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참사] 녹사평역 인근에 섬이 생겼다.

[현장] 영하 11도의 날씨에도 끊이지 않은 발걸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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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녹사평역 3번출구에서 150m 횡단보도 두개를 건너니 현수막이 보였다. 빨간색 천막아래 자유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섬이었다. 낙동강이 마을을 감싸 흐르는 하회마을처럼. 보수단체들이 걸어놓은 현수막과 천막, 그리고 차량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한걸음 더 다가서니 십여명의 경찰들이 분향소 인근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2m 간격으로 늘어서 있는 그들은 일종의 경계선이었다.
선을 넘지 말라는 신호이기도 했다. 자유와 애국 그리고 연대라는 심오한 글자들이 휘날렸다. 유가족들이 세워둔 추모부스 옆에는 광고판을 부착한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한다고 시작한 문구는 이제 그만 하라고. 우리도 살고 싶다는 말을 쏟아냈고 이태원 상인 및 주민일동이라는 정체불명의 연명으로 마무리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위한 애국일까.
28일 녹사평 시민분향소를 찾았다. 유가족들과 활동가, 자원봉사자들이 추모공간을 지탱하고 있었다. 운영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다. 칼바람에 분향소는 한산했다. 추위를 무릅쓰고 찾아오는 시민들에게 빨간 목도리를 두른 유가족들은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전했다. 귀한 손님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들은 서 있었다. 이따금 영정사진 앞에서 물끄러미 딸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정성스럽게 쓰다듬는 한 어머니의 손길에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재단에는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모셔져 있었다. 숨이 턱 막혀왔다. 그들과 눈을 맞출 자신이 없었다. 고인들의 밝게 웃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하단에는 이름과 생년월일이 들어갔다. 그들이 좋아했던 강아지며, 인형, 소중한 사람들의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영정사진 주변에는 손난로가 하나씩 놓여있었다. 그곳은 얼마나 추울까. 이승에서 전한 온기였다. 핫팩은 편지지가 되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전하지 못한, 아련한 마음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합동분향소 맞은편 가로수 사이에는 대형플랑이 걸려있었다. 세월호참사를 언급했고, 전임 대통령의 행적을 논평했다. 시민분향소는 이미 정치의 최전선이 되어있었다. 칼바람 속에서도 유가족들은 묵묵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자리 옆에 들어선 이 말들은 무엇일까. 헌법과 집시법이 보장한다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가 덧없이 느껴졌다.
서울 도심에 또 하나의 섬이 생겼다. 그곳의 시간은 10월 29일에 멈춰있다. 국정조사는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다.
책임자들의 무책임도 그대로다. 92번째 10월 29일이 지나갔다.

ⓒ오마이뉴스(2016)[/caption]

ⓒ오마이뉴스 공동취재 (2023)[/caption]
"재난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인명피해를 막고 재발방지를 막는게 국가의 책무인데 정부의 대처는 안일하기만 합니다. 무려 14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정부 수장들의 제대로된 사과조차 없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으로 더 이상 희생자가 없도록 해야합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들과 연대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차마 오송 참사 유가족들의 얼굴을 똑바로 볼수 없었다." 고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 스스로 겪었던 참담했던 심경과 꿈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던 자신의 경험처럼,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실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막을 수 있던 참사를 막지 못한 이들과의 지난한 싸움은 얼마나 이어져야 할까요.
27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과 ’국회 생명안전포럼‘은 국회 소통관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수해 재난에 대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오송 지하차도참사가 명백한 인재임을 밝히고, 형사처벌 중심의 조사의 문제점과 반복되는 후진적 인재 참사에 대한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으로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반복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안전 관련 제도와 행정의 기본 방향을 ‘국민이 안전하게 살고 일할 수 있는 권리 보장’이라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목표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국민을 재난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와 참여’의 주체로 인식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정부에 생명안전기본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행안위에 계류 중인 생명안전기본법의 조속한 통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들에게 ‘피해자 중심’의 지원과 피해자 권리 보장, 독립적 조사기구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습니다.
이날의 기자회견에는 세월호와 산업현장의 참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 다양한 사회적 참사의 피해가족들이 함께 했고, 국회 생명안전포럼(대표의원 우원식, 연구책임의원 이탄희, 오영환) 소속 의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주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환경운동연합도 함께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국회 (2023)[/caption]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와 폭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냅니다. 재난 현장에서 구조와 지원을 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실종자 수색을 하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스무 살 해병대원의 명복을 빕니다.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막지 못해 또다시 사람이 죽었습니다! 국민들은 반복되는 참사에 다시 한번 분노와 서글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 아닙니다. 재난의 예방과 대비 시스템의 문제, 부실한 안전 제도 및 행정 시스템, 컨트롤타워의 부재, 안전책임당국 간의 협업체계 붕괴, 안일한 대처 등이 종합되어 나타난 명백한 인재입니다. 교량 공사의 편의를 위해 제방 일부를 허물고 허술하게 쌓은 임시 제방에 대해 주민들이 위험을 알렸음에도 당국은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홍수통제소의 경고에 따른 교통통제만 잘했더라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을 일선 공무원들에게만 돌리고 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충북도청, 행복청 공무원과 경찰관들을 직무유기 등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참사 이후에도 관할 기관들은 책임 공방만 되풀이하고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자원이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방과 대비 부실, 책임회피, 「알 권리 등 피해자 권리보장과 지원」 미비, 형사처벌 위주의 조사, 유사 사고 발생’이라는 패턴 역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마땅한 의무임이 확립됐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지 그 질문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구조적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이 제대로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이전의 참사에서 보듯이, 조사와 감사 중심의 해결은 일부 일선 담당자의 형사처벌과 징계로 그치고 구조적인 원인 규명을 통한 근본적 재발방지대책의 수립과는 멀어집니다. 참사에 따른 전문적인 독립적·객관적 조사기구가 조사하고 이를 상설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도와 행정도 바꾸어야 합니다. 안전 관련 제도와 행정의 기본 방향을 ‘국민이 안전하게 살고 일할 수 있는 권리 보장’이라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목표로 전환해야 합니다. 국민이 안전과 재난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보장해야 할 ‘권리와 참여’의 주체로 인식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의 안전권 보장을 위해 위험에 대한 알 권리 보장, 안전영향평가, 독립적 조사기구, 피해자 인권과 권리 보장, 안전약자 보호, 추모와 공동체 회복 등의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후진적 인재 참사의 반복되는 고리를 끊을 수 있고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이나 ‘피해자’의 개념을 정의한 현행 법률은 아직 없습니다. 재난안전법, 재난구호법 등 기본권의 성격을 갖는 현행 법률들은 재난의 복구와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어 피해자 또는 시민의 안전권 보장에는 너무나 미흡합니다. 이에 지난 2020년 국회 생명안전포럼과 시민사회가 함께 발의한 ‘생명안전기본법’은 ‘생명과 안전’이 모든 사람의 기본권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가지게 되는 권리 역시 구체적으로 정한 최초의 법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가치이며 국가 존재 이유”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말로만 지킬 수는 없습니다. 일하다, 놀러 가다, 학교에 가다, 집에 가다 죽고 다치는 일상사는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되는 커다란 재앙입니다.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의 권리가 최우선 가치로 우리 사회에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이에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 국회 생명안전포럼은 정부에 생명안전기본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국회 행안위에 계류 중인 생명안전기본법을 조속히 통과시켜라. 하나, 이태원참사, 궁평 지하차도참사 등 모든 참사 피해자들에게 피해자 중심의 지원과 피해자 권리를 보장하라. 하나, 독립적 조사기구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하고 이행하라.

ⓒ오마이뉴스 소중한(2023)[/caption]

A기업 제품광고 이미지[/caption]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안전과 방역효과가 의심되는 출입구용 전신소독기(방역터널 등)를 보유하고 있고, 일부는 여전히 운영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다수 기관이 향후에도 해당 기기를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의 엔데믹 선언 3개월 만에 일 확진자가 한때 6만을 돌파하기도 했고, 새로운 변이가 발견되는 등 정부의 과학방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출입구형 전신소독기 보유·운영현황을 파악했다. 203건의 사례 중 처분이 완료된 사례는 6건에 불과했다. 기관별 전체현황은 보도자료 하단에 별첨자료로 첨부했으며, 대표적 케이스 위주로 소개한다.
◯ 정부기관 중에는 국세청의 현황이 눈에 띄었다. 본청을 비롯해 5개의 지방청이 동일한 UV제품을 보유·운영하고 있었다. 지자체의 경우 서울시가 자치구에서 23건, 민간 위탁기관에서 32건을 보유하고 있었다. 해당 위탁기관은 대부분 노인복지기관 및 사회복지 시설이었다. 이번 조사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정부·지자체 산하 위탁기관/민간시설에도 유사한 실태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산하 공공기관 중에서는 한국동서발전이 가장 많은 기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기관은 울산본부에 3대, 당진본부에는 14대의 기기를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부스형, 스탠드형(대당 400만원)등 26대의 UV 소독기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이런 제품은 출입구 고정형태는 아니기에 집계에 포함하지 않았다.
◯ 출입구용 전신 소독기의 안전성과 방역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제품은 코로나19 확산기와 맞물리며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전국 13개 정부청사의 보유 내역을 확인한 결과, 세종청사에도 UV제품 3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행정안전부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해당 기기가 ‘공기 청청기’ 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품소개 카탈로그에 향균·방역 기능이 명시되어 있고, 동일한 제품을 방역용으로 구매한 기관이 많았기에 설득력이 떨어졌다.
◯ 출입구용 전신 소독기에 쓰인 원료물질은 다양했다. 차아염소산수, 알콜 등 소독용 물질을 직접 소독기에 넣어 공기중에 분사해 살균하는 형태부터, UV나 OH라디칼, 광촉매, 광플라즈마 같은 물질과 강한 바람을 결합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제품도 존재했다. 나라장터와 온라인 마켓에서 확인한 제품광고는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았다. 하지만 광고문구에서와는 달리, 소독기의 안전성과 방역효과를 뒷받침할 근거는 부족해 보였다.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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