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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화평법의 후퇴를 규탄한다.

[논평] 화평법의 후퇴를 규탄한다.

admin | 금, 2023/12/29- 13:17

4년 전에는 국민건강 지키는 파수꾼, 지금은 킬러규제?

  [caption id="attachment_236319" align="aligncenter" width="640"] ⓒ공동취재사2022.08.04 한화진 환경부 장관(오른쪽)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caption]  

법률이 하나 있다. 이름도 길고 생소한 ‘화학물질 평가 및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다. 공식명칭보다 화평법이라는 약칭으로 불린다. 별칭은 더 유명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때 이 법률을 ‘암덩어리’ 내지 ‘단두대에 올릴 규제혁명의 대상’으로 불렀다. 때로는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라 했고, 요즘에는 ‘킬러규제’로 부른다. 이러한 평가는 집권한 대통령의 인식에 좌우되었다.

28일 화평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는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화평법을 킬러규제로 지칭하며 압박해온,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주장이 관철된 결과이다. 한화진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에 출석해 유럽,일본 등 세계적 기준(1t)에 맞게 제도를 고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GDP를 감안하면 유럽은 약 7배, 미국은 15배에 달한다. 또한 미국의 기준은 10t이다. 소비할 수 있는 인구를 감안해 우리 실정에 맞는 적정기준이 필요하지, 맹목적인 기준일치가 국익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한화진 장관의 안이한 인식을 엄중하게 규탄한다. 등록기준에 대한 이중잣대도 문제다.

 

외국 기준에만 맞추면 된다는 한화진 장관의 이중잣대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숨어있다. 등록기준을 1t으로 통일한다고 해도 국가별로 요구하는 자료의 수준이 다르다. 유럽과 우리의 요구자료는 여전히 상이하다.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가 신규화학물질에 관한 화학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준은 동일해도 자료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지난 2019년 8월에 이를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

화평법은 제조·수입량에 따라 최소 15개∼최대 47개의 시험자료 요구,  EU는 최소 22개∼최대 60개로 더 많은 시험자료의 제출 요구. 또한 국내 중소기업 등 산업계의 건의사항을 적극 검토·수용하여 현재 유해성이 낮은 것으로 분류·표시되는 기존물질에 대한 등록서류 제출 일부 면제(최대 47개→15개) 제도도 도입한 바 있음.기존물질은 업체의 등록부담을 고려하여 유통량·유해성에 따라 최대 10년 이상으로 등록유예기간이 이미 부여되어 있으며, 연간 1∼10톤 제조·수입되는 물질은 2030년까지 등록하면 됨.특히, R&D용 물질은 현재도 등록이 면제되고 있으며, EU보다 면제규정도 완화되어 적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화평법 때문에 기술개발이 어려워 소재부품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임 ※ R&D 등록면제도 EU는 제품·공정 중심 연구개발에 한해 5년 한시적으로 면제되나, 화평법은 기한, 장소 등 제한 없이 면제됨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화학산업 또한 제조·생산이 국제화 되어있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수익에 따라 책임을 부과하는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2019년의 환경부는 화평법을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칭했다.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경제지의 주장을 비판했다. 애석하게도 2023년에는 오히려 후자에 동조하고 있다. 한화진 장관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말한다면, 의무도 함께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화평법을 둘러싼 산업계의 규제완화 요구는 과거부터 집요했다. 그 시기는 2013년 법률이 만들어지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이은 참사에 떠밀려 박근혜정부는 화평법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제시한 신규화학물질 1t이라는 기준은 국회논의 과정에서 ‘전부등록’으로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후 시행령을 둘러싼 논의가 모법의 무력화에 맞춰지며 표류하게 된다. 그러다가 2016년 가습기살균체 참사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타고 화평법은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모든 신규물질을 등록토록 한 기준은 법률제정 5년만에 완화되었고, 이번에 다시 1t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화평법은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제도다. 기존 화학물질은 제조·수입하는 취급량에 따라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등록절차가 진행된다. 반면에 신규화학물질은 별도의 유예기간이 없다. 100kg이상 취급하는 기업은 등록을 해야하고, 그 이하 소량으로 취급하는 물질에 대해서는 신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대략 5만 건으로, 매년 2,000여건의 신규물질이 들어오고 있다. 이 중 중소기업의 취급량이 절반에 달한다.

 

물론 현행제도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도의 부족함을 골간을 허무는 근거로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현재의 화평법을 준수하기 위해 기업은 직접 유해성자료를 만들거나, 외국기관(GLP)에서 구매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과정에서 유리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한다. 이 때문에 자료에 기반한 페이퍼와 현실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에 따른 내재된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등록제도는 일단 검토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한다는 점에 존재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환경부는 등록제에 바탕을 둔 현행제도로 신규화학물질에 대한 정보확보가 어려우니, 신고제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럽도 유해성정보신고제도(CLP)를 통해 화학물질등록평가 규정(REACH)를 보완하지 대체관계로 삼지 않는다. 화평법은 공식명칭에 ‘등’을 추가해 등록뿐 아니라 신고에 관한 내용도 일부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유럽에 빗대면 리치를 완화해서 CLP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EU는 REACH*(2007)라는 ’화학물질등록평가 규정‘ 이외에 별도로 소량 물질의 유해성을 관리할 수 있는 CLP(2009∼)**, 즉 ’화학물질 및 혼합물의 분류·표시·포장에 관한 규정‘이 있어 모든 화학물질·혼합물 관리 중* 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EU 내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물질 등록, 2018.5월까지 2만 1,551종 등록완료)  ** Classification, Labelling and Packaging of substances and mixtures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환경부는 등록시 요구하는 시험자료는 원문확보가 필요하지만, 신고제도는 시험결과 값만 활용할 수 있어 저작권 문제없이 유해성 분류결과를 공유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또한 기존화학물질에나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추가확인 공개자료를 검토한다는 내용도 이미 등록제도 아래 국립환경과학원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 중 하나이다.게다가 신규화학물질은 그 특성상 자료가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가 생산하지 않으면 확보가 어려운데 제출의무가 없으면 생산유인이 떨어진다.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업은 확정적인 이익을, 화학안전은 장밋빛 가능성만

마지막으로 법률이 부과하는 의무 측면에서 ‘해야한다’와 ‘할 수 있다’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다. 환경부가 내실화의 근거로 강조하는 조치는 모두 –할 수 있다로 마침표를 찍는다. 최악의 경우 기업의 의무만 면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안전에 관한 문제를 환경부의 ‘재량’에만 맡기는 것도 석연치 않다. 혹여나 문제가 발생한 살생물질만 중점 관리하고, 나머지는 느슨하게 챙기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까 우려도 남는다.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개정안이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환경운동연합 또한 2021년 화학안전정책포럼이 출범할 당시부터 함께 참여해왔지만, 이번 개정안이 담고있는 한계와 과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화평법의 이러한 부침은 안전에 관한 우리사회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잠시 강화되었다가, 지속적 약화의 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이라도 있는 것일까. 화평법의 연혁은 그 자체로 한편의 비극이다.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우리는 이 법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관한 중요한 과제가 놓여있다. 우리에게는 더 좋은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에게 확정적인 이익을 보장하며, 안전에 관한 장밋빛 약속과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사회로 떠넘기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이는 공수표이자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2023. 12. 29.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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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계 질환 발생률 최대 20배 증가사실 확인돼

 

▲ 끌어안고 통곡하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인 박수진씨가 지난 5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피해자 전신질환 일정과 판정기준 대폭 완화, 피해단계 구분 철폐와 현행 판정 근거 공개 등을 요구하며 삭발하자, 동료 피해자가 박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임종한(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전 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

지난 11월 8일 환경독성보건학회를 비롯한 7개 환경관련 학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임직원 등 가습기살균제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고, 재판부에 이와 관련한 의견를 제출했다. 사실 과학자들이, 학회차원에서 특정한 형사재판의 선고를 앞두고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간절했다. 더이상은 화학제품이 야기하는 피해가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돌아보면 여러 차례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997년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를 원료물질이 유독물이 아니라고 고시해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나오는 길을 터 주었고, 2000년 옥시는 독성실험 없이 제품을 출시했다. 2003년 SK케미칼, 애경 등 제조·판매업체는 원료의 유독성을 알고도 아무런 해가 없다고 광고하고 유해한 제품을 버젓이 제조·판매해 왔다.

그럼에도 법원은 지난 2021년 1월 CMIT/MIT 가습기살균제 1심의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이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사이의 인과적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유감이다.

지난 3년 사이에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독성학 연구가 진전을 이루었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CMIT/MIT 성분이 폐에 도달하고 독성영향을 일으키느냐는 원심판단의 결정적인 근거였다. 후속연구는 이 물질이 에어로졸로 분무되어 간질성폐렴과 천식이 발생하는 하기도까지 도달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또한 실제 피해신고자가 사용한 거리를 반영한 실험에서는 2주라는 비교적 짧은 노출시간에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람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역학연구도 진전이 있었다.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한 수많은 정교한 결과를 산출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대부분의 호흡기계 질환발생률이 최대 5배에서 20배 정도 증가했다. 이는 2011년 말 가습기살균제 수거 전후의 전국민 건강실태를 비교한 결과이다. 특히, CMIT/MIT 피해구제 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제품 사용전후 5년을 비교해보니 전체 천식 발생이 5배, 천식으로 인한 입원 발생이 10배나 늘어났다. 이처럼 지난 3년간 학계 전문가들은 연구결과들의 과학적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학제적 근거를 종합하는 방법론을 적용했다. 그결과 CMIT/MIT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이 인체에 건강피해를 유발함을 확인했다. 객관적인 전체근거를 종합하여 피해구제특별법에서 인과관계 추정에서 요구하는 ‘역학적 상관관계’를 확인한 검토보고서도 2차례 발간했다. 특히 특별법상 구제급여 대상 질환인 폐손상과 천식의 조사판정에 있어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고, 가해기업에게 사회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이 없다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사법적 판단에 있어서 그간의 연구를 통해 건강피해 발생과 관련하여 확연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검증된 과학적 근거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원인 제공자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 사실심 판단의 기회가 마지막인 항소심 재판에서, 기업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선언되기를 기대한다.

화, 2024/01/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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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예방 해야만 했던, “아직도 믿기 힘든 참사”

  [caption id="attachment_229714" align="aligncenter" width="360"]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4일 국회에서 10.29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다섯번째 회의를 열었습니다. 첫 청문회 일정에는 경찰과 소방인사들이 주요 증인들로 출석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종일 진행된 빡빡한 일정에도 희생자 유족들이 함께 자리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10.29 참사에 골든타임은 없었습니다. “군중 난기류”라는 좁은공간에 인파가 몰릴 때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 앞에, 한사람이라도 더 빨리 구해야했습니다. 긴급한 구조를 위한 경력들이 필요했습니다. 더 나아가 애초에 적극적인 안전관리를 위한 사전 예방대책이 필요했습니다.

 

“겪고도 아직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참사 현장에 최초로 도착했던 유해진 팀원의 말입니다. 용산소방서 현장대응단 소속으로 19년 경력의 소방관인 그녀에게도 10.29 참사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사건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사고골목 앞에 도착했을때 사고 앞 지점에서는 사람들이 넘어져서 포개져 있다는 느낌보다는 사람이 사람위로 밀려서 올라가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사고 앞 지점은 사람들이 숨을 쉬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으며, 의식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사람위로 밀려서 올라가 있는 형태라 앞에서 일으킬수는 없었고 전혀 꼼짝도 하지 않았고요. 후면으로 넘어가야겠다고 바로 판단했고 지휘팀장 지시하에 대원들과 후면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인파를 뚫지 못하고 5분이나 걸렸습니다. 뒤편에 도착했을 때 사고 앞 지점으로 바로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사고지점부터 6m나 뒤인 세계음식거리와 맞닿는 지점에도 사람들이 똑같이 넘어져 있었습니다.

“지원요청을 출동하면서도, 현장에서도 엄청나게 요청했습니다.”

그녀는 또한 28차례나 걸친 지원요청 이유는 현장에 경찰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도착 당시 본 경찰관은 2명이 전부였고 현장통제는 한참 동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져있는) 사람을 빼서 눕힐 공간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경찰, 지자체 등 다른기관의 지원이 없어 너무나 외로웠다고 합니다. 소방관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고, 구조한 사람을 눕힐 장소조차 마련되지 않을 정도로 인파들이 통제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소방관들, 저를 포함한 모두가 정말 죽을힘을 다해 최선을 다했지만, 참담한 결과에 유가족들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습니다.

유해진 팀원은 사고발생의 원인에 대해 군중 난기류(crowd turbulence)현상을 언급했습니다. 더크 헬빙(Dirk Helbing) 교수에 따르면 군중 밀집도가 입계치(평방미터당 6인)이상에 달하면 큰 압력이 사람들에게 가해진다는 설명입니다. 유해진 팀원은 참사당시 이태원 골목의 군중 밀집도가 11~15인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몸을 가눌수 없고, 서로 넘어지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죠.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실제 책임은 용산경찰서장이나 소방서장에게 묻고 있는게 부끄러운일 아닙니까. 시스템을 지원하는게 컨트롤타워의 역할인데, 그게 안되는 게 중대한 과실이라는겁니다. 인식을 못 했다는 것만으로 책임을 회피하십니까?”

 

참사예방을 위한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한 진선미 의원의 지적에 더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다양한 질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질의와 답변 내용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229716" align="aligncenter" width="640"] ⓒ국회방송 캡쳐(2023)[/caption]  

2020년과 2021년 행사 당시는 방역대책 차원의 대응이었고 안전관리 차원은 아니었다.  보신각 타종행사와 불꽃축제 행사와 달리 10.29 참사는 장소가 특정되지 않아서 비교할 수 없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행해졌던 마약범죄 수사와 안전사고 예방은 연관성이 없다. 용산 태통령실 이전 여파나 관저경호 관련 사항은 참사대응과 연관이 없다. 무책임하게 중간에 가운데에서 사퇴하기보다 맡은바 소임을 다하겠다. 경찰의 최초 인지시점은 22시 56분이 아니라 23시 20분이다.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 할 수 있다.

또한 여당의원들의 공세는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에 지원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던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이런  광경은 마치 그에게 서울청장이나 경찰청장 이상의 더 큰 책임이 있는 듯한 인상마저 주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첫째 날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었습니다. “최선”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범주가 넓었습니다.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최선이었을까요. 참사가 벌어진 지도 68일을 맞는 이 날, 10.29 참사의 첫 번째 청문회를 보며 유가족들은 참담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정부의 무책임과 안일한 태도가 유가족들을 투사로 만드는 익숙한 광경이 또다시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란리본기금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목, 2023/01/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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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낙동강네트워크,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12월 29일 오전 11시 환경부의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오염시설 허가를 규탄하고, 지속적으로 환경오염 범죄를 일삼은 영풍석포제련소의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환경센터 마당에서 개최하였다. 환경부는 12월 28일 보도를 통해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가 환경오염물질 저감 시설 개선 등의 조건으로 운영 허가 결정을 통보했음을 밝혔다. 영풍석포제련소는 최근 10년간 행정기관으로부터 55회에 걸쳐 76건의 환경법령 위반사항이 적발되고 25건의 고발조치가 있었음에도, 환경부는 100개의 허가조건을 부여하면서 여전히 영풍석포제련소를 심폐 소생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낙동강네트워크,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영풍석포제련소의 페쇄와 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기자회견문]  

범죄기업 ㈜영풍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 허가를 규탄한다!! - 불공정한 환경범죄기업의 허가를 즉각 취소하라! -

  ◯ 2022년 12월 28일 환경부는 환경범죄기업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해 10개 분야 100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이를 일부 개선하는 조건으로 환경오염시설 허가를 냈다. ◯ 영풍석포제련소를 폐쇄해야 할 객관적, 과학적 증거는 전 분야에 걸쳐 18개의 연구결과가 이미 이를 입증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가 범죄기업 영풍석포제련소를 인정한 것은 역사에 길이 씻을 수 없는 오욕의 결정이다. 1,300만 시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범죄기업을 편드는 것이야말로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범죄행위다. ◯ 영풍석포제련소의 문제는 산적하다. - 2019년 4월 제련소 1, 2공장 인근에서 하천수 수질기준(0.005㎎/L)을 최대 4,578배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22.888㎎/L)되면서 중금속 오염 유출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 결과 공장시설에서 누출된 카드뮴 공정액이 토양과 지하수를 거쳐 낙동강으로 유출되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카드뮴의 낙동강 유출량이 하루 약 22kg(약 8,030kg/년) 수준으로 밝혀졌다. - 최근 안동호에 서식하는 메기에서 8월에 이어 10월에도 kg당 0.9mg의 수은이 검출돼 기준치 0.5mg을 초과한 사실이 국립수산물검사원에 의해 밝혀져 어업 금지와 보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영풍제련소의 수은 함유 폐수와 폐기물의 누출 의혹이 가시화되고 있다. - 영풍은 애초 지하수 오염은 차집시설로, 폐수는 무방류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선전했다. 하지만 상압증발농축식 무방류시스템은 폐수를 가열하여 발생하는 수증기는 모아 물을 생산하고, 농축된 불순물은 폐기물이나 대기오염물질로 전이되어 배출시키는 것이다. - 지하수 차집시설이 있더라도 공장시설 및 건축물 하부의 오염된 토양은 공장을 다 들어내어 정화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미 극도로 오염된 공장시설 및 건축물 하부 자체가 오염되어 있는 상태다. 오염 토양 전체를 들어내어 외부로 반출 적정 처리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시설공사 중(이행중)이라는 이름으로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을 장기간 버려두게 되는 것이다. - ‘토양정화명령’(15.4.13∼23.6.30. 봉화군)의 행정처분에 대해, 6년간 오염토량 307,087㎥(공장 하부 오염토양 제외)만 처리한 것 등을 고려해 28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그런데도 설상가상 영풍은 이 두 가지 행정처분에 대해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 영풍석포제련소는 최근 10년간 55회에 걸쳐 76건의 환경법령 위반사항이 적발되고 25건이 고발 조치된 바 있다. 조사만 하면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감시의 사각지대임을 의미한다. 즉 아무리 100가지 허가조건을 달았다 한들 상시 감시가 불가능하고, 법적 권한이 있는 전문 감시기구가 없다면 이 역시 어불성설이다. 공장부지 내 중금속 오염은 빠르면 2일 이내에 낙동강에 도달한다. - 가장 핵심 오염원인 토양오염에 대한 관리책임이 여전히 봉화군에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통합허가제도의 법적 취지에도 반한다. 하물며 2015년부터 8년째 행정소송을 이어오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를 봉화군이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오염시설 허가는 100개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오히려 이로 인해 영풍석포제련소는 환경범죄자라는 오명은 가린 채 환경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조건부 허가내용에 대해서 추가 소송으로 맞설 것이 자명하다. ◯ 윤석열 정부는 오염덩이 범죄기업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통합환경허가를 철회하고 폐쇄 후 복원, 정화 계획을 낙동강 유역 1,300만 시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그나마 공정사회로 가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2022년 12월 29일 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 / 낙동강네트워크 / 환경운동연합

    [기자회견 사진]  
목, 2022/12/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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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는 우리 관계로부터

지미
지미입니다! 이번 일기가 저의 시즌2 마지막 비건(지향)일기이지 싶어요. 돌아보니 그동안은 비건, 동물권에 관해 얹혀있던 마음을 풀어내느라 글이 길고 무거웠어요. 오늘은 정말 최근 며칠 사이 지나온 일을 일기 쓰듯 나누려고 해요. 저는 ‘해야 해서’ 움직이는 사람이에요. 활동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사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살면서 해야 하는 일이 참 많은데 제 몸은 하나고 하루는 24시간이고.. 그 당연한 한계를 잘 모르고 살았더니 근래 좀 벅찼어요.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숨쉬는 일이 좀 불편해졌고 어제는 한의원에 다녀왔어요. 의사 선생님은 제 이야기를 듣더니 의미와 재미의 균형을 찾으라고 하셨어요. 의미도 좋지만 슬며시 올라온 ‘의미와 재미가 분리될 수 있나’하는 의문은 일단 마음 한 켠에 넣어두고 제가 중요하게 여겨온 일, ‘해야 하는 일’에서 언제 재미를 느꼈나 생각해봤어요. 부정의한 세상과 나 사이 괴리를 좁히고 싶었고,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인 줄 알았던 것 같아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이 죽고, 어떤 죽음은 ‘죽음’이라는 단어의 무게만큼도 상기되지 않는 세상에서, 국가는 신뢰할 수 없고 내 곁을 지키는 일도 어려워 나 하나 붙잡고 가는 세상이에요. 그럼에도 세상이 ‘모두’에게 살기 좋은 공간이 되면, 내 곁도 나도 내가 모른 척 할 수 없는 누군가들도 잘 살 수 있겠다고 믿었어요. 저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인데, 손해본 것보다 되려 받은 게 더 많았기에 이 태도를 버리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어디든 가야 할 곳이었고 해야 할 일이었고, 그것들을 쫓아 살았어요. 다만 필요한 일을 찾아 다니는 건, 내 몸이 동해서 한 일이지만 어쨌든 ‘해야 하는’ 일이었어요. 긴 운동의 시간 속에 숨이 펑 트이고 기쁨의 눈물을 나누는 순간도 있지만, 다수의 순간엔 무거웠고 그 무게만큼 몸도 굳고 긴장했어요. 비건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도 비슷한 부담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분명 내 마음이 ‘먹고 싶지 않다’고 동해서 시작했는데, 일상에서 더 자주 마주하는 건 무엇이 더 정확한 비건인지를 묻는 ‘원칙’이었어요. 그렇지만 시즌1로 풀어낸 일기에 썼듯이 혼자 먹는 일에만 집중하는 ‘비건’은 나의 해방도 타자의 해방도 될 수 없었어요. 그때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지?를 다시 물으며 구조적으로 가려진 과정 끝에 있는 동물의 얼굴을 떠올리자고, 그의 곁에서 같이 살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자고 제안했었죠. 다른 글에서는 내 실천의 결격을 찾아 검열하는 게 아니라 실천도 고민도 동료와 같이 하자고 했고요. 비건을 하냐마냐보다 잘못된 구조에 저항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그럴 힘을 기르는 것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 일이니까요. 제가 힘든 걸 알고 한 활동가 친구가 이렇게 연락해줬어요. “의미있는 일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게 그 안에서 맺고 끈끈해지는 관계인 것 같아. 저번 주 모임도 참 좋았거든” 아주 같은 문제는 아니지만, 저의 많은 이유들이 ‘해야 해서’였던 걸 다시 돌아보려고 해요. 비건(지향)일기를 마치며 이 고민을 나눈 건 외롭게 있지 말고 이야기든 행동이든 주저함이든 그냥 살아내는 일이든 같이 하자고 손 내미는 마음이에요. 어려운 일이고 무거운 고민이지만, 각자로부터 출발해 같이 하는 무언가들은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서로 기대어 가는 삶이라면 나 혼자 무겁기보다 따뜻하게 다음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화, 2022/11/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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