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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부당하게 각하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합13718 판결에 대한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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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부당하게 각하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합13718 판결에 대한 논평

admin | 화, 2021/06/08- 02:31

[논평][다운로드]

1.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민사부(이하 ‘재판부’라 함)는 2021. 6. 7. 강제동원 피해자 등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스미세키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한다는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6. 7. 선고 2015가합13718 판결, 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함)을 선고하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판결 선고 직후 설명자료를 통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해당하며, 청구권협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2. 그러나 이 사건 판결은 일제시기에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국내 사법절차를 통해 실효적으로 구제받는 것에 장애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판결은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함)의 소수의견과 결론적으로 동일하다. 이 사건은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진 사건과는 별개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정의견에 기속되지 않고 소수의견에 따른 판결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미 2012. 5. 24. 선고 2009다68620 판결에서도 이미 불법행위로 인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청구권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그 후 다시 동일한 사건에 대해 재상고가 이루어져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심사숙고하여 동일한 법정의견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면, 하급심 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위 법정의견과 다른 견해를 취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하여야만 한다. 즉,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정의견과 달리 판단하여야만 하는 현저한 사정변경이 있지 않는 한 위 전원합의체의 법정의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것이야말로 오랜 시간 혼란이 있어온 청구권협정의 해석에 관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실효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대한민국 법원이 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 판결은 이미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소수의견에 머물렀던 의견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별다른 사정변경이나 추가 논리 없이 다른 해석으로 판결을 선고했다. 법적 안정성에 대한 부당한 침해이다.

3. 또한 재판부가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정의견이 아닌 다른 의견을 취하면서 들고 있는 근거도 납득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비엔나협약 제27조와 금반언의 원칙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비엔나협약 제27조는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원용하는 것은 ‘불법행위로 인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는 청구권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고, 이것은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을 원용한 것이지 국내법규정을 원용해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즉, 조약의 ‘이행여부(조약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한 이후의 문제)’가 아닌 조약의 ‘적용여부’가 문제되고 있는 사건에서, 비엔나협약 제27조는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정의견과 달리 판단하면서 제시할 만한 적절한 국제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2005. 8. 26. 민관공동위원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한민국정부는 국가권력기관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와 관련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 입장을 유지하여 왔으므로, 국제법상의 ‘묵인’에 해당하여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4. 이 사건 판결의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대법원에서 최근 정립된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법리적 논거 없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서, 오히려 비본질적, 비법률적 근거를 들어 판결을 선고했다는 점에 있다. 이 사건 판결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되어 집행으로 이어지면 “청구이의의 소 및 그 잠정처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이를 원고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 중 하나로 설시하였다. 그러나 민사사건 본안 재판은 원고와 피고 간 권리의 존부를 판단하면 될 뿐이다. 본안 재판에서 왜 판결 확정 이후 집행단계의 사정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지 납득할 수 없다. 심지어 이 사건 판결의 예상한 집행단계의 가능성이라는 것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 법리에 따를 때 극히 희박한 가능성일 뿐이다. 민사 본안 재판에서 비본질적인 집행단계의 문제를 청구 각하의 근거로 설시한 것은, 그만큼 이 사건 판결 논리의 빈곤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5. 무엇보다, 이 사건 판결은 국가적 이익을 앞세워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를 불능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비법률적이다. 이 사건 판결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되어 강제집행이 이루어지면 국제적으로 역효과가 초래된다’, 원고들의 청구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한민국 사법 역사 중 민사소송에서 피해자의 주장을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 원칙을 침해하여 권리남용’이라 판단한 사례 자체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 사건 판결 재판부는 노골적으로 이 사건 판결의 이유가 판결이 야기할 정치·사회적 효과 때문이라는 점을 고백했는데, 사회적 효과를 들어 판결을 바꾸는 것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오랜 시간 지적받아왔다. 재벌 총수들의 형사판결에서 기업의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형량을 줄여 선고하는 등의 사법부 악습이 이 사건 판결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판결의 사회적 효과는 원칙적으로 사법부가 판단근거로 삼을 영역이 아니다. 또한 사회적 효과에 대한 판단 자체도 현저히 부당하다. 재심으로 다시 판단되지 않는 한, 확정된 판결을 따르는 것이 법적 의무이다. 그 법적 의무를 강제동원 가해 기업들이 장기간 해태하고 역으로 일본 정부가 나서 외교적 공격을 하는 상황에서, 사법부는 오히려 그 부당한 상황의 원인을 확정판결로 권리를 인정받은 피해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권리행사가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든다며 권리 남용이라고 낙인찍은 것이다.

6.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과 외교적 압박이 거셌다. 강제동원 가해 기업들은 확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사과도 배상도 하지 않고 있다. 승소 원고들과 최소한의 협의절차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에 포획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보복과 이로 인한 나라 걱정에 법관으로서의 독립과 양심을 저버린 판단을 하였다. 민사소송 원고의 권리를 인정하면 ‘대한민국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가 위태로워진다는 금시초문의 법리를 설시하면서 개인보다 국가가 우선이라는 논리를 별다른 부끄러움 없이 판결문에 명시했다.

이 사건 판결은 항소심에서 파기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일국의 최고 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일본 가해 기업과 최고법원 판결을 무효화하라며 비상식적 외교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정부가 만들어낸 현실에 굴복한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의 비상식적, 비법리적 판단은 중대한 비판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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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다운로드] 3·1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회의

도쿄에서 함흥으로 : 일제 문서로 보는 2·8독립선언과 3·1운동

주최 : 민족문제연구소
주관 : 근현대사기념관
후원 : 서울특별시 / 강북구 / 식민지역사박물관

때 : 2019년 10월 4일(금) 13:00∼18:00
곳 : 한국언론회관 19층 기자회견장

3·1운동 100주년인 올 한 해, 자유 평등 민주 평화라는 3·1정신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제대로 평가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아베를 비롯한 일본의 극우세력과 뉴라이트 등 한국 내 동조자들의 역사부정과 과거로의 퇴행은 ‘기억을 둘러싼 투쟁’이 결코 용이하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만큼 이들의 궤변을 원천 봉쇄할 연구 성과의 축적과 활용도 절실해지고 있다.

강제병합 10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 전 민족적인 3·1운동은 일제와 그 계승자들의 식민지미화론이 완전히 허구임을 입증해 준다. 3·1운동 100주년을 정리하면서, 1919년 그 때 우리 민족이 치열하게 추구했던 독립정신과 민주공화주의를 다시 한 번 조명하는 학술회의가 개최된다. 민족문제연구소 주최,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 주관으로 10월 4일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리는 〈도쿄에서 함흥으로 : 일제 문서로 보는 2·8독립선언과 3·1운동〉 학술회의는 3·1운동 100주년의 대미를 장식할 행사로 평가할 만하다.

그간의 3·1운동 연구가 주로 일제의 보고서와 증언·회고 등 2차 사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던 데 비해,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일본에서 새로 발굴된 「2·8독립선언 서명자 ‘취조기록’」과 민족문제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조선총독부 함흥지방법원 검사국 검사 이시카와의 함경도 지역 3·1운동 관련자 기소 준비 자료 대정8년 보안법사건을 처음으로 집중 분석한다. 이 문서들은 1차 관변자료로 3·1운동의 발상에서 지방으로의 확산에 이르기까지 그 전개과정과 구체적 실상은 물론 일제의 탄압상과 대응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 조선총독부 함흥지방법원 검사국 검사 이시카와의 31운동 관련자 기소 준비 자료 『대정8년 보안법사건』 문서철 ⓒ 민족문제연구소

특히 대정8년 보안법사건 문서는 일제 검사 이시카와가 1919년 3월부터 5월 사이에 일어난 함경도 지역 3·1운동 참여자를 기소하기 위해 작성한 115개 사건, 총 950여 명의 관련자에 대한 기록으로 재판자료가 거의 멸실된 북한지역 3·1운동의 실체를 가늠할 수 있는 희귀 자료다. 발표자들은『대정8년 보안법사건』문서를 면밀하게 분석해 3·1운동 당시 함경도 지역에서 전개된 지하조직 결성, 지하신문 발간, 관공서 방화, 관공리 퇴직권고 등 다양한 형태의 항쟁과 새롭게 밝혀진 독립운동가들의 구체적 행적 등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지난 8월 민족문제연구소와 독립기념관은, 『대정8년 보안법사건』 문서철을 탈초·번역하고 내용 분석을 거친 뒤 해제를 붙여 『함흥지방법원 이시카와 검사의 3·1운동 관련자 조사자료』Ⅰ,Ⅱ 두 권의 책자로 펴냈다. 원사료의 난해함이 해소되어 연구자들의 어려움이 한결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번 학술회의를 계기로 『대정8년 보안법사건』기소 준비자료에 등장하는 3·1운동 관련자에 대한 심층 검증과정을 거친 뒤, 독립기념관과 함께 공동으로 독립유공자 서훈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북한 학계와도 관련 자료의 제공 등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으로 있다.

화, 2019/10/01-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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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다운로드]

『반일종족주의』긴급진단
‘역사부정’을 논박한다

최근 강제동원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한일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반일종족주의』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반일종족주의』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제동원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피해자와 한국‧일본의 시민사회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책임과 식민지주의의 극복을 위해 수십 년 동안 노력해 온 운동의 성과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판 ‘역사부정론’에 다름 아닙니다.

이에 관련 연구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군‘위안부’연구회가 『반일종족주의』의 역사부정론을 진단하는 긴급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토론회는 강제동원, 일본군‘위안부’, 친일청산의 과제 해결을 위해 실천적인 입장에서 연구해 온 전문가들이 ‘반일종족주의’의 허구와 그 폐해를 분석하여 학문적인 입장에서 비판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식 순]

『반일종족주의』긴급진단
‘역사부정’을 논박한다

■ 공동주최 : 민족문제연구소 ‧ 일본군‘위안부’연구회
■ 때 : 2019.10.1.(화) 오후 5시 ~ 7시
■ 곳 : 식민지역사박물관 돌모루홀

1. 사전보고

2. 주제발표 (사회 :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일본과 한국의 강제동원 부정론자를 비판한다: 김민철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한국 뉴라이트의 역사수정주의 논리와 욕망 –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
‘법’을 통해 본 반일 종족주의의 오류: 김창록 경북대 교수
날조와 무지의 친일청산 부정론 비판: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

3. 종합토론 (좌장 : 임경석 성균관대 교수)
조경희(성공회대) 이나영(중앙대) 조시현(민족문제연구소)
– 발표자와 토론자 전원

목, 2019/09/26-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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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입장문]

일제 강제동원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기각한
재판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오늘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박성인)은 일제강점기 일본제철에 강제동원 당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과 배상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온 우리는, 이번 판결이 강제동원 문제가 갖는 역사성과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밝힌다.

전범기업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투쟁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1997년 일본의 재판소는 일본제철이 파산한 후 다시 합병했기 때문에 지금의 일본제철은 다른 회사라는 등의 이유를 들며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다시 한국법원에서 소송을 시작하여, 처음으로 강제동원으로 인한 인권피해를 인정받은 것이 2012년 5월 24일 대법원 판결이다. 파기환송 된 이 사건은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결이 확정되었다.

오늘 재판부는 ‘원고들의 권리행사 장애사유’가 이 2012년 5월 24일 판결로 인해 해소되었다며,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단에는 크게 두 가지 잘못이 있다.

첫째, 재판부가 기준으로 삼은 2012년 5월 24일 판결은 2018년 10월에서야 확정되었다는 점이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할 만한 사유가 없어 굳이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지 않다는 소수 의견에도 불구하고, 6년이 넘게 시간을 끌다 결국 피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따라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행사는 최소한 2018년 10월 30일 확정판결 후에나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둘째,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재판부가 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은 사건은 2005년에 제소되어 2012년 5월에 파기환송 된 후, 이례적으로 6년이 지난 2018년 10월에서야 확정판결이 선고되었다. 이 기간, 법원행정처, 청와대, 외교부가 회합하며 판결을 뒤집기 위한 ‘추악한 거래’를 지속했고 구체적으로 ‘소멸시효’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심지어 피고 대리인인 김앤장은 법원행정처와 긴밀히 논의하여 ‘의견서 제출 촉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식민지배와 전쟁동원으로 인한 인권피해에 관여한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는데 시효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이번 사건의 피고인 일본제철과 대리인 김앤장은 재판부가 기산점으로 삼은 2012년 5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사건의 ‘사법농단’ 당사자들이다. 재판부는 이들이 담합하여 재판을 지연시키는 동안 피해를 인정받기 위해 20여 년간 싸워온 원고들이 대부분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들의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당시 고령이 된 강제동원 피해자들 가운데 몇 명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데 나섰을지 알 수 없다. 이 책임은 이제 아무에게도 물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이번 판결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마련된 ‘소멸시효제도’를 불법적으로 활용하여 재판을 지연시키고 재판 결과를 바꾸려 시도한 당사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들의 법익을 최대로 보장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하여 국기를 문란하게 한 중대 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얼마나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확인시켜주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최소한의 역사인식도 부끄러움도 없이 법리에도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린 이번 재판부의 각성을 촉구하면서, 항소심에서 이번 판결의 오류가 바로 잡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또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며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일본제철에 대해서도 끝까지 마땅한 책임을 물을 것임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2021년 9월 8일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목, 2021/09/0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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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힘 최재형 대선 예비후보 조부의 일제강점기 행적 논란에 대해

 

12일 국민의 힘 최재형 대선 예비후보(이하, ‘최 후보’)의 공보특보단에서 ‘민족문제연구소의 궤변에 경악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놓았다.

우리 연구소는 최재형 예비후보 캠프가 경악할만하다고 이해하면서도 ‘궤변’이라는 지적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문제의 발단은 최 후보 측에서 최 후보 본인과 집안의 미담을 과도하게 포장하여 홍보한 데서 비롯됐다. 그 와중에 최 후보의 조부 최병규가 독립운동가라는 주장이 기정사실로 유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핵심은 최병규를 독립운동가로 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독립운동가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최병규의 일제강점기 행적은 국내의 면협의회원 재선과 도의원 출마, 국방헌금 납부 등과 만주 목단강성 해림촌 공소(公所) 조리원(助理員), 조선인거류민단장 재임 등으로 정리된다. 이런 행적은 국가보훈처의 독립운동가 서훈에서 재고의 여지 없는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특히 최병규가 만주에서 독립자금을 조달하고 조선인 정착에 기여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당시 만주의 실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되었다. 1940년대 만주는 일제에 완전히 장악되었으며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인 이주가 장려되고 있었다. 괴뢰 만주국의 관공리로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주장이야말로 궤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최재형 후보의 캠프는 여러 차례 논평을 내고 민족문제연구소를 폄하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는 대선 예비후보에 대한 언론의 검증 과정에서 의뢰를 받아 일제강점기 전문 연구기관으로서 견해를 밝히고 입증 근거를 제시했을 뿐이다.

거듭 확인하지만 최병규의 독립운동설은 ‘설’일 뿐이다. 오히려 부일협력의 혐의가 짙다고 판단된다.

지도자를 선택할 때 역사인식이 어떠한가에 대해서 다른 어떤 가치 기준보다 엄중한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최 후보가 독립운동을 영예로 여긴다면 당사자의 역사인식을 명확히 밝히면 될 일이다. 캠프도 견강부회식의 억지주장으로 물타기에 분주할 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친일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전반에 대한 후보의 솔직한 소신과 정책을 정리해 공개하길 기대한다.

 

2021. 8. 13.
민족문제연구소

토, 2021/08/14-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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