또한, 한번 무너진 원칙을 다시 세우기는 더욱 어렵다. 약제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 바 ‘선별급여’란 명목하에 고가약제의 건강보험 등재기준 가격이 사회적 합의나 객관적 근거 없이 2배 이상 급등하여 이후 현재까지 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에 막대한 재정압박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보험제도는 국민의 강제보험료로 운영되는 사회안전망이지 민간기업의 이익을 지원해주는 눈먼 돈이 아니다. 또한,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정부의 독단적 의사결정은 비민주적이고, 투명하지도 않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배치되는 것이고, ‘문재인케어’의 실천전략으로서도 실망스럽다.

비용효과성 원칙의 삭제는 건강보험의 재정 낭비를 일으키고, 이는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분별하게 건강보험의 급여비를 지급하고, 건강보험료가 과도하게 인상되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문재인 케어’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보다는 의료단체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건강보험제도의 오래된 적폐를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런 정책의 실패가 반복된다면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믿고 건강보험료를 계속 납부해야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경실련은 복지부의 비용효과성 원칙 삭제에 강력히 반대하며, 복지부가 강행 시 국민과 연대하여 강력한 반대 행동에 나설 것이다.

별첨 :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개정령(안)에 대한 <경실련 의견서>

문의 : 경실련 사회정책팀 02-3673-2145

화, 2018/06/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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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단상

 

이미진 | 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국민연금 기금이 예상보다 3년 빨리 고갈되기에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고 납입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보도 이후, 국민연금에 대한 여러 가지 기사와 수많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을 선택적으로 가입하게 해달라는 요청이나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부정적인 견해, 특수직역 연금과의 형평성에 대한 기사나 의견이 많다.

 

국민연금은 세대 간 소득이전 프로그램이기에 세대 간 형평성을 논하고, 공적 연금이기에 특수직역 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자. 국민연금은 왜 필요한 것일까?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이 납부한 보험료를 기금으로 하여 퇴직 후인 60세부터 매달 연금형식으로 되돌려 받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노후 빈곤해소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즉 산업사회가 되면서 퇴직으로 인한 소득상실에 대해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 줌으로써 노인들이 빈곤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1988년 제도 도입시 소득대체율 70%로 설계되었으나 재정의 안정화를 이유로 소득대체율이 계속 낮아졌고 2007년 법이 개정되면서 40%까지 낮춰질 전망이다. 소득대체율 40% 역시 허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40년 가입을 전제로 계산된 것이기에 일반인들이 통상적으로 20년 가입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소득대체율은 2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는 연금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고려하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수급 개시연령은 65세로 상향 조정하였다. 그러나 65세까지 퇴직하지 않고 안정적인 소득을 가질 수 있는 중장년이 줄어들면서 연금 수급 개시연령의 연장은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강제성에 기초한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된다. 개인이 매달 일정 금액을 자발적으로 저축하는 적금과는 다르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강제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자신이 기여한 금액에 비례하여 연금을 받게 되지만 소득재분배 기능으로 인해 저소득층이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노년기 소득상실에 대한 위험을 분산하는 제도이며,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고소득층 역시 자신이 불입한 금액보다 연금으로 인한 혜택을 더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현 제도는 세대 간 이전을 주요 특성으로 하며, 미래 세대의 기여를 통해 현세대 노인과 중장년들이 혜택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에 대부분의 언론들과 주류 학자들은 국민연금을 젊은 세대를 갈취하는 제도로 비유한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독자들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더욱 반감을 가지게 될지 모른다. 20~30대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가하는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40~60대는 그들의 노부모에게 사적으로 소득을 이전(부양)시키고 있지만 이들은 자녀로부터 경제적 부양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들은 현재의 젊은 세대보다는 공적 연금의 혜택을 보다 누리겠지만(다시 말해 내는 보험료보다 받는 연금수급액의 비율인 수익비가 더 클 것이기에) 이들은 젊은 시기에 사적 부양이라는 이중 책임을 지는 세대들이다. 이에 반해 현재의 30대 이하 연령층은 공적 연금의 혜택은 줄어들지만 사적 부양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과연 국민연금 제도가 젊은 계층에게 불리하고, 현세대에게만 유리한 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국민연금 제도의 개선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논의할 사항이 많지만 두 가지 점만 지적하고 싶다. 첫째, 국민연금의 수입을 보험료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지속할 것인가?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는 개인들이 납부한 보험료를 기금으로 쌓아두는 적립식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적립식과 부과식(현세대 경제활동인구가 납부하는 보험료로 노인세대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다. 즉 보험료 이외에도 일반조세를 연금의 주요 수입원으로 활용한다. 적립식 방식과 부과식 방식은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적립식에서 적립식과 부과식을 혼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기금 고갈로 인해 국민연금 제도가 없어지거나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할 확률은 극히 낮다. 실제로 연금이 지급되지 않았던 경우는 독일 나치가 정권을 잡았던 시기로 이례적인 것이고, 대부분 사회에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연금을 지급하게 된다. 따라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기초한 연금보험료 이외에 다양한 수입원(예: 미국 사례처럼 금융소득의 이자의 일부를 연금 수입원으로 확보)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제도가 적절한 노후소득보장 제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조세의 일부를 어떻게 투입하여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보다 열린 자세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의 강화가 국민연금 제도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과연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이 얼마나 될까? 고소득자들은 노후 소득을 개인적으로 준비할 여력이 있겠지만 중간 이하의 소득을 가진 개인들이 노후를 위해 개인연금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퇴직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자영업자의 경우 퇴직연금은 그림의 떡과 같다. 또한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종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데(예를 들면 연간 400만 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 이는 정부의 세수를 줄이며 궁극적으로

는 빈부격차나 양극화 해소를 위해 투입할 수 있는 공적 자원의 양을 줄이고, 금융권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동안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논의가 관료와 학자들과 같은 소수 전문가 집단에서만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 국민들이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의견을 표출하고 이것이 주요한 사회적 의제로 상정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노년층과 젊은 층의 이익이 과연 상충되기만 하는 것인지 보다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노년세대는 우리 청장년세대의 부모세대이며, 수십 년 후 우리 자신도 노년에 들어선다. 국민연금을 박약한 제도로 만듦으로써 젊은 세대는 노부모를 사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책임에 더해, 그 자신은 노년에 빈곤해지는 이중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토, 2018/09/0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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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포용국가 전략회의 결과에 대한 입장

 

지난 9월 6일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최초의 사회정책 전략회의를 개최하여 정부가 추진할 복지국가의 목표상을 ‘혁신적 포용국가’로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사회정책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였다. 혁신적 포용국가는 김대중정부의 생산적 복지, 노무현정부의 사회비전 2030에 이은 민주정부의 세 번째 복지국가 청사진으로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더 지난 시점에서 발표되어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마저 없지 않지만 일단은 환영할 만하다.

 

정부가 발표한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은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전체적 구상에서 반드시 다루어졌어야 할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 전략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소득주도 성장의 전체 모습을 제대로 갖추게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제시한 사회정책 비전에서는 사회보험과 기초소득보장의 동시적 강화를 강조하면서, 그간 지속적으로 후퇴되어 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 대하여 적정 수준으로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과 보건복지 서비스 분야에서 적정 수준의 공공서비스 공급자로 국가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이를 통하여 공공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을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부 정책과는 차별성이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사회지속성 확보,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미래기술변화에 대처할 역량이 사회정책에 의해 구축된다고 적시한 것도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사회정책은 경제정책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보적 관계에 있으며, 자본과 시장 중심의 혁신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혁신을 위해 사회투자와 노동시장정책을 복지정책과 결합한 전략은 우리사회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면서 추구해야 할 혁신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적절히 짚은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회의의 실효성과 관련한 의문점들은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국가전략회의라는 특성상 방향성 제시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전략회의의 내용은 상당히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정책 목표와 수단들이 빠져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하여 내년 상반기 중에 국민기본생활 3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다고 하였으나, 이것이 또 다시 정책수립을 미루는 관행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략회의에서 천명한 사람 중심의 혁신이 사회정책 전략회의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으로 한정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여전히 남는다. 아직까지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자본과 시장 중심의 혁신을 강조하는 흐름은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고, 이는 의료분야의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는 대목에서도 이미 드러났다. 만일 문재인정부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한 자본과 시장 중심의 혁신을 사람 중심의 혁신으로 근본적으로 대체하지 못한다면 과거 정부가 그랬듯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별개로 운영되어 상호갈등을 유발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중전략의 신호를 주는 오류를 또 다시 범하게 될 것이다. 사회정책만 사람중심의 혁신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산업정책과 금융정책, 경제정책 등 비사회정책 전반이 모두 사람중심의 혁신을 목표로 삼는 일관된 국가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문재인정부는 관성적인 재정보수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진정한 사람 중심 예산과 그를 위한 재정 전략도 함께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번 문재인정부의 사회정책 전략회의가 내놓은 혁신적 포용국가 전략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전략회의에서 말한 국민기본생활 3개년 계획이 어떻게 사람중심의 혁신을 가능케 할 구체적 정책으로 제시될 것인지가 문재인정부의 포용국가 비전의 실현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더 나아가 사회정책 뿐 아니라 노동과 주거 그리고 산업을 다루는 경제정책 전반에 있어서도 사람중심의 복지전략이 보다 강력한 원칙으로 추진되어야 양극화와 빈곤의 고통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사회정책 전략회의에서 제시한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보를 펼쳐야 할 것이다.

 

▶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화, 2018/09/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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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프로크루스테스

 

구창우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프로크루스테스는 고대 그리스 아테나 근교에 살면서 지나가는 행인을 친절히 유인하여 집안에 들어오게 한 뒤 행인의 키가 자기 침대보다 길면 긴 만큼 머리나 다리를 잘라 내고, 짧으면 짧은 만큼 몸을 늘려 죽인 악당이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이 신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자신의 생각을 획일적으로 남에게 강요하거나 재단하는 횡포를 의미한다.

 

지난 8월 4차 재정계산이 발표된 이후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불신과 왜곡을 조장하는 일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나 단체들을 보면 바로 이들이 국민연금의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론자들과 국민 노후에 대한 국가의 공적역할 축소,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들인데, 최근에는 재정안정화 담론에 경도된 일부 진보 진영도 가세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연금을 철저히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재단한다. 그들에게 국민연금은 후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세대 간 도적질이고, 계층 간 차이를 심화하는 역진적인 제도이며, 일부 정규직·기득권층만을 위한 제도이다. 그들의 목적은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국민연금은 가능한 축소돼야 한다는 공통적인 지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국민연금을 그렇게 보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재정안정화 담론의 전가 보도, 기금고갈 공포와 후세대 부담론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반복될 때마다 항상 기금고갈이라는 유령이 배회한다. 이번 4차 재정계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번에는 기금소진 시점이 이전 추계보다 3년 당겨지면서 기금고갈에 대한 공포가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아직 제도가 성숙하지 않았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한 우리나라에서 ‘기금고갈=국민연금 파산’으로 인식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미 기금이 소진된 외국의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보험료율을 유지하면서도 앞으로 40년 가까이 기금을 유지할 수 있는데도 실제 국민들의 인식은 정반대다. 오로지 기금고갈 시점에만 집중한다.

 

기금고갈의 공포는 그동안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한 재정안정화 담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론자들은 기금이 소진되면 후세대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니 70년 재정추계 기간 말까지 기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급여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국민연금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 본연의 목적인 노후소득 보장이 아니라 기금을 계속 유지하거나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기금을 계속 키우고, 유지하는 것만이 후세대의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일까?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OECD 국가 평균 15.4%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런데도 기금이 앞으로 상당기간 커지고 유지된다. 4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2041년까지 기금이 1,778조 원까지 계속 증가하다가 2042년에 수지적자가 발생한 후 2057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기금 소진 이후 보험료로만 급여지출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이 최대 30% 가까이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며, 70년 추계기간 말인 2088년까지 기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20년부터 적어도 보험료율이 16%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가능 여부를 떠나 2020년에 보험료율을 16%로 올리면 세대 간 형평성에 부합하고, 후세대 부담이 덜어진다고 할 수 있을까? 2088년 이후 기금이 소진되면 그 때 필요보험료율 역시 30%이다. 2088년 이후 보험료를 납부하는 세대 역시 후세대 아닌가? 5년 재정계산 후에 보험료율을 좀 더 올릴 수 있지만 역시 70년 이후 마찬가지로 소진되면 필요보험료율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후세대이고 세대 간 형평성을 얘기할 수 있을까? 다만 추계에 의하면 기금소진 없이 보험료율을 장기간에 걸쳐 변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2020년부터 보험료율을 바로 20%로 올리면 된다. 그러면 기금을 장기적으로 당해 급여지출의 18배 수준 안팎에서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급여지출의 18배 수준은 GDP 대비 170% 정도의 기금을 지속적으로 보유한다는 뜻이다. 지금으로 보면 약 3,000조 원의 기금을 우리 후세대가 계속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그렇게 공적연금의 재정운영을 하지 않는다.

 

70년 재정추계의 의미에 대해 우리가 보다 정확하고 냉철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재정추계는 인구, 경제, 제도 변수의 합의된 가정에 따른 결과다. 그 기간 어떤 사회적 격변이나 정책적 개입에 따른 변화는 고려하지 않는다. 예컨대 현재의 인구 추계라면 100년 후 우리나라 인구는 2,600만 명, 즉 절반으로 줄어든다. 2060년 이후에는 성인 중 절반이 노인이고, 사실상 경제성장도 멈춘다. 그런 사회가 정말 올까 싶기도 하지만, 설사 온다 해도 그런 사회에서 세대 간 형평성이라는 이유로 기금을 현재 가치로 3,000조 원 가까이 지속적으로 유지하자는 것은 정말 비합리적인 주장이다. 70년 재정 추계 기간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에서 지금의 한국 사회를 보는 것과 같이 그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재정추계를 이런 불가지론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지만 70년 재정추계에서 참고해야 할 것은 합의된 그 가정에 국민연금을 당장 꿰어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성찰이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가정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끔찍한 결과들로 귀결될 가정을 바꾸려는 노력들이다.

 

많은 이들이 국민연금을 내가 낸 돈에 이자를 쳐서 돌려받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정확한 것은 현재의 근로세대가 돈을 모아 노인세대를 부양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이러한 세대 간 연대에 기반한 사회적 부양체계임을 이해한다면 기금을 악착같이 키우고 유지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어느 사회든, 또 어느 시기든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 세대를 위한 지출이 필요한 것이고, 따라서 어느 방법으로든 그 재원을 만들어 내면 된다. 보험료 인상이나 납부 대상을 넓혀 보험료 수입을 늘릴 수 있고, 필요하면 조세로 보충적 수입을 만들 수 있다. 기금의 유무보다 사회적으로 그 재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냐가 더 중요하다. 이 점에서 현재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고착화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구조와 불안정 노동시장, 저성장 구조의 개선이다. 인구구조와 노동시장이 조금씩 나아지고,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간다면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후세대의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즉 지금 보험료율을 16%로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금이 없이도 후세대들이 16%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는, 아니 그보다 더 보험료율이 낮춰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이 고소득자에 유리? 국민연금 역진성 논란

한편, 최근에는 기존 재정안정화 담론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국민연금의 불신과 왜곡을 야기하는 담론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국민연금이 고소득자에 유리한 역진적인 제도라는 주장인데, 편협한 관점에서 일부 내용을 부풀려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악의적이다. 또 이런 주장은 국민 노후소득보장에서 기초연금을 키우고 가능한 국민연금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는 일부 진보 진영에서 주로 제기하고 있는데, 필자가 보기에 이들의 국민연금 역진성 주장은 본인들이 진보라면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다. 사회연대에 기초한 사회보험으로서의 국민연금을 철저히 민간보험의 관점에서 재단하고, 기존 ‘세대 간 갈등’에 더해 ‘세대 내(계층 간) 갈등’을 부추겨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와 수용성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국민연금이 역진적이라는 주장은 민간 보험, 즉 ‘내 돈 내고 돌려받는다’는 식의 순혜택(총급여액-총기여액) 관점에 근거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급여 수준 대비 보험료율이 낮고, 가입기간 격차와 기대여명 증가를 감안하면 고소득자의 순혜택이 더 크다는 것이다. 즉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어 수익비(총급여액/총기여액)는 저소득자가 높지만, 모든 계층의 수익비가 1이 넘고, 평균적으로 수급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통상 가입기간이 길고 높은 보험료를 납부해 연금액이 많은 고소득자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저소득자가 기여한 돈에 비해 4배를 받고, 고소득자가 1.4배를 받는다면 1,000만 원을 납부한 저소득자는 순혜택이 3,000만 원(4000만원-1000만원)인데 비해 1억을 납부한 고소득자는 4,000만 원(1억4천만원-1억원)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고소득자의 순혜택이 더 크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회보험으로서의 국민연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 건강보험이 ‘질병이나 상해’, 고용보험이 ‘실업’이라는 위험에 사회적으로 공동대응 하는 것이라면 국민연금은 ‘노령’이라는 위험에 사회적으로 공동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다. 즉, ‘노령’이라는 위험이 존재하는 한 제도적 보장이 이루어지고, 반대로 그 위험이 중단될 시 제도적 보장은 종료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에 대해 총기여액과 총급여액의 관계(순혜택)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예컨대 보험료를 많이 납부한 사람이 일찍 죽어 순혜택이 마이너스가 된다고 해도, 반대로 너무 오래 살아 납부한 것에 비해서 훨씬 많이 받아간다고 해서 불공정한 것이 아니다. 아프지 않았다고 해서 또 실직하지 않았다고 해서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의 불공정성을 따지지 않듯이 말이다.

 

또 역진성 주장은 현재 국민연금 제도가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앞으로 제도가 성숙함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올라갈 것이고, 순혜택은 자연히 감소한다. 제도 초기 저부담-고급여 구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연금 선진국 모두가 겪은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역진적이라고 비판한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애초 다른 나라들처럼 완전 소득비례였다면 훨씬 더 커졌을 순혜택 차이가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소득재분배 기능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인식이다.

 

또 저소득자의 가입기간이 짧아 순혜택이 적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각종 크레딧과 두루누리 확대, 영세자영자 보험료 지원, 특수고용노동자의 사업장가입자 전환 등 정책적으로 개선해 가야할 사안이지 국민연금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전체 공적연금 차원에서 기초연금이 가입기간 격차에 따른 연금액 차이를 보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 역진성에 대한 비판은 더욱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 요컨대 국민연금을 순혜택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으며, 설사 순혜택의 차이를 인정한다 해도 그것은 국민연금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외부적 환경변화와 제도 성숙과정에서 기인한 것으로 자연스레 감소되거나 정책적인 개입을 통해 교정되어야 할 사안이지 역진적이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국민연금의 프로크루스테스, 신자유주의 연금개혁의 잔재

세대 간, 세대 내 연대에 기반한 사회적 부양체계로서의 국민연금은 언제부턴가 그 정당성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세대 간 연대는 후세대에 과중한 빚 폭탄을 안기는 것으로, 세대 내 연대는 오히려 고소득자에 유리한 것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위기는 과도하게 조장됐고, 논란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러한 위기를 조장하고 논란을 부풀렸는가? 바로 그들이 국민연금의 프로크루스테스, 즉 국민연금을 줄이고 사적연금 시장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 국민연금이 축소되어야만 기초연금을 키울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다층체계의 강화를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주장의 근거가 적정한 노후소득보장을 목표로 하는 공적 소득비례연금을 해체하는 대신 기초연금을 통해 최소한의 노후소득만 보장하고 나머지는 사적연금을 통해 각자 개인이 알아서 노후를 준비토록 하자는 신자유주의 연금개혁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과거 한 때 맹위를 떨쳤던 신자유주의 연금개혁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개혁이었다. 다층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환상이었다. 신자유주의 연금개혁의 선봉에 섰던 세계은행마저 과거 재정안정화 중심의 연금개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연금제도 본연의 목적인 ‘적정성(adequacy)’을 연금개혁의 주요 목표로 다시 설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OECD에서 2007년 개혁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삭감의 중단을 반복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은 바뀌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신자유주의 연금개혁의 유산이 강하게 남아 있다. 또 이를 추종하는 세력 역시 굳건하다. 국민연금 축소를 위한 재정안정화 담론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으며, 이제는 ‘역진성’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국민연금을 부정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국민연금 축소를 주장하면서 결코 우리의 노후안정과 복지국가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국민연금 프로크루스테스의 선동에 더 이상 놀아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화, 2019/01/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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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가로막는 ‘사회보장 정비조치’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조치’(이하 정비조치)에 대해 26개 지자체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지역 자치단체와 복지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조치는 지자체 스스로 사회보장사업을 점검하게 하자는 취지여서 강제적인 것이 아니며, 지방자치를 침해하지도 않고 유사·중복사업의 정비를 통해 절감된 예산을 사각지대 해소에 쓰므로 복지총량은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 해명이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 보자.

 

첫째, 정비조치가 지자체 스스로의 점검을 유도하는 취지라는 정부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정비 대상사업을 5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각 범주별로 폐지, 사업내용 변경, 타 사업과 통폐합 등 정비유형을 정해 놓았다. 특히 사회보험료나 본인부담금 지원, 장수수당 등에 대해서는 폐지로 못박고 있다. 이처럼 정비유형을 사업범주별로 정해놓은 상태에서 지자체 스스로의 점검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또한 이들을 굳이 폐지하고 다시 사각지대 해소에 투입할 근거가 별로 없다.

 

둘째, 정부가 말한 대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정책에 관여할 수 있다. 이번 정비조치의 대상사업은 지자체가 지방의회를 통과해 편성한 자체 예산에 의거해 시행하는 자체 사업들이다. 지자체가 민주적 절차를 거쳐 확정한 자체 예산으로 시행하는 사업을 정비유형까지 못박아 놓고 정비하라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셋째, 정부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교부세 감액은 이번 정비조치와 무관하고, 사회보장기본법상 신설·변경 시 협의의무 미이행에 관한 것이므로 이번 정비조치는 강제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시행령 개정안에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4항을 위반한 경우 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제20조 제4항은 사회보장위원회의 일반적인 심의·조정에 관한 것으로 신설·변경 시 협의·조정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에 한국형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정을 주도한 법이다. 이 법에는 수요자 중심 맞춤형 복지 원칙이 평생 사회안전망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돼 있다. 평생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의무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부과하고 있다. 또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을 통해 사회보장급여를 필요로 하는 국민은 누구나 지자체에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지자체는 욕구조사를 거쳐 개별지원계획을 수립해 사회보장급여를 중복되지 않게 지원토록 하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유사·중복을 피해 지원토록 이미 정부와 대통령이 주도한 법률에 규정돼 있다.

 

게다가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장 품질관리체계까지 구축해 운영하게끔 명시하고 있다. 이런 조항들만 제대로 시행해도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그들의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고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 이런 조항들을 놔두고 뜬금없이 정비조치를 들고 나온 것은 정부가 지자체의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복지국가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더니 그 꿈은 다 어디로 갔는가!

 

남찬섭 동아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남찬섭 동아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 이 글은 2015년 11월 2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월, 2015/11/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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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총선, 무엇을 심판하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남찬섭 l 동아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들어가며

올해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통령선거가 쟁점을 형성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힘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4‧13 총선은 내년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도 하고 또 더 본질적으로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민의를 대변할 대표자를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대선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이번 4‧13 총선이 현재 한국사회가 처한 전환기적 성격에 대한 대응을 주도할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중대한 기회라는 사실이다. 물론 역대 총선 가운데 우리사회를 이끌어갈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의미를 가지지 않은 총선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선거는 다른 선거에 비해 시대적 의미를 달리 부여받는 선거가 될 수 있고, 필자는 이번 4‧13 총선이 그런 선거라고 생각한다.

 

총선과 복지국가논쟁

지금으로부터 벌써 4년이 더 지난 이야기이지만 2009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대략 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한국사회는 범사회적인 규모의 복지국가논쟁을 경험하였다. 이 논쟁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전개된 논쟁이었으며, 21세기의 새로운 상황 속에서 한국사회를 복지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대안사회요구의 분출이라는 의미를 가진 논쟁이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대안사회를 둘러싼 논쟁은 지난 2010년대 초의 복지국가논쟁이 처음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투쟁도 당시의 한국사회를 민주화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구조화하려는 요청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안사회논쟁이었다. 또한 더 멀게는 1960년 4‧19 혁명과 그 이후 나타난 여러 시도들 역시 ‘재건’, ‘경제발전’으로 표현된 가치를 중심으로 당시의 사회를 재구조화하려는 대안사회논쟁이었다. 그리고 이런 시기에 치러지는 선거는 일종의 정초선거(founding election)와 같은 성격을 갖거나 또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갖게 된다. 1960년대 초에는 대안사회논쟁이 군사쿠데타와 그에 이은 군사독재에 의해 왜곡되었고 그에 따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1963년의 대선과 총선 역시 그런 왜곡 속에서 치러졌다. 반면 1987년 대선과 1988년 총선은 민주화라는 대안사회논쟁의 상징과 같은 의미를 부여받을 정도로 중요한 선거였다.

 

물론 복지국가논쟁은 2010년대 초에 있었고 지금은 소강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4‧13 총선이 그런 복지국가논쟁을 통해 표출된 대안사회요구와 얼마나 관계가 있을 것인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4‧13 총선이 복지국가논쟁을 통해 표출된 대안사회요구와 두 가지 점에서 매우 중요한 관련성을 갖는다. 첫째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저출산‧고령화와 세계화‧탈산업화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극심한 양극화로 절망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점에서이다. 노인자살률은 10여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하고 있다. 노인빈곤율 역시 수년 간 지속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있다. 청소년자살률도 매우 높으며 그 증가속도는 더욱 높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은 OECD 최장임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은 OECD 최저수준이며,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노동시장차별문제 등으로 노동력재생산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낮은 출산율이라는 형태로 표현되고 있는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5년이 가깝도록 1.3 미만인 초저출산을 기록하여 OECD 최저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몇 가지 지표로도 알 수 있는 절망상황은 최근 유행하는 ‘헬조선’이나 ‘N포세대’와 같은 조어에 잘 표현되어 있다. 이런 절망상황은 아직도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대안사회요구가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는, 2012년 대선 당시 복지국가를 중심으로 한 대안사회요구, 한 마디로 말해서 복지국가민심을 포착하여 이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어 선거에서 승리한 현 집권세력이 집권 후에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복지공약만 선택적으로 채택하고 나머지는 헌신짝 버리듯 파기하고 있다는 점에서이다. 현 집권세력의 행태를 보면 대체로 보편복지를 지향하는 공약은 파기하고 선별복지를 지향하는 공약은 채택하여 실행에 옳기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또 여기서 더 나아가 보편복지라는 요구 자체가 다시는 분출하지 못하게끔 제도적 억압장치를 구축하는 행태까지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선택적 채택 및 파기, 그리고 보편복지요구의 제도적 봉쇄 시도는 명백히 복지국가민심의 배신이며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적 사명과도 배치되는 행태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점을 종합하면,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대안사회요구, 즉 복지국가민심이 여전히 유효한데도 불구하고 이미 집권 초기부터 그 민심을 배신해온 데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4‧13 총선은 그런 평가의 기회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총선은 그런 평가를 통해 더 이상의 역주행을 막고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 보다 본격적인 평가를 할 토대를 마련하는 의미도 갖는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 민주화투쟁의 연장선에서 보자면 2010년대 복지국가논쟁은 1980년대 후반에 이루어진 정치적 민주화를 계승하여 이제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열망의 표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라는 두 민주정부가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성취라는 역사적 과제를 부여받고 나름대로 노력하였으나 세계화‧탈산업화 및 저출산‧고령화라는 새로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미완의 과제로 남고 말았다. 이 미완의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는 복지국가민심을 배신한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이 없이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이룩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며

그러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보다 복지국가민심을 실현할 의지와 대안을 가진 정치세력을 선택해야 한다. 이제 신자유주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신자유주의적 처방은 더 이상 시민들의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이는 작년 영국에서 노동당 당수로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이 당선되고 현재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사회민주주의자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가 거물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서도 나타난다. 작년 말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남부유럽 4개국에서 좌파연정이 승리하였는데 이것이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코빈과 샌더스는 그렇지 않다. 코빈의 노동당 당수 당선으로 블레어의 중도노선은 지지받지 못하게 되었으며, 샌더스 역시 힐러리보다 훨씬 좌파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다. 우리도 코빈이나 샌더스가 제시하는 것과 같은 대안을 필요로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당연히 나라마다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 되어야 하겠지만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이 시대의 역사적 과제인 것이다.

 

물론, 한국의 선거는 정책선거라기보다는 상호비방전의 성격을 더 많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코빈이나 샌더스 같이 자신의 신념을 거침없이 말하는 정치인이 그처럼 꿋꿋하게 성장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며 설사 어느 정도 성장했다 하더라도 온갖 정치공세에 시달려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펴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코빈이나 샌더스 같은 인물을 키워야 하고 또 그런 인물을 중심으로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이룰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상호비방 속에서도 후보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각 후보자 및 그 후보자가 속한 정당의 정책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고 공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실정치적으로 볼 때, 야권의 분열로 일각에서는 현 집권세력에게 개헌선마저 내줄 정도로 총선에서 패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책선거를 향한 노력들을 모아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추진할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길이야말로 현 집권세력을 심판하여 역사적 과제를 완료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목, 2016/03/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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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의 필요성과 내용

남찬섭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동아대 교수

 

공급자중심적인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현 집권세력은 2010년대 초 복지국가논쟁에서 이른 바 한국형 복지국가를 내세우면서 그것을 구체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회보장기본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추진하였다. 당시 그들은 모든 국민이 평생 동안 생애주기적으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자립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가가 각 단계마다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크고 좋은 복지국가를 지향하기 위해 사회보장기본법의 전면적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였으며,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 간, 그리고 여러 정부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회보장정책들을 서로 연계・통합하기 위해 사회보장관리체계의 통합과 선진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1) 그리하여 그들은 수요자중심적 맞춤형 사회보장이나 생활보장과 같은 개념들을 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에 담았다.

 

하지만 집권 후 그들이 보인 행보를 볼 때 사회보장기본법과 관련된 그들의 주장은 모두 허언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현 집권세력이 전면개정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1995년에 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이었는데 그 법 제정으로부터 16년이 지나 전면개정을 추진했으면서도 거기에 담겨있던 사회보장권리에 관련된 조항은 자구 하나 수정하지 않았다. 대신에 사회보장제도 운영에 대한 국민의 협조의무 등 사회보장의 관리운영과 통제에 관한 조항은 1995년 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폭 신설하거나 강화하였다. 이로써 사회보장에 있어서 권리와 의무는 심각한 불균형상태에 놓이게 되었다.2) 또한 그들이 그렇게도 선전하였던 맞춤형 사회보장은 주민들의 욕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재정에 맞추는 재정맞춤형이 그 본질이었다. 현 집권세력은 입만 열면 수요자중심주의 운운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그 어떤 정권보다 공급자중심주의에 갇혀 있는 것이다. 권리보다는 관리와 그 관리에 대한 국민의 협조의무를 강조하는 것을 수요자중심주의라 할 수 없으며, 주민의 욕구가 아니라 재정에 맞추는 것을 수요자중심주의라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공급자중심적인 사고방식은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의 여러 부분에 반영되어 있지만 그 중 지방자치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억압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회보장위원회의 권한 및 구성에 관련된 내용과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 관련된 내용들이므로 여타 다른 문제에 대한 논의는 후일을 기약하면서 여기서는 이들에 대해 먼저 논의해보기로 한다. 

 

신설・변경 사전협의제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이하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는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의해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하고자 할 때 기존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전달체계와 재정 등에 미치는 영향 등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토록 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토록 하는 제도로서3), 현행법에서 처음 규정되었고 2013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었다. 제도 시행 후에는 중앙정부의 사회보장프로그램을 보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려는 제도(예컨대, 장애인활동보조에 대한 지자체의 추가지원 등)를 가로막는다는 비판 등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나아가 작년인 2015년 9월에는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서 규정하는 협의・조정의 구속력에 대해 협의는 ‘합의’ 내지 ‘동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구속력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2015년 8월부터 강행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의 추진과정에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동시 추진하여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 의한 협의・조정결과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지자체에 대해 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4),5) 이로써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는 시행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교부세 삭감이라는 강제수단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신설・변경 사전협의제가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고 주민의 욕구를 우선해야 할 사회보장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왜 정부는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를 강행하는 것인가? 그것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설・변경 사전협의제가 지자체의 사회서비스 실험이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펴낸 신설・변경 사전협의제 운용지침에 국가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원칙적으로 불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6).그 외에도 정부는 사회보험에 있어서 본인부담금 지원사업 등을 위한 신설・변경이나 기타 전국적 프로그램의 경우 추가급여나 대상자 확대 등을 초래하는 신설・변경, 기존 전달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의 신설・변경 등에 대해서도 원칙적 불수용이라는 기준을 마련・시행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이라 하겠다. 이들은 모두 신설・변경 사전협의제가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 실험이 국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는 제도적 장치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처럼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을 앞세워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 기획력을 제약하는 것은 자칫 사회서비스 자체의 발전을 가로막아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응 등 우리사회가 시급히 필요로 하는 대응마저 제약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 대해서는 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의 협의결과를 따르지 않을 경우 지방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도록 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12조 1항을 폐지해야 한다. 또한,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의 협의를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해가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요소는 폐지해야 한다. 특히, 협의를 구속력있는 동의로 해석・적용할 경우 헌법 및 지방자치법상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협의를 구속력없는 권고임을 명시하고, 동 협의의 목적이 주민들의 사회보장증진을 위한 것으로 제한하고 그 기간 역시 법정화함으로써 보건복지부장관의 협의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위원회의 권한 문제

현행 12년 기본법은 95년 기본법에 있던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사회보장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권한도 전반적으로 강화하였다.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 대상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및 비용 분담”을 두고 있어(법 제20조 제2항 제7호) 중앙정부가 국회의 입법에 따라 시행하는 전국적 복지제도 및 사업과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동의 없이 사회보장위원회의 결정으로 분담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7). 또한, 법 제20조 제3항에서는 동조 제2항에 열거된 사항에 대해 심의・조정한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제20조 제4항에서는 위원회의 심의・조정한 결과를 반영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에 강제력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제20조 제3항과 제4항은 신설・변경 사전협의제가 지자체에 대해 구속력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사회보장위원회에 부여된 이와 같은 권한은 앞서 논의한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와 마찬가지로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즉, 사회보장위원회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역할 및 비용분담 비율을 정할 권한을 갖는 것은 자치재정권의 본질적인 사항을 침해하는 것이다. 기초노령연금법상의 기초연금, 영유아보육법, 유아교육법에서의 무상보육, 무상 유아교육의 시행과 관련하여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지방비 분담비율 등으로 인하여 지방재정의 파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최근 누리과정 무상보육 관련 재정 파탄과 이에 대한 책임의 소재 관련 갈등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국적인 사회보장사업에 관하여는 국비부담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지방재정이 일부 부담을 할 경우에는 그 비율을 어느 한도에서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지방자치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하는 차원에서 개별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입법하여야 할 사항이지, 중앙행정기관이나 행정위원회에서 조정할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위원들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은 행정위원회에 불과한데 지방자치권, 특히 자치재정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는 역할 및 비용분담 비율을 정할 권한을 갖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따라서 사회보장위원회의 권한이 본질적으로 발휘되어야 하는 내용은 유지하되 그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이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사회보장위원회에 지자체에 대한 조정권한을 부여하고 조정결과에 대해 구속력을 부여하는 조항은 이를 폐지하거나 적극적으로 수정토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권한은 사회보장증진의 목적으로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동 조정기간도 법정화하여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원안대로 확정되게 함으로써 중앙정부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사회보장위원회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설치되는 국무총리 소속 비상설 정부위원회이다. 이와 같은 사회보장위원회는 법 제20조 제2항에서 정한 바 사회보장에 관한 중요한 거의 모든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그 심의・조정에는 일정한 구속력까지 부여되어 있다(앞의 사회보장위원회 권한 문제 참조). 그런데 이처럼 사회보장에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심의・조정하는 권한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위원회는 그 구성이 대단히 정부편향적으로 되어 있다. 즉 사회보장위원회는 3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정부당연직위원이 15명이고 나머지 민간위원 15명 중에서도 상당수는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민간위원 1~2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위원이 정부관료 또는 정부의 성향에 맞는 인사들로 구성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위원회는 그 회의 결과 역시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아니하여 사회보장에 관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국민들의 감시 및 권력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지역 고유의 지방복지제도 및 사업을 대대적으로 축소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은 2015년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이 별다른 논의조차 없이 통과되어 국민들의 복지수급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보장위원회 구성에서 민간위원의 민주적 대표성을 강화하도록 현행 법 제21조 제3항의 전면개정이 필요하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이미 정부 위원이 15명이므로 나머지 위원들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없애고 국회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민노총과 한노총의 대표자 각 1인(2명) 및 동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 등 및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추천하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운영의 민주성을 기하기 위해 일정 수 이상(가령 5인 정도)의 위원들이 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경우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회와 마찬가지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2주 이내에 공개를 의무화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통하여 실질적인 심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1) 안상훈. “한국형 복지국가의 비전과 전략.”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을 위한 공청회: 한국형 복지국가의 건설」, 2010년 12월 20일, 7~14쪽; 안종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의 주요 내용과 기대효과.”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을 위한 공청회: 한국형 복지국가의 건설」, 2010년 12월 20일, 15~44쪽 등 참조.

2) 남찬섭. “사회보장기본법의 변화를 통해 본 한국 복지국가의 전개과정.” 「한국사회복지조사연구」, 제36호, 2013, 103~139쪽 참조.

3)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협의 및 조정) ① <생략>  ②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위원회가 이를 조정한다.

4) 정부는 2015년 9월 30일에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였고, 이 개정령안은 동년 12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였으며 12월 10일에 공포되었다.

5)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12조 (교부세의 반환 또는 감액) ① 법 제11조 제2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을 위반하여 지나치게 많은 경비를 지출하였거나 수입 확보를 위한 징수를 게을리 한 경우와 그에 따른 교부세의 감액 또는 반환 금액의 범위는 다음 각 호에 따른다.  1~8. <생략> 9.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협의・조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하여 경비를 지출하거나 협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아니하고 경비를 지출한 경우: 협의・조정을 거치지 아니하거나 협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아니하고 지출한 금액 이내  
6) 보건복지부,  「2015년도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운용지침」, 2014 참조.

7) 제20조(사회보장위원회) ① 사회보장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사회보장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조정한다.
       1. 사회보장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
       2. 사회보장 관련 주요 계획
       3. 사회보장제도의 평가 및 개선
       4. 사회보장제도의 신설 또는 변경에 따른 우선순위
       5. 둘 이상의 중앙행정기관이 관련된 주요 사회보장정책
       6. 사회보장급여 및 비용 부담
       7.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및 비용 분담
       8. 사회보장의 재정추계 및 재원조달 방안
       9. 사회보장 전달체계 운영 및 개선
      10. 제32조제1항에 따른 사회보장통계
      11. 사회보장정보의 보호 및 관리
      12. 그 밖에 위원장이 심의에 부치는 사항
   ③ 위원장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1. 제16조제3항에 따라 확정된 기본계획
       2. 제2항의 사항에 관하여 심의・조정한 결과
   ④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위원회의 심의・조정 사항을 반영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하여야 한다.

목, 2016/09/0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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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총론

민생안정보다는 공공성의 훼손과 시장화의 촉진을 위한 예산

 

남찬섭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반적인 평가

현 정부는 2017년도 예산안 편성의 기본방향으로 ①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뒷받침, ② 경제활력 회복과 미래성장동력 확충, ③ 민생안정과 국민안심 국가 구현의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이 중 보건복지부 예산을 포함한 사회부문 예산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은 민생안정으로 관련된 투자중점 사항으로는 ① 결혼, 임신·출산, 양육, 일가정 양립 등 저출산 극복 ②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예산안 편성의 기본방향으로서 정부가 내세운 민생안정이 저출산 극복과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확대로 달성될 수 있는지는 논자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수 있다. 일단 그것으로 민생안정이 달성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정부가 편성한 2017년도 예산안이 민생안정의 실현에 효과적일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지출예산의 증가율은 3.7%로 2016년 지출예산의 증가율 2.8%보다는 높지만 2010년부터 2015년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 5.7%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더욱이 민생안정에 밀접히 연관된 사회부문 예산의 증가율은 5.3%로 2013년도 5.2%의 증가율을 제외하면 2010년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또한 2017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은 57.7조 원으로 전년도 56.2조 원 대비 2.6% 증가하여 작년도 예산안에 이어 이례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계속 보이고 있다.

 

세부적인 평가

정부가 편성한 2017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안을 살펴보면, 2016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안 편성에도 일부 나타났던 경향으로 사업대상자의 규모를 축소 계상하여 예산안을 감소 편성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사업의 경우, 사업에 포함되는 많은 급여에서 지원대상자 규모를 축소 계상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지원대상자를 축소 계상하면서도 그 근거가 명확히 적시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컨대 교육급여는 최근 학생 수 감소를 반영했다 하더라도 나머지 급여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에서 지원대상자를 축소 계상한 것인지가 분명치 않디. 게다가 생계급여는 수급자 수는 축소 계상하였지만 수급가구는 1인가구의 증가를 근거로 증가할 것으로 계상하였고 주거급여는 수급가구를 무려 5만 가구나 축소 계상하여 일관성도 결여되었다. 최근 빈곤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초생활보장사업의 수급자 규모를 축소 계상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할 것이다.

 

대상자 축소는 노인분야사업의 일부사업과 장애인분야사업에도 나타난다. 노인분야의 경우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가사서비스와 노인돌봄종합서비스의 대상자가 축소되었고, 장애인분야사업의 경우에는 지극히 일부 사업(차상위층 장애수당)을 제외하면 상당수 사업의 대상자가 축소 계상되었다. 노인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장애인 빈곤율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노인분야의 일부사업과 장애인분야의 지원대상자를 축소시킨 것 역시 납득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처럼 지원대상자 규모를 축소시킨 사업들은 지원단가를 동결했다. 지원단가의 동결은 사실상 지원수준의 삭감이지만 지원대상자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부 사람들에 대해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받게끔 해줌으로써 지원대상에서 탈락된 사람들과 이들을 분리시키는 효과를 낳게 된다. 이는 수급조건을 까다롭게 하여 혜택과 손실이 사람에 따라 달리 나타나게 함으로써 급여축소의 효과를 집단별로 각기 다르게 하는 분할전략(division)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장애인분야사업에서 잘 드러난다. 기초수급자 대상의 장애수당 예산에서 지원대상자를 축소한 것은 장애등급 재판정, 신규신청자 재검사 등을 근거로 한 것으로 이와 같은 재판정이나 재검사는 수급조건을 엄격히 하는 전통적인 수단이다. 이러한 분할전략은 복지축소에 따르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전형적으로 동원되는 전략의 하나다.

 

그리고 지원대상자를 예상하기 어려운 사업에 대해서는 이용량 축소 편성(예: 시간차등형 보육지원), 사업량 축소(예: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민간기관종사자들의 인건비 동결(예: 노인보호전문기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보조금 삭감(예: 자립생활센터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이러한 방법은 급여축소의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급여축소가 민간기관종사자들의 사기저하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축소에서 온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급여축소의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 전략은 모호화전략(obfuscation)이라 불리며, 이 또한 복지축소에 따르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전형적으로 동원되는 전략의 하나다.

 

최근 정부는 재정건전화법의 발의 등을 통한 재정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는 2017년 예산편성지침에도 재정개혁의 일환으로 명시된 바 있다. 내년도 예산편성지침에 명시된 재정개혁에는 「재정건전화법」 발의 외에 재량지출의 구조조정과 유사·중복 통폐합도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민생안정을 예산안 편성의 기본방향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재정개혁이라는 목표에 민생안정이 희생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점에서 위에서 말한 ‘분할전략’과 ‘모호화전략’이 이미 2016년도 예산안 편성 때부터 정부에 의해 복지축소의 전략으로 동원되어왔고, 2017년도 예산안 편성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라고 의심된다. ‘분할전략’과 ‘모호화전략’은 혜택을 축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동원되는 전략이다. 특히 취약계층에게 적용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향후에도 이와 같은 전략의 활용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외에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예산은 삭감하면서도 공공형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확대 편성한 데서 볼 수 있듯이 민간전달체계의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나아가 바이오헬스신산업 인프라 구축, R&D 확대, 해외진출 촉진 등 한의약산업 육성과 한의약선도기술개발지원, 의료IT융합산업육성 인프라 구축사업, 원격의료제도화 등을 위한 예산 확대에 적극성을 드러내 ‘의료영리화’를 촉진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보건사업은 시민감시는 고사하고 시민과의 기본적인 소통조차 외면한 불투명한 정책결정과정에 의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보건의료관련정보가 정부의 비식별화 조치라는 결코 안전하지 않은 방패막이를 근거로 영리사업자들에게 허용될 위험에 처해 있다.

 

전체적으로 현 정부의 예산안은 민생안정이라는 기본방향의 공식적 천명에도 실제로는 ‘분할전략’과 ‘모호화전략’ 등에 의한 취약계층예산의 삭감,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에 의한 보건의료산업화 추진, 민간전달체계의 확충 추진 등 공공성의 훼손과 시장화의 촉진이라는 방향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화, 2016/11/0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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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 장애인 분야

 

남찬섭 ㅣ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체적인 평가

2017년 보건복지부 소관 장애인복지 지출예산은 1조 9,413억 원으로 2016년 예산(추경 포함) 대비 1.2% 감소한다(예산과 기금 포함). 2016년도 장애인복지 예산 역시 2015년 대비 증가율이 1.0%로 상당히 낮았음에도 2017년 장애인복지 예산은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2017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총지출예산 대비 장애인복지예산의 비중은 3.37%로 이는 2016년도의 비중 3.49%보다 하락한다.

 

보건복지부 소관 장애인복지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장애인연금 및 장애수당의 소득보장사업과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사업이다. 2017년도 장애인복지예산에서 장애인연금 및 장애수당은 35.2%,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26.6%,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사업은 23.4%로 세 사업은 합쳐서 85.2%를 차지한다.

 

2017년도 장애인복지예산에서 위의 3대 사업의 증가율은 0.27%(약 46억 원 증가)로 장애인복지예산 전체가 1.2% 감소한 것보다는 높지만 결코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2017년 장애인복지예산은 2016년과 마찬가지로 예년에 비해 이례적일 정도로 낮은 증가율은 계속 보이고 있다.

 

세부사업 평가

장애인소득보장

3대 복지사업 중 2017년도 장애인연금 및 장애수당 예산은 6,831.8억 원으로 2016년 예산(추경 포함, 이하 같음) 대비 1.1% 감소하여 편성된다. 이 중 장애인연금은 지원대상자는 약 2,300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1인당 지원액은 기초급여를 2016년 204,010원 대비 1,420원 인상한 20만 5,430원으로 계상하고 부가급여는 동결하여 계상하였다.1)  기초급여액 1,420원 증액과 관련하여 정부는 전국소비자물가상승률 0.7%를 반영한 결과라 하고 있으나 장애가구의 빈곤율이 2014년에 34.5%로 전체가구 빈곤율 16.3%의 2배 이상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2) 낮은 물가상승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은 대단히 안이한 태도라 할 것이다.
장애수당 중 기초수급자로서 경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수급자 장애수당은 2016년 776억 원에서 2017년 736억 원으로 5.2% 감소하였다. 차상위층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차상위 장애수당은 2017년 320억 원으로 2016년 316억 원 대비 1.1% 증가하였다. 그러나 장애아동수당은 2017년 226억 원으로 2016년 234억 원 대비 3.4% 감액된다. 장애수당 지원단가는 기초수급자, 차상위, 장애아동 대상 모두 동결하여 예산이 편성되었다.
장애수당(차상위등)사업은 차상위 장애수당과 장애아동수당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차상위 장애수당은 지원대상이 증가하여 2017년 예산이 증가한 반면 장애아동수당과 기초수급자 장애수당은 지원대상이 감소 계상되어 예산이 삭감된다.
장애아동수당 감액 예산편성은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장애아동의 출현율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나 장애인의 빈곤율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지원단가를 동결한 것은 안이한 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기초수급자 장애수당 감액은 기초수급자 신규 발굴 증가 둔화 추세 및 장애등급 의무 재판정, 신규신청자 재심사 도입 등 장애인복지법 개정시 신청률 및 지급률 감소를 예상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법률을 근거로 장애인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예산을 삭감한 것은 문제다.

 

장애인활동지원

장애인활동지원예산은 2017년 5,165억 원으로 편성되어 전년도 5,220억 원 대비 1.1% 감액되었다. 지원단가를 98만 8천 원으로 동결하였고, 지원대상인원은 63,000명으로 전년 대비 665명 축소 계상하였다. 2016년 5월에 장애인활동지원사업 대상자가 63,000명을 넘어 추경에 반영하였음에도 2017년 예산에 늘어난 인원을 다소 축소 편성한 것은 문제다.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사업은 2017년도에 4,5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액 되었는데 3대 사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현실적으로 장애인거주시설의 필요는 부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정부는 장애인거주시설이 거주와 요양 등의 서비스 외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이 장애인복지예산의 23.4%정도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전체예산보다 증가율을 큰 것은 탈시설과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 추진이라는 장애정책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재고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연금이나 장애수당, 장애인활동지원예산은 지원단가가 0.7%의 전국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200원 인상되거나 동결된다. 반면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 사업에서는 지원단가가 2,690만 5천 원(1인당 연간)으로 2016년의 2,622만 3천 원 대비 2.6% 인상되어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증가율로 계상된 것은 사업 간 형평에 어긋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 사업 예산은 50.2억 원으로 전년도 52.8억 원 대비 5.0%가 감액된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전국 62개 자립생활센터를 지원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는 보조금이 35.3억 원으로 전년도 37.2억 원에 비해 4.9% 감액된다. 시각장애인연합회나 척수장애인연합회, 장애인도우미견협회 등 중도 시각 및 척수장애인의 재활훈련과 보조견 훈련을 맡아 하던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이 14.8억 원으로 전년도 15.6억 원에 비해 5.2% 감액된다.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 예산은 182.1억 원으로 전년도 184.5억 원 대비 1.5% 감액됨.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예산은 전체 장애인복지예산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4.1% 증가율로 편성한다. 반면 지역사회자립생활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장애인활동지원이나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 예산은 4~5% 가량 감액시킨 것은 정부의 장애정책 방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장애인일자리사업

정부가 그동안 공공형 일자리 제공을 통한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와 소득보장 도모를 목적으로 시행해오던 장애인일자리지원 사업은 정부가 강조해온 일자리 창출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실제 2017년 예산에서는 675.6억 원으로 전년도 707.3억 원 대비 4.5% 감액 편성되었다.
특히 행정도우미 등 일반형일자리 지원예산은 297.1억 원으로 전년도 408.2억 원 대비 무려 27.2%나 감액되었다. 이는 주로 지원대상 인원을 줄여 편성한 것인데 일반형일자리지원사업의 대상인원은 3,221명으로 2016년의 4,746명에 비해 32.1%나 감축된다. 반면 정부는 시간제일자리를 내년부터 신설하여 여기에 1,500명의 장애인을 취업시키고자 하고 있으며 이 사업에 69억 원의 예산을 신규로 편성하였다. 이처럼 일반형일자리지원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하는 한편 시간제일자리지원사업을 신설한 것에 대해서는 향후 그 추이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장애인의료비지원

저소득 장애인 의료비를 지원하는 장애인의료비지원은 작년 예산 대비 39.7% 삭감된 21,583백만 원이 편성된다. 대상자는 78,719명에서 2017년 85,320원으로 6,601명이 증가하였으나 단가는 387천 원에서 324천 원으로 감소 계측한다. 또한 실제 청구액 대비 예산의 과소 편성으로 매년 미지급금이 발생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에도 2017년에도 과소편성하고 예산을 삭감한 것은 문제다. 

 

결론

2017년도 장애인복지예산은 2016년도 예산과 비교하여 1.2% 감소하여 최소한의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하며 장애인의 복지수급권을 침해할 것이 우려된다.

 

장애인복지예산은 장애인연금 및 장애수당 등의 소득보장사업,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사업의 3대 사업이 85%의 비중을 보일 정도로 이들을 중심으로 편성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장애인의 탈시설과 지역사회자립생활이라는 최근의 장애정책기조와 상대적으로 더 관련성이 깊은 장애인활동지원사업과 소득보장사업은 예산이 전반적으로 감액 편성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그러한 장애정책기조와는 다소 상충하는 장애인거주시설운영지원사업의 예산은 전체 장애인복지예산보다 훨씬 큰 증가율을 보이러한 경향은 3대 사업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탈시설 및 지역사회자립생활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 예산과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 예산이 감액 편성된 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2017년도 장애인복지예산에서는 정부가 장애인에 대한 공공형 일자리 창출 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하고 시간제일자리지원사업을 신설하는 등 정책적 전환을 일정하게 시도하고 있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1) 기초급여액의 지원단가가 2016년도 정부예산안에는 205,230원이었음. 따라서 2016년도 정부예산안의 기초급여 지원단가와 비교하면 2017년도 정부예산안의 기초급여 지원단가 205,430원은 200원 인상된 것임.

2) 여기서 빈곤율은 상대빈곤율로 중위소득 50%를 기준으로 한 것임. 관련 수치는 조윤화·김태용·송기호, 2015, 『2015 장애통계연보』 (한국장애인개발원) 참조.

화, 2016/11/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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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소진인식의 형성배경
- 언론기사 분석을 중심으로1)

남찬섭 |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민기채 | 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충권 |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수정 |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서론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에 시행된 이래 주로 재정안정론에 입각한 제도개편을 하였다. 즉, 1998년 법 개정을 통해 연금급여의 소득대체율을 40년 가입기준 70%에서 60%로 하향조정하고 연금수급연령을 2013년부터 매 5년마다 한 살씩 늦추어 2033년부터 65세가 되게 하는 등 재정안정성을 위해 보장성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또 2007년 법 개정 때는 소득대체율을 2008년에 50%로 낮추고 그 다음해부터는 매년 0.5%p씩 내려 2028년 이후부터 40%로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물론 두 차례의 제도개편에서 적용대상 확대와 최저 가입기간을 15년에서 10년으로 단축, 분할연금 도입, 자동물가연동장치 도입(1998년 개정), 크레딧 제도의 도입, 분할연금 수급요건 완화(2007년 개정) 등 보장성강화를 위한 조치도 있었으나 전반적인 기조는 재정안정론이 지배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안정론에 입각한 두 번의 개편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재정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기금소진론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구성되어 추계할 당시 국민연금기금은 2031년에 소진될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그 이후 재정안정론에 입각한 제도개편에 따라 소진시점은 계속 연기되어 2003년의 제1차 장기재정계산 때는 2047년, 2008년 2차 계산 때는 2060년, 2013년 3차 계산 때는 2060년으로 추정되었다. 이번 4차 계산 때는 3차보다 3년 앞당겨진 2057년으로 추정되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금소진시점이 연기되는 추세이지만 국민들은 기금소진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기금소진인식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다소 독특한 점이 있다. 공적 연금을 운영하면서 큰 규모의 기금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등 5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들 나라들의 연금기금도 재정계산에서는 모두 일정기간 내에 소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미국의 사회보장연금(OASDI)은 부과방식이지만 기금이 GDP의 17% 정도로 거대한데 이 기금도 2015년의 재정계산결과 2034년에 소진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흔히 거론되는 바이긴 하나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공적 연금을 기금을 거의 적립해오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기금이 소진된 상태로 공적 연금을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1개월 반 정도의 지불준비금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외국사례가 국민들의 인식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사회보장연금은 2034년에 기금소진이 추정되어도 아무도 기금소진을 걱정하지 않지만 우리는 올해의 재정계산결과로 봐도 그보다 23년이나 후에 기

금소진이 예측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그야말로 예측일 뿐이며 증명된 것이 아닌데도 얼마 안가 기금이 소진되고 그러면 연금급여를 못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물론 이런 기금소진인식과 재정불안감은 급속한 고령화와 심각한 저출산과 같은 객관적인 근거를 가진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떠한 사회문제라도 중요한 것은 그 사회가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는가에 따라 문제해결의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문제가 심각하다면 이는 공적 연금의 재정방식이 적립방식이든 부과방식이든 혹은 기여와 급여 간의 관계가 완전히 비례이든 그렇지 않든 문제가 된다. 또 인구문제가 심각하다면 이는 공적 연금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공적 연금을 인구문제와 연관하여 접근하는 경우에도 이를 연금기금의 소진이나 연금재정문제라는 좁은 틀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공적 연금을 사회전체의 부양능력의 한 수단으로 보는 넓은 시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까지 인구문제를 연금기금소진과 재정불안이라는 좁은 시각으로 접근해 온 측면이 더 강하였다.

 

이런 좁은 접근이 강하게 나타난 배경의 하나로 여기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장기재정추계는 그야말로 추계일 뿐이며 장기적인 방향을 가늠하려는 참고자료인데도 우리 언론은 이런 사실보다는 기금소진을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인구문제와 기금소진을 곧바로 연결시켜 불안을 조장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또 위에서 본 것처럼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사실상 기금소진 상태에서 공적 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금급여 지급에 큰 문제가 없으나 언론은 이런 외국 사례를 통해 사회복지 제도로서의 공적 연금의 의미를 강조하기보다는 재정불안을 조장하는 듯한 보도를 많이 해왔다. 게다가 우리의 경우 두 차례의 연금개편이 이루어진 시점이 공교롭게도 모두 민주정부 집권기였다. 재정안정론에 입각하여 국민연금을 비판적으로 다룬 기사는 민주정부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이것이 정권비판의 수단으로 동원된 측면도 없지 않다. 이하 본문에서는 국민연금 관련 기사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신문사별로 그리고 정권별로 국민연금 관련기사들이 어떤 추이를 보였는가를 살펴본다.

 

분석대상 및 분석방법

여기서 분석대상으로 삼은 것은 6대 일간지에 실린 국민연금 관련 기사이다. 6대 일간지는 보수성향 일간지 4개(조선, 중앙, 동아, 한국)와 진보성향 일간지 2개(경향, 한겨레)이다. 분석대상기사는 김대중 정부 출범일(1998.02.25.)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일(2016.12.09.)까지의 국민연금 관련 기사이다. 이 기간에 6대 일간지에 국민연금 관련 기사는 모두 20,559건이며 일간지별로 보면 조선 4,535건2), 중앙 2,642건, 동아 3,745건, 한국 2,660건, 경향 3,631건, 한겨레 3,346건이다. 이 글에서는 이 중 3%를 비례층화집락계통 방식에 의해 무작위 추출하여 620건(조선 137건, 중앙 80건, 동아 113건, 한국 80건, 경향 109건, 한겨레 101건)을 분석하였는데, 보수성향 일간지의 기사가 410건이었고 진보성향 일간지 기사가 210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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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사분석에는 엔비보(NVivo) 10.0 패키지를 활용하여, 발췌 및 코딩, 범주화의 순으로 질적 자료분석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국민연금 관련 기사가 245개의 의미코딩(nodes)되었다. 이렇게 의미코딩된 기사를 다시 크게 보장성강화론 기사와

재정안정화론 기사 및 기타 기사로 분류하는 한편, 국민연금에 대한 긍정적(신뢰), 부정적(불신), 중립적 기사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기사분류를 키워드별로 보면 보장성강화 기사는 노후소득보장, 비정규직 근로자 및 시간제 노동자 관련 사각지대, 공적 연금강화, 보험료 지원 등의 키워드를 주로 가지고 있고, 재정안정화 기사는 연기금고갈, 연금개혁, 고령화, 보험료 인상 등의 키워드를 주로 가지고 있었다. 또한 국민연금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성격을 가진 긍정적 기사는 노령연금, 노후소득보장, 의결권행사, 공적 연금강화, 사각지대 해소 등의 키워드를 주로 가지고 있었고, 부정적 기사는 연금개혁, 저출산ㆍ고령

화, 연기금고갈, 보험료 인상, 형평성 등의 키워드를 주로 가지고 있었다. 보장성강화 기사는 긍정적 기사와 그리고 재정안정화 기사는 부정적 기사와 강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분석결과

전체적으로 분석대상기간 동안의 기사에는 보장성강화 또는 재정안정화의 어느 한 쪽으로 분류하기가 어려운 기타 기사가 395건(63.7%)으로 가장 많았다. 기타 기사를 제외하면 재정안정화 기사가 146건(23.5%), 보장성강화 기사가 79건(12.7%)으로 재정안정화 기사가 보장성강화 기사의 거의 2배 분량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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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타 기사를 제외하면 재정안정화 기사가 지배적이지만 보수매체와 진보매체 간 차이도 상당히 뚜렷하다. 즉, 보수매체의 경우 재정안정화 기사(30.5%)가 보장성강화 기사(10.0%)의 3배인 반면, 진보매체는 그 반대로 보장성강화 기사(18.1%)가 재정안정화 기사(10.0%)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1-2> 참조). 또한 정권별 기사의 차이도 상당히 뚜렷하여 민주정부 기간에는 재정안정화 기사가 33.9%로 보수정부 기간의 재정안정화 기사 16.5%의 2배 가량에 이른다(<표1-3> 및 <그림 1-1>, <그림 1-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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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기사와 부정적 기사의 추이를 보면, 전체적으로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뉘앙스의 기사가 더 많으며(51.8%) 중립적 기사도 상당한 비중(32.6%)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신문사별 차이가 다소 있는데, 대체로 보수신문들은 부정적 기사(56.8%)가 많은 반면 진보성향 매체들은 중립적 기사(41.%)가 많은 특징을 보인다. 진보성향 매체들의 경우 부정적 기사(41.9%)가 보수매체보다는 적지만 절대적 비중으로는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표 1-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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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별로 긍정적 기사 및 부정적 기사의 추이를 보면 민주정부 기간에 부정적 기사(64.5%)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긍정적 기사는 민주정부 기간에 8.8%였으나 보수정부 기간에는 20.3%로 증가하였다(<표 1-5> 및 <그림1-3>, <그림 1-4> 참조). 이러한 추이는 연도별 긍정적 기사 및 부정적 기사의 추이에서도 나타나는데 다만, 2013년 이후 부정적 기사가 증가한 것은 기초연금 실시 및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공적 연금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관련기사들을 보장성강화 대 재정안정화 기사라는 프레임별 분류 및 긍정 대 부정 기사라는 긍정ㆍ부정별 분류로 살펴보았는데 이제 이 두 분류를 교차해보자. 이들을 교차하면 재정안정화 기사의 81.5%는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기사들로 나타났다. 이는 앞에서 키워드로 기사를 분류할 때 두 분류 간에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에서도 일정정도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보장성 강화 기사는 긍정적 기사(55.7%)가 상대적으로 많으며 중립적 기사의 비중(19.0%)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1-6>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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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별 분류와 긍정ㆍ부정별 분류를 교차하면 모두 9개의 조합이 나오는데, 이 중 보장성강화 및 재정안정화와 긍정 및 부정의 조합만 뽑아 이를 정권별로 나타내면 <그림 1-5>와 같다. 이에 의하면 민주정부 기간에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기초한 부정적 기사(재정/부정)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보수정부 기간에는 이런 기사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보장성강화 프레임에 기초한 긍정적 기사의 비중이 민주정부 기간에는 낮아서 특히 노무현 정부 기간에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까지 하지만 보수정부 기간에는 이런 기사가 제법 증가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런 기사추이에서 우리는 어떤 사실을 알 수 있는가?

 

첫째로, 우리나라에서 두 차례 진행된 연금개편에서 언론은 주로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입각한 보도에 치중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로 두 차례 진행된 연금개편에서 언론은 국민연금에 대해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기초한 부정적 기사를 더 많이 보도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보수정부 기간에 연금개편 이슈가 잦아들면서 재정안정화에 입각한 부정적 기사가 줄어들고 그와 동시에 보장성강화 프레임에 입각한 긍정적 기사가 늘어난 데서도 알 수 있다. 앞에서 국민

연금에 대한 부정적 기사와 재정안정화 기사는 주로 보수언론들에서 많이 보도하였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와 같은 언론의 보도행태는 언론들이 연금개편을 재정안정화 프레임으로 접근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런 재정안정화 프레임으로 정권 특히

민주정부를 비판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기사들의 키워드(의미코딩)를 살펴보아도 드러난다. 앞서 본 것처럼 보장성강화 기사의 키워드로는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 공적 연금 강화, 보험료지원 등이 높은 빈도를 보였고, 재정안정화 기사의 키워드로는 연기금고갈,

연금개혁, 고령화, 보험료 인상 등이 높은 빈도를 보였다. 그리고 국민연금에 대한 긍정적 기사의 키워드는 노령연금, 노후소득보장, 의결권행사, 공적 연금 강화, 비정규직 근로자 및 시간제 노동자 관련 연금확대 등이 주를 이루었고, 부정적 기사의

키워드는 연금개혁, 저출산ㆍ고령화, 연기금고갈, 보험료 인상, 형평성 등이 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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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는 신문사별로도 차이가 있었다(<표1-7> 참조). 즉, 한겨레ㆍ경향의 경우는 노후소득, 노령연금, 비정규직, 의결권 행사, 공적 연금등이 주된 키워드인데 비해, 조선ㆍ중앙ㆍ동아의 경우는 연금개혁, 연기금고갈, 고령화, 기금운용 등의 내용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또한 의미코딩에 의한 키워드는 정권별로도 차이가 있었다(<표1-8> 참조). 즉, 김대중 정부의 경우 형평성, 연기금투자, 보험료 인상 등이 주요한 화두였던데 비해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고령화, 연금개혁, 노후소득보장 등이 주를 이루었다. 한편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의결권행사, 연금고갈 등의 이슈가 기존 논의와 함께 주요하게 등장하였고,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연금개혁이 중요한 이슈로 크게 부상하였는데,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시기에 추진된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인한 것이다.

 

결론 및 함의

본문에서 본 것처럼 분석대상 기간의 신문기사들은 전체적으로 재정안정화나 보장성강화의 어느 한 쪽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기타 기사가 가장 많았으나 그 외의 기사에서는 재정안정화 기사가 보장성강화 기사의 거의 2배 분량에 달했다. 또한 국민연금에 대한 긍정ㆍ부정 기사 분류에서는 부정적 기사가 절반을 넘는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신문사별 차이도 있었다. 진보성향 신문사들에 비해 보수성향의 신문사들이 재정안정화 기사와 부정적 기사를 더 많이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권별 보도행태에도 차이가 있어서 연금개혁이 화두가 되었던 민주정부 기간에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입각한 부정적 기사가 상당히 집중적으로 나타났으며 보수정부 집권기에는 긍정적 기사가 상대적으로 많이 보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워드로 보았을 때에도 보수신문들에서는 연금개혁과 연기금고갈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진보신문들에서는 노후소득보장,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 의결권 행사 등이 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그간 언론들 스스로가 국민연금을 사회복지 제도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갇혀 접근해왔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이 언론기사의 키워드에서 기금고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이 진보신문보다 보수신문에서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났고 연금개편이 추진된 민주정부 기간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보수언론들은 연금개편을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입각토록 여론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재정안정화 프레임으로 민주정부를 비판하는 데에도 노력하지 않았던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최근 제4차 장기재정계산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와 함께 이 글에서 분석한 바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입각하여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보도 행태들이 또 다시 재현되는 것 같다. 특히 이런 보도행태가 보수언론에서 과거보다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물론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개혁은 필요하고 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서론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인구문제는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이를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라는 프레임으로만 접근하려는 태도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접근이다. 인구문제를 앞두고 중요한 개혁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을 두고서 재정안정화 프레임으로만 이를 몰고 간다든지, 나아가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여 국민을 겁박한다든지, 그리고 이러한 국민의 불안을 정권비판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면 이는 결코 국민연금의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진보신문들도 재정안정화 프레임에서 벗어난 보도를 하려는 노력을 과거보다 더 많이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많이 성장한 대안매체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력들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의 공적 자산으로서의 국민연금을 건전하게 지켜나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령화에 슬기롭게 대비하게끔,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개혁하고 그와 함께 국민연금도 개혁해나가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해

본다.


1) 이 글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의 ‘국민연금 기금소진론 형성배경과 극복방안 연구’ 연구용역(연구책임: 남찬섭)에서 행한 신문기사의 중간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이후 최종적인 분석이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추가분석으로 결과 경향성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지만 세부수치에는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2) 조선일보의 경우 ‘국민연금’의 한 단어로 검색하더라도 한 기사 내 ‘국민’과 ‘연금’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면 국민연금 기사로 간주하여 검색결과를 도출함으로써 모수 추정에 어려움이 있어 본문의 수치가 정확한 모수라 보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토, 2018/09/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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