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21. 7. 30. 시민사회단체가 2021. 2. 3. 제기한 챗봇 ‘이루다’(이하 이루다) 사건의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진정 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국가인권위원회 2021. 7. 30.자 21진정0065000 결정). 인권위는 주식회사 스캐터랩이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 및 혐오 발언을 한 이루다를 서비스하는 것이 위원회의 조사대상이 될수 없다고 보았다. 나아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국회의장,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등’)의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인권침해도 조사대상이 아니라 보았다. 다만 인권위는 이루다 사건이 인공지능 개발 윤리 및 혐오표현과 관련된 중요한 사례라면서 정책과제로 채택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는 위 각하결정이 이루다 사건에서 발생한 프라이버시권 침해, 혐오표현 및 차별의 문제를 회피하는 부당한 결정임을 지적하며, 인권위의 소극적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인권위는 먼저 주식회사 스캐터랩이 민간 사기업이기 때문에 이루다 서비스는 국가의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가 아니므로 진정사건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1항 제2호가 법인, 단체 또는 사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차별행위를 진정사건 조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인권위의 위와 같은 판단은 부당하다.
또한, 인권위는 이루다가 인격체가 아니므로 이루다에 의한 혐오표현을 조사대상으로 삼을 수 없기에, 이루다와 주식회사 스캐터랩에게 그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루다’는 피진정인 스캐터랩이 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대화를 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라는 점에서 ‘이루다’로 발생하는 차별 및 혐오 표현의 책임은 알고리즘의 개발자이자 서비스의 제공자인 주식회사 스캐터랩에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루다’가 인격체가 아니므로 조사대상이 아니라는 인권위의 판단은 인공지능과 책임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는 부당 판단이며, 나아가 조사를 하지 않기 위한 면피성 판단이 아닌가 의심된다.
한편 인권위는 개인정보보호위원장 등이 ‘이루다’ 사건에서 드러난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 및 이용에 따른 프라이버시권의 침해 등에 대한 적절한 입법적·정책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진정 부분도 이루다 사건 발생만으로 국가기관의 부작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인권위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인권에서 도출되는 국가의 의무를 협소하게 해석한 것으로 부당하다. 국제인권법은 모든 국가의 인권 보호 및 촉진의무를 인정하고 있고, 이에 기초하여 국가는 사인의 인권 침해 및 안전한 인권의 향유를 위한 입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할 작위의무를 부담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 2021. 1.경 이루다 사건 이후 “정부 등 지능정보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공지능 윤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스스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정부의 입법적, 행정적 규제가 미비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위가 개인정보보호위원장 등에게 작위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국가의 책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 없다.
나아가 인권위가 각하결정을 한 것은 모든 사람의 인권보호라는 목적으로 설립된 독립조사기구로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인권위는 앞서 살펴본 이유 외에 이루다의 대화 시점, 상대방, 맥락 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도 이루다 사건이 조사대상이 아니라 보았는데, 위 사항들은 모두 조사를 통해 확인되어야 할 기초사실들이다.
앞서 살펴본 국가의 작위 의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권위는 개인정보보호위원장 등에게 구체적 작위의무를 인정할 사정이나 주장을 찾을 수 없다고 보았는데, 이는 결국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제제기 한 불충분한 법제 현황에 대한 일말의 조사도 하지 않고 이루어진 판단이다.
인권위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조사기구이다. 그럼에도 인권침해와 차별진정에 대해 기초적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과 의무를 협소하게 이해하여 이루다 사건에 대한 인권침해 및 차별 진정을 각하한 인권위의 결정이 위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앞으로도 계속 인공지능에 의한 인권침해와 차별이 문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권위가 선제적인 대응을 하기는커녕 실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조차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실로 유감이다. 한편 인권위는 이루다 사건으로 드러난 인공지능기술과 차별 및 혐오표현의 정책과제로 채택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검토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이 또한 매우 소극적인 행보이다.
인권위가 신속히 인공지능기술로 발생하는 차별 및 혐오표현이라는 중대한 인권 현안에 대해 적절한 의사표명을 함으로써, 불가침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조사기구로서의 역할을 다 하길 바란다.
지난 3월 17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사무총장이 비례연합정당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라고 언급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되었다. 차별과혐오없는평등한경기도만들기도민행동(이하 도민행동)은 소수자 인권의 문제를 선거에 유불리한 문제로 간주하는 윤 총장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
윤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를 테면 이념 문제, 성소수자 문제, 이런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들과의 연합에는 좀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문제가 불필요하다는 것인가’냐는 질문에는 “소모적 논쟁이 선거 이슈가 되는 게 좋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먼저, 성소수자 '문제'라는 것은 성소수자의 존재가 문제라는 것인가, 성소수자 인권의 문제를 의미하는 것인가? 전자라면 윤 총장의 인식은 혐오선동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고, 후자라 하더라도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사회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윤 총장의 발언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소수자 역시 그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하는 시민의 일원이다. 성소수자가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 그리고 성소수자의 인권과 관련된 문제를 정치에서 다루는 것이 ‘소모적’이기 때문에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당명에서 '민주'라는 단어를 즉각 빼야 할 것이다. 특정한 시민을 배제하면서 어떻게 ‘민주’를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민주당은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제20대 국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하지 못했다. ‘논쟁’이 되는 이슈라 하더라도 공론화와 설득을 통해 사회적 합의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공당의 역할이다. 과연 민주당은 그런 노력을 조금이라도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언제까지 누군가를 배제하는 정치를 부끄럼 없이 발표하는 논란을 만들 것인가.
민주당은 당장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또한 공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완수하고 차별과 혐오 없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권의 문제는 더 이상 양보와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재차 강조한다. 제21대 국회는 제20대 국회와는 다르길 희망한다. 다가오는 4. 15. 총선에서 ‘차별과혐오없는평등한경기도만들기도민행동’과 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민들은 우리의 표를 통해 시민들의 열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줄 것이다.
다산인권센터가 참여하고 있는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지난 6월 11일 <코로나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보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코로나19의 방역과정에서 드러난 인권의 문제들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현실에 주목하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며, 위기 상황에서 우선시해야 할 인권의 원칙을 제안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집중 피켓팅이 진행 중입니다. 6월에 다산인권센터도 뜨거운 열기(?)에 맞서서 피켓팅에 참여했습니다.
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세월호 피해가족이 상처받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함께 나서주셔야 할 때입니다. 우리 모두가 안전사회를 갈망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려주십시오. 청와대와 검찰에 피켓팅 참여로 목소리 내어주시길 바랍니다.
다산인권센터가 연대하고 있는 ‘수원4.16연대’는 7월 16일(목) 12시~15시까지 청와대, 광화문, 검찰청 앞 피켓팅을 진행합니다. 피켓팅에 참여를 원하시는 다산벗바리(회원), 시민분들은 다산인권센터로 연락(031-213-2105) 주시거나 아래 링크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1차 참여신청 기간은 주말을 제외한 7월 1일부터 31일까지입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작년 인권학교에 함께 했던 참여자들을 중심으로 한 달에 한 번 인권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4월에는 함께 마스크를 만들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5월에는 인권운동 2호의 ‘종의 권리를 넘어서는 인권/운동은 가능한가'라는 글을 읽고 기후 위기와 동물권 운동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근대적 인권 개념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인권운동의 한계와 그 너머로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의견들이 오고 갔습니다. 6월에는 인권운동 1호의 ‘고통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문득,인권!’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모입니다. 매달 세 번째 수요일 저녁, 여러분도 함께 해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경기지역 시민사회 합동 기자회견
경기도의회 앞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경기시민사회단체 합동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습니다. 며칠 후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입법을 권고하였죠.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차별금지법이 발의에서 제정으로 가기위하여21대 국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촉구하였습니다.
시민의 인권을 중심에 두지 않은 ‘전자 팔찌’ 도입 검토 등 정부의 강경대응정책 추진에 우려를 표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감염병 예방이라는 명목 아래 자가격리 이탈자 등에 대한 엄벌주의 원칙 수립, 생계지원금 환수 및 지급 배제 등의 강경 대응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최근 전자 팔찌의 도입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지난 2020. 4. 6. 정례브리핑을 통해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전자 팔찌 부착이 이탈을 막는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이래 전자 팔찌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전자 팔찌의 구체적 도입 방안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2020. 4. 7. 주재한 비공개 관계 장관 회의에서 주요 의제로서 논의되기도 했다. 그리고 김강립 보건복지부차관은 2020. 4. 8.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전자 팔찌의 도입에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부처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적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인권단체들은 소수의 자가격리 이탈자의 지침 미준수를 근거로 모든 자가격리 대상자와 감염 피해자에 대한 낙인과 혐오를 부추기고 나아가 사회구성원 전체의 자발성과 기본적 인권을 훼손하는 전자 팔찌의 도입 검토, 처벌강화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강경대응대책 추진에 유감을 표한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전자 팔찌는 신체에 부착하는 형태의 기기로 휴대폰에 설치된 자가격리 앱과 연결되어 착용자의 위치 정보를 방역당국에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전자 팔찌를 착용하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앱이 설치된 휴대폰으로부터 20m 이상 떨어지면 전자 팔찌는 경보음을 울리며, 자가격리 대상자는 그 즉시 격리 이탈자로서 조사를 받게 된다. 이처럼 정부가 도입하려는 전자 팔찌는 자가격리 대상자를 핸드폰으로부터 20m라는 좁은 공간에 구속하고, 실시간으로 감시함으로써 자가격리 대상자가 가지는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 및 사생활의 권리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예정하고 있다.
정부는 자가격리 대상자의 동의를 받아 전자 팔찌를 부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초래되는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하려 한다. 하지만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 및 사생활의 권리의 중대한 제한을 동의가 가능한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정부는 전자 팔찌의 부착을 거부하는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해 입국거부 등의 불이익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부착에 대한 동의를 자발적 동의라 평가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전자 팔찌의 부착은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제적 성격을 가진 수단일 수밖에 없다. 전자 팔찌의 도입은 그 본질이 신체를 구속하고, 이동을 제한하며, 사생활을 감시하는 것으로서 그 기본권 침해의 광범위성과 중대성으로 인해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그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법률이 규정하는 엄격한 요건 아래 비례적인 제한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전자 팔찌의 도입은 이러한 예외에 해당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먼저 전자 팔찌 도입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2항 제2호는 감염병의 증상 유무 확인을 위한 기기의 이용만을 허용하고 있을 뿐, 기기를 이용한 격리의 이탈 등의 조사 및 감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즉 전자 팔찌의 도입은 법률상 근거 없는 기본권 제한 행위이고, 이는 모든 자유와 권리의 제한은 법률에 근거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에 명백히 위배된다.
정부는 자가격리 대상자의 무단이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전자 팔찌 도입 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국 3만 7,248명의 자가격리 대상자 중 무단이탈로 적발된 사람은 총 137명으로(2020. 4. 4. 기준) 그 이탈률은 0.36%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부분의 자가격리자가 지침을 지키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무단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만으로는 전자 팔찌를 도입해야 할 객관적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더불어 전자 팔찌가 자가격리 대상자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실효적 수단이라 보기도 어렵다. 정기·불시 점검 등 대체 수단을 통해 소규모 무단이탈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자 팔찌의 오작동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자가격리 대상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전자 팔찌를 부착하여 감시하는 것은 실효성 없는 수단을 통해 불필요한 기본권 침해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비례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무엇보다 전자 팔찌의 도입은 감염병에 대한 위험과 공포를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변화시키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전자 팔찌의 도입은 자가격리 대상자를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시민이 아닌 통제되어야 할 잠재적 위험으로 취급하는 것을 전제한다. 즉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가격리된 사람들을 범죄를 저지를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자 팔찌의 도입은 자가격리 대상자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부추길 수 있고, 이는 또한 감염 피해자들에 대한 더욱 큰 공포와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자가격리 대상자와 감염인에 대한 혐오는 감염 사실과 접촉사실을 숨기게 만든다는 점에서 방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자 팔찌를 도입한다면, 정부는 자가격리자 및 감염피해자들에 대한 불필요한 낙인과 혐오를 주도했다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성범죄자 사후 감시 등을 이유로 개인에 대한 전자기기 부착을 합리화해왔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젠더기반 폭력을 가능하게 한 문화에는 대응하지 않으며 성범죄자 개인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전자 팔찌 도입 역시 감염병 확산의 원인과 책임을 오로지 개인에게만 전가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우리는 우려한다. 전자 기기의 부착은 원칙적으로 과거 삼청교육대, 현재의 보호관찰 등과 더불어 자의적, 이중적 처벌의 위험을 갖는 제도로서 결코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인신 구속·통제가 대내외에 마치 선진적인 정책인 것처럼 홍보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방역의 효율성 그 이상으로 위 흐름이 가져올 수 있는 개인의 인권침해 상황이 방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전자 팔찌의 도입은 그 법적 근거가 부재하고, 초래되는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가 비례적이지 못하며 그 침해를 정당화할 객관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전자 팔찌의 도입을 더 이상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최근 감염병 예방이라는 명목아래 수립하고 있는 강경대응 대책은 본질적으로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 등 기본권의 제약에 중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강경대응 정책의 추진은 감염병 상황의 피해자이기도 한 자가격리 대상자를 사회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절박한 상황에서도 우리사회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기본적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권단체들은 앞서 살펴본 정부의 전자 팔찌 도입 검토를 비롯하여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기조 아래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큰 우려를 표명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의 수립 시 감염병 상황에서 시민들의 기본권을 어떻게 제한할지가 아닌 어떻게 보장할지를 고민하길 바란다.
지난 4월 19일 중국 따리엔오션피싱(Dalian Ocean Fishing Co., Ltd.)소속 선박들을 타고 온 인도네시아 선원 27명이 부산에 도착했다. 이 중 일부 선원과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의 인터뷰를 통해 태평양에서 발생한 인신매매, 노동 착취로 시작된 사망과 시체유기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중국 참치 연승 선박 롱싱629호에 탑승하고 있던 선원 중 3명이 사망해 바다에 유기됐고 같은 선사의 배를 타고 부산에 하선한 한 명의 선원이 사망해 총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악랄한 착취, 선원이 죽으면 시체를 바다에 버리는 자들
롱싱 629호의 인도네시아 선원 4명이 사망했다. 첫 번째 사망은 2019년 12월 21일 발생했다. 사모아 부근에서 조업하던 롱싱629호 선원 세프리(SEPRI)는 45일 전부터 몸이 붓고 호흡곤란과 함께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선장에게 사모아 병원으로의 이송을 요청했다. 선장은 거절했고, 지속되는 강도높은 노동으로 세프리는 사망했다. 두 번째 사망은 롱싱629호에서 롱싱802로 이동한 선원 알파타(Alfatah)였다. 2019년 12월 27일 사망한 알파타 역시 45일간 세프리와 동일한 증상으로 숨졌다. 세 번째 사망자는 롱싱629호에서 티엔우로 이동한 아리(ARI)로 먼저 사망한 동료들과 같은 증상으로 17일간 고통받다 숨졌다. 이들의 시신은 모두 사망한 당일 따리엔오션피싱 선사 소속의 선원들이 사체에 닻을 달아 바다에 수장시켰다. 바다에서 사망해 수장된 이들의 당시 나이는 각각 24살, 19살, 24살이다.
[caption id="attachment_206710" align="aligncenter" width="800"] 건조되고 있는 상어 지느러미 ⓒ공익법센터 어필[/caption]
불합리한 계약조건에도 서명해야 하는 선원들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확보한 이들의 계약서에 따르면 “외지에서 마주하는 리스크와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은 모두 본인이 책임지며, 본인이 사망했을 경우 선박에 가까운 지역에서 사체를 화장해 인도네시아 본국으로 보내지는 것에 동의한다”는 불합리한 계약에 서명해야 선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의 계약 조항엔 “선원이 해야 할 일과 관계없이 선장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는 조항도 있다. 무조건적 복종을 계약한 선원들은 선원들의 구타와 상어 조업 등 불법어업에 가담해야 했다.
어필 소속 김종철 변호사는 “사망한 선원 중에는 99년생, 2000년생 등 젊은 선원들로 원양어선에 승선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계약에도 서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겉으로 계약의 형식을 갖췄지만, 내용상으로 인신매매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계약서는 선원과 중계업체, 선원과 선주간 서명해서 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선원과 중계업체 간 계약서는 홍콩, 대만에서 사용하는 번체자가 사용돼 있고, 선원과 선주 간 체결되는 계약서엔 중국 본토에서 사용하는 간체자가 사용되어 있어서 선원이 전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또란 계약서를 분석하면 중국어로 작성된 계약 내용과 인도네시아어로 작성된 계약 내용 일부가 다른 부분도 확인됐다.
노예와 같은 노동과 착취
한국에 도착한 선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롱싱629호에 탑승하고 있던 선원들은 매일 18시간 이상 강도 높게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이들은 “바다에 있는 13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육지를 밟아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중국 선원들은 페트병에 담긴 물을 식수로 사용했으나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바닷물을 정화한 염수를 식수로 사용했다. 특정 선원들은 중국 부선장과 고참 선원들에게 매일 폭행당했다. 이들의 임금은 중개업자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명목으로 삭감됐다. 다양한 명목의 삭감으로 선원들은 석 달간 임금을 받지 못했다. 계약상으로 월 300달러에서 400달러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 선원은 하루 18시간의 고강도 노동을 하고도 일 년간 받은 연봉이 우리 돈 약 15만 원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위와 같은 착취와 학대를 당하고도 배를 떠날 수 없다. 여권은 승선하자마자 빼앗긴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중간에 배를 떠나면 임금의 1/3 정도는 돌려받지 못한다. 게다가 귀국 비용도 자신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런 착취와 학대를 견디며 노동을 계속한 선원 중 일부는 결국 죽어서야 배를 떠났다.
한국거주 인도네시아 어선원을 지원하는 장카르 카랏(Jangkar karat)의 아리푸르보요(Ari Purboyo)는 "롱싱629호 사건은 매우 조직적인 현대판 노예제이며 낮은 임금과 물리적인 폭력, 위험한 노동환경과 차별은 629호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 중에 일부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망한 선원들의 시신이 적절한 장례 절차도 없었고 사인을 밝히지도 못한 채 바다에 수장돼 선원들과 유가족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고국의 상황을 전했다. 장카르 카랏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어선원 사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 정부가 어선원 노동협약(ILO C88) 시행이 필요하다"며 어선원 노동협약 비준을 촉구했다.
[caption id="attachment_206708" align="aligncenter" width="800"] 범고래붙이로 추정되는 고래류의 포획 ⓒ공익법센터 어필[/caption]
무조건적 불법어업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증언과 확보된 영상에 따르면 롱싱 629호는 참치 연승 선박이지만 전문적으로 상어를 포획했다. 영상에는 백상아리의 지느러미를 잘라 분리하는 모습과 청새리상어를 건져 올리는 모습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선원들은 “롱싱629호를 떠나기 전 상어지느러미가 담긴 상자를 최소 16박스 봤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상어지느러미 한 상자는 45kg으로 모두 지느러미로 채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배 한 척에 담긴 상어지느러미가 0.7톤에 달한다.
롱싱 629호에선 백상아리, 귀상어, 청새리상어 등 멸종위기종 상어의 지느러미뿐 아니라 범고래붙이와 같은 해양포유류도 포획해 해체하는 영상이 담겨있다.
인도네시아 선원과 선주의 계약서엔 선원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도 선장의 명령엔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caption id="attachment_206703" align="aligncenter" width="640"] 선박에 가득 쌓인 상어지느러미 ⓒ공익법센터 어필[/caption]
단순히 한 척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매년 어선이 조업하는 과정에서 혼획으로 잡히거나 상어를 전문적으로 포획하는 어선이 상어를 죽이는 양을 매년 약 1억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롱싱629호가 보관한 상어의 지느러미는 45kg짜리 16상자다.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이용기 활동가는 ”같은 선사 소속의 선박이 운반선을 이용해 어획물을 이동하고 있고 목적성 상어포획을 하고 있어 단순히 롱싱629호에서만 이루어진 일로 볼 수 없다”며, “항만국 검색 시 적발될 수 있는 불법어업을 감추기위해 어선원들의 인권이 함께 희생되었다”고 비판했다.
중국 대련에 소재한 따리엔오션피싱은 이번 사건에서 언급된 롱싱629호, 롱싱605호, 티엔우8호의 소속 선사로 총 31척의 원양어선을 보유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사망원인, 인신매매를 바라보는 시민단체의 시각
마지막으로 사망한 펜디(Efendi Pasaribu, 21세)는 부산에서 하선한 후 격리 중 4월 26일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27일 사망했다. 부산의료원에서 사체 검사를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법센터 어필,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EJF) 등 시민단체는 한목소리로 “마지막 사망자를 부검해 억울하게 죽은 4명의 사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검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해상에서 유사한 증상을 보이다 사망한 선원이 있으나 모두 수장돼 사인규명이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피해자들이 한국에 있을 때 보편관할권의 원칙(형법 제296조 2항)을 적용해 수사하고, 억울하게 사망한 선원들을 위해 인터폴 국제수사 공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일보는 5월 7일 <[단독]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단독]“저의 잘못, 이태원 클럽 호기심에 방문했다”…코로나19 확진자 해명>라는 보도를 게재했다. ‘게이클럽’, ‘클럽 방문자 2000명’을 강조하면서 지역사회 2차 감염의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특히, 연령대와 주거지, 직업 등의 개인정보를 상세히 공개하며, 개인의 아우팅과 더불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코로나 19가 확산되자, <감염병보도준칙>을 발표했다. <감염병보도준칙>에는 감염병 기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원칙이 필요하고, ‘감염인’에 대해 취재만으로도 차별 및 낙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염인은 물론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1년 제정된 <인권보도준칙>에서도 반드시 필요 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일보의 보도와 이후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후속 기사들은 개인 사생활 침해를 물론이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으며 그 수위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미 코로나 19와 관련해 ‘언론 보도’에 대한 비난이 거셌다. 확진자 수를 강조하고 ‘창궐’, ‘쇼크’, ‘패닉’ 등 과도한 공포감을 조성했을 뿐 아니라, 특정한 ‘국가’나 ‘지역’, ‘종교인’, ‘확진자’ 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가 계속되었다. 언론의 보도는 또 하나의 낙인이 되었고, 그에 따른 피해 역시 심각하다. 이번 역시도 마찬가지다. 언론 보도로 인해 진료를 받는 것이 곧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되었고, 낙인과 아우팅의 위험은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이 더욱 존재를 드러낼 수 없게 만들었다. 과도한 언론 보도가 코로나 19 방역에 문제를 만든 것이다.
확진자에 대한 개인정보 공개에 있어서 방역 당국과 지자체에서 각기 다른 대응 역시 문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동선공개와 관련해서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확진자의 거주지의 구체적인 주소나 직장명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안양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진자가 사는 동과 아파트명까지 공개했다. 방역이라는 이유의 과도한 정보공개 문제는 여러 번 제기 했지만, 여전히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인천시는 한발 더 나아가 한 인권단체에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명단을 달라는 요청까지 하였다. 클럽 방문자의 검진 권고가 아니라 성소수자로만 초점이 맞춰진 이유는 성소수자들이면 누구나 잠재적 가해자, 관리가 필요한 대상 집단이란 인식을 드러낸 것이었다. 방역 차원이라고 하지만 지자체의 과도한 정보공개와 무리한 명단 공개 요청은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이, 더욱 존재를 드러낼 수 없게 만드는, 오히려 방역의 구멍이 되는 또 다른 공포와 혐오를 만들어내고 있다.
재난과 위기에 마주했을 때 중요한 것은 인권의 원칙과 기준을 기본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에서도, 언론의 보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해야만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되고 박탈되는 과정 없이,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언론의 성급한 보도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코로나 19 방역에 문제를 만들었다. 언론은 이제라도 무분별하고 과도한 보도를 멈추고, 방역과 모두의 안전을 위한 보도를 하기를 바란다. 정부 역시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확진자, 접촉자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더욱 힘써주길 바란다. 우리가 마주했던 재난과 참사는 안전한 사회의 중요성과 그것을 위해 모두가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혐오와 차별이 아니라, 모두의 안전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것을 위해 우리 모두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5월 8일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광주인권지기활짝,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사람, 장애여성공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지난 4월 말부터 이어진 황금연휴 기간 이태원 관련 감염이 발생했다. 확진자 하강 국면에서 맞닥뜨린 또 한 번의 감염 확산 사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온 대부분의 국민에게 허탈감을 안긴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그런데 다시금 방역에 집중해야 하는 이때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선동과 낙인찍기가 효과적인 방역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방역에 경각심을 늦춘 개인의 태도에 지탄의 여지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성적 지향을 비롯한 감염자의 고유한 특성을 이유로 개인을 차별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용인될 수는 없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방역 당국과 언론이 차별과 낙인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선별적인 조치를 신중히 취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특정 언론의 고의적 낙인찍기는 명백히 인권침해적이었다. 지난 7일 <국민일보>는 용인 한 확진자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에 성소수자성을 특정하는 제목을 단 기사를 내보내 방역의 본질과 관계없는 정보로 혐오와 낙인을 부추겼다. 이어 9일, 해당 언론사는 또 다른 성소수자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밝혀진 강남구의 유흥시설을 혐오적인 방식으로 묘사해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확진자의 나이와 지역, 동선뿐 아니라 직장의 위치와 직종 등 개인 정보를 노출했다. 이는 한국기자협회의 ‘코로나19 보도 준칙’에 반하는 ‘인권침해와 혐오 조장 표현’에 해당하며 ‘피해자들의 사생활 침해’ 보호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을 명시한 한국기자협회의 ‘감염병 보도 준칙’에도 어긋난다.
일부 지자체의 대응 방침도 위태롭다. 인천시의 경우 지난 7일, 방역을 이유로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명단을 수소문했다. 이는 확진자의 방문 동선과 시간에 기반한 역학 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명백한 낙인찍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지난 11일, 끝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의 경우, 경찰청과 협력해 자택 방문 추적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추적조치를 언급했다. 정부는 모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적 조치는 감염자들이 질병을 숨기고 신속하게 치료받지 못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에 대대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ESCR 등 여러 국제인권규범 및 기준이 보장하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포함한다. 방역 당국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특정 개인과 집단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방지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별과 혐오, 적대감 또는 폭력을 야기하는 표현 방식이 언론 등을 통해 확산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공공 및 민간 주체의 행위를 규율해야 하며, 모든 개인을 부당대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 및 실행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당국과 언론에 재차 촉구한다. 질병 관리를 위한 방역과 검진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 보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방역과 인권 보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차별과 낙인 없는 방역이 실현될 때 비로소 전 사회 구성원의 안전과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
“사태는 호전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바로 2~3M 전방에 서 있던 사람이 쓰러진 것이었다. 목에서 피가 난 사람도 있었다. 총을 군인들이 쏜 것 같다…” 1980년 당시 광주 서석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장식님의 5월 26일 일기 내용의 일부다. 올해 초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그 날의 진실을 알리자며 시민들의 오월일기를 기증’받았고 일기가 공개되었다. 당시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의 야만성과 폭력성은 극에 달하였고 시민들은 이에 대항하며 민주주의를 위한 항쟁을 펼쳤다. 올해는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는 해이다. 40년이 지났음에도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항쟁으로 군사독재는 막을 내렸다. 이후 직선제 개헌, 전두환·노태우 처벌, 국립묘지 조성, 국가유공자 선정이 진행됐으나 피해 규모, 학살과 폭력의 전모를 여전히 알 수 없다. '직선제 개헌'과 '정권교체'로 5.18민주화운동의 가치들이 계승되었다고 이야기하기엔 부족하다. 그렇기에 지금도 진실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초 발포명령자를 비롯하여 시민들에 대한 집단발포 명령은 언제 어떻게 하달되었는지, 초기 학생시위 진압 과정에서 공수부대의 과잉진압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된 건지, 이후 진압 과정과 국가 보유 자료의 왜곡, 은폐, 조작, 삭제 의혹은 여전히 규명되고 있지 않다.
매년 5월이 다가오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이 쏟아진다. 올해는 사자명예훼손으로 재판받고 있는 전두환이 혐의를 부인함으로써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기도 했다. 더 이상 5.18민주화운동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국가차원의 포괄적인 진상규명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한국 사회의 야만과 폭력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가차원의 약속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1980년 5월 18일, 민주주의와 정의라는 보편적 가치 보장을 위한 시민들의 함성을 잊지 않겠다.
[caption id="attachment_207629" align="aligncenter" width="800"] 공익법센터어필,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례자들이 한국 어선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불법어업 고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익법센터어필[/caption]
공익법센터 어필,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 등 시민단체는 8일 걸스카우트회관에서 이주어선원 인권침해와 불법어업 실태 고발하는 기자간담회 자료를 배포하고,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주립대는 2018년 상위 25개 수산국의 참치 연승선의 조업형태를 분석한 결과 한국 국적선이 항해 거리, 항해 시간, 조업시간에서 1위를 나타냈고 항구와의 최대 거리는 2위로 열악한 조업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단체들은 불법어업과 인권유린이 함께 발생하고 있어 정부에 국제 어선원 노동협약(ILO 188) 비준과 입항하는 한국 국적 선박에 대해 노동 검색을 포함한 항만국 검사를 의무화할 것으로 요구했다.
[caption id="attachment_207630" align="aligncenter" width="800"]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바바라(UCSB) 연구팀이 조사한 원양어선 조업시간, 항해시간, 항해거리 연구 결과 ⓒnvironmental Market Solutions Lab (emLab)[/caption]
하루 노동 18시간, 욕먹고 아파도 일해야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오세용 소장은 ”이주어선원들은 평균 18시간씩 조업하고 30시간씩 수면 없이 일하는 때도 있다“고 이주어선원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언급했다. 그는 ”이주어선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폭행과 폭언에 시달려 한국어를 배운 적이 없음에도 욕은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caption id="attachment_207631" align="aligncenter" width="800"] 열악한 이주어선원 노동자의 숙소 ⓒ경주이주노동자센터[/caption]
오 소장이 공개한 사진 자료에 따르면 이주어선원들은 주거환경은 컨테이너이거나 낡은 가옥에 11명 이상이 함께 사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caption id="attachment_207632" align="aligncenter" width="800"] 좁은 숙소에 11명이 살아가는 이주어선원 노동자들, 선주가 제공하는 식사는 쌀과 달걀 뿐이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caption]
선주가 식사로 쌀과 달걀만 제공하고 있어서 이주어선원들은 밥과 달걀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공익법센터 어필과 환경정의재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주어선원들은 장시간노동과 차별적이고 한국인 어선원 월급의 1/10 수준의 낮은 임금, 폭행 및 폭언 등 착취와 학대를 당하면서도 배를 떠나지 못하는 구조에 빠져있다. 미국 정부 역시 2012년부터 <인신매매보고서>를 통해 한국 어선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신매매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아슬아슬한 EEZ 침범 불법어업, 멸종위기종 포획
공익법센터 어필과 환경정의재단이 조사한 인터뷰에 따르면 원양어선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침범하는 불법어업 역시 계획적이고 상습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어업은 주로 야간에 이루어지며 해안경비대의 감시를 피하려고 선박의 조명을 끈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선원들은 선수와 선미에 대기하고 선박은 EEZ 경계선에서 배가 표박하는 동안 EEZ 안으로 투망했다가 밖에서 그물을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조업한다. 이주어선원 인터뷰에 따르면 일부 어선에선 해양포유류나 상어, 가오리를 잡을 목적으로 창을 준비해 직접 포획했다는 증언도 담겨있다.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롱싱 사건처럼 불법어업과 인신매매는 떨어지지 않고 대부분 함께 발생한다”며, “인터뷰한 선원들이 원양에서 해양포유류를 잡으면 이빨이나 생식기를 도려내고 사체는 바다에 버렸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비용을 낮추고 항만국에 불법어업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바다에 오래 머무르면서 조업하다보니 어선원들의 인권이 더욱 심각하게 침해를 당한다”고 꼬집었다.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국내 선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해 단체들은 ▶이주어선원에 대한 최저 임금 차별 철폐, ▶어선원에 대한 휴게 및 휴일 보장, ▶여권 압수 관행 근절, ▶정부가 개입해 이주어선원 송출비용 책임 제거, ▶권리 구제를 위한 핫라인 구축 등의 개선사항을 제안했다. 또,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선박 해상 체류 기간 6개월로 제한, ▶선박 복귀시 노동 검색을 포함한 항만국 검색 의무화, ▶선박위치추적장치 송수신 주기를 30분으로 단축, ▶전자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이번 글에서는 저번 글에 이어 2명의 탈북 보건의료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북한 보건의료 제도 속 변화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화려한 겉모습 속에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북한은 ‘무상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선전하던데, 잠깐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번 글에서는 저번 글에 이어 2명의 탈북 보건의료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북한 보건의료 제도 속 변화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2보건의료 제도 속변화의 모습
ⓒ 조선중앙TV_련속참관기_영상 캡쳐
화려한 겉모습 속에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지부, 김지은 한의사김, 이혜경 약사이
북한은 ‘무상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선전하던데, 잠깐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무상치료제는 북한 당국에 ‘우리 정부는 오로지 당신 인민들을 위한 정부입니다’라는 것을 내세우기 정말 좋은 선전 도구예요. ‘돈을 내지 않고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라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죠.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이런 사회주의 제도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영광스럽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무상치료제는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매우 큰 중심축이었어요.
말만 들었을 때는 북한의 보건의료 제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 보이는데요?
그런데 1990년대 들어 북한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무상치료제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어요. 생각해보세요. 평생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던 사람들이 갑자기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순간을 마주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병원에 가도 필요한 약과 물품은 환자가 직접 구해와야 했어요. 그래도 돈이 있는 환자는 약을 구해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돈이 없는 환자는 그러지 못해 고통받았어요. 의사 역시 병원에 약이 부족하니 환자의 건강을 더 이상 책임질 수 없어 혼란에 빠지게 되었죠. 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무상치료가 갑자기 중단된 것은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경제난으로 무상치료제가 무너지면서 사실상 유상치료제로 변한거죠.
그런데 1990년대 들어 북한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무상치료제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어요. 생각해보세요. 평생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던 사람들이 갑자기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순간을 마주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무상치료제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병원에 약이 없어 환자가 필요한 약을 직접 구해야 한다… 얼핏 보기에도 모순적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환자는 치료받기 위해서 반드시 돈이 있어야 하나요?
지금의 북한 의료 분야는 공식적으로는 국영 의료 시스템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민영화가 가속화되면서 시장화가 상당히 진행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병원 같은 국영 의료 기관의 의사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의사도 환자에게 돈이나 음식, 물품 같은 뇌물을 받고 치료하는 행위가 일상화되고 있어요.
무상치료제가 명목상으로는 존재하다 보니 병원에서도 대놓고 돈을 많이 받고 그러지는 않죠. 하지만 최근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예전과 달리 돈을 더 주고서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에요. 그러다 보니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이 전보다 줄었다고 해요. 왜 그런가 하니, 돈이 없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지만, 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의사를 직접 찾아가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죠.
지금의 북한 의료 분야는 공식적으로는 국영 의료 시스템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민영화가 가속화되면서 시장화가 상당히 진행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병원 같은 국영 의료 기관의 의사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의사도 환자에게 돈이나 음식, 물품 같은 뇌물을 받고 치료하는 행위가 일상화되고 있어요.
병원 말고 또 다른 곳에서 진료를 봐주는 의사가 있다는 말인가요?
북한은 의사담당구역제또는 호담당구역제를 통해 의사가 일정 구역의 가구를 맡아 건강을 관리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의사들은 국가 소속으로 국가에서 나오는 약을 가지고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들을 돌보죠. 그러나 의약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의사는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환자는 병원에 와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죠. 그러면서 환자들은 다른 병원의 의사나 병원에 근무하지 않는 의사들, 예를 들어 정년퇴직했거나 다른 이유로 직장에 나가지 않는 의사를 찾아가 따로 돈을 주고서라도 치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즉, 원칙적으로 A 환자는 B 병원의 C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치료를 잘한다고 알려진 D 병원의 E 의사나 병원에 묶여 있지 않은 민간의 F 의사에게 가서 치료를 받고 그 대가를 E 의사나 F 의사에게 지불하는 거죠.
이러한 모습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하지만 민간에서 공공연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에요. 이것이 바로 북한 내부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의료 시장화인 것이죠.
북한에서는 이런 현상 자체가 체제에 반하는 것이죠. 그러나 당국도 이런 현상을 눈감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인 거죠.
이러한 모습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하지만 민간에서 공공연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에요. 이것이 바로 북한 내부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의료 시장화인 것이죠.
국가의 통제 속에서도 민간에 의한 보건의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상당히 흥미롭네요. 이는 북한의 보건의료 제도가 애초부터 부실하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무상치료제나 의사담당구역제와 같은 기본 보건의료 제도 자체는 정말 잘 만들어진 제도예요. ‘환자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환자를 내 가족같이’와 같은 선전 구호처럼 의료인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피를 뽑아 환자에게 바칠 정도로 헌신적으로 일에 종사했어요.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의료인들의 월급과 배급이 끊기자 일단 먹고 사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되어버리면서 여러 좋은 제도가 무색하게 되어버렸죠. 그런 상황에서 의료인들도 현실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고 제도가 부실하게 유지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봐요.
무상치료제와 의사담당구역제는 과거 수십년간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이었어요. 특히, 의사담당구역제는 그 취지만 놓고 보면 정말 좋은 제도는 맞아요. 하지만 이 제도가 가진 함정이, 개인에게는 어떠한 선택권도 없다는 것이죠.
ⓒ 연합뉴스 헬로포토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는 권리가 누군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개인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만약 가족 중 암 투병하는 환자가 있다고 한다면 암 치료를 제일 잘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고 싶겠죠. 한국은 환자가 비용을 지불할 능력만 있다면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병원에 가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제도상으로 이런 선택을 생각해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요. “너는 A 지역에 살고 있으니까 B 병원에서 치료받아라.”라는 것이 당연하죠. 하지만 최근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자기가 가고 싶은 병원, 자기가 원하는 의사에게 가서 치료받고 싶어 하고, 그게 점점 가능해지고 있어요. 이렇게 의료 영역에서도 북한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거죠.
비공식적으로나마 환자가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큰 진전으로 보이는데, 이런 변화 하나하나가 모이면 의료제도 전체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도 있겠군요.
이런 변화는 비단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에요. 선택권은 환자에게도 있지만, 의사에게도 있겠죠? 예전만 하더라도 의사는 환자가 많이 오든 적게 오든 국가에서 배급이 나왔기 때문에 담당하는 구역의 환자만 돌보면 됐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환자가 의사에게 치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변했기 때문에 의사는 전보다 더 열심히, 효율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되었죠. 의사 입장에서, 예를 들어, A 환자가 오늘은 치료비로 10만 원을 가져왔지만, 치료를 잘해 돌려보내면 다음에는 20만 원을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는 거죠. 의사는 환자를 자신의 단골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죠. 의사 입장에서는 고객(환자) 관리나 서비스의 중요성과 같은, 그 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들이 점차 부각되면서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에요. 저는 이런 것들이 앞으로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 연합뉴스 헬로포토
질병 발병 상황을 보면 보건의료 현실을 알 수 있다
북한 사람들이 주로 걸리는 질병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감염병에 다 취약해요. 특히, 이런 감염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부족해요.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으로 결핵약 등 치료 약이 종종 들어가고는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인도적 지원이 남북, 북미 관계라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뤄지다가 중단되다가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죠.
못 먹고 살던 시절에는 별난 것을 다 먹고 살다 보니 이에 기인한 질병이 많이 생겼죠. 강냉이송치옥수수를 먹고 남은 하얀 속대를 갈아서 가루로 만든 뒤 물에 개어 먹고 그러다가 위천공위에 뚫린 구멍이 생긴 사람도 종종 있었어요. 거친 음식으로 인해 소화불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특히 많았죠.
최근 사람들이 잘 걸리는 병은 감염병이 많아요. 간염, 결핵 등… 이런 병은 근본적으로 제대로 먹지 못하고 위생 환경이 불결해서 걸리는 후진국형 가난병이죠. 만병의 근원이 영양 결핍과 비위생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최근 사람들이 잘 걸리는 병은 감염병이 많아요. 간염, 결핵 등… 이런 병은 근본적으로 제대로 먹지 못하고 위생 환경이 불결해서 걸리는 후진국형 가난병이죠. 만병의 근원이 영양 결핍과 비위생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최근에도 북한에서 아사하는 사람이 있나요? 2020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발표를 보면 북한의 식량 부족이 심각하다고 하던데…
오늘날에는 북한에 못 먹어 굶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하지만 식단이 워낙 부실해 영양이 불균형적으로 공급되다 보니 저런 감염병이 계속 유행할 수밖에 없어요. 북한에서 비타민 섭취라는 것은 배부른 소리죠.
위생적인 측면에서 발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어떤 것인가요?
북한은 경제난으로 인해 전기 사용이 여의치 않아 깨끗한 물 또한 쉽게 구할 수 없어요. 전기가 돌아가지 않으면 수도와 정화시설부터 작동이 중단되기 때문이에요. 어쩔 수 없이 정화되지 않은 수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온갖 감염병은 수질 오염으로 인한 위생 불결로 발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북한에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재래식 화장실이 일반적이며 화장실 근처에 우물이 있는 경우도 많아요. 화장실과 우물이 가까이 있다 보니 지하수가 오염될 수밖에 없죠.
이러한 감염병은 병을 앓는 사람뿐만 아니라 병을 앓았다가 완치된 사람, 그리고 건강한 사람도 균을 가지고 있는 보균자일 수 있어요. 육안상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균을 달고 다니는 것일 수 있죠. 그래서 끊임없이 균이 전파되고 병이 재발할 수밖에 없어요. 북한에서는 이런 것이 워낙 일상이다 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북한사람들은 감염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나요?
북한 사람들은 감염병에 대해서 내성이 있어요. 감염병에 대한 면역 체계를 갖췄다는 말이 아니라, 감염병이 돌아도 항상 그런 상황에서 살아왔기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옴, 홍역, 콜레라, 간염, 결핵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발진티푸스, 사스, 에볼라,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 까지… 감염병은 끊임없이 북한을 위협했어요. 과거부터 끊임없이 감염병에 시달리다 보니 이제는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정도로 정신적 내성이 쌓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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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코로나19에 대해서도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감염병에 대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북한 당국은 감염병 예방에 신경을 쓰고는 있어요. 그러나 현실은 제대로 된 치료조차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요.
한 예로 결핵은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치료만 잘하면 완치가 가능한 병이에요. 다만 치료 기간이 길어요. 결핵약은 비싸다고 볼 수는 없으나 북한 자체적으로는 결핵약에 대한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죠. 그래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거예요.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에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아마 북한의 일반 사람들은 우리만큼 크게 놀라거나 겁먹지는 않았을 것이에요. 수많은 감염병에 끊임없이 시달려야만 했던 열악한 환경이 북한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든 것이겠죠.
이 때문에 우리가 코로나19로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만큼 북한 사람들이 불안해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북한에서는 매년 감염병에 시달리는 것이 일상이기에 옆에서 사람이 죽으면 그냥 ‘죽는가 보다’하고 생각하죠. 슬픈 현실이지만요.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에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아마 북한의 일반 사람들은 우리만큼 크게 놀라거나 겁먹지는 않았을 것이에요. 수많은 감염병에 끊임없이 시달려야만 했던 열악한 환경이 북한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든 것이겠죠.
북한은 최근까지 공식 발표를 통해 확진자 0명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더 이상의 상세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북한의 열악한 의료상황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북한은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표현이 웃기긴 하지만 ‘말하기 싫어’, ‘자존심 상해’와 같은 그런 태도라고 봐요.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 달라고 요청하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굳이 ‘우리는 괜찮아’, ‘우리는 우월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그것을 자존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북한은 비교적 일찍, 2020년 1월부터 국경 차단과 주민 이동 통제를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해도 북한의 주장처럼 확진자가 전혀 없다고 보기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공개된 게 없으니 아무도 모르죠.
확진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에요. 북한 사람들은 외부 사람과 연락할 경우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해도 당국에 의해 감시/감청당하거나 후에 검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죠. 그래서 보통 통화나 편지 내용도 누군가 이 내용을 듣거나 볼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져요. 북한 쪽과 연락하는 외부 사람이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아무리 물어본다 한들 북한 사람들은 자신이 설령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해 쉽사리 언급하기 힘들 것이에요.
보건의료 제도 속에서 피어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 현재 북한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접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화에서 다룰 건강권과 북한 보건의료 개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기대가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번 글에 이어 2명의 탈북 보건의료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북한 사람들이 누리는 건강권과 보건의료 개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인권적 측면에서의 고찰이 필요하다. 북한 보건의료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제도적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으나, 그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 제도의 틈을 비집고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는 게 느껴지네요.
이번 글에서는 저번 글에 이어 2명의 탈북 보건의료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북한 사람들이 누리는 건강권과 보건의료 개선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북한 보건의료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제도적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으나, 그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 제도의 틈을 비집고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는 게 느껴지네요.
지금 북한은 변화하고 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과 자신의 노력과 선택에 따라 더 나은 의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스스로 알아 가고 있는 중이에요.
이건, 외부에서 알려주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터득해 나가는, 정말 놀라운 현상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현재 북한의 의료 현실이 열악해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사망하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정말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만큼 더 고통스럽지만, 아픈 만큼 새로운 시스템을 북한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내고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며 북한 의료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어요.
지금 북한은 변화하고 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과 자신의 노력과 선택에 따라 더 나은 의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스스로 알아 가고 있는 중이에요.
북한에서는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은 어떠한가요?
최근의 상황은 어디까지나 돈의 문제라고 봐요. 돈이 없으면 누구라도 약을 구하기 힘들고 돈이 있으면 구하기 쉬워요. 취약계층이라고 해도 의료 접근성에 있어 차별이 있거나 하지는 않아요. 특별한 우대도 없고요.
적어도 의사들을 만날 기회는 많아요. 이 점에 대해 의아하시겠지만, 의사담당구역제에 의해 의사가 가가호호 방문하다 보니 오히려 의료 접근성은 한국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의료 체계만 놓고 본다면 북한이 정말 잘 만들었기는 해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공식적인 북한 보건의료 제도에서는 선택권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선택권은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권리 중 하나잖아요. 이것은 인권과 관련된 것이에요.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곧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내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당하는 것이라고 봐요.
북한 보건의료 제도가 가진 장단점이 뚜렷하군요.
북한 보건의료 제도는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인권 존중이 결여되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이러한 것들을 전혀 몰랐어요.
북한에는 아직도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한국에 와서 살다 보니 북한에 있을 때는 몰랐던 인권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북한에서는 정말 중요한 것들을 못 누렸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보여지는 것에만 열광하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건의료와 같은 특정 분야에 한정해서만 말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모든 곳에서 인권침해가 만연하고 있어요.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잣대를 놓고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그야말로 행복에 겨운 비명일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아요.
아직도 많은 북한 사람들이 인권이라는 잘 말을 모르거나, 그 개념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어요. 병원, 공장 등 기관과 조직 곳곳에서 인권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죠. 북한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는 인권이라는 것이 없다고 보면 돼요.
북한에서 인권이라는 잣대를 놓고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그야말로 행복에 겨운 비명일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아요.
이런저런 노력은 굉장히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정은은 집권 이후 제약산업에 큰 관심을 보였어요. 또, 종합대학의 약학부를 따로 분리해 규모를 늘려 새로 약학대학으로 만드는 등 보건의료 분야 교육에도 관심을 보였죠. 이번에 신축하는 평양종합병원도 그렇고 보건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기는 해요. 하지만 병원만 하더라도 거기에 필요한 의료 기기가 제대로 들어갈지, 완공되더라도 전기가 제대로 공급될지에 대해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북한 보건의료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병원이나 제약 공장만 짓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잖아요.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꼼꼼한 관리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마 이런 점에서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즉, 제약 기계와 설비를 돌릴 원료가 있어야 하며, 의약품 생산에 들어가는 재료도 있어야 하죠. 이런 것들을 북한 혼자서 충당하기는 불가능해요. 필요한 물품을 수입해야 하는데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대북 제재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아요.
최근 북한에서도 기본적인 치료 정도는 이뤄지고 있어요. 한국이나 국제사회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아주 막막한 상황은 아닌 거죠. 나름의 보건의료 체계가 갖춰져 있고, 그 체계의 기초만은 정말 뛰어나기 때문이에요. 의료 교육의 질과 의료인들의 수준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북한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료와 의약품 생산에 들어가는 재료가 부족하다 보니 시설을 제때 돌릴 수 없어요. 원재료가 부족해서 그렇지 의료 시설과 같은 하드웨어, 그리고 의료진과 같은 소프트웨어 등 필요한 체계는 웬만큼 갖추고 있는 상황이에요.
북한 보건의료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그 어떤 지원보다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지원해 주는 것이 북한의 의료환경 개선과 자력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더 바람직하다고 봐요.
충분한 원료와 재료만 있다면 북한도 큰 문제 없이 지금 맞닥트린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충분한 원료와 재료만 있다면 북한도 큰 문제 없이 지금 맞닥트린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명백한 것은, 우리가 언제까지 북한에 지원만 할 수는 없어요. 보건의료 측면에서 보면 이런 상황은 엄밀히 말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예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의약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와 재료를 북한에 지원해서 북한이 혼자서 일어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자생 능력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비록 제 바람은 북한으로의 의약품 원재료 지원이 무리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긴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이를 제재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보여야 할 모습, 그리고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요?
한두 가지로 간략하게 말하기에는 어렵지만… 일단, 북한 당국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해요. 북한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에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으로의 지원을 바라봄에 있어 정치적인 상황과 연결하거나 정치적 잣대를 가지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해요. 모든 것을 떠나서 생명과 관련된 것이지 않나요? 인도적 지원의 취지를 한 번 더 고려해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북한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기 위해 먼저 나서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원 물품에 대한 투명한 관리·감독과 사용 내용 공개가 이뤄져 지원 물품이 무기 만드는데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국제사회도 의혹을 거두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고려해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리라 생각해요. 아쉽게도, 북한에 지원되는 물품에 대한 모니터링이 어렵다 보니 국제사회의 지원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봐요. 무엇보다 북한 당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인도주의적 측면을 고려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다산인권센터의 자원활동가이자 인권의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했던 사진활동가, 촛불시민이었던 ‘오렌지가좋아’(이하 ‘오렌지’)가 우리 곁을 떠난지 올해로 5년이 되었습니다. 6월 10일, 그의 기일에 오렌지의 삶에서 다양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이 연화장 추모의집에 모여 오렌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오렌지가 좋아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서 살아 숨쉬는 오렌지는 참 복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작년에 마지막으로 '오렌지 인권상'을 수상하셨던 김은석 감독님이 함께 해주셔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5년 전 갑자기 심정지가 와 병원에 누워있는 그를 위해 많은 분들이 병원비를 모금해 주셨지요.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오렌지는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그 때 남았던 병원비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인권재단 사람에 기탁하기로 했고, 오렌지처럼 소속 없이 인권활동을 하는 분들을 위한 인권상을 만들기로 했었습니다.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오렌지 인권상'.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총 12분의 인권활동가가 ‘오렌지 인권상’과 상금을 수상하셨습니다. 오렌지와 사람들의 응원이 그 분들의 활동에 조금이나마 응원이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앞으로도 매년 6월 즈음에 문득 오렌지를 한 번 생각해 주신다면, 그리고 인권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러 인권활동가들을 한 번 떠올려봐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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