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공개사유] 공공서비스, 불필요한 본인인증은 차별이다

지역

[공개사유] 공공서비스, 불필요한 본인인증은 차별이다

admin | 월, 2021/07/19- 20:28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

2021년 6월 23일부터 정보공개 제도에는 주요한 변화가 하나 생겼다. 그동안 공공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마다 제출해야 했던 청구인의 주민번호를 더 이상 기재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는, 주민번호가 아닌 생년월일 정보를 기입하면 된다.

시민사회는 오래전부터 의무적으로 주민번호를 쓰라는 것은 개인들의 민감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것일뿐더러,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를 키운다는 점을 지적해왔기에, 이번 개정은 매우 소중하고 반가운 변화다(이미 2015년 개인정보위원회에서 이 같은 주민번호 수집이 불필요한 절차임을 의결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6년 만에 개정이 이뤄진 것은 안타까운 속도긴 하지만 말이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이후, 기대되는 마음으로 정보공개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청구를 해봤다. 그런데 이게 웬걸. 행정의 변화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걸까? 법에서 생년월일만 기입하면 된다고 했던 것과 달리 청구를 하려면 생년월일 이외에 주민번호 뒷자리의 첫 숫자, 즉 성별 정보까지 기입해야 했고, 이에 더해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라는 문구가 튀어나와 청구서 접수를 가로막았다.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고 회원가입을 하다 보면 본인인증을 하라는 요구가 별 것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 절차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왜 필요한 것인지 좀 더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

본인 인증 자료화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본인인증

지난해 1월,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시민이 '공공도서관에서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나 아이핀이 없는 사람들도 가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을 국민청원사이트에 올렸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이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면 '본인인증'을 통해 먼저 회원가입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복잡할 절차를 통과하기 힘든 노인이나 장애인,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가 없는 어린이, 빈곤으로 휴대폰이 정지된 사람들은 도서관을 이용하기가 너무나 힘든 현실을 목도한 것이다. 청원인은 ‘모든 사람에게 누구나의 책을’ 이 도서관학 다섯 법칙 중의 하나이지만,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본인 명의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에게, 어린아이에게, 장애인에게, 가난한 이들에게 모두 장벽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라면, 그 시스템이 어찌 공공성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본인인증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된 자리에 대체적인 수단으로 손쉽게 도입된다. 그러나 본인인증이라는 절차는 답답하고 불편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어떤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와 목적을 포기할 만큼 험난한 장벽이다. 이는 이미 현존하는 차별이며, 때문에 본인인증을 도입할 때에는 그것이 꼭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검토해 최소한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고, 필수적으로 필요한 경우라면 배제된 사람들에게 접근권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본인인증은 정말 꼭 필요한 걸까?

다른 나라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유독 '자격'에 집착하는 한국?

행안부는 '청구권자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인인증 절차를 두었다고 말하는데, 이는 우리가 청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 자격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현행 정보공개법은 정보공개 청구권자를 국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국내에 사무소를 둔 법인/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청구인이 혹시 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모두가 본인인증을 먼저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본인인증을 요구하는 관행은 정보공개청구를 하려는 사람들을 번거롭게 할 뿐 아니라, 청구인들에게 신원 추적에 대한 불안감을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앞서 보았듯 어떤 사람들은 인증의 장벽을 넘지 못해 직접 공공기관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청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청구권자의 자격을 확인하는 것이 이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 생각해본다면, 득에 비해 실이 너무나 크다.

작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랐던 공공도서관의 본인인증 완화 요청 ⓒ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사실 정보공개 청구는 원칙적으로 모두에게 공개해달라는 요청이기 때문에, 누가 그 요청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축적된 많은 판례와 운영지침에서도 청구인이 누구인지나, 청구 목적을 추궁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청구 내용을 보고, 요청한 정보가 혹시라도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여 공개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본인에게만 공개해야 할 정보들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특별한 경우에 한 해 자료를 공개하는 시점에서 본인인증 절차를 활용하면 될 일이고, 정보공개포털은 이미 그렇게 운영되어왔다.

게다가 공익적으로 중요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알아야 할 정보라면 그것이 외신 기자든, 한국 시민이든 누구의 요청이든 상관없이 공개되어 널리 활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정보공개 제도가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국적이나 나이 등 다른 조건 없이, '누구나' 정보공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언어나 문화의 장벽으로 외국인의 청구는 어쩔 수 없이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말이다. 많은 이웃 나라들과 달리 유독 요청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고 나아가 주민번호를 바탕으로 손쉽게 그 자격을 검증하려는 관행은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고 불신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의 영역에서 불필요한 본인인증으로 불합리하게 시민들이 부담을 떠안는 일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란다.

 

* 정보공개센터가 매 달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공무원은 문서로 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무원은 모든 일을 기록해 근거를 남기고, 그 근거에 따라 일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무원은 하루에도 수십건씩 문서를 만들어냅니다. 다른 부서와 일을 하거나 다른 기관과 일을 할 때 공무원은 공문을 주고 받습니다. 심지어 민간기관이나 시민들과 일을 할 때에도 공무원은 일단 공문을 보냅니다. 공공기관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려면 일단은 공문 목록을 보면 된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국회의원은 어떨까요? 법을 만들고,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의원. 정부를 감시하고 시민을 대의하는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우리는 기록으로 알 수 있을까요? 

국회도 당연히 기록을 만듭니다. 어떤 문서를 생산하고 접수받는지 알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 각종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열린국회정보>에서는 국회의 생산 및 접수 공문 목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개하는 것은 국회사무처(각 상임위 포함),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국회도서관 등 국회 소속기관에 대한 기록 뿐입니다. 스스로 헌법기관이라고 자임하는 국회의원이 어떤 기록을 만들었는지, 누구와 공문을 주고 받았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의원실이 어떤 문서들을 남기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회에 ‘국회의원실의 국회전자문서시스템 문서등록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실의 업무지원을 맡아 하는 국회사무처는 해당 정보가 없다며 정보부존재 답변을 했습니다. 

  ‘국회의원실의 국회전자문서시스템 문서등록 현황’ 정보부존재 통지서

* 청구내용 : 20대 국회 국회의원실에서 사용한 국회전자문서시스템 생산접수 현황
- 의원실명, 등록번호, 등록일자, 단위업무명, 문서제목, 담당자, 접수등록구분, 보존기간, 공개구분, 수발신자, 문서유형 등 전자문서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항목별로 공개하여주시기 바랍니다.

* 답변내용 : 귀하께서 청구하신 정보는 국회사무처에서는 생산ᆞ접수하지 않는 정보이므로 「국회정보공개규정」제6조의3제1항제1호(공개 청구된 정보가 소속기관이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인 경우 정보부존재 처리)에 따라 정보부존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정보 부존재>는 참 이상한 답변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게 아니라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사무처의 정보가 없다는 답은 어떤 의미로든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우리는 왜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록이 없어서입니다. 아니 엄밀하게는 기록이 관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회의원실에서 생산하는 문서들은 기록관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기록관리법 격인 ‘국회기록물관리규칙’이라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300개 국회의원실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록을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기록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세계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19대 국회 기간(2012~2016) 동안 ‘국회전자문서시스템 생산·접수 현황’에 등록된 문서 중 국회사무처의 기록은 39만4374건에 달하는 반면 국회의원실 기록은 8777건에 불과합니다. 의원실 당 연평균 7건 꼴입니다. 지금은 나아졌을까 싶지만 앞서 봤다시피 아예 정보가 없다고 하니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실이 하는 일은 많은 데 비해 인원이 많지 않아 그때 그때 기록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록관리의 부재는 곧바로 기록의 부재로 이어집니다. 초라한 국회의원 기록이 이를 증명합니다. 

임기를 마친 국회의원들은 기록을 국회에 남기기도 하는데요. 국회기록보존소가 수집해 관리하고 있는 전현직국회의원이 남기고 간 의정활동기록물은 2021년 기준 23,393점에 불과합니다. 제헌의회부터 지금까지 국회의원이 5천명도 넘었다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양입니다. 
의정활동기록을 국회에 기증해달라는 요청에 국회의원실은 오히려 당당하게 되묻습니다.
“의정보고서 제출하면 됐지, 내부 업무 기록을 왜 남겨야 하나요?” 

국회의원 의정활동 기록물 수집 및 관리현황 ⓒ 국회기록보존소

누구는 국회의원의 일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들도 많아 기록으로 남기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민감함으로는 결코 뒤지지 않을 대통령도 퇴임할 때는 기록을 남깁니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14명이 남긴 기록은 3100만여건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기록물법위반)
하지만 모든 대통령이 의무감과 책임감을 기록을 충실히 남겼던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이 남기고 간 기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건 김대중 대통령 부터 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혼자 남긴 기록의 양이 이승만 대통령부터 김영삼 대통령까지 남긴 기록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왜였을까요? 법 때문입니다. 당시 국민의정부는 법적으로 공공기록물의 관리를 의무화하기 위해 <기록물관리법>을 제정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모든 공공기록은 마음대로 가져가서도, 마음대로 폐기해서도 안된다는 원칙이 만들어졌고 자연스럽게 대통령도 여기에 적용된 거죠. 
그 이후인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기록을 더 잘 남기기 위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제정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부터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기록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기록을 남기고 퇴임했습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제도의 힘 입니다. 
국회의원은 쏙 빠져있는 국회기록물관리규칙과도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고 싶지만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볼 수 있고, 회의에서 발언한 것도 확인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의정활동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안은 만들기까지 어떤 일을 하는지, 발언과 질의를 하기까지 무슨 과정을 거치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니 알아야겠습니다. 그것은 권한을 위임해 준 시민의 권리입니다. 시민을 대의하는 국회의원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기록은 책임의 근거이자 투명성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의원은 책임을 설명한 기록도 투명성을 드러낼 기록도 없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해봐도 정보가 없다는 답변 뿐입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의 기록이, 기록을 남기게 할 국회의원 기록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https://cfoi.campaignus.me/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의원 의정활동 기록물이 '의무'적으로 남겨질 수 있도록, 제도와 법을 바꾸기 위한 21대 국회의원실록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국회의원들도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요구, 서명으로 동참해주세요! (⬆⬆⬆⬆⬆⬆⬆위 이미지를 클릭)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목, 2021/05/13- 23:07
2
0

 

지난 3월 3일, 서울행정법원은 대학원생 A씨가 사법연수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처분취소 소송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사법연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했던 정보공개청구에서 ‘비공개’결정을 받은 A씨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사법연수원은 이를 기각, 결국 행정소송에 이르게 된 것이다. 헌데, 사법연수원은 A씨에게 ‘비공개’ 결정 통지문을 보냈는데 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공개’를 한 것이라며 사법연수원의 처분이 위법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1.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A씨는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2019년도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민사집행법 외 7권에 해당하는 교재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하였다. 이에 사법연수원은 ▲‘사법연수원 교재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할 수 없다’ ▲‘사법연수원 교재는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법원도서관 등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알린다’며 비공개 결정을 하였다. 이에 A씨는 이의신청 등의 과정을 거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해당 정보의 소재 안내’의 방법으로 공개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소송을 기각하였다.

 

2. 사법연수원은 2018년도 까지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교재들을 단행본의 형태로 시중 서점 등을 통해 판매하였으며, 관련 법학자, 변호사 등은 물론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해당 교재를 구입하여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도부터 사법연수원 교재를 일반인을 포함 변호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외부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일명 로스쿨) 학생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후퇴를 택한 것이다. 2018년도까지 모두에게 공개하던 정보에 대해 갑자기 2019년도부터 그 접근을 제한하고 특정 소속의 사람들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보 인권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시대에 오히려 국민 대다수의 정보 접근권과 알권리를 후퇴시키는 차별적 정책이다.

 

3. 정보공개 청구 당시 사법연수원은 해당 교재를 제공할 수 있었음에도 ‘도서관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를 ‘공개’의 형식으로 인정하였고 해당 사건을 기각하기에 이르렀다.
사법연수원은 이미 해당 교재의 전자적 형태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를 공개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청구 당시 2019년도 교재는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즉, 사법연수원이 ‘공개’했다고 법원이 인정한 소재 정보 역시 잘못된 정보였으며, 청구인인 국민의 정보 공개 요청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 법률’ 제15조 

공공기관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정보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구인의 요청에 따라야 한다. 

 

4. 게다가 사법연수원은 대법원 산하 조직인 공공 기관이므로 사법연수원의 기록물, 간행물 등 저작물은 공공 저작물로 저작권법 제24조2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규정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저작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유한 사진, 영상, 음원, 연구보고서 등으로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연수원은 해당 저작물을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교재의 2019년 이전 저작물 등은 국회도서관 등을 통해 얼마든지 피디에프(PDF) 형식의 전자 파일로 취득할 수 있음을 고려해보면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사법연수원의 답변이 어불성설임을 알 수 있다. 결국 A씨가 요청한 정보는 애초부터 공공 저작물로서 모두에게 전자 파일로 제공했어야 마땅함에도 ‘저작권’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5. 정보공개청구제도는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 중 생산하여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보다 많은 국민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 공공저작물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자유로운 열람 및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자 파일의 형태로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6. 따라서 우리 단체는 공공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사법연수원의 정책적 퇴행을 개선하여 모든 저작물에 공공누리를 적용, 국민 모두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며, 서울고등법원은 1심의 오류를 바로잡고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올바른 판결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2020.5.27.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첨부] A씨_사법연수원교재_정보공개소송_의견서법원제출

담당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활동가
전화: 02-2039-8361 E-MAIL: [email protected]


A씨_사법연수원교재_정보공개소송_의견서법원제출.pdf
0.15MB

 

수, 2020/05/27- 19:28
2
0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의 은평시민신문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라는 게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장에서 건강에 유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 소음, 고열, 각종 분진 등이 있는 경우, 이 유해물질의 농도가 어떠한지, 작업장에서 일하는 동안 건강장해가 생길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보고서입니다. 일하다가 질병에 걸렸는데, 이 병이 유해물질에 노출되어서 생긴 산업재해임을 증명하기 위해선 자신이 어떤 물질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희귀질환의 경우, 작업환경과 질병 사이의 관계를 입증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가 들어 있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미지 : 픽사베이

따라서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하다가 희귀질환이 생긴 산업재해 피해자들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확보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하면 영업비밀이 새어나간다며, 비공개를 주장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결국 여러 차례 행정소송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소송이 계속되던 2018년 2월, 대전고등법원은 작업환경보고서를 모두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는 영업비밀이 공개되어,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 할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예외 조항을 두어 “사업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로 부터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대전고등법원은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희귀질환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산업자원부를 끌어들인 것이죠. 산업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작업환경 측정보고서가 ‘국가 핵심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정했고, 이를 근거로 다시 재차 비공개와 행정소송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삼성전자 측 변호사는 보고서 공개에 관한 문제가 입법적으로 해결되었으니, 이를 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이 되어 ‘국가 핵심기술은 비공개한다’는 조항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관련 기사 : 삼성과 싸우는 변호사)

노동자의 알 권리를 가로막은 산업기술보호법

이전까지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둘러싼 쟁점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의 해석 문제였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정보공개법에서는 영업비밀은 비공개 하되, 만약 예외조항에 해당한다면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기술보호법에서 ‘국가 핵심기술은 비공개’한다는 조항이 생겨버리니, 이제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 ‘다른 법률에 따라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로 취급되어 버리게 된 것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이 갑자기 개정되면서, 그전까지는 공개 대상이었던 보고서가 비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산업재해 피해자들이 작업장의 유해물질과 자신의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산업재해 피해자들과 함께 싸우던 반올림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런 내용의 법이 통과된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법안의 내용이 무엇인지, 법안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법을 통과시킨 당사자인 국회의원들도 잘 알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일본과의 무역 마찰이 심화되던 2019년 8월에 통과된 법안입니다. 당시 본회의에 참석했던 210명의 국회의원 중, 재석하지 않아 기권한 4인을 제외한 206명의 국회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찬성했습니다. ‘국가 핵심기술은 비공개’한다는 독소조항에 주목하지 않고, 그냥 산업기술 보호를 강화한다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찬성표를 던진 것입니다. 결국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점이 드러난 2020년 2월, 국회의원 14명이 법안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며 반성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산업기술보호법 곳곳에 삼성 흔적이"... 뒤늦게 '자아비판' 국회의원들 )

1호 비공개, 이대로 괜찮을까?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비공개 통지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호에 따르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성격이 다른 것이 바로 제1호입니다. 1호 비공개 사유를 근거로, 정보공개법에서는 충분히 공개할 수 있을 만한 정보가 법 개정에 따라 순식간에 비공개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현재 공직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모두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회의록 역시 언제나 국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공직자 역량 청문회와 공직자 윤리 청문회를 분리하여, 후자를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계속 발의가 되고 있는데, 만약 이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공직자 윤리 청문회 회의록 역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인사청문회가 종료된 이후에도 회의록 내용이 계속  비공개된다면, 국정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는 심각하게 제한될 것입니다.

정보공개법에서는 이미 2호부터 8호까지, 일곱 가지 비공개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기존의 비공개 근거에 따라서도 충분히 특정 정보의 공개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법령의  제·개정에 따라 1호 비공개가 늘어난다면 시민들이 알 수 있는 정보들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똑같은 회의록이더라도, 규칙에 따라 제멋대로

1호 비공개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 부분입니다. 법률의 경우 적어도 국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검토가 되지만, 각종 시행령이나 규칙은 법률만큼 시민들의 눈길이 가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 중에서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이 있는데, 말 그대로 인터넷언론사의 선거보도가 공정한지 심의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이를 고발하거나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위원회입니다. 

이렇게 선거철에 언론사의 선거보도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심의하는 유사한 역할의 위원회들이 여럿 있는데, 인터넷 언론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신문사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 방송사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각각 담당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사한 역할을 하는 심의위원회임에도, 회의록의 공개 여부는 규칙으로 각각 다르게 정해져 있습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으로 구성되며, 심의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로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은 ‘1호 비공개’의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경우 회의록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1호 비공개’ 대상이 됩니다.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언론중재위원회 규칙으로 구성되는데, 역시 심의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중재위원회 규칙은 정보공개법의 ‘1호 비공개’ 대상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회의록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더라도, 법적으로 따지면 ‘1호 비공개’를 해서는 안 됩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칙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는 또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면, 회의록 역시 공개 대상이어야 합니다.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심의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유사한 세 개의 위원회인데, 회의록 공개 여부는 규칙에 따라 각자 달라지는 것입니다. 정보공개제도의 취지에 따르면, 이렇게 규칙에 따라 공개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회의록을 원칙적으로 공개하되, 부작용이 우려되면 부분적으로 비공개함이 옳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혼란이 생기는 것이 바로 ‘1호 비공개’가 가진 문제입니다,

이미지 : 픽사베이 

공개 기준, 정보공개법으로 일원화가 필요

앞서 살펴보았듯 ‘1호 비공개’는 시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가능성이 너무나 큰 조항입니다. 전 세계의 정보공개법을 비교하고 분석하여, 정보접근권의 등급을 매기는 RTI-RATING의 평가 지표에는 “정보공개법의 공개 기준이 다른 법의 정보제한 조항보다 우선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굳이 다른 법으로 정보공개를 제한할 것 없이, 정보공개법에서 비공개에 대한 충분한 기준을 마련해두어 공개 판단 여부를 정보공개법으로 일원화하라는 취지의 평가 지표입니다. (‘1호 비공개’가 존재하는 한국의 경우, 이 지표에 따른 평가 점수는 0점입니다.)

어떤 정보가 ‘1호 비공개’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에 관련된 법률과 조례, 규칙을 모두 살펴봐야 합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측에서도, 정보공개를 처리하는 측의 입장에서도 혼란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알 권리를 제약할 우려가 큰 ‘1호 비공개’, 계속 지속시킬 필요가 있을까요? 정보공개법에서 비공개 근거들을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이에 따라 공개/비공개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 ‘공개가 원칙’이라는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더욱 부합하지 않을까요? 

화, 2021/08/03- 01:41
2
0

정보공개센터 회원인 국민일보 권중혁 기자님이 정보공개 청구의 경험을 담아 칼럼을 보내주셨습니다. 세월호 이후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구호가 생각나는 글입니다.


 정보공개센터는 항상 회원 여러분들의 글을 기다리고 고대하고 있습니다! 어려워 말고 보내주세요!

-----------------------------------------------------------------------------------------------------

숨기는 국방부

권중혁


정보공개청구 초보자인지라 ‘비공개’ ‘종결처리’의 벽에 막힐 때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분들께 도움을 청해 귀찮게 하곤 합니다. 하루는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따지려고 전화했더니 휴가 갔다네요
=왜 전화하면 담당자들은 다 휴가를 가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이게 처음이 아니네요
=진짜 휴가 갔는지 정보공개청구를 해볼까 봐요


농담처럼 나눈 대화였고 담당자께서 정말 휴가를 가셨을지 모릅니다만, 이런 의심 자체가 그간 누적된 불신 탓인지도 모릅니다. 어떻게든 자료를 안 주려 한다는 느낌이요.


특히 정보공개를 꺼리는 곳을 꼽으라 하면, 국방부 및 하위기관이 손꼽힐 것 같습니다. 대화를 나눈 계기도 국방부의 ‘종결처리’였습니다. 이의신청도 못해서 따지려고 전화했더니 “담당자가 없으니 곧 오면 전해주겠다”고 했지만 연락이 없습니다. 다음날 전화하니 “죄송하다. 알고 보니 휴가다. 오면 연락하라고 하겠다”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연락이 없네요.


‘국가안보’라는 매우 중요한 이유가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정말 국가안보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어쩌면 국가안보라는 핑계로 비공개·종결처리가 습관이 된 건지 모릅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2018년 정보공개연차보고서>를 분석한 자료를 보니 국방부의 공개율은 16.2%입니다. 국방부보다 낮은 곳이 대검찰청(0.8%), 감사원 (15.1%) 두 곳뿐이고요. (관련 글 링크)


국방부는 다른 부처에 비해 정보공개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청구한 정보는 ‘한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 국가 목록과 체결 시점, 양국이 서로에게 정보를 요청한 횟수·시기와 요청에 응한 횟수·시기 등’이었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갈등이 심해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 여부를 두고 말이 많던 때였습니다.


국방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종결처리 했습니다. 좀 의아했던 점이 있었습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2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정확한 시간을 모르겠지만 이날 상황 관련 정보교류회의를 열어 일본과 정보를 교환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링크) 당시 국방부도 일본에 몇 번 군사정보를 공유했는지 공개했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국방부 장관을 필두로 국방부 전체가 국가안보에 해가 되는 발언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정보가 상황과 맥락에 따라 국가안보에 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구체적 설명도 없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종결처리한 건 이해가 안 됩니다. 비공개라면 이의신청이라도 해 이유를 물어봤을 텐데요. 종결처리 기준을 찾아보니 ‘공공기관은 정보공개를 청구해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결정의 통지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해당 정보의 공개 청구를 다시 한 경우에는 종결 처리할 수 있다’고 나옵니다. 참고로 저는 첫 번째 청구였습니다.



경찰이나 검찰, 교사 등의 경우 성비위에 대한 유형과 징계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 시 공개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공개하는데 국방부는 안 알려주는 정보


국방부 산하의 사관학교에서도 무더기 비공개 답변을 받았습니다. 육·해·공군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5곳에 ‘성 비위 및 처리 현황’를 청구했습니다. 가해자·피해자의 성별·신분(학생, 교수 등), 사건발생일, 징계대상 행위 및 내용, 징계처분, 징계회의록 등이었고, 개인정보는 가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육군3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국간호사관학교만 부분공개 했습니다. 그마저도 육군3사관학교는 연도별 발생건수·처분결과만 보냈고, 공군사관학교는 발생건수만 보냈습니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그런 자료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는 비공개 했습니다. 사유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성별, 신분, 징계처분만으로 개인이 특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인 성범죄 사실이나 개인 신상은 가린 뒤 부분공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건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성희롱·성추행·불법촬영·성폭행 등 유형만으로 구분해서 공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거의 다 기각이었습니다.


이의신청에 육군사관학교는 연도별 성범죄 발생건수만 공개했습니다. 육군3사관학교는 이의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의신청 내용을 제대로 읽어봤나 의심이 들 정도로 첫 비공개 사유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공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는 이의신청에 대한 답변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피해자·가해자의 성별, 신분, 징계처분 등을 안다면 조직 내 성범죄 대책을 세우고, 적절한 징계가 이뤄져 문제가 재발하지 않게 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겁니다. 정보가 알려지고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져 결국 해결돼야 국방에 전념할 수 있고, 국민들도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국가를 지키는 군인을 양성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로 인해 국방력이 낭비되면 안 되니까요.


이 정보를 다른 모든 기관들이 비공개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관학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정보를 전국 교대에서는 모두 공개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신분(교수·학생·교직원 등), 피해유형(성희롱·강제추행 등), 피해내용, 피해발생시기, 징계처분(정직·강등·근신 등) 등으로 구분해서 공개합니다. 징계의결서나 징계회의록도 개인정보는 가린 채 공개했습니다.


비단 교대만이 아닙니다. 다양한 공공기관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성비위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하고, 문제 유형에 따른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피해자와 연대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국군간호학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폭로한 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11월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남성 생도들이 단체대화방에서 여성 생도, 상관을 성희롱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여성 생도들을 성적으로 희롱하고, 간호실습을 각종 성행위에 비유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이 한달전 담당 훈육관에게 신고하니 “동기를 고발해 단합성을 해치려는 것이 괘씸하다”며 되레 질책을 받았다고 합니다. 2차 가해에 굴하지 않고 정식 문제제기를 하고나서야 징계가 내려졌지만 대부분 경징계 처리됐다고 합니다.


당시 보도를 보면서 정보공개청구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치부를 감추기에 급급하고, 외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조직에서 애초에 정보공개는커녕 피해고발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 2020/01/29- 19:30
2
0

※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무엇을 공개해야 하나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병 대응에 실패한 이유는 단연 ‘정보은폐’라고 꼽을 수 있다. 초기 메르스 감염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지만 발병 병원과 지역이 공개되지 않아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시민들의 불안이 극으로 치달았다. 메르스 대응 실패라는 교훈을 통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졌으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방역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공개 이면에는 확진환자 개인의 사생활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확진자의 과도한 사생활 노출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에서도 확진자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여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권고하며 일정 기한이 지난 후에는 공개된 확진자 동선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진자의 성별, 나이, 이동경로 등 개인을 특정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었다. 이미 방역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정보공개가 이루어졌다. 방역당국에서 배포하는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개인을 특정 하는 정보를 제외 한다’라는 안내만 있을 뿐 일선 현장에 적용 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혐오 조장을 규탄하며 인권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14ⓒ김철수 기자


결국 6월 3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확진 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3판]’을 통해 시간에 따른 개인별 동선 형태가 아닌 장소목록 중심으로 정보를 공개하며, 확진환자 개인의 성별, 연령, 국적, 거주지 등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지침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미 확진자 12,800명(6월 30일 0시 기준)의 정보가 공개된 이후 취해진 조치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감염병 이동경로 공개에 있어 중요한 정보는 ‘누가’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이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충돌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경우, 정보공개는 그 목적에 맞게 최소한의 정보 값만 공개되어야 한다. 더 이상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의 개인정보수집과 무차별적인 사생활 공개가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떻게 공개해야 하나

코로나19 사태에서 감염병 대응에 관한 정보는 유례없이 신속하고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선별진료소 운영 현황, 마스크 구입 정보, 긴급생활지원금 등 재난상황에서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는 주로 휴대폰 재난문자 중심으로 공유되며 더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휴대폰과 인터넷 보급률만 보자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보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특히 디지털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노인들에겐 코로나19에 관한 정보접근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휴대폰으로 전화와 문자메시지 정도만 간신히 사용하는 노인계층에게 디지털 환경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감염병 정보들과 정부 및 지자체의 재난지원 정보들, 비대면 물품구입과 금융거래 등의 혜택은 거의 다른 세상 이야기에 가깝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중 92%가 60대 이상으로 정작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받는 것은 노인계층인데 정보로 부터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셈이다.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11일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등 노숙인 관련 단체가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최 단체는 빈곤에 따른 열악한 조건 속에서 홈리스들의 인터넷 신청이 어렵고 현장 신청 역시 주소와 거소의 분리, 거주불명등록 등의 이유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카드와 상품권, 선불카드와 같은 지불수단은 홈리스의 필요를 채우는 데 큰 제약이 있다고 말하며 적절한ⓒ뉴스1


그밖에 다른 취약계층의 정보소외도 심각한 상황이다. 복지단체인 대구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을 받지 못한 쪽방 주민이 2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긴급생활자금 지원방법과 구체적인 안내를 받을 수 없어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시민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접근과 활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지역사회 감염정보와 대처방안에 신속한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별진료소, 마스크 구매 등 방역에 대한 정보접근이 어려우며,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사회보장 정보들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노인, 홈리스,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 디지털 정보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 대한 정보 전달 체계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정보에서 소외되면 사회적 보호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재난 관련 정보는 사회구성원 중 누구하나 소외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간편하고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통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접근이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예견한다.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환의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놓치는 것들을 다시 고민해야만 한다. 한 쪽에서는 다수의 안전을 명목으로 사생활 정보들이 과도하게 노출되는 인권침해를 겪고, 다른 한 쪽에서는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생존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정보는 결국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공개하느냐에 문제로 귀결된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시민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공개해야 하는지 새롭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일, 2020/08/09- 22:21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