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규제완화 앵콜요청 금지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수는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해도 더이상..."
지나간 유행가는 사랑마저 유효기간이 있다고 말하는데, 기업들의 규제완화 요구는 끝이 없다. 끊임없이 돌도 고는 네버엔딩 스토리다.“노동자가 편의상 안전장치를 풀고 작업을 해. 그러다가 사고가 나버린다. 공장은 생각보다 넓고 일일이 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아. 그런데 CEO가 그것까지 다 책임져야 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과연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해법일까?”
어느 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인이기도 했던 그의 입에서조차 이런 볼맨소리가 나올 줄은 몰랐다. 시행된 지 첫 돌을 맞은 법률인데 관심이 뜨겁다. 뜨겁다 못해 지나칠 정도다.
일부 언론들은 시행 1년이 되도록? 중대재해가 줄지 않았다며 무용론을 퍼뜨리고 있다. 하지만 절반의 사실이다. 법안시행 이후 중소기업에서 안전관리가 개선된 사례들도 존재한다. 명확성이나 책임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절반의 사실에 그친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는건 당연한 의무이고, 향후 법원판결에 의해 구체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안된다고 한다. 모호하다. 처벌이 과하다는 말만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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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2023) (2022.7 중대재해법 기획재정부 연구용역 보고서)[/caption]
지난 1월 27일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중대재해법은 사람의 생명이 기업의 이윤보다 소중하다는 상식을 회복하고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한 해 2,000명이 일터에서 사망했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처럼 기업에 의해 시민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들이 반복되어 왔다. 이런 현실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 조직문화를 바꿀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있었다. 10만명의 시민들이 국회 입법청원에 동의했고, 결국 중대재해법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집권이후 규제완화를 고집했다. 기업에 대한 형벌규정을 완화하겠다고도 말했다. 중대재해법 개정을 우선과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향성 아래 기재부의 용역보고서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처벌이 아닌 예방을 위한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안전을 위한 투자를 비용으로 생각하고, 생산성이 안전보다 먼저였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태산명동 서일필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고만 말하는 격이다.
중대재해법을 만든 목적은 위험과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안전관리에 힘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업들은 법안이 만들어진 이후 안전에 투자하기보다는 법률자문에 더 신경을 써왔다. 게다가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는 경영자 처벌조항을 문제삼으며 사실상 법안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모습을 보니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자율에 맡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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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아쉽게도 중대재해법의 적용과정은 지지부진한 면이 있다. 지난해 5월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외국계기업 1호 중대재해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났지만 검찰송치 조차 되지 않았다. 이 건에 대한 수사는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담당하는데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법안시행 이후 중대재해 발생 사건은 최소 500건이 넘지만 실제 기소가 이뤄진 건 11건에 불과했다.
게다가 두성산업은 2022년 10월에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 업체에서는 16명의 노동자가 유해화학물질 독성중독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건이 헌법재판소로 가게 되면, 이를 이유로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이 당분간 올스톱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와중에 정부의 해법은 산으로 가고 있다.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의 규제완화 요구에 화답하는 모양세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자율규제’로 중대재해를 감축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3년 1월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TF를 만들어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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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2023) (2022.12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caption]
이런 논의가 나올때면 중요한 사례로 단골로 등장하는 게 로벤스보고서다. 약 50년 전인 1,966년 영국의 한 탄광마을에서 폐기물이 초등학교를 덥쳤고, 150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 참사를 계기로 구성된 위원회의 해법은 더 효과적인 자율규제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내용 어디에도 기업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 책임을 강제하는 법을 없애자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영국에는 기업살인법(기업과실치사법 및 기업살인법)도 존재한다. 이 법안은 기업의 책임강화를 위해 2007년에 제정되었다.
정부는 자율이라는 글자에만 방점을 찍은 것 같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저 방임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취지를 이행하기 위해 제도를 보완하는데 이견은 없다. 다만 제도개선이라는 명분을 그대로 관철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CEO에 대한 처벌조항이나 50인이하 사업장에 대한 적용유예를 연장하는게 입법취지 실현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정부는 6월에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에 고용노동부의 TF가 출범했는데 불과 한달만에 최고경영자 처벌조항을 없애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보도가 나왔다.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바로는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한다. 두번째 회의가 진행되었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자리였다는 주장이다. TF출범을 알리는 보도자료에는 권기섭 차관의 인사말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개과불린(改過不吝)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허물이 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고치라는 뜻이라고 한다. 개정안을 내놓은 6월에도 이미 한 말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 법안이 규정한 중대시민재해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입법과정에서 김용균씨로 상징되는 산업현장의 이슈들이 강조되었던 영향도 있었다.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심도깊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10.29참사를 거치며,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조항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제시되고 있다. 만약에라는 가정은 의미 없다지만, 중대재해법이 일찍 자리를 잡았다면 어땠을까 입맛이 씁쓸할 때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다. CMIT/MIT 원료로 제품을 판매한 SK케미칼와 애경산업, 이마트 등에게 적용된 법률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다. 원심재판부는 2021년 초에 전부무죄 판결을 통해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항소심 재판에서도 전망이 밝지는 않다. 검찰은 여전히 인과관계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옥시RB 또한 신현우 전 사장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징역 6년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서두에 잠시 언급했던 지인은 비용문제도 말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경쟁력이 중요하고, 안전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면 비용도 늘어나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안전조치가 개선되서 80년대의 열악한 환경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도 했다.
그의 말이 100%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규모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핵심 기술들을 갖고있는 선발주자와 저렴한 가격으로 뒤쫒아오는 후발주자 사이에서 우리도 끝없이 달려가야 한다. 생존을 위한 절실한 그의 생의 감각도 존중한다. 하지만 그의 의견만큼 존중받아야 하는 내용도 있다. 여전히 매년 1,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 단지 일을 하러간 사람들이었다. 위험은 외주화되었다. 원청은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이행여력이 없다는 말은 단골메뉴지만 이행을 끌어올릴 방법은 내놓지 않는다.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비판을 보면 기시감이 든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겪어내며 강화된 화학안전 3법, 특히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등에 관한법률)에 대한 논쟁의 양상도 비슷했다. 참사의 충격은 잊혀가고, 경제가 어렵다느니 비용절감과 기업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슬며시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한다. 우리사회의 최고규범으로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
법학자 알렌 쉬피오는 “참극은 반복되는 게 아니라, 새로 모습을 바꿀 뿐이다. 과거의 기억이라는 저지선을 믿는 것으로 재발을 막을 수 없으며, 법적 장치를 굳건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도 사회도 바로 서지 못한다.” 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번에는 바로 설수 있을까? 안전이라는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안전사회를 위한 법안의 필요성은 그대로 남아있다.
이미 뜨거운 감자인 중대재해법의 향방은 우리사회의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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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1시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환경단체모임인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WTO 패소 대응 시민단체 네트워크(이하 WTO 패소대응시민네트워크)’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시민사회 ,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 일본산 수입식품 규제 WTO 패소에 적극 대응하라”고 촉구한 후 '우리는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 먹고 싶지 않다'는 서한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WTO 패소대응시민네트워크’는 지난 2 월 22 일 발표된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 WTO 패소 ’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로서 ‘방사능 식품 수입을 강요하는 일본 정부 규탄’과 WTO 상소 준비기간 동안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캠페인 ·서명운동 등을 전국적으로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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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 월 19 일부터 전개한 ‘방사능으로부터 밥상안전을 지키는 30 일 집중 시민행동’ 캠페인에는 약 28,000 여 명의 시민들이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 수입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 일 ,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와 관련하여 사실상 일본 측의 손을 들어준 WTO 패널 판정에 대해 상소이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 지난 2 월 22 일 (현지시각 ) WTO 의 패널보고서가 공개되고 난 후 47 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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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는 지난달 공개한 패널보고서를 통해 한국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 (SPS)협정 위반이라는 일본 손을 들어주며 , 한국은 자국의 조치에 대해 ‘과학적 근거 ’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WTO 가 든 조항들은 시민사회가 여러 차례 지적해온 사항으로서, 시민단체들의 문제 제기나 요청사항을 일절 수용하지 않은 지난 정부 불통과 무능함의 결과다.
그러나 현 정부 역시 대응 과정에 있어서는 지난 정부와 크게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 . 시민단체들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정보 공개와 함께 방사능 오염 실태 및 건강피해 영향 입증 등을 위한 민관협력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수렴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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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과 실태조사, 방사능 위해성에 대한 조사나 입증자료를 제시하지 못해 패소했던 1심 관계자들이 상소심도 맡고 있어 그 결과도 비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패소 원인이 되었던 방사능 오염 실태 및 위해성 평가 등에 대해 추가적인 입증자료가 있었을지 알 수 없다. 방사능에 의한 건강피해나 식품을 통한 내부피폭 위험성을 간과하는 WTO 대응 전략은 패소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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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소심에서도 일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기준치 이하 방사능 오염은 안전하다는 주장을 반박하지 못하고 패소하게 된다면 이때부터는 현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 정부의 실패를 바로잡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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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패소대응시민네트워크’는 청와대 관계자에게 서한문을 전달하고 관련 사안을 면밀히 주시하는 것은 물론 대응 촉구 활동들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정부 여당이 사실상 국민안전과 식탁주권을 WTO 에 내맡기는 무책임한 상황을 유지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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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패소대응시민네트워크에는 시민방사능감시센터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 두레생협연합 , 여성환경연대 , 에코두레생협 , 차일드세이브 , 한살림연합 , 행복중심생협연합회 , 환경운동연합 , 한국 YWCA 연합회 , 초록을 그리다 for Earth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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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4월 25일은 세계펭귄의 날이다. 매년 펭귄들이 남극의 겨울을 피해서 따뜻한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시민환경연구소에서는 2015년부터 세계펭귄의 날 기념 행사를 기획∙주최해왔는데, 올해에는 그린피스, 극지연구소, 리펭구르와 공동주최하면서 이전 행사들보다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올해에는 개인적으로 더욱 의미가 있는데 세종기지에서 어린 펭귄들이 점차 자라면서 보육원을 형성하는 것까지 실제로 보고 왔기 때문이다.
펭귄마을이라 불리는 세종기지 근처의 나레브스키 포인트는 남극특별보호구역 No.171으로 2009년에 지정되어 극지연구소가 2010년부터 이 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한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곳이다
펭귄마을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젠투펭귄들. 돌로 정교하게 쌓은 둥지가 인상적이었다. ⓒ김은희[/caption]
세종기지에 도착하고 며칠 후에 처음으로 방문했던 펭귄마을에서는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펭귄들이 많이 보였다. 일부는 이미 부화된 새끼를 품고 있을 거라 들었다. 우리가 세종기지에 머무는 동안에 귀여운 아기 펭귄들의 아장아장 걸음마와 보육원을 형성해가는 것도 볼 수 있을 거란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설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세종기지에서 펭귄마을로 가는 길 중에서 내가 시도해 본 것은 해안가를 따라서 가다가 언덕길로 올라가는 방법과 세종기지에서 가야봉 쪽으로 올라가서 펭귄 마을 위쪽으로 도착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비교적 평지의 해안가를 걷는 장점이 있지만 펭귄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눈덮인 언덕길을 마지막에 올라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후자는 가야봉을 넘어가는 초반 어려움이 있지만 펭귄마을 위쪽으로 진입하면 계속 내리막길로 해안가를 통해 수월하게 세종기지로 돌아가는 장점이 있다. 가야봉을 지나는 경우에는 남방큰풀마갈매기(Southern Giant Petrel) 둥지를 관찰하게 되는 좋은 기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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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보육원을 형성해 가는 젠투펭귄들. 턱끈펭귄은 젠투펭귄 보다 부화도 좀 늦고 보육원 형성도 늦게 되고 있었다. ⓒ김은희[/caption]
젠투펭귄은 9월 말에서 10월 초에 번식지로 돌아와 10~11월에 두 개의 알을 낳고 12월 초부터 부화를 시작하고 한달 여 후에 보육원이 형성되며 새끼 펭귄들이 털갈이를 끝낸 3월 이후에는 번식지를 떠난다고 한다.
둥지 주변의 붉은 색은 펭귄의 배설물인데 크릴새우를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펭귄 배설물을 채취하기 위하여 펭귄 마을에 간 적이 있었다. 신선한(?) 샘플을 찾느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시야에는 펭귄들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행한 연구자들이 어디론가 각자 할 일들을 하러 잠시 흩어진 그 몇 분이 내게는 굉장히 길고 특별하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이질적인 공간에 실감나지 않는 펭귄들과 내가 함께 있다는 형언하기 어려운 이 낯선 느낌은 남극을 떠나 속세(?)로 돌아온 이후로도 문득 떠오르곤 한다. 낯설지만 평화로웠던, 정말로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그 평온한 느낌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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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caption]
해안가 펭귄마을로 가는 길에는 남극특별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만조일 때는 바위 위까지 물이 들어찬다. 한번은 물때를 잘못 맞춰서 바위 위로 지나가다가 미끄러져 넘어진 적도 있었다.
12월 말에 시료 채취를 위해 갔을 때엔 솜털 보송보송한 새끼들을 품고 있는 펭귄들이 보였다. 처음으로 털갈이 전의 아기 펭귄들을 보았는데 정말 병아리 같았다. 올해에는 부화가 예년에 비해 늦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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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를 통해 펭귄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언덕길이 있다. 사람들은 펭귄들이 다니는 통행로에 지장이 없도록 가장자리에서 오르락내리락 한다. 펭귄들이 나보다 빠르게 오르고 내리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겨울이 깊어가는 1월에는 이 언덕길의 눈도 많이 녹아서 우리가 떠나올 때 즈음에는 진창길이 되어 버렸다.
남극을 떠나기 전날에 인사차 들렀던 펭귄마을에는 확연히 젠투펭귄의 보육원이 형성되고 있었다. 성체 펭귄들 몇 마리가 아기 펭귄들을 돌보는 동안 나머지 펭귄들은 먹이 사냥을 다녀온다고 한다. 어떻게 자기 새끼들을 알아볼까 궁금했는데 소리로 가족을 구별한다고 들었다. 여름을 나면서 털갈이를 하고 남극의 겨울이 오기 전에 따뜻한 북쪽으로 이동하는 펭귄들을 보려면 세종기지에 더 오래 머물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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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지가 위치한 바톤 반도는 남극반도에서 가까운 곳이다. 남극 대륙에서도 기후 변화 영향으로 기온이 높아져 빙하가 줄어들고 있는 남극반도 주변은 세종 기지에서 보고 온 턱끈펭귄, 젠투펭귄, 아델리펭귄들이 주로 먹는 크릴새우 조업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펭귄들 뿐 아니라 고래, 바다표범, 바닷새와 어류의 주요 먹이원인 크릴새우는 남극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연결하는 아주 중요한 생물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지방의 눈과 얼음이 녹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 결과들로 밝혀지고 있다. 세종기지 앞 마리안 소만의 빙벽은 지난 60여년 동안 2 km나 후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산양천에서 발견된 희귀어류인 남방동사리. 이들의 유일한 서식처인 산양천이 하천공사로 파괴된다면 이들은 멸종에 이를 수밖에 없다ⓒ 채병수[/caption]
우리나라의 하천정비사업은 자연제방을 허물고 인공제방을 쌓고 강바닥을 준설하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진행돼 하천생태계를 망가뜨리기 쉽습니다. 강에 사는 생물들에겐 테러와도 같은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남방동사리가 발견된 아름다운 하천인 산양천의 전경. 하천공사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하천이다. ⓒ 채병수[/caption]
이에 대해 남방동사리를 오래 전부터 연구해온 '담수생태연구소'의 채병수 박사는 다음과 같이 증언합니다.
산양천의 중류에 들어선 구천저수지. 이러한 저수지로 인해 물길이 말라 남방동사리와 같은 멸종위기종은 더욱 살기 어려워진다. 이미 이와 같은 하천공사로 인해 멸종위기종 꺽저기와 쉬리는 이곳에서 절멸됐다. ⓒ 채병수[/caption]
무분별한 하천공사로 산양천에서 사라진 멸종위기종 꺽저기의 아름다운 모습. 이들도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 ⓒ 성무성[/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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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천에서 일어난 무분별한 하천공사로 인해 절멸된 쉬리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 성무성[/caption]
이에 대해 하천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상남도 하천과 담당자는 지난 16일 전화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멸종위기종인 남방동사리가 고인 물에서 위태롭게 생존하고 있다. 이 희귀물고기의 유일한 서식처 산양천은 개발이 아니라 절대적인 보존이 필요하다.ⓒ 채병수[/caption]
이처럼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을 그 희귀한 종의 존재 자체도 보호해야 하지만, 이들의 존재로 말미암아 지리학적의 관계를 규명해낼 수 있는 존재로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남방동사리의 유일한 서식처 거제도 산양천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경상남도에서 이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전면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남도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문의 : 물순환 담당 02-735-7066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현장조사를 하며 삽으로 파낸 곳에 어느새 맑은 물이 차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보름 만에 세종보를 다시 찾았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지난 5월 4일 세종보 현장조사를 하면서 우안 쪽에 작은 구덩이를 팠는데, 그곳에 맑은 물이 고여 있었다. 표층부 아래 땅 속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파놓은 구덩이다.
수문을 개방한 직후 세종보 우안은 검은색의 펄로 덮여있었다. 지금은 그 위로 약10cm의 모래가 덮여있다. 아직도 어느 곳은 모래가 다 정화하거나 덮어내지 못하고 펄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다. 모래가 펄층과 경계를 이루면서 점점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완전한 모래강이 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점차 좋아지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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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이 흐르며 모래에 흐름을 새기고 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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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와 펄의 경계가 보인다. 모래가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세종보 상류 좌안에는 대규모 모래톱이 형성되었다. 비가 자주 내리니 갈 때마다 모래톱의 모양이 조금씩 달라진다. 모래가 쌓인 곳에는 물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움직인 모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모래에 금강의 흐름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것이다.
흐름이 새겨진 모래에는 또 다른 생명의 흔적이 있었다. 고라니, 꼬마물떼새, 왜가리 등의 발자국이 여기저기 보인다. 물이 가둬져 있을 때는 만날 수 없었던 생명의 흔적이다. 다양한 생명들이 물가로 찾아와 쉬고 물을 마시며 갔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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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모래톱에 꼬마물떼새의 발자국이 찍혀있다.금강이 흐르며 모래에 흐름을 새기고 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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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모래톱에 왜가리가 발자국을 남겼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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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모래톱에 고라니 발자국이 나란히 찍혔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세종보 흐르는 물이 개울같이 맑다. 맑은 강물 아래 자갈과 모래가 투명하게 비추고 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물의 상태가 좋아 보인다. 금방이라도 발을 담그고 싶을 정도로 투명하게 느껴진다. 이곳으로 여름철 피서를 와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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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이 흐르는 세종보 상류의 모습. 흡사 계곡을 방불케한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세종보 답사를 마치고 공주로 이동했다. 공주보도 완전히 개방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주보는 수문이 아직 열리지 않은 하류의 백제보 수위의 영향을 받는다. 백제보까지 비로소 열려야 공주보 역시도 완전히 개방한 효과가 나타나고 흐름을 형성하면서 흐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위가 약 4m 이상 낮아졌기 때문에 작은 모래톱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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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에서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를 만났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이 작은 모래톱에서 멸종위기종 2급이며 천연기념물 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를 만났다. 공주보 상류 약 1km 지점이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낮은 물에서 부리를 저어가며 먹이를 찾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낮게 형성된 습지에서 주로 서식하고 깊은 호수에서는 살기 어렵다. 그런 노랑부리저어새가 금강을 찾은 것은 이곳이 더 이상 호수가 아닌 강이 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만약 수문이 닫혀 있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노랑부리저어새가 이동하는 시기에 잠시 공주보를 찾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모래톱이 더 넓게 형성된다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들렀다 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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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형성된 습지를 이용하는 노랑부리저어새가 공주보 상류 모래톱 위에 앉아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공주보 상류에서 노랑부리저어새를 만나니 하루빨리 백제보 수문이 열려 완전한 흐름이 유지되는 모습을 만나고 싶어졌다. 분명한 것은 노랑부리저어새의 방문은 수문 개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금강에 멸종위기종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더 많은 생물이 다시 찾아오기를 희망하며, 낙동강도, 금강에 남은 백제보도, 영상강과 한강도 빠르게 수문개방이 이루어지고 콘크리트 구조물이 철거되기를 기다린다.
문의 : 물순환담당 02-735-7066

금강본류에서 오랜만에 손을 씻었습니다ⓒ 이성수[/caption]
금강에서 손을 씻어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가끔 답사 과정 중에 버려진 손을 강물에 씻곤 했습니다. 하지만 4대 강 사업 이후에 금강에서 손을 씻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수심이 깊을 뿐 아니라 씻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더러워 손을 씻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런 강이 바뀌고 있습니다. 4대 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세종보와 공주보가 완전히 개방된 지 6개월이 되어 갑니다. 11월 13일 개방을 시작한 세종보는 이제 강으로서의 모습을 많이 회복했습니다. 이제 손을 씻을 수 있는 기본이 되어 있습니다. 강의 흐름이 생기면서 눈으로 보기에도 맑게 느껴집니다.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녹조를 걱정해야 했던 강이 이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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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에는 계곡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성수[/caption]
이제 세종보 상류에는 맑은 물이 흐릅니다. 맑아진 물 덕에 거부감 없이 손을 씻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4일 진행된 답사 중에 손이 더러워지자 자연스럽게 강물로 손을 씻었습니다. 지인이 찍은 사진을 얼마전에 보내주었습니다. 문득 사진을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금강으로 유입되는 작은 지천에서 손을 씻은 경험은 있지만 강 본류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경천동지 할 일입니다.
원래 강은 이런 곳입니다. 손을 씻고 모래놀이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금강이었습니다. 물을 가둬 접근을 금지시켜 놓았던 강을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이제 진짜 강이 될 수 있도록 더 준비해야 합니다.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는 낙동강의 보들과 금강의 백제보도 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수문이 열리고 콘크리트 구조물도 철거되어 언제든 손을 씻고 모래를 밟을 수 있는 강을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문의 : 물순환담당 02-735-7066
자갈돌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강물이 흘러내리는 금강의 모습. 수문개방 6개월 만에 금강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자갈돌 위에 모습을 드러낸 꼬마물떼새ⓒ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열리기 시작한 금강의 세종보는 6개월이 지난 후인 지난 5월 4일 완전히 이전 금강 모습으로 회복해 있었다. 6개월 만의 변화는 컸다. 단지 수문만 개방했을 뿐인데 금강은 놀라운 생명력을 회복했다. 강의 부활, 바로 그것이었다.
그동안 켜켜이 쌓였던 검은색 썩은 뻘도 씻겨 내려가 황금색 모래톱이 드넓게 펼쳐진 금강은 거대한 나래를 편 하나의 큰 생명체로 다가와 조사단을 품어주고 있는 듯했다. "너희들 그동안 참 수고했다"고 말하는 듯 금강의 나지막한 속삭임마저 들려오는 듯했다.
금강의 부활은 사실상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지난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줄기차게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알리며 4대강 보의 철거를 주장해온 이들의 주장에 새로 들어선 촛불정부가 화답한 결과가 오늘의 금강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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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을 연 세종보 상류에 거대한 모래톱이 드러나면서 맑은 강물이 흐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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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조사에 나선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세종보 아래 낙동강 둔치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이성수[/caption]
이명박 정부 시절의 가공할 '삽질'과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 그리고 편파적인 언론보도는 진실을 왜곡했고, 그 결과 4대강은 장밋빛 청사진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하루하루 강은 죽어가고 있었다. 그 시절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일부 양심적인 학자들만이 이명박 정부에 대항해 진실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거대한 벽에 막혀 소리가 들리지 않을지라도 이들은 계속해서 목이 터지라 외쳤고, 마침내 이들의 외침에 귀가 뚫은 우리 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4대강 수문개방 현장조사는 그래서 의미가 컸고, 이들의 행동은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 분명했다. 많은 언론들이 금강에서 온 수문개방의 놀라운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기에 말이다.
현장조사에 나선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달성보 상류 둔치에서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외치고 있다ⓒ 이성수[/caption]
함안보는 합천군 청덕면의 '광암들'의 수막 재배 농가의 반발로 닫혔다. 함안보로 막힌 낙동강의 풍부한 수량은 수막 재배 농가 수를 폭발적으로 늘렸고, 하우스 한 동당 하루 200톤이란 엄청난 지하수를 쓰게 되는 왜곡된 농업방식을 촉진해왔던 것이다. 그 결과 낙동강의 보의 수문이 열려 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자 지하수 부족이라는 기이한 사태를 맞았다. 4대강 사업이 농업방식마저 왜곡시켜놓은 결과는 참사였다.
합천보의 수문이 닫힌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방적 주장 때문에 발생할 사태로, 그 배경은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로 풀이된다. 당시 한농연 소속 일부 농민들을 대동한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간담회를 열어 낙동강 보의 수문개방에 대해 반대하며 사실상 수문을 다시 닫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 이것이 보수적인 지역 언론에 대서특필 되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여론악화를 우려한 정부는 지난 2월 열었던 수문을 도리어 다시 닫아걸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낙동강의 양수장을 지난 2월 말부터는 시급히 가동해야 한다는 요구였지만 문제의 양수장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았다. 낙동강 양수장은 원래 모내기철에 가동되는 것으로 당시 양수장을 가동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13일 수문개방 후 모래톱과 새가 돌아오고, 심지어 수달까지 돌아오면서 되살아나던 낙동강은 다시 거대한 어둠 속으로 잠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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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에서 퍼올린 저질토는 악취 진동하는 썩은 펄이었고, 그 속에서 붉은색깔따구 유충이 확인됐다. ⓒ 이성수[/caption]
지난 5일~6일 조사단의 일원으로 함께하며 되돌아본 낙동강은 거대한 호수 그 자체였다. 강물 색은 맑았던 금강과 달리 간장색을 띤 채 역겨운 냄새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조사단 일행이 채취한 강바닥에선 썩은 펄이 올라왔고, 그 속에서는 환경부 지정 최악의 수질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유충이 득시글거렸다. 이들은 쉽게 말해 시궁창에서나 사는 생물로서, 사실상 낙동강이 시궁창이 됐음을 증거하는 지표종이다.
칠곡보, 달성보, 합천보, 함안보에서도 이들은 목격되었고, 그 낯선 생명체들은 낙동강의 수심이 낮은 바닥에서 폭발적인 증가일로에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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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생물 전공자인 박정호 교수가 낙동강에서 발견된 붉은색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의 의미에서 설명하고 있다 ⓒ 이성수[/caption]
현장조사에 함께한 코리아에코웍스 박정호 대표(강원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낙동강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박창근 교수가 낙동강 한가운데 바닥에서 퍼온 저질토를 살펴보며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이성수[/caption]
조사단장으로 현장조사에 함께한 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낙동강에서 지금 유일하게 자연성이 남아 있는 황강 합수부에 깨끗한 새로운 모래톱이 돌아왔다. 황강의 모래가 낙동강으로 대거 유입된 결과다. 그곳에서 활동가들이 피켓팅을 벌이고 있다. ⓒ 이성수
지난해 11월 수문을 개방하기 전 금강세종보ⓒ김종술 기자[/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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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가로막힌 세종보 상류에는 큰빗이끼벌레가 발생하고 강물을 점령했다. ⓒ김종술 기자[/caption]
지금 구치소에 갇혀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흐르는 강물을 막았다. 10년 전, '4대강 사업'을 통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16개의 보를 건설했다. 사람으로 치면, 동맥의 흐름이 차단된 거다.
결과는 뻔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리대로 강이 죽어갔다. 강물의 유속이 느려지고, 수온이 상승하면서 녹조가 창궐했다. 이런 녹조를 학자들은 '남조류'라고 불렀다.
남조류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간에 치명적인 독소를 생성시킨다. 다른 독소와 다르게 100℃에서 끓여도 독이 파괴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현재까지 독소를 해독시킬 수 있는 해독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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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SBS가 방영한 <4대강의 반격> 프로그램에서 충남도가 한국사자원공사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발암물질 및 청색증’ 발생 우려가 있어 상수원수로는 사용이 곤란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종술기자[/caption]
2016년 이런 강물로 한국수자원공사는 도수로를 통해 보령댐으로 이동해 수돗물로 공급했다. '고도정수처리'를 해서 안전하다고도 했다. 거짓말이었다. 지난 2013년 10월 SBS가 방영한 <4대강의 반격> 프로그램엔 이런 내용이 보도됐다.
금강 4대강 사업 구간에서 수질을 조사한 결과 1년 중 5달 동안 '암모니아성 질소'가 기준치를 넘었다. '발암물질 및 청색증' 발생 우려가 있어 상수원수로는 사용이 곤란하다는 자료도 공개했다. 당시 충남도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용역을 의뢰하여 진행한 자료였다.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수자원공사는 발주처인 충남도로 책임을 떠넘기고 충남도는 국토부로 떠 넘겼다. 핑퐁게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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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늘도 세종보을 뛰어넘지 못한 물고기는 구조물 위에서 죽어가고 있다. ⓒ김종술기자[/caption]
이게 다가 아니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선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다. 지난 2012년 5월, 금강지류 미호천에서 물고기 수천 마리가 폐사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백제보 상류에서 6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 사체를 수거했다. 물고기 씨가 마를 정도로 대참사였다.
예견된 참사였다. 지난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은 4대강 사업 전 수질예측을 통해 조류 농도가 최대 2.3배까지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이 수질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판단하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과 대화>라는 특별생방송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5년 8월 말, 일본의 신슈대학교가 대한하천학회와 공동으로 조사한 4대강 조사에서 박호동 신슈대학교 교수가 금강의 남조류 측정을 하고 있다. ⓒ김종술기자[/caption]
결과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헛소리였다. 금강엔 해가 갈수록 농도 짙은 녹조가 창궐했다. 이를 빗댄 '녹조라떼', '녹조구장', '녹조카펫'이라는 녹조시리즈가 탄생했다. 숫자로도 증명됐다. 지난 2015년 8월 말, 일본의 신슈대학교가 대한하천학회와 공동으로 측정한 4대강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영산강(영산) 196ppb, 금강(고마나루) 310ppb, 한강(가양) 386ppb, 낙동강(달성) 434ppb에 이르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는 리터당 1마이크로그램, 즉 1ppb(ug/L)이다.
당시 측정을 맡은 박호동 신슈대학교 교수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지난해 세종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물 밖으로 드러난 강바닥은 온통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로 덮여있었다. 실지렁이 붉은깔따구는 환경부 수 생태 4급수 오염 지표종이다. ⓒ김종술기자[/caption]
금강이 살구 빛으로 변했다. 촛불이 탄생시킨 정권은 금강에도 희망의 불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죽어가는 4대강을 살리기 위해 수문개방을 조치했다.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렸다. 잠자던 강이 깨어나 흐르게 됐다. 수문개방 6개월, 금강에 모래와 자갈이 돌아오면서 살구 빛을 띠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물고기 사체를 다른 물고기가 뜯어 먹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새들과 야생동물도 허기진 배를 달래려 썩은 사체에 달려들고 있다. 악취와 날벌레로 시달리는 주민들의 원성도 커졌다.
그래서다. 금강은 개살구다. 강바닥엔 아직 씻겨나가지 못한 시커먼 펄이 쌓여 있다. 그속에 실지렁이와 붉은깔다구가 살고 있다. 수문은 열렸지만 강물의 흐름은 여전히 불안전하다. 비가 올 때마다 물길은, 하루는 이쪽 하루는 저쪽으로 오락가락 흐르고 있다. 겉만 번드르르한 개살구, 지금 금강이 그렇다.
이런 금강에 지난 16일, 몇몇 언론사가 왔다. 수문개방으로 나타난 작은 모래톱에 올라가 금빛 모래만 카메라에 담고 떠났다. 그들의 눈에는 죽어가는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나 보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만나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수문개방으로 여울이 만들어지고 있는 세종보 상류에 잉어들이 힘차게 거슬러 오르고 있다. ⓒ김종술기자[/caption]
난 요즘 가슴이 뛴다. 첫눈에 반했던 금강이 변하는 모습에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강에서 물고기가 떼를 지어 산란하는 모습을 봐도 그렇다. 물살을 타고 흐르는 모래와 자갈에 신이난다.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강물에 확 뛰어들곤 한다. 다만, 강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발이 무겁다.
세종보 강바닥에 시커먼 펄 층이 쌓여 있어서다. 콘크리트구조물을 뛰어넘지 못한 물고기가하루가 멀다하고 죽어가고 있어서다. 하수구나 시궁창에 사는 실지렁이나 붉은 깔따구가 강바닥을 점령하고 있어서다.
그래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 사업. 강물을 가로막은 콘크리트는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권력에 상처받은 금강이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식물인간에서 막 깨어난 금강의 미래는 우리의 관심에 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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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조그마하게 드러난 모래톱에 드러누워 금강의 지난날을 회상해 본다. ⓒ김종술기자[/caption]
난 바란다.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금강으로 놀러오는 그날을. 아이들이 모래장난을 하고 강물에 뛰어들어도 안전한 그날을. 이런 날을 꿈꾸며 오늘도 장대비가 내리는 강변에서 잠을 잔다.

제8회 태양광창업스쿨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프로그램개요>
* 일시 : 6/23(토) 9시 20분
* 장소 : 63빌딩 별관 한화생명 1층 대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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