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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화평법의 후퇴를 규탄한다.

[논평] 화평법의 후퇴를 규탄한다.

admin | 금, 2023/12/29- 13:17

4년 전에는 국민건강 지키는 파수꾼, 지금은 킬러규제?

  [caption id="attachment_236319" align="aligncenter" width="640"] ⓒ공동취재사2022.08.04 한화진 환경부 장관(오른쪽)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caption]  

법률이 하나 있다. 이름도 길고 생소한 ‘화학물질 평가 및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다. 공식명칭보다 화평법이라는 약칭으로 불린다. 별칭은 더 유명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때 이 법률을 ‘암덩어리’ 내지 ‘단두대에 올릴 규제혁명의 대상’으로 불렀다. 때로는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라 했고, 요즘에는 ‘킬러규제’로 부른다. 이러한 평가는 집권한 대통령의 인식에 좌우되었다.

28일 화평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는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화평법을 킬러규제로 지칭하며 압박해온,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주장이 관철된 결과이다. 한화진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에 출석해 유럽,일본 등 세계적 기준(1t)에 맞게 제도를 고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GDP를 감안하면 유럽은 약 7배, 미국은 15배에 달한다. 또한 미국의 기준은 10t이다. 소비할 수 있는 인구를 감안해 우리 실정에 맞는 적정기준이 필요하지, 맹목적인 기준일치가 국익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한화진 장관의 안이한 인식을 엄중하게 규탄한다. 등록기준에 대한 이중잣대도 문제다.

 

외국 기준에만 맞추면 된다는 한화진 장관의 이중잣대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숨어있다. 등록기준을 1t으로 통일한다고 해도 국가별로 요구하는 자료의 수준이 다르다. 유럽과 우리의 요구자료는 여전히 상이하다.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가 신규화학물질에 관한 화학산업의 테스트베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준은 동일해도 자료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지난 2019년 8월에 이를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

화평법은 제조·수입량에 따라 최소 15개∼최대 47개의 시험자료 요구,  EU는 최소 22개∼최대 60개로 더 많은 시험자료의 제출 요구. 또한 국내 중소기업 등 산업계의 건의사항을 적극 검토·수용하여 현재 유해성이 낮은 것으로 분류·표시되는 기존물질에 대한 등록서류 제출 일부 면제(최대 47개→15개) 제도도 도입한 바 있음.기존물질은 업체의 등록부담을 고려하여 유통량·유해성에 따라 최대 10년 이상으로 등록유예기간이 이미 부여되어 있으며, 연간 1∼10톤 제조·수입되는 물질은 2030년까지 등록하면 됨.특히, R&D용 물질은 현재도 등록이 면제되고 있으며, EU보다 면제규정도 완화되어 적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화평법 때문에 기술개발이 어려워 소재부품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임 ※ R&D 등록면제도 EU는 제품·공정 중심 연구개발에 한해 5년 한시적으로 면제되나, 화평법은 기한, 장소 등 제한 없이 면제됨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화학산업 또한 제조·생산이 국제화 되어있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수익에 따라 책임을 부과하는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2019년의 환경부는 화평법을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칭했다.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경제지의 주장을 비판했다. 애석하게도 2023년에는 오히려 후자에 동조하고 있다. 한화진 장관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말한다면, 의무도 함께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화평법을 둘러싼 산업계의 규제완화 요구는 과거부터 집요했다. 그 시기는 2013년 법률이 만들어지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이은 참사에 떠밀려 박근혜정부는 화평법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제시한 신규화학물질 1t이라는 기준은 국회논의 과정에서 ‘전부등록’으로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후 시행령을 둘러싼 논의가 모법의 무력화에 맞춰지며 표류하게 된다. 그러다가 2016년 가습기살균체 참사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타고 화평법은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모든 신규물질을 등록토록 한 기준은 법률제정 5년만에 완화되었고, 이번에 다시 1t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화평법은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제도다. 기존 화학물질은 제조·수입하는 취급량에 따라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등록절차가 진행된다. 반면에 신규화학물질은 별도의 유예기간이 없다. 100kg이상 취급하는 기업은 등록을 해야하고, 그 이하 소량으로 취급하는 물질에 대해서는 신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대략 5만 건으로, 매년 2,000여건의 신규물질이 들어오고 있다. 이 중 중소기업의 취급량이 절반에 달한다.

 

물론 현행제도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도의 부족함을 골간을 허무는 근거로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현재의 화평법을 준수하기 위해 기업은 직접 유해성자료를 만들거나, 외국기관(GLP)에서 구매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과정에서 유리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한다. 이 때문에 자료에 기반한 페이퍼와 현실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에 따른 내재된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등록제도는 일단 검토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한다는 점에 존재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환경부는 등록제에 바탕을 둔 현행제도로 신규화학물질에 대한 정보확보가 어려우니, 신고제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럽도 유해성정보신고제도(CLP)를 통해 화학물질등록평가 규정(REACH)를 보완하지 대체관계로 삼지 않는다. 화평법은 공식명칭에 ‘등’을 추가해 등록뿐 아니라 신고에 관한 내용도 일부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유럽에 빗대면 리치를 완화해서 CLP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EU는 REACH*(2007)라는 ’화학물질등록평가 규정‘ 이외에 별도로 소량 물질의 유해성을 관리할 수 있는 CLP(2009∼)**, 즉 ’화학물질 및 혼합물의 분류·표시·포장에 관한 규정‘이 있어 모든 화학물질·혼합물 관리 중* 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EU 내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물질 등록, 2018.5월까지 2만 1,551종 등록완료)  ** Classification, Labelling and Packaging of substances and mixtures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환경부는 등록시 요구하는 시험자료는 원문확보가 필요하지만, 신고제도는 시험결과 값만 활용할 수 있어 저작권 문제없이 유해성 분류결과를 공유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또한 기존화학물질에나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추가확인 공개자료를 검토한다는 내용도 이미 등록제도 아래 국립환경과학원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 중 하나이다.게다가 신규화학물질은 그 특성상 자료가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가 생산하지 않으면 확보가 어려운데 제출의무가 없으면 생산유인이 떨어진다.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업은 확정적인 이익을, 화학안전은 장밋빛 가능성만

마지막으로 법률이 부과하는 의무 측면에서 ‘해야한다’와 ‘할 수 있다’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다. 환경부가 내실화의 근거로 강조하는 조치는 모두 –할 수 있다로 마침표를 찍는다. 최악의 경우 기업의 의무만 면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안전에 관한 문제를 환경부의 ‘재량’에만 맡기는 것도 석연치 않다. 혹여나 문제가 발생한 살생물질만 중점 관리하고, 나머지는 느슨하게 챙기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까 우려도 남는다.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개정안이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환경운동연합 또한 2021년 화학안전정책포럼이 출범할 당시부터 함께 참여해왔지만, 이번 개정안이 담고있는 한계와 과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화평법의 이러한 부침은 안전에 관한 우리사회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잠시 강화되었다가, 지속적 약화의 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이라도 있는 것일까. 화평법의 연혁은 그 자체로 한편의 비극이다.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우리는 이 법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관한 중요한 과제가 놓여있다. 우리에게는 더 좋은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에게 확정적인 이익을 보장하며, 안전에 관한 장밋빛 약속과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사회로 떠넘기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이는 공수표이자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2023. 12. 29.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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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용인 윤석열정부 규탄!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3차 범국민대회>

▷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용인 윤석열 정부규탄!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3차 범국민대회 개최 

일만오천명 시민 광화문 집결, 시청광장, 을지로, 종로 돌며 도심곳곳 행진


○ 발언 및 순서 ○ 사회 :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대표  ▷ 개회선언/주제영상  ▷ 각계발언    -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린다 리 해외촛불행동 회원, 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 노래공연 : 밴드 ‘로큰롤 라디오’, 가수 이수진  ▷ 정당발언      - 더불어민주당 : 박광온 원내대표     - 정의당 : 배진교 원내대표     - 기본소득당 : 오준호 공동대표     - 진보당 : 이상규 전상임대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이 공동으로 주최한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방류용인 윤석열정권 규탄!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3차 범국민대회>가 9월 9일 오후 4시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시민 일만오천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caption id="attachment_234407" align="aligncenter" width="640"] ⓒ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3차 범국민대회’[/caption]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대표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제 하다하다 안되니 국민적 불안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몸부림을 낡아빠진 북한 타령으로 돌리고 있다”면서,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에 대해 불안하고 위험하다고 하는 국민들을 괴담 선동자로 낙인찍고 무지몽매한 반국가 세력”으로 모는 정부의 행태를 규탄했다. [caption id="attachment_234410" align="aligncenter" width="640"] ⓒ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caption] 또한 최근 녹색연합 정규석 사무처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졸속으로 진행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 현장에서 비폭력 항의한 활동가들을 연행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행태에 대해 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은 “과잉수사이며 공권력의 부당한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윤소영 처장은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함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 무려 257개의 단체가 함께 했고,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탄원 서명에 30시간 동안 무려 1만 7천 891명이 동참했다”면서, “부정의에 굴복하지 않고, 부당한 권력에 항의하는 것, 정당한 권력감시로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는 것,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지켜야 할 생태 보루를 대변하는 것이 바로 지난 70년 시민들이 독재에 항의하며 지켜온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caption id="attachment_234409" align="aligncenter" width="640"] ⓒ 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caption]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촛불행동을 이끌고 있는 린다 리씨는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는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바다에 핵폐수를 투기하는 것은 지구와 온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금 세계 각 지역의 시민들은 시위를 열고 정치인들에게 방류를 저지할 법안을 제정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면서, 미국 백악관 앞과 산타모니카, 뉴욕, 보스톤, 시카고, 시애틀과 스위스 취리히, 베를린, 토론토, 시드니 등 세계 각국에서 자발적으로 퍼져가는 일본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항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전했다. [caption id="attachment_234416" align="aligncenter" width="640"] ⓒ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3차 범국민대회’[/caption] 이날 공연을 맡은 밴드 ‘로큰롤 라디오’와 가수 ‘이수진’씨는 참여한 시민들의 열기를 북돋았다. 마지막으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 진보당 이상규 전상임대표가 정당을 대표해 발언한 뒤 대표단을 선두로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참석한 시민들은 종로와 을지로, 세종대로를 행진하면서,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문제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고, 이순신동상 앞에서 박석운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의 마무리 발언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caption id="attachment_234402" align="aligncenter" width="640"] ⓒ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caption] [caption id="attachment_234408" align="aligncenter" width="580"] ⓒ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caption] [caption id="attachment_234415" align="aligncenter" width="640"] ⓒ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caption]
일, 2023/09/1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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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려면?

  [caption id="attachment_236386" align="aligncenter" width="600"] ⓒ연합뉴스 서울역 앞 계단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여있다.[/caption]  

김민정 교수(한국환경사회학회 부회장)

 

정부는 2011년에서야 비로소 '제한적으로' 피해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가습기살균제로 잇따른 사망이 발생하고, 피해자와 사회운동단체가 항의 활동을 진행한 영향이었다. 1994년 가습기살균제 상품을 첫 판매 시기로 본다면 29년, 가습기살균제 수거 및 판매중단 권고 시점으로 파악한다면 12년이 지난 2023년 현재 문제는 해결되었을까. '아니요' 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2021년 1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임직원 13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부는 가해 기업을 수사해 달라는 피해자의 요구를 외면하다가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이 형성한 사회적 압력에 영향을 받아 2018년 말에서야 수사에 착수해 가해기업 관련자를 2019년에서야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2년 후 피해구제 신청자인 7859명의 피해자와 182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사건의 가해기업에 면죄부를 제공했다. '동물실험으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인체에 대한 노출 피해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근거로, 내 몸이 증거라고 호소하는 피해자가 있는데도 가해자는 없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느린 재난'으로 만들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를 원료 물질로 하는 가습기메이트를 218만 개가량을 판매했고, 신세계 이마트는 2006년부터 이플러스/이마트 가습기살균제 라는 PB상품을 35만 개 이상 판매하며 이윤을 챙겼다.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피해자가 늘어가는 철저한 자본의 논리가 작동한 것이다. 또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상품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소비재의 선택권은 개별 소비자에게 독립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영역이 만든 사회 구조에 종속되기 마련이다. 인체와 생명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상품으로 만든 기업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이유이다.

2024년 1월 11일 항소심 선고 기일을 앞두고 진보적인 시민단체와 학계는 가해기업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변화시킬 수 없다. 영업상의 비밀 원칙과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가 인정되는 사회에서 법원의 피해 사실 입증에는 한계가 따른다. 국가의 경제 성장과 기업의 영업 행위가 구조적으로 '공해'를 배출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공해와 피해 발생의 일차적인 책임이 국가와 기업에 있다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는 공해 발생이 시장의 외부 효과이거나 비정상적인 행위 혹은 부도덕한 행위의 산물이 아니라 정상적인 자본주의 발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합리적 행위라는 점이다. 국가와 기업에 맞선 거대한 사회운동의 물결이 필요하다. 박근혜 퇴진 운동 속에서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을 기소했듯이, 처벌을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사회 저항을 형성해야 한다. 매주 열리는 윤석열 정부 퇴진 집회에서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의 처벌을 촉구하는 요구를 결합시켜 단일 쟁점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의제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금, 2024/01/0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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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재난참사 피해가족들입니다

  [caption id="attachment_230042" align="aligncenter" width="600"] ⓒ오마이뉴스(2023)[/caption]  

지난 17일 대구 중앙로역 추모의벽 앞에서 대구지하철참사 20년이 지난 현재의 실상을 알리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가)은 지난 1년간 4.16재단과 함께 4차례의 권역별 모임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 및 권리보장을 위한 <재난피해자권리옹호센터(가)> 설립을 준비하고자 전국모임을 대구에서 가지게 되었는데요.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가)는 2023년 2월 18일로 20주기를 맞이한 대구지하철참사 피해가족들에 대한 연대를 시작으로 함께 안전한 사회를 위한 노력을 앞으로 기울일 예정입니다. 이날의 기자회견에는 대구지하철참사유가족협의회,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인현동화재참사유가족협의회, 한국가습기살균제참사협의회, 태안해병대사설캠프참사유가족협의회,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 삼풍백화점참사피해가족협의회, 씨랜드참사가족협의회가 함께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더 안전한 사회를 향한 연대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2.18 참사로 인한 모든 희생자들의 안식과 평안을 빕니다. 20주기라는 세월의 무게를 견뎌요신 피해가족들께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가) 공동 기자회견문

재난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난 참사의 제대로 된 기억과 사회적 애도!

우리는 전국에서 모인 재난참사피해가족들입니다. 우리들은 대구지하철참사가 20년째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고, 추모사업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충분한 사회적 애도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대구에 왔습니다. 2022. 10. 29 이태원에서 또 다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우리 재난 참사 유가족들은 이태원참사 한 복판에서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맞이하여,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재난과 참사가 우리 사회에서 아무런 반성도 없이 허무하게 잊혀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우리는 각자 뜻하지 않은 참사로 가족을 잃었고, 안전하다고 믿었던 삶을 잃었으며,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 아이들, 부모, 형제들의 때 이른 죽음을 마주하며, 어떤 이유로 우리가 겪어야만 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서 진실을 밝혀, 그 책임을 지라고 외쳐왔습니다.

진실은 법 앞에서 멈추었고, 우리는 법 바깥으로 내몰리는 심정이었습니다. 법과 국가에게 죽음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목소리를 낼수록 법과 국가는 우리를 더 멀리 내치는 것 같은 30년 혹은 20년, 그리고 10년여의 시간을 지내왔습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피해가족’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피해 가족’으로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재난 참사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책임자 처벌이 요원해지는 세월이 더해져 전국의 재난참사피해가족들이 2023년 이곳에 모일만큼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피해가족들’이 생겨났습니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건 사회에서 해결되지 못한 별이 된 가족들이 남겨준 숙제들을 각자 해결하기 위해 피눈물을 흘려온 ‘우리’입니다. ‘피해가족’으로 이 자리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시민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 우리는 세월호참사 피해가족입니다. - 우리는 인현동화재참사 피해가족입니다. - 우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입니다. - 우리는 태안해병대사설캠프참사 피해가족입니다. - 우리는 스텔라데이지호침몰참사 피해가족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각자 싸워왔던 우리들이 함께 손을 잡았습니다. 새로 발생하는 참사마다 같은 아픔에 발을 동동 굴렀으며, 가슴아파 눈물만 흘려야 했습니다. 30년 전에 발생한 참사나 20년 전에 발생한 참사, 최근에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까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사회의 태도에 분노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안타까워만 하지 않고, 함께 곁에 서고자 합니다. 새로운 재난 참사 피해자들이 우리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고, 함께 사회를 변화시켜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가족들이 왜 하늘의 별이 되어야 했는지 참사 그날의 진실을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우리 가족의 죽음이 또 다른 가족의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싶습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권한을 가진 자들이 제 역할을 이행해야만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참사의 책임을 묻는 일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참사로 희생된 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원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명예회복은 내 가족 같은 희생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2.18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불연재 소재의 지하철로 바뀌었듯, 재난 참사 이후 밝혀진 진실이 사회의 제도와 정책의 변화로 이어져,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명예회복입니다.

우리는 사회가 책임지지 못했던 희생자를 모욕하지 않는 사회를 원합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참사는 사회제도의 부실, 매뉴얼과 시스템의 부재 혹은 불이행 등으로 발생했습니다. 사회구성원들을 사회가 책임지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생명을 잃어야 했던 시민이 바로 우리의 가족, 희생자들이었습니다. 생때같은 가족들을 하루아침에 잃고, 암흑과 같은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는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입니다.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인 우리들의 삶을 사회는 책임지기보다는 비난하고 혐오하는 발언의 한 중간에 서 있게 했습니다. 우리는 또 다른 참사의 피해자들이 이를 겪지 않는 사회를 위하여 노력하고자 합니다.

대구지하철참사를 겪고보니, 세월호참사유족들에게 달려가게 되었습니다. 팽목항에 내려가 세월호 참사 피해가족을 만나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좀 더 열심히 싸웠더라면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텐데...라는 자책이 밀려왔습니다. 이태원참사가 또 다시 발생했습니다. 이태원참사 피해가족들에게 미안합니다. 이 미안함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세월호 참사를 겪고보니,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때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무심하게 일상을 살아간 것이 너무나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냈더라면 우리 아이가 이렇게 희생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뒤늦은 자책이 밀려왔습니다.

우리는 재난참사피해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재난참사 피해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우리의 자책이 모이고 나누어지며, 또 다른 사회적 책임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재난 참사의 기억을 잊지 않고, 증언하고, 우리의 경험을 나눌 것입니다. 2024년 1월에는 4.16재단과 함께 재난 참사 피해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재난피해자권리옹호센터(가칭)>를 중심으로 그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쳐갈 것입니다.

대구지하철참사가 스무번째 돌아오고 있습니다. 모든 참사들이 매년 돌아옵니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또 우리 사회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우리는 과거에 붙들린 사람들이 아니라, 과거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피해가족입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와 함께 재난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고 애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해질 수 있도록, 우리의 가족과 내 이웃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2023년 2월 17일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 일동

대구지하철참사의 진상규명과 추모사업의 제자리 찾기를 기원하며

금, 2023/02/1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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